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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선수촌에 입촌하니 국가대표라는 실감이 납니다.”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조한승 강동윤 9단, 박정환 8단, 조혜연 8단, 이민진 5단, 이슬아 초단 등 내로라하는 국내 프로기사 9명이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화랑로 태릉선수촌에 입촌했다. 김윤영 초단은 여류기성전 결승 대국 때문에 9일 입촌한다. 이들은 11월 열리는 광저우 아시아경기의 대표선수들. 11일까지 3박 4일간 대국과 공동 복기, 체력훈련, 심리훈련 등을 한다. 프로기사의 태릉선수촌 입촌은 처음이다. 대한체육회가 “아시아경기의 모든 종목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는 만큼 바둑도 동참해달라”고 해서 이뤄졌다. 바둑은 지난해 대한체육회의 정식 종목이 됐다. 이들은 간단한 입소식을 마친 뒤 밸런스 테스트와 도핑테스트를 실시했다. 오후에 있는 체력훈련에선 프로기사들의 허리 강화에 중점을 뒀다.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프로기사들은 허리나 골반이 뒤틀리기 쉽다는 것. 선수촌 트레이너들은 기사마다 자세한 운동법을 가르쳤다. 특히 이세돌 박정환 9단에겐 척추 측만증이 의심된다며 가벼운 바벨 들고 일어서기 등 웨이트트레이닝을 실시했다. 남자팀 코치를 맡은 김승준 9단은 “다음 주 열리는 삼성화재배 일정 등으로 짧은 시간만 머물지만 허리 운동과 정신 안정 등 기사들이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한국대표팀은 11월 20∼26일 광저우 아시아경기 바둑 종목에서 남녀단체전과 혼성페어 등 3개의 금메달을 놓고 중국 일본 등과 대결한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고근태 7단은 상변 백 진영 속에 점점이 뿌려진 흑돌에 생기를 불어넣으려고 한다. 이 돌들이 아무 대가 없이 백에게 잡힌다면 승부는 막을 내린다. 그런데 흑돌이 직접 움직이는 건 묘하게도 잘 안된다. 백 모양이 약해 보이지만 실제론 질기고 탄력이 좋아서 잘 뚫리지 않는다. 흑 71은 고육책. 직접 움직일 수 없다면 주변에서 사전 공작을 벌여 빌미를 마련해 보려는 것. 백은 무난하게 참고도 1로 때려내면 된다. 흑 4가 묘수여서 백 석 점이 잡히지만 백은 선수를 잡고 19로 흑의 두 점 머리를 두드리는 수순을 얻을 수 있다. 백이 기분 좋다. 더구나 석 점을 잡은 흑 대마가 여전히 미생이다. 그러나 초반 내내 불리했던 목진석 9단이 전보에서 횡재를 하자 마음이 흔들렸던 것일까. 백 72로 맥없이 후퇴하고 만다. 나름 백의 약점을 돌보겠다는 뜻이었지만 이게 더 백을 위태롭게 했다. 흑이 당장 73에 잇자 백이 또다시 허술해 보인다. 고 7단은 상변에서 더 욕심내지 않고 흑 79를 둬 축머리로 활용한다. 상변이 잡히더라도 실전처럼 흑 85로 귀의 백 한 점을 제압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덤으로 ‘가’로 백 한 점을 잡는 수도 남아있어 상변 백 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100수도 되기 전에 바둑의 흐름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요동치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가 이틀째도 파행을 거듭했다.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교과부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시작부터 ‘×주호’ 발언과 이우근 사학분쟁조정위원장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정치공방을 벌였다. 이날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어제 장관에게 ‘×주호’라는 표현을 썼는데 같은 의원으로서 부끄럽다”며 “위원장에게 징계를 건의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 의원은 “화장실 가는 길에 보좌관한테 혼잣말하듯 한 얘기를 언론이 악의적으로 보도한 것인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말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조 의원은 잠시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온 뒤 “다시 확인해보니 안 의원이 차관실에서 교과부 직원들을 앞에 두고 ‘×주호’라 발언을 한 것이 맞다”고 거듭 징계를 요구했다. 이어 여야 의원들은 상지대 사태와 관련해 이 위원장 증인 채택 건을 놓고 언성을 높이며 충돌했다. 결국 1시간여 만에 회의는 정회됐고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감 보이콧을 선언했다. 보이콧 선언 직후 야당 의원 8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 위원장의 증인 채택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회의에 불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국가기관의 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비리 사학재단과 정권 차원의 약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 12명도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국감을 파행으로 모는 행위를 납득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합의를 깬 야당이 파행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상기 간사는 “수십 번 논의했던 내용에 대해 오늘 아침 갑자기 입장이 바뀐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안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을 지적한 것을 핑계로 국감 전체를 정치적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는 이날 오후 8시 반경 11월 8일 별도의 청문회를 열어 이 위원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데 합의하고 과학기술분야 국감을 진행했다. 윤석만 기자 sm@donga.com}


흑이 기선을 잡았다. 백이 상변 2선으로 연결한 모양새가 처량하다. 그저 목숨만 부지한 꼴이다. 여기서 흑의 강공이 빛을 발한다. 흑 53, 55가 놓이자 백돌들이 허약하다. 목진석 9단은 고민 끝에 백 56을 둔다. 직접 상대하긴 힘드니까 상변의 실리나 벌자는 궁여지책. 그런데 흑 57이 엇박자였다. 보기에는 그럴 듯한데 설마 목진석 9단이 백 58로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 백의 단점이 곳곳에 널려 있어 백 58로 나오면 곤란해질 것이라고 지레짐작한 탓이다. 사실 흑 57로는 참고1도 흑 1, 3이 간명했다. 만약 백 4로 백 한 점을 탈출하려고 하면 흑 9까지 축으로 백의 몸통을 잡는다. 따라서 백 4로는 상변을 지키고 흑이 백 한 점을 때려내는 것이 정수. 이건 흑 중앙이 두텁다. 백 58에 이어 백 60으로 따라붙자 의외로 백 모양이 탄력적이다. 흑 63은 이상한 수 같지만 참고2도를 노리는 것. 백도 행마가 궁하다 싶었는데 목 9단은 백 64로 밀고 나온다. 백 70까지 백의 모양이 돌돌 뭉쳐 우형 중의 우형이다. 하지만 곤란해진 건 흑이다. 상변에서 백의 약점이 많아 수가 날 듯한데 막상 마땅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상변에 점점이 뿌려진 흑돌이 모두 잡힌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고민은 고근태 7단의 차례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노후를 대비해 연금을 붓는다. 이것으로 노년 대비는 끝난 것일까. 그러나 ‘늙어가는 것’ 또는 ‘늙음’에 대해 대비하지 않으면 노년은 풍요로울 수 없다. 예일대 의대 교수인 저자는 앞으로 다가올 세월을 그냥 맞이하지 말고 환영하라고 권한다. 노후를 위해 젊을 때부터 연금을 모으듯, 영혼과 지적 자본을 모아 노년을 축복 속에서 지낼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보통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나이 든다는 것은 인생 전체로 볼 때 발달의 최후 단계이다. 늙음은 우리 마음과 몸의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창의성, 인식, 영적인 성숙에서 새로운 경지로 이끈다. 그는 인생의 후반부에 축복을 구하기 이해 반드시 동행해야할 3가지를 제시한다.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와 유대감을 갖는 것, 신체적 능력을 유지하는 것, 창의성을 갖는 것이다. 이를 갖추기 위해선 중년 이후 준비해야한다. 만약 늦었다고 생각해도 지금부터 준비하면 된다. 전작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저자는 이번에도 차분한 어조로 “미래는 현재이므로 열정적으로 오늘을 살자, 우리가 할 일은 오늘 하루만 생각하고 사는 것이다”라고 충고한다. 저자는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가 대학 졸업 50년 뒤 동창들을 위해 쓴 시를 소개했다. “나이 듦은 젊음 그 자체 못지 않은 기회/ 단지 다른 옷을 입었을 뿐이라네/ 땅거미가 자취를 감추면/ 하늘은 낮에 보이지 않던 별들로 가득 차지.”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바둑과 연계한 템플스테이가 생긴다. 충남 서산시 서광사(주지 도신)는 이달 하순부터 각수삼매(覺手三昧·삼매 속에서 수를 깨달음)라는 이름으로 1박 2일∼5박 6일 코스의 템플스테이를 실시한다. 참선 요가 기공체조 등으로 바둑을 둘 때 집중력과 인내력을 키워주고, 바둑 강의와 대국을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041-664-2001}

《한국기원의 객원기사 규정 개정을 둘러싸고 이 개정이 루이나이웨이 9단을 표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원은 7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임원회의가 작성한 객원기사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임원회의의 안은 객원기사의 자격에 대해 외국 국적자로 국내 입단대회를 통과하지 않은 기사는 어떤 경우든 객원기사로 규정하고 있다. 루이 9단의 경우 1990년대 말 한국에서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땐 객원기사였으나 국수전 우승 등 활약을 펼치자 정식기사로 바꿔줬다. 개정안대로 한다면 루이 9단은 다시 객원기사로 돌아간다. 이에 대해 루이 9단이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중국대표로 출전하는 것에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특히 지난달 열린 중국 주최 충룽산빙성배 세계대회와 관련해 국내 랭킹 1위인 루이 9단은 자동출전권을 갖고 있었으나 선발전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한상열 한국기원 사무총장 등 집행부는 “이번 객원기사 규정 개정은 그동안 원칙 없이 이뤄진 것을 바로잡는 차원일 뿐 루이 9단과 연결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국제대회 출전 제한 하지만 객원기사 개정이 루이 9단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의혹을 살 만한 부분은 국제대회 출전권이라고 할 수 있다. 루이 9단을 빼고 나머지 외국 국적 기사들은 국제대회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식기사로 남든, 객원기사가 되든 별로 상관없다. 현재 국제대회 출전 규정을 보면 국내 랭킹 1위는 자동 출전할 수 있다. 이번 개정 초안에선 객원기사는 무조건 선발전을 거쳐야만 출전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객원기사는 선발전조차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안까지 상임이사회에 올리기로 했다. 충룽산빙성배 출전 여부만 해도 당시 소속기사였던 루이 9단에게 11월 1일 시행 예정인 이번 개정안을 소급 적용해 자동출전권과 선발권을 박탈했다. 새로운 기준 적용하면 루이, 객원기사로 돌아가 국제대회-퇴직금 혜택 제한 당시 임원회의에서 이 사안이 논란을 빚자 한상열 사무총장이 허동수 이사장(GS칼텍스 회장)에게 허락을 받는다는 애매한 전제조건을 달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허 이사장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최근 임원회의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퇴직금 및 복지수당도 못 받아 국내 기사들은 대국료나 상금의 5%를 떼 적립하고 나중에 퇴직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또 단(段) 수당 대신 40세가 지나면 복지수당을 받을 수 있다. 개정안에선 객원기사는 퇴직금과 복지수당을 수령할 수 없도록 했다. 문제는 객원기사도 5% 적립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亞경기 中대표 출전 보복”중국 바둑계 불만 드러내 한국기원선 “루이와 무관” 임원회의에서도 “돈은 걷지만 나중에 주지 않는다는 건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 주지 않으려면 걷지도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프로기사는 “의무만 부여하고 권리를 주지 않는 건 이상하다”며 “한국에서 바둑을 두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객원기사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는 발상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바둑계 “한국기원 속이 좁다” 중국 바둑계는 한국기원의 처사를 불만과 의혹이 담긴 시각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한 인터넷 바둑사이트는 “새 규정 개정은 루이 9단에게만 타격을 주는 것”이라며 “루이 9단을 사실상 몰아내는 것(驅逐) 아니냐”고 지적했다. 중국 바둑계에서 활동하는 한 인사는 “중국 바둑계에선 루이 9단이 아시아경기에서 중국 대표로 뛴다고 하니까 한국기원이 서둘러 규정을 개정한다고 보고 있다”며 “한국기원에 대해 샤오지(小氣·속 좁다)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삼성화재배에서 김은선-루자 대국에서 사석을 둘러싸고 분쟁이 일어난 사건에 이어 루이 9단의 건이 그대로 확정되면 한국기원과 중국기원의 불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57분의 장고 끝에 놓인 수는 백 28. 지극히 평범하다. 이 수를 얻기 위해 1시간 가까이 장고한 것이다. 아마 수많은 변화, 그중에서도 흑 ○를 강력하게 몰아붙이는 수를 집중적으로 연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불가’ 판정을 받고 가장 쉬운 수로 돌아왔다. 보기보다 흑 ○가 유력했다는 증거다. 흑 29 때 백이 30으로 후방부터 보강한다. 흑 ○와 연관해 흑 ‘가’로 젖히는 수단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참고1도 백 1을 두면 당장 흑 2로 나온다. 축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백이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흑 31로 한발 앞서 뛰어나가는 모양을 갖추자 흑이 기분 좋아 보인다. 이후 진행도 마찬가지. 흑 37까지 백은 제자리걸음을 하며 중복된 형태인데 흑은 실리도 챙기며 날렵한 자세를 취했다. 백 38. 이런 수는 목진석 9단이 아니면 두기 힘들다. 우상 백에 보강해야 할 시점처럼 보이는데 거꾸로 흑을 공격하자고 나선 것. 창의적인 수가 될지, 뜬금없는 수가 될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더구나 흑 41에 백 42, 44로 잡아 우상 백은 위험하지 않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는 목 9단의 착각이었다. 흑 51 때 참고2도 백 1로 타개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흑 2로 늦추는 수를 깜빡했다. 뒤늦게 백 52로 방향전환을 했지만 굴욕적 연결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치열한 우상 전투GS칼텍스배는 현재 일병으로 군복무 중인 조한승 9단이 보유하고 있다. 도전자를 뽑는 레이스에서 원성진 9단과 김지석 7단이 만났다. 두 기사 모두 우승에 목말라 있는 상황. 이 판을 이기고 도전자 결정전에서 박영훈 9단을 이기면 도전권을 획득한다. ○ 장면도=초반부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기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흑 39로 패를 걸어간 장면. 초반엔 팻감이 없어 백은 40으로 귀에 뛰어들어 팻감을 만들고자 한다. 흑도 전혀 물러서지 않고 41, 43으로 맞받아친다. 이렇게 되자 상변 패는 뒷전으로 밀리고 우상 전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흑 45까지 백이 일단 그냥 사는 길은 없어 보이는데….○ 참고1도=백 1, 3으로 끊는 것이 가장 쉽게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흑 6, 8의 돌려치기로 아무 수도 나지 않는다. ○ 참고2도=백 1로 웅크리는 건 수상전을 해보겠다는 뜻이지만 흑 2로 보강하면 흑 수가 너무 많다. 백 귀는 흑 ‘가’, 백 ‘나’, 흑 ‘다’의 수순이면 몇 수 되지 않는다. ○ 실전도=백 1을 선수하는 것이 묘수. 흑 2의 치중이 필수인데 이때 백 3, 5로 끊으면 참고1도와는 천양지차. 백 9까지 패가 나는 것이 쌍방 최선이다. 도움말 김승준 9단}

목진석 9단과 고근태 7단은 공식 기전에서 두 번 만났다. 목 9단이 2승을 거뒀다. 두 기사처럼 오래 기사 생활을 했지만 서로 대국 기회를 갖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고 7단으로 보면 한 번 이기고 싶은 상대다. 두 기사는 8월 20일 서울 한국기원 일반대국실에서 마주 앉았다. 흑을 잡은 고 7단은 실리 작전을 들고 나왔다. 역시 싸움을 잘하는 기사와 만났을 때 흑을 잡으면 자연스럽게 실리부터 챙기고 싶은가 보다. 흑 19는 보통 참고도 흑 1로 젖혀 선수를 잡고 흑 5로 축머리를 이용하는 진행을 많이 쓴다. 무난한 편인데 고 7단은 백 6이 축을 방비하면서 벌림도 겸하는 수여서 싫었던 모양이다. 또 나중에 ‘가’를 활용할 기회가 있으니 먼저 결정짓지 않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백 26은 호방하다. ‘나’로 지켜도 뒤가 열려 있어 몇 집 안 된다고 보고 중앙을 중시한 것. 흑 27. 상상을 뛰어넘는 강수였다. 여기는 백이 강한 곳. 흑 27처럼 가깝게 다가가는 것은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지 않을까. 그런데 목 9단은 긴장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엔 만만치 않다는 경계경보가 내려져 있었다. 그는 턱을 괴고 본격적인 수읽기 모드에 들어갔다. 삼매에 빠진 듯 5분, 10분, 20분이 지나도 자세를 풀지 않는다. 목 7단은 57분이나 쓴 뒤에야 백 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대국 전 예상은 원성진 9단의 승리였다. 예상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줄곧 형세가 우세했던 압승이었다. 초반 실리작전을 펴며 발 빠르게 나갔던 주 5단은 초중반에 몇 차례 실족하며 형세를 그르쳤다. 그러나 다른 건 제쳐두더라도 기세에서 밀린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참고도를 보자. 백 ○로 붙인 장면. 바둑 책에서 흔히 보는 맥이다. 흑은 너무 쉽게 흑 79로 물러서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둬서는 흑이 곤란하다는 것이 곧 드러났다. ‘원펀치’라는 원 9단의 별명에 기를 못 편 것일까. 과감하게 참고도처럼 나와 끊었다면 승부는 미궁에 빠졌을 것이다. 백 18까지 진행된 결과를 보자. 흑이 실전에 비해 좌상 실리를 잔뜩 챙겼다. 대신 좌변 흑이 위험해졌다. 이 흑이 살 수 있느냐가 승부. 흑이 참고도처럼 강하게 승부를 걸었다면 백도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그 와중에서 승리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강자를 만나면 두렵다. 두려워서 강하게 나가지 못하고 물러선다. 때로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 턱없이 강수를 들고 나서는 ‘오버’를 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나 바둑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승부사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160·166·172·178·184…136, 163·169·175·181…157. 소비시간 백 2시간 46분, 흑 2시간 59분. 194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의약품 ‘시장형실거래가’ 제도가 1일 시작됐지만 의약품시장은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형실거래가’ 제도의 실질적인 첫 적용 사례가 된 지난달 27일 부산대병원의 입찰에서는 원내 사용 의약품 2002가지 중 1099가지(54.9%)가 유찰되고 1원 낙찰이 속출했다. 이 같은 입찰 결과는 동아제약 대웅제약 유한양행 등 국내 대형 제약사는 물론이고 한국화이자 한국얀센 한국MSD 등 다국적 제약사까지 참여한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제약사들의 ‘눈치보기’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시장형실거래가 제도는 건강보험의 약제비를 절감하려 약값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것. 예를 들어 상한가가 1000원인 약을 종전에는 병의원과 약국이 제약사로부터 대부분 1000원에 구매한 것으로 했다. 그러나 병의원 등은 훨씬 싼값에 구매했고 차액의 일부를 리베이트로 챙겼다. 시장형실거래가 제도는 병의원이 1000원인 약을 700원에 사면 차액 300원의 70%(210원)를 수익으로 가져가고 환자도 나머지 30%(90원)만큼 싸게 살 수 있도록 한 것. 제약업계는 약값 인하폭이 원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입찰을 꺼리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높은 대형 품목 위주로 입찰 경쟁이 붙을 경우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이럴 경우 아예 입찰에 응하지 않는 제약사가 늘어나 대규모 유찰 사태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 3월 시장형실거래가 제도가 발표된 직후 서울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국공립 병원들의 의약품 유찰 사태가 벌어지자 보건복지부가 시장형실거래가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공문을 보낸 뒤에야 진정된 바 있다. 대형병원들도 저가구매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어느 구입 방식이 유리한지 저울질하며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경희대의료원은 3개의 의약품 도매상과 계약하고 의약품을 공급받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그동안 입찰을 통해 구매해왔으나 이번엔 상한가보다 20∼30% 낮은 가격을 제시한 채 제약사와 도매상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약국도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강남, 강동, 광진, 서초, 성동, 송파구 등 6개 약사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시장형실거래가 제도는 약국 간 본인부담금 차이로 약국 간의 불신을 조장하고 사무 업무 증가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현재의 혼란이 제도 시행 초기의 일시적 혼란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복지부는 약가 최대 인하폭을 연간 10% 이내로 유지할 방침이며 연구개발(R&D) 비용이 큰 제약사는 상한가 인하액의 30∼60%를 돌려줄 계획이다. 또 의사가 자율적으로 약품비를 절감하면 절감액의 20∼40%를 돌려주는 ‘의원 외래처방 인센티브 사업’을 동시에 시행한다.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하변 패가 흑으로선 한 가닥 가느다란 희망의 끈이다. 이 패를 이길 수만 있다면 백을 따라잡을 수 있다. 문제는 팻감이다. 흑백 모두 팻감이 꽤 있다. 양측 다 두세 집 내고 간신히 산 대마들이 있기 때문. 그러나 서서히 실탄(팻감)이 바닥날 즈음에 우열이 갈리기 시작한다. 팻감이 먼저 떨어진 흑은 79의 비상 팻감까지 써가며 저항한다. 원성진 9단의 의지는 확고하다. 이 패를 무조건 이겨 바둑을 빨리 끝낸다는 것. 패를 이기기 위해 백 82의 손해 팻감도 아낌없이 사용한다. 팻감이 동난 흑으로선 백의 각오를 확인하고선 더 버틸 재간이 없다. 중반 이후 끈질기게 백을 쫓던 주형욱 5단은 흑 85의 끝내기를 하며 물러섰다. 백 86으로 때려내 하변 패를 해소하는 순간 승부는 결정됐다. 흑 87, 89는 던질 곳을 찾은 수. 여기서 백이 물러선다면 모르지만 이미 수읽기를 마친 원 9단은 백 90으로 흑의 무리수를 응징한다. 백 94로 1선에 뛰는 수가 멋지다. 우변 흑이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엮는 마지막 올가미다. 우변 흑마저 잡히자 주 5단은 돌을 던졌다. 흑이 계속 둔다면 참고도 흑 1, 3으로 끊어 수상전을 시도해야 하는데 백 4, 6으로 백이 한 수 빠르다. 지난 기 4강까지 올라 본선 시드를 받았던 주 5단이었지만 원 9단의 ‘펀치’에는 맥을 추지 못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