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실거래가’ 제도의 실질적인 첫 적용 사례가 된 지난달 27일 부산대병원의 입찰에서는 원내 사용 의약품 2002가지 중 1099가지(54.9%)가 유찰되고 1원 낙찰이 속출했다.
이 같은 입찰 결과는 동아제약 대웅제약 유한양행 등 국내 대형 제약사는 물론이고 한국화이자 한국얀센 한국MSD 등 다국적 제약사까지 참여한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제약사들의 ‘눈치보기’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시장형실거래가 제도는 건강보험의 약제비를 절감하려 약값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것. 예를 들어 상한가가 1000원인 약을 종전에는 병의원과 약국이 제약사로부터 대부분 1000원에 구매한 것으로 했다. 그러나 병의원 등은 훨씬 싼값에 구매했고 차액의 일부를 리베이트로 챙겼다. 시장형실거래가 제도는 병의원이 1000원인 약을 700원에 사면 차액 300원의 70%(210원)를 수익으로 가져가고 환자도 나머지 30%(90원)만큼 싸게 살 수 있도록 한 것.
제약업계는 약값 인하폭이 원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입찰을 꺼리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높은 대형 품목 위주로 입찰 경쟁이 붙을 경우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이럴 경우 아예 입찰에 응하지 않는 제약사가 늘어나 대규모 유찰 사태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 3월 시장형실거래가 제도가 발표된 직후 서울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국공립 병원들의 의약품 유찰 사태가 벌어지자 보건복지부가 시장형실거래가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공문을 보낸 뒤에야 진정된 바 있다.
대형병원들도 저가구매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어느 구입 방식이 유리한지 저울질하며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경희대의료원은 3개의 의약품 도매상과 계약하고 의약품을 공급받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그동안 입찰을 통해 구매해왔으나 이번엔 상한가보다 20∼30% 낮은 가격을 제시한 채 제약사와 도매상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약국도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강남, 강동, 광진, 서초, 성동, 송파구 등 6개 약사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시장형실거래가 제도는 약국 간 본인부담금 차이로 약국 간의 불신을 조장하고 사무 업무 증가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현재의 혼란이 제도 시행 초기의 일시적 혼란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복지부는 약가 최대 인하폭을 연간 10% 이내로 유지할 방침이며 연구개발(R&D) 비용이 큰 제약사는 상한가 인하액의 30∼60%를 돌려줄 계획이다. 또 의사가 자율적으로 약품비를 절감하면 절감액의 20∼40%를 돌려주는 ‘의원 외래처방 인센티브 사업’을 동시에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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