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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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무용 등 공연업계를 취재합니다.

easyhoon@donga.com

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문화 일반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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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CEO3%
패션3%
음악3%
사회일반3%
기타17%
  • 돌아온 장사익 “사랑-미움이 인간의 역사…이제 다시 만날 때”

    노래 ‘찔레꽃’으로 유명한 장사익(73)의 소리는 전통국악도 대중가요도 아닌 ‘장사익류’로 불린다. 45세에 처음 무대에 섰던 그의 음색엔 먼 길을 돌아온 듯한 삶의 애환이 베여있었다. 1995년 1집 ‘하늘가는 길’을 발표한 후 그는 13번의 전국투어 공연과 9장의 정규음반을 발표했다. 데뷔 24주년인 2018년엔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한국가수 대표로 애국가를 불렀다. 장사익의 전국투어 ‘소리판’이 다음달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1994년 이후 2년마다 전국투어에 나섰지만, 최근 4년간 팬데믹으로 열리지 못했던 공연이다. 4년만에 ‘소리판’ 복귀를 앞둔 그를 5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택에서 만나 인터뷰했다.―이번 소리판 주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로 정했다. 어떤 의미인가. “마종기 시인 ‘우화의 강’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20년 지기가 10년 전부터 술버릇처럼 읊던 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싸움도 하고 사랑도 하고 미워하면서 인간의 역사가 된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만남 자체가 차단됐다. 부서지고 깨지고 화해하는 과정이 사라졌다. 이제 만날 때가 되지 않았을까.”―‘우화의 강’과 서정춘 시인의 ‘11월처럼’, 허형만 시인의 ‘구두’, 한상호 시인의 ‘뒷짐’ 등에 운율을 더한 신곡 4곡을 발표한다. “나이를 먹어가는 내게 깨달음을 줬던 시들이다. 올해 73살인데 야구로 치면 8회말 정도 왔다. 소리도 예전만 못하다. 젊을 땐 ‘하이C’(피아노의 여덟 옥타브 가운데 일곱 번째 옥타브의 ‘도’)까지 올라갔는데 이젠 잘 안 돼서 몇 키 낮춰서 부른다. 그렇다고 서글프진 않다. 나이에 맞게 살아야지. 분수를 모르면 푼수라는데 그 말이 진짜다.”―2016년엔 성대결절 진단을 받았다. “처음엔 사형 선고처럼 여겼다. 노래하는 사람인데 높은 소리 안 나고 갈라지면 어떡하나. 우사인 볼트의 다리 하나가 부러진 거랑 같다. 수술하면 1년간 노래 못한다고 해서 고민했다. 그런데 ‘고쳐서 더 튼튼하게 오래 가라는 뜻이 아닐까’라고 마음을 바꿨다. 수술만 2번하고 지금은 많이 회복했다.”―회복 후엔 보란듯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영광이고 감사했다. 애국가는 우리의 전통을 담은 으뜸 곡이니 크고 강하게 불러야 한다. 키를 서너 개 올려서 쭉쭉 밀어내듯 불렀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기가 세구나, 에너지가 있구나 하지 않겠나.” 마흔다섯. 불혹을 넘긴 후에야 그는 소리꾼으로 살게 됐다. 그 전까지 장사익은 도무지 정착할 줄 몰랐던 ‘문제적 직장인’이었다. 25년간 회사만 15군데를 옮겨 다녔다. “안 다녀본 회사가 없다. 보험회사 무역회사 카센터까지. 직장생활이 안 맞는 사람인데 그걸 모르고 꾸역꾸역 다녔다. 그땐 세월을 버린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다 배움의 시간이었다. 무료함을 달래려 노래교실도 다니고 악기도 배웠다." 1992년 회사를 그만둔 그는 태평소 연주자가 되겠다며 전국의 농악, 사물놀이를 돌며 공연했다. 2년 후 어느 날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임동창의 피아노 반주에 노래를 부르게 된다. 그날 마음이 맞았던 두 사람은 신촌에 있는 소극장에서 두 사람은 이틀간 공연을 올렸다. 100석 규모였지만 800명의 관객이 몰렸다. 장사익 소리판은 그렇게 시작됐다. “임동창이 ‘형! 세상에 한 번 나갑시다’라 했을 때 난 ‘내 나이 마흔다섯인데 무슨 소리냐’고 대꾸했다.(웃음) 그 후 30년 간 전국을 떠돌며 노래한다. 정체성 없고 이도 저도 아니지만 명창에게나 붙일 법한 이름인 소리꾼으로 불러주신다. ‘소리꾼처럼 제대로 하라’는 의미 아니겠나.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서울 공연에선 시를 노래한 신곡을 추가했다. 서정춘 시인의 ‘11월처럼’ 허형만 시인의 ‘구두’ 한상호 시인의 ‘뒷짐’ 등이다. 서울 공연 이후 12월엔 전주 대전 대구 등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4만~15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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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할머니 ‘8초 변신’… 웃음 빵빵 뮤지컬 ‘매직 분장쇼’

    이혼으로 양육권을 잃은 아빠가 보모 할머니로 변장해 자녀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년)가 지난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이어 한국에서 뮤지컬로 공연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지난달 30일부터 국내 초연 중인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백미는 컴퓨터그래픽(CG)이나 편집 없이 무대에서 아빠 다니엘(정성화 임창정 양준모)이 8초 만에 할머니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바뀌는 ‘퀵체인지’ 변장 쇼다. 러닝타임 165분 동안 무려 19번이나 선보인다. 어떻게 무대에서 8초 만에 성인 남성이 할머니로 변신할 수 있을까. 뮤지컬 ‘미세스…’의 스태프에게 퀵체인지의 비밀을 들어봤다.○ 배우별로 가면, 가발 수제작다니엘이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되려면 3가지 특수 장치가 필요하다. 할머니 얼굴 가면과 풍성한 금색 가발 그리고 빅사이즈 보디슈트가 바로 그것. 주름진 노인 얼굴을 표현한 가면은 영화 ‘기생충’ ‘헤어질 결심’ ‘헌트’의 특수 분장을 맡았던 스튜디오 셀에서 직접 제작했다. 황호균 스튜디오 셀 대표는 “영화 속 다니엘 역의 로빈 윌리엄스가 할머니로 변장한 모습을 기본으로 하되 정성화 임창정 양준모 배우 개개인의 외모 특성을 반영했다”며 “배우 얼굴을 본뜬 석고상에 실리콘을 덮은 후 할머니 얼굴을 디자인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완성된 가면에 덧씌우는 화장과 가발은 분장팀이 맡았다. 가면 화장은 세 배우의 피부 톤에 맞춰 각각 다르게 진행됐다. 뮤지컬 ‘마타하리’ ‘웃는 남자’를 작업한 김유선 분장디자이너는 “가면의 입 주위가 동그랗게 뚫려 있기 때문에 가면 화장은 배우들 실제 피부톤에 맞췄다”고 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착용하는 풍성한 금색 가발은 분장팀 전원이 각 배우 두상에 맞춰 일일이 수작업한 결과물이다. 다음은 할머니 몸. 축 처진 가슴과 늘어진 뱃살, 튀어나온 엉덩이를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은 ‘할머니 보디슈트’를 입는다. 스판 재질의 살구색 수영복 안에 라텍스와 솜을 넣어 신체 곡선을 만들었다. 무게는 2.6kg 정도. 보디슈트 위에 덧입힌 옷들은 1970년대 미국의 여성 노인들의 옷을 참고했다. 김미정 시마 의상제작소 대표는 “당시 미국 할머니들이 입었을 법한 치마 디자인과 길이, 스타킹 색깔, 블라우스 패턴, 재질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자석, 배우 간 ‘합’으로 순식간에 변신가발, 얼굴가면, 보디슈트를 8초 만에 장착시키는 비결은 가로 2cm, 세로 3cm, 두께 1.5mm의 자석에 있다. 빠르게 쓰고 벗을 수 있도록 가발과 얼굴가면 접촉 부위에 자석을 20개가량 붙여 빠르게 연결되도록 만들었다. 황 대표는 “제작에만 4개월가량 걸렸다. 여러 재료를 사용해봤지만 특수 제작한 자석이 퀵체인지에 가장 적합했다”고 했다. 할머니 보디슈트와 옷은 일체형이다. 배우가 보디슈트에 팔을 집어넣으면 극 중 특수분장사 역으로 등장하는 프랭크와 안드레가 재빠르게 보디슈트 뒷부분의 지퍼를 채워 올린다. 결국 배우 간의 합이 중요한 셈이다. 보통 ‘가면→가발→보디슈트’ 순으로 착용한다. 8초 만의 변신을 위해 배우들이 개막 2주 전부터 별도로 장면 전환 연습을 하며 공을 들였다. 배우 정성화는 “정해진 시간 안에 할머니로 변신하지 못하면 노래나 연기 자체를 못 하기 때문에 퀵체인지 연습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11월 6일까지, 7만∼15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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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바다 있는 곳에 생명 또한 있으니

    이 책은 어떤 과학자와 영화감독의 상상에서 시작했다. 영화 ‘타이타닉’(1998년)과 ‘터미네이터’(1984년) 시리즈를 만든 캐나다 출신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은 2003년 우주과학자인 저자에게 바다 탐사를 제안한다.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을 믿었던 캐머런은 우주와 지구의 바닷속 생태계를 연결짓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당시 저자는 원래 하던 우주 연구를 뒤로하고 캐머런의 탐험에 합류했다. 두 사람은 대서양과 태평양 수심 3km까지 내려갔다. 심해에는 아름다운 생태계가 형성돼 있었다. 뜨거운 바닷물이 솟구치는 열수구 근처에는 온갖 종류의 새우와 미생물, 홍합과 물고기가 생존하고 번식했다. 이후 약 5년 뒤 캐머런은 가상의 우주생명체가 주인공인 영화 ‘아바타’(2009년)를 만들었고 탐험에 동행했던 저자는 영화 자문에 참여했다. 이후 저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생물학자가 된다. 다시 우주로 눈을 돌린 저자는 지구의 심해를 탐험한 경험을 토대로 우주에 살고 있을지 모르는 생명체를 찾고 있다. 목성의 얼음 위성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 타이탄, 엔셀라두스…. 저자는 이곳의 심해에도 열수구가 존재할 것이고 그곳에서 생명이 발원했을 거란 가설을 탐구한다. 엔셀라두스에서 분출된 물기둥에서 열수 활동이 있었을 거란 NASA의 연구 결과도 저자가 믿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책은 지구의 심해 생태계를 토대로 우주의 행성이 보유한 심해와 열수구, 그리고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추론해낸다. 분광학 기술, 중력 측정, 자기계 원리같이 복잡한 과학 이론이 다수 등장한다. 저자는 유모차, 베이비시터, 무지개 등 일반인에게 친숙한 비유를 들어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하지만 읽기가 쉽지는 않다. 캐머런은 “우리 위의 별을 가만히 응시하고 우리 아래의 심연을 묵묵히 들여다보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추천사에 썼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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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드 드로잉부터 추상화까지… 조정숙 화백 유작전 4일 개막

    지난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조정숙 서양화가(1948∼2021)의 전시회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4일부터 열린다. ‘조정숙 화백 유작전’은 40년 넘게 한길을 걸어온 고인을 안타까워하며 동료 화가들이 힘을 모아 마련했다고 한다. 누드 드로잉부터 정물화와 추상화까지 미발표작 포함 13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를 주최한 소야갤러리는 “고인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경계 없는 개념 회화’를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14일까지. 무료.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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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인의 예술가가 몸으로 묻는다, 美란 무엇일까

    사방이 흰 천으로 뒤덮인 공연장 한가운데 정십이면체 목재 모형이 놓여 있다. 막이 오르면 한국, 콩고민주공화국, 벨기에, 이탈리아 등에서 온 6명의 예술가가 등장한다. 배우, 무용수, 시각예술가, 다큐멘터리 감독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은 나뭇가지, 보온 담요, 물감, 털실 등을 활용해 90분간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혼잣말을 하거나 물구나무를 서고, 입에 가지를 문 채 온몸을 비튼다.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1일 개막한 ‘스트레인지 뷰티’는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은 실험극으로 움직이는 미술, 혹은 행위예술에 가깝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를 주제로 국립극단과 벨기에 리에주극장이 2020년부터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막이 1년 가까이 연기됐다. 연출은 연극 ‘나무, 물고기, 달’ ‘휴먼 푸가’ 등을 연출한 배요섭이 맡았다. 그는 “연극처럼 정해진 대본이 있는 게 아닌 유동적 형태의 공연으로,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정신적 ‘판’을 만들었다”고 했다. 한국에선 배우 겸 드라마투르그(극작술 연구자)인 황혜란과 다큐멘터리 감독 최용석, 콩고민주공·벨기에에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 에메 음파네, 벨기에 출신 배우 클레망 티리옹과 이탈리아 출신 음향예술가 파올라 피시오타노, 브라질 출신 안무가 마리아 클라라 빌라 로부스가 참여했다.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들면 자칫 미궁으로 빠질 수 있는 공연이다. 무대에 선 이들의 말과 몸짓에 의도와 메시지는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낯설고 신선한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의지가 담겼다. 공연을 위해 예술가들은 2년 동안 명상을 하고 노자의 ‘도덕경’과 미국 철학자 켄 윌버가 쓴 ‘무경계’를 읽었다. 무경계는 동서양 사상과 심리 치료법을 담은 책이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즉흥적으로 표현한다’는 방식 자체가 낯설기에 공연은 불친절하고 난해하다 느낄 법하다. 기승전결을 갖춘 작품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공연 중 즉흥적으로 공연자들이 신체를 노출할 수 있어 미성년자는 관람 불가다. 9월 한국에서 공연한 뒤 12월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18일까지. 전석 3만5000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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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석 “얼굴은 ‘로건 리’로 알렸지만 마음은 대학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로건 리로 이름을 알린 배우 박은석(38)이 처음 대학로 무대에 선 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연극 ‘옥탑방 고양이’의 주인공 경민 역을 맡으면서다. 데뷔작인 SBS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과 ‘부탁해요 캡틴’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릴 때였지만 그의 선택은 드라마가 아닌 연극이었다. 2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만난 그는 “당시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방송을 해야 한다며 아무도 제 선택을 지지해주지 않았지만 기본기 없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았다. 무대에서 연기의 기초를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학로 아이돌’로 불리며 다양한 연극작품에 출연한 그는 2015년부터 드라마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 ‘펜트하우스’ 시리즈에서 로건 리 역을 맡으며 대중적 인기까지 얻었지만 그는 여전히 대학로 무대에 서고 있다. ‘펜트하우스’ 종영 후 연극 ‘아마데우스’에 이어 다음달 17일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에서 개막하는 연극 ‘아트’에선 마크 역을 맡는다. 연극 ‘아트’는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가 1994년 쓴 희곡으로 이듬해 프랑스의 대표 연극상인 몰리에르상을 받은 작품이다. 약 30년간 35개국에서 공연된 스테디셀러인 ‘아트’는 고전을 좋아하는 지적인 항공 엔지니어 마크(이순재 김재범 조풍래 박은석), 예술에 관심이 많은 피부과 의사 세르주(노주현 최재웅 최영준 김도빈), 우유부단한 문구 영업사원 이반(백일섭 박영수 박정복)의 대화와 논쟁이 주를 이루는 3인극이다. 세르주가 그림 한 점을 사면서 세 친구는 논쟁을 벌이게 되고, 25년의 우정엔 균열이 생긴다. “작품은 인간 본성과 사회 문제를 첨예하게 다루지만 마냥 심각하지만은 않아요. 캐릭터도 재밌고 대사에 담긴 유머 감각이 출중하죠.” 연극 ‘아트’는 2018년 국내 초연부터 그가 함께한 공연이다. 10년간 무대에 서는 동안 그에겐 ‘아트’ 말고도 ‘프라이드’ ‘엘리펀트 송’ ‘벙커 트릴로지’ 등 초연 배우로 참여한 작품이 상당수다. “만들어진 틀 안에 저를 맞추는 것보다 틀 자체를 짜고 만드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초연부터 참여하는 걸 좋아해요. 7, 8년 전 처음 참여했던 작품들이 아직까지 성공적으로 공연되는 걸 보면 자랑스럽습니다.” 여러 작품에서 선한 역과 악역을 두루 맡아온 그는 “차기작에선 제대로 된 악역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악역이 격양돼 있고 극적이라 매력 있어요. 겉으론 아닌 척하지만 뒤엔 엄청난 걸 숨기고 있는 그런 사람요. 치밀하고 계획적인 악인을 연기해 보고 싶습니다.” 12월 11일까지, 4만4000∼6만6000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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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의서커스 새 버전, 한국서 처음 공개…곡예수위? 아찔할걸요”

    1984년 캐나다 퀘벡에서 시작해 60개국 450여 도시에서 2억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은 세계적인 공연 제작사 ‘태양의서커스(Cirque du Soleil)가 2018년 ‘쿠자’ 이후 4년 만에 한국 관객을 찾는다. 10월 20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신작 ‘뉴 알레그리아’를 한국에서 초연하는 것. ‘뉴 알레그리아’는 1994년 초연 후 전 세계 1400만 명이 관람한 태양의서커스 대표작 ‘알레그리아’를 업그레이드한 작품이다. 2005년 태양의서커스에 합류한 이후 ‘알레그리아’ ‘드라리온’ ‘바레카이’ ‘쿠자’ 등을 지휘해온 마이클 스미스 태양의서커스 수석 예술감독(사진)을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이번 한국 공연에 대해 “아픔과 어려움을 겪고 난 후 처음 올리는 공연이라 의미가 남다르다”고 전했다. 팬데믹 직격탄을 맞았던 태양의서커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장기 공연 중이던 6개 작품을 포함해 각국에서 예정됐던 44개 작품을 중단시켰다. 2020년엔 파산 절차까지 밟았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투자 유치를 통해 가까스로 회생에 성공한 태양의서커스가 야심 차게 내놓은 작품이 바로 ‘뉴 알레그리아’다. 그리고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다. 그는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출연진과 제작진에겐 큰 감동”이라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알레그리아의 새 버전을 한국 관객에게 공유하고 영감을 줄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새로 개편한 뉴 알레그리아는 조명과 음향기술 등 기술적 측면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인 공중곡예, 불쇼, 링·리본 묘기, 외줄타기 장면에 고난도 애크러배틱 안무까지 추가했다. 그는 “알레그리아는 그 당시 관객 눈높이에 맞춘 무대였다. 30년이 흐른 지금 새로운 관객의 취향과 기대에 맞춰 공연의 모든 요소를 전면 재검토했다”고 말했다. 알레그리아의 하이라이트였던 7인의 공중그네 묘기도 규모와 곡예 수위를 높였다. 서커스 천막에 설치되는 공중그네는 천장 아래 공간을 모두 차지할 만큼 크기를 키웠다. 공연 시간도 길어진다. 그는 “관객의 넋을 완전히 빼놓는 장면이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곡예를 통해 강렬한 경험과 순수한 즐거움을 드리는 게 태양의서커스의 매력”이라고 했다. 뉴 알레그리아의 주인공은 왕의 후계자가 되려는 궁정의 어릿광대 ‘미스터 플뢰르’다. 공연은 무너져가는 왕조에서 특권을 유지하려는 귀족과 그 반대편에서 변화를 갈망하는 신흥세력 ‘브롱크스(The Bronx)’에 둘러싸인 미스터 플뢰르의 여정을 따라간다. 다른 서커스와 달리 기승전결이 담긴 스토리 골격을 갖췄다. 그는 “쇼가 진행될수록 미스터 플뢰르는 권력이 인간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님을 깨닫는다. 권력보다 화합과 포용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했다. 뉴 알레그리아를 위해 전 세계 19개국 출신 예술가 53명이 한국을 찾는다. 이 중 40%가 체조, 수영 등 운동선수 출신이다. 특유의 화려한 분장은 분장사 도움 없이 단원 스스로 해야 한다. 예술가 고유의 창의적인 발상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그는 “단원들에게 많은 상상력과 예술적 자유를 허용하는 이유는 제작진 역시 그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받기 위해서다”라며 “관객에게 매번 신선함을 선사하기 위해선 예술가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7만∼29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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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보다 화합과 포용 메시지” …‘태양의서커스’ 4년만에 한국 귀환

    1984년 캐나다 퀘벡에서 시작돼 60개국 450여 도시에서 2억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은 세계적인 공연제작사 ‘태양의서커스’(Cirque du Soleil)도 팬데믹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대면 공연이 중단되면서 매출은 전무했고 채무만 늘어갔다. 결국 전 직원 95%가 무급 휴직에 들어갔고 2020년엔 파산 절차를 밟았다.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태양의서커스 측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투자금 유치로 기적의 회생에 성공했다. 2018년 ‘쿠자’ 이후 4년 만에 내한하는 태양의서커스는 10월 20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대표 레퍼토리 ‘알레그리아’를 업그레이드한 ‘뉴 알레그리아’를 한국에 선보인다. 2005년 태양의서커스에 합류한 이후 ‘알레그리아’ ‘드라리온’ ‘바레카이’ ‘쿠자’ 등을 지휘해온 마이클 스미스 태양의서커스 수석 예술감독을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아픔과 어려움을 겪고 난 후 첫 공연을 한국에서 선보이게 되어 영광입니다.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출연진과 제작진에겐 큰 감동이죠.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알레그리아의 새 버전을 관객에게 공유하고 영감을 줄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스페인어로 기쁨을 뜻하는 알레그리아는 1994년 탄생한 후 전 세계 1400만 명이 관람하며 태양의서커스 대표작이다. 타이틀곡 ‘알레그리아’가 55주간 빌보드 월드뮤직 차트에 오르고 1996년엔 그래미상 후보에 지명될 정도였다. 새로 개편한 뉴 알레그리아는 조명과 음향기술 등 기술적 측면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인 공중곡예, 불쇼, 링·리본 묘기, 외줄타기 장면에 고난도 아크로바틱 안무까지 추가했다. 그는 “알레그리아는 그 당시 관객 눈높이에 맞춘 무대였다. 30년이 흐른 지금 새로운 관객의 취향과 기대에 맞춰 공연의 모든 요소를 전면 재검토했다”고 했다. 뉴 알레그리아의 주인공은 왕의 후계자가 되려는 궁정의 어릿광대 ‘미스터 플뢰르’다. 공연은 무너져가는 왕조에서 특권을 유지하려는 귀족과 그 반대편에서 변화를 갈망하는 신흥세력 브롱스(The Bronx)에 둘러싸인 미스터 플뢰르의 여정을 따라간다. 다른 서커스와 달리 기승전결이 담긴 스토리 골격을 갖췄다. 그는 “쇼가 진행될수록 미스터 플뢰르는 권력이 인간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님을 깨닫는다. 권력보다 화합과 포용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했다. 알레그리아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던 7인의 공중그네 묘기도 규모와 곡예 수위를 높였다. 서커스 천막에 설치되는 공중그네는 천장 아래 공간을 모두 차지할 만큼 크기를 키웠다. 공연 시간도 길어진다. 그는 “관객의 넋을 완전히 빼놓는 장면이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곡예를 통해 강렬한 경험과 순수한 즐거움을 드리는 게 태양의서커스의 매력”이라고 했다. 뉴 알레그리아를 위해 전 세계 19개국 출신 예술가 53명이 한국을 찾는다. 이중 40%가 체조, 수영 등 운동선수 출신이다. 한국 출신은 없다. 특유의 화려한 분장을 분장사 없이 단원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 예술가 고유의 창의적인 발상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그는 “단원들에게 많은 상상력과 예술적 자유를 허용하는 이유는 제작진 역시 그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받기 위해서다. 관객에게 매번 신선함을 선사하기 위해선 예술가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7만~29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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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궁을 제 발로 찾은 토끼 아들의 사연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판소리 ‘수궁가’에는 자라의 꾐에 빠져 용왕의 약재가 될 뻔한 토끼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 토끼가 수궁은 물론 육지에서도 갖은 고난을 겪는다는 걸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런 토끼의 역경을 수궁가는 “삼재팔난(三災八難·온갖 재앙과 곤란)”이라 묘사한다. 이 삼재팔난에 초점을 맞춰 수궁가를 재해석한 국립창극단 창극 ‘귀토’(사진)가 돌아온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귀토는 2015년 동아연극상 대상을 받은 고선웅 연출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그는 “삼재팔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홍수, 집값 폭등 등 고난이 계속되는 우리네 삶과 닮았다. 주제의식이 뚜렷한 창극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작창은 고 연출과 함께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만든 한승석 음악감독과 유수정 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공동 작업했다. 창극에 담긴 50여 곡 가운데 수궁가 원곡을 그대로 살린 것은 3곡뿐. 이날치가 불러 유명해진 ‘범 내려온다’는 원형 그대로 선보인다. 한 감독은 “판소리는 비장한 음악이지만 귀토의 소리는 아주 유쾌해 마음껏 웃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귀토의 주인공은 토끼가 아니다. 그의 아들 ‘토자’다. 고단한 육지 생활을 피해 제 발로 수궁을 찾아가지만 “물이나 뭍이나 거기서 거기”란 대사처럼 삶이 순탄치 않다. 토자를 연기한 창극 배우 김준수는 “초연 때는 단단하지 못한 철부지 같은 토자를 연기했다면, 이번엔 좀 더 성장하고 성숙한 토자를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무대는 단색 무대 한가운데 LED 패널을 설치해 다양한 패턴 그래픽을 구현한다. 토자를 비롯한 육지 동물은 박수근 화가(1914∼1965)의 그림에서 따왔다는 무채색 계열의 한복을, 수중 동물은 형형색색의 원단을 덧댄 의상을 입어 눈길을 끈다. 2만∼8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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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적 사실 사이의 여백… 거기가 바로 작가가 들어갈 공간”

    뉴질랜드 출신 극작가 앤서니 매카튼(61·사진)의 필모그래피엔 공통점이 있다. 영국 아카데미상 각본상 수상작인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년)에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영화 ‘다키스트 아워’(2017년)는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년)는 영국 록 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 모두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2019년) 역시 실존 인물에 천착했다. 바티칸 역사상 598년 만에 자진 퇴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를 다룬 이 작품은 2019년 6월 영국 노샘프턴에서 초연한 희곡에서 출발했다. 한국에선 30일부터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첫선을 보인다. 규율과 전통을 중시하는 베네딕토 16세는 배우 신구 서인석 서상원이, 자유로운 성향의 프란치스코는 정동환 남명렬이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두 교황’ 원작자 매카튼을 최근 서면으로 단독 인터뷰했다.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두가 알지만 여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이야기하게 만드는 인물에 관심이 간다.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고 탐구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실존 인물을 문학으로 옮기는 작업은 어떤가. “세부 팩트를 존중해야 한다. 역사의 모든 게 기록된 건 아니다. 비어 있는 여백이야말로 작가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다.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최선의 추측을 써야 한다.” ―작품에서 바티칸을 뒤흔든 성직자 비리 사태에 직면하자 두 교황은 신앙과 교회의 역할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벌인다. 프란치스코는 “시대가 변화를 요구하는데, 교회가 전혀 움직이지 않으니 더 이상 영업사원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베네딕토 16세는 “주님이 계속 움직인다면 주님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라고 일갈한다. 대화는 허구인가. “대화와 논쟁은 내 상상이다. 실제 대화를 기록한 문서나 녹음은 없다. 다만 논픽션을 출간했을 정도로 많이 조사했다. 두 교황의 입장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자부한다.” ―피아노 연주를 즐기는 베네딕토 16세, 축구와 피자를 좋아하는 프란치스코도 상상인가. “두 인물의 차이를 묘사하기 위한 설정이다. 프란치스코는 친근한 민중의 지도자, 베네딕토 16세는 일상적 쾌락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두 교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처음엔 프란치스코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의 주장을 쓰면서 점점 그에게 빠져들었고 그 생각을 존중하게 됐다. 프란치스코는 변화와 적응을, 베네딕토 16세는 견고한 원칙을 말한다. 종교는 변하지 않는 진실이 돼 사람들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직자의 뇌물 수수, 성추행, 돈세탁 혐의로 공격을 받던 당시, 두 교황의 대화엔 타협과 변화가 여러 번 등장한다. “타협은 원래 입장을 희생하는 것, 변화는 완전히 새로운 입장을 갖는 것이다. 변화는 큰 기쁨을 동반한다. 타협보다 변화에 더 많은 의지와 확신, 다름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두 교황은 당신의 작품을 봤을까. “난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두 분 모두 보지 않았다.” 30일∼10월 23일, 4만∼9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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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프란치스코에 친밀감 느끼다 베네딕토 마음에 빠져들었다”

    뉴질랜드 출신 극작가 앤서니 매카튼(61)의 필모그래피엔 공통점이 있다. 영국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인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년)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다뤘고, 영화 ‘다키스트 아워’(2017년)는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년)도 영국 록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 이야기. 세 작품 모두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다.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진 연극 ‘두 교황’도 실존 인물에 천착했다. 598년 만에 생전 자진 퇴위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를 다룬 이 작품은 2019년 6월 영국 노스햄든에서 초연됐다. 국내에선 30일부터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첫선을 보인다. 연극 '두 교황'에서 베네딕토 16세(이하 베네딕토)는 신구 서인석 서상원이, 프란치스코는 정동환 남명렬이 연기한다. 연극 ‘두 교황’ 개막을 앞두고 영국 런던에 있는 원작자 매카튼을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이야기하게 만드는 인물에 관심이 간다. 특히 새로운 무언가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고 탐구하게 만드는 것이면 좋다. 나는 이 세계에 깊은 치유, 건강한 토론, 관용, 새로운 사고와 존재방식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실화를 예술로 옮기는 작업은 어떤가. “우선 가장 중요한 건 ‘팩트’를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에 큰 해를 입히게 된다. 하지만 역사는 전부 기록되지 않은,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이야기임을 알아야 한다. 비어있는 여백이야말로 작가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다. 사실을 넘어서는 거대한 진실과 맞닥뜨리고 철저한 조사을 바탕으로 추측을 쓰기 위해 작가 스스로 단련해야 한다.” ―작품 속 전·현직 교황의 대화는 허구인가. “둘 사이에 오갔을 대화나 논쟁을 나의 상상으로 채워 넣었다. 실제 대화를 기록한 문서나 녹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크게 조직화된 종교 내부에서 일어난 거대한 변화의 시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추측으로 구성했다.”―상상의 재료는 무엇인가. “두 교황에 대한 논픽션을 썼을 정도로 많이 조사, 연구했다. 희곡에서 두 교황의 입장과 위치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피아노를 좋아하는 베네딕토 교황, 축구와 피자를 즐기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상상인가. “하나의 이미지로 두 인물의 차이를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낸 설정이다. 프란치스코는 민중의 지도자, 베네딕토는 일상적 쾌락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두 교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처음엔 프란치스코에게 인간적 친밀감을 느꼈다. 하지만 베네딕토의 주장을 쓰게 되면서 점점 그의 마음과 역사에 빠져들었고 그의 생각과 입장을 존중하게 됐다. 프란치스코는 변화와 적응을, 베네딕토는 견고한 원칙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종교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실이 되어 사람들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게 베네딕토의 생각이다. 충분히 가치 있다.” ―바티칸 성직자의 뇌물 비리, 성추행, 돈세탁 혐의로 공격을 받던 당시 전·현직 교황의 대화엔 ‘타협’과 ‘변화’가 여러 번 변주돼 등장한다. “타협은 원래 입장을 희생하는 것이고 변화는 완전히 새로운 입장을 갖는 것이다. 진정한 변화가 되려면 새로운 입장을 갖게 되면서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타협보다 변화가 더 많은 의지와 확신, 다름에 대한 공감과 존중이 필요하다.” ‘두 교황’은 그가 작업한 ‘숭배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종교에의 숭배를 다룬 ‘두 교황’에 이어 12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될 뮤지컬 ‘The Collaboration’은 예술에 대한 숭배를 다루고 최근 완성한 희곡 ‘Wednesday at Warrens, Friday at Bills’는 돈에 대한 숭배를 주제로 한다. ―‘숭배 3부작’을 통해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화합과 존중이다. 설사 생각을 교환하는 과정이 격렬하고 힘들더라도 서로를 존중하는 토론을 통해 화합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합과 존중이 가능하려면 우선 자신이 틀렸을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 ―두 교황은 당신의 작품을 봤을까. “이 질문에 대해 난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두 분 모두 보지 않았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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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흙수저 ‘해상왕 장보고’ 보고 아이들이 희망 찾길”

    8세기 통일신라 시대 한반도와 중국, 일본 간 해상무역을 주도한 ‘해상왕 장보고’는 천민 출신이었다. 신분에 갇히지 않고 당나라로 건너간 그는 관직에 올라 큰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지금의 전남 완도에 국제 무역항 청해진을 건설한 장보고는 그곳에서 신분이 아닌 능력으로 인물을 발탁하는 정치를 펼친다. 영웅 장보고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오션스’가 다음 달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초연된다. 추정화 연출가(50)와 허수현 음악감독(57)이 전작 뮤지컬 ‘프리다’에 이어 새로 내놓는 작품이다.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에서 16일 두 사람을 만났다. “올해 스무 살이 된 딸을 키우면서 부모 지원과 좋은 배경이 없는 아이들이 목표를 제한적으로 둘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자신의 능력, 의지보다 환경에 밀려 꿈조차 꾸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찾던 중 입지전적 성과를 이뤄낸 장보고가 실은 ‘흙수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추정화) 극은 이름도 없이 천민으로 태어난 소년 활보(강찬 진호)가 당나라로 건너가 궁복(김찬호 정원영)으로 지내다 장보고(백인태 윤소호)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다룬다. ‘삼국사기’에도 기록된 장보고의 죽마고우 정연(김지휘 신은총)과 운명(윤석원)까지, 무대에서 총 5명의 배우가 장보고와 주변 인물을 연기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이야기도 들려주는 쇼 뮤지컬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만큼 대본과 노래 모두 쉽게 풀어냈다. 추 연출가는 “역사의 고증보다 장보고가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모습에 집중했다”고 했다. 허 작곡가는 “싸이와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민요 ‘아리랑’과 ‘쾌지나 칭칭 나네’ 같은 대중적인 선율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베르테르’(2001년)의 배우(추정화)와 편곡자(허수현)로 만나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올해로 결혼 21년 차를 맞았다. ‘오션스’는 뮤지컬 ‘프리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루드윅’ 등에 이어 이 부부가 만든 13번째 창작 뮤지컬.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제가 원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작곡가”(추정화), “작품에 관해선 남다른 촉이 있는 대단한 여인”(허수현)이라고 추켜세웠다. 4만∼8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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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상왕보다 ‘흙수저 장보고’ 조명…뮤지컬 ‘부부 콤비’

    8세기 통일신라시대 한반도와 중국, 일본 간 해상무역을 주도한 ‘해상왕 장보고’는 천민 출신이었다. 골품제가 부여한 신분에 갇히지 않고 당나라로 건너간 장보고는 관직에 오르고 큰 돈을 벌어 고향인 통일신라로 돌아온다. 지금의 완도에 국제 무역항 청해진을 건설한 그는 천민 출신으로는 드물게 엄청난 부와 권력을 손에 넣었다. 장보고는 청해진에서만큼은 신분이 개인의 삶을 결정하는 악습을 좇지 않았다. 신분이 아닌 능력으로 인물을 발탁하는 정치를 펼친다.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바다의 영웅이 된 장보고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오션스’가 다음달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오션스’는 뮤지컬 ‘프리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루드윅’ 등을 만든 추정화 연출가(50)와 허수현 음악감독(57)이 함께 내놓는 작품이다.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에서 뮤지컬 ‘오션스’ 쇼케이스 개막을 앞둔 두 사람을 16일 만났다. “올해 스무 살이 된 딸을 키우면서 부모의 지원이나 좋은 배경이 없는 아이들은 애초에 꿈조차 제대로 꿀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자신의 능력, 의지보다 주변 환경에 밀려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입지전적 영웅인 장보고가 실은 ‘흙수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추정화) 장보고의 공적보다는 그가 겪은 과정에 집중한 뮤지컬 ‘오션스’는 이름도 없이 천민으로 태어난 소년이 활보(강찬 진호)부터 청년 시절의 궁복(김찬호 정원영)을 거쳐 장보고(백인태 윤소호)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다룬다. 각 시기 장보고를 연기하는 3명의 배우뿐 아니라 ‘삼국사기’에도 기록된 장보고의 죽마고우 정연(김지휘 신은총)과 운명(윤석원)까지 포함한 5명의 배우가 장보고와 주변 인물을 연기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쇼 뮤지컬 형식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인 만큼 극은 최대한 쉽게 풀려고 노력했다.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지만 역사적 고증보다는 장보고라는 한 개인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각본을 썼다.“장보고란 인물은 실제로 어마어마한 역경을 겪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저희 작품에선 그가 겪은 고난은 자세하게 다루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모습’만을 보여주죠.”(추정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장보고에 맞춰 빠른 템포의 음악이 주를 이룬다. 허수현 음악감독은 청소년에게 익숙한 가수 싸이부터 중장년층에게 널리 알려진 미국의 로큰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까지 참고했다고 한다. 풍물패가 앙상블로 무대에 서는 만큼 아리랑, 쾌지나칭칭 등 우리 전통 음악을 테마로 만든 넘버도 다수 포함돼있다. “한 번 부르면 따라 부를 수 있게 쉬운 곡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이 불문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선율로요. 락앤롤과 국악을 섞은 퓨전 스타일의 곡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허수현) 뮤지컬 ‘베르테르’(2001년)의 배우(추정화), 편곡자(허수현)로 만나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올해 결혼 21년차다. 2013년 뮤지컬 ‘달을 품은 슈퍼맨’을 시작으로 약 10년간 10여 편의 작품을 함께 만든 ‘창작 파트너’이기도 하다. “허수현 씨는 제가 원하는 음악을 써줄 수 있는 단 한 명의 작곡가라고 단언할 수 있어요. 남편은 다른 연출가들과도 일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생각은 해본 적도 없어요.(웃음) 제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거든요.”(추정화) “처음 추정화 씨가 쓴 대본을 보면 너무 복잡해서 아리송할 때가 있거든요. 근데 음악을 입혀서 무대에 세우고 나면 그녀가 숨겨 놓은 의도를 발견하며 소름이 돋기도 해요. 대단한 여인이라 생각합니다.”(허수현)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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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서 첫 발견 ‘화성 뿔공룡 화석’ 천연기념물 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골격 형태를 그대로 갖춘 공룡 화석인 ‘화성 뿔공룡 화석’이 천연기념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화성 뿔공룡)’ 골격 화석을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2일 밝혔다. 뿔공룡은 트리케라톱스 등 뿔이 달린 ‘각룡류(角龍類)’를 말한다. 뿔공룡 화석은 2008년 경기 화성시 전곡항의 방조제 주변에서 청소 작업 중 엉덩이뼈와 꼬리뼈 등 공룡 하반신 뼈가 완전한 형태로 발견됐다. 연구를 통해 국제적으로 ‘새로운 각룡류’로 인정받아 공식 학술 명칭에 코리아와 화성이 들어갔다. 현재 화성시 공룡알화석산지 방문자센터에 전시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날 경북 상주시 중동면에 있는 조선시대 가옥 ‘상주 수암 종택’을 민속문화재로 지정했다. 이 종택은 서애 류성룡(1542∼1607)의 셋째 아들인 수암 류진(1582∼1635)의 신위를 모신 종가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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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섭섭남’ 강태오 “길잡이 대신 발자취 따라가는 것도 사랑 아닐까요”

    “‘고양이 집사’로서 고양이를 사랑했던 방식이 준호가 영우를 사랑하는 마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근처에 위험한 물건이 있으면 강아지는 못 가게 하면 되지만 영역을 중시하는 고양이는 따라가서 직접 위험한 물건을 치워줘야 해요. 길잡이 대신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도 사랑 아닐까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변호사 우영우(박은빈)를 사랑한 이준호를 연기한 배우 강태오(28).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18일 만난 그는 이날 최종화에서 준호가 잠시 결별했던 영우에게 고백하며 “변호사님을 향한 제 마음은 꼭 고양이를 향한 짝사랑 같다”고 말한 대사의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문지원 작가님에게 애기들(고양이)을 돌봤던 경험에 빗대어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게 준호가 영우의 마음을 돌리는 대사가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신드롬을 일으키며 엄청난 인기를 누린 이 드라마엔 참신한 설정이 여럿 나오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을 중심 멜로라인으로 설정한 건 그중에서도 드문 시도였다. 강태오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자칫 판타지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고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엔 나오지 않는 시놉시스 속 준호의 인생사를 참고했어요. 변호사 부모님을 둔 준호는 어머니 같이 훌륭한 여성을 갈망하는 인물이에요. 근데 웬 신입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들은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법정을 뒤엎잖아요. 거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데다 (업무 때문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 홀딱 반한 게 아니었을까요?” 그가 연기한 준호는 처음부터 ‘이상한 우영우’의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한 인물이다. 회전문을 낯설어하는 영우에게 왈츠를 추며 회전문 통과 방법을 알려주는 ‘왈츠신’이 대표적이다. 우영우의 성장을 은유하듯, 왈츠로 시작한 드라마는 왈츠로 끝이 났다. 정규직 변호사가 된 영우가 마침내 왈츠 박자에 맞춰 혼자 회전문을 지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쿵짝짝 쿵짝짝’ 타이밍을 못 맞춰서 NG가 많이 났습니다(웃음). 감독님이 이 장면을 촬영할 때 다양한 각도로 여러 조명을 활용해 꽤 오래 찍으셨죠. 작품에서 중요한 의미가 담긴 장면이라 생각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연극부에 들어가면서부터 배우를 꿈꿨다는 그는 2013년 서강준, 공명 등 배우로 구성된 그룹 ‘서프라이즈’로 데뷔했다. 이후 약 10년간 ‘명당’(2018년)을 포함해 영화 5편, ‘조선 로코-녹두전’(2019년) 등 드라마 20편에 출연한 그는 이번 작품으로 ‘국민 섭섭남’이란 애칭을 얻으며 인기가 치솟았다. ‘국민 섭섭남’은 7화 중 그의 대사 “섭섭한데요”에서 비롯됐다. 입대를 앞둔 그는 “입대 전 호화롭고 든든한 밥 한 끼를 먹은 것 같다”며 웃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한 후엔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배역, 새로운 배우로 나타나고 싶습니다. 작은 묘목도 주기적으로 물을 주면 풍성한 나무가 될 거란 믿음처럼 언젠가는 ‘우영우 팽나무’ 같이 큰 그늘을 지닌 듬직한 배우로 성장하고 싶습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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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현대인 비만의 주범… 단당류 섭취 줄여야

    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약 25억 명은 과체중 및 비만에 해당한다. 살찐 현대인들이 부쩍 많아지는 현상에 대해선 많은 분석이 존재한다. 필요 열량보다 많이 먹어서 혹은 이전처럼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하지 않아서 등 다양한 가설이 존재하지만 저자는 빙하기 이후 인류가 살이 찌는 체질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류의 조상 격인 영장류는 빙하기 지구를 거치며 서서히 ‘지방을 축적하는 체질’로 진화했다. 추워진 지구엔 종종 식량이 부족했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식량난에 대비하기 위해 인간의 신체는 몸속에 지방을 저장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는 것. 대부분 동물의 진화가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인간 역시 생존에 최적화된 체질로 변화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기원전 7000년경 일어난 농업혁명 이후 인간은 전례 없는 문제에 봉착한다. 농경사회가 형성되면서 인간은 안정적으로 농작물을 얻게 됐지만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너무나 급격한 변화였다. 현대에 이르러선 극단적인 식량 부족 사태가 벌어질 리 없는데도 인체는 빙하기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지방을 저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좀처럼 오지 않을 곤궁기를 끊임없이 대비하는 몸이 된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인체 시스템을 ‘생존 스위치’라 명명한다. 25년간 의사이자 임상과학자로 활동한 그는 인간뿐 아니라 벌새, 곰, 쥐 등 여러 동물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생존 스위치를 보유한 신체에서 비만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하는 물질을 찾아낸다. 바로 프럭토스(탄수화물의 일종으로 과일, 꿀 등에 들어있는 주요 당류)라 불리는 단당류다. 주로 에너지원으로 여겨졌던 프럭토스가 체내 지방 축적을 유도하는 물질이 됐고 프럭토스의 대사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인 요산 수치가 높아지면 혈압까지 상승해 만성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과거엔 인류의 생존에 도움을 줬던 프럭토스가 오늘날엔 당뇨, 비만 등을 야기하는 독이 됐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 같은 주장을 동물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해나간다. 프럭토스의 양뿐 아니라 농도 역시 체중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또 프럭토스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들이 체중 감량에 실패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영양학적 방법도 제시한다. 과학적 이론을 매개로 비만을 분석한 책이지만 체중 감량에 관한 다양한 팁도 담겨 있어 실용서의 성격을 띤다. 우선 지방이나 탄수화물, 단백질보다도 단맛을 내는 단당류 섭취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류가 포함된 식음료는 물론이고 당류가 함유된 과일 역시 가려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화과, 망고, 청포도, 수박 등 프럭토스 함량이 높은 과일은 적당량을 섭취하라고 권한다. 칼륨과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간 키위, 블루베리, 딸기, 체리는 비교적 프럭토스 함량이 낮은 과일에 속한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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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영우에게 좋은 영향 준 정명석이라서 감사했습니다”

    “정명석은 자폐인에 대한 편견이 있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우영우가 실력을 증명하자마자 바로 그를 인정하고 칭찬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죠. 첫 화부터 정명석은 단박에 편견을 무너뜨립니다. 그런 인물을 연기하게 돼 배우로서 참 좋았습니다.” 18일 종영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박은빈)의 상사이자 법무법인 한바다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을 연기한 배우 강기영(39·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1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극 중 중심인물인 우영우의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훌륭한 선배 정명석을 연기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서브 아빠’ ‘유니콘 상사’ ‘어른미(美)’…. 방영 내내 정명석에겐 여러 별명이 따랐다. ‘서브 아빠’는 ‘서브 남주(남자 주인공)’를 변주한 용어로 우영우에게 친아빠 버금가는 존재를, ‘유니콘 상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상사를 말한다. 극 중 정명석은 후배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고 사과하는 인품도 가졌다. “제게 있어 ‘유니콘 상사’는 2013년 연극 ‘퍼즐’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박훈이에요. 당시 저는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주체 못 할 정도로 떨곤 했는데, 형이 ‘요즘 발음 좋고 전달력도 너무 좋다. 잘하고 있다’는 말을 툭 던지고 가더라고요. 그게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상한…’은 법정물이지만 어린이, 성소수자, 탈북민,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풀어낸 휴먼 드라마다. 농협 사내부부 해고, 문화재관람료 폐지 등 실제 사건을 다뤘고, 일부 회차는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2019년 결혼해 두 살 아들을 둔 그는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구교환)이 등장하는 9화를 최고의 에피소드로 꼽았다. 그는 “법정에서 아이들이 ‘놀자!’라고 외칠 때 아빠가 되기 전엔 결코 알지 못했던 마음의 울림을 느꼈다”며 “아역 배우들을 볼 땐 ‘부모님이 얼마나 애지중지 키운 아이들일까’란 마음도 들더라”며 웃었다. 연극 ‘나쁜자석’(2009년)으로 데뷔한 그는 여러 드라마, 영화에서 주로 단역과 조연으로 활동하다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2015년)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년)에서 감초 역할을 맡으며 얼굴을 알렸다. 14년 차 배우인 그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기회가 왔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젠 연기를 즐길 준비가 된 것 같아요. 그동안 연기에 도움 안 되는 긴장도 너무 많이 했거든요.(웃음) 누아르 장르의 악역도 탐납니다. 물론 ‘우영우 시즌2’는 무조건 하고 싶어요!”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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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수 소설의 아름다운 문장, 뮤지컬 언어로 되살렸어요”

    교통사고를 당해 죽다 살아난 10대 소년 정훈에게 초능력이 생긴다. 타인의 속마음이 들리고 물건을 만지면 그 주인의 과거가 보이게 된 것. 자신의 초능력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서 도망친 정훈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 상처를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소설가 김연수가 2012년 발표한 장편소설 ‘원더보이’가 10년 만에 뮤지컬로 태어난다. 서울시뮤지컬단이 19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창작뮤지컬 ‘원더보이’를 처음 선보인다. 2008년 청소년 문예지 ‘풋’ 연재물로 시작한 원작 소설은 다양한 연령의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베스트셀러다. 초능력 소년이 주인공인 만큼 전반부는 판타지 성격을 띠다가 중·후반부에 이르러선 리얼리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뮤지컬 역시 원작 소설의 주요 특징인 ‘장르의 전환’을 큰 줄기로 삼았다. 박준영 연출가는 “초반엔 초능력이 쏟아지는 신비로운 장면 중심으로 흐르다가 후반엔 인물의 서사 중심으로 전개된다”고 설명했다. 소설은 정훈을 1인칭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만 뮤지컬에선 3인칭으로 각색됐다. 주인공 정훈(김범준 이휘종)뿐 아니라 강토(박란주 이혜란) 수형(김지철) 등 주요 인물의 감정도 중요하게 다룬다. 성재현 작가는 “정훈의 시점으로만 따라갔던 소설과 달리 뮤지컬은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풀어간다”고 했다. 창작진은 소설에서 활용된 은유적 설정이나 섬세한 감정 묘사를 최대한 음악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집중했다. 장면 성격에 따라 넘버의 톤과 멜로디를 다르게 하는 방식이다. 박윤솔 작곡가는 “소설에서 사용한 메타포와 인물의 감정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텍스트를 최소화하고 음악이 극을 이끌어가는 방식을 택했다”고 했다. 김연수 특유의 미문(美文)도 무대언어로 탄생한다. 성 작가는 “원작의 아름다움을 확장한다는 생각으로 대본을 썼다”며 “소설 속 시적인 문장이나 주요 상징은 가사나 대사에 담았다”고 했다. 4만∼6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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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임정청사에 ‘김규식 부조’ 기증… 송혜교-서경덕, 광복 77주년 맞아

    배우 송혜교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광복 77주년을 맞아 중국 충칭의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에 독립운동가 김규식(1881∼1950)의 부조 작품을 기증했다. 가로 80cm, 세로 90cm 크기의 청동으로 제작된 작품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내 백범 김구 선생의 집무실에 설치됐다. 임정 부주석을 지낸 김규식은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한국 대표로 파견됐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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