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제2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총량제, 일몰제, 네거티브제라는 3대 규제개혁 방향을 제시한 것은 기업의 의사를 반영해 규제를 제대로 풀라는 의미다. ‘공장을 짓지 말라, 건물 높이를 낮게 하라’는 2가지 규제를 ‘공장을 짓지 말고 건물을 낮게 만들라’는 식으로 합쳐놓고 규제건수를 절반으로 줄였다고 생색내는 관료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덩어리 규제 많이 푸는 계기 될 것” 3가지 규제개혁 방향 가운데 총량제와 일몰제는 지금도 적용되는 제도다. 정부는 등록규제의 전체 수를 관리하고 규제마다 시한을 정해 시간이 지나면 규제를 폐지하는 장치를 만들어뒀다. 하지만 단지 규제 수만 관리하다 보니 규제를 없애면서 그 내용을 슬그머니 다른 규제에 녹여 넣어 여전히 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인들은 박 대통령이 현장에서 불필요하게 기업을 옥죄는 규제의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환영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중국 시안을 방문했더니 지방정부가 투자 애로 해소를 위해 발로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우리도 규제완화 성과가 큰 지자체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현장의 ‘덩어리 규제’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일례로 기업이 공장을 지으려 할 때 건축 관련 규제, 상하수도 규제, 환경 관련 규제 등 대부분 규제가 다 풀려도 농지 규제 같은 단 1개의 규제가 남아있으면 공장 신축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대통령이 현장 방문을 통해 이런 덩어리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규제의 방식을 ‘이것만 허용한다’는 포지티브식에서 ‘이것만 안 된다’는 네거티브식으로 바꾸면 각 업종의 자율성이 확대된다. 가장 영향이 큰 분야는 토지다. 지금은 ‘주거용 건물만 지을 수 있다’는 식이지만 앞으로는 ‘유흥업소는 못 짓는다’는 식으로 바뀐다. 정부는 우선 도시지역 중 상업, 준주거, 준공업지역과 비도시지역의 계획관리지역에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한다. 전 국토의 12%로 수도권 면적과 맞먹는 이 지역들에는 앞으로 아웃렛, 마트 등 용지 3000m² 미만의 판매시설과 음식점, 숙박시설이 원칙적으로 허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환경문제와 난개발 우려다. 정부 관계자는 “1994년에도 준농림지역에 대해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했다가 ‘나 홀로 아파트’, 음식점 등이 난립해 다시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며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남아있는 다른 규제 장치를 적절히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거티브 방식 도입으로 금융 분야에서 신용카드사들의 신사업 발굴 기회가 넓어진다.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보험대리, 여행알선 등으로 부수업무 범위가 제한돼 있다. 병원들도 큰 기대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의료법에는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이 노인복지시설, 장례식장 등으로 제한돼 있다. 최근엔 메디텔(의료관광용 숙박시설)도 허용하기로 했지만 스포츠센터, 여행사, 사진관 등을 운영하는 미국 의료기관과 비교할 때 여전히 사업영역이 좁다는 지적이 많다.○ 1기 신도시 토지규제 풀린다 정부는 이날 택지지구의 용도변경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일반택지와 신도시는 준공 후 10∼20년까지 개발계획을 바꿀 수 없어 이 기간에는 용지를 매각하거나 다른 용도로 토지를 사용할 수 없었다. 정부는 이 제한기간을 절반 수준인 5∼10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가 가장 먼저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기존 계획에 묶여 사실상 방치돼 있던 용지개발이 재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제한구역의 해제 기준도 완화된다. 지자체가 여가·복지시설, 청사 등 공공시설을 설치할 때 앞으로는 20만 m² 이하의 땅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할 수 있게 된다. 각 지자체가 ‘자투리 땅’을 이용해 주민 편의시설을 세우는 게 용이해진 것이다. 또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는 고도제한도 완화돼 앞으로는 국립공원이나 스키장이 아닌 다른 산에서도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1000억 원의 투자 및 관광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세종=유재동·홍수용·박창규 기자 jarrett@donga.com}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최근 정부와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과 관련해 “지금 기업들에 너무 부담을 주면 안 된다”며 어느 정도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노 위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6월 국회에서 처리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이 워낙 ‘메가톤급’인 만큼 다른 것들은 좀 뒤로 미룰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아직 공정위가 손을 안 댄 것이 있지만 이런 것들은 경기 흐름을 고려해서 해야 한다”며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와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기업들의 순환출자 구조를 ‘사생아’라고 표현하며 “도덕성을 겸비한 정부라면 이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기업 지배구조가 생긴 배경에는 과거 압축성장 시절 정부가 기업들에 거의 강제로 새로운 사업을 떠맡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노 위원장은 또 “해운 조선 건설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신규 순환출자는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며 “이런 경우까지 금지하면 경쟁정책 이전에 경제가 무너지고 경기가 멈추게 된다”고 말했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경제전문가들뿐 아니라 청와대와 여권까지 가세해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통솔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최근 급박한 경제 상황을 맞아 경제팀의 수장(首長)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정책조정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현 부총리는 기준금리 등 개별 정책을 놓고 다른 부처와 갈등 국면을 자주 연출했고 서비스산업의 핵심 규제나 통상임금 문제 같은 사회적으로 폭발력이 큰 갈등 과제에 대해서는 거의 입을 다물거나 정책 결정을 무기한 보류해 왔다. 또 ‘무색무취하다’는 비판을 받는 현 부총리 특유의 스타일 때문에 전반적인 경제정책 추진력뿐만 아니라 부처 장악력, 대(對)국회 교섭능력 등이 모두 시장에서 낮게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총리가 직함과 위상에 걸맞은 소신과 리더십을 하루빨리 되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갈등만 있고 조율은 없어 행정부의 정책의지가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사례는 ‘서비스산업 1단계 대책’이다. 영리병원 도입, 의료법 개정 등 ‘뜨거운 감자’들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하기 쉬운 것들만 담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칫 강도 높은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가 생길 정치적 논란과 공방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사실상 ‘무기한 보류’한 것이다. 5일 발표된 지역공약 이행계획 역시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의 눈치를 본 기재부는 ‘약속한 공약은 모두 지키겠다’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추진 일정이나 재원 계획, 지역별 우선 추진 공약 등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세밀한 정책 결정을 해야 할 행정관료들이 어느 쪽에서도 욕을 듣지 않기 위해 고도의 정치적인 립서비스를 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 밖에도 취득세율 영구 인하, 정년연장 등 논란이 크지만 어떻게든 정책 방향이 나와야 할 사안에 대해 기재부는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조정하라”고 주문할 정도이니 이해당사자나 관련 업계는 답답함이 크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부동산 취득세율 영구 인하 문제는 당연히 부처 간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경제사령탑이 방침을 정해주지 않으니 밖으로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가 다른 부처 간 정책 조정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 갈등의 당사자가 되는 일도 잦다. 현 부총리는 취임 직후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패키지를 완성하기 위해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를 공개적으로 주문했지만 김중수 총재가 이를 거부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제민주화 과잉 입법 움직임에 대해서도 현 부총리는 한동안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공정위원장, 국세청장을 불러 “경제민주화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공정위, 국세청 간부들 사이에서는 “당국자 간에 조용히 대화로 해결하면 될 일을 굳이 대놓고 요구해 조직 분위기만 위축시켰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적극적으로 정책 방향 제시해야” 현 부총리가 내정됐을 당시 정부 안팎에서는 ‘안정적인 정책 조정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을 지내는 등 경제정책을 입안 및 조정하는 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데다 특유의 유연한 성격이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정권 초부터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 방침으로 금융시장은 출렁거렸고 국내에서는 수출 내수 투자가 모두 둔화되는 비상시국이 이어졌지만 현 부총리의 정책 조정능력은 발휘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경제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보다는 유연한 리더십을 가진 현 부총리가 정책 조타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부총리 제도가 도입됐지만 예전의 기재부 장관 시절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며 “현 부총리가 국정 방향과 청사진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부처 간 의사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경제팀 수장이 기업에 ‘우리가 이렇게 기업 활동을 도울 테니 기업들도 이렇게 협조해 달라’고 하는 확실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는데 지금은 그게 없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니 기업들이 어떻게 일자리를 늘리고 투자를 하겠는가”라고 호소했다. 정부 정책이 국회의 문턱에서 막히는 점도 경제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현 부총리가 대국회 설득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경제팀의 ‘취임 후 첫 작품’이었던 4·1 부동산 대책은 수직증축 리모델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주요 정책이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세종=유재동·문병기·홍수영 기자 jarrett@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거 하향 조정했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이날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1%로 전망해 올해 4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췄다. 국가·지역별로는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1.7%로 0.2%포인트 하향 조정됐고 유로존도 ―0.6%로 0.2%포인트 낮아지면서 2012년(―0.6%)에 이어 2년 연속 역(逆)성장이 예상됐다. 또 중국 인도 등 신흥개도국의 경제성장률도 4월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은 5.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0%로 4월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IMF는 엔화 약세를 무기로 한 ‘아베노믹스’의 추진이 일본 경제에는 득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IMF는 세계경제 성장률을 전반적으로 하향조정한 배경으로 주요 신흥국의 성장 부진, 유로존 침체 지속, 미국의 재정지출 감축 전망에 따른 수요 부진 등을 거론했다. IMF는 “신흥국들은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재정여력이 줄어드는 등 정책수단이 예상보다 부족하다”며 “금융안정 및 거시건전성 조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정책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실상 질타했다.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국무위원을 질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악화되는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경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못하는 현 부총리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취득세 인하 문제는) 주택 매매 활성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살려야 하는 국토교통부와 지방 재정을 걱정해야 하는 안전행정부의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 자체는 이해가 된다”면서도 “국민과 밀접한 문제는 부처 간 협업과 토론을 통해 타당성 있는 결론으로 나와야 하는데 언론에는 부처 간 이견만 노출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제부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개선 대책을 수립하고 보고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처 간 이견이 노출돼 국민이 혼란을 느낄 동안 이를 조정해야 할 경제부총리가 그동안 무얼 했느냐는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의 경제팀 비판도 계속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심각한 상황 인식과 발 빠른 대응이 절실한데도 정부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우리 경제팀이 경제 현실을 안일하게 보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날 “우리 경제는 1분기(1∼3월) 대비 완만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며 새누리당과 다소 결이 다른 경기분석을 내놨다. 이에 앞서 3일 열린 ‘가계부채 정책 청문회’에서 현 부총리가 “현재 가계부채가 위기 상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안일한 인식이 아니냐는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처럼 경제팀에 대한 당과 청와대의 비판이 커지고 있는 것은 급박한 경제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경제부처들의 정책 추진력과 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부조직개편 때 5년 만에 ‘경제부총리’ 자리를 부활시켰는데도 박 대통령이 강조한 부처 간 협업은커녕 갈등 사례만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부처들이 공약이나 국정과제에 명시된 정책만 ‘매뉴얼대로’ 수립하고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부처 간 이견이나 경제주체 간의 갈등 모두 경제 사령탑이 조정하고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을 내고 설득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동정민 기자·세종=유재동 기자 ditto@donga.com}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 고용·복지 등의 분야에서 기능이 중복되는 공공기관들을 상시적으로 솎아내 이들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다만 어려운 일자리 사정을 감안해 새 정부 임기 중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 인원은 크게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을 심의, 의결했다. ‘공공기관 선진화’를 위해 민영화와 조직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한 이명박정부와 달리 박근혜정부의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은 공공기관의 내실을 다지는 데 초점을 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상시 구조조정 체계로 전환 새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방향은 ‘철밥통’과 ‘방만경영’을 뿌리 뽑겠다는 점에서는 역대 정부와 크게 다를 게 없다. 다만 일회성 개혁이 아닌 상시적 구조조정 체계로 전환해 임기 내내 공공부문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는 이 같은 상시 점검의 ‘시범 케이스’로 중소기업 지원과 정보화, 고용·복지, 해외자원개발 등 4대 분야의 공공기관들을 언급했다. 이들 분야는 유사한 기능이 여러 기관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역할 재조정이나 기능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기능 점검을 해본 뒤 업무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분은 기관 간 협업을 유도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유사·중복 기능을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의 비대화에도 제동을 건다. 앞으로 공공기관을 새로 설립할 때 과연 그 조직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한 강도 높은 사전 심사를 한다.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에서 해당 서비스를 민간기업이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리면 기관 설립이 보류된다. 또 신설된 공공기관은 설립된 지 3년이 지나면 초기 운영 성과에 따라 존속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임원추천위 독립성 강화 인사개혁 방안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권한을 강화하고 낙하산 인사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포괄적으로 규정된 기관장의 자격 요건을 항목별, 기관 특성별로 구체화할 계획이다. 기관장 공모제의 핵심인 임추위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추천후보를 기존의 ‘3∼5배수’에서 ‘3배수 이하’로 줄이거나 주무부처 요청에 따른 재공모를 금지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임추위에서 후보군을 골라내면 공운위가 이를 다시 추려내던 기존 방식을 바꿔 임추위가 추천한 후보 리스트가 바로 인사권자에게 전달되도록 선임 절차를 간소화했다. 현재 기재부 장관이 갖고 있는 공기업 비상임이사의 임명권을 앞으로는 주무부처 장관이 행사하도록 해 임원선임에서 주무부처의 역할도 강화한다. 임원 인사권을 주무부처가 아닌 기재부가 행사하다 보니 ‘낙하산’ 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과거 정부와 정책방향 차별화 새 정부의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은 공공부문의 ‘다운사이징(축소)’을 밀어붙였던 이전 정부와는 정책방향이 크게 차별화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기관의 기능 통폐합과 상시 구조조정 방침이 정해졌지만 개별 기관을 민영화하거나 인력을 줄이겠다는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석준 기재부 차관은 “상시 구조조정을 하다 보면 조직을 줄여야 되는 기관도 있고 늘려야 하는 기관도 있을 것”이라며 “어떤 기관을 무조건 없애는 식이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꿔 나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4년간 295개 공공기관에서 모두 7만 명을 채용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공공기관을 구조조정의 대상으로만 여기던 시각에서 벗어나 일자리 창출 등 국정과제 달성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월급쟁이 가구가 자영업자보다 가계부채로 인한 부실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영일 연구위원과 유주희 전문연구원은 5일 한국은행 계간 ‘경제분석’에 실린 ‘가계부채 부실 위험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논문은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를 토대로 소득보다 지출(대출이자 포함)이 더 많으면서 순자산도 마이너스인 ‘부실위험 부채가구’의 비율을 가구특성별로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가구주가 임금근로자인 가구 가운데 부실위험 부채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87∼3.66%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소득과 자산이 급감하고 이자율이 높아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이 비율은 4.10∼5.36%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비해 가구주가 자영업자인 부실위험 부채가구는 1.84∼2.23%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부가 5일 내놓은 지역공약 플랜이 구체적 실행계획이 빠진 원론적 수준에 그쳐 지방자치단체들과 정치권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지역공약의 추진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별도의 이행계획을 공개했지만 개별 공약의 추진 일정이나 재원대책 등 세부 계획을 하나도 넣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공약 이행 시기나 재원 분담비율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등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내 사회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106개 공약 추진을 위한 167개 사업의 소요 재원이 총 124조 원”이라며 “예비타당성조사 등 절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타당성이 미흡하면 공약을 수정해서라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개별 공약의 추진 일정과 방법, 지역별 우선추진 공약을 공개한다는 당초 계획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지자체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약별 사업비나 국비 지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공개하지 않아 지방비 지출과 민자유치 규모를 정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약 다수가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지자체들은 “겉으로만 이행하겠다고 하고 결국에는 흐지부지 만들려는 수순이 아니냐”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안종범 정책위 부의장은 “지역공약은 당연히 지킬 것”이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반면에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타당성이 낮은 것은 재조정한다고 했는데 이는 선거를 위해서 실행 가능성이 낮은 공약을 남발했다는 의미”라고 비난했다.세종=유재동 기자·장강명 기자 jarrett@donga.com}
“우리도 해보고는 싶었지. 근데 해봤자 만날 시끄럽게 싸움만 나고…. 국회 가서 지금까지 (통과)된 적이 없어.” 정부가 ‘서비스산업 1단계 대책’을 발표한 4일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알맹이가 빠진 것 같다”는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이번 대책은 박근혜정부의 첫 서비스산업 육성 대책으로 교육과 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 대한 현 정부의 기본적인 인식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발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서비스업 규제 완화’를 외치며 대책만 수십 차례 냈던 이명박정부도 정작 서비스업 발전을 가로막는 ‘대못’을 뽑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내용에는 그동안 서비스업 발전을 위해 시급한 과제로 거론됐던 굵직한 사안들이 모두 빠졌다. 발표 자료에는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갈등 과제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한 구절만 담겼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 외국의 영리교육기관 유치, 약국법인 설립 등 지난 10년 동안 논의만 무성한 채 진전이 없었던 수많은 과제는 ‘다음’을 기약하게 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영리병원 같은 문제는 국회는커녕 부처 간에도 의견 조율이 안 된다”며 “상황이 이런데 무리하게 우리만 치고 나가기보다는 되는 것부터라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심지어 융·복합 규제 완화의 사례로 대통령이 추진하라고 지시했던 ‘원격진료 허용’마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원격진료를 허용하려면 현행 의료법을 고쳐야 한다. 그런데 ‘의료법에 손을 대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국회에서 통과될 확률은 ‘제로’가 된다”고 털어놨다. 특정 부문을 성역화하는 한국 사회의 ‘이념적 도그마(독단적 신념)’가 관료들의 패배주의를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기재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 수출입은행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비스산업 1단계 대책’을 발표했다. 고용창출투자 세액 공제 등 세제 혜택을 받는 서비스 업종을 확대하고 서비스 기업의 공공요금 부담을 제조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 부총리는 “서비스 산업의 발전은 우리 경제의 명운(命運)과 관계가 있다”며 “단발성 대책이 아닌 중장기 시계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단계 대책’의 주제와 발표 시기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공약 105개 가운데 총사업비 500억 원이 넘는 신규사업이 모두 전면 재검토되거나 다음 정권으로 추진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3일 “지역공약의 내용을 검토해 보니 국비가 투입되는 신규사업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기본계획조차 안 세워놓고 중앙정부에 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이 되는 500억 원 이상의 지역공약은 원칙적으로 모두 재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아직 기본계획이 서 있지 않은 대부분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은 앞으로 예비 타당성 조사 신청과 승인, 실시설계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착공까지 4∼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사업들은 대거 축소,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 또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더라도 일정상 상당수는 이번 정부에서 실행(착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적자날 게 뻔한 사업 추진 못해” 지역공약에 대해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사업을 수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모두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얼핏 들으면 ‘약속 이행’의 중요성에 무게를 둔 반응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모두 추진’보다는 ‘수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현재의 경제 여건이나 재정 상태를 생각해볼 때 도저히 각 지역의 요구를 원안 그대로 들어줄 수 없다는 것. 특히 올해 세수(稅收) 부족으로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고 가까스로 ‘공약가계부’를 마련해놓은 정부로서는 수십조 원의 국비가 추가로 들어갈 수 있는 지역공약은 사실상 쳐다볼 여력도 없다. 여러 가지 사업 중 그나마 ‘비용 대비 편익’이 높은 것을 최대한 추려 중앙정부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 당국자는 “한눈에 봐도 적자날 게 뻔한 사업을 어떻게 그냥 추진할 수 있겠느냐”며 “이 부분은 (새누리)당에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05개 지역공약은 ①예비 타당성 조사(예타)를 통과한 사업 ②사업 규모가 작아 법적으로 예타가 필요 없는 사업 ③앞으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예타도 거쳐야 하는 사업 ④예타를 했는데 부적절하다고 나와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사업 등 4가지로 나뉜다. 이 중 ①, ②번은 그냥 추진해도 되지만 이런 공약은 전체 소요재원 대비 10%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머지 ③, ④번이 공약 구조조정의 주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신규사업에 해당하는 지역공약의 상당수를 이번 정권에서는 시작조차 못할 수도 있다”며 “지역공약 소요재원이 124조 원이나 된다며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가 지는 부담도 생각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기 과제로 미뤄질 가능성도 이에 따라 지역공약의 극히 일부만 우선 추진과제로 뽑히고 나머지 대부분은 장기과제로 분류될 개연성도 커졌다. 특히 도로·철도 건설 등 덩치가 크고 민감한 사업들은 정권 말로 갈수록 추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 이처럼 공약을 지키겠다는 원칙만 강조했지, 실제로는 대부분 축소, 보류하는 분위기로 흐르면 해당 지자체나 정치권의 반발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추진 과정에서 “그게 과연 공약 이행을 한 것이냐”는 정치적 논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은 “정치인을 선거에서 뽑을 때 세부공약을 100% 지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대통령이 지나치게 공약 이행에 신경을 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박완규 중앙대 교수는 “지역공약을 모두 이행하기로 결론을 내더라도 재정상태를 생각할 때 이번 정부에서 마무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예산 편성권을 가진 기획재정부는 5일 지역공약 이행계획 발표를 목표로 막바지 조율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당초 지역공약 105개를 표로 만들어 각각의 이행계획을 제시하려 했지만 계획을 바꿔 구체적인 내용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다만 지역별로 우선 추진할 일부 공약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발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국회가 2일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 대기업 총수 일가의 부당한 사익(私益) 편취 행위가 근절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총수 일가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며 부(富)를 편법으로 증식시키는 관행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대기업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의 일감을 받아 중소기업에 하도급을 주면서 ‘통행세’만 받아 챙기는 행위도 규제할 수 있는 장치가 새로 마련됐다. 이 밖에 프랜차이즈 가맹희망자에게 본부가 예상매출액 범위를 문서로 제공토록 하고, 가맹본부에 맞설 수 있는 사업자단체의 결성을 승인하는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실질적 권한을 높여주는 법안도 이날 국회의 문턱을 통과했다. 이날 통과된 주요 법안 내용은 정부 원안보다 규제의 강도나 범위가 상당히 완화된 내용이다.○ 전체 계열사의 10%가량만 규제 그동안 광고, 물류, 시스템통합(SI) 등 업종에서는 총수 지분이 있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이 주는 일감을 독식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 영업을 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총수 일가 지분이 100%인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이 2005년 설립 이후 불과 8년 만에 제일기획을 위협하는 업계 2위 회사로 성장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번에 법이 개정되면서 정부는 앞으로 대기업집단이 계열사 간의 특혜성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득을 주는 행위를 차단할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은 △정상적인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합리적 경영판단이나 통상적 거래상대 선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거래 △직접 수행할 때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등 3가지를 규제대상으로 명시했다. 다만,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을 위해 불가피한 내부거래는 앞으로도 계속 허용된다. 또 개정안은 대기업 계열사 간에 만연한 ‘통행세 관행’을 겨냥한 내용도 담고 있다. 이는 다른 계열사로부터 사업을 따낸 뒤 계약금의 10∼20%를 수수료로 챙기고 중소기업에 일을 맡기는 관행을 말한다. 이 밖에 개정안은 부당지원을 한 계열사뿐 아니라 이를 통해 실제 이익을 본 계열사도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통과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이 규제의 적용대상을 기존 원안보다 축소해 법의 실효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를 들어 부당내부거래 규제대상을 ‘총수 일가가 일정 수준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로 정하고 기준이 되는 지분은 향후 시행령에 명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 62개 대기업집단 전체 계열사 약 1800곳 중 총수 일가 지분이 30%가 넘는 계열사는 200개가량이다. 규제대상이 되는 총수 일가 지분을 이 정도로 잡을 때 전체 계열사의 10분의 1 정도가 규제대상이 되는 셈이다.○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 동일 가맹점 못 들어서 이날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가맹본부는 계약을 체결할 때 사업자의 영업지역을 설정해 계약서에 기재해야 하고, 계약 기간 해당 지역 내에 동일한 업종의 가맹점이나 직영점을 설치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치킨집을 신규 계약할 때 영업지역이 반경 200m로 설정되면 가맹점은 그 지역 내 해당 프랜차이즈의 유일한 점포로서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는 셈이다. 또 심야시간대 매출이 인건비에도 못 미치거나 업주가 질병에 걸려 영업에 차질이 생기면 가맹본부가 사업자의 영업시간 단축을 허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주택가나 외진 골목길에는 심야시간에 문을 닫는 편의점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가맹사업법은 같은 프랜차이즈의 사업자들이 단체를 결성해 가맹본부와 거래조건 등을 협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본부가 사업자단체 활동을 이유로 사업자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했다. 한편 국회는 대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본사와 대리점 간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일명 ‘남양유업법’ 등 다른 경제민주화 법률안은 다음 회기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현 정부가 지난 대선 때 약속한 지역 공약 105개를 모두 이행하기 위해 124조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박근혜정부의 복지공약 등 일반 공약 소요 재원(135조 원)에 필적하는 액수로 중앙·지방정부의 급격한 재정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진 여부를 놓고 상당한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새누리당과 정부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공약 가계부’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 보고했다. 기재부가 추산한 105개 지방공약의 소요재원은 계속사업 40조 원, 신규사업 84조 원 등 124조 원으로 국비와 지방비, 민간투자자본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정부 관계자는 “재원조달 비율은 앞으로 논의를 더 거쳐야 하지만, 이 중 국비의 비율이 최소 절반은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국가 재정계획에 반영돼 있는 계속사업을 빼고 신규사업만 계산하더라도 지역공약 이행을 위해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중앙정부 재원이 최대 40조∼50조 원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역공약 중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나온 것은 공약을 수정해서라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정은 타당성이 미흡하거나 경제여건상 추진하기 쉽지 않은 공약들은 사업 규모나 시기 등을 조정하기로 했다. 105개 지방공약에는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책공약집에 담겨 있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사업, 남해안 철도고속화사업 추진 등 덩치가 큰 지역 숙원 사업이 대거 포함돼 있다. 하지만 동남권 신공항 건설 사업은 정책공약집에 들어 있지 않고 이미 예산이 반영돼 국가사업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되는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정부가 이처럼 지역공약을 모두 이행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밝혔지만 실현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게 재정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아무리 지방재정이나 민자를 동원해 중앙정부의 부담을 크게 줄인다 해도 경기 둔화와 세수(稅收) 격감 등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수십조 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약을 추진한다는 원칙만 고수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일정을 중장기로 돌리거나 일부 공약은 자연스럽게 다음 정권으로 책임을 넘기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은 정부가 지방공약 이행에 더욱 노력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만들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며 “최대한 원안에 가깝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세종=유재동 기자·길진균 기자 jarrett@donga.com}
서민들의 주택 구입을 지원해주는 금융상품의 금리가 앞으로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화된다. 또 주택자금을 위한 다양한 융자지원 금융상품들이 하나의 고정금리 상품으로 통폐합된다. 정부는 1일 이석준 기획재정부 제2차관 주재로 재정관리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주택자금 융자지원 방식 개선안을 확정했다. 이 개선안에 따르면 현재 상품이나 만기별로 금리를 다르게 설정해놓은 것을 소득수준별로 재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소득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받고, 소득이 낮으면 적용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국민주택기금으로 운영되는 근로자·서민주택구입자금 및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그리고 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하는 금리우대보금자리론을 앞으로 ‘서민주택구입자금’(가칭)으로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통합 상품의 대출조건은 주택시장 상황이나 시중금리 등을 고려해 국토교통부가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국토부 당국자는 “통합 상품은 고정금리만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17개월 연속 흑자… 6월 수출은 줄어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6월 수출은 467억3300만 달러로 지난해 6월보다 0.9% 감소했다. 수입액은 412억1800만 달러로 1.8% 감소했다.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입액이 더 크게 줄어들면서 무역수지는 55억1600만 달러 흑자로 지난해 2월부터 17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상반기인 1∼6월 기준으로는 수출이 2767억 달러, 수입이 2571억 달러로 무역수지는 196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소비자물가 상승률 8개월 연속 1%대통계청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상승했다고 1일 밝혔다. 이는 1999년 9월(0.8%)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았던 올 5월(1.0%)과 같은 수준.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1월(1.6%) 이후 8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6월 물가의 안정세는 기상여건 개선과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 측면의 요인이 컸다”며 “하반기에는 기저효과 등으로 상반기보다는 높은 물가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서울 시내 특급호텔에서 결혼식을 열 때 혼주가 꽃장식이나 음료·주류 등을 외부에서 주문해 하객들에게 접대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 특급호텔들이 정부 권고에 따라 예식 부대상품의 끼워팔기 관행을 없애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랜드힐튼서울, 신라호텔, 그랜드하얏트서울 등 20개 서울시내 특급호텔들이 최근 ‘호화 결혼식’으로 논란이 된 예식상품 판매관행을 자진 시정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19개 호텔은 예식을 할 때 꽃 장식의 외부 반입을 허용하기로 했고, 특히 와인 등 주류와 음료는 모든 호텔이 반입을 막지 않기로 했다. 10개 호텔은 견적서에서 ‘구입필수항목’ 표기를 삭제하기로 했다. 앞서 공정위의 자체 조사 결과 시내 특급호텔들의 웨딩상품 평균가격은 식사가 1인당 8만7000원, 꽃 장식은 712만7000원, 무대 연출비는 259만2000원, 폐백실 비용은 71만6000원 등으로 나타났다. 식사비는 신라호텔이 13만4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꽃 장식은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이 2057만 원으로 최고가였다. 이들 중 밀레니엄힐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등 10개 호텔은 꽃장식이나 무대연출, 와인 등을 주된 필수항목으로 표시해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해 왔다. 또 견적서에 필수항목으로 분류되지 않았어도 고객 상담을 할 때 구입을 권유하는 호텔이 많았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급호텔의 판매관행 개선으로 예식 고객들의 선택의 폭이 확대되고 불필요한 결혼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박근혜정부의 1기 경제팀은 마주하고 있는 경제 환경이나 인력 구성 등의 면에서 2008년 이명박정부의 첫 경제팀과 매우 유사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전광우 금융위원장으로 출범한 당시 경제팀은 한은 총재가 직전 정부(노무현 정부) 출신이라는 점이 지금 경제팀과 같다. 오랫동안 야인(野人) 생활을 한 경제관료가 화려하게 기재부 장관으로 복귀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또 취임 첫해 경제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갔다는 점도 두 경제팀의 공통분모다. 그래서인지 현 경제팀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지난 정부 때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강 전 장관과 이 전 총재는 금리인하 문제를 놓고 심각한 마찰을 빚으며 경제팀의 위기를 증폭시켰다. 기재부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은 5년 뒤 정권이 재창출된 직후에도 그대로 재연됐다. 다만 이성태 전 총재는 시장과의 신뢰 부문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강 전 장관과 현오석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리더십 스타일도 크게 대비된다. 강 전 장관은 재임 시절 반대세력이 아무리 많아도 끝까지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는 면모를 보였다. 아직까지도 민주당 등 야권의 공격을 받는 ‘고환율-저금리’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강 전 장관의 리더십은 경제부처 선임 장관으로서 결단력이 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금융위기 국면에 부적절한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최중경 당시 차관이 대리 경질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이에 비해 현 부총리는 최대한 자기 목소리를 낮추고 부처 간 협업과 의견수렴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그의 이런 캐릭터는 짧은 시간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는 데 도움을 주긴 했지만 내놓는 정책의 무게나 실효성은 이전 장관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전문가는 “현 부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전혀 나아지지 않을 경우 조기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증현 기재부 장관-이성태 한은 총재-진동수 금융위원장’ 체제로 2009년 2월 출범한 이명박정부 2기 경제팀은 직전 경제팀이나 현 경제팀에 비해 통솔력과 의견 조율, 신뢰 등의 면에서 두루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경제위기의 성공적 극복과 관리에는 성공한 반면에 향후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에는 취약했다는 지적이 있다.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을 비롯한 서비스 산업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보건복지부 등 다른 부처를 설득하지 못한 점도 아쉬웠던 점으로 평가된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7월부터 주택 취득세 한시적 감면 조치가 끝나 ‘거래절벽’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정부가 취득세 영구인하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 부처 간 견해차가 큰 사안이라 합의가 늦어질 경우 취득세 인하 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주택 거래가 끊기는 등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대표적 주택 거래세인 취득세율을 영구적으로 낮춰주는 세제 개편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부동산·세제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쳐 세율 인하폭 등을 마련한 뒤 이달 국토부 기재부 안전행정부 등이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현행 취득세율은 9억 원 이하 주택은 2%, 초과는 4%로 미국(1%) 캐나다(1.3%) 영국(2%)과 비교해 최고 4배나 높아 주택거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침체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5차례에 걸쳐 6개월 또는 1년간 한시적으로 취득세율을 1∼3%로 낮춰 시장 활성화를 유도했다. 하지만 감면 조치가 시작되면 거래가 반짝 살아났다가 혜택이 끝나면 거래가 뚝 끊기는 문제가 반복돼왔다. 올 1월에도 한시 감면이 종료되자 전국 주택거래 건수는 전달보다 무려 75%나 줄어들었다가 3월 감면이 연장되자 되살아났다. 감면 혜택이 사라지는 7월을 앞두고 6월에는 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을 서두르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가 3∼5월 평균보다 3000건 이상 늘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필요할 때마다 취득세를 한시적으로 낮춰 정책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보다 영구적으로 세율을 조정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체 지방세수의 25.7%를 차지하는 취득세를 인하할 경우 지방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 올해 예산 기준 취득세수는 13조8202억 원으로, 현행 세율을 기존 한시 감면 조치대로 1∼2%포인트씩 낮추면 연간 2조7000억 원가량의 지방세수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방세수를 보전하기 위해 재산세를 올리거나 연간 1조3000억 원 규모인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수로 돌리는 방안, 부가가치세의 5%인 지방소비세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세제 전문가들은 “매년 납부하는 재산세를 올리면 납세자들의 조세 저항이 상당히 클 것”이라며 “종부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동시에 지방소비세율을 조정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정임수 기자·세종=유재동 기자 imsoo@donga.com}
경제 전문가들은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현 정부 경제 부처 수장(首長)들의 리더십에 대해 100점 만점에 60점에도 못 미치는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현 정부 경제팀은 주어진 시간에 비해 비교적 많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정책의 실효성이나 리더십, 일관성이 부족했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비전 제시와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지난달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현 부총리를 비롯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신제윤 금융위원장,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등 박근혜 정부 ‘1기 경제팀’ 4명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경제·금융 전문가 20명에게 의뢰했다. 평가 결과 10개 세부 항목 점수를 합한 총점은 경제팀 4명 평균이 56.9점에 그쳤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현 부총리와 김 총재는 신 위원장과 노 위원장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팀 수장들 사이에 협조가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20명 중 11명이 ‘이뤄지지 않는 편’이라고 답했고 ‘보통’(8명), ‘전혀 이뤄지지 않음’(1명)의 순이었다. 이는 기준금리를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간의 마찰, 경제민주화와 세무조사 추진 강도를 놓고 경제정책 및 집행을 담당하는 주요 기관 간에 벌인 신경전 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새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평가(10점 만점)에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7.1점)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경제민주화 정책’(4.7점)이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로 상충될 수 있는 과제인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를 정교한 추진 방안 없이 밀어붙인 결과, 경제정책 전반의 방향성에 대해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지하경제 양성화는 정책 의도와는 달리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문제를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고, 부동산 대책 등도 효과가 단기에 그치고 있다”며 “경제회복을 위한 난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부총리가 정기적으로 부처 간 협의를 갖고 대(對)국회 의견을 정부 부처 공동으로 개진하는 등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유재동 기자·문병기 기자 jarrett@donga.com}
농림축산식품부는 28일 커피 가공품에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요령’ 고시를 공포하고 6개월 뒤인 12월 말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생산자가 캔커피, 커피믹스, 볶은커피 등 커피 가공품에 원산지 국명을 표시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이와 함께 오디 뽕잎 누에번데기 등 양잠산물에도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했다.세종=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27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장기 침체에 빠진 경제의 성장궤도를 잠재성장률 수준(연 3%대)으로 다시 끌어올린다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를 담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올해 2.7% 성장을 달성한다면 올 1분기(1∼3월)까지 8개 분기째 이어진 ‘전 분기 대비 0%대 성장’ 기록도 3분기(7∼9월)에는 1% 이상으로 올라 깨질 수 있다. 정부가 이처럼 목표를 높게 잡은 것은 경각심을 갖고 저성장의 굴레를 하루빨리 탈출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선진국 클럽에서 멀어지며 서서히 침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잇달아 터져 나오는 악재는 정부의 계획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 경제의 급랭, 일본 아베노믹스의 실패 우려 등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 대책들을 철저히 집행하면서 대외 리스크 관리와 금융시스템 안정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정부 “저성장 고착화, 태국의 길을 걷고 있다” 이날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을 인용해 최근 약 5년 동안 한국 경제가 최악의 경로를 밟고 있다고 경고했다. IMF에 따르면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들의 이후 모습은 멕시코, 스웨덴, 태국이라는 3가지 모델로 나뉜다. 멕시코는 1994년 ‘테킬라 위기’로 불리는 외환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이후 고도성장을 하면서 위기 이전 국내총생산(GDP) 추세선을 회복했다.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이 터진 스웨덴은 위기는 원만하게 수습했지만 과거의 성장경로에 복귀하진 못했다. 최악은 태국이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은 태국은 실업률 증가와 기업투자 저하로 위기 이전의 성장경로를 완전히 이탈했으며 성장시대도 조기에 끝났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국은 스웨덴의 모습을 보였다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에는 태국의 모습으로 경제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제로(0) 성장을 했던 2009년 이후 한국 경제는 위기를 수습하며 2010년에 6.2%로 예전 성장세를 회복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 다시 3%대로 고꾸라졌다. 기업들의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고 청년실업이 지속되면서 위기 이전의 성장 추세선을 회복하기는커녕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 정부 당국자는 “10대 그룹의 투자성향(영업이익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금융위기를 거치며 한 단계 더 떨어졌다”며 “태국처럼 되지 않으려면 당분간 전 분기 대비 1%가 넘는 잠재수준 이상의 성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시장과 부동산 등 내수지표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일본식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최근 물가안정세는 수요 감소보다는 유가 하락 등 공급 측면의 요인이 크기 때문에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쏟아지는 해외 악재들…3%대 성장 가능할까 정부가 성장률 끌어올리기에 소매를 걷고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하반기 국내 경기의 회복이 쉬운 과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4대 경제권의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미국의 양적완화를 둘러싼 리스크는 미국 경제의 회복을 뜻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 시점이나 속도에 따라 신흥국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기재부는 “미국 경기회복 속도에 비해 출구전략이 빠르게 진행되면 글로벌 경기회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엔화 약세로 한국의 수출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실패에 대한 우려까지 겹쳐 우리 경제에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밖에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 및 중국의 성장둔화 조짐도 성장률 목표 달성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와 투자는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안 보이고, 정부지출 부문은 이미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보완했기 때문에 향후 수출이 얼마나 받쳐 주느냐가 하반기 경제성장을 좌우할 것”이라며 “정부는 적극적인 환율 관련 정책을 통해 수출 증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일단 올해 전망치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대외 리스크가 하반기에 다시 불거진다면 내년 4%대 성장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