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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중립지대 인사들의 모임인 ‘통합행동’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다. 벌써부터 내년 총선 패배 위기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계파간 화합과 무소속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 탈당 세력을 하나로 묶기 위한 작업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국이 마무리 되면 당내 분열을 수습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3일 통합행동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조정식 민병두 정성호 의원과 송영길 전 인천시장, 정장선 전 의원은 2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만찬을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김부겸 김영춘 전 의원은 일정이 맞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천 의원을 포함해 당을 떠난 세 분(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과 어쨌든 함께 가야 된다는 이야기를 나눴고 내가 제안한 혁신안의 의도와 내용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당의 위기를 수습하고 나가야 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당 내부를 통합하는데 안 전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제 문 대표가 아니라 안 전 대표가 주도권을 갖고 있다. 당 통합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김부겸 같은 ‘미래형 인물’이 함께 하면 당 혁신이 가능하다”는 말도 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와의 감정의 골도 드러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가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자기를 반대한다고 마치 (나를) 새누리당 인양 몰아붙이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통합행동 회원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김한길 전 공동대표, 문 대표와의 연쇄회동을 갖고 있다. 문 대표는 통합행동과 만나 “처음에 오해를 많이 했는데 오해가 풀렸다. 통합에 역할을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행동은 천 의원과 가까운 김한길 전 대표에게도 통합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요청했다고 한다. 통합행동 회원 8명의 행보를 두고 당내에서는 ‘50대 기수론’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시각이 많다. 회원 8명 모두가 50대로 당내 허리 역할을 맡고 있으며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갈등을 넘어선 새로운 정치의 틀을 모색하고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민동용기자 mindy@donga.com황형준 기자constant25@donga.com}
김재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1일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 예산은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당도 (예산 필요성에는) 동의할 텐데 ‘4대강’이라는 말만 붙으면 반대부터 한다”며 내년도 관련 예산 증액 의사를 내비쳤다. 최근 중부권을 중심으로 극심한 가뭄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피해 확산을 줄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4대강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4대강 물을 활용할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가뭄 대책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 예산 증액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원내대표단과 예결위원들이 논의해 봐야 할 사안”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게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국방위에서 예결위로 넘어간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예산 670억 원에 대해서도 증액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사업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며 “당초 방위사업청이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1618억 원과 삭감된 670억 원 사이에서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방위는 이달 안에 추후 논의를 거쳐 추가 삭감을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670억 원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했다.차길호 kilo@donga.com·황형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반기문 바람’에 휘청거리고 있다. 당 내홍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리더십의 부재가 드러난 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망론까지 흘러나오고 있어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국가과제 분야별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반 총장은 24.2%를 얻어 문 대표(20.1%)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반 총장은 앞선 9월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28.5%)에 오른 뒤 두 달 연속 1위에 올랐다. 당시 문 대표(13%)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6.6%), 박원순 서울시장(15.1%)에 이어 4위였다. 반 총장은 9월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7번이나 만나는 등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뜻)을 업은 여권 후보군으로 부각된 것이 지지율 상승의 동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1월부터 실시된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문 대표는 1∼4월, 6월, 김 대표는 5, 7, 8월에 각각 1위에 올랐다. 반 총장은 7, 8월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해 집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8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유선전화 병행 임의전화걸기(RDD) 방법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국회의원 없이 기초단체장 1명, 광역의원 9명, 기초의원 14명을 선출한 10·28 재·보궐선거는 또다시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5번의 재·보선에서 야당은 ‘전패(全敗)’를 기록했다. 새누리당은 유일한 기초단체장 선거가 벌어진 경남 고성군수 수성에 성공했다. 광역의원 선거 9곳은 당초 여야가 각각 3, 6곳이었지만 이번 선거로 7 대 2로 역전됐다. 상대적으로 야당세가 강한 수도권 4곳을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의 기초의원 선거도 새누리당 승리였다. 성적표를 받아든 여야 지도부의 표정은 엇갈렸다. 새누리당은 화색이 만연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보선 승리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 과제와 올바른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필요성과 함께 민생행보를 통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새누리당 호소를 국민이 받아들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야당은 잠잠해졌던 내홍이 다시 불거지는 분위기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리지 못해서 투표율을 올리는 데도 실패했다. 더 겸허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히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투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비노 측은 파상 공세에 나섰다. 박지원 의원은 문 대표를 향해 “작은 선거라 변명하지 말고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결단하라”고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안철수 의원도 “당이 아직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였다”며 “더 강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가 경남 고성과 부산 선거 지역만 한두 차례 방문했던 행적도 도마에 올랐다. 박영선 의원은 “당 대표가 수도권 지원 유세를 한 번도 오지 않아서 주민들이 보궐선거가 있는지도 모르는 선거가 됐다”고 날을 세웠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도 “수도권에서 인천 서구 광역의원이 유일하게 당선됐는데 (내가) 4번가량 현장을 지원한 곳”이라며 “서울 양천구 의원 선거는 200여 표 차이로 졌는데 당 지도부가 적극 지원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도 “어제 선거 결과를 두고 의원들의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는 ‘투표율이 낮았다’ ‘노인들만 투표했다’ ‘신경 쓸 거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문 대표와 측근들이 반성해야 된다”고 바판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20대 총선 공천에서 하위 20%를 솎아내는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의 평가에도 포함된다. 기초·광역의원 선거 결과가 반영되는 ‘선거 기여도’는 총점에서 10%를 차지해 패배한 지역구 의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구 시의원 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 후보의 득표율이 새누리당과 정의당에 이은 3위였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외국으로 떠났다. 칩거 중인 전남 강진을 벗어나 해외 초청 강연에 나선 건 처음이다. 손 전 고문이 야권 내부에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계복귀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카자흐스탄 키멥대 초청 강연을 위해 27일 출국한 손 전 고문은 31일 귀국한다. 부인인 이윤영 씨도 동행했다. 방찬영 키맵대 총장의 초청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손 전 고문은 ‘한반도 통일과 리더십’ 특강을 한다. 침묵을 깨고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 주목된다. 야권 안팎에서는 손 전 고문이 내년 20대 총선 승리를 위한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손 전 고문과 가까운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조만간 손학규계 의원 20여명과 만찬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가 지난해 6월 당선된 뒤 처음으로 마련한 자리지만 자연스럽게 손 전 고문의 복귀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고문 측 관계자는 28일 “방 총장과 가까운 사이로 오래 전부터 여러 번 요청이 왔던 것을 미루다가 이번에 수락한 것”이라며 “주제도 국내정치가 아닌 통일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이 결국 거리로 나서 촛불을 켰다. 야당이 시민사회와 연대해 거리로 나선 건 2013년 8월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문재인 대표는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결의대회 및 문화제에 참석해 ‘국정화 반대 장기전’에 돌입할 뜻을 밝혔다. 문 대표 등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날 오후 6시 결의대회에 참석한 뒤 ‘국정화 말고 국정을 부탁해’ 문화제에 참석했다. 새정치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466개 시민단체, 역사단체가 모인 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등이 공동 주최한 행사다. 의원 60여 명과 당원, 시민 등 1000여 명(경찰 추산)은 함께 촛불을 들었다. 문 대표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다음 총선 때 우리 당이 다수당이 돼 법으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 못 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하겠다”며 “(국정화) 확정 고시하더라도 결코 굴하지 않고 집필거부 운동, 대안교과서 운동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료 의원에게 ‘화적떼’라고 막말을 한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물러나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은 친일 미화와 유신 찬양을 위해 국민과 역사에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장외투쟁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낡은 진보’ 청산을 내건 안철수 의원을 포함해 소속 의원 절반은 결의대회에 불참했다. 한편 문 대표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새누리당에서도 말을 못 해서 그렇지,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다”며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제게 자기 뜻이 아니라 윗선의 뜻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 부총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고성호 기자}
“일부 좌파 민중사학자들의 무도한 친일몰이에 독립투사들의 업적이 가려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새누리당 김을동 최고위원·70) “지금의 시대 상황은 나라를 빼앗겼을 때와 같다.”(김경민 광복회 문화위원장·60)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군 사령관인 김좌진 장군의 손녀 손자가 ‘역사 전쟁’의 대척점에 섰다. 손녀인 김 최고위원과 이복동생인 김 위원장이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역사 교과서 개선특위 위원장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선봉에 서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국정화는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직 형체도 없는 교과서를 친일 교과서라고 낙인찍는 것은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기형아가 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붓는 것과 같다”며 야당의 국정화 비판을 일축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야당 성향도 아니고 여야가 없는 ‘대한민국당’”이라며 “(누나와는) 의견이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김좌진) 할아버지를 조상으로 둔 이상 역사 왜곡이 되면 안 되고 일본의 군사 대국화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항일운동사 장례식’에서 “일본이 역사 왜곡을 하는 것만으로도 통탄할 일인데, 우리나라 스스로 역사를 왜곡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식민 지배를 미화했다는 논란이 일었을 때도 독립운동가 후손 204명과 함께 “친일 인사의 기용은 항일 독립지사의 정신을 훼손하는 도전”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10·28 재·보궐선거는 국회의원 선거가 없다. 기초단체장 1곳, 광역의원 9곳, 기초의원 14곳 등 24곳에서 치러진다. 그래서 국민적 관심이 덜하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을 제외하면 내년 4월 총선까지 선거는 없다. 이번 재·보선 결과가 내년 총선 전 바닥 민심의 풍향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이번 재·보선은 수도권과 영호남, 충청, 강원 등 전국에 골고루 퍼져 있다, 선거 지역만 보면 전국단위의 선거로 볼 수 있다. 기초의원 후보 1명만 등록한 부산 해운대 다선거구를 제외한 23곳의 사전투표율은 3.58%였다. 아무리 사소하다고 해도 여야 지도부는 승부를 걸고 있다. 이겨야 당내 위기를 타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 당 대표 선출 이후 실시된 재·보선 연승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번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을 모두 여론조사로 선출한 만큼 압승을 거둬 김무성표 오픈프라이머리 공천의 불씨를 다시 지피겠다는 복안이다. 김 대표는 최근 인천 유세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당은 선거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고 어떤 선거라도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번 재·보선에서 승리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고 여권의 독선적 운영을 심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무엇보다 19대 총선 이후 각종 선거 연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도 강하다. 최근 부산을 방문한 문 대표는 “총선 전초전인 이번 선거에서 이긴다면 내년에 새정치연합이 부산에서 크게 약진할 것”이라고 했다.고성호 sungho@donga.com·황형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공석인 청와대 대변인에 정연국 전 MBC 시사제작국 국장(54)을, 청와대 춘추관장(보도지원 비서관)에 육동인 금융위원회 대변인(53)을 각각 임명했다(본보 24일 자 2면 참조). 정 신임 대변인은 민경욱 전 대변인이 내년 총선에서 인천에 출마하기 위해 사직한 뒤 20일 만에 후임 대변인으로 결정됐다. 정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많이 배우며 (대변인 업무를) 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광삼 전 춘추관장의 대구 출마로 33일째 공석이던 춘추관장에 임명된 육 신임 관장은 국회사무처 홍보기획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금융위원회 대변인을 지냈다. 육동한 전 국무차장의 동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정 대변인의 내정과 관련해 “현직 언론인이 권력의 권부로 자리를 옮긴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인사”라고 지적했다.박민혁 mhpark@donga.com·황형준 기자}

‘세월호 특별법,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법, 송파 세 모녀법, 마우나리조트법….’ 19대 국회에서도 사건이 터진 뒤에야 대책을 내놓는 ‘뒷북 입법’과 ‘졸속 입법’ 등 고질적인 병폐가 고스란히 답습됐다. 오랜 준비 끝에 법안을 내놓기보다는 사후적 수습에 급급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부실 입법이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9대 국회의 임기는 7개월이 남은 상태. 의원들은 산적한 법안을 쌓아둔 채 내년 총선 준비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 표(票)퓰리즘 입법 악습 되풀이 2012년 나주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고종석 사건’이 터지자 여야는 급하게 아동·여성 성폭력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관련법을 개정했다.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를 확대하고 성폭력 범죄에서 친고죄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앞서 2009년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영이 양을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 등 성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았지만 예방은 못한 채 처벌만 강화했다. 올 1월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터지자 여야는 2월 국회에서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하려 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연합회 등 유관단체의 표를 의식한 일부 의원들이 기권하거나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이 법은 두 달 뒤인 4월 국회 본회의에서 겨우 통과됐다. 졸속 입법도 도마에 올랐다. 대표적 법안은 올해 3월 국회에서 통과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공무원, 공직 유관단체와 공기업 임직원, 사립학교·학교법인 이사장과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 및 그 배우자의 금품 수수와 부정 청탁을 엄격히 금지하는 내용을 법제화했다. 내년 9월부터 시행되도록 유예 기간을 뒀다. 그러나 시행 전부터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또 화환 등 화훼류 5만 원 이상, 과일·한우세트 10만 원 이상 등을 받을 때 처벌하게 한 시행령을 두고도 농수축산물, 화훼업계 등의 항의가 잇따라 시행령 개정이 지연되는 혼선을 빚고 있다. 일명 ‘전두환 추징법’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는 거센 여론에 따라 2013년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서울고법은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 적법 절차의 원칙에 반하고 국민의 재산권과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 먼지 뒤집어쓴 ‘서비스산업법’ 대표적인 경제활성화법 중 하나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4년 가까이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2011년 12월 18대 국회 때 제출됐지만 논의 없이 폐지됐고 19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계류 중이어서 먼지만 뒤집어쓴 상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의료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니 보건의료 부분은 제외하고 논의하자”고 수정 제안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관광진흥법도 ‘학교 앞 관광호텔은 안 된다’는 야당의 반대에 부닥쳐 진전이 없다. 당장 정부와 여당은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노동 공공 교육 금융) 중 노동개혁에 화력을 집중하며 5대 법안을 내놨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최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새누리당은 5년 이상 연속으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부실 공공기관을 퇴출시킬 수 있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 역시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에 가로막혔다. ○ ‘생색내기용’ 경제, 안전 관련법 많아 바른사회시민회의의 ‘19대 국회 분야별 가결 법안’ 자료에 따르면 19대 국회는 △경제 99개 △안전 35개 △복지 15개 △농어촌 등 각종 지원 13개 등 법안을 통과시켰다. 경기 침체로 인한 경제활성화법안과 2012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가 주요 화두로 떠올라 관련 법안이 쏟아진 것이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국민 안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해 각종 안전 관련법이 가결됐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5월 국회는 박근혜 정부가 주도한 공무원연금법을 처리했지만 미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이 모법(母法)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주장에서 시작된 국회법 개정안은 여권의 내홍을 촉발해 국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일명 ‘택시법’을 놓고 정치권이 포퓰리즘적 입법을 추진해 혼선만 부추겼다. 여야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중교통 수단에 택시를 포함시키는 공약을 내놓은 탓이다. 이 때문에 버스업계와 택시업계가 번갈아 ‘운행 중단’을 선언하면서 시민들은 혼란을 겪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19대 국회의 의정활동은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특히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여당은 ‘대통령 말 잘 듣는 의원’, 야당은 ‘투쟁만 하는 의원’을 뽑아 놓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 것”이라며 “공천을 제대로 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등 실질적인 의정활동 경쟁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역사 교과서에 엄연히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이 있음에도 야당은 ‘읽어 보니 그러한 내용이 없다’고 하는데 서로 생각이 이렇게 다르다. 중고교의 역사 교과서를 보면 기가 막혀서 가슴을 칠 정도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3일 10·28 재·보궐선거 지원차 인천을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노동, 공공, 금융, 교육 개혁을 반드시 성공해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해 미래세대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국정화 논란으로 민생 챙기기를 가로막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김 대표는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교과서 문제는 교육부 차관의 고시로 끝날 문제다. 야당은 비판할 수 있지만 그 행정은 진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의 교과서 검증위 구성 제안 등을 일축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전날 청와대 5자 회동을 계기로 역사전쟁에 나선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주축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도 26일 국정화 지지 모임을 연다. 공천 룰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봉합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정화에 반발하는 당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비박(비박근혜)계 의원 중심이다. 이재오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역사가 권력의 입맛에 맞춰 기술되는 것은 어느 시대나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앞서 비주류인 정병국 정두언 김용태 의원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당내에선 반발 기류가 갈수록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수도권은 몇천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데 국정화 이슈는 20∼40대 표심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과거 한나라당 대표 시절 사학법 투쟁에 나선 결기를 떠올리기도 한다. 박 대통령은 27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도 국정화의 필요성을 역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총선을 지휘해야 하는 김 대표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이날 기술 이전 늑장보고 논란에 휩싸인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에 대해 “그 문제는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좀 많이 있다. 책임 질 사람은 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눈길을 끈다. 여론이 나쁜 만큼 청와대를 향해 KFX 사업에 대한 인책론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여야가 역사전쟁을 끝내고 민생 경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수는 여론의 추이다. 국정화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조성되지 않으면 여권 내부의 파열음은 갈수록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 저지투쟁 하지만 뾰족수 못찾는 문재인 ▼“반대해도 확정고시 나면 국정화되는데…” 민생 제쳐두고 장외투쟁 나서기도 부담“우리가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해도 확정고시(11월 5일)가 나면 그것으로 국정화가 결정된다. 이제는 국민이 논의하는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3일 대구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지역 역사학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앞서 부산에선 새누리당 소속인 서병수 부산시장과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부산 시민의 삶을 챙기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표가 ‘국정화 저지 투쟁’과 ‘민생 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 준다. 문 대표는 최근 역사 교과서 국정화 국면에서 대여 투쟁의 전면에 나섰다. 국정화 반대 이슈는 야권 지지층을 결집하는 ‘호재’다. 신당 문제로 껄끄러웠던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손을 맞잡을 정도다. 하지만 민생 프레임이 변수다. 당 차원에서 민생 살리기에 나선다고 하지만 국정화 반대 투쟁에만 매달릴 경우 민생을 외면하는 정당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5자 회동이 끝나자마자 국회 보이콧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내 지도부는 현 상태에서 여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간 ‘3+3 회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극한 대치 상황은 피하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정국 파탄으로 가는 ‘치킨게임’까지 감수하겠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강공 드라이브로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갈 경우 비난의 화살은 여야 모두를 향하게 마련이다. 원내 지도부가 우려하는 국면이다. 당 지도부가 대여 투쟁의 성과물을 얻어 내야 하는 점도 부담스럽다. 문 대표가 말한 대로 정부의 국정화 확정 고시를 막을 방법도 여의치 않다.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월 2일 자동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성과가 없을 경우 “지도부는 뭐 했느냐”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당 지도부는 여론전에 승부를 거는 모양새다. 여론전을 유리하게 끌면서 내년 총선 정국에 연결시킨다는 전략이다. 그래서 당이 앞장서거나 과격한 모습은 자제한다는 복안이다. 새정치연합은 27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국정화 말고, 국정을 부탁해’ 문화제를 개최한다. 당 관계자는 “문화예술인 중심의 문화제일 뿐 국회 일정과 연계하는 장외 투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투쟁과 민생 사이에 끼인 야당의 고민이 드러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대한민국 정치권은 여야의 신경전에 갇혀 기본적인 룰도 못 정한 채 헤매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4월 20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룰인 ‘선거구 획정’도 못하고 있다. 여야가 서로의 눈치만 보며 의석 다툼을 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이라면 선거구 획정안의 국회 처리 시한(11월 13일)도 넘길 판이다. 헌법재판소의 인구 편차 ‘2 대 1’ 기준에 따라 일부 선거구의 통폐합이 불가피해지면서 해당 지역구 의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의석을 한 석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정치권 일각에선 의원 정수(300석)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온다. 이탈리아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원의원을 현행 315명에서 100명으로 줄이는 내용의 개혁안을 통과시킨 것과 대조되는 풍경이다. 새누리당은 현행 300석을 유지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고 지역구 의석을 늘리자고 주장한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54석) 축소는 절대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야의 ‘담합’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역구 의석을 현행 246석에서 3석 늘려 총 303석으로 하자’는 대안을 내놓았고, 새누리당도 겉으로는 ‘300석 유지’를 고수하면서도 내심 의석 확대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300석으로는 농어촌 지역구를 유지하기 쉽지 않아 당내에서는 비례대표 의석을 3석 줄이는 대신 지역구 의석을 6석 늘리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한국의 의원 1인당 인구(16만5930명)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만6000명)보다 많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상·하원의 양원제가 많은 선진국과 단원제인 한국을 단순히 인구로만 비교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현재 헌법 41조 2항에는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역대 국회에서는 6·7대 때만 의석수가 175석으로 200석보다 적었다. 13대 국회부터 299석이 유지되다 16대 때 외환위기로 인한 국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의석을 273석까지 줄였지만 17·18대 299석, 19대에 300석으로 다시 늘었다. 당시 ‘200인 이상’ 규정을 두면서 상한선을 적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200인 이상’은 300인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설이다. 정치권에서 이탈리아처럼 의원 정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의원 정수 축소 주장을 했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여야가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합의할 때 위헌 논란이 일어 19대 국회에서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는데도 의원 정수를 다시 늘리자는 건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22일 청와대에서 108분 동안 ‘5자 회동’을 갖고 마주 앉았지만 현안에 대한 접점은 찾지 못했다. 특히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선 뚜렷한 이견만 확인한 채 합의문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끝냈다. 당분간 정국 경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은 7개월 만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작심한 듯 박 대통령에게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고 경제와 민생을 돌봐 달라”고 압박했다. 같은 당 이종걸 원내대표도 “국정 교과서는 헌법 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박 대통령도 밀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현재 역사 교과서에는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이고 북한이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서술돼 있다”며 “국민 통합을 위해 올바르고 자랑스러운 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역사 교과서 문제는) 정부에 맡기자”고 박 대통령을 엄호했다. 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이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11월 중순까지 비준동의하고 노동개혁 관련 법안 통과에도 협조해줄 것을 여야에 요청했다. 문 대표는 핵심 기술 이전이 어려워진 한국형전투기(KFX) 사업과 관련해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등에 대한 문책과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문 대표가 황교안 국무총리의 자위대 입국 허용 관련 발언을 지적하자 박 대통령은 “(자위대 입국 허용 여부는) 군 통수권자인 내가 결정할 문제”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5자 회동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비슷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토론 수준으로 진행이 됐지만 크게 인식을 좁히진 못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거대한 절벽을 만난 것 같은 암담함”이라고 평가했다. 새정치연합은 23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역사 교과서 국정화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르면 23일 열릴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의 ‘3+3’ 회동은 성사가 불투명해졌다.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

“우린 국가정보원과 국회 사무처에서 (해킹됐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국방위원회 장성 출신 A 의원) “국회는 우리 소관 기관이 아니다.”(국정원 관계자) “국회 업무망이 해킹당한 적은 없다. 개인 PC나 상용 메일에서 해킹된 것으로 보인다.”(국회 사무처 관계자)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의 국감자료가 외부에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21일 해당 기관 모두 ‘모르쇠’로 버티고 있다. 북한의 해킹으로 입법부의 사이버 보안망이 뚫렸는데도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한심한 건 전날 국감장에서 북한의 해킹에 국회가 뻥 뚫린 사실을 알고도 관련 질의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해킹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의원실 모두 “해킹당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국회 사무처는 해킹당한 의원실에만 책임을 떠넘겼다. 국회에 대한 해킹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9월 러시아 보안업체 카스퍼스키랩은 새누리당 B 의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PC에서 청와대 관련 문서와 해당 의원의 대학 동문 명단, 각종 주소록 등 다수의 문건이 빠져나간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국회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국정원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헌법기관인 국회는 우리가 맡는 사이버 보안 대상이 아니다”라며 나 몰라라 하는 모양새다. 국정원 측은 “우리가 들여다본다고 하면 국회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북한과 대공, 사이버 테러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국정원이 국회의 사이버 테러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정작 국정원은 금강산에서 1년 8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20일 국회에서 북한 관련 동향을 미주알고주알 보고했다. 4년 차를 맞은 ‘김정은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 등 첨예한 사안도 적지 않았다. 국정원의 이런 태도는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우리 측 상봉 가족과 취재진 등 수백 명이 북측 금강산면회소에 머물던 시기에 국정원 수뇌부가 전면에 나서 북측의 민감한 내부 상황을 거론한 것은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슈를 덮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반면 국정원은 이날 해킹 프로그램 구입 의혹에 대해선 “보안사항”이라며 철저히 입을 닫았다. 국정원이 집중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자문해야 할 때다.황형준·정치부 constant25@donga.com}
“문재인 대표가 나에게 새누리당 프레임을 씌웠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21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에서 자신과 다른 사고를 가졌다고 ‘새누리적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건 해서는 안 될 말”이라며 문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내(가 요구한)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의도를 따지는 걸 보며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혁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가 일 대 일로 만나 ‘(내 혁신안을 두고) 큰 방향에서 동의한다’고 했지만 그 뒤에는 반응이 없고 시간만 끌었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가 분열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통합도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앞서 문 대표는 한 언론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의 ‘낡은 진보’ 청산 등 혁신안에 대해 “우리 당이 갖고 있는 진보성에 ‘낡은’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건 안 된다”며 “그건 새누리당이나 보수언론에서 우리 당을 규정짓는 프레임에 이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당 혁신위원을 맡았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국민의 안철수’에서 ‘새정치 비주류의 안철수’가 됐다”고 표현한 것을 두고도 반박했다. “조 교수의 발언은 분열적 사고방식”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낡은 계파구도로부터 탈피해 어떻게 하면 더 개혁적인 사람인지를 국민 앞에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안철수가 부활하려면 ‘새정치 비주류’ 정치인처럼 움직이면 ‘김한길(전 공동대표)의 파트너’ 일 뿐”이라며 “안철수는 과감하게 문재인의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지지하는 외국인 범죄자 5명이 사제 폭탄 원료를 국내로 밀수하려다 정보 당국에 적발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많은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사제 폭탄을 만들 수 있는 원료인 질산암모늄을 국내로 밀수하려던 외국인 IS 동조자 5명을 적발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또 김모 군(18) 이외에 IS에 가담하려 한 손모 씨 등 2명을 추가로 적발해 출국금지하고 여권을 취소했다고 보고했다. 올해 초 IS에 가담해 훈련 중인 것으로 파악된 김 군의 경우 5월 말까지 행적을 확인했지만 그 후 어디에 있는지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8월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을 남측의 책임으로 떠넘기기 위한 ‘여론전’을 전개한 사실도 공개했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북한 225국(대남공작기구)의 선동지령문이 입수됐다. 이 문서에 ‘지뢰 포격은 청와대에서 날조한 것으로 여론을 만들어라’라는 내용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의혹을 집중 추궁했지만 국정원은 대부분 부인했고 자료 공개도 “국가 기밀”이라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신경민 의원은 “지난달 초 국정원 감찰실 인사에서 감찰실장은 유임됐지만 실장 산하 처장 3명이 동시에 교체됐다”며 “국정원 개원 이후 이런 인사가 없었던 만큼 (해킹 의혹과 관련된) 임모 과장의 자살과 관계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국감에 참석한 이병호 국정원장은 “국정원은 정치와 완전히 절연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전문가의 로그파일 열람을 요구했지만 국정원이 거부하면서 21일로 예정된 국정원 현장 검증은 무산됐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북한이 올해 8월 이후 현재까지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를 중심으로 한 정부 부처에 대해 지속적으로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은 실제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실과 보좌진의 PC 수십 대를 해킹해 일부 의원실에서 국감자료 일부가 유출됐다. 정부와 국회 등 주요 기관에 대한 북한의 전방위적 해킹 시도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이버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비공개로 보고했다. 한 정보위 관계자는 “청와대 행정관 수십 명의 컴퓨터에 대한 해킹 시도가 있었다”며 “8월 이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국회의원 PC 3대와 의원 보좌진 PC 11대를 해킹했다는 사실을 국회사무처에 통보했다. 다만 국정원은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에 대한 해킹 시도는 국정원이 사전 탐지해 차단했다”고 해명했다.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고위급 탈북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정원은 “북한 해외주재관이 2013년 8명, 2014년 18명, 올해 10월까지 20명 등 최근 3년간 46명이 귀순했다”며 “황장엽(노동당 비서)급은 아니지만 그보다 약한 엘리트 탈북민도 지금 한국에 와 있다”고 보고했다고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이 전했다. 고위층 인사의 탈북 증가는 대북 방송의 영향력과 무관치 않다고 한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지도자 4년 차가 되면서 ‘힘들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며 “‘아버지가 죽기 전에 지도자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이제야 아버지 말씀이 이해가 된다’고 얘기했다”고 보고했다. 북한 해외 근로자들의 인원과 소득액 규모도 확인됐다. 이 의원은 “북한의 해외 근로자 5만8000명이 1억3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다”며 “이들은 월 소득 3000달러를 올려야 하고 2000달러는 (북한에) 상납하고 1000달러로 생활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민심 이반이 커지면서 북한의 체제 이완 현상이 뚜렷하지만 강력한 사회 통제와 중국의 지원(연간 경유 50만 t 제공 등)이 김정은 독재체제가 유지되는 최후의 보루라고 국정원은 설명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고성호 기자}
군 당국은 지난해 10월 A국가에서 발생한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암호장비 도난사고에 대해 ‘고의 절취’로 잠정 결론을 냈다. 한국정부 관계자의 분실이나 유출이 아닌 A국 정부 관계자가 훔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기무사령부는 1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 주권이 미치지 않는 A국 정부 건물 안에 있는 사무실이었다는 점을 볼 때 단순 분실이 아니라 고의 절취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고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이 전했다. 결국 A국가의 정보기관이 특정 목적을 위해 암호장비를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장비는 잠금장치도 없이 목재함에 보관돼 관리가 허술했다. 또한 보안 서류 작성이나 일주일에 1차례 하게 돼 있는 정기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2월에 해당 연구원을 교체하고 감봉 1개월 조치를 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서 조치가 너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후속 조치로 보안조치를 강화하고 이 장비를 우리 대사관 내부로 이전한다는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기무사는 방위산업 비리와 관련해 “방산 담당 요원 전원을 교체하고 대규모 방산사업에 대한 실명제를 실시하면서 비리 첩보가 많이 늘었다”며 “방산 비리를 확실히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정면충돌했다. 당 혁신안을 놓고 갈등을 벌이던 두 사람이 감정적으로 날카롭게 대치하는 형국이다. 안 전 대표가 혁신안과 관련해 “(문 대표가 실천을) 안 하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비판하자 문 대표는 1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는 당 밖에서 관찰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팔을 걷어붙여 함께해야 할 때”라고 받아쳤다. 이에 안 전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안팎에서 요구하는 혁신과 거리가 먼 말”이라고 맞받아쳤다. 두 사람의 날 선 공방이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문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는 안 전 대표의 지적에 대해 “(김, 노 전 대통령을) 폄하하고 부정적인 인식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안 전 대표가 연일 문 대표를 비판하는 이유가 대권 경쟁 때문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느껴진다”고 잘라 말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제안한 10개 혁신안 중 하나인 수권비전위만 얘기하면 안 전 대표가 수용할 수 있겠느냐”며 “그것만으로는 혁신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20% 컷오프 공천룰을 정한 ‘김상곤 혁신위원회’는 이날 공식 해산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최규성 의원 등 79명이 연판장을 돌리며 오픈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제) 도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최 의원 등의 오픈프라이머리 당론 추진에 대해 “(평가 하위 20%를 탈락시키는 혁신) 시스템 공천안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이자 기득권 사수를 위한 반(反)혁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평가의 주체는 대표나 계파가 아니라 국민만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문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할 수는 있지만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를 무력화시키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르면 21일 오픈프라이머리 의원총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주류-비주류 간 세 대결로 번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통합 전당대회로 힘을 모으자는 데 전적으로 찬성한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17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의 ‘누가 지도자인가’ 북 콘서트에서 이같이 말했다.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안 지사가 박 의원의 통합 전대론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진보와 보수의 장점을 묶어 ‘하나의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할 원동력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새 물결론’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이미 박 의원이 (새 물결의) 기치를 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도 “(다른 지역에서) 북 콘서트를 같이 하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 김부겸 전 의원과 (안 지사도 함께) 새로운 마음을 모아가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안 전 대표도 이날 정책네트워크 ‘내일’ 후원의 밤 행사에서 ‘낡은 진보 청산’ 등 자신의 혁신안과 관련해 문재인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2012년 당시) 대선 후보까지 양보했으면 하나라도 이야기를 듣고 실행에 옮겨주는 게 도리 아닌가 싶다”라며 “문 대표도 (내 주장에) 다 동의했는데 (실천을) 안 하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문 대표는 19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연석회의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는 야권 통합과 관련한 의견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오로지 교과서 문제로 (연석회의를 결정)한 것이다”라면서도 “(교과서에 대한 대응을) 공동 실천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결속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