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약 이행에 124조 필요… 급격한 재정악화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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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최고위에 보고… 실현가능성 논란

현 정부가 지난 대선 때 약속한 지역 공약 105개를 모두 이행하기 위해 124조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박근혜정부의 복지공약 등 일반 공약 소요 재원(135조 원)에 필적하는 액수로 중앙·지방정부의 급격한 재정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진 여부를 놓고 상당한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새누리당과 정부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공약 가계부’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 보고했다. 기재부가 추산한 105개 지방공약의 소요재원은 계속사업 40조 원, 신규사업 84조 원 등 124조 원으로 국비와 지방비, 민간투자자본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정부 관계자는 “재원조달 비율은 앞으로 논의를 더 거쳐야 하지만, 이 중 국비의 비율이 최소 절반은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국가 재정계획에 반영돼 있는 계속사업을 빼고 신규사업만 계산하더라도 지역공약 이행을 위해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중앙정부 재원이 최대 40조∼50조 원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역공약 중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나온 것은 공약을 수정해서라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정은 타당성이 미흡하거나 경제여건상 추진하기 쉽지 않은 공약들은 사업 규모나 시기 등을 조정하기로 했다.

105개 지방공약에는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책공약집에 담겨 있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사업, 남해안 철도고속화사업 추진 등 덩치가 큰 지역 숙원 사업이 대거 포함돼 있다. 하지만 동남권 신공항 건설 사업은 정책공약집에 들어 있지 않고 이미 예산이 반영돼 국가사업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되는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정부가 이처럼 지역공약을 모두 이행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밝혔지만 실현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게 재정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아무리 지방재정이나 민자를 동원해 중앙정부의 부담을 크게 줄인다 해도 경기 둔화와 세수(稅收) 격감 등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수십조 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약을 추진한다는 원칙만 고수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일정을 중장기로 돌리거나 일부 공약은 자연스럽게 다음 정권으로 책임을 넘기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은 정부가 지방공약 이행에 더욱 노력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만들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며 “최대한 원안에 가깝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유재동 기자·길진균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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