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성진 9단 ● 주형욱 5단
본선 16강 3국 총보(1∼194) 덤 6집 반 각 3시간
대국 전 예상은 원성진 9단의 승리였다. 예상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줄곧 형세가 우세했던 압승이었다.
초반 실리작전을 펴며 발 빠르게 나갔던 주 5단은 초중반에 몇 차례 실족하며 형세를 그르쳤다. 그러나 다른 건 제쳐두더라도 기세에서 밀린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참고도를 보자. 백 ○로 붙인 장면. 바둑 책에서 흔히 보는 맥이다. 흑은 너무 쉽게 흑 79로 물러서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둬서는 흑이 곤란하다는 것이 곧 드러났다. ‘원펀치’라는 원 9단의 별명에 기를 못 편 것일까. 과감하게 참고도처럼 나와 끊었다면 승부는 미궁에 빠졌을 것이다. 백 18까지 진행된 결과를 보자. 흑이 실전에 비해 좌상 실리를 잔뜩 챙겼다. 대신 좌변 흑이 위험해졌다. 이 흑이 살 수 있느냐가 승부. 흑이 참고도처럼 강하게 승부를 걸었다면 백도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그 와중에서 승리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강자를 만나면 두렵다. 두려워서 강하게 나가지 못하고 물러선다. 때로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 턱없이 강수를 들고 나서는 ‘오버’를 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나 바둑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승부사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160·166·172·178·184…136, 163·169·175·181…157. 소비시간 백 2시간 46분, 흑 2시간 59분. 194수 끝 백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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