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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국은 3월 23일 열렸다. 19일 3국이 열린 지 나흘 만이다. 홍기표 4단이 3국 때의 좋지 않은 기억을 완전히 떨쳐버리기엔 짧은 시간이다. 그래도 홍 4단은 씩씩했다. 백 18처럼 흔히 쓰지 않는 수를 의욕적으로 들고 나온다. 한 번 혼쭐이 난 이창호 9단도 홍 4단을 쉽게 다루지 않는다. 흑 19, 21이 빼어난 포석 감각. 백의 다음 수가 어려운 장면. 백 22로 참고 1도 백1에 두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이때 흑 2가 준비된 수. 보통이라면 백 3으로 째고 나가야 하는데 흑 8까지 백 3 한 점이 살아가기 어렵다. 백 22에 흑 23도 시원하다. 하변 흑 돌은 깃털처럼 가벼워서 백이 세게 공격하면 버리는 사석작전을 편다. 참고 2도가 그렇다. 백 22가 있는 걸 믿고 백이 재차 1로 공격하면 흑 2로 귀에 붙이는 수를 구사한다. 백은 공격한 체면을 차리기 위해 흑 두 점을 잡는 동안 흑은 귀를 접수한다. 이건 백이 당장 실리 부족증에 걸린다. 흑 25, 27로 뛰어나가 일단은 흑이 기분 좋다. 하지만 확인할 수 있는 수치는 아무것도 없다. 다만 느낌만 그럴 뿐이다. 아직은 누구도 기뻐하거나 낙담할 단계가 아니다. 흑 29와 백 30은 자연스러운 교환처럼 보이는데 여기에 승부의 중요한 갈림길을 만든 비밀이 숨어 있었다. 두 대국자 모두 간과한 수단은 무엇이었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결승 4국에서 끝날 것인가. 이창호 9단이 2 대 1로 앞선 가운데 4국이 막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홍기표 4단이 3국에서 무력하게 밀린 탓이다. 그러나 홍 4단이 2국처럼만 둔다면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 5번기에서 2 대 2로 대등한 승부를 벌여 막판까지 간다는 것 자체가 홍 4단의 바둑 인생에 커다란 플러스알파가 된다. 백 10이 요즘 개발된 수. 보통 14의 곳으로 낮게 두 칸 벌리는 수는 흑이 위에서 덮어씌우는 수가 좋다는 결론. 그 예방책으로 백 10처럼 한 줄 높이는 응수가 등장했다. 흑 11은 귀의 실리를 키우겠다는 뜻. 참고 1도처럼 그냥 백 1로 막으면 흑이 죽죽 밀어 올려 여기서만 40집을 확보한다. 일당백의 집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홍 4단은 백 12로 응수타진해 흑 집에 미리 뒷맛을 남기려고 한다. 여기서 흑이 아까와 마찬가지로 집을 만들려고 하면 참고 2도처럼 된다. 이건 백 12까지 활용할 수 있어 백이 해볼 만하다. 나중에 백이 ‘A’로 잇는다면 참고 1도에 비해 5집가량 이득이다. 이 차이는 꽤 크다. 흑도 귀 백 한 점의 뒷맛을 없애는 것이 우선. 흑 15로 지키는 수는 독특하다. 보통 ‘가’로 꽉 잇는 수를 많이 쓰는데 흑 15도 두어놓고 보니 더 능률적으로 보인다. 백 16으로 큰 자리를 차지해 아직은 평온한 초반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무엇이 부족했을까. 결승 2국에서 완승을 거뒀던 홍기표 4단은 3국에서 완패했다. 홍 4단은 3국에서 한 번도 우세했던 적이 없었다. 결승전과 같은 큰 승부에서 최강 이창호 9단을 상대한다는 부담감이 컸을까. 이 바둑을 보면 이 9단을 상대로 설렁설렁 둘 수 없다는 의지가 과했다고 할 수 있다.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대목에서 홍 4단은 강하게 버텼다. 물론 도전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가져야 하는 자세지만 그 완급 조절까지는 터득하지 못했다. 경우에 따라선 평범하고 상식적으로 두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승부가 갈린 곳은 하변이었다. 참고도를 보자. 이 장면에서 흑 1은 가장 간명한 수. 홍 4단이 흑 1을 택하지 않은 것은 백 2, 4로 하변에 백 집이 크게 생기는 것을 꺼렸기 때문. 하지만 흑 7까지 중앙을 두텁게 하고 9에 뒀으면 여전히 해볼 만한 형세였다. 실전에선 흑 87의 맥을 구사하며 하변에서 살았다. 실리 면에선 컸지만 중앙이 전체적으로 엷어져 주도권을 백에게 넘겨줬다. 특히 좌변에서 흘러나온 말과 상변 흑 대마가 양곤마로 변해 중반 내내 시달렸다. 결국 두 대마는 서로 연결하며 살았지만 그 대가로 큼지막했던 우변 흑 집이 초토화되고 말았다. 152·166…142, 157·168…145. 소비 시간 백 2시간 58분, 흑 2시간 59분. 180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해외 유명 화장품업체가 과대광고를 하다가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로레알그룹 브랜드인 비오템의 몸매 관리 제품 ‘셰이프 레이저’에 대해 광고업무 정지처분을 통보했다고 17일 밝혔다. 비오템은 3월 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비만의) 유전적 요인까지 방어한다’ ‘지방의 연소를 돕는다’ 등 과장된 문구를 광고에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비오템의 미백 제품 ‘화이트 디톡스’의 클렌징폼, 부위 집중 관리 제품, 마스크와 노화방지 화장품 ‘스킨비보 크림’ 등 4종도 과대광고로 3, 4개월 광고정지 처분을 통보받았다. 식약청은 “비오템이 화장품 광고에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문구를 써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을 의약품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로레알그룹은 지난해 보급형 브랜드 로레알파리 제품이 과대광고로 적발됐는데 올해 또다시 적발됐다. 살 빼는 기능을 가졌다는 ‘슬리밍 화장품’의 과대광고는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 왔지만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2006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년간 슬리밍 제품의 과대광고 적발건수가 52건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셀룰라이트 국소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략하여 축적된 지방을 8시간 지속적으로 연소’(로레알 ‘퍼펙트 슬림 보디패치’), ‘울퉁불퉁 셀룰라이트와 체지방을 효과적으로 제거’(시슬리 ‘피토 스퀼트’), ‘지방 분해를 촉진해 셀룰라이트를 억제’(크리스티앙디오르 ‘플라스티시티 안티 셀룰라이트’) 등 검증 안 된 내용으로 광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화장품의 경우 제품 출시 후 짧은 기간 내 집중적으로 과대광고를 하는데 당국이 뒤늦게 광고 정지처럼 낮은 수위의 처분만 내리기 때문에 과대광고가 성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흑 45로 패를 따냈지만 전혀 실익이 없다. 이창호 9단은 백 46, 48로 좌상 흑 4점을 잡으며 좌상 백의 마지막 불안 요소를 없앴다. 흑 51 때 백 52(패 따냄)로 53의 곳에 두어 흑을 잡으러 가는 진행도 백이 꺼릴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9단은 이제 배가 부르다. 중앙 흑을 살려주고 중앙 백도 패를 따내 사는 모양을 갖춘다. 백 56으로는 패를 이어 확실히 살리나 싶었는데 이 9단은 한발 더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백 56의 맥점으로 좌변 흑 집이 뚫렸다. 흑은 이 돌을 차단할 수 없다. 그렇다면 흑은 다시 중앙 백을 잡겠다고 패를 때릴 수밖에 없다. 이때 이 9단은 백 58을 준비하고 있었다. 홍기표 4단도 이미 이 수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돌이 놓이자 맥이 풀린다. 흑 59로 참고도 흑 1로 끊으면 백 6까지 흑이 수상전에서 진다. 그나마 흑 59가 최선인데 그래도 흑 65까지 패가 났다. 이렇게 패를 만들어 놓고 다시 66으로 중앙 패(○)를 따내자 양패 모양. 중앙 백도 완전히 살았다. 흑 69의 가일수. 대마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하다. 이 9단은 우변에서 마지막 폭탄을 터뜨린다. 백 70. 흑은 반항할 수 없다. 우변에서 백이 흑 두 점을 빵때림했다. 흑은 75, 77로 젖혀 우하귀 목숨을 구해야 했다. 흑은 수십 집을 기대했던 우변에서 참화를 당한 것. 홍 4단은 더 버틸 수 없었다. 52·66…○, 57·68…45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12년 전 첫 길이 열렸을 때 금강산 관광은 현대아산의 ‘기대주’였다. 현대아산은 2008년엔 누적관광객 200만 명 돌파기념식까지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해 ‘총성 한 발’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이제 현대아산은 구조조정 위기에 몰리고 있다. 금강산 관광가이드와 건설 책임자로 현장을 누볐던 두 사람으로부터 금강산관광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 지방선거 현장 패트롤 : 광화문광장 공방“한국의 대표적인 광장이라 해외에 널리 알려야 한다.” “이벤트성 행사만 개최하는 것은 광화문광장의 역사를 훼손하는 것이다.” 서울시장에 도전한 후보들이 광화문광장을 놓고 맞붙었다.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여야 후보들의 열띤 논쟁을 살펴봤다. ■ 6·25 룩셈부르크 참전용사의 특별한 여행룩셈부르크의 6·25전쟁 참전용사 요제프 바그너 씨(사진)가 미국과 캐나다로 17일간의 여행을 떠났다. 그는 전쟁 이후 각자의 삶을 찾아 룩셈부르크를 떠난 전우들을 만나 무엇을 느꼈을까. 그의 특별한 여행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 그 제목이 ‘참전(Tour of Duty)’인 이유를 알아봤다. ■ 中대양해군 분쟁해역서 실력행사중국 ‘대양 해군’이 드디어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영유권 분쟁을 빚는 남중국해에서 일방적으로 어로금지구역을 설정하고 불법 어로단속에 들어갔다. 어족 보호가 명분이지만 베트남 등은 영해로 편입하기 위한 사전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의 국력 신장이 주변국과의 갈등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조선 사대부 편지서 건진 일상어들전시(篆侍), 교침(喬沈), 누만(漏萬)….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힘든 한자 어휘지만 조선시대 편지글에는 자주 등장하는 단어였다. 문집이나 관찬 사서와 달리 일상용어가 많이 들어 있는 옛 편지에서 낱말을 건져 올려 사전으로 엮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7년째 간찰낱말사전을 만들고 있는 가회고문서연구소 사람들. ■ 류머티즘 치료 패러다임이 바뀐다한 번 발병하면 오랫동안 지독한 통증에 시달려야 하는 류머티즘 관절염. 요즘은 젊은 여성도 많이 걸린다. 최근 대한류마티스학회 학술대회 참가차 내한한 에드워드 키스톤 토론토대 의대 교수는 “류머티즘 치료법이 처음부터 강한 약효의 치료제를 쓰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 자본금 45위 꼬마 증권사의 깜짝 실적자본금이 업계 45위인 ‘꼬마’ 리딩투자증권이 영업이익을 6배 넘게 거두면서 영업이익증가율 1위에 올랐다. 미래에셋과 같은 해 창업했지만 ‘무명’에 불과했던 리딩증권의 실적은 박철 회장의 지휘로 일취월장했다. 한국은행 부총재에서 민간경영인으로 변신한 그의 전략을 소개한다.}

흑 19는 홍기표 4단의 급한 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원래 중앙과 하변 대마를 연결하기 위해 참고 1도 흑 1로 두는 것이 정수. 하지만 백 2, 4의 수단이 있어 우변 흑 집이 크게 부서진다. 그래서 흑 19로 응급처치를 하고 흑 23(참고 1도 흑 1)을 둔 것. 그러나 참고 1도 백 2, 4의 뒷맛을 완전히 없애진 못한다. 어차피 이곳은 흑이 한 수를 더 들여 보강해야 한다. 흑 25는 이 두 점을 사석으로 활용해 중앙과 상변으로 이어지는 대마의 눈 모양을 만들겠다는 뜻. 그냥 참고 2도 흑 1에 두면 백 8까지 패가 난다. 이 그림은 흑이 견딜 수 없다. 하지만 백이 26으로 반발하자 흑 대마가 한 집도 없는 상황. 실전도 참고 2도보다 나은 상황이 아니다. 흑은 악전고투를 벌인다. 일단 흑 31로 끊어 뭔가 시빗거리를 만들려고 한다. 좌상 백은 100% 확실히 살았다고 할 순 없지 않은가. 하지만 백 34가 흑의 꿈을 깨는 일침. 백 40으로 들어올 때 흑 41로 후퇴해야 하는 것도 아프다. 좌변 흑의 맛만 나빠졌다. 이창호 9단은 백 42로 중앙 넉 점을 잡으려는 듯하더니 백 44로 대마 전체를 노린다. 흑 대마가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다. 아무리 봐도 두 눈을 내는 수가 보이지 않는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온라인기보,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위태롭던 좌변 흑 대마가 하변 백 석 점을 잡고 살았다. 게다가 백이 18에 보강하면서 선수마저 잡았으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아이러니하게도 백 18이 놓이는 순간 홍기표 4단은 일이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상변과 중앙 흑 대마를 안정시키려면 참고도 흑 1이 필요하다. 이 수로 두 말은 서로 연결하며 산다. 이것으로 흑 승? 아니다. 흑 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변 흑 진에는 큰 약점이 남아 있다. 백 2, 4에 두면 우변 흑 집은 급격히 쪼그라든다. 이 그림은 백승. 좌변 중앙 상변 등 모든 흑 대마를 다 살리고 백 석 점을 잡은 혁혁한 전과도 좌변 흑 진이 깨진 것만 못하다. 홍 4단은 흑 19에 둬 우변 흑의 약점을 임시로 때우고자 한다. 하지만 흑의 바람일 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흑 25는 두 점을 사석으로 활용해 흑 대마를 살리자는 뜻. 이창호 9단은 여기서 칼을 뽑는다. 무난히 가도 유리하지만 성가신 상대를 일찍 제압하고 싶은 것이다. 백이 칼을 뽑자 국면이 어수선해졌다. 이젠 외길 충돌밖에 없다. 백 34에 흑은 저절로 비명이 터진다. 백 40도 뼈가 저리도록 아프다. 무엇보다 백 44에 흑 대마가 휘청한다. 흑이 아무리 용을 써도 백이 한 수를 놓을 때마다 숨이 턱 막힌다. 흑 대마의 명줄이 길지 않아 보인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하변 흑이 살았지만 홍기표 4단은 여전히 괴롭다. 우선 좌변 흑이 살지 못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살릴 수 있지만 손을 댈 여유가 없다. 큰 빚을 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 상황에서 백은 중앙 두 점만 달라고 한다. 이걸 살리려면 좌변 흑이 위험해지지 않겠냐는 암묵적 협박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흑도 형세가 괜찮으면 몇 집 되지 않는 두 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푼돈이라도 긁어모아야 한다. 홍 4단은 흑 1로 두 점을 살린다. 멀리 내다보면 신경써야 할 사안이 한둘이 아니지만 당장은 바로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다. 백 2의 날일 자가 놓이자 좌변 흑은 점점 수렁에 빠지고 있다. 홍 4단은 좌변을 외면하고 흑 3으로 힘차게 밀어 올린다. 두둑한 배짱이다. 홍 4단은 백이 순순히 받아주자 내친김에 흑 5로 한 번 더 밀어 올린다. 하지만 그 순간 살아나던 희망의 불씨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날일 자는 건너 붙여라’는 말처럼 지금은 참고도 흑 1로 건너 붙여야 했다. 물론 이건 결단이 필요하다. 백 16까지 좌변 흑을 과감히 버린다는 것. 평상시에는 상상하기 힘든 진행인데 이 시점에선 유력했다. 홍 4단은 흑 9, 11의 수단에 매력을 느꼈다. 얼핏 보면 흑 17까지 백 석 점을 잡고 성공한 듯 보인다. 그 대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상변과 중앙 흑 말이 함께 수렁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내일은 더 나은 실수를 하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본사에 걸려 있는 회사 모토다.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이니 그 업을 끌어안고 긍정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의미다. 바둑에도 통하는 말이다. 승부를 가리고 승자와 패자가 ‘복기(復棋)’를 하며 지나온 과정을 함께 되짚는 것은 바둑의 큰 장점이다. 실전에서 가지 못했던 길을 복기하면서 오르내리다 보면 어느새 패자도 마음을 추스르게 된다. 대국자는 물론이고 관전자까지 참여해 더 나은 수(手)들을 공유하고 두뇌 한 구석에 있던 비장의 무기고를 활짝 개방한다. 수의 세계는 마치 화수분과 같아서 퍼내면 퍼낼수록 더 솟아난다는 사실을 알기에 기사들은 오늘도 복기에 열중한다. 복기 없이 서둘러 자리를 떠나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돌을 쓸어 담자마자 패자가 휙 나가버리면 혼자 남겨진 승자는 머쓱하게 일어나야 한다. TV 스튜디오 대국에서는 이런 삭막한 풍경이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도 한다. 대개는 패기 어린 기사들이 자책감과 분을 삭이지 못해 복기하지 못할 심적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지고 나서 자신을 다스리기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승부를 내고 미련 없이 돌을 허물고 또 새로운 그림을 펼쳐내는 것에 바둑의 진면목이 있다. 대국에서 지되 자신에게는 지지 말아야 한다. 간혹 승부 결과에 치우쳐 복기 과정을 생략하고 마는 장면에 팬들이 거북함을 느끼는 것도 복기라는 행위에 바둑의 본질적인 무엇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복기에 몰입을 잘하는 기사로는 이창호 9단이 유명하다. 졌건 이겼건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다. 복기하는 모습만으로는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렇게 바둑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로 한 시대를 이끌어 왔다.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었을 뿐인데 어느새 최정상에 올랐다. 최근에는 이세돌 9단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다. 복직 후 인터뷰들에서 그는 ‘컨디션’이란 단어를 각별히 강조했다. 단기적인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겠다는, 그 속에서 휴직 공백을 이겨낼 힘을 찾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비씨카드배 결승 전야 기자회견 때는 “진다고 해도 내용에서 앞서면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자세로 24연승을 내달렸고 마침내 중국 천하를 뒤엎으며 복직 후 첫 세계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휴직 6개월, 이세돌 9단이 거둔 최대 성과는 ‘남’을 이기는 바둑에서 ‘나’를 이기는 바둑으로의 전환이 아닐까 한다. 요 며칠 사이 백홍석 7단에게 연승 기록이 깨지고 박정환 7단에게도 처음으로 졌지만 복기에 임하는 패자의 얼굴에는 평온함이 묻어났다. 바둑이란 것이 이 한 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 내일의 더 나은 바둑을 위해 그는 스스로 납득하고 만족할 때까지 끊임없이 실수를 거듭할 것 같다.바둑TV 편성기획팀장}

무릎 치게 만든 흑의 묘수올해 24연승을 기록했던 이세돌 9단이 백홍석 박정환 7단에게 잇따라 패한 뒤 맞은 대국. 원래 넷마블 주장인 이창호 9단과의 대결이 예견됐으나 이창호 9단이 중국리그 일정으로 빠지는 바람에 송태곤 9단이 대타로 나섰다. 한때 ‘소년 장사’로 불릴 만큼 힘이 좋았던 송 9단도 만만찮은 상대. 두 기사의 대국은 초반부터 난전의 연속이다. ○장면도흑 (△)가 갇혀 있다. 좌하 백도 못 살았지만 이 백과의 수상전은 흑의 수 부족. 따라서 흑은 외부를 둘러싼 백의 약점을 추궁해 탈출해야 한다. 좌변 백은 단단한 반면 중앙 백이 비교적 약해 보이는데 어느 급소를 찔러야 할까. ○참고 1도흑 1로 단순하게 수를 줄여 가는 것은 백 2부터 10까지 한 집을 만든 뒤 백 12로 약점을 보강하면 전형적인 유가무가의 형태. 흑이 수상전에서 진다. ○실전도이세돌 9단이 준비하고 있던 수는 흑 1의 끼움. 이 수를 보곤 프로기사들도 무릎을 친다. 이후 수순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흑 9로 단수칠 때 백이 이을 수가 없다. 결국 흑이 13, 15로 따내며 좌변 흑 돌이 살아가자 좌변 백은 그대로 자연사했다. (●●…14) 우상 흑이 약해졌지만 흑 17로 잡히는 일은 없다. ○참고 2도실전도 흑 1의 끼우는 수를 방지하기 위해 장면도 백 4 대신 참고도 백 1로 보강하면 어떨까. 이때는 흑 2가 백을 옥죈다. 흑 10까지 유가무가 형태로 보이지만 백의 수가 워낙 적어 수상전에서 흑이 이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66승 145패. 승률 31%. 두 기사 간 전적이라면 상대가 되지 않는 승률이다. 이는 올해 한국과 중국 기사 간 성적이다. 66승이 한국. 올해 비씨카드배 춘란배 농심배 후지쓰배 LG배 등에서 한중 대결의 결과는 사실상 참패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열린 LG배 예선을 살펴보면 중국에 대한 한국의 열세가 두드러진다. 한국 기사들은 1회전부터 줄줄이 중국 선수들에게 밀렸다. 1∼4차전에 걸쳐 66패를 당한 반면 25승(승률 27.4%)밖에 못 거뒀다. 한국의 승리엔 아마추어 선수들의 3승이 들어 있다. 국내에서 치러지는 세계대회 예선에는 한국 기사가 대부분 참가하고 중국 기사들은 비교적 나은 성적을 내는 기사들이 참가하는 만큼 원래 실력차가 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국의 정예들이 맞붙는다고 할 수 있는 예선 결승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비씨카드배 예선 결승에선 5승 15패(25%)를 기록했다. LG배 예선 결승에선 8판의 한중전이 열렸다. 이 중 한국은 이희성 8단, 허영호 7단만이 승리를 거뒀고 나머지 6판은 패했다. 이 중 4판은 반집패였다. 아쉽다고 하기엔 실력차가 반영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본선에서도 한국 기사들이 밀리는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월 말 열린 춘란배 16강에서 벌어진 한중전 4판에서 이창호 최철한 9단이 지고 이세돌 9단과 허영호 7단이 이겨 2 대 2의 호각을 보였지만 8강 중 6명은 중국 선수였다. 곧이어 4월 중순 열린 후지쓰배 본선에선 1∼3회전에서 7판의 한중전이 열려 한국이 2승 5패로 열세를 보였다. 한국은 올해 농심배와 비씨카드배에서 우승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그나마 이세돌 이창호의 ‘원투 펀치’가 없었다면 낼 수 없는 성적이었다. 이세돌 9단은 중국 선수를 상대로 비씨카드배 4승을 포함해 6승 무패를 거뒀다. 이 중 중국 랭킹 1위인 쿵제 9단과 2위인 구리 9단이 포함돼 있어 순도가 높다. 이창호 9단은 농심배에서 중국 선수에게 3연승을 거두며 한국 팀에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일본 기사에게도 1승)을 안겼다. 하지만 이 9단마저도 LG배 결승에서 쿵제 9단에게 2연패를 당했고 춘란배 16강(구링이 5단), 후지쓰배 16강(추쥔 8단)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국내 2관왕(십단전 천원전)인 박정환 7단은 총전적으로는 5승 2패를 거뒀으나 비씨카드배 준결승(창하오 9단), 후지쓰배 16강(구리 9단) 등 결정적 대국에서 진 것이 뼈아팠다. 이 같은 중국전 부진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대중국 승률은 35%에 불과했다. 올해는 더 악화된 셈이다. 김승준 9단은 “정상급 기사보단 한 단계 아래로 평가받았던 쿵제 9단이 화려하게 부상했고 추쥔 8단, 셰허 7단 등 그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기사들이 성적을 내면서 중국기사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며 “반면 한국은 이세돌 이창호 9단을 뒷받침해 줘야 할 최철한 박영훈 강동윤 9단 등이 예전 같은 활약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급 기사들의 실력은 비슷하지만 신예로 내려갈수록 중국보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우세의 배경에는 중국 기사들이 집단 훈련으로 실전과 연구를 반복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또 국내에선 유망주를 일찌감치 입단시켜 프로 무대에서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내외 프로대회 본선을 넘나드는 나현 박영롱 같은 유망주가 좁은 입단 문 때문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남아 있다. 이들이 입단 대회에 시달리다가 10대 후반에야 입단하면 대형 신인으로 자랄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우하 공방은 복잡하다. 불리한 흑은 최대한 버티고 있다. 이럴 때가 사실 가장 위험하다. 한껏 버티는 상대를 붙잡고 드잡이를 하는 건 대부분 바람직하지 못하다. 유리함을 잃지 않는 수준에서 상대의 도발을 무력화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하지만 늘 그 수준이 어느 정도여야 적절한지가 문제다. 흑 93 때가 백으로서도 쉽지 않다. 참고도 백 1로 한 점을 이어 계속 하변 흑을 잡으러 가는 것이 가장 강력한 수법. 그러나 흑 2로 일단 백 한 점 뜯기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 물론 흑을 다 잡을 수만 있다면 이 정도 손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흑도 4, 6으로 끝까지 버틸 것이다. 이 그림대로라면 흑도 탄력이 풍부하다. 백이 흑을 잡기 위해선 지옥과 같은 수읽기를 거쳐야 한다. 이곳에서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 수 삐끗하면 역전 가능성도 있다. 이창호 9단도 이 대목에선 타협의 손을 내민다. 그는 본능적으로 상대를 한 방에 보내는 수를 구사하는 것을 피한다. 굳이 수읽기를 하지 않아도 얼마나 변수가 많은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홍기표 4단으로서도 이걸 거부할 수 없다. 흑 95로 하변 흑을 살리면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번 더 ‘고’를 외치다간 뼈도 못 추릴 수 있다. 일단 타협은 이뤄졌지만 여진은 계속 이어진다. 백은 100으로 흑 ○ 두 점을 잡자고 한다. 하변에서 살았으면 이 정도는 줄 수 있지 않느냐고 흑에게 말하는 듯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백 68로 가볍게 뛴다. 삭감이 아니라 좌하 흑에 대한 공격이다. 좌하 흑을 쫓다보면 하변 흑을 자연스럽게 품에 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홍기표 4단은 흑 ○를 둘 때 이미 각오하고 있었지만 백 68과 같이 정확한 백의 행마에 갑갑함을 느낀다. 그는 오늘이 긴 하루가 될 것을 예감한다. 1, 2국 모두 초반은 유리하게 이끌었다. 1국은 역전패 당했지만 2국은 완승을 거뒀다. 이번 3국에선 초반부터 밀리고 있다. 과연 이창호 9단을 상대로 역전이 가능할까. 마음 한구석에서 의구심이 피어오른다. 그는 불길한 느낌을 지우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돌려본다. 그래도 아직은 갈 길이 멀지 않은가. 흑 75까진 당연한 수순. 좌하가 탈출한 것 같지만 아직은 아니다. 백 76부터 이어지는 십자포화 공격이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모른다. 백은 강경 수단을 이어간다. 백 78, 80으로 흑의 탈출로를 막아버리려고 한다. 이 공격을 통해 얻을 것만 있고 잃을 우려는 없기 때문이다. 흑 85가 기로. 실전처럼 뻗느냐, 아니면 끊기는 곳을 지키느냐.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사실상 없다. 실전처럼 두지 않으면 하변 흑이 살아도 진다. 이 9단은 별로 뜸을 들이지 않고 백 86으로 끊는다. 이 9단의 기풍이 변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 홍 4단은 고심 끝에 흑 87로 응수했는데 이건 참고도가 더 좋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가 이창호 9단의 기풍 변화를 극명히 보여주는 수. 이 9단이 초반부터 이런 강수를 던지는 건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 9단 나름대로 판단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흑 ○는 심했다. 역시 참고도 흑 1처럼 밖에서 젖히고 흑 5로 우상 쪽을 지키는 길이 간명했다. 흑 ○가 일으킨 파문은 우변에서 요동치고 있다. 우선 흑이 얻어낸 효과는 49까지 우변 집을 통째로 지켰다는 것. 50집이 넘는다. ‘가’의 약점만 보강한다면 70집 가까이 날 수 있다. 아무 부담 없이 이대로 처리된다면 흑의 필승지세다. 하지만 바둑에서도 공짜 점심은 없다. 백은 우변에서 흑에게 막대한 실리를 내준 대신 중앙에서 두터움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백 50으로 흑을 끊어간다. 어딘지 모르게 흑의 모양이 어설프다. 중앙 흑에서 시급히 보강해야 할 곳이 눈에 들어온다. 흑 53의 두 점은 일단 백진에 갇힌 상태. 이 돌은 백진 속에서 살겠다고 해야 한다. 흑 45, 51은 연결이 완벽하지 않다. 백이 ‘가’로 젖히면 응수하기가 마땅치 않다. 모두 우변 실리를 챙긴 후유증이다. 홍 4단은 느긋하다. 실리는 뒤지지만 두터움을 바탕으로 흑을 추궁할 곳이 널려 있다. 제대로 찌르면 흑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부족한 실리도 자연스럽게 채울 수 있다. 홍 4단이 좋아하는 흐름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이세돌 9단과 창하오 9단이 BC카드배 결승전을 벌이고 있다. 이 9단으로선 올 1월 복귀 후 처음 갖는 세계대회 결승. 그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복귀 당시 컨디션이 50%였다면 지금은 100%에 가까울 정도로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어 24일 열린 1국에선 이 9단이 선승하며 22연승 가도를 달렸다. 우상 쪽에 거대한 흑 세력은 이젠 더 내버려둘 수 없다. 백 28이 그럴 듯하다. 집 계산만으론 왜 이 수가 좋은지 말하기 어렵다. 오랫동안 축적한 감각의 산물이라고 보는 게 맞다. 아마 프로기사들이라면 열에 아홉은 백 28을 택할 것이다. 여기서 흑이 참고도 흑 1에 둬 우상 흑 진을 집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건 하수의 표본이다. 백 6까지 우상은 집으로 굳어지지만 하변과 우하 쪽 백 진이 우상 흑 집을 능가한다. 흑 29는 불가피하다. 바둑에서 집착은 금물이다. 이미 벌어놓은 게 아깝다고 끝까지 부여잡으면 전체적인 흐름에서 뒤처질 수 있다. 백 28로 흑세를 견제했다고 판단한 홍기표 4단은 백 30, 32로 깊숙이 뛰어들었다. 이어 백 34로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나서자 이창호 9단은 잠시 숙고하더니 흑 35로 반발했다. 전투적으로 변한 이 9단의 기풍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 ‘가’로 물러서도 나쁘지 않지만 여기서 한방 먹이고 싶은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53기 국수전 결승전 1국 장소는 조훈현 전 국수의 고향인 전남 영암군의 월출산관광호텔. 2004년 47기 국수전부터 시작한 ‘국수의 고향을 찾아서’ 이벤트의 하나다. 그동안 구한말 국수로 통했던 노사초 국수의 고향 경남 함양, 김인 국수의 고향 전남 강진, 하찬석 국수의 고향 경남 합천에서 도전 1국이 열렸다. 월출산관광호텔은 월출산에서 차로 15분 정도의 거리이고 평야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다. 이곳의 온천은 약알칼리성의 나트륨천으로 게르마늄 등 20여 종의 광물질이 녹아 있다. 지하 600m의 암반에서 끌어올린 천연 온천수를 100% 그대로 사용한다. 2005년 입단 이후 처음으로 기전 결승에 진출한 홍기표 4단은 전혀 긴장한 모습이 아니다. 그는 결승 진출 직후 인터뷰에서 “중요한 승부에서 벌벌 떠는 새가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흑을 잡은 홍 4단은 중국식 포석을 펼친다. 당시 그 포석으로 연승 중이었다. 흑 11은 참고도 흑 1로 두면 보통인데 백 2 이하 백에게 실리를 내어주고 세력바둑을 둬야 한다. 실리 위주의 기풍인 홍 4단에겐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이다. 백 12의 협공에 흑 13으로 당장 한 점을 움직이는 적극적 전법에서 도전자의 패기를 느낄 수 있다. 흑 23까지는 서로 뜀뛰기 경쟁. 국면이 단순해서 더 어렵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흑 15부터 다시 보자. 백이 ○로 흑 대마의 허리를 끊겠다고 위협하자 흑은 곱게 연결하지 않고 흑 15로 반격에 나섰다. 그만큼 백이 엷다는 의미다. 안형준 2단은 흑 15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백의 텃밭이었던 좌변. 수십 집이 날 수 있던 곳에서 오히려 흑에게 역공당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백은 그냥 물러설 수 없어 일단 백 16으로 찔러본다. 이때 흑 17이 준비된 수. 이어 흑 21로 뛰어드는 수까지 성립한다. 백으로선 참고도 백 1로 끊는 수가 성립해야 하는데 흑 6까지 백 5점이 잡혀버린다. 바둑의 흐름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서로 버티던 흑백이 드디어 한꺼번에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기 직전이다. 이곳 싸움은 길게 이어질 것이고 그 여파는 전판에 미칠 것이다. 이 싸움이 끝날 무렵엔 승부의 윤곽도 선명하게 드러나리라. 백은 어차피 실리를 지킬 순 없다고 보고 22로 흑 대마를 두 동강냈다. 물론 대마를 끊고 있는 백돌이 약해 어떤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흑은 한술 더 뜬다. 자신의 모양을 돌보지 않고 흑 23으로 백 귀에 침입한다. 백 26까지 뭐가 뭔지 모를 만큼 어지러운 싸움이 벌어졌다. 집중력이 이번 싸움의 관건이다. 잔가지는 쳐내고 승부의 핵심을 움켜쥐어야 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백이 우상 흑 진에서 수를 낸 것이 성급했다. 백은 상변 흑 대마 공격을 통해 계속 흐름을 타야 했는데 옆길로 빠진 셈이다. 우상에서 선수를 잡은 흑이 상변을 먼저 보강하면서 흐름이 흑에게 넘어왔다. 아직 우열이 뚜렷하게 갈린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흑이 편안해 보인다. 이런 흐름의 변화는 대국자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흑(홍기표 4단)은 자신감이 붙었다. 반면 백(안형준 2단)은 소극적이고 초조해졌다. 한 번 공격의 때를 놓치면 쉽게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다. 백이 100으로 뒤늦게 흑 대마 공격을 시도했지만 흑 101의 평범한 행마에 더는 힘을 쓰지 못한다. 공격이 힘들었다면 백 100은 유보하고 참고도처럼 실속부터 차리는 것이 좋았다. 백 11까지 좌변 실리가 짭짤하다. 몇 차례 실수가 누적되면서 안 2단은 급기야 방향마저 잃어버린다. 좌변 집을 최대한 부풀려야 하는 백이 갑자기 하변에 손을 돌린 것도 실착. 흑 103으로 들어가자 백 집이 크게 깨진 것은 물론 백 전체가 엷어졌다. 흑 111, 113으로 끊어 놓은 것이 백에겐 눈엣가시 같다. 이 두 점이 꿈틀거리면 백이 사방으로 갈라진다. 물론 백은 지금 이 두 점을 잡을 여유가 없다. 자신감이 붙은 흑은 115로 대대적 반격에 나선다. 이 흑 대마는 이제 곤마가 아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이창호 9단(35·사진)이 제53기 국수전 결승전에서 첫 승을 거뒀다. 이 9단은 6일 전남 영암군 월출산온천관광호텔에서 열린 결승 5번기 1국에서 홍기표 4단(21)에게 23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 9단은 이날 초반 포석에서 흑에게 끌려갔지만 중반전 초입에 흑의 실수를 틈타 따라잡은 뒤 우하 흑 진에서 살며 큰 이득을 봐 승리를 결정지었다. 홍 4단은 돌풍을 일으키며 입단 후 처음으로 결승전 무대에 진출했으나 중반 이후 실수를 연발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 9단은 “홍 4단이 초반 두텁게 반면을 운영해 힘든 바둑이었다”며 “상대가 실수를 한 뒤 형세를 비관해 무리하게 버티는 바람에 역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 4단은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바둑이었다”며 “어디가 문제였는지 분석해 2국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결승 2국은 17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