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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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hic@donga.com

취재분야

2026-01-11~202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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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쿤데라의 모든 것, 15권에 묶어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82)의 전집. 1975년 프랑스에 정착한 쿤데라의 신작은 주로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를 통해 단행본 행태로 나왔을 뿐 전집으로 묶인 적은 드물다. 쿤데라의 장편소설, 단편집, 에세이, 희곡 등을 15권의 책으로 구성했다. 이번에 ‘농담’ ‘삶은 다른 곳에’ ‘웃음과 망각의 책’ ‘불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5권이 먼저 나왔고, 내년 1월부터 홀수 달에 한 권씩 출간해 2013년 7월 전집을 완성할 계획이다. 전집에 포함된 에세이 ‘어느 만남’(2012년 3월 출간 예정)과 희곡 ‘자크와 그의 주인’(2013년 출간 예정)은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작품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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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희문학창작촌 ‘동네 창작소’로 변하나

    도심 속 창작 공간으로 문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서울 서대문구 연희문학창작촌이 개관 2년여 만에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문인들이 직접 관리하고 이용했던 이 공간의 운영에 주민들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것. 그러나 문인들의 우려도 적잖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작가들의 집필 활동에 방해를 줄 수 있어 시민만 있고 작가는 없는 공간이 될지 모른다”는 염려다. 2009년 11월 개관한 연희문학창작촌은 서울시가 만들어 서울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 강원 인제군 백담사 만해마을과 함께 국내 대표적 문인 창작촌으로 꼽혀왔다. 지난달 서울시는 연희문학창작촌의 운영위원회를 폐지하고, 주민과 지역문화인 등이 참여하는 ‘주민공동협의회’를 신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 운영위원회는 문인 7명으로 구성돼 창작촌 운영 및 향후 계획을 문인 스스로 결정하는 형태였지만 새로 출범하는 주민공동협의회는 입주 작가를 포함한 문인 3명 외에 주민, 지역문화단체장, 서대문구 문화담당자, 문학단체 간부를 참여시켜 총 7명 이상이 참여한다. 문인 외의 인사가 절반을 넘는 셈이다. 연희문학창작촌의 주민 참여 확대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펼치고 있는 ‘참여 시정(市政)’의 일환이다. 서울시 문화사업팀 관계자는 “예술가들만 소통하는 것은 의미가 적다. 행정적으로는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주민들의 참여를 제도화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연희문학창작촌은 대지 6915m², 총면적 1480m²의 공간에 건물 4채, 집필실 20개, 공동휴게실, 산책로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입주 경쟁률이 3 대 1을 웃돌며 작가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운영위원들이 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문단 활동과 향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입주 작가를 선정했다. 신달자 은희경 성석제 김인숙 김사인 백가흠 백영옥 등 문인 100여 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시는 갓 등단한 작가나 등단 전인 작가지망생에게 집필실을 내주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유명 작가들에게 치중됐던 집필실의 문호를 일반인들에게 넓히자는 취지다. 하지만 연희문학창작촌을 거쳐 간 문인들은 “지금도 시낭송회나 문학치료 등 주민 참여 행사가 많다. 시민들이 상주할 경우 작가들의 집필 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달자 시인은 “창작촌은 ‘순전히 분위기’다. 훌륭한 작가가 많이 들어와서 서로 자극하고 분발해 큰 작품을 써내자는 게 창작촌의 기본 취지인데 그게 훼손될 수 있다”며 “연희문학창작촌은 ‘조용하고 신비스러운 공간’이어서 문인들이 찾았는데 (일반)사람이 많이 오면 그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택수 시인은 “습작생 정도는 입주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문청(文靑)이라는 것은 가난해야 하는데 좋은 방 잡아주면 좋은 작품이 나올까. 주민 참여는 좋지만 어떻게 참여시킬까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희문학창작촌이 ‘동네예술창작소’로 변할 것이라는 걱정도 문단에선 나온다. 동네예술창작소는 박 시장의 주요 문화 공약 가운데 하나로 서울 25개구에 주민이 이용하는 예술 창작공간을 만드는 사업이다. 서울시 문화사업팀 관계자는 “연희문학창작촌이 동네예술창작소로 변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둘은 별개의 사업”이라며 “연희문학창작촌의 최종 운영 방안은 의견 수렴을 통해 내년 초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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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낡은 모텔 침대에 몸을 누인 느낌…

    한한(韓寒·29·사진)은 중국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자를 뜻하는 중국식 표현)’ 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다. 1999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이듬해 낸 첫 장편 ‘삼중문(三重門)’이 중국에서 200만 부 넘게 팔리며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주인공을 일류 대학에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와 그런 부모에게 뇌물을 요구하는 부패한 사회를 그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중국에서 출간된 이 신작도 전작과 사회비판적 궤를 같이한다. 중국 고도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청년층의 고독과 절망을 들춰내고, 부패한 사회를 꼬집는다. 화자인 ‘나’는 교도소에 수감된 뒤 출소를 앞둔 친구를 만나기 위해 고물 스테이션왜건을 몰고 먼 길을 떠난다. 이 고물차는 폐차 직전의 것을 친구가 고쳐서 ‘나’에게 준 것. 1988년식이라 그냥 ‘1988’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길을 가다 언제 고장 나 멈춰버릴지 모르는 ‘1988’은 ‘나’를 비롯한 바링허우 세대의 불안한 현재를 상징하는 듯하다. ‘나’는 여행의 첫날 허름한 숙소에서 생계를 위해 몸을 파는 여성 ‘나나’와 우연히 만나 동행하게 된다. 임신 3개월인 ‘나나’는 아이의 친아버지를 찾아야 하고, ‘나’는 친구를 만나야 한다. 이 두 사람이 보낸 닷새간의 여정이 주된 이야기다. 하루 종일 달리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잔다. 일정은 단순하지만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 묘사와 솔직한 대화들은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어느새 ‘나’는 연민의 정을 느끼며 ‘나나’를 돕지만 선을 긋는다. ‘언제나 그녀 곁에 있고 싶지는 않았다. 만일 우리가 함께 있게 되면 누구의 목적지에도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단순할 수도 있는 평면적인 여정은 ‘나’의 과거 회상 장면이 엇갈려 펼쳐지며 한층 입체감 있게 변한다. 특히 ‘나’가 만났던, 그러나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친구와 선배들의 비극적 결말은 ‘나’를 상실감과 허무함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졸업 후 신문기자가 된 ‘나’가 직면하게 되는 부조리한 사회 현실은 개인의 의지로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다. ‘나’는 심지어 옛 여자친구와 청개구리 두 마리를 냄비에 넣은 뒤 서서히 가열하며 점차 고통스러워하는 청개구리들을 관찰하기도 한다. 마치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보는 듯하다. 작품을 읽는 동안 내내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듯하고, 허름한 여관의 눅진한 침대에 피곤한 몸을 누인 느낌이다. 간헐적으로 터지는 유쾌한 대사와 상황들도 막상 웃고 난 뒤에는 왠지 짠한 기분을 가져온다. 최근 ‘중국의 하루키’로 불리는 이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상실의 시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간결하고 잔잔하게 청춘들의 방황을 그려낸다. 여정은 닷새 만에 끝난다. 그리고 2년 뒤의 모습이 잔잔히 그려진다. 책장을 덮으면 가슴이 아련해지고, 여운이 깊게 남는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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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해송문학상 정설아 씨

    동화작가 정설아 씨(사진)가 문학과지성사가 주관하는 제8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동화 ‘황금 깃털’. 상금은 1000만 원.}

    • 201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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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생 100명 “저작권 골든벨을 울려라”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글과컴퓨터가 후원하는 ‘정품이 흐르는 교실, 2011 저작권 골든벨’ 행사가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콘텐츠진흥원 2층 콘텐츠홀에서 열렸다. ‘저작권 골든벨’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저작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권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올해 2회째를 맞았다. 전국 10개 초등학교에서 100명의 학생이 참여해 저작권과 관련한 각종 문제를 풀었다. 마지막 문제는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9개 저작물 가운데 어문, 음악, 연극, 미술, 건축, 사진, 영상, 도형 등 8개를 열거한 뒤 남은 하나를 맞히는 것. ‘최후의 1인’으로 남은 채승우 군(12·석곶초 5년)은 망설임 없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적어냈고, 정답을 축하하는 축포가 터졌다. 골든벨을 울리며 문화부 장관상과 장학금 100만 원을 받은 채 군은 “상금으로 스키캠프를 가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 단체전에서는 석곶초등학교와 서울 명신초등학교가 공동 우승해 50인치 PDP TV를 각각 받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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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낯선 것을 꼭꼭 숨긴 낯익은 것들의 침묵

    《햇살이 쏟아지는 나른한 오후. 고양이가 방 안 구석에서 배를 깔고 누워 꾸벅꾸벅 존다. 주인이 들어와도 잠시 눈을 뜰 뿐 이내 감는다. 새침한 고양이, 무심한 고양이. 어느 시간을 거슬러와 너는 내 앞에 나타난 것일까. 너는 고양이지만 고양이가 아니다. 호랑이다. 작고 앙증맞은 빨간 혀와 노란 눈동자. 나는 그 속에 네가 숨기고 있는 다른 너를 본다. 억겁을 이어온 고양이족(族)의 명멸과 오욕의 역사, 신화적 시간을 가만히 읽는다.》 ‘이달에 만나는 시’는 12월 추천작으로 최정례 시인(56)의 ‘호랑이는 고양이과다’를 선정했다. 이 시는 지난달 나온 시집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문학과지성사)에 수록됐다. 시인 이건청, 장석주, 김요일, 이원, 손택수 씨가 추천에 참여했다. 최 시인은 9년째 수컷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 품종과 이름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냥 뭐 한국 잡종이에요. 이름은 ‘양이’, 그냥 ‘고양이’라고 불러요. 호호.” 3년 전쯤이었나. 시인은 하루 대부분을 낮잠에 빠져있는 고양이에게서 ‘거대한 침묵’을 읽었다. “고양이가 호랑이과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호랑이가 고양이과에 속한다는 생물학적 분류법이 처음엔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죠. 모든 사물은 자기 속에 그 존재의 부피보다 더 큰 의미를 품고 있고, 고양이가 침묵과 함께 발톱을 품고 있는 것처럼 장미꽃도 침묵과 가시를 함께 갖고 있죠.” 최 시인은 “모든 사물이 이질적인 것을 함께 품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이 세계의 본질이며 나 또한 온전히 나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건청 시인은 “격절된 사물과 사물을 연결해주는 특이한 상상력이 있고, 그런 상상력이 이루어내는 말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자명한 것들은 더 이상 자명하지 않고, 낯익은 것들은 실은 낯선 것을 감춘 것들이다. 여기서의 삶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최정례는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평이한 목소리로 노래한다”고 장석주 시인은 평했다. 이원 시인은 “상처나 기억의 시간을 유머러스한 언어로 풀어 보이는 힘. 그러한 최정례 특유의 언어는 사슴이 튀어나오는 꽃핀 미래를 나타나게 한다”고 말한다. 손택수 시인의 추천평은 이렇다. “가파르게 휘몰아치던 더운 피도 잠시 순해질 법한 한 해의 끝에서 ‘자기 본래의 시간’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우리는 누가 앉았다 떠난 한 그루인가.” 김요일 시인은 이준규 시인의 시집 ‘삼척’(문예중앙)을 추천했다. 그는 “이준규의 시는 다르다. 낯설다. 새롭다. 아무렇지 않은 듯 재재거리는 이준규의 언어는 음악의 대위선율처럼 시집을 덮고 난 후에도 묘한 울림으로 또 다른 선율을 만들어낸다”고 평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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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박범신 씨 “굿바이, 서울… 고향서 날 위해 글 쓰겠소”

    《 “유배 가는 느낌이야. 아침에 이불 보따리 싸면서 용인 갈 때 생각이 많이 났지. 그때도 누가 시켰나? 내가 한 거지. 세상에 떠밀려가는 느낌도 드네. 날씨가 궂고 비가 내리니까 더 그런 것 같아.” 그는 거실 창문 밖으로 잔뜩 찌푸린 회색 하늘을 말없이 바라봤다. 담배 연기가 하얀 실타래를 풀다 맥없이 사라졌다. 소설가 박범신(65). 1980년대 ‘불의 나라’ ‘물의 나라’ 등 세태를 고발하는 신문 연재소설로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지만 문단에선 혹평이 나왔다. 1993년 돌연 절필 선언 후 3년간 경기 용인의 외딴집에 스스로를 유폐시키기도 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집을 찾았을 때 그는 아내와 함께 귀향 이삿짐을 꾸리고 있었다. 9월 명지대 교수를 정년퇴임한 그는 서울문화재단 이사장과 연희문학창작촌장에서도 물러났다. 2남 1녀를 둔 그는 올여름 서른 살 막둥이 아들을 마지막으로 결혼시키며 부모로서의 짐도 덜었다. 이제 남은 것은 문학뿐이다. “문학이 결국 자신의 번뇌와 갈등, 그리고 구원에서 나온 것 아니냐. 예순이 넘으니까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위로받는 소설을 쓰고 싶다.” 1963년 전북 익산 남성고에 입학하며 고향(충남 논산)을 떠났다. 까까머리 학생에서 반백의 소설가가 된 그의 거의 50년 만의 귀향길을 동행했다. 》○ “소주 왕창 마시고 미루고 싶었다”“어제만 해도 괜찮았는데 막상 아침이 되니 지랄 같은 거야. 가기 싫고, 마누라 따뜻한 밥 먹고 싶고,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아침에 소주나 왕창 먹고 자고, 내일쯤에나 가고 싶었는데 기자가 온다고 했으니 뭐 그럴 수도 없고. 한편으로는 혼자 가면 못 갈 것 같았는데 같이 가니 한결 나은 것 같네. 하하.”그는 결혼을 반대하던 처가에 “언젠가 이층집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1988년 평창동에 이 집을 지으며 약속을 지켰다. 세 아이가 중고교를 다닌 곳도, 아내가 정원을 꾸미며 살뜰하게 살림 재미를 붙인 곳도 여기다.“아내에게 ‘집을 팔고 같이 내려가자’고 했지만 싫다더군. 정이 듬뿍 들어서일 테지. 아내는 내가 또 떠나는 이유가 욕심이 아직 남아서래. 그런가…. 책이 더 팔렸으면 한다든가 이런 욕심은 전혀 없어. 남이 좋아하는 것보단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쓰고 싶은 거야.”오후 2시. 책 서너 박스와 이불 보따리, 옷가지 등을 승용차에 가득 실은 작가는 대문 앞까지 나와 손을 흔드는 아내를 두고 평창동 비탈길을 힘차게 내려왔다.○ “내 문학의 마지막 시기가 시작됐다”박범신은 내년 등단 40년째를 맞는다. 그는 이렇게 뒤를 돌아봤다. 1973년 등단해 1979년까지는 계급갈등 중심의 글을 쓰던 ‘청년 작가 시기’, 1979년부터 1993년 절필 선언까지는 세태소설을 쓰던 ‘인기 작가 시기’, 복귀한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는 근원에 대한 욕망을 그린 ‘갈망의 시기’라고. 이날 그는 ‘문학의 4기’를 열었다. “8개월 동안 소설 한 줄을 쓰지 못했고 극심한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지. 뭔가 내 안에 있고 그 신호를 강경하게 받지만 그게 뭔지 모르겠어. 내 마지막 시기가 시작되는 느낌이야. 내려가 겨울을 보내면 무언가 여명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경부고속도로 망향휴게소에 들렀다. 간이 의자에 앉아 호두과자를 먹다가 그는 아버지 얘기를 했다.“고등학생 때 두 번 수면제 먹고 자살 기도했어. 염세적 청년이었지. 밤낮 책만 읽어대니 아버지는 ‘책귀신’이 붙었다며 나를 계룡산 국사봉의 한 절에 맡겼지. 짐을 진 아버지가 앞서고 내가 뒤를 따라갔는데 그 짐이 뻔히 보이면서도 ‘제가 들게요’라고 한마디 안 했어. 그게 평생 후회돼.” 그의 눈이 붉어졌다. “도착해서 이불 보따리를 풀고 나니 책이 한 권 나오는 거야. ‘책귀신 뗀다’며 유배 보내면서도 책을 좋아하는 막내아들이 마음 쓰여 한 권 넣어 주신 거지. 밖으로 나가 보니 아버지가 멀리 내려가시는 게 보여. 그 뒷모습이 마치 맷돌을 지고 가시는 것 같았어.”그때 아버지가 넣어준 ‘세계전후문학전집’은 이날 작가의 차 트렁크에 실려 있었다. 논어, 맹자, 시경도 넣었다.○ 논산에서 “난 살기 위해 쓴다”오후 5시 반.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조정리에 있는 새 집에 도착했다. 몇 달 전부터 오고 가고 했지만 이곳에서 자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집 정면에 둘레가 30km가 넘는다는 탑정호(湖)가 보였지만 성큼 다가온 어둠에 금세 파묻혔다. 함께 이삿짐을 옮겼다. 침대 매트리스의 비닐을 벗기고, 옷을 옷걸이에 걸었다. 집필실을 겸한 침실은 단출했다. 싱글침대와 책상, 책장, 컴퓨터, 옷걸이, 전기커피포트가 전부다. ‘대학생 자취방 같다’고 하자 그는 “혼자 사는데 방이 크면 안 좋다. 열린 듯 닫힌 듯한 공간이 좋다”며 웃었다. 인근 붕어찜집으로 옮겨 반주를 겸해 저녁을 먹었다. 붕어보다 매콤하게 익은 시래기가 소주를 자꾸만 끌어당겼다. 근처에 낚시터가 있다. 하지만 그는 “낚시는 관심이 없고, 시간 나면 목공일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목공, 그림. 이게 왜 좋으냐 하면 비논리적인 일이잖아. 소설은 그물망이야. 하지만 난 감성적이고 논리는 약해. 그게 고통스러워.”가건물로 지은 강변 카페로 옮겨 소주에 파전을 먹었다. 강변은 조용하고 캄캄했다. “치사량을 넘겼다”는 그의 얼굴이 불콰해졌다고 생각할 때 그가 말을 이었다.“솔직히 말하면 난 우울증이 있어. 고교 때 두 번, 대학 때 한 번, 그리고 애 셋 다 낳고 한 번 자살 기도를 했지. 마지막은 ‘밥이나 먹고 살려고 연재소설을 쓰냐’고 주위에서 얘기할 때야. 안양에 살 때 안양천변에서 동맥을 그었지. 그런데 수상히 여긴 아내가 아파트 경비원들을 다 풀어 수색해서 나를 찾았어.”협소한 술자리가 더욱 조여지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그런 징후가 있어. 죽고 싶은 염세적인 세계관이 내 속에 똬리를 틀고 커지는데 글을 안 쓰면 그 똬리가 더 커지는 것 같아. 지금은 신념이 컸으니까 그런 (극단적인) 염려까지는 없어. 하지만 난 살려고 (글을) 써. 내 안의 것들이 나를 잡아먹으려 하니까.”그는 휴대전화기를 꺼내 제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정 즈음 광주에서 소설가 이기호가, 다음 날 오전 1시가 넘어 서울에서 백가흠이 달려왔다. “우기호, 좌가흠이 왔다”며 박범신은 환하게 웃었다. 이들의 얘기는 오전 4시까지 이어졌다.논산=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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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전깃줄 대신 ‘꽃줄’ 어때요

    ‘전등 밝히는 전깃줄은 땅속으로 묻고/저 전봇대와 전깃줄에/나팔꽃, 메꽃, 등꽃, 박꽃…올렸으면/꽃향기, 꽃빛, 나비 날갯짓, 벌 소리/집집으로 이어지며 피어나는/꽃봇대, 꽃줄을 만들었으면’(시 ‘꽃봇대’ 전문) 집집마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전깃줄 대신 꽃줄을 연결했으면 한다. 꽃줄을 따라 서로가 꽃향기를 전했으면, 집집마다 단단한 씨앗 같은 꿈을 품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함민복 시인은 전깃줄을 꽃줄로 바꿨다. 카투니스트인 황중환 동아일보 기자가 그의 시에 포근한 그림들을 입혀 사랑의 온도를 높였다. 올해 쉰 살의 나이에 결혼한 시인은 두 줄로 사랑을 표현한다. ‘사랑은 곡선이다/곡선의 씨앗은 하트♡다!’(시 ‘곡선’ 전문) 그의 행복 바이러스가 책장 가득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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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천재 작가 뒤엔 그녀가…

    ‘율리시스’ ‘더블린 사람들’을 쓴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아내인 노라 바나클이 1951년 사망했을 때 미국 타임지는 이렇게 부음을 전했다. “그녀는 유명한 작가 겸 남편의 오랜 막역한 친구요, 문학적 산파이자 실질적인 여인이다. 그녀는 그를 안주시키고 그의 작품을 완성하게 했다.” 바나클에 대한 최초의 전기(傳記)다. 스무 살 나이에 두 살 연상의 조이스를 만났고 37년간 같이 살면서 두 아이를 낳았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가정과 천재적인 남편에게 헌신적이었고, 조이스는 이런 아내를 모델로 여러 작품 속 여성 캐릭터를 창출했다. 제1, 2차 세계대전의 혼란기에 유럽을 떠돌며 생활했던 조이스 가족의 삶과 조이스 역작들의 집필 과정을 전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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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한번 읽고 웃은 뒤에 돌연사 ‘살인 유머’의 정체 파헤쳐라

    한 미치광이가 정신병원 담장에 기어 올라가더니, 호기심 어린 눈으로 행인들을 살피다가 한 남자를 불러서 물었다. “이봐요, 그 안에 사람들이 많아요?” 이 소설에 실린 유머 한 토막. 한 번 피식 웃고는 금세 잊어버리기 쉬운 얘기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흔한 유머에 주목했다. 대체 우리 주변에 떠돌아다니는 작자 미상의 수많은 우스갯소리를 누가 만들었을까. 혹 이런 유머들을 생산, 유포하는 조직적인 세력이 있지는 않을까. ‘개미’ ‘뇌’ ‘타나토노트’ 등으로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를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에 유머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우스갯소리는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문학예술의 한 갈래다. 사람들은 그것을 아이들과 실없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것으로 치부하며 무시하기 일쑤”라고 작가는 지적한다. 프랑스의 ‘국민 코미디언’인 다리우스가 대형 코미디 콘서트를 마친 뒤 홀로 분장실에 있다가 숨진 채 발견된다. 분장실 밖에 있던 경비원은 다리우스가 크게 웃었고 뒤이어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한다. 경찰은 사인을 심장마비로 판단했지만 주간지 여기자 뤼크레스는 분장실에서 말린 종이가 들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 상자를 하나 발견한다. ‘혹 어떤 글을 읽은 뒤 다리우스가 죽지 않았을까. 상자를 준 사람이 범인이고 이 사건은 타살이다’라고 확신한 뤼크레스는 전직 과학전문 기자 이지도르의 도움을 받아 다리우스의 죽음을 추적한다. 평범한 범죄 스릴러로 가던 작품은 점차 확장한다. 한 번 읽고 웃은 뒤에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수천 년을 전해 내려온 ‘살인소담(殺人笑談)’의 존재가 점차 드러난다. 이 ‘살인 유머’를 차지하기 위해 ‘유머 기사단’이란 비밀 조직과 유머를 대량 생산해온 유머 기업이 피비린내 나는 혈전을 치른다. 중세 종교전쟁의 막후에까지 ‘살인 유머’가 있었다고 그럴듯하게 전하기도 한다. 작품 자체를 하나의 견고한 농담의 성(城)으로 지은 셈이다. 다리우스의 죽음을 추적하는 두 기자가 목숨을 걸고 유머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작가는 800쪽을 넘는 작품이 지루하지 않게 100여 편의 유머를 양념처럼 삽입했다. 그럼에도 2권 중반 기자들이 유머 기사단의 본부에 들어가 신입 단원 교육을 받는 과정은 장황하고 지루하다. 작품 내내 가장 강력한 호기심을 이끌어 냈던 ‘살인 유머’의 정체는? 힌트를 주자면 허무 개그에 가깝다. 유머의 생산과 유통, 사회학적 의미와 역사까지 전달한, 범죄 스릴러로 풀어본 유머 총론이다. ‘개미’를 읽고 나서 흔하게 보던 개미가 달리 보였듯이, 이 작품을 읽고 나서는 유머 한 토막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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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한마디]“네가 꽃을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고…” 外

    “네가 꽃을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고 그렇게 심하게 자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 여름이 끝나게 되면 꽃은 시들고 봄이 되면 다시 피는 거잖아. 어쩌면 꽃은 자기 꽃잎이 시들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미묘한 방식으로 널 쫓아버린 건지도 몰라.”―A G 로엠메르스,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어떻게 대중이 창의적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뉴욕대 교수인 클레이 서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다른 사람을 아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흩어져 있는 관심과 능력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만 찾기보다 새로운 소통과 만남을 시도해야 한다.” ―김윤태, ‘캠퍼스 밖으로 나온 사회과학’ “‘갯벌’과 ‘개펄’은 어떻게 다른가. 갯벌은 바닷가에 펼쳐진 넓은 바다 벌판(들판)인 것이고, 개펄은 갯벌을 덮고 있는 흙(펄)을 말한다. 개펄은 ‘개흙’ ‘감탕’이라 부르기도 한다. 흔히 조개를 물에 담가 흙을 뱉어 내게 하는 것을 ‘해감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해감’은 다름 아닌 모래나 진흙을 말한다.” -권오길, ‘갯벌에도 뭇 생명이…’“정치와는 관련 없는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단숨에 인기 높은 정치 지도자들의 반열에 오른 일은 물론 여러 요인들이 어우러진 복잡한 현상이다. 그러나 그것이 안철수 교수 개인의 됨됨이나 이력과 별다른 관련이 없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민주주의 체제나 정당 정치의 문제들이 직접적 요인들이지만, 구원을 찾는 민심이 그를 밀어 올렸음도 분명하다.” ―복거일, ‘보수는 무엇을 보수하는가’}

    • 201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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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동네소설상 조남주 씨

    소설가 조남주 씨(33)가 계간 문학동네가 주관하는 제17회 문학동네소설상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챔피언’이며 상금은 5000만 원.}

    • 201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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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일보문학상 최제훈 씨

    소설가 최제훈 씨(38)가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이며 상금은 2000만 원.}

    • 201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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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위로해준 단편들” 신경숙 씨 7편 묶어 ‘모르는 여인들’ 펴내

    소설가 신경숙(48·사진)은 “지난 8년은 장편 작업에 몰두한 시기”라고 했다. 2003년 소설집 ‘종소리’ 이후 작가는 오래도록 장편에 매달렸고 ‘리진’(2007년) ‘엄마를 부탁해’(2008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2010년) 등 세 편을 연달아 선보였다. 하지만 그는 단편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8년 만에 출간한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문학동네)은 그가 2003∼2009년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 7편을 묶었다. 이 작가에게 장편과 단편은 어떻게 다르게 다가올까. “장편 쓰는 시간은 급류를 타고 격정적으로 어딘가로 휘몰아치는 느낌이라면 단편 쓰는 시간은 이른 아침 산 쪽으로 놓인 계단을 하나하나 밟고 올라가는 듯한 차분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다른 매력이 있죠.” ‘엄마를 부탁해’로 31개국에서 출간 계약을 하면서 바쁘게 해외 활동을 했던 신경숙은 8월 귀국한 뒤 차분히 소설집 출간을 준비해 왔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을 다시 읽다 보니 이 작품들을 썼던 시간들이 나를 위로도 해주고 견디게도 해준 것 같네요. 그 기운이 이제 저를 떠나 독자들 속으로 스며들어 갔으면 합니다.” 특유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필체는 이 책의 각 단편들에도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의 만남과 인연, 세월의 흐름을 늦가을 거리에 떨어진 마른 낙엽을 밟으며 걷듯 조용히 써내려갔다. 표제작 ‘모르는 여인들’에선 40대가 된 여자가 20대에 만났던 옛 남자친구와 오랜만에 해후하는 과정을 잔잔히 그린다. ‘세상 끝의 신발’에서는 6·25전쟁 후 이어졌던 두 가족의 따뜻하면서도 애절한 인연을 전한다. 딱 들어맞는 상자에 담긴 선물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포근한 작품들이다. “세상의 험한 꼴이 뉴스에 등장할 때마다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나씩 창출해 작품에 담곤 했어요. 아마도 ‘그런 모습만 있는 게 아니야!’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현실이 과도하게 훼손해 버린 것들을 작품을 통해 복구하며 균형을 잡고 싶었다고나 할까…. 소설은 제가 쓰지만 마침표는 독자가 찍는다고 생각해요. 가능하면 모르는 타인을 향해 마음을 열고 싶은 마침표였으면 합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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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당선은 ‘작가 면허증’일 뿐… 10명 중 4명 자기 책 못내

    2012년 신춘문예의 막이 올랐다. 신춘문예를 주관하는 신문사들은 이달 나란히 공고를 내고 다음 달까지 작품을 접수한다. 마감을 앞둔 문청(文靑·문학청년)들의 가슴이 설레고 조바심이 나는 것도 이때쯤. 1925년 동아일보가 처음 시작한 신춘문예는 80년 넘게 흘렀지만 여전히 가장 화려한 등단 코스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신춘문예 당선은 작가 라이선스를 받은 것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당선자가 문단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보는 2000∼2002년 3년간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한국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서울신문 등 8개 중앙 일간지가 주최한 신춘문예 시, 소설 부문 당선자 50명을 대상으로 등단 후 약 10년이 흐른 지금 그들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했다. 10명 가운데 4명은 아직 자신의 책(소설, 시집 등 작품집)을 출간하지 못했으며 3권 이상 책을 내며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는 5명에 한 명꼴이었다. ○ ‘저자가 되지 못한 작가’ 열 가운데 넷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주위에서 축하 인사에 이어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은 “책은 언제 나오나”다. 매년 봄 신춘문예 시, 소설 수상작품집이 출간되지만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집을 내기까지는 보통 수년이 걸린다. 신춘문예 심사위원들은 응모자들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뽑기도 하지만 출판사는 현실적인 경쟁력을 중점적으로 보기 때문에 출간은 당선자들이 넘어야 할 또 다른 벽이다. 본보가 조사한 결과 2000∼2002년 일간지 8곳이 배출한 시, 소설 부문 당선자 50명 가운데 단행본 시집이나 소설책(동시, 동화 포함)을 한 권 이상 낸 작가는 29명(58%)이었다. 나머지 21명(42%)은 등단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책을 내지 못했다. 한 권 낸 작가는 12명(24%), 두 권 낸 작가는 6명(12%)이었다. 10여 년 동안 책을 내지 못했거나 두 권 이하의 책을 내며 활발히 활동하지 못한 작가가 전체의 78%에 달했다. 4권을 낸 작가는 4명(6%), 5권 이상은 5명(10%)에 그쳤다. ○ “당선된 해 가을부터 청탁 딱 끊겨” 신춘문예에 당선되면 새해 첫날 아침 신문 1면에 이름이 실리고, 당선 작품이 신문에 게재된다. 언론 매체나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고, 이름 뒤에 꼬리표처럼 ‘OO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라는 수식어가 달려 당선자의 어깨가 으쓱해진다. 하지만 주위의 관심은 금세 시들고, 당선자는 홀로 남게 된다. 이때부터 첫 책을 내기까지 2, 3년이 가장 버티기 힘들다고 당선 작가들은 입을 모았다.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인 소설가 백가흠 씨(37)는 “당선되고 반짝 일했는데 그해 가을부터 청탁이 딱 끊기더라. 2년여 동안 청탁이라는 게 산문이든 소설이든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짐작보다 훨씬 힘들었다. 갓 데뷔했을 때 화려함에 비하면 그 다음은 정말 소설과 나의 싸움이었다. 이전에는 학원 강사도 하고 여러 아르바이트도 했는데 당선되고 나니 그런 일을 못하겠더라. 결국 나를 안쓰럽게 생각한 출판계 선배들이 (문예지에) 지면을 만들어줬는데 그게 굉장히 소중했다.” 2000년 중앙일보 시 부문 당선자인 박성우 씨(40)는 “당선된 직후에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구나 싶었는데 그 환상이 딱 석 달 지나니까 깨지더라. 다른 동료나 선배 시인들의 시를 보면 내 시는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때부터 2, 3년 버티면서 시를 쓸 수 있느냐, 그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느냐가 작가로 살아남는 갈림길 같다”고 말했다. 낯선 문단 활동도 갓 등단한 신인작가에게는 부담이다. 2001년 동아일보 시 부문 당선자인 김지혜 씨(35)는 “신춘문예 당선자들은 청탁하거나 책을 내주는 문예지의 후원이 없어 본인 실력으로만 살아남아야 한다. 문단에서 안면을 익히는 게 중요한데 거기에 관심이 없거나 서툴면 소외되기 쉬운 점도 있다. 자기 PR를 해야만 살아남는 구조”라고 말했다. ○ 강사 겸직 많아, 동화로 부문 바꾸기도 당선 10년 뒤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조사 대상자 50명 가운데 연락이 닿은 29명을 전화 설문한 결과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이 10명(34.5%)으로 가장 많았고 대학이나 문화센터 강사(6명·20.7%), 문학관이나 출판사 직원(5명·17.2%) 순이었다. 당선 이후 문학과 관련된 일을 하는 비율은 72.4%였다. 나머지는 대기업 홍보팀 직원, 주부, 군인, 카페 운영, 연극배우 등으로 다양했다. 전업 작가 가운데 절반이 동화나 동시를 쓰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어린이 책 시장이 성장한 데다가 신인 작가가 입지를 다지기에 상대적으로 손쉬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조선일보 희곡 당선자인 강석호 씨(40)는 “2006년 이후로 희곡을 무대에 올리지는 못했다. 지금은 동화와 희곡이 결합된 형태의 책을 쓰고 있고, 지난해 6권을 냈다”고 말했다. ○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등단 코스” 2000∼2002년 시, 소설 부문 당선자 가운데 각종 문학상을 받으며 왕성히 활동하는 작가는 한 손으로 꼽을 만큼 적지만 조사에 응한 사람들 대부분은 신춘문예를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등단 코스로 꼽았다. 2000년 동아일보 중편소설 당선자인 조민희 씨(37)는 “당선 이후 출간 제의뿐만 아니라 광고회사와 영화사 쪽에서 여러 제의를 받았고 많은 기회가 있었다. 인생에서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 자체가 혜택이었다”고 말했다. 2000년 문화일보 시 부문 당선자인 김규진 씨(52)는 이렇게 말했다. “문학의 시대도 아닐뿐더러 시의 시대는 더욱 아니다. 시인들이 천연기념물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시를 쓰고, 읽는다. 그들에게 신춘문예는 여전히 평생 한 번은 달성하고픈 꿈이 아닐까.” ▼신춘문예의 계절… 선배들의 조언 ▼문단 데뷔를 노리는 문청 ‘글쟁이’들에게 요즘은 ‘수험의 계절’이다. 신춘문예로 등단한 선배 작가들은 대개 “비방은 없다”면서도 “안정된 실력과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본기 탄탄한 작품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원고 분량이 적지 않은 소설과 희곡의 경우, 첫 페이지와 첫 장면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게 좋다. 지난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는 2505명의 응모자가 7110편에 이르는 응모작을 쏟아냈다. 심사위원도 문학인이기에 앞서 사람이다. 전체적 짜임새가 탄탄하거나 후반부 독창적 반전을 품고 있다고 해도 독자나 관객을 5분 만에 졸음에 빠뜨릴 수 있는 도입부는 위험하다. 소재와 주제에 있어 자유롭게 접근하되 ‘현실적 소재를 현실감 없게’ 다루면 곤란하다. 지난해의 동아 신춘문예의 경우 “실제 체험보다는 인터넷 댓글을 확대한 데 머물거나 소재만 신기한 데 그치는 작품이 적지 않다”는 심사위원의 지적이 있었다. 골방에서 폐쇄적인 글쓰기를 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득이 되지 못한다. 같은 소재를 다루더라도 시각에서 참신함을 드러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장력에 자신이 있다면 신인다운 실험적인 작품으로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희곡의 경우, 문학성을 높이 쳤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트렌디하고 젊은 감각의 작품이 당선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신춘문예는 ‘겉늙은이’ 같은 노회함보다는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신인의 패기 어린 도전을 높이 평가한다. 다만, 문장력과 작품을 관통하는 철학이 동반돼야 한다는 게 당선자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시 부문의 경우, 너무 많은 작품을 출품하는 것은 득 아닌 독이 될 수 있다. 심사위원들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덜 좋은 작품들이 좋은 작품들의 평균을 깎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본심으로 갈수록 심사자들이 ‘옥의 티’를 찾아 좁혀가므로 작품의 안정성은 기본이다. 불같은 목표의식과 치밀한 전략이 능사는 아니다. 당선자 가운데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단상을 담담히 써내려가다 맘에 차는 시가 세 편 나왔을 때 비로소 신춘문예를 생각했다는 이도 있었다. 당선작이 새해 첫 신문에 게재된다는 점도 감안할 만하다. 지난해에는 잉여, 실직, 생활고 등을 우울하게 토로하는 자기고백적 작품이 범람했다.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자인 김정훈 씨(42)는 “자살 등 지나치게 어두운 이야기보다 새해에 신문을 펼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밝은 이야기를 쓰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 201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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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장편문학상 심재천 씨

    소설가 심재천 씨(34)가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나의 토익 만점 수기’이며 상금은 1억 원이다. 시상식은 다음 달 2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올리브타워에서 열린다.}

    • 201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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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방송학회장 강상현 교수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사진)가 제25대 한국방송학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내년 11월부터 1년간이다. 강 교수는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 실무위원장 등을 지냈다.}

    • 201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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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고 박람회 초대받은 DMZ 정원

    6·25전쟁의 폐허에서 생태계의 보고로 소생한 비무장지대(DMZ)를 주제로 한 정원예술 작품이 내년 영국 첼시플라워쇼에 전시된다. 영국 왕립원예협회(RHS)는 한국의 정원디자이너 황지해 씨(35·사진)의 ‘고요한 시간: DMZ 금지된 화원’을 내년 5월 22∼26일 런던에서 열리는 첼시플라워쇼 가든부문 전시작으로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1827년 시작된 첼시플라워쇼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을 제외하고 180여 년간 지속된 세계 최고 권위의 정원·원예 박람회로, 연 15만 명 이상이 관람한다. 매년 600∼800개의 기업이 참가하지만 행사의 백미로 꼽히는 가든부문에는 220m² 크기의 대형 정원 10여 개를 선보일 뿐이다. 가든부문에 처음 참가하는 한국인이 된 황 씨는 5월 열린 첼시플라워쇼에서 아티즌 가든부문(20m²) 금상을 받기도 했다. 작품 ‘고요한 시간’은 DMZ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경계초소, 한국군과 영국군의 군번 줄, 군복 단추로 만든 길, 참전 기념 조형물, 노병들이 소장해온 사진과 소품으로 꾸며진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영국군 노병 4명의 이름도 함께 새긴다. 황 씨는 “DMZ를 정원예술로 표현해 그동안 우리가 품지 못한 참전용사들의 아픔을 위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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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혼혈여인의 예술혼, 피와 땅의 경계 허물다

    김혜련은 이런 여자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외모는 이국적이지만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기에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중년의 나이에 한국에서 뮤지컬 음악 감독으로 성공한 인물. 그렇다. 그녀의 실제 모델은 박칼린(44)이다. 이문열과 박칼린은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원작자와 음악 감독으로 함께 일한 적이 있다. 현실과 소설을 혼동하기 쉬운 상황에 대해 이문열은 ‘작가의 말’에서 분명히 선을 긋는다. “1993년 늦겨울 뉴욕의 어느 호텔에서였다. 어릴 적 한국에서 자랐던 그녀가 한국 아이들의 따돌림을 받아 미국으로 가거나, 리투아니아를 빠져나와 미국에 찾아온 그녀의 이모 얘기를 들으며 소설화 유혹을 느꼈다. 하지만 모델과 창작된 캐릭터는 다르다. 나는 이 소설과 그녀의 실제 삶이 혼동되지 않기를 바란다.” 작품은 공연 연출을 하는 소설 속 화자인 ‘나’와 음악 감독을 하는 김혜련의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물 흐르듯 추적해간다. 재수생이던 나는 소꿉놀이를 하던 이국적 외모의 소녀에게 끌리고, 세월이 흘러 둘은 부산의 한 작은 극단의 조연출과 풋내기 음악 감독으로 만난다. 작품 후 헤어졌던 이들은 공연이라는 운명적 매개체를 통해 서울 대학로나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우연히 만나 반가워하고, 인연에 놀라하며, 다시 작품을 하곤 헤어진다. 반복되는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둘은 가까워지지만, 닿을 듯 말 듯한 관계는 세월의 흐름 속에 희석되고 잊혀진다. “집착은 그리움의 다른 말이며 시간의 파괴력에 대한 부질없는 저항이지만 그게 부질없기에 진한 연민과 감동을 느끼게 한다”고 작가는 ‘나’를 통해 말한다. 둘의 연민의 관계 외에도 옛 소련의 침공으로 리투아니아를 떠나온 김혜련의 가족사가 펼쳐진다. 약소국의 수난사와 그것을 온몸으로 헤쳐온 한 가족의 삶은 지구 반대편에서도 똑같다. 작품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이들의 뮤지컬 창작 스토리다. ‘나’와 김혜련 등은 뉴욕 브로드웨이의 공연들을 닥치는 대로 보며 월북한 시인 임화의 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을 제작한다. 아이디어 착안부터 이를 무대화하는 과정이 실감나게 그려져 눈길이 간다. 김혜련은 한국에서 유명 음악 감독으로 단숨에 떠오르지만 몇몇 스캔들이 보도되고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순식간에 추락한다. ‘정파와 지역성에 바탕을 둔 논리로 무장하고 이제 막 열린 인터넷 광장을 선점한 그들은 새로운 형태의 대자보로 무자비한 한국판 문화혁명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게 작가의 배경 설명. 2001년 좌파 시민단체들로부터 ‘현대판 분서갱유’를 당했던 작가는 이국에서 온 음악 감독의 눈을 통해 우리 문화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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