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이새샘 차장

동아일보 산업2부

구독 10

추천

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amsa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산업31%
부동산20%
칼럼17%
기업13%
건설10%
교통3%
운수/교통3%
경제일반3%
  • 흥행기록 2위 ‘내부자들’ 감독판 공개…뒷얘기 들어보니

    오프닝도, 엔딩도 바뀌었다. 인물은 더 깊어졌다. 24일 현재 관객 약 660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흥행 기록 2위로 올라선 ‘내부자들’이 감독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을 31일 선보인다. 1위는 ‘친구’로 약 820만 명 추산. 감독판 ‘내부자들’은 130분에서 180분으로 러닝타임이 50분 늘어났다. 늘어난 분량에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와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검사 우장훈(조승우) 등이 각각 어떤 인물인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여럿 추가됐다. 줄거리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후 사정을 보여주는 장면들도 더해졌다. 우선 ‘디 오리지널’은 안상구가 기자회견 직전 기자와 따로 인터뷰를 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기존 ‘내부자들’은 안상구(이병헌)가 자신을 배신한 이강희(백윤식)와 여당 대선후보 장필우(이경영)에게 복수하기 위해 비리 폭로 기자회견을 여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안상구는 “이런 일을 왜 하느냐”는 질문에 잭 니컬슨이 나오는 영화 ‘차이나타운’ 이야기를 하며 동문서답한다. 이병헌이 인터뷰에서 “편집 과정에서 빠져서 아쉬웠다”고 꼽은 장면이기도 하다. 안상구가 연예기획사 사장으로 감독이나 제작자를 쥐고 흔드는 위치의 인물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도 추가됐다. 이강희와 안상구가 어떻게 만났고, 어느 정도로 오랜 관계였는지, 왜 안상구가 이강희를 그토록 믿었는지를 보여주는 두 사람의 과거 얘기도 등장한다. 조국일보 편집국장(김의성)은 기존 영화에서 ‘통편집’됐다 이번에 되살아났다. 그가 이강희가 쓰는 칼럼을 두고 대화하는 모습이나 다른 편집국 부장들과 함께 비밀 편집회의를 하는 장면이 여럿 삽입됐다. 이를 통해 이강희가 단순히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한 누군가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 또 이강희가 어떤 인물인지가 좀더 확실히 드러난다. 영화를 봤던 관객이라면 통쾌해할 만한 장면도 있다. 바로 섬뜩한 톱질 실력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조 상무(조우진)의 최후다. 그는 영화 속에서 장필우와 재벌 오 회장(김홍파)의 수족 노릇을 하며 안상구의 팔을 직접 자른 인물이다. 기존 영화의 결말대로 안상구와 우장훈의 후일담으로 끝나는 듯 하던 ‘디 오리지널’은 엔딩 크레딧 도중에 새로운 결말도 넣어뒀다. 백윤식이 “이 장면 때문에 이강희 역할을 수락했다”고 할 정도로 애착을 보인 장면이다. 우민호 감독은 ‘디 오리지널’에 대해 “개봉 전 최종 편집본이었던 3시간 40분 분량에서 호흡이 긴 부분만 잘라냈다. 빠진 장면이 없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봤던 관객이라면 등장인물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에, 보지 않았던 관객이라면 좀 더 친절한 사건 전개에 만족할 만하다. 3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있느라 겪을 요통과 요의(尿意)만 참을 수 있다면. 18세 이상.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5-12-24
    • 좋아요
    • 코멘트
  • 3D로 부활한 애니메이션 고전들…스누피, 어린왕자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방학도 시작했다. 연말연시의 따스한 기운을 담뿍 담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만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하고 있다. 올해는 고전을 스크린 위로 되살려낸 애니메이션 2편이 한꺼번에 개봉한다. 1943년 출판된 원작 동화를 3차원(3D) 애니메이션과 스톱모션 기법을 결합해 재탄생시킨 ‘어린왕자’(23일 개봉)와 1950∼2000년 연재된 만화 ‘피너츠’를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24일 개봉)다. 두 원작 모두 3D 애니메이션으론 처음 만들어졌다.○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하는 일마다 매번 실패만 겪는 찰리 브라운이 어느 날 앞집에 이사 온 빨간 머리 소녀에게 한눈에 반한다. 소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스누피의 도움을 받아 장기자랑과 댄스대회에 도전하지만 매번 남을 돕다가 낭패를 보고 만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찰리는 우연히 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천재 소리를 듣는다. 스누피는 찰리의 풋사랑에 영감을 받아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파일럿 스누피가 암컷 파일럿 피피와 사랑에 빠진다는 소설 집필에 착수한다.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스티브 마티노 감독은 “‘스누피’에는 완벽한 직선이나 완벽한 동그라미가 없다. 원작의 울퉁불퉁한 펜 선을 그대로 살렸다”고 말했다. 생전 “누구도 내 만화에는 함부로 손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던 원작자 찰스 슐츠(1922∼2000)의 그림체를 최대한 반영한 것이다. 캐릭터마다 1000여 장씩의 샘플을 제작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택하는 정성을 기울여 찰리 브라운 캐릭터 완성에만 약 2년이 걸렸다. 덕분에 2003년 제작을 시작해 완성까지 10여 년이 걸렸다. 초등학교 저학년용이지만 스누피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20∼40대 관객들이 보기에도 지루하지 않다. ○ ‘어린왕자’ 이 작품은 친구 하나 없이 엄마가 짜 놓은 인생 계획표대로 살아가던 모범생 소녀가 사립학교 입시에 떨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재시험을 보기 위해 사립학교 근처로 이사한 소녀는 옆집의 괴짜 조종사 할아버지와 마주친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사막에서 조난당했을 때 만났던 어린왕자와 그에게 들었던 먼 행성들의 이야기를 소녀에게 전한다. 어린왕자 이야기에 한 소녀의 이야기를 덧씌운 액자식 구성 덕분에 이야기가 풍성해졌다. 특히 원작의 이야기가 끝난 뒤 소녀가 병상에 누운 할아버지를 위해 어린왕자를 찾아 나선다는 후반부가 참신하다. 네모난 집, 네모난 자동차, 네모난 빌딩을 통해 규격에 맞춘 어른들의 삶을 풍자하는 등 원작의 우화적 성격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애니메이션은 두 가지 방식으로 제작됐다. 소녀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3D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완성했다. 극중 극 형태로 삽입된 어린왕자 이야기는 원작 삽화를 그대로 본뜬 종이인형을 만들어 스톱모션 기법으로 제작했다. 여우와 장미 등 주요 캐릭터는 물론이고 사막 하늘 등 배경까지 따뜻하고 투박한 종이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다. 레이철 매캐덤스, 제임스 프랭코, 베니치오 델 토로, 마리옹 코티야르 등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자로 참여했다.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와 부모 사이에 좋은 대화거리가 될 만한 영화다. “어른이 되는 건 문제가 아냐. 어린시절을 잊는다는 게 문제지”라는 할아버지의 대사도 동심을 잊은 어른에게 유효한 감동을 안겨 준다. 두 작품 모두 전체 관람가.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2-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성탄절 온 가족이 함께…3D로 만나는 ‘어린왕자’ ‘스누피’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방학도 시작했다. 연말연시의 따스한 기운을 담뿍 담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만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하고 있다. 올해는 고전을 스크린 위로 되살려낸 애니메이션 2편이 한꺼번에 개봉한다. 1943년 출판된 원작 동화를 3D 애니메이션과 스톱모션 기법을 결합해 재탄생시킨 ‘어린왕자’(23일 개봉)와 1950~2000년 연재된 만화 ‘피너츠’를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24일 개봉)다. 두 원작 모두 3D 애니메이션으론 처음 만들어졌다. ○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하는 일 마다 매번 실패만 겪는 찰리 브라운이 어느 날 앞집에 이사 온 빨간 머리 소녀에게 한눈에 반한다. 소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스누피의 도움을 받아 장기자랑과 댄스대회에 도전하지만 매번 남을 돕다가 낭패를 보고 만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찰리는 우연히 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천재 소리를 듣는다. 스누피는 찰리의 풋사랑에 영감을 받아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파일럿 스누피가 암컷 파일럿 피피와 사랑에 빠진다는 소설 집필에 착수한다.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스티브 마티노 감독은 “‘스누피’에는 완벽한 직선이나 완벽한 동그라미가 없다. 원작의 울퉁불퉁한 펜 선을 그대로 살렸다”고 말했다. 생전 “누구도 내 만화에는 함부로 손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던 원작자 찰스 슐츠(1922~2000)의 그림체를 최대한 반영한 것이다. 캐릭터마다 1000여 장씩의 샘플을 제작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택하는 정성을 기울여 찰리 브라운 캐릭터 완성에만 약 2년이 걸렸다. 덕분에 2003년 제작을 시작해 완성까지 10여 년 걸렸다. 초등학교 저학년용이지만 스누피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20~40대 관객들이 보기에도 지루하지 않다. ○ ‘어린왕자’ 이 작품에는 친구 하나 없이 엄마가 짜 놓은 인생 계획표대로 살아가던 모범생 소녀가 사립학교 입시에 떨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재시험을 보기 위해 사립학교 근처로 이사한 소녀는 옆집의 괴짜 조종사 할아버지와 마주친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사막에 조난당했을 때 만났던 어린왕자와 그에게 들었던 먼 행성들의 이야기를 소녀에게 전한다. 어린왕자 이야기에 한 소녀의 이야기를 덧씌운 액자식 구성 덕분에 이야기는 풍성해졌다. 특히 원작의 이야기가 끝난 뒤 소녀가 병상에 누운 할아버지를 위해 어린왕자를 찾아 나선다는 후반부가 참신하다. 네모난 집, 네모난 자동차, 네모난 빌딩을 통해 규격에 맞춘 어른들의 삶을 풍자하는 등 원작의 우화적 성격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애니메이션은 두 가지 방식으로 제작됐다. 소녀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3D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완성했다. 극중 극 형태로 삽입된 어린왕자 이야기는 원작 삽화를 그대로 본뜬 종이인형을 만들어 스톱모션 기법으로 제작했다. 여우와 장미 등 주요 캐릭터는 물론 사막 하늘 등 배경까지 따뜻하고 투박한 종이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다. 레이첼 맥아담스, 제임스 프랭코, 베냐치오 델 토로, 마리옹 코티아르 등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자로 참여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와 부모 사이에 좋은 대화거리가 될 만한 영화다. “어른이 되는 건 문제가 아냐. 어린시절을 잊는다는 게 문제지”라는 할아버지의 대사도 동심을 잊은 어른에게 유효한 감동을 안겨 준다. 두 작품 모두 전체 관람가.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2-23
    • 좋아요
    • 코멘트
  • 서로의 상처 보듬는 바닷가 네자매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던 세 자매에게 15년 전 자신들을 버린 아버지의 부고가 전해진다. 맏언니 사치(아야세 하루카), 둘째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셋째 지카(가호)는 장례식장에서 배다른 여동생 스즈(히로세 스즈)를 만난다. 아버지가 바람을 피운 상대의 딸이기도 한 소녀. 세 자매는 스즈에게 “같이 살자”며 손을 내민다. ‘바닷마을 다이어리’(12세 이상)는 영화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산꼭대기와 골짜기를 잘라내고 중턱만 그린 영화”다. 영화는 128분 동안 작은 어촌의 낡은 일본 가옥에서 벌어지는 자매들의 일상을 담는다. 서로 옷을 뺏어 입느라 톡탁거리고, 매니큐어를 칠해주며 깔깔대고, 계절 음식을 해먹는 완만한 일상 속에서 상처는 작은 가시처럼 불쑥 튀어나온다. 사치는 아버지를 닮은 남자를 사랑하고, 요시노는 자매를 두고 집을 뛰쳐나간 어머니를 꼭 닮았다. 지카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그의 습관을 몸에 지니고 있고, 스즈는 언니들의 가족을 망쳤다는 죄책감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지 못한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시선에서 자매들을 지켜보는 영화”라는 감독의 설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영화는 환상에 가까울 정도로 시종일관 따뜻하고 고즈넉하다. 영화가 품은 온기 안에는 상처이자 위안이라는 가족의 의미가 녹아 있다. 그동안 아이가 뒤바뀐 두 가족의 이야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년),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의 생존기 ‘아무도 모른다’(2004년) 등 가족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담았던 고레에다 감독은 올해 데뷔 20년을 맞아 ‘바닷마을…’로 쉼표를 찍은 뒤 좀 더 넓은 세계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모습을 담은 사회성 짙은 작품을 구상 중이다. 브라질 이민자나 오키나와 사람들처럼 일본 번영기에 잊혀지고 버려졌던 이들의 이야기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복 여동생에게 손 내민 세자매…고레에다 감독이 말하는 가족의 의미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던 세 자매에게 15년 전 자신들을 버린 아버지의 부고가 전해진다. 맏언니 사치(아야세 하루카), 둘째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셋째 치카(#카호)는 장례식장에서 배다른 여동생 스즈(히로세 스즈)를 만난다. 핏줄이 이어진 동생이지만 아버지가 바람을 피운 상대의 딸이기도 한 소녀. 자신들의 어린시절 마냥 혼자가 된 스즈에게 세 자매는 “같이 살자”며 손을 내민다. ‘바닷마을 다이어리’(17일 개봉·12세 이상)는 영화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산 꼭대기와 골짜기를 잘라내고 중턱만 그린 영화”다. 영화는 128분 동안 작은 어촌마을의 낡은 일본 가옥에서 벌어지는 자매들의 일상을 담는다. 서로 옷을 뺏어 입느라 투덕거리고, 매니큐어를 칠해주며 깔깔대고, 계절에 맞는 음식을 해먹는 완만한 일상 속에서 상처는 작은 가시처럼 불쑥 튀어나온다. 사치는 아버지를 닮은 남자를 사랑하고, 요시노는 자매를 두고 집을 뛰쳐나간 어머니를 꼭 닮았다. 치카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그의 습관을 몸에 지니고 있고, 스즈는 언니들의 가족을 망쳤다는 죄책감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지 못한다. 자매는 하나같이 의젓하고 속이 깊고, 마을 사람들은 부모 대신 자매를 따뜻하게 품는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시선에서 자매들을 지켜보는 영화”라는 감독의 설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영화는 환상에 가까울 정도로 시종일관 따뜻하고 고즈넉하다. 영화가 품은 온기 안에는 상처이자 위안이라는 가족의 의미가 녹아 있다. 다만 아이가 뒤바뀐 두 가족의 이야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년),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의 생존기 ‘아무도 모른다’(2004년) 등 가족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담았던 그의 전작을 좋아했던 팬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 고레에다 감독의 차기작 계획을 전한다. 올해 데뷔 20년을 맞은 감독의 세계는 ‘바닷마을…’로 쉼표를 찍은 뒤 좀더 넓어질 모양이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모습을 담는 사회성 짙은 작품을 구상 중이다. 브라질 이민자들이나 오키나와 사람들처럼 일본이 번영하는 과정에서 잊혀지고 버려졌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2-17
    • 좋아요
    • 코멘트
  • 복고로 문 열고 영웅들에 밀리다 쌍천만 누리다

    《 “복고 열풍으로 시작해 영웅들에게 점령당했다가 ‘쌍천만’을 누리고 세자와 사제와 깡패에 열광하다.” 2015년 한국 영화계는 급격한 희비쌍곡선을 그렸다. 한국 영화는 2월 ‘국제시장’(1426만 명)의 관객 1000만 명 돌파로 상큼하게 문을 열었지만 이후 대작 부재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극심한 관객 기근에 시달렸다. 그 대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1049만 명)을 비롯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612만 명),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384만 명) 등 외화 중심으로 관객이 들었다. 다행히 6월 영화 ‘연평해전’(604만 명)이 흥행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여름철 ‘암살’과 ‘베테랑’이 각각 1270만 명, 1341만 명을 모으며 ‘쌍천만’을 기록했다. 한국 영화 흥행 바람은 ‘사도’(624만 명)와 ‘검은 사제들’(16일 현재 542만 명), ‘내부자들’(〃 613만 명)로 이어졌다. 이로써 올해 1000만 영화가 4편(한국 영화 3편), ‘중대박’으로 치는 500만∼800만 영화가 7편(한국 영화 4편)이 나왔다. 하지만 300만∼500만 영화 8편 중 한국 영화는 2편에 그쳐 ‘한국 영화에 허리가 없다’는 우려가 지난해에 이어 제기됐다. 동아일보 영화 담당 기자들이 한 해를 돌아보며 ‘우리끼리 어워드’를 시상했다. 대리수상은 괜찮지만 수상 거부는 ‘반사’한다. 》▽고구마&사이다 상=‘베테랑’부터 ‘내부자들’까지 고구마 10개를 먹은 것같이 꽉 막힌 현실의 갑갑함을 사이다 ‘원샷’한 듯 통쾌하게 뚫어주는 영화들이 대세를 이뤘다. 관객에게 가장 많이 고구마를 먹인(?) 배우는 역시 ‘베테랑’에서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를 연기한 유아인. 실감나는 악역 연기 덕분에 서도철(황정민)과 벌이는 마지막 난투극이 사이다처럼 짜릿했다. ▽최고의 각색 상=한국 현대사를 돌아본 ‘국제시장’을 시작으로 ‘극비수사’ ‘사도’ ‘소수의견’ 등 역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많았다. ‘연평해전’처럼 실제 사건을 충실히 반영하거나, ‘간신’처럼 섹시하게 풀어내는 등 방법도 다양했다. 최고의 각색은 일제강점기를 흥미진진한 활극으로 풀어내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면 실패한다’는 충무로 속설을 깬 ‘암살’이다. ▽파괴지왕 상=통쾌함이 강조됐던 한 해인 만큼 때리고 부수는 영화도 많았다. 꽉 막힌 명동 거리를 자동차 한 대로 뚫어버린 ‘베테랑’이나 서울 지하철을 탈선시킨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불꽃놀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귀청을 찢을 듯한 엔진 소리와 스턴트 액션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관객들의 심장을 관통했다. ▽형광등 100개 켠 미모 상=여배우들이 활약한 한 해였다. 문채원이 왈가닥 매력으로 승부한 ‘오늘의 연애’, 한효주를 위한, 한효주에 의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가 분발했지만 ‘끝판왕’은 따로 있었다. 안경을 껴도, 거적때기 군복을 입어도, 그녀의 피부에선 형광등 심은 듯 빛이 났다. 대륙의 여신, 전.지.현. ▽걸크러시 상=같은 여성에게도 ‘심쿵’을 유발하는 터프한 언니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매드맥스’의 퓨리오사,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일사 등이 할리우드 대표 ‘센 언니’였다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은 세탁기와 빗자루, 명함 등을 이용한 섬뜩한 ‘알바’ 실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두둑한 뱃살에 산발한 머리, 식칼 액션으로 무장한 ‘차이나타운’의 김혜수가 가장 강렬했다. ▽신출귀몰 상=유해진, 배성우, 진경 등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 배우들이 많았다. 이경영은 올해도 10여 편에 출연하며 최다 출연자에게 주는 ‘올해의 이경영 상’ 제정 필요성에 다시 한번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신 내린 흥행 ‘감’을 보여준 배우는 따로 있었다.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으로 4000만 관객을 기록한 ‘천만요정’ 오달수다. ▽구관이 명관 상=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속편이 많이 개봉한 만큼 해외 스타들의 내한도 잦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번스, 마크 러펄로(이상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아널드 슈워제네거, 에밀리아 클라크(이상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토머스 생스터, 이기홍(이상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 등이다. 최고의 내한 스타는 한국 팬들에게 남긴 자필 편지 마지막에 삐뚤빼뚤한 한글로 서명을 해준 ‘톰 형님’(‘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일 듯. ▽베스트 코스튬 상=‘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며 양복점에 본부를 차린 ‘킹스맨’에서 이미 눈치 챘다. 올해는 ‘코스튬 플레이’의 해가 될 거라는 걸. 위아래 쫄쫄이 챙겨 입은 슈퍼 히어로들의 향연(‘어벤져스2’)도 인상적이었지만 최고는 역시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이 입은 사제복이다. ‘성스러운 섹시함’이라는 형용모순을 가능케 하는 기적으로 갖은 간증을 끌어냈다. 강조한다. 그냥 사제복 아니고 ‘강동원이 입은 사제복’이다. ▽끝내주는 한마디 상=‘베테랑’은 상세한 용어 설명으로 전 국민의 일반상식 증진에 기여한 “어이가 없네∼”, 배우 강수연의 평소 말버릇을 공짜로 빌려 쓴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배우 마동석이 ‘귀요미’ 매력을 터뜨린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등 ‘명대사 밭’이었다. 하지만 11월 개봉한 ‘내부자들’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병헌의 애드리브로 탄생한 “모히토에서 몰디브나 마실까”다. 영화도 살리고 이병헌 본인도 살린, 최고의 대사였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2-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쌍천만’ 누리고 사제와 깡패에 열광한…2015년 영화계 결산

    《‘복고 열풍으로 시작해 영웅들에게 점령당했다가 ‘쌍천만’을 누리고 세자와 사제와 깡패에 열광하다.’ 2015년 한국 영화계는 급격한 희비쌍곡선을 그렸다. 한국 영화는 2월 ‘국제시장’(1426만 명)의 관객 1000만 명 돌파로 상큼하게 문을 열었지만 이후 대작 부재와 메르스 사태로 극심한 관객 기근에 시달렸다. 대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1049만 명)을 비롯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612만 명)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384만 명) 등 외화 중심으로 관객이 들었다. 다행히 6월 영화 ‘연평해전’(604만 명)이 흥행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여름철 ‘암살’과 ‘베테랑’이 각각 1270만 명, 1341만 명을 모으며 ‘쌍천만’을 기록했다. 한국 영화 흥행 바람은 ‘사도’(624만 명)와 ‘검은 사제들’(16일 현재 542만 명) ‘내부자들’(〃 613만 명)로 이어졌다. 이로써 올해 1000만 영화가 3편, ‘중대박’으로 치는 500만~800만 영화가 7편(한국 영화 4편)이 나왔다. 하지만 300만~500만 영화 8편 중 한국 영화는 2편에 그쳐 ‘한국영화에 허리가 없다’는 우려가 지난해에 이어 제기됐다. 동아일보 영화담당 기자들이 한 해를 돌아보며 ‘우리끼리 어워드’를 시상했다. 대리수상은 괜찮지만 수상 거부는 ‘반사’한다.》▽‘고구마&사이다’ 상=‘베테랑’부터 ‘내부자들’까지 고구마 10개를 먹은 것 같이 꽉 막힌 현실의 갑갑함을 사이다 ‘원샷’한 듯 통쾌하게 뚫어주는 영화들이 대세를 이뤘다. 관객에게 가장 많이 고구마를 먹인(?) 배우는 역시 ‘베테랑’에서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를 연기한 유아인. 실감나는 악역 연기 덕분에 서도철(황정민)과 벌이는 마지막 난투극이 사이다처럼 짜릿했다. ▽최고의 각색 상=한국 현대사를 돌아본 ‘국제시장’을 시작으로 ‘극비수사’ ‘사도’ ‘소수의견’ 등 역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많았다. ‘연평해전’처럼 실제 사건을 충실히 반영하거나, ‘간신’처럼 섹시하게 풀어내는 등 방법도 다양했다. 최고의 각색은 일제강점기를 흥미진진한 활극으로 풀어내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면 실패한다’는 충무로 속설을 깬 ‘암살’이다. ▽‘파괴지왕’ 상=통쾌함이 강조됐던 한해인 만큼 때리고 부수는 영화도 많았다. 꽉 막힌 명동 거리를 자동차 한 대로 뚫어버린 ‘베테랑’이나 서울 지하철을 탈선시킨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불꽃놀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대표적이다. 그 중에도 귀청을 찢을 듯한 엔진 소리와 스턴트 액션의 ‘매드맥스: 분노의 질주’는 관객들의 심장을 관통했다. ▽형광등 100개 켠 미모 상=여배우들이 활약한 한 해였다. 문채원의 왈가닥 매력으로 승부한 ‘오늘의 연애’, 한효주를 위한, 한효주에 의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가 분발했지만 ‘끝판왕’은 따로 있었다. 안경을 껴도, 거적때기 군복을 입어도, 그녀의 피부에선 형광등 심은 듯 빛이 났다. 대륙의 여신, 전.지.현. ▽‘걸크러쉬’ 상=같은 여성에게도 ‘심쿵’을 유발하는 터프한 언니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매드맥스’의 퓨리오사,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일사 등이 할리우드 대표 ‘센 언니’였다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은 세탁기와 빗자루, 명함 등을 이용한 섬뜩한 ‘알바’ 실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두둑한 뱃살에 산발한 머리, 식칼 액션으로 무장한 ‘차이나타운’의 김혜수가 가장 강렬했다. ▽신출귀몰 상=유해진, 배성우, 진경 등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 배우들이 많았다. 이경영은 올해도 10여 편에 출연하며 최다 출연자에게 주는 ‘올해의 이경영 상’ 제정 필요성에 다시 한번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신 내린 흥행 ‘감’을 보여준 배우는 따로 있었다.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으로 ‘쌍천만’ 아닌 ‘삼천만’을 기록한 ‘천만요정’ 오달수다. ▽구관이 명관 상=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속편이 많이 개봉한 만큼 해외 스타들의 내한도 잦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마크 러팔로(‘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아놀드 슈왈제네거, 에밀리아 클라크(‘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토마스 생스터, 이기홍(‘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 등이다. 최고의 내한 스타는 한국 팬들에게 남긴 자필 편지 마지막에 삐뚤빼뚤한 한글로 서명을 해준 ‘톰 형님’(‘미션 임파서블’)일 듯. ▽베스트 코스튬 상=‘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며 양복점에 본부를 차린 ‘킹스맨’에서 이미 눈치 챘다. 올해는 ‘코스튬 플레이’의 해가 될 거라는 걸. 위아래 쫄쫄이 챙겨 입은 슈퍼 히어로들의 향연(‘어벤져스2’)도 인상적이었지만 최고는 역시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이 입은 사제복이다. ‘성스러운 섹시함’이라는 형용모순을 가능케 하는 기적으로 갖은 간증을 끌어냈다. 강조한다. 그냥 사제복 아니고 ‘강동원이 입은 사제복’이다. ▽끝내주는 한마디 상=‘베테랑’은 상세한 용어 설명으로 전 국민의 일반상식 증진에 기여한 “어이가 없네~”, 배우 강수연의 평소 말버릇을 공짜로 빌려 쓴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배우 마동석이 ‘귀요미’ 매력을 터뜨린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등 ‘명대사 밭’이었다. 하지만 11월 개봉한 ‘내부자들’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병헌의 애드리브로 탄생한 “모히토에서 몰디브나 마실까”다. 영화도 살리고 이병헌 본인도 살린, 최고의 대사였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2-16
    • 좋아요
    • 코멘트
  •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평범한 女히어로 ‘에이전트 카터’의 매력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나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올해 할리우드의 트렌드 중 하나는 ‘강한 여성’이었다. 드라마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특히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히어로물에서 여성 캐릭터가 약진했다. 슈퍼맨의 사촌 누나가 주인공인 ‘슈퍼걸’, 모종의 사고로 엄청난 근력을 얻게 된 제시카 존스를 내세운 ‘제시카 존스’ 등이 모두 올해 첫 시즌을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내년 1월 시즌 2가 방영되는 ‘에이전트 카터’는 그 선배 격인 드라마라고 할 만하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년)를 본 팬이라면 주인공 페기 카터(헤일리 애트웰)가 익숙할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를 알아보고 성장시킨 인물이자,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기도 한 바로 그 카터 요원이다. 드라마는 ‘퍼스트 어벤져’와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년)의 사이, 캡틴 아메리카가 임무 수행 도중 사망한 뒤 홀로 남은 그의 다사다난한 요원 생활을 다루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은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 하워드와 카터를 돕는 비서 자비스(‘아이언맨’에 목소리로만 나오는 바로 그 자비스의 실제 모델이다) 등이다. 슈퍼걸이나 제시카 존스와 달리 카터는 별다른 능력이 없는 평범한 인간이다. 물론 건장한 남자도 능숙하게 때려눕히는 능력의 소유자이긴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직후가 배경인 만큼 여성 요원인 카터의 처지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캡틴 아메리카와의 관계를 아는 (남자) 요원들은 그를 놀려대기 일쑤고, 전화를 받거나 다른 (남자) 요원들의 서류 정리나 떠맡는 게 업무의 전부다. 하지만 카터는 그저 ‘캡틴 아메리카의 그녀’로 치부하기엔 그 누구보다 강한 인물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라. 슈퍼히어로는 대부분 다음 세 종류로 분류된다. 아예 인간이 아니거나(슈퍼맨, 토르 등) 엄청난 능력을 얻었지만 그 부작용 혹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배트맨, 헐크 등), 인간 말종이거나(아이언맨). 이런 약해빠진(?) 히어로들과 달리 카터는 연인을 떠나보낸 상처를 지녔지만 의연하다. 공을 다 빼앗기고도 “난 내 가치를 알아”라고 말할 수 있는 자존감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마블 코믹스에서 단역에 가까웠던 그의 비중이 마블 스튜디오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갑자기 커진 것은 바로 이런 매력 때문일 것이다. 현재 방영 중인 ‘슈퍼걸’이나 ‘제시카 존스’ 외에도 내년 개봉하는 DC코믹스의 ‘베트맨 대 슈퍼맨’에는 원더우먼이 등장하고, 2017년에는 아예 원더우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개봉한다고 한다. 암, 평범한 인간 여자도 이 정도로 해내는데, 강인한 여성 히어로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2-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새 주인공 새 로봇 새 스토리, 새로운 관심 불러일으킬까

    전 세계 영화 팬들이 고대하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17일 개봉한다. 새 ‘스타워즈’ 시리즈의 개봉은 2005년 ‘스타워즈: 시스의 복수’ 이후 10년 만이다.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스타워즈에 대한 관심도는 상상 이상이다. 7편에 해당하는 ‘깨어난 포스’의 관전 포인트를 짚고, 왜 스타워즈의 인기가 수십 년간 식지 않고 더 뜨거워지는지를 분석했다. ‘깨어난 포스’를 배급하는 디즈니코리아는 9일 9분 분량의 푸티지 영상 공개와 함께 J J 에이브럼스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데이지 리들리(레이 역), 존 보예가(핀 역), 애덤 드라이버(카일로 렌 역)의 기자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디즈니 측은 영상 공개 전 기자들에게 영상 관련 기사를 개봉 하루 전 오후 5시까지 쓰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게 하고 휴대전화를 수거했다. 세계적으로 워낙 관심이 높은 터라 미리 내용이 새나가지 않게 하겠다는 의도였다. 이 정도의 극성스러운 보안 유지만큼 ‘깨어난 포스’가 전설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새로운 주인공들은 제 몫을 할까=이번 영화는 ‘제다이의 귀환’(1983년) 이후 수십 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다. 루크, 한 솔로, 레아 공주가 활약했던 시절의 이야기는 신화로 취급되는 시대다. 세월이 흐른 만큼 주인공은 레이, 핀, 카일로 렌 등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이 중 레이는 솔로와 레아 공주를 합친 듯한 인물로 솔로의 우주선인 밀레니엄 팔콘을 자유자재로 조종한다. 리들리는 “레이는 레아 공주처럼 강인한 여성이지만 별다른 배경 없이 성장해 간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핀은 제국군을 계승한 악의 세력인 ‘퍼스트 오더’의 군인으로 처음 등장하지만 나중엔 제다이의 광선검(라이트세이버)을 쥐며 저항군의 편에 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베이더의 뒤를 잇는 악역인 카일로 렌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에이브럼스 감독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다스베이더의 정신과 철학을 이어받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로봇 BB-8은 R2-D2만큼 사랑받을 수 있을까=‘깨어난 포스’에서는 주연 배우와 마찬가지로 로봇도 세대교체 됐다. 과거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간 모습의 C-3PO나 원통형의 R2-D2는 웬만한 등장인물보다 높은 비중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레이 곁을 따라다니는 새 로봇은 BB-8. 커다란 공 위에 작은 공을 얹은 눈사람 모양으로 아래쪽 공을 굴려 자유자재로 이동한다. R2-D2가 레아 공주의 비밀 메시지를 제다이 기사 오비완에게 전하면서 ‘스타워즈’ 시리즈가 시작된 만큼 BB-8도 그에 준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 솔로, 레아 공주 등 과거 캐릭터들이 다시 등장할까=공개된 예고편에서는 한 솔로(해리슨 포드)와 레아 공주(캐리 피셔)의 모습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루크 역의 마크 해밀 역시 출연진 목록에 올라 있다. 솔로의 ‘절친’인 털북숭이 괴물 츄바카도 옛 모습 그대로 등장할 예정이다. C-3PO와 R2-D2, 공화국 전투기 ‘엑스 윙’이나 제국군 전투기 ‘타이 파이터’ 등 추억의 우주선과 로봇도 다시 등장한다. 이 중 솔로는 레이와 핀을 이끌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인물로 그려진다. 에이브럼스 감독은 “해리슨 포드가 솔로의 의상을 입는 순간 과거의 말투와 몸짓으로 돌아갔다”며 “과거와 새 시리즈의 인물들이 만나서 소통하고 때론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2-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쌈 MOVIE]“최민식 카리스마 과연 눈부셔”… “무게 너무 잡아 어깨 빠질지경”

    영화 ‘히말라야’와 같은 날인 16일 개봉하는 영화 ‘대호’(12세 관람가)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 지리산 ‘산군(山君)’으로 불린 조선 호랑이와 명포수 천만덕(최민식)이 주인공이다. 지리산에 남은 마지막 호랑이를 잡으려는 일본군과 조선인 사냥꾼들, 그리고 자신의 과거로 인해 더이상 총을 잡지 않지만 아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냥에 얽히게 되는 만덕의 이야기를 다뤘다. 지난해 영화 ‘명량’으로 한국영화 역대 최다 관객인 1760만 명을 모은 최민식이 영화 ‘신세계’(2012년)의 박훈정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순제작비 140억 원의 블록버스터인 만큼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호랑이와 최민식이 선보이는 연기 호흡도 볼거리다. 영화 속 포수 천만덕은 ‘어느 산이 됐건 산군님들은 건드리는 게 아니다’고 했건만 영화담당 기자 2명이 포수와 산군님의 이야기를 ‘건드려 봤다’. ▽김배중=영화 ‘히말라야’의 배우들도 한 고생 했다지만 ‘대호’ 배우들 고생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겠는데? ▽이새샘=첨단 등산복, 등산 장비 없이 얇은 무명옷에 달랑 짚신 신은 ‘최민식 형님’이 맨손으로 히말라야 못지않게 험한 지리산 타는 모습에 절로 숙연해지더라. 하하. ▽김=입이 얼어서 대사를 할 수 있겠나 싶을 정도였지? 최민식의 연기는 ‘명량’에서나 ‘대호’에서나 카리스마 넘치는 독보적 ‘원톱’으로 흠잡을 데 없었어. ▽이=하기야 호랑이가 무섭게 달려드는데 눈 하나 깜박 않고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포수, 최민식이 아니면 누가 소화할 수 있을까. ▽김=호랑이 CG도 한몫한 것 같아. CG가 자연스러우니까 최민식이 실제 호랑이를 앞에 두고 연기하는 것 같아. ▽이=호랑이가 사람들을 물어뜯고 허공으로 패대기치는 장면은 실감나다 못해 너무 끔찍하게 느껴지던데? 피도 많이 나오고…. 이게 어떻게 ‘12세 관람가’인지 의아할 정도야. ▽김=영화가 전반적으로 너무 ‘진지 열매’ 먹은 건 아쉬웠어. 만덕의 아들 석(성유빈)의 천연덕스러운 전라도 사투리로 분위기를 풀어보려 한 거 같은데 역부족이었지? ▽이=‘히말라야’에 비하면 웃음과 진지함의 완급 조절이 아쉬웠어. 너무 무게 잡아서 어깨 빠지겠던데? 최민식도 황정민에 비하면 치고 빠지는 게 좀 부족해. ▽김=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좀 지루했어. ‘명량’도 영화 초반은 지루했지만 뒷부분 해전 장면에서 지루함을 싹 날렸잖아. 난 최민식이 시원하게 한 방 날려줄 거라고 믿었는데…. ▽이=꼭 시원한 한 방을 날려야만 하는 건가? 모든 것을 잃은 명포수, 짝과 새끼를 잃은 대호, 처지가 비슷한 인간과 동물의 진한 교감이 관전 포인트 같은데. 둘이 서로를 존중하며 교감하는 ‘감정선’이 웬만한 멜로의 주인공들 못지않더라고. ▽김=호랑이가 ‘영물(靈物)’이라지만 그 정도일까. 너무 똑똑한 대호가 흠이야. 의인화된 동물과 사람이 연기 호흡을 맞춘 판타지 같다고 할까. 그러면서도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배경 때문인가 결말이 속 시원하지는 않지. ▽이=‘대호’ ‘히말라야’ 중에 어느 게 더 잘될까? 동료애의 ‘히말라야’와 부성애의 ‘대호’가 붙는 셈인데, 부성애 쪽이 더 강력하지 않나? 터뜨리고 쏘고 물어뜯는 ‘대호’ 쪽이 제대로 된 블록버스터 느낌이기도 하고. ▽김=난 생각이 좀 달라. 추운 연말이니 ‘히말라야’ 같은 따뜻한 감동 스토리가 더 와 닿지 않을까. 지리산의 아찔한 산세는 히말라야 못지않은 절경이지만….김배중 wanted@donga.com·이새샘 기자}

    • 2015-12-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쌈 MOVIE]“에베레스트 조난, 실화의 감동” “실패한 도전… 카타르시스는 글쎄”

    어느새 찬바람에 손끝이 시린 겨울이 왔지만 극장가는 여름 못지않게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암살’과 ‘베테랑’이 맞붙었던 여름처럼 ‘히말라야’와 ‘대호’가 16일 나란히 개봉한다. 각각 순제작비만 105억 원, 140억 원이 든 한국 영화 대작이다. ‘히말라야’(12세 관람가)는 에베레스트를 오르다 목숨을 잃은 동료 산악인의 시신을 찾기 위해 다시 에베레스트를 오른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국제시장’ ‘베테랑’으로 ‘쌍천만’ 배우가 된 황정민이 엄 대장, 정우가 엄 대장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후배 박무택 대원을 맡았다. 라미란, 김인권, 김원해 등 탄탄한 조연진도 포진했다. 지난해 860만 관객을 기록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이석훈 감독이 연출했고 ‘해운대’ ‘국제시장’ 등으로 흥행 ‘감’을 입증해온 JK필름이 제작했다. 산악영화라는 낯선 장르의 ‘히말라야’는 과연 ‘산으로 간 해운대’가 될 수 있을까. 영화 담당 기자 2명이 ‘히말라야’ 정복을 시도해 봤다. ▽이새샘=생고생을 사서 하는 ‘산쟁이’들의 진한 우정이 관전 포인트네. 실화여서 그런가, 마지막엔 결국 눈물이 나던걸. ▽김배중=조난 사고가 나던 2004년에 눈 속에 묻혀 있는 시신 사진을 보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생생해. 영화에도 나오는 바로 그 사진 말이야. 인터넷에서 꽤 화제였는데,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꼭 보러 갈 것 같아. ▽이=해발 3000m가 넘는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촬영을 했다던데 고생 정말 제대로 했겠더라. 배우들이 ‘떡진’ 머리를 벅벅 긁는 게 연기가 아닌 느낌? ▽김=액션캠(신체나 장비 등에 부착한 초소형 캠코더)으로 촬영을 해서 내가 직접 산을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좋았어. 특히 초반 엄 대장이 눈사태에 묻히는 장면에선 나까지 숨이 가쁘더라니까. ▽이=그러면서도 마냥 무겁지만은 않은 게 장점이야. 엄 대장과 박 대원이 처음 만나서 동지애를 쌓아가는 과정이 유쾌하고 코믹하잖아. 배우들 연기 호흡도 좋았지? ▽김=난 초반에 두 사람이 만나서 함께 산을 등정하며 동료애를 쌓는 과정이 너무 급하게 지나간 것 같아서 아쉬웠어. 정말 힘들어서 그랬는지 배우들이 웃고 우는 게 연기 같질 않더라고. 황정민은 특히 ‘베테랑’에 이어 상대 배우를 살려주는 연기를 한 게 인상적이었고. ▽이=박 대원의 로맨스도 아기자기해. 대구 계명대 출신인 박 대원의 사투리가 제대로던데. 과거 휴대용 카세트인 ‘마이마이’나 ‘산울림’ 노래인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를 삽입해 은근슬쩍 복고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고. 단 하나, 히말라야의 절경을 좀 더 많이 보고 싶었는데 너무 찔끔 나와서 아쉬웠어. ▽김=극한 상황의 사투를 다룬다는 점에서 난 ‘해운대’가 자꾸 떠오르더라고. 근데 ‘해운대’가 평범한 사람들이 재난을 당하는 이야기라 보편성이 있었다면 ‘히말라야’는 산악인들에게 한정된 이야기라 과연 흥행할 수 있을지…. ▽이=게다가 결국 실패한 도전에 대한 이야기잖아. 사람이 극적으로 구조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목숨을 잃었고, 목표를 이루지 못했으니. 그래서인지 눈물이 터지는 순간이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순간이 좀 애매하더라고. ▽김=그래도 주말에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등산객 수를 떠올려 보면 보고 싶은 사람들은 많을 듯하고. 일단 영화 속 박 대원처럼 대학 산악부에서 만나 결혼한 우리 부모님한테는 이 영화가 올겨울 ‘필수 등반 코스’가 될 듯. ▽이=‘대호’랑 비교하면 뭐가 더 잘될까? ‘대호’도 산에서 촬영하며 생고생을 했다고 하고, 흥행 1위에 빛나는 ‘명량’의 최민식이 나오고…. ▽김=글쎄, 8일 ‘대호’ 시사를 보고 나서 답해야겠지.이새샘 iamsam@donga.com·김배중 기자 }

    • 2015-12-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핏빛 화면에 불어넣은 셰익스피어 숨결

    3일 개봉한 ‘맥베스’(15세 이상)는 원작 희곡 ‘맥베스’에 깃든 셰익스피어의 숨결까지도 화면에 옮기겠다고 작정한 듯한 영화다. 스코틀랜드 현지에서 촬영이 진행됐고 건물이나 의복 등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각본 작업에는 셰익스피어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과연 영화는 400여 년 전 고전에 제대로 숨결을 불어넣었을까. 안병대 한양여대 영문학과 교수(한국셰익스피어학회장)에게 원작과 영화의 차이점, 주목할 만한 결정적 장면 등에 대해 물어봤다. 안 교수는 “전체적으로 원작의 분위기와 대사를 잘 살렸다. 원작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나온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반란, 대규모 전투, 국왕 시해 장면 등이 나오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중에서도 유난히 피비린내가 진하다. 안 교수는 “원작에 ‘블러디(bloody·피투성이의, 피비린내 나는)’라는 단어가 최소 100번 이상 나올 것”이라며 “영화에도 대규모 전투 장면이나 시해 장면 등이 직접적으로 나오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피가 덜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대신 시각적으로 원작의 분위기를 살려낸다. 특히 도입부와 마지막의 전투 장면이 압도적이다. 영화 도입부 맥베스가 반역자 맥도널드를 처단하는 전투는 새벽녘 푸른 안개가 내려앉은 가운데 치러진다. 하지만 맥베스가 죽는 마지막 전투 장면은 자욱한 핏빛 노을 속에서 펼쳐진다. 용맹하고 충성스러웠던 맥베스가 권력욕에 사로잡힌 ‘블러디 맥베스’가 되는 과정을 색감의 변화로 형상화한 것이다. 안 교수는 “원작과 영화 속 대사의 일치율은 99.5%”라고 말했다. 빠진 대사는 있어도 대사를 알기 쉽게 변형하거나 새로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덕분에 희곡 특유의 운율과 장중함이 살아 있다. 이전에 영화화된 다른 ‘맥베스’에서는 없었던 시도이기도 하다. 영미권 관객 사이에서도 “자막이 필요하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대사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지만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이 거리를 메운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각광받는 마이클 패스벤더(맥베스)와 마리옹 코티야르(맥베스 부인)는 스코틀랜드 억양을 살려 대사를 정확히 소화하면서도 진폭이 큰 감정을 제대로 담아내 ‘연기 보는 맛’만으로도 충분히 러닝타임이 지나간다. 영화에는 원작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전투 장면으로 시작하는 원작과 달리 영화에는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이 자신들이 낳은 아기의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이 맨 처음 삽입됐다. 안 교수는 “맥베스 부부에게 자식이 있었는지는 논문 수백 편이 나올 정도로 중요한 연구 주제”라며 “맥베스 부인의 대사 중 ‘아이에게 젖을 먹여봤다’는 말이 나오는데, 자식이 있었지만 죽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에서 맥베스에게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는 세 마녀는 원작과 달리 어린 소녀와 함께 갓난아기를 안고 등장한다. 안 교수는 “맥베스 부부에게 자손이 없다는 사실, 부부의 상실감을 상기시키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며 “원작을 창조적으로 해석한 훌륭한 각색”이라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2-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화면으로 옮겨간 ‘맥베스’, 원작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은…

    3일 개봉한 영화 ‘맥베스’(15세 이상)는 원작 희곡 ‘맥베스’에 깃든 셰익스피어의 숨결까지도 화면에 옮기겠다고 작정한 듯한 영화다. 스코틀랜드 현지에서 촬영이 진행됐고 건물이나 의복 등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각본 작업에는 셰익스피어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과연 영화는 450년 전 고전에 제대로 숨결을 불어넣었을까. 안병대 한양여대 영문학과 교수(한국셰익스피어학회장)에게 원작과 영화의 차이점, 주목할 만한 결정적 장면 등에 대해 물어봤다. 안 교수는 “전체적으로 원작의 분위기와 대사를 잘 살렸다. 원작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나온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반란, 대규모 전투, 국왕 시해 장면 등이 나오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중에서도 유난히 피비린내가 진하다. 안 교수는 “원작에 ‘블러디(Bloody·피투성이의, 피비린내 나는)’라는 단어가 최소 100번 이상 나올 것”이라며 “영화에도 대규모 전투 장면이나 시해 장면 등이 직접적으로 나오지만 예상했던 것 보다는 피가 덜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대신 시각적으로 원작의 분위기를 살려낸다. 특히 도입부와 마지막의 전투 장면이 압도적이다. 영화 도입부 맥베스가 반역자 맥도널드를 처단하는 전투는 새벽녘 푸른 안개가 내려앉은 가운데 치러진다. 하지만 맥베스가 죽는 마지막 전투 장면은 자욱한 핏빛 노을 속에서 펼쳐진다. 용맹하고 충성스러웠던 맥베스가 권력욕에 사로잡힌 ‘블러디 맥베스’가 되는 과정을 색감의 변화로 형상화한 것이다. 안 교수는 “원작과 영화 속 대사의 일치율은 99.5%”이라고 말했다. 빠진 대사는 있어도 대사를 알기 쉽게 변형하거나 새로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덕분에 희곡 특유의 운율과 장중함이 살아있다. 이전의 다른 영화화된 ‘맥베스’에서는 없었던 시도이기도 하다. 영미권 관객 사이에서도 “자막이 필요하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대사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지만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이 거리를 메운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각광받는 마이클 패스벤더(맥베스)와 마리옹 코티야르(맥베스부인) 은 스코틀랜드 억양을 살려 대사를 정확히 소화하면서도 진폭이 큰 감정을 제대로 담아내 ‘연기 보는 맛’만으로도 충분히 러닝타임이 지나간다. 영화에는 원작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전투 장면으로 시작하는 원작과 달리 영화에는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이 자신들이 낳은 아기의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이 맨 처음 삽입됐다. 안 교수는 “맥베스 부부에게 자식이 있었는지 여부는 논문 수백 편이 나올 정도로 중요한 연구 주제”라며 “맥베스 부인의 대사 중 ‘아이에게 젖을 먹여봤다’는 말이 나오는데, 자식이 있었지만 죽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에서 맥베스에게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는 세 마녀는 원작과 달리 어린 소녀와 함께 갓난아기를 안고 등장한다. 안 교수는 “맥베스 부부에게 자손이 없다는 사실, 부부의 상실감을 상기시키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며 “원작을 창조적으로 해석한 훌륭한 각색”이라고 말했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5-12-02
    • 좋아요
    • 코멘트
  • 폭력과 폭력을 막기위한 폭력은 과연 구별될 수 있는가

    범죄 조직 간 다툼으로 1년에 수천 명이 사망한다. 평범한 주택가 사이에 도륙된 시신이 매달려 있다. 경찰은 카르텔(중남미 마약 조직)의 끄나풀이거나, 카르텔에 납치·살해당하기 일쑤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 북부 후아레스 시, 마약 밀매의 온상인 이 도시에 관한 흉흉한 ‘사실’이다. 3일 개봉하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바로 후아레스 시를 주요 배경으로 한 영화다. ‘시카리오(sicario)’는 스페인어로 암살자, 혹은 살인 청부업자를 뜻한다. FBI 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는 인신매매 조직 소탕 작전 도중 벽 속에 숨겨진 시신 수십 구를 발견한다. 설상가상 현장 수색 도중 창고에서 폭탄이 터지고, 사건에 카르텔이 관련됐다는 의혹이 커진다. FBI는 케이트에게 CIA 요원 맷(조시 브롤린)의 팀에 합류해 사건의 범인을 쫓도록 권한다. 합류 첫날, 후아레스에 잡혀 있는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를 미국으로 호송하는 도중 케이트가 맞닥뜨린 도시의 모습은 상상 이상이다. ‘시카리오’의 세계는 메말라 있다. 겉보기에 능글능글한 맷은 목적을 위해 거짓말도 밥 먹듯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맷과 함께 작전을 이끄는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는 마약 조직을 쫓던 중 가족을 끔찍하게 잃었다. 케이트는 작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규정에서 벗어난 일도 서슴지 않는 두 사람과 사사건건 부딪치며 둘의 행동에 의혹을 품는다. 맷과 알레한드로, 케이트 사이의 팽팽하던 긴장감은 맷의 팀이 멕시코와 미국 국경 사이의 마약 운반용 땅굴을 습격하는 장면에서 급격히 무너진다. 마치 1인칭 컴퓨터 게임처럼 비현실적인 땅굴 총격전 장면 직후로 배치된 반전은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영화는 작전의 정체를 알고 이를 막으려는 케이트와 그를 저지하는 맷, 그리고 목적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리는 알레한드로를 통해 공적 처벌과 사적 복수, 폭력과 폭력을 저지하기 위한 폭력은 과연 구별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간다. 현실이 이미 충분히 잔혹하기 때문일까. 시신 수십 구가 등장하는 범죄 현장과 꽉 막힌 국경지대의 도로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을 비추면서도 영화는 절제를 잃지 않는다. 많지 않은 대사로도 인물에 풍부한 맥락을 부여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의 황량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은 영화의 방점을 찍는다. 미국에서는 10월 개봉해 이미 속편 얘기가 나오고 있다. 18세 이상.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2-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검은 사제들’,‘내부자들’… 쌍끌이 흥행몰이, 비수기를 성수기로

    11월 박스오피스가 들썩이고 있다. 원래 11월은 극장가의 대표적인 비수기다. 여름방학과 추석 대작의 흥행세도 사그라지고 겨울방학 특수를 노린 대작은 개봉하기 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5일 개봉한 ‘검은 사제들’은 24일 450만 관객을 넘어선 데 이어 500만 고지도 쉽게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개봉한 ‘내부자들’도 같은 날 관객 수 200만 명을 기록해 손익분기점(제작비 75억 원·약 23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다. 두 영화의 릴레이 흥행 덕분에 올해 11월 한국 영화 관객 수는 최근 3년 새 최다인 767만6000여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3배에 가깝다.○ 남자 영화 vs 여자 영화 두 영화는 모두 흥행에 불리한 요소를 안고 출발했다. ‘검은 사제들’은 한국 관객에게 낯선 신비적이거나 초자연적인 소재를 다루는 오컬트 장르다. ‘내부자들’은 무거운 소재에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으로 관객층이 두껍지 않았다. 지난해 스캔들 이후 흥행이 부진했던 이병헌의 비중이 높은 것도 불안 요소였다. ‘내부자들’은 ‘한국형 누아르’로 불리며 남성 관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 작품 예매 관객의 남녀 성비는 46 대 54다. CGV 관계자는 “‘내부자들’이 개봉한 주 전체 영화의 남녀 관객 성비는 4 대 6으로 ‘내부자들’의 남성 관객 비율이 다른 작품들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내부자들’의 남성 관객 중에서는 20대와 30대가 각각 39.7%와 37.4%로 특히 높게 나타났다. ‘검은 사제들’은 공포영화 선호도가 높은 10, 20대 여성 관객을 끌어들이며 흥행했다. CGV 리서치센터의 예매 관객 분석에 따르면 지난 주말까지 ‘검은 사제들’을 관람한 관객의 절반 이상인 51.1%가 10, 20대였다. 전체 관객 중 여성의 비율은 65.4%로 ‘여성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 ‘악마적 연기력’ 이병헌 vs ‘우아생강’ 강동원 ‘검은 사제들’ 흥행에는 주인공 최 부제 역을 맡은 강동원의 힘이 컸다. 요즘 인터넷에는 ‘우아생강’ 혹은 ‘생강’이라는 강동원의 별칭이 뜨고 있다.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 강동원’의 준말이다. “동네 성당 신부님이 ‘검은 사제들’을 본 뒤 ‘그런 얼굴이면 신부 안 한다’고 하더라” 식으로 강동원 ‘미모’를 찬양하는 얘기들이 떠돈다. 그만큼 사제복 입은 강동원이 화제라는 얘기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강동원은 줄거리를 끌어가기보다는 상대를 받아주는 역, 다소 상처가 있으면서도 순수한 인물을 연기할 때 폭발력이 큰데 ‘검은 사제들’에서 적역을 맡았다. 오컬트 영화가 낯선 관객들에게 일종의 완충작용을 했다”고 설명했다. ‘내부자들’ 역시 이병헌을 포함해 검사 우장훈 역의 조승우 등 주·조연들의 탄탄한 연기가 흥행을 이끌고 있다. 포털 사이트 관람평에도 “이병헌의 연기력은 악마적” “출연자 모두 연기의 신” 등 연기력을 칭찬하는 내용이 많다. 여기에 속도감 있는 전개와 정·재계 유착과 그 이면에 대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풀이된다. 전종혁 영화평론가는 “‘베테랑’에서 알 수 있듯 신념이나 정의가 승리하는 결말의 영화가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주인공들의 복수극이 성공을 거두는 ‘내부자들’, 소녀를 구원해내는 ‘검은 사제들’의 결말이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1-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대중에 물어뜯긴 ‘국민 여동생’ 탈주를 꿈꾸다

    ‘국민 여동생’의 성행위 동영상이 유출된다. 주인공은 아베 유코. 열 살 때 식품회사 CF로 데뷔한 뒤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최고의 여배우만이 한다는 모 화장품 브랜드 모델까지 고작 열여덟 나이에 꿰찼다. 성장기의 모든 순간이 대중 앞에 노출됐던 소녀가 처음으로 허용된 범위에서 벗어난 순간,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를 물어뜯기 시작한다. 올해 5월 일본에서 방영된 ‘꿈을 주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데뷔부터 나락에 떨어지는 순간까지 대중이 알 수 없는 유코(고마쓰 나나)의 속사정을 보여준다. 모델 출신인 엄마(기쿠치 린코)는 이루지 못한 꿈 대신 유코에게 집착한다. 아빠는 그런 엄마에게 지쳐 떠났다. “손톱을 보여주세요” “치열도 손끝도 깨끗하네요” 같은, 마치 가축시장 흥정 같은 대화가 오가는 오디션장과 싫다는 아이에게 굳이 짧은 치마를 입히는 광고 촬영장을 견뎌야 한다. 처음 사귄 연예계 친구를 잃고 눈물을 흘리는 유코의 모습은 곧 친구의 비극을 안타까워하는 가련함으로 포장돼 그의 주가를 올리는 도구가 된다. 처음 남자친구를 사귀지만,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친구는 그를 쉽게 팔아넘긴다. 한 아이의 인생을 빨아먹어 배를 채웠던 미디어와 대중은 유코가 해명하는 순간도 역시 놓치지 않는다. 유코를 처음 캐스팅했고 유코가 가장 의지했던 광고 기획자 무라노(오다기리 조)의 설득에 유코는 스캔들 뒤 처음으로 토크쇼에 출연한다. 약속과 달리 비난조의 질문을 쏟아내는 진행자 앞에서 유코는 마침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TV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꿈을 주다’는 예상 가능한 전개를 보여준다.중요한 건 그 ‘예상 가능함’이 현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열애설을 인정한 뒤 비난 여론에 직면한 아이돌 가수나 수많은 ‘X양 비디오’ 유출의 피해자들, 자신의 혹은 누군가의 인생을 팔아먹고 사는 이들 말이다. “나는 다른 여자애들보다 빨리 늙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리모컨의 스위치 하나로 간단히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꿈입니다”라는 유코의 대사는 그런 사건 주인공들의 항변이기도 하다. 드라마 속 유코의 탈주극은 미완성으로 끝난다. 드라마 말미에 등장하는 식품회사 CF에는 유코의 부모와 유코 자신, 유코의 딸 등이 함께 등장한다. ‘언제나 당신과 함께, 사랑받아 왔다’는 식품회사 CF의 카피처럼, 스타는 언제나 그곳에 있다. 우리에게 먹히기 위해.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1-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민적 사랑 받은 女아이돌의 성행위 동영상 유출에…日드라마 ‘꿈을 주다’

    ‘국민 여동생’의 성행위 동영상이 유출된다. 주인공은 아베 유코. 열 살 때 식품회사 CF로 데뷔한 뒤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최고의 여배우만이 한다는 모 화장품 브랜드 모델까지 고작 열여덟 나이에 꿰찼다. 성장기의 모든 순간이 대중 앞에 노출됐던 소녀가 처음으로 허용된 범위에서 벗어난 순간,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를 물어뜯기 시작한다. 올해 5월 일본에서 방영된 ‘꿈을 주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데뷔부터 나락에 떨어지는 순간까지 대중이 알 수 없는 유코(코마츠 나나)의 속사정을 보여준다. 모델 출신인 엄마(키쿠치 린코)는 이루지 못한 꿈 대신 유코에게 집착한다. 아빠는 그런 엄마에게 지쳐 떠났다. “손톱을 보여주세요” “치열도 손끝도 깨끗하네요” 같은, 마치 가축시장 흥정 같은 대화가 오가는 오디션장과 싫다는 아이에게 굳이 짧은 치마를 입히는 광고 촬영장을 견뎌야 한다. 처음 사귄 연예계 친구를 잃고 눈물을 흘리는 유코의 모습은 곧 친구의 비극을 안타까워하는 가련함으로 포장돼 그의 주가를 올리는 도구가 된다. 처음 남자친구를 사귀지만,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친구는 그를 쉽게 팔아넘긴다. 한 아이의 인생을 빨아먹어 배를 채웠던 미디어와 대중은 유코가 해명하는 순간도 역시 놓치지 않는다. 유코를 처음 캐스팅했고 유코가 가장 의지했던 광고 기획자 무라노(오다기리 조)의 설득에 유코는 스캔들 뒤 처음으로 토크쇼에 출연한다. 약속과 달리 비난조의 질문을 쏟아내는 진행자 앞에서 유코는 마침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TV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꿈을 주다’는 예상 가능한 전개의 드라마다. 중요한 건 그 ‘예상 가능함’이 현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열애설을 인정한 뒤 비난 여론에 직면한 아이돌 가수나 수많은 ‘X양 비디오’ 유출의 피해자들, 자신의 혹은 누군가의 인생을 팔아먹고 사는 이들 말이다. “나는 다른 여자애들보다 빨리 늙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리모컨의 스위치 하나로 간단히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꿈입니다”라는 유코의 대사는 그런 사건 주인공들의 항변이기도 하다. 드라마 속 유코의 탈주극은 미완성으로 끝난다. 드라마 말미 등장하는 식품회사 CF에는 유코의 부모와 유코 자신, 유코의 딸 등이 함께 등장한다. ‘언제나 당신과 함께, 사랑받아왔다’는 식품회사 CF의 카피처럼, 스타는 언제나 그곳에 있다. 누군가에게 먹히기 위해.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5-11-24
    • 좋아요
    • 코멘트
  • 주인공은 쏙 빠진… ‘반쪽 대종상’

    20일 열린 제52회 대종상영화제가 후보자는 물론이고 수상자 상당수가 참석하지 않은 ‘반쪽짜리 시상식’으로 전락했다. 이날 오후 7시 20분 서울 KBS홀에서 열린 이번 영화제에는 김혜수 엄정화 김윤진 전지현 한효주 손현주 황정민 하정우 유아인 등 남녀 주연상 후보자 전원이 참석하지 않았다. 또 사전 투표로 이미 수상이 확정된 인기상 수상자 김수현, 공효진과 영화제 홍보대사인 최민식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영화제에서는 불참한 ‘백감독’(본명 백종열·‘뷰티 인사이드’)이 신인감독상을 수상하자 함께 후보에 올랐다가 탈락한 이병헌 감독(‘스물’)이 대리 수상하며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잘 전달하겠다”고 말하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앞서 영화제 측은 지난달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부터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배우는 (수상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리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영화제 관계자는 20일 “되도록 많이 참석하라는 취지였을 뿐 대리 수상 불가 원칙을 정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상당수 배우가 불참했다. 남녀주연상은 황정민(‘국제시장’) 전지현(‘암살’), 조연상은 오달수(‘국제시장’) 김해숙(‘사도’), 신인상은 이민호(‘강남 1970’) 이유영(‘봄’)이 각각 수상했다. 이 중 이민호와 이유영을 빼고는 모두 대리 수상했다. ‘국제시장’은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등 10개 부문을 석권했다. 올해 신설된 해외 남녀주연상은 13일 “중국 배우 가오위안위안과 쑨훙레이가 수상자로 결정됐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미정”이라고 번복하더니 이튿날 다시 이들을 수상자로 확정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국내외 온라인 투표는 유료로 진행해 “팬들을 장사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종상영화제가 논란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당시 국내에 개봉하지 않았던 영화 ‘하늘과 바다’를 4개 부문 후보로 선정해 논란을 빚었다. 2011년엔 여우주연상 후보였던 심은경이 불참 의사를 밝히자 시상식 당일 후보에서 누락시킨 바 있다. 2012년에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5개 부문에서 무더기 수상하며 공정성 논란을 빚었다. 김종원 영화평론가는 “올해 파행은 대종상영화제가 영화 단체 간 이권다툼이나 파벌싸움의 영향으로 공정성, 투명성 논란을 겪으며 신뢰도가 추락한 탓이 크다”며 “무엇보다 투명한 심사로 신뢰성을 높이고 주관단체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부터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5일 개봉 두 영화… 박보영 주연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vs 수지 주연 ‘도리화가’

    국민여동생 대 국민첫사랑. 25일 개봉하는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와 ‘도리화가’는 각각 박보영(25)과 수지(21)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과속스캔들’에서 발랄한 모습으로 한때 ‘국민여동생’ 타이틀을 얻었던 박보영과 ‘건축학개론’으로 만인의 첫사랑으로 등극했던 수지가 맞붙는 셈이다. 코미디와 휴먼드라마로 장르는 다르지만 서툴고 어설픈 주인공이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두 사람이 맡은 역할은 닮았다. ○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박보영 ‘열정…’은 스포츠신문 연예부 수습기자 도라희(박보영)가 이른바 ‘인간 탈곡기’ 부장 하재관(정재영)을 만나 겪는 혹독한 신입 생활을 그린 코미디다. 김밥 한 줄 먹을 시간도 없이 취재현장에서 시달리고, 기껏 써 간 기사는 “니 생각, 니 느낌 다 필요 없다”며 갈기갈기 찢긴다. 여기에 잠입취재 끝에 얻어걸린 한류스타 우지한(윤균상)의 스캔들 단독 기사를 썼지만 도리어 궁지에 몰린다. 성질을 못 이겨 전화기 부수기가 다반사인 하재관과 신입다운 ‘무개념’ 발언과 행동을 일삼는 도라희의 콤비 플레이가 영화를 맛깔스럽게 이끈다. 10대 소녀나 학생 역할을 주로 맡아왔던 박보영은 이번 작품에서 실제 나이와 비슷한 사회 초년생을 연기했다. 부장에게 당돌하게 대들다 결국 찍소리도 못하고 응징당하거나 월세와 생활비 때문에 월급이 스치기만 한 통장 잔액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 처녀귀신에 빙의된 나봉선 역을 맡아 보여줬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에 그 나이에 맞는 생활 연기가 더해졌다. 하지만 ‘과속스캔들’에서 이어져 온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는 있다. 올해 ‘경성학교’에서는 소심하고 병약한 10대 소녀, ‘돌연변이’에서는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악플러’를 연기했지만 흥행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 박보영 역시 “‘돌연변이’나 ‘경성학교’에서의 역할은 대중이 보고 싶은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흥행을 떠나 연기 폭을 넓혀야 할지,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 ‘도리화가’ 수지 ‘도리화가’는 조선 최초의 판소리학당 동리정사의 수장 신재효(류승룡)와 그의 제자이자 최초의 여류 소리꾼으로 기록된 진채선(수지)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채선은 어릴 적 부모를 잃었을 때 위로가 됐던 신재효의 소리를 잊지 못해 어깨 너머로 판소리를 배운다.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다’는 불문율을 들어 채선을 내쳤던 신재효는 흥선대원군(김남길)이 전국 소리꾼 경연인 ‘낙성연’을 열자 남다른 재능을 지닌 채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가르친다. 금기를 어긴 두 사람은 낙성연에서 목숨을 걸고 한판 소리를 펼친다. 수지는 이번 영화를 위해 1년 동안 판소리를 배웠다. 한겨울에 여러 차례 물에 빠지는 장면과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는 장면을 소화했고, 검댕 묻은 까무잡잡한 민얼굴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인물 간의 관계나 감정이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은 허술한 이야기 전개가 몰입을 방해하지만 스승을 향한 애틋함과 재능을 펼치지 못한 한이 어우러진 수지의 연기가 영화 후반부를 견인한다. 수지는 “부모님의 반대로 몰래 가수 연습생 생활을 하던 때의 속상함과 서러움을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호기심 많은 10대 소녀에서 영화 후반부의 깊이 있는 감정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 냈다”고 평했다. 수지는 내년 방영 예정인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가제)에서 김우빈의 상대 역인 다큐멘터리 PD를 연기한다. 그가 처음으로 맡는 직장인 역할이다. 이새샘 iamsam@donga.com ·김배중 기자}

    • 2015-1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반항기 어린 제임스 딘… 섹시한 메릴린 먼로… 그들을 만든 영화 속 패션

    18일 마지막 편(4편)이 개봉하는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는 패션에 힘 준 시리즈로도 유명하다. 알렉산더 매퀸의 디자이너 세라 버튼, 한국 디자이너 정욱준 등 유명 디자이너 여럿이 참여했다. 주인공 캣니스가 캐피톨의 지배에 대항하는 리더로 성장해가는 이야기에서 등장인물의 의상은 인물의 성격이나 지위는 물론 심리 변화까지 보여주는 도구였다. 영화 속 패션은 때론 신드롬을 낳기도 한다. 메릴린 먼로가 ‘7년 만의 외출’에서 선보인 홀터넥 드레스가 대표적이다. 몸매를 드러낸 의상에 섹시한 걸음걸이의 먼로는 단숨에 섹스심벌로 부상했고, 보수적이던 미국 사회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까지 했다. 영화 속 의상은 나아가 영원한 고전이 되기도 하는데,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오드리 헵번이 입고 나온 블랙 미니 드레스나 ‘이유 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이 소화한 붉은 점퍼와 청바지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실제 패션 디자이너가 영화 의상에 참여하거나 영화 속 의상을 재해석해 대중적인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시대상을 알려주는 가장 좋은 도구가 의상인 만큼 책에 나오는 영화 중에는 시대극이 많다. 대부분은 철저한 고증을 거치지만 완성도를 위해 ‘영화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브레이브하트’가 단적인 예다. 극중 멜 깁슨이 입은 킬트는 당시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의상이고, 푸른색 칠을 한 얼굴은 오히려 현대 축구팬의 모습에 가깝다. 저자는 동서양 영화 51편 속 패션에 얽힌 다양한 뒷이야기와 함께 각 의상들이 어떻게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는지를 이야기한다. 고전부터 최근 영화까지 망라한 데다 다양한 사진을 담고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1-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