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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짝짓기’가 우리금융 민영화의 묘수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동아일보 경제부가 18일 경제·금융전문가 10명에게 ‘우리금융+산은금융’ 모델에 대해 긴급 설문을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은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나머지 3명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조합이지만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민영화 요원, 관치금융 폐해 우려 전문가들은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국내 금융시장 발전 등 우리금융 매각의 3가지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덩치가 커져 오히려 민영화 추진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두 곳을 합치면 자산 규모 505조 원의 공룡이 탄생하는데 이런 회사를 누가 인수할 수 있겠느냐”며 “민영화는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시장독점과 관치(官治)금융 부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금융 비중이 높은 우리금융을 산은금융이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 독점이 우려되고 국내 금융시장 발전도 저해된다는 것이다. 거대 국유은행이 생기면 정부 입김이 대출을 통해 기업에 전해질 수 있고, 시장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은행 경영 경험이 없는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우리금융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덩치 크다고 메가뱅크 아니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내세운 ‘메가뱅크’론(論)에도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았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형화의 이익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시장에 대한 지배력 확대 및 남용에는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합쳐 봐야 글로벌 순위는 고작 54위에 불과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대형화에도 부정적이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규모가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인위적으로 덩치만 키운다고 저절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 자산 300조 원대 수준의 다른 금융지주들이 각종 경영리스크 등 자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메가뱅크의 등장으로 위험관리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투자은행 육성을 위해서라면 산은이라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곤란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수주는 결국 금융에서 결판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메가뱅크 출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우리은행 매각과정에서 민영화 역행 논란, 산은 단독입찰 가능성 등의 문제점을 잘 보완하면 (산은을 활용한) 메가뱅크 출현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마땅한 대안 없는 게 문제 전문가들은 우리금융 민영화의 3대 원칙을 모두 충족하는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란 원칙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영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집하며 붙들고 있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일괄매각이 아닌 분리 매각, 소유 분산을 전제로 한 대량매각(블록딜) 방식 등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우리금융이 자체 추진하는 컨소시엄을 배척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인수자 요건 중 ‘경영권을 확보하는 인수자’라는 조건을 빼 가능성을 열어 주자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서두르지 말고 다양한 대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금융위원회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17일 우리금융지주를 일괄 매각하고,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경쟁입찰 모양새를 갖췄지만 사실상 산은금융지주에 우리금융지주 인수 편의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 방안대로라면 산은금융지주 외에는 뚜렷한 인수 후보가 떠오르지 않는다. 국책 금융기관이 정부가 최대주주인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셈이어서 민영화 취지에 역행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독자 민영화를 추진해온 우리금융 측도 “산은금융 몰아주기 방안”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산은금융 대상 외줄 협상” 정부가 발표한 ‘우리금융 매각 재추진 방안’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우리금융 전체를 일괄 매각하되 최소 입찰규모를 지분의 30%로 설정한 것이다. 응찰자들에게 ‘주식대금과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경영권을 가져가라’는 확실한 신호를 준 것이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사실상 산은금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우리금융 민영화 중단 이후 지금까지 간접적으로라도 우리금융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곳은 산은금융이 유일하다. 정부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도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를 돕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는 자본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금융지주사, 사모펀드(PEF), 컨소시엄 등을 대상으로 공개경쟁입찰이라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시행령 개정은 곧 금융지주사 인수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용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시행령 개정은 부처 간 이의가 없다면 통상 1개월 반에서 2개월 정도 걸린다”며 “입찰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산은금융 들러리 안 설 것” 정부는 ‘산은금융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가상의 후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산은금융과의 ‘사전 교감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17일 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에서 “산은은 인수 희망자 중 하나이며 (다른) 강력한 후보들이 시장에 존재한다”며 “어떤 픽처(그림)도 그려놓은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우리금융 측은 “시행령이 개정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하기 힘든 컨소시엄이나 PEF는 발붙일 여지가 없다”며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입찰에 들어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우리금융의 보험 자회사 인수를 저울질했으나 민영화 방안 발표 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외환은행 인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론스타와의 계약시한인) 24일까지 노력해보고 안 되면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보고펀드, MBK파트너스, 칼라일 등 국내외 사모펀드와 중국공상은행 등 외국계 은행도 잠재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은 경영권 확보보다 매매차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우리’ 메가뱅크 첩첩산중 금융권에서는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의 짝짓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해 실제 성사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 대형화에 대한 회의론이 커진 데다 거대 금융기관의 출현은 민영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 공적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금융기관이 합치면 자산이 505조 원으로 불어나지만, 글로벌 순위는 고작 54위에 불과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 문제를 공론화하면 시행령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편 공자위는 우리금융 입찰에 2곳 이상이 참여하는 ‘유효경쟁’의 원칙을 지키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산은금융이 단독 입찰하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국가계약법상 산은금융에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 지분을 넘기는 수의계약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김용범 국장은 “(우리금융 매각에 한 곳만 입찰해) 재입찰을 해도 한 곳밖에 인수 희망자가 없으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며 “굳이 재입찰하지 않더라도 한 곳밖에 없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금융당국이 감사추천제 폐지, 재산공개 대상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자체 쇄신안을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에 보고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국무총리실이 주재한 ‘금융감독 혁신 TF’ 2차 회의에서 저축은행 사태의 경과와 금감원의 자체 쇄신방안 등을 설명했다. 이날 보고한 쇄신안에는 4일 금감원이 발표한 자정노력이 대부분 포함됐다. ‘낙하산 감사’를 근절하기 위해 전·현직 임직원을 금융회사의 감사로 추천하던 관행을 없애고 금융회사로부터 감사추천 요청이 있더라도 이를 거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쇄신안은 금감원 임직원에게 로비를 시도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특별검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전 직원에 대한 청렴도를 평가해 점수가 낮은 직원은 인허가, 공시, 조사 등 비리가 발생할 위험이 큰 부서에서 모두 빼겠다고도 했다. 직원윤리강령도 개정해 금품 수수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면직 등 중징계를 하고 비리사건의 행위자, 감독자, 차상급자에게 연대 책임을 묻기로 했다. 쇄신안은 내부 고발자에게 인사상 우대조치를 해 내부고발제도를 활성화하고 정보기술(IT), 파생상품, 회계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 외부 개방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령 개정 대상이어서 4일 발표했던 쇄신안 내용에서 빠졌던 항목도 보고했다”고 말했다. 공직자윤리법상 금감원의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을 현행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대표적 예다. TF는 금융당국이 이날 보고한 자체 쇄신안을 비롯해 금융감독 및 검사의 선진화 방안 등을 광범위하게 논의한 뒤 다음 달 중 금융감독 시스템 혁신 방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금융당국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보류한 데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당분간 승인하지 않기로 하면서 하나금융이 거센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6개월 동안 공들인 인수계약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하자 하나금융의 시가총액은 13일 하루에만 1조6000억 원이나 증발했다. 인수자금을 댔던 재무적 투자자들이 집단 반발할 가능성도 커 하나금융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론스타도 국제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금융당국의 판단 유보가 국제 분쟁으로 번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약 2년반만에 하한가 기록 외환은행 인수가 불발에 그칠 것이란 우려는 곧바로 하나금융 주가에 충격을 줬다. 13일 주식시장에서 하나금융은 오전부터 하한가로 추락해 14.94% 떨어진 3만78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12일 10조8157억 원에서 13일 9조1994억 원으로 1조6163억 원이 줄었다. 하나금융이 하한가를 기록한 것은 2008년 11월 20일 이후 약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반면 외환은행은 고배당 기대감 등으로 12.81%가 오른 9950원에 장을 마쳤다. 증권사들도 하나금융에 대한 투자의견을 낮추고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자금 조달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고 리딩뱅크들과 경쟁할 기회를 놓치게 돼 주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금융시장의 경쟁구도는 우리 KB 신한 등과 함께 자산 300조 원 이상의 ‘빅4’ 금융지주 체제로 굳어질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하나금융의 총자산은 207조 원(3월 말 기준)에 그쳐 규모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인수 조건으로 유치한 투자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1조335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투자자들은 주당 4만2800원에 주식을 매입했다. 인수가 무위로 돌아가면 하나금융 주가는 외환은행 인수 프리미엄이 붙기 전 수준(지난해 11월 15일 기준 3만2100원) 이하로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손해를 보는 투자자들은 이탈하거나 최악의 경우 소송에 나설 수 있다. 또 하나금융은 올해 1분기에만 1조4200억 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것 역시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발행한 것이어서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 역시 세계은행 산하 기구인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를 통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의 국내 법률대리인은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국제투자중재 조약 내용을 따져보고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밝혔다. ○ 다급한 하나금융, 대책 마련에 분주 하나금융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3일 오전 임원진과 마라톤 회의를 한 데 이어 오후에는 긴급 이사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 회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이를 위해 론스타와 계약 연장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지난해 11월 24일 외환은행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6개월간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이달 24일을 넘기면 양측 모두 계약을 파기할 권리를 갖게 된다. 론스타가 계약 연장에 합의하지 않으면 금융위의 최종 결정과 무관하게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된다는 뜻이다. 재무적 투자자 설득 작업에도 나섰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되면 주주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설 계획이 있다”며 “미국계 은행을 인수하거나 비(非)은행 부문에도 적극 뛰어들 생각인데, 이쪽에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활용하고, 남는 자금이 있다면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국내외 주요 주주 및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댄 국내외 투자자에게 콘퍼런스 콜 등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시장 안정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아직 거래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는 데까지 해보고, 해결이 안 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6조4000억 원에 달하는 은행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가운데 1조 원이 다음 달 처리된다. 이를 위해 8개 은행과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1조2000억 원 규모의 사모펀드(PEF)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12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유암코와 은행들은 PEF 형태로 PF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PF 배드뱅크 1호’를 만들어 우선 6월까지 1조 원의 부실채권을 사들일 계획이다. 배드뱅크를 통해 최대 3조 원의 부실채권이 정리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배드뱅크에는 8개 은행이 3개 그룹으로 나뉘어 700억∼2000억 원씩 출자하고 유암코도 750억∼900억 원을 신용공여 형태로 출자한다. 은행별로 이견이 많아 정확한 출자규모는 아직 논의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에 조성된 배드뱅크로 은행권의 PF 부실이 상당 부분 해소되는 만큼 해당 PF 사업장의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추가 PF 부실이 발생해도 2차, 3차 배드뱅크를 만들어 해결하겠다는 것이 금감원 방침이다. 은행권의 PF 부실채권 처리 속도는 빨라지고 있지만 저축은행은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정부는 저축은행도 배드뱅크 참여를 원한다면 배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액면가격의 50∼60%인 시장가격에 PF 채권을 매각하면 장부에 매각손실을 곧바로 반영해야 해 저축은행으로선 부담스럽다. 게다가 정부가 저축은행에서 인수한 5조2000억 원 규모의 PF 부실채권이 올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다. 정부가 PF 만기 상환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제2의 저축은행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금융권 일각에서 나온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판단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건의 처리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가 끝날 때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맺은 외환은행 매매계약 효력 만기일인 24일을 넘기게 됨에 따라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법리 검토를 해 왔지만 외부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사법처리 절차도 진행되고 있어 현 시점에선 적격성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 부위원장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건 역시 사법처리 결과를 본 후 논의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상황을 봐서는 (매매계약 효력시한인 24일을) 지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결정을 거듭 미룸에 따라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지난해 11월 24일 체결한 외환은행 매각 계약은 6개월간 효력이 유지된다. 매각대금이 이달 24일까지 론스타에 건너가지 않으면 하나금융과 론스타 중 어느 한쪽이라도 거래를 깰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론스타가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하나금융은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론스타와의 계약 연장 협상 등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회의에서 김승유 회장이 임원들에게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외환은행 인수 무산 가능성이 커지자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11일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 5곳에서 영업정지(23일) 전인 1월 25일부터 예금 부당인출이 이뤄진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가 공동으로 구성한 ‘저축은행 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에서 1월 25일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다는 기본 방침을 정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방침이 정해진 뒤로 부당인출이 꾸준히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1월 25일 이후에 5000만 원 이상의 예금을 인출한 예금주의 계좌를 추적하기 위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부당인출 의심자를 분류하는 작업에 나섰다. 여기에는 부산저축은행그룹 각 계열은행에 이른바 ‘쪼개기’ 수법으로 예금을 분산 예치해 총액이 5000만 원을 넘었거나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예금한 사람도 모두 포함된다. 검찰은 그동안 영업정지 전날인 2월 16일 영업 마감시간 이후에 예금 1054억 원을 인출한 예금주 3000여 명에 대해 조사하면서 “부당인출이 1월 25일부터 있었고 일부 공무원과 금융당국 직원이 부당인출에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부산저축은행그룹 각 계열은행에서 예금주의 정보를 제출받는 한편 계좌추적영장으로 확보한 고객정보 파일을 통해 실제 예금주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1월 25일 영업정지 방침이 사실상 결정됐다는 부분은 금융감독 당국의 고위층이나 TF에 속한 극소수만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고위층의 연루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영업정지 전날 ‘막차’를 탄 예금주보다 일찌감치 이 정보를 주고받은 사람들이 더 심각한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영업정지 예정 사실을 외부로 유출해 일부 예금주들이 돈을 찾도록 했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으로 형사 처벌할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위와 금감원, 예보는 검찰이 금융당국 임직원의 비밀 누설 혐의를 전제로 수사 대상을 확대하는 것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반박하고 나섰다. 금융위 등은 11일 오후 해명자료를 통해 “1월 25일 TF에서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시장안정 대책을 논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방침을 미리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저축은행의 예금인출 동향과 유동성 상황을 계속 살펴보던 중 더 이상의 예금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 오자 2월 17일 긴급히 임시 금융위를 개최해 영업정지를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1월 4일 만들어진 이 TF에는 금융위에서 권혁세 당시 부위원장(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사무처장, 고승범 금융서비스국장이, 금감원에서 김장호 중소서민금융 부원장보, 김준현 당시 저축은행서비스국장이 참석했고 예보 이사도 함께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당시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로 매일 다른 저축은행의 유동성을 확인하기 위해 영업 마감시간 이후에 회의를 열었다”고 말했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금융감독원은 500명의 검사 인력으로 3300여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권을 독점하고 있다. 이런 독점체제는 금융회사와의 유착 가능성과 부실 감독 가능성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시스템 선진화는 무엇보다도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부적절한 공생(共生)을 조장할 수 있는 감독 독점체제를 깨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브레이크 없는 금융 감독 금융감독 시스템에 대한 수술은 이미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9일 국무총리실에 꾸려진 민관(民官) 합동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가 메스를 잡았다. 하지만 TF 활동 초반부터 마찰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9일 “금융감독권을 그냥 아무 기관에나 주자고 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감독권 독점을 고수하자는 입장은 아니다. 그는 예금보험공사에 저축은행에 대한 단독 조사권을 주는 데 대해 긍정적이지만 한국은행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그러나 견제와 균형을 위해선 한국은행에도 은행 단독 조사권을 주고, 제2금융권에 대해 자료 제출 요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한은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싸늘한 여론을 의식한 금감원도 자체 쇄신방안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0일 “금감원 업무에 대해 외부 개방을 대폭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파생상품, 회계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가 외부 위탁검사 대상이다. 예보와 번갈아가면서 조사하는 교차검사 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다만 금융회사에 대한 일반적인 감독·검사권한 자체는 현행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성역 없는 폭넓은 논의를 통해 새로운 검사·감독체계를 만들지 못하면 제2, 제3의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낙하산 감사’가 사라지더라도 사외이사 독점 등 또 다른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복수 감독체제 전환이 추세 전문가들은 금융회사의 성격에 따라 전문성 있는 기관에 감독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독권 독점의 폐해가 감독권 중복에 따른 낭비보다 크기 때문에 복수의 기구들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들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감독체계를 속속 개편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안정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동시에 일부 국가에서는 감독 기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재무부 내에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금융서비스감시위원회(FSOC)를 만들고 중앙은행과 은행감독청, 예금보험공사, 주정부 등으로 감독권을 분산했다. 독일은 중앙은행에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 기능을 주고, 금융감독청에 금융기관 인허가와 규제 업무를 맡겼다. 우리나라 금감원의 설립 모델이었던 영국 금융감독청(FSA)은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에 흡수됐다. 전문가들은 “국가마다 금융시장 환경이 다른 만큼 검사·감독권에도 ‘정답’이 없다”며 “외국 사례를 무조건 수용할 게 아니라 한국의 현실과 외국 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도 금융감독을 총괄할 수 있도록 금융위의 기능을 개선하는 한편 금감원의 검사권 가운데 전체적인 경제 흐름을 다루는 거시 건전성 감독은 중앙은행인 한은이 맡고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된 금융기관 감독은 예보가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금융상품 구조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소비자 피해가 커지는 만큼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시적 금융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거시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하며 이 부문은 중앙은행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예보는 금감원과 공동 검사를 할 수 있지만 지금 같은 제한적인 기능만으로는 금융기관의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기 어렵다”며 “예보에 부실 징후가 보이는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 검사와 조사권을 허용하는 등 부실 예방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아파트 쇼핑몰 골프장부터 납골당 선박 공항 주식 투자에 이어 해외 신도시 개발까지….’부산저축은행그룹이 임직원이나 지인 명의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운 뒤 불법대출로 추진한 사업은 다양하다. 검찰 조사에서 확인된 SPC는 무려 120개, 불법 대출된 자금은 4조6000억 원에 이른다. 투자 지역은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대전 제주 등 전국에 산재해 있다. 심지어 낙도(落島)와 해외도 있다.소중한 고객의 예금을 쓰면서도 사업 분석은 주먹구구식이었다. 오히려 대박을 노리는 도박판 ‘베팅’을 연상케 했다. 이처럼 ‘문어발’ 및 ‘묻지 마’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정상적으로 진행된 사업이 드물었다. 검찰 조사 결과 지난해 말 현재 전체 120개 SPC 중에서 82.5%에 해당하는 99개 SPC가 추진한 사업이 중단되거나 아예 착공조차 못했다. 이제는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나머지 사업도 사실상 대부분 중단됐다. 흉물로 남은 부산저축은행 투자 현장을 동아일보가 점검했다.○ 사업현장은 ‘흉물’로 전락지상 30층짜리 아파트형 공장 2개 동이 들어서기로 했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공사현장은 현재 터 닦기만 해놓은 후 방치된 상태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이 사업을 진행한 시행사 M사에 용지 매입을 위한 대금 수백억 원을 대출해 줬다. 하지만 M사는 대출이자조차 갚지 못했다. 사업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려다 분양에 실패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결국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터지면서 이 용지는 공매(公賣) 매물로 내왔다.감리업체 관계자는 “사업성이 확인되지도 않고 투자유치도 안 된 부동산에 그렇게 무리한 대출을 해줬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공매로 나온 후 부동산 가격은 일주일에 100억 원씩 떨어졌다”고 귀띔했다. ▼ ‘668억’서울 고층빌딩 땅만 파고 ‘흉물’ 방치 ▼‘902억’전남 조선타운 8년째 조감도 상태 이 사업의 기초토목공사를 맡았던 건설사는 현재 공사대금을 일부 받지 못한 상태다. 한 채권자는 “법에 따라 채권이 회수될 때까지 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지만 돈을 얼마나 받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납골당 ‘미스터리’6일 오후 경기 시흥시 군자동 영각사. 절 입구 대리석 건물에 ‘군자추모공원’이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2006년 완공된 납골당이다. 바로 부산저축은행그룹이 2001년부터 G사 등 3개 SPC를 통해 분양사업에 참여했던 곳이다. 영각사 납골당은 1995년 당시 이 절의 주지스님이었던 서모 씨(54)가 최초로 허가를 받았다. 이후 G사 등이 대출받아 투자한 금액은 10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대출 잔액은 800여억 원.그러나 사업 투명성 논란과 자금난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2005년 납골당을 비롯한 영각사 전체가 부산저축은행 대주주 등에게 넘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2006년 8월 납골당 건물에 대한 사용승인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같은 해 7월 서 씨가 당시 이연수 시흥시장에게 5000만 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이 시장은 2009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시장직을 잃었다.이런 가운데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자 과거 인허가 비리까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비자금설’ ‘불법 로비설’ 등의 소문이 퍼지고 있다. 시흥시 관계자는 “지난해 영각사를 재단법인으로 만들려고 하는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며 “납골당 공사비는 많아야 300억 원 정도일 텐데 그 많은 대출금이 전부 어디에 쓰였는지 소문만 무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영각사 관계자는 “납골당을 둘러싼 문제들은 과거 영각사에 계셨던 분들과 관련이 있다”며 “(부산저축은행은) 오히려 영각사와 납골당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주민들만 ‘골탕’8년 전인 2003년 전남 신안군 압해면 주민들은 한껏 들떠 있었다. 압해면에 884만 m²(약 267만 평) 규모의 ‘조선타운’이 조성된다는 계획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조선타운은 조선소와 관련 업체, 해상풍력설비 업체 등이 들어서는 산업지구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세운 S개발이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현재 조선타운이라는 이름만 남은 채 지지부진하다.주민 불만이 적지 않다. 조선타운이 사실상 물거품이 된 데다 개발제한에 묶여 재산권 행사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압해면 가룡리 등 11개 마을 이장들이 전남도청과 신안군청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신안조선타운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든지 아니면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그 덕분에 신용리 등 7개 마을(29.4km²)은 이달 초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됐다. 그러나 가룡리 등 4개 마을(240채)은 여전히 토지거래허가구역(23.1km²)으로 묶여있다. 김용재 가룡리 이장(63)은 “주민들은 조선타운을 조속히 조성하든지 아니면 생활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게 빨리 취소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사업 부진의 이유는 부동산 경기나 조선 산업 침체의 영향도 있다”며 “다음 달까지 건설사나 금융사 등을 통해 조선타운 사업 추진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시흥=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신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도저히 금융기관이라고는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검찰 관계자가 이달 초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사건 수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지만, 실제로 부산저축은행은 저축은행이라는 간판만 내걸었지 서민금융이라는 본래 역할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쳤다. 서민 돈을 끌어 모아 고위험 고수익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다 걸기(올인)’하면서 대주주의 사익만 챙긴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PF 부실은 부산저축은행에서 극단적인 모습으로 표출됐지만 다른 저축은행에도 정도의 차이만 있지 눈엣가시 같은 문제다. 서민금융시스템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저축은행이 붕괴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인 신용등급 5∼9등급 계층이 의지할 곳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은 단순히 PF 부실을 털어내는 수준을 넘어 서민금융모델을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먹을거리 잃은 저축은행 저축은행 사태의 1차적 원인은 저축은행 대주주의 ‘탐욕’에 있었다. 저축은행들이 본업인 서민금융을 등한시하고 부동산 PF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작년 말 현재 저축은행의 총 대출에서 PF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1%로 은행권(3.2%)보다 6배 많다. 부동산경기가 좋을 때는 단기간에 고수익을 가져다주던 ‘효자’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저축은행의 존립을 위협하는 존재로 바뀌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저축은행에 돌리기도 어렵다. 정부가 부실저축은행 대책으로 내놓은 정책들이 서민금융기관의 정체성과 배치되는 측면이 컸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부실 저축은행을 우량 저축은행에 떠넘기는 대형화 정책은 저축은행의 위험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 됐다. 대형화된 저축은행의 덩치가 웬만한 지방은행 수준으로 커지고, 은행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계층을 대상으로 소액신용대출에 나서면서 1금융권과 2금융권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졌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대형 은행과 대기업들의 카드사들이 4∼5%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28%대의 카드론 대출을 하고 있다”며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저축은행의 영역에 은행과 대기업이 뛰어들다 보니 저축은행이 갈 곳이 없어 PF로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저신용 등급 대상 영업에서는 햇살론, 미소금융, 새희망홀씨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에 치이고 있다. 햇살론 정도만 저축은행이 취급할 뿐 나머지는 은행을 통해 대출이 이뤄진다. PF에서 손을 떼고 서민금융이라는 제자리로 돌아오려고 해도 설 자리가 없는 처지로 몰린 것이다.○ 서민금융 본연의 업무를 찾아야 저축은행의 ‘제 자리 찾기’가 이뤄지지 못하면 저축은행은 ‘미운 오리 새끼’로 남아 금융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교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3월 17일 ‘저축은행 경영 건전화를 위한 감독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경쟁력 강화 방안’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나도록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부실 감독으로 뭇매를 맞으면서 저축은행에 ‘당근’을 주기 힘든 상황으로 몰린 탓이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을 지역 고객에게 밀착하는 ‘제2의 지방은행’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처럼 일정 지역을 벗어나 전방위적으로 PF 투자를 벌이지 않고 좁은 지역의 서민 금융에 깊숙하게 파고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찬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에 집중할 수 있도록 ‘6등급 이하 서민에게 전체 대출의 10%를 하라’는 식으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저축은행이 지역사회를 직접 발로 뛰며 우량한 서민 고객을 유치하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저축은행, 협동조합, 대부업체 등 각각 다른 신용등급의 고객을 가진 금융기관들이 서민금융의 영역을 체계적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시중은행과 자본력이 강한 카드회사들이 서민금융시장에 치고 들어와 저축은행의 수익 모델이 없어지는 게 문제”라며 “저축은행 영역을 침범한 할부금융사, 카드사들의 영업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 카드사들의 취급상품이나 영업 구역을 저축은행과 가급적 겹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서민금융에 특화된 사업모델을 추구하는 서민금융기관들이 중장기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제도권 서민금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고 대체수익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저축은행 부실 감독과 일부 직원 비리의 ‘후폭풍’으로 시장 안정의 최후 보루인 금융감독원이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거세게 휘몰아치는 외풍에 전전긍긍하며 바짝 엎드려 있는 상황이다. 8일 금감원 사무실에는 출근한 직원이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일손을 놓은 상태였다. 금감원의 한 간부는 “비리 문제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면 업무공백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의 탈·불법과 감독 기능을 악용한 부정부패 등 금감원의 책임은 엄정하게 가려야 하지만 금감원의 기능 자체는 조속히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실 저축은행은 영업정지시킬 수 있어도 금융시스템 안정을 책임지는 감독 기능은 중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독 기능 무력화 우려 금융당국의 무력감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에서 ‘우량 회사’로 부러움을 받는 제일저축은행의 예금인출 사태(뱅크런)는 힘 빠진 금융당국의 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제일저축은행은 3일 임직원이 대출 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극심한 예금인출 사태로 몸살을 앓았다. 금융위원회, 금감원 관계자들은 4일 “임직원 개인 비리 사건일 뿐”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예금주들은 “이명박 대통령마저 불신하는 저축은행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며 외면하면서 6일까지 3000억 원에 가까운 예금을 인출했다. 한 저축은행장은 “지금처럼 금융당국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 앞으로 조그만 악재에도 파산하는 저축은행이 줄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금융검사의 최전방을 지키는 금감원 임직원의 불안감이 증폭될 경우 금감원의 기능 자체가 마비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진행되는 각종 금융검사나 감독이 부실해지면 그 후유증은 몇 년 뒤 ‘제2, 제3의 부산저축은행’으로 돌아올 수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저축은행 구조조정 외에도 가계부채 연착륙, 은행전산망 안전성 확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등 처리해야 할 굵직한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저축은행만 하더라도 하반기 추가 구조조정 등 해야 할 업무가 산적해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 임직원들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신한은행 감사로 내정됐다가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 이석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는 “비리가 발견된 직원은 일벌백계하고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야지 무작정 때리는 것은 실익이 없다”며 “최근 혼란한 와중에 감독과 검사의 ‘사각지대’가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금융당국 수장에게도 힘 실어줘야 국무총리실이 주도한 금감원 개혁을 위한 태스크포스(TF)의 활동 못잖게 금융당국의 자구노력에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이 최근 잇따라 내놓은 쇄신방안이 뒤늦은 감이 있지만 방향은 옳은 만큼 자체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1월과 3월에 각각 취임한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 등은 전임자들이 수수방관하던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착수해 부산저축은행이라는 환부를 도려내는 데 기여한 만큼 금융당국의 면모를 일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두 금융당국 수장(首長)은 국무총리실이 주도하는 금감원 개혁 태스크포스(TF)팀에서 배제될 개연성이 큰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6일 TF팀 구성과 관련된 내용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하겠다고 공지했다가 국무총리실의 반대로 취소했고, 권 원장은 TF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한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금감원의 구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지만 개혁을 추진하려던 수장들까지 ‘개혁 대상’으로 봐선 안 된다”며 “총리실 TF팀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두 수장의 노하우를 활용해야 하며 최소한 이들 두 수장의 의견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금융감독 체계 대수술 기회로 금감원 개혁의 주도권은 총리실 TF팀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TF의 과제는 ‘금감원 때리기’보다는 금융감독 기능을 조속히 정상화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금감원이 사실상 독점해온 검사권한을 분산해 검사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TF팀이 추진할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기관을 합쳐 현재의 금감원을 만든 것처럼 지금까지의 부작용을 점검해 금융감독 체계 전반을 되돌아볼 절호의 기회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관 이기주의’가 되풀이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검사권 나눠먹기가 아니라 금융감독 의사결정 구조를 재점검하고 금융위, 금감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의 기능이 효율적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감원이 잘못했으니 감독권을 정부가 회수하자는 ‘관치’적 발상이나 감독권을 대충 유관기관끼리 나눠먹는 식의 해법은 곤란하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시감독권, 위기감독권, 체계적 위기 발생 시 감독권 등을 어떻게 정리할지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꼼꼼히 따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출신 금융기관 감사들의 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이석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6일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대신증권 감사로 내정됐던 윤석남 전 금감원 회계서비스2국장도 8일 물러나겠다는 뜻을 대신증권 측에 전달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금융회사들은 이석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의 감사직 자진 사퇴를 낙하산 감사의 전면 퇴출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달 말 시작되는 증권사와 보험사의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에 임기가 끝나는 금감원 출신 인사의 상당수는 재선임되지 못하거나 스스로 자리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적잖은 범(汎)정부기관 출신 인사들이 금융회사 감사로 진출해 있어 금감원 출신이 빠진 자리를 범정부 낙하산 감사들이 메울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낙하산 감사’ 퇴출 시작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 24곳과 보험사 8곳에서 올해 감사 임기가 끝난다. 각 금융회사는 감사 자리에 당장 금감원 출신이 아닌 다른 적임자를 물색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이미 이사회를 거쳐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내정한 회사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대신증권은 윤석남 전 금감원 회계서비스2국장을 감사위원 후보로 내정하고 2일 감사 선임 공시까지 냈지만 교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회계 전문가를 영입한 것인데 논란의 대상이 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영증권 등도 금감원 출신 감사위원의 연임을 내부적으로 결정했지만 계속 추진해야할지 고민 중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금감원 국장 출신인 백수현 감사위원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았지만 3일부터 6일까지 새 감사를 공모했다. 지원한 인물 중에 금감원 출신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가 남아 있는 금감원 출신 감사들도 좌불안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회사의 금감원 출신 감사는 “괴롭고 고민이 많다”며 “도덕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져야 하겠지만 회사에서 따로 들은 얘기는 없다”고 말했다. 해당 금융회사들은 정당한 절차를 밟아 선임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내심 제 발로 걸어 나가길 바라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분간은 금감원 출신보다는 과거에 검사업무를 담당했던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 출신 검사 담당이 서로 교류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범정부 ‘낙하산 감사’가 더 문제 금융회사의 ‘낙하산 감사’는 금감원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감사원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힘 있는 범정부기관 출신 인사들도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동아일보가 6일 국내 시중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22곳과 생명 및 손해보험사 34곳, 증권사 42곳, 전업계 카드사 6곳, 저축은행 105곳 등 총 209개 금융회사의 감사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금감원(옛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등 포함) 출신 감사는 모두 70명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가 28명으로 가장 많았고 저축은행(17명), 보험사(14명), 은행(8명)이 뒤를 이었다. 금감원을 제외한 범정부기관 출신의 전관예우 낙하산 감사는 총 21명이었다. 이 가운데 감사원 출신이 9명으로 가장 많았다. 김용우 전 감사원 제2사무차장(차관보급)은 올해 3월 우리은행의 상임 감사위원으로 선임됐으며 감사원 제1사무차장 출신의 노승대 씨와 제2사무차장 출신 정낙균 씨도 각각 한국주택금융공사와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상근 감사를 맡고 있다. 한은 출신은 4명, 재정부는 3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은 제주본부장을 지낸 황삼진 씨는 지난해 3월 제주은행 상근 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한은 기획국장 출신의 유종열 씨는 지난해 6월부터 미래에셋생명 상근 감사로 기용됐다. 재정부 출신 낙하산 감사들은 주로 재정부 산하 금융공기업에 포진해 있었다. 올해 4월 임해종 전 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산업은행 감사로 선임됐고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한국이사를 지낸 김태환 전 재정부 국장도 신용보증기금 감사로 거취를 옮겼다. 지방의회 출신도 눈에 띄었다. 대한생명은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을 지낸 김종구 씨를 2009년 6월부터 상근 감사 자리에 앉혔다. 부산에 본사를 둔 기술보증기금은 올해 2월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장을 지낸 조양환 씨를 감사로 선임했다. 전문가들은 “금융 관련 경력이 없는 사람을 감사에 앉히는 등 심각한 낙하산 사례가 많다”며 “중장기적으로 회계사 변호사 등 민간 전문 인력으로 충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정부가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마련한 재원 10조 원의 대부분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7곳의 부실을 메우는 데 들어가면서 국민의 혈세(血稅)가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은 전체 저축은행에 대한 고객 불신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보고 1일 저축은행 업무와 관련된 팀장 이상 간부를 소집해 특별대책회의를 여는 등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검사를 강화하기 위해 금감원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 정부와 예금보험공사가 4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이 순식간에 동날 위기에 처했다. 예보는 은행과 보험사 등이 낸 예금보험료 5000억 원을 재원으로 금융기관에서 차입해 연내 10조 원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 처리 등을 위해 2조 원을 미리 차입했기 때문에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은 8조 원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예보는 저축은행 7곳을 처리하기 위해 이 ‘실탄’을 다 쏟아 부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7곳을 강제 매각하기 위해 저축은행의 순자산 부족분 3조3688억 원을 메워줘야 한다. 또 5000만 원 초과 예금자 3만2537명의 5000만 원 예금을 대신 지급하는 데 1조6268억 원이 들어간다. 확정된 투입액만 5조 원에 이르는 셈이다. 5000만 원 이하 예금자에게 지급할 돈까지 감안하면 가용재원 8조 원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예보 관계자는 “10조 원으로 삼화저축은행과 7개 저축은행은 막을 수 있겠지만 추가로 부실 저축은행이 나올 경우가 문제”라며 “나중에 회수할 수 있는 저축은행 자산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결국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공적자금 투입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추가로 영업이 정지되는 저축은행이 나오더라도 1인당 5000만 원까지의 예금은 무조건 보장할 것”이라며 “정부가 특별계정에 제한 없이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만큼 예금보장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아무도 못 믿는 상황이 됐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1일 오후 간부들을 긴급 소집해 저축은행 부실대책을 논의했다. 2월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 7곳이 밝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엉터리 숫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저축은행 업계 전반에 대한 고객 불신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한 때문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당초 7개 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6.19∼6.00%라고 발표했지만 실사 결과 ―91.35∼―5.52%로 모두 자본잠식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감독당국은 그동안 뭘 하고 있었느냐’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대책회의에서 간부들은 통렬한 자기반성을 쏟아냈다. 한 간부는 “이제는 아무도 못 믿는 상황이 됐다. 국민도 ‘이제 못 믿겠다’ 하면서 다시 (BIS비율 등 저축은행 건전성을) 확인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부산저축은행만 그렇다고 하면 국민이 믿겠는가. 예금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BIS 비율이 엄청나게 나빠진 데 대해 당장 금감원의 ‘부실 검사’ 비판이 나올 것이고, 다른 저축은행의 BIS 비율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 생길 것”이라는 자성이 이어졌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은 대출의 75%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올인’한 특수한 사례”라며 “대부분의 저축은행은 이 비율이 30% 미만이어서 예금주들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 금융당국 “초특단 대책 마련” 금융위는 금감원만으로는 저축은행 감독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예보의 검사기능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예보에 (단독으로) 저축은행을 상시 감독하고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을 개정해서라도 금감원에 저축은행에 대한 강제조사권과 자료요구권을 부여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는 저축은행 및 소속 임직원에 대해서만 자료를 요구하고, 검사할 수 있으나 앞으로는 대주주와 관계사 등 저축은행 부실에 영향을 끼친 모든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강제적으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저축은행 영업정지 전 ‘VIP 불법 인출’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부산 지역 여야 의원들이 저축은행 예금과 후순위채권 전액을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자는 취지라고 주장하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1일 정치권에 따르면 부산 지역 여야 의원들은 저축은행 예금과 후순위채권 전액을 예금보험기금을 통해 보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보상이 적용되는 시기를 올해 1월부터라고 적시해 소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올 들어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1월)과 부산 대전 부산2 중앙부산 전주 보해 도민(이상 2월) 등 총 8개 부실 저축은행 고객들의 예금과 후순위채권 투자액을 전액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부실 저축은행 8곳의 5000만 원 초과 예금자는 1만2000여 명, 초과금액은 8400억 원이고, 후순위채권 투자자는 3700여 명에 피해액이 1500억 원에 이른다. 법안의 효력은 2012년까지 한시적으로 규정했다.이 법안은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허태열 정무위원장, 민주당 조경태 의원 등 부산 지역 여야 의원 18명 전원에다 이성헌 조원진 조문환 의원이 참여해 총 21명이 공동 발의했다. 현재 예금보호한도액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이며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은행 자산 정산을 통해 피해규모에 따라 분배된다. 삼화저축은행의 경우 초과금액의 34%만 돌려받았다. 후순위채권은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닌 데다 자금회수 순위에서도 맨 마지막으로 밀려 사실상 전액 손실이 불가피하다.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예금 전액을 보상하는 것은 예금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이러한 예외가 용인될 경우 금융회사와 예금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 감독의 실패와 저축은행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강하게 문책해야 하지만 이런 식의 ‘떼법’을 들고 나와선 곤란하다”고 비판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감독 부실과 전현직 직원의 비리 등으로 위기를 맞은 금융감독원이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과 국·실장 인사를 28일 전격 단행했다. 국·실장 대부분을 교체하고 각종 금융 사고 예방을 위해 검사 인력을 400명에서 501명으로 늘렸다. 또 팀장과 팀원에 대해서도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추가로 단행할 예정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권혁세 신임 금감원장이 부원장의 인사권을 모두 회수해서 개혁에 필요한 인사를 직접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실질적 인사권을 쥐고 있는 부원장을 중심으로 ‘줄서기 문화’가 만연하고, 은행 증권 보험 등 권역별로 조직 이기주의가 창궐하면서 감독 검사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 ‘끼리끼리 구태’ 청산 의도 금감원은 국·실장 55명 가운데 85%에 이르는 47명을 교체했다. 출범 이래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은행, 보험, 금융투자 등 금융권역별 주무국장의 경우 한 금융권역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생길 수 있는 업계와의 유착을 차단하기 위해 금감원 출범 후 처음으로 전원 교환 배치했다. 직원의 비리 혐의로 문제를 일으킨 저축은행, 기업공시 담당 국·실장도 교체했다. 이처럼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한 것은 금감원의 고질병인 ‘끼리끼리 문화’를 청산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금감원은 1999년 1월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기관이 통합하면서 출범했다. 당시 각각 4 대 3 대 2 대 1의 인력 비율로 합쳐졌고 은행, 증권, 보험, 비(非)은행(카드 캐피털 저축은행) 분야의 검사와 감독을 나눠 맡았다. 그러나 서로 자신들의 업무영역으로 넘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면서 13년째인 현재까지도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고 조직 내 갈등을 빚어왔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권역별 대표선수(부원장)들이 자체 인사안을 짜서 협의한 뒤 금감원장에게 올리는 방식의 인사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권 원장이 부원장의 인사권을 회수해 직접 인사안을 짰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사쇼크’에 가까운 파격 인사 때문에 검사 인력의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권역별 이기주의의 병폐를 치유하지 못하면 금감원의 개혁도 좌초할 수밖에 없다는 게 권 원장의 인식이다.○ “청렴-우수 인력 검사라인으로” 조직 개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우선 일반은행서비스국, 특수은행서비스국 등의 명칭이 각각 일반은행검사국, 특수은행검사국으로 바뀌었다. ‘서비스’를 ‘검사’로 바꿈으로써 향후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검사 인력도 25.3% 증원했다. 권 원장은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금감원의 ‘에이스’들이 책임이 뒤따르는 검사 라인을 기피하고 후선 업무로 물러나 있었다”며 “청렴성과 도덕성, 실력을 겸비한 인재들을 검사의 최전방으로 내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곧 있을 팀장급 인사에서도 검사를 강화하는 권 원장의 의지가 반영될 예정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검사 권한을 앞세워 구태(舊態)와 구악(舊惡)의 모습을 보인 직원은 검사 라인에서 빼서 권한이 없는 후선 지원부서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전담하는 금융서비스개선국을 신설한 것도 특징이다. 이들은 대출을 조건으로 다른 금융상품에 가입할 것을 강요하는 ‘꺾기’ 등 불공정거래와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서 판매하는 불완전판매 행위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권원장 “인출예금 환수 위해 법률 검토” 한편 권 원장은 이날 금감원에서 열린 맞춤형 서민금융 상담행사에 참석해 “(저축은행 영업정지 전 부당하게 인출된 예금을) 최대한 환수할 수 있도록 대형 법무법인에 법률 검토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국회 정무위원회 허태열 위원장(한나라당)도 “불법 인출 예금을 전액 환수해야 한다는 데 여야 간 합의가 돼 있다”며 “법을 개정해서라도 환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부조리와 비리 척결을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업무관행 개선, 검사 선진화 등의 쇄신 방안도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차지완 기자 cha@donga.com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금융당국이 영업정지 직전 저축은행에서 부당 인출된 예금을 모두 환수하기로 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27일 직원 특별정신교육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부당 인출된 예금의 환수 문제에 대해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금 환수의 근거로 민법상 ‘채권자 취소권’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406조에 규정된 채권자 취소권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피해를 줄 것을 알고도 재산권을 목적으로 불법 행위를 한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는 권리다. 일반적으로 채무자가 미리 재산을 처분해버려 채권자가 집행할 수 없으면 그 행위를 취소할 때 적용하는 조항이지만 이번 사전 부당 인출의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금감원은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영업정지 전 임직원 또는 대주주 등의 연락을 받고 예금을 찾아갔거나 임직원이 임의로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해 인출해준 예금 등이 환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영업정지 전날 마감시간 이후 인출된 예금은 부산저축은행 계열 은행 다섯 곳과 보해 도민저축은행 등 일곱 곳에서 모두 3588건, 1077억 원에 이른다. 한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26일에 이어 27일에도 예금 인출을 대량으로 해준 부산저축은행 직원들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부당 인출 계좌 가운데 일부가 대주주 등의 차명계좌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한국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1조 원 규모의 도로공사 주식을 한국수출입은행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증자를 승인했다. 금융위는 국내 기업의 해외프로젝트 수주 등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지원하기 위해 출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은 수출입 금융, 해외 프로젝트 수주 등에서 약 10조 원의 추가적인 자금공급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우리 기업의 해외프로젝트 수주가 늘면서 수은에 대한 금융지원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며 “수은의 자본규모가 충분하지 못하면 플랜트 등 설비수주와 자원개발 등 해외프로젝트 사업에 대한 지원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의 금융대출 업무도 맡고 있다. 플랜트산업협회와 수은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플랜트 수주실적은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645억 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758억 달러, 2014년에는 1478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현물 출자는 정책금융공사와 수은 이사회 승인을 거쳐 29일 마무리될 예정이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부산저축은행그룹 소속 저축은행 다섯 곳과 보해 도민 등 7개 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직전에 일어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는 저축은행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금융당국의 ‘정보유출 불감증’, 감독당국의 ‘봐주기 검사’가 빚어낸 합작품이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전체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지고 감독당국의 신뢰 또한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검찰 금융감독당국 등이 사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전방위 조사에 나선 것도 이번 저축은행 예금인출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VIP 고객만 찾아간 예금” 정부가 저축은행 예금인출 사건과 관련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대목은 ‘VIP 고객의 예금 인출’ 여부다.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전날인 2월 16일 밤 이른바 ‘VIP 고객’ 30여 명을 따로 불러 예금을 인출해준 것으로 알려지자 예금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대상자는 주로 본인과 가족 등 2개 이상의 통장을 갖고 있으면서 통장당 1억 원 이상의 예금을 넣어둔 고객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부산저축은행의 임직원들이 친인척 명의의 예금을 임의로 해지하고 지급한 사실에 대해서도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이 같은 특혜 예금인출은 선량한 예금자에게 직접적으로 금전상의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할 경우 정부가 예금보험기금에서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까지 보장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저축은행의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부실비율에 따라 지급받게 된다. 그러나 부산저축은행처럼 예금이 많은 VIP 고객과 임직원의 친인척들이 미리 예금을 빼면 나머지 예금주에게 돌아올 몫이 적어질 수 있다.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7개 저축은행과 삼화저축은행 등 올해 들어 영업이 정지된 저축은행 8곳의 5000만 원 이상 예금자는 3만7495명이며 예금보장한도(5000만 원)를 넘어 돌려받지 못한 금액은 2537억 원에 이른다.○ 불법도 서슴지 않은 예금인출 예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저축은행 직원들이 예금주의 실명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규정한 금융실명제법을 어긴 채 임의로 통장을 해지하고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선량한 고객은 아랑곳하지 않고 친인척, 지인, 유력인사 등의 예금을 챙겨주기 위해 직원들이 ‘집단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계좌’ 사건으로 금융실명제법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불법적인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해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적인 예금인출 사건이 부산저축은행 한 곳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실에 따르면 부산 대전 중앙부산 보해 등 저축은행 다섯 곳에서 영업이 정지되기 전날 오후 4시부터 영업정지 조치가 발표된 날 오전 9시까지 빠져나간 예금 중 약 72%는 중도 해지된 것이었다.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정보가 사전에 유출돼 이자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일단 예금부터 빼내려는 고객이 몰렸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이 과정에서 VIP 고객, 임직원 친인척 예금부터 불법적으로 빠져나갔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안일한 태도 금감원의 안일한 업무 자세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이 부산저축은행 등에 영업정지 신청서를 내도록 요구하면서 결과적으로 정보 유출의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영업 정지 조치를 내리는 방식부터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업정지 전부터 무더기 예금인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부산저축은행에 금감원 감독관 3명이 있었는데도 불법 예금인출을 막지 못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26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항의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도 금융당국의 안일한 상황 인식을 질타했다. 영업정지 결정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좀 더 많은 직원을 파견해 객장과 전산망을 장악했으면 불법 인출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우제창 의원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금감원은 단지 3명을 파견한 데다 불법 인출이 이미 한참 진행된 오후 8시 반이 돼서야 문제를 파악한 것 같다”며 “도둑들에게 너무나 많은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고 질책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6일 부산저축은행 등에서 영업정지 직전 대규모로 예금이 인출된 경위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저축은행의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사안이어서 묵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우선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확인할 계획이다. 누가 어떻게 영업정지 사실을 저축은행 측에 흘렸고, 이후 저축은행 측이 대주주의 지인이나 VIP 고객에게 연락해 예금을 찾아가도록 했는지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 직원들이 영업정지 예정 사실을 유출한 사실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고 있다. 금융당국 직원의 유출 사실이 확인되면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할 방침이다. 지인들에게 연락이 되지 않자 저축은행 측에서 임의로 예금을 빼낸 것은 금융실명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이날 “저축은행 직원들이 친척이나 주요 고객에게 영업정지 예정사실을 미리 알려 예금을 인출하도록 했다면 배임, 고객이 직접 은행을 찾지 않고 계좌이체를 하도록 했다면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감독당국이 철저히 조사해 검찰에 통보하는 한편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측이 ‘VIP 고객’이나 임직원의 지인에게 이미 돌려준 예금을 환수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이번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방문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무단 인출된 예금의 환수 조치를 요구한 데 대해 “법률적 검토를 거쳐야 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저축은행 임직원의 연락을 받고 돈을 찾아간 예금주는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고 그 돈을 환수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편법이 동원됐더라도 예금을 찾아가는 것은 해당 예금주의 정당한 권리이므로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 특히 영업마감 시간 이후에도 인터넷뱅킹으로 인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저축은행 측의 연락을 받고 돈을 찾아간 사람들만 따로 문제 삼기도 어렵다는 것이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우린 정보기술(IT) 업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확실히 떨어졌다. 전산 업무 절차를 숙지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필수사항도 확인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내부 통제에 소홀했다.”22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사 강당. 사상 최악의 농협 금융전산사고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열린 이날 ‘2011년 농협 준법감시 담당자 교육’은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시작됐다. 준법감시 담당자는 임직원이 관련 법령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지 감시하는 회사 내부 직원으로, 이날 약 200명이 참석했다. 발표자가 자기반성에 이어 준법감시 담당자에게만 공개한 각종 ‘내부사고’ 통계는 농협이 금융전산사고가 터지기 전부터 각종 사고의 ‘지뢰밭’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날 교육에 참석한 준법감시 담당자들에 따르면 신용, 농업경제, 축산경제 등 농협 3개 사업 부문 전체에서 일어난 각종 사고금액은 지난해 2900억 원으로 2009년 1770억 원보다 64%나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사고가 급증했던 2008년의 2630억 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사고금액은 농협 내부 직원뿐 아니라 고객이 초래한 손실금액을 모두 합친 것이다. 이 가운데 사고를 수습하더라도 회수가 불가능한 피해금액은 2009년 750억 원에서 지난해 1554억 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신용사업 부문에서 △농협 직원이 고객 돈을 횡령하거나 △신분증을 위조해 부정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부실대출’ 등 금융사고도 2009년 15건에서 지난해 24건으로 늘었다. 금융 부문에서만 한 달에 두 번꼴로 금융사고가 터진 셈이다. 이에 따른 피해금액도 같은 기간 14억 원에서 111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사고가 빈발하면서 지난해 말 현재 농협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금액은 1조5149억 원으로 우리은행(1조9964억 원)에 이어 은행권 2위다. 시중은행의 한 준법감시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의 연간 금융사고 건수는 많아야 5, 6건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금융사고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농협에서 금융사고가 치솟는 것을 보면 내부 통제에 큰 허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