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구

정순구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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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보다 발로 쓰겠습니다. 책상 앞보다는 현장을 사랑합니다. 직접 듣고 본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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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1~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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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차장 붕괴’ GS건설에 영업정지 10개월 ‘철퇴’

    정부가 올해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GS건설에 영업정지 10개월 처분을 추진한다. 정밀 안전진단에서는 이 단지 주거동 일부도 즉시 재시공이 필요한 수준으로 콘크리트 강도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이 공사 중인 다른 83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부실이 발견되지 않았다. 27일 국토교통부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주재로 인천 검단아파트 붕괴 사고 관련 처분 내용 및 점검 결과 등을 논의한 뒤 “사고 책임 주체의 위법행위는 무관용으로 처분하겠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검단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GS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담당했다. 국토부는 시공 업체인 GS건설 컨소시엄에 국토부 장관 직권으로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추진한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고의나 과실로 건설 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한 경우 1년 이내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다. 국토부는 “사망 사고가 아닐 경우 최대 8개월 처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최대한의 처분을 추진하는 것. 또 ‘불성실한 안전 점검 및 품질 검사’ 등을 이유로 추가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서울시에 요청할 계획이다. 국토부 조사에서 GS건설은 도면에 지하 주차장 기둥의 보강철근이 적절히 배치됐는지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고, 도면에 있는 철근도 일부 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영업정지가 결정되면 해당 기간 동안 신규 수주를 할 수 없어 경영에 타격이 크다. 다만 3∼5개월가량 걸리는 행정처분심의위를 거쳐야 해 바로 처분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처분 뒤에도 기업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 처분이 미뤄질 수 있다. GS건설은 “사회적 기대와 책임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사고 원인과 행정 제재의 적정성을 검토해 청문 과정에서 잘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건설사업관리자(감리)인 목양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에 대해서도 관할 지자체인 경기도에 영업정지 6개월(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발주청에 재산상 손해 발생)과 영업정지 2개월(건설공사 주요 구조에 대한 시공·검사·시험 등의 내용 미비)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설계 업체인 유선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서울시에 자격등록 취소 내지 업무정지 2년을 요청한다. 개별 전문기술자에 대해서도 서울지방국토청장이 자격정지 1년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LH가 대한건축학회에 의뢰한 검단아파트 정밀 안전진단에서는 주거동 일부 내벽도 주차장처럼 콘크리트 강도가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벽 시공 과정에서 콘크리트를 제대로 다지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건축학회 측은 “일부는 즉시 재시공이 필요한 수준으로, 신축 건물로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은 진단 결과와 관계없이 해당 단지를 전면 재시공하기로 한 상태다. GS건설의 전국 83개 건설 공사 현장에서 진행한 안전점검에서는 철근 배치나 콘크리트 강도 등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점검은 건축구조기술사회가 실시했고, 점검 적정성을 국토부와 국토안전관리원이 검토했다. 지난달 31일 철근 누락 LH 단지 명단에는 포함됐지만 누락 규모가 파악되지 않았던 LH 단지 2곳의 조사 결과도 이날 나왔다. 이날 LH에 따르면 공주월송(A4) 아파트의 무량판 기둥 345개 중 154개(45%)에서 보강 철근이 누락됐고, 아산탕정2(A14) 아파트에선 무량판 기둥 362개 중 88개(24%)의 철근이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모두 시공 과정에서 현장 근로자의 작업 미숙 등으로 부실이 발생했다. 검단아파트를 포함해 지금까지 확인된 LH의 철근 누락 단지는 모두 21곳이다. 전수조사 대상에서 빠졌던 무량판 구조 단지 11곳의 점검 결과가 다음 달 공개되면 철근 누락 단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한편 이날 서울시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서울 시내 공동주택 등 공사 현장 27곳을 긴급 점검한 결과 철근 배치와 콘크리트 압축 강도 등 안전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대상은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공동주택 공사 현장 10곳(민간 8곳, SH공사 2곳)과 일반건축물 공사 현장 13곳, 비슷한 구조를 적용한 현장 4곳이다. 서울시는 민간 무량판 구조 공동주택 전수조사를 진행 중인 국토부에도 이번 결과를 공유할 방침이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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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덕도신공항, 여의도 2배로 2029년 개항”

    내년 말 착공해 2029년 12월 조기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이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 규모(666만9000㎡)로 조성된다. 당초보다 목표 개항 시점을 6년 앞당겨 공사 일정이 촉박한 상황에서 현시점 사업비만 15조4000억 원으로 향후 사업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국토교통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의 기본계획안을 수립해 연내 확정·고시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초 부지 조성을 위해 단일공구 설계 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의 발주를 하고 내년 말 착공해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 전인 2029년 12월까지 개항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산 엑스포 유치 등) 외부 변수와 관계없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 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육지와 해상에 걸쳐 조성된다. 24시간 운영되는 국제공항으로 2065년까지 국제선 여객 2326만 명, 국제선 화물 33만5000t을 수용하는 게 목표다. 부산신항과 연계해 해상·항공 중심 항공복합물류를 구축해 공항 경제권 활성화도 꾀한다. 또 가덕도의 해양 생태 및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저탄소·친환경 공항으로 만든다. 추정 사업비는 15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 사전타당성조사에서 추산된 13조7600억 원보다 10% 올랐다. 국토부는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사업비가 늘어났다”며 “최종 사업비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관계기관 협의 후 확정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올해 3월 가덕도 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 당시 사업비를 기본계획 마무리 단계에 산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당초 부산시가 7조 원대로 사업비를 추산한 것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어서 추후 충분한 수요 창출이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공사 기간을 절반이나 줄여야 하는 유례없는 ‘속도전’이 펼쳐지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가덕도 신공항의 개항 시점은 2035년 6월이었지만, 엑스포 유치 전 신공항을 개항해 달라는 부산시의 요구로 2029년 12월로 5년여 당겨졌다. 공기 단축을 위해 해상 공항이었던 계획도 육·해상 공항으로 달라졌다. 이 때문에 육지와 해상의 지반 침하 속도가 다른 ‘부등침하’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해 ‘난공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조기 개항을 위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공단 신설을 추진 중으로 관련 법안은 올해 1월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해 현재 국회 상임위 심사가 진행 중이다. 가덕도 신공항 외에도 새만금 신공항 등 각 지역에서 공항 건설 사업이 추진되는 데 대한 우려의 시선도 많다. 유정훈 아주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공항 건설 및 운영이 100% 국비로 이뤄지다 보니 대부분의 지방 공항이 수요 부족으로 적자에 허덕이는데도 신공항 건설이 이어지고 있다”며 “가덕도 신공항도 ‘폭주기관차’처럼 추진되고 있는데, 공항 운영비라도 지자체가 분담하는 등의 방식으로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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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 재계약하는데 집주인이 감옥에”… 재계약 때 유의할 점[부동산 빨간펜]

    전세 시장의 성수기는 통상 1, 2월과 9, 10월로 통합니다. 1, 2월은 새 학년이 시작되는 겨울방학을 맞아 이사 수요가 늘어나고, 9, 10월은 결혼과 취업 등에 따라 주거지 이동이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올해에도 곧 본격적인 가을 전세 성수기가 찾아옵니다. 신규 전세 계약은 물론, 기존 전세의 연장 계약도 늘어나는 시기죠. 그래서인지 부동산 빨간펜에도 ‘전세 재계약’과 관련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 부동산 빨간펜에서는 전세 재계약과 관련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을 다뤄보겠습니다.Q. 다음 달 전세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입니다. 2년 전 전세 계약 당시 보증금은 은행에서 전세 자금 대출로 마련했습니다. 재계약 때는 현재 이용 중인 전세 자금 대출의 만기 연장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계약 기간 중간에 집주인이 변경됐다는 점입니다. 대출 만기 연장을 위해서는 새 집주인과 작성한 전세 계약서가 필요한데, 현재 새 집주인이 구치소에 수감 상태입니다. 새 집주인의 부모님과는 연락이 됩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전세 계약을 반드시 집주인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집주인이 외국에 있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계약 당일 일정을 비울 수 없을 때 대리인과 계약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대리인은 집주인으로부터 전세 계약을 대신 체결할 권리인 위임장을 받은 사람에 한정됩니다. 위 사례의 경우 새 집주인의 부모님이 새 집주인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은 후 전세 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Q. 대리인과의 전세 계약은 어떻게 진행하면 될까요?“대리인과의 전세 계약을 진행할 때 꼭 필요한 서류가 있습니다. 우선 대리인은 집주인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발급 3개월 이내), 신분증 사본을 가지고 와야 합니다. 최근에는 인감증명서 대신 본인서명사실확인서(발급 3개월 이내)를 활용하기도 합니다.대리인은 본인의 신분증도 지참해야 합니다. 집주인과 대리인이 가족 관계일 경우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집주인 대신 대리인과 전세계약 때 필요한 서류구분필요 서류집주인-위임장-인감증명서 혹은 본인서명사실확인서(발급 3개월 이내)-신분증 사본대리인-신분증-가족관계증명서(대리인이 가족일 경우) 세입자-신분증-도장 혹은 서명Q. 위임장은 어떤 식으로 작성해야 하나요?“위임장의 양식은 따로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다만,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내용은 있습니다.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주택의 등기부등본상 주소와 같게 부동산을 표시해야 합니다. 임대인의 성명과 주민번호, 연락처, 주소 등이 담긴 인적 사항도 필수 기재 항목입니다. 이 밖에도 △대리인의 인적사항 △위임 내용(해당 주택의 임대 계약과 관련된 행동 일체를 위임한다 등) △위임 날짜 △인감도장(인감증명서의 도장과 동일) 날인 등이 필요합니다.”Q. 대출 만기 연장 신청은 언제쯤 하는게 좋을까요?“전세자금 대출 연장 심사는 일반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보다기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신청인의 신용도를 확인하고, 집주인의 동의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만기 시점으로부터 최소 한 달 정도는 여유를 두고 연장 신청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Q. 최초 전세 계약과 재계약 시점의 집주인이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하나요?“보증금이 직전 계약과 같다면, 기존 계약서를 그대로 활용해도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보증금이 오르거나 내리는 등 계약 조건이 바뀌었다면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합니다. 이때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서를 작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통상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내줄 때는 보증기관의 보증을 담보로 합니다. 이때 보증기관에서는 ‘공인중개사의 서명 및 날인이 찍힌 임대차계약서’를 요구합니다. 전세 계약의 진위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세 계약 연장의 경우 기존 전세 계약을 체결할 당시 보증받은 이력이 남아 있습니다. 공인중개사의 서명 및 날인이 찍힌 임대차계약서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접 법무부의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활용해 재계약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Q. 전세 재계약 때도 확정일자를 새로 받아야 하나요?“기존 전세 계약보다 보증금이 늘어났을 때만 확정일자를 받으면 됩니다. 확정일자를 받으면 우선변제권(보증금을 우선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을 갖추게 됩니다. 기존 보증금은 3억 원이었고, 재계약 때 2000만 원 늘었다고 가정해 볼까요? 기존 전세 계약 당시 받은 확정일자는 3억 원이라는 보증금에 우선변제권을 부여합니다. 추가로 증액된 2000만 원의 보증금은 재계약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야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에 썼던 계약서를 보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존 보증금 3억 원에 대해 받은 확정일자를 증빙하는 서류이기 때문입니다.”Q.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상태입니다. 보증금 변동 없이 재계약을 하기로 했는데, 보증보험도 별도의 조치가 필요한가요?“그렇습니다. 별도의 연장 신청을 해야 합니다. 전세보증보험은 임대차 계약 만료 한 달 전부터 최초 보증보험을 발급받은 은행 또는 보증기관을 통해 갱신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서류는 기관에 따라 다른 만큼 사전에 연락해보는 것이 좋습니다.”‘부동산 빨간펜’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부동산에 대해 궁금증을 넘어 답답함이 느껴질 때, 이제는 ‘부동산 빨간펜’에 물어보세요. 동아일보 부동산 담당 기자들이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빨간펜’으로 밑줄 긋듯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드립니다. 언제든 e메일(dongaland@donga.com)로 질문을 보내 주세요. QR코드를 스캔하면 ‘부동산 빨간펜’ 코너 온라인 페이지로 연결됩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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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성 임대인’ 310명이 떼먹은 전세금만 1조3000억

    세입자의 전세금을 상습적으로 떼먹은 ‘악성 임대인’이 3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만 총 1조3000억 원 규모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위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HUG의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악성 임대인)’는 310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233명이었던 규모가 4개월 만에 77명(33%) 증가한 셈이다. HUG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을 통해 대위변제를 3번 이상 해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 동안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이들을 악성 임대인 명단에 올린다. HUG가 악성 임대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금(대위변제액)은 총 1조3081억 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보증금 미반환 규모가 큰 악성 임대인 10명의 대위변제액 규모는 5038억 원으로 전체의 38.5%나 됐다. 다음 달 29일에는 악성 임대인 이름을 공개하도록 한 주택도시기금법이 시행된다. 다만, 임대인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거쳐야 해 실제 명단 공개는 올해 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맹 의원은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를 앞둔 만큼 법 시행에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충분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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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사기피해 고통 여전… 특별법이 끝 아니길[기자의 눈/정순구]

    “보증금을 되찾겠다는 기대는 애초에 접었어요. 이 집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기업형 전세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부동산 임대업체 ‘제임스네이션’의 피해자 A 씨. 지난달 정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직후 그는 ‘무기력함’을 호소했다. 4개월 전 기자와 처음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태도였다. 당시만 해도 A 씨는 정부가 피해 구제책을 내놓고, 전세사기 집주인도 처벌받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흔히 전세사기라고 하면 어리숙한 사람이 당하기 십상이라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6개월에 걸쳐 만난 ‘제임스네이션’ 피해자 20여 명은 모두 “내가 전세사기를 당할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제임스네이션 일당은 공인중개사까지 직접 고용해 공인중개사무소를 차리는 등 조직적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일반인이 이들의 사기 행각을 눈치채고 대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의미다. 전세사기 문제는 올 초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해 올해 5월 진통 끝에 ‘전세사기 특별법’이 통과됐다. 특별법이 통과된 지 석 달이 지난 지금 피해자들의 삶은 그리 변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에서 제임스네이션 일당이 사들인 주택은 1093채로 확인됐지만 2017년 이후 제임스네이션 일당 명의로 경·공매에 나온 주택은 650채에 그친다. 그나마 그중 286채(44%)만 낙찰됐다. 700명이 넘는 세입자들은 전세사기의 고통에서 탈출 못 했다는 뜻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는 것부터 녹록지 않다.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3508명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됐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379명 있다. 인정 요건이 까다로워 신청 자체를 못 한 피해자까지 고려하면 그 숫자는 더 늘 수밖에 없다. 피해자로 인정돼도 문제다. 제임스네이션이 사들인 주택 중에는 불법 건축물이 상당수다. 불법으로 집을 증축한 뒤 비슷한 다른 빌라보다 저렴한 전세보증금을 제시하는 것이 그들의 대표적인 영업 방식이었다.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본 셈이지만, 불법 건축물에 거주하는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피해자들은 앞으로 긴 싸움을 해야 한다. 당장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게 시작이다. 입주 전 사기를 당했거나 비주거용 주택에 거주하는 피해자 등을 특별법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지원 대상 피해자의 소득 기준을 완화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3개월 전 마련한 특별법을 끝으로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잊으려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정순구 산업2부 기자 soon9@donga.com}

    •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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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곳 또 없다’ 생각했던 집… 사기꾼이 놓은 덫이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퇴근길이었다. 우편함에서 낯선 편지를 발견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이 우편물은 임대인 김용현 소유 주택에 살고 있는 임차인을 대상으로 발송됐습니다. 전세금 미반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두 눈을 의심했다. 한 언론사가 취재하고 싶다며 보낸 편지였다. 전세 계약서를 다시 꺼냈다. 집주인 이름과 출생연도가 편지 내용과 일치했다. ‘설마’란 생각에 등기부등본을 다시 떼보기로 했다.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손이 떨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가압류 81억 원.’ 분명 근저당 없이 깨끗했던 등본이 달라져 있었다. 계약서에 적힌 집주인 번호로 전화했지만, 통화 연결음만 이어졌다. 전세 세입자 온라인 커뮤니티는 김용현 세입자들의 글로 난리 나 있었다. 단톡방이 만들어졌고, 수백 명이 속속 합류했다. 2021년 6월, 장희정 씨(40)는 그렇게 전세사기 피해자가 됐다.● 그저 평범한, 꿈 같았던 집“대학을 졸업하고 회사 생활을 하는 10년간 목돈 7000만 원을 만들었어요. 반지하 2년, 옥탑방 5년을 전전하며 ‘평범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2020년 6월 17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찾은 신축 빌라 ‘혜성빌’(가명)은 희정 씨에게 혜성처럼 나타난 드림 하우스였다. 보증금은 2억4500만 원. 인근 빌라보다 5000만 원 이상 쌌다. 공인중개사는 서류상 불법 건축물이라 보증금이 낮다고 했다. 대신 집주인 대출이 없고 전세대출도 걱정 말라고 했다. 불법 건축물 벌금도 집주인이 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다른 집은 보증금이 저렴하면 집이 낡거나 작았고, 집이 괜찮으면 보증금이 비쌌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비슷한 ‘깡통전세’도 흔했다. 혜성빌의 매매 호가는 3억1000만 원. 보증금보다 6000만 원 이상 비싸 일단 안심했다. 계약 당일인 2020년 6월 26일. 공인중개업소엔 김용현의 대리인이 나왔다. 깔끔한 정장 차림에 친절하기까지 했다. “집주인이 ‘큰손’이라 바빠 직원을 대신 보냈어요.” 공인중개사 말에 희정 씨는 ‘집주인이 부자라 보증금 떼일 일은 없겠구나’ 했다. 전세대출도 일사천리였다. 이미 H은행 대출설계사가 와 있었다. 연 2.275%에 1억8000만 원 대출이 가능했다. 희정 씨는 마지막까지 등본에 문제가 없는지 살폈다. 계약과 동시에 전월세 거래를 신고하고 확정일자를 받았다. 2020년 7월 23일, 입주할 때도 짐 정리보다 전입신고를 먼저 챙겼다. 전세살이를 오래 하며 확정일자와 전입신고가 보증금을 지킬 안전장치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다그랬던 자신이 전세사기 피해자란 사실을 알게 된 뒤 김용현에게 매일 전화했다. “매번 통화 연결음만 들렸어요. 피가 말랐죠.” 한 달쯤 지난 2021년 6월 28일. 퇴근길 우편함에 편지가 꽂혀 있었다. 편지는 ‘임대인 김용현입니다’로 시작했다.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며 고생하실 임차인분들께 … 현재 거의 모든 부동산이 가압류된 상태로 자금이 막히며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편지의 절반 이상은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어깨에서 힘이 쫙 빠졌다. ‘임차인분들께서는 매수도 고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경매로 (보증금을) 반환받으실 수 있습니다.’ 편지엔 죄송하다, 필요하면 직접 만나 설명하겠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보증금을 갚겠다는 말은 없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 집주인 연락처만 7개“두들겨 맞았는데 아픈 줄 모르는 상태였죠. 편지 읽고 나니 그제야 정신이 들었어요.” 그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집주인 빚이 81억 원이나 있는 집에 세입자가 들어올 리 없었다. 그나마 집이 경·공매로 넘어가 낙찰자가 나오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경매 공부를 시작했다. 전세 계약 종료를 6개월 앞둔 지난해 1월, 계약 해지를 김용현에게 통보해야 했다. 피해자 카톡방에 수소문해서 김용현 연락처를 구했다. “카톡 프로필만 7개에, 주소는 3곳이나 됐어요. 보증금도 못 준다는 사람이 상가에 주상복합에….” 가까스로 연락이 닿아 내용증명을 보내고 두 달여 지난 지난해 4월 20일, 희정 씨에게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보낸 ‘공매 대행 통지서’가 왔다. 김용현이 세금을 체납해 곧 공매가 시작된다는 것. 희정 씨는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도 해서 그나마 ‘우선변제권’(보증금을 우선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은 갖췄다. 전셋집이 낙찰되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 희망이 겨우 생겼다.● 정부도 나를 외면했다지난해 7월. 전세 계약이 끝났다. 연장한 전세대출 금리가 연 5%대로 오르며 이자도 월 80만 원으로 두 배로 뛰었다. 보증금 2억4500만 원에 월세 80만 원짜리 빌라에 살게 된 셈. 계약 기간은 낙찰자가 나타날 때까지 무기한 연장. ‘언제쯤 이 빌라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탈출이 가능하긴 한 걸까.’ 암담하기만 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카톡방에서 만난 피해자 8명과 김용현을 형사고소했다. 법무법인 계약금만 1500만 원을 냈다. 지난해 8월, 피해자 카톡방에서 경찰이 김용현 사건을 수사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도 희정 씨는 바로 경찰에 연락했다. 난생처음 ‘피해 진술’이라는 걸 했다. 올 초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등으로 세상이 떠들썩해졌지만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해 보였다. 피해 진술 이후 약 8개월, 담당 형사는 두 번이나 교체됐다. 그래도 언젠가 김용현을 처벌할 수만 있다면 괜찮았다. 그랬던 희정 씨도 결국은 무너졌다. 올해 4월 공매 중단 통보를 받고 나서다. 정부는 당시 경·공매로 집이 넘어가 쫓겨날 위기인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 모든 공매 절차를 일시 중단했다. 필요한 조치였지만 피해자들에게는 절차를 늦추는 ‘걸림돌’이 됐다. “세무서에 공매 재개를 해달라고 매달렸어요. 저도 피해자인데 나라가 외면한다는 생각에 막막했어요. 사기를 당하고 처음으로 펑펑 울었어요.”● 봉천동 탈출 시나리오 다행히 공매는 재개됐다. 동시에 탈출은 까마득했다. 지난해 6월 진행된 첫 공매 최저 낙찰가는 2억2000만 원. 낙찰자가 나타나도 2500만 원을 더해 희정 씨에게 보증금 2억4500만 원을 줘야 했다. 불법 건축물이라 이행강제금도 내야 했다. 올해 5월 18일 혜성빌 공매가 23회 차까지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명도 응찰하지 않았다. ‘기대를 말자’고 마음먹었어도 막상 유찰 결과를 보면 허탈했다. 전세대출이 연장되며 올해 5월까지 낸 대출이자만 1000만 원. 이자 부담보다도 전세사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이 더 괴로웠다. “남은 선택지는 직접 낙찰받는 것뿐이었어요. 월세 세입자를 구해 이자와 이행강제금이라도 내야겠다 싶었죠.” 그는 엑셀 파일로 ‘봉천동 탈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공매 일정과 이자, 관리비 지출을 따져봤다. 빨리 낙찰받을수록 그나마 돈을 아낄 수 있었다. 5월 30일 24회 차 공매에서 희정 씨는 직접 입찰에 나섰다. 최저가는 1375만 원. 낙찰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까지 받았다. 차라리 마음은 편했다. 그런데 공매 결과 발표일인 6월 1일, 낙찰자는 희정 씨가 아니었다. 그는 1380만 원을 써냈는데, 낙찰 금액 옆에 낯선 숫자가 보였다. 1789만9999원. 공매 24회 만에 나온 첫 응찰자였다. 낙찰자에게 보증금을 받으면 꿈에 그리던 전세사기 탈출이었다. 하지만 며칠 만에 낙찰 포기 연락이 왔다.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있는지 모르고 응찰했다고 했다. ‘그럼 그렇지….’ 헛된 기대였다.● 다시,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다지난달 14일, 다음 공매를 기다리는 사이 관악구에서 등기가 왔다. 6월 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청에 낸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신청에 대한 결과 통지였다. ‘본 신청인을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한다.’ 짧은 문장 한 줄이 담긴 서류. ‘국가 공인 전세사기 피해자’가 됐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희정 씨는 다음 공매를 기다리는 중이다. 공매에서 집을 낙찰받아도, 그 집이 최소한 원래 가격에라도 팔려야 전세대출을 갚고 차곡차곡 모은 700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2023년 8월 21일, 피해 1125일째. 희정 씨는 오늘도 전세사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히어로콘텐츠팀▽기획·취재: 정순구 soon9@donga.com 최동수 이축복 송진호 이새샘 기자▽인터랙티브 기획: 위은지 기자▽개발: 임상아 뉴스룸 디벨로퍼(ND)▽디자인: 차설 인턴QR코드를 스캔하면 ‘제임스네이션’ 일당의 치밀한 전세사기 행각과 피해에서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디지털 페이지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구현한 ‘어느 날 내 집에 81억 가압류가 걸렸다’()로 연결됩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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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손이라던 그놈, 2000억 ‘먹튀’ 한 간만 큰 놈이었다

    ‘㈜제임스네이션은 주택 매입을 통해 합리적 임대중개를 제공, 주택보수를 직접 해결해 임차인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택임대 기업입니다.’일명 제임스로 불리는 김용현(44)이 대표인 부동산 임대업체 ‘제임스네이션’이 중견 회계법인에 의뢰해 만든 사업계획서다. 투자자와 은행 등에 돌린 이 문서에는 그가 주택관리업체와 인테리어, 가전·가구 렌털 자회사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깔끔한 외모에 뿔테 안경, 깅엄체크 셔츠에 버건디색 행커치프와 넥타이까지 한 김용현은 성공한 젊은 사업가로 자신을 포장했다.여기서 팩트에 가까웠던 것은 그가 매입한 주택 규모뿐이었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용현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제임스네이션 직원과 지인을 동원해 수도권 전역에서 주택 1093채를 사들였다. 전세보증금만 총 2190억 원. 그는 영업팀과 중개팀, 홍보팀까지 두고 임직원 약 30명 규모의 업체를 운영했다.반지하와 옥탑방을 벗어나 그저 평범한 집에서 살고 싶던 장희정 씨(40) 역시 2020년 6월 26일, 김용현과 서울 관악구 봉천동 빌라 전세 계약을 했다. 전세살이만 10년째, 전입신고도, 확정일자도 칼같이 챙겼다. 계약 당일 확인한 등기부등본은 깨끗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를 직접 고용해 중개사무소까지 차린 ‘기업형 전세사기’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셋집에 81억 원 가압류가 걸렸다.5월 25일 전세사기 특별법이 통과된 지 약 석 달 됐다. 그사이 희정 씨를 포함한 3508명이 국토교통부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에서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이들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만 4688억 원. 피해자의 68.2%는 사회에 막 첫발을 내디딘 20, 30대였다.김용현 일당은 지난달에야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김용현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김용현(수감 중)을 이달 9일 범죄집단조직 및 활동,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첫 재판은 다음 달 11일 열린다.전세사기 피해자가 된 지 1125일째인 이날 희정 씨가 사는 빌라는 여전히 공매가 진행 중이다. 2억2000만 원이었던 입찰가는 1300만 원으로 떨어져 전세금 회수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말한다. “이제 겨우 전세사기 탈출의 출발선에 왔다”고. 제임스네이션, 치밀한 ‘마수’클럽 ‘가드’ 출신… 무자본 갭투자HUG 보증보험 활용해 규모 늘려가… 전세사기 치며 외제차 8대 굴려대기업 계열사 두듯 수십명 직원… 수수료 미끼로 일반 중개사도 꾀여金 “정상적인 임대사업” 혐의 부인●‘성공한 젊은 사장’ 김용현“집주인이 젊은 나이에 부자가 된 엄청난 사람인 줄 알았죠.”김모 씨(40) 부부는 2016년 11월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신축 빌라를 계약했다. 위치와 구조가 마음에 들었고 보증금도 1억9500만 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500만 원 이상 쌌다. 2년 뒤인 2018년, 계약을 연장하려고 집주인인 김용현에게 연락하자 대리인이 계약서를 들고 집 근처 카페로 찾아왔다. 김 씨는 ‘대리인까지 부리는구나. 대단하다’고만 여겼다.2020년 여름, 김 씨는 남편 직장 근처로 이사하려 했지만 대리인은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대로 보증금을 주겠다”고 했다. 그는 ‘젊은 사장’ 김용현을 믿고, 살던 빌라에 임차권 등기만 해놓은 채 경기 김포시 아파트로 이사갔다. 3년이 지난 현재 김 씨는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다. 그는 “빌라 전세대출 9000만 원과 아파트 전세대출 4억 원에 대한 이자만 매달 200만 원”이라며 “2세 계획은 포기했다”고 했다.주식 투자로 수익률 1000% 달성, ○○ 지역 최초 태권도 5단 최고 합격, A댄스 아카데미 프랜차이즈 가맹점 4곳 운영…. ‘제임스네이션’ 대표 김용현의 사업계획서 속 프로필이다.세입자들은 김용현이 ‘젊은 나이에 성공한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경찰에 따르면 김용현은 서울 마포구 홍대 클럽에서 가드를 하다 부동산 컨설팅업자 2명과 만난 2016년부터 전세사기를 본격 공모했다. 그는 2015년 4월 이미 은행 빚 등으로 개인회생 인가를 받을 정도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용현은 ‘무자본 갭투자’로 주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경찰은 “직업이 뚜렷하지 않고 돈도 없었다”며 “당시 이미 전세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자금력이 부족했던 김용현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보험을 활용해 주택 수를 늘렸다. 경찰에 따르면 김용현 일당이 보증금을 떼먹어 HUG가 대위변제한 금액은 240억 원, 140건에 이른다. 검찰 수사에서 김용현은 HUG로부터도 악성 임대인으로 분류돼 블랙리스트에 오르자 2019년 4월 바지 사장을 구해 전세사기를 이어가고, 직원들에게는 비밀유지 확약서를 받는 등 치밀한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경찰에 따르면 김용현에게 전세금을 떼였다는 세입자는 2018년부터 나왔다. 하지만 김용현 일당은 올해 7월에야 덜미를 잡혔다.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피해자는 346명, 총 피해 보증금은 694억 원이다. 이를 통해 김용현 일당이 리베이트로 가져간 금액은 18억 원으로 조사됐다.경찰이 파악한 제임스네이션 매입 주택 규모보다 피해 규모가 적어진 건 피해자 진술 등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가 일단 확인된 경우만 봤기 때문이다. 경찰은 “김용현가 전세금 돌려막기 할 때 전세금을 받고 이사간 세입자도 있는데 이들은 피해 진술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김용현은 무리한 주택 매입으로 국세와 지방세 70억 원을 체납했다. 그런 상황에도 김용현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중대형 주상복합에 보증금 1억 원, 월세 150만 원을 내고 거주했다. 법인 리스로 BMW, 레인지로버 등 고급 외제 차량 8대를 보유하고 아버지와 누나, 지인,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30대 주부 김모 씨는 2018년 3월 김경수가 보유한 수도권의 한 신축 빌라에서 2억3000만 원 보증금을 내고 전세살이를 시작했다. 방 3개, 화장실 2개의 신축 빌라 전세금치고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한 차례 계약을 갱신한 김 씨는 2021년 5월 어느날 부동산 온라인 플랫폼을 보다가 가슴이 철렁했다. ‘2000만 원이면 신축 빌라 갭투자 가능’이라는 온라인 매물 광고에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올라온 것. 뉴스로만 보던 ‘무자본 갭투자’였다. 수소문해 보니 이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피해 사실을 깨달은 2021년 5월부터 2년 3개월이 지났지만 김 씨는 전세 사기 빌라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운 좋게 청약에 당첨됐는데 잔금 낼 돈이 없다”며 “억울하고 분하다”고 말했다. ● ‘전세 사기 제국’ 구축하다경찰에 따르면 김용현은 다른 전세사기 사건과 달리 공인중개사 등을 직접 채용해 부동산중개사무소를 개업하는 등 대기업이 계열사를 두듯 사업체를 운영했다. 회계법인에 의뢰해 그럴듯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투자자나 세입자, 임대인 등에게 홍보용으로 배포하기도 했다.보통 신축 빌라가 지어지면 건축주는 집을 분양해 줄 분양대행사와 계약한다. 분양대행사는 매매·전세 컨설팅업자에게 각각 연락한다. 매매 컨설팅업자가 ‘매수인’을, 전세 컨설팅업자가 ‘세입자’를 구해 수수료를 받아간다.이때 전세사기 조직은 통상 매수인을 구하는 조직과 세입자를 구하는 조직이 따로 있다. 그런데 김용현은 두 조직을 합한 법인을 세워 양쪽 업자가 받는 리베이트를 모두 챙기고, 그럴싸한 사업체를 만들어 전세사기판을 키웠다. 김용현 일당이 분양대행사에 가서 “빌라 매물을 우리한테 넘기면 세입자는 알아서 맞추겠다”고 분양 계약을 했다고 한다.이를 위해 김용현은 제임스네이션에 영업팀(15명), 중개팀(8명), 홍보팀(4명), 회계팀(1명) 등을 따로 뒀다. 이들은 부장과 과장, 팀장 등으로 직급도 나눴다. 영업팀은 분양대행업체와 매수 계약을 했다. 김용현과 함께 구속된 부동산 컨설팅업자 2명이 영업팀을 이끌었다.영업팀이 빌라를 사들이면 중개팀을 투입했다. 공인중개사 5명을 채용해 마포구 합정동에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차렸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구로구, 경기 부천, 인천 등에 지사를 두기도 했다. 이 중개사무소는 영업팀이 계약한 매물을 홍보해 이를 보고 찾아온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중개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직원들이 세입자들에게 무자본 갭투자인 사실을 알리지 말도록 하고, 중개보조원에게까지 중개 업무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더 많은 세입자를 끌어들이려고 홍보팀도 운영했다. 홍보팀은 “계약 성사 시 수수료로 200만~500만 원씩 줄 테니 세입자만 구해 달라”며 빌라 매물 주변 현지 공인중개사무소를 돌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실적대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포상과 성과급을 지급했다.직장인 최모 씨(40)는 2017년 10월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를 갔던 날을 잊지 못한다. 당시 중개사무소는 “방 3개에 준공 2년 된 신축 빌라가 있는데, 보증금은 1억6000만 원밖에 안 된다”며 “중개수수료는 안 받겠다”고 했다. 집주인과 친해서 매물을 전담하는 대신 세입자에겐 수수료를 안 받는다는 것. 그는 현재 매달 전세대출 이자만 100만 원 넘게 내고 있다. 보증금을 되찾기 위해 경매를 신청했지만 올해에만 3번 유찰됐다. 그는 “공인중개사가 수수료 대신 리베이트를 받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경찰에 따르면 현장 공인중개사무소를 통한 계약도 다수 이뤄졌지만, 중개팀 공인중개사를 빼고는 수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1~2건 매물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들이 ‘잘 모르고 중개했다’고 잡아떼니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끝나지 않은 피해제임스네이션 사건 피해자 상당수는 장희정 씨처럼 피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지지옥션과 함께 2017년 이후 김용현 일당의 이름으로 경매나 공매에 나온 물건 650채를 분석한 결과 낙찰된 물건은 총 286건(44%)에 그친다. 평균 5.11회 유찰됐다가 낙찰됐다. 27회까지 유찰된 경우도 있었다. 절반 이상은 경매가 취소되거나 진행 중이어서 전세사기 피해가 현재 진행 중이다. 경매 개시 전이거나 피해 구제 포기의 경우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설사 낙찰되더라도 피해자들이 전세금을 온전히 되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무리 유찰을 거듭해도, 낙찰자 입장에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줘야 해서 시세보다 비싸게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임스네이션 물건의 낙찰액은 감정가에 못 미치는 64.6% 수준이었다. 장희정 씨처럼 불법 건축물에 사는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탈출이 더 힘들다.제임스네이션 전세사기 피해자 이모 씨(48)가 사는 서울 송파구 빌라 역시 올해에만 5번 경매가 진행됐지만 모두 유찰됐다.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도로 변경한 불법 건축물이기 때문. 그는 “자포자기했다”고 했다. 김용현 등 피의자들에게 보증금을 받을 길도 막막하다. 법원은 김용현 일당이 부동산과 예금 등을 재판 전까지 처분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재판 후 이를 채권자(세입자)들이 나눠 일부라도 전세금을 보전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서 김용현의 사기 혐의가 확정될지도 미지수다. 김용현은 경찰 조사에서 “정상적 과정을 지킨 임대사업이었다”며 “리베이트라고 문제 삼고 있는 보증금 수입 역시 정당한 사업 수익”이라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어로콘텐츠팀▽기획·취재: 정순구 soon9@donga.com 최동수 이축복 송진호 이새샘 기자▽인터랙티브 기획: 위은지 기자▽개발: 임상아 뉴스룸 디벨로퍼(ND)▽디자인: 차설 인턴QR코드를 스캔하면 ‘제임스네이션’ 일당의 치밀한 전세사기 행각과 피해에서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디지털 페이지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구현한 ‘어느 날 내 집에 81억 가압류가 걸렸다’()로 연결됩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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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외동포도 전세사기 피해 구제… 중국동포 첫 주거지원

    앞으로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재외동포도 긴급 주거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1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국토교통부로에 외국 국적의 전세사기 피해자에 긴급 주거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지 문의했고,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재외동포로서 국내 거소 신고를 마친 외국 국적자가 대상이다. 다만 재외동포가 아닌 외국인의 경우 주거지원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긴급 주거지원은 거주할 곳이 없어진 전세사기 피해자가 최장 2년까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공공임대주택에 살 수 있도록 돕는 지원책이다. 내국인은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외국인은 지원에서 제외돼 있었다.이번 결정으로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중국 국적 고모 씨(42)가 재외동포로서 긴급 주거지원을 받는 첫 사례가 됐다. 고 씨는 전세사기를 당해 집이 경매에 넘어갔고, 낙찰자가 나타나면서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놓인 피해자다. 고 씨는 LH 인천지역본부에 긴급 주거지원을 요청했다.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에 따르면 인천에서는 이달 16일 기준 57명의 외국인과 재외동포 등이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신청 절차를 마쳤다. 이 중 24명이 피해자로 인정됐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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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 자체 감리 104곳중 85곳 감리인원 미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해 ‘철근 누락’이 발견된 아파트 단지 중 7곳의 감리 인원이 법적 최소 요건보다도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리 인원을 제대로 투입하지 않은 게 결국 부실 시공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LH가 자체 감리한 공사 현장 104곳 중 85곳(81.7%)에 배치된 인원이 법정 인력 기준보다 적었다. 총 920명의 인원이 필요했지만 현장에 투입된 인력은 61.6%(566명)에 그쳤다. 이는 부실 시공과 안전사고로 이어졌다. LH 자체 감독에서 104개 현장 중 5개 현장에서 부실 시공이 적발돼 14개 시공사가 벌점을 받았다. 14개 현장에서 안전사고 19건이 발생했다. 감리 인원이 부족한 현장에는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이 발견된 단지도 있었다. 수서역세권 A3블록은 기준(9.4명)보다 2명이 부족한 7.2명만 투입됐고, 인천가정2 A1블록은 적정 인원이 11.58명이었지만 3.61명만 배치됐다. 결국 이 단지들은 감리를 하고도 부실을 찾지 못했다. 적정 감리 인원은 공사 난이도나 규모, 감리의 직급에 따라 환산 비율이 다르다. 장 의원은 “감리의 실효성을 높이고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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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미콘 트럭 수 14년간 묶어놓은 ‘건설노조 카르텔’ 깬다

    부산에 있는 800채 규모 아파트 단지는 당초 올해 4월 준공 예정이었지만 두 달이 지난 6월에야 공사가 끝났다. 지난해 5월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들이 “운송 단가를 올려달라”며 집단 운송 거부에 나서 현장이 한 달 동안 셧다운됐던 영향이 크다. 현장 시공사 대표 A 씨는 “14년간 차량 수가 묶여 있다 보니 영업용 믹서트럭 기사들의 입김이 더 세졌다”며 “노조 소속 기사가 80%에 이르는 만큼 집단 운송 거부도 연례행사가 됐다”고 했다. 14년간 증차가 막힌 채 노조가 장악하고 있던 레미콘 믹서트럭 시장에 비(非)노조 신규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정부가 증차 여부를 결정할 때 ‘조업 가능일수’를 반영하기로 하면서다. 정부가 타워크레인에 이어 건설현장의 ‘갑(甲)’으로 자리 잡은 레미콘 믹서트럭 역시 건설현장의 이권 카르텔로 보고 혁파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는 이달 11일 4차 회의를 열고 건설기계 수급 조절 예측 모형에 들어갈 변수에 조업 가능일수를 새롭게 넣기로 확정했다. 이 모형에는 건설 투자 전망, 건설물가지수, 임금, 차량 등록 대수 등이 들어가는데, 조업 가능일수가 반영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레미콘 믹서트럭은 지난해 토요휴무제가 정착되며 기사들의 연간 조업일이 50일가량 줄었다”며 “현장 상황을 반영한 ‘공정한 룰’을 만들겠다”고 했다. 건설기계 수급 조절 제도는 건설기계의 공급 과잉을 막아 차주들의 생계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2009년 도입됐지만 레미콘 믹서트럭의 신규 등록은 14년간 금지된 상태다. 영업용 믹서트럭이 수급 조절 대상인데, 영업용 믹서트럭 기사 중 노조 소속이 80%를 차지한다.노조, 레미콘 트럭 80% 차지… 非노조 증차 통해 운송거부 대응 정부 “조업 가능일 줄면 증차 가능”노조, 요구 안통하면 집단 운송거부레미콘 57% 오를때 운임 2배 넘게↑최근 전북의 한 레미콘 제조업체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전운련)와 일주일간 협상 끝에 운송비를 10%가량 올리기로 합의했다. 노조는 협상에 앞서 소속 기사들의 레미콘 믹서트럭 번호판을 모두 수거해 갔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운행을 안 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것.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건설현장에 레미콘을 제때 납품하지 못하면 다른 대형사에 현장을 빼앗긴다”며 “덤프트럭은 화물트럭으로라도 대체할 수 있지만, 레미콘 트럭은 대체가 안 돼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14년간 신규 등록이 묶여 있는 레미콘 믹서트럭의 증차 결정 요인에 레미콘 기사들의 ‘조업 가능일수’를 새로 반영하기로 한 것은 ‘건설노조 이권 카르텔’이 부실공사 등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레미콘 트럭 증차가 막히면서 노조가 현장을 장악하고 집단 운송 거부, 업무방해 등을 일삼아 건설현장 셧다운(공사 중단)이나 비(非)노조 기사 업무 제한 등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레미콘 트럭이 수요에 맞게 증차되면 비노조 기사의 시장 진입이 가능해지고, 집단 운송 거부 때도 대체 기사로 투입돼 건설현장을 정상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용 레미콘 장악한 노조…비노조는 진입 못 해 16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레미콘 트럭 수급 조절 대상인 영업용 차량 2만2648대 중 80% 수준인 약 1만9000대가 노조 소속이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차량이 5000대, 한국노총 차량이 1만3000∼1만4000대다. 레미콘 업체 수와 공장 수는 레미콘 수급 조절이 시작된 2009년 각각 711개, 893개에서 지난해 955개, 1082개로 늘었지만, 레미콘 차량 대수는 그대로다. 현장에서는 최근 14년간 레미콘 믹서트럭 시장이 사실상 ‘노조판’이 되면서 노조가 권력이 됐다는 증언이 잇따른다. 증차가 없는 탓에 영업용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가 되려면 기존 번호판(면허)을 사서 진입해야 하는데, 번호판 값으로만 3000만∼4000만 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대형 레미콘 제조업체 공장에서 일감을 받으려면 각 공장 상조회에 가입비 명목으로 이른바 ‘마당비’를 내야 하는데 이 돈이 최대 2000만 원에 육박한다. 상조회는 대부분 지역별 레미콘 노조 지회에 소속돼 있다. 대형 레미콘 제조업체 관계자는 “영업용 번호판을 사서 신규 기사를 고용하고 싶어도 노조(상조회)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노조 가입을 안 하면 사실상 고용이 힘들다”고 했다. 건설업계에 35년째 종사하고 있는 B 씨는 “폐쇄적인 구조에서 노조 인력이 계속 쌓여 왔고, 이제 노조는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부 간부들이 ‘왕 놀이’를 하는 놀이터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현장을 장악한 노조가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며 집단 운송 거부에 나서면 건설현장도 속수무책으로 멈출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 수도권 레미콘 운송 차주가 모인 레미콘운송노조가 집단 운송 거부를 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레미콘운송노조 소속 수도권 5개 지부가 2주 넘게 서울 사대문 내 레미콘 운송을 거부해 세운지구 아파트, 한국은행 별관 등의 공사가 줄줄이 중단됐다. 지난해 12월에는 민노총 부산·울산·경남 레미콘 지회가 화물연대 동조 파업을 하면서 지역 건설현장 185곳이 셧다운됐다. 현장이 노조에 휘둘리면서 레미콘 운반비는 그동안 2배 이상으로 올랐다.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기준 레미콘 가격은 수급조절위가 처음 생긴 2009년 대비 57.8%(5월 기준) 인상됐다. 반면 운반비는 내년까지 129.9% 인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요구를 수용하다 보니 운반비가 비정상적으로 올랐다”고 했다.● “건설기계 수급조절위, 기울어진 운동장” 레미콘 차량 증차가 막혔던 것은 국토부 산하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 구성 자체가 노조에 유리했던 영향이 크다. 기존 건설기계 수급조절위는 정부·지자체 소속 당연직 위원 6명과 위촉직 위원 9명으로, 위촉직 위원은 사측 1명, 노조 측 3명, 공익위원 5명이었다. 올 초 감사원 지적을 받고 나서야 사측 3명, 노조 측 3명, 공익위원 3명으로 위촉직 구성이 바뀌었다. 레미콘 노조는 최근 서울 여의도와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에서 ‘강력한 투쟁으로 수급 조절 연장 사수하라’라는 현수막을 걸고 규탄 집회를 하는 등 반발했다. 노조 측은 “노조 탄압이라는 근시안적 시각으로 수급 조절을 해제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증차 여부는 이르면 8월 말 국토부가 잠정 결론을 낸 뒤 올해 말 국무조정실 규제개혁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다만 증차 여부의 다른 변수인 내년도 건설 투자 전망이 좋지 않아 당장 내년부터 증차될지는 미지수다. 박선구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규 차량이 진입해 경직된 시장 구조가 개선되고 레미콘 트럭 수요와 공급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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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철근 누락’ 관련 LH본사 등 4곳 압수수색

    경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공주택단지의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LH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건축물 안전 강화 법률을 제정 및 개정하기로 했다. 16일 LH 등에 따르면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4시 15분까지 약 4시간 45분 동안 경남 진주 LH 본사와 LH 광주·전남본부, 설계업체, 구조안전진단 용역업체 등 4곳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광주 선운2(A2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 철근이 누락된 경위 등을 수사하기 위해 수사관 16명을 투입했다. 이는 LH가 이달 4일 경찰청에 철근 누락 단지에서 설계·시공·감리 관련 업무를 담당한 내부 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조치다. 여당은 이날 건축물 안전 강화를 위한 법률 제정 및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아파트 무량판 부실 공사 진상 규명 및 국민 안전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김정재 의원은 “공동주택은 건설기술진흥법, 민간주택은 주택법, 상가는 건축법 등으로 흩어져 있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 15개 단지 중 13개 단지의 시공사업자에 대한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있었는지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감리 용역 사업자 선정 입찰이 있었던 10개 단지도 입찰 담합 여부를 조사한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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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 ‘철근 누락’ 전관업체와 2335억 수의계약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근 누락’ 단지의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와 최근 3년간 맺은 수의계약 규모가 233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 설계업체도 200억 원이 넘는 수의계약을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공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LH의 ‘전관 카르텔’이 LH 전반에 만연해 있다는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안단테 아파트를 포함해 철근 누락이 확인된 16개 단지(11일 추가 발표된 5개 단지 제외)의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 18곳이 2020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2335억 원 규모의 LH 설계·감리 용역 77건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A사는 343억 원어치의 수의계약을 맺어 액수가 가장 컸다. LH 출신이 창립했고, 현 대표이사도 LH 임직원 출신인 건축사사무소다. 이 업체는 3년간 신도시 공동주택 설계용역 등 11건을 수주했고, 철근 누락 단지 중에서는 설계 1곳과 감리 3곳을 담당했다. LH 처장·부장급을 영입한 B건축사사무소는 고양 창릉, 파주 운정 등 신도시 아파트 단지 설계용역 6건을 275억 원에 수주했다. 269억 원어치의 수의계약을 맺은 C사가 따낸 계약 중에는 50억5000만 원 규모의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 설계용역도 있었다. C사는 LH 출신 외에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조달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국토교통부 출신 등도 채용했다. 무량판 기둥 154개 전체에 보강 철근이 빠졌던 양주 회천 아파트 단지를 설계한 D종합건축사사무소는 LH와 217억 원 규모의 설계용역 7건을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D업체는 철근 누락 단지 중 양주 회천을 포함해 2곳의 설계를 맡았다. LH는 전관 업체와의 수의계약이 많은 이유에 대해 “설계용역은 공모를 통과한 업체와 100% 수의계약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해명했다. ‘설계공모’에서 여러 업체의 경쟁이 이뤄지고, 당선된 업체 한 곳과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설계공모 방식에도 빈틈은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LH가 2016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전관을 채용한 업체와 맺은 설계용역 332건 중 58건에서 심사·평가위원이 퇴직자에게 전화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외부 위원이 퇴직자와 접촉한 사실을 LH에 알렸는데도 해당 업체에 대해 감점 등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LH 관계자는 “2021년 6월 제도를 개편해 심사·평가위원 15명을 전부 외부 위원으로 선정하고, 심사 과정도 유튜브 라이브로 중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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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무 중 틱톡 방송한 용산공원 경비원 교체

    용산공원 내 장교 숙소에서 근무하던 경비원이 근무 중 소셜미디어로 실시간 방송을 하다 적발돼 다른 직원으로 교체됐다.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장교 숙소에 근무하던 경비원 A씨가 복무규율위반으로 9일 교체됐다. LH 관계자는 “경비원의 개인 일탈을 확인해 교체됐다”고 이날 밝혔다. LH는 정부로부터 공원을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다.LH 등에 따르면 용산공원 내 장교 숙소에서 근무하던 A씨는 야간 근무 도중 소셜미디어 틱톡을 통해 여러 차례 개인 방송을 했다. A씨는 비눗방울 장난감이나 면사포 같은 공원 방문객들이 두고 간 분실물을 소품으로 활용했다. 금연 구역인 공원 안팎을 순찰하면서 생방송을 하던 도중 담배를 태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이 같은 행동은 방송을 본 사람들이 국민신문고 등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체 근무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근무자 복무 지침, 분실물 관리 지침 등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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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 철근누락 알고도 발표때 5곳은 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하 주차장을 무량판 구조로 지은 아파트 단지 중에서 철근이 누락된 단지가 당초 발표한 15곳이 아니라 20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이 사실을 알고도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임의로 판단해 5개 단지의 철근 누락 사실을 숨긴 게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특히 이들 단지 중 1곳의 설계 업체는 LH 퇴직자가 대표로 있는 ‘전관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한준 LH 사장은 11일 LH서울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0일 무량판 구조로 지은 단지에 대한 전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5개 단지에서의 철근 누락 사실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당시 LH가 “경미한 사실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이달 9일 10개 단지가 전수조사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된 지 이틀 만에 철근 누락 단지가 추가로 나오면서 LH의 기강 문란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또 이날 LH의 전수조사 대상에서 1개 단지가 더 빠졌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전수조사를 실시한 단지 91곳 중 15곳에서 철근 누락이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전수조사 대상에서 빠진 단지가 이달 9일 10개, 이날 1개 등 총 11개로 나타났다. 이로써 실제 철근 누락 문제가 있는 LH 단지는 총 102곳 중 최소 20곳이 됐다. 이 사장을 포함한 LH 임원 전원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이 사장은 “저의 거취는 인사권자 뜻에 따르겠다”며 “경찰과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에 수사와 조사를 의뢰했고 LH 조직 축소와 기능 분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철근 누락 15곳 아닌 20곳… LH직원, 보고도 않고 ‘발표 자료’서 5곳 빼 ‘누락 경미’ 임의로 판단한뒤 제외당시 “경미한 것도 공개” 발언과 달라전수조사 미포함 1곳 추가돼 11곳 ‘철근 누락에 조사 누락, 보고 누락, 발표 누락.’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5개 단지의 철근 누락을 숨긴 사실이 드러난 데다 철근 누락 여부 전수 조사 대상에서 단지 1곳이 추가로 빠진 사실이 나타나자 나오는 반응이다. 이번에 철근 누락이 추가로 발견된 곳은 경기 화성 남양뉴타운 B10블록과 평택 소사벌 A7블록, 파주운정3지구 A37블록, 고양장항 A4블록, 익산평화단지다. LH 관계자는 “5개 단지는 자체 보강 작업을 한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철근 누락 사실을 은폐했다는 데에 LH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한준 LH 사장이 이들 5개 단지의 철근 추가 누락 사실을 안 것은 10일. LH 담당 직원들이 (철근 누락 기둥이 3, 4개여서) 경미하다고 스스로 판단해 본인들이 (5곳에 대한) 사장의 대외적인 자료에서 뺐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이 사장은 이마저도 정식 보고가 아니라 외부인의 제보를 받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량판 구조 건물에서 보강 철근이 누락되면 하중을 지탱하기 어려워 붕괴 위험이 커진다. 이 사장은 “기둥 3, 4개가 아니라 기둥 1개에만 문제가 있어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담당한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경미하다고 뺐다는 것에 대해 안일하고 어이 없는 일”이라고 했다. 조사 부실 지적도 커지고 있다. LH는 올해 4월 말 자사에서 발주하고 GS건설이 시공한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 단지의 지하 주차장이 붕괴하자 검단처럼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다른 공공주택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이 91곳이며 이 중 15곳에서 철근 누락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달 8일 LH는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설계정보시스템에 등록이 안 돼 조사 대상에서 처음부터 빠진 단지가 10곳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고, 이날 1곳이 추가로 더 나왔다. 총 11곳이 조사 대상에서 빠졌는데도 전수 조사라고 한 것. 전수 조사의 기본인 조사 대상 파악부터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LH는 보고를 하지 않은 주택담당 본부장을 해임했고, 철근 누락이 공개된 5개 단지 근무자들은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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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조직 망가지고 무능… 통합만 하고 L과 H가 나눠먹어”

    “조직이 이렇게까지 망가졌고 위계와 체계도 없다. 사장의 대외적인 자료에 기본적인 통계조차 임의로 뺀 것에 참담하다 못해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LH를 향해 내린 통렬한 진단이다. LH는 2021년 전·현직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 이후 ‘LH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2년이 지난 현재 혁신은커녕 오히려 더 후퇴한 모습이다. LH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Land)와 대한주택공사(Housing)가 통합되며 조직이 비대해졌지만 두 파벌 간 나눠 먹기 식으로 일하며 결국 국민 안전을 위협하기에 이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LH는 ‘설계·시공·감리’ 등 건설 과정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의 간단한 ‘보고 체계’조차 정립 안 돼 기강이 문란하다는 지적이 많다. LH는 올해 4월 자체 발주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이후 3개월에 걸쳐 무량판 구조의 단지 전수조사에 나섰다. “아주 경미한 사안일지라도 LH가 발표하지 않고 나중에 (철근 누락 사실이) 알려지면 축소·은폐했다는 말이 나올 것”(이한준 LH 사장)이라는 취지에서였다. 이 발언은 예언이 됐다. 지난달 30일 최초 조사 결과 발표 당시, 91개 단지 중 15곳에서 철근이 대거 빠진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부실 시공을 확인하기 위한 전수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번에 철근 누락 단지 자체를 숨겼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이 사장에게 보고되지 않았고, 사장은 뒤늦게 내부 보고가 아닌 외부에서 제보를 받고 파악하게 됐다. 이 사장은 LH의 근본적인 문제가 2009년 출범 당시부터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토공과 주공이 통합한 지 14년이 지났지만 화학적으로 융합되지 못하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졌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토공과 주공 출신 간부 직원을 중심으로 ‘나눠 먹기’ 문화가 만연하며 조직 간 칸막이가 심하고 소통까지 단절됐으며 업무 태도가 안일하다”고 했다. 예컨대 LH에 무량판 구조가 제대로 설계되고 시공됐는지 살펴보는 ‘구조견적단’이 있지만 건축 도면도 못 보는 토목직이 이를 맡고 있다. 이 사장은 “통합 자체는 맞다”면서도 “이 보직을 토목직이 맡는 게 L과 H가 나눠 먹기 식으로 일하는 ‘무능한 통합’의 단적인 예”라고 진단했다. 혁신 방안으로는 조직 개편과 기능 분산이 꼽힌다. 이 사장은 “LH의 권한이 조직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며 “권한과 조직을 축소해 작지만 강한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우선 공공분양에서 민간참여형 사업을 확대해 LH의 시공과 설계 권한을 감축하고, LH가 가진 감리 선정 권한을 없애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이 사장은 “현재 감리는 LH가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게 전관특혜로 이어진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추가로 발표된 5개 철근 누락 단지 중 파주운정3(A37블록)의 설계업체는 2016년 LH를 퇴사한 직원(당시 2급 부장)이 대표로 있는 곳으로 확인됐다. 이 단지는 전수조사 대상에서도 빠져 있었다. 인력 축소도 거론됐다. 이 사장은 “(구조조정 등으로) 본사 조직을 줄이고, 지역본부 내근직도 개편 후 현장에 투입할 것”이라며 “LH에서 주거 급여를 담당하는 직원 600여 명을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면 인력 축소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책의 실효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2년 전 땅 투기 사태 이후 조직 개편 방안이 나왔지만 결국 미완에 그쳤다. LH는 1만 명 수준인 직원을 지난해 말까지 약 2000명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직원 수는 약 8900명에 달한다. 2017년 전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LH 본사 직원을 1700여 명 늘렸다가 곧바로 2000명을 감축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주거 급여 업무 이관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국토교통부 등 정부 역시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면서 “LH에 외부 감시기구를 활용하면서 내부 데이터를 공공에 개방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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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학기 개학 초중고 절반 휴교… 전국 모든 여객선 운행 중단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2학기 개학을 시작한 전국 초중고교 절반가량이 휴교했다. 또 하늘길과 뱃길, 주요 도로가 통제되며 태풍이 지나는 지역의 교통이 ‘올스톱’ 되다시피 했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미 개학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등 3333곳 중 1579곳(47.4%)이 카눈 북상으로 인해 수업 일정을 조정했다. 877곳은 원격수업으로 전환했고, 475곳은 개학 연기를 포함해 휴교를 결정했다. 단축수업(142개교), 등교 시간 조정(85개교) 등을 선택한 학교도 있었다. 이날 오전부터 태풍 영향권에 들어간 부산(242곳) 울산(118곳) 경북(243곳)은 개학한 모든 학교가 학사 일정을 조정했다. 경남(99.7%)과 대구·충북(이상 98.0%)에서도 대다수 학교가 원격수업이나 휴교 등을 택했다. 수도권에서도 서울(13.3%), 경기(13.8%) 일부 학교가 학사 일정을 조정했다. 태풍 영향권에 있는 지역에선 열차 운행도 한때 전면 중단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날 KTX 열차 86편과 일반 열차 234편의 운행을 중단하고, 41개 KTX 열차와 12개 일반 열차는 노선을 조정해 운행했다. SR도 이날 SRT의 경부선 21개 열차와 호남선 4개 열차의 전 구간 운행을 중단했다. 전국 도로 곳곳도 통제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경남 310곳, 경북 140곳을 포함한 도로 620곳이 통제됐다. 부산 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가 낮 12시경 재개되기도 했다. 21개 국립공원 탐방로 611곳 등의 출입도 통제됐다. 전국 모든 여객선 모든 노선의 운행도 통제됐다. 제주 122편, 김포 81편, 김해 84편 등 전국 14개 공항 비행기 355편의 운항이 중단됐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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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사고는 ‘텅레일’ 파손탓

    지난해 서울 영등포역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 사고와 관련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사고 6일 전 해당 구간에 대한 정밀점검까지 벌였는데도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부선 영등포역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궤도 이탈 사고는 분기기(分岐器)에서 텅레일(분기점에서 길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레일)이 부러지며 발생했다. 사고 지점은 일반선 구간이지만 고속열차도 함께 경유해 운행횟수가 많아 레일 마모나 부식 등 표면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사고 당일 앞선 열차가 지나가며 부식됐던 텅레일이 부러졌고, 텅레일이 부러진 지점에서 뒤이어 들어온 열차 6량이 기관차에서 분리되면서 탈선했다. 이 열차는 비상정차 하면서 승객 80명이 부상을 입었고 피해액은 22억 원에 이른다. 당시 열차가 저속(시속 67km)으로 달려 인명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코레일은 사고 발생 약 6개월 전부터 텅레일의 표면 결함이 여러 번 발견됐는데도 연마나 교체 등의 정비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고 발생 6일 전에는 정밀점검을 했지만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국토부는 “관계자 과실 유무를 추가 조사해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고 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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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 무량판 아파트 전수조사도 부실… 10곳 더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무량판 구조 아파트를 전수 조사했다고 밝혔지만, 조사 대상에서 10개 단지를 빠뜨린 것으로 뒤늦게 나타났다. 전수 조사조차 부실해 LH 내부 기강이 심각하게 무너져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H는 9일 무량판 구조 아파트 안전점검 대상에서 경기 화성 비봉지구 A-3BL 단지 등 총 10개 단지, 7167채가 누락돼 긴급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준공 단지는 3곳(3492채), 공사 중 단지는 4곳(2534채), 착공 전 단지는 3곳(1141채)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작업 현황조차 파악 못하는 LH가 이러고도 존립 근거가 있느냐”고 질타했다. 이번에 누락된 단지는 설계정보시스템에 등록이 안 돼 조사 대상에 처음부터 없었다. LH는 원 장관의 현장 점검을 앞두고 해당 단지 현황을 파악하다 우연히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LH가 무량판 조사 대상을 잘못 파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H는 지난달 31일 철근 누락 15개 단지 명단을 공개하며 총 규모를 1만1168채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총 1만1264채로 확인됐다. 863채인 ‘오산세교2(A6블록)’가 767채로 잘못 공개된 것. 또 LH는 “발주 단지 중 주거동에 무량판을 적용한 사례가 없다”고 밝혔지만 세종에 무량판과 벽식 구조를 혼합한 아파트 1개 동을 지은 게 드러나기도 했다. 무량판 구조 건물에서 보강철근이 누락되면 하중을 지탱하기 어려워 붕괴 위험이 커진다. LH는 올해 4월 무량판 구조의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이 보강철근 누락으로 무너지자 무량판 구조의 LH 발주 단지를 전수조사하겠다며 91개 단지 중 15개 단지에서 보강철근이 누락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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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 늪…7월 분양단지 절반 미달

    울산에서 지난달 분양한 ‘유보라신천매곡’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으로 348채가 나왔는데 1순위 청약에 14명만 신청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등을 통근할 수 있는 신흥 주거타운에 있는 데다 도보 10분 거리에 초중고교가 있어 실수요자가 몰릴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흥행에 실패했다. 광주에서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PH543’도 지역 내 하이엔드 아파트로 관심을 모았지만 99채 모집에 단 2명만 청약을 넣었다. 이달 4일 서울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 420채 모집에 4만1344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이 100 대 1에 육박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나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 부동산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청약시장 부진으로 신규 개발 사업이 ‘올스톱’ 되고 악성 미분양도 늘면서 지방 경기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 지방 5대 광역시(부산 대구 광주 울산 대전)를 통틀어 착공된 민간분양 주택이 910채로, 직전 5년간(2018∼2022년) 6월 착공 물량(평균 8845채)의 10.3%에 그친다. 올해 2분기(4∼6월) 서울, 인천, 경기를 제외한 지방 전체 착공 물량은 2만439채로 최근 5년 평균(5만4706채)의 3분의 1 수준이다. 2분기는 겨울철 건설 휴지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착공이 늘어나는 시기지만 착공 물량이 급감한 것이다. 건설사들이 ‘개점휴업’ 상태로 공사를 멈춘 것은 지방 청약시장 부진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영향이 크다. 7월 지방에서 분양한 13개 단지 중 절반에 가까운 6개 단지가 미달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건설시장은 하도급 업체와 건설인력 등을 고용해 지역 경기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는데, 이대로라면 경제 전반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PF자금까지 확보했지만… 시공 맡을 건설사 없어 착공 연기 청약 미달 속출에 건설사들 난색‘준공후 미분양’ 반년새 20% 증가규제 완화되며 수도권 투자 몰려“이대로면 경제전반 리스크 될것” 경남 거제시에서 올해 하반기(7∼12월) 착공 예정이었던 아파트 단지. 총사업비 2000억 원 규모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와중에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위한 금융사 협의까지 마쳐놓고, 시행 사업에서 난관으로 꼽히는 인허가도 받아놨다. 하지만 최근 사업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금융사가 대출을 내주는 조건으로 대기업 건설사(1군 건설사)의 ‘책임준공 확약’을 요구했지만 짓겠다고 한 건설사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책임준공 확약은 공사비를 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도 자체 자금으로 정해진 시기까지 완공하겠다는 약속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땐 책임준공 확약을 일사천리로 받았는데, 이번에는 접촉했던 1군 건설사 4, 5곳이 모두 난색을 표했다”며 “지방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고 미분양이 속출하는 단지가 많다 보니 인허가를 마치고도 착공을 못 하는 사업장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미달’ 단지 속출하는 지방 8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공급된 일반분양 물량 9872채에 9만2329채의 1순위 청약통장이 접수되며 평균 9.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다만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컸다. 수도권에서 공급된 9개 단지 중 일반물량보다 1순위 청약자 수가 적어 미달된 곳은 1곳에 그쳤다. 반면 그 외 지역은 13개 단지 중 6개 단지에서 1순위 경쟁률이 1 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청약 미달을 피한 단지도 부산 청약 최대어로 꼽혔던 ‘대연 디아이엘’(1순위 경쟁률 15.6 대 1), 강원 춘천시 ‘춘천레이크시티아이파크’(27.8 대 1), 전북 전주시 ‘에코시티한양수자인디에스틴’(85.4 대 1) 등을 빼면 평균 경쟁률이 3∼4 대 1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당장 지난달 서울에서 분양한 5개 단지의 1순위 경쟁률 평균이 100 대 1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7407채로 지난해 말(6226채)과 비교하면 반년 새 20% 가까이 증가했다. 일반 미분양은 감소세지만 건설사들이 아예 분양 자체를 하지 않는 영향이 크다.● 아파트값 하락에 공급 과잉 우려까지 아파트값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은 올해 6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전달 대비 0.1% 오르면서 1년 7개월 만에 반등했다. 반면 지방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하락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양극화는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로 투자 수요가 서울 등 수도권에 쏠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해 1∼6월 서울 아파트 외지인 매입 비중은 26.1%에 이른다. 이 시기에 팔린 서울 아파트 4건 중 1건 이상을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 거주자가 ‘원정 매입’한 셈.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동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방은 공급 과잉 우려까지 겹쳤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지방(광역시 포함) 아파트 입주 물량은 19만3299채로 전망된다. 직전 1년(지난해 7월∼올해 6월) 입주 물량(15만6057채)보다 23.9% 많다. 이 기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만5296채에서 17만548채로 16.9% 감소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부동산 PF 대출 부실로 연체율이 급등하며 ‘위기설’까지 나돈 새마을금고와 같은 사례가 지역 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한다. 전방위적 규제 완화로 시중 자금이 수도권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한동안 지방 부동산 경기가 반전될 요인도 마땅치 않은 상태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나 분양권 단기 양도 시 세율 완화 등의 인위적인 부양책이 없다면 지방 부동산 침체는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수도권 위주의 부동산 시장 안정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경제 전반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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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근 누락’ 손배-계약해지 대상 7011채… 보상기준 없어 혼란

    “LH에 보상 방안을 문의해도 ‘정해진 게 없다’는 답만 돌아옵니다. 손해배상 소식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게 됐는데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철근 누락 단지 입주민 이모 씨) “이미 입주한 사람은 손해배상권이 부여되지만 저희처럼 곧 입주하는 사람들은 계약 해지권만 준다고 하네요. 부실 시공이 드러난 단지에 막상 입주하려니 불안한데, 저희 같은 계약자에 대한 추가 보상은 없는 건가요?”(경남 양산사송A2 입주예정자협의회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아파트에 정부가 손해배상 청구권과 계약 해지권 부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계약 해지 등의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손해배상과 계약 해지권 기준이나 요건이 확정되지 않아 입주자와 입주 예정자들의 혼란과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이르면 7일부터 민간 건설사가 무량판 구조로 지은 아파트 293개 단지 25만 채도 전수조사할 예정이지만, 여기서 추가 부실이 나올 경우 LH와 동등한 보상 방안이 적용될지도 미지수여서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3일 LH에 따르면 보강 철근 누락이 발견된 15개 단지 가구 수는 총 1만1264채로 이미 입주가 끝나 손해배상 대상인 가구는 3640채이고, 입주 전이어서 계약 해지 대상인 가구는 3371채다. 현재 공실로 입주자가 없는 4253채는 제외된다. 총7011채가 대상으로 막대한 규모의 손해배상과 계약 해지, 계약금 환불 등이 진행돼야 하지만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지부터 손해배상 기준이나 규모, 계약 해지 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아직 없다. 계약 해지권을 쓸 경우 추가 배상해주는 배액배상이 이뤄질지 등도 정해지지 않았다. 충남 아산탕정LH14단지 입주자 김모 씨(40)는 “철근 누락이 많은 단지는 손해배상을 더 해주고, 철근 누락이 적으면 덜 해주는 건지 설명이 없어서 답답하다”며 “당장 눈앞의 불안은 해결된 게 없다”고 했다. 국토부는 “LH가 입주민 및 입주 예정자와 협의해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LH 내부에서는 위에서 지침이 내려와야 구체적인 기준을 정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는 LH가 주민들과 협의로 정해진 손해배상액을 선지급하고, 이를 시공사 등과 분담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 과정이 협의되기까지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철근 누락 단지 명단 공개 전부터 입주자들의 반발을 예상하고 보상 원칙 등이 결정됐어야 했다”며 “급하게 명단부터 공개하다 보니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철근 누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2일 당정 발표 전 목돈의 위약금을 감수하고도 계약 해지를 신청한 이들도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철근 누락 단지에서 12건의 계약 해지 신청이 이뤄졌다. 당정이 계약 해지권 부여를 결정한 만큼 철근 누락 단지 입주민과 입주 예정자들의 계약 해지 신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파주운정 초롱꽃마을3단지(A34)의 추가 입주 예정자 최모 씨(37)는 “단체카톡방에서 입주 예정자들을 중심으로 계약 취소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LH와의 협의를 위해 9일까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10일 첫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달부터 9월 말까지 조사하는 무량판 구조의 민간 아파트에서 향후 부실이 발견될 경우 LH처럼 동일하게 보상 방안이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 아파트는 문제가 있으면 시공사가 입주자나 입주 예정자와 협의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법조계는 민간 아파트의 경우 손해배상이나 계약 해지 등에 난관이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는 “판례상 안전진단 통과가 불가능할 정도의 부실 시공이 아니라면 계약 해지를 인정받기 어렵고, 결국 주택 공급자인 시행사 측에서 자발적으로 합의해서 해지를 해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시공사가 시행을 겸한 경우가 아니라 재건축 조합처럼 시공사와 시행자가 다르다면 계약 해지권 인정 여부가 힘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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