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이지훈 기자

동아일보 DX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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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무용 등 공연업계를 취재합니다.

easyhoon@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문화 일반64%
인사일반7%
인물/CEO3%
패션3%
음악3%
사회일반3%
기타17%
  • “블루맨 쇼에선 아이-어른 모두 웃음 참을 필요가 없다”

    파란 물감을 뒤집어쓰고 말없이 무대와 객석을 휘젓는 세계적 논버벌 퍼포먼스(비언어극) ‘블루맨’이 14년 만에 한국 팬들과 만난다. 플라스틱 파이프를 ‘난타’하고 형형색색 물감을 튀기며 노는 블루맨들, 원초적 웃음을 자극하는 몸 개그도 서슴지 않는다. 난타와 행위예술, 콩트를 질서 없이 뒤섞은 듯한 이 공연은 1991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해 31년간 25개국에서 3500만여 명이 관람했다. ‘블루맨 그룹’ 월드투어가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개막했다. 이번 내한공연은 블루맨 그룹의 오리지널 공연에 가까운 버전이다. 무대에 오르는 3명의 블루맨 바니 하스와 조 울머, 패트릭 뉴턴을 17일 만나 블루맨 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왜 블루맨인가. “블루는 가장 보편적인 색이다. 논쟁이나 논란이 있는 색이 아니다. 예를 들어 빨간색은 악마나 위험, 초록색엔 지구, 외계인이 떠오르지 않나.”(울머) ― 블루맨 3인의 역할은 각각 무엇인가. “한 명은 순진하고 한 명은 장난기 많고 한 명은 속이는 역할이다. 공통적으로 블루맨 모두 호기심이 많다. 다른 인간과 달리 아무 제약 없이 호기심을 탐구하는데 이것이 코미디를 유발한다.”(하스) ― 블루맨 변신 과정이 궁금하다. “분장은 우리가 블루맨 캐릭터에 융화되는 의식이기도 하다. 눈을 제외하고 라텍스 캡과 본드로 귀와 머리카락을 갑옷처럼 덮는다. 45분 정도 걸린다.”(뉴턴) ― 공연 중반에 등장하는 “도시의 현대인은 땅속 배관으로 연결돼 있다”는 아이디어가 재밌다. 플라스틱 배관들을 드럼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블루맨은 평범한 사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걸 좋아한다. 보통 사람들은 버리는 플라스틱(배관)을 우리는 악기로 연주한다. 플라스틱을 재해석하고 현대인의 연결을 표현한다. 의미 부여와 재해석은 블루맨의 중요한 정체성이다.”(뉴턴) ―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도 블루맨 쇼의 특징이다. 관객과 사전에 조율하는 건가. “노! 모두 랜덤(무작위)이다. 때때로 거부하는 관객도 있어서 (거부당할까 봐) 무섭기도 하다. 한 감독님은 ‘우주인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으면 지구인을 대표할 사람을 뽑으라’고 했다. 다만 양팔을 흔들며 자기를 뽑아 달라고 하는 사람은 절대 뽑지 않는다. 하하.”(울머) ― 어린이 관객도 많다. “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는 우리가 가장 환영하는 리액션이다. 아이들이 웃지 말아야 하는 공연도 있지만 블루맨 쇼에선 아이와 어른 모두 웃음을 참을 필요가 없다.”(하스) ― 블루맨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우리와 비슷한 체형이어야 한다. 배경이나 국적은 상관없다. 뉴욕에서 선발된 한 블루맨은 태국 출신의 생물학자였다.”(뉴턴) ― 그린맨, 레드맨이 생길까? “블루맨밖에 없지 않을까? 블루맨이 이 쇼의 이름인 만큼! (만약 생긴다면) 우리는 그들과 싸울 것이다!” 8월 7일까지, 8만∼14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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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년만에 돌아왔다, 넌버벌 ‘파란 세 남자’

    파란 물감을 뒤집어쓰고 말없이 무대와 객석을 휘젓는 세계적 넌버벌 퍼포먼스 ‘블루맨’이 14년 만에 한국 팬들과 만난다. 플라스틱 파이프를 ‘난타’하고 형형색색 물감을 튀기며 노는 블루맨들, 원초적 웃음을 자극하는 몸 개그도 서슴지 않는다. 난타와 행위예술, 콩트를 질서 없이 뒤섞은 듯한 이 공연은 1991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해 31년 간 전 세계 25개국 3500만여 명이 관람했다. 비언어극(nonverbal performance) 사상 최고 히트작이라 평가받는다. ‘블루맨 그룹’ 월드투어가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개막했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3명의 블루맨 버니 하스와 조 울머, 패트릭 뉴턴을 17일 만나 블루맨 쇼에 관한 모든 것을 캐물었다.―왜 블루맨인가. “블루는 가장 보편적인 색이다. 논쟁이나 논란이 있는 색이 아니다. 예를 들어 빨간색은 악마나 위험, 초록색엔 지구, 외계인이 떠오르지 않나.”(조)―블루맨 3인의 역할은 각각 무엇인가.“한 명은 순진하고 한 명은 장난 끼 많고 한 명은 속이는 역할이다. 공통적으로 블루맨 모두 호기심이 많다. 다른 인간과 달리 아무 제약 없이 호기심을 탐구하는데 이것이 코미디를 유발한다.”(버니)―블루맨 변신 과정이 궁금하다.“분장은 우리가 블루맨 캐릭터에 융화되는 의식이기도 하다. 눈을 제외하고 라텍스 캡과 본드로 귀와 머리카락을 갑옷처럼 덮는다. 45분 정도 걸린다.”(패트릭)―공연 중반 등장하는 “도시의 현대인은 땅속 배관으로 연결돼있다”는 아이디어가 재밌다. 플라스틱 배관들을 드럼처럼 활용하기도 한다.“블루맨은 평범한 사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걸 좋아한다. 보통 사람들은 버리는 플라스틱(배관)을 우리는 악기로 연주한다. 플라스틱을 재해석하고 현대인의 연결을 표현한다. 의미부여와 재해석은 블루맨의 중요한 정체성이다.(패트릭)”―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도 블루맨 쇼의 특징이다. 관객들과 사전에 조율하는 건가.“NO! 모두 랜덤이다. 때때로 거부하는 관객도 있어서 (거부당할까) 무섭기도 하다. 한 감독님은 ‘우주인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으면 지구인을 대표할 사람을 뽑으라’고 했다. 다만 양팔을 흔들며 자기를 뽑아 달라고 하는 사람은 절대 뽑지 않는다. 하하.(조)”―어린이 관객도 많다.“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는 우리가 가장 환영하는 리액션이다. 아이들이 웃지 말아야 하는 공연도 있지만 블루맨 쇼에선 아이와 어른 모두 웃음을 참을 필요가 없다.(버니)”―블루맨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일단 우리와 비슷한 체형이어야 한다. 배경이나 국적은 상관없다. 뉴욕에서 선발된 한 블루맨은 태국 출신의 생물학자였다.(패트릭)”―그린맨, 레드맨이 생길까?“블루맨 밖에 없지 않을까? 블루맨이 이 쇼의 이름인 만큼! (만약 생긴다면) 우리는 그들과 싸울 것이다!” 8월 7일까지, 8만~14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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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강자는 멸종하고 약자는 살아남은 이유

    유일하게 현존한 인류 호모 사피엔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와 동시대를 살았지만 멸종한 네안데르탈인. 두 인류의 운명을 가른 건 무엇이었을까. 호모 사피엔스는 몸집이 작아 힘이 약했고 네안데르탈인은 신체 조건과 생존 능력이 뛰어났다. 상대적 약자인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의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도구를 발달시켰고, 독자 생존이 어려웠기에 무리를 만들어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새로운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고 타인과 교류하지도 않았다. 강자였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다. 가혹한 환경에 분투하며 후천적으로 발달시킨 능력을 생존의 발판으로 삼은 게 주효했다. 흔히 자연의 원리를 이야기할 때 약육강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사례에서 보듯 실제 생명의 역사가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싸우는 식물’ ‘전략가, 잡초’를 쓴 일본의 대표적 식물학자인 저자는 생명의 탄생에서 인간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대역전극을 일궈낸 패자들의 생존 서사를 정리했다. 지구를 지배한 강자가 멸종되고 오히려 패자들이 살아남았다는 점을 주목한 것. 저자는 약자, 잡초 등 역사 속 아웃사이더에 관심을 가져왔다. 공룡이 지배하던 시대에 인류의 조상 격인 포유류는 매우 약한 존재였다. 당시 공룡과의 패권 싸움에서 진 포유류는 낮이 아닌 밤에 주로 활동했다. 적에게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어둠 속에서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청각과 후각을 발달시켰다. 또 알을 지킬 힘이 없었던 포유류는 배 속에서 새끼를 키워서 낳는 ‘태생’이라는 비결도 습득했다. 결국 공룡은 멸종했고, 포유류는 살아남았다. ‘패자생존’이라는 관점으로 해석해낸 생물 진화의 역사는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현대 사회에서 인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대중을 상대로 글쓰기를 해온 저자는 다소 어려운 과학적 지식을 많이 다루지 않고 일반인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서술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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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cm 하이힐 신고 춤춰본 뒤 직접 안무 짜”

    “한 명은 너무나 매혹적이고 한 명은 굉장히 강하죠. 나머지 한 명은 아주 재밌어요. 누가 누구인지 궁금하시죠?” 뮤지컬 ‘킹키부츠’의 오리지널 안무 및 연출가인 제리 미첼(62)은 다음 달 20일 개막하는 이번 시즌 주인공 롤라 역을 맡은 배우 강홍석 최재림 서경수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미첼은 미국 브로드웨이 스타 연출가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10일 만난 그는 “각각의 개성을 살려 서로 다른 롤라를 만들고 싶다”며 “세 배우 모두 아름답지만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장점도 잘 보일 수 있게 끌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킹키부츠’는 폐업 위기의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와 유쾌한 드래그퀸(여장 남자) 롤라의 특별한 도전을 그렸다. 201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제67회 토니상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6개 부문을 휩쓴 작품으로, 미첼 역시 연출상과 안무상을 받았다. 뮤지컬 ‘라카지’ ‘록키호러쇼’ ‘헤어스프레이’의 안무가로 이름을 알린 그는 40여 년간 ‘리걸리 블론드’ ‘캐치 미 이프 유 캔’ 등 브로드웨이의 히트 뮤지컬을 다수 연출했다. “한 작품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기까진 적어도 3년이 필요해요. 그렇다 보니 모든 작품과 사랑에 빠지고 마법이 일어나길 바라게 되죠. ‘킹키부츠’는 첫 공연 때 이미 마법이 일어난 작품이에요. 저는 그때의 마법을 새로운 사람들과 재현하고 있을 뿐입니다.” 6인치(약 15cm) 높이의 하이힐을 신은 배우들이 선보이는 강렬한 춤은 모두 그가 직접 안무한 것. ‘힐 댄스’를 만들기 위해 그는 하이힐 두 켤레를 직접 구입해 신어봤다고 했다. “6인치는 춤추는 건 고사하고 걷기도 힘든 높이예요. 처음엔 균형을 잡기도 굉장히 어려웠죠. 주로 균형이 앞발에 가 있고 발가락을 오므리고 발등을 구부리는 동작인 ‘포인’도 할 수 없었어요. 춤 동작 자체가 아예 달라야 되겠더라고요. 1막 후반의 ‘트레드밀 댄싱’은 밴드 ‘오케이 고’의 뮤직비디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킹키부츠’는 춤만큼이나 음악도 흥겹다. 1980년대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곡을 맡아 빠른 템포의 디스코 음악으로 가득 채웠다. 이 작품으로 그는 2013년 여성 최초로 토니상 작곡상을 받았다. “신(신디 로퍼의 애칭)은 듣기만 해도 춤추고 싶어지는 음악을 만들어 줍니다.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1막 마지막 곡인 ‘Everybody Say Yeah’예요. ‘yeah!’ 하는 분위기로 1막이 끝나면 중간 휴식 시간이잖아요. 흥분한 관객들이 빨리 2막으로 돌아오고 싶어지게 만드는 걸 좋아해요.” 9년 전 브로드웨이 초연 후 한국에서만 다섯 번째 공연되는 ‘킹키부츠’는 지난 시즌(2020년)까지 국내 누적 관객 수 35만 명을 넘긴 스테디셀러 작품이다. “수세대에 걸쳐 많은 이들이 부모의 길을 따라 살았어요. 하지만 찰리는 ‘난 그러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죠. 롤라 역시 ‘꼭 그 길로 갈 필요 없어. 스스로를 받아들이기만 해도 돼’라고 지지하죠. 정해진 길을 따르지 않는 찰리나 자신의 모습을 긍정하는 롤라에게 세계 많은 관객이 공감한 거라 생각해요. 작품에 나오는 여러 인생을 보며 관객들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킹키부츠’가 가진 또 다른 힘이 아닐까요.” 10월 23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7만∼15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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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난설헌의 아픈 삶 떠올리며 몸으로 표현”

    5년 전 국립발레단이 초연한 창작 발레 ‘허난설헌―수월경화(水月鏡花)’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에서 수석무용수 박슬기와 나란히 비운의 시인 허난설헌 역에 발탁된 드미솔리스트(주연과 군무를 병행하는 무용수)가 있다. 최근 국립발레단 주요 작품에서 연달아 주역으로 발탁된 조연재(27)다.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밝은 역할, 매혹적인 역할, 이별의 상실감을 표현한 역할을 두루 해봤는데 허난설헌이 가장 힘들다”며 “작품이 그녀의 시를 소재로 만든 ‘이미지 발레’라 추상적인 안무가 많은데, 이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28, 29일 공연하는 ‘허난설헌…’은 국립발레단 단원 강효형(솔리스트)의 안무작으로 조선시대 여성 시인 허난설헌(1563∼1589)의 시 ‘감우(感遇)’와 ‘몽유광상산(夢遊廣桑山)’을 55분짜리 춤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느낀 대로 노래한다’는 뜻의 ‘감우’를 통해 허난설헌이 행복했던 시절을 표현하고, 고통스러웠던 그녀의 말년은 ‘꿈 속 광상산에서 노닐다’는 뜻의 시 ‘몽유광상산’으로 풀어냈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누나인 허난설헌은 천재 시인이었지만 여성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에 괴로워하다 27세에 요절했다. “효형 언니는 허난설헌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허난설헌이 되길 원해요. 자식도 잃고 남편과도 사이가 안 좋은 상황에서 꿈도 펼치지 못한 채 이른 나이에 죽은 허난설헌이 얼마나 괴롭고 아픈 삶을 살다 갔을까 머릿속으로 계속 떠올리고 있어요.” 201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조연재는 입단 4년의 짧은 경력에도 수석무용수들과 나란히 주요 작품에서 주연으로 잇따라 발탁돼 활약 중이다. 입단한 해에 ‘호두까기 인형’의 마리 역으로 주역 데뷔를 한 후 ‘해적’의 메도라,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비앙카, ‘주얼스’의 파 드 트루아 역 등 주요 작품의 주역을 연달아 꿰찼다. 11일 폐막한 ‘고집쟁이 딸’에서도 주인공 리즈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고집쟁이 딸’에서 리본을 갖고 파트너와 사랑의 춤을 추는 ‘리본 파드되’가 가장 힘들었어요. 다행히 큰 실수는 안 했는데 나중에 모니터링해 보니 리본 모양이 완벽하진 않았어요. 제게 주어진 공연 회차가 단 한 번뿐이라 더욱 아쉬웠죠.”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는 스스로를 ‘색깔 없는 무용수’라고 평가했다. “색깔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얻은 것 같아요. 어떤 색깔의 역할이든 제가 맞출 수 있을 거라 기대해 주시는 거죠. 저 역시 무용수로서 그런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000∼5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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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린 허밍만으로 춤추게 하는 음악 고민했죠”

    배우, 화가, 음악인…. 전방위 예술가로 불리는 백현진(50·사진)의 이력은 화려하다. 출발은 유명 국악 퓨전 밴드 이날치의 예술감독 장영규와 1997년 결성한 어어부프로젝트다. 정형화되지 않은 어어부프로젝트의 음악은 영화감독들의 취향을 저격했고,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2002년)과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1988년)엔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음악뿐만 아니다. 백현진은 영화 ‘브로커’(2022년)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2020년) ‘북촌방향’(2011년)에서 조연급 배우로 출연했다. 홍익대 조소과를 중퇴한 그는 간간이 화가로서의 이력도 이어가고 있다. 2017년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이쯤 되면 본업이 뭔지 헷갈릴 정도인 그가 이번엔 무용극에 도전한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S시어터에서 30일 개막해 다음 달 3일까지 공연하는 ‘은미와 영규와 현진’을 통해서다. 제목에 담겼듯이 안은미, 장영규와 함께한다. 세종문화회관에서 8일 만난 백현진은 “목소리가 독특해 ‘그런 목소리로 어떻게 연기를 하냐’고 타박을 듣곤 했는데 이번 공연에선 특이한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로 활용해 허밍으로 음악을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가사 없이 굉장히 느린 허밍만으로 사람을 춤추게 하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고 있어요. 저렇게 축축 처지고 느려 터졌는데도 댄스곡이 될 수 있나 싶은 거요. 안은미 씨가 짠 구조에 각자가 생각해 온 것들을 즉흥적으로 펼쳐 놓을 예정입니다.” 개성 강한 세 사람의 합동 무대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03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안은미의 독무 공연 ‘플리즈(Please·제발)’에서 처음 합을 맞췄다. “이번 공연도 19년 전 그때처럼 즉흥적인 무대가 될 것 같아요. 당시 굉장히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벌써 20년 가까이 흘렀어요. 요즘 사람들이 이번 공연을 힙하게 받아들일지, 여전히 충격적으로 여길지 반응이 궁금해요.” 전석 5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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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미술에 연기까지…이 남자 본업이 대체 뭐야?

    본업이 대체 뭔지 모르겠는 한 남자가 있다. 전방위 예술가로 불리는 백현진(50)의 이력은 ‘범 내려온다’로 유명한 국악 퓨전 밴드 ‘이날치’의 장영규와의 듀엣 ‘어어부프로젝트’(1997~)에서 시작한다. 정형화되지 않은 ‘어어부…’의 음악들은 지금은 거장이 된 영화감독들의 취향을 저격했고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2002년)과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1998년)엔 그들의 음악이 깔려 있다.하지만 영화 ‘브로커’ ‘북촌방향’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에서 백현진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그를 배우로 아는 경우가 많다. “주로 ‘한 없이 후진 남자’를 맡았다”고 말하는 그는 최근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선 잘나가는 아내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한물 간 시사평론가 김성남을 연기했다.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연기는 품앗이 다니듯 드문드문 했던 지라, 몸에 연기를 바짝 붙여놔야 (나중에) 편하겠다 싶어 작년과 올해에는 작품을 꽤 많이 했다”며 “평소 혼자 일하는 사람이 스태프만 100명 넘는 현장에서 일하려니 굉장히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 백현진은 주로 혼자 일해 왔다. 연남동 작업실에서 혼자 소리를 만들고 혼자 그림을 그린다. 홍익대 조소과를 중퇴하고도 꾸준히 그림을 그려온 그는 2017년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엔 리움미술관 전시에 출품할 그림을 작업 중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예술) 작업을 하고 산다는 건,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최대한 삭제하고 자기 안의 호기심을 탐구하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거죠. 이렇게 살려면 수많은 운이 따라야 된다고 봐요.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대신 저는 대출, 부동산, 주식은 근처에도 안 가요. 결혼을 안 했고 애도 없으니 돈 벌어서 저축 좀만 하고 다 써버려요.” 평범하지 않은 삶만큼이나 그는 독특한 목소리를 가졌다. 한때 “그런 목소리로 어떻게 연기를 하냐”는 타박도 들을 정도였다. 30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독무(獨舞) 공연 ‘은미와 영규와 현진’에서 그의 특이한 목소리는 악기로 변신할 예정이다. “굉장히 느린 ‘허밍’으로 사람을 춤추게 하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고 있어요. 저렇게 축축 처지고 느려 터졌는데도 댄스곡이 될 수 있나 싶은 거요. 가사는 최대한 안 넣을 거예요.” 백현진, 장영규 그리고 안은미는 그야말로 자기 색깔대로 사는 예술가들. 별난 세 사람의 합동 무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플리즈(Please·제발)’. 그때도 안은미의 독무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도 그때처럼 즉흥적인 무대가 될 것 같아요. 안은미 씨가 짠 구조에 각자가 생각해온 것들을 무대에서 펼쳐놓는 방식이요. 당시만 해도 굉장히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벌써 20년이 흘렀잖아요. 요즘 사람들은 힙하게 받아들일지 아니면 여전히 충격적으로 여길지 조금 궁금하긴 합니다.” 7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전석 5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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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정교회 초대 대교구장’ 트람바스 대주교 선종

    한국 정교회 초대 대교구장을 지낸 소티리오스 트람바스 대주교(사진)가 10일 서울에서 선종했다. 향년 93세. 그리스에서 태어난 고인은 아테네대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1960년 사제품을 받았다. 아테네 대주교좌 성당 주임사제로 있던 고인은 1975년 선교 사제로 한국행을 자원해 서울 마포구 성 니콜라스 성당에 부임했다. 부산 인천 전주 등 7개 지역 성당 건립에 참여하고, 100여 종에 달하는 종교 서적 및 예식서를 한국어로 번역 출간했다. 한국 정교인의 ‘영적 아버지’로 불린 고인은 1993년 주교로 승품했다. 2004년 한국 정교회 초대 대주교로 임명됐고 2008년 은퇴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생소하고 가난한 선교지에서 누구보다 낮은 자세로 신자들을 돌보셨고 청빈한 삶을 사셨다”고 애도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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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넘게 공들인 ‘토이스토리’ 스핀오프… 버즈의 사연은?

    영화 ‘토이스토리’의 우주비행사 캐릭터 버즈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15일 개봉하는 디즈니·픽사의 신작 ‘버즈 라이트이어’는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첫 번째 스핀오프 영화다. 버즈와 그의 정예부대 요원들이 미지의 행성에 고립된 인류를 구출하는 여정을 그렸다. 7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버즈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 에번스는 “스토리텔링의 대가 픽사의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영화는 여러 도구를 활용할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목소리로만 연기하기에 부담감이 컸다”고 말했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캡틴 아메리카 역으로 유명한 그는 “버즈와 캡틴 아메리카는 꽤 닮은 캐릭터다. 어마어마한 책임감을 갖고 주변 사람들을 모두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인물인데 실제 내 모습과 비슷하다”며 웃었다. 영화 ‘토르’ ‘조조 래빗’의 감독을 맡았고 배우로도 활동하는 타이카 와이티티는 엉뚱한 행동으로 웃음을 주는 정예 요원 ‘모’를 연기했다. 그는 “사회에서 거부당한 캐릭터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고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여정이 참 아름답다”며 “각각의 개성이 퍼즐처럼 맞춰지며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모습이 우리 모두에게도 있다”고 했다. 우주 배경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신작은 작업기간만 5년 6개월이 걸렸다. 광활한 우주공간과 각종 장비를 현실감 있게 구현하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을 취재하며 공을 들였다. 게린 서스맨 프로듀서는 “캐릭터들이 입는 우주복의 디테일을 포착하며 작업했는데 처음 시도하는 과정이 많아 신선했다”며 “컴퓨터그래픽보다 세트나 소품을 많이 활용해 실물이 주는 특유의 따스함과 촉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영화 ‘스타워즈’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을 신작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앵거스 매클레인 감독은 “‘스타워즈’ ‘스타트렉’ 등 SF 장르를 기념하고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작품이지만 특정 작품을 오마주했다기보다 그 영화들의 정신을 계승하려 했다. 친숙함에서 시작해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간다. 관객들에게는 ‘버즈 라이트이어’만의 새로움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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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임감 넘치는 버즈, 캡틴 아메리카와 닮지 않았나요?”

    토이스토리의 우주비행사 캐릭터 버즈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 온다. 15일 개봉하는 디즈니·픽사의 신작 ‘버즈 라이트이어’는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첫 번째 스핀오프 영화로 남모를 사연이 있는 버즈와 그의 정예 부대 요원들이 미지의 행성에 고립된 인류를 구출하는 여정을 그린 작품. 장난감 캐릭터 ‘버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히어로 영화다. 7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주인공 버즈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스토리텔링의 대가 픽사의 작품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며 “영화는 여러 도구를 활용할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목소리로만 연기했기에 부담감이 컸다”고 말했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캡틴 아메리카 역으로 유명한 그는 “버즈와 캡틴 아메리카는 꽤 닮은 캐릭터”라며 “어마어마한 책임감을 토대로 주변 사람들을 모두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인물인데, 실제 제 모습과도 비슷하다”며 웃었다. 영화 ‘토르’ ‘조조 래빗’의 감독이자 배우로도 활동하는 타이카 와이티티는 엉뚱한 행동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정예 부대 요원 ‘모’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그는 “작품에서 사회에서 거부당한 캐릭터들이 마음을 나누고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여정이 참 아름답다”며 “각각의 개성이 퍼즐처럼 맞춰지며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면이 우리 모두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는 작업 기간만 5년 6개월에 달했다. 제작진은 광활한 우주 공간과 각종 장비를 현실감 있게 구현하려고 미 우주항공국(NASA)을 취재하는 등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게린 서스맨 프로듀서는 “우주 공간에서 공기가 손으로 만져진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기술적으로 심혈을 기울였다”며 “CG보다는 실제 세트나 소품을 많이 활용해서 실물이 주는 특유의 따스함과 촉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르는 우주를 모험한다는 설정의 SF. 제작진은 영화 ‘스타워즈’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발견 혹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을 모티프로 삼았다고 한다. 앤거스 맥클레인 감독은 “‘스타워즈’ ‘스타트렉’ 등의 SF 장르 영화를 기념하고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작품이지만, 특정 작품을 오마주했다기보다 그런 영화들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작품”이라며 “앞선 영화들에서 볼 수 있었던 친숙함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는데, 관객들에게는 ‘버즈 라이트이어’ 만의 새로움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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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경주 “영화도 좋고 드라마도 좋고… 팔순까지 배우할 것”

    배우 남경주(59)는 후배 뮤지컬 배우들이 앞다퉈 꼽는 ‘롤 모델’이다. 서울시립가무단 뮤지컬 ‘포기와 베스’(1984년)로 데뷔한 그는 38년간 꾸준히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섰다. 작품당 여러 시즌을 거쳐 수백 회 공연은 기본이고 주요 작품 출연 명단에 쉼 없이 이름을 올렸다. 2011년 국내 초연 이후 올해 네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도 마찬가지다. 남경주는 초연부터 댄 역을 맡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3일 만난 그는 “초연부터 11년, 세 번째 시즌부터도 7년 만인데 그동안 제가 헛산 게 아니구나 싶었다”며 “그사이 학생 가르치는 선생도 되고 논문 쓰느라 고생도 하고, 특히 어렸던 딸아이 나이가 (극 중 딸인) 나탈리와 비슷해졌다”며 웃었다. ‘넥스트…’는 정신 질환을 앓는 다이애나(박칼린 최정원)와 그녀의 남편 댄, 딸 나탈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200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그해 토니상 3관왕을 휩쓸고 2010년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까지 수상했다. “‘넥스트…’는 어느 시대에 갖다 놔도 될 정도로 보편적인 고전이에요. ‘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상상하면 아내와 딸이 생각나요.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작품이지만 배우에겐 굉장한 성취감을 안겨주는 공연입니다.” 토니상 음악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음악이 뛰어나다. 남경주는 2막 후반부 다이애나와 나탈리가 부르는 ‘아마도(Maybe)’를 최고의 넘버로 꼽았다. “‘평범 같은 건 안 바라. 그건 너무 멀어. 그 주변 어딘가면 다 괜찮아.’ 가사가 너무 좋지 않나요? 특별한 걸 추구해야 행복하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 가족에겐 평범 그 주변만 되어도 행복할 것 같은 거죠. 둘이 이 노래를 부를 때는 제가 무대 뒤에서 쉬고 있을 때인데, 듣고 있으면 ‘참 좋다’란 생각이 들어요.” 남경주의 또 다른 직업은 교수다. 2014년부터 교단에 선 그는 4년 전 홍익대 공연예술학부 전임교원에 임용돼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장 존경받는 연기다. 그러니까 결국 여러분이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말하곤 하죠. 웃는 게 자연스럽고 감정 표현도 솔직한 사람요. 저도 오랫동안 그런 연기를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바뀌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40년에 달하는 무대 이력을 가졌지만, 그는 여전히 도전을 꿈꾼다. 어느 장르에서든 빛을 발하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배우에겐 정년이 없으니 팔순까지도 할 수 있잖아요. 드라마, 영화도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자기 관리를 잘해야죠. 나이 드니까 젊었을 때보다 체력이 힘들 때도 있지만 꾹 참고 운동하러 가요. 막걸리, 맥주 한잔도 ‘너 내일 운동 각오해라’ 그런 마음으로 마십니다. 하하.” 7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5만∼11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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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포서 소주잔 기울이던 종로 낙원동에 ‘송해길’

    황해도 재령 출신의 실향민 송해에겐 전국 곳곳에 제2의 고향이 있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을 거점으로 활동해온 고인은 이곳에 ‘연예인 상록회’를 열고 수십 년간 원로 연예인들의 마당발 역할을 해왔다. 유족 측은 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고인이 별세 전날인 7일에도 혼자 상록회 사무실에 들렀다가 집에 돌아오셨다”고 전했다. 수년 전만 해도 이곳을 지나다 보면 허름한 노포에 앉아 시민들과 어울려 소주잔을 기울이는 고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종로문화원은 2016년 종로 육의전 빌딩에서 낙원상가 앞까지 240m 구간을 ‘송해길’로 지정했다. 한때 고인은 종로의 명예파출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구 달성군도 인연이 있다. 고인은 대구에서 통신병으로 복무할 당시 부인 석옥이 여사(1934∼2018)와 만나 결혼했다. 실향민인 고인은 부인의 고향인 달성군 옥포읍 옥연지를 찾아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1983년엔 옥연지가 보이는 산기슭에 자신의 묏자리를 마련했고, 2018년 작고한 석 여사는 이곳에 안장됐다. 부부가 함께 묻히고 싶다는 고인의 유지에 따라 부인 곁에 영면할 예정이다. 달성군에는 ‘송해공원’과 ‘송해기념관’도 있다. 2016년 조성한 송해공원엔 고인의 흉상과 산책로, 쉼터가 있다. 지난해 12월 건립된 송해기념관에는 고인의 60여 년 방송 활동과 관련된 물품과 영상물 등 432점이 전시돼 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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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들 파란만장하잖아… 인생 드라마, 모두가 주인공

    “새로운 구성, 새로운 시선, 새로운 장르.” 드라마 작가 노희경이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집필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세 가지 요소다. 많은 히트작을 보유한 스타 작가지만 4년 만에 내놓는 신작인 만큼 익숙함을 버리고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길을 내겠다는 의미였다. 12일 종영을 앞둔 ‘우리들의…’는 5일 방송된 18화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2.5%(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4월 9일 첫 방송 시청률도 7.3%나 됐다. ‘우리들의…’에서 26년 차 작가 노희경이 보여준 새로운 시도를 들여다봤다. 제주 푸릉마을에 사는 여러 인물의 삶을 그린 ‘우리들의…’는 옴니버스 드라마다. 하지만 노희경이 전작 ‘그들이 사는 세상’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보여준 익숙한 옴니버스는 아니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조연들의 서사가 곁가지를 치는 방식이 아닌 에피소드마다 각기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한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인 인물이 다른 에피소드에선 이웃, 친구, 가족으로 등장하는 방식으로 연속성을 보완했다. 게다가 이병헌 신민아 한지민 김우빈 김혜자 고두심 등 스타 배우가 총출동해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는’ 드라마가 됐다는 평가다. 노희경은 올해 4월 제작발표회에서 “우리 삶은 여러 사람이 다 각자 주인공인데 왜 드라마 속에서는 (주인공) 두 사람만 따라가야 하는지 불편했다”며 “‘몰입도 높은 단막극의 장점과 매회 궁금증을 가지고 전개되는 미니시리즈의 장점을 어떻게 하면 섞을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장애인 배역을 장애인이 맡은 것도 남다르다. 영옥(한지민)의 다운증후군 쌍둥이 언니 영희와 5일장에서 일하는 농인 별이는 각각 다운증후군 장애인 정은혜와 농인 배우 이소별이 연기했다. 국내 미니시리즈에서 주·조연급 배역에 장애인이 등장하는 것도, 장애인이 직접 연기한 것도 처음이다. 노희경은 1년 넘게 정은혜와 소통하며 대본을 집필했다고 한다. 정은혜와 호흡을 맞춘 한지민은 “은혜 배우의 어머니께서 노희경 작가님께 ‘어떻게 제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오신 것처럼 글을 써주셨나요’라고 하신 말씀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고 했다. 소재와 표현 방식도 눈길을 끈다. 고3 동갑내기 커플이 주인공인 ‘영주와 현’ 편에서 청소년 임신 문제를 다뤘다. 우울증 환자 선아(신민아)가 주인공인 에피소드에선 온몸에 땀이 맺히고 도시의 불빛이 꺼지며 시간이 단숨에 지나가는 방식의 연출을 통해 우울증 환자의 심리와 감정을 세밀히 표현해냈다. ‘괸당’(이웃끼리 친인척처럼 지내는 문화)에 매료돼 제주를 배경으로 선택한 노희경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사도 제주 방언으로 썼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노희경은 당대 이슈를 다룰 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삽화처럼 그리는 방식으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며 “이번 작품 역시 그런 특징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색다른 시도를 통해 작품 세계를 한층 더 확장했다”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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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미술사 속 거장들이 마침내 닿은 경지

    “그림을 그리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괴로운 일이다. 작년 가을에 나는 마당의 낙엽과 함께 캔버스 6개를 불태웠다. 희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이다. 그래도 나는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다 표현하기 전에는, 적어도 표현하려고 시도하기 전에는 죽고 싶지 않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가 사망하기 2년 전 쓴 글이다. 노년에 백내장 진단을 받은 모네는 점점 흐려지는 시야를 붙잡으며 집요하게 그림을 그렸다. 그 결과 모네는 삶의 막바지에 걸작으로 칭송받는 정원 시리즈 ‘그랑 데코라시옹’ ‘일본식 다리’ ‘장미’를 완성한다. 특히 모네가 78세부터 86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작업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식 다리’ 연작은 말년에 이르러서야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식 다리는 그의 후기 작품에 여러 번 등장했지만, 말년의 작품에서 각각 다른 조명, 구도, 색채조합을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모네가 사계절뿐만 아니라 하루 동안의 시간, 날씨의 변화까지 작품에 담아낸 것. 모네가 말년에 스스로 고백한 대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다 표현”하게 된 셈이다. 미술사에 방점을 찍은 위대한 화가들은 죽기 전까지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지만, 비교적 최근까지 미술계에선 주요 화가들의 말기 작품을 두고 부정적으로 표현하거나 폄하해왔다. 노년의 화가를 재능이 꽃을 피웠던 정점의 시기를 지나 내리막길을 걷는 사람으로 여긴 탓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화가들의 말기 작품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와 평가가 더해진 전시와 간행물이 꾸준히 나왔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라파엘로, 렘브란트,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앙리 마티스, 프리다 칼로, 파블로 피카소…. 저자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화가 30명의 마지막 생애에 주목한다. 그들의 마지막 창작 활동을 나이와 질환이라는 잣대로 해석하는 게 잘못됐다며 “말기 작품이야말로 작가가 속해 있는 사회로부터 몸부림쳐 얻은 자유로움”이라고 주장한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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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악 혼재 송강호, 영화 ‘브로커’ 출발점”

    “자상한 미소를 머금은 송강호가 아이를 안고 있다가 이내 팔아버리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선악이 혼재된 송강호, 그게 이 영화의 출발점이었죠.” 배우 송강호에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브로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는 칸 영화제 폐막식 이후 국내 첫 행사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브로커’ 제작의 원천이 된 결정적 인물로 배우 송강호를 꼽았다. 31일 서울 용산CGV에서 취재진과 만난 고레에다 감독은 “베이비박스란 주제와 함께 송강호가 등장하는 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며 “영화 ‘브로커’의 출발은 송강호 그 자체였다”고 강조했다. ‘브로커’는 교회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린 소영(이지은)과 아기를 팔려는 브로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의 여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비춘 영화다. 고레에다 감독은 “‘가치 없는 생명이 어디에 있을까’란 메시지는 한국,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주제”라며 “효율을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문화의 차이를 넘어 모든 나라에 전달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로커’ 제작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영아 유기 시설을 오랜 기간 취재했다는 고레에다 감독은 “보육시설에서 성장한 분들은 줄곧 ‘내가 태어나길 잘한 것인가’란 의문을 품고 살아갔다”며 “그들이 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불안을 안고 사는 책임이 어머니에게만 전가되는 게 옳은 걸까, 나를 포함한 사회와 어른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고레에다 감독에게 ‘브로커’는 한국어 대사와 한국의 풍경, 한국인 배우를 스크린에 담아낸 첫 작품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현장에서 송강호가 그날 편집본을 꼼꼼히 보고 피드백을 많이 줬다”며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송강호가 도와준 덕분에 불안을 극복하고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송강호는 “감독님이 처음부터 배우들에게 많은 피드백을 주면 본인에게 도움이 될 거란 이야기를 했다”며 “편집본을 보고 말씀드려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흔쾌히 ‘얼마든지 바라고 기다리고 있다’고 하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그간 영화 ‘박쥐’ ‘밀양’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심사위원상 등을 받을 때마다 곁을 지켰던 배우다. 7번 도전 끝에 ‘브로커’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그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은 “제가 뭔가를 했다기보다는 송강호 씨가 그간 이뤄냈던 성과”라며 “솔직히 제 영화로 받아서 송구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송강호는 “호명됐을 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은 패닉 상태가 몇 초간 이어졌다”면서 “이 감동을 야금야금, 천천히 느끼고 싶다”며 웃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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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로맨스 ‘칸의 남자들’ 금빛 귀향

    “한국 영화에 대한 팬들의 사랑과 성원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75회 칸영화제에서 한국 남자 배우로는 처음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가 30일 귀국했다. 이날 오후 영화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배우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이주영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는 “끊임없이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갖고 성원을 보내주는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칸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도 이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헤어질 결심’이 대중과 거리가 먼 예술영화란 선입견은 버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의 주연배우 박해일도 함께 입국했다. ‘브로커’ 팀이 먼저 귀국했고 이후 ‘헤어질 결심’ 팀이 입국했다. 이날 공항에는 칸영화제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쓴 송강호와 박 감독을 보기 위해 200여 명이 몰렸다. 송강호와 박 감독이 칸 트로피와 상장을 각각 들어올리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송강호는 “‘브로커’는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감독이 한국 배우들과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나라가 달라도 영화를 통해 같은 문화와 생각,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었다”며 “국적을 떠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사람, 감정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즐겨 달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자신이 대중영화를 만드는 감독임을 강조했다. 그는 ‘박쥐’ ‘아가씨’에 이어 세 번째로 칸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에 대해 “예술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국한될까 봐 걱정된다”며 “내가 만드는 영화는 대중을 위한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어쩌면 너무 영화가 재밌어서 칸영화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의 출연 배우들이 수상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박 감독은 “사실 제가 원했던 건 남녀 연기상이었다. 엉뚱한 상을 받게 됐다”며 “배우들이 상을 받으면 ‘저 감독과 일하면 좋은 상 받는구나’라는 인식이 생겨서 다음 작품 캐스팅할 때 도움이 된다. 그것을 바랐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박 감독에 대해 “오랜 영화적 동지이자 존경하는 분”이라며 “언젠가 같이 작업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감독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뒤이어 귀국한 박 감독은 그의 소감에 화답했다. “송강호 씨는 이미 외국인 감독님과 작업을 했고, 큰 상까지 받았습니다. 이제 국제 스타가 돼 버려서 저한테까지 차례가 돌아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로서는 언제나 함께 일하고 싶은 첫 번째 배우입니다.” 인천=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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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욱 금의환향 “엉뚱한 감독상, 사실 원했던 상은…”

    “한국영화에 대한 팬들의 사랑과 성원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생각이 듭니다.”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한국 남자 배우로는 처음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가 30일 귀국했다. 이날 오후 영화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배우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는 “끊임없이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고 성원을 보내주는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칸 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도 이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헤어질 결심’이 대중과 거리가 먼 예술영화란 선입견은 버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의 주연배우 박해일도 함께 입국했다. ‘브로커’ 팀이 먼저 귀국했고 이후 ‘헤어질 결심’ 팀이 입국했다. 이날 공항에는 칸 영화제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쓴 송강호와 박 감독을 보기 위해 200여명이 몰렸다. 송강호와 박 감독이 칸 트로피와 상장을 각각 들어올리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송강호는 “‘브로커’는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감독이 한국 배우들과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나라가 달라도 영화를 통해 같은 문화와 생각,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었다”며 “국적을 떠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람, 사회, 감정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즐겨 달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자신이 대중영화를 만드는 감독임을 강조했다. 그는 ‘박쥐’ ‘아가씨’에 이어 세 번째로 칸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에 대해 “예술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국한될까봐 걱정된다”며 “내가 만드는 영화는 대중을 위한 상업영화기 때문에 어쩌면 너무 영화가 재밌어서 칸 영화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의 출연 배우들이 수상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박 감독은 “사실 제가 원했던 건 남녀 연기상이었다. 엉뚱한 상을 받게 됐다”며 “배우들이 상을 받으면 ‘저 감독과 일하면 좋은 상 받는구나’라는 인식이 생겨서 다음 작품 캐스팅할 때 도움이 된다. 그것을 바랐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박 감독에 대해 “오랜 영화적 동지이자 존경하는 분”이라며 “언젠가 같이 작업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감독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뒤이어 귀국한 박 감독은 그의 소감에 화답했다. “송강호 씨는 이미 외국인 감독님과 작업을 했고, 큰 상까지 받았습니다. 이제 국제 스타가 돼버려서 저한테까지 차례가 돌아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로서는 언제나 함께 일하고 싶은 첫 번째 배우입니다.”}

    •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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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욱 “코로나 이겼듯 영화관 지켜내자”… 고레에다 감독 눈시울

    28일(현지 시간)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감독상 수상자로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호명되자, 박 감독은 ‘수상 베테랑’답게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시상자로 나선 덴마크 감독 니콜라스 빈딩 레픈은 그와 포옹한 뒤 영어로 비속어를 섞어가며 “정말 너무 멋지다”라고 말했다.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박 감독은 2004년에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엔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아 ‘깐느 박’이란 별명을 얻었다. 칸영화제에 초청된 건 이번이 네 번째로 홍상수 감독과 함께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가장 많이 초청된 한국감독이 됐다. 박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팬데믹을 버텨낸 영화인들을 위로하고 영화관과 영화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며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린 때도 있었지만 또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하게 됐다”며 “영화관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 질병을 이겨낼 희망을 가진 것처럼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 내리라 믿는다”고 했다. 객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울컥한 표정의 배우들과 감독들이 객석 곳곳에 보였다. 한국영화 ‘브로커’를 연출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손수건으로 보이는 것으로 눈물을 닦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는 폐막식 직후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와 함께 한국 기자들과 만나 ‘영화관의 소중함’에 대해 강조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영화관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오랜만에 가서 영화를 보니 영화라는 것에 소명의식이 생길 정도로 놀랍더라. 그래서 ‘헤어질 결심’은 영화가 영화일 수 있는 기본에 깊이 들어가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은 그의 전작들과 달리 폭력이나 수위 높은 정사 장면이 없다. 강력계 형사 해준(박해일)이 남편 사망 사건 용의자로 서래(탕웨이)를 수사하게 되면서 서로에게 느끼는 관심과 미묘한 감정을 다룬 영화는 대사 같은 직접적인 표현보단 표정의 미세한 변화와 작은 행동, 음악, 미장센으로 감정이 드러나게 하는 데 천착한다. 그가 에세이집 등을 통해 밝혔듯 ‘최소 표현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는 원칙을 적용하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요소는 걷어내며 박찬욱표 영화의 기본으로 돌아간 셈이다. 그는 수상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데뷔작을 내놓은 지 30년이 됐더라. 축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의 데뷔작은 가수 이승철 주연의 ‘달은 해가 꾸는 꿈’(1992년)으로, 흥행에 참패했다. 5년 뒤 ‘3인조’까지 연달아 실패하면서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폭망’했다”라고 표현하며 ‘형편없는 데뷔작’이라고 자평했다. 그런 그가 30년 만에 거장 중의 거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칸영화제 공식 소식지 스크린데일리가 경쟁부문 진출작 21편 중 ‘헤어질 결심’에 가장 높은 평점인 3.2점을 주면서 박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한때 나왔다. “아쉬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평점은 수상 결과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 경험이 많아서 잘 안다”며 특유의 ‘쿨한’ 말투로 답했다. 흥행에 대한 솔직한 마음도 드러냈다. “‘브로커’나 ‘헤어질 결심’이 한국에서 개봉할 때 많은 관객이 이름을 들어서 알고,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좋겠네요.(웃음)”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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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욱 “송강호와 다른 영화로 따로 오니 함께 상 받아”

    “한번 같이 (작업)해야죠. 13년 전 ‘박쥐’ 이후로 꽤 오래됐어요. 하하.”(송강호) “(캐스팅을) 거절만 하지 말아주세요.”(박찬욱) 제75회 칸영화제를 빛낸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28일(현지 시간) 시상식 직후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친밀함과 끈끈한 ‘케미’를 발산했다. 박찬욱은 “같은 영화로 왔다면 같이 (상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따로 왔으니 같이 받게 된 것 같아 더 재밌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수상자로 호명돼) 제가 일어났을 때 감독님이 뛰어오셔서 포옹하는데 감동적이었다”며 “감독님 눈빛을 보는 순간 너무 좋아하시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였다. 판문점의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사이에 둔 남북 군인들 사이에 벌어진 비극을 다룬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조선 인민군 육군 중사 오경필을 연기했다. ‘넘버3’ ‘반칙왕’ 등 이전 작품에서 주로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송강호는 진중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이미지를 반전시킨다. 작품 역시 590만 명이 관람하며 그해 최고 흥행 실적을 거뒀고 박찬욱도 스타감독 대열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첫 인연을 맺은 ‘공동경비구역 JSA’는 박찬욱, 송강호 모두에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준 셈이 됐다. 박 감독은 바로 다음 작품에서 또 송강호를 선택했다. 흥행으로 입지가 탄탄해진 박 감독이 자신의 기호를 유감없이 발휘한 첫 작품인 ‘복수는 나의 것’(2002년)에 캐스팅한 것. 송강호는 딸을 죽게 만든 유괴범을 쫓으며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아버지 동진을 연기해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복수는 나의 것’은 ‘올드보이’(2004년), ‘친절한 금자씨’(2005년)와 함께 박찬욱의 ‘복수 3부작’으로 불린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건 7년 만인 2009년 영화 ‘박쥐’에서다. ‘박쥐’는 박찬욱이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을 각색한 작품으로, 송강호는 육체적 욕망과 투철한 신앙심 사이에서 고뇌하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을 연기했다. ‘박쥐’는 2009년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아 두 사람이 나란히 칸 레드카펫을 밟게 해준 첫 작품이 됐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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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강호, 거장들의 ‘페르소나’… 박찬욱, 칸 3번째 수상 ‘깐느 박’

    송강호의 배우 인생“청소부라도 시켜달라” 연극 입문후드라마 출연않고 영화배우 외길 걸어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만나 연기 변신 경남 김해(현 부산 강서구)에서 나고 자란 송강호는 중학교 2학년 때 자신의 이야기를 재밌어하는 친구들을 보며 배우의 꿈을 꿨다. 23세이던 1990년 부산에서 극단 연우무대의 ‘최선생’을 본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다. 이듬해 연우무대 극장장이던 류태호에게 “청소부라도 시켜 달라”던 청년 송강호는 이로부터 31년 뒤 한국인 첫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단 한 편의 드라마에도 출연하지 않고 줄곧 영화배우 외길을 걸은 결과다. 1991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그는 ‘동승’을 시작으로 1996년까지 10여 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실력파 배우로 이름을 알린다. 1996년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단역으로 영화에 데뷔한 그는 1997년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에서 조폭 부하 ‘판수’ 역을 맡아 주목받았다. 이어 그해 영화 ‘넘버3’에서 말더듬이 깡패 ‘조필’ 역을 맡아 한국 대표 감초 배우로 떠올랐다. 이 영화에서 그의 “내가 현정화! 그러면 무조건 현정화야” 대사는 두고두고 회자됐다. 그는 넘버3로 그해 대종상 신인남우상,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송강호는 코믹한 이미지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쉬리’(1999년)에서 국가정보원 특수요원으로 변신했다. 당시 그의 연기가 배역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도 있었지만 ‘조용한 가족’(1998년)에서 가능성을 본 김지운 감독이 ‘반칙왕’(2000년) 주연으로 그를 캐스팅한다. 송강호의 첫 주연 작품이다. 송강호는 한 인터뷰에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지만 가장 힘들었던 영화는 단연 ‘반칙왕’이다. 주변 시선을 느꼈기에 스스로 더 채찍질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거장 감독들의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한다. ‘조용한 가족’ 이후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밀정’(2016년)에 잇달아 출연한다. 박찬욱 감독과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이후 ‘복수는 나의 것’(2002년), ‘박쥐’(2009년)를 찍었다. 봉준호 감독과는 ‘살인의 추억’(2005년)을 시작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괴물’(2006년), ‘설국열차’(2013년)에 이어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 석권한 ‘기생충’(2019년) 작업을 함께했다.박찬욱의 감독 여정 복수 3부작 등 자신의 취향에 충실‘올드보이’ 칸 심사위원대상으로 세계 주목장르 넘나들며 할리우드 등 진출칸영화제에서만 올해 세 번째로 트로피를 들어올려 ‘깐느 박’으로 통하는 박찬욱 감독(59)은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취향에 충실한 영화를 제작해온 그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그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은 29세 때 찍은 ‘달은…해가 꾸는 꿈’(1992년)이다. 가수 이승철, 나현희가 출연한 이 작품은 흥행에 참패하고 평단의 호응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부진한 성적으로 생계형 평론가로 활동하던 그는 5년 뒤 ‘삼인조’(1997년)를 내놓았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를 충무로가 주목하는 감독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관객 590만 명을 동원해 그해 최고 흥행작이 된 이 작품은 제5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다. 흥행 감독으로 입지를 굳힌 박 감독은 이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치기 시작한다. ‘복수는 나의 것’(2002년)을 시작으로 원죄와 복수, 구원을 소재로 한 ‘복수 3부작’을 선보인다. ‘복수는 나의 것’은 흥행에 실패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한 ‘올드보이’(2003년)를 선보인다. ‘올드보이’가 200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박 감독은 칸과 첫 인연을 맺게 된다. 복수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한 ‘친절한 금자씨’(2005년)는 “너나 잘하세요”라는 명대사를 낳으며 제62회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박쥐’(2009년)는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박찬욱은 당시 인터뷰에서 “‘박쥐’는 그동안 찍었던 작품 중 가장 좋았다. 왜냐면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6년에는 영국 소설가 세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를 각색한 영화 ‘아가씨’를 선보였다. 김민희 김태리 주연의 이 영화는 제69회 칸영화제에 초청됐지만 수상하지는 못했다. 최근 세계 영화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그는 장르를 넘나들며 영미권에도 진출했다. 미국 할리우드에선 니콜 키드먼, 미사 바시코프스 주연의 ‘스토커’(2013년), 영국 BBC 첩보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2018년)을 연출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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