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슈즈 신고 한복 차려입은 춘향·몽룡 보러 오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4일 10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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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스튜디오의 연습실에서 ‘춘향’ 안무를 연습 중인 한상이, 강민우 무용수. 신원건 기자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스튜디오의 연습실에서 ‘춘향’ 안무를 연습 중인 한상이, 강민우 무용수. 신원건 기자
진달래 빛깔 저고리에 노란 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춘향, 어사화가 꽂힌 화관(花冠)을 쓰고 두루마기를 걸친 몽룡. 두 연인의 발엔 고무신 아닌 발레슈즈가 신겨있다.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발레 ‘춘향’이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다. UBC 대표 창작 레퍼토리인 ‘춘향’의 이번 공연에는 새로운 춘향과 몽룡이 합류해 기대를 높인다. 솔리스트 한상이와 수석무용수 강민우가 각각 춘향과 몽룡을 맡았다.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막 연습을 마친 두 사람을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두 무용수에게 ‘춘향’이 처음은 아니다. 한상이는 2014, 2018년 기생 역으로, 강민우는 2009년 초연부터 변학도, 죽비, 졸병 등 몽룡을 제외한 모든 역을 맡았다.

“만날 기생 역을 하다 드디어 춘향을 맡았어요. 굉장히 설레면서 많이 긴장돼요.”(한상이)

“초연 때는 변학도를 잡아들이는 죽비를 하다가 못해서 잘렸거든요.(웃음) 변학도에 이어 몽룡까지 맡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강민우)

두 사람은 ‘춘향’에서 세 번의 파드되(2인무)를 춘다. 첫날밤을 담아낸 ‘초야 파드되’에선 긴장과 설렘을, 과거시험을 보러 떠나는 몽룡과 남겨진 춘향의 ‘이별 파드되’는 슬픔과 애틋함 그리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의 ‘해후 파드되’에선 안도와 환희를 춤으로 표현한다. 한상이는 해후를, 강민우는 초야를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신분을 감추고 등장한 몽룡을 다시 만난 춘향이가 처음엔 불안해하다 암행어사인 걸 알고 안도하면서 환희에 차오르는 장면이에요. 짧은 순간 역동적인 감정을 담아낸 몸짓이 참 아름다워요.”(한상이)

“초야 파드되에선 춘향과 몽룡의 감정이 쉼 없이 계속 폭발해요. 사랑에 빠진 몽룡이 춘향을 번쩍 들어올리는 기술도 나오거든요. 역대 몽룡 역의 발레리노들 모두 힘들어했다고 하더라고요.”(강민우)

춘향과 몽룡의 2인무 말고도 여러 무용수가 등장하는 군무 장면도 돋보인다. 고전 발레에는 흔치 않은 남성 군무도 여러 번 등장한다. 왕 앞에서 과거 시험을 치르는 장면과 단체로 화관을 쓰고 어사 출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과거 시험을 치르는 장면에서 몽룡이 머리엔 갓을 쓰고 손엔 붓을 쥐고 휘두르면서 높이 뛰었다가 돌기도 하거든요. 거기다 펄럭이는 두루마기까지 입는데…. 움직임이 크고 절도 있어서 멋있긴 하지만 솔직히 실수할까 긴장됩니다.”(강민우)

발레 ‘춘향’에서 3번의 파드되를 추는 두 사람.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발레 ‘춘향’에서 3번의 파드되를 추는 두 사람.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발레 ‘춘향’에선 무용수들이 발레복 튀튀가 아닌 하늘거리는 한복을 입는다. 배우 전지현의 시어머니인 한복 디자이너 이정우의 작품이다. 그가 직접 만든 의상들은 우아한 춤사위에 색(色)을 더했다. 러닝타임 100여 분간 춘향은 4벌, 몽룡은 6벌이나 갈아입는다.

“상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발레와 달리 한복의 고운 선에 맞춰 상체를 크게 움직이다 보니 얼핏 한국 무용 같은 느낌도 드실 거예요.”(한상이)

굿거리장단을 닮은 ‘만프레드 교향곡’과 ‘조곡 1번’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배경으로 장구와 소고를 치는 남녀 무용수들이 강강술래 하듯 둥그렇게 도는 장면도 나온다. ‘춘향’은 동서양의 이질적인 분위기를 조화롭게 구현해냈다는 평을 받는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니 마음 비우고 편안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전통과 고전 발레가 얼마나 조화롭게 만날 수 있는지 보여드릴게요.”(한상이·강민우)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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