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증인’의 자폐 소녀, 변호사가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문지원 작가
장애-비장애인 소통과정 초점 맞춰
“이상한 사람들, 세상 풍요롭게 해”
‘증인’선 변호사 꿈꾸는 자폐인 나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변론하는 우영우(박은빈). ENA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변론하는 우영우(박은빈). ENA 제공
“나는 아마 변호사는 되지 못할 거야. 자폐가 있으니까. 하지만 증인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증인’(2019년) 속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자폐성 장애인 지우(김향기)는 극중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우는 변호사 순호(정우성)를 도와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아내지만 장애로 인해 변호사는 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증인’의 각본을 쓴 문지원 작가는 그로부터 3년 뒤 지우의 꿈을 이뤄낸다. 지난달 29일 처음 방송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서다. ‘이상한…’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가 대형 로펌에 입사해 동료 변호사들과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시청률은 첫 회 0.9%로 출발해 7일 방영된 4화에선 이 채널 최고시청률 5.2%를 기록했다.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스트리밍 순위는 국내 1위, 세계 10위다. TV 드라마 화제성 지수도 1위에 올랐고 제작사 에이스토리 주가는 첫 회 방송 후 70% 이상 급등했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이에 자폐성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각본을 쓴 작가의 세계관도 주목받고 있다.

에이스토리를 통해 문 작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작품의 방점은 ‘이상한’에 찍혀 있다. 이 드라마를 보는 건 독특한 걸음걸이와 말투로 첫눈에도 뭔가 ‘이상한 우영우’를 알아가는 경험이다. 문 작가는 “일반적이지 않은, 낯선, 독특한, 엉뚱한, 별난, 상식적이지 않은 특별한 사람을 가리켜 흔히 ‘이상하다’고 한다. 이상한 사람들은 타인을 긴장시키고 때론 문제를 일으키지만 세상을 변화시키고 풍요롭게 만든다”고 했다. ‘이상한’에 천착하는 그의 고민은 영화 ‘증인’에도 나온다. 일반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던 지우가 특수학교로 전학 간 후 내뱉는 대사에서다. “(친구들이) 많이 이상해서 좋아요. 정상인 척 안 해도 되니까요.”

지우와 달리 ‘이상한…’의 우영우는 비장애인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길을 택한다.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졸업하고 대형 로펌에 입사해 엉뚱하고 참신한 시각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우영우의 로펌 동료들은 그를 장애인이라 동정하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특별대우도 없다. 드라마는 비장애인이 갖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숨기지 않고 사람들이 ‘이상한 우영우’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작품 모두 법정물이지만 범죄보다는 자폐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벽을 허물고 소통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이상한…’은 강력 범죄가 아니라 유산에 욕심을 낸 형제 등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툼을 주로 다뤄 서민의 현실을 조명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극악한 사건을 그린 다른 작품과 달리 ‘선함’이 이긴다는 게 드라마의 콘셉트”라며 “센 캐릭터, 자극적 사건에 지친 사람들이 따뜻한 이야기를 보고 싶은 욕망이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자폐 소녀#변호사#영화 증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