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짙은 화장을 한 선수들이 화려한 연기를 펼친다. 백조의 날갯짓 같은 우아한 몸동작에 지켜보는 관중은 숨을 죽인다. 반주에 맞춰 리듬감 있게 한 몸처럼 물살을 가르는 이들을 두고 사람들은 말한다. “인어공주가 따로 없네.”》 “신나는 월드컵음악에 맞춰멋진 응원공연 기대하세요”인어공주들이 축구 응원에 나섰다. 올해 초까지 국가대표로 활동한 ‘정상급’ 인어들이다. 거친 몸싸움이 트레이드마크인 축구와 인어공주. 왠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정색을 하며 “공통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전직 대표 선수 출신들로 구성된 8인조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공연팀 ‘크리티에’ 얘기다. 이들이 국내 최초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공연팀을 결성한 건 4월.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다 3월에 한꺼번에 대표팀 방출 통보를 받은 직후다. 15년 넘게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한 공연팀 맏언니이자 대표인 김민정 씨(29)는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맹훈련을 하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배신당한 기분에 한동안 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보다 편안하게 느끼던 수영장을 그대로 떠날 수 없었다. 그러다 생각해낸 게 쇼 오프닝, 이벤트 등을 전문으로 하는 공연팀. 김 씨는 “예전에 외국팀 공연을 동영상으로 몇 번 보면서 환상적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기회에 동료들과 마음이 맞아 만들게 됐다”며 웃었다. 팀을 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이들은 최근 모든 활동을 잠시 접고 야심 차게 새로운 공연을 시작했다. 바로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하는 태극전사들을 향한 뜨거운 응원이다. 공연팀 조명경 씨(26)는 “신나는 월드컵 음악에 맞춰 환상적인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공연을 선보이겠다.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갑자기 월드컵 응원에 나선 이유는 뭘까. 열렬한 축구팬이란 게 정답. 조 씨는 “2002년 태릉선수촌에서 월드컵 4강 신화를 보며 힘든 훈련을 이겨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의 작은 정성이 태극전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고된 훈련을 소화했던 이들은 월드컵 무대에 서기까지 태극전사들이 흘린 굵은 땀방울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안다. 이들이 기꺼이 ‘물 위의 붉은 악마’가 되기로 결심한 또 다른 이유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축구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의 공통점이 뭐냐고.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둘 다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정직한 스포츠예요. 발을 주로 쓰는 스포츠란 점도 비슷하고요.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팀워크가 생명이란 점 아닐까요.”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대∼한민국.” 붉은 물결이 파도를 쳤다.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염원하는 팬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가상 아르헨티나’ 에콰도르의 평가전에 6만2209명의 팬이 몰렸다. 2007년 6월 2일 네덜란드와의 평가전(6만2884명) 이후 6만 명이 넘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팬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대표팀에 거는 기대가 컸다. 대표팀은 2-0 완승으로 팬들의 응원에 보답했다. 허정무 감독은 예비 엔트리 30명 중 최종 23명을 가리는 사실상 마지막 경기에서 다양한 실험을 했다. 먼저 그동안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에 선발로 기용하지 않던 골키퍼 정성룡을 투입했다. 대표팀 주전 수문장 이운재가 K리그에서 실점률이 높아지자 “대체 골키퍼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에 선발로 투입한 것이다. 정성룡은 후반 19분 오스왈도 민다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슛을 막아내는 등 안정적인 플레이로 큰 경기에서 활약할 가능성을 보였다. 공격라인에서는 이동국과 염기훈이 투톱을 이뤘다. 둘은 좌우를 번갈아가며 공격 루트를 다변화하면서 골을 노렸다. 하지만 아쉽게 골을 잡아내진 못했다. 전반 37분 이동국이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을 파고들며 띄워준 볼을 염기훈이 골 지역 왼쪽에서 헤딩슛 했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이동국은 후반 14분 김재성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슛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골은 후반 21분 이동국 대신 투입된 막내 이승렬(21)의 몫이었다. 이승렬은 7분 뒤 염기훈이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백 헤딩 패스를 한 것을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받아 치고 들어가며 차 넣었다. 허 감독은 미드필드에서는 김재성과 신형민을 투입해 가능성을 살폈다. 김재성은 오른쪽에서 재빠른 돌파와 감각적인 패스를 선보여 허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박지성 대신 후반에 교체 투입된 이청용은 후반 39분 추가골을 터뜨려 팬들의 함성을 자아냈다. 이청용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치고 들어가다 김보경에게 패스했고 리턴된 볼을 가슴으로 트래핑하면서 상대 수비를 맞고 나오는 것을 다시 차 골로 연결했다. 김동진-조용형-곽태휘-오범석으로 구성된 수비라인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후반에 투입된 황재원은 볼을 걷어내려다 뒤로 빠뜨리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김대길 KBS 해설위원은 “공격을 다변화시킨 게 돋보였다. 공격수들이 공격 루트를 만들려고 열심히 뛰었다. 이동국도 잘 뛰었는데 골을 넣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최진한 FC 서울 2군 감독은 “부상을 염려해 양 팀이 비교적 느슨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미드필드부터 짜임새 있게 경기를 펼쳐나갔다. 골도 멋있게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월드컵 출정식을 가진 대표팀은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마무리 훈련을 한 뒤 22일 일본 도쿄로 건너가 24일 일본과 평가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25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로 가 전지훈련과 평가전을 한 뒤 6월 5일 남아공에 입성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뚫고 막고… 동료들 독려… 캡틴 박지성의 힘 “넘버 세븐∼. 박∼지∼성∼.” 경기에 앞서 장내 아나운서가 이름을 부르자 그라운드의 열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일부 여성 팬은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을 질렀다. 16일 에콰도르와의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 선발 출전한 캡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 경기 전까지만 해도 후반 교체 출전이 예상됐던 그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마친 뒤 11일 귀국해 쉴 겨를도 없이 대표팀에 합류했기 때문. 하지만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캡틴을 벤치에 앉혀 두지 않았다.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기엔 ‘대표팀의 심장’ 박지성이 제격이란 게 그의 판단. 국내 마지막 평가전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위한 배려의 의미도 있었다. 그라운드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박지성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쳤다. 다른 선수들을 독려하는 손짓에선 듬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경기가 시작된 뒤 피곤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전반 45분을 소화한 그는 엄청난 활동량으로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며 반대쪽 동료들에게 공간을 열어 줬고, 순간적인 돌파로 상대 수비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여러 차례 자로 잰 듯이 전방으로 이어준 패스도 일품. 수비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상대를 괴롭혔고, 골문까지 내려와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왼쪽에서 중앙, 후방을 가리지 않고 정말 폭넓게 움직였다. 공수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면서 경기 흐름을 조절하는 능력도 발군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그라운드에서 끊임없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고 덧붙였다. 경기가 끝난 뒤 박지성은 “이제 24시간 내내 월드컵만 생각하겠다. 하나로 힘을 모아 국민의 염원을 이뤄내겠다. 손을 모으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가능성 충분… 팬 실망시키지 않겠다”■ 허정무 감독 출사표남아공 월드컵을 향해 닻을 올린 지 2년 6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사상 첫 원정 16강을 위해 마지막 항해를 준비하고 있다. 너와 내가 아닌 우리의 힘이 필요한 때가 왔다. 어렵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리가 B조에서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의 맹주 나이지리아, 유럽의 복병 그리스를 만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16강 진출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솔직히 16강을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그라운드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전력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박지성과 이청용, 기성용, 박주영 등 과거와 달리 유럽파가 많은 것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다. 박지성 등은 훈련 때나 휴식을 취할 때 유럽에서 활동하는 우리 상대팀 선수들의 특성을 자세하게 얘기해 준다. 유럽에서 뛰면서 쌓은 경험을 선수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게 큰 도움이 된다. 결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은 승리와 16강 진출에 대해 ‘꼭 해야 할 의무’로 생각하고 있다. 또 국민의 응원이 있다. 오늘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 6만 명이 넘는 팬이 운집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때도 전 국민이 하나 된 붉은악마의 응원이 4강 신화를 쓰는 데 큰 몫을 했다. 이런 팬들의 열망과 선수들의 열정이 어우러진다면 충분히 16강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가겠다. 그러나 승리보다 중요한 게 옥석 가리기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요즘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머릿속은 온통 27일 남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위한 최상의 전력 꾸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세계랭킹 47위)은 16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남미의 강호 에콰도르(36위)와 평가전을 치른다. 국내에서 치르는 마지막 테스트인 이 경기를 끝으로 대표팀은 일본-오스트리아-남아공으로 이어지는 긴 원정길에 나선다.》○ 26명과 해외 원정길허 감독은 이 경기를 본 뒤 30명의 예비 엔트리에서 4명을 탈락시킬 계획이다. 최종 엔트리는 23명이지만 부상 등 변수에 대비해 26명을 확정해 원정길에 나선다.승선이 확정적인 해외파들과 달리 입지가 불안한 일부 국내파들에겐 이번 평가전이 자신을 입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가장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질 격전지는 수비 라인. 김형일 황재원(이상 포항) 강민수(수원) 가운데 한 명은 짐을 쌀 가능성이 높다. 미드필드 라인에선 조원희(수원) 신형민(포항) 구자철(제주) 김치우(서울)가 생존 경쟁에 나선다. 공격수 자리도 마음 놓을 단계는 아니다. 신예 이승렬(서울)과 부상에서 회복한 염기훈(수원) 등이 끝까지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 파트너는 누구옥석 가리기도 관심사지만 공격 라인 정비도 과제다. 공격 라인 한 자리가 확정적인 박주영(AS모나코)은 허벅지 부상으로 이번 경기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안정환(다롄)과 이근호(주빌로)도 리그 일정 때문에 평가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이동국(전북) 이승렬 염기훈이 실력을 입증할 기회를 얻은 셈. 이동국은 “월드컵은 언제나 꿈의 무대였다. 이번 평가전을 통해 입지를 다지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승렬 역시 “월드컵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남아공행 티켓을 양보하지 않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 에콰도르, 국내파 18명 출전한국과 맞붙을 에콰도르는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상대인 아르헨티나에 대비한 가상의 적.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고, 이번 남미 지역 예선에선 5위 우루과이에 승점 1점 차로 뒤진 6위에 머물러 본선 진출의 꿈을 접었다. 지역 예선에서 아르헨티나와는 두 번 만나 1승 1무를 거뒀다. 에콰도르는 이번 한국전에 해외파가 빠진 국내파 18명으로 원정 명단을 꾸렸다. 하지만 해외 진출 경험이 있는 선수가 여럿 포함돼 있는 데다 조직력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여전히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월드컵 예비 엔트리 무한 경쟁 시작}

■ 그리스상대 공격수가 공 잡으면여러명이 순식간에 포위중앙수비수 순발력 떨어져기습적인 침투패스 효과적■ 아르헨티나승부근성 뛰어난 수비진강한 압박플레이 위협적수비복귀 늦고 실수 잦아공간침투에 쉽게 무너져■ 나이지리아공 처리 유연하고 안정적체력도 32개국중 5위권에수비수들 지나치게 소극적측면돌파땐 반대쪽에 구멍 “ 화려한 공격은 조연에 불과하다. 우승컵은 세계 최강의 수비 라인이 가져다줬다.”(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 당시 에메 자케 프랑스 대표팀 감독) “수비는 슬럼프가 없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한 번도 슬럼프를 겪지 않은 이유다.”(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 당시 마르첼로 리피 이탈리아 감독) 화려한 공격은 팬들을 기쁘게 하지만 탄탄한 수비는 우승컵을 가져다준다. 월드컵처럼 큰 대회에서는 수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화끈한 공격 축구를 앞세워 우승 후보로 지목된 네덜란드, 스페인 등은 번번이 눈물을 흘린 반면 안정적인 수비가 돋보인 이탈리아, 독일 등이 좋은 결과를 낸 무대가 월드컵이다. 28일 앞으로 다가온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과 맞붙을 B조 상대국들의 수비력은 어떨까.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의 수비를 집중 분석해 본다,○ ‘질식 수비’ 그리스 “수비와 미드필더 라인의 경계가 무의미하다. 모두 수비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의 이 한마디에 그리스 수비의 특징이 압축돼 있다. 조별리그 첫 상대 그리스는 수비 대 공격의 비중이 7 대 3 정도로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두는 팀. 이번 월드컵 예선 12경기에서도 5경기 무실점을 이끌어내며 10골만 허용했다. 탄탄한 신체 조건에 강철 체력까지 뒷받침된 그리스 수비수들은 공을 잡은 공격수를 둥그렇게 둘러싸는 방패 모양의 대형을 유지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공격수보다 수적 우위에 있으면서 포위하려는 게 그리스 수비의 기본 틀”이라고 설명했다. 3명의 수비수가 기본 수비 라인을 구축하지만 미드필더 라인에서 2, 3명의 선수가 수비 라인 깊숙이 내려와 공간을 커버한다. 수비 라인의 유기적인 움직임도 좋고 경험까지 많아 웬만한 공격 루트로는 뚫기 어렵다는 평가. 하지만 약점도 있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중앙 수비수들의 순발력이 떨어져 협력 수비 후 복귀 속도가 느리다. 박주영, 이근호 등 빠른 선수들이 돌아 들어갈 때 기습적인 침투 패스를 찔러 주면 효과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신 수비수들이 세트 플레이 공격에 가담했을 때를 노려 긴 패스로 역습을 시도하는 것도 한 방법. 노장 수비수가 많은 그리스는 후반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약점도 노출했다. 예선 10실점 가운데 5골은 후반 30분 이후 나왔다.○ ‘압박 수비’ 아르헨티나 2차전 상대인 아르헨티나 수비의 가장 큰 특징은 강한 압박. 승부 근성이 강한 수비수들은 투쟁심이 강하고 거친 플레이를 즐긴다.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 종횡으로 이어지는 부지런한 움직임도 장점. 특히 세계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수비라인 바로 위에서 엄청난 활동량과 명품 태클로 공간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예선 18경기 20골을 허용한 아르헨티나 수비엔 허점도 많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수비수들이 실수가 잦고 너무 덤빈다. 안정감은 100점 만점에 50점 이하”라고 평가했다. 측면수비수들이 오버래핑 뒤 수비에 복귀하는 속도가 느린 점도 고민. 약속된 수비 플레이가 나오지 않고, 2 대 1 패스에 이은 공간 침투에 자주 무너지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고무공 수비’ 나이지리아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 나이지리아 수비수들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한 몸과 안정적인 볼 컨트롤. 위험 지역에서 여유 있게 볼을 걷어 내는 능력은 브라질이 부럽지 않다. 신체조건이나 힘도 본선 진출 32개국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평가. 하지만 지나치게 소극적인 움직임이 문제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나이지리아는 최근 경기에서 서로 수비를 미루거나 멍하게 있다 어이없는 기회를 많이 내줬다. 상대의 종적인 침투에 수비수들이 자리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것도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상대 공격수가 측면에서 돌파할 때 중앙수비수들이 그 방향으로 쏠려 반대쪽에 공간을 자주 허용하는 것도 고민. 수비수들이 역동작에 걸렸을 때 순간적인 순발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나이지리아 수비가 안은 걱정거리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어릴 때부터 항상 내 꿈의 종착지는 월드컵이었다."(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 "대표팀의 자줏빛 유니폼은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원동력이다."(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세계를 주름잡는 축구 스타들에게도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조국의 영광과 개인의 명예를 걸고 이들은 지름 22cm의 축구공과 하나가 된다. '별들의 잔치'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이 36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계인의 눈은 이제 월드컵으로 향하고 있다. 이에 맞춰 본보는 32개 본선 진출국 선수들의 비밀을 파헤쳐봤다. ●세르비아는 꺽다리, 멕시코는 숏다리 발이 주무기가 되는 축구에서 '큰 키'는 필요조건이 아니다. 메시(169cm)처럼 낮은 무게 중심과 순발력을 앞세워 그라운드를 휘젓는 단신 축구 스타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강한 압박과 몸싸움이 필수인 현대 축구에서 신체조건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32개 본선 진출국 베스트 11(남아공 월드컵 지역 예선과 2009년 친선 경기 등을 종합) 가운데 평균 키가 가장 큰 팀과 작은 팀은 어디일까. 최장신 군단에는 동유럽 강호 세르비아가 이름을 올렸다. 이번 월드컵 다크호스 1순위인 세르비아의 평균 신장은 186.9cm. 네마냐 비디치(188cm),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188cm), 알렉산다르 루코비치(185cm) 등으로 이어지는 장신 수비진은 세계 최강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힘과 조직력을 앞세운 독일은 2위(186.2cm)에 올랐고, 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이상 183cm)도 만만치 않은 높이를 지녔다. 아프리카 대륙에선 디디에 드로그바(189cm)가 이끄는 신흥 강호 코트디부아르가 최고의 높이(183cm)를 기록했다. 장신 국가들이 유럽에 즐비하다면 남미와 북중미, 아시아엔 상대적으로 단신 국가들이 집중됐다. 북중미 강호 멕시코(176.8cm)는 베스트 11의 평균 키가 가장 작았다. 세르비아에 10cm 가까이 작은 멕시코는 정교한 패스와 순발력으로 불리한 신체 조건을 극복한다. 같은 북중미의 온두라스(179.1cm)나 남미의 칠레(177.6cm)도 단신 팀에 이름을 올렸다. 44년 만에 본선 진출에 성공한 북한(179.1cm)과 일본(178.3cm) 역시 평균 키가 180cm가 되지 않았다. 한국은 이보다 큰 181.2cm로 32개국 가운데 16위. ●다혈질 남미 국가, 경고도 많이 받아 축구에서 옐로카드는 팀에 보약이 될 수도 있지만 극약이 되기도 한다. 적절한 반칙은 실점을 막을 수 있지만 불필요한 반칙은 패인이 된다. 이번 월드컵 예선(예선을 치르지 않은 개최국 남아공은 제외)에서 경기 평균 경고 횟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남미의 우루과이였다. 거친 수비를 펼치는 우루과이는 평균 2.35회의 옐로카드를 받았다. 월등한 신체조건과 힘을 앞세운 세르비아(2.3회)는 2위. 질식 수비로 남미 예선에서 브라질(11실점)에 이어 최소 실점 2위(16실점)에 오른 파라과이(2.17회)는 3위에 올랐다. 칠레(2.11회), 브라질(1.94회) 등 다혈질 기질로 유명한 남미 국가들은 전체적으로 경고를 받는 빈도가 잦았다. 반면 최소 경고 1~3위는 모두 유럽에서 나왔다. 전차군단 독일은 10경기에서 단 4차례 경고를 받아 경기당 0.4회로 최소 경고 1위. 그 뒤를 화려한 개인기가 돋보이는 포르투갈(0.67회)과 호화군단 잉글랜드(0.7회)가 이었다. 한국은 1.93회로 31개국 평균(1.4회)을 상회했다. 32개국 가운데 베스트 11의 몸값(독일 축구 전문 사이트 '트란스퍼마르트·www.transfermarkt.be' 참고)이 가장 비싼 국가는 우승 후보 1순위 스페인이었다. '무적함대' 스페인 선수들의 몸값 합계는 약 6070억 원으로 1인당 552억 원에 이르렀다. 그 뒤를 잉글랜드(4522억 원), 브라질(4069억 원)이 이었다. 메시는 1220억 원의 몸값을 인정 받아 전체 선수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면 북한은 베스트 11의 몸값 합계가 최하위인 110억 원으로 메시 한 명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유근형기자 noel@donga.com}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의 이적을 놓고 세계 정상급 축구클럽들이 바쁘다. 바르셀로나(스페인)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영입할 수 있다”며 군침을 흘리고 있다. 아스널(잉글랜드)은 “절대 보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적시장에서 85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아스널의 심장’ 세스크 파브레가스 얘기다.○실력은 충분한데…포지션이 야속해 파브레가스는 자로 잰 듯한 패스와 한 박자 빠른 슈팅, 현란한 드리블로 세계 최고 미드필더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그도 대표팀만 가면 어깨가 처진다. 월드컵 우승 후보 1순위인 스페인 대표팀에 출중한 미드필더 자원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이상 바르셀로나), 마르코스 세나(비야레알) 등에 밀려 교체 멤버로 주로 나섰다. 최근 대표팀에서 입지를 넓혔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브라질 대표팀의 다니 알베스(바르셀로나)도 비슷한 경우. ‘세계 최고’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평가받지만 ‘우주 최고’로 인정받는 마이콘(인터 밀란)이 같은 자리에 버티고 있어 백업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어느 클럽에서든 붙박이 주전이 가능한 알렉산드레 파투(AC 밀란)도 공격수가 넘치는 브라질 대표팀에선 후보 신세. 호화군단 잉글랜드 대표팀에선 마이클 캐릭(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프랭크 램퍼드(첼시),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등에 밀려 주전 자리를 내줬다. 일본 대표팀의 떠오르는 신예 혼다 게이스케(CSKA 모스크바)는 나카무라 슌스케(요코하마 마리노스)란 벽 앞에 교체 출전에 만족하고 있다.○부진에 울고, 부상에 울고 앞선 선수들이 주전 경쟁에서 밀려 눈물을 흘렸다면 대표팀만 가면 유독 부진해 고개를 숙이는 선수들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메시아’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대표적인 경우. 올 시즌 프로팀에서 48경기 40골을 터뜨렸지만 대표팀에선 월드컵 예선 18경기에서 4골로 부진했다. 전체 A매치 기록도 45경기 13골로 바르셀로나에서 거둔 성적과는 비교가 안 된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등극한 프랑스의 니콜라 아넬카(첼시)도 마찬가지.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폭발적인 득점력과 화려한 움직임이 잘 나오질 않는다. 같은 프랑스 대표팀의 에릭 아비달(바르셀로나)이나 나이지리아의 에이스 존 오비 미켈(첼시) 등도 대표팀만 가면 몸이 굳는 선수들이다. 중요한 대표팀 경기를 앞두고 부상이 발목을 잡아 눈물을 흘린 선수들도 있다. 네덜란드의 웨슬리 스네이더르(인터 밀란)는 대표팀 공격의 핵이지만 최근 2년 동안 무릎 십자인대, 엉덩이, 허벅지 등에 부상을 달고 살아 자주 볼 수 없었다. ‘움직이는 부상 병동’으로 불리는 잉글랜드의 오언 하그리브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공황장애(살던 곳을 벗어나면 극심한 불안에 떠는 증세)’로 고생한 스페인의 헤수스 나바스(세비야) 등도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한국에선 이동국(전북 현대)이 중요한 A매치를 앞두고 자주 부상한 불운의 스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몸이 유연하고 힘도 좋다.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미국프로볼링협회(PBA) 통산 47승을 거둔 ‘살아있는 전설’ 월터 레이 윌리엄스 주니어(미국)의 평가다. 그는 “프로볼링 선수만 수천 명에 이르는 미국에도 저런 자질을 갖춘 선수는 드물다. 가급적이면 앞으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한국 볼링을 이끌 거물급 신예가 등장했다. 최원영(29·DSD한독·사진)은 25일 도쿄 포트볼에서 막을 내린 2010 저팬 컵에서 공동 5위에 올랐다. 공동 5위란 결과가 아쉬울 만큼 최원영의 초반 기세는 무서웠다. 수백 명의 정상급 선수들을 제치고 예선을 통과한 뒤 48강과 32강, 16강전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특히 16강(7전4선승제) 4번째 경기에선 퍼펙트(300점)까지 기록하는 등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단판 승부로 펼쳐진 25일 결선 라운드 첫 경기(8강)에서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2프레임에서 스페어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실수를 반복하더니 결국 마이크 패건(미국)에 257-203으로 졌다. 경기가 끝난 뒤엔 “많은 관중 앞에서 카메라 세례까지 받아 긴장했다. 정신이 없다 보니 레인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이번엔 눈물을 흘렸지만 그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프로 데뷔 1년 만에 국내 대회를 휩쓴 그는 타고난 신체조건에 볼링 센스도 발군이란 평가. “꿈에서도 세계 최고 선수와 볼링을 친다”고 할 만큼 열정도 남다르다. 특히 동양인으론 보기 드문 파워 볼링을 구사하는 건 그의 최대 무기. 평균 시속 3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 스피드에 서양 선수들을 능가하는 엄청난 볼 회전량은 대회 관계자들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김언식 한국프로볼링협회 회장은 “동양인임에도 상대를 압도하는 볼링을 칠 수 있는 1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최원영은 “누구랑 붙어도 상관없다. 다음 대회 목표는 우승”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이날 결선에선 토미 존스가 우승하며 미국에 대회 21연승을 안겼다. 최원영과 함께 결선 라운드에 나섰던 박종수는 8강전에서 놈 듀크(미국)에 아쉽게 져 4강 진출이 좌절됐다.도쿄=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연속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온몸에 힘이 쫙 빠져요.” 볼링은 ‘신사의 스포츠’로 불린다. 상대와 충돌이 없고 묵묵히 자기 스코어를 관리하는 운동이기에 다소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프로 볼링의 ‘맏형’ 변용환(57·DSD삼호)의 생각은 달랐다. “상대와의 기 싸움에서 밀리면 끝이죠. 집중력을 발휘해 상대를 제압해야 합니다. 매 순간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가 바로 볼링입니다.” 미국에선 유명 프로 볼링 선수들의 경우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린다. 세계 최고의 프로 볼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23∼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010 저팬컵이 그 무대. 시나가와 프린스호텔 볼링장(예선)과 포트볼(48강 토너먼트 및 결선 라운드)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한국, 미국, 일본의 정상급 프로 볼러들이 모두 참가해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한국은 지난 대회에서 공동 3위에 오르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변용환이 건재하고, 지난해 일본 랭킹 1위 정태화(DSD한독)와 왼손 에이스 김영필(진승무역)도 우승컵에 도전한다. 프로 볼링의 메카 미국은 역시 우승 후보 0순위.24번 대회가 개최되는 동안 22번 정상을 차지한 미국은 이번에도 미국프로볼링협회(PBA) 상위 랭커 20명을 총출동시켜 대회 21연승을 노린다. 도쿄=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K리그 5경기에서 12골 허용. 얼마 전 FC 서울과 라이벌전에선 어이없는 실수로 결정적인 골까지 헌납했다. 국가대표 수문장 이운재(37·수원 삼성)의 최근 상황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뒷문이 흔들리면서 대표팀에 비상이 걸렸다. 허정무 감독도 “이운재의 최근 부진이 마음에 걸린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이운재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참가 등으로 피로가 누적됐고, 수비 조직력이 흔들려 잠깐 부진한 것이지 실력이 떨어지진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운재를 계속 지켜본 K리그 골키퍼 코치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동아일보는 K리그 9개 구단 골키퍼 코치들에게 이와 관련한 설문으로 생각을 알아봤다. 코치들은 이구동성으로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표팀에서 지나치게 이운재만을 고집했다는 것. 이운재는 2008년 1월 이후 대표팀이 치른 23번의 A매치 가운데 21번을 선발 출전했다. 성남 일화 차상광 코치는 “유난히 골키퍼 포지션만 이운재 독주 체제로 가다 보니 대안을 키우는 데 실패했다. 경쟁이 없다 보니 이운재 본인의 긴장감도 떨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이운재 아닌 다른 골키퍼를 써야 한다는 생각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5명이 ‘이운재를 써야 한다’고 했고, 2명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2명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운재의 최대 강점은 역시 경험이었다. 코치 1인당 1, 2순위를 꼽고 1순위에 2점, 2순위에 1점을 부여한 합산 점수에서 이운재의 강점은 경험(13점)이 1위였다. 안정감(9점), 판단력(3점), 침착성, 수비 조율 능력(이상 1점)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방식으로 점수를 매긴 이운재의 가장 큰 약점은 순발력(11점)이었다. 몸무게 등 자기 관리(8점), 점프력 등 운동 능력(4점), 집중력, 판단력(이상 2점) 순이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K리그 골키퍼 코치들이 본 이운재, 대안은 있나?▼○ 최근 이운재의 부진 이유는?①컨디션 저하 등 실력 하락(6명) ②단순 실수(2명) ③더 지켜봐야 안다(1명)○ 월드컵 주전 골키퍼로 이운재를 써야 하나?①그렇다(5명) ②아니다(2명) ③2더 지켜봐야 한다(2명)○ 이운재의 최대 강점은?(1인당 1, 2순위 하나씩 2개 선택. 1순위에 2점, 2순위에 1점 부여해 합산)①경험(13점) ②안정감(9점) ③판단력(3점) ④침착성(1점) ⑤4수비 조율 능력(1점)○ 이운재의 최대 약점은?(위와 같은 방식)①순발력(11점) ②몸무게 등 자기 관리(8점)③점프력 등 운동 능력(4점) ④집중력(2점) ⑤4판단력(2점)○ 이운재 대안으로 쓸 수 있는 골키퍼는?(위와 같은 방식)①정성룡(성남·15점) ②김용대(서울·6점)③김영광(울산·4점) ④김호준(제주·1점)⑤4김승규(울산·1점)설문에 도움 주신 분: 수원 삼성 제외한 골키퍼 코치 9명. (설문자 요청에 따라 구단과 코치 이름은 안 밝힘)}

지난해 은퇴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40). 그는 “2시간이 넘는 레이스를 펼치는 게 마라톤이지만 엘리트 선수가 1초를 줄이기 위해선 1t이 넘는 땀을 흘려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열린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실베스터 테이멧(26·케냐)은 2시간6분49초 만에 결승선을 끊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더 중요한 건 2시간6분대 기록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나왔다는 사실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인증하는 국제마라톤대회는 100개가 넘지만 최고 기록이 2시간6분대인 대회는 많지 않다. 이번 기록은 최고기록으로만 따질 때 세계 모든 대회를 통틀어 11위에 해당한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40)은 “세계 마라톤 전문가들은 2시간6분대 기록이 나온 대회라고 하면 세계 정상급 대회로 인정한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서울국제마라톤대회가 명품 대회로 완전히 자리 잡게 됐다”고 평가했다. 장재근 대한육상경기연맹 트랙 기술위원장(48)도 “2시간6분대 기록이라고 하면 대회 인지도부터 달라진다. 앞으로 선수 초청, 대회 마케팅 등에 있어서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기록은 서울국제마라톤대회가 지난해 9월 국내 처음으로 IAAF로부터 골드라벨 인정을 받은 뒤 나온 것이라 더 의미 있다. IAAF는 남녀 선수의 기록과 언론 보도, 중계 규모, 도핑 수준, 협찬사 후원 규모 등 14개의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해 매년 마라톤대회를 골드, 실버, 브론즈 등 3개 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골드라벨 대회는 세계 5대 마라톤(보스턴, 뉴욕, 베를린, 런던, 시카고) 등 14개에 불과하다. 등급 부여 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역시 기록. 골드로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최근 3년 동안 남자부와 여자부에서 기준치에 드는 기록이 각각 5개 이상 나와야 한다. 남자 기준은 2시간10분30초, 여자 기준은 2시간28분. 기록 면에서 서울국제마라톤은 다른 국내 대회를 압도한다. 국내 개최 대회 역대 남자부 톱10 기록은 모두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쏟아졌다. 황 위원장은 “보통 골드라벨로 인정받은 뒤 첫 대회가 가장 중요하다”며 “좋은 기록이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탄탄대로를 달릴 기반을 마련한 셈”이라고 말했다. 여자부에서도 2006년 중국의 저우춘슈(32)가 세운 2시간19분51초가 그해 세계 랭킹 2위를 차지하는 등 꾸준히 좋은 기록이 나왔다.▽스포츠레저부=장환수 부장, 안영식 김종석 차장, 양종구 이승건 이헌재 김성규 이종석 김동욱 신진우 한우신 기자▽사회부=길진균 김윤종 조종엽 박재명 유성열 박희창 유근형 강은지 최예나 기자▽사진부=박경모 부장, 김동주 안철민 이훈구 차장, 변영욱 원대연 박영대 홍진환 김재명 기자▽스포츠동아=전영희 원성열 이길상 양회성 기자▽동아닷컴=이원홍 차장, 임동훈 신세기 이철 임광희 백완종 정주희 기자▲‘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 힘찬 출발▲ 동영상 = 우승자 테이멧 12만5천달러 받아}

프로축구 K리그에서 열혈 팬을 가장 많이 보유한 팀은 어디일까. 최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전남 드래곤즈와 경남 FC가 경기를 펼칠 때면 그라운드는 들썩거린다. 영호남을 대표하는 지역 라이벌이라는 점이 첫 번째 이유. 박항서 전남 감독과 조광래 경남 감독의 신경전 역시 볼거리다. 박 감독은 조 감독이 오기 전에 경남의 초대 사령탑을 맡았다. 2008년 전남에 부임한 박 감독은 하석주 코치를 비롯해 공격수 정윤성, 미드필더 정경호, 용병 인디오 등을 차례로 경남에서 데려갔다. 이에 조 감독은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하는 거야 말릴 수 없지만 한 구단에서 다 빼가면 힘 빠지는 일 아니겠느냐”며 우회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러다 보니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불꽃 튀는 경기를 펼친다. 경남의 베테랑 골키퍼 김병지는 “모든 경기를 이기고 싶지만 라이벌 전남만큼은 꼭 잡고 싶다”며 “특히 홈에선 반드시 이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선다”고 말했다. 양 팀은 2007년부터 6번 맞붙은 K리그 경기에서 홈 팀이 3번씩 나란히 승리를 가져갔다. 시즌을 앞두고는 양 팀 모두 다크호스로 꼽혔다. 전남은 박 감독의 친화력과 모든 포지션에 수준급 자원을 보유한 부분이 강점으로 평가됐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경남은 지난 시즌 막판 돌풍을 일으켰던 폭발력과 패기가 무서웠다. 양 팀이 이번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친 21일 전남의 홈인 광양전용경기장. 라이벌전답게 팽팽한 접전이 계속됐다. 먼저 웃은 것은 전남. 지난 시즌 경남에서 활약했던 용병 인디오가 전반 41분 중거리 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린 인디오의 시즌 4호골. 이후 경남은 후반에 용병 듀오 알렉스와 마르셀로까지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골키퍼와 수비수들의 선방으로 잘 버티던 전남의 골문은 후반 추가시간에 열렸다. 후반 종료 직전 투입된 이훈이 루시오의 도움을 받아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린 것. 이날 무승부로 나란히 1승 2무 1패가 된 전남과 경남은 시즌 초반 중위권에 자리 잡았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를 누구보다 가슴 졸이며 지켜본 사람은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40)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대비해 새롭게 출범한 마라톤 국가대표팀의 수장을 맡았다. 그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이 있었고 기존의 소속팀 위주 훈련이 아닌 합동 훈련 방식을 두고도 적잖은 논란이 있었다. 황 감독은 “결과로 말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남자 대표팀 15명 중 11명이 출전해 9명이 풀코스를 완주했다. 은동영(건국대)이 자신의 최고기록(2시간26분19초)을 8분여 앞당긴 2시간17분46초를 달성하는 등 5명은 개인 최고기록을 평균 5분 이상 단축시켰다. 처음 풀코스에 도전한 김민(건국대·2시간13분11초)과 한지훈(경운대·2시간18분30초)의 선전도 돋보였다. 김민은 30km까지 선두를 유지하며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 황 감독은 “기록도 좋았지만 30km까지 아프리카 선수들과 선두로 달렸다는 게 중요하다. 후반 체력을 보충한다면 빠른 시일 내 2시간10분대 진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전한 대표 선수 7명의 평균 나이가 22.1세로 어린 것도 고무적이다. 현재 유망주 위주로 꾸려진 대표팀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황 감독은 이날 결과와 4월 대구국제마라톤 기록 등을 토대로 다시 한 번 대표팀을 개편할 계획이다.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 후에도 변동 가능성이 있다.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 출전하는 대표 선수는 남자 5명, 여자 5명. 황 감독은 현재 대표팀이 아닌 이들 중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으면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훈련량 증가로 기록 단축을 꾀했다면 이제는 차츰 강도를 높여 기록 향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특별취재반■ 국내男1위 박영민 “내 기록 2분20초 단축… 나도 놀라”국내 남자 선수 중 1위(전체 6위)를 한 박영민(26·코오롱·사진)은 결승선 통과 100m가량을 앞두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힘이 넘치는지 환호성을 질러댔다. 박영민은 2시간12분43초의 기록으로 남자부 국내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기록을 2분20초나 앞당긴 기록이다. 박영민은 “겨울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예상외로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말했다. 박영민은 1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중국 쿤밍에서 한 전지훈련 때 잦은 배탈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세운 자신의 최고기록이어서 그는 더욱 기뻐했다. 이번이 네 번째 풀코스 완주인 그의 기록 변화를 보면 놀랍다.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뛴 건 2008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9회 동아마라톤대회. 당시 2시간27분대를 기록했다. 이듬해 두 번째 완주에서는 2시간23분대를 뛰었고 지난해 중앙서울마라톤에서는 2시간15분3초를 기록해 2시간10분대에 진입했다. 박영민의 올해 목표는 국가대표에 뽑혀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큰 욕심을 내지 않았지만 아시아경기에서는 2시간8분대에 도전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국내女1위 김성은, 13년 묵은 한국 기록에 3분 차로 육박한국 여자 마라톤의 샛별로 떠오른 김성은(21·삼성전자·사진)은 자신의 기록을 8분 3초나 앞당긴 2시간29분27초를 기록하며 국내 여자부에서 우승했다. 13년 묵은 한국기록인 2시간26분12초(권은주)에도 약 3분 차로 육박했다. 김성은에게 이번 대회는 두 번째 풀코스 도전이다. 지난해 중앙서울마라톤에서 데뷔해 당시 시즌 랭킹 1위 이선영(26·안동시청)을 20km까지 앞서며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2위로 들어오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김성은은 “조금 추웠지만 점점 기온이 올라가 뛰기에는 좋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생각보다 기록이 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3000m 등 장거리와 하프 마라톤을 주 종목으로 삼았던 김성은은 지난해 9월부터 풀코스 마라톤으로 바꿨다. 그는 “장거리를 시작한 것은 마라톤을 하기 위한 준비 단계였다. 정말 포기하고 싶을 때 힘든 것을 이겨내며 달리는 마라톤의 매력이 좋았다”고 말했다.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참가해 한국 기록을 깨고 싶다는 김성은은 “올해 겨울훈련 때 이를 악물고 훈련했다. 꾸준히 훈련만 잘한다면 올해 하반기에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女엘리트부 고베나, 오사카대회 우승 40여일 만에 또 1위에티오피아의 아메인 고베나(24·사진)는 중국 저우춘슈(32·2시간19분51초)에 이어 기록 랭킹이 2위(2시간25분14초)였지만 우승 후보로 꼽히지는 않았다. 1월 31일 오사카 마라톤에서 풀코스를 뛴 지 40여 일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예상을 뒤엎고 결승선을 가장 먼저 끊었다. 오사카 마라톤 우승 기록인 자신의 최고 기록을 1분 1초나 단축한 2시간24분13초로 골인했다.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은 주법으로 잠실종합운동장의 400m 트랙을 돈 고베나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 뒤 무릎을 꿇고 엎드려 트랙에 입을 맞추었다. 고베나는 2003년에 달리기를 시작해 지난해 1월 미국 휴스턴 마라톤에서 풀코스에 처음 도전했다. 이 대회에서 5위를 한 그는 그해 5월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 2시간26분53초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고 올해 1월 오사카 대회에선 우승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국제 대회 2회 연속 우승. 매니저인 크리스 구딩 씨는 “고베나는 머리가 좋아 레이스 운영을 잘한다. 정신력도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마스터스 男 우승 장성연 씨 “골드대회서 1위, 가문의 영광”“골드라벨로 승격한 첫해에 우승하니 감격이 두 배네요.” 마스터스 남자부에서 2시간27분7초로 우승한 장성연 씨(34·사진). 그는 “날씨가 제법 쌀쌀한 데다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더 좋은 기록을 못내 아쉽다”면서도 “골드 라벨 마스터스 부문 초대 우승자라는 타이틀은 가문의 영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체중이 80kg대까지 나가던 장 씨는 2006년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건강도 되찾았고, 일도 잘 풀렸다. 마라톤에 천부적인 재질도 있었다. 그는 이듬해부터 각종 대회 우승을 휩쓸며 강자로 이름을 날렸다. 가족은 그의 팬이자 가장 큰 힘이다. 식구들은 처음엔 “힘든 걸 왜하냐”며 시큰둥하게 바라봤지만 이제는 지방대회까지 따라다니며 열심히 응원해주고 있다. 이봉주를 가장 존경한다는 그는 “마라톤의 다른 이름은 끈기와 인내이다. 항상 성실하고 꾸준한 모습을 보였던 이봉주 선수의 열정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마스터스 女 1위 정순연 씨, ‘얼짱 주부 마라토너’로 유명마스터스 여자부에서 2시간51분20초로 우승한 정순연 씨(36·사진). 그는 ‘얼짱 주부 마라토너’로 더 유명하다.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3년 전부터 두각을 나타내더니 전국에서 열린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에서 10여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최고 권위의 서울국제마라톤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지난 대회까지 4년 연속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정숙 씨(45)도 그의 상승세를 막지 못했다. 정 씨는 여고 시절 육상부로 활동했다. 그는 몇 년 전 TV에서 한 마라톤 대회를 보다 ‘어, 아줌마도 저렇게 잘 뛰네’ 하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게 됐다. 이후 매일 1시간씩 집 주변 운동장에서 조깅을 하며 몸을 만들었고 서브스리까지 달성했다. 그는 마라톤을 한마디로 ‘열정’이라고 표현했다. “마라톤을 하면서 삶에 열정이 생겼어요. 마라톤을 알게 된 건 제 인생에 축복이자 가장 큰 행운입니다.”}
“축구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축구지능입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의 이청용(22)이 5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그는 “평소 내가 출전한 경기 DVD를 여러 번 돌려보며 연구를 많이 한다. 상대를 철저히 파악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타고난 축구지능에 노력까지 겸비한 이청용의 발끝이 더 매서워졌다. 이청용은 7일 웨스트햄과의 방문경기에서 전반 10분 날카로운 크로스로 시즌 일곱 번째 도움을 기록했다. 시즌 12번째 공격포인트(5골). 볼턴은 이청용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한 케빈 데이비스의 선제골과 6분 뒤 추가 골로 후반 43분 한 골을 따라붙은 웨스트햄을 2-1로 꺾었다. 이청용의 2경기 연속 도움에 힘입은 볼턴은 2연승을 달려 순위가 18위에서 13위까지 뛰었다. 영국 스포츠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이청용에게 “항상 위협적인 공격수”란 평가와 함께 2주 연속 평점 8점을 부여했다.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이날 울버햄프턴과의 방문경기에서 후반 27분 교체 출전했다. 공격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공수 모두 안정적인 모습으로 팀의 1-0 승리를 거들었다. 프랑스 프로축구 AS모나코의 박주영(25)은 스타드 렌과의 방문경기에서 지난달 11일 부상 후 처음으로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돼 복귀전을 치렀다. AS모나코는 0-1로 져 5연패에 빠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얼마 전 막을 내린 밴쿠버 겨울올림픽 개최국 캐나다는 기상 때문에 울상을 지었다. ‘눈과 얼음의 축제’란 말이 무색하게 비만 계속 내려 마음을 졸였다. K리그 강원과 서울의 경기가 열린 7일 강릉종합운동장. 밴쿠버에 내릴 눈이 엉뚱한 곳에 자리를 잡은 듯했다. 3월 때 아닌 폭설로 그라운드는 ‘녹색’이 아닌 ‘흰색’ 옷을 입었다. 홈팀 강원은 올해 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1월 첫 소집 때부터 폭설로 선수와 구단 관계자들이 직접 삽을 들고 눈을 치운 뒤 훈련했다. ‘눈과의 전쟁’은 이후에도 계속 됐다. 오죽하면 구단 관계자가 “눈이 내리지 않게 고사를 지내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했을까. 무심한 하늘은 이날 축제가 돼야 할 시즌 개막전에서도 경기 내내 눈을 뿌렸다. 양팀 감독은 경기에 앞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의 신임 사령탑 넬로 빙가다 감독은 “최근 상승세를 타는 공격력이 눈 때문에 지장을 받게 생겼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강원 최순호 감독 역시 “그라운드 사정이 저런데 홈 개막전에서 화끈한 골 세례를 펼칠 수 있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전반 양 팀의 공격은 ‘창과 창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경기 전 전망이 무색할 정도로 무뎠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며 공격 흐름이 끊겼다. 득점 없이 전반을 마친 양 팀의 명암은 후반 코너킥 한 방으로 갈렸다. 후반 1분도 되지 않아 서울의 에스테베즈가 올린 코너킥을 아디가 헤딩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뽑았다. 기선을 잡은 서울은 후반 23분과 34분 방승환의 연속 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반면 강원은 결정적인 슈팅이 서울 수문장 김용대의 손끝에 잇따라 걸려 아쉬움을 삼켰다. 결국 서울이 3-0으로 이겨 개막 2연승을 달렸다. 강원은 2연패. 대전에선 경남이 2골을 넣은 루시오의 활약에 힘입어 대전 시티즌을 3-0으로 누르고 1패 뒤 첫 승을 올렸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우리의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삼성 안준호 감독은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하다. ‘코트의 신사’ ‘얼음 표정’ 등은 이런 그의 스타일 때문에 생긴 별명. 하지만 3일 KT&G와의 잠실 홈경기를 앞두고 그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크고 단호했다. “시즌 내내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여 팬들께 너무 죄송하죠. 두고 보세요. 상대팀들이 삼성이란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게 만들 테니까….” 경기 전까지 삼성의 성적은 5할 승률도 되지 않는 25승 26패. 그러나 안 감독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수비력. 지난 시즌까지 상대팀들을 질리게 만들었던 끈끈한 수비가 되살아났다. 혼혈 귀화선수 이승준의 활약도 눈에 띈다. 안 감독은 “이승준이 수비도 좋아졌고, 팀원들과 호흡도 잘 맞는다”며 힘을 실어줬다. 삼성의 자신감은 경기에서 고스란히 묻어났다.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1쿼터 접전을 펼친 양 팀의 명암은 2쿼터 중반 이후 갈렸다. 이승준(22득점), 이규섭(15득점), 마이카 브랜드(19득점 8리바운드)가 공격을 이끌며 3쿼터 한때 20점 가까이 앞섰다. 결국 85-75로 삼성의 승리. KT&G 이상범 감독은 “확실히 달라졌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만나는 팀은 고생 좀 할 것”이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4연승을 달린 삼성(26승 26패)은 6위, KT&G(15승 37패)는 SK, 전자랜드와 공동 7위가 됐다. 창원에선 LG가 KCC에 89-80으로 승리했다. LG는 팀 최다인 9연승을 달리며 KCC와 공동 3위(34승 19패)로 올라섰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영광과 불명예를 동시에 안은 걸까, 아니면 겨울스포츠 저변을 과시한 걸까. 1일 폐막한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종합순위 1위에 오르며 겨울스포츠 최강으로 우뚝 선 개최국 캐나다가 ‘뒤에서 따진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번 대회 세부 종목별 최하위부터 따진 순위에서 캐나다는 꼴찌 6번, 꼴찌에서 두 번째 5번, 꼴찌에서 세 번째 3번을 기록했다. 똑같이 꼴찌 6번을 기록했지만 꼴찌에서 두 번째가 3번인 이탈리아(꼴찌에서 세 번째는 4번)를 간발의 차로 제친 것. ‘뒤에서 따진 순위’ 3위는 이번 대회 ‘노 골드’로 초상집이 된 일본. 일본은 앞에서 따진 순위(20위)에선 울상을 지었지만 뒤에서 따진 순위에선 꼴찌 5번을 해 3위에 올랐다. 한편 ‘불명예 메달’(뒤에서 1∼3위)에선 러시아가 19개로 가장 많은 메달을 목에 걸었다. 17개의 미국이 2위, 14개의 캐나다와 체코가 공동 3위. 흥미로운 건 이들 국가는 그나마 대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해 변명거리라도 있지만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폴란드는 선수단 규모가 60명도 되지 않음에도 불명예 메달 수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겨울올림픽 자체가 생소한 이란은 여자 알파인스키에 출전한 마르잔 칼호르 덕분에 ‘꼴찌 2관왕’을 배출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남아공 월드컵 개막 100일을 남겨두고 한국 축구대표팀이 무서운 상대를 만났다. 한국은 3일 오후 11시 30분 영국 런던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에서 아프리카 최강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을 갖는다. 이 경기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최종 엔트리 발표 직전 마지막 평가전이다. 이르면 4월 말이 될 23명의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최종 엔트리 발표 앞두고 유럽파 총출격본선 상대인 나이지리아전 대비 리허설또 유럽파가 합류한 정예 멤버가 모두 출격한다. 스트라이커 박주영(AS모나코)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등이 모두 나서는 이 경기를 통해 한국의 본선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 최강 공격진 만난 불안한 한국 수비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은 한국 수비진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4명의 선수를 수비에 두는 ‘포백’이 중심이 된 한국 수비진은 지난해 11월 유럽의 강호 덴마크, 세르비아 등을 맞아 선전했지만 이후엔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2-4로 무릎을 꿇은 1월 잠비아 평가전과 지난달 0-3으로 완패한 중국과의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이후 수비 불안감은 극도로 커졌다. 본선 상대인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는 공격에 무게중심이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 수비 조직력의 문제가 더 부각됐다. 이런 상황에서 맞붙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 코트디부아르(한국 49위)는 최근 한국이 상대한 팀 가운데 가장 두려운 상대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는 디디에 드로그바(첼시)가 포함된 공격진은 브라질도 부럽지 않은 수준. 드로그바에다 살로몽 칼루(첼시), 아루나 딘단(포츠머스), 바카리 코네(마르세유) 등 골잡이들이 넘친다. 미드필드에는 디디에 조코라, 은드리 로마리크(이상 세비야), 야야 투르(바르셀로나) 등 수준급 선수들이 공격을 받친다. 이런 공격진을 한국 수비진이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관심사다. 허 감독은 런던 도착 후 첫 훈련에서 수비진만 따로 모아놓고 이야기를 할 만큼 수비에 비중을 두고 있다. 박문성 SBS해설위원은 “중앙수비수로 나설 조용형(제주)-이정수(기시마) 조합이 드로그바의 발을 어떻게 묶느냐와 중앙 미드필더들이 수비 가담을 얼마나 해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남은 공격수 한 자리를 찾아라 공격 투톱을 맡을 이동국(전북)과 이근호(기시마)의 활약 여부도 관심사다. 허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전방 공격수는 현재로선 박주영 한 명뿐. 체격과 힘이 좋은 이동국과 빠른 스피드가 무기인 이근호 가운데 누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쳐 본선에서 박주영과 발을 맞출지 관심이 모아진다. 1년 8개월 만에 허 감독의 부름을 받고 대표팀에 승선한 ‘월드컵의 사나이’ 안정환(다롄 스더)의 활약 여부도 관심사다. 지난달 정해성 코치가 중국에 가서 파악한 안정환의 몸 상태는 합격점에 가까웠다. 이번 경기에서 후반 조커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은 안정환이 전성기 때의 기량으로 막판 공격수 경쟁에 불을 붙일지 이목이 집중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까악, 김연아다. 와아!” “성시백 선수, 너무 멋있어요!” 2일 오후 5시 반.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가 선수단 기수로 대형 태극기를 들고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서자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3시간 전부터 공항 라운지를 빼곡하게 메운 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의 입국을 기다리던 시민 1000여 명은 열렬한 박수와 환호로 선수단을 맞았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5위(금 6개, 은 6개, 동메달 2개)를 차지했다. 김연아에 이어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이상 스피드스케이팅), 이정수 성시백 이호석 곽윤기(이상 쇼트트랙) 등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기념 촬영을 위해 일렬로 선 선수들은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엄청난 인파에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며 환호에 화답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과 박성인 선수단장을 비롯해 김관규 감독(스피드스케이팅), 김기훈 감독(쇼트트랙), 브라이언 오서 코치(피겨스케이팅) 등 지도자 6명과 메달리스트 11명은 기념 촬영을 끝낸 뒤 인천공항 2층 비즈니스센터로 이동해 결산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선수단을 둘러싼 수백 명의 경호진은 몰려드는 인파 때문에 진땀을 뺐다. 호주로 유학 가는 딸을 배웅하러 나갔다가 선수단 입국을 보게 된 정석철 씨(50)는 “(쇼트트랙 외에) 다른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가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 된 것 같더라”며 “이번 올림픽 참가 선수 모두 장하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우승자인 이상화의 어머니 김인순 씨(49)는 “상화가 나오지 말라고 했지만 공항에 왔다. 시민들이 이 정도로 성원해 주시는 것을 보니 낯설기도 하고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19위에 입상하며 ‘한국판 쿨러닝’을 연출한 봅슬레이 대표팀 강광배는 “입상도 못한 우리 팀에 국민 여러분이 너무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다.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인천=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귀국회견 말말말“▼박용성(대한체육회장)= 종합 5위란 성적은 우리가 겨울올림픽 강국으로 우뚝 섰다는 의미다. 이번 성적은 내년 7월 결정되는 겨울올림픽 개최지 결정 때도 평창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박성인(선수단장)=8년을 준비해 빙상 강국이 됐다. 그러나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10년을 내다본다는 마음으로 설상(雪上) 종목에도 꾸준히 투자해 진정한 겨울스포츠 강국으로 올라서야 할 것이다. ▼이정수(쇼트트랙)=(2억 원의 포상금을 어디에 쓸 거냐는 질문에 한참 생각하더니) 그렇게 큰 돈은 내가 관리 못할 것 같다. 부모님한테 드려야겠다. ▼이은별(쇼트트랙)=(여자 3000m 계주에서 실격 판정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물론 너무 아쉽다. 열심히 훈련해서 4년 후엔 반드시 되찾아올 것이다. ▼성시백(쇼트트랙)=(끝나고 나니 심경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처음엔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돌아오고 나니 마음은 편하다. ▼곽윤기(쇼트트랙)=(시상식장에서 ‘아브라카다브라’의 ‘시건방춤’ 세리머니를 할 생각을 어떻게 했냐고 묻자)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에서 최초의 금메달이 나오지 않았나. 우리(쇼트트랙팀)도 뒤질 수 없다는 생각에 ‘최초’의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이 기회에 나를 알리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모태범(스피드스케이팅)=(금메달 딴 비결을 묻자) 그냥 다른 대회라고 생각했다. 부담 없이 편하게 탄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이승훈(스피드스케이팅)=(여전히 모태범과 거리를 활보하며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캐나다에서 인터뷰할 때 태범이랑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지금 분위기도 좋고, 계획대로 추진할 생각이다. ▼이상화(스피드스케이팅)=(김연아와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나를 ‘빙판 위 신세경’이라 불러주는 팬들에게 우선 감사한다. 김연아 선수가 더 예쁘고 몸매도 날씬한데…. 그래도 나는 나만의 매력이 있는 게 아닐까.” ■ 선수단 향후 일정오늘 해단식후 靑오찬연아, 캐나다 캠프 복귀22일 세계선수권 준비 2일 금의환향한 밴쿠버 겨울올림픽 한국 선수단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으로 이동해 하룻밤을 보냈다. 선수단 해단식은 3일 오전 9시 반 태릉선수촌 내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리며 선수단은 해단식을 마치는 대로 청와대로 이동해 이명박 대통령과 오찬을 갖는다. 선수단 공식 일정은 여기까지다. 이후에는 경기 단체별로 짜인 개별 일정에 따른다. 바이애슬론 대표 선수들은 10일 핀란드에서 시작되는 월드컵 대회 참가를 위해 짧은 휴식을 가진 뒤 다시 훈련에 들어간다. 경기가 없는 대다수 선수들은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김연아는 3일 밤 비행기로 훈련 캠프인 캐나다 토론토로 돌아간다. 김연아는 22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시작되는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목표로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조일 예정이다. 김연아는 2일 밤 선수로는 유일하게 태릉선수촌이 아닌 개인 숙소에 머물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연아’란 이름 석 자는 이제 보통명사가 됐다. 맨 처음 누군가 ‘김연아’를 외치자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은 난리가 났다. 팬들은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갈아 치우며 여왕에 등극한 그녀의 모습을 보기 위해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였다. 그녀의 얼굴을 담기 위해 팬들이 터뜨린 휴대전화 카메라 세례는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그녀가 입국장에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던진 한마디는 ‘오’. 올림픽 이전부터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렸지만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팬들의 열기에 그녀도 당황했다. 하지만 세계를 감동시킨 강심장답게 이내 여유를 되찾고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여유 있게 손을 흔들자 팬들은 ‘김연아’를 다시 연호했다.이어 열린 기자회견장에서도 주인공은 단연 김연아였다. 다른 메달리스트와 코치진 등이 동석했지만 질문 3개 중 1개는 그녀에게 몰렸다. 김연아는 이 자리에서 “결과가 어떻든 항상 저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팬들의 응원 덕분에 부담 없이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며 영광을 팬들에게 돌렸다. 또 “항상 혼자 공항에 들어왔는데 이번엔 다른 선수들과 함께 와 너무 자랑스럽고 또 영광이다”라며 밝게 웃었다.향후 일정과 관련해선 “오래 준비해온 큰 산을 넘어 아직 얼떨떨하다. 일단 이달 말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가 목표고 그 이후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옆에 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연아의 미래에 대해선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차근차근 얘기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오서 코치가 전날 밴쿠버에서 “연아의 남은 과제는 트리플 악셀”이라고 말한 부분과 관련해서 김연아는 “이번에 처음 들은 얘기”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실수 없이 기술들을 구사했다. 아직 이 기술들을 더 완벽하게 연마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연아는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몇 번이나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공항을 빠져나갔다. ‘연아 언니’라며 목청껏 소리 지르던 여고생은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정말 완벽하다. 저렇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동영상보기 = 金연아 앞세우고... 밴쿠버 영웅들 금의환향 ▲ 다시보기 = 김연아, 완벽한 연기…세계신기록 금메달}
17일 동안 활활 타오르던 성화가 꺼졌다.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는 우아한 연기로 세계를 홀렸다. 스피드스케이팅 ‘07학번 삼총사’ 모태범(21), 이상화(21), 이승훈(22·이상 한국체대)의 금빛 질주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순위를 떠나 한국 선수단 모두 최선을 다한 경기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1일 폐막한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은 역대 최다인 14개의 메달(금 6개, 은 6개, 동메달 2개)을 따내며 종합 5위에 올랐다.올림픽 성화는 4년 뒤 러시아 소치 대회를 기약하며 꺼졌지만 국민의 시선은 이제 또 다른 지구촌 축제로 향하고 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3일이면 개막까지 꼭 100일 남는다.6월 11일 개막하는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은 또 한 번의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양박쌍용(兩朴雙龍)’으로 불리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주영(AS 모나코),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등 유럽파가 주축이 된 대표팀의 전력은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하다.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붉은 악마’의 응원은 12번째 선수로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유럽의 그리스, 남미의 아르헨티나,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함께 본선 B조에 속한 한국은 16강을 넘어 4강 기적 재현을 꿈꾸고 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요즘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이르면 4월 말이 될 23명의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 옥석 가리기가 한창이다. 3일 오후 11시 30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강호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은 그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팀은 5월 초 다시 소집돼 16일 에콰도르와 아르헨티나 대비 모의고사를 치른다. 24일에는 한일전이 있다. 이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로 날아가 유럽 팀과 한 차례 평가전을 치른 뒤 6월 3일 세계 최강 스페인과 마지막 평가전을 갖는다. 그리고 ‘결전의 땅’ 남아공에 입성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