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원칙 강조하던 자칭 ‘교육계 포청천’, 法 어기고 교육의원-교사 2년 겸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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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파면전력 김형태 교육의원
법원 해임취소 판결로 복직한뒤 위반인줄 알면서도 조치 안 취해

‘원칙과 기준을 갖고 해야 한다, 아무리 약해 보여도 정의는 결국 이긴다, 엄정한 심판 역할을 해야 될 교육청이 제대로 그 역할을 안 했다….’

사학 비리나 국제중 입시부정과 관련해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47·사진)이 했던 말이다. 법과 원칙과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 정작 당사자는 법을 지키지 않았다. 위법임을 알면서도, 2년 동안이나.

김 의원은 서울 양천구의 양천고에서 교사로 재직하다가 2009년 파면을 당했다. 급식 비리를 폭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다음 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의원에 당선됐다. 서울고등법원이 2011년 7월 그의 해임 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양천고를 운영하는 상록학원은 복직을 허용하는 인사발령을 두 달 뒤에 냈다.

문제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교육의원은 사립학교 교원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제9조 제1항). 같은 법은 또 ‘교육의원이 겸임할 수 없는 직에 취임한 때 교육의원직에서 퇴직된다’고 명시하고 있다(제10조). 교육의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학교로 돌아갈 수 없다는 애기다.

당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서울시의회는 김 의원의 복직을 유예해 달라고 상록학원에 요청했다. 그러나 상록학원 이사회는 법대로 교육의원과 양천고 교원직,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통보해 달라고 김 의원에게 전했다.

김 의원은 법적으로 두 직책을 모두 유지하면서 2년을 보냈다. 명백한 법률위반이다. 상록학원은 그를 면직 처리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 2011년 서울시교육청의 이사회 임원 승인 취소 처분과 관련해 2심이 진행 중이라 이사회가 공백상태. 재단 관계자는 “이런 전례가 없다. 김 의원은 학교에 적(籍)을 두고는 있지만 직책이 없다. 교육의원으로서 의정활동비와 월정 수당을 받으니까 교원 봉급을 따로 주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충남도의회의 임춘근 교육의원은 겸직금지 조항에 따라 의원직을 그만뒀다. 임 의원은 전교조 시국선언에 참여했다가 2009년 충남도교육청으로부터 해임됐고, 이듬해 충남도의회 교육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올해 2월 대법원으로부터 해임처분 취소 판결을 받자 학교에 돌아가면서 의원직에서 면직처리됐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김 의원이 겸직 상태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동료 의원에 대해선 서로 관대한 편이라 법적으로까지 따져보진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겸직금지의 원칙은 알고 있지만 동료 의원을 저격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스스로를 ‘교육계 포청천’이라고 불렀다. 양심적 교사, 진보의 투사라는 평가를 받지만 일각에선 이념적으로 편향된 의정활동으로 교육계 물을 흐린다는 비판도 있다. 그는 “의원직을 할 수 없어도 교사로 복직하면 된다”고 지인들에게 말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교원 신분이) 정리되지 않은 점은 알지만 사표를 쓸 순 없다. 양천고에서 해직된 게 부당하다고 소송해 승소했는데 스스로 사표를 쓰는 건 소송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영·신진우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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