[MIU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中대지진 교민대피 헌신 경관, 후유증으로 끝내…

  • Array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Man In Uniform:제복입은 사람들
쓰촨 지진 현장서 맹활약 송파경찰서 이희준 경감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앓다 공상 인정 못받고 숨져


2008년 5월 12일 대지진이 일어나자 중국 쓰촨(四川) 성 일대는 통곡과 절망만 남은 폐허로 변했다. 당시 청두(成都) 주재 한국 총영사관 주재관이던 이희준 경감(50·사진)은 ‘폐허 속의 영웅’이었다. 그는 다시 지진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현장을 누비며 교민과 여행객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했다. 그와 영사관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한국인 피해는 없었다. 그는 한국인의 안전이 확보되자 쓰촨 성 시설 복구와 구호물품 보급 등을 돕기도 했다.

지진 피해를 수습한 뒤 그는 ‘지진 공포’로 가슴이 갑갑하고 손발이 떨리는 증상을 호소했다. 자연재해를 겪은 사람이 앓는 전형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였다. 2009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 가족에게 갑작스레 화를 내는 등 돌발행동도 했다. 그러면서도 송파경찰서 생활안전계장, 정보계장, 상황실장을 맡아 성실히 일했다.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틈도 없었다. 한 동료 경찰관은 “경찰 조직 분위기상 육체적인 외상이 아닌 정신건강 이상으로 쉬면서 치료를 받기 어렵다”며 “이 경감은 간부라는 책임 의식이 유별나 동료들도 증상이 심각한지 몰랐다”고 했다.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뉴스를 본 뒤 이 경감의 증상이 악화됐다. 그는 5월 공무상 질병을 인정받기 위해 공상을 신청하고 질병휴직계를 냈지만 인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이후 강원 속초시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 생활을 하며 공상 재신청 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결과를 받아 보지 못한 채 27일 오전 5시경 심장마비로 숨졌다.

29일 서울 국립경찰병원에서 가족장으로 조촐하게 치러진 장례식에는 경찰대 1기생 동기 등 동료 경찰의 애도 행렬이 이어졌다. 동료들은 경찰 내 ‘중국통’, ‘외사통’으로 꼽히던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아내와 두 아들은 이 경감의 공무상 질병을 인정받고 현충원에 안장하기 위해선 순직 처리 과정을 밟아야 한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공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인정되도록 최선을 다해 유족을 돕겠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