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조건희 차장

동아일보 사회부

구독 45

추천

정책이 사건이 되는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becom@donga.com

취재분야

2026-03-02~2026-04-01
칼럼55%
인사일반13%
보건13%
복지7%
건강3%
사회일반3%
미담3%
기타3%
  • [시동 꺼! 반칙운전] 무자비한 협박, 경적

    《 주부 이명진 씨(42·경기 고양시)는 휴일인 6일 오전 또 한 번 도로 위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마트에 가려던 그는 직진과 우회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우측 차로에서 신호에 걸려 정지해 있었다. 그러자 오른쪽 깜빡이를 켠 뒤차가 ‘우회전해야 하니 길을 비켜라’라는 듯 신경질적으로 연이어 경적을 울려댔다. 앞으로 더 나가면 횡단보도를 침범하고, 주행 차량과 부딪칠 것을 우려해 움직일 수 없었다. 뒤차는 더 길게 경적을 울려 댔다. 그는 하소연했다. “막무가내로 울리는 경적, 이럴 땐 도대체 어떡하나요.” 》모든 운전자가 공감하는 이런 ‘경적 스트레스’는 폭력과 범죄로 이어질 정도로 큰 심적 고통을 준다. 지난해 8월 충북 충주시 연수동에선 한 50대 남성이 길을 비키라며 경적을 울린 운전자의 옆구리를 칼로 찔러 살인 미수 혐의로 입건됐다. 같은 달 서울 관악구의 한 도로에선 30대 남성이 경적을 울려 대는 택시 운전사에게 전기충격기를 들이댔다.○ 도로의 융단폭격기 경적경적은 다른 차를 추월할 때나 자신의 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뛰어드는 보행자와 차량에게 긴급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때처럼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도로에서 만나는 경적은 ‘융단폭격기’처럼 무차별적이다. 주부 이 씨처럼 정상적으로 운행하는 운전자에게도 위협하듯 경적을 울려 주변의 보행자와 다른 운전자를 놀라게 만든다. 정상적으로 차로를 바꾸는 차량에 속도를 줄여 주는 대신 경적이나 상향등으로 위협하는 것은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녹색불로 바뀐 지 1초도 지나지 않아 뒤차들의 사정없는 경적 세례를 받는 것은 한국 운전자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릴 땐 항상 출발선에 선 카레이서처럼 긴장한 채 핸들을 잡아야 한다. 경적이 보행자에게 미치는 스트레스도 크다. 본보 취재팀은 4일 20∼50대 도시 근로자 10명에게 하루동안 몇 번이나 경적 소리를 듣는지 기록해 달라고 의뢰했다. 그 결과 이들이 들은 경적 소리는 0∼21회로 1인당 평균 9.7회였다. 버스로 통근하는 회사원 최모 씨(28·여)는 이날 총 11번의 경적소리를 들었다. 오전 11시경엔 서울 중구 무교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을지로에서 우회전해 오는 관광버스가 울리는 경적 소리에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고 한다. 그는 “승용차 경적에도 놀라지만 버스나 트럭은 몇 배나 커 공포스럽다”라고 말했다. 그가 들은 버스 경적은 천둥이나 전기톱 소리에 맞먹는 112dB(데시벨) 수준이다.○ 운전자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와이처럼 스트레스를 주는 경적 소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3일 오전 본보 조건희 기자(28)와 채널A 강은아 기자(27·여)가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를 찾아 배명진 소장에게 직접 스트레스 지수 측정을 의뢰했다. 이마에 전극을 붙이고 뇌파를 측정했다. 이어 자율신경 균형도 검사기에 집게손가락을 넣고 혈류 속도와 심박 변화를 쟀다. 아무 소리도 듣지 않은 상태에서 0.295였던 조 기자의 스트레스 지수는 5초에 한 번씩 2분간 경적 소리를 듣자 0.495로 치솟았다. 평온한 마음으로 출근하자마자 데스크에게서 30분 이상 쉴 새 없이 욕설에 가까운 말투로 잔소리를 들었을 때에 비견할 만한 스트레스였다. 한 연구 자료는 이 정도 스트레스를 ‘칠판을 손톱으로 긁었을 때 받을 만한 세기’라고 표현했다. 청력 손상을 방지하려고 92dB로 낮춰 실험했는데도 이 정도였다. 강 기자의 스트레스 지수는 0.427에서 0.458로 약간 상승했다. 스트레스 지수는 초조함을 나타내는 하이베타파를 알파파(안정 상태 때 발생하는 뇌파)로 나눈 수치다. 높을수록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뜻이다. 자율신경계의 균형도로 측정한 조 기자의 건강지수(만점 100)가 82에서 68로 뚝 떨어졌다. 강 기자는 68에서 58로 낮아졌다. 조 기자의 자율신경 균형 검사기 모니터에 ‘면역 저하 및 질환 위험 가능성이 30% 증가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채정호 강남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런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되면 자율신경 기능의 부조화 때문에 두통 실신 고혈압이 나타나거나 백혈구의 과립구가 지나치게 많아져 세포조직이 파괴되는 등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경적 소리는 인간의 뇌가 싫어하는 단순음을 가장 잘 들리는 3500Hz(헤르츠)의 진폭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는 어떨까.본보와 남궁문 원광대 토목공학과 교수팀이 5일 서울 종로구 일대 7.9km를 운전할 때 경적을 9차례 울린 정모 씨(33)의 뇌파를 측정했다. 정 씨의 스트레스 지수는 경적을 울릴 때마다 치솟았다. 9번 경적을 누르는 순간의 스트레스 지수는 평상시보다 평균 4배로 높아졌다. 노란불에 교차로를 건너거나 차로를 2, 3개씩 한꺼번에 가로지르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을 때보다도 경적을 울렸을 때의 스트레스 지수가 더 높았다.전문가들은 소음뿐 아니라 경적을 유발하는 나쁜 운전 습관 때문에 경적 울렸을 때 스트레스가 급증한다고 지적한다. 실험 대상 운전자가 경적을 울린 상황은 주로 앞차에 바싹 붙어 운행하다가 그 좁은 틈으로 끼어들려는 옆 차에 경고를 보내거나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출발하지 않는 앞차에 짜증을 풀기 위한 경우였다.○ 이제는 조용한 도로 만들어야경적을 분노 표출 수단으로 사용하는 한국과 달리 선진국에선 자신을 위협하는 상대 운전자에게 경고하기 위한 본래 용도를 제외하곤 거의 울리지 않는다. 본보 취재팀이 지난해 12월 26, 28일 일본 도쿄(東京)와 프랑스 파리의 중심가에서 초보 운전자 2명과 동승해 테스트한 결과 2시간 동안 각 1차례의 경적 소리만 들었다. 수차례 차로를 바꾸고 녹색불에 제때 출발하지 못해도 다른 운전자들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도로에서 불필요한 경적 소음을 걷어내려면 운전자들의 의식 개선과 함께 처벌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경적을 울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도로교통법에 따라 처벌받지만 단속이 어렵다. 단속돼도 승용차의 범칙금은 최대 4만 원이다.소음 제한 기준인 110dB(대형차 112dB)을 어기고 불법 개조 경적을 단 차량도 스트레스의 주범이지만 이 역시 단속이 어렵다. 경적은 자동차 정기검사의 필수 점검 항목이 아니다. 배기 소음이 크게 들리는 경우에만 한해서 경적 이상 유무를 검사한다. 이 탓에 지난해 검사차량 277만 대 중 불법 개조 경적을 장착했다가 단속된 차량은 57대뿐이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공동기획: 경찰청·손해보험협회·한국교통연구원·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안전공단}

    • 2013-01-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청계천 마차말, 지금 뭘할까?

    ‘그때 그 말들은 지금 다 어디 갔을까?’ 2007년 5월 등장한 뒤 서울 청계천의 명물로 자리 잡았던 ‘청계천 마차’. 관람객을 태우고 청계천변을 달리는 이 마차는 도심의 관광 명물로 떠올랐지만 한편에서는 “동물 학대의 대표적인 상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채찍을 맞으며 500kg짜리 마차에 서너 사람을 태운 채 자동차들 틈을 헤집고 아스팔트를 달리는 말의 고통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동물보호단체의 시위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올해 5월 마차 운행을 금지했다. 표면적으론 교통 혼잡을 줄인다는 이유를 댔지만 ‘동물 학대’ 비판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 후 반년이 지난 지금 청계천을 다니던 말 16필 중 8필은 강원 인제군의 한 목장에서 사실상 방치된 상태로 지내고 있다. 2필은 전북의 한 야산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천에 묶인 채 지내고 있다. 마사(馬舍)를 지을 돈이 없다는 이유다. 나머지 6필 중 1필은 주인이 건초 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충분한 건초를 주지 않아 올가을 영양실조로 죽었다. 1필은 도축업자에게 팔렸다. 4필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는다. 청계천에서 말 10마리를 가지고 마차를 운행했던 마주 민모 씨(62)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벌이가 없어 한 달에 120만 원 정도 드는 건초와 사료비를 제대로 대지 못한다”며 “이대로라면 남은 말도 굶어죽을 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땅히 말을 팔 곳도 없다고 민 씨는 주장한다. 마차용 말은 끈기 있고 성격이 순해 힘쓰기에는 제격이지만 민첩성이 떨어져 경주마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 승마용 말로 팔기엔 너무 비싸게 구입했기 때문에 팔기 아깝다고 한다. 마부들은 말은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데 지금은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목장에 묶여만 있으니 오히려 학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청계천에서 마차 2대를 운행했던 정모 씨(33)는 “청계천 말은 평일엔 5시간, 주말엔 7시간가량 마차를 끌고 이틀에 한 번꼴로 쉬게 해줬다”며 “운행 도중엔 먹이를 충분히 주지 못했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말처럼) 혹사시켰다는 건 오해”라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먹이도 제대로 못 먹으며 매연 속에서 아스팔트 위를 달리면 편자가 심하게 닳고 피로가 빨리 누적되며, 매일 트럭에 실려 목장과 도심을 왕복하는 것도 말에게 큰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제때 먹거나 쉬지 못하고 분뇨 주머니를 찬 채 오가는 모습이 시민들의 동물보호 감수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기순 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국장은 “청계천 말들은 안타깝지만 관광마차를 없애 마차용 말이 재생산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쪽 다 조금씩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말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마부의 시각도, 동물보호만 외칠 뿐 대안은 제시하지 않아 말을 사실상 쓸모없는 처지가 되게 만든 동물보호단체도 한 부분만 보고 있다는 것. 말이 달리기 좋은 공원 내에 한해 적절한 휴식과 사육환경이 보장된 상태에서 관광마차를 운행하면 마부의 영업권과 동물복지 양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조길재 경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말이 혹사당하지 않도록 당국이 감독하는 가운데 차량 통행이 적은 공원 등에서 마차를 끌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2-12-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치인 트윗 늘었지만… 막말-유언비어는 크게 줄어

    “안철수, 정치에 대한 태생적 고민이 없다.” “온통 양아치 흥정이 판을 친다. 50 대 50 가상 양자대결은 양심을 버린 쪽이 이기는 악마의 선택이다. 안철수가 틀렸다.” 민주통합당 한정애 의원과 배재정 의원이 각각 지난달 중순 리트윗(RT·자신이 본 트윗을 타인에게 보라고 추천하는 것)했던 글이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오후 8시 20분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후보 사퇴를 선언하자 이들은 트윗을 즉각 지웠다. ‘어제의 적’이 ‘우리 편’이 되자 비판 흔적을 지우고 나선 것. 이낙연 민주당 의원의 트위터에선 “안철수에게 다 내놔야 하는 운명인 걸 어쩌겠나”라는 이전의 리트윗 메시지가 지워지고 “안철수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십니다. 제 생각이 모자랐습니다”라는 새 글이 올라왔다. 이들의 트윗은 트위터에선 지워졌지만 ‘폴리트웁스(Politwoops)’ 한국 사이트에는 그대로 남아있다. 폴리트웁스는 정치인의 무책임한 비방 글을 감시하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넓히기 위해 동아일보와 네덜란드의 비영리재단 ‘오픈스테이트’가 지난달 10일 함께 개설한 사이트다. 폴리트웁스가 문을 연 후 막말을 마구 올린 뒤 슬그머니 지우는 행태와 유언비어 트윗은 눈에 띄게 줄었다. 19대 국회의원과 광역자치단체장, 주요 대선후보 등 291명이 썼다 지운 트윗 건수는 지난달 10일 본보 보도 이후 하루 평균 36건으로 이전(하루 평균 19건)보다 늘어났다. 하지만 이 중 막말 및 유언비어 트윗의 비율은 폴리트웁스 개설 전 1%에서 개설 후엔 0.3%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논란이 우려되는 트윗을 올렸다가 슬그머니 지우는 행태를 여전히 보였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지난달 16일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양아치 후보”라고 지칭한 한 이용자의 트윗을 리트윗했다가 하루 뒤 지웠다. 이 의원실은 “실수로 리트윗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근혜 빅엿’ 트윗을 남겼던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달 3일에도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문 후보의 트윗에 ‘좌빨(진보 진영을 얕잡아 부르는 말) ××들아 공부나 해라’라고 남겼다”는 한 이용자의 트윗을 리트윗했다가 6분 만에 지웠다. 이 전 대표를 사칭한 이용자가 남긴 트윗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해명 한 줄 남기지 않았다. 권상희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치인이 ‘지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책임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며 “시민들도 그들의 트윗을 감시해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를 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2-12-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소주 반병까진 괜찮아”… 회식후 운전대 잡은 그는 ‘1톤짜리 흉기’

    2012년 12월 ××일 오전 1시. 중견기업 대리 김아차 씨(36)는 송년 회식을 마친 뒤 차를 몰고 귀가하다 서울 용산구 집 근처에서 한 중년 남성이 몰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경찰이 측정한 김 대리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면허 취소 수준). 그에게 이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동아일보는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의 ‘음주운전자 심리 및 운전행동 특성 연구’ 자료를 토대로 음주운전이 사망 사고로 이어진 사례를 재구성했다. ‘김 대리’는 음주운전으로 단속돼 올해 공단의 안전운전 교육을 받은 417명의 공통 특성을 바탕으로 표준화한 인물이다. 대한민국 음주운전자의 특징을 반영하는 표준이다.○ 음주운전 표준 김 대리의 잘못된 선택“여보, 오늘 송년 회식이지? 차는 놓고 가요.” 사고 전날 아침, 아내의 걱정에 김 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량이 소주 1병 반인 김 대리는 반년에 한 번 정도는 ‘반병까진 운전을 해도 된다’며 운전대를 잡는다. 음주운전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알지만 ‘조심해서 운전하면 사고 안 낸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상습 음주운전자의 흔한 사고방식이다. 한 해 두세 번 음주운전을 하지만 적발된 적은 운전 경력 15년 동안 두 차례뿐이라는 경험도 한몫했다.#07:30 저녁 약속을 감안해 차를 집에 두고 가려던 김 대리는 한겨울 맹추위에 놀랐다. 외근 일정도 있어 차가 필요했다. ‘오늘은 음주운전을 자제할 수 있다’며 자신의 행동 통제력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그는 지하철역으로 향하던 걸음을 주차장으로 옮겼다.#11:00 서울 강남구 회사 게시판엔 “회식이 끝난 뒤 동료들에게 대리기사나 택시를 불러주는 ‘동료 귀갓길 당번’에 자원하면 문화상품권을 주겠다”는 공지가 떴다. 당번은 책임감에서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 게 보통이다. 술을 즐기는 김 대리는 자원하지 않았다.#19:00 회식 장소는 걸어서 20분 거리. 걸어가기도 택시를 타기도 애매한 거리라 김 대리는 갈등했다. 그때 상사가 김 대리를 불러 세웠다. “걸어가기 애매하니 태워 달라”는 것. 운전을 하게 된 경위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한 다른 음주운전자들처럼 그는 차를 몰았다. #00:30 회식에서 소주 1병을 채 덜 마신 김 대리. 노래방에서 한 곡 부르고 나니 술이 깬 듯한 기분이다. 대리기사를 불렀지만 송년 회식 시즌이라 호출이 밀렸는지 20분째 오지 않는다. 차를 놓고 택시를 타려니 주차도 걱정이고, 내일 차를 찾으러 다시 올 일이 막막하다.‘내가 아닌 누구라도 이 상황에선 운전을 할 거야.’ 음주운전자들의 단골 자기 합리화 논리가 그의 머릿속에도 떠올랐고, 결국 운전대를 잡았다.○ 신호위반-과속 등 위험천만도로교통공단이 20∼40대 운전자 26명에게 음주 전후 시뮬레이터로 8.1km를 운전시켰다. 음주운전자의 평균 이동 거리다. 이들이 시뮬레이터 운전 중 일으킨 위험 행동을 토대로 김 대리의 위험천만한 음주 귀갓길을 재구성했다. 김 대리는 회식 장소에서 집까지 운전하는 15분 동안 네 차례 사고를 낼 뻔했다. 강남대로는 정류장을 출발하며 차로를 바꾸는 광역버스와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들로 혼잡했다. 김 대리는 술을 마셔 거리감이 둔해지고 시야가 좁아진 탓에 강남대로를 빠져나갈 때 보행자가 가깝게 서 있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몇 차례나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뻥 뚫린 한남대교로 진입하자 긴장감이 풀린 김 대리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음주자는 가속 페달은 세게, 브레이크 페달은 약하게 밟는 경향이 있다. 히터의 따뜻한 공기에 살짝 졸음이 온 김 대리는 차선 분리대를 들이받을 뻔했다.한남대교를 지나 숭례문 방면으로 U턴하다가 김 대리는 맞은편 차량과 부딪칠 뻔했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급히 운전대를 꺾은 김 대리의 차가 차선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 주변에서 신경질적인 경적 소리가 들렸지만 김 대리는 무시했다.남산공원 방면 우측도로로 진입하면 곧 집이다. 꺼질 듯 깜빡이는 노란 신호등을 본 김 대리는 오히려 속도를 높여 직진했다. 오른쪽에서 직진 신호를 받고 출발한 승용차를 미처 보지 못했다. 승용차 운전석을 들이받고 김 대리는 정신을 잃었다.조건희·서동일 기자 becom@donga.com}

    • 2012-12-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광준 검사 임지 5곳 가는 곳마다 뇌물 챙겨”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2005∼2012년 기업체와 사건관계인에게서 모두 10억367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51·부장검사급·사진)를 7일 구속 기소했다. 김 검사가 받은 뇌물은 역대 검사 비리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로,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경찰이 추정한 9억7000만 원보다 3300여만 원이 더 많다. 검찰에 따르면 김 검사는 2004년 대구지검 포항지청 부장검사로 일할 때 알게 된 이 지역 철강 관련업체 E사 대표 이모 씨에게서 5400만 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임지를 옮겨 다니며 꾸준히 뇌물을 받아 온 혐의를 받고 있다. 2006년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일 때는 부동산업자 김모 씨에게 1억 원을 투자해 1억3000만 원을 돌려받았다. 2007년 부산지검 특별수사부장으로 부임한 뒤에는 이 지역 C건설 대표 최모 씨에게서 1억 원을, 경남 양산 H기업 대표 박모 씨에게서 3000만 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 돈에도 모두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계속 수사 중이다.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일하던 김 검사는 차명계좌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뇌물을 챙겼다. 김 검사는 석탄공사 비리에 유진그룹 임원이 관련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착수했으며 이후 유진그룹에서 내사 무마 대가로 5억9300만 원을 받았다. 또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 강모 씨에게서 2억7000만 원을 받았고, 옆 부서의 수사를 받고 있던 KTF(현재 KT로 합병) 임원에게서는 667만 원 상당의 중국 마카오 여행 경비 등을 제공받았다. 2009년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로 일하던 때는 전 국가정보원 직원 부인 김모 씨에게서 사건 관련 청탁과 함께 80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받은 돈 가운데 9억9700만 원에 대해선 뇌물수수 혐의가, KTF 임원에게서 받은 667만 원에 대해선 알선수뢰 혐의가 적용됐다. 김 검사는 받은 돈의 대부분을 주식투자에 썼고 대체로 손해를 봤다. 김 검사가 유진그룹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입증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김 검사와 함께 주식투자를 한 후배 검사 3명에 대해서는 대검찰청에 감찰을 의뢰했다. 경찰은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대체로 수긍한다. 경찰이 수사했던 큰 줄기는 대부분 담긴 것 같다”며 자체 수사 결과를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밝혔다.최창봉·조건희 기자 ceric@donga.com}

    • 2012-12-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필리핀 빈민촌에서 한국교육의 모델 찾았어요”

    이지성 씨(38)는 ‘잘나가는’ 작가다. ‘꿈꾸는 다락방’ 등 자기계발서 세 권을 베스트셀러에 올린 뒤부터 그의 독서법 강연에는 늘 2000명 이상이 몰린다. 팬 카페 회원은 6만5000명이 넘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문고전을 가르쳐 달라며 찾아올 정도다. ‘잘나가는’ 이 작가가 지난달 9일 ‘덜 나가는’ 책을 냈다. 세계 3대 빈민 도시인 필리핀 마닐라 톤도의 이야기를 담은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이다. 260만 권 넘게 나간 ‘꿈꾸는 다락방’과 달리 이 책은 이달 7일까지 1만여 권 팔렸다. 5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강연회장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안 팔릴 걸 알고 쓴 책”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1년간 톤도 이야기를 알리는 데만 주력할 생각”이라고 했다. 인세도 전부 필리핀의 빈민도시 개발에 쓰기로 했다. 그에게 톤도는 어떤 의미일까. 이 작가는 올해 초 동아일보가 연재한 ‘또 다른 울지마 톤즈―빈민촌의 코리안’ 시리즈에서 톤도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고 했다. 현지 교육센터에서 12년째 아이들을 가르치는 김숙향 선교사(53·여)의 이야기를 읽은 뒤 마음에 싹이 텄다. 김 선교사는 가난에 찌들고 쓰레기로 뒤덮인 곳에서 희망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되면 더 많이 베풀 수 있는지’에 집중하라”고 가르친다. 아이들이 김 선교사의 가르침을 받은 뒤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하는 모습은 이 작가의 삶을 흔들어 놓았다. 이 작가는 “나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데에만 몰두해 주변을 돌아보는 ‘나눔의 삶’을 잊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올해 3월 팬 카페 ‘폴레폴레’ 회원들과 함께 4750만 원을 모아 톤도 교육센터에 기부한 데 이어 현재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과 함께 아프리카에 학교와 병원 100채를 짓는 ‘사랑의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그가 새 책을 알리는 데 열중하는 이유도 인세를 모아 필리핀의 또 다른 빈민촌 파야타스에 빵 공장과 학교를 짓기 위해서다. 빵 공장이 생기면 일자리와 값싼 먹거리가 생긴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이 작가는 톤도 교육센터에서 한국 교육의 희망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필리핀 최고의 명문대인 국립 필리핀대를 졸업하고 다국적기업의 억대 연봉 제안을 뿌리친 채 톤도 교육센터로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현지 봉사자를 만나고 난 뒤의 감회를 기자에게 들려줬다. 이 작가는 “한국 교육은 ‘승천하는 용’을 만들지 몰라도 자신이 태어난 개천으로 돌아오는 용은 키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돈 잘 버는 직업을 가지라’고만 강조하는 한국에선 좀체 찾아보기 어려운 따뜻한 풍경이었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대선후보들이 자립형사립고를 그대로 둘지 말지를 놓고 다툴 뿐 제대로 된 교육철학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쓰레기 더미 같은 빈민촌에서도 희망을 찾은 것처럼 한국도 우등생보다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2-12-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선 D-13]유권자 55.9%만 지지후보 공약 맞혀… 朴-文, 정책 차별화-홍보 실패 드러나

    Q. 다음은 박-문 대선 후보 2명이 내놓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공약입니다. 귀하가 지지하는 후보의 공약이 어떤 건지 맞혀 보세요.①재협상 어렵지만 농축산업 보완책 마련②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 재협상※정답은 기사 안에.동아일보와 채널A가 3, 4일 이틀간 서울역과 광화문역 2곳에서 시민 289명에게 설문한 결과 위 문제를 맞힌 유권자가 160명으로 절반을 간신히 넘겼다. 공약 6개의 평균 정답률은 55.9%에 그쳤다. 두 후보가 정책 차별화와 홍보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숫자로 증명된 것이다.설문은 3단계로 나뉘어 ‘큐 스테이트먼트’(Q Statement·여러 진술 중 조건에 해당하는 것을 주관적으로 선택)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분야별 주요 공약 각 3개를 후보 이름 없이 검은 상자 위에 적어 놓은 뒤 △박 후보 지지자는 빨간색 종이를, 문 후보 지지자는 노란색 종이를 들고 △지지 후보의 공약이라고 생각하는 상자에 투표하도록 했다. 주요 공약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후보자별 정책 이슈’와 각 후보의 공약집을 참고한 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와 정치학자들의 검수를 거쳐 후보별로 대표성 있는 실행 공약을 최종 선정했다.박 후보의 공약인 ‘한미 FTA 재협상 어렵지만 농축산업 보완책 마련’을 맞힌 박 후보 지지자는 132명 중 56명(42.4%)뿐이었다. 문 후보의 ‘ISD 조항 재협상’ 공약도 지지자 157명 중 104명(66.2%)만 맞혔다. 나머지 유권자들은 ‘도저히 모르겠다’라며 기권하거나 상대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내 후보의 공약’이라고 착각했다.‘4대 중증 질환 치료비 전액 지원’과 ‘연간 환자 부담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로 나뉜 의료복지 분야 공약의 정답률은 평균 50.1%에 그쳤다. 양측이 중도층 지지율을 지나치게 의식해 공약도 비슷해지면서 빚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중앙선관위가 분석한 두 후보의 분야별 정책 공약에 따르면 비교군 10개 중 6개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후보 모두 복지 확대를 주장하지만 구체적 실행 공약은 차별화되지 못했거나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셋째 아이 대학 등록금 지원’과 ‘임신·출산 필수 의료비 지원’을 들고 나온 두 후보의 출산 장려 공약에서도 정답률은 각각 57.6%와 72.6%였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일관성이 없는 정당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견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문항에서도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의 공약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은 책임정당제가 자리 잡지 못했다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유권자도 공약을 전부 알고 투표하지 않지만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공약이 뭔지는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회사원 신윤조 씨(29)는 “선거 때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공약이 나오지만 당선되면 지켜지지 않아 관심을 끊었다”라고 했다.이번 설문 결과 문 후보 지지자의 평균 정답률이 62.8%로 박 후보 지지자의 47.7%보다 높게 나온 점도 눈길을 끌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박 후보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공약보다 정당의 기조나 인물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조건희·박희창 기자 becom@donga.com}

    • 2012-1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익명의 기부자 구세군 계좌에 1억 송금

    한국 구세군 자선냄비본부는 2일 한 익명의 후원자가 1억 원을 계좌로 이체해 기부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개인 후원자가 구세군의 모금 계좌로 이체한 금액 중 역대 최고액이다. 구세군은 1억 원을 기부한 사연을 확인하기 위해 이틀간 기다렸지만 아직 후원자의 연락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후원자가 자선냄비에 거액을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엔 길거리 자선냄비에 한 60대 남성과 90대 노부부가 각각 1억1000만 원, 2억 원을 넣고 조용히 길을 떠났다. 박만희 한국 구세군 사령관은 “귀한 나눔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소중히 쓰겠다”고 말했다. 구세군 자선냄비의 모금 활동은 지난달 30일 전국 300여 곳에서 50억 원 모금을 목표로 시작됐다. 모금은 길거리 모금을 비롯해 온라인 및 자동응답전화(ARS)로도 진행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2-1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하루 180만 원 주고 불법 슈퍼카 빌렸다가…

    김모 씨(30)가 7월 페라리 F430 쿠페 스포츠카에서 내리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 뱅뱅사거리를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신차가 3억2000만 원을 호가하는 이 최고급 스포츠카(슈퍼카)는 김 씨가 한 렌터카 업체에 하루 180만 원을 주고 빌린 것. 다른 렌터카처럼 번호판이 ‘허’자로 시작하지 않는 이유는 자동차 대여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불법 업체 차량이기 때문이다. 우쭐한 기분도 잠시, 김 씨의 운전 실수로 운전석 문이 찌그러졌다. 김 씨는 렌터카 업체에 전화했지만 “직접 배상하세요”라는 말만 들었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따르면 렌터카로 등록되지 않은 자가용을 불법 대여 영업하면 보험 처리가 되지 않는다.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처럼 불법 렌터카 영업을 하는 국내 최대 인터넷카페의 운영자 임모 씨(28)에 대해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임대 수입을 노리고 외제차를 빌려준 박모 씨(30) 등 4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카페는 경찰의 요청으로 폐쇄됐다. 경찰에 따르면 올 2월부터 지난달까지 이들이 외제차 41대를 굴려서 거둔 매출액은 3억 원이 넘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2-12-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책보다 후보 옷 - 의자에 더 관심 ‘이미지 대선’

    양강 구도인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정책보다 이미지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 사이트인 ‘소셜매트릭스’를 통해 28, 29일 이틀간 주요 대선 후보와 함께 언급된 단어 빈도를 분석한 결과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의 정책보다 씀씀이와 관련된 단어가 최대 30배까지 자주 언급됐다. TV광고가 공개된 뒤 트위터에서 이틀 동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꼽은 문 후보의 1순위 공약인 ‘일자리’는 1264건 언급됐다. 하지만 명품 의자와 안경 패딩점퍼 논란 탓에 ‘의자’는 4만996건, ‘안경’은 9621건, ‘패딩’은 8800건을 기록했다. 복지(6770), 경제민주화(1094)를 훨씬 앞섰다. 28, 29일 이틀 동안 공지영 씨가 “의자가 비싸다고? 박근혜가 입고 다니는 의상 값 밝혀 봐라!”라고 트윗하는 등 문 후보 지지자를 중심으로 박 후보의 씀씀이를 공격하는 글들도 SNS를 장악했다. 박 후보와 ‘백’ ‘구두’ ‘옷’ 등 의상 관련 단어가 함께 언급된 빈도는 4498건에 달했다. 2010년 박 후보가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정치자금 명세 중 호텔 비즈니스센터 대여료를 문제 삼으며 ‘호텔’을 언급한 메시지도 3254건이 넘었다. 역시 선관위가 꼽은 첫 번째 공약인 경제민주화(2114), 복지(2286)건을 앞섰다. 정치심리학자들은 대선 후보의 씀씀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자신을 후보와 동일시하려는 유권자 심리 때문이라고 봤다.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후보를 지지하고, 그 믿음이 어긋나면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정책보다 이미지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후보의 능력과 정책 비전이 뒷전으로 밀려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평론가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는 “두 후보가 확연히 차별화된 정책 공약을 내놓지 못해 이미지에 기댄 선거운동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정치 문화의 퇴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2-1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우리얼 찾기 국민운동본부 출범

    민족 고유의 얼을 찾기 위한 시민단체가 세워졌다. 우리얼찾기국민운동본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발족식을 열고 ‘우리얼 찾기 범국민운동’에 나섰다. 운동본부가 이달 13∼25일 벌인 범국민 서명 운동에는 100만 명이 동참했다. 운동본부는 사단법인 국학원이 “현대 물질문명 속에서 잃은 도덕과 양심, 조화와 상생 등 우리의 얼을 되찾자”는 취지로 설립했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명예위원장을, 강영훈 전 국무총리와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등 각계 인사들이 상임고문을 맡았다. 이 단체는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전인 교육을 실시하는 좋은 학교 만들기 △홍익 가정으로 밝은 사회 만들기 △한민족 고유의 공동체 문화 다시 세우기 등 3대 주요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운동본부는 이 같은 내용의 ‘좋은 학교 만들기 교육정책 제안문’을 대선후보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족식에 앞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좋은 학교 만들기 청소년 모임’의 중고교생들은 “입시와 학교폭력에 얼룩진 학교를 다니고 싶은 학교로 바꿔 달라”고 호소했다. 여성 회원 20여 명은 장구와 북을 치며 “민족의 얼이 담긴 ‘아리랑’을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얼 찾기 범국민운동은 우리얼찾기국민운동본부, 좋은학교만들기학부모연대, 홍익교원연합, ㈜코리안스피릿이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2-11-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휴지통]중학생이 버스 3대 훔쳐 레이싱 게임하듯 심야질주

    15일 오전 2시 반경 버스 450여 대가 주차된 서울 은평구 수색동 은평공영차고지로 중학생 강모 군(15)이 숨어들었다. 목표는 시내버스. 눈여겨봐 둔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돈을 훔칠 계획이었는데 그곳까지 버스를 훔쳐 몰고 가기로 한 것. 손버릇이 나빠 실형을 산 전력도 있다.잠기지 않은 7025번 시내버스 운전대엔 열쇠가 꽂혀 있었다. 운전이 처음인 강 군은 운전 중 다른 버스와 부딪치자 같은 번호 다른 버스를 다시 훔쳐 탔다. 하지만 차고지를 빠져나온 이후 주행할 땐 게임으로 다진 운전 실력을 발휘했다. 자동변속기 버스라 어렵지 않았다. 강 군은 500여 m 정도 달리다 서울시와 경기 고양시 경계지점의 군경검문소를 발견하고 우회전하다 주차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버스도 버리고 다시 차고지로 걸어간 강 군은 같은 번호의 버스를 훔쳐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 집으로 달렸다. 키가 작아 액셀을 밟으며 앞을 보기도 어려웠지만 차가 거의 없는 새벽이라 약 18km를 운전하면서 시속 50km 정도로 달리며 교통사고는 내지 않았고 다른 차량을 추월하기도 했다.강 군은 집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버스를 버렸다. 경찰은 버스 내부와 거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주변 탐문 수사 끝에 22일 강 군을 붙잡았다. 강 군은 “레이싱 게임 할 때와 비슷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강 군을 특수절도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2-1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홍익문고, 시민이 지켜냈다

    재개발로 사라질 뻔한 서울 신촌의 명물 서점 홍익문고를 시민의 힘으로 지켜냈다. 서울 서대문구는 창천동 일대 도시환경정비구역 지정 계획안에서 홍익문고를 제외한다고 27일 밝혔다. 지역 주민들이 홍익문고 존치 운동을 벌인 지 9일 만이다. 논란은 서대문구가 지난달 24일 이 일대에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재개발 계획을 공람하면서 불거졌다. 신촌 대학가에 남은 유일한 중형 서점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대학생과 주민은 홍익문고 존치 운동에 나섰다. 서명에 참여한 주민이 5000명을 넘었다. ‘홍익문고 지키기 주민모임’은 서대문구청을 찾아 의견서를 전달하고 구의원들에게 전화로 항의했다. 동아일보는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69) 등 홍익문고를 애용했던 지역 명사와 주민의 사연을 모아 24일자 지면에 소개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27일 “50년 서점을 허무는 것은 ‘문화가 어우러진 재개발’이라는 계획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홍익문고 철거 계획을 공식 철회했다”고 말했다. 최종 결정은 서울시의 몫이지만 전망은 밝다. 서울시가 자치구의 의견을 뒤집은 전례가 드물고 박원순 시장도 26일 트위터를 통해 “홍익문고를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홍익문고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시민의 열정이 여전하기에 신촌의 명물 서점이 존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2-1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朴-文-安 지지자 2차 심층면접 조사]安사퇴 해석 제각각

    유권자의 눈에 비친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는 ‘양보’보다는 ‘패배’에 가까웠다. 동아일보의 심층면접에 응한 150명 중 46명은 안 전 후보가 대선에서 물러난 이유가 “문재인 후보를 이길 수 없어서”라고 답했다. 응답자 3명 중 1명이 안 전 후보의 사퇴를 ‘패배 선언’으로 본 것이다. 다만 “정권교체를 위한 양보였다”고 평가한 응답자도 35명이나 됐다. ‘민주당의 구태 때문’(27명)이라거나 ‘차기 대선을 위한 노림수’(27명)라는 해석도 나왔다. 유권자 상당수는 안 전 후보가 정치인으로 화려하게 복귀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지지자별로 안 전 후보의 사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다. 안 전 후보를 지지했던 50명 사이에선 ‘정권교체를 위한 용단’이라는 의견(16명)이 가장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문 후보로 지지 후보를 바꿨다. ‘민주당의 구태 때문’(13명)이라고 한 응답자 중 8명은 기권하거나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부산 동래구에 사는 대학생 박모 씨(24·여·안 전 후보 지지)는 “안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의 기성 정치에 실망하고 정치 개혁에도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며 “나도 더이상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후보 지지자 중 상당수는 “안 전 후보가 차기 대선을 노리고 한발 물러섰다”고 평가했다. ‘계산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강원 원주시에 사는 박모 씨(45)는 “여론조사에서 패한 뒤 퇴장하는 것보다 깔끔하게 사퇴하는 게 다음 대선 도전에 유리하다고 본 것 같다”고 했다. 문 후보 지지자 중 30명은 안 전 후보의 사퇴를 ‘문 후보의 승리’ ‘정권교체를 위한 양보’로 평해 단일화에 성공했다는 해석에 무게를 뒀다. 박 후보 지지자 중 17명만 ‘단일화가 성공했다’고 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후보 지지자는 ‘아름다운 단일화’가 될까봐, 문 후보 지지자는 안 후보로 단일화될까봐 걱정했다”며 모두 ‘최악은 피했다’고 생각하며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 전 후보가 사퇴한 뒤 두 후보 지지자의 충성도는 높아졌다. ‘후보 지지 정도’를 1∼10점 척도로 묻는 질문에 박 후보 지지자의 충성도는 평균 8.52점으로 10월 말 1차 조사의 8.18점보다 0.34점 높아졌다. 문 후보 지지자의 후보 충성도도 8.43점으로 1차(7.97점)보다 0.46점 올랐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2-1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80세 노모, 우울증 딸과 허리 묶고 한강 투신

    서울 마포경찰서는 24일 오후 2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관공선 선착장 아래에서 강모 씨(80)와 박모 씨(42) 모녀의 시신을 발견해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발견 당시 둘의 허리는 얇은 천과 검은 고무줄로 8자 형태로 묶인 상태였다. 모녀가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허리를 묶고 껴안은 채 투신한 것으로 추정됐다. 물결에 휩쓸리면서 둘의 몸은 떨어졌지만 시신은 사망 시점까지 서로 강하게 껴안은 듯 팔을 둥글게 앞으로 뻗은 자세로 경직돼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노모 강 씨와 미혼인 딸 박 씨는 장기간 둘이서만 생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몇 해 전부터는 박 씨가 심한 우울증을 앓아 치료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 주민들은 “강 씨가 ‘아픈 딸만 두고 세상을 떠날 수 없다’라고 자주 말해 왔다”라고 전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2-1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홍익문고 철거 재검토”… 한발 물러선 구의회

    서울시 서대문구의회가 연세대 앞 홍익문고를 허무는 재개발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서대문구의회 재정건설위원장인 김호진 구의원(45)은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재개발 진행 과정에서 홍익문고 건물을 허물지 않도록 권고하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건설위는 23일 창천동 일대 건물을 허물고 4597m²에 상업 및 관광숙박시설을 짓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신촌 도시환경정비구역 지정 계획안’에 찬성하는 의견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홍익문고 지키기 주민모임’ 등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일부 구의원이 “재개발 계획에서 홍익문고 건물을 제외하는 방법을 찾겠다”며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홍익문고가 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상임위에서 통과된 의견이 본회의에서 뒤바뀐 전례가 거의 없는 데다 일부 의원이 “홍익문고를 제외하고 재개발을 하기 힘들다”며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상임위인 재정건설위의 의견이 구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서대문구가 구의회와 주민의견을 고려해 재개발 계획을 최종 결정한다. 현행 계획안이 확정되면 지금의 홍익문고 건물은 사라지고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선다. 박세진 홍익문고 대표(44)는 “새 건물에서는 타산이 맞지 않아 도저히 서점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모임은 26일 구의회를 방문해 홍익문고 존치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계획이다. 홍익문고는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신촌 대학가에 문을 연 뒤 50여 년간 대학생들과 주민의 사랑을 받아온 명물 서점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2-11-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폐점위기 서울 신촌 홍익문고 지켜주세요”

    고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소설 ‘그 남자네 집’에는 ‘사치였다. 시였다’는 대목이 나온다. 암울했던 6·25전쟁 시기를 견딜 수 있었던 건 원한이나 이념이 아니요, 사치와 시 덕분이라는 뜻이다. 주인공은 가난에 찌든 생활 속에서도 연인과 시 한 수 나누는 ‘작은 사치’를 부리며 위안을 찾아나간다.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신촌 번화가 한복판을 53년째 지키는 홍익문고가 누군가에겐 ‘사치’로 비칠지 모른다. 더 많은 수익을 버리고 책을 팔기 때문이다. 대기업 부장 자리를 내놓고 창업주인 아버지 고 박인철 대표에 이어 홍익문고를 이끌고 있는 박세진 대표(44)의 고집도 사치다. “구청의 계획대로 순순히 서점을 허물고 재개발 하면 현재 서점 수입의 2∼3배를 임대료로 받을 수 있는데 웬 고집이냐”는 주변의 말도 한 귀로 흘린다.홍익문고를 지키기 위해 나선 사람이 4600명에 이른다. 대학 새내기 시절부터 홍익문고를 드나들며 총장까지 지낸 노교수, 커피 살 돈도 없어 책방을 아지트로 삼았던 시인, 첫사랑을 만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식당 주인…. 이들에게 홍익문고는 ‘사치’이고 ‘시’였다. 23일 오후 찬 바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홍익문고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재개발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날 “지역 서점을 내몰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하나 둘 사라지는 추억의 공간을 붙잡으려는 이들의 목소리는 정말 사치일까.조건희·박희창 기자 becom@donga.com}

    • 2012-11-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시간 새벽파업’ 도시 하층민만 울렸다

    해가 동쪽 하늘에 걸리기도 전 소주를 넘기는 일용노동자 윤모 씨(52)의 입맛은 썼다. 윤 씨는 22일 버스업계의 파업 때문에 첫차가 운행되지 않아 건설 현장에 가지 못했다. 일감 날려 속상한 마음을 동료들과 해장국집에서 술 한잔으로 달래던 참이었다. “당장 오늘 일당 9만 원 받아서 다음 달 방값 26만 원 내야 하는데….” 윤 씨의 한숨 섞인 한마디다.○ 첫차 못 타면 하루 날리는 설움 이날 오전 6시 20분경 버스업계가 전국 단위의 운행 중단을 철회하면서 우려했던 출근길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일하는 홍승국 씨(31)는 “파업 소식 탓에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지만 금세 버스가 다시 다녀 별 불편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차 시간인 오전 4시부터 2시간가량은 버스가 다니지 않았다. 피해는 이 시간대에 버스로 출근해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일용노동자 식당종업원 등이 떠안았다. 윤 씨도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 건설 현장으로 가기 위해 이날 오전 5시부터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버스환승센터에서 광역버스를 기다렸지만 버스는 오전 7시가 다 돼서야 오기 시작했다. 이미 현장 사무소로부터 ‘늦었으니 아예 나오지 말라’는 전화가 걸려온 뒤였다. 침체된 건설 경기 탓에 어렵사리 잡은 일감이라 허탈감이 더했다. 평소 엄두도 내지 못했던 택시를 타야 한 사연도 있다. 최모 씨(53·여)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건설현장식당에 오전 6시까지 출근한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40분 거리. 버스를 기다릴 수도 일당을 포기할 수도 없던 최 씨는 택시를 탔다. 택시비 4500원은 최 씨가 1시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하루라도 빠지면 ‘다음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을까 봐 걱정돼 내린 결정이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에서 청소일을 하는 박모 씨(57·여)는 21일 밤 아예 당직실에서 잠을 잤다. 경기 의정부시 집에서 첫차를 타지 못하면 출근시간인 오전 6시까지 도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파업도 못 하는 이들의 하소연 인력사무소에도 비상이 걸렸다. 하루 70∼80명의 일용노동자를 현장에 소개해 주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창창인력사무소엔 이날 오전 “왜 인부들이 오지 않느냐”는 전화가 빗발쳤다. 사무소 소유 승합차로 인부들을 최대한 실어 날랐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날 소개를 기다렸던 노동자 72명 중 20여 명은 건설 현장에 가지 못했다. 이 사무소의 김천기 실장(54)은 “7년째 사무소에서 일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결근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일용노동자 김모 씨(48)는 “버스업계도 고충이 있겠지만 ‘반짝 파업’으로 실력을 과시하는 동안 피해를 보는 건 우리 같은 도시 하층민”이라며 “버스나 택시 운전사처럼 힘 모아 하소연할 수도 없는 처지라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조건희·박희창·김재영 기자 becom@donga.com}

    • 2012-1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독도문제, 강경외교 멈춰야 해결”

    “주머니 속 돈을 굳이 꺼내 ‘내 것’이라고 주장할 필요가 있을까요? 한일 양국이 이성을 찾고 독도를 둘러싼 강경 외교를 멈춰야 합니다.” 공로명 동아시아재단 이사장은 1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국제대학원 소천홀에서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서울대 일본연구소 개소 8주년을 기념해 ‘우리는 독도를 어떻게 다뤄야 하나’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독도를 둘러싼 국제 관계와 각국의 논리를 강연으로 풀어냈다. 공 이사장은 김영삼 정권에서 외무부 장관으로 재직한 경험을 살려 독도를 둘러싼 외교 정책이 독도를 실효 지배하는 ‘조용한 외교’에서 영토권을 적극 주장하는 ‘강경 외교’로 선회한 배경을 설명했다. 2005년 3월 일본 시마네(島根) 현이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을 제정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일 외교전’을 선포한 것이 기점이라는 분석이었다. 공 이사장은 이러한 대일 외교 기조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이어지면서 일본인의 애국주의를 불필요하게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일본 외무성의 외교 사료관 등에서 50여 년간 방대한 사료를 모으며 독도 문제를 연구한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은 ‘17세기 중반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확립해 갔다’는 일본 정부와 학자들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1870년대 에도 막부는 ‘독도에 가보고 싶다’고 신청하는 일본인들에게 ‘제1, 2차 도해(渡海) 금지령’을 내렸다. 어부들을 관장하던 돗토리(鳥取) 번(지금의 현과 비슷한 행정관청)이 “우리는 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독도로 가기 위해 출국 허가서로 쓰인 ‘도해 면허’를 신청했다는 점도 독도가 일본에는 ‘외국 땅’이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참가자들은 향후 정부의 대응을 놓고 다양한 제안을 내놓았다. 최 원장은 “일본 학자들의 영유권 논리 중엔 검증받지 않은 문헌에 토대를 둔 것도 있다”며 “해외 학자들의 독도 이론을 정확히 판단하고 대응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일본연구소는 정치적 경제적 이해를 뛰어넘어 일본 연구를 활성화하고 한일 상호 이해를 높이자는 취지로 2004년 설립됐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2-1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청년드림/캠프&멘토링]“지원할 회사 내부용어 숙지하면 확실한 눈도장”

    “실전용 팁 하나 드릴까요? 지원할 회사의 내부용어를 능숙하게 쓰는 수험생은 면접관에게 ‘공부 많이 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요.” 삼성전자 인사팀 민복기 대리(32)의 말에 취업 준비생들이 눈이 빛났다. 10일 오전 10시 서울 관악구 대학동 관악문화관·도서관의 ‘청년드림 관악캠프’에서 열린 취업 멘토링에서 민 대리는 “내부용어나 전문용어를 쓰는 것도 기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취업 준비생들은 궁금증을 쏟아냈다. 서울의 사립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영업 분야를 노리고 있는 김정은 씨(24·여)는 “법대를 나왔는데 사법고시를 포기한 게 약점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민 대리는 “법적인 지식이 있다는 점을 내세우되 사법고시를 대체할 만한 결정적인 강점인 ‘한 방’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베이징대를 졸업한 남지용 씨(29)의 자기소개서는 민 대리로부터 ‘중국어 실력을 충분히 어필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 대리는 임직원을 상대로 중국어 강의를 열 정도로 뛰어난 어학 실력을 자랑했던 한 인턴사원의 예를 들며 “중국시장을 향한 전자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으니 중국어 실력을 내세우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전에 맞춘 생생한 조언을 받은 멘티들은 정해진 2시간을 넘겨서도 질문을 이어갔다. “자기소개서에서 회사에 대한 열정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은 황웅 씨(25)는 “이제부터는 채용 홈페이지에 적힌 ‘인재상’을 가장 먼저 봐야겠다”고 말했다. 민 대리는 취업 준비생들의 열기가 오르자 “이제부터는 진짜 ‘대외비’ 조언들”이라며 기자에게 ‘나가달라’고 눈치를 줬다. 이들의 ‘실전 멘토링’에 참여하려면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삼성전자, 관악도서관이 공동 운영하는 관악캠프에서 매주 삼성전자 임직원이 제공하는 취업 멘토링에 신청하면 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2-11-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