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이지훈 기자

동아일보 DX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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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무용 등 공연업계를 취재합니다.

easyhoon@donga.com

취재분야

2024-04-07~2024-05-07
문화 일반64%
인사일반7%
인물/CEO3%
패션3%
음악3%
사회일반3%
기타17%
  • ‘라이온 킹’ 동물 이야기? 사람 이야기!

    “관객들은 극장을 휘감는 음향과 무대 위 아름다움에 감동할 겁니다.” 여성 연출가 최초로 토니상을 거머쥔 줄리 테이머가 내놓은 뮤지컬 ‘라이온 킹’이 본고장 미국 브로드웨이 버전 그대로 4년 만에 내한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26일 개막하는 ‘라이온 킹’은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25년간 누적 관객 수 1억1000만 명을 돌파했다. 원작인 애니메이션 서사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아프리카 분위기를 살린 여러 장치들로 공연 예술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뮤지컬 ‘라이온 킹’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 극 관통하는 ‘Circle of Life’ 극의 시작과 끝에 울려 퍼지는 대표 넘버 ‘Circle of Life(생명의 순환)’는 라이온 킹 전체를 관통한다. 대지에서 태어난 생명들이 삶과 죽음 사이 무수한 순환을 거쳐 살아간다는 의미를 가사에 담았다. ‘생명의 순환’ 메시지는 이야기 전개뿐 아니라 무대 연출 곳곳에서 묻어난다. 극이 전개되는 주 공간은 아기 사자의 탄생을 알리는 절벽 ‘프라이드 록’, 죽음과 폐허를 상징하는 ‘코끼리 무덤’이다. 두 공간은 상반된 의미를 지녔지만 둘 다 회전형 계단을 활용해 디자인했다. 인터내셔널 투어 한국 제작자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는 “생명과 죽음이 단절돼 있지 않고 연결돼 있음을 디자인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동물 나오지만 ‘사람 이야기’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들은 화려한 ‘퍼핏’(인형)으로 생생하게 재현된다. 퍼핏은 아프리카의 전통 마스크, 인도네시아 그림자극, 일본 전통인형극 분라쿠 등에서 영감을 받은 테이머가 직접 디자인했다. 150분의 러닝 타임 내내 총 225개의 퍼핏이 등장한다. 51명의 배우가 퍼핏을 번갈아 쓰며 220여 개의 배역을 연기한다. 수제 퍼핏을 만드는 데는 1만7000시간이 들었다. ‘라이온 킹’은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결국 ‘사람 이야기’다. 이를 무대에서 구현하기 위해 테이머는 휴매니멀(Human, animal을 합친 말)과 이중노출이라는 연출기법을 활용한다. 분장이나 전신의상을 통해 배우를 동물로 변신시키지 않고 동물 퍼핏을 조정하는 배우의 얼굴과 몸을 그대로 노출시키며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 펠리페 감바 디즈니 공연그룹 총괄이사는 “배우들의 얼굴, 몸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조명하는 건 ‘라이온 킹’이 동물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안무 음향 분장에 깃든 ‘아프리칸 디테일’ 1994년 상영된 원작 애니메이션은 사자 심바의 밝은 털색과 황금색 갈기가 백인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백인 중심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뮤지컬은 다르다. 심바의 보디 페인팅은 마사이족의 전통 문양, 암사자 날라의 의상 역시 화려한 장신구와 구애의 춤으로 유명한 워다베족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배우들은 남아프리카 배경을 가진 이가 많다. 주요 배역인 라피키 역의 푸티 무쏭고, 무파사 역의 음토코지시 엠카이 카니일레, 날라 역의 아만다 쿠네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다. 대표 넘버 ‘Circle of Life’는 남아프리카 토착 언어 줄루어로 시작되고 젬베 등 아프리카 토속악기를 활용해 음향을 입혔다. 제작진 역시 남아프리카를 포함해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들이 포진돼 있다. 안무를 맡은 가스 페이건은 자메이카, 음악감독 레보 엠은 남아공, 무대디자이너 리처드 허드슨은 짐바브웨 출신이다. 8세 이상 관람가. 3월 18일까지. 6만∼18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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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들리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저자는 음성(音聲)을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다. 두 살 때 선천성 난청 진단을 받은 그는 학교에 입학하기 훨씬 전부터 듣기와 말하기 교실을 다니며 비장애인과 대화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다른 아이처럼 어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모방할 수 없었던 저자는 좌절을 겪는다. 말의 높낮이, 박자, 발음…. 비장애인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말의 요령을 체득하지만 저자에겐 말하는 매 순간이 ‘발음 시험’만 같았다. 진심을 담아 마음을 전해도 그에게 돌아오는 건 발음에 대한 칭찬 혹은 조롱뿐이었다. 말을 건넬 때마다 상대의 반응을 살펴야 했던 그에게 대화는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닌 그나마 발음할 수 있는 단어들을 조합한 문장에 지나지 않았다. 그랬던 저자의 태도가 달라진 건 사진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사진가가 된 저자는 발음 기관을 통해 내는 소리가 아닌 다른 형태의 ‘목소리’를 찾게 된다. 각자 다른 장애를 가진 몸을 격렬하게 부딪치는 장애인 레슬러들, 긴 포옹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다운증후군 아이, 눈썹을 일그러뜨리는 표정으로 뉘앙스를 전하는 자폐증에 걸린 소년을 찍었다. 저마다 다른 몸을 가진 이들이 자신이 가진 감각을 동원해 타인과 교류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들어야 한다”는 오랜 강박에서 차츰 벗어난다. 대화의 수단이 목소리라면 목소리는 반드시 음성이 아니어도 된다. 눈빛, 표정, 감촉, 호흡 등 다양한 감각도 목소리가 될 수 있다.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다름을 서로 받아들이면서 관계를 맺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들을 수 없었기에 더욱 타인에게 귀를 기울였던 저자의 삶은 ‘목소리 순례’ 그 자체였다. 듣는 대신, 보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감각을 사용해 타인과의 교류에 성공한다. 주로 일부 신체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사실 이 책은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 쓰였다. 열린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폭포수처럼 쉼 없이 흘러내리는 감각의 세계를 느끼지 못하는 건 어쩌면 우리일 수 있겠다”(소설가 김연수)는 생각을 하게 된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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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년 베테랑과의‘논쟁’…이상윤 “효과적인 방법 찾을 겁니다”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연극 무대에 선 건 처음이었다. 관객석은 그저 어두운 공간이었다. 매 공연 관객들은 빽빽하게 앉아 있었지만 얼굴은커녕 형체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1년 뒤, 2년째 무대에 서고 있는 그 배우의 시야는 점점 밝아져 이젠 4~5번째 줄에 앉은 관객들의 표정도 선명하다. 연극 ‘라스트 세션’(Freud’s Last Session)에서 열연 중인 배우 이상윤(41)의 이야기다.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C.S.루이스 역을 맡은 그를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 TOM 지하의 대기실에서 만났다. ‘라스트 세션’은 미국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쓰고 오경택이 연출한 작품으로 작년에 첫 공연을 올렸다. 1939년 9월 3일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날이 배경이다.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자 옥스퍼드대 교수인 루이스가 정신분석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서재를 찾아와 격론을 펼치는 2인극이다. 프로이트 역은 신구·오영수, 루이스 역은 이상윤·전박찬이 맡았다. 이상윤이 맡은 루이스는, 당시 83세였던 프로이트가 설파하는 허무주의적 무신론에 맞서 “신은 실재(實在)한다”고 기독교 변증을 펼치는 인물이다. “루이스는 굉장히 열정적이면서 승부욕이 있는 사람이에요. 자기가 가진 철학에 대해 단단하다고 느꼈어요. 무엇보다 신을 믿는 것에 진심이고, 그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하려 굉장히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지난해 첫 공연을 준비하던 그는 루이스의 일생을 다룬 영화 ‘섀도우랜드’(1993)를 여러 번 보고 연극의 원작인 책 ‘루이스 vs. 프로이트’도 두 번 넘게 읽었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재공연을 준비할 때는, 실존 인물로서의 루이스를 탐구하기 보다는 각본 자체에 집중하기로 한다.“실존 인물의 특성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이건 연극이니까요. 상대 배우와의 호흡과 진심을 담은 대사, 장면과 장면 사이 이어지는 감정선 같은 것을 정리해서 머릿속에 담아두려고 했어요.” ‘라스트 세션’은 종종 ‘말로 하는 펜싱 경기’에 비유되곤 한다. 과학과 이성을 믿는 무신론자와 신의 존재를 확신하는 유신론자가 칼이 아닌 말로 힘을 겨루는 2인극이기 때문이다. 무력이 아닌 논리로 무장한 두 사람이 벌이는 논쟁이 달아오를수록 극은 흥미진진해진다. “이 작품은 결국 루이스와 프로이트, 두 사람의 텐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펜싱 경기를 보면 검투사가 맞붙는 순간도 있지만, 잠시 떨어져서 서로를 견제하며 상황을 파악할 때도 있잖아요. 경기를 보는 사람은, 그런 순간에도 긴장하고 집중하게 되거든요. ‘말의 경기’도 마찬가지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그와 맞붙은 논적(論敵)들은 만만치 않은 상대다. 무대 경력만 60년이 넘는 베테랑 배우 신구와 오영수. 그에 따르면 두 노배우는 싸우는 수법이 달랐다. 각각 다른 두 사람에 맞서는 그는 적수에 따라 다른 무기를 꺼내야 했다.“신구 선생님은 뜨거운 열정이 넘치는 프로이트예요. 그래서 선생님과 논쟁할 땐 저까지 뜨거워지고…. ‘에너지 싸움’ 같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반면 오영수 선생님은 확 밀어붙이기 보다는 대사를 잘게 씹어서 휙 던지는 타입이세요. 마치 두뇌 싸움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토론은 85분간 이어지지만 늘어지는 법이 없다. 팽팽한 긴장이 이어지는 중간에 위트도 넘쳤다. 하지만 배우들은 한 번의 멈춤 없이 무대 위에서 A4용지 4페이지 분량의 대사를 연기한다. 극이 끝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무사히 끝났구나. 치열하게 싸웠구나. 이런 기분이 들고…. 일단 대기실에 들어오면 털썩 주저앉게 되더라고요. 잠깐 앉아 있어야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어요.(웃음) 끝나고 집에 가면 대부분 뭘 먹게 되더라고요. 맥주 한 캔이나 과자 하나라도 집어먹었어요.”7일 개막한 연극 ‘라스트 세션’은 3월 6일까지 공연된다. 노련한 무신론자에 맞서는 젊고 확신에 찬 신학자를 연기하는 그의 고민은 보다 더욱 정교한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다.“논쟁하는 두 사람이 대등해야 관객들도 보는 재미가 있겠죠? 끝까지 가장 효과적인 논쟁 방법을 찾을 예정입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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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수 하정우… 넷플릭스 올해 한국작품 25편 선보여

    ‘오징어게임’ ‘지옥’ 등 지난해 세계에 K콘텐츠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가 올해 25편의 한국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인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공개될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25편을 소개했다. 강 총괄은 “넷플릭스에 한국 콘텐츠는 이젠 없어선 안 될 정도로 중요해졌다”며 “올해는 작년과 다르게 직접 기획, 제작하는 콘텐츠를 멈춤 없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선보이는 작품에는 좀비물 법정스릴러 SF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물과 화제작의 리메이크작도 포함돼 있다. 28일 공개되는 학원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을 시작으로 소년범을 다룬 김혜수 김무열 주연의 ‘소년심판’,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의 리메이크 버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연달아 공개한다. 안방극장에서 보기 힘든 톱스타들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대거 볼 수 있게 됐다. 하정우 황정민 주연의 드라마 ‘수리남’과 설경구가 출연하는 영화 ‘야차’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드라마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올해 SF 영화 ‘정이’를 선보인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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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이 되고자… 뒤틀린 욕망들이 휘몰아친 100분

    움츠러든 왼팔과 곱사등을 가졌지만 왕가의 혈통을 지닌 자. 목숨을 바쳐 싸웠지만 사랑도 인정도 받지 못한 사람. 아무도 돕지 않기에 스스로를 돕기로 작정한 인물. 형과 조카들을 살해해 왕위에 오른 영국 요크가의 마지막 국왕 리차드 3세를 주인공으로 한 셰익스피어 희곡 원작의 연극 ‘리차드3세’가 11일 개막했다. 배우 황정민이 연기하는 리차드는 왕관을 지키기 위해 어떤 윤리적 한계도 단숨에 뛰어넘어 내달리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악인(惡人), 조금 독특하다. 독백과 방백을 통해 리차드의 속마음을 듣는 관객은 그를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된다.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포장하는 법이 없다. 스스로 악한 줄 아는 악인이다. “비뚤어진 게 아니라 뒤틀린 것”이라 할 뿐, 위선자나 파렴치한은 아니다.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리차드는 가족도 부하도 믿지 못한 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벌인다. “충성을 맹세하는 자보단, 황금을 믿는 자가 더 낫지.” 그래서일까. 이 악인의 추락이 마냥 통쾌하지만은 않다. 셰익스피어의 언어 위에 탄생한 대사들엔 강한 여운이 남는다. “악을 택하고 선을 그리워하는 편이 낫다”, “악행은 내가 저지르고 통탄할 책임은 남에게 미루는 방법”, “나의 죄를 묻는 그대들의 죄를 묻고자 한다”. 무대 위 배우도, 객석의 관객도 맘 편히 듣기 힘든 내용이다. 불구를 연기하는 황정민의 집요함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검지와 중지를 구부린 왼손은 망토 안에 잠시 숨겨진 순간에도 펴지는 법이 없다. 절뚝이는 걸음걸이도 흔들림 없다. 황정민의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다. 다른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도 작품에 힘을 더한다. 요크가에 멸문지화를 당한 마가렛 왕비를 연기한 소리꾼이자 배우인 정은혜의 한(恨) 서린 ‘소리’는 강렬하다. “그대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는가?” 극 중 인물들 그리고 관객을 향해 울부짖는다. 리차드의 형수로 그와 대립하는 엘리자베스 왕비 역을 맡은 장영남 역시 두 아들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날 선 연기를 선보인다. 극의 기승전‘결’은 커튼콜에 이르러서야 완성된다. 100분간 구부정한 허리와 뒤틀린 다리로 무대를 휘젓던 리차드, 깊숙한 무대 뒤에서 발소리를 내며 거칠게 달려나오다 이윽고 허리를 들어올려 꼿꼿한 자세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배우 황정민이 돌아온 것이다. 벌게진 그의 얼굴엔 격정과 환희, 감격이 스치고,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허리를 숙일 때 비로소 연극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다음 달 1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4만∼9만 원, 14세 이상 관람가.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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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2년생 김지영’ 최근 5년 해외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문학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최근 5년간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한국문학 작품인 것으로 집계됐다. 조남주 작가(사진)가 쓴 ‘82년생 김지영’은 대표적인 여성주의 소설로 꼽힌다. 한국문학번역원은 2016∼2020년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 가운데 ‘82년생 김지영’이 10개 언어권에서 30만 권 이상 팔렸다고 18일 밝혔다. 이 가운데 20만 권 이상은 일본에서 판매됐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13개 언어권에서 16만 권 이상 나갔고, 손원평의 ‘아몬드’는 일본에서만 9만 권 넘게 팔렸다. 9개 언어권에서 출간된 정유정의 ‘종의 기원’은 브라질 현지에서만 2만 부 이상 판매됐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지난해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과 독일 추리문학상 국제부문을 수상했고, 독일에서 출간 후 1년간 1만 권 넘게 팔렸다. 번역원은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 작품 658종(37개 언어권) 가운데 75%의 판매량을 조사했다. 누적 판매 부수가 5000권이 넘는 작품은 34종이었다. 지난해 5000권 이상 나간 작품은 16종이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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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 년 동안의 고독’ 작가 마르케스 숨겨진 딸 있었다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유명한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2014·사진)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사후 8년 만이다. 콜롬비아 매체 엘우니베르살은 16일(현지 시간) 마르케스가 약 30년 전 멕시코 출신 작가이자 언론인 수사나 카토와의 사이에서 딸을 얻었다고 밝혔다. AP통신도 17일 마르케스의 유족을 통해 혼외자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마르케스와 카토는 영화 두 편의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했고 1996년 카토가 마르케스를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 태어난 두 사람의 딸 인디라 카토는 현재 멕시코시티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198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마르케스는 메르세데스 바르차 파르도와 1958년 결혼해 두 아들을 뒀다. 부부는 결혼 후 멕시코시티에 정착했고 2014년 마르케스가 세상을 뜬 뒤 파르도도 2020년 사망했다. 그 당시 마르케스가 14세일 때 당시 9세이던 파르도에게 청혼한 이야기, 부부가 가난했던 시절 ‘백 년 동안의 고독’ 원고 발송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파르도가 헤어드라이어를 전당포에 맡겼던 일화가 다시 알려지기도 했다. 한데 마르케스가 결혼생활 중 다른 여성과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1947년 소설 ‘세 번째 체념’으로 등단한 콜롬비아 출신의 마르케스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유명하다. 남미의 현실을 몽환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그의 대표작인 ‘백 년 동안의 고독’은 1967년 출간 이후 25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5000만 부 이상 팔렸다. 또 다른 그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2007년 동명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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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마르케스, 사후 8년만에 숨겨진 딸 공개돼

    소설 ‘백년의 고독’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2014·사진)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사후 8년 만이다. 콜롬비아 매체 엘우니베르살은 16일(현지시간) 마르케스가 약 30년 전 멕시코 출신 작가 겸 언론인 수사나 카토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AP통신에서 17일 마르케스의 유족들을 통해 ‘혼외자 존재’가 사실임을 확인했다는 추가 보도가 나왔다. 1983년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마르케스는 1958년 메르세데스 바르차 파르도와 결혼해 두 아들을 뒀다. 부부는 결혼 후 멕시코시티에 정착했고 2014년 마르케스가 먼저 세상을 뜬 뒤 2020년 8월 파르도도 작고했다. 파르도가 별세했을 당시 14살의 마르케스가 9살의 파르도에게 청혼한 이야기와 부부가 가난했던 시절 ‘백년의 고독’ 원고 발송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파르도가 헤어드라이어를 전당포에 맡겼던 일화가 다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마르케스가 결혼생활 도중 다른 여성과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마르케스와 카토는 영화 두 편의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했고, 1996년엔 언론인인 카토가 마르케스를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 두 사람이 낳은 딸 인디라 카토는 현재 멕시코시티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콜롬비아 출신인 마르케스는 1947년 소설 ‘세 번째 체념’으로 등단했으며 콜롬비아 데일리 등의 매체에서 기자를 하다가 1982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은 ‘백 년의 고독’이 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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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희대의 악인…마냥 미워할 수 없는 이유

    움츠러든 왼팔과 곱사등을 가졌지만 왕가의 혈통을 지닌 자. 목숨을 바쳐 싸웠지만 사랑도 인정도 받지 못한 사람. 아무도 돕지 않기에 스스로를 돕기로 작정한 인물. 형과 조카들을 살해해 왕위에 오르는 영국 요크가의 마지막 국왕 리차드 3세를 주인공으로 한 셰익스피어 희곡 원작의 연극 ‘리차드3세’가 11일 개막했다.배우 황정민이 연기하는 리차드는 왕관을 지키기 위해 어떤 윤리적 한계도 단숨에 뛰어넘어 내달리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악인(惡人), 조금 독특하다. 독백과 방백을 통해 리차드의 속마음을 듣는 관객은 그를 마냥 미워할 수 없게 된다.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포장하는 법이 없다. 스스로 악한 줄 아는 악인이다. “비뚤어진 게 아니라 뒤틀린 것”이라 할 뿐, 위선자나 파렴치한은 아니다.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리차드는 가족도 부하도 믿지 못한 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벌인다. “충성을 맹세하는 자보단, 황금을 믿는 자가 더 낫지.” 그래서일까. 이 악인의 추락이 마냥 통쾌하지 만은 않다.셰익스피어의 언어 위에 탄생한 대사들엔 강한 여운이 남는다. “악을 택하고 선을 그리워하는 편이 낫다” “악행은 내가 저지르고 통탄할 책임은 남에게 미루는 방법” “나의 죄를 묻는 그대들의 죄를 묻고자 한다.” 무대 위에서 오가는 대사들이지만 무대 밖 관객도 마냥 마음 편히 듣기 힘든 내용들이다. 불구를 연기하는 황정민의 집요함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검지와 중지를 구부린 왼손은 망토 안에 잠시 숨겨진 순간에도 펴지는 법이 없다. 절뚝이는 걸음걸이도 흔들림 없다. 황정민의 존재감이 워낙 압도적이라 다른 인물엔 눈길이 가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요크가에 멸문지화를 당한 마가렛 왕비를 연기한 정은혜의 한(恨) 서린 ‘소리’는 살아남는다. “그대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는가?” 극중 인물들 그리고 관객을 향해 울부짖는다.극의 기승전‘결’은 커튼콜에 이르러서야 완성된다. 100분간 구부정한 허리와 뒤틀린 다리로 무대를 휘젓던 리차드가 무대 뒤로부터 발소리를 내며 거칠게 달려 나오다, 무대 끝에선 허리를 들어올려 꼿꼿한 자세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돌아온 배우 황정민. 벌게진 얼굴엔 격정과 환희, 감격이 스친다.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허리를 숙일 때 관객들은 비로소 연극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다음 달 1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4~9만 원, 14세 이상 관람가.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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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 이정재’ 작품 곧 개봉… 배우감독 시대

    무대나 화면 뒤에서 연출하는 ‘배우 감독’이 늘고 있다. 배우들이 감독이나 작가가 만든 배역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작품 제작에 뛰어들며 활동 반경을 넓히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화계에선 연기가 아닌 연출로 활약하는 ‘배우 감독’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엔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연출한 조은지에 이어 배우 박정민 손석구 이제훈 최희서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의 기획 ‘언프레임드’를 통해 직접 연출한 단편영화를 선보였다. 올해는 이정재가 처음 연출한 첩보 영화 ‘헌트’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를 제작한 정우성도 이번엔 영화 ‘보호자’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다. 언프레임드를 제작한 하드컷 김유경 대표는 “생각보다 많은 배우들이 작품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며 “이번 기획엔 자신만의 감각이나 시선이 있는 배우들에게 연출을 맡기려 했다”고 했다. 언프레임드는 영화 ‘건축학개론’, ‘파수꾼’으로 유명한 배우 이제훈이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흥행 감독이 아닌 이상 감독의 이름만으로 작품을 널리 알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은 흥행 전작 없이도 화제몰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표희선 왓챠 프로듀서는 “단편 영화가 주목받는 게 쉽지 않은데 아무래도 팬들이 먼저 홍보해주면 초기에 작품이 알려지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배우의 이름만으로 최종적인 흥행을 보장하긴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배우가 연출한다는 사실이 화제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관객을 만족시키려면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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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작들 줄줄이… 올해는 눈도 귀도 호강하겠네

    《올해 공연 라인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위축됐던 지난해와 달리 풍성함을 자랑한다. 4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갖는 뮤지컬 ‘라이온 킹’과 프랑스 오리지널팀의 ‘노트르담 드 파리’, 지난해 미국 토니상 트로피를 휩쓴 뮤지컬 ‘물랑루즈’ 라이선스 국내 초연까지…. 해외 유명 대작들이 연달아 한국 관객을 찾는다. 세계 4대 발레단 중 하나인 파리오페라발레단 아시아 최초 에투알(최고 수석무용수)에 오른 발레리나 박세은의 내한 공연도 펼쳐진다.》○ 세계적 뮤지컬 대작의 귀환 이달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라이온 킹’은 여성 연출가 최초로 토니상을 수상한 줄리 테이머를 비롯해 오리지널 제작진, 배우들이 그대로 참여한다. 주술사 라피키가 오프닝넘버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를 열창하고 가젤, 기린 등 숱한 동물들이 붉은 태양을 배경으로 무대에 오르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다. ‘하쿠나 마타타’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이트’ 등 킬링 넘버들도 만나볼 수 있다. 3월 18일까지 서울 공연이 이어지고, 4월엔 부산 드림씨어터로 옮겨가 지방 팬들을 만난다. 빅토르 위고의 장편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도 다음 달 25일부터 3월 13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무대에 오른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송스루(song through)’ 뮤지컬로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 ‘대성당의 시대’ 등 대표 넘버들을 즐길 수 있다. 지난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해 트로피 10개를 휩쓴 ‘물랑루즈’의 라이선스 공연도 올 12월 국내 초연된다. 1890년대 프랑스 파리의 클럽 물랭루주를 배경으로,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를 마돈나, 아델, 레이디 가가 등 팝스타의 명곡으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로알드 달의 동화가 원작인 ‘마틸다’(10월)도 2018년 국내 초연 이후 4년 만에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재공연된다. 창작 뮤지컬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의 인생을 담아낸 ‘프리다’가 2월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소아마비와 교통사고로 평생을 아픈 몸으로 살았지만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녀의 삶이 무대로 꾸며진다. 주인공 프리다 역에는 최정원, 김수향이 캐스팅됐다. ○ 오영수·신구·남명렬, 연극 무대 빛내는 노(老)배우들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쥔 배우 오영수와 배우 신구의 연극 ‘라스트 세션’이 3월까지 서울 대학로 티오엠에서 열린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크문트 프로이트(신구, 오영수)와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 S 루이스(이상윤, 전박찬)가 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해 토론하는 2인극이다. 연극계의 대부 배우 남명렬도 무대에 선다. 청각장애인 막내아들에게 수화를 가르치지 않고 언어에 적응하며 살도록 키워온 한 유대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에서 아버지 역을 맡는다. 2년 만에 재공연되며 이달 18일부터 서울 국립정동극장 무대에 오른다. 동명 소설 원작으로 유명한 ‘82년생 김지영’(8월)과 ‘채식주의자’(9월)도 연극으로 재탄생한다.○ ‘파리의 별’ 발레리나 박세은 내한 세계 최정상 발레단인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352년 역사상 아시아인 최초로 에투알에 오른 발레리나 박세은이 한국을 찾는다. 입단 10년 만에 에투알이 된 박세은은 발레단 동료 에투알 무용수들과 함께 ‘파리오페라발레, 2022 에투알 갈라’(7월)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립발레단은 ‘주얼스’ 국내 초연을 시작으로, ‘고집쟁이 딸’ ‘허난설헌’ ‘지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10개의 작품을 선보인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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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운상가 사람들과 MIT 공대생이 잠수함을…

    사람들은 자신의 적성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무겁고 진지한 글만을 써왔던 희곡 작가가 빵빵 웃음을 터뜨리는 코미디극 연출가가 되기도 한다. 최원종 연극연출가(46·사진)가 그런 사람이다. 2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메이드 인 세운상가’는 그의 코미디 신작이다. 작품은 1986년 북한이 댐을 무너뜨려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겠다”고 거짓 위협한다 주장한 전두환 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10일 종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최 연출가는 “상황은 우스꽝스럽지만 맘 편히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라며 “사람들이 마주하는 역사의 딜레마는 이 시대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대학로에서 ‘진지함의 대명사’로 불렸다. 200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독립·예술영화를 좋아했던 작가였다. 코미디극은 ‘삶을 희화화시킨다’는 이유로 싫어했다. 그런 그가 코미디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솔직했다. “사람들이 제 작품을 안 보니까요.” 그는 “관객을 웃게 해주고 싶은데 왜 관객들을 힘들게만 하는 걸까 하는 마음이 항상 나를 괴롭혔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와중에 희곡 작가 이만희가 “어두운 작품을 잘 쓰니 코미디도 잘 쓸 것 같다”고 그에게 조언했다. 그때부터 최 연출가는 단순히 사람을 웃기는 개그가 아닌 ‘지질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코미디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그는 “살면서 제가 처했던 상황을 아주 솔직하게 쓰니까 사람들이 보고 좋아해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불면증에 걸렸던 20대 후반, 그는 긴 밤을 때울 ‘킬링 타임’용으로 공포 영화를 즐겼다. 그 과정에서 코미디의 본질을 깨닫게 됐다. 그는 “살인마나 재난에 쫓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공포물도 죽음이라는 두려움에 맞선 인간의 본성을 그린다”며 “코미디 역시 웃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의 중요한 부분을 건드리는 장르”라고 말했다. ‘메이드 인 세운상가’ 역시 같은 맥락의 작품이다. 북한의 ‘서울 물바다’ 협박으로 서울올림픽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정부의 발표에 서울을 지키겠다며 잠수함 제조에 나선 세운상가 사람들의 이야기다. 반공 사상이 투철한 포르노 유통업자와 반독재 저항정신으로 똘똘 뭉친 입양아 출신의 메사추세츠 공대생이 극을 이끈다. 최 연출가는 “서로 다른 신념과 배경, 목적을 가진 두 사람이 ‘잠수함 건조’를 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며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만의 선택을 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의 관객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물바다, 반공, 반독재…. 그는 “소재 자체는 다소 무게감이 있지만, 평범한 시민들이 직접 잠수함을 만든다는 우스꽝스러운 설정이 관객의 웃음을 유발할 것”이라며 “코미디에 단련된 배우들도 깔깔대며 웃었다”고 자신했다. 30일까지. 전석 4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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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영수 “내게 종교는 연극”… 수상 다음날도 무대로

    11일 오후 9시 40분 약 90분간 이어진 연극 ‘라스트 세션’이 끝나자 백발의 배우 오영수(78)는 무대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였다. 300여 명의 관객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이날 함께 열연한 배우 이상윤(40)이 다가와 허리를 숙이자 손을 맞잡으며 어깨를 다독였다. 이날 그는 죽기 직전까지 과학과 이성을 놓지 않은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연기했다. 특유의 리드미컬한 화법을 구사한 그는 공연 전 사전 인터뷰에서 “잠시 자제력을 잃었었는데 이 연극을 만나 다시 중심을 잡게 됐다. 내게 종교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오영수는 평소와 같이 공연 4시간 전 극장에 도착했다. 기자들이 몰려들자 그는 극장 외부 계단으로 서둘러 내려갔다. 7일 개막한 이 연극은 오영수가 ‘오징어게임’ 이후 선택한 첫 작품이다. 정신분석학의 대가 프로이트와 소설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작가 C S 루이스가 만나 신의 존재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2인극이다.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쥔 후에도 변함없이 무대로 향한 것. 제작사에 따르면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이 알려진 10일, 이달 남은 11회 차 공연이 모두 전석 매진됐다. 50여 년간 연극 외길을 걸어온 오영수가 세계적인 상을 받자 연극계 안팎에선 축하가 쏟아졌다.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 역을 그와 번갈아 맡은 배우 신구는 “오영수와 1960년대 후반부터 알고 지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차분히 실력을 쌓는 모습은 똑같다”고 했다. 연극 ‘3월의 눈’에서 오영수와 함께 작업한 희곡 작가 배삼식은 “무대 위에 서는 것을 기쁨으로 누리는 배우”라고 했다. 2011년 초연 당시 87세의 나이로 주인공을 맡은 장민호 배우가 끝까지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불안했던 배 작가는 오영수에게 ‘언더스터디’(주연 배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신 투입되는 배우)를 제안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무대에 선다는 기약이 없는 언더스터디를 모두가 고사했지만 당시 45년 차 배우였던 오영수는 ‘장 선생님 작품인데 무조건 해야지’ 하며 승낙하셨습니다. 무대와 연기에 진심인 배우시죠.”(배 작가) 외신은 오영수의 수상을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주요 장면으로 꼽았다. CNN방송은 “오징어게임의 스타 오영수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할아버지 오영수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상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극중 오영수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다”며 “그의 연기 이력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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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타도 마다않는, 무대에 참 진심인 배우”…동료-선후배가 본 오영수

    “그 양반은 안(內)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에요.”배우 오영수(78)와 더블 캐스팅으로 연극 ‘라스트 세션’ 프로이트 역을 맡은 배우 신구(86)는 “배우 오영수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신구는 “오영수는 외부로 화려하게 부각된 배우는 아니었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실력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 내공이 쌓인 게 이제 보여졌던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그 양반이 70살 넘게 오랫동안 연극해왔지만 아주 차분한 사람”이라며 “60년대 후반부터 알고 지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했다.한국 배우 최초 골든 글로브 TV부문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오영수는 1967년 극단 ‘광장’에 입단한 후로 50여 년 간 주로 연극 무대서 활동했다. 연극인 외길만 걸어온 오영수가 세계적인 상을 받자 연극계에서는 축하의 말과 각종 미담이 터져 나왔다.연극 ‘3월의 눈’(2011)에서 오영수와 함께 작업한 배삼식 희곡작가는 “선생님은 무대 위에 서는 것을 즐거움과 기쁨으로 누렸던 배우”라고 했다. 연극 ‘3월의 눈’은 노부부의 이별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2012년 작고한 배우 장민호의 유작이기도 하다. 당시 88세였던 장민호가 끝까지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불안했던 배 작가는 오영수에게 ‘언더스터디’(메인 배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신 투입되는 배우)를 제안했는데 흔쾌히 받아드렸다고 한다. 그는 “무대에 설 수 있을지 기약도 할 수 없는 언더스터디를 다른 분들은 다 못한다고 했는데 44년차 배우셨던 선생님이 ‘장민호 선생님 작품인데 뭐든 하겠다’고 흔쾌히 승낙해주셨다”며 “무대와 연기에 참 진심이셨는데 그 보답을 상으로 받으셨다”고 했다. 30년지기 친구이자 국립극단 동료였던 배우 김재건(75)은 “한 달 전 골든 글로브 후보 올랐다고 해서 축하한다고 전화했더니 영수 형이 호탕하게 웃으며 ‘설마 타겠냐’고 했는데 진짜 탔다”며 “작품상도 탈 수 있었는데 오직 영수 형만 탔으니 대단하다”며 웃었다. 90년대에 국립극단에서 오영수와 함께 무대에 섰던 그는 “영수 형은 평소 성격이 유하고 후배를 참 아끼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연극을 하는 후배 배우들에게도 ‘언젠가 하다보면 이런 게 올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줬다”며 “후배들에게 굉장히 큰 귀감”이라고 했다. 오영수와 연극 ‘아버지와 아들’ ‘리어왕’ 등을 함께한 이성열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오 선생님은 항상 젊게 사시는 분”이라며 “젊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고 옷도 멋쟁이시고 평생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고 스스로 노력하신다”고 했다. 이어 “오 선생님의 연기나 화법이 일반적이지 않고 개성적인데, 그런 것들이 이미 연극계에선 정평이 나있었는데 이렇게 큰 무대에서 알려지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가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것을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주요 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할아버지 오영수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상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CNN 방송도 “‘오징어 게임’의 스타 오영수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CBS 방송은 “오영수가 200편 이상 연극 무대에 선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연극배우 중 한 명”이라며 “영화와 TV 드라마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조연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극 중 오영수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다”며 “78살 그의 연기 이력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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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 내공’ 오영수, 콧대 높은 골든글로브와 ‘깐부’ 맺다

    ‘오징어게임’에서 오일남 역으로 열연한 배우 오영수(78·사진)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가 올해 79회를 맞은 이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영화 ‘기생충’(2020년), ‘미나리’(2021년)가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데 이어 오 씨가 남우조연상까지 거머쥐면서 한국 콘텐츠 및 배우가 3년 연속 골든글로브 수상 기록을 세웠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최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9일(현지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오 씨의 수상을 알렸다. ‘깐부 할아버지’로 불리는 오 씨는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다”라고 밝혔다. ‘오징어게임’의 골든글로브 TV드라마 부문 작품상, 배우 이정재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불발됐지만 한국 작품과 배우로는 처음 이 부문 후보에 올랐다. 연극만 200여편 ‘조미료 안 치는 배우’… 美드라마 출연 백인들 제치고 영예수상 소식에도 대학로 연습실 지켜… “이제 세계 속 우리 아닌 우리 속 세계” 10일 오전 11시 골든글로브 홈페이지에 익숙한 얼굴을 담은 사진이 나타났다. 치아를 훤히 드러낸 채 밝게 웃는 백발의 동양인, 오영수(78)였다. 그의 머리 위에 TV드라마 남우조연상 수상자라는 영어 문구가 선명했다. 오 씨는 올해 골든글로브의 개인 수상자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인이다. ○ 백발의 배우, 세계의 중심에 서다 ‘오징어게임’의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을 맡은 오 씨는 이날 ‘더 모닝 쇼’의 빌리 크루덥과 같은 시리즈의 마크 듀플라스, ‘석세션’의 키런 컬킨, ‘테드 래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경쟁자들은 모두 미국 드라마에 출연한 백인 배우였다. 오 씨는 이날 넷플릭스를 통해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고 밝혔다. 오 씨는 ‘오징어게임’에서 목숨이 걸린 구슬을 기훈(이정재)에게 건네며 “우린 깐부잖아”라고 말해 ‘깐부’라는 단어를 대유행시켰다. 그는 아이처럼 게임을 즐기다가도 사람들이 서로 죽이려 하자 “그만해!”라고 절규하는가 하면 충격적인 반전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이날 그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연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오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축하 전화가 너무 많이 와 정신이 없다. 연극 ‘라스트 세션’에 프로이트 역으로 출연 중이라 평소처럼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 ‘3월의 눈’을 함께 작업한 손진책 연출가는 “오영수는 조미료를 안 치는 배우라 매 연기마다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현재 그와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 역을 번갈아 맡은 신구는 “골든글로브 후보로 지명됐는데 들뜨지 않더라. 수십 년간 쌓인 내공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에 함께 출연한 이병헌도 인스타그램에 “프론트맨입니다, 브라보!”라고 올렸고 이정재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생님과 함께한 장면 모두가 영광이었습니다”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반세기 넘는 연기 외길의 여정이 세계무대에서 큰 감동을 만들어냈다”며 축하했다.○ 50여 년 연기에 헌신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최한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지난해 12월 오 씨를 후보로 지명하며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연극배우 중 한 명이다. 오징어게임에서도 가장 놀라운 존재로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1967년 극단 광장에서 연기를 시작한 그는 1987년부터 23년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50여 년간 ‘피고지고 피고지고’, ‘템페스트’ 등 20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다. ‘백양섬의 욕망’에서 앙젤로 역으로 동아연극상 남우주연상(1980년)을 수상했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오징어게임에서 보여준 뛰어난 연기력과 긴 시간 연기에 기울인 헌신을 아울러 상을 수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종차별 논란이 계속되자 HFPA가 수상자 인종 안배에 노력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턴 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은 인종차별, 스폰서 논란으로 배우 감독 제작자가 불참해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매년 시상식을 생중계하던 미 NBC도 이번에는 중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골든글로브 홈페이지와 트위터에 수상자가 순차적으로 공지됐다. 극영화 부문 작품상은 ‘파워 오브 도그’에 돌아갔고 제인 캠피언 감독은 이 영화로 감독상도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니콜 키드먼(‘빙 더 리카르도스’), 남우주연상은 윌 스미스(‘킹 리처드’)가 수상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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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 공간과 연극의 실물감 교차할 때 짜릿”

    “꿈은 꿔봤지만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나중에 어른이 돼서 받는 상인 줄로만 알았어요. 이미 어른이지만요. 하하.” 수상 소식을 접한 임지민 연출가(38·사진)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가 연출한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제58회 동아연극상에서 작품상과 연기상, 연출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그는 “창작자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014년 ‘타이니슈퍼맨션’으로 데뷔한 그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연출로 주목받았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에선 무대 위 360도 회전이 가능한 의자에 앉은 관객들이 사방에 깔리는 배우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다양한 위치에서 관람했다. 그는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읽자마자 인간사의 관계성을 무대에 담고 싶었던 제 생각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느꼈다”며 “‘우리가 왜 반드시 극장에 와야 하는지’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없앤 공간 연출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수인 팬데믹 상황에서 녹록지 않았다. 공연 직전까지 무대 도면만 20번 넘게 수정했다. 그는 “규정 안에서 ‘멀지만 가장 가까운 적정선’을 만들자고 서로를 다독였다”며 “국립극단 관계자들과 창작자 모두 안전과 작품을 포기하지 않아 얻을 수 있었던 결과물”이라고 했다. 그는 ‘연극 연출’보다 ‘공간 연출’이란 말을 더 좋아한다. 제40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집에 사는 몬스터’(2019년)도 무대와 객석을 체스판 형식으로 구성하는 파격적인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 공간을 다른 공간으로 치환시키는 작업은 너무나 매력적이다”며 “무대라는 공간과 연극이 주는 실물감이 교차했을 때의 짜릿함에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스코틀랜드의 희곡 작가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카사노바’. 이번엔 그가 의도적으로 배제해왔던 프로시니엄(객석에서 원형이나 반원형으로 보이는 무대) 안에 공간을 꾸밀 예정이다. 그는 “이미 만들어진 극장에서 관객 스스로 각자의 프레임을 만들 수 있게 도전해 보려 한다”고 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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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낙엽’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 작품상 공동수상

    극단 배다의 ‘붉은 낙엽’과 국립극단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가 제58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공동 수상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경미)는 7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최종 심사를 진행해 수상작이 없는 대상과 새개념연극상을 제외하고 작품상 등 8개 부문 수상작과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본심에는 예심 심사위원 추천작 21편이 올랐다. 이경미 심사위원장은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시국으로 객석이 채워지지 않으면서 전반적으로 창작 동력이 떨어진 한 해였지만 일부 작품은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특정 극단, 연출, 배우에 대한 관객 쏠림이 심화했다”고 총평했다. 이 위원장은 “젠더, 장애 등 사회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젊은 창작자들의 노력이 돋보였다”고 덧붙였다. 작품상을 받은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연출상(임지민)과 연기상(박용우)까지 거머쥐며 3관왕에 올랐다. ‘붉은 낙엽’도 작품상에 이어 신인연출상(이준우)을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남성 퀴어 서사라면 으레 떠오르는 어둡고 은밀한 내용이 아닌, 평범하고 발랄하며 때로 넘어지기도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심사위원들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를 일상으로 내려앉은 웃음의 영역으로 끌고 와 경쾌하게 보여줬다”고 평했다. ‘붉은 낙엽’은 이웃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아들을 적극 변호하던 아버지가 점점 아들을 의심해 범인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심사위원들은 “실체와 관계없이 개개인의 입장에 따라 대상이 달리 보일 수 있다는 원작의 주제를 밀도 있게 보여줬다”며 “배우들의 연기도 연극적으로 잘 살아난 작품”이라고 말했다. 연기상을 받은 황순미 배우(‘홍평국전’)에 대해서는 “남성영웅 무협지를 여성영웅으로 전복시키는 작품에서 주연 ‘평국’을 맡아 남녀 간 경계를 넘어선 연기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박용우 배우(‘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여러 배역을 유연하게 소화해 작품의 받침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붉은 낙엽’으로 신인연출상을 받은 이준우 연출가는 “희곡이든 소설이든 원작을 무대에서 공간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원작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해 무대로 구현하는 능력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누룩의 시간’의 박은경 배우와 ‘태양’의 김정화 배우는 나란히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 90여 분간 1인극을 펼친 박은경에 대해서는 “장식이 화려하지 않은 무대에서 홀로 여러 배역을 연기하며 탁월하게 극을 끌어갔다”고 말했다. 김정화는 “희곡과 인물 안에 머물지 않고 과감한 신체표현을 통해 배우의 몸이 무대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희곡상에는 ‘집집: 하우스 소나타’의 한현주 작가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를 끊임없이 정통 희곡 언어로 구현해왔으며 정치적·사회적 책임의식이 돋보이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무대예술상을 받은 장경숙 분장 디자이너는 오랫동안 대학로에서 다작(多作)을 한 예술가. 심사위원들은 “수년 전부터 젊은 창작자들과 함께 작업을 하며 과감한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상에는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가 선정됐다. “차별받는 ‘몸’들이 억압적 질서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무대로 올리는 과정을 통해 예술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시상식은 24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동덕여대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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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조건, 우정에 관하여

    소셜미디어 친구 수가 1000명이 넘는 당신. 그중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잠시 시간을 내어 마주 보고 다정한 대화를 건네고픈 ‘친구’는 몇 명일까? 저자에 따르면 아무리 많아야 150명 안팎이다. 저자는 한 사람이 유지할 수 있는 친구 수의 최대치(150명), ‘던바의 수’를 도출해낸 로빈 던바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다. 25년 동안 원숭이, 작은 영양, 야생 염소를 연구했던 동물행동학자이자 ‘인간의 사회성 진화’라는 주제에 매진한 진화인류학자이기도 하다. 동물과 인간의 진화를 연구한 저자는 ‘친구 맺기’라는 인간의 사회적 행위에 의문을 품는다. 친구를 사귀기 위해선 돈과 시간 같은 자원이 들지만 딱히 생존에 도움은 안 되고 경제적 이득도 없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생존과 번식에 최적화된 환경을 추구해 나간다는 관점에선 비용만 들 뿐인 친구 맺기는 다소 퇴행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친구에 울고불고 돈과 시간과 마음을 쓴다. ‘친구와 우정’이라는 다소 비과학적인 주제를 두고 저자는 최근 20년간 전 세계에서 이뤄진 온갖 연구를 살핀다. 그 결과 친구 맺기에 성공한 인간이야말로 건강하게 오래 살아남는 우수종(優秀種)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친구가 없는 인간은 세상에 홀로 남은 듯한 고독감을 느끼는데, 저자는 이 고독감이 주는 위험성에 주목한다. 정신의 질병인 우울증은 물론이고 신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다. 저자가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고독감에 압도된 사람들은 독감 예방접종 이후에도 면역이 생기지 않았다. 청소년기 친구가 없으면 체내 염증 위험이 높아지고 살찌기 쉬운 체질이 됐고, 홀로 여생을 보내는 노인들은 고혈압 위험에 노출됐다. 결국 인간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자신이 취약한 상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친구를 사귀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 맺기가 간편해진 온라인 시대에 인간은 더욱 건강해져야 하는 게 아닐까. 저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한다. ‘팔로우’로 단 1초 만에 친구가 되고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 관계를 유지하는 행동은 경제적일 수는 있으나 친구와 우정이 주는 효용을 모두 누릴 수 없다는 거다. 충분히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마음을 다하는 관계만이 인간으로 하여금 우정을 느끼게 하고 고독감을 줄여준다. 친구 맺기에서 디지털 미디어가 하는 일은 우정이 자연스럽게 식어가는 속도를 늦춰 줄 뿐이며 우정이 계속되기 원할 경우 때때로 그 친구를 만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백발의 진화인류학자가 내린 500쪽이 넘는 과학적 논증의 끝은 어쩌면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거리두기’가 미덕이 되고 비대면 기술이 만연해진 시대에도, 상대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눈빛과 목소리, 표정에서 나오는 감각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고독감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이라는 것을.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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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S 팔로우 1000명 중 진짜 친구는?…‘좋아요’ 누르기보다 만남 가져야

    소셜 미디어 친구 수가 1000명이 넘는 당신. 그중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잠시 시간을 내어 마주보고 다정한 대화를 건네고픈 ‘친구’는 몇 명일까? ‘프렌즈’(어크로스·2만2000원)의 저자 로빈 던바에 따르면 아무리 많아야 150명 안팎이다. 저자는 한 사람이 유지할 수 있는 친구 수의 최대치(150명), ‘던바의 수’를 도출해낸 로빈 던바 옥스퍼드대 교수다. 25년 동안 원숭이, 작은 영양, 야생 염소를 연구했던 동물행동학자이자 ‘인간의 사회성 진화’라는 주제에 매진한 진화인류학자이기도 하다. 동물과 인간의 진화를 연구한 저자는 ‘친구 맺기’라는 인간의 사회적 행위에 의문을 품는다. 친구를 사귀기 위해선 돈과 시간 같은 자원이 들지만 딱히 생존에 도움은 안 되고 경제적 이득도 없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생존과 번식에 최적화된 환경을 추구해나간다는 관점에선 비용만 들 뿐인 친구 맺기는 다소 퇴행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친구에 울고불고 돈과 시간과 마음을 쓴다. ‘친구와 우정’이라는 다소 비과학적인 주제를 두고 저자는 최근 20년간 전 세계에서 이뤄진 온갖 연구를 살핀다. 그 결과 친구 맺기에 성공한 인간이야말로 건강하게 오래 살아남는 우수종(優秀種)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친구가 없는 인간은 세상에 홀로 남은 듯한 고독감을 느끼는데, 저자는 이 고독감이 주는 위험성에 주목한다. 정신의 질병인 우울증은 물론이고 신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다. 저자가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고독감에 압도된 사람들은 독감 예방접종 이후에도 면역이 생기지 않았다. 청소년기 친구가 없으면 체내 염증 위험이 높아지고 살찌기 쉬운 체질이 됐고, 홀로 여생을 보내는 노인들은 고혈압 위험에 노출됐다. 결국 인간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자신이 취약한 상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친구를 사귀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 맺기가 간편해진 온라인 시대에 인간은 더욱 건강해져야 하는 게 아닐까. 저자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답한다. ‘팔로우’로 단 1초 만에 친구가 되고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 관계를 유지하는 행동은 경제적일 수는 있으나 친구와 우정이 주는 효용을 모두 누릴 수 없다는 거다. 충분히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마음을 다하는 관계만이 인간으로 하여금 우정을 느끼게 하고 고독감을 줄여준다. 친구 맺기에서 디지털 미디어가 하는 일은 우정이 자연스럽게 식어가는 속도를 늦춰줄 뿐이며 우정이 계속되기 원할 경우 때때로 그 친구를 만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백발의 진화인류학자가 내린 500여 쪽이 넘는 과학적 논증의 끝은 어쩌면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거리두기’가 미덕이 되고 비대면 기술이 만연해진 시대에도, 상대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눈빛과 목소리, 표정에서 나오는 감각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고독감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이라는 것을.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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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폭설 대란 깊이 사과… 눈 오기전 ‘사전 대비’로 전환”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6일 폭설로 서울 올림픽대로와 강남대로 등이 마비돼 교통대란 등 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해 이틀 만인 8일 사과했다. 서 권한대행은 8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6일 저녁 최고 13.7cm의 눈이 쌓이는 기습 폭설에 3년 만의 한파까지 겹치며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설상가상으로 퇴근길 정체까지 겹치면서 많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보 이상의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야 했는데도 부족했다”며 “시민들에게 큰 불편과 심려를 끼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6일 오후 6시 반경부터 눈이 내린 서울은 강남과 서초 송파 강동 지역에서 10∼13cm의 폭설이 쏟아졌으나 주요 도로의 제설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특히 당일 기상청의 권고에도 제설차량을 제때 배치하지 못해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일었다. 서울시는 앞으로 제설작업 방식을 대폭 바꾸겠다고 설명했다. △눈이 온 뒤 치우는 사후적 제설대책에서 눈이 오기 전 대비하는 사전 대책으로 전환 △사고 다발·교통 정체 지역에 제설감지 시스템 설치 △온도가 떨어지면 열에너지를 방출하는 제설시스템 도입 △이면도로와 골목길 등의 제설 작업을 위한 소형 제설장비 마련 등이다. 또 이번 폭설 대란 때 대중교통이 심각하게 붐볐던 점을 감안해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집중 배차하고 시내버스의 야간 감축운행도 한시적으로 해제할 예정이다. 서 권한대행은 “24시간 상황실을 가동해 한파로 인한 동파, 잔설로 인한 교통사고, 낙상사고에 이르는 추가적 위험, 불편 요소 등에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서울의 차도는 89%, 보도는 78%가량 제설작업이 이뤄진 상태다. 주요 간선도로의 제설작업은 대부분 완료됐다. 하지만 8일 최저기온이 영하 18.6도를 기록하는 등 추위가 맹위를 떨치며 난방 배관 파손 등 동파 사고가 잇따랐다. 오후 3시 10분경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상수도관이 터져 흘러나온 물이 변전실로 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도봉구에서 누수 점검을 위해 전기 공급을 중단해 지역 주민들은 정전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점검이 끝나는 대로 오후 전력을 다시 공급했다”고 전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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