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외환銀 인수 승인 보류 결정… 거센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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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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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주가 14.94% 급락 ‘패닉’

금융당국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보류한 데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당분간 승인하지 않기로 하면서 하나금융이 거센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6개월 동안 공들인 인수계약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하자 하나금융의 시가총액은 13일 하루에만 1조6000억 원이나 증발했다. 인수자금을 댔던 재무적 투자자들이 집단 반발할 가능성도 커 하나금융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론스타도 국제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금융당국의 판단 유보가 국제 분쟁으로 번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약 2년반만에 하한가 기록

외환은행 인수가 불발에 그칠 것이란 우려는 곧바로 하나금융 주가에 충격을 줬다. 13일 주식시장에서 하나금융은 오전부터 하한가로 추락해 14.94% 떨어진 3만78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12일 10조8157억 원에서 13일 9조1994억 원으로 1조6163억 원이 줄었다. 하나금융이 하한가를 기록한 것은 2008년 11월 20일 이후 약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반면 외환은행은 고배당 기대감 등으로 12.81%가 오른 9950원에 장을 마쳤다.

증권사들도 하나금융에 대한 투자의견을 낮추고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자금 조달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고 리딩뱅크들과 경쟁할 기회를 놓치게 돼 주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금융시장의 경쟁구도는 우리 KB 신한 등과 함께 자산 300조 원 이상의 ‘빅4’ 금융지주 체제로 굳어질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하나금융의 총자산은 207조 원(3월 말 기준)에 그쳐 규모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인수 조건으로 유치한 투자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1조335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투자자들은 주당 4만2800원에 주식을 매입했다. 인수가 무위로 돌아가면 하나금융 주가는 외환은행 인수 프리미엄이 붙기 전 수준(지난해 11월 15일 기준 3만2100원) 이하로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손해를 보는 투자자들은 이탈하거나 최악의 경우 소송에 나설 수 있다. 또 하나금융은 올해 1분기에만 1조4200억 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것 역시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발행한 것이어서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 역시 세계은행 산하 기구인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를 통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의 국내 법률대리인은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국제투자중재 조약 내용을 따져보고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밝혔다.

○ 다급한 하나금융, 대책 마련에 분주

하나금융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3일 오전 임원진과 마라톤 회의를 한 데 이어 오후에는 긴급 이사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 회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이를 위해 론스타와 계약 연장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지난해 11월 24일 외환은행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6개월간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이달 24일을 넘기면 양측 모두 계약을 파기할 권리를 갖게 된다. 론스타가 계약 연장에 합의하지 않으면 금융위의 최종 결정과 무관하게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된다는 뜻이다.

재무적 투자자 설득 작업에도 나섰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되면 주주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설 계획이 있다”며 “미국계 은행을 인수하거나 비(非)은행 부문에도 적극 뛰어들 생각인데, 이쪽에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활용하고, 남는 자금이 있다면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국내외 주요 주주 및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댄 국내외 투자자에게 콘퍼런스 콜 등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시장 안정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아직 거래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는 데까지 해보고, 해결이 안 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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