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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민의 작은 정성이 모여 이렇게 큰 집이 됐습니다.” 한여름 폭염에 최순호 강원 FC 감독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됐지만 표정만큼은 누구보다 시원해 보였다. 최 감독은 “팬과 구단, 지자체가 삼위일체가 돼 이런 성과를 냈다. 이것이 바로 강원도의 힘”이라며 활짝 웃었다. 30일 조용하지만 기념비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도민구단 강원이 강릉 강남축구공원에서 클럽하우스 개관식을 치른 것. 클럽하우스 명칭은 ‘오렌지하우스’. 강원의 홈 유니폼 색깔에 착안해 붙여졌다. K리그 구단 가운데 클럽하우스를 지닌 팀은 강원을 제외하고 6팀. 도민구단 가운데는 강원이 최초다. 각종 편의시설과 숙박시설 등을 포함한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오렌지하우스는 인근에 사계절 천연잔디(1면)와 인조잔디(2면) 연습구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약 300억 원. 국내 최고 수준이다. 창단 2년 만에 강원이 이런 클럽하우스를 갖게 된 원동력은 역시 팬이다. 강원도민의 사랑이 지자체의 마음을 움직인 힘이 됐다. 이런 지역주민들의 사랑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섰기에 가능했다. 이른바 지역밀착형 마케팅이 빛을 봤다. 강원의 슬로건은 ‘팬이 없으면 구단도 없다’이다. 강원 홈경기는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축제로 불린다. 식전, 하프타임 땐 지역 공연팀이 등장해 관중과 함께하고 자원봉사 협약을 맺은 지역 대학들은 홈경기 자원봉사를 통해 현장실습으로 수업을 대체한다. 다양한 지역 축제를 홈경기와 패키지로 묶어 팬들의 만족도도 높였다.강릉=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숨이 턱 막히는 더운 여름. 걸어 다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 뛰어다녀야 한다면? 그것도 90분 동안 몸싸움을 하면서 전력질주를 한다면? 축구 선수들 얘기다. 선수 시절 강철 체력으로 유명했던 차범근 SBS 해설위원도 “한여름에 경기장에 들어서면 평소보다 그라운드가 두 배는 커 보였다”며 “압박이 심하고 공수 전환이 빨라진 현대 축구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상상 그 이상”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축구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걸어 다닐 수는 없는 법. 선수들은 폭염이란 적에 맞서 어떻게 여름나기를 하고 있을까.○ 먹어야 산다? 가장 일반적인 게 ‘보양식형’. 프로축구 서울의 3인방 이승렬 정조국 최효진은 대표적인 보양식 애호가다. 차세대 대표 공격수 이승렬은 산삼 마니아다. 산삼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박찬호(뉴욕 양키스)가 꾸준히 보양식으로 애용했을 만큼 운동선수들에겐 보편적인 보양식. 이승렬의 경우 아버지 친구가 심마니(산삼 캐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라 질 좋은 산삼 수급에도 걱정이 없다. 스트라이커 정조국은 여름만 되면 한약을 찾는다. 최근 탤런트 김성은 씨와 결혼을 한 뒤엔 사랑까지 듬뿍 담긴 한약을 먹고 있다. 수비수 최효진은 오리고기와 보신탕으로 건강을 챙긴다. 1주일에 한 번 이상 보신탕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면 더위가 싹 가신다는 게 그의 설명. 유병수(인천) 김동진(울산) 등도 알려진 보양식 애호가다. ‘영양제형’도 있다. 불혹의 나이에도 K리그 최고 골키퍼로 이름을 날리는 김병지(경남)가 대표주자. 그는 “나도 20대엔 보양식을 즐겨 먹었는데 30대 이후엔 먹기 편하고 속에 부담도 없는 영양보조제를 찾게 됐다”며 웃었다. 몸 관리 잘하기로 유명한 박주영(모나코)과 이영표(알 힐랄)도 비타민 등 영양보조제를 애용한다.○ 수면? 음악 감상? 아니면 이열치열 “잠이 최고의 보약”이라는 ‘수면형’도 있다. 중앙수비수 조용형(제주)은 여름만 되면 낮잠 자는 시간을 늘린다. 이정수(알 사드)나 이동국(전북)도 마찬가지. 김정우(광주)는 “원래 수면 시간이 많은 편인데 여름엔 더 규칙적으로 자고, 틈틈이 잠잘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조용한 가운데 취미생활 등으로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는 ‘명상형’도 있다. 골키퍼 김영광(울산)은 “발라드처럼 차분하고 감미로운 음악을 듣다 보면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청용(볼턴) 윤빛가람(경남) 등도 음악 감상을 하며 더위를 이기는 스타. 공격수 김영후(강원)는 좀 독특하다. 시원하고 조용한 수목원을 찾아 마음을 다스리는 게 그만의 여름나기 노하우다. 더위를 피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맞서는 ‘이열치열형’도 있다. 사우나, 찜질방 등을 찾아 피로를 푸는 선수들이 이 유형. 구자철(제주) 황재원(포항) 조원희(수원) 등은 더울수록 오히려 체력훈련 시간을 늘려 땀을 빼며 여름을 이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남아공 월드컵이 끝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20세 이하 여자 축구 대표팀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은 26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U-20 여자 월드컵 8강전에서 북중미 강호 멕시코를 꺾고 4강 신화를 썼다. 태극낭자들은 남아공에서 사상 최초로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달성한 ‘오빠’ 태극전사들과 닮은 점이 많아 눈길을 끈다.○ 지소연, 슈팅 빠르고 순간스피드 탁월 독일 알렉산드라 포프(7골)에 이어 득점 2위(6골)인 지소연(19·한양여대)의 별명은 ‘여자 박주영’. 이번 대회를 통해 ‘여자 메시’ ‘축구 여제’ 등의 별명도 얻었지만 ‘여자 박주영’이 원조다. 지소연 본인도 “해외 스타 가운데는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퇴)을 가장 좋아하고 국내 선수 가운데는 박주영(모나코)이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지소연은 14일 스위스전에서 골을 넣은 뒤 박주영의 ‘기도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둘 다 순간 스피드가 좋고 반 박자 빠른 슈팅이 최대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또 “첫 번째 볼 터치에서 드리블, 슈팅까지 이어지는 동작이 물 흐르듯 유연해 수비수들이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빠르고 예리한 프리킥 능력도 공통점. 박주영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프리킥으로 한 골을 뽑았고 지소연은 이번 월드컵에서 프리킥으로 두 골을 넣었다.○ 부지런하고 헌신적… 김나래와 김정우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2골을 터뜨려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이현영(19·여주대)은 ‘블루 드래건’ 이청용(볼턴)의 판박이다. 스트라이커 출신인 이현영은 이번 대회에선 측면공격수를 맡아 남아공 월드컵에서 2골을 넣은 이청용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기봉 여주대 감독은 “두 선수 모두 볼 컨트롤이 좋고 스피드가 뛰어나다. 타고난 축구 센스 역시 눈에 띄는 공통점”이라고 밝혔다. 겸손한 성격도 닮았다. 항상 또래 사이에서 최고였지만 입버릇처럼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축구밖에 모르고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4강 신화의 숨은 주역 김나래(20·여주대)의 플레이를 보면 남자 대표팀 김정우(광주)가 연상된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부지런하고 헌신적인 플레이가 닮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대인마크가 뛰어난 점도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먼 거리에서 쏘는 묵직한 중거리슛도 두 선수가 가진 장점.○ 큰키에 순발력… 문소리는 정성룡 보는듯 이번 대회에서의 선전은 공격력도 막강했지만 탄탄한 수비력이 한몫했다는 평가. 그 중심엔 측면수비수 서현숙(18·한양여대)이 있다. 한양여대 이상엽 감독은 “현숙이는 체구가 작지만 침착하고 영리하다. 위치 선정도 탁월해 공격수에게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남자 대표팀의 이영표(알 힐랄)가 연상되는 건 이 때문. 서현숙이 가장 존경하는 축구 선수도 이영표다. 골키퍼 문소리(20·울산과학대)는 매 경기 결정적인 선방으로 팀에 안정감을 가져다 줬다. 175cm의 큰 키에다 순발력까지 좋은 그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주가를 높인 골키퍼 정성룡(성남)과 닮았다는 평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남아공 월드컵이 끝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20세 이하 여자 축구 대표팀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은 26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U-20 여자 월드컵 8강전에서 북중미 강호 멕시코를 꺾고 4강 신화를 썼다. 태극낭자들은 남아공에서 사상 최초로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달성한 '오빠' 태극전사들과 닮은 점이 많아 눈길을 끈다. ●'여자 박주영' 지소연 독일 알렉산드라 포프(7골)에 이어 득점 2위(6골)인 지소연(19·한양여대)의 별명은 '여자 박주영'. 이번 대회를 통해 '여자 메시', '축구 여제' 등의 별명도 얻었지만 '여자 박주영'이 원조다. 지소연 본인도 "해외 스타 가운데는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퇴)을 가장 좋아하고 국내 선수 가운데는 박주영(모나코)이 롤 모델"이라고 말했다. 지소연은 14일 스위스 전에서 골을 넣은 뒤 박주영의 '기도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둘 다 순간 스피드가 좋고 반 박자 빠른 슈팅이 최대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또 "첫 번째 볼 터치에서 드리블, 슈팅까지 이어지는 동작이 물 흐르듯 유연해 수비수들이 막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빠르고 예리한 프리킥 능력도 공통점. 박주영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프리킥으로 한 골을 뽑았고, 지소연은 이번 월드컵에서 프리킥으로 두 골을 넣었다. ●이청용 아바타는 이현영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2골을 터뜨려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이현영(19·여주대)은 '블루 드래곤' 이청용(볼턴)의 판박이다. 스트라이커 출신인 이현영은 이번 대회에선 측면공격수를 맡아 남아공 월드컵에서 2골을 넣은 이청용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기봉 여주대 감독은 "두 선수 모두 볼 컨트롤이 좋고 스피드가 뛰어나다. 타고난 축구 센스 역시 눈에 띄는 공통점"이라고 밝혔다. 겸손한 성격도 닮았다. 항상 또래들 사이에서 최고였지만 입버릇처럼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축구밖에 모르고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4강 신화의 숨은 주역 김나래(20·여주대)의 플레이를 보면 남자 대표팀 김정우(광주)가 연상된다. 박문성 SBS해설위원은 "부지런하고 헌신적인 플레이가 닮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대인 마크가 뛰어난 점도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긴 거리에서 쏘는 묵직한 중거리 슛도 두 선수가 가진 장점. ●침착하고 영리하다…서현숙과 이영표 이번 대회에서의 선전은 공격력도 막강했지만 탄탄한 수비력이 한몫했다는 평가. 그 중심엔 측면수비수 서현숙(18·한양여대)이 있다. 한양여대 이상엽 감독은 "현숙이는 체구가 작지만 침착하고 영리하다. 위치 선정도 탁월해 공격수에게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남자 대표팀의 이영표(알 힐랄)가 연상되는 건 이 때문. 서현숙이 가장 존경하는 축구 선수도 이영표다. 골키퍼 문소리(20·울산과학대)는 매 경기 결정적인 선방으로 팀에 안정감을 가져다 줬다. 175cm의 큰 키에다 순발력까지 좋은 그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주가를 높인 골키퍼 정성룡(성남)과 닮았다는 평가다.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명가의 몰락.’ 두 팀의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단골 우승 후보,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인기 팀, 대표급 선수 구성, 서포터스들의 열광적인 응원이란 공통분모. 하지만 올 시즌엔 약속이나 한 듯 줄곧 하위권에서 맴돌다 사령탑 교체라는 강수까지 뒀다. 프로축구 전통의 명문 포항 스틸러스와 수원 삼성이 25일 명가 부활을 외치며 포항에서 맞붙었다. 경기 전까지 양 팀의 성적은 15개 팀 가운데 11위(수원)와 12위(포항). 모두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위치였지만 최근 분위기만 보면 수원이 좋았다. 수원은 윤성효 신임 감독 체제 이후 최근 정규리그 대구 FC전에서 승리하며 앞서 긴 무승 행진(1무 7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또 컵 대회와 FA컵까지 승리하며 상승세를 탔다. 반면에 포항은 정규리그에서 3월 20일 강원 FC에 승리한 뒤 3무 7패로 한 번도 이겨 보질 못했다. 최근엔 중앙 수비수 황재원의 수원 이적설까지 터지며 분위기가 더 뒤숭숭해진 상황. 하지만 포항은 최근 수원에 유독 강했다. 지난 시즌 4번 맞붙어 모두 승리. 특히 2004년 12월 이후 안방에서 수원에 패한 적이 없었다. 경기 초반엔 이런 징크스가 이어지는 듯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다 올 시즌 K리그에 온 설기현(사진)이 그 중심에 있었다. 설기현은 전반 5분 황진성의 침투 패스를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수원의 골네트를 갈랐다. K리그 3경기 만에 터진 데뷔 골. 설기현은 후반 32분 골대를 맞히는 슛을 날리는 등 이후에도 여러 차례 수원 골문을 위협했다. 수원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수원은 후반 16분 이현진이 염기훈의 패스를 받아 동점 골을 만들어냈다. 이후 공격을 주고받은 양 팀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날 경남 FC는 최하위 대구와의 방문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경남은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뒤 가진 경기에서 전남과의 FA컵 16강전 4-7 패배 등 1무 1패. 24일 경기에선 제주 유나이티드가 인천 유나이티드를 3-2로 꺾고 6연승을 달렸다. 제주(승점 28점)는 성남 일화, FC 서울(이상 승점 27점)에 승점 1점 차로 앞서며 선두를 유지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을 8강으로 이끈 지소연(19·한양여대)의 뒤에는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 김애리 씨(43)는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남편과 갈라선 뒤 네 차례나 큰 수술을 받는 힘겨운 나날 속에서도 딸 뒷바라지에 정성을 다했다. 26일 오전 1시 멕시코와의 8강전을 앞두고 있는 딸을 떠올리며 모처럼 편지를 쓴 어머니의 마음에는 간절한 바람이 배어 나온다.》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겸손한 마음 갖게 해주시고….” 사랑하는 딸, 소연아. 엄마는 오늘 새벽에도 너에 대한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단다. 그 큰 부담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고생하는 너를 생각하면 기도밖에 해줄 게 없는 엄마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야. 엄마는 지난번 미국전이 끝난 뒤 전화로 들려온 너의 목소리가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축구에서만큼은 누구한테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잖아. 배가 아파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아쉽게 졌으니…. 그런데도 엄마가 걱정할까봐 애써 괜찮다고 말하는 너를 보면서, 또 다친 동료의 부상이 심하지 않아 다행이란 말을 가장 먼저 꺼내는 너를 보면서 ‘우리 딸, 이제 다 컸네’라는 생각을 또 한 번 했단다. 소연아, 엄마는 요즘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야. 주변 분들이 밖에만 나가면 “딸 정말 잘 키웠다”고 말해 주시거든. 얼마 전엔 숭연이랑 식당에 갔는데 점심 값을 안 받겠다고 하시더라. 소연이가 시원한 골로 점심 값을 대신하면 된다면서. 엄마가 다니는 병원 의사 선생님도 “딸이 이렇게 대견스러운데 엄마도 뒤지지 않으려면 빨리 건강해져야 되지 않겠느냐”고 걱정해 주시고.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고마운 분들을 위해서라도 소연이는 최선을 다하고, 엄마도 빨리 건강해져 응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딸이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뛸 만큼 훌쩍 큰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옛날 생각을 많이 했어. 소연이가 처음 축구화를 신었을 때부터 모든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치더라. 초등학교 2학년이던 네가 처음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엄마는 반대했었지. 다칠까 걱정됐거든. 그런데 평소 엄마 말이라면 한 번도 어기지 않던 네가 축구에서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고 결국 마음을 열었어. 허락은 했지만 사실 이후에도 말리고 싶은 마음은 숱하게 들었단다. 넌 부상을 당해도 가족이 걱정할까봐 아픈 내색조차 하지 않았잖아. 합숙이 끝난 뒤 집에 와 곯아떨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고. 어쨌든 엄마는 모든 고난을 혼자 힘으로 이겨내고 우뚝 선 소연이가 정말 자랑스럽다. 얼마 전 엄마가 “한국에 돌아오면 남자 친구도 한번 사귀어 보고 결혼도 일찍 하라”고 했더니 네가 그랬었지. 결혼은 엄마 병 다 치료하고, 동생 대학 졸업시킨 뒤 서른 살 넘어 하겠다고. 또 매번 그랬잖아. “실업 팀 가면 월급 나오니까 엄마는 공장일 하지 마. 내가 다 할게”라고. 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엄마는 내색은 안 해도 가슴으로 울었단다. 해준 것도 없는데 항상 가족부터 생각하는 너를 보며 하늘이 우리 집에 천사를 내려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었어. 소연아. 엄마는 사실 요즘 네 경기만 보면 심장이 두근거려 응원할 정신도 없단다. 그래도 국민이 함께 보고 응원해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소연이는 경기를 앞두고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 밤 잠들기 전에 기도를 하겠지. 엄마도 함께 기도할게. 우리 딸 파이팅.정리=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 천천히 회의실로 들어오는 그의 얼굴은 다소 긴장한 듯 상기됐다. 차분하고 중저음에 가까운 목소리도 평소보다 톤이 높아졌다. “기자회견을 하니 진짜 대표팀 감독이 됐다는 실감이 나네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교차합니다.”○ 스페인식 ‘패스 축구’가 롤 모델 축구대표팀을 이끌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조광래 감독(56·사진)이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약 20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대표팀 청사진을 그리는 데 할애했다. 초반 떨리던 목소리는 곧 언제 그랬냐는 듯 확신에 찬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생각하는 지도자’, ‘준비된 지도자’라는 평가답게 답변은 거침이 없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앞으로 오래 봤으면 좋겠다”며 농담을 던지는 그의 얼굴엔 여유마저 넘쳤다. 이날 조 감독이 던진 핵심 키워드는 ‘패스’. 실제 그는 바르셀로나(스페인), 아스널(잉글랜드) 등 빠르고 아기자기한 패스 축구가 강점인 팀들의 경기를 즐겨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프랑스와 브라질에서 축구 유학을 하면서 패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0년 전부터 패스를 강조했다. 그동안 사령탑을 맡은 팀에서도 훈련시간의 70∼80%를 패스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당분간 현 체제 유지 패스 좋은 2, 3명 보강 조 감독이 구상하는 패스 축구에 가장 가까운 팀은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 스페인. 그는 “현대축구의 핵심은 빠른 공수 전환과 공격 축구”라며 “스페인처럼 정교하고 빠른 패스가 뒷받침돼야 이런 축구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스페인이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패스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아마 내가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지금은 남아공 월드컵에 나간 선수들의 능력이 최고다. 당분간 선수 구성의 틀을 깨진 않겠지만 패스 능력이 좋은 2, 3명의 선수는 보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선수 선발? 오로지 실력 조 감독의 별명은 ‘미다스의 손’이다. 무명 선수도 그의 눈에 들면 대박이 터진다. 선수를 보는 남다른 안목과 직접 꼼꼼하게 확인한 뒤 철저하게 실력 중심으로 선수를 선발하는 원칙이 이런 명성을 가져다줬다. 대표팀 선수 선발에 있어서도 그는 “이름값, 나이, 학연, 지연 등을 고려하지 않고 최고의 컨디션을 가진 선수에게 태극마크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표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프로정신으로 무장된 선수를 중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장 2011년 아시안컵에 대비한 선수 선발 원칙도 제시했다. 그는 “당면 목표를 아시안컵 우승으로 둔다면 해외파와 국내파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겠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대비한 징검다리 역할로 생각한다면 과감한 세대교체까지 고려하겠다”고 전했다. 다음 달 11일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 선수 선발과 관련해선 “유럽파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힘들겠지만 되도록 경기에 출전해 국민들과 좋은 경험을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마디로 미다스의 손이죠. 옆에서 지켜보면 감탄사가 나옵니다.” 경남 골키퍼 김병지(40)는 조광래 감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선수를 볼 때 기준이 확실하다. 이름값보다는 직접 플레이를 꼼꼼하게 확인한 뒤 잠재력을 평가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의 말대로 조 감독의 선수 보는 안목은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손을 거친 선수로만 팀을 꾸려도 당장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다. 이제 막 월드컵이 끝난 상황에서 4년 뒤를 대비하기 위한 장기적인 카드로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조광래의 아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이청용(볼턴). 조 감독은 안양 LG(현 FC 서울) 감독 시절이던 2003년 중학생이던 이청용의 플레이를 보고 반해 1억 원이 넘는 파격적인 계약금을 주고 데려왔다. ‘축구 천재’ 박주영(모나코)과도 같은 해 인연이 있었다. 당시 청구고 3학년이던 박주영의 플레이를 눈여겨본 조 감독은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대구 집까지 찾아가 설득했다. 일단 대학에 보내겠다는 가족의 반대로 즉시 영입은 실패했지만 나중에 박주영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박주영은 조 감독이 서울을 떠난 다음 해인 2005년 입단해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 이영표(알 힐랄)와 김동진(울산 현대)도 조 감독의 애제자다. 조 감독은 둘을 영입한 뒤 대표급 수비수로 키워 2000년 LG를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가시마) 역시 조 감독의 작품. 이정수는 2002년 안양 입단 당시 공격수였지만 조 감독의 설득으로 수비수로 전향한 뒤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서울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유럽에서 지도자 공부를 하던 조 감독은 당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활약하던 박지성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맨유, 첼시 등 빅 클럽의 적극적인 구애로 고민하던 박지성에게 맨유 입단을 권유한 것은 그였다. 2006년 경남 사령탑에 오른 뒤에도 그의 안목은 빛을 발했다. 이용래 윤빛가람 김동찬 등 젊은 선수를 발굴해 경남은 ‘경남유치원’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 마디로 미다스의 손이죠. 옆에서 지켜보면 감탄사가 나옵니다." 경남 골키퍼 김병지(40)는 조광래 감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선수를 볼 때 기준이 확실하다. 이름값보다는 직접 플레이를 꼼꼼하게 확인한 뒤 잠재력을 평가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의 말대로 조 감독의 선수 보는 안목은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손을 거친 선수로만 팀을 꾸려도 당장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다. 이제 막 월드컵이 끝난 상황에서 4년 뒤를 대비하기 위한 장기적인 카드로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조광래의 아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이청용(볼턴). 조 감독은 안양 LG(현 FC 서울)감독 시절이던 2003년 중학생이던 이청용의 플레이를 보고 반해 1억 원이 넘는 파격적인 계약금을 주고 데려왔다. '축구 천재' 박주영(모나코)과도 같은 해 인연이 있었다. 당시 청구고 3학년이던 박주영의 플레이를 눈여겨 본 조 감독은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대구 집까지 찾아가 설득했다. 일단 대학에 보내겠다는 가족의 반대로 즉시 영입은 실패했지만 나중에 박주영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박주영은 조 감독이 서울을 떠난 다음 해인 2005년 입단해 둘은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 이영표(알 힐랄)와 김동진(울산 현대)도 조 감독의 애제자다. 조 감독은 둘을 영입한 뒤 대표급 수비수로 키워 2000년 LG를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가시마) 역시 조 감독의 작품. 이정수는 2002년 안양 입단 당시 공격수였지만 조 감독의 설득으로 수비수로 전향한 뒤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서울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유럽에서 지도자 공부를 하던 조 감독은 당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활약하던 박지성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맨유, 첼시 등 빅 클럽들의 적극적인 구애로 고민하던 박지성에게 맨유 입단을 권유한 것은 그였다. 2006년 경남 사령탑에 오른 뒤에도 그의 안목은 빛을 발했다. 이용래, 윤빛가람, 김동찬 등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 경남은 '경남유치원'으로 불리기 시작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여기에 별이 하나 떠 있네요.” 설날을 하루 앞둔 제법 쌀쌀한 오후 한때. 지나가던 스님이 어느 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더니 이렇게 말했다. 시주하러 나온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스님은 방문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스님이 눈길을 준 방 안엔 돌을 막 지난 한 아이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로부터 18년 뒤. 어머니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스님이 말한 의미를.○ 강단 센 여장군 아이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개구쟁이였다. 사내처럼 짧게 깎은 머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 체격은 반에서 가장 작았지만 남자 아이들보다 영리하고 운동신경도 좋았다. 그래서 학교에서 불린 별명이 ‘여장군’. 강단도 남달랐다. 하루는 아파트 앞에 불법 복제 책을 파는 잡상인이 등장했다. 아이는 집요하게 그를 따라다니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건 가짜”라고 말하고 다녔다. 화가 난 잡상인이 아무리 겁을 줘도 아이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아이는 발길질을 당했고, 그 장면을 본 동네 주민들이 잡상인을 끌고 경찰서로 갔다. 경찰서에서도 어른스럽게 자기 생각을 조목조목 밝히는 아이를 본 동네 주민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는 나중에 크게 될 거야.”○ 축구 여제의 탄생 아이에게 인생의 전환점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왔다. 평소 공차는 걸 좋아하던 그는 우연히 학교 축구부 모집 전단을 본 뒤 축구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부모 생각은 절대 반대. 남자 아이들과 함께 거친 운동을 하는 걸 지켜볼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딸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피아노, 태권도, 바이올린 등 다른 걸 아무리 시켜도 아이는 오로지 축구만 했다. 결국 “축구하면 키가 큰다. 또 얼마나 멋있느냐”는 이웃집 아저씨의 설득에 힘입어 아이는 꿈에도 그리던 축구 유니폼을 입었다. 초등학생 시절 여자 축구부가 없어 남자 아이들과 뛸 때부터 아이는 두각을 나타냈다. 여자 축구부에서 뛰기 시작한 중학교 이후엔 또래 가운데 적수가 없었다. 중학교 3년 동안 12번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고등학생 땐 대회마다 최우수선수를 휩쓸어 ‘괴물’이라 불렸다. 남녀 축구대표팀을 통틀어 최연소 A매치 데뷔(15세 8개월), 최연소 A매치 골(15세 293일)의 주인공은 그의 몫이었다. 그리고 현재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그는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5골을 몰아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누나이자 아빠” “엄마, 나 잘했지? 아프지 마.” 17일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난 직후 어머니는 딸에게서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전화비 비싸다고 전화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면서도 본인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는 딸. 어머니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어머니는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은 뒤 이후 큰 수술을 세 번이나 더 받았다. 일찍이 남편과 갈라서면서 경제사정이 어려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정부 지원금을 받는 힘든 형편. 딸은 항상 어머니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아빠 몫까지 다 할게. 조금만 기다려 줘.” 어머니 김애리 씨(43)는 “자기는 간식 하나 사먹는 것도 아끼면서 고등학생인 남동생에게 아낌없이 사주는 딸을 보면 고마우면서 또 미안하다”고 말했다. 남동생 숭연 군(17)은 “누나는 누나이면서 아빠다. 누나를 보면서 나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배운다”고 전했다. 밤하늘의 별처럼 한국 축구를 빛내고 있는 지소연(19·한양여대) 얘기다. 지소연의 활약을 앞세워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8강행을 이미 확정지은 한국은 22일 오전 1시 독일 빌레펠트에서 미국을 상대로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프로복싱 선수가 경기 후 쓰러져 의식불명상태에 빠졌다. 배기석(23·부산거북체육관·사진)은 17일 충남 예산중학교에서 열린 정진기(일산주엽체육관)와의 슈퍼플라이급(52.160kg) 한국타이틀 매치에서 8회 TKO패를 당한 뒤 두통과 구토 증세를 보여 예산병원으로 이송됐다. 이곳에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에 따라 다시 대전 을지병원으로 옮겨져 검사 후 5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임정근 부산거북체육관장은 “경기 도중 선수 간 충돌이 많았고 몇 차례 큰 펀치를 허용했는데 그게 악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을지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의식이 없었다. 한 차례 큰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2003년 5월 프로에 데뷔한 배기석은 7승(4KO) 1무 7패를 기록하고 있다. 복싱계는 2007년 12월 프로복서 최요삼이 경기 직후 뇌출혈을 일으켜 숨진 지 2년 6개월 만에 다시 사고가 터져 충격에 휩싸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900만 파운드(약 167억 원)에 사고 싶다.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다.” 남아공 월드컵이 한창이던 5일 아일랜드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해설자 앤디 타운센드는 영국의 한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축구 전문매체 골닷컴은 18일 월드컵에서 활약한 선수 가운데 비용 대비 효과적인 스타 11명을 꼽으며 공격수 자리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축구 천재’ 박주영(25·AS모나코) 얘기다.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그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이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5개 구단이 그의 영입에 관심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예상 몸값도 엄청나다. 2008년 여름 서울에서 모나코로 이적할 당시 받은 200만 유로(약 32억 원)의 3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핵심 키워드는 ‘유연성과 스피드’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이적설이 터져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박주영의 달라진 위상을 말해 준다. 대체 그의 어떤 매력이 유럽의 내로라하는 구단들을 반하게 만들었을까. 프로축구 8개 구단 스카우트들로부터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스카우트들이 가장 높게 평가한 부분은 바로 유연성. 한 사람당 3개 항목을 꼽은 뒤 1위 3점, 2위 2점, 3위 1점씩을 부여해 합산한 점수에서 유연성은 14점을 얻었다. 황득하 스카우트(수원)는 “박주영이 고등학생일 때부터 지켜봤는데 유연성과 탄력이 아프리카 선수 못지않았다. 차범근 전 감독도 박주영이 뛰던 서울을 상대할 당시 ‘유연하게 돌아서는 주영이의 몸놀림을 정말 막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부분은 순간 스피드(11점). 이병근 스카우트(경남)는 “보통 스카우트들이 공격수를 평가할 때 순간 스피드와 볼 컨트롤을 가장 먼저 본다. 박주영은 스피드를 살리면서 볼 컨트롤이 가능한 보기 드문 공격수”라고 평가했다. 남창훈 스카우트(포항)도 “압박이 심한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가 살아남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은 스피드와 유연성”이라며 “박주영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수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무쇠 몸’으로 진화 축구 지능(7점), 골 결정력(6점), 위치 선정(5점)이 뒤를 이었다. 이평재 스카우트(전남)는 “축구 지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부분이 많다. 축구 지능을 일반 지능지수로 환산한다면 박주영은 150이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 컨트롤(2점), 헤딩 능력(2점), 창의력(1점)에 점수를 준 스카우트들도 있었다. 대표팀 중앙 수비수 조용형(제주)은 월드컵이 끝난 뒤 “주영이가 상대 장신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서도 제공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거친 몸싸움도 잘했다”며 놀라워했다. 스카우트들도 박주영이 프랑스 리그에서 뛰면서 가장 크게 좋아진 점으로 몸싸움과 헤딩 능력을 꼽았다. 남 스카우트는 “체격이 크고 몸싸움이 좋은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스스로 생존법을 터득한 것 같다. 한땐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았지만 이젠 무쇠 몸이 됐다”고 감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어릴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박주영은 청구고 1학년 때인 2001년 포항, 전남 지역 축구 꿈나무 20명과 함께 브라질로 축구 유학을 떠났다. 당시 함께 갔던 이평재 전 광양제철고 감독(현 전남 스카우트)은 이렇게 말했다. “주영이의 플레이를 지켜본 상대 감독들의 반응은 한결같았죠. 모두 ‘저 아이가 대체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어요.”○ 어린 나이에 이해-집중력 탁월 11개월 동안 브라질의 ‘지쿠(하얀 펠레로 불린 브라질의 전설적인 선수) 축구 교실’에서 유학한 박주영은 전 세계에서 모인 쟁쟁한 꿈나무 사이에서도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축구 교실이 내린 선수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한국 선수는 5명. 그중에서도 박주영은 ‘브라질에서 뛰어도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 받은 유일한 선수였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축구 교실이었지만 그에게만큼은 ‘몸이 유연하고 축구 센스가 좋다. 점프력과 위치 선정도 발군이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국 선수들은 매주 두 차례씩 현지 유소년 클럽 선수들과 경기를 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다른 선수들은 남미, 유럽 선수들의 개인기와 힘에 눌렸지만 박주영은 반대였다. 스펀지처럼 선진 축구를 흡수했다. ○ 당시 감독 “브라질서도 성공 가능” 당시 한국 선수들을 지도했던 브라질의 자이니 감독은 “축구를 이해하고 공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는 선수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집중력도 좋다”며 극찬했다. 훈련도 가장 열심히 했다. 이 스카우트는 “주위에서 잘한다고 아무리 칭찬해도 씩 웃고 말 뿐 게으름을 부린 적이 없다. 남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와 한 시간 늦게 들어갔다”고 전했다. 또 “평소엔 유순한데 그라운드에만 나서면 싸움닭처럼 승부욕이 엄청났다”고 덧붙였다. 당시 연습경기에서 박주영을 수비했던 한 브라질 선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이런 말을 했다. “저 선수는 얼굴색만 다르지 브라질 선수보다 더 유연하다. 나중에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900만 파운드(약 167억 원)에 사고 싶다.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다." 남아공 월드컵이 한창이던 5일 아일랜드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해설자 앤디 타운센드는 영국의 한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축구 전문매체 골닷컴은 18일 월드컵에서 활약한 선수 가운데 비용 대비 효과적인 스타 11명을 꼽으며 공격수 자리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축구 천재' 박주영(25·AS모나코) 얘기다.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그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이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5개 구단이 그의 영입에 관심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예상 몸값도 엄청나다. 2008년 여름 서울에서 모나코로 이적할 당시 받은 200만 유로(약 32억 원)의 3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 핵심 키워드는 '유연성과 스피드'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이적설이 터져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박주영의 달라진 위상을 말해 준다. 대체 그의 어떤 매력이 유럽의 내로라하는 구단들을 반하게 만들었을까. 프로축구 8개 구단 스카우트들로부터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스카우트들이 가장 높게 평가한 부분은 바로 유연성. 한 사람 당 3개 항목을 꼽은 뒤 1위 3점, 2위 2점, 3위 1점씩을 부여해 합산한 점수에서 유연성은 14점을 얻었다. 황득하 스카우트(수원)는 "박주영이 고등학생일 때부터 지켜봤는데 유연성과 탄력이 아프리카 선수 못지않았다. 차범근 전 감독도 박주영이 뛰던 서울을 상대할 당시 '유연하게 돌아서는 주영이의 몸놀림을 정말 막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부분은 순간 스피드(11점). 이병근 스카우트(경남)는 "보통 스카우트들이 공격수를 평가할 때 순간 스피드와 볼 컨트롤을 가장 먼저 본다. 박주영은 스피드를 살리면서 볼 컨트롤이 가능한 보기 드문 공격수"라고 평가했다. 남창훈 스카우트(포항)도 "압박이 심한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가 살아남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은 스피드와 유연성"이라며 "박주영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수십 년에 한번 나올까 하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무쇠 몸'으로 진화 축구 지능(7점), 골 결정력(6점), 위치 선정(5점)이 뒤를 이었다. 이평재 스카우트(전남)는 "축구 지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부분이 많다. 축구 지능을 일반 지능 지수로 환산한다면 박주영은 150이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 컨트롤(2점), 헤딩 능력(2점), 창의력(1점)에 점수를 준 스카우트들도 있었다. 대표팀 중앙 수비수 조용형(제주)은 월드컵이 끝난 뒤 "주영이가 상대 장신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서도 제공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거친 몸싸움도 잘했다"고 놀라워했다. 스카우트들도 박주영이 프랑스 리그에서 뛰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으로 몸싸움과 헤딩 능력을 꼽았다. 남 스카우트는 "체격이 크고 몸싸움이 좋은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스스로 생존법을 터득한 것 같다. 한땐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았지만 이젠 무쇠 몸이 됐다"고 감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지난달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룸폰테인의 프리스테이트 경기장. 월드컵 16강전에서 잉글랜드가 독일에 1-4로 참패한 이날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카메라에 가장 먼저 비친 얼굴은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아니었다. 벤치에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감독이 되기엔 너무 이른 나이. 하지만 잉글랜드 언론과 팬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그의 이름을 첫손가락에 꼽고 있다. ‘꽃미남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35·LA갤럭시) 얘기다. 웹포털 야후의 글로벌 홍보대사인 그가 15일 야후 주최로 영국 런던에서 열린 월드 인터뷰로 전 세계 팬들과 만났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홍콩 인도 등 19개국 언론사 취재진과 팬들이 첨단 영상회의 시스템으로 90분 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동아일보는 한국을 대표해 인터뷰에 참석했다.》○ 한국? 독일처럼 잘 정비된 팀“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모두 봤고 팀의 일원으로 함께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월드컵에서 한국 경기를 봤느냐는 질문에 베컴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렇게 얘기했다. 그는 “한국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항상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특별한 팀”이라며 “16강 진출은 대단한 업적이자 영광스러운 승리”라고 극찬했다.그는 “특히 한국 선수들의 열정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한국의 조직력도 높게 평가했다. 독일처럼 하나의 결집된 모습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것. 한국 대표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선수를 꼽아 달라는 질문엔 잠시 고민하더니 “한 선수만을 고르기 힘들다”고 답했다. 조직력이 좋은 한국은 팀으로 빛이 나 팀 전체를 꼽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베컴은 “열광적인 팬들의 환호가 머릿속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시 나는 ‘모히칸 헤어스타일’(수탉처럼 가운데만 남긴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는데 젊은 엄마가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아기를 데리고 보러온 게 생각난다”며 웃었다.○ 보물 1호는 아내와 세 아들베컴은 가족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여성그룹 ‘스파이스걸스’ 멤버였던 아내 빅토리아와 세 아들 얘기를 할 때면 흥에 겨워 목소리가 높아졌고 흐뭇한 듯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온몸에 문신을 한 타투 마니아인 그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문신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도 주저 없이 “등에 새겨진 세 아들 이름과 팔에 새겨진 아내 이름 문신”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아들이 문신을 하겠다고 하면 허락할 건가’라고 묻자 “아내가 그걸 좋아할지 모르겠다. 아버지도 문신을 좀 했는데 어머니가 썩 좋아하진 않으셨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을 당시 축구장을 찾은 아내와의 첫 만남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너무 부끄러워 처음에 말도 못 붙였던 사연, 첫 키스 장소, 처음 3개월 동안 비밀 만남을 가졌던 추억 등을 회상할 땐 수줍은 듯 얼굴이 붉어졌다. 베컴은 “내 모든 계획의 최우선 순위는 아내와 세 아들”이라며 ‘공인 애처가’다운 면모를 보였다.○ 2014년 월드컵 결승에서 결승골 넣고 싶어베컴은 감독직과 관련해선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좋아하지만 아직은 선수로서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경기를 꼽아 달라는 질문엔 “잉글랜드 대표팀 일원으로 우승을 결정짓는 골을 성공시킨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이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베컴은 자신을 한마디로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결단력’이란 단어를 선택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 단어를 좋아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말이죠.”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동영상 = 베컴, 전세계 팬들과 화상인터뷰▼65인치 스크린 3개 연결… 숨소리도 들려▼최첨단 화상회의 시스템 지구 반대편에 있었지만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대화를 할 때면 상대방이 손에 닿을 듯 실물 크기로 눈앞에 있었다.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전 세계 팬들의 화상 인터뷰 배경엔 최첨단 과학이 숨어 있었다. 미국 네트워크 통신회사인 시스코가 개발한 텔레프레즌스 시스템 덕분이다. 텔레프레즌스는 영상회의 장비와 회의실이 결합된 최첨단 시스템이다. 핵심은 65인치 스크린 3개가 연결된 초고화질(full HD) 비디오 이미지. 상대방 모습이 화상 인터뷰에서도 실제처럼 그대로 구현됐다. 공간지각형 오디오는 베컴의 숨소리까지 들리도록 정교하게 장치돼 대화에 생동감을 더했다. 회의실 내부 인테리어와 조명 등도 최상의 대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작됐다. 직접 체험한 기자는 마치 베컴과 같은 장소에서 얘기를 나누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시스코코리아 이영미 홍보이사는 “최근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도 텔레프레즌스가 사용됐다. 기업회의는 물론이고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미래형 회의 시스템”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룸폰테인의 프리스테이트 경기장. 월드컵 16강전에서 잉글랜드가 독일에 1-4로 참패한 이날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카메라에 가장 먼저 비친 얼굴은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아니었다. 벤치에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감독이 되기엔 너무 이른 나이. 하지만 잉글랜드 언론과 팬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그의 이름을 첫 손가락에 꼽고 있다. '꽃미남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35·LA갤럭시) 얘기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야후의 글로벌 홍보대사인 그가 15일 야후 주최로 영국 런던에서 가진 월드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 팬들과 만났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홍콩, 인도 등 19개국 언론사 취재진과 팬들이 첨단 영상회의 시스템으로 90분 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동아일보는 한국을 대표해 인터뷰에 참석했다. ● 한국? 독일처럼 잘 정비된 팀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모두 봤고, 팀의 일원으로 함께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월드컵에서 한국 경기를 봤느냐는 질문에 베컴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렇게 얘기했다. 그는 "한국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항상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특별한 팀"이라며 "16강 진출은 대단한 업적이자 영광스러운 승리"라고 극찬했다. 그는 "특히 한국 선수들의 열정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한국의 조직력도 높게 평가했다. 독일처럼 하나의 결집된 모습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것. 한국 대표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선수를 꼽아 달라는 질문엔 잠시 고민하더니 "한 선수만을 고르기 힘들다"고 답했다. 조직력이 좋은 한국은 팀으로 빛이 나 팀 전체를 꼽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베컴은 "열광적인 팬들의 환호가 머리 속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시 나는 '모히칸 헤어스타일(수탉처럼 가운데만 남긴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는데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젊은 엄마가 아기를 데리고 보러온 게 생각난다"며 웃었다.● 보물 1호는 아내와 세 아들 베컴은 가족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여성그룹 '스파이스 걸즈' 멤버였던 아내 빅토리아와 세 아들 얘기를 할 때면 흥에 겨워 목소리가 높아졌고, 흐뭇한 듯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온 몸에 문신을 한 타투 마니아인 그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문신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도 주저 없이 "등에 새겨진 세 아들 이름과 팔에 새겨진 아내 이름 문신"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아들이 문신을 하겠다고 하면 허락할 건가"라고 묻자 "아내가 그걸 좋아할지 모르겠다. 아버지도 문신을 좀 했었는데 어머니가 썩 좋아하진 않으셨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을 당시 축구장을 찾은 아내와의 첫 만남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너무 부끄러워 처음에 말도 못 붙였던 사연, 첫 키스 장소, 처음 3개월 동안 비밀 만남을 가졌던 추억 등을 회상할 땐 수줍은 듯 얼굴이 붉어졌다. 베컴은 "내 모든 계획의 최우선 순위는 아내와 세 아들"이라며 '공인 애처가'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2014년 월드컵 결승에서 결승골 넣고 싶어 베컴은 감독직과 관련해선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좋아하지만 아직은 선수로서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경기를 꼽아달라는 질문엔 "잉글랜드 대표팀 일원으로 우승을 결정짓는 골을 성공시킨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이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베컴은 자신을 한 마디로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결단력'이란 단어를 선택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 단어를 좋아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말이죠."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13일 경북 영천체육관. 홍팀 중량급 선수가 묵직한 돌려차기를 날리자 키가 20cm 이상 작은 청팀 경량급 선수가 날렵한 뒤차기로 응수해 2점을 획득했다. 힘과 스피드의 대결에서 스피드가 승리하는 순간 플로어 옆에서 지켜보던 홍팀 감독이 교체를 의미하는 빨간 깃발을 들어올렸다. 중량급 선수가 머쓱한 표정으로 내려가자 이번엔 날렵한 경량급 선수가 등장했다. 청팀 경량급 선수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자 청팀 감독도 새로운 교체 카드로 응수했다. 경기 내내 감독과 동료 선수들은 목청이 터져라 작전을 지시했다. 관중석의 열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발차기가 오갈 때마다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한 40대 여성은 “어제 우연히 단체전 경기를 본 뒤 너무 재미있어서 다시 체육관을 찾았다. 태권도가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운동인 줄 몰랐다”며 활짝 웃었다. 제1회 국제클럽오픈태권도대회(한국실업태권도연맹, 영천시, 경북태권도협회 공동 주최)가 영천에서 열렸다. 60여 개국에서 온 3000여 명의 선수가 9∼13일 태권도로 ‘별의 도시’ 영천을 뜨겁게 달궜다. 이번 대회의 백미는 역시 단체전. 그동안 실업대회에서 단체전을 이벤트 경기로 한 적은 있지만 국제대회로 격상시켜 본격적으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미있는 태권도’란 대회 슬로건에 맞춰 규칙도 새롭게 다듬어졌다. 5인조의 경우 전반전엔 양팀에서 5명(선봉 전위 중견 후위 주장)이 차례로 나서 1분씩 실력을 겨뤘다. 단체전의 하이라이트는 후반전이었다. 10분 경기에서 선수 교체는 자유. 감독의 교체 신호에 따라 한 선수가 10분을 뛸 수도, 1초 만에 교체될 수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양팀 간 치열한 전략싸움이 볼거리를 더했다. 단국대 태권도학과 이재구 코치는 “단체전에선 상대 선수가 자주 쓰는 발동작이나 습관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파악하면 경량급 선수도 중량급 선수를 쓰러뜨릴 수 있다”며 웃었다. 또 경기가 느슨해질 만하면 쉼 없이 선수가 교체돼 관객들의 흥미를 끌었다. 5초 안에 공격하지 않으면 경고를 주고 머리 공격 등에 점수를 후하게 준 것도 박진감 넘치는 태권도를 이끌어 낸 요인이란 평가. 김태일 실업연맹 회장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단체전에 대한 국내외 평가가 아주 좋다”며 “앞으로 더욱 발전시키면 국가 간 자존심을 겨루는 태권도 ‘월드리그’ 창설도 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영천=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태권+마상무예… 2대2 겨루기… “아이디어 넘쳐요”▼‘말을 탄 사람이 활을 쏜다. 도복을 입은 시범 단원이 품새 동작으로 능숙하게 활을 막아 낸다. 기마 무인과 태권 무인과의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한국실업태권도연맹이 구상 중인 태권도 콘텐츠 가운데 하나다. 태권도에 ‘재미’를 입히기 위한 실업연맹의 노력은 이번 국제클럽오픈태권도대회에서 단체전 등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하며 탄력을 받았다. 실업연맹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콘텐츠는 태권도와 마상무예(말을 탄 상태에서 창 검 활 등을 사용하는 전통무예)를 결합한 ‘태권마상무예’. 태권도의 화려한 동작과 마상무예의 역동성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태권도 시범이다. 팀별로 2명씩 동시에 출전해 겨루기를 하는 ‘2 대 2 겨루기’도 새로운 시도다. 2 대 2 겨루기는 실업대회에서 시범종목으로 이미 몇 차례 선보여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다소 단조롭고 직선적인 공격 위주인 일대일 겨루기에 비해 여러 방향에서 입체적인 공격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매력. 팀원끼리 호흡을 맞춰 협공을 할 수 있어 다양한 전략을 짜는 것도 가능하다. 좀 더 규칙을 정비해 부상의 위험성만 낮춘다면 대표 인기종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수십 명이 한꺼번에 나와 겨루기로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격투 배틀’도 새롭게 구상 중인 콘텐츠. 실업연맹은 기존 사각 경기장보다 큰 원형경기장에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밖에 태권도에 발레나 비보이 공연 등을 결합한 ‘퓨전 태권도 시범’ 등도 검토하고 있다.}
박주영(25·AS모나코)의 표정은 밝았다. 우루과이와의 월드컵 16강전에서 좌절했던 아쉬움은 이미 훌훌 털어낸 모습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월드컵 기간 국민들이 보내준 뜨거운 성원을 기억하고 있다. 이제 유럽 무대에서의 활약으로 그 성원에 보답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끈 박주영이 11일 인천 월드컵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프랑스 1부 리그의 강호 모나코와 가진 친선 경기에 출전했다. 월드컵 이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박주영은 선발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벤치에 앉아 있는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가끔 대형 화면에 그의 얼굴이 잡힐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박주영은 수줍은 듯 밝은 미소로 팬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박주영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후반 30분 그라운드를 밟았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경기에 앞서 따로 훈련할 여유도 없었지만 특유의 날카로운 몸놀림은 살아 있었다. 간결한 드리블과 예리한 시야도 돋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박주영은 “특별한 날, 특별한 경기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과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드려 만족한다.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 라콩브 모나코 감독은 “박주영의 나라에 와서 경기해 즐거웠다. 박주영의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15분 동안만 뛰게 했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에선 양 팀이 2-2로 비겼다. 인천은 전반 2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도화성과 이세주가 골을 터뜨렸다. 수원 윤성효 감독 데뷔전 日팀과 친선경기 0-0 비겨한편 이날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일본 우라와 레즈의 친선경기도 0-0으로 비겼다. 차범근 감독의 뒤를 이어 지난달 수원 사령탑을 맡은 삼성 윤성효 감독(48)은 데뷔전에서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힘겹게 이 말을 내뱉은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큰 한숨을 내쉰 그의 눈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월드컵은 이게 아니다. 당분간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힘겹게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지난달 27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열린 월드컵 16강전 직후였다. 한국이 우루과이에 1-2로 패한 이날 ‘라이언 킹’ 이동국(31·전북·사진)이 12년을 기다린 월드컵도 끝이 났다. 월드컵 휴식기를 거친 뒤 재개된 K리그 전북-대구 경기가 열린 10일 전주 월드컵경기장. 전북은 그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이날을 ‘라이언 킹 데이’로 지정했다. 어린이 팬들은 이동국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서포터스들은 ‘이동국 송’을 부르며 경기장을 달궜다. 후반 초반 마침내 이동국이 모습을 드러내자 1만2000여 명의 팬은 일제히 환호했다. 지난 시즌 K리그 득점왕 이동국에게 ‘정리할 시간’은 많이 필요치 않았다. 전북이 2-0으로 앞선 후반 9분 김형범을 대신해 들어간 그는 교체 투입 22분 만에 3-0으로 앞서는 쐐기 골을 터뜨렸다. 루이스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 손에 맞고 나오자 오른발 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그는 후반 추가 시간에는 재치 있는 로빙슛으로 상대 골네트를 다시 흔들며 넘치는 ‘킬러 본능’을 과시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부담을 털어낸 듯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장에 걸린 대형 현수막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홈팬들의 응원이 많은 힘이 됐다”며 웃었다. 또 “월드컵이 끝난 뒤 주변에서 격려를 많이 해줘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내 축구 인생은 다시 시작”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은 전반 27분과 후반 6분 터진 로브렉의 두 골과 이동국의 두 골을 묶어 4-0으로 승리하며 앞선 3경기 1무 2패의 부진에서 벗어났다. 5승 4무 2패(승점 19)로 6위. 대구는 2승 2무 7패(승점 8)로 14위. 포항 스틸러스는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다 국내로 유턴한 설기현(포항)은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최근 9경기 3무 6패에 머문 포항은 2승 4무 6패(승점 10)로 11위. 전남은 3승 3무 6패(승점 12)로 한 계단 높은 10위.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정말 지독하게 인연이 없었다. 유럽 정상급 초호화 멤버, 예선을 가볍게 통과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지니고도 본선무대에만 서면 작아졌다. 월드컵 80년 역사에서 이 팀이 거둔 최고 성적은 4위. ‘무적함대’란 별명으로 자신만만하게 결전의 땅에 입성했지만 대회가 끝날 때면 ‘새가슴’이란 손가락질을 받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으며 한을 풀었다. 8일 남아공 더반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독일을 1-0으로 꺾은 스페인 얘기다. 스페인의 결승 진출은 독일 징크스를 털고 이룬 성과라 기쁨이 더 컸다. 역대 월드컵에서 스페인은 독일을 한 번도 잡지 못했다. 그동안 세 번 만나 2무 1패. 독일의 캡틴 필리프 람(바이에른 뮌헨)은 경기를 앞두고 “스페인은 최강의 상대지만 우리는 월드컵 본선에서만큼은 스페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게다가 독일은 월드컵 3회 우승, 4회 준우승에 빛나는 토너먼트의 절대 강자. 이번 월드컵까지 3회 연속 4강에 진출하며 그 명성을 이어갔다. 젊은 피로 수혈을 받은 ‘신형전차’ 독일은 어느 때보다 강했다. 하지만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는 독일을 압도했다.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한 끝에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바르셀로나)의 한 방으로 독일 징크스를 훌훌 털었다. 경기가 끝난 뒤 비센테 델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이제 스페인 축구가 정상에 오를 때가 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독일은 아르헨티나 징크스에 또 울었다. 독일은 자국에서 열린 2006년 월드컵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준결승에 올랐지만 이탈리아와 연장 승부 끝에 0-2로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도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4-0으로 대파했지만 스페인 벽을 넘지 못했다.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아르헨티나를 꺾은 팀은 다음 경기에서 패한다’는 징크스가 독일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제외하곤 루마니아(1994년 미국), 네덜란드(1998년 프랑스)도 아르헨티나를 꺾은 뒤 고배를 마셔 1994년부터 이 징크스는 이어져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