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이지훈 기자

동아일보 DX본부

구독 16

추천

연극, 뮤지컬, 무용 등 공연업계를 취재합니다.

easyhoon@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문화 일반64%
인사일반7%
인물/CEO3%
패션3%
음악3%
사회일반3%
기타17%
  • 객석으로 다가온 카사노바가 당신을 유혹한다면…

    이탈리아 출신 자코모 카사노바(1725~1798)는 바람둥이의 대명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자전적 기록에 따르면 카사노바는 공식적으로 122명의 여성과 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영국의 극작가 데이비드 그레이그가 2001년 완성한 희곡에서 카사노바가 만난 여성은 무려 1000명. 그럼에도 공허함을 느끼는 카사노바는 유럽 전역을 누비며 마지막 운명의 상대를 찾아 헤맨다.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카사노바’가 신예 스타 연출가 임지민 연출가(38)의 손을 거쳐 연극으로 태어났다. 국내 초연되는 ‘카사노바’는 젊은 예술가의 창작 실험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새롭게 단장한 국립정동극장 세실의 개관작이다. 2014년 데뷔한 임지민은 ‘집에 사는 몬스터’(2019년)로 제40회 서울연극제 대상을,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2021년)로 제58회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으며 연극계가 주목하는 스타 연출가로 부상했다. 15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만난 그는 “여러 영화, 드라마에서 카사노바를 호색한 혹은 결국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로맨티시스트로 그려냈지만 그건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카사노바가 ‘몇 명의 여성을 만났나’보다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었나’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연극에는 작가가 창조한 허구의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카사노바(지현준) 때문에 아내와 이별해 복수극을 꾸미는 캐비넷 메이커(정승길), 카사노바의 첫사랑 미세스 테넌트(이영숙)와 그의 비서 마리 루이스(허진). 그리고 캐비넷 메이커가 복수를 위해 고용한 탐정 케이트(이지혜). 그 밖에 카사노바와 데이트한 5명의 여성은 케이트를 연기한 배우 이지혜가 1인다(多)역을 펼친다. “희곡을 처음 읽었을 때 한 장의 그림이 떠올랐어요. 네모난 액자 안에서 카사노바는 여성과 정사를 나누고, 캐비넷 메이커는 그 액자에 망치질을 하고, 미세스 테넌트가 세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죠. 그 모습을 공간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카사노바와 정반대 성격을 가진 캐비넷 메이커는 존재만으로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선명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대척점에 선 두 사람의 서사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연극은 진행된다. 그는 “카사노바는 매 순간에 전념하는 자, 캐비넷 메이커는 일생을 전념하는 자”로 표현했다. “카사노바는 상대에 따라 감각적으로 변화, 교감할 수 있는 인물이고, 캐비넷 메이커는 변하지 않는 자신의 관점으로 상대를 대하는 사람이에요. 섣불리 한 쪽 편을 들고 싶진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본 관객이 직접 판단하게 하고 싶었어요.” 전작에서도 보여준 그의 특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연출은 이번 작품에도 유효했다. 프로시니엄 무대를 벗어나 객석 사이사이 배우가 연기할 공간을 심어뒀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배우들의 리얼한 호흡, 그 체험을 극대화하는 게 무대예술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왕 무대에서 하는 거라면 살아있는 몸들이 관객에게 생생한 체험으로 다가오는 게 더 ‘대박’ 아닐까요.”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7-18
    • 좋아요
    • 코멘트
  • 영화 ‘증인’의 자폐 소녀, 변호사가 됐다

    “나는 아마 변호사는 되지 못할 거야. 자폐가 있으니까. 하지만 증인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증인’(2019년) 속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자폐성 장애인 지우(김향기)는 극중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우는 변호사 순호(정우성)를 도와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아내지만 장애로 인해 변호사는 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증인’의 각본을 쓴 문지원 작가는 그로부터 3년 뒤 지우의 꿈을 이뤄낸다. 지난달 29일 처음 방송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서다. ‘이상한…’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가 대형 로펌에 입사해 동료 변호사들과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시청률은 첫 회 0.9%로 출발해 7일 방영된 4화에선 이 채널 최고시청률 5.2%를 기록했다.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스트리밍 순위는 국내 1위, 세계 10위다. TV 드라마 화제성 지수도 1위에 올랐고 제작사 에이스토리 주가는 첫 회 방송 후 70% 이상 급등했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이에 자폐성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각본을 쓴 작가의 세계관도 주목받고 있다. 에이스토리를 통해 문 작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작품의 방점은 ‘이상한’에 찍혀 있다. 이 드라마를 보는 건 독특한 걸음걸이와 말투로 첫눈에도 뭔가 ‘이상한 우영우’를 알아가는 경험이다. 문 작가는 “일반적이지 않은, 낯선, 독특한, 엉뚱한, 별난, 상식적이지 않은 특별한 사람을 가리켜 흔히 ‘이상하다’고 한다. 이상한 사람들은 타인을 긴장시키고 때론 문제를 일으키지만 세상을 변화시키고 풍요롭게 만든다”고 했다. ‘이상한’에 천착하는 그의 고민은 영화 ‘증인’에도 나온다. 일반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던 지우가 특수학교로 전학 간 후 내뱉는 대사에서다. “(친구들이) 많이 이상해서 좋아요. 정상인 척 안 해도 되니까요.” 지우와 달리 ‘이상한…’의 우영우는 비장애인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길을 택한다.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졸업하고 대형 로펌에 입사해 엉뚱하고 참신한 시각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우영우의 로펌 동료들은 그를 장애인이라 동정하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특별대우도 없다. 드라마는 비장애인이 갖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숨기지 않고 사람들이 ‘이상한 우영우’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작품 모두 법정물이지만 범죄보다는 자폐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벽을 허물고 소통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이상한…’은 강력 범죄가 아니라 유산에 욕심을 낸 형제 등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툼을 주로 다뤄 서민의 현실을 조명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극악한 사건을 그린 다른 작품과 달리 ‘선함’이 이긴다는 게 드라마의 콘셉트”라며 “센 캐릭터, 자극적 사건에 지친 사람들이 따뜻한 이야기를 보고 싶은 욕망이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7-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8년 관록의 김신록… 100분간 1인 16인역

    지옥행을 고지받고 두 아이와 사별을 앞둔 엄마(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악귀에 들린 딸을 구하려고 타인에게 저주를 내리는 무당(tvN 드라마 ‘방법’)…. 배우 김신록(41·사진)에게 주어진 배역은 강렬하고 기괴하다. 극단적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인물을 연기한 그는 단숨에 대중에게 각인됐다. 김신록은 2004년 연극 ‘서바이벌 캘린더’로 데뷔해 18년째 연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 해도 빠짐없이 연극 무대에 섰던 그가 이번엔 1인극에 도전한다. 26일 개막하는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연습에 한창인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는 “연극 무대에 설 때 힘을 얻는다. 무대에서 활성화된 에너지가 다른 영상 작품을 찍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했다. ‘살아있는…’은 서핑을 하다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19세 청년 시몽 랭부르의 장기가 타인에게 이식되는 24시간을 다룬다. 프랑스 소설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이 2014년 펴낸 동명의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국내에선 2019년 초연됐다. “시몽의 심장, 간, 폐 등이 이식되는 과정에서 ‘시몽은 대체 무엇일까’란 질문이 나옵니다. 시몽의 장기를 시몽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해체된 장기도 그 사람이라면 여러 형태의 삶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명의 역동성과 전이(轉移)를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 배우 한 명이 100분간 휴식 없이 16개 배역을 연기하는 모노극으로, 김신록과 함께 손상규 김지현 윤나무가 캐스팅됐다. 외워야 할 대사 분량은 A4용지 36장에 달한다. “대사를 외울 때 ‘반드시 왜 이 말이어야 하는가’에 천착하는 편이에요. 작가가 어떤 의미로 이 단어를 선택했는지 되새기다 보니 이중, 삼중의 시간이 필요해요.” 최근 10여 년간 그는 배우보단 ‘연기 선생님’으로 살았다.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양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메소드 연기를 배우기 위해 미국, 유럽의 극단에 방문 유학까지 다녀온 그는 무대보단 주로 강단에 섰다. “공연을 했지만 강의로 버는 돈이 주 수입원이었죠. 2019년쯤 연기로 수익을 100% 창출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2019년부터 3년간 연기에만 전념해 전업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연극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방영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모범가족’ ‘스위트홈2’와 디즈니플러스 ‘무빙’에도 출연한다. “일상을 다룬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농담 반 진담 반 ‘멜로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녀요. 한눈에 읽히지 않는 저의 에너지와 표정을 누군가 발견해주었음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9월 4일까지, 서울 중구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전석 5만5000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7-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연기 선생님’으로 10년, ‘전업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지옥행을 고지 받고 두 아이와의 사별을 앞둔 엄마, 악귀에 들린 딸을 구하려 타인에게 저주를 내리는 무당…. 배우 김신록(41)을 대중에 각인시킨 배역들은 대부분 강렬하고 기괴하다. tvN 드라마 ‘방법’,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조연이지만 묵직한 존재감을 보였다. 조금은 낯선 외모의 그는 2004년 연극 ‘서바이벌 캘린더’로 데뷔한 18년차 배우다. 데뷔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연극 무대에 섰던 그가 이번엔 1인극에 도전한다. 26일 개막하는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에서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배우로서 연극 무대에 설 때 힘을 얻는다”며 “무대에서 활성화된 에너지가 다른 영상 작품을 찍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은 19살 청년 시몽 랭브르의 장기가 다른 환자들에게 이식되는 24시간을 다룬다. 프랑스 소설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이 2014년 펴낸 동명의 베스트셀러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국내에선 2019년 초연된 작품이다. “시몽의 심장, 간, 폐 등 여러 장기가 흩어져서 여러 나라로 가는 24시간 동안 관객에게 ‘시몽은 대체 무엇일까’란 질문을 던지죠. 우리는 시몬의 장기들을 시몬이라 부를 수 있을까. 몸이 해체되어도 여전히 그 사람일 수 있다면 여러 형태의 삶에 대한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 생명의 역동성과 전이(轉移)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입니다.” 작품에선 배우 1명이 100분간 휴식 없이 16개 배역을 연기한다. 홀로 외워야 하는 대사 분량은 무려 A4용지 36장 가량 된다. “대사를 외울 때 ‘반드시 왜 이 말이어야 하는가’에 굉장히 천착하는 편이에요. 작가나 번역가가 왜 이 단어를 선택했고, 이건 어떤 의미일까 되새기다보니 이중, 삼중의 시간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최근 10여 년간 그는 배우보단 ‘연기 선생님’으로 살았다.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양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졸업 후 메소드 연기를 배우기 위해 미국, 유럽의 극단에 방문 유학까지 다녀왔다. 그리고 그는 무대보단 강단에 주로 섰다. “너무 오랫동안 학교라는 시스템 안에서 살아왔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어요. 간간히 공연을 하긴 했지만 어쨌든 강의로 버는 돈이 주 수입원이었죠. 2019년쯤 연기를 통해 수익을 100% 창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전업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연극뿐 아니라 드라마로도 눈을 돌렸다. 김용환 감독의 드라마 ‘방법’에서 무당을 연기했고 이후 ‘방법’의 각본을 쓴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서 저주 받은 여성을 연기했다. 방영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모범가족’ ‘스위트홈2’와 디즈니플러스 ‘무빙’에도 출연한다. “판타지성과 세계관이 강렬한 작품이 흥미로워요. 그런데 반대급부로 아주 소소하고 일상적인 작품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그래서 요즘엔 농담반 진담반으로 ‘멜로하고 싶다’고 말해요. 1차적으로 발견되거나 읽히지 않는 저의 에너지, 표정을 누군가 사용해주었음 좋겠다는 마음입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7-11
    • 좋아요
    • 코멘트
  • 안무가로 변신한 국립발레단 무용수들

    국립발레단(KNB) 수석무용수 박슬기, 솔리스트 송정빈 등이 발레 안무가로 변신한다. 올해로 7회를 맞이한 국립발레단의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 시리즈’가 16,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 프로젝트는 강수진 단장 취임 후 2015년부터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의 안무 능력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시작됐다. 올해 무대엔 수석무용수 박슬기, 솔리스트 송정빈 배민순 한나래 정은영, 드미솔리스트 선호현, 코르 드 발레 최미레, 수석무용수를 지낸 후 지난해 퇴단한 이영철 등 무용수 8명이 안무한 작품을 선보인다. 선정된 작품은 외부 위원이 포함된 심사위원들로부터 심사를 받았다. 지난해 국립발레단이 처음 선보인 ‘해적’의 안무를 담당해 국립발레단 대표 안무가가 된 송정빈은 생상스 오페라 음악 ‘바카날’에 맞춰 안무한 ‘삼손과 델릴라’를 선보인다. 박슬기가 안무한 ‘컬러링 유어 라이프’는 무용수 4명에게 각각 다른 색깔과 상황을 부여하고 자신이 색칠하는 대로 물들어가는 상황을 표현했다. 한나래와 정은영은 이번 무대에서 안무가로 첫걸음을 내딛는다. 한나래는 타악기 음악에 맞춰 하얀 천을 활용한 안무작 ‘The Way to Me’를, 정은영은 인간 내면의 불안을 표현한 ‘억압’을 각각 선보인다. 5000∼3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7-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페라서 뮤지컬로… “예술적 스펙트럼 확장하고 싶어 도전”

    《바리톤 이응광(41)은 스위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의 오페라 무대에 서 왔다. 2008년 동양인 최초로 스위스 바젤 오페라극장 전속 주역 가수가 된 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피가로, ‘가면무도회’의 레나토 등 주역을 꿰찬 그가 올해 한국에서 특별한 무대에 선다. 다음 달 3∼7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열리는 뮤지컬 ‘나폴레옹’ 헌정 콘서트에서 나폴레옹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하는 것. 그가 뮤지컬에 도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7일 그를 만났다.》 “예술적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싶어 기회를 잡았어요. 익숙한 무대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얻게 될 반응이 두렵긴 해요. ‘이응광이 해석한 나폴레옹’을 좋아하실 수 있게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콘서트는 나폴레옹의 일대기를 노래만으로 만든 뮤지컬 ‘나폴레옹’에 수록된 넘버 40여 곡을 배우, 무용수, 오케스트라가 함께 선보이는 것으로, 12월 월드투어를 앞두고 기획됐다. 1994년 프랑스에서 초연한 ‘나폴레옹’은 2015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이어 국내에서는 2017년 한국어 라이선스 버전으로 공연됐다. 뮤지컬을 위해 16년 차 성악가는 창법부터 바꿨다. 그는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에 널리 쓰였던 벨칸토 창법을 쓴다. 하지만 평상시 목소리를 활용한 새 창법으로 넘버 ‘달콤한 승리의 여신’을 불렀다. 이를 들은 원작자 티머시 윌리엄스는 “엄청난 목소리(Super voice)” “놀랍다(Amazing)”라고 극찬하며 그를 나폴레옹에 캐스팅했다. “뮤지컬과 벨칸토 창법은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예전처럼 불렀다간 ‘성악가가 부르는 뮤지컬 넘버’밖엔 되지 못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목소리를 상하지 않는 선에서 과감하게 창법을 바꿨습니다.” 서울대 음대와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그는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 주요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엘리트 성악가’의 길을 걸어왔다. 바젤 오페라극장의 전속 가수가 된 뒤 유럽 전역을 돌며 주요 오페라 무대에 섰지만 그를 발탁한 독일 출신 디트마어 슈바르츠 예술감독이 2015년 사퇴하면서 그도 극장에서 퇴단했다. 그리고 치열한 오디션 인생이 시작됐다.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 극장 같이 꿈꾸던 극장에서 오디션 기회가 주어졌어요. 근데 평소엔 잘 부르던 노래도 무대에만 서면 벌벌 떨게 되더라고요. 좋은 기회를 여럿 놓치면서 인생의 쓴맛을 봤죠.” 설상가상으로 팬데믹이 확산되면서 공연은 줄줄이 취소되고 함께 음악을 하던 동료들은 우버를 몰거나 주차장 안내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찾아왔다. “팬데믹이 없었다면 여전히 클래식 무대가 제가 속한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믿었을 거예요. 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무대에서 완전히 내려오게 될지도 모른단 걸 깨달았습니다. 방향을 바꿔야 했죠. 제가 원하는 건 계속 노래하는 거니까요.” 휴가 갈 때도 악보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그는 “매일 불안과 재미, 설렘을 수없이 느낀다”고 말했다. “절실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잃게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고 공부하고 노래합니다. 근데 가끔은 술 마시고 춤도 추고 흐트러지고 싶기도 해요. 언제쯤 맘 편히 일탈할 날이 올까요?(웃음)” 10만∼14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7-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일상적 풍경 화폭에 담아낸 표현주의 예술가

    독일 표현주의 화가 가브리엘레 뮌터(1877∼1962)란 이름을 듣곤 러시아 태생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를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 멕시코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의 관계에서도 볼 수 있듯, 많은 여성 미술가는 천재성과 독보적인 작품 세계에도 불구하고 남성 거장의 애인 혹은 뮤즈라는 수식어를 떼어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뮌터도 마찬가지다. 뮌터는 여성 화가를 ‘여자 환쟁이’라 낮잡아 부르고 ‘선천적인 아마추어’로 경멸하던 시대에 살았다. 독일 초현실주의 화가 막스 에른스트가 1858년 출간한 저서 ‘미술에서의 여성’에서 “여성은 미술을 할 자격이 있는가, 있다면 얼마나 있는가?”란 질문을 당당하게 던질 수 있을 정도였다. 20세기 초 독일 현대 미술을 이끈 표현주의 그룹이자 칸딘스키가 속했던 ‘청기사’의 멤버 프란츠 마르크, 아우구스트 마케, 파울 클레, 아르놀트 쇤베르크 역시 부인이나 동반자가 예술적 성취를 포기하고 내조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그들 중 성 역할 분담, 성별에 따른 능력 차에 대한 편견을 당연시하는 불평등 관계에 매몰되지 않은 이는 뮌터와 칸딘스키뿐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미술사적으로도 뮌터의 그림은 “칸딘스키의 영향을 받았다”는 간단한 문장에 갇히지 않는다. 뮌터는 추상에 천착하는 칸딘스키의 행로를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사물을 구상적으로 재현하려 했고 현실에 존재하는 일상적인 대상과 풍경에 대한 애착을 프레임에 담아냈다. 저자는 “비구상을 향해 가는 칸딘스키를 따라가지 않고 땅과의 접촉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절실한 욕구가 여전히 그녀 안에 남아 있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뮌터를 칸딘스키의 애인이자 뮤즈, 청기사의 주변인 정도로 축소하려는 미술계의 관습적인 평가에 도전한다. 태생부터 성장, 미술적 성취에 이르기까지 뮌터의 독립적인 삶에 초점을 맞춰 시대적 한계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방식을 자유롭게 실험해 온 미술가로 조명한다. 그렇다고 해서 뮌터의 삶과 작품에 칸딘스키가 미친 영향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뮌터를 가렸던 불필요한 수식어를 거둬 내고 새롭고 정확한 관점으로 한 명의 예술가를 다시 보려는 시도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7-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연극계 “국립극장 자리에 복합문화공간 안돼”

    정부가 국립극장(사진)이 있는 서울 용산구 서계동의 옛 기무사 수송대 터(7820m²)에 복합문화공간을 짓기로 한 데 대해 연극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국립극단은 2010년 재단법인화된 후 남산에서 서계동으로 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3년부터 이 부지에 ‘제2의 예술의전당’을 지어 연극뿐 아니라 뮤지컬 무용 오페라 등 여러 장르를 공연하도록 하겠다고 밝혀왔다. 지난해 12월 문체부는 국회 승인과 기획재정부 심의 등을 거쳐 서계동 부지 개발 사업 기본계획 고시를 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연극계는 “서계동 부지는 2010년부터 국립극단이 맨바닥부터 갈고닦아 온 터전”이라며 “멀티플렉스 공연장은 시대 역행의 상징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무용계와 뮤지컬계 등은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반기고 있다. 현재 서계동 부지에 있는 극장은 국립극단 출신 원로 배우 고 백성희 장민호의 이름을 딴 백성희장민호극장(200석)과 소극장판(100석)이다. 내년 7월 복합문화공간 공사가 시작되면 두 극장을 허물고 대극장(1200석), 중극장(500석), 소극장 3개(100석, 200석, 300석)를 지을 계획이다. 쟁점은 연극 아닌 타 장르(뮤지컬, 무용, 오페라 등)도 공연되느냐다. 문체부 관계자는 “극장 수와 객석 규모가 절대적으로 커지는 만큼 국립극단에도 많은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극계는 “연극 중심으로 운영되며 국립극단의 정체성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서계동이 활용돼야 한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개발 방식이다. 문체부는 부지를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으로 개발한다. 민간에서 개발비 1244억 원을 들여 시설을 짓고 문체부가 20년간 상환하는 것. 연극계에선 “민간 자본이 투입되면 극장 운영 시 수익형 사업에 치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문체부는 정부가 소유권을 가졌을 뿐 아니라 운영도 주도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5일 문체부와 범연극인비상대책위원회는 비공개 회동을 갖고 BTL 방식에 대해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합의에 이를 때까지 비대위와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7-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미의 세포들’ 세밀한 여성심리, 노랫말 들으며 포착했죠”

    보통 로맨스 드라마는 주인공의 연애가 끝나면 이야기도 끝난다. 하지만 시즌이 바뀌면서 주인공의 애인도 바뀌는 드라마가 있다. 30대 여성 유미(김고은)의 연애와 일상을 다룬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이다. 지난해 9, 10월 방송된 시즌1은 2030 여성 시청자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지난달부터 공개된 시즌2는 4주 연속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중 유료가입기여지수 1위에 오르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총 14부작으로 5일 기준으로 8회까지 공개됐다. 매주 2회 차씩 방송한다. 드라마의 원작은 2015년 4월부터 연재된 동명 웹툰으로, ‘달콤한 인생’(2011년)으로 데뷔한 이동건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다. 웹툰을 드라마로 만드는 과정에서 윤준상 애니메이션 감독은 2차원(2D)으로 표현된 세포 캐릭터를 생동감 넘치는 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했다. 웹툰과 드라마 속 ‘유미의 세포들’을 그린 둘을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는 인물의 생각과 감정, 행동이 쫄쫄이 타이츠를 입은 세포들의 세계로 표현된다는 것. 유미가 배고프면 거대한 몸집의 출출세포가 활개를 치고, 사랑에 빠지면 사랑세포가 월등한 능력을 지닌 프라임세포로 진화하는 식이다. 식욕은 출출세포, 마음은 감성세포, 성욕은 응큼세포…. 이 작가가 사람의 생각과 감각을 세포로 연결 짓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우연한 순간이었다. “데뷔작을 마치고 새 작품을 준비할 때 아내가 함께 고민해주겠다며 생각에 잠긴 모습을 봤어요. 머릿속에서 뻑뻑한 맷돌이 힘겹게 돌아가는 장면이 떠올랐는데 그게 첫 시작점이었죠.”(이동건) 극 중 세포들이 입는 쫄쫄이 타이츠는 인물에 따라 색깔도 바뀐다. 유미의 세포는 파란색, 시즌1 남친 웅이(안보현)는 남색, 시즌2 남친 바비(박진영)는 짙은 녹색이다. “뮤지컬 ‘캣츠’에 등장하는 젤리클 고양이의 쫄쫄이 의상을 보며 처음 세포들을 상상했어요. 사랑세포가 마법을 쓰는 설정은 마법 쓰는 고양이 ‘미스토펠리’에서 따왔습니다.”(이동건) 프레임 크기가 작은 웹툰에선 강조되지 않았던 세포마을의 배경은 애니메이션에서 재창작됐다. “캐릭터에 맞는 성우의 목소리 연기와 음향효과도 넣었어요. 유미 세포의 마을 키워드는 복고, 개발자 구웅은 모던한 미래, 다정다감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바비는 신비함을 모티브로 삼았고요.”(윤준상) ‘유미의 세포들’만의 매력은 인물의 행동을 세포들이 겪는 사건으로 재구성한다는 점. 창작진이 상상력을 발휘하는 대목이다. 키스신은 혀 세포들이 탱고를 추는 장면으로, ‘작심삼일 다이어트’는 3일 동안 다이어트세포의 몸집만 비대해지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디테일한 심리 묘사는) 여성 입장에서 쓴 노랫말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음악을 들을 때 가사를 읽는 습관이 있는데,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의 노래 가사를 읽으며 ‘아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생각했죠.”(이동건) 웹툰 특유의 만화적 캐릭터를 살려낸 배우들의 연기도 볼거리다. 공주병에 걸린 귀여운 밉상 루비 역의 배우 이유비와 유미를 짝사랑한 ‘츤데레’ 편집장 안대용 역의 전석호가 대표적이다. “배우들은 캐릭터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느꼈어요. 저는 떠올리지 못하는 감정을 잘 표현해 입 벌리며 보고 있습니다.”(이동건) “(1일 방송된) 안대용 에피소드(8화)는 소년만화와 1980, 90년대 홍콩 누아르 감성으로 무장한 세포들의 눈물 젖고 땀내 나는 이야기입니다. 제작하는 데 가장 시간이 많이 든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윤준상)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7-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30女 심리 세밀 포착…“작가가 40대 남성이라고?”

    보통 로맨스 드라마에선 주인공의 사랑이 끝나면 이야기도 끝난다. 하지만 시즌이 바뀔 때마다 주인공의 사랑도 바뀌는(?) 드라마가 있다. 30대 여성 유미(김고은)의 자유로운 연애와 소소한 일상을 다룬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이다. 지난해 9, 10월 시즌1이 방송된데 이어 지난달 10일 시즌2가 시작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드라마에만 있는 또 다른 특이점. 등장인물의 생각과 감정, 행동이 쫄쫄이 타이즈를 입은 세포들의 세계로 펼쳐진다는 것이다. 배가 고프면 거대한 몸집의 출출세포가 활개를 치고, 사랑에 빠지면 사랑세포가 월등한 능력을 지닌 프라임 세포로 진화하는 식이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원작은 2015년 4월부터 연재된 동명 웹툰으로, ‘달콤한 인생’(2011년)으로 데뷔한 이동건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다. 드라마에선 웹툰 속 2D 그림을 윤준상 애니메이션 감독이 생동감 넘치는 3D 애니메이션으로 펼쳐냈다. ‘유미의 세포들’은 2030 여성 시청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중 유료가입기여지수 1위를 기록했다. 웹툰과 드라마 속 ‘유미의 세포들’을 그린 두 사람을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식욕은 출출세포, 마음은 감성세포, 성욕은 응큼세포…. 이동건 작가가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각각의 세포로 연결짓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우연한 계기였다. “데뷔작을 마치고 새 작품을 준비할 때, 함께 고민해주겠다는 아내가 생각에 잠긴 모습을 봤어요. 머리 속에서 뻑뻑한 맷돌이 힘겹게 돌아가는 장면이 떠올랐는데 그게 첫 시작점이었죠.”(이동건) 극중 세포들의 의상은 몸에 딱 붙는 쫄쫄이 타이즈. 어떤 인물이냐에 따라 타이즈 색깔도 바뀐다. 유미의 세포는 파란색, 시즌1 남친 웅이(안보현)는 남색, 시즌2 남친 바비(박진영)는 짙은 녹색으로 된 타이즈를 입는다. “뮤지컬 ‘캣츠’에 등장하는 젤리클 고양이의 쫄쫄이 의상을 보며 처음 세포들을 상상했어요. 사랑세포가 마법을 쓰는 설정은 마법 쓰는 고양이 ‘미스토펠리’에서 따왔습니다.”(이동건) 정지 화면의 웹툰이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이 되기 위해선 추가 작업이 따른다.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와 음향효과, 배경음악 등이 대표적이다. 프레임 크기가 작은 웹툰에선 강조되지 않았던 세포마을의 배경과 분위기는 애니메이션에서 재창작된 수준이다. “웹툰 특성상 단순하게 표현된 부분들이 많아 디테일을 추가했어요. 유미 세포들의 마을 키워드는 복고, 개발자 구웅은 모던한 미래를, 바비는 다정다감하지만 속을 알 수 없기에 신비함을 각각 모티브로 삼았습니다.”(윤준상) ‘유미의 세포들’만의 매력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변화를 세포들이 겪는 사건들로 재구성해낸다는 점. 창작진의 상상력이 맘껏 발휘되는 대목이다. ‘키스신’은 혀 세포들이 탱고를 추는 장면으로, ‘작심삼일 다이어트’는 1월 1일부터 사흘간 다이어트세포의 몸집만 비대해지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디테일한 심리 묘사는) 여성 입장에서 쓴 가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음악을 들을 때 가사를 읽는 습관이 있어요.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 속 노래 가사를 읽으며 ‘아 그럴 수도 있겠네’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이동건) 웹툰 원작 특유의 만화적 캐릭터를 잘 살려낸 배우들의 연기도 볼거리다. 공주병에 걸린 귀여운 밉상 루비(이유비)와 유미를 짝사랑했던 츤데레 편집장 안대용(전석호)이 대표적이다. “배우들은 역시 캐릭터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느꼈어요. 전 떠올리지 못하는 감정선을 잘 표현해서 입 벌리며 보고 있습니다.”(이동건) “특히 안대용 에피소드(8화)는 소년만화와 열혈함, 1980, 90년대 홍콩 느와르 감성으로 무장한 세포들의 눈물 젖고 땀내 나는 이야기입니다. 강추합니다!”(윤준상)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7-05
    • 좋아요
    • 코멘트
  • “춤 덕분에 음악이 훨씬 좋게 들리도록… 계속 춤출 것”

    “새로운 건 별로 안 좋아해요.” 내놓는 작품마다 신선, 장르 파괴, 참신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39). 그는 의외의 속마음을 털어놨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4일 만난 그는 “새로움을 찾아내는 걸 창작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미 있는 능력을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과정이야말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6∼9일 세종문화회관 세종S시어터에서 ‘무교육적 댄스’ ‘사우나 세미나’를 연달아 선보인다. 김보람의 철학이 담긴 두 작품은 모두 신작이 아닌 구작(舊作)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무교육적 댄스’에선 과거 안무작 ‘볼레로’(2008년)와 ‘언어학’(2016년)을 시현하고 관객을 작품에 참여시켜 작업방식과 과정을 공유한다. 8일 공연이 끝난 후엔 관객과의 대화도 마련돼 있다. “‘무교육적 댄스’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무용을 교육적으로 본다’와 ‘교육이 없다(無)’는 것이죠. 축구 경기를 볼 때 나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쥘 때가 있잖아요. 이건 스포츠 경기 규칙을 아는 사람만 자동적으로 느끼는 감각이죠. 무용도 마찬가지예요. 아는 만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9일 공연되는 ‘사우나 세미나’는 ‘바디콘서트’(2010년)를 스탠딩 형태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다프트펑크, MC 해머, 비욘세의 팝 음악뿐 아니라 헨델과 바흐의 클래식, 아리랑 등 여러 음악을 사용했다. 공연명을 ‘사우나 세미나’로 정한 이유도 재밌다. “무용수들은 한 번 공연하면 살이 4kg가량 빠질 정도로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무대에서 땀을 줄줄 흘려요. 그래서 공연 이름을 ‘사우나 세미나’로 정해봤죠. 이 작품을 스물여덟 살에 만들었는데 그땐 돌도 씹어 먹을 나이였죠. 그래선지 지금은 좀 힘들더군요. 하하.” 그가 2007년 창단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이날치 ‘범 내려온다’부터 콜드플레이 ‘하이어 파워(Higher Power)’, 스페인·쿠바의 춤곡 ‘볼레로’까지 춤으로 모든 장르 음악을 섭렵해왔다. 가수 엄정화, 그룹 코요테의 백업댄서였던 그가 서울예대에서 현대무용을 배우고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를 만든 후 줄곧 고집해온 원칙이 있다. 춤은 절대 가수를 ‘보조’하는 장식이 아니라는 것. 가수나 밴드의 뒤가 아닌 옆이나 앞에서만 그들의 춤을 볼 수 있는 이유다. “춤은 개별 예술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이 있어요. ‘저 춤 때문에 음악이 훨씬 좋게 들렸어!’ 이런 말을 듣는 춤을 계속 출겁니다.” 4만∼6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7-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언젠가 패랭이에 감춘 긴 머리 풀고 비키니 입고 줄 타는 어름사니가 꿈”

    허공에 매달린 팽팽한 외줄 위에서 잰걸음으로 걷고 달리고 공중회전까지 하는 줄타기는 남사당 기예(技藝) 중 으뜸으로 친다. 공중에서 부리는 재주가 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하다고 해서 붙인 ‘어름’에 인간과 신의 중간을 뜻하는 ‘사니’를 더한 말인 ‘어름사니’는 줄타기꾼을 일컫는 남사당 용어다. 서주향(30·사진)은 국내에서 활동 중인 유일한 ‘여성 어름사니’. 경기 안성시립 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 단원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 전수장학생인 그를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만났다. 그는 “왼쪽 엉덩이로만 줄을 탔는데 최근 무형문화재 전수장학생이 된 후 김대균(국가무형문화제58호 줄타기 예능보유자) 선생님께 오른쪽 엉덩이로 줄 타는 법도 배우고 있다”며 “배울 기술이 한참 남았다”고 했다. 6∼10일 국립국악원에서 열리는 ‘2022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에서 그는 동두천이담농악보존회와 함께 여러 줄타기를 선보인다. 난도가 가장 높은 ‘양발 끝으로 코차기’도 한다. 영화 ‘왕의 남자’(2005년) 마지막 장면에서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이 보여준 기술이다. “20년 넘게 줄을 탔지만 40개가 넘는 기술 중 할 수 있는 건 15개 정도예요. 백텀블링(뒤로 하는 공중회전)도 하고 싶어서 최근 애크러배틱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안성 남사당 보존회에서 일하던 이웃 할아버지의 권유로 줄타기를 시작했다. 이후 평범하지 않은 학창 시절을 보냈다. 휴일과 명절도 없었고, 오전에 시작한 연습은 새벽 1시를 넘길 때가 많았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연습실로 향했어요. 친구들과 떡볶이 먹는 게 소원이었죠.(웃음) 하지만 귀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집이 어려웠는데 조금이나마 돈을 벌어 보탰고 해외 공연도 많이 나갔죠. 줄타기를 생각하면 ‘애증’이란 단어가 떠오르네요.” 남사당패는 원래 남자로만 이루어진 연희집단이다. 그는 조선 후기 최초의 여성 꼭두쇠(남사당패 우두머리)였던 ‘바우덕이’의 이름을 딴 풍물단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남사당처럼 바지를 입고 패랭이를 쓴 채 줄을 탄다. 최근 새 목표가 생겼다. “여성 댄스팀 ‘프라우드먼’을 보며 ‘여성 어름사니’라는 걸 드러내고 싶어졌어요. 언젠가는 패랭이 안에 감춘 긴 머리는 풀고 비키니 같은 의상을 입은 채 줄을 타는 게 꿈입니다.” 9일 오후 8시, 국립국악원 연희마당, 무료.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7-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년 넘게 탔지만 배워야할 기술 많아…‘여성 어름사니’ 알리고 싶어”

    허공에 매달린 팽팽한 외줄 위에서 잰걸음으로 걷고 달리고 공중회전까지 하는 줄타기는 남사당 기예(技藝) 중에서 으뜸으로 친다. 공중에서 부리는 재주가 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하다고 해서 붙인 ‘어름’에 인간과 신의 중간을 뜻하는 ‘사니’를 더한 말인 ‘어름사니’는 줄타기꾼을 일컫는 남사당 용어다. 서주향(30)은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유일한 ‘여성 어름사니’다. 경기 안성시립 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 단원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 전수장학생인 그를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만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왼쪽 엉덩이로만 줄을 탔는데 최근 무형문화재 전수장학생이 된 후부터 김대균(국가무형문화제58호 줄타기 예능보유자) 선생님께 오른쪽 엉덩이로 줄 타는 법도 배우고 있다”며 “20년 넘게 줄을 탔지만 배워야 하는 기술이 아직 한참 남은 어름사니”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6일부터 국립국악원에서 열리는 ‘2022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에서 서주향은 동두천이담농악보존회와 함께 그간 연마한 여러 줄타기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선 난도가 가장 높은 줄타기 기술인 ‘양발 끝으로 코차기’도 볼 수 있다. 영화 ‘왕의 남자’(2005년)의 마지막 장면에서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이 보여준 그 기술이다. “20년 넘게 줄을 탔지만 할 수 있는 기술은 15개 정도예요. 대대로 내려오는 줄타기 기술은 40개가 넘죠. 줄 위에서 백덤블링(뒤로 하는 공중회전)도 하고 싶어서 최근엔 아크로바틱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아직 못 해본 기술이 많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그는 이웃 할아버지의 권유로 줄타기를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안성 남사당 보존회에 일을 열심히 하던 이로, 체구가 작은 서주향에게 줄타기를 한번 해보라고 했고 서주향은 공연장에 나갔다가 풍물단에 들어가게 됐다. 이후 평범하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려서부터 풍물단 어름사니였던 그에겐 휴일도 명절도 없었다. 오전에 시작한 연습은 매번 자정까지 이어졌다. 새벽 1시를 넘길 때도 많았다.“학교 끝나면 곧장 연습실로 향했어요. 한때는 방과 후에 친구들과 같이 떡볶이 먹으러 가는 게 소원이었죠.(웃음)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가끔 생각하지만 줄타기를 하면서 귀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가정형편이 어려웠는데 조금이나마 돈을 벌어서 보탬이 될 수 있었고 해외 공연도 많이 나갔죠. 줄타기를 생각하면 ‘애증’이란 단어가 떠오르네요.” 남(男)사당패는 원래 남자들로만 이루어진 연희집단이다. 그는 조선 후기 최초의 여성 꼭두쇠(남사당패의 우두머리)로 활약했던 ‘바우덕이’의 이름을 딴 풍물단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남사당처럼 바지를 입고 패랭이를 쓴 채 줄을 탄다. 하지만 최근 그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프라우드먼’ 같은 여성 댄서들을 보면서 ‘여성 어름사니’라는 걸 드러내고 싶어졌어요. 화려한 의상을 입고 선보이는 춤 동작들이 너무 아름답고 멋지더라고요. 언젠가는 패랭이 안에 감춘 긴 머리는 풀고 비키니 같은 의상을 입은 채 줄을 타는 어름사니로 사는 게 꿈입니다.” 9일, 국립국악원 연희마당, 전석 무료.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7-03
    • 좋아요
    • 코멘트
  • 올해 12년 여정 마침표 찍는 뮤지컬 ‘서편제’… 이자람-차지연이 본 ‘서로의 송화’는

    창작 뮤지컬 ‘서편제’는 2010년 초연 이후 네 시즌에 걸쳐 공연된 만큼 흥행작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뮤지컬 마니아들이 사랑하는 작품 중 하나지만, 매 시즌 적자가 나거나 가까스로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었다. ‘서편제’를 연출해 온 이지나 연출가는 “초연 때부터 관객과 평단의 반응이 좋았지만 계속 적자가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한국적 소재로 뮤지컬을 창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제작자를 찾지 못하자 직접 제작자로 나섰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8월 12일 개막하는 뮤지컬 ‘서편제’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12년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원작 저작권 사용 기간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이청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어느 소리꾼 가족의 한(恨) 담긴 일생을 다룬다. 그간 많은 배우가 ‘서편제’를 거쳐 갔지만 소리꾼 이자람(43)과 뮤지컬 배우 차지연(40)은 주인공 송화 역을 맡아 초연부터 끝까지 함께했다. 최근 두 사람에게 ‘송화 12년’을 물었다. ―서로 ‘어떤 송화’라고 생각하나요. “지연이의 송화를 보면 슬퍼서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슬픔에 마음을 확 빼앗겨 버렸어요. 뜨겁고 처절하고 슬픈, 모닥불 같은 송화예요.”(이자람) “자람 언니가 표현하는 송화는 제 심장이 먼저 반응할 만큼 귀하고 위대해요. 자람 언니는 ‘서편제’ 그 자체입니다.”(차지연) ―12년 전 ‘서편제’ 송화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이지나 연출가가 대뜸 전화해 ‘너의 재능을 용병처럼 막 쓰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아직도 정말 생생해요. 그런 멋진 제안을 누가 거절하겠어요.”(이자람) “제가 어릴 때 외할아버지에게 판소리 고법(판소리 북 반주)을 배웠다는 사실을 알았던 창작진에게서 연락이 왔죠(차지연은 판소리 명인인 송원 박오용 선생·1926∼1991의 외손녀로, ‘서편제’ 초연 때부터 북장단을 직접 만들었다).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와 자람 언니의 판소리를 한 자락씩 따라 부르며 엄격하게 오디션을 봤어요.”(차지연) ―‘서편제’는 상업적으로 흥행하지 못했습니다. 서운함은 없었나요. “판소리가 지닌 장르적 한계, 편견과 싸우는 것은 제 몸에 완전히 배어있어요. 낯설지 않은 감각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작품을 올려줘서 고맙죠.”(이자람)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했습니다. “지연이와 상부상조했어요(웃음). 제가 넘버 ‘살다 보면’이 어렵다고 하면 지연이가 봐주고, 지연이가 ‘심청가’ 때문에 분장실에서 울고 있을 때 도와주며 친해졌어요.”(이자람) “평생 해보지 않은 판소리를 해야 하는 사실이 버거웠어요. 생각해 보면 송화는 배우로서 저를 강단 있게 만들어줬고 ‘인간 차지연’의 삶도 토해낼 수 있게 해줬어요.”(차지연) ―‘서편제’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무엇인가요. “‘나의 소리.’ 송화의 삶과 가장 가까운 노래 같아요. 그 노래를 마친 후로 송화는 상황에 개의치 않고 저벅저벅 제 갈 길을 가는 느낌이 들어요.”(이자람) “아무래도 ‘살다 보면’이 아닐까요. 슬프지만 아름답고, 아름답지만 서글프죠. 은은한 미소로 늘 제게 손을 내밀어주는 곡이에요.”(차지연) ―마지막 공연입니다. 어떤 송화를 준비하고 있나요.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연연하지 않을 거예요. 2010년부터 늘 죽을힘을 다해 해왔던 것처럼 이번의 송화도 그 마음, 그 자세로 임할 겁니다.”(차지연) “큰일이 다가와도 별일 아닌 것처럼 툭 털고 일어나는 송화요. 겉은 어떨지 몰라도 송화의 내면은 늘 튼튼하고 유쾌했으면 좋겠어요.”(이자람) 8월 12일∼10월 23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6만∼13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뮤지컬 ‘서편제’ , 매번 적자에도 5번째 제작 이유는…”

    뮤지컬 ‘서편제’는 널리 알려진 만큼 흥행한 작품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서편제’는 매 공연 적자가 나거나 가까스로 적자를 면했다. 판소리와 국악이 대중적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편제의 제작진은 이지나 연출, 김문정 음악 감독 등 대한민국 뮤지컬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아티스트와 배우들이다. 하지만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고, 자금난을 겪은 제작사 대표가 숨지며 적잖은 아픔을 겪기도 했다. 1세대 뮤지컬 연출가이자 그간 ‘서편제’를 연출해온 이지나는 “초연 때부터 관객과 평단의 반응이 좋았지만 계속 적자가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한국적 소재로 뮤지컬을 창작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마지막 공연 제작자를 찾지 못한 그는 이번엔 메가폰을 내려놓고 직접 제작에 나섰다. 뮤지컬 ‘서편제’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12년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원작 저작권 사용 기간이 만료돼서다. 이청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어느 소리꾼 가족의 한(恨) 담긴 일생을 다룬다. 그간 많은 배우가 ‘서편제’를 거쳐 갔지만 소리꾼 이자람(43)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였다. 눈 먼 소리꾼으로 분한 이자람을 27일 서울 종로구의 카페에서 만나 ‘송화 12년’을 물었다. ―이자람의 송화는 어떤 사람인가. “제가 하는 송화는 촛불 같아요. 꺼질락 말락 하는데 계속 켜있는 그런…. 주변 서사가 무엇이 됐든 상관 없이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저 들풀에 핀 풀꽃처럼 그냥 살아요.”―12년 전 ‘서편제’의 송화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아직도 너무 생생해요. 이지나(연출가)라는 사람이 제게 전화를 줬어요. ‘서편제’라는 좋은 작업을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뮤지컬에도 이자람이란 존재가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고, 이자람의 작업에도 누가 되지 않게 하겠다’고 멋있게 제안하셨어요. 나를 이렇게 존중해주고 나 그대로 무대에 올려주고 더 많은 관객을 만나게 해주겠다는데 그걸 누가 거절하겠어요.”―‘서편제’는 흥행하지 못했다. 서운함은 없었나. “뮤지컬을 하던 분들한텐 서운한 일이겠지만 전 판소리를 평생 해왔잖아요. 판소리란 장르적 한계, 편견과 싸우는 것은 제 몸에 완전 배어있는 일이에요. 낯설지 않은 감각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작품을 올려줘서 고맙죠. 쉬운 선택은 아니잖아요.”―‘뮤지컬 넘버’라는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했다. “엄청 부담스러웠고 고민했죠. 함께 송화 역을 연기한 지연(뮤지컬 배우 차지연)이와 상부상조했어요.(웃음) 제가 ‘살다보면’ 어렵다고 하면 지연이가 봐주고, 지연이가 ‘심청가’ 때문에 분장실에서 울고 있을 때 함께 대화하면서 친해졌어요. 송화는 뮤지컬만 해서도, 소리만 해서도 안 되기에 분명 어려운 역할이에요.”―‘서편제’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무엇인가. “‘나의 소리’라는 노래를 좋아해요. 그건 제가 생각하기에 송화라는 인물에 가장 가까운 노래 같아요. 상황이 어떻게 되거나 그 노래를 마친 이후로 송화는 저벅저벅 제 갈 길을 가는 느낌이 들거든요.”―‘서편제’는 가부장적 가치관이 깃든 고전이다. 현대와 동떨어진 서사라는 비판도 있다. “많은 고전문학이 그렇듯 가족에서 아버지와 딸, 아들과 어머니라는 지정된 역할 그리고 역할 분담을 핑계로 상대에게 가하는 무례함이 있죠. 서편제도 자유롭지 않아요. 제가 송화로서 할 수 있는 말은, 우리가 송화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보러 오시라고 하고 싶어요. 우린 고전 없이 살 수는 없잖아요. 그걸 어떻게 해석해내느냐가 지금 시대의 예술가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마지막 공연이다. ‘어떤 송화’를 준비하고 있나. “엊그제 밥 먹으면서 울음을 아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몸과 마음이 튼튼하고 큰 시련도 잘 털어내는 송화요. 되게 큰 일이 다가와도 별일 아닌 것처럼 툭 털고 일어나는 서사에 매력을 느껴요. 겉은 어떨지 몰라도 송화의 내면은 굉장히 튼튼하고 유쾌했으면 좋겠어요.”8월 12일~10월 23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BBCH홀, 6만~13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29
    • 좋아요
    • 코멘트
  • ‘갯마을 차차차’ 따뜻한 여장부 여화정, 재소자들 피아노 교사로 뮤지컬 컴백

    독특한 이름을 지닌 배우 이봉련(41·사진). ‘이정은’이란 본명을 두고 배우가 되기 전부터 그가 지은 활동명이다. 본명과 가명의 느낌처럼 이봉련은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한편으론 생경한 느낌을 풍기는 묘한 배우다.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2021년)에선 씩씩하지만 따뜻한 동네 여장부 여화정을,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년)에선 임신했다고 퇴사 권고 받은 미스 김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영화와 드라마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지만, 그는 2005년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로 데뷔한 17년 차 배우다. 이봉련이 5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한다.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21일 개막한 뮤지컬 ‘포미니츠’를 통해서다. ‘포미니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60여 년간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피아니스트 크뤼거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재소자 제니의 우정을 다룬 작품이다. 그는 주인공 크뤼거 역을 맡았다. 27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크뤼거는 매력적인 캐릭터이자 인간적으로 끌리는 인물”이라며 “전쟁을 겪은 인물이 누군가의 재능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가슴을 뜨겁게 했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 영화 위주로 연기 활동을 벌인 그가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돌아온 건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뮤지컬로 데뷔해서 그런지 어머니는 제가 뮤지컬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세요. 그런 마음을 알기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우리 엄마, 객석에 꼭 모셔야겠다’ 마음먹었죠.” 이봉련은 그간 다양한 스펙트럼의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2012년)에선 고등학생 연기를, 뮤지컬 ‘빨래’에선 주인 할매로 열연하며 다양한 연령대를 그려냈다. 경상도 사투리는 물론이고 전라도 사투리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연극 ‘만주전선’을 보고 그를 영화 ‘옥자’(2017년)에 캐스팅한 봉준호 감독은 이봉련을 가장 주목하는 연극배우로 꼽기도 했다. 비중의 크기에 상관없이 언제나 충분히 좋은 역할을 맡고 있어 행복하다는 그는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쌈빡하게’ 잘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8월 14일까지, 전석 7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봉련이 누구야?…얼굴보면 ‘아!’하는 배우

    이봉련(41)은 독특한 이름보다 얼굴이 익숙한 배우다.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생경하고,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tvN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선 씩씩하지만 따뜻한 동네 여장부 여화정을,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선 임신했다고 퇴사 권고 받은 미스 김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나온 그가 실은 2005년 뮤지컬로 데뷔해 꾸준히 무대에 선 17년차 배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1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포미니츠’에서 그는 크뤼거 역을 맡았다. ‘포미니츠’는 2차 세계대전 이후 60여 년간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온 피아니스트 크뤼거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재소자 제니의 우정을 다룬 작품. 동명의 영화는 제57회 독일 아카데미에서도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27일 인터뷰에서 그는 “크뤼거는 배우 입장에서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이자 인간적으로 끌리는 인물”라고 전했다. “2022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는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 감정과 감각을 잘 모르잖아요. 전쟁을 겪은 인물이 누군가의 재능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가슴을 뜨겁게 했어요. 영웅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도 아닌 보통의 인간이잖아요.” 뮤지컬로 데뷔했지만 주로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에서의 활동 이력이 더 많다. 그런 그가 뮤지컬 무대로의 복귀를 결심하자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저의 데뷔 무대가 뮤지컬이었잖아요. 그래선지 어머니는 제가 뮤지컬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세요.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알기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우리 엄마, 객석에 꼭 모셔야겠다’ 마음 먹었죠.” 이봉련의 이력은 화려하다. 영화 19편, 드라마 10편, 연극 19편, 뮤지컬 4편…. 전 장르서 골고루 활약해온 그에게 대표작은 뭘까. 27일 인터뷰에서 그는 “개인적인 성과보다 관객들에게 많이 기억되고 사랑 받았던 게 대표작이었으면 좋겠다”며 “연기는 관객이나 시청자가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간 맡은 배역은 연령과 출신 지역도 다양하다. 뮤지컬 ‘빨래’의 주인할매부터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에선 고등학생까지 10대와 70대를 아우른다.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직접 공연장을 찾아 연극 ‘만주전선’을 보고 그를 영화 ‘옥자’에 캐스팅한 봉준호 감독은 이봉련을 가장 주목하는 연극배우로 꼽기도 했다. “연습은 정말 많이 합니다. 특히 제게 낯선 배역이나 잘 모르는 지역의 사투리는 더 많이 했어요. 배우는 연습할 기간이 주어지면 그걸 무조건 해내야 하는 직업이에요. 그 인물이 그런 사람인 걸 믿게 해야 되니까요. 배우로서 사명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가집니다.” 무대에선 주로 주인공인 그가 영화, 드라마에선 주로 비중이 크지 않는 조연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선 “충분히 좋은 역할을 맡고 있다”며 웃었다. “전 무대 연기로 시작했으니 무대에선 주인공을 하지만 드라마, 영화에선 단역을 하기도 하죠. 만약 주인공만 하고 싶은 열망에 집중하면 배우는 아마 많이 힘들 거예요. 제가 맡은 역할을 ‘쌈빡하게’ 잘 해내고 싶을 뿐입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28
    • 좋아요
    • 코멘트
  • “절제된 한국 전통춤-깊고 깊은 소리, 핀란드에도 ‘영혼의 회오리’ 붑니다”

    전통춤을 기반으로 하는 국립무용단이 1962년 창단 이래 처음 손잡은 외국 안무가가 있다. 고전발레와 현대무용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통춤 부토와 합기도, 중국의 경극까지 섭렵한 핀란드 대표 안무가 테로 사리넨(57)이다. 동서양의 춤을 마스터한 그와 국립무용단의 만남은 2014년 시작됐다. 무용극 ‘회오리’는 한국 무용수들과 함께 그가 만든 첫 한국 무용 작품. 한국 초연 이후 2015년 프랑스 칸 댄스 페스티벌, 2019년 일본 가나가와예술극장 무대에도 올랐다. 24일 한국에서의 두 번째 공연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그를 최근 만났다. “한국 춤의 절제미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 무용수들은 내면엔 힘을 가득 채운 채로 춤을 추죠. 가만히 서 있는데도 힘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힘을 폭발시킬 때도 있고 우아하게 표현할 때도 있습니다.” 그가 붙인 작품명 ‘회오리’는 자연 현상에서 따왔다. 핀란드에서 온 그가 한국 무용수를 처음 만났을 당시 뜨거운 공기가 찬 공기를 만나 생기는 회오리 같았다고 회고했다. “혼돈과 충돌 이후에 새로움이 태어나듯 완벽한 새로움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가 이곳(한국)에 온 것만으로도 회오리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요.” ‘회오리’의 주제는 자연주의다. 핀란드에서 나고 자란 그는 주로 숲과 바다 근처에서 살았다. 대자연의 영향을 받은 그는 춤에 자연의 철학을 접목하는 작업을 즐긴다. “인간은 마치 나무처럼 땅에 뿌리를 내린 상태에서 위로 올라가려고 하죠. ‘회오리’에서도 하체의 움직임은 최소화하고 상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나무를 표현했습니다. 전 팔과 손가락에 영혼이 담겼다고 생각해요. 손가락을 활용한 안무로 영혼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회오리’는 춤만큼 음악도 아름답다. 가야금과 해금, 피리에 맞춰 소리꾼이 소리를 한다. “한국 전통 악기에서 나오는 매우 깊고 심오한 소리를 너무 사랑합니다. 소리꾼의 소리는 마치 고대에서 온 여성의 울부짖음과도 같았어요. 무의식에 잠긴 무언가를 뚫고 나오는 소리! 한국의 전통음악에서도 회오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회오리’는 9월 핀란드 헬싱키 댄스하우스의 첫 해외 초청작으로 선정돼 핀란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단순히 한국의 무용 작품이 핀란드에 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국경과 경계를 넘어 한국과 핀란드를 연결할 통로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24∼2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핀란드 안무 거장이 빚어낸 오묘한 한국춤…“절제미에 감명”

    전통춤을 기반으로 하는 국립무용단이 1962년 창단 이래 처음 손잡은 외국 안무가가 있다. 고전발레와 현대무용뿐 아니라 일본의 전통춤 부토와 합기도, 중국의 경극까지 섭렵한 핀란드의 대표 안무가 테로 사리넨(57)이다. 동·서양의 춤을 마스터한 그와 국립무용단의 만남은 2014년에 시작됐다. 무용극 ‘회오리(Vortex)’는 한국 전통춤과 한국 무용수를 재료로 그가 지어낸 첫 작품. 그가 안무한 춤을 보고 있으면 특정 국적과 인종, 젠더가 연상되지 않는다. 이 오묘한 무용극은 한국 초연 이후 2015년 프랑스 칸 댄스 페스티벌, 2019년 일본 가나가와예술극장 무대에도 올랐다. 24일 한국 재연을 앞두고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그를 최근 만났다. “한국 춤의 ‘절제미’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 무용수들은 내면엔 힘을 가득 채운 채로 춤을 추죠. 가만히 서 있는데도 그 힘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춤에 따라 그 힘을 폭발시킬 때도 있고 우아하게 표현해낼 때도 있습니다. 그걸 본 순간 저는 본능적으로 한국 무용수들과 연결돼있음을 느꼈습니다.” 그가 작명(作名)한 작품명 ‘회오리’는 자연 현상에서 따왔다. 핀란드 출신의 그와 한국 무용수들과의 첫 만남은 뜨거운 공기가 찬 공기를 만나 생기는 회오리 같았다고 회고했다. “혼돈과 충돌 이후에 새로움이 태어나듯 완벽하게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가 이곳(한국)에 온 것만으로도 회오리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요.” 무용극 ‘회오리’의 큰 주제는 자연주의다. 핀란드에서 나고 자란 그는 주로 큰 숲과 바다 근처에서 살았다. 대자연의 영향을 받은 그는 춤에 자연의 철학을 접목하는 작업을 즐긴다. ‘회오리’엔 나무를 모티브 삼은 춤도 있다. 하체의 움직임은 최소화하고 상체는 마치 바람이 나부끼는 기다란 헝겊처럼 휘날린다. 손끝의 움직임도 화려하다. “인간은 마치 나무처럼 땅에 뿌리를 내린 상태에서 위로 올라가려고 하죠. 그 모습을 춤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전 팔과 손가락에 영혼이 담겼다고 생각해요. 손가락을 활용한 안무로 영혼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무용극 ‘회오리’는 춤만큼 음악도 아름답다. 가야금과 해금, 피리에 맞춰 소리꾼이 소리를 부른다. 음악감독은 어어부프로젝트 출신의 ‘이날치’ 베이스 연주자 장영규가 맡았다. “가야금, 피리, 해금에서 나오는 매우 깊고 심오한 소리를 너무 사랑합니다. 소리꾼이 부르는 소리는 마치 고대에서 온 여성의 울부짖음과도 같았어요. 무의식에 잠긴 무언가를 뚫고 나오는 소리! 한국의 전통음악에서도 회오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용극 ‘회오리’는 9월 핀란드 헬싱키 댄스하우스(Dance House Helsinki)의 첫 해외 초청작으로 선정돼 핀란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그가 한국 예술가들과 협업한 작품을 모국(母國)에서 처음 선보이게 된 것. “단순히 한국의 무용 작품이 핀란드에 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국경과 경계를 넘어 한국과 핀란드를 연결할 통로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굉장히 기대가 큽니다.” 24~2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23
    • 좋아요
    • 코멘트
  • 공연이란 공연은 다 다오… 2.5배 커진 ‘LG아트센터 서울’

    22년간의 역삼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새 둥지를 튼 ‘LG아트센터 서울’이 내부를 처음 공개했다. LG아트센터 서울은 2000년 개관한 LG아트센터의 새 이름이다. LG아트센터 서울은 무대 면적이 기존 공연장의 2.5배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및 공항철도 마곡나루역과 연결된다. 10월 정식 개관을 앞두고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확장된 시설을 기반으로 수준 높은 공연예술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며 “예술과 건축, 자연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81)가 설계한 LG아트센터 서울은 4년 6개월에 걸쳐 공사비 2556억 원을 들여 건설했다. 외관은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를 활용해 단정한 분위기를 풍기고 내부는 15도가량 비대칭적으로 기울어진 벽면이 부드럽게 감싼다. 안도는 “로비와 아트리움, 통로 등 개성을 가진 각각의 공간이 신선한 자극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대극장(1103석)만 있었던 과거와 달리 다목적 공연장 ‘LG시그니처홀’(1335석)과 가변형 블랙박스 공연장 ‘U+스테이지’(365석)를 운영한다. LG시그니처홀의 무대는 가로 20m, 세로 32.5m로 국내 최대 규모 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와 비슷하며 오케스트라 피트엔 연주자 120명이 들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무대 크기 때문에 못 할 공연은 없게 됐다”는 평이 나온다. U+스테이지는 17개로 분리된 객석을 변형, 조립할 수 있는 블랙박스 공연장으로 다양한 형태의 무대를 연출할 수 있다. LG시그니처홀엔 잔향(소리가 생성된 후 계속되는 소리)을 조절하는 시설을 도입해 클래식 공연부터 확성이 필요한 콘서트, 뮤지컬까지 장르별로 음향 조건을 맞출 수 있다. U+스테이지엔 입체 음향을 내는 60개 스피커가 설치돼 어느 객석에서든 비슷한 음향을 들을 수 있다. 공연장 위로 항공기가 지나가도 소음이 들리지 않도록 설계했다. 모바일 발권 시스템도 도입한다. LG아트센터 서울은 시설을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뒤 LG가 20년간 운영권을 가진다. 공식 개관일은 10월 13일이다. 개관식 무대는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장식한다. 이어 박정현, 이날치, 이은결, 이자람, 클라라 주미 강, 선우예권 등이 선보이는 공연으로 ‘개관 페스티벌’(10월 15일∼12월 18일)을 구성했다. 이후 뮤지컬 ‘영웅’이 12월 20일 막을 올린다. 영국 현대무용가 아크람 칸, 프랑스 안무가 요안 부르주아,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도이체카머필하모닉의 내한 공연도 예정돼 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6-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