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중견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뽑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중견기업을 정부 발주시장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31일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회의 제2대 위원장이 된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60·사진)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정부 발주 물량 입찰에 참여하려고 회사를 쪼개는 기업도 있는데, 이는 중견기업을 오히려 중소기업으로 회귀하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가구업체 퍼시스와 리바트가 각각 2010년과 2011년 조달사업부를 분사(分社)하면서 ‘위장 중소기업’이라고 비난받은 사례를 두고 한 말이다. 산업발전법상 중견기업은 근로자 수 300명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 원 이하(제조업 기준)인 중소기업과 국내 계열사들 자산총액이 5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사이에 해당하는 기업을 뜻한다. 최 회장은 중견기업들의 의견과 애로사항을 수렴해 각종 정책을 개선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1982년 서울 동대문시장 3.3m²짜리 가게에서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크로커다일 레이디’, ‘샤트렌’ 등 12개 브랜드로 78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동대문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현재 중견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가진 게 부족하고, 중소기업에 비해 정책적으로 소외받는 ‘샌드위치’ 신세”라며 중견기업 지원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견기업이 되자마자 정부 정책자금이나 은행 대출금리 혜택 등 중소기업이 받던 160여 개의 지원이 사라져요. 상속세 부담도 커 가업을 물려주는 데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현재 국내 중견기업은 약 1400개다. 숫자로만 따지면 전체 기업의 0.04%에 불과하지만 고용의 7.7%, 수출의 10.9%를 떠맡고 있다. 대한상의는 2015년까지 국내 중견기업 수를 300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아픔만 보살필 게 아니라 중견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뽑고 기업별 성장 단계에 맞는 지원책을 펴야 한다”고 요청했다. 패션그룹형지는 3월 경남 양산시에 약 5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봉제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그는 “다른 중견기업들도 고용을 늘리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일에 적극 투자해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둘러싸고 빵집에 이어 외식업에서도 이해당사자 간 자율합의가 끝내 무산돼 주사위는 동반성장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동반성장위는 다음 달 5일 중기 적합업종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3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 농심, 매일유업 등 외식업체들과 한국외식업중앙회는 29일 마지막으로 열린 외식업 5차 조정협의체에서 합의안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해당사자들의 자율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조정협의체가 합의에 실패하면 동반성장위가 자체 실무위원회를 열어 중재안을 마련하거나 중기 적합업종으로 선정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와 관련해 동반성장위는 30일 외식업 관련 첫 실무위원회를 열었다. 29일 조정협의체에서 외식업계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가격대나 소비자 등의 측면에서 ‘골목상권’과 겹치지 않으니 중기 적합업종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외식업중앙회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식업계는 많은 외식 브랜드들의 매장이 100개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에 새로 열 수 있는 매장 수를 기존 매장의 일정 비율로 제한할 경우 성장에 큰 타격을 입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자 동반성장위는 외식업에 한해 중기 적합업종 선정 발표를 미루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합의가 지지부진하자 동반성장위는 고민에 빠졌다. 유장희 위원장은 29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제과업 중기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해 “특정 업체가 벼랑 끝 전술을 고수해 협상이 어렵다”며 “다음 달 5일까지 합의가 안 되면 적합업종 지정에 비협조적인 업체 이름을 공표할 수도 있다”고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중기 적합업종을 선정했다 해도 사업 확장이나 진입 자제, 철수 등의 권고를 받는 업체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원칙적으로 중기 적합업종의 규제 대상은 중소기업기본법에서 정하는 ‘중소기업’이 아닌 모든 기업이지만 사실상 시장점유율 최상위권 기업들에 규제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라는 것보다 시장지배력이 얼마나 큰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계 대기업을 판단하는 기준은 한국지사가 아닌 외국 본사 규모로 하겠다”고 해 논란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제가 2차 하도급을 하는데 일감을 주는 업체가 각종 구실을 붙여 단가를 낮춥니다. 품 들이는 만큼만 받아도 소원이 없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밑바닥’까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측량전문 A사 사장)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에 관심을 가져주시니 기대가 큽니다.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주셨으면 합니다.”(박준후 성림철강 대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95.3%가 중소기업에 대한 박 당선인의 잇단 애정 표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7∼23일 전국 중소기업 대표와 소상공인 125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응답자의 85.5%는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가 취임 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당선인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으로는 56.5%가 ‘경제 3불(不·시장 불균형, 불공정 거래, 불합리한 제도)’을 해소해 경영난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착(18.8%), 중소기업 자체 경쟁력 제고(10.8%), 소상공인 지원 및 보호 강화(8.0%) 등의 순이었다.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은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으로 성공하기 위한 리더십 자질(복수 응답)로 공약 실천의지(51.8%), 중소기업과의 소통능력(48.5%), 중소기업 현장감(46.8%), 경제적 통찰력(21.1%)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막상 임기가 끝난 후 경제 3불이 해소될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49.7%,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가 없어질 것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49.9%에 그쳤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26일 경제단체 중 처음으로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하고, 9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3불’을 해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중소기업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30년 이상 동네 빵집을 운영했던 분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백화점 납품업체들도 애로사항이 많다” 등 구체적인 업종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대기업 관계자들은 “중소기업이 튼튼해야 대기업도 잘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자칫 무리한 경제민주화 이슈가 부각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볼트와 너트를 제조할 때 필요한 금형을 만드는 A사는 작년 말 일본 수출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원-엔 환율이 떨어져 팔수록 손해였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기술제휴를 맺은 일본 업체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설득했지만 한동안 환율이 정상화될 것 같지 않아 일본 수출은 당분간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트북, PC,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IT)기기 케이스를 제작하는 B사 사장도 속이 타들어간다. 이 회사는 전체 수출 물량의 70∼80%를 일본으로 보낸다. B사 사장은 “수출대금으로 받은 엔화를 환전해 보니 수중에 들어온 돈이 1년 전보다 30% 줄었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이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다. 일본 기업들과 수출품목이 겹치는 국내 기업들은 이제 싼값을 무기로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자동차 철강 섬유 환율 주의보 28일 한국무역협회와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한국과 일본의 주요 수출 품목 50개 중 중복되는 품목은 26개에 이른다. 특히 주요 10대 품목 중에선 원유를 제외한 석유류, 자동차, 자동차 부품, 전자집적회로, 유조선을 제외한 선박 등 5개가 겹쳤다. 이는 세계관세기구(CWO)가 분류하는 HS코드 4단위를 기준으로 한일 양국의 주요 수출품목을 비교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특히 자동차, 철강, 섬유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작년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은 각각 11.7%, 51.1% 줄었다. 이경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격에 민감한 미국 소형차 시장에서 일본 업체와 경쟁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체는 물론 아시아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철강 기업들도 불리한 조건에서 일본 업체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기업들 ‘환율 리스크’ 대비 분주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9300억 원의 환차손을 입었고, 올해 이 같은 기조가 지속되면 환율에 따른 손실이 3조 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원가절감, 물류 효율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브라질 공장을 준공해 글로벌 생산 체제가 완성된 만큼 해외생산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또 중·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가차 판매 비중을 높일 방침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8일 오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주재한 경영전략회의에서 환율 비상 경영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한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1056원, 엔-달러 환율은 83.9엔을 예상하고 있다”며 “결제통화 다변화, 환 헤지 등을 강화해 환율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제품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현지에서 유연탄과 철광석 등 원료를 수입하는 데 쓰는 ‘자연 헤지’ 방식을 택했다. 환전 단계를 없애버린 것이다. 이경희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기업들은 품질이나 디자인 브랜드 가치 등을 높이고 수출 품목을 다변화해야 하고, 중소기업은 일본이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관세인하 혜택을 적극 이용하라”고 조언했다.강유현·박창규·정효진 기자 yhkang@donga.com}

“여성 벤처계에서도 ‘박세리 키즈’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30일 제8대 한국여성벤처협회장에 취임하는 이은정 한국맥널티 사장(49)은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중진공 대학생 기자단 1기로 활동한 여대생 2명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중소기업을 17곳이나 취재했지만 여성 기업인은 한 명도 없었다”는 홍진옥 씨(연세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의 지적에 이 사장은 박세리 키즈를 예로 들며 여성 기업인 롤 모델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1998년 박세리 선수가 US여자오픈에서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워터해저드에 빠진 공을 쳐내 우승한 뒤 박세리 키즈가 생겨났죠. 벤처업계에서도 성공한 여성 창업자가 많이 알려져 ‘벤처 키즈’가 많이 자라나야 합니다.” 이 사장은 1993년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49.5m²짜리 커피전문점을 열었다가 2년 만에 접고 1997년 한국맥널티를 창업해 현재 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원두커피를 납품하고 있다. 2006년에는 맥널티의 사업 영역을 제약업으로 넓혔다. 작년 매출은 150억 원 수준이다. 그는 “통상 ‘벤처’라고 하면 정보기술(IT) 업종을 떠올리지만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창조 업종이라면 어느 것이든 벤처”라고 강조했다. 맥널티가 커피를 쉽게 마실 수 있도록 티백형 원두커피와 종이컵에 커피를 바로 내릴 수 있는 드립커피를 개발한 것도 벤처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37%가 여성 기업인데 이들의 연평균 매출은 1억8000만 원, 고용은 1.4명에 그칩니다. 대부분 영세한 음식·숙박업이기 때문이죠. 반면 중소기업청 벤처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여성 벤처 2100개는 연평균 매출이 30억 원이고 14.4명을 고용하고 있어요. 여성 벤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지혜 씨(경희대 프랑스어학과 4학년)가 여성 기업인으로서 어려웠던 점을 묻자 이 사장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여사장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지만 여성 경영인은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어 웬만한 어려움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남성들은 서로 ‘형님, 동생’ 하며 끌어주고 밀어주는 문화가 있지만 여성에겐 부족해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성 기업이 성장 단계별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촉진지원센터가 있었으면 해요. 여성 기업이 초기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모판’을 심는 것처럼 정부 벤처자금 중 일부를 여성 전용으로 할당해줄 순 없을까요?”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생활용품업체 유한킴벌리가 요실금이 있는 노인 계층을 타깃으로 지난해 말 내놓은 ‘디펜드 스타일 팬티’는 55세 이상으로 구성된 ‘스타일 판촉단’이 대형마트에 파견돼 ‘또래 고객’들에게 판매한다. 이 제품에 대한 전화상담 요원으로 55세 이상의 간호사 출신들을 배치했다. “젊은 직원들에게 고민을 말하기가 쑥스럽다”며 매장 주위를 맴도는 고객들을 배려하면서 동시에 다른 은퇴자들에겐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한 것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에서 만난 유한킴벌리 최규복 사장은 “시니어 대상 취업행사에 가보면 일자리 자체가 적을뿐더러 그나마 90%가 단순노무직이라 안타까웠다”며 “젊었을 때만큼의 소득을 올릴 수는 없더라도 경험과 전문성을 살린 경제활동 기회를 주는 것이 국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가 시니어를 위한, 시니어에 의한 비즈니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유한킴벌리는 ‘액티브 시니어’에 주목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는 55세 이상 인구 가운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갖춘 집단이다. 최 사장은 “약 1년 전 액티브 시니어 관련 사업을 사회와 상생하는 유한킴벌리의 기업정신에 맞춰 발전시키려고 고민하다가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모델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CSV란 기업이 일방적으로 베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모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사회 문제도 해결하자는 개념이다. 유한킴벌리는 최근 동아일보와 서울여대 착한경영센터, 리서치앤리서치가 함께 실시한 ‘한국의 착한 기업’ 조사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최 사장은 CSV야말로 ‘착한 기업’이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나 연금 상태를 고려하면 72세까지 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평균 은퇴 연령은 53세입니다. 더 일하고 싶고, 일할 수 있는 액티브 시니어를 새로운 경제활동 인구로 끌어들이면 일자리 창출, 소비 촉진, 국가의 재정부담 경감 등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유한킴벌리의 액티브 시니어 비즈니스모델에는 시니어 관련 용품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을 선정해 연구개발(R&D)과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최 사장은 “이 기업들에 사업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시니어 전문가 자문단도 곧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니어 관련 제품 전문매장도 연다. 이미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내 서울실버영화관에 시니어용품 매장인 ‘골든 프렌즈’를 오픈했다. 일종의 테스트 매장인 이곳의 성과가 좋으면 주방, 거실, 욕실 등으로 세분한 제품을 판매하는 독립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시니어들의 피부 타입과 경제성을 함께 염두에 둔 노인용 스킨케어 제품처럼 시니어 전용 제품도 개발한다. 최 사장은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치부됐던 시니어 인력이 오히려 경제의 새 활력으로 자리매김할 날이 머지않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김현진·강유현 기자 bright@donga.com ▼ 30년 친환경 활동 성과… “착하면서도 강한기업 실천할 것” ▼■ 공익경영 6개 항목 모두 1위최근 방문한 유한킴벌리 본사 사무실은 마치 대형 도서관 같았다. 직원들은 정해진 자리 없이, 원하는 곳에 앉아 노트북컴퓨터를 펼쳐 놓고 각자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2011년 도입한 스마트워크와 재택근무제에 전 직원이 참여하도록 독려한 덕분이다. 공장 기능직에도 4조 2교대제를 도입해 하루 12시간을 근무하면 다음 날은 완전히 쉴 수 있게 했다. 동아일보가 21일 발표한 착한기업지수 조사 결과에서 195개 조사 대상 기업 중 종합 1위를 차지한 유한킴벌리는 직원과의 소통, 자율성 부여 등을 평가하는 ‘배려 경영’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부 항목 3개 중 2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공익 경영’ 부문에선 6개 세부 항목 모두 1위를 휩쓸었다. 30여 년간 사회공헌 활동과 친환경 활동을 꾸준히 해 온 덕분이다. 1984년 시작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유한킴벌리는 이를 통해 국유림 조성하기, 숲이 있는 학교 만들기, 북한 숲 복원, 동북아 사막화 방지 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탄소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 참여를 결정하고 2020년까지 총매출 중 녹색제품 비율을 30%까지 높이기로 했다. 매출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유한킴벌리는 연평균 11%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유한킴벌리 측은 최근 경영 성과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착한 기업에 머물지 않고 ‘착하면서도 강한 기업’을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은 “착하면서도 강한 기업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이라며 “미래형 기업의 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효성은 국내외에서 중소 협력회사들과의 상생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이 회사 글로벌 사업의 밑바탕이 된다는 취지에서다. 조현준 효성 전략본부장은 “지금 효성의 경쟁력은 스스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와 공동의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본연의 사명뿐 아니라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다. 섬유부문에서는 효성의 원사를 사가는 고객사인 원단업체와 함께 해외 판로(販路)를 개척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프리뷰 인 대구’ 등 국내 전시회뿐 아니라 ‘아웃도어 리테일러’, ‘파리 모드 시티’ 등 해외 주요 패션 및 원단 전시회에서 원단업체와 함께 전시회 부스를 운영해 그들의 제품을 해외 유명 브랜드에 소개한다. 또 효성이 생산하는 세계 1위 스판덱스 브랜드인 ‘크레오라’는 매년 한국, 대만, 중국, 브라질 등의 원단 및 패션업체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어 패션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협력사들과 공유한다. 중공업부문에서는 효성에 부품이나 원자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에 안전 보건 교육 및 공생 협력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기존 6개월에 한 번씩 협력업체 직원들을 모아 장비 관련 안전교육을 실시하던 것을 올해부터 3개월에 한 번으로 횟수를 늘렸다. 협력사 신입사원을 대상으로도 안전 교육을 진행하며 협력사들이 자체적으로 안전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교육 자료를 보내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효성은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안전 보건 공생 협력 프로그램 실적 평가에서 창원지역 37개 기업 가운데 최고 기업에 주는 ‘A등급’을 받기도 했다. 효성 측은 “이밖에도 협력사와 공동으로 국책 과제를 진행하거나 국내외 협력사를 직접 방문해 품질 개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동반성장을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우리 사회엔 오로지 중소기업과 대기업만 있습니다. 중견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 ‘성장 사다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음 달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에 취임하는 강호갑 신영그룹 회장(59·사진)은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1년 개정된 산업발전법에 ‘중견기업’ 개념이 들어갔지만 현실에서는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분류돼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강 회장은 “동반성장위원회 최고의사결정기구에 중소기업 대표 9명, 대기업 대표 9명, 학자 6명이 참여하지만 중견기업의 자리는 한 개도 없다는 것만 봐도 중견기업이 홀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대기업은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등) 고용 없는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견기업을 키워야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중견기업연합회는 ‘중견기업육성법(가칭)’ 제정을 중점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로 가려면 기술에 예술적 상상력을 더한 ‘창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1등 인재를 월급쟁이와 의사로만 만들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최근 ‘기술은 예술이다’라는 책을 펴낸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57·사진)은 23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선진 산업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능이 아닌 가치와 자랑스러움을 팔아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래야 선진국 부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김 원장은 기술과 예술의 융합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로 스위스 시계 브랜드 ‘파테크필리프’를 들었다. “누구나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하게 되면서 시계의 기능적 가치는 떨어졌습니다. 그럼 손목시계 값이 내려가야 정상인데, 왜 파테크필리프는 최소 몇천만 원에 팔릴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더니 그는 “‘시계를 파는 게 아니라 자자손손 감동할 수 있는 유산을 판다’는 파테크필리프의 브랜드 철학이 정답”이라고 스스로 답했다. 500∼1000일 동안 최대 1500개에 이르는 공정을 장인(匠人)들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며 시간의 오차를 줄이는 기술(기능)과 디자인, 보석(예술) 등을 결합한 예술품을 만들어내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우리 기업들은 기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독창성으로 세계를 리드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혁신을 위해선 청년 창업이 필수”라며 “창업자가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금융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 창업가들에게는 “10개의 사업에 도전해 모두 본전을 뽑으려 하지 말고 세상을 놀라게 할 아이템 한두 개를 개발하겠다는 모험가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백화점 정기세일 첫날, 백화점이 개장하기도 전에 중년 여성들이 문 앞에 줄을 서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선착순 100개 한정’으로 화장품 브랜드들이 나눠주는 견본품을 받으려고 백화점들이 집집마다 보낸 직접우편(DM)에 딸린 할인 쿠폰을 챙겨 온 고객들이다. 이처럼 DM을 통해 행사 정보를 알리고 쿠폰을 보내는 것은 백화점들이 고객 정보를 마케팅에 적용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지속된 ‘고전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백화점 DM이 최근 진화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나열된 ‘30% 인하’ 같은 행사 개요보다는 구체적인 가격이 표시된 상품 정보를, 글보다 사진을 확인하고 싶은 소비자들을 겨냥해서다. 우선 DM의 크기가 커지고 모양도 잡지를 닮아가고 있다. 초기 DM 크기는 가로 17.5cm, 세로 8cm로 ‘지폐’만 한 크기였다. 할인 및 사은품 교환 쿠폰을 넣어 현금과 같은 가치를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다. 이 때문에 100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DM이 미덕으로 꼽히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 일부 우수고객에게 뿌려진 DM부터 모양이 변하기 시작했다. 과거 기획전, 초특가전 등 행사 소개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제품 정보와 사진, 연관 코디법까지 보여주기 위해서는 지면이 넓은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11월부터 모든 DM을 가로 15cm, 세로 20.5cm 크기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규철 롯데백화점 광고제작 매니저는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사진과 가격만 보고 빨리빨리 넘기길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작년 10월부터 고급 잡지를 연상시키는 사진 위주의 DM을 내놓았다. 회사 관계자는 “신상품 위주로 페이지당 한두 개의 상품 사진만 올리고 이미지의 질을 높여 고급스러운 소책자 느낌을 주려고 했다”며 “작년 12월엔 우수고객용으로 잡지사 바자와 함께 크리스마스 선물 DM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신세계백화점은 3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한 모바일 DM을 백화점 업계 처음으로 선보일 계획이다.강유현·김현수 기자 yhkang@donga.com}

#1. 18일 정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지하상가는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과 학생들로 붐볐다. 이곳에서 액세서리를 고르던 문소라 씨(23·여)는 “근처 어학원에 다니는데 지하상가를 지나다가 예쁜 물건이 눈에 띄면 그냥 사게 된다”며 “요즘같이 추울 땐 친구를 기다릴 때도 지하상가에서 쇼핑하며 시간을 때운다”고 말했다.#2. 이번 겨울 들어 서울에 첫 폭설이 내린 지난해 12월 5일, 지하철역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들의 매출은 1주 전보다 20.3%나 늘었다. 교통체증을 염려한 이들이 지하철로 몰렸기 때문이다.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지하 경제’가 확대되고 있다. 이것은 물론 ‘세금 등 정부의 규제를 회피하려는 숨은 경제활동’이란 기존의 뜻과는 다르다. 지상(地上) 상권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편의점이나 중저가 화장품가게, 커피전문점 등이 활동 영역을 지하 공간으로 확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하 상권은 지하철 이용객을 중심으로 한 유동인구가 꾸준하고, 궂은 날씨로 매출이 줄어드는 ‘날씨 리스크’도 적은 편이다.○ 편의점, 화장품점, 커피전문점 지하로지하 공간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편의점 업계다. 지상과 달리 아직까지 미개척지가 많은 데다 환승역의 경우 하루 수만 명의 유동인구가 있기 때문이다. 20일 현재 편의점 ‘빅 3’는 전국 지하철역에서 총 251개(CU 48개, GS25 50개, 세븐일레븐 15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흥미로운 것은 담배 매출이 지상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지상의 편의점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나 된다. 그러나 지하철 편의점에선 20% 초반이다. 지하철역 구내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는 탓이다. 반면 음료나 두유, 우유 등 바로 마실 수 있는 제품의 매출 비중이 지상 매장보다 높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필요한 물건만 산 뒤 바로 자리를 뜨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고객 체류시간이 지상 매장보다 30초∼1분 짧고 고객 회전도 빠르다”고 말했다.미샤와 더페이스샵 등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도 다수의 지하철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샤는 2008년부터 서울 지하철 1∼9호선과 분당선, 신분당선, 중앙선에서 10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전체 매장 600여 개 중 18%가 지하에 있는 셈이다. 김선아 마케팅기획팀 과장은 “특히 퇴근 시간인 오후 6∼7시에 매출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출퇴근길에 가볍게 발라볼 수 있는 색조 화장품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도 지하 매장을 늘리고 있다. 미스터피자가 운영하는 머핀·커피전문점 마노핀은 전체 43개 매장 중 33개를 지하철역에 두고 있다. 홈스테드커피는 지난해 7월 동대문문화역사공원역에 커피, 머핀, 와플 등을 파는 코와핀 1호점을 연 뒤 현재 21개 매장을 모두 지하철역에서 운영 중이다.○ 고유가, 노선 연장에 지하철 이용객 늘어고유가와 불황이 지속되고 지하철 노선이 확대되면서 지하철 이용객은 최근 꾸준히 증가해 왔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의 수송인원(약 25억5966만 명·1∼9호선 기준)은 2008년(약 22억9385만 명)보다 11.6% 늘었다.지하 상권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기존 상가들이 야심 차게 리모델링을 시도하기도 한다. 2011년에는 강남역 지하상가, 지난해에는 강남터미널 지하상가가 개보수 후 다시 문을 열었다. 나정용 강남터미널지하상가 이사는 “지난해 6월 재개장한 직후 유동인구가 리모델링 직전보다 30% 늘었다”고 전했다. 또 GS리테일이 9호선과 신분당선 상가 운영을 맡고, SPC가 신분당선 식음료 부문을 임대 운영하는 등 대형 유통기업들도 지하상권 운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한편 지하 상권은 고객들이 쇼핑을 목적으로 방문하기보다는 그냥 지나치다가, 또는 시간을 때우다가 즉흥적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 도넛, 김밥, 테이크아웃 커피, 간단한 화장품, 액세서리 등 중저가 업종에 어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지하 상권은 지상에 비해 다양성은 떨어지지만 의류나 액세서리, 화장품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여성 고객을 흡수하기 좋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론 쇼핑 목적의 고객 방문을 늘려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강유현·장관석 기자 yhkang@donga.com최은경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교육과 4학년}

“현행법상 게스트하우스는 넓은 도로변에 맞닿아 있어야 하고 마당에는 꽃, 도로 쪽에는 나무까지 심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을 어떻게 다 갖출 수 있겠어요? 저도 세금 내고 떳떳하게 영업하고 싶습니다.” 16일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에서 5분을 걸어 도착한 마포구 서교동 주택가의 L게스트하우스. 어디에도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폭이 3m쯤 돼 보이는 길로 어쩌다 드나드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보고서야 게스트하우스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운영자 정모 씨(51)는 “사업자등록을 안 해 간판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무허가 영업, 즉 불법이다. 젊음의 거리, 홍익대 주변에 몰려 있는 100여 곳을 포함해 국내 게스트하우스 대부분은 이처럼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 정 씨는 지난해 6월 섬유사업을 접고 보증금 4000만 원, 월세 280만 원으로 방 4개를 빌려 사업을 시작했지만 홍보에 애를 먹고 있다. “사업자등록증이 없으면 외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아고다’(www.agoda.com) 같은 숙박 중개 사이트에 등록할 수 없어요. 간판만 달 수 있어도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이 보고 들어올 텐데….” 신용대출이나 소상공인 지원자금은 꿈도 꿀 수 없다. 단속은 거의 없지만 본의 아니게 ‘범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중위생관리법상 무허가 숙박업소는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거지역의 관광숙박시설은 폭 12m 이상 도로에 4m 이상 접해 있어야 하고, 대지면적의 20% 이상에 조경을 하고, 경계선엔 수림대를 조성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4차로 도로변에 녹지를 갖춘 마당, 나무로 경계선을 만든 주택이라야 게스트하우스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도시민박 등록땐 규모 제한… 게스트하우스 수입 급감 ▼그러나 막상 게스트하우스들은 기존 주택의 별실을 활용하거나 빈방을 빌려 손님을 맞는 것이 대부분이다. 도로변 상가는 임차료가 비싸고 난방시설 화장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엄두도 못 낸다. 홍대입구역을 나와 정 씨의 게스트하우스 쪽으로 가다 보면 비슷한 숙박시설이 즐비하지만 4차로 도로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현재 호스텔업으로 등록한 게스트하우스는 전국에 12개밖에 없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중저가 숙박시설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상은 거꾸로다. 지난해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돼 올 상반기(1∼6월) ‘도로 폭 12m’ 규정이 8m로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4차로나 3차로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들의 의견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게스트하우스를 민박으로 바꿔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하는 사례도 있지만 벌이가 시원찮다. 4년 전부터 서울 한 지역에서 무허가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한 김모 씨는 지난해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한 뒤 수익이 월 2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총면적이 230m² 미만이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방을 14개에서 5개로 줄인 탓이다. 그는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세금 내고 사업하려다 생계에 타격을 입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도시민박은 내국인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같은 민박이라도 농촌은 되고 도시는 안 되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도시민박을 하는 안모 씨(55·여)는 “얼마 전 조카들을 데리고 서울 구경을 온다는 손님에게 (불법인 줄 알면서도) 방을 줬다”며 “남편이 은퇴하고 민박으로 한 달에 80만 원가량 버는데 내국인이라도 안 받으면 생활할 수 없다”고 말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한 장씩 뽑고 싶은데 뽑을 때마다 서너 장이 한꺼번에 나와요.” “값비싼 천연 물티슈에 제조일자만 있고 유통기한은 왜 없죠?” “물티슈 만드는 모든 과정을 공개해 주세요. 온라인 카페에 사이버 공장 견학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요?” 작년 12월 출시된 ‘따사로움 물티슈’는 유아용품업체 따사로움이 엄마들의 모진 비판을 토대로 만든 제품이다. 2010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11년 한 TV 프로그램이 물티슈 속 화학성분에 대해 보도한 뒤 엄마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제품 개발을 원점으로 돌렸다. 불신을 먼저 없애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소비자 73명의 의견을 모아 물티슈를 다시 개발하기로 했다. 그 결과 제품에 포함된 모든 성분을 포장에 공개하는 한편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을 함께 표기하고, 해양심층수를 사용하기로 했다. 정주영 따사로움 마케팅팀장은 “이르면 다음 달 말 소비자들이 요구한대로 제품 생산과정도 온라인에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생산 현장까지 검증하는 가이드슈머 따사로움 물티슈는 ‘가이드슈머’가 기업의 제품 개발에 영향을 준 전형적인 사례다. 가이드슈머는 ‘안내자(guide)’와 ‘소비자(consumer)’를 결합한 말로 △기업의 생산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검증) △잘못된 점을 지적하거나 지침을 제공하고(훈수) △잘한 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구전 마케팅(홍보) 활동을 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단순히 주부 시각에서 상품을 평가하는 ‘마담슈머’, 완제품을 체험해보고 평가하는 ‘트라이슈머’, 신제품 개발 단계에 관여하는 ‘프로슈머’ 등에 비해 한 차원 진화된 형태다. 뱀처럼 영리하고 적극적인 ‘스네이크 컨슈머’의 대표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4월부터 8개 점포가 각각 5차례에 걸쳐 ‘바른 먹을거리 투어’를 진행했다. 전남 영광군 굴비 가공장, 경기 양평군 전통 장류 농장, 전북 부안군 김 가공장 등을 방문해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제조과정을 공개했다. 참가비로 3만 원을 내야하는데도 총 1600명이 참여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고객들 사이에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점포별로 선착순 고객 40명이 하루 만에 모두 모집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며 “참여 고객들은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려 생산 활동이 자연스럽게 홍보된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도 검증과 홍보를 병행하는 ‘가이드슈머’ 활동에 동참했다. 작년 11월 22일 YWCA 소비자환경부 소속 위원 45명은 경기 이천시 ‘이마트 후레쉬센터’를 방문해 전 공정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점검했다. YWCA는 이와 별도로 비슷한 시기 이마트 양재점에서 점포 홍보 행사를 열었다. 국내 대형마트 중 유일하게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은 이마트 축산매장을 알리는 행사였다. 흔히 ‘반(反)기업적’이라고 평가되던 시민단체가 나서서 기업 홍보를 하는 것은 큰 변화다. 최은주 YWCA 소비자환경부 차장은 “안전하다고 판단된 제품은 지하철 광고와 달력을 제작하거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며 “기존에는 완제품을 평가하는 데 주력했지만 최근에는 생산부터 개입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다”고 소개했다. ○ 스네이크 컨슈머를 만족시켜라 제품의 품질과 정품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스네이크 컨슈머’가 늘면서 기업들은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특히 품질에 민감한 유아용품에서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말 선발한 소비자 10명과 함께 ‘뉴질랜드 산양목장·공장 제1기 엄마대표 방문단’을 출범시켰다. 뉴질랜드의 자연 방목 산양목장과 현지 공장인 데어리고트를 돌아보고 산양원유를 짜는 단계부터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모든 과정을 눈으로 보고 철저하게 확인한다. 최근 유한킴벌리는 자사의 육아용품인 ‘더블하트’의 젖병과 젖꼭지, 머그잔에 ‘유한킴벌리 보증’이라고 적힌 엠블럼을 부착하기 시작했다. 해외 병행수입 제품이 늘면서 정품 인증을 해 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가이드슈머의 등장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한국형 컨슈머리포트’를 발표하는 것과 맞물려 소비자들 사이에 제품을 더욱 냉정하게 평가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진 게 배경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민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장은 “2010년 이후 업체 간 치열한 경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면서 좋은 제품을 선별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기업과 등지는 이미지였던 시민단체들이 중립적인 안내자의 모습을 띠는 것도 새로운 변화”라고 말했다.염희진·강유현 기자 salthj@donga.com}

다들 불황이라고 하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은 예외다. 식품업계도 마찬가지다. 식품업계는 ‘내 아이에게 먹이는 음식이라면 값에 관계없이 좋은 것만 먹이겠다’는 부모들의 가치소비 기조가 올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이와 관련된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식품업계의 기존 ‘키즈 마케팅’은 주로 제품의 속성을 강조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오리온의 ‘닥터유’와 이탈리아 페레로그룹의 ‘킨더초콜릿’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더라도 부모가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과자나 초콜릿을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한 ‘웰빙 간식’으로 인식시켰다. 최근에는 부모와 아이에게 제품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다. 부모는 아이에게 먹이고 싶어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제품들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CJ제일제당이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원형 두부 ‘동그란 두부’가 대표적이다. 몸에는 좋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두부를 동그란 모양과 새로운 맛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롯데마트 구로점, 김포공항점, 청량리점 등 3개 점포 내에 있는 완구 전문매장 토이저러스에서 ‘동그란두부 해물’과 ‘동그란두부 너비아니’ 출시를 기념해 체험행사를 열었다. 토이저러스에서 아이가 동그란두부의 캐릭터가 그려진 공을 찾아오면 가까운 매장에서 이 공을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행사다. 약 3000명이 참여했다. 어린이들에게 단순한 시식행사보다는 게임이나 퀴즈 등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행사를 열어 제품을 직간접적으로 알리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기획한 것이다. 박은영 CJ제일제당 부장은 “어린이들이 좋은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기획한 제품인 만큼 앞으로도 어린이 대상 체험 마케팅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과업체 돌코리아는 지난해 11, 12월 서울 송파구 잠실2동의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 서울’에서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을 대상으로 ‘스위티오 파인애플 100% 주스’ 체험 행사를 열었다. 제품의 특징과 장점을 맞히는 퀴즈를 내 답을 맞히면 사은품을 증정하는 방식이었다. KGC인삼공사는 어린이용 홍삼 제품인 ‘홍이장군’ 캐릭터를 활용한 공익 캠페인을 진행했다. 각 지역의 어린이집에 홍이장군 캐릭터가 찾아가 위생 및 기부, 봉사활동 등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서울 관악구 봉천동 W대중목욕탕은 골목길을 한참 헤맨 뒤에야 찾을 수 있었다. 주인 이모 씨(51)는 11일 건물 2층 복도 자투리 공간을 개조해 만든 간이 사무실에서 기자를 맞았다. 3.3m²가 채 안돼 보였다. 손님들이 들어왔다. 대부분 슬리퍼 차림의 자영업자, 샴푸와 타월을 넣은 바구니를 든 동네 아줌마들이었다. 이 사장은 손님 수만큼 낡은 노트에 ‘바를 정(正)’자로 적었다. 아르바이트생을 둘 형편이 안돼 혼자 산더미처럼 쌓인 주황색 수건을 틈틈이 갰다. 목욕료 5000원, 일회용 샴푸를 300원에 파는 462m² 규모의 전형적인 동네 목욕탕이다. 15년 동안 목욕탕을 운영해 온 그에게 약 2년 전 고민이 생겼다. 오른 수도료, 전기료를 보전하려고 입장료를 1000원 올렸더니 연간 매출이 7500만 원을 넘어 복식부기 의무 대상자가 된 것이다. 소득세법 및 시행령은 직전 연도 매출이 7500만 원 이상인 목욕업소를 복식부기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그 미만이면 금전출납부처럼 거래일과 거래처, 수입, 지출 등만 적는 간편장부를 써도 된다. 잠시 복식부기에 도전해볼까 마음먹었지만 이내 포기했다. 금전출납부, 매입원장, 매출원장, 자산·부채원장, 판매·일반관리원장, 총계정원장…. 결국 두 손 들고 세무사를 찾아야 했다. “오전 3시부터 오후 7시까지 혼자 일해 한 달에 쥐는 돈이 100만 원입니다. 그런데 매달 세무사에게 7만 원, 1년에 80만 원을 냅니다. 우리 같은 영세업자가 뭘 알고 탈세한다고….”▼ “가스, 정부-민간서 이중 점검… 비용-영업방해 부담” ▼이렇다 보니 일부 업소는 복식부기를 하느니 벌금 성격인 가산세(산출 세액의 20%)를 문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13년째 목욕탕을 운영하는 윤모 씨(57)는 “세무사에게 복식부기를 맡기는 돈이 월 10만 원이 넘어 차라리 가산세를 내는 게 싸다”라고 말했다. 목욕업계는 복식부기 의무 대상 기준을 높이는 게 숙원 사업이다. 김수철 한국목욕업중앙회 사무총장은 “음식업과 숙박업 복식부기 기준은 우리보다 두 배나 높은 연매출 1억5000만 원”이라며 “기업형 찜질방엔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동네 목욕탕은 복식부기가 그야말로 손톱 밑 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실에 따르면 목욕업소의 연평균 이익은 약 2900만 원으로 음식점업(약 2300만 원)과 숙박업(약 3100만 원)의 중간 정도다. 2001년 전국 9700여 개였던 목욕업소는 목욕 문화의 변화, 대형 찜질방과의 경쟁, 유가 상승 등으로 25.8%가 폐업하고 현재 7200여 곳만 남았다. 이 중 85%는 하루 손님이 50명 남짓한 영세업소다. 정부와 민간으로부터 이중으로 가스 점검을 받아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한 달에 2000m³ 이상 가스를 쓰는 ‘특정 가스 사용시설’은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1년에 한 번 국가공인 검사대행기관의 유료 검사를 받고, 지식경제부가 권고한 안전관리 규정에 따라 두 번 가스공급회사의 무료 안전점검을 받는다. 울산 울주군에서 혼자 목욕탕을 운영하는 곽모 씨(58)는 “안전점검을 하면 다른 일은 할 수가 없다. 일부 항목 점검 때는 보일러를 꺼야 해 영업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사업자인 경동도시가스가 무료 안전점검을 하는데도 4만 원 이상을 들여 5시간이나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만약 사고가 나면 가스공급회사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안전점검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신세계그룹이 올해 경영 화두로 ‘책임 경영’을 선포했다. 최근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 베이커리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벌이는 사업이 골목상권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기업이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45)은 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서울에서 열린 경영전략 임원 워크숍에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책임경영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더욱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는 이날 책임경영을 위한 5대 실천과제로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한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 △지역사회에서 사랑받는 기업 △누구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기업 △협력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기업 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주요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특히 중소협력 회사에 지나친 계약조건이나 수수료를 강요하지 않고 상품박람회를 열어 다양한 중소기업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계열사 간 거래실적도 투명하게 공시하기로 했다. 또 매장 내 지역 중소상인과 농어민을 위한 판매 공간을 별도로 제공하고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무료 직업교육 시설인 ‘신세계 희망스쿨’도 설립하기로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불황 속에서도 교외형 복합쇼핑몰과 인터넷몰, 베트남 시장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 적극 투자해 성장과 고용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전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아모레퍼시픽은 창업자 서성환 회장 타계 10주기를 맞아 9일부터 2월 말까지 경기 용인시 아모레퍼시픽 인재개발연구원에서 ‘장원 서성환 회장 10주기 기념전―아름다운 길’ 전시회를 연다. 서 회장의 일대기가 담긴 사진과 유품이 전시된다. 그는 1945년 태평양화학공업사(현 아모레퍼시픽)를 창업해 한국 화장품 산업의 선구자이자 차(茶) 문화를 계승 발전시킨 다인(茶人)으로 평가받고 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결제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고객이 몰리는 이번 주말부터 매장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은 1일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 대기업슈퍼마켓(SSM) 등에서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결제 서비스를 중단했다. 유통업체와 별도로 계약을 맺은 일부 카드나 유통업체 계열사의 카드는 당분간 서비스를 계속한다. 현재 삼성카드는 롯데·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에서, 씨티카드는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무이자 할부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이달 말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에서, 현대백화점카드는 현대백화점에서 다음 달 이후에도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할부 결제 서비스 중단은 올해부터 시행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서 ‘대형 가맹점은 판촉행사 비용의 50%를 초과하는 비용 부담을 (카드사에)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항목이 포함되면서 불거졌다. 카드사 측은 유통업체가 할부결제 수수료를 절반 이상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유통업체 매출에 기여하는 일종의 판촉 행위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들은 “무이자 할부는 카드사들이 자사 회원을 유치하기 위한 부가서비스”라고 맞서고 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직장인 김민경 씨(31)는 2일 발열내의와 장갑을 샀다. 지난해 12월 첫 한파 때 마련한 양털 부츠를 신고 거위털 패딩점퍼를 껴입어도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는 추위는 견디기 어려웠다. 김 씨는 “뭘 입어도 추워서 발열내의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는 한파가 몰아친 1, 2일 이틀 동안 초콜릿이 평소보다 30% 이상 더 팔렸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초콜릿은 고열량 식품인 데다 입에서 녹으면서 따뜻한 느낌을 줘 추울 때 잘 팔린다”고 전했다. 연일 한파가 이어지고 있지만 모든 겨울용품이 똑같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은 기온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영하 5도일 때와 영하 10도일 때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달라진다. ○ 영하 5도에 패딩, 영하 15도에 내복 3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지하 매장의 장갑 코너에 유독 손님이 몰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영하 1∼5도에서는 머플러가 잘 팔리고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면 장갑이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2일 장갑 매출은 전년 대비 25.6% 늘었다. 12월 전체 매출 신장률 7.5%보다 높은 수치다. 구스다운(패딩)은 온도가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갈 때 매출이 급증한다. 제일모직 빈폴아웃도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의 경우 기온이 영하 5∼6도로 떨어졌을 때 구스다운 제품의 판매가 전날보다 10∼15% 늘었다. 12월의 평균기온은 0∼1도다. 대표적인 겨울 상품인 내복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시점부터 매출이 늘다가 영하 15도 정도의 맹추위가 오면 눈에 띄게 급증한다. 비비안은 내복 매출이 1, 2일 이틀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8% 늘었다. 신한금융투자증권은 2003년부터 겨울 기온 변화와 매출 동향을 살펴본 결과 10월부터 이듬해 2월 월별 평균 기온이 1도 내려가면 백화점 의류 매출이 전년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한파에는 초콜릿, 양주가 인기 편의점에서는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지면 두유, 초콜릿, 원컵음료(종이컵에 담아 파는 뜨거운 음료), 꿀차, 핫팩 등이 잘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10∼12월 제품별 매출지수를 분석한 결과다. 매출지수는 특정 기간의 하루 평균매출을 ‘100’이라고 할 때 특정한 날의 상대적 매출을 표시하는 지수다. ‘100’을 넘으면 평균보다 많이 팔렸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겨울철 먹을거리인 찐빵과 어묵은 최저기온이 4도일 때 매출지수가 100을 넘고, 영하 6도가 되면 최고조에 도달했다. 두유와 초콜릿은 최저기온이 3도일 때 매출지수가 100을 넘었고 영하 9도일 때 가장 많이 팔렸다. 양주는 최저기온이 1도 이하일 때부터 매출이 늘기 시작해 영하 6도에서 가장 잘 팔렸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양주는 특히 겨울철에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시기마다 잘 팔리는 제품이 달랐다. 이마트에서 11월 1일∼12월 27일 겨울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석유·가스히터, 전기요 등은 한파가 닥치기 전에 매출이 급증했다. 온수매트와 전기매트는 11월 1∼15일에 전체 매출의 44.7%, 41.0%가 각각 몰렸다. 장갑, 머플러, 썰매나 스키복 등 스키용품은 12월에 폭설이 오면서 매출이 늘었다. 김현수·강유현 기자 kimhs@donga.com}

“대학 졸업장에 연연하기보다 현장에서 배우면서 한국 관광 안내사의 꿈을 키워 나가고 싶습니다.” 한국관광공사의 특성화고 졸업자 선발 과정을 통해 동시통역 안내사로 입사한 조예설 우희준 양(18)은 지난해 12월 31일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조 양과 우 양은 각각 중국어권과 영어권 외국인들에게 국내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는다. 조 양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가 중국어를 더 깊이 배우고 싶어 1학년 때 특성화고인 성암국제무역고로 전학했다. 조 양은 “외가 친척들이 무역업에 종사해서 자연스럽게 중국어 영어 일어 등을 접하며 자랐다”라며 “교환학생으로 온 중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면서 경기 포천시나 강원 춘천시 등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도 숨은 관광지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조 양은 최종 면접에서 중국 케이팝(K-pop) 팬들을 대상으로 한 ‘한류스타 고향 방문 관광코스’를 제안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동일여상을 졸업한 우 양은 어려서부터 꿈이 한국 관광 안내사였다. 우 양은 “경찰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어릴 때부터 국가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왔다”라며 “외국인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애국’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우 양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1년 6개월을 지내며 영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했다. 그는 “대학에서 책으로 배우는 순탄한 길보다는 조금 벅차더라도 몸으로 배우고 실습하면서 ‘한국 알림이’의 꿈을 키워 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입사한 이들은 6개월 인턴 과정을 거친 뒤 6월 정직원이 된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