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저축銀 사태’ 이렇게 풀자]<下>금융감독시스템 선진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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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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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탑은 하나로, 권한은 여러 곳에 분산… 감독기관 - 금융회사 먹이사슬 구조 깨야

금융감독원은 500명의 검사 인력으로 3300여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권을 독점하고 있다. 이런 독점체제는 금융회사와의 유착 가능성과 부실 감독 가능성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시스템 선진화는 무엇보다도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부적절한 공생(共生)을 조장할 수 있는 감독 독점체제를 깨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 브레이크 없는 금융 감독


금융감독 시스템에 대한 수술은 이미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9일 국무총리실에 꾸려진 민관(民官) 합동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가 메스를 잡았다. 하지만 TF 활동 초반부터 마찰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9일 “금융감독권을 그냥 아무 기관에나 주자고 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감독권 독점을 고수하자는 입장은 아니다. 그는 예금보험공사에 저축은행에 대한 단독 조사권을 주는 데 대해 긍정적이지만 한국은행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그러나 견제와 균형을 위해선 한국은행에도 은행 단독 조사권을 주고, 제2금융권에 대해 자료 제출 요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한은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싸늘한 여론을 의식한 금감원도 자체 쇄신방안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0일 “금감원 업무에 대해 외부 개방을 대폭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파생상품, 회계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가 외부 위탁검사 대상이다. 예보와 번갈아가면서 조사하는 교차검사 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다만 금융회사에 대한 일반적인 감독·검사권한 자체는 현행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성역 없는 폭넓은 논의를 통해 새로운 검사·감독체계를 만들지 못하면 제2, 제3의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낙하산 감사’가 사라지더라도 사외이사 독점 등 또 다른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복수 감독체제 전환이 추세


전문가들은 금융회사의 성격에 따라 전문성 있는 기관에 감독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독권 독점의 폐해가 감독권 중복에 따른 낭비보다 크기 때문에 복수의 기구들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들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감독체계를 속속 개편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안정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동시에 일부 국가에서는 감독 기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재무부 내에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금융서비스감시위원회(FSOC)를 만들고 중앙은행과 은행감독청, 예금보험공사, 주정부 등으로 감독권을 분산했다. 독일은 중앙은행에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 기능을 주고, 금융감독청에 금융기관 인허가와 규제 업무를 맡겼다. 우리나라 금감원의 설립 모델이었던 영국 금융감독청(FSA)은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에 흡수됐다.

전문가들은 “국가마다 금융시장 환경이 다른 만큼 검사·감독권에도 ‘정답’이 없다”며 “외국 사례를 무조건 수용할 게 아니라 한국의 현실과 외국 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도 금융감독을 총괄할 수 있도록 금융위의 기능을 개선하는 한편 금감원의 검사권 가운데 전체적인 경제 흐름을 다루는 거시 건전성 감독은 중앙은행인 한은이 맡고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된 금융기관 감독은 예보가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금융상품 구조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소비자 피해가 커지는 만큼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시적 금융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거시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하며 이 부문은 중앙은행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예보는 금감원과 공동 검사를 할 수 있지만 지금 같은 제한적인 기능만으로는 금융기관의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기 어렵다”며 “예보에 부실 징후가 보이는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 검사와 조사권을 허용하는 등 부실 예방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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