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후 탈북자 구출비용 치솟아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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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년째 ‘쉰들러 프로젝트’ 추진 김성은 목사

수년 전 여름 후원자들과 중국 옌지를 방문한 김성은 목사(왼쪽). 김 목사는 2007년부터 매년 중국 내 탈북자를 만나는 ‘비전트립’을 열었지만 지난해부터 당국의 제지 탓에 중국을 드나들지 못한다. 갈렙선교회 제공
수년 전 여름 후원자들과 중국 옌지를 방문한 김성은 목사(왼쪽). 김 목사는 2007년부터 매년 중국 내 탈북자를 만나는 ‘비전트립’을 열었지만 지난해부터 당국의 제지 탓에 중국을 드나들지 못한다. 갈렙선교회 제공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마지막 장면.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는 나치 치하에서 구해 낸 유대인들로부터 감사 선물로 금반지를 받는다. 이미 유대인 1100여 명을 구했던 그는 “이 금반지를 팔았으면 더 많은 유대인을 구해 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눈물 흘린다.

북한 주민을 구출하는 ‘쉰들러 프로젝트’에 12년을 쏟은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48)는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쉰들러의 독백은 항상 북한 주민의 얼굴과 함께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 구출 작업이 못마땅한 중국 당국의 ‘입국 블랙리스트’에 올라 동남아 제3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 목사는 중국에 팔려가 착취당하던 여성들과 이들의 자녀 11명을 지난달 구출했다. 주로 한국 내 탈북자들이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이지만 고아로 자란 어린이도 있다. 이들은 현재 제3국에 머물며 한국으로 입국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공안에 붙잡히거나 다친 탈북자는 없지만 김 목사는 구출 작전을 ‘성공’이라고 평가하지 않았다. 자금이 모자라 데리고 나오지 못한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 중국의 안마시술소로 끌려갔다가 구출된 한 여성은 얼마 전 낳은 아들을 중국에 두고 왔다. 김 목사는 “곧 데리러 온다”는 기약 없는 말을 남기고 홀로 국경을 넘은 이 여성과 함께 울었다고 했다.

임신 6개월째에 북한에서 중국으로 팔려갔던 20대 여성 A 씨도 지난달 구출됐다. A 씨는 중국으로 팔려가자마자 자궁 적출 수술을 받고 밤낮으로 화상채팅과 성매매에 나서야 했다. ‘좋은 일자리가 있다’는 말만 믿고 의지한 곳이 음란 화상채팅 알선 업체일 줄 몰랐다. A 씨를 데리고 있던 업체는 김 목사에게 “가치가 떨어졌지만 데려온 값이 있으니 500만 원은 줘야 A 씨를 내주겠다”고 했다. 김 목사는 “중국에 인신매매된 북한 주민들은 물건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기업가였던 2000년 두만강 유역에서 선교하다 북한 주민의 실상을 알고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인민군 중대장 출신의 탈북자인 아내 박에스더 목사(43)를 만난 것도 이때였다. 김 목사는 이후 아내와 함께 북한 주민을 구출하고 탈북자들의 한국 정착을 돕고 있다.

북한 동포들을 중국과 북한에서 빼내는 일은 고난의 연속이다. 공안의 눈을 피해 제3국에서 탈북자들과 접선해야 하고 폭풍우를 뚫고 배를 타야 할 때도 있다. 열 살배기 딸이 배웅할 때마다 김 목사는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 목사는 “‘약자를 돕는 일에 위협이 따른다면 그건 정의로운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신념을 되새긴다”고 했다.

갈렙선교회가 맞닥뜨린 문제는 부족한 구출 자금이다. 탈북자 1인당 500만∼700만 원이었던 구출 비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뒤 경계가 삼엄해져 1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 비용까지 합하면 선교회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다.

쉰들러가 유대인들로부터 받은 반지엔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것’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김 목사는 “뜻있는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단 한 명의 북한 주민이라도 더 구해 내는 게 사명”이라고 말했다. 갈렙선교회 홈페이지(www.calebmission.co.kr)와 전화(041-575-5301)를 통해 김 목사의 ‘쉰들러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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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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