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이지훈 기자

동아일보 디지털랩 전략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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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무용 등 공연업계를 취재합니다.

easyhoon@donga.com

취재분야

2025-11-13~2025-12-13
문화 일반59%
환경3%
여행3%
문학/출판3%
인물/CEO3%
패션3%
음악3%
사회일반3%
인사일반3%
기타17%
  • “브로드웨이 안 부럽네” 토종 뮤지컬, 무대 달구다

    《팬데믹으로 매출이 10분의 1로 급감한 최근 뮤지컬 시장에서 국내 창작뮤지컬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에 비해 훨씬 짧은 20여 년의 역사에도 선전하고 있는 한국 창작뮤지컬의 저력을 알아봤다》무대 넓히는 한국 창작뮤지컬 팬데믹 시대, 공연계에 닥친 한파는 매서웠다. 집합금지 명령, 거리 두기로 관객은 뚝 끊겼고 공연 도중 중단된 작품도 많았다. 팬데믹 이전 평균 400억 원에 달했던 월간 공연 매출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0년 1월엔 37억 원으로 떨어졌다. 10분의 1로 급감한 것. 그럼에도 굳건히 영역을 지켜낸 작품들이 있다. 바로 창작뮤지컬이다. 창작뮤지컬은 국내 창작진이 음악, 각본, 연출을 맡아 직접 만든 뮤지컬이다. 배우, 제작진 모두 그대로 들여온 오리지널 내한 작품이나 라이선스를 구입해 국내 제작진이 다시 만든 해외 뮤지컬이 아니다. 한국인 창작진이 한국어로 만들고 한국에서 초연을 올린 순수 국산 작품이다. 팬데믹 기간 뮤지컬 시장은 매출액이 줄었지만 국내 창작뮤지컬 시장은 안정적으로 몸집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파크와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16년 창작뮤지컬이 국내 뮤지컬 시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455억 원)에서 5년 후인 지난해에는 33%(546억 원)로 증가했다. 반면 라이선스 뮤지컬 매출은 2016년 67%(1155억 원)에서 같은 기간 51%(843억 원)로 감소했다. 해외 뮤지컬에 비해 약체로 여겨졌던 창작뮤지컬이 팬데믹 위기를 버틴 동력은 무엇일까. ○ ‘마니아 관객’ 특수 누려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공연장을 찾는 일반 관객의 발길은 뚝 끊겼다. 공연장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마니아 관객’이었다. 실제 팬데믹 기간에 한 공연을 여러 번 보는 마니아 관객이 증가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한 공연을 3회 이상 관람한 관객 수는 팬데믹 이전인 2018년엔 5만 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엔 7만5000명으로 껑충 뛰었다. 3년 만에 50%나 증가한 것이다. 팬데믹 기간은 신작의 암흑기였다. 팬데믹으로 공연장 문 자체를 열지 않았던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신작이 나올 리 만무했다. 그래서 국내 라이선스 뮤지컬 시장 역시 새 작품을 선보일 수 없었다. 국내에서 공연된 신작 뮤지컬은 중·소극장용으로 제작된 국내 창작뮤지컬이 대부분이었다. 팬데믹 기간에도 한 해 평균 20편 이상의 신작이 공연됐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디아길레프’ ‘웨스턴스토리’ 등 12편의 창작뮤지컬이 초연된다. ○ “창작진 육성 본격화 열매” 팬데믹에도 창작뮤지컬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지난 20여 년간 두껍게 형성된 창작진 풀(pool) 덕분이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민관의 뮤지컬 창작진 육성 사업이 최근 몇 년 새 비로소 결실을 보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창작진 육성이 본격화한 건 2001년 국내 초연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이례적인 흥행을 거둔 게 계기가 됐다.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라이선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초연은 24만6000여 명이 관람하며 7개월간 공연됐다. 대중적으로 생소했던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오페라의 유령’의 흥행을 계기로 급격히 커지면서 우리만의 레퍼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배고픈 예술’로만 여겨지던 공연계에서 ‘오페라의 유령’의 성공 이후 뮤지컬도 잘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됐다”며 “라이선스 작품 위주라 인기 배우들과 외국 원작자만 이득을 보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창작뮤지컬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뮤지컬 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점치는 분위기는 창작뮤지컬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2009년 신인의 작품 제작을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 산실이 시작됐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음악극협동과정이 만들어졌다. CJ문화재단, 우란문화재단 등 민간에서도 뮤지컬 창작진 발굴을 위한 투자가 진행됐다. 지난달 31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00만 명, 공연 횟수 5281회에 달하는 대표적 스테디셀러 창작뮤지컬인 ‘빨래’를 연출한 추민주 연출가도 당시 ‘뮤지컬 학도’였다. 추 연출가는 “저를 포함해 한예종 연극원에 뮤지컬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학교에서 미국의 극작가, 안무가, 연출가 등을 초빙해 강연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드북’ 등 다수의 흥행작을 만들어 ‘한·이·박 트리오’로 불리는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가도 2006년 만들어진 뮤지컬 창작 아카데미 ‘불과 얼음’에서 만난 동기다. 박 연출가는 “연극영화과를 나왔지만 학교엔 뮤지컬 커리큘럼이 없었다. 아카데미에서 뮤지컬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때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뮤지컬 창작자들이 만든 작품들은 2010년대 줄줄이 성과를 거뒀다. ‘번지점프를 하다’(2012년), ‘풍월주’(2012년), ‘잃어버린 얼굴 1895’(2015년)가 대표적이다. ‘잃어버린…’의 이지나 연출가는 “뮤지컬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정확하게 습득한 창작진이 나오면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다른 우리만의 음악과 드라마가 돋보이는 작품이 다수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중·소극장 중심은 한계 창작뮤지컬 가운데 ‘라이온 킹’ ‘오페라의 유령’ 같은 해외 작품처럼 대중적으로 폭넓은 인기를 얻은 대형 작품은 극히 드물다. ‘영웅’ ‘명성황후’가 비교적 성공한 대형 창작뮤지컬로 꼽히지만 대부분의 창작뮤지컬이 마니아 관객을 겨냥한 중·소극장용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창작뮤지컬이 중·소극장용으로 제작되는 이유는 주로 예산 때문이다. 공연 횟수 100회 기준으로 중·소극장(70∼300석) 뮤지컬의 제작비가 10억∼20억 원 정도라면 대극장은 그보다 6∼7배가량 높다. 객석의 70% 이상을 채우지 못하면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상 다수의 관객을 불러 모을 수 있는 흥행작이 아니면 대극장에 작품을 올리는 건 쉽지 않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본부장은 “제작사 입장에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검증된 작품이 아니고서야 관객이 들지 알 수 없는 창작뮤지컬을 대극장에 올리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창작진은 제작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극장용 작품보다는 중·소극장용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게 됐다. 그 결과 라이선스 뮤지컬을 연출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극장용 창작뮤지컬 제작 과정을 경험한 창작진은 거의 없다. 추민주 연출가는 “창작뮤지컬이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선 대극장 작품도 나와야 하는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창작진과 제작사 모두 소극적이다”라고 말했다. 제작사는 흥행을 담보할 수 있다면 창작뮤지컬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라이선스 작품보다 창작뮤지컬이 수익을 내는 데도 유리해 레퍼토리 개발에 대한 수요는 높다. 이런 이유로 라이선스와 창작뮤지컬의 중간 단계인 ‘절반의 창작뮤지컬’을 제작하기도 한다. 음악과 대본은 검증된 원작을 따르되 다른 부분은 창작할 수 있는 논레플리카(non-replica·원작에서 일정 부분 수정해 공연 가능) 형태의 ‘마타하리’ ‘웃는남자’를 제작한 EMK뮤지컬컴퍼니가 대표적이다.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는 “과거엔 라이선스, 창작뮤지컬을 가리지 않고 작품을 무대에 올렸지만 이젠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논레플리카로 라이선스 콘텐츠를 재창작하는 방식으로 창작 노하우를 쌓고 있다”고 했다. ○ 충분한 검증 시스템 필요 창작뮤지컬은 20여 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대극장에서도 공연되는 흥행작이 다수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작뮤지컬이 흥행을 담보할 명작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작진은 입을 모았다. 추민주 연출가는 “‘빨래’ 초연 때는 러닝타임이 1시간 24분 정도였는데 8년 넘게 개발하고 검증을 거치며 지금처럼 2시간 30분 정도로 늘어났다”면서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 배우들도 한 곡씩 노래를 부르며 넘버가 늘어 작품이 좀 더 완성도 높게 다듬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박소영 연출가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레드북’도 초연, 재연을 거쳐 세 번째 시즌이 됐을 때 작가나 작곡가, 연출가 모두가 원하는 수준으로 작품이 정리됐다”며 “시간은 많이 들고 비용 부담도 크지만 장기적으로 작품을 생각했을 땐 여러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큰 무대에 오르는 작품들은 대부분 지역에서 초연을 올린 후 수차례 공연을 거치며 철저한 검증을 받는다. 영국에서 흥행한 뮤지컬 ‘백 투 더 퓨처’(2020년)도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되기 전인 2019년 리버풀에서 초연된 후 런던 무대에 올랐다. 브로드웨이에는 뉴욕 외곽에 위치한 ‘오프(Off) 브로드웨이’가 일종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신인의 작품이어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호평을 받으면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국내 공연시장은 규모가 작다 보니 지역이나 극장 단위의 검증 시스템이 거의 구축돼 있지 않다. 지역 공연장은 수도권에서 올린 작품을 재공연하는 데 그치고 있다. 창작뮤지컬의 개발 및 검증을 하는 지역 공연시장으로는 ‘번지점프를 하다’ ‘프리다’ ‘풀하우스’ 등이 초연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유일하다. 원종원 교수는 “창작뮤지컬의 발전은 현기증 날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왕성한 성장기의 에너지가 중장기적인 공연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게 지원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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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설의 밴드’ 핑크플로이드 “우크라 돕자” 재결합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가 28년 만에 재결합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노래를 발표했다. 7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 AP통신 등에 따르면 핑크 플로이드 창립 멤버인 데이비드 길모어와 닉 메이슨이 신곡 ‘헤이 헤이 일어나(Hey Hey Rise Up)’를 이날 내놓았다. 이 곡 작업에는 2000년대 이후 같이 활동한 가이 프랫과 프로듀서 겸 작곡자 니틴 소니, 고인이 된 멤버 리처드 라이트의 딸 갈라도 참여했다. 신곡에는 우크라이나 밴드 붐박스(BoomBox)의 리더 안드리 흘리우뉴크가 러시아 침공 직후 인스타그램에 올린 우크라이나 민중가요의 일부 소절이 삽입됐다. 2015년 길모어와 런던에서 함께 공연한 흘리우뉴크는 최근 키이우의 성소피아 성당 앞에서 우크라이나 독립군을 기리는 민중가요를 불렀다. 핑크 플로이드는 신곡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지원 활동에 기부할 예정이다. 길모어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흘리우뉴크의 민중가요 영상을 보는 순간 내가 가진 플랫폼을 활용해 뭔가를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며 “주요 강대국이 독립적이고 평화로운 민주국가에 가한 불의한 공격을 보는 건 힘들고 좌절을 안겨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길모어는 “며느리가 우크라이나인으로 손주들도 절반은 우크라이나인”이라고 했다. 1965년 영국 런던에서 결성된 핑크 플로이드는 사회 고발 내용의 가사와 다양한 악기를 활용한 독특한 분위기의 곡들을 통해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다. 1960, 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 시대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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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느리 우크라이나인”…핑크 플로이드, 우크라 지원 위해 재결합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가 28년 만에 재결합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노래를 발표했다. 7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 AP통신 등에 따르면 핑크 플로이드 창립멤버 데이비드 길모어와 닉 메이슨이 신곡 ‘헤이 헤이 일어나’(Hey Hey Rise Up)를 이날 내놓았다. 이 곡 작업에는 2000년대 이후 같이 활동한 가이 프래트와 프로듀서 겸 작곡자 니틴 쇼니, 고인이 된 멤버 릭 라이트의 딸 갈라도 참여했다. 신곡에는 우크라이나 밴드 붐박스(BoomBox)의 리더 안드리 흘리우뉴크가 러시아 침공 직후 인스타그램에 올린 우크라이나 민중가요의 일부 소절이 삽입됐다. 2015년 길모어와 런던에서 함께 공연한 흘리우뉴크는 최근 키이우의 성소피아 성당 앞에서 우크라이나 독립군을 기리는 민중가요를 불렀다. 핑크 플로이드는 신곡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지원 활동에 기부할 예정이다. 길모어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흘리우뉴크의 민중가요 영상을 보는 순간 내가 가진 플랫폼을 활용해 뭔가를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며 “주요 강대국이 독립적이고 평화로운 민주국가에 가한 불의한 공격을 보는 건 힘들고 좌절을 안겨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길모어는 “며느리가 우크라이나인으로 손주들도 절반은 우크라이나인”이라고 했다. 1965년 영국 런던에서 결성된 핑크 플로이드는 사회 고발 내용의 가사와 다양한 악기를 활용한 독특한 분위기의 곡들을 통해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다. 1960, 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 시대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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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일드한 아이다-멋쟁이 암네리스, 딱 우리들 캐릭터”

    “상상조차 못 해본 작품인데 벌써 세 번째라니!” 5월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아이다’의 두 주역 윤공주(41)와 아이비(40)는 한목소리로 말했다. 윤공주는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 역을, 아이비는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 역을 각각 맡았다. 뮤지컬 ‘시카고’ ‘지킬 앤 하이드’에서도 합을 맞췄던 두 배우는 2016년 ‘아이다’ 네 번째 시즌부터 한 무대에 나란히 서고 있다. “‘아이다’는 2005년 초연 당시 앙상블부터 시작해 암네리스 오디션까지 봤는데 다 떨어졌거든요. 그러다 10년 만에 생각지도 못한 아이다 역을 맡게 된 거예요.”(윤공주) “대한민국 최고 배우들이 거쳐 간 작품이잖아요. 막상 오디션에 붙으니 무대 공포증이 생길 정도로 긴장됐어요. 어려웠던 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작품이에요.”(아이비) 동명의 베르디 오페라(1871년)를 원작으로 한 ‘아이다’는 이집트에 포로로 끌려온 아이다가 이집트의 사령관 라다메스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라다메스는 암네리스의 약혼자로, 이들의 엇갈린 사랑은 긴장을 고조시킨다. ‘아이다’는 영화 ‘라이온 킹’ 음악을 만든 전설의 듀오 엘턴 존, 팀 라이스의 작품. 아프리카 전통 악기를 활용한 음악에 팝, 록, 가스펠 등을 섞어 만든 21개 넘버는 명작으로 꼽힌다. 극의 서사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가사는 격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두 배우가 가장 선호하는 넘버는 뭘까. “2막 후반에 라다메스와 함께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는 ‘Elaborate Lives’를 가장 좋아해요. 어떤 곡보다 아이다와 강하게 동일시되는 것 같아요.”(윤공주) “첫 넘버(Every Story Is a Love Story)예요. 암네리스가 전체 이야기를 설명하는 곡으로, 파워풀하진 않지만 드라마를 느낄 수 있어요.”(아이비) 이집트에 나라를 뺏긴 아이다와 장차 파라오가 될 암네리스는 양극단의 상황에 서 있다. “전 야생마 같달까. 엄청 개구진 성격이에요. 화장도 잘 안 하거든요. 와일드한 아이다와 잘 맞아 그런지 연기나 대사도 불편함 없이 하게 돼요.”(윤공주) “꾸미는 걸 좋아하는 암네리스는 무대에서 옷만 열 번 넘게 갈아입어요. 저도 멋 부리는 걸 좋아해요.(웃음) 그런 철부지가 나라를 위해 결단을 내리는 왕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에요.”(아이비) 디즈니 뮤지컬 ‘아이다’는 한국에서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다. 초연 후 지금까지 총 856회 공연됐고 누적관객수는 92만 명에 이른다. 이집트에 나라를 뺏긴 누비아 백성의 삶을 담은 이야기는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관객들이 누비아인의 감정에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반응이 너무 뜨겁고 저희 마음도 뭉클해져요. 한국을 위해 만들어진 뮤지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아이비) “공연을 할수록 다른 걸 발견하고 더 깊이 해석하게 되는 작품이에요. 이번에도 새로운 감정을 느낄 것 같아 잔뜩 기대 중입니다.”(윤공주) 5월 10일∼8월 7일, 7만∼15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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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 뺏긴 감정 공감하는 것 같아”…뮤지컬 ‘아이다’ 사랑받는 이유는

    “상상조차 못 해본 작품인데 벌써 세 번째네요!”5월 개막하는 뮤지컬 ‘아이다’에서 아이다 역의 윤공주(41)와 암네리스 역의 아이비(40)는 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카고’ ‘지킬 앤 하이드’에 이어 두 사람은 2016년 ‘아이다’의 세 번째 공연부터 한 무대에 서고 있다. “‘아이다’는 2005년 초연 앙상블부터 시작해 암네리스 오디션도 봤는데 다 떨어졌거든요.(웃음) 그러다 10년 만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아이다를 하게 된 거예요.”(윤공주)“대한민국 최고 배우들만 거쳐 간 작품이잖아요. 막상 오디션에 붙으니 무대 공포증이 생길 정도로 긴장됐어요. 어려웠던 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작품이에요.”(아이비)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동명의 베르디 오페라(1871년)를 원작으로 한 ‘아이다’는 영화 ‘라이온 킹’의 음악을 만든 전설의 듀오 엘튼 존, 팀 라이스의 작품이다. 아프리카 전통 악기를 활용한 음악에 팝, 록, 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를 섞어 만든 21개 넘버는 뮤지컬 음악 중에서도 명작으로 불린다. 극의 서사를 구체적으로 표현해낸 가사는 격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2막 후반에 연인 라다메스와 함께 부르는 ‘Elaborate Lives’를 가장 좋아해요. 무덤 앞에서 우리의 사랑은 영원할 거라고 말하는데, 어떤 곡을 부를 때보다 제 자신이 아이다와 강하게 동일시하게 되는 것 같아요.”(윤공주)“저는 작품의 첫 넘버(Every Story Is a Love Story)요! 박물관에서 암네리스가 이야기 전체를 설명해주는 프리뷰 같은 곡인데, 공연 전체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파워풀한 곡은 아니지만 드라마를 느낄 수 있어 좋아해요.”(아이비)극중 아이다와 암네리스는 양극단의 상황에 선 인물이다. 아이다는 이집트에 나라를 뺏긴 누비아의 공주, 암네리스는 장차 파라오가 될 이집트의 공주다. 아이다와 암네리스, 처한 상황만큼이나 성격도 다르다.“어떤 사람들은 저더러 야생마 같다고 할 정도로 개구진 편이에요. 화장도 잘 안 하거든요. 그런 성향이 와일드한 아이다와 잘 맞아 그런지 연기나 대사도 불편함 없이 할 수 있는 것 같아요.”(윤공주)“암네리스는 꾸미는 걸 좋아하고 화려한 옷을 좋아하거든요. 무대에서 옷만 열 번 넘게 갈아입는데, 저도 평소에 워낙 멋 부리는 것 좋아해요. 그런 철부지가 아픔을 겪고 나라를 위해 결단을 내리는 파라오로 성장하는 서사가 너무 매력적이에요.”(아이비)디즈니가 만든 뮤지컬 ‘아이다’는 유독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5년 초연 이후 5번의 시즌 동안 856회 공연되며 92만 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이집트 침략으로 나라를 빼앗긴 누비아 백성들의 삶이 그려지는 서사는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한국인들이 나라를 빼앗긴 감정에 공감하는 것 같아요. 관객 반응도 너무 뜨겁고 저희 마음도 뭉클해져요. 한국을 위해 만들어진 뮤지컬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예요.”(아이비)“노래, 무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지만 무엇보다 작품의 드라마가 가진 매력이 엄청 나요. 여러 번 공연할수록 다른 발견과 해석, 깊이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이해 못하고 표현 못했던 또 다른 드라마가 생길 것 같아 잔뜩 기대 중입니다.”(윤공주)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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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져가는 나의 기억을 몸짓만으로…

    몸짓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연극이 있다. 대사는 거의 없다. 마임과 춤을 통해 서사를 전달하고 감정을 표현한다.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에서 14일 개막하는 연극 ‘네이처 오브 포겟팅(The Nature of Forgetting)’ 이야기다. 우란문화재단에서 1일 만난 영국 극단 시어터 리(Theatre Re) 소속 기욤 피제 연출가는 “대사에 의존하기보다는 신체를 움직여 땀을 내어 관객과 소통하는 생생한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피지컬 시어터’라고도 불리는 ‘네이처…’는 배우들의 몸짓만큼이나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이올린 키보드 드럼의 소리에 사운드 샘플러, 페달과 같은 전자음악까지 더했다. 앨릭스 저드 음악감독은 “2명의 연주자가 모든 악기를 활용해 라이브로 연주한다”며 “대사의 빈자리를 음악이 대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조기 치매에 걸린 55세 남성의 머릿속 기억을 통해 사랑과 우정, 만남과 이별, 생명과 죽음의 과정을 보여준다.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 후 마지막까지 남게 될 무언가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아낸다. 피제 연출가는 “인간의 뇌는 여러 요소들이 퍼즐처럼 합쳐지고 해체되는 방식으로 기억한다고 한다”며 “기억과 망각이라는 추상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안무와 음악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4명의 배우와 2명의 연주자가 펼치는 몸짓의 향연은 공연이 진행될수록 조금씩 변주된다. 피제 연출가는 “최소한의 대사가 주어지는 만큼 배우들이 가진 상상력이 커지면서 내면이 미묘하게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4∼30일, 전석 4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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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틸다는 어디서든 기죽지 않아요… 무대란 꿈을 좇는 우리처럼”

    “마틸다가 어떤 아이인지 말해볼래요?”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한 연습실에서 진행된 뮤지컬 ‘마틸다’ 아역배우 오디션 현장. 뮤지컬 ‘마틸다’ 오리지널 제작사인 영국 로열셰익스피어 소속 닉 애슈턴 연출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13명의 아이들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번쩍 손을 들었다. 한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답했다. “잘못된 일을 자기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아이들도 질세라 대답했다. “텔레비전보다 책 읽는 걸 좋아해요.” “마틸다는 누구 앞에서도 기죽지 않아요.” 10월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마틸다’는 지난해 9월부터 주인공 마틸다 역을 포함해 아역배우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아역 캐릭터가 중심인 이 작품은 천재 소녀 마틸다가 어려운 환경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꿔 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날 오디션은 마틸다 역 최종 후보군을 추리는 일종의 준결승 자리였다. 여기까지 올라온 아이들은 8∼11세로 초등학교 저학년이 많았다. 극 중 5세 소녀인 마틸다를 연기하기 위해선 키가 132cm 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남자 아역도 ‘키 142cm 이하’ ‘변성기 이전’ 같은 신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애슈턴 연출가는 “캐릭터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며 “오디션에서 캐릭터를 설명하고 묻는 과정을 반복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캐릭터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통상 오디션은 배우들이 춤이나 노래, 연기를 시연하고 심사위원이 합격 혹은 불합격 여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에 비해 아역배우 오디션은 학습 과정을 거친다. 오디션에 참가한 아이들 모두에게 춤과 노래, 연기를 가르친 후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다. 반항아 캐릭터 브루스 역을 뽑는 오디션도 마찬가지였다. 피아노 앞에 선 아이 20명이 반주에 맞춰 ‘마틸다’의 넘버 ‘revolting children(불쾌한 아이들)’의 한 대목을 합창했다. 유심히 듣던 음악감독 스티븐 에이모스는 손을 들어 노래를 멈추고 설명을 시작했다. “늘어지면 안 되고 내질러야 해” “마지막 음절은 짧게 해서 다시 불러보자” 마치 음악 수업 같았다. 오디션에 참가한 나다움 군(11)은 “브루스가 부르는 노래들은 음이 높이 올라가서 어렵다”며 “높은 음정을 정확하게 낼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했다”고 말했다. 제작사는 캐릭터별로 오디션 합격 기준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마틸다’ 한국 제작사인 신시컴퍼니의 최승희 홍보실장은 “마틸다는 노래와 춤보다는 연기를 잘해야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을 연기로 보여줄 수 있는 아역배우를 선호한다”며 “고음의 넘버를 주로 소화하는 브루스 역의 경우 춤과 연기보다는 노래 실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날 신시컴퍼니는 오디션에서 탈락한 아이들의 부모에게 직접 이유를 설명하고 위로하는‘페어런츠 브리핑’ 시간도 마련했다. 애슈턴 연출가는 “배우를 선발할 때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공연에 필요한 여러 재능이 균형 있게 발달했는지를 고려한다”며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훌륭하고 많은 것을 성취했으니 많이 축하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브루스 역 오디션에 참가한 10세 아들을 둔 송정은 씨(39)는 “아이가 탈락해도 축하해주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며 “아이가 떨어지더라도 꼭 안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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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역배우만 ‘20명’ 뮤지컬 마틸다… 오디션도 ‘수업’처럼

    “마틸다가 어떤 아이인지 말해볼래요?”24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연습실. 뮤지컬 ‘마틸다’의 닉 애쉬튼 국외협력연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13명의 아이들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번쩍 손을 들었다. 처음 지목된 한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답했다. “잘못된 일을 자기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아이들도 질세라 대답했다. “텔레비전보다 책 읽는 걸 좋아해요.” “마틸다는 누구 앞에서나 기죽지 않아요.” 개막까지 7개월 넘게 남았지만 뮤지컬 ‘마틸다’는 무대에 오를 아역배우를 뽑는 오디션으로 한창이다. 뮤지컬 ‘마틸다’는 관람등급 ‘8세 이상’이지만 8세 언저리의 아역배우가 가장 많이 출연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마틸다는 물론이고 앙상블까지 포함하면 아역배우만 8명이 출연한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아역배우 오디션에는 남녀 포함 800여 명이 지원했으며 복수 캐스팅을 감안하면 최종적으로 약 20명의 아이들이 무대에 서게 된다. 이날 마틸다 역을 뽑는 세미파이널 오디션에 참석한 아이들은 8~11세까지 대부분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다. 극중 5세 여아인 마틸다를 연기하기 위해선 ‘키 132cm 이하’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틸다 또래인 브루스, 에릭 등을 연기하는 남아 배우도 ‘키 142cm 이하’ ‘변성기 이전’ 등 신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닉 연출은 “기본 요건이 충족된 후엔 무엇보다 캐릭터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오디션에서 캐릭터를 설명하고 묻는 과정을 반복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캐릭터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통상 오디션은 배우들이 춤이나 노래, 연기를 시연하고 심사위원이 합불 여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아역배우 오디션은 일종의 학습과정을 동반한다. 오디션에 참가한 아이들에게 직접 춤, 노래, 연기를 가르친 후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다.이날 오전 반항아 브루스 역을 뽑는 오디션도 마찬가지였다. 피아노 주위로 우르르 몰려간 20명의 아이들이 반주에 맞춰 오디션 지정곡 ‘revolting children(불쾌한 아이들)’의 한 대목을 합창했다. 유심히 듣던 음악감독 스티븐 에이모스는 손을 들어 반주를 멈추고 설명을 시작했다. “늘어지면 안 되고 내질러야 해” “마지막 음절은 짧게 해서 다시 불러보자” 합불 여부를 가리는 오디션이라기 보다는 음악 수업같이 느껴졌다. 이날 브루스 오디션에 참가한 나다움 군(11)은 “브루스 노래들은 음이 높게 올라가서 어려운데, 높은 음정을 정확하게 낼 수 있게 열심히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번 오디션에는 ‘페어런츠 브리핑’(parents briefing)이 마련됐다. ‘마틸다’ 제작사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에서 직접 기획한 행사로 탈락한 아이들 부모에게 직접 이유를 설명하고 위로한다는 취지다. 이날 ‘페어런츠…’에 참석한 부모는 20명 남짓이었다.‘페어런츠…’에서 닉 연출은 “마틸다 오디션은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이 아니라 공연에 필요한 여러 재능이 균형 있게 발달했는지 고려한다”며 “8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훌륭하고 많은 것을 성취했으니 많이 축하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브루스 역 오디션에 참가한 10살 아이를 둔 송정은 씨(39)는 “아이가 탈락해도 축하해주라는 말이 크게 와 닿았다”며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잘 안되더라도 자랑스럽다고 꼭 안아줄 것”이라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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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은 타인과 함께 부대끼며 감정에 공감하는 장르”

    연극 ‘왕서개 이야기’ ‘무순 6년’ ‘수정의 밤’에 역사 속 피해자들을 등장시켜 용서와 회복이란 묵직한 질문을 던져왔던 연출가 이준우(37)는 지난해 첫 추리극 도전에 나서 성공을 거뒀다. 제58회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신인연출상, 제14회 대한민국 연극 대상을 받은 화제작 ‘붉은 낙엽’ 이야기다. 지난해 관람을 놓친 관객을 위해 다음 달 15∼17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재공연된다. 토머스 H 쿡의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 ‘붉은 낙엽’은 한 남성이 이웃집 아이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자신의 아들이 지목된 후, 내면에서 벌어지는 믿음과 의심의 경로를 추적한 작품이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22일 만난 이준우 연출가는 “연극은 배우와 인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붉은 낙엽’ 역시 아들을 의심하는 아버지란 중심인물에 집중하며 긴장감 있게 따라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들은 그에 대해 ‘유행을 좇지 않고 정통 연극을 추구하는 젊은 연극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경로를 되짚어 보면 ‘정통 연극인’과는 거리가 멀다. 홍익대에서 영상영화를 전공한 그는 본래 영화감독을 꿈꿨다. 졸업 작품으로 만든 단편영화 ‘장례’는 미국, 유럽 등 해외 영화제에 출품됐다. “영화를 찍을 때 배우들이 참 궁금했어요. 촬영장에선 배우와 소통하는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배우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국립극장 조연출 인턴 시험을 본 게 시작이 됐죠.” 연극은 배우와 스태프가 부대끼는 장르다. 연습은 물론이고 마지막 공연 커튼콜이 끝날 때까지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원래 저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어요. 근데 연극을 하면서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려는 작업에서 보람도 느껴요.” 그는 올해 2편의 신작을 연출한다. 10월엔 체르노빌 사건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을, 12월엔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연극 ‘파우스트’를 올린다. 뮤지컬 연출은 처음이다. “뮤지컬은, 연출은커녕 많이 보지도 못했어요. 8월부터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하는데 잘해 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역사극, 추리극, 심리극….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해 온 그의 요즘 고민은 ‘연출가로서의 개성’이다. ‘왕서개 이야기’ ‘붉은 낙엽’이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면서 역설적으로 고민이 시작됐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연극을 만들수록 창작자로서의 제 색깔을 잃어가는 것 같기도 해요. 재미와 개성, 둘 사이에 중심을 잡는 게 목표인데…. 아직 참 어렵습니다.” 전석 2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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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믿음과 의심 파고드는 추리극…긴장감 있는 연출 해보고싶었죠”

    ‘왕서개 이야기’ ‘무순 6년’ ‘수정의 밤’…. 역사 속 피해자들을 무대에 등장시켜 용서와 회복이란 묵직한 질문을 던져왔던 연출가 이준우(37)는 지난해 처음 추리극에 도전했다. 토머스 H. 쿡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붉은 낙엽’이다. 한 남성이 이웃집 아이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자신의 아들이 지목된 후, 내면에서 벌어지는 믿음과 의심의 경로를 추적해 가는 작품이다.그의 첫 추리극은 그야말로 지난해의 화제작이 됐다. 제58회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신인연출상을 거머쥐고 제14회 대한민국 연극 대상을 받는다. 못 보고 지나친 관객들을 위해 4월 15~17일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재공연된다. 2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연극에선 배우가 보여야 하고 인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붉은 낙엽’ 역시 아들을 의심하는 에릭이라는 중심 인물의 내면을 긴장감 있게 따라가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연극계에서 번지는 유행을 쫓아가지 않고 정통 서사극을 추구하는 젊은 연극인.’ 올해 초 동아연극상 심사위원들은 그를 이렇게 평했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굵직한 상을 휩쓴 연극인이지만 그가 살아온 경로는 ‘정통 연극인’과는 거리가 멀다. 홍익대에서 영상영화를 전공한 그는 한때 영화감독을 꿈꿨다. 졸업 작품으로 만든 단편영화 ‘장례’는 미국, 유럽 등의 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다. “영화를 찍을 때 무엇보다 배우들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촬영장에선 배우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부족해요. 배우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생각해 2011년 국립극장 조연출 인턴을 시험 봤던 게 시작이 됐죠.” 연극은 무대에서 배우와 스태프가 부대끼는 장르다. 연습 때는 물론이고 마지막 공연의 커튼콜이 끝날 때까지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미술은 혼자 하는 작업이잖아요. 그러다보니 무엇이든 자기중심적이었고, 나만 알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근데 연극을 해보니 세상을 혼자 사는 게 아니란 걸 처음 깨닫게 됐어요.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됐고요. 타인의 아픔이나 슬픔, 기쁨에 공감하고자 노력하는 작업이라 보람도 있어요.” 그가 만든 연극은 쉽고 직관적이다. 복잡한 역사나 난해한 심리를 희곡이라도 이를 풀어내 무대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이 많다. “희곡을 읽을 때 주를 이루는 개념을 뭔지 생각해요. 이 공연은 어떤 개념에 집중해 무대를 만들 것인지, 무대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요. ‘붉은 낙엽’에선 무대 자체를 중심 인물인 에릭의 심리적인 공간으로 설정했어요. 내면과 외부를 정원과 집이 중첩된 공간으로 만들어 에릭의 의심 대상인 아들이 그 주위를 맴돌 수 있게 했죠.” ‘붉은 낙엽’ 재공연 외 그는 올해에만 2편의 신작을 연출한다. 10월엔 우란문화재단과 함께 체르노빌 사건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을, 12월엔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연극 ‘파우스트’를 올린다. 특히 뮤지컬 연출은 처음이다. “뮤지컬 연출은 처음이고, 많이 보지 못했던 장르거든요. 8월부터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하는데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역사극, 추리극, 심리극…. 거침없이 장르를 넘나들며 연출해온 그의 최근 고민은 ‘연출가로서의 개성’이다. “원래 재미없다는 이야길 많이 들었거든요.(웃음) 근데 ‘왕서개 이야기’ 때부터 조금씩 재밌다는 이야길 해주셔서 놀랐어요. 보편적으로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극을 만들게 될 수록 창작자인 저의 색깔을 조금씩 잃어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재미와 개성, 둘 사이에 중심을 잡는 게 아직은 참 어렵습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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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촉 사라진 비대면 시대, 몸의 감각 찾아야”

    ‘접속’만 있고 ‘접촉’은 없는 팬데믹 시대. 몸이 체득한 기억과 감정을 되살리는 현대무용 신작이 나온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올해 첫 공연으로 다음 달 1일부터 선보이는 ‘몸쓰다’ 이야기다. 안무는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을 지낸 안무가 안애순(62·사진)이 맡았다. 최근 서울 서초구 국립현대무용단에서 만난 그는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사람 사이의 신체 접촉이 사라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작품”이라며 “몸을 쓰다 보면 자신도 잊고 있던 과거의 감정과 기억, 체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몸이 기억하는 것들로 새로운 생각과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게 작품의 주제”라고 덧붙였다. ‘몸쓰다’에선 러닝타임 60분간 무대가 5번 전환돼 각기 다른 장소를 표현한다. 11명의 무용수는 각 장소에 맞는 몸짓을 선보인다. “몸은 장소에 따라 모두 다르게 반응합니다. 사람이 처한 환경에 따라 감정이나 상태가 달라지는 것과 같아요. 그런 차이를 무용수의 몸짓으로 보여줄 예정입니다.” ‘불쌍’(2009년) ‘공일차원’(2015년) 등 그간 안애순은 무대에서 영상을 적극 활용했다. 이번 신작에선 영상을 배제하고 조명만 활용해 무용수의 몸짓을 더 부각시킬 예정이다. 조명의 색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무용수의 의상도 베이지색과 흰색으로 골랐다. 그는 “‘어린왕자’를 함께 작업했던 후지모토 다카유키 조명 디자이너가 한국에 없는 특별한 조명기를 가져온다”고 했다. 안애순은 ‘옥스퍼드무용사전’과 ‘세계현대춤사전’에 이름이 오른 안무가다. 1985년 창단한 안애순무용단은 굿이나 장례 같은 한국 전통 제의와 현대무용을 접목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평생 춤꾼으로 살아온 그는 스스로를 안무가가 아닌 작가라 불리길 원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주제를 특정한 형식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게 작가가 하는 일이잖아요. 제 작품들은 음악에 맞춰 몸짓만을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에요. 그러니 저를 작가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4월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1만∼5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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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세연이 그리고 김지영이 펼치다

    1998년 당시 국립발레단 2년 차 무용수였던 김지영(44)은 미국 잭슨 콩쿠르 참가를 앞두고 있었다. 낯선 호텔방에서 짐을 풀고 있는데 뒤이어 들어온 또래 발레리나. 워싱턴 키로프 발레 아카데미 졸업반이었던 김세연(43)이었다. “콩쿠르 끝나고 세연이는 유니버설발레단, 저는 국립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했죠.”(지영) “저흰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도 같이 있었어요.”(세연) 동시대를 풍미한 두 발레리나가 한 무대에서 만난다. 한 명은 예술감독, 한 명은 안무가로.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25일 공연하는 ‘김지영의 원데이(One Day)’는 김지영이 직접 기획해 처음 선보이는 무대로, 김세연의 신작 ‘치카치카(Chica Chica)’도 공개된다. 두 사람을 1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났다. “10대 후반부터 계속 봐왔고 서로를 잘 아는 사이잖아요. 세연이야말로 저를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안무가라고 생각했어요.”(지영) “요즘은 함께 활동했던 무용수 동료들을 무대 위에 세워놓고 여러 안무를 상상하곤 하는데 지영 언니도 그중 한 사람이죠. 안무 제안을 받고 너무 기뻤어요.”(세연) 30분 분량의 ‘치카치카’는 김지영을 소재로 김세연이 만든 안무다. ‘치카’는 스페인어로 소녀를 뜻하는 단어로, 신작 안무는 ‘소녀 김지영’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시집이라고 할까? 추상화를 보는 느낌일 거예요.”(지영) “비치는 종이에 한 번 그렸다가 다음 종이엔 또 다른 걸 그리고…. 이런 형태로 완성된 안무예요.”(세연) 한때 프리마 발레리나였던 두 사람, 지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김지영은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스위스 취리히 예술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세연은 산하 국립무용원 초청 안무가로 활동한다. 이번 무대 역시 그간 몸담아온 클래식 발레가 아닌 새로운 안무와 음악을 결합한 창작 발레다. “발레는 박물관에 있어야 하는 예술이라고 하는 분도 있어요. 품질이 좋을 때야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데 올드한 건 위험하잖아요. 테크닉은 갖고 가되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세연) “무용수의 몸은 발레를 기록하는 수단이에요. 지금 무용수의 몸이 옛날과 다르듯 발레도 점점 발전하고 있어요.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건 현재를 살아가는 무용수로서 당연한 선택이 아닐까요.”(지영) 3만∼5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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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시대 풍미한 두 발레리나, 예술감독-안무가로 만난다

    1998년 당시 국립발레단 2년차 무용수였던 김지영(44)은 미국 잭슨 콩쿠르 참가를 앞두고 있었다. 낯선 호텔방에서 짐을 풀고 있는데 뒤이어 들어온 또래 발레리나. 워싱턴 키로프 발레 아카데미 졸업반이었던 김세연(43)이었다. “콩쿠르 끝나고 세연이는 유니버설발레단, 저는 국립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함께 활동했죠.”(김지영) “저흰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도 같이 있었어요.”(김세연) 동시대를 풍미한 두 발레리나가 한 무대에서 만난다. 한 명은 예술감독, 한 명은 안무가로. 2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공연되는 ‘김지영의 원데이(One Day)’는 김지영이 직접 기획해 처음 선보이는 무대로, 김세연의 신작 ‘치카치카(Chica Chica)’도 공개된다. 두 사람을 1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났다. “10대 후반부터 계속 봐왔고 서로를 잘 아는 사이잖아요. 세연이야말로 저를 잘 표현해줄 수 있는 안무가라고 생각했어요.”(지영) “요즘은 함께 활동했던 무용수 동료들을 무대 위에 세워놓고 여러 안무를 상상하곤 하는데 지영 언니도 그중 한 사람이죠. 제안을 받고 나서 너무 기뻤어요.”(세연) 30분 분량의 ‘치카치카’는 김지영을 소재로 김세연이 만든 안무다. ‘치카’가 스페인어로 소녀를 뜻하듯 신작 안무는 ‘소녀 김지영’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시집이라고 할까? 추상화를 보는 느낌일 거예요.”(지영) “비치는 종이에 한 번 그렸다가 다음 종이엔 또 다른 걸 그리고…. 이런 형태로 완성된 안무예요.”(세연) 한때 프리마 발레리나였던 두 사람, 지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김지영은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스위스 취리히 예술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세연은 산하 국립무용원 초청 안무가로 활동한다. 이번 무대 역시 그간 몸 담아온 클래식 발레가 아닌 새로운 안무와 음악을 결합한 창작 발레다. “발레가 박물관에 있어야 하는 예술이라는 분도 있어요. 품질이 좋을 때야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데 올드한 건 위험하잖아요. 테크닉은 갖고 가되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세연) “무용수의 몸은 발레를 기록하는 수단이에요. 지금 무용수의 몸이 옛날과 다르듯 발레도 점점 발전하고 있어요.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건 현재를 살아가는 무용수로서 당연한 선택이 아닐까요.”(지영) 25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3만~5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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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역’ 사라진 공연계… 출연배우 확진에 줄취소

    19일 국립극단 홈페이지에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 투: 페레스트로이카’의 공연이 21일부터 나흘간 중단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출연 배우가 코로나19에 확진됐기 때문이다. ‘엔젤스…’ 공연이 취소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1일 첫 확진자가 발생해 공연이 취소된 후 출연 배우들이 줄줄이 확진돼 지금까지 공연이 재개되지 못했다. ‘엔젤스…’는 별도의 대역 배우를 두지 않고 있어 1명이라도 확진되면 공연을 올리지 못한다. 이 때문에 총 28회 차 공연 중 절반에 가까운 12회 차 공연이 취소됐다. 최근 공연계에서 ‘엔젤스…’ 같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역 배우를 두지 않아 출연 배우가 확진되면 공연 자체가 바로 취소되는 것이다. 연극, 뮤지컬에선 돌발 상황에 대비해 대역을 두는 게 관행이지만 최근엔 그런 공연이 드물다고 한다. 5일 개막한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도 10일부터 5일간 공연이 취소됐다. 대역 없이 휘 역을 단독으로 맡은 배우 윤태호가 코로나19에 확진됐기 때문이다. 창극 ‘리어’ 역시 출연 배우의 확진으로 개막이 17일에서 20일로 미뤄져 4회 차 공연이 취소됐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한정된 단원이 여러 공연에 서야 하는 창극단 구조상 별도의 대역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언더스터디’, ‘커버’ 등 대역을 뜻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연계에서는 대역을 두는 게 보편적이었으나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특히 연극계에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대역을 둘 여건이 되는 극단이 거의 없다. 민간 극단은 물론이고 국립극단도 마찬가지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예산이 빠듯해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엔젤스…’는 공연 시간이 4시간이 넘어 배역마다 대역을 두기 어려웠다”고 했다. 배우 중심으로 티켓을 구입하는 관람 문화도 한몫한다. 우리나라에선 특정 배우를 보고 티켓을 사는 관객이 많아, 사정이 생겨 더블캐스팅된 다른 배우가 출연하면 취소표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더블캐스팅 배우가 나오는 공연도 취소하는데 커버 배우가 무대에 선다고 하면 더 많은 취소표가 발생해 커버를 두지 않는 제작사가 많아졌다”고 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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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연배우 코로나 확진에 공연 줄취소…대역 못쓰는 이유는?

    19일 국립극단 홈페이지에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 투: 페레스트로이카’의 공연이 21일부터 4일간 중단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출연 배우의 코로나19 확진 때문이다. ‘엔젤스…’ 공연이 취소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1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출연 배우들이 줄줄이 확진돼 지금까지 공연이 재개되지 못했다. ‘엔젤스…’는 별도의 대역 배우를 두지 않고 있어 1명이라도 확진되면 공연을 올리지 못한다. 이 때문에 총 28회 차 공연 중 절반에 가까운 12회 차 공연이 취소됐다. 최근 공연계에서 ‘엔젤스…’ 같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역 배우를 두지 않고 있어 출연 배우가 확진되면 공연 자체가 취소되는 것이다. 원래 연극, 뮤지컬 등 공연에선 돌발 상황에 대비해 대역을 두는 게 관행이지만 최근엔 그런 공연이 드물다고 한다. 5일 개막한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도 10일부터 5일간 공연이 취소됐다. 대역 없이 휘 역에 단독 캐스팅된 배우 윤태호가 코로나19에 확진됐기 때문이다. 창극 ‘리어’ 역시 출연 배우의 확진으로 17일에서 20일로 개막이 미뤄져 4회 차 공연이 취소됐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한정된 단원이 여러 공연에 서야 하는 국립창극단 구조상 별도의 대역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언더스터디, 커버 등 대역을 뜻하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공연계에서 대역을 두는 관행은 보편적이었으나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특히 연극계에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대역을 둘 정도로 여건이 넉넉한 극단이 많지 않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특히 ‘엔젤스…’는 러닝타임 4시간이 넘는 연극이어서 배역마다 대역을 두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했다. 배우 중심으로 판매되는 티켓 문화도 한몫한다. 우리나라에선 배우를 보고 티켓을 구입하는 관객이 많아 대역 아닌 더블캐스트 배우가 출연해도 취소표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더블도 취소하는데 하물며 커버 배우가 무대에 선다고 하면 더 많은 취소가 발생한다”며 “현실적인 이유로 커버를 두지 않게 되는 제작사가 많아졌다”고 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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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별의별 일이 다 흔들어도… 별의별 연대로 나아가는 삶

    이 소설엔 선량하지만 순탄치 않은 가족이 등장한다. 15평 남짓한 낡은 빌라에 사는 다섯 식구는 풍요롭진 않지만 적당히 안온한 일상을 보낸다. 실질적 가장인 수경이 회사에서 약물 성범죄를 당하기 전까진…. 범행은 미수에 그쳤지만 회사에서 수경은 ‘독극물이 가득 차 있는 얼음’ 같은 존재가 됐다. 사람들은 그녀를 녹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동사(凍死)할 때까지 품고 있을 수도 없었다. 도망은 피해자의 몫, 수경은 사직서를 내야 했다. 수경의 퇴사 후 가족의 생계는 막막해졌다. 평생 청소노동을 하던 엄마 여숙, 식품회사를 다니다가 지금은 일 없이 지내는 아빠 천식, 경력단절로 사실상 백수인 남편 우재 그리고 초등생 조카 준후까지. 수경에겐 상처를 돌볼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극복이 아니라 참는 것이다. 그 일에 매몰돼 생계를 내팽개칠 수 없으니까 잊은 척하는 것이다.” 소설은, 수경이 ‘그 일’을 당한 후 가족 모두가 생업에 뛰어든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자차 배송, 대리운전, 음식 배달…. 가족들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플랫폼 노동을 한다. 무엇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기를 원했던 수경의 선택은 ‘헬프 미 시스터’. 의뢰인도 구직자도 모두 여성인 여성 전용 심부름 애플리케이션(앱) ‘헬프…’는 수경이 경험하는 연대와 구원, 치유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해당 앱을 두고 “별의별 게 다 있다”고 평가한 천식의 말에 저자는 여숙의 입을 빌려 말한다. “그런 게 필요한 세상이겠지.” 저자는 수경이 스스로 일어서고 상처를 지닌 채 걸어가며 다시 사회에 뛰어들어 생계와 보람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옆에는 수경을 홀로 두지 않고 동행하는 가족을 세운다. 한 사람과 한 가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협은 상존한다. 하지만 저자는 독자의 시선을 그 안에만 머물게 놔두지 않는다. 무너지거나 다그치지 않고 서로를 감싼 채 뚜벅뚜벅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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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전 역사라 생각했는데, 전쟁은 지금도…”

    극작가 김도영(34·사진)의 이력은 전쟁서사로 빼곡하다. 배경은 주로 제2차 세계대전. 2020년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안겨준 ‘왕서개 이야기’는 일본군에 가족을 잃은 왕서개가 가해자들을 찾아가 복수하는 이야기다. ‘무순 6년’은 1950년 중국 푸순(撫順)의 전범관리소에서 벌어진 일을 그렸다. ‘수정의 밤’은 전후 중국 간도와 북한 신의주를 경계로 국경이 그어진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30일 개막하는 신작 ‘금조 이야기’는 그가 처음 선보이는 6·25전쟁 이야기다.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15일 만난 그는 “지금껏 오래전 역사를 써왔다고 생각했는데 전쟁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며 “내가 쓰는 전쟁 이야기가 동시대 서사가 되고 있는 상황이 참 묘하다”고 말했다. ‘금조 이야기’는 금조와 그녀가 만난 36명의 피란민 모두가 주인공이다. 관객은 금조의 시선을 따라 전쟁을 겪는 무수한 삶을 목격하게 된다.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은 완전 다른 사람이 돼요. 선량한 사람이 포주가 되기도 하고…. 사람이 변하는 모습으로 전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쟁 서사에 천착하는 그가 ‘금조 이야기’를 구상한 건 연극 ‘붉은 낙엽’의 각색 과정에서였다. 이웃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아들을 적극 변호하던 아버지가 점점 아들을 의심해 범인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그린 ‘붉은 낙엽’에서 딸을 잃어버린 여성이 모티프가 됐다. “미처 못 쓴 그녀의 이야기를 제 안에 보관해뒀다가 이번에 딸을 잃어버린 피란민의 여정으로 쓰게 됐죠.” 5년 전 ‘무순 6년’을 쓸 때 그는 전쟁에 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전쟁에서 파생된 것들에 빠져들었다. 이론서, 체험수기, 전쟁사…. 책 구입에만 수백만 원을 썼다. “전쟁이 아니고선 설명되지 않는 학살 같은 행위에 몰입하게 됐어요. 피해자였다가 가해자가 되는 사람들,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요.” ‘금조 이야기’는 4시간 2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과 함께 전쟁도 끝이 난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금조,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전쟁이 할퀴고 지난 자리에 무엇이 남았는지 묻는 작품이에요. 전쟁이 금조에게, 그녀가 만난 사람들에게,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남긴 것들에 주목하게 되실 거예요.” 30일∼4월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전석 3만5000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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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레슈즈 신은 춘향-몽룡… “한복 선에 맞춘 움직임, 색다른 멋 선사”

    진달래 빛깔 저고리에 노란 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춘향, 어사화가 꽂힌 화관(花冠)을 쓰고 두루마기를 걸친 몽룡. 연인의 발엔 고무신이 아닌 발레슈즈가 신겨 있다.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대표 창작 레퍼토리 ‘춘향’이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다. 이번 공연에는 새로운 춘향과 몽룡이 합류해 기대를 높인다. 솔리스트 한상이(37)와 수석무용수 강민우(33)가 각각 춘향과 몽룡을 맡았다.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연습을 마친 두 사람을 11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두 무용수 모두 ‘춘향’ 무대가 처음은 아니다. 한상이는 2014년과 2018년에 기생 역으로, 강민우는 2009년 초연부터 졸병, 죽비, 변학도 등 몽룡을 제외한 모든 남성 캐릭터를 맡았다. “만날 기생 역을 하다 드디어 춘향을 맡았어요. 굉장히 설레면서 많이 긴장돼요.”(한상이) “초연 때는 변학도를 잡아들이는 죽비로 캐스팅됐지만 못해서 잘렸거든요. 결국 졸병으로 무대에 섰죠.(웃음) 변학도에 이어 몽룡까지 맡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강민우) 두 사람은 ‘춘향’에서 세 번의 파드되(2인무)를 춘다. 첫날밤을 담아낸 ‘초야 파드되’에선 긴장과 설렘을, 과거시험을 보러 떠나는 몽룡과 남겨진 춘향의 ‘이별 파드되’는 슬픔과 절망, 그리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의 ‘해후 파드되’에선 기쁨과 환희를 춤으로 표현한다. 한상이는 해후를, 강민우는 초야를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신분을 감추고 등장한 몽룡을 다시 만난 춘향이가 처음엔 불안해하다 암행어사인 걸 알고 안도하면서 환희에 차오르는 장면이에요. 짧은 순간 역동적인 감정을 담아낸 몸짓이 참 아름다워요.”(한) “초야 파드되에선 춘향과 몽룡의 감정이 쉼 없이 폭발해요. 사랑에 빠진 몽룡이 춘향을 번쩍 들어올리는 기술도 나오거든요. 역대 몽룡 역의 발레리노들 모두 힘들어했다고 하더라고요.”(강) 춘향과 몽룡의 파드되 외에 여러 무용수가 등장하는 군무 장면도 돋보인다. 고전 발레에는 흔치 않은 남성 군무도 여러 번 등장한다. 왕 앞에서 과거시험을 치르는 장면과 단체로 화관을 쓰고 어사 출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과거 시험을 치르는 장면에서 몽룡이 머리엔 갓을 쓰고 손엔 붓을 쥐고 휘두르면서 높이 뛰었다가 돌기도 하거든요. 거기다 펄럭이는 두루마기까지 입는데…. 움직임이 크고 절도 있어서 멋있긴 하지만 솔직히 실수할까 긴장됩니다.”(강) ‘춘향’에선 무용수들이 발레복 튀튀가 아닌 하늘거리는 한복을 입는다. 한복 디자이너 이정우가 직접 만든 의상은 우아한 춤사위에 색(色)을 더했다. 러닝타임 100여 분간 춘향은 4벌, 몽룡은 6벌이나 의상을 갈아입는다. “상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발레와 달리 한복의 고운 선에 맞춰 상체를 크게 움직이다 보니 얼핏 한국 무용 같은 느낌도 들 거예요.”(한) 굿거리장단을 닮은 ‘만프레드 교향곡’과 ‘조곡 1번’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배경으로 장구와 소고를 치는 남녀 무용수들이 강강술래 하듯 원을 그리며 도는 장면도 나온다. ‘춘향’은 동서양의 분위기를 조화롭게 구현해냈다는 평을 받는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니 마음 비우고 편안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전통과 고전 발레가 얼마나 조화롭게 만날 수 있는지 보여 드릴게요.”(한, 강) 18∼20일, 3만∼10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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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겜’ 이정재, 美 크리틱스 초이스 남우주연상

    배우 이정재(50)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미국 방송·영화 비평가들이 수여하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CCA)에서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아시아 배우가 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오징어게임은 TV 드라마 부문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 수상작으로도 꼽혀 2관왕에 올랐다. 13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27회 CCA 시상식에서 이정재는 “이 놀라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오징어게임’을 사랑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CCA는 영화와 드라마 부문으로 나눠 수여한다. 영화 ‘기생충’이 2020년 CCA 외국어영화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지난해 영화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과 신인배우상(앨런 김)을 수상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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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레슈즈 신고 한복 차려입은 춘향·몽룡 보러 오세요”

    진달래 빛깔 저고리에 노란 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춘향, 어사화가 꽂힌 화관(花冠)을 쓰고 두루마기를 걸친 몽룡. 두 연인의 발엔 고무신 아닌 발레슈즈가 신겨있다.유니버설발레단(UBC)의 발레 ‘춘향’이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다. UBC 대표 창작 레퍼토리인 ‘춘향’의 이번 공연에는 새로운 춘향과 몽룡이 합류해 기대를 높인다. 솔리스트 한상이와 수석무용수 강민우가 각각 춘향과 몽룡을 맡았다.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막 연습을 마친 두 사람을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두 무용수에게 ‘춘향’이 처음은 아니다. 한상이는 2014, 2018년 기생 역으로, 강민우는 2009년 초연부터 변학도, 죽비, 졸병 등 몽룡을 제외한 모든 역을 맡았다. “만날 기생 역을 하다 드디어 춘향을 맡았어요. 굉장히 설레면서 많이 긴장돼요.”(한상이)“초연 때는 변학도를 잡아들이는 죽비를 하다가 못해서 잘렸거든요.(웃음) 변학도에 이어 몽룡까지 맡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강민우)두 사람은 ‘춘향’에서 세 번의 파드되(2인무)를 춘다. 첫날밤을 담아낸 ‘초야 파드되’에선 긴장과 설렘을, 과거시험을 보러 떠나는 몽룡과 남겨진 춘향의 ‘이별 파드되’는 슬픔과 애틋함 그리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의 ‘해후 파드되’에선 안도와 환희를 춤으로 표현한다. 한상이는 해후를, 강민우는 초야를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신분을 감추고 등장한 몽룡을 다시 만난 춘향이가 처음엔 불안해하다 암행어사인 걸 알고 안도하면서 환희에 차오르는 장면이에요. 짧은 순간 역동적인 감정을 담아낸 몸짓이 참 아름다워요.”(한상이)“초야 파드되에선 춘향과 몽룡의 감정이 쉼 없이 계속 폭발해요. 사랑에 빠진 몽룡이 춘향을 번쩍 들어올리는 기술도 나오거든요. 역대 몽룡 역의 발레리노들 모두 힘들어했다고 하더라고요.”(강민우)춘향과 몽룡의 2인무 말고도 여러 무용수가 등장하는 군무 장면도 돋보인다. 고전 발레에는 흔치 않은 남성 군무도 여러 번 등장한다. 왕 앞에서 과거 시험을 치르는 장면과 단체로 화관을 쓰고 어사 출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과거 시험을 치르는 장면에서 몽룡이 머리엔 갓을 쓰고 손엔 붓을 쥐고 휘두르면서 높이 뛰었다가 돌기도 하거든요. 거기다 펄럭이는 두루마기까지 입는데…. 움직임이 크고 절도 있어서 멋있긴 하지만 솔직히 실수할까 긴장됩니다.”(강민우)발레 ‘춘향’에선 무용수들이 발레복 튀튀가 아닌 하늘거리는 한복을 입는다. 배우 전지현의 시어머니인 한복 디자이너 이정우의 작품이다. 그가 직접 만든 의상들은 우아한 춤사위에 색(色)을 더했다. 러닝타임 100여 분간 춘향은 4벌, 몽룡은 6벌이나 갈아입는다.“상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발레와 달리 한복의 고운 선에 맞춰 상체를 크게 움직이다 보니 얼핏 한국 무용 같은 느낌도 드실 거예요.”(한상이)굿거리장단을 닮은 ‘만프레드 교향곡’과 ‘조곡 1번’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배경으로 장구와 소고를 치는 남녀 무용수들이 강강술래 하듯 둥그렇게 도는 장면도 나온다. ‘춘향’은 동서양의 이질적인 분위기를 조화롭게 구현해냈다는 평을 받는다.“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니 마음 비우고 편안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전통과 고전 발레가 얼마나 조화롭게 만날 수 있는지 보여드릴게요.”(한상이·강민우)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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