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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알루미늄 제조업체 A사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에어컨 업체와 수출 계약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얘기가 나온 이후 관련 논의는 전면 중단됐다. A사의 임원 김모 씨는 “최근에는 다른 미국 업체에서 더 낮은 가격에 계약할 수 없겠느냐는 ‘가격 후려치기’ 연락까지 왔다”며 “국내에서 활로를 찾으려 해도 중국산 저가 물량이 대거 들어오면서 회사 생산 물량은 반 토막이 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급제동’ 걸린 철강 수출 증가세17일 동아일보가 한국무역협회의 ‘국가별 품목 수출입’ 통계를 분석한 결과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 153개 철강 제품은 지난달 대미 수출액과 수출량이 모두 줄었다. 수출액은 16.6%나 급감했고 수출량도 8만2886t으로 1년 전보다 10.3% 감소했다. 정부는 “3월 철강 수출 실적은 대부분 2, 3개월 전 계약 물량이 반영된다”며 지난달부터 시작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관세를 부과한 지 3주도 안 돼 수출 타격이 현실화된 모습이다. 대미 철강 제품 수출 감소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부과를 공약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올해 1, 2월 대미 철강 수출액은 4억3656만7180달러로 전년보다 9.6% 줄었다. 3월에는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졌고, 결국 올 1분기(1∼3월) 대미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2.8% 쪼그라든 7억7791만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들 153개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액은 22억3107만 달러로 3년 전인 2021년보다 36.8% 급등했었다. 2023년(―0.9%)을 제외하면 2022년(29.1%)과 2024년(6.9%)에는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알루미늄 수출도 타격을 입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인 145개 알루미늄 제품(4개 품목 철강과 중복)의 대미 수출량은 4.7% 줄었다. 다만 관세 부과로 인한 수출 총액은 제품 단가가 올라 상쇄됐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알루미늄 국제 원자재 가격은 3월 중순 t당 2737달러로 전년보다 23.7% 올랐다. 최근 1년 중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 때문에 알루미늄 제품의 대미 수출액은 34억7624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5.4% 상승했다.● 반도체 관세까지 더해지면 수출 타격↑ 대미 수출 감소는 관세가 일찍 부과된 철강·알루미늄 제품을 시작으로 전방위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이미 이달 2일부터 기본 관세 10%를 부과하고 있다. 더 큰 우려는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세계 각국이 무역 장벽을 높여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이 나타나는 것이다. 글로벌 수요 자체가 쪼그라들 수도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글로벌 무역 시장이 폐쇄적으로 바뀌면서 전 세계적으로 무역 거래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며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입장에서는 피해가 큰 만큼 협상을 통해 압박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기업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미국발 관세 전쟁의 피해는 가장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에 집중될 것”이라며 “현재 정부 재정 여건이 어려운 만큼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지원을 해주되 경쟁력을 갖춘 우량 기업을 잘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관세 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경제 사령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통상을 이끄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르면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 부총리와 안 장관이 22일경 동반 출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2 회담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정부는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관련 인프라, 연구개발(R&D) 등에 2조 원 이상 재정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추경으로 5000억 원을 반도체 산업 지원에 추가 투입해 총 지원 규모를 26조 원에서 33조 원으로 대폭 늘릴 방침이다. 정부가 반도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나선 데는 ‘반도체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상 보조금 지급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점도 재정 투입을 강화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소상공인, 취약계층 지원에 최소 4조 원 투입정부는 15일 필수 추경을 통해 우선적으로 재해·재난 대응에 3조 원 이상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속한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재해대책비가 기존 5000억 원에서 1조 원 이상으로 증액됐고 산림헬기를 비롯한 첨단장비 도입, 재해 예비비 등에도 2조 원 이상이 책정됐다.또 통상 분야 및 인공지능(AI) 분야에 총 4조 원가량을 투입한다. 미국발(發) 관세 피해 기업 지원에 추경 예산을 일부 추가해 총 25조 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신규 공급하고, 수출바우처 지원 기업도 2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AI 분야에는 1조8000억 원을 추가 투입해 연내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장을 추가로 확보한다.소상공인이 공공요금과 보험료 납부에 사용할 수 있는 연간 50만 원의 ‘부담경감 크레디트’도 신설될 예정이다. 연매출 30억 원 이하 사업자에게 사용한 전년 대비 카드 소비 증가분의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하는 ‘상생페이백’ 사업도 새로 추진된다. 이 사업들을 비롯한 민생 지원에 최소 4조 원이 투입된다.다만 정부의 추경안이 그대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추경 편성을 두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급추락하고 있어 ‘국내총생산(GDP) 갭’(실질 GDP와 잠재 GDP의 격차)을 메우려면 35조∼120조 원이 필요하다”며 “(정부 추경안이) 12조 원인데, 시장에서 생각하는 120조 원의 1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반응을 일으킬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국채 발행 규모도 감안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민주당 추경안의 절반에 달하는 15조 원은 전 국민 25만 원 지급을 위한 대선용 포퓰리즘 예산”이라며 “12조 원 규모 추경이라도 우선 지원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부장 보조금 신설,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 70% 국비 부담정부는 이날 필수 추경 편성과 더불어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도 추가로 공개했다. 최 장관은 경제·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33조 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재정도 2026년까지 4조 원 이상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스템 반도체의 국내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중국의 추격, 미 행정부가 약속했던 보조금 지원의 불확실성이 증가해 정부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이를 위해 첨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보조금을 신설한다. 국가첨단전략산업의 공급망 안정 품목·전략물자를 생산하는 소부장 기업에 신규 투자액의 30∼50%를 지원(건당 150억 원, 기업당 200억 원)하는 방식이다. 소부장 기업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반도체 저리 대출 지원은 기존 17조 원에서 3조 원 이상 추가 공급한다.반도체 인프라 구축을 위한 각종 지원책도 마련된다. 특히 경기 용인·평택 등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선로를 땅에 묻는 지중화 비용 중 정부 지원 비율을 기존 발표(50%)보다 20%포인트 늘린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12조 원대로 편성하기로 했다. 당초 발표보다 2조 원 늘어난 규모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소 15조 원으로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통과에 진통이 예상된다.15일 정부는 12조 원대의 필수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해·재난 대응에 최소 3조 원을 투자하고, 통상·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와 소상공인 및 취약계층 지원에 각각 최소 4조 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미국 정부의 품목별 관세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도 33조 원으로 7조 원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 중 5000억 원은 추경 편성을 통해 조달한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은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의 초당적 협조와 처리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정부는 늦어도 다음 주초에는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민주당은 추경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곧바로 심사를 시작해 이르면 이달 안에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경 규모는) 최소한 15조 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며 최소 3조 원의 증액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추경은 타이밍’이라며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경기 침체 장기화로 제조·건설업 등 ‘양질의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올해 1분기(1∼3월) 20대 후반 청년 취업자 수 감소 폭이 12년 만에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사회로 첫발을 디뎌야 할 청년들이 취업을 포기한 채 고용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모습도 늘고 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25∼29세 취업자 수는 242만 명으로 1년 전보다 9만8000명 줄었다. 2013년 3분기(7∼9월) 20대 후반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10만3000명 줄어든 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20대 후반 취업자 수는 2023년 1분기부터 9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 대비 줄고 있다. 감소 폭 역시 지난해 3분기 4만4000명, 지난해 4분기(10∼12월) 6만2000명 등으로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해도 두드러진다. 올해 1분기 20대 후반 인구는 6만9000명 줄었다. 취업자 수 감소 규모가 인구 감소보다 약 3만 명 많다. 20대 후반 청년들이 취업 시장에서 고전하는 주된 원인으로는 주력 산업의 일자리 부족이 꼽힌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1만2000명 줄면서 2020년 11월(―11만3000명)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건설업 취업자도 18만5000명 급감했다. 11개월 연속 마이너스(―)이자 201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20대 후반 청년들이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20대 후반 청년 중 일하지도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81만4000명이었다. 1년 전보다 1만6000명 늘어난 규모다. 20대 후반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컸던 2021년 1분기(5만7000명) 이후 처음이다. 학업이나 육아 등 별다른 사유 없이 그냥 ‘쉬었다’는 20대 후반 청년 역시 22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만6000명 늘면서 4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 초년생이 들어갈 만한 좋은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가운데 기업들이 점점 더 신규 채용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것도 청년 취업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며 “현재의 경기 침체가 완화될 때까지는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공공 부문의 인턴 제도를 활성화해 청년들이 경력을 쌓을 기회를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경기 침체 장기화로 제조업·건설업 등 ‘양질의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올해 1분기(1~3월) 20대 후반 청년 취업자 수 감소 폭이 12년 만에 최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현상까지 확대되면서 일할 곳을 찾지 못한 청년들이 취업을 포기한 채 아예 고용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사례도 급증하는 모습이다. 1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0대 후반(25∼29세) 취업자 수는 242만 명으로 1년 전보다 9만8000명 감소했다. 2013년 3분기(7~9월) 20대 후반 취업자 수가 10만3000명 줄어든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20대 후반 취업자는 2023년 1분기부터 9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감소하고 있다. 감소 폭 역시 지난해 3분기 ―4만4000명, 지난해 4분기(10~12월) ―6만2000명 등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고용 부진은 제조업·건설업 등 우리 사회의 주력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1만2000명 줄며 2020년 11월(―11만3000명) 이후 4년4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건설업 취업자도 18만5000명 급감하면서 201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로 가장 많이 줄었다. 사회 초년생이 진입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가운데 기업들이 신규 채용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현상이 커진 것도 청년들의 취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자리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20대 후반 청년들이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경향도 확산되고 있다. 올해 1분기 20대 후반 비경제활동인구는 1년 전보다 1만6000명 증가했다. 취업자도 구직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인 들이 늘어난 것은 2021년 1분기 이후 4년 만이다. 학업이나 육아 등 별다른 이유 없이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쉬었다’는 20대 후반 인구 역시 1만6000명 늘면서 4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고금리·고물가 등에 따른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대표적인 내수 업종인 숙박·음식점업의 불황이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지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가 직원을 내보내고 ‘나홀로’ 사장님이 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내수 부진이 고용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103.8로 1년 전보다 3.8%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숙박·음식점의 매출을 기반으로 작성된다. 그중에서도 불변지수는 물가 영향을 제거한 지표로 실제 생산량 변화를 알 수 있어 경기 흐름을 판단할 때 사용한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3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지난해 1월(보합)을 제외하면 내내 전년 대비 줄어들고만 있다. 관련 지수가 22개월째 한 차례도 반등하지 못한 것은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소비가 위축됐던 당시에도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0년 1월부터 1년 2개월간 감소하다가 반등했다. 숙박·음식점업 불황은 자영업자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자영업자 수는 552만3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만4000명 감소했다. 특히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가 2만5000명 줄었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만1000명 증가했다. 직원을 고용해 가게를 운영하던 자영업자가 경기 침체를 견디다 못해 직원을 해고하고 나홀로 사장님이 됐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가게 운영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숙박·음식점업 불황이 본격화한 2023년 폐업 신고 사업자는 98만6487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이 중 음식점업 폐업자만 15만8000명에 달했다. 아직 집계가 완료되지 않은 지난해 통계 역시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 부진을 고려하면 폐업 신고 증가세가 예상된다. 정부는 민생 경제 회복을 돕기 위해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10조 원 규모의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여러 지원 방안을 담을 방침이다. 특히 서민·소상공인 지원에 3조∼4조 원을 배정할 계획이다. 급격한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인공지능(AI)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도 3조∼4조 원을 지원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이 통과되면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차원에서 경제 심리 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통과가 시급한 만큼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부분부터 추경에 담고 추가로 더 필요하다면 6월 대선 이후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국세청 ‘지능화된 탈세’와의 전쟁 세금을 줄이려 1인 기획사를 세우는 연예계 ‘꼼수 절세’ 사례가 늘면서 국세청이 집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의 탈세 행위도 지능화돼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배우 이준기는 최근 서울 강남세무서의 세무조사를 받고 9억 원 상당의 세금 추징을 통보받았다. 이 씨가 설립한 ‘제이지엔터테인먼트’와 기존 소속사 ‘나무액터스’ 사이의 거래 구조가 문제가 됐다. 이 씨는 나무액터스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본인이 설립한 제이지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자신이 벌어들인 돈을 받는 형태로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제이지엔터테인먼트는 이 씨의 연예 활동 수익을 법인 매출로 잡아 법인세를 내겠다고 신고를 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를 개인 소득으로 보고 개인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1인 기획사를 활용해 세금을 줄이려는 고소득 연예인들이 많아지면서 국세청이 소득세 신고 누락, 허위 경비 처리 등 탈세 정황에 대한 세무조사와 세금 추징을 강화하고 있다.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고소득자의 악의적 탈루 수법도 진화하면서 과세당국의 검증 역시 더욱 꼼꼼해지고 있다.● 절세와 탈세의 경계선 놓인 1인 기획사 1인 기획사를 설립한 연예인의 탈세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배우 이하늬와 유연석도 과세당국으로부터 각각 60억 원, 70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모두 소속사가 따로 있는데도 본인 또는 가족이 대표로 있는 1인 기획사를 거쳐 세금을 줄이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이들은 소속사와 직접 계약하는 대신 본인이 설립한 기획사를 통해 계약을 진행하고, 출연료로 벌어들인 수익은 ‘개인 소득’이 아닌 ‘법인 매출’로 처리해 세금 절감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연예인들이 법인을 설립해 절세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매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소득에 부과되는 고율의 세금을 줄일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현행 세법상 과세표준 10억 원 초과 시 적용되는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은 45%(지방세 포함 49.5%)에 달한다. 반면 법인세는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구간에 매겨지는 최고세율도 24%(지방세 포함 26.4%)에 그친다. 연간 20억 원의 수익을 기준으로 하면 개인사업자는 49.5%의 세율을 적용받지만 법인으로 전환하면 실효세율이 20.9%로 줄어들 수 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5억 원 이상의 세금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법인을 통한 세금 절감 자체는 합법이다. 핵심은 ‘실질과세’ 원칙 준수 여부다. 국세청은 연예인이 1인 기획사를 세워 수익을 나눌 때 계약 형식보다 실질적 활동과 귀속 구조를 따지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소속사와 새로 설립한 1인 기획사 간 계약이 이뤄졌다 해도 연예계 활동에 따른 수입이 사실상 연예인 한 명에 의해 이뤄졌고, 1인 기획사에서 연예인의 활동에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았다면 1인 기획사에서 발생한 ‘법인 매출’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연예인이 설립한 신설 법인에 인적·물적 설비를 갖추지도 않고 법인세를 신고할 경우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법률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법인을 통해 세금을 줄이는 행위가 이뤄진다면 절세가 아닌 탈세로 여겨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쟁점은 연예인이 벌어들인 소득이 개인의 것인지, 법인의 매출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있다. 세법상 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크게 3가지다. △계약 당사자들이 누구를 계약 주체로 봤는지 △법인이 실재하며 연예인의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했는지 △개인에서 법인으로 계약 주체를 바꿀 만한 특별한 사유가 있었는지 등이다. 과세당국은 1인 기획사의 설립이 탈세 목적이었는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부적절한 탈루 혐의가 확인되면 즉각 추징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1인 기획사 명의의 법인카드나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가족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뒤 이를 비용 처리한 정황 등도 중점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구입비, 인건비 등의 비용은 세금을 계산할 때 빼주기 때문에 비용을 늘려 잡으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연예인들의 1인 기획사를 통한 절세가 적법하다는 판단을 받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서류의 존재 여부가 관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안원용 세무법인 다솔 변호사는 “연예인이 법인을 설립해 세금 절감에 나서는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신설 법인에서 해당 연예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전혀 없는데도 연예인 수익이 법인 매출로 잡힌다면 탈세로 판단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기존 소속사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던 연예인에 대한 관리용역 등이 1인 기획사에서 제공됐다는 증빙서류 등이 있어야 ‘법인 매출’이라는 게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버는 ‘주소 세탁’ 등으로 탈세 국세청은 연예인뿐 아니라 유튜버나 인터넷 방송 진행자(BJ), 모델 등 1인 미디어 기반의 고소득자 전반에 대한 세무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세청이 공개한 재산 추적 조사 대상에도 유튜버와 인플루언서 등 25명이 포함됐다. 이들이 활용하는 대표적인 조세 회피 수법으로는 ‘주소 세탁’이 꼽힌다. 일부 유튜버는 서울에서 활동하면서도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경기 용인시 등의 공유 오피스에 허위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용인시의 한 1300m²(약 400평)대 공유 오피스에는 1400개 사업자가, 인천 송도 내 비슷한 규모의 공유 오피스에는 1300여 개 사업자가 주소를 등록하기도 했다.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으로 서울과 경기 성남, 수원 등 과밀억제권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창업을 하면 소득세와 법인세를 50% 감면받는데, 이를 악용해 탈세에 나선 것이다. 유명인 관련 이슈에 몰려들어 사실 검증 없는 무분별한 폭로를 일삼는 이른바 ‘사이버 레커(렉카)’ 유튜버들도 여러 방식으로 탈세에 나서고 있다. 한 유튜버는 구글, 페이스북에서 외환으로 받은 광고 수익을 실제보다 적게 신고하고 탈루한 소득을 고가의 아파트 등을 매입하는 데 사용했다. 광고 수익 신고액이 증가한 해에는 가족을 직원으로 위장 채용해 인건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탄핵 정국을 계기로 막대한 ‘슈퍼챗(후원금)’ 수익을 거둔 몇몇 정치 유튜버들이 수입 신고를 성실하게 진행하는지도 관찰할 방침이다. 유튜버가 반복적으로 영상 콘텐츠를 생산해 이를 통해 수익을 내면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사업자로서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는 유튜브로 올린 광고 수입뿐만 아니라 슈퍼챗 등 후원금도 신고 대상이다. 슈퍼챗은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채팅을 통한 후원 기능이다. 일명 ‘엑셀방송’을 진행하는 BJ도 국세청의 조사 대상이다. 엑셀방송이란 여러 BJ를 출연시켜 선정적인 춤이나 포즈를 취하게 한 뒤 BJ별 후원금 순위를 엑셀 문서처럼 정리해 보여주는 방송이다. 일부 BJ는 이를 통해 연 수백억 원의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엑셀방송 운영자는 BJ에게 지급한 출연료를 부풀려 신고해 세금을 빼돌렸다. 해당 BJ와 짜고 거액의 출연료를 우선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는 방식이 사용됐다. 개인적으로 사용할 ‘별풍선(후원금)’을 대량 구매한 뒤 이를 업무상 경비로 처리하기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허위 사업장은 직권 폐업 조치하고 부당 감면 사업자는 감면세액을 전액 추징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업자의 거래 내역을 추적하는 등 주소 세탁으로 부당하게 감면받은 사업자를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조8000억 원 넘어선 고액·상습 체납 고소득자들을 중심으로 한 고액·상습 체납은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고액·상습 체납자 대상 징수액은 2022년 2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2조8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상속 재산을 숨겨두고 “돈이 없다”며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A 씨는 사망 전 고액의 부동산을 양도한 후 양도소득세를 체납했다. 자녀들도 상속을 포기한 탓에 과세당국은 체납액을 징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A 씨의 예금계좌를 추적한 결과 고액 부동산의 양도 대금이 수백 번에 걸쳐 현금으로 인출되거나 타인의 계좌로 넘어간 사실이 포착됐다. 국세청은 현금인출기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자녀들이 A 씨의 금융계좌에서 양도 대금을 현금으로 인출한 사실을 밝혀냈고, 현금 등 수억 원을 압류·충당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부동산 증여 회피, 배당 후 폐업, 차명 계좌 활용 등 체납 방식은 점점 지능화, 고도화되고 있다. 체납자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기 위한 현장 공무원들의 잠복 및 수색 업무 강도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사기 진작을 위해 포상금 지급 규정도 신설됐다. 최근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상황에서 고액 체납자의 조세 회피 행위를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인식도 담겼다. 이에 따라 세무공무원이 세금 부과나 징수, 승소에 기여하면 징수금 또는 승소 금액의 10% 이내에서 1인당 연 2000만 원 한도로 포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체납자를 적발하기 위해 재산 추적 조사 전담반을 운영하는 세무서를 25개에서 73개로 대폭 확대했다”며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징수해 조세정의와 공정과세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대학, 로봇 제조사 등 4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협력체가 출범했다.1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휴머노이드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을 뜻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테슬라, 엔비디아 등 미국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하며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들을 따라잡기 위해 휴머노이드 생태계의 결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연합에는 40여 개 산학연 기관이 참여해 로봇 AI와 하드웨어 개발 등에 나선다. 서울대 등 AI 개발 그룹부터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로봇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 등 로봇 부품 기업, 삼성디스플레이 등 수요 기업까지 휴머노이드 관련 생태계에 속한 기업이 대거 합류했다.산업부는 관련 예산을 활용해 로봇 연구개발(R&D), 인프라, 실증 등 기술 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다. 우선 올해 2000억 원 규모인 로봇 예산의 증액을 위해 관계 부처, 국회 등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1조 원이 넘는 민관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9일 본격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정부는 향후 대미 협상에서 관세율 인하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원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을 언급하며 통상과 안보를 망라한 한미 현안이 향후 한꺼번에 논의될 수 있다는 의중을 드러낸 가운데 정부도 조선업, 액화천연가스(LNG) 등 다른 협력 분야를 관세 인하의 레버리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상 간 대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앞으로 구체적인 대화에 대해 안을 만들어 통상 당국과 사안별로 협상을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향후 협상에서 상호관세와 연계될 가능성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관세와 방위비(만 연동하는) 패키지는 아니다”라며 “한 권한대행은 (통화에서) LNG, 조선, 무역균형 등 세 가지를 한꺼번에 말했다”고 전했다. 만약 미국에서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및 인상을 요구할 경우 이를 관세 문제뿐만 아니라 조선, LNG 등 미국이 한국에 기여를 기대하는 분야들과 함께 한 테이블에서 다뤄 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한 권한대행은 무역적자 폭을 줄일 구체적인 방안이나 LNG 투자 규모 등 수치를 제시하진 않았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원스톱 쇼핑에 대해 “패키지로 빨리 이뤄지는 게 원스톱”이라며 “다만 비관세장벽(non-tariff) 문제, LNG 프로젝트 계획 등이 구체화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8일(현지 시간)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방미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한 권한대행 통화 이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통상 협의를 진행했다. 정 본부장은 미국 입국 직후 취재진과 만나 “목표는 상호관세를 아예 없애는 것이고 정 어렵다면 일단 낮춰 나가는 것인데 협상은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단계별로 접근을 해서 미 측과 원만한 협의를 이끌어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선 분야가 (대미 관세 협상에서) 굉장히 중요한 협상 카드”라고 했다. 특히 안 장관은 “한 권한대행 통화 이후 미 측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며 “제가 조만간 미국에 갈 계획이며 정 본부장이 돌아오면 이번에 미국과 협의한 내용을 파악해 범부처적으로 분석하겠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올해 11월로 예정됐던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내년 4월로 연기됐다. 560억 달러(약 83조 원) 이상의 투자금 유입으로 기대됐던 환율 안정 등의 효과는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일각에선 계엄 사태 등 한국의 정치 불안에 따른 투자자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한국 시장에 처음 들어오는 만큼 준비 기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WGBI 편입 5개월 연기, 일본 투자자 요구 반영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8일(현지 시간) ‘2025년 3월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 검토 결과’를 발표하며 한국의 WGBI 편입 시점을 내년 4월로 5개월 늦췄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지수(BBGA)와 함께 양대 ‘국채 선진그룹’으로 꼽힌다. 추종 자금은 2조5000억∼3조 달러(약 3700조∼4400조 원)에 이른다. WGBI 편입은 늦어졌지만 편입 완료 시점은 내년 11월로 유지된다. 당초 올해 11월 WGBI에 편입돼 1년간 분기별로 편입 비중이 확대될 예정이었으나 내년 4월 편입된 후 분기가 아닌 매달 편입 비중을 높여 내년 11월 편입을 마칠 전망이다. 편입이 연기되면서 선진국 자금 유입, 자금 조달비용 절감, 달러화 유입에 따른 고환율 기조 완화 등 관련 기대효과도 미뤄졌다. 정부는 WGBI 편입으로 최소 560억 달러(약 83조 원)의 자금이 우리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기재부는 이번 편입 시점 변경이 채권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일본 투자자들의 투자 환경 개선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의 WGBI 편입 비중은 9.9%로 미국(42.8%)과 중국(10.2%)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한국의 WGBI 예상 편입 비중은 2.05%로 전체 편입 국가 중 9번째 규모로 예상된다. 김재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편입 개시 시점은 투자자 의견을 반영해서 결정한다”며 “일본은 국채를 주문하려면 우리와 달리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테스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견을 일본 투자자들이 제시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충분한 준비 시간을 주는 게 편입 효과를 극대화하고 제도 정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기적 환율 영향… 증장기 시장 영향은 제한적”시장에서는 WGBI 편입이 결정된 뒤 편입 시점이 연기된 사례가 전무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발(發)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높은 수출 의존도와 대통령 탄핵과 같은 정치 혼란 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고, 결국 편입 연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국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나 국채 시장 자체의 문제였다면 편입 시기 조정이 아닌 편입 완료 시점 연기 등 다른 옵션을 택했을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편입 시점 연기에 미쳤을 가능성은 0%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FTSE 러셀은 제도 개선을 요청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시장과의 소통, 확고한 개방 의지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WGBI 편입 연기가 채권 시장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단순히 연기된 것일 뿐 전체 규모가 줄어들진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WGBI 연기보다 코앞으로 다가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과 대통령 선거 등의 영향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A 증권사 채권 담당 임원은 “시장에서는 악재로 인식은 하고 있지만 편입 연기보다는 관세와 대선, 기준금리 결정이 채권 시장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B 자산운용사 채권 담당 임원은 “편입의 시기가 조율된 상황이라 시장의 영향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내년에 편입이 시작될 때 시장에서 호재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올해 11월로 예정된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내년 4월로 연기됐다. 정부는 일본 측의 투자 환경 개선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유례가 없던 일이라는 점에서 최근 한국의 정치 불안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한국의 WGBI 편입 시점을 내년 4월로 5개월 늦췄다. 편입은 늦어졌지만 편입 완료 시점은 내년 11월로 유지된다. 당초 올해 11월 WGBI에 편입돼 1년간 분기별로 편입 비중이 확대될 예정이었으나 내년 4월 편입된 후 분기가 아닌 매달 편입 비중을 높여 내년 11월 편입을 마칠 전망이다.편입이 연기되면서 선진국 자금 유입, 자금 조달비용 절감, 달러화 유입에 따른 고환율 기조 완화 등 관련 기대효과도 미뤄졌다. 정부는 WGBI 편입으로 최소 560억 달러(약 75조 원)의 자금이 우리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기재부는 이번 편입 시점 변경이 채권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일본 투자자들의 투자 환경 개선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재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편입 개시 시점은 투자자 의견을 반영해서 결정한다”라며 “일본은 국채를 주문하려면 우리와 달리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테스트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견을 일본 투자자들이 제시했다”고 말했다.일각에서는 지금껏 WGBI 편입이 결정된 뒤 편입 시점이 연기된 사례가 전무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발(發)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높은 수출 의존도와 대통령 탄핵과 같은 정치 혼란 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고, 결국 편입 연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이런 해석을 반박했다. 김 국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나 국채 시장 자체의 문제였다면 편입 시기 조정이 아닌 편입 완료 시점 연기 등 다른 옵션을 택했을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편입 시점 연기에 미쳤을 가능성은 0%라고 본다”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해 30조 원이 넘는 ‘세수 펑크’로 나라 살림 적자가 100조 원을 다시 넘겼다. 중앙 및 지방정부가 갚아야 하는 빚도 50조 원 가까이 늘어난 1175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8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4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가채무는 1175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48조50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6.1%로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2021년(43.7%)보다 2.4%포인트 높아졌다. 국가채무 비율은 2023년 50.4%로 사상 처음 50%를 넘겼지만 지난해 6월 한국은행의 GDP 기준연도 개편(2015년→2020년) 이후 46.9%로 변경됐다. 지난해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분을 제외하고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04조8000억 원 적자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17년 연속 적자다. 적자 규모도 2020년(112조 원)과 2022년(117조 원)에 이어 세 번째로 100조 원을 넘겼다. 정부는 지난해 국세가 예상보다 덜 걷혔는데도 민생 중심 지출을 이어 가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336조5000억 원으로 당초 정부 예상보다 30조8000억 원 모자랐다. 나라 살림 적자가 불어나면서 재정준칙은 무실해졌다. 지난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1%로 전년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해 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경기 침체 장기화로 올해도 세수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 편성, 조기 대선 등으로 지출은 늘어날 것”이라며 “국가 재정 건전성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내 경기의 하강 압력이 커졌다는 진단을 내놨다.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KDI는 7일 내놓은 ‘4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하되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올 1월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하며 2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 하방 위험을 언급했다. 올 3월까지 계속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봤던 KDI는 이달에는 ‘위험’을 ‘압력’으로 바꿔 경기 하강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진단했다.KDI는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국제 통상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미 올 1분기(1∼3월) 수출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수출 부진 여파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KDI는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세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수출 기업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4월 들어 미국의 관세 인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수출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는 모습이고 기업심리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소비 부진 역시 이어지고 있다. 2월 상품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2.3% 줄었다. 개별소비세 인하로 자동차 판매가 늘면서 내구재(13.7%) 판매는 증가세를 보였지만 준내구재(―6.8%)와 비내구재(―7.5%) 소비는 감소했다. KDI는 “서비스 소비도 숙박, 음식점업 등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미약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1∼2월 평균 기준으로 숙박·음식점업(―3.7%),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5.6%), 교육서비스업(―1.8%) 등에서 생산이 줄었다.KDI는 “건설업과 제조업 고용이 감소한 가운데 모든 연령대에서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고용 여건의 둔화도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월 취업자 수 증가 폭(13만6000명)은 1월과 비슷했지만 제조업(―7만4000명)과 건설업(―16만7000명) 등 주요 업종의 취업자 수는 크게 감소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달 대학 등록금, 학원비 등이 포함되는 ‘교육’ 물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유치원 납입금은 1년 전보다 5% 넘게 상승하며 9년 1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뛰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교육 물가는 1년 전보다 2.9%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졌던 2009년 2월(4.8%)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은 2.1%였는데, 이 중 0.21%포인트를 교육 물가가 밀어올렸다. 교육 물가 상승은 사립대를 중심으로 한 대학교의 등록금 인상이 이끌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2월 20일 기준 4년제 사립대 151곳 중 79.5%인 120곳이 등록금을 올렸다. 국공립대 39곳 중 11곳(28.2%)도 등록금을 인상했다. 지난달 사립대 납입금은 1년 전보다 5.2% 올라 2009년 2월(7.1%) 이후 가장 큰 오름세를 보였다. 2022년 3월부터 36개월 동안 0%대 상승률을 보였던 국공립대 납입금도 지난달 1.0% 올랐다. 유치원 납입금도 올라 교육 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달 유치원 납입금은 전년보다 4.3% 올라 2016년 2월(8.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유치원 납입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로 2020년 5월부터 58개월 연속 하락했는데, 지난달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 밖에 가정학습지 물가도 지난해 8월부터 올들어 지난달까지 8개월째 11.1%의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1996년 12월(12.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e러닝이용료 역시 올 1월부터 3개월 연속 9.4%의 오름세가 지속 중이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5년 1월 이후 최대 폭의 상승률이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달 가계 지출의 주요 항목인 교육 물가가 1년 전보다 3% 가까이 뛰면서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다. 사립대를 중심으로 대학교 등록금이 인상됐고, 유치원비도 약 9년 만에 급등한 영향이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교육 물가(지출목적별 분류)는 1년 전보다 2.9% 올랐다. 이런 상승 폭은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2월(4.8%) 이후 16년1개월 만에 최대다. 교육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은 대학교 등록금 인상이다. 특히 사립대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2월20일 기준 4년제 사립대 151곳 중 79.5%인 120곳이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다. 국공립대 39곳 중 11곳(28.2%)도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이는 대학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약발이 시들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12년부터 ‘국가장학금Ⅱ유형(대학연계지원형)’ 지원을 위한 조건으로 대학 등록금 동결을 내걸었다. 문제는 이런 기조가 17년째 이어졌다는 점이다. 그간 재정 위기에 빠진 대학이 늘었고 정부 지원보다 법정 상한선 내에서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확산됐다. 올해 법정 상한선은 5.49%다.실제 지난달 사립대 납입금(입학금과 등록금 등 학생이 학교에 내는 비용)은 1년 전보다 5.2% 상승했다. 2009년 2월(7.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국공립대 납입금은 1.0% 올라 2022년 2월(2.1%)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유치원비 역시 급등했다. 지난달 유치원 납입금 상승 폭은 4.3%로 2016년 2월(8.4%) 이후 약 9년 만에 최대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대학들이 2학기에도 등록금을 올릴 경우 그만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에 추가로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분야의 관세 부과도 곧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3일(현지 시간)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이애미로 이동하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관세)가 아주 곧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약(관세)은 별개의 범주”라면서 “현재 검토 중이며 가까운 미래에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시행된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관세에 이어 조만간 반도체와 의약품을 대상으로 한 관세도 발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한국 수출 주력 품목들도 ‘미국발(發) 관세 폭풍’의 영향권에 진입하게 됐다.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는 347억4400만 달러 수준으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707억8900만 달러)의 절반(49.1%) 규모다. 지난해 반도체 대미 수출액은 106억 달러, 의약품 수출액은 15억1300만 달러였다.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기업이 받는 불공정한 대우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관세 부과 방식은 5일 시행되는 기본관세와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최악 국가’를 대상으로 한 개별관세(9일 시행)로 나뉜다.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를 매기고, 미국이 교역에서 적자를 보는 한국 등 57개국에는 최고 40% 세율의 개별관세를 추가로 더하는 개념이다. 다만 이미 관세 부과가 이뤄진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의 품목에는 이같은 상호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트럼프, 韓에 26% 상호관세 폭탄… FTA 무력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전례 없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온 아시아 무역벨트에 특히 높은 관세 폭탄을 던지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별 분업으로 번성했던 글로벌 자유무역 80년 질서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미 무역 파트너십의 상징이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발효 13년 만에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다.2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이것은 우리의 경제적 독립 선언”이라며 “2025년 4월 2일은 미국 산업이 다시 태어난 날, 미국의 운명을 되찾은 날, 그리고 우리가 다시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기 시작한 날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세계 무역 질서 재편 의지를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에 고관세를 부과 중인 태국, 인도, 베트남 등을 언급하다 갑자기 “어쩌면 최악(worst of all)은 한국, 일본 등 여러 나라가 부과하는 비(非)관세 장벽”이라고 지적하며 한국을 정조준했다. 한국은 FTA를 기반으로 대미 관세율이 0% 수준이고, 비관세 장벽이 타국 대비 특별히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한국의 대미 흑자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나온 패널에는 한국에 대한 관세율이 25%로 표기됐지만 나중에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26%로 적시되는 혼란도 빚어졌다. 26% 관세율은 수출 경쟁 지역인 유럽연합(EU·20%), 일본(24%)보다도 높아 경제계가 우려하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최악이라는 평가다.그나마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이 상호관세에선 제외된 것은 ‘불행 중 다행’으로 꼽히지만 정부가 내부 목표로 세웠던 ‘수출 경쟁국 대비 불이익 방지’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서 예상보다 큰 대미 수출 타격이 우려된다. 앞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악을 20% 관세로 상정해 올해 수출이 448억 달러(약 65조 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보다 더한 관세율을 맞게 된 것이다.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미 FTA 재협상을 총괄했던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가 무력화된 셈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후 관세율 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미국 측과 하루빨리 논의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韓 관세율, 美와 FTA 20개국중 가장 높아… “0%대 성장 우려”[트럼프, 26% 관세폭탄] 수출 중심 한국 경제 빨간불기본관세 10%에 개별관세 16% 부과… 韓, 20개국 평균 13.6%의 2배 육박멕시코-加와 달리 면제 품목도 없어美상무 “관건은 우리 농산물 수입… 과거 프렌치프라이 수입 못하게 해”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한국에 부과한 26%의 관세율은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20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세율이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 수출 경쟁국보다도 한국 관세율이 높아 수출에 직격탄이 예상된다.● FTA 체결 상대국 평균 관세율은 韓의 절반 수준미국은 이날 미국 기업이 받는 불공정한 대우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관세 부과 방식은 5일 시행되는 기본관세와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최악 국가’를 대상으로 한 개별관세(9일 시행)로 나뉜다.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를 매기고, 미국이 교역에서 적자를 보는 한국 등 57개국에는 최고 40% 세율의 개별관세를 추가로 더하는 개념이다.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발표 이후 공개한 설명자료에서 “중국, 독일, 일본,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은 수출 제품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해 왔다”며 특히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가 자국에서 잘 팔리지 않도록 각종 규제를 적용했다고도 주장했다.한국의 대미 수출이 늘어난 것은 한국 자동차와 반도체 경쟁력 강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혀 왔지만 미국은 이를 ‘비관세장벽’ 문제로 본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10%의 기본관세에 더해 16%의 개별관세를 부과받아 총 26%의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이는 미국이 FTA를 체결한 20개국에 매긴 평균 관세율(13.6%)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FTA 체결국 중 싱가포르와 호주, 바레인, 칠레 등 14개국에는 기본관세 10%만 부과된다. 이스라엘(17%)과 니카라과(18%), 요르단(20%) 등 개별관세가 부과된 국가의 세율도 한국에 미치지 못한다. 이미 25%의 관세 부과가 발표돼 상호관세에선 제외된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한국보다 관세율이 낮다. 그나마도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 국가 간 FTA격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서 합의된 품목은 면제된다.다만 백악관은 앞서 관세 부과가 발표된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의 품목에는 상호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도체나 의약품, 구리 등은 상호관세 적용에서 제외됐지만 향후 부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116년 만 최대 관세율에 “韓 성장률 0.9% 전망”이번 관세 폭탄으로 미국 평균 관세율은 11.5%포인트 상승한 22.5%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일대 예산 연구소는 분석했다. 이는 1909년 이후 1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기업들의 비용 부담과 물가 상승으로 세계적인 수요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이는 광복 후 80년 동안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수출 주도형 모델에 대한 직격탄을 의미한다. 게다가 한국에 적용한 관세율은 EU(20%)나 일본(24%) 등 주요 수출 경쟁국과 비교해도 높다. 2012년 한미 FTA 발효 후 EU나 일본 자동차 대비 가격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었지만 이 같은 이점이 사라진 것이다.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글로벌 생산기지에 고율 관세를 매겨 ‘세계의 공장’을 아시아가 아닌 미국으로 옮겨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중국은 기존 20% 관세에 이날 34% 세율이 더해져 최종 54%의 관세 폭탄을 떠안게 됐고 베트남(46%)과 태국(37%), 인도네시아(32%) 등 한국 기업의 생산기지인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높은 세율이 적용됐다. 미국에 대한 우회 수출까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전문가들은 미국발(發) 관세 폭탄의 위력이 예상을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를 사실상 ‘나홀로’ 이끌던 수출 실적 악화 우려도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날 JP모건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1.2%)에서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미국 행정부의 산업별 관세 조치로 한국의 연간 수출 증가율도 1.3%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향후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미국산 농산물이나 자동차 에너지 등의 수입 증대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3일(현지 시간) 미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산 제품을 얼마나 더 많이 수입하는지가 향후 관세율 인하에 고려될 것임을 시사했다. 러트닉 장관은 “관건(key)은 그들이 우리 농산물을 수입하고 우리를 공정하게 대우할 것인지”라면서 “(한미 FTA 발효로) 2012년에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를 수입하고, 대신에 한국은 우리 농산물을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맥도날드가 (미국산) 프렌치프라이를 가져오려고 하자 원산지 증명을 이유로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최소 10% 이상의 상호관세를 매기고 한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는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2일(현지 시각) 공개했다. 미국이 한국에 유럽연합(EU)이나 일본보다 높은 관세율을 책정하면서 주요 수출 경쟁국과 비교해 불이익은 피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전략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백지화 수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은 미국 제품에 명시적·비명시적 장벽을 쌓아왔다”며 관세 부과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에 EU(20%), 일본(24%)보다 높은 수준의 관세가 적용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중국(34%), 대만(32%)보다는 낮지만 지난 수개월 간 외교력을 총동원해 막으려 했던 ‘수출 경쟁국 대비 불이익 방지’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탓이다.지난달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미국의 관세전쟁에 맞선 우리의 전략은 최소한 다른 수출 경쟁국보다 높은 관세율은 적용받지 말자는 것”이라며 “대미(對美) 아웃리치 등에 총력을 기울여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한국의 비관세 장벽이 미국에 불공정한 무역 조건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합친 대미 관세가 50%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EU와 일본의 대미 관세(비관세 장벽 포함)가 각각 39%, 46%라고 밝혔다.다만 한국의 비관세 장벽 강도가 EU나 일본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이 이번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MFN 관세율이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이 다자간 협상을 통해 품목별로 정한 관세율(WTO 협정 관세율)이다. 다만 FTA를 맺고 있는 국가에는 적용되지 않는 만큼 한국과 FTA를 맺고 있는 미국과는 무관한 세율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나 높다”는 발언을 수차례 반복해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런 점을 설명하기 위해 올해 2월과 3월 두 차례 미국을 방문해 “한국의 대미 실질 관세율은 0%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백악관 고위관계자가 기자 브리핑에서 “한국의 최혜국 관세율(MFN)은 13%로 미국의 4배”라는 내용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가 한국의 대미 실질 관세율이 0%에 가깝다는 점을 전달하거나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정부는 관세 발표 직후 긴급 대응에 나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화한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밝혔다. TF 회의 직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외환시장과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안 장관 역시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개최해 업계와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올해 7월부터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상품 가격을 100g 등의 단위당 가격으로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묶음 상품을 낱개 상품보다 비싸게 팔거나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만 줄여 판매하는 행위 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격표시제 실시요령 개정안’에 대한 규제심사가 지난달 완료됐고 이달 7일 고시 공고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산업부는 지난해 10월 관련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고 의견 수렴 및 규제 심사를 진행해 왔다. 개정안에는 단위가격 표시 품목을 기존 84개 품목에서 114개 품목으로 확대하고 기존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된 단위가격 표시제를 온라인 쇼핑몰까지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온라인 쇼핑몰은 연간 거래금액 10조 원 이상인 곳이 대상이다. 단위가격 표시제 대상 품목은 규정에 따라 100g, 100mL 등 정해진 표시 단위를 따라야 한다. 이를 따르기 어려운 경우 상품 포장지에 표기된 중량, 부피 단위로 표기할 수 있다. 개정안은 고시 공고 후 3개월이 경과한 뒤 시행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이들에 대한 계도 기간 및 시스템 정비 기간을 고려해 1년의 유예기간을 가질 예정”이라며 “유예기간 중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국내 최장기 송전망 지연 사업이었던 ‘충남 북당진∼신탕정(아산)’ 345kV(킬로볼트)급 송전선로 공사가 착공 21년 만에 완료됐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충남 당진시에서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이날 밝혔다. 해당 송전선로는 충남 서해안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1.3GW(기가와트)의 전략을 충남 내륙과 경기 남부에 공급하게 된다.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 시작된 것은 2003년. 지난해 11월 운전 개시까지 소요된 기간은 21년에 달한다. 2012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했지만 주민 반대와 지자체 인허가 지연 등으로 2014년 6월에야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고, 결국 예정보다 13년 늦게 준공식이 열렸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길이는 총 44.6km로 이 중 85.4%에 달하는 38.1km는 철탑 97개를 통해 지상에 설치됐다. 나머지 6.5km(14.6%)는 지하에 건설됐다. 이번 송전망 확충으로 서해안 지역의 발전 제약이 일부 해소되면서 연간 약 3500억 원의 전력 추가구입비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된 천안·아산 일대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남호 산업부 제2차관은 “국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대규모 국가 기간 전력망 적기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9월 시행을 앞둔 ‘전력망 특별법’을 통해 범정부·지자체가 참여하는 새로운 전력망 거버넌스와 지역주민 보상·지원의 대폭 확대 등을 통한 전력망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