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국민연금 기금운용은 정책적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기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면 안 된다.”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및 전문성 강화 등 조직개편을 추진할 뜻을 1일 밝혔다. 문 이사장은 “배는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게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는 괴테의 명언을 언급하면서 “기금운용 전문성 강화는 수익성만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고,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는 방향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안전 자산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투자를 공격적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또 문 이사장은 국민연금 기금을 청년복지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야권의 총선 공약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기금은 노후준비자금이고, 차후 돌려드려야 할 지불준비금이다.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스 책임론’ 등 논란 속에 1월 취임한 문 이사장은 약 3개월 동안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국민연금 노조가 문 이사장을 반대하는 천막투쟁을 철회했고, 기금이사 등 주요 인선이 마무리되는 시점이어서 이제부터 그가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 이사장은 ‘임직원께 드리는 글’에서 평소 연금 전문가로서의 소신을 거침없이 밝혔다. 그는 “일각의 주장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재직 시 임금 대비 연금액 비율)을 10% 올리려면 보험료율을 4% 올려야 한다”라며 재원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저한테 이제 전화하지 마세요. 그럴 상황 아니라는 거 아시면서….”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퉁명스러웠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A 의원의 보좌관 B가 그랬다. A 의원이 4·13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사실상 의정 활동을 접었다고 했다. A를 보좌하던 B는 당장 먹고살 길을 걱정하는 처지란다. 일 이야기를 꺼내려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수화기를 내려놓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게 과연 미안해야 할 일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정치인이 선거에 죽고 산다지만 19대 국회가 아직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4·13총선이 끝나도 5월 30일 20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까지 19대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5월까지는 국민 세금에서 이들에게 세비가 지급된다. 19대 의원들이 조기 폐업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4월과 5월 임시국회가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민생 법안이 적지 않다. 여야의 의견 대립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국민 삶을 위해 시급한 보건, 복지, 노동 법안들이 대표적이다.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의료인을 엄벌하고 중대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있는 의료인의 자격을 정지 및 취소할 수 있게 하는 의료법 개정안(주사기법)은 통과가 가장 시급한 사안이다. 19대 국회의 태업 속에 이 법안이 좌절된다면 다나의원 사태같이 몰상식한 의사의 비윤리적 행위가 발생해도 처벌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한동안 지켜만 봐야 한다. 사망 또는 중상해를 입어 의료분쟁제도를 신청했을 때 의료인의 동의 없이도 자동으로 조정이 시작되게 하는 의료분쟁조정법(신해철법)도 처리가 시급하다. 현재는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의료인이 거부하면 조정은 시작조차 되지 않는다.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교통사고가 발생했는데 경찰이 출동조차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답답함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실업 기간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실업크레디트 관련 내용을 포함한 고용보험법도 마찬가지다. 현재 여야 대립이 심한 노동개혁법안과 묶여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데, 분리해서라도 먼저 처리해야 할 법으로 손꼽힌다. 19대 총선이 끝나고 열린 2012년 5월 18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선 의미 있는 진전이 적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간단한 상비약을 살 수 있게 허용한 약사법 개정안 통과가 대표적이다. 만약 이 법안이 폐기됐다면 병원과 약국이 문을 닫을 경우 간단한 상비약조차 구할 수 없는 불편함이 지금까지 지속됐을지 모를 일이다. 국민은 19대 국회에 끝내기 홈런 같은 반전 드라마를 기대하지 않는다. 단지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잡히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해 별세한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말처럼 말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지난해 말 인천의 ‘16kg 소녀 학대’ 이후 연이어 수면 위로 드러난 주요 학대 사건 모두 부모가 저질렀다. 이처럼 학대 사건의 79.8%(2015년 기준)가 부모에 의해 자행된다는 사실 때문에 29일 정부는 아동학대 방지 핵심대책으로 ‘부모교육 강화’를 제시했다. 초중고교 및 대학, 이후 결혼과 임신 및 출산, 그리고 자녀의 영유아기 및 학령기 등 생애주기별로 부모교육을 지속적으로 받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교육부는 “초중고교의 정규 교육과정에 가족의 가치와 부모가 되는 것의 의미, 임신 및 출산, 육아 과정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교사가 아동학대의 의미와 방지책을 강조해 가르치게 하겠다”며 “필요하면 보충교재도 만들어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학기부터 바로 상담 주간 등을 활용해 아동 및 청소년 자녀의 발달 특성 및 갈등 해결 방안 등을 학부모에게 교육할 계획이다. ○ 취약가정 부모 교육 및 신고 처벌 강화 특히 취약가정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계모로부터 찬물과 표백제 세례를 받은 후 화장실에 방치되다 목숨을 잃은 신원영 군이나 목사인 아버지에게 맞아 숨진 경기 부천의 여중생 사건 등에서 보듯 가정불화 및 가족 해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한부모, 조손, 이혼, 재혼 등 가정의 특성을 반영한 부모교육 교재 및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기존의 지원책과 연계한 종합 상담 서비스를 올해 시작할 계획이다. 또 국가 필수 예방접종 및 진료기록, 양육수당 등 정부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아동 연령과 특성별로 위기 아동을 사전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아동행복지원시스템’도 2017년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아동학대 관련 전문 인력 지원도 확충된다. 김상희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올해 하반기 아동보호전문기관 2, 3개소 신설 및 관련 전문인력 100여 명 확충을 목표로 추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 아동 보호 지원책 다양화 학대 피해 아동 보호와 지원도 강화된다. 특히 중증일 때는 대형병원에 ‘학대아동보호팀’을 구성해 전문 의료 및 심리 치료를 지원한다. 가정 복귀가 어려운 아동을 위해선 민간의 자발적인 가정위탁제도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영미권 국가처럼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아이들을 1, 2년 위탁가정에 맡겨 평범한 가정생활을 하면서 사회성과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또 가정에 복귀한 아동이 다시 학대당하지 않도록 사후관리는 물론이고 해당 가정의 소득과 취업, 건강, 돌봄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정부의 종합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모교육 강화라는 큰 방향은 옳지만 좀 더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고선주 공동대표는 “임신 후 아이사랑카드를 지급할 때와 양육수당을 줄 때, 어린이집을 보낼 때 등 결혼 후 육아 과정에서 부모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승아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정작 아동학대 우려가 높은 가정은 부모교육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교육에 나오지 않는 사람을 찾아내서 참여하게 유도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숙 법무법인 나우리 대표 변호사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신고를 하지 않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는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들의 위반 행위를 철저히 조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고 의무 위반 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육아기 부모교육 의무화, 예산 확충” 무엇보다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예산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학대 의심 아동의 조기 발견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전문 상담원의 역할이 중요한데, 100여 명 인원을 확충하는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결국 적정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실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예비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하고 있다”며 “아동학대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조속히 처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출생 후 건강검진 기록 등이 없어 학대를 받는 게 아닌지 의심돼 복지부가 실태조사에 나섰던 4∼6세 아동 810명 중 대부분이 복수국적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경찰에 신고된 아동 11명 중 7명은 해외에서 안전하게 체류 중이지만 4명은 소재가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 아동권리과 관계자는 “경찰이 소재 불명인 아동 4명을 조사 중”이라며 “이달 말까지 점검 결과를 취합해 곧바로 공개하겠다”고 전했다.이지은 smiley@donga.com·유근형 기자}

정부가 “보호자 없는 병실을 만들겠다”며 혁신적인 병실 문화 개선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4월 본격적인 신청을 앞두고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신청 대상자인 일부 병원은 인력 충원의 어려움 때문에 시큰둥한 데다 간호사들도 “일만 더 많아진다”며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다. 간호 인력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대형병원으로 쏠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지역 병원에서는 ‘간호사 대란’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환자들은 환호, 병원들은 한숨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가족이나 전문 간병인 없이 간호사가 입원 환자를 24시간 간병해주는 서비스. 정부는 현재 지방과 중소 규모 병원의 112개 병동에서 운영 중인 이 서비스를 4월부터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 및 서울의 종합병원으로 확대해 올해 말까지 400개 병동으로 늘릴 방침이다. 2018년까지 1000개 병동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병원들에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환자들의 만족도도 일반 병실보다 높다. 그러나 서울의 한 대형병원은 최근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운영 여부를 놓고 내부 검토 끝에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서비스를 시행하려면 병동당 20명의 간호사가 더 필요하고 병원 전체로 추산하면 1000명을 충원해야 한다”며 “현재는 도저히 여력도 없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국내의 간호사 인력(간호조무사 포함)은 인구 1000명당 5.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9.8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24시간 병실을 돌보면서 야간 근무를 해야 하는 업무 특성 때문에 휴직하는 인력도 많다. 매년 간호사 이·퇴직률이 17%에 이르고, 면허를 갖고도 그만둔 ‘장롱면허’ 간호사가 55%에 이르는 실정이다. 경기 용인시의 2차 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는 “간호간병서비스는 정말로 달갑지 않은 정책”이라며 “봉급은 거의 안 오르는데 가족과 간병인의 역할까지 하게 되면 일만 더 힘들어지고 많아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동료가 많다”고 전했다. 육아를 이유로 휴직 중인 다른 간호사는 “올해 내 다시 일을 찾을 계획이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는 관심 없다”고 했다.○ “간호 인력 쏠림 현상을 막아라” 이런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지방의 간호 인력을 빼가면서 쏠림 현상까지 심화될 조짐이다. 간호 인력의 56%는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에 몰려 있다. 충남 지역의 한 종합병원 원무과장은 “봄에 신규 채용을 해도 겨울에는 20%가 서울로 빠져나가는데 간호간병통합서비스까지 확대 시행되면 간호사를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500개 병상을 갖춘 이 병원은 사실상 도입이 의무화되는 2018년까지 2개 병동(100병상)에 대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상태. 도입 시 간호사 30명을 추가로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병원들은 수가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보호자 없는 병실’의 하루 사용료는 종합병원 기준으로 10만 원으로 기존보다 약 5만4000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가 부담할 비용은 2만 원 안팎(6인실 기준)에 그치지만, 병원들은 추가로 채용해야 하는 간호사 수와 월급을 감안할 때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 시내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병상당 최대 1억 원을 지원한다지만 일회성”이라며 “운영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을 따지면 얻게 될 이득도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정부가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초 정진엽 장관과 상급종합병원장들의 간담회 직후 2018년 예정인 시행 시기를 4월로 앞당기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복지부 측은 “연간 2조 원에 달하는 간병인 고용으로 인해 환자들이 안게 되는 부담을 덜고 입원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수가를 최대한 올리고 인건비도 최대한 정부가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문제가 된 간병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는 데다 해외 사례를 볼 때에도 한국, 대만 외에는 사적 간병을 허용하는 나라를 찾기 어려운 만큼 장기적으로는 가야 할 방향이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대한간호사협회도 “신규 간호 인력이 올해 2000명, 내년에는 3000명 더 늘어나고 있어 장기적으로 간호사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 측은 간호사 1명이 부담하는 환자 수가 지나치게 많아 발생하는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정은 lightee@donga.com·유근형 기자}
“스마트 검역? 그런 게 있었나요?” 경기 오산시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한 의사는 23일 “지카 바이러스 유행국을 여행했던 환자가 내원하면 이를 의료진에게 알리는 스마트 검역 시스템에 대해 아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되물었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설문한 종합병원·의원 20곳 중 19곳의 의료진은 이처럼 ‘스마트 검역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메시지 전송에 사용되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프로그램을 3개월 내에 업데이트한 적이 있다고 답한 병·의원은 한 곳도 없었다. 10곳은 업데이트가 필요한 프로그램인지, 언제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경기 용인시의 한 병원장은 “프로그램이 망가지지 않는 이상 유지보수 업체가 오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 검역 시스템은 지난해 6월 메르스 발생국 여행객 감시를 위해 처음 등장했을 때 부처 간 협업과 첨단 정보기술(IT)의 결정체로 주목받았다. △법무부와 관세청 자료를 활용해 감염병 발생국에서 직항해 온 여행객뿐 아니라 경유지를 거쳐 온 사람들까지 포착하고, △이들이 적어낸 입국일과 인적사항을 외교부와 협조해 DUR 시스템에 입력하면 △해당 여행객이 의약품을 처방받을 때 0.4초 이내에 의료진의 PC에 경고 메시지를 띄워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보건당국은 여러 관계 기관에 흩어져 있는 출입국 정보와 의약품 처방 기록을 한데 묶고 관련법을 개정했다.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공유될까 봐 귀국 후 2주(지카 바이러스 잠복기)가 지나면 해당 정보가 서버에서 삭제되도록 하는 세심한 조치도 곁들였다. 현재 스마트 검역이 적용되는 바이러스는 메르스와 지카 두 가지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스마트 검역을 핵심 대책으로 꼽으며 “해외 로밍 기록까지 활용해 연말까지 검역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밝힌 것도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의사들이 이러한 검역 체계를 정확히 알고 활용하도록 당국이 유도하지 않으면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를 조기에 포착하기 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한병원협회 법제이사(본플러스병원장)는 “협회 일로 당국과 자주 접촉하는 나조차 몰랐는데 동네 병·의원들이 과연 지카 바이러스에 스마트 검역을 적용했는지 알고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에 의료기관들의 DUR 시스템이 최신 버전인지 점검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전국 의료기관 7만1153곳 중 DUR를 설치한 곳이 7만741(99.4%)곳에 이르지만 정작 의사가 이를 사용하지 않아도 과태료를 물거나 행정처분을 받지는 않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지카 바이러스를 스마트 검역 대상에 포함시킨 뒤 발생국 방문 환자 2750여 명의 정보가 의료기관에 제공됐다”고 설명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유근형 기자}

보건당국은 22일 지카(Zika) 바이러스의 국내 첫 확진자가 나왔지만 2차 확산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 수혈, 성관계 등을 통해 감염을 일으키지만 호흡기, 단순 신체 접촉 등을 통해서는 전파되지 않기 때문이다. 첫 감염자 A 씨(43)는 귀국 후 헌혈한 적이 없다. 보건당국은 감염병 관리 단계도 현재의 ‘관심’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소두증을 제외하면 증상의 중증도가 낮고,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한 남미 국가별 사망자도 최대 3명에 불과하다.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감염자는 회복, 지역은 긴급 방역 전남 광양 지역의 한 회사에 다니던 A 씨는 현재 전남대병원 1인 음압병실에 입원해 있지만 발열 발진 등의 증상이 거의 사라져 회복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11일 입국한 A 씨가 16일부터 증상을 보인 점으로 미뤄 2주 잠복기를 감안하면 2∼9일 모기에 물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희창 전남대병원 감염관리실장은 “현재 두통 근육통 발진이 거의 사라졌고, 내일부터 퇴원 시점을 질병관리본부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의 80%에서는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다. 근육통 발진 결막염 등 가벼운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올해 환자 2명이 발생한 일본은 자가 치료만 했을 뿐이다. 환자 13명이 발생한 중국은 입원 치료를 통해 증상을 지켜봤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첫 감염자의 가족과 동료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해 추가 환자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는 A 씨가 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부인의 동의를 얻어 유전자 검사 등 역학조사를 할 방침이다. A 씨와 함께 브라질을 방문했던 동료들은 아직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양보건소는 모기로 인한 감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4월 초부터 일부 모기 성충이 활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방역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광양보건소는 이날 ‘집 주변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라는 마을방송을 해 달라’는 내용의 긴급 공문을 보냈다.○ 의심환자 신고 지침 잘 안 지켜져 하지만 첫 환자가 확인되는 과정에서 지카 바이러스 의심환자 신고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고 지침에 따르면 37.5도 이상의 발열 또는 발진 중 한 가지 증상 그리고 근육통, 관절통, 두통, 결막염 중 한 개의 증상이 나타나고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의료기관은 보건소에 24시간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A 씨는 11일 귀국 당시에는 증상이 없었다. 그러다가 16일부터 섭씨 37.5도 이상의 발열과 미세한 근육통, 구역질 증상이 나타나 18일 전남 광양의 선린의원을 방문했다. 첫 병원 방문 때 이미 발열, 근육통, 브라질 방문 등 신고 조건이 모두 해당됐다. 그러나 박모 원장은 브라질 방문 사실을 듣고도 “단순 감기몸살 또는 노로 바이러스의 가능성이 있으니 조금 두고 보자”며 약과 주사만 처방하고 신고는 하지 않았다. A 씨는 19일 온몸에 발진이 생기자 인터넷에서 지카 바이러스 증세, 반점 사진 등을 검색해 스스로 감염 가능성을 타진하다 21일 해당 병원에 재방문했고, 박 원장은 뒤늦게 보건소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2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박 원장은 “의사가 허리 아픈 환자에게 모두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권하지는 않는다”라며 “첫 번째 진료 때 환자가 ‘브라질에 다녀왔지만 모기에는 물리지 않았다’고 했고 발진이 확인되면 바로 병원에 오라고까지 했는데 늑장 대처라는 비난을 받아 괴롭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 씨가 약물 부작용 가능성을 계속 이야기했지만 그를 설득해 혈액검사를 받게 한 뒤 신고했다”며 “차라리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억울함과 괴로움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최초 감염자의 증상이 애매해 진단에 혼선이 빚어졌다고 해도 보건당국이 의심환자 신고 지침을 더 강하게 적용하고 일선 병원들의 경각심을 높이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절기인 요즘 독감 환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A 씨와 비슷한 경우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처음 병원 방문 때 지카로 확신하기 애매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며 “해당 의사가 왜 신고를 바로 안 했는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건당국이 지카 바이러스 예방 및 신고 지침을 일선 병원에 내렸는데, 일선 병원에서 숙지하고 있는 정도가 다른 것 같다”며 “올해 여름 브라질 올림픽 때 수천 명이 오갈 텐데, 의료계가 더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유근형 noel@donga.com·조건희 / 광양=이형주 기자}

봄철 갑작스러운 운동으로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어깨 통증은 정확하게 통증의 수준과 질환의 진행 정도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어깨 상태가 다른 △오십견 △회전근개파열 △관절와순파열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당뇨 과로 경우 오십견 발병 높아 오십견은 50세의 어깨라는 뜻의 용어로, 동결견(frozen shoulder)이라고도 부른다. 정확한 진단명은 ‘어깨의 유착성 피막염’이다. 어깨 관절의 통증과 운동 범위에 제한이 생기는 증상이다. 실제로 50대 이상이 전체 오십견 환자의 82%를 차지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활동량이 증가하는 봄철, 특히 3월의 진료인원이 1년 중 가장 많다. 오십견은 당뇨병이나 냉증이 있거나 과로한 경우 발병률이 높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혈액 속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많아 오십견이 생길 확률이 일반인의 5배 가까이 된다. 겨울철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조절이 잘 안 되기 때문에 통증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오십견은 초기엔 어깨 부위가 바늘로 찌르듯 아프다. 더 진행되면 세수, 머리빗기, 옷 입기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통증이 유발된다. 나중에는 뒷목이 아프고 저려 목 디스크를 연상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오십견은 1차적으로는 재활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지만, 증상이 계속될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가장 주의할 점은 오십견 환자들이 대부분 통증을 느낄 때 어깨 사용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것. 하지만 어깨를 적게 움직일수록 근육이 굳어져 어깨의 운동 범위가 오히려 좁아지게 되고, 통증이 가중되기도 한다.회전근개파열 방치시 수술불가까지 오십견이 대표적인 어깨 질환이기는 하지만 오십견보다 더 흔한 어깨 질환이 바로 회전근개 파열이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감싸고 있는 4개의 힘줄로 구성된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움직이고 어깨 관절이 빠지지 않게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회전근개는 마모되거나 반복적인 충격을 받으면 끊어질 수 있다. 이를 회전근개 파열이라고 한다. 오십견은 어깨 전 부위에 걸쳐 통증이 있지만 회전근개가 파열되면 주로 어깨 앞 부분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다. 주로 40대 때 파열을 겪는 경우가 많다. 회전근개 파열은 시간이 지날수록 파열 상태와 염증이 악화된다. 어깨통증이 반복되거나 물건을 들어올리기 힘든 상황이 지속된다면 회전근개파열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치하면 파열이 진행되고 모든 힘줄이 끊어지면서 아예 팔을 들 수조차 없게 된다. 결국 방치할 경우 회전근개성 관절증으로 악화되고, 회전근개가 완전 파열돼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도 생긴다. 관절와순은 어깨 탈구처럼 외부의 충격에 의해 주로 발생된다. 관절와순은 어깨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구조물인데, 이게 외부 충격에 의해 무너지면서 어깨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 LA다저스에서 뛰는 류현진도 비슷한 증상으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수시로 어깨와 목 스트레칭 해줘야 단순 오십견과 관절와순 및 회전근개파열로 인한 어깨 통증은 구분해야 한다. 단순 오십견은 재활 치료가 우선이지만, 관절와순과 회전근개파열은 수술이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나민 서울제이에스병원 어깨관절센터 원장은 “어떤 진단을 하느냐에 따라 치료법이 완전히 다르다. 단순한 어깨 통증이라고 넘기지 말고 숙련된 전문의를 빨리 만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깨통증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일교차가 심한 봄철에는 몸의 열을 유지하기 위해 목과 어깨를 움츠리기 때문에 통증이 생기기 쉽다. 봄철 운동 전에는 일단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나서는 게 중요하다. 바람이 강하게 불 때는 보온 지유 를 할 수 있는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또 수시로 어깨를 움직이거나 목을 앞뒤로 움직이는 등 스트레칭을 수시로 하는 게 좋다. 운동 후 어깨 근육이 아프거나 뭉치면 온찜질을 해주면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통증 부위에 10∼20분씩, 하루에 2∼3회 찜질을 하면 통증 완화 효과가 있다. 참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몰려올 때는 냉찜질이 더 효과적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첫 한국인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되는 과정에서 방역당국이 마련했던 지카 바이러스 의심신고 지침이 일선 병원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는 22일 “브라질을 2월 17일부터 22일 동안 방문했다 귀국한 전남 광양의 직장인 A 씨(43)가 두 차례 지카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RT-PCR)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전염 가능성은 없지만 추적 관찰을 위해 A 씨를 전남대병원 1인실에 격리해 치료 중이다. 그러나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국가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첫 환자가 확인되는 과정에서 일선 병원의 신고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 씨는 11일 귀국 당시 증상이 없다가 16일부터 발열, 미세한 근육통, 구역질 등이 나타나자 18일 광양의 선린의원을 찾아 증상과 브라질 방문 이력을 밝혔다. 하지만 A 씨를 진료한 박모 원장은 “감기 또는 노로 바이러스가 의심되니 두고 보자”며 약과 주사를 처방했다. 하지만 A 씨는 19일 발진이 나타나고 근육통이 심해져 21일 병원을 재방문했고, 해당 의사는 뒤늦게 보건소에 의심신고를 했다. 유근형 noel@donga.com / 광양=이형주 기자}

한국인 첫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2일 “브라질에 업무 차 다녀온 남성 L 씨(43)가 22일 지카 바이러스 유전자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L씨에 대해 2차 검사를 진행 중인데 검사결과는 이날 오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질본에 따르면 L 씨는 2월 17일부터 3월 9일까지 업무 차 브라질을 22일 동안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브라질 세아라주를 방문했는데, 모기기피제를 사용하고 긴 옷을 착용하는 등 예방 노력을 했지만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L 씨는 이달 11일 독일을 경유해 입국한 뒤 16일부터 발열과 근육통이 나타나다 19일 발진이 생기는 등 지카 증상을 보였다. 다시 21일 의료기관을 찾았고 전남 보건환경연구원의 유전자 검사(RT-PCR)에서 지카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질본은 L씨를 인근 전남대병원의 1인실에 격리하고 역학조사관을 광양으로 급파해 귀국 후 동선과 출장 동행자 정보, 자세한 증상에 대해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질본 관계자는 “지카 바이러스는 공기 감염 우려가 없는 만큼 격리가 필요하지 않지만 첫 번째 발병이라서 격리해 임상적인 관찰과 치료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L 씨는 발열이 다 가라앉았고 발진도 회복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당국은 L씨를 격리병상으로 옮겨 집중 관찰하는 한편, L씨와 함께 브라질을 여행한 동료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아시아 주요 국가 중에서는 지난달 19일 중국인, 25일 일본인 환자가 발생했다. 두사람 모두 해외여행 중 감염된 사례다. 아시아 국가 중 감염 지역은 필리핀과 태국 두 곳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적으로 39개국을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소두증(小頭症)의 원인으로 의심되며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 사람 사이에 감염되지 않는다. 다만 성관계를 통해서는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본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국가를 여행할 경우 모기예방법을 숙지하고 모기기피제와 밝은 색의 긴 옷을 준비하는 한편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방충망이나 모기장이 있는 숙소에서 생활하고 외출 때에는 긴 옷을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소량 음주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보건당국이 ‘암 예방 수칙’을 10년 만에 개정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술은 하루 2잔 이내로만 마시기’로 돼 있는 암 예방을 위한 음주 수칙을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로 변경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21일 ‘제9회 암 예방의 날’ 기념식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예방 수칙을 발표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하루 한 잔의 가벼운 음주에도 암 발생 위험이 구강인두암 17%, 식도암 30%, 유방암 5%, 간암 8%, 대장암이 7%가량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라며 “암 예방 수칙 강화로 소량 음주의 위험성이 알려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남자 2잔, 여자 1잔’으로 제한하던 암 예방 수칙을 2014년 ‘음주하지 말 것’으로 고쳤다. 보건당국은 암 예방 수칙에 ‘B형 간염과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권고’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보건당국이 중동에서 다시 발생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4∼5월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에서 올해에만 환자 69명이 발생했다.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사우디(65명)에서는 1월 7명, 2월 20명, 3월 38명으로 환자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사우디 부라이다 지역의 킹 파하드 전문가 병원에서 환자 21명이 무더기로 발생했다. 사우디의 메르스 확산은 지난해보다는 2주가량 늦게 시작된 것이다. 사망률도 지난해(42.5%)보다 낮은 25%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지난해와 비교해 메르스의 위협이 약화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주재신 질병관리본부 위기분석국제협력과 보건연구관은 “올해 사우디의 유행 추이는 2014년과 비슷한데, 4∼5월에 더 많은 환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1∼2월에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3∼5월에 소강상태였던 지난해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중동 지역 여행자에게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개인 행동수칙을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낙타 등 동물 접촉을 피하고, 낙타 고기와 낙타유의 섭취를 피해줄 것을 부탁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귀국 후 의심증상이 생기면 의료기관을 바로 방문하지 말고 109번으로 신고해 보건당국의 상담을 받고 행동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동 지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일일 입국자는 약 4000명에 이른다. 메르스 의심증상을 보여 진행하는 유전자 검사도 매일 1∼2건 실시되고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2010년 이후 나트륨 줄이기에 집중했던 식품 당국이 당 줄이기에 나서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비만과 당뇨병을 일으키는 당류의 섭취를 줄이기 위한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마련해 3월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식품 당국은 국내 당 섭취량이 아직 적정 범위 안이지만 아동 청소년을 중심으로 섭취량이 급격히 늘어 향후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식약처는 일단 당류 과다 섭취 예방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조리 음식, 가공식품에 첨가된 첨가당(대체감미료)의 섭취량을 줄이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에 들어있는 당의 양을 명확하게 표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당류를 조금만 첨가하는 건강 조리법도 보급할 계획이다. 당류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 대체 재료도 개발해 식당과 가정에 보급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몇몇 방송을 통해 설탕을 많이 쓰는 조리법에 관대한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이런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영국이 추진하고 있는 ‘비만세(설탕세)’의 도입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당류가 들어있는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의 규제가 현재 수준에서 불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당은 신체 기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이지만 과도하면 비만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아이스크림, 과자 등에 포함된 첨가당은 비만을 직접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국인의 당 섭취량은 총 에너지 대비 약 10%로 적정한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당류를 하루 섭취 열량의 10% 미만으로 제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루 2000㎉를 섭취한다면 당류를 50g 미만으로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1~2세(19.3%), 3~5세(16.4%) 등 영유아의 당 섭취가 다소 과도한 상황이다. 식품당국은 2010년부터 정부가 펼친 나트륨 저감 정책처럼 당 섭취 줄이기 정책이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나트륨 줄이기 캠페인에 따라 국내 일일 나트륨 평균 섭취량은 2005년 5257mg에서 2014년 3890mg으로 약 26% 줄었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건설 등 일용직 근로자들도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에 신규로 가입한 일용직 근로자는 39만 명으로, 전년(1만4000명)보다 대폭 늘었다. 정부가 국세청과 고용노동부의 소득 자료를 활용해 국민연금 가입을 적극 권유하는 시범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면서 가입자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정호원 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장은 “일용직 근로자는 2014년 이전에는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잘 못 해 노후 준비가 취약한 편이었다”라며 “10인 미만 사업장에 월소득 140만 원 미만 이하 노동자에 대해 국민연금 보험료의 75%를 지원(국가 50%, 회사 25%, 개인 25%)하는 두루누리 사업 등이 일용직 근로자의 연금 가입을 유인했다”라고 설명했다. 경력단절 여성 등 연금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사각지대도 소폭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실직, 폐업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해 납부예외자로 분류된 가입자는 전년보다 6만 명 줄었다. 하지만 국민연금 의무가입자가 아님에도 임의적으로 연금 보험료를 내는 임의가입자는 같은 기간 9만 명 줄어들었다.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도 늘고 있다. 가입자수는 2011년 1989만 명, 2012년 2033만 명, 2013년 2074만 명 등 해마다 늘었다. 고령화 여파로 연금을 받는 사람의 수와 연금 지급액도 늘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315만 명으로 월평균 35만 원을 받고 있다. 연금을 받는 사람은 2010년(229만 명)에 비해 약 49%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노인(61세 이상) 인구 증가세(22.2%)보다 증가폭이 더 빠른 것이다. 특히 20년 이상 가입한 노령연금 수급자는 매월 평균 88만3050원을 받았다. 가입 기간이 10~19년인 수급자는 월평균 40만3700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현재 국민연금을 가장 많이 받는 수급자는 광주의 A 씨로 1988년부터 2010년까지 22년간 가입한 뒤 5년간 연금 지급을 연기해 가산율을 적용받아 매월 187만 원을 받고 있다. 최고령 수급자는 108세인 서울의 C 씨로 자녀가 사망한 뒤 유족연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제도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에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61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약 62%에 이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제도 개선작업도 더딘 실정이다. 실직자가 구직 기간 중 보험료의 25%를 내면 국가가 나머지 75%를 지원하는 ‘실업크레딧’ 제도는 관련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경력단절 여성이 과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이력이 있으면 차후에 보험료를 낼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국회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보험료를 내지 않은 기간에 대한 추후 납부를 허용하는 방안 등도 논의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경력단절 전업주부의 보험료 추후납부 허용, 장애·유족연금 수급 기준 개선 등이 포함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조속히 통과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수술을 받아 유명해진 ‘예방적 유방 절제술’이 최근 10년간 3배로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예방 효과는 별로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가 미국 외과학술지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 종양학과의 메라 골스핸 박사 연구팀은 미국 암 환자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50만 명의 유방암 환자를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2012년 한쪽 유방에서만 암세포가 발견됐지만 다른 쪽 유방까지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환자는 10년 전보다 3배로 늘었다. 이런 환자 중 절반은 양쪽 유방의 재건 수술도 했다. 한쪽 유방만 제거한 환자는 16%만이 재건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한쪽 유방에서 암이 발견된 환자의 약 1%만 나중에 다른 쪽 유방에서 암이 재발됐다. 대부분의 환자는 다른 쪽 유방을 절제하지 않아도 암이 발병하지 않았다. 예방적 유방 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생존율은 종양만 일부 제거한 환자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유전자 검사를 통해 BRCA1과 BRCA2 유전자에 변형이 있는 경우에는 예방적 유방 절제술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졸리는 이 경우다. 국내에서는 유방암 가족력이 있거나 유전자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에 한해 예방적 절제술을 권하고 있다. 허진석 jameshuh@donga.com·유근형 기자}

여야가 4·13총선에서 내건 ‘대표 정책’ 중에는 뜬구름 잡는 얘기거나 구체적인 대안이 없는 공약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가 모두 내부 전투에 매몰되면서 그나마 내놓은 공약마저 ‘맹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4일 공개한 여야의 ‘4·13총선 10대 정책’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1순위 정책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김무성 대표도 앞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의 다른 이름은 ‘일자리 창출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노동 개혁을 반대하는 야당과 일자리 문제로 차별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일자리 공약은 사실상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에 가까웠다. ‘코리아 투어 패스’ 도입, 해양 관광 바닷길이나 산악 자전거길 조성, 크루즈 산업 활성화 등으로 관광객을 늘리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를 어떻게 양질의 일자리로 연결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뜬구름 잡는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노동 개혁을 어떻게 관철할지에 대한 언급은 공약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제대로 된 경제민주화’를 공언했던 더불어민주당의 경제민주화 공약도 맹탕이긴 마찬가지다. 문재인 전 대표는 1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영입하며 “경제민주화의 상징과도 같은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대표도 “이번 총선은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더민주당이 공개한 경제민주화의 이행 방법을 보면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법’,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등 관련법을 만들거나 개정하겠다는 게 전부다.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대기업의 갑질 금지 등 선언적인 목표만 있을 뿐 관련 법의 어느 항목을 고치겠다는 세부 내용이 없다. 유권자들에게 ‘의지’만 보고 표를 달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정치 혁신’ 방안으로 차별화했지만 설익은 공약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의원 국민 파면(소환)제’는 의원이 실책했을 때 지역구 유권자들이 책임을 직접 물어 의원을 파면토록 하는 것이다. 국민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지역구 대표성만을 갖는 직책인지를 놓고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각론으로 들어가도 급조했거나 재원 마련이 어려운 공약이 많다. 새누리당은 사교육비 경감 공약으로 한국형 온라인 대학 공개 강좌(K-MOOC) 활성화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대학 강의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제도로 사교육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 국민의당은 현재 70% 수준인 대입 수시모집 비율을 20%로 대폭 줄이겠다고 했지만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시하는 대입 취지와 맞지 않는 데다 수능 사교육 시장만 키울 소지가 있다. 더민주당은 만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 하위 70%에게 10만∼20만 원을 지급하고 있는 기초연금을 30만 원까지 증액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현 제도만 유지해도 2040년 이후 100조 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 데다 2018년 이후의 재원 마련책이 사실상 없다. 무책임한 선심성 공약인 셈이다. 경제계는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구호로만 외치는 속 빈 공약일 뿐”이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가 앞다퉈 일자리 창출, 경제 발전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정작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 등 당면한 일은 정치권 논리에 휩싸여 외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서동일 기자}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과 박완수 수석부회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김 회장과 박 부회장은 제42대 대한한의사협회장 선거에서 우편과 온라인 투표를 합산해 총 6237표를 얻어 득표율 69.7%로 당선됐다. 2위(박혁수, 국우석)는 2711표를 얻는데 그쳤다. 우편과 온라인 투표를 합산해 회장단을 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회장은 그동안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첫 번째 임기에서 이 사업이 마무리되기 어렵게 되자 재선에 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 한의협 회원들이 공감의 목소리를 내주셨다”라고 말했다. 이번 한의협 선거는 투표권이 있는 1만721명 중 8968명이 참여해 투표율(83.6%)을 기록했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이제는 말할 수 있는데 말이야…. 사실 2012년 대선 당시 선거 운동이 한창일 때 ‘기초연금 20만 원 준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지도 몰랐어.” 처음엔 술자리 농담이라 여겼다. 한데 곱씹을수록 농(弄)으로 치부할 말은 아니었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캠프에 참여했던 A 씨. 이기는 데 집중하다 보니 공약에 세세히 관심을 두지 못했다고 했다. 물론 모든 관계자가 그와 같진 않았겠지만. 선거 과정에서 공약이 갖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전해져 헛헛했다. 4·13총선을 앞두고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일반인의 눈높이에선 옥석을 가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공약의 꽃’이라는 복지 분야는 복잡한 정책 용어가 많아 더욱 그럴 게다. 게다가 공천과 선거 준비가 늦어져 남은 시간마저 촉박한 이번 총선에서 독자를 위해 ‘복지 공약 감별법’ 몇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먼저 ‘100%’, ‘전액’, ‘24시간’, ‘모든’ 등 확정적인 수식어가 붙은 공약은 일단 의심하고 보는 게 상책이다. 복지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기에 이런 수사를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큰 오산이다. 처음엔 다 지원할 것처럼 하다가 정작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일례로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셋째 아이 대학 등록금 ‘전액’ 지원,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 등은 실행에 옮겨졌지만 당초 공약보다는 내용이 많이 축소됐다. 이번 총선 공약들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육아휴직급여 통상임금의 100%로 인상’, ‘중앙정부가 누리과정 예산 100% 담당’ 등도 비슷한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들이다. 특히 의료비를 100% 또는 전액 지원하겠다면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겠다. 국내 건강보험 시스템에서는 진료, 처방, 약값 등 의료 서비스가 제공됐을 때 환자가 부담하는 몫(자기부담률)이 반드시 있다. 엄청난 건강보험 지원(산정특례)을 받은 암 환자도 전체 의료비의 5%는 부담한다. 그런데 ‘100%’ 보장을 약속했다면 국내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이런 팁만으로는 나쁜 공약들을 모두 솎아내기 어려운 법. 그래서 복지 담당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나쁜 공약을 몇 개만 소개한다. 새누리당의 ‘청년 두루누리 사회보험 연금보험료 지원 확대, 경력 단절 여성 국민연금 보험료 추후 납부 허용’은 다소 몰염치한 공약이다. 지난해 국회에 설치된 ‘연금특위’, ‘사회적기구’ 등에서 6개월 넘게 논의했지만 여당의 소극적 태도로 처리가 무산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다시 공약으로 내건 자체가 실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것이다. 더민주당의 ‘기초연금 30만 원까지 인상’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불과 한 달 전 ‘소득 하위 70%에 20만 원 전액 지급’ 공약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재원과 복잡한 구조 설계가 필요한 연금 공약이 한 달 만에 바뀌었는데 과연 정교한 분석을 거치기나 했을까. 유권자가 눈을 번쩍 뜨고 공약을 주시하지 않으면 정치권의 속이기는 계속된다.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20만 원’ 공약도 당시엔 무슨 돈으로 할 거냐고 얘기했다. (하지만) 정치적 의지가 강하니 결국 확립돼 시행 중이다.” 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기초연금 30만 원 인상’ 공약을 발표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목소리에선 자신감이 엿보였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기초연금 20만 원’ 공약을 사실상 디자인했다. 당시 야권은 기초연금 등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당했고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3년이 흐른 지금 야당으로 적을 바꿔 다시 기초연금 카드를 던진 김 대표의 승부수가 이번에도 통할까. 더민주당은 현재 소득 하위 70%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10만∼20만 원씩 차등 지급하고 있는 기초연금을 2018년까지 3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올해는 먼저 기초연금 차등 지급을 없애고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20만 원을 전액 지급하는 방식으로 확대하고,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지급액을 30만 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노인 세대가 우리나라 경제 발전 과정에서 가장 애를 많이 쓰고 노력했다. 그들의 생계를 유지할 재원을 마련해줄 의무가 있다”며 “복지 재원은 정치적 의지만 확고하면 어떤 형태로라도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내놓은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기초연금 증액땐 정부-지자체 갈등 커질것” ▼“고령사회 주소비층 연금 늘려 내수 살려야”더민주당은 소득 하위 노인에게 30만 원씩 균등 지급할 경우 2018년 약 18조7000억 원이 필요해 현 제도를 유지할 때보다 6조4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용섭 총선공약단장은 “재정 복지 조세 등 3대 개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다. 부자 감세만 처리해도 상당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이 같은 더민주당의 공약이 노인층을 겨냥한 ‘공수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연금을 인상하려면 먼저 기초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여당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인상이 불가능한 셈이다.설사 기초연금 확대가 실현된다고 해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기초연금은 현행 제도를 유지해도 2040년에는 약 100조 원, 2060년에는 약 229조 원이 필요하다. 만약 기초연금을 30만 원까지 인상할 경우 기존 제도에 비해 최소 1.5배의 재원이 필요하다.새누리당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이날 “복지 혜택을 늘리는 것은 나쁜 게 아니지만 재정을 어떻게 확보할지 대안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며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급조하는 건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또한 기초연금 확대로 인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재정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기초연금의 재원은 중앙이 약 75%, 지방이 약 25%를 담당하고 있다. 제2의 누리과정 예산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고, 고령화 속도는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초연금제도의 확대는 미래 세대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기초연금 대상자를 30% 이하로 축소하고, 그 대신 연금액을 늘리는 게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하지만 기초연금을 단순 비용 문제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현재는 12% 수준이지만, 2060년에는 40%를 돌파하게 된다. 이들을 빈곤한 상태로 방치할 경우, 내수 부진에 따른 경제 침체는 물론이고 사회 불안과 계층 갈등 같은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100조 원(2040년)이 넘게 드는 기초연금 재원에 대한 공포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연금(국민연금+기초연금)은 1.9% 수준이다. 이 비율은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70년에 가서야 서유럽 수준인 10%대를 돌파한다.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단순 숫자로 보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경제 구조로 보면 기초연금을 올려도 적정 수준이다”라며 “노인들은 미래의 주력 소비부대인데, 제대로 된 연금을 주지 않으면 경제 전체가 가라앉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민동용 기자}
진료 중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주사기를 재사용 하는 등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의료법 개정이 추진된다. 음주, 마약 등을 투입한 상태에서 진료한 의사의 자격을 정지할 수 있는 기간도 현행 1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확대된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문제의 의료인의 진료를 금지할 수 있게 ‘자격정지명령제도’도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의료인 면허관리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가수 신해철 씨 사망 등을 계기로 환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에 대한 후속 조치 차원에서 발표된 것이다. 복지부는 의료계, 언론계, 환자단체 등 11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개선안을 마련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면허 취소 대상은 △의료용품을 재사용해 보건위생상 중대한 위해를 입힌 경우 △수면내시경 등 진료행위 중 성범죄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장기요양등급을 받는 등 진료행위가 현격히 어려운 경우다. 보건당국은 의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진료를 할 수 없는지를 판단할 때 ‘동료 평가제’를 이용하기로 했다. 면허 취소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비도덕적 행위를 했을 경우 현재는 1개월만 면허 정지를 내릴 수 있지만 최대 1년까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음주 후 진료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주사제를 사용 △마약 대마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여한 상태에서 진료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 등에는 면허 정지를 최대 1년까지 내릴 수 있다. 3년에 1회 실시하는 면허신고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취업 상황, 보수교육 이수 여부만 신고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뇌손상, 치매, 알코올 및 마약 중독 여부도 신고해야 한다. 의사 보수교육도 강화된다. 현재는 매년 8시간 이상의 보수교육만 이수하면 되지만 앞으로는 여기에 면허신고시마다 의료법령, 의료윤리, 감염예방, 환자안전 등 필수과목을 2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기초연금 30만 원’ 카드를 적극 고심하는 이유는 재원 마련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노인 빈곤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2014년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됐지만 상대적 노인 빈곤율(전체 노인 중 중위소득 50% 미만 비율)은 43.8%로 전년(47.9%)보다 약간 줄어드는 데 그쳤다. ○ 기초연금 도입해도 여전한 노인 빈곤 한국의 기초연금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도 초보적인 수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국내 근로자 평균임금(330만 원) 대비 기초연금액(20만 원) 비율은 6%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평균(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행 기초연금제도의 도입 효과도 시간이 흐를수록 반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65세 이상 노인의 약 61%가 20만 원 전액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비율은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초연금을 감액하는 방식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 이상이면 사실상 기초연금을 10만 원밖에 받지 못하게 된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산업화 민주화를 일군 노인 세대의 절반이 빈곤 상태라면 구조적으로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라며 “열심히 살았으면 노후에도 최소한의 기본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향으로 기초연금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OECD는 기초연금 대상 축소 권고 하지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더민주당은 현 기초연금 재원(연 10조 원)의 절반인 약 5조 원을 추가로 투입하면 30만 원으로 올릴 수 있다고 하지만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10년, 20년 뒤의 필요재원에 대한 추계는 없다. 기초연금은 현행 제도를 유지해도 천문학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현재는 연간 10조 원가량이 투입되고 있지만 2040년에는 약 100조 원, 2060년에는 약 228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인상하면 최소 1.5배 이상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대로 운영해도 차후 재정에 큰 부담을 주게 될 기초연금 지출을 더 늘리려는 건 무모한 발상이다”며 “노인 간 빈부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에 지급액을 늘려도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OECD는 지난해 국내 기초연금 제도의 노인 빈곤율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대상자를 대폭 축소하고, 연금액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율을 낮추기 위해 도입됐다. 그 취지를 살리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빈곤 탈출을 도와야 한다”며 “더민주당의 30만 원 공약은 장기적 재정 부담이 상당해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