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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나 가라.” “밝은 오렌지색 점프슈트(죄수복)나 입어라.” 18일(현지 시간)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인뿐 아니라 각종 테러 사고의 유족, 유명 연예인 등 다양한 연설자들이 한목소리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경쟁자인 클린턴 때리기에 나섰다. 2012년 리비아 벵가지에서의 미국영사관 테러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퍼트리샤 스미스 씨(여)는 연설자로 나서 “내 아들을 죽게 만든 클린턴을 비난한다”며 울먹였다. 그는 전당대회장 무대 앞에서 대의원이 들고 있던 ‘힐러리를 감옥으로(Hillary for prison!)’라는 피켓을 가리키며 “그렇다. 클린턴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외쳤다. 이어 “트럼프는 클린턴에게 없는 모든 것을 갖고 있다”며 지지를 촉구했다. 대릴 글렌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콜로라도)도 지지 연설에서 “클린턴은 ‘바지 정장(팬츠 슈트·클린턴의 별명)’을 사랑하는데, 그녀에게 e메일을 보내 ‘밝은 오렌지색 점프슈트’(상의와 바지가 이어진 미국의 죄수복)를 입어야 한다고 말해줘야겠다”고 비아냥댔다. 최근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 사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지만 그녀를 감옥에 보냈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일부는 사실과 다른 비방을 해 언론이 바로잡기도 했다. 마이클 매콜 연방 하원 국토안보위원장(공화·텍사스)은 “클린턴이 국경 개방과 시리아 난민 급증을 지지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허용을 지지하긴 했지만 국경 개방을 촉구하지는 않았다”며 “시리아 난민도 유럽 국가들의 허용 수준보다 훨씬 적은 6만5000명까지만 받아들이려 했다”고 반박했다. 일부 언론들은 클린턴 비판 일색인 공화당을 역으로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갈라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유일하게 화합하게 만드는 이는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을 지켜보면 현실적으로 이 당의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방법은 클린턴을 공격하는 것밖에 없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혹평했다. 클린턴은 공화당 전당대회장이 있는 클리블랜드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걸리는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서 작정한 듯 반격에 나섰다. 클린턴은 18일 신시내티 전국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연차총회에 참석해 “트럼프는 민주주의의 위협이다. 우리의 첫 번째 흑인 미국 대통령의 정당성을 깎아내리고 있다”며 흑인 유권자의 민심을 흔들었다. 또 최근 흑백 갈등과 관련해 “광기는 이제 끝나야 한다”고 강조해 공화당과 다른 포용성을 드러내려 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클린턴이 트럼프의 전당대회를 들이받고 있다”고 보도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 공화당은 18일(현지 시간) 발표한 대선 정강에서 북한을 ‘김정은 일가의 노예 국가(the Kim family’s slave state)‘라고 규정하고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해제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이날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개막한 전당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새 정강을 채택했다. 공화당은 정강에서 “핵 재앙으로부터 우리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 ’김정은 일가의 노예 국가‘를 변화시키는 게 불가피하다는 점을 중국 정부가 깨닫길 촉구한다”며 “미국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벽한 해제를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북한은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이란도 조만간 보유하려 하고 있다”며 “전자기파(EMP) 폭탄은 더 이상 이론적 우려가 아닌 실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높은 상공에 핵무기가 단 하나만 터져도 우리의 전력망과 핵심 인프라가 붕괴되고 수백만 명의 목숨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을 위한 동맹국과의 협력도 강조됐다. 공화당은 “미국은 태평양 국가로서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태국 등 조약 동맹국들과 경제 군사 문화적 유대를 갖는다”며 “동맹국들과 북한에 인권을 바로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홀딩스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두 회사가 합의한 인수금액은 234억 파운드(약 35조1795억 원)다. ARM홀딩스의 15일 종가(주당 17파운드)에서 43%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영국에서 나온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아시아 기업의 영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언론들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59·사진)이 거금을 투자해 반도체 분야 회사를 인수한 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손 회장은 최근 “아직 더 일하고 싶다”며 후계자를 고문으로 밀어내고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이번 인수를 성사시켰다. 소프트뱅크는 “ARM홀딩스를 사물인터넷(IoT) 사업 확장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ARM홀딩스는 반도체 설계회사로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하드웨어 업체로부터 반도체 설계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받는다. 애플 아이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A9과 삼성전자 엑시노스7 시리즈, 퀄컴 스냅드래건 시리즈 등이 모두 ARM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전자업계는 보통 M&A가 이뤄지더라도 상표권이나 영업권 및 기존 고객과의 거래 조건은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다만 장기적으로는 ARM의 사업 방식 등에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추이를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이후 이어진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엔화 가치 상승도 이번 인수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면서 다른 글로벌 기업도 알짜 영국 기업 사냥에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중국 완다그룹 자회사인 미국 AMC엔터테인먼트는 12일 영국 오데온&UCI시네마스그룹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속도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해외 기업들이 영국 기업 인수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며 “영국 기업을 싼값에 인수한 해외 기업들은 영국 정부의 엄격한 조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최근 파운드화 가치 하락을 틈타 영국 대표 기업을 헐값에 인수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조은아 achim@donga.com·김지현 기자}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홀딩스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두 회사가 합의한 인수금액은 234억 파운드(약 35조1795억 원)다. ARM홀딩스의 15일 종가(17파운드)에서 43%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영국에서 나온 최대 규모 M&A(인수합병)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아시아 기업의 영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언론들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거금을 투자해 반도체 분야 회사를 인수한 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손 회장은 최근 “아직 더 일하고 싶다”며 후계자를 고문으로 밀어내고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이번 인수를 성사시켰다. 소프트뱅크는 “ARM홀딩스를 IoT 사업 확장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ARM홀딩스는 반도체 설계회사로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하드웨어 업체로부터 반도체 설계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받는다. 애플 아이폰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A9과 삼성전자 엑시노스7 시리즈,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 등이 모두 ARM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전자업계는 보통 인수합병이 이뤄지더라도 상표권이나 영업권 및 기존 고객과의 거래 조건은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다만 장기적으로는 ARM의 사업 방식 등에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추이를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이후 이어진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엔화가치 상승도 이번 인수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면서 다른 글로벌 기업도 알짜 영국 기업 사냥에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중국 완다그룹 자회사인 미국 AMC엔터테인먼트는 12일 영국 오데온&UCI시네마스그룹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속도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해외기업들이 영국기업 인수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며 “영국기업을 싼값에 인수한 해외기업들은 영국 정부의 엄격한 조사를 받아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최근 파운드화 가치 하락을 틈타 영국 대표 기업을 헐값에 인수하는 외국기업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이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서 촉발된 글로벌 무역전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카드로 해석된다. 미중 간 무역전쟁의 전초전은 이미 곳곳에서 치러졌다. 미국은 5월 중국산 냉연강판에 무려 500% 이상의 관세를 물렸다. 4월에는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을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 발표하며 중국에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이 이보다 더한 WTO 제소까지하고 나선 것은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12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해 중국 입지가 크게 좁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세계의 여론이 악화될 때 내친김에 무역 공격까지 가해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무역전쟁에서는 세계적인 경기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보호무역’으로 해결하겠다는 속셈이 엿보인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가 13일 발표한 ‘세계무역경보(GTA)’에 따르면 국제교역량은 2015년 1월부터 1년 반이 넘게 정체됐다. 사이먼 에버넷 스위스 장크트갈렌대 교수는 “국제교역이 이렇게 장기간 늘지 않은 건 경제사에 극히 드물다”고 밝혔다. 게다가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세계 무역 판도가 재편될 상황에서 미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통상질서로 이끌기 위해 각국을 통제하는 측면도 있다. 미국에 우호적인 영국이 EU에서 분리되면 미국이 유럽을 자국의 이익에 맞게 활용하기가 힘들어진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국제 통상질서가 복잡하게 변해 미국에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각국의 환율전쟁 움직임도 거세다. 브렉시트로 엔화 가치 강세에 고전하던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2일 일본을 방문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재정 정책과 함께 통화 정책으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장기적으로 수출량을 떠받치기 위해 위안화 절하를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브렉시트 진원지인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14일 사상 최저인 0.5% 기준금리를 유지키로 발표했으나 다음 달에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을 예고했다. 미중 간엔 유례없는 특허전쟁도 격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 휴대전화 회사인 화웨이(華爲)는 이달 초 미국 텍사스 주에서 미국 통신사 T모바일을 상대로 이동통신기술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중국 휴대전화업체 바이리(伯利)는 중국 내에서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 설계를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닝링 왕 헨더슨 패러보 개릿&더너의 파트너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다른 기업들도 특허 공격에 가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 국제회의에서 보호주의 자제를 거듭 요구하고 무역 및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둘러싼 미중 간의 안보 갈등이 무역전쟁으로 확산됐다. 주요 2개국(G2)이 무역전쟁에 적극 나서고 각국의 환율전쟁에 특허전쟁까지 겹쳐 글로벌 ‘보호주의 냉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정부는 13일(현지 시간) 원자재를 수출할 때 부당한 관세를 매긴다는 이유로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구리와 납 등 9가지 원자재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부과하던 5∼20%의 관세를 2001년 WTO 가입 이후 없애야 하는데 중국은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중국을 상대로 이뤄진 13번째 WTO 제소다. 미국은 전날 중국산 스테인리스 철강재 일부에 대해 중국이 57.3∼193.12%의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상계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중국 상무부는 14일 성명에서 “미국이 이 같은 요구를 제출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국들의 환율전쟁과 특허전쟁 움직임도 일어나는 등 세계 보호무역주의가 공고해지고 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미국 중심의 통상 질서가 불안해지자 상대국을 단속하고 있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의 원자재 수출품 세금 부과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AP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13일 “중국 정부가 원자재 수출품에 부과하는 세금 때문에 원자재가 중국 제조기업들에는 저렴하지만 미국 기업들에는 비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치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현 정부의 무역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나타난 것이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비판하며 중국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도 현 정부에 비해 보호주의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후 자국 수출품에 대한 세금을 없애야 했지만 세금을 유지했다. 세금은 미국 제조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가격을 높여 결국 이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게끔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중국 대사관 측은 AP통신에 “무역 보호주의에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합의”라며 “중국은 미국에 대해 WTO 규정을 준수하고 무역 구제 수단을 남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검은 머리에 피부가 까무잡잡한 라틴계 공주가 처음으로 미국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미국 USA투데이는 22일 저녁 방영되는 새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발로의 엘리나(Elena of Avalor)’에 라틴계 공주 엘레나가 주인공으로 데뷔한다고 13일 보도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는 그 동안 아랍 공주 재스민, 인디언 공주 포카혼타스, 중국 공주 뮬란, 흑인 공주 티아나가 등장했지만 지금껏 라티노 공주는 없었다. 16세인 엘레나는 중남미 신화에 나오는 마법에 걸린 동화 왕국 ‘아발로’에 산다. 디즈니의 인기 프로그램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에 조연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주연은 처음이다. 이번 애니메이션은 최근 성장한 라틴계 어린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상품이다. 라틴 팝과 살사, 반다 등 다양한 중남미 음악을 선보인다. 엘레나의 목소리는 배우 겸 가수 아미 카레로(27)가 맡았다. 엘레나가 머리에 꽂은 살구꽃 등 남미의 풍경이나 문화 특성을 담을 예정이다. 다이앤 로드리게즈 문화 컨설턴트는 “이번 작품은 남미 문화에 대한 라틴계 어린이들의 향수를 자극시키는 시각적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미국의 흑백 갈등, 유럽의 이민자 혐오 등 세계 곳곳에서 곪아 있던 ‘인종차별적 혐오’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개인적 분노에 머물렀던 인종 혐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집단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시에서 7, 8일 발생한 백인 경찰과 흑인 용의자 사망 사건은 미국 전역에서 시위를 촉발하며 인종 갈등을 격화시켰다. 프레드릭 해리스 컬럼비아대 흑인정책사회연구소 국장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현재 미국은 잠재됐던 인종 갈등이 끓어오르는 시점에 이르렀다. 또 다른 ‘붉은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가 말한 ‘붉은 여름’은 1919년 여름 발생한 미국 사상 최악의 흑백 충돌을 뜻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후 혼돈 속에 빠진 영국에서도 이민자 혐오 사건이 터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영국 링컨셔 주 보스턴에 사는 폴란드계 모니카 바긴스키 씨(32·여)는 NYT에 “‘이 외국인아, 넌 곧 쫓겨나게 될 거다’라는 등 수년간 들어보지 못했던 모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 해머스미스의 폴란드사회문화협회 건물 입구에서는 인종차별적인 낙서가, 케임브리지셔에서는 ‘더 이상 폴란드 기생충은 필요 없다’고 적힌 카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는 ‘브렉시트 이후 인종차별로 영국에 사는 인도인들도 영향을 받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브렉시트로 인해 이민자들이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인종차별 현상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자 영국에서는 ‘안전핀 꽂기’ 캠페인이 시작됐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이들이 ‘누구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을 담아 옷에 핀을 꽂고 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은 반(反)이민자들을 지지층으로 끌어안기 위해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있다. 이달 초 호주 총선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된 폴린 핸슨 ‘하나의 국가’ 대표(62·여)는 4일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시드니 사람들은 밀려드는 아시아인들에게 두려움을 갖고 있다. (아시아인들이 주도하는)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핸슨 대표는 1990년대부터 아시아인의 호주 이민을 반대했던 인물이다. 독일에서는 우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 부대변인이 아버지가 가나인인 독일 축구스타 제롬 보아텡에 대해 “사람들은 보아텡을 축구 선수로 좋아하지만 이웃으로 맞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인종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폭발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중동학)는 “인종차별 사건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회 전체로 확산돼 소수자들은 분노를 더욱 강하게 표출하고, 기득권은 이에 더 배타적으로 대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다문화사회가 돼 가고 있어 이민자에 대한 사회의 반감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원 IOM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에서도 경제가 어려울 때 사회적 분노가 이민자나 외국인에 대한 반감으로 표출될 수 있다”며 “호주처럼 인종차별 발언이나 폭력을 방지하는 규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캄보디아 ‘킬링필드’를 세계에 알린 시드니 섄버그 전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9일(현지 시간) 심장마비로 별세했다고 NYT가 전했다. 향년 82세. 그는 1970년대 캄보디아 내전을 취재하면서 킬링필드 대학살을 세상에 알려 퓰리처상을 받았다. 킬링필드는 급진 공산주의 정권 크메르루주 군이 노동자와 농민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명분으로 인구의 25%에 해당하는 200만 명의 지식인과 부유층을 학살한 참사다. 크메르루주 군에 억류됐던 그는 프랑스대사관을 통해 탈출해 대학살 실태를 보도했다. 그 후 캄보디아를 탈출한 디트 프란에게서 들은 참상을 토대로 1980년 ‘디트 프란의 삶과 죽음’이라는 책도 썼다.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킬링필드’의 원작이 이 책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경찰이 8일 경찰 저격범을 사살하며 ‘폭탄 로봇’을 투입해 ‘경찰의 군대화’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경찰이 군의 대(對)테러 조직에서나 사용하는 전쟁용 폭탄 로봇을 용의자 진압 과정에서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CNN은 댈러스 경찰이 주차장에 숨어 있던 경찰 저격 사건 용의자인 마이카 제이비어 존슨(25)을 사살하며 폭탄이 달린 로봇을 사용했다고 9일 보도했다. 데이비드 브라운 댈러스 경찰청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폭탄 로봇을 사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며 “다른 선택을 했다면 우리 경찰이 막대한 위험에 노출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댈러스 경찰청에 따르면 해당 로봇은 미국의 대표적 방위산업체인 노스럽 그러먼 계열사인 노스럽 그러먼 리모텍 안드로스가 제작했다. 무게는 약 220kg으로 다양한 센서를 갖추고 있어 리모컨으로 조종된다. 전문가들은 로봇이 앞으로 경찰의 과잉 진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014년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흑인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의 총격에 사망했을 때도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일었다. 당시 주방위군이 투입돼 전쟁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나왔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캠퍼스의 엘리자베스 조 교수(법학)는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경찰의 로봇 사용이 새로운 법적, 윤리적, 기술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한국과 일본, 유럽의 기술 선진국들이 세계적으로 기술경쟁이 한창인 자율주행 자동차의 공통 기준을 만든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이는 별도의 공통 기준을 마련하려는 미국 기업들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은 2018년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움직이지 않고 옆 차로로 추월하거나 차로를 변경할 수 있는 기술의 기준을 함께 만들 예정이다. 운전자의 졸음운전 및 한눈팔기 예방 장치, 운전자가 자동차의 경고에 반응이 없을 때 자율주행 자동차 스스로 안전한 장소에 정차하는 기술 등도 공통 기준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독자적으로 관련 기준을 만들 계획이어서 한-일-유럽과 미국 간의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기술 선진국들이 인증한 안전한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서는 미국의 GM, 일본의 도요타·닛산자동차, 독일 다임러그룹 등 자동차회사와 미국 구글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테슬라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사고를 내 파문이 일자 안전성이 입증된 개발 및 운행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2003년 이라크전은 부정확한 정보와 성급한 판단에 의해 발발했으며 전쟁을 피하기 위한 모든 조치가 취해진 다음 최후의 수단으로 강구된 것이 아니어서 “전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라 당시 이라크전 참전을 결정한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이라크전을 주도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예상된다.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과 수행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조사를 맡은 존 칠콧 경(77)은 6일 런던 퀸엘리자베스 2세 콘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3년 영국의 이라크 전쟁 참여는 매우 잘못된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2009년부터 7년간 150명의 증언을 듣고 15만 건의 문서를 분석한 결과를 담은 260만여 단어, 12권짜리 공식 보고서를 제출했다. ‘칠콧 보고서’에는 2003년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전에 영국이 참전해 2009년 철군할 때까지 토니 블레어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총체적인 조사 결과가 담겼다. 칠콧 경은 “당시 영국 정부는 군비 축소와 같은 평화로운 방법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전쟁에 참여했다”며 “사담 후세인은 ‘임박한 위협’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칠콧 경은 또 “블레어 전 총리는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해 결함이 있는 정보를 기초로 이라크전 참전을 결정했다”며 내각회의에서 장관들 간 자유로운 토론과 반론 제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레어 전 총리가 이라크에 대한 미국 정책 결정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했다”면서 “당시 블레어 총리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에 미온적이었던 프랑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권위를 약화시킨다고 비난했으나 정작 유엔 안보리의 권위를 약화시킨 것은 미국과 영국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의 군사 개입이 “매우 나쁜 길로 빠진 결과 이라크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영국군은 6년간 179명이 전사했고 미군은 4487명이 전사했다. 반면 이라크인은 15만 명이 숨지고 1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칠콧 경은 지적했다. 따라서 이라크전의 법적 정당성은 “만족과 한참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블레어 총리와 내각이 이라크전에 참전하기 위해 의회와 국민에게 일부러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오도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블레어 전 총리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당시 자신의 결정을 옹호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예외나 변명 없이 당시 있었던 어떠한 실수에 대해서라도 모든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사담 후세인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영국군을 투입하겠다는 나의 결정에 대해 사람들이 찬성하든 반대하든, 나는 이것이 영국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는 신념을 갖고 결정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보고서가 공개된 뒤 “모두가 이번 보고서를 매우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며 당시의 결정으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레어와 같은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이라크전이 국제법상 불법적인 침략전쟁이라 주장했지만 블레어를 전범으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과거 발언을 다시 꺼내들지는 않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가드너는 6일 ‘이라크전과 그 결과에 대한 3가지 진실’이라는 칼럼에서 국제 테러 확산과 난민 문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잘못된 이라크전의 연쇄효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은 세계적 안보 위협을 만들어 냈으며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지하드 조직 ‘이슬람국가(IS)’”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서방의 무책임한 시리아 정책으로 시리아 난민이 생겼고 EU는 난민 유입을 억제하면서 터키의 EU 내 무비자 통행을 허용키로 했다”며 “수백만 무슬림의 EU 통행에 대한 우려가 브렉시트로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칠콧보고서 어떻게 만들어졌나150명 인터뷰… 문서 15만건 분석, 부시-블레어 개인 메모도 조사‘칠콧 보고서’는 2003년 이라크전에 영국이 참전해 2009년 철군할 때까지 토니 블레어 정부의 문제점을 조사한 보고서다. 당시 영국의 참전 명분은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개발 중인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제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이라크전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블레어 정부를 계승한 고든 브라운 정부가 2009년 6월 이에 대한 위원회 구성을 발표했다. 5명의 조사위원은 영국 국왕의 자문기관인 추밀원 위원에서 선정했다. 위원장을 맡은 존 칠콧 경은 북아일랜드부 차관과 내부무 부차관을 거친 행정관료 출신이다. 여기에 학자 출신의 로런스 프리드먼, 외교관 출신의 로더릭 라인 경, 상원의원인 프라샤 남작부인, 역사학자 마틴 길버트 경이 참여했다. 2년여에 걸친 청문회를 통해 150명의 증언을 듣고 15만 건의 문서를 분석했다. 특히 30년 뒤 공개토록 돼있는 정부 비밀문서 접근 문제로 오랜 씨름을 벌인 끝에 2014년 내각의 국무회의 발언 자료와 당시 블레어 총리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간에 오간 개인적 메모까지 살펴볼 수 있게 됐다.권재현 confetti@donga.com·조은아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일자리나 학비가 싼 대학을 찾아 해외로 나가려는 영국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4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독일의 온라인 구직 웹사이트 ‘잡스포팅닷컴’에서 독일 등 해외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영국의 젊은 이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아일랜드 여권을 신청하는 영국인들도 뚜렷이 늘었다. 여권이 있으면 아일랜드 국민으로서 EU 회원국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찰리 플래너건 아일랜드 외교장관은 최근 성명에서 “아일랜드 여권 신청이 급증하며 관련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는 바람에 업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청년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앞날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4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 인터뷰에서 “2019년까지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5~4.5%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케빈 페더스톤 런던정경대 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로 영국의 공공의료, 교육, 금융서비스 일자리가 줄며 영국으로 향하던 이들이 다른 곳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에서 영국 청년 끌어오기에 팔을 걷어붙여 영국의 인재 유출이 심각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2일 “독일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 사는 젊은 영국인들에게 유럽시민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도 “EU에서 학위 과정을 밟는 영국 학생들에게 EU 국가들의 여권을 주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 대선에 출마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앞다퉈 보호무역을 주창하고 나서 11월 대선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미국의 강력한 ‘무역 빗장’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두 사람의 무역정책은 큰 틀에서 모두 보호무역 간판을 내걸고 있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물론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모든 FTA를 폐기하겠다는 쪽이다. 하지만 클린턴은 TPP에 대해서만 분명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TPP는 자신이 국무장관 시절 추진한 협정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건 사안이어서 클린턴이 표를 의식해 태도를 바꾸자 오바마 대통령과도 불편한 사이가 돼 버렸다. 클린턴은 한미 FTA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반대한다는 목소리는 내지 않는다. 강력한 한미동맹의 한 축인 FTA를 비판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던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미 비준된 한미 FTA를 클린턴이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보호무역에 대한 클린턴의 목소리는 일자리 감소를 걱정하는 노동자들의 표를 의식해 정치적으로 발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대선 공약의 근간이 될 민주당 정강정책에서는 TPP를 문제 삼으면서도 탈퇴 선언까지는 하지 않았다. 클린턴의 ‘TPP 때리기’가 트럼프와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부상 이후 두드러진 사실을 고려할 때 정치적 수사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인 2012년엔 “TPP는 무역협정의 최상 기준이며 통과를 적극 촉구한다”고 했다. 또 2014년 회고록 ‘힘든 선택들’에서도 “TPP는 미국 아시아 외교의 핵심이며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이 무르익은 4월엔 미 공영라디오 NPR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실질임금 개선, 국가안보 등이 충족돼야 한다. TPP 체결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로 돌아섰다. TPP에 대한 클린턴의 입장 변화에 대해 NBC방송은 “샌더스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샌더스는 경선 내내 “자유무역이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TPP의 전면 백지화 등을 요구했다. 그의 주장은 구직난을 겪는 젊은 세대, 백인 블루칼라, 강경 진보 성향의 노조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샌더스는 클린턴이 상원의원이나 국무장관으로 재직할 때 미국의 다른 나라와 맺은 FTA 대부분에 찬성한 것을 물고 늘어졌다. 심지어 “자유무역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를 외국 인력에 내주고 있다”며 클린턴을 ‘최고외주책임자(outsourcer in chief)’라고 비난했다. CNN은 트럼프가 자유무역 반대와 미국 일자리 지키기를 내세워 샌더스 지지층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하자, 이에 맞서 샌더스 지지층을 민주당 울타리에 잡아두기 위해 클린턴이 보호무역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고 분석했다. ‘FTA가 미국 내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서민층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두 후보 모두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강정책에서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 책임을 물리도록 우리의 모든 무역 집행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도록 지시하겠다’거나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며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에 비하면 구체성이 다소 떨어진다. 중국뿐 아니라 대미 무역흑자를 많이 내는 한국도 미국의 보호무역 공격 대상이 충분히 될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클린턴이든 트럼프든 한국 정부에 금융시장 개입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철강, 전자제품 등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뉴욕=부형권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이 돈 풀기에 나서 세계적인 ‘환율 전쟁’이 시작될 조짐이다. 진원지인 영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자국의 화폐 가치를 낮춰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면서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의 마크 카니 총재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당분간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전망이 악화돼 올여름 일부 통화정책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제성장을 지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동을 할 것”이라며 “수주일 동안 통화와 금융 안정을 위한 수많은 다른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유럽발(發) 경기 침체를 우려한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1일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전날에 비해 0.28% 절하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런민은행이 조만간 위안화 가치를 추가 절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엔화 강세 행진에 고심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지난달 30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영국과 EU가 협력해 시장 불안을 해소할 분명한 메시지를 신속히 내달라”고 요구했다. 엔화 강세를 진정시키려는 긴급 조치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덴마크 크로네 일부를 팔았다. 스위스 중앙은행도 이날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반면 멕시코 중앙은행은 브렉시트로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자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3.75%에서 4.25%로 깜짝 인상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브렉시트 충격을 거의 회복한 분위기다. 1일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은 모두 브렉시트 이전(지난달 23일) 수준으로 돌아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시장은 혼란이 진정됐지만 브렉시트 후속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경기가 불안한 조짐을 보일 것”이라며 “환율 전쟁의 피해를 막으려면 다른 국가의 완화 기조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파가 확산되면서 위기에 빠진 경기를 살리려는 세계 주요국의 ‘환율 전쟁’이 막을 올렸다. 국제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충격은 진정됐지만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줄줄이 세계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알리고 있어 주요 선진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돈 풀기’를 자극하고 있다.○ 영국, ECB 등 통화정책 완화 시사 마크 카니 영국은행(BOE) 총재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통화정책 완화를 강하게 시사해 환율 전쟁의 시작을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영국은행이 7월이나 8월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자산 매입 한도를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 영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마지막으로 인하한 것은 2009년 3월로 올여름 기준금리를 내리면 7년여 만에 처음으로 금리가 떨어지는 것이다. 카니 총재의 발언에 시장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영국 FTSE100지수는 전일보다 2.27% 급등해 브렉시트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날 마감한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는 1.33% 오르며 나흘 연속 상승했다. 중국은 당분간 위안화 가치를 절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지난달 30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중국은 위안화 가치 절하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높일 의도가 없다”며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후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 것은 정상적인 환율 변동의 시스템 아래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1일 런민은행은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0.28% 전격 절하했다. 전날의 성명과 상반된 결정이었다. 중국은 앞으로도 위안화 평가절하와 경기부양 대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엔화 강세로 수출에 타격을 입은 재계의 엔화 가치 절하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도 엔화 강세 여파를 진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9일 브렉시트 대책회의에서 “모든 정책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쟁국들은 엔화 절하의 파급력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사설에서 “일본은 통화 절하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면서 “시장 개입은 시장의 동요를 진정시키는 수준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ECB가 매입 대상 채권 기준을 낮춰 사들일 수 있는 채권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기관 세계경제에 ‘경고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율 전쟁이 본격화한 것은 브렉시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30일 EU의 신용도를 기존 AA+에서 한 계단 아래인 AA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게리 라이스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브렉시트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에 참석해 “브렉시트는 금융시장에 2007년과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견줄 만한 위기를 촉발시켰다”고 우려했다고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전했다. 한국 등 신흥국의 움직임은 잠잠한 편이다. 대체로 화폐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코스피는 16.97포인트(0.86%) 상승한 1,987.32로 마감했다. 투표 직전인 지난달 23일 주가(1,986.71)를 넘어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8원 내린(원화 가치 상승) 달러당 1145원으로 마감해 투표 직전(달러당 1150.2) 수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신흥국도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당초 예상과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1일 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로 개발도상국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기 시작하면 환율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며 “우리는 최근 금리를 낮췄으니 시장을 신중하게 분석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은아 achim@donga.com·이건혁 기자 /뉴욕=부형권 특파원}
“브렉시트는 투자 기회죠.” 남편과 경제지를 꼼꼼히 챙겨 보며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딘 올던 씨(71·미국 오하이오 주)는 브렉시트 직후를 매수 타이밍으로 봤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인 지난달 24일 증시가 출렁이자 소프트웨어 회사 레드햇 주식을 샀다. 이 회사 주가는 이틀간 11% 떨어졌지만 그 후 이틀간 4% 오르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던 씨 같은 미국 개인투자자부터 중국의 큰손까지 세계 투자자들이 브렉시트를 기회로 주식과 명품, 부동산 등을 사들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세계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틈을 타 알짜 주식을 싸게 사고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졌을 때 영국 명품과 부동산을 사는 ‘브렉시트 쇼핑’에 나선 것이다. 중국 중상류층 주부들에게 브렉시트 직후는 영국 명품을 싸게 살 절호의 기회다. 30일 중국 일간 난팡(南方)도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 아줌마 부대들은 구매대행 서비스를 통해 버버리, 알렉산더 매퀸 등 영국 명품을 사들이고 있다. 영국 토종 명품 외에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세계 ‘빅3 명품’도 쇼핑 목록에 올라 있다. 영국에서 사는 게 더 싸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의 유럽 제품 온라인 구매사이트 ‘양마터우(洋碼頭)’는 브렉시트 대목을 맞았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유럽은 지금 여름 세일 중인데 파운드화 하락까지 겹쳐 영국 제품을 사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며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요즘 에르메스 켈리백 등 고급 핸드백이 불티나게 팔린다. 중국 큰손들은 브렉시트 직후를 영국 부동산에 투자할 적기로 보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회사인 ‘차이나방케’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직후 “시장이 변할 때는 양질의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좋다”며 “런던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자 미국에서는 영국으로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늘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여행 서비스업체 프라이스라인이 운영하는 ‘카약닷컴’에서 지난달 24일 영국으로 가는 항공요금을 검색한 건수가 6월 금요일 평균치보다 54% 늘었다. 반면 일본 관광업계는 울상이다. 브렉시트 이후 엔화가 강세를 보여 외국인 여행객을 영국으로 빼앗길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들은 여행비가 저렴해지자 영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계 면세점인 라옥스의 야마자키 요코 매니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엔화 강세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면 일본으로 오던 고객들을 다른 곳에 뺏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브렉시트 결정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법적으로는 유럽연합(EU) 탈퇴 찬반 의사를 다시 묻는 재투표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현행법상 23일 실시된 국민투표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 EU 탈퇴 관련 규정인 리스본조약 50조는 영국 정부가 선언해야 발동된다. 케네스 암스트롱 영국 케임브리지대 유럽법학 교수는 28일 CNN 인터뷰에서 “국민투표 자체가 브렉시트를 촉발하지는 않는다”며 “브렉시트는 정부의 결정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유사한 전례로 1992년 덴마크가 국민투표에서 EU의 기초가 된 마스트리흐트조약을 부결시켰다가 이듬해 2차 투표에서 통과시킨 적이 있다. 아일랜드도 2001년 EU 제도를 단순화하는 니스조약을 재투표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투표 결과를 거부하기에는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형식을 바꿔 재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제러미 헌트 영국 보건장관은 27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리스본조약 50조를 곧바로 발동해서는 안 된다. 우선 EU와 협상한 후 그 결과를 국민 앞에 국민투표 또는 총선공약 형식으로 내놔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국이 총선을 통해 브렉시트 결정을 없던 일로 할 가능성도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후임자들이 브렉시트를 시행하기 힘든 내용을 담은 공약을 내걸어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영국 정부가 이번 국민투표 결과를 무시할 경우 브렉시트에 찬성한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유엔 산하의 특별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올해 3월 말부터 엿새간 이어진 북한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 교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국제 사회가 한국 정부가 제기한 북한의 GPS 신호 교란 책임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것이다. 23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ICAO는 22일(현지 시간) “2012년 이사회 결정에도 북한에 의한 GPS 교란 행위가 다시 발생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ICAO 협정상 의무의 엄격한 이행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ICAO는 북한의 GPS 신호 교란을 경고하는 내용의 결의문과 사무총장 명의의 서한을 북한에 보내기로 했다. ICAO는 2012년에도 GPS 신호 교란 재발 방지를 촉구했지만 사무총장의 서한 없이 결의문만 채택했다. 또 북한이 GPS 신호를 교란하는 전파를 보냈다는 점도 명시하지 않아 북한에 대한 책임을 명시적으로 묻지 않았다. 당시 중국 러시아 등이 북한을 지목하는 것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ICAO는 이번에 북한을 간접적으로 지칭하는 ‘북한 지역’이라는 문구를 넣어 문제의 심각성과 북한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번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북한의 GPS 신호 교란이 14개국 민간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국제적 문제라는 점에 대해 36개 ICAO 이사국들이 공감을 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3월 31일부터 4월 5일까지 엿새간 군사분계선(MDL) 북쪽의 해주, 연안, 평강, 금강, 개성 등 5곳에서 남쪽으로 GPS 교란 전파를 보냈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의 항공기 1007대가 GPS 신호를 받는 데 장애를 겪었다. 북한은 2010년과 2011년에도 GPS 신호 교란을 시도했다. 1, 2차 교란 당시에는 휴대전화가 불통이 되는 등 피해가 컸다. 올해에는 어선 280여 척이 조업을 중단하는 피해를 봤다. 북한의 GPS 교란 행위가 재발됨에 따라 정부는 5월 16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열린 ICAO 정기 이사회에서 북한의 GPS 신호 교란 행위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제적 조치를 요구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국제규범 위반행위에 단호히 대응함으로써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며 “유엔 안보리뿐 아니라 기술적인 유엔 전문기구에서도 북한의 위반행위를 용납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ICAO의 이번 조치로 북한의 GPS 교란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수위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ICAO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앞으로 GPS 교란 문제가 또 생길 때 피해 국가와 공동으로 조사연구팀을 만들어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향후 우려되는 북한의 GPS 교란 재발을 제재하기 위한 구체적인 첫 조치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ICAO가 특정 국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그만큼 GPS 교란이 승객 안전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