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보다 후보 옷 - 의자에 더 관심 ‘이미지 대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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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文과 함께 언급된 트위터 단어 분석하니

양강 구도인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정책보다 이미지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 사이트인 ‘소셜매트릭스’를 통해 28, 29일 이틀간 주요 대선 후보와 함께 언급된 단어 빈도를 분석한 결과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의 정책보다 씀씀이와 관련된 단어가 최대 30배까지 자주 언급됐다.

TV광고가 공개된 뒤 트위터에서 이틀 동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꼽은 문 후보의 1순위 공약인 ‘일자리’는 1264건 언급됐다. 하지만 명품 의자와 안경 패딩점퍼 논란 탓에 ‘의자’는 4만996건, ‘안경’은 9621건, ‘패딩’은 8800건을 기록했다. 복지(6770), 경제민주화(1094)를 훨씬 앞섰다.

28, 29일 이틀 동안 공지영 씨가 “의자가 비싸다고? 박근혜가 입고 다니는 의상 값 밝혀 봐라!”라고 트윗하는 등 문 후보 지지자를 중심으로 박 후보의 씀씀이를 공격하는 글들도 SNS를 장악했다. 박 후보와 ‘백’ ‘구두’ ‘옷’ 등 의상 관련 단어가 함께 언급된 빈도는 4498건에 달했다. 2010년 박 후보가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정치자금 명세 중 호텔 비즈니스센터 대여료를 문제 삼으며 ‘호텔’을 언급한 메시지도 3254건이 넘었다. 역시 선관위가 꼽은 첫 번째 공약인 경제민주화(2114), 복지(2286)건을 앞섰다.

정치심리학자들은 대선 후보의 씀씀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자신을 후보와 동일시하려는 유권자 심리 때문이라고 봤다.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후보를 지지하고, 그 믿음이 어긋나면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정책보다 이미지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후보의 능력과 정책 비전이 뒷전으로 밀려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평론가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는 “두 후보가 확연히 차별화된 정책 공약을 내놓지 못해 이미지에 기댄 선거운동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정치 문화의 퇴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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