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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괴로운 일이다. 작년 가을에 나는 마당의 낙엽과 함께 캔버스 6개를 불태웠다. 희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이다. 그래도 나는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다 표현하기 전에는, 적어도 표현하려고 시도하기 전에는 죽고 싶지 않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가 사망하기 2년 전 쓴 글이다. 노년에 백내장 진단을 받은 모네는 점점 흐려지는 시야를 붙잡으며 집요하게 그림을 그렸다. 그 결과 모네는 삶의 막바지에 걸작으로 칭송받는 정원 시리즈 ‘그랑 데코라시옹’ ‘일본식 다리’ ‘장미’를 완성한다. 특히 모네가 78세부터 86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작업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식 다리’ 연작은 말년에 이르러서야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식 다리는 그의 후기 작품에 여러 번 등장했지만, 말년의 작품에서 각각 다른 조명, 구도, 색채조합을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모네가 사계절뿐만 아니라 하루 동안의 시간, 날씨의 변화까지 작품에 담아낸 것. 모네가 말년에 스스로 고백한 대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다 표현”하게 된 셈이다. 미술사에 방점을 찍은 위대한 화가들은 죽기 전까지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지만, 비교적 최근까지 미술계에선 주요 화가들의 말기 작품을 두고 부정적으로 표현하거나 폄하해왔다. 노년의 화가를 재능이 꽃을 피웠던 정점의 시기를 지나 내리막길을 걷는 사람으로 여긴 탓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화가들의 말기 작품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와 평가가 더해진 전시와 간행물이 꾸준히 나왔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라파엘로, 렘브란트,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앙리 마티스, 프리다 칼로, 파블로 피카소…. 저자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화가 30명의 마지막 생애에 주목한다. 그들의 마지막 창작 활동을 나이와 질환이라는 잣대로 해석하는 게 잘못됐다며 “말기 작품이야말로 작가가 속해 있는 사회로부터 몸부림쳐 얻은 자유로움”이라고 주장한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자상한 미소를 머금은 송강호가 아이를 안고 있다가 이내 팔아버리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선악이 혼재된 송강호, 그게 이 영화의 출발점이었죠.” 배우 송강호에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브로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는 칸 영화제 폐막식 이후 국내 첫 행사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브로커’ 제작의 원천이 된 결정적 인물로 배우 송강호를 꼽았다. 31일 서울 용산CGV에서 취재진과 만난 고레에다 감독은 “베이비박스란 주제와 함께 송강호가 등장하는 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며 “영화 ‘브로커’의 출발은 송강호 그 자체였다”고 강조했다. ‘브로커’는 교회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린 소영(이지은)과 아기를 팔려는 브로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의 여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비춘 영화다. 고레에다 감독은 “‘가치 없는 생명이 어디에 있을까’란 메시지는 한국,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주제”라며 “효율을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문화의 차이를 넘어 모든 나라에 전달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로커’ 제작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영아 유기 시설을 오랜 기간 취재했다는 고레에다 감독은 “보육시설에서 성장한 분들은 줄곧 ‘내가 태어나길 잘한 것인가’란 의문을 품고 살아갔다”며 “그들이 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불안을 안고 사는 책임이 어머니에게만 전가되는 게 옳은 걸까, 나를 포함한 사회와 어른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고레에다 감독에게 ‘브로커’는 한국어 대사와 한국의 풍경, 한국인 배우를 스크린에 담아낸 첫 작품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현장에서 송강호가 그날 편집본을 꼼꼼히 보고 피드백을 많이 줬다”며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송강호가 도와준 덕분에 불안을 극복하고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송강호는 “감독님이 처음부터 배우들에게 많은 피드백을 주면 본인에게 도움이 될 거란 이야기를 했다”며 “편집본을 보고 말씀드려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흔쾌히 ‘얼마든지 바라고 기다리고 있다’고 하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그간 영화 ‘박쥐’ ‘밀양’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심사위원상 등을 받을 때마다 곁을 지켰던 배우다. 7번 도전 끝에 ‘브로커’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그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은 “제가 뭔가를 했다기보다는 송강호 씨가 그간 이뤄냈던 성과”라며 “솔직히 제 영화로 받아서 송구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송강호는 “호명됐을 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은 패닉 상태가 몇 초간 이어졌다”면서 “이 감동을 야금야금, 천천히 느끼고 싶다”며 웃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한국 영화에 대한 팬들의 사랑과 성원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75회 칸영화제에서 한국 남자 배우로는 처음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가 30일 귀국했다. 이날 오후 영화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배우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이주영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는 “끊임없이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갖고 성원을 보내주는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칸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도 이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헤어질 결심’이 대중과 거리가 먼 예술영화란 선입견은 버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의 주연배우 박해일도 함께 입국했다. ‘브로커’ 팀이 먼저 귀국했고 이후 ‘헤어질 결심’ 팀이 입국했다. 이날 공항에는 칸영화제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쓴 송강호와 박 감독을 보기 위해 200여 명이 몰렸다. 송강호와 박 감독이 칸 트로피와 상장을 각각 들어올리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송강호는 “‘브로커’는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감독이 한국 배우들과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나라가 달라도 영화를 통해 같은 문화와 생각,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었다”며 “국적을 떠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사람, 감정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즐겨 달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자신이 대중영화를 만드는 감독임을 강조했다. 그는 ‘박쥐’ ‘아가씨’에 이어 세 번째로 칸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에 대해 “예술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국한될까 봐 걱정된다”며 “내가 만드는 영화는 대중을 위한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어쩌면 너무 영화가 재밌어서 칸영화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의 출연 배우들이 수상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박 감독은 “사실 제가 원했던 건 남녀 연기상이었다. 엉뚱한 상을 받게 됐다”며 “배우들이 상을 받으면 ‘저 감독과 일하면 좋은 상 받는구나’라는 인식이 생겨서 다음 작품 캐스팅할 때 도움이 된다. 그것을 바랐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박 감독에 대해 “오랜 영화적 동지이자 존경하는 분”이라며 “언젠가 같이 작업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감독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뒤이어 귀국한 박 감독은 그의 소감에 화답했다. “송강호 씨는 이미 외국인 감독님과 작업을 했고, 큰 상까지 받았습니다. 이제 국제 스타가 돼 버려서 저한테까지 차례가 돌아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로서는 언제나 함께 일하고 싶은 첫 번째 배우입니다.” 인천=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한국영화에 대한 팬들의 사랑과 성원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생각이 듭니다.”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한국 남자 배우로는 처음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가 30일 귀국했다. 이날 오후 영화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배우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는 “끊임없이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고 성원을 보내주는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칸 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도 이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헤어질 결심’이 대중과 거리가 먼 예술영화란 선입견은 버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의 주연배우 박해일도 함께 입국했다. ‘브로커’ 팀이 먼저 귀국했고 이후 ‘헤어질 결심’ 팀이 입국했다. 이날 공항에는 칸 영화제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쓴 송강호와 박 감독을 보기 위해 200여명이 몰렸다. 송강호와 박 감독이 칸 트로피와 상장을 각각 들어올리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송강호는 “‘브로커’는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감독이 한국 배우들과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나라가 달라도 영화를 통해 같은 문화와 생각,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었다”며 “국적을 떠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람, 사회, 감정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즐겨 달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자신이 대중영화를 만드는 감독임을 강조했다. 그는 ‘박쥐’ ‘아가씨’에 이어 세 번째로 칸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에 대해 “예술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국한될까봐 걱정된다”며 “내가 만드는 영화는 대중을 위한 상업영화기 때문에 어쩌면 너무 영화가 재밌어서 칸 영화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의 출연 배우들이 수상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박 감독은 “사실 제가 원했던 건 남녀 연기상이었다. 엉뚱한 상을 받게 됐다”며 “배우들이 상을 받으면 ‘저 감독과 일하면 좋은 상 받는구나’라는 인식이 생겨서 다음 작품 캐스팅할 때 도움이 된다. 그것을 바랐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박 감독에 대해 “오랜 영화적 동지이자 존경하는 분”이라며 “언젠가 같이 작업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감독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뒤이어 귀국한 박 감독은 그의 소감에 화답했다. “송강호 씨는 이미 외국인 감독님과 작업을 했고, 큰 상까지 받았습니다. 이제 국제 스타가 돼버려서 저한테까지 차례가 돌아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로서는 언제나 함께 일하고 싶은 첫 번째 배우입니다.”}

28일(현지 시간)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감독상 수상자로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호명되자, 박 감독은 ‘수상 베테랑’답게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시상자로 나선 덴마크 감독 니콜라스 빈딩 레픈은 그와 포옹한 뒤 영어로 비속어를 섞어가며 “정말 너무 멋지다”라고 말했다.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박 감독은 2004년에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엔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아 ‘깐느 박’이란 별명을 얻었다. 칸영화제에 초청된 건 이번이 네 번째로 홍상수 감독과 함께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가장 많이 초청된 한국감독이 됐다. 박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팬데믹을 버텨낸 영화인들을 위로하고 영화관과 영화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며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린 때도 있었지만 또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하게 됐다”며 “영화관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 질병을 이겨낼 희망을 가진 것처럼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 내리라 믿는다”고 했다. 객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울컥한 표정의 배우들과 감독들이 객석 곳곳에 보였다. 한국영화 ‘브로커’를 연출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손수건으로 보이는 것으로 눈물을 닦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는 폐막식 직후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와 함께 한국 기자들과 만나 ‘영화관의 소중함’에 대해 강조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영화관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오랜만에 가서 영화를 보니 영화라는 것에 소명의식이 생길 정도로 놀랍더라. 그래서 ‘헤어질 결심’은 영화가 영화일 수 있는 기본에 깊이 들어가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은 그의 전작들과 달리 폭력이나 수위 높은 정사 장면이 없다. 강력계 형사 해준(박해일)이 남편 사망 사건 용의자로 서래(탕웨이)를 수사하게 되면서 서로에게 느끼는 관심과 미묘한 감정을 다룬 영화는 대사 같은 직접적인 표현보단 표정의 미세한 변화와 작은 행동, 음악, 미장센으로 감정이 드러나게 하는 데 천착한다. 그가 에세이집 등을 통해 밝혔듯 ‘최소 표현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는 원칙을 적용하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요소는 걷어내며 박찬욱표 영화의 기본으로 돌아간 셈이다. 그는 수상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데뷔작을 내놓은 지 30년이 됐더라. 축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의 데뷔작은 가수 이승철 주연의 ‘달은 해가 꾸는 꿈’(1992년)으로, 흥행에 참패했다. 5년 뒤 ‘3인조’까지 연달아 실패하면서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폭망’했다”라고 표현하며 ‘형편없는 데뷔작’이라고 자평했다. 그런 그가 30년 만에 거장 중의 거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칸영화제 공식 소식지 스크린데일리가 경쟁부문 진출작 21편 중 ‘헤어질 결심’에 가장 높은 평점인 3.2점을 주면서 박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한때 나왔다. “아쉬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평점은 수상 결과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 경험이 많아서 잘 안다”며 특유의 ‘쿨한’ 말투로 답했다. 흥행에 대한 솔직한 마음도 드러냈다. “‘브로커’나 ‘헤어질 결심’이 한국에서 개봉할 때 많은 관객이 이름을 들어서 알고,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좋겠네요.(웃음)”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한번 같이 (작업)해야죠. 13년 전 ‘박쥐’ 이후로 꽤 오래됐어요. 하하.”(송강호) “(캐스팅을) 거절만 하지 말아주세요.”(박찬욱) 제75회 칸영화제를 빛낸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28일(현지 시간) 시상식 직후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친밀함과 끈끈한 ‘케미’를 발산했다. 박찬욱은 “같은 영화로 왔다면 같이 (상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따로 왔으니 같이 받게 된 것 같아 더 재밌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수상자로 호명돼) 제가 일어났을 때 감독님이 뛰어오셔서 포옹하는데 감동적이었다”며 “감독님 눈빛을 보는 순간 너무 좋아하시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였다. 판문점의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사이에 둔 남북 군인들 사이에 벌어진 비극을 다룬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조선 인민군 육군 중사 오경필을 연기했다. ‘넘버3’ ‘반칙왕’ 등 이전 작품에서 주로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송강호는 진중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이미지를 반전시킨다. 작품 역시 590만 명이 관람하며 그해 최고 흥행 실적을 거뒀고 박찬욱도 스타감독 대열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첫 인연을 맺은 ‘공동경비구역 JSA’는 박찬욱, 송강호 모두에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준 셈이 됐다. 박 감독은 바로 다음 작품에서 또 송강호를 선택했다. 흥행으로 입지가 탄탄해진 박 감독이 자신의 기호를 유감없이 발휘한 첫 작품인 ‘복수는 나의 것’(2002년)에 캐스팅한 것. 송강호는 딸을 죽게 만든 유괴범을 쫓으며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아버지 동진을 연기해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복수는 나의 것’은 ‘올드보이’(2004년), ‘친절한 금자씨’(2005년)와 함께 박찬욱의 ‘복수 3부작’으로 불린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건 7년 만인 2009년 영화 ‘박쥐’에서다. ‘박쥐’는 박찬욱이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을 각색한 작품으로, 송강호는 육체적 욕망과 투철한 신앙심 사이에서 고뇌하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을 연기했다. ‘박쥐’는 2009년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아 두 사람이 나란히 칸 레드카펫을 밟게 해준 첫 작품이 됐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송강호의 배우 인생“청소부라도 시켜달라” 연극 입문후드라마 출연않고 영화배우 외길 걸어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만나 연기 변신 경남 김해(현 부산 강서구)에서 나고 자란 송강호는 중학교 2학년 때 자신의 이야기를 재밌어하는 친구들을 보며 배우의 꿈을 꿨다. 23세이던 1990년 부산에서 극단 연우무대의 ‘최선생’을 본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다. 이듬해 연우무대 극장장이던 류태호에게 “청소부라도 시켜 달라”던 청년 송강호는 이로부터 31년 뒤 한국인 첫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단 한 편의 드라마에도 출연하지 않고 줄곧 영화배우 외길을 걸은 결과다. 1991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그는 ‘동승’을 시작으로 1996년까지 10여 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실력파 배우로 이름을 알린다. 1996년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단역으로 영화에 데뷔한 그는 1997년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에서 조폭 부하 ‘판수’ 역을 맡아 주목받았다. 이어 그해 영화 ‘넘버3’에서 말더듬이 깡패 ‘조필’ 역을 맡아 한국 대표 감초 배우로 떠올랐다. 이 영화에서 그의 “내가 현정화! 그러면 무조건 현정화야” 대사는 두고두고 회자됐다. 그는 넘버3로 그해 대종상 신인남우상,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송강호는 코믹한 이미지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쉬리’(1999년)에서 국가정보원 특수요원으로 변신했다. 당시 그의 연기가 배역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도 있었지만 ‘조용한 가족’(1998년)에서 가능성을 본 김지운 감독이 ‘반칙왕’(2000년) 주연으로 그를 캐스팅한다. 송강호의 첫 주연 작품이다. 송강호는 한 인터뷰에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지만 가장 힘들었던 영화는 단연 ‘반칙왕’이다. 주변 시선을 느꼈기에 스스로 더 채찍질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거장 감독들의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한다. ‘조용한 가족’ 이후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밀정’(2016년)에 잇달아 출연한다. 박찬욱 감독과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이후 ‘복수는 나의 것’(2002년), ‘박쥐’(2009년)를 찍었다. 봉준호 감독과는 ‘살인의 추억’(2005년)을 시작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괴물’(2006년), ‘설국열차’(2013년)에 이어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 석권한 ‘기생충’(2019년) 작업을 함께했다.박찬욱의 감독 여정 복수 3부작 등 자신의 취향에 충실‘올드보이’ 칸 심사위원대상으로 세계 주목장르 넘나들며 할리우드 등 진출칸영화제에서만 올해 세 번째로 트로피를 들어올려 ‘깐느 박’으로 통하는 박찬욱 감독(59)은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취향에 충실한 영화를 제작해온 그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그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은 29세 때 찍은 ‘달은…해가 꾸는 꿈’(1992년)이다. 가수 이승철, 나현희가 출연한 이 작품은 흥행에 참패하고 평단의 호응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부진한 성적으로 생계형 평론가로 활동하던 그는 5년 뒤 ‘삼인조’(1997년)를 내놓았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를 충무로가 주목하는 감독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관객 590만 명을 동원해 그해 최고 흥행작이 된 이 작품은 제5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다. 흥행 감독으로 입지를 굳힌 박 감독은 이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치기 시작한다. ‘복수는 나의 것’(2002년)을 시작으로 원죄와 복수, 구원을 소재로 한 ‘복수 3부작’을 선보인다. ‘복수는 나의 것’은 흥행에 실패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한 ‘올드보이’(2003년)를 선보인다. ‘올드보이’가 200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박 감독은 칸과 첫 인연을 맺게 된다. 복수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한 ‘친절한 금자씨’(2005년)는 “너나 잘하세요”라는 명대사를 낳으며 제62회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박쥐’(2009년)는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박찬욱은 당시 인터뷰에서 “‘박쥐’는 그동안 찍었던 작품 중 가장 좋았다. 왜냐면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6년에는 영국 소설가 세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를 각색한 영화 ‘아가씨’를 선보였다. 김민희 김태리 주연의 이 영화는 제69회 칸영화제에 초청됐지만 수상하지는 못했다. 최근 세계 영화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그는 장르를 넘나들며 영미권에도 진출했다. 미국 할리우드에선 니콜 키드먼, 미사 바시코프스 주연의 ‘스토커’(2013년), 영국 BBC 첩보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2018년)을 연출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유흥식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겸 대주교(71·사진)가 한국의 네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지 약 11개월 만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9일(현지 시간) 바티칸 사도궁에서 유 대주교를 포함한 신임 추기경 21명을 발표했다. 유 대주교는 선종한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 지난해 은퇴한 염수정 추기경에 이은 한국의 네 번째 추기경이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유 대주교는 1979년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를 졸업한 후 현지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대전가톨릭대 교수와 총장을 지냈으며 2003년 주교품을 받았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교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까이 지내는 소수의 한국인 성직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실제 그는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이끌어냈다. 유 대주교는 지난해 6월 전 세계 사제 및 부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발탁돼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가톨릭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유 대주교의 능력과 서구 중심의 가톨릭 인맥에서 벗어나 개혁을 강조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중이 들어간 파격 인사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가는 최고위 성직자로 교황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갖는다. 특히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비밀 교황 선출회의인 콘클라베에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유 대주교뿐 아니라 은퇴한 상태의 염 추기경도 올해 79세로 참석할 수 있다. 유 추기경의 서임식은 8월 27일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다. 유흥식 추기경, 백신기부운동으로 교황 신임… 첫 방한 이끌기도 한국 ‘네 번째 추기경’ 서임작년 김대건 신부 200주년 미사 주례 “교황 방북-남북교류 활기 띨 수도”추기경은 교황 보좌 최고위 성직자80세 미만은 교황 선출-피선거권도… 신자들 “김수환 추기경처럼 됐으면” 한국 가톨릭이 유흥식 대주교(71)의 추기경 임명으로 또 하나의 경사를 맞았다. 유 대주교는 지난해 6월 전 세계 사제들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고 주교들을 지원하는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됐다. 240년 한국 가톨릭 역사는 물론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첫 사례였다. 염수정 추기경(79)이 지난해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나 은퇴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직으로는 유 대주교가 유일하다. 유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은 시간문제였다. 교황청 행정기구인 9개 성(省) 장관은 관례상 추기경 좌(座)로 분류돼 있어 추기경 서임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규모 종교행사에 대한 우려가 많아 임명이 늦춰졌다는 후문이다. 유 대주교가 교구장을 지낸 대전교구 측은 “교구 사제와 신자들이 전임 교구장님의 추기경 서임을 위해 많은 기도를 올렸다”며 “네 번째 추기경 탄생은 성직자성 장관 임명에 이어 한국 가톨릭의 경사”라고 말했다. 유 대주교는 성직자성 장관 임명 이후 한국 가톨릭교회와 교황청의 소통은 물론 코로나19 백신 기부 운동을 뒷받침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주교는 지난해 8월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국 교회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를 주례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김대건 신부에게 봉헌되는 미사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은 백신 기부와 관련해 “주교님들께서 아낌없이 보여주신 사랑과 형제애에 저는 진심으로 감동을 받았다”면서 “한국 지역교회의 모든 신자를 품에 안으며, 저의 진심 어린 애정과 영적 친밀감을 전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이끌어낸 이도 유 대주교였다. 당시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요청한 그의 서한을 계기로 교황 방한이 이뤄졌다. 교황 방한을 앞두고 바티칸에서 열린 요한 23세 및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시성식에서도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40분간 단독 면담하며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교회법에 따르면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성직자 지위다. 교황을 보필해 교회를 원활하게 관리하는 역할을 해 교황의 최고위 보좌관으로도 불린다. 전 세계 추기경이 소속된 추기경단은 교회법상 교황의 최고 자문기관이다.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교황 유고 시 콘클라베(교황 선출 투표)에 참석하며 교황으로 선출되는 피선거권도 있다. 유 추기경뿐 아니라 지난해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나며 은퇴한 염수정 추기경도 80세 미만이어서 참석할 수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측은 “이번 임명을 통해 유흥식 대주교가 성직자성 장관에 어울리는 명실상부한 지위와 명예를 갖게 됐다”며 “유 대주교가 한국 교회는 물론 세계가톨릭 교회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계의 한 신부는 “유 대주교는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과 남북 교회의 교류에 힘을 보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며 “유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이 다양한 남북 교류 사업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 소식이 전해진 29일 오후 9시경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는 이날 마지막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150여 명의 신자가 모였다. 미사를 마친 신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유 대주교의 서임을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 백지우 씨(39)는 “갑작스럽게 임명 소식을 들어서 놀랐지만 크게 축하할 일이다. 약자 편에 서는 추기경이 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희옥 씨(68)는 “김수환 추기경처럼 검소한 추기경이 되시면 좋겠다. 평화와 사랑 등 추기경이 지녀야 할 가치도 잘 실현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김학렬 씨(50)는 “추기경이 한 분 더 나오신 만큼 우리나라 천주교의 위상이 높아질 것 같다”며 “염수정 추기경과 함께 두 분이 추기경 일을 잘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유흥식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겸 대주교(71·사진)가 한국의 네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지 약 11개월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9일(현지시간) 바티칸 사도궁에서 유 대주교를 포함한 신임 추기경 21명을 발표했다. 유 대주교는 고 김수환 추기경(1969년)과 고 정진석 추기경(2006년), 염수정 추기경(2014년)에 이은 한국의 네 번째 추기경이다. 유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식은 8월 27일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다. 유 대주교는 80세 미만의 추기경이라 교황 유고시 교황 선출권도 갖는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을 보좌하는 최측근이자 최고위 성직자다. 전 세계 모든 추기경이 소속된 추기경단은 교회법상 교황의 최고 자문기관이다. 추기경의 신분상 직위는 종신직이나 80세가 되면 법률상 모든 실질 직무는 종료된다. 염수정 추기경은 올해로 79세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유 대주교는 1979년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를 졸업한 후 현지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대전가톨릭대 교수와 총장을 지냈으며 2003년 주교품을 받았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교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까이 지내는 소수의 한국인 성직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 실제 그는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이끌어냈다. 당시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예정이었던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요청한 그의 서한을 계기로 교황 방한이 이뤄졌다. 지난해 6월 유 대주교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발탁됐다. 한국인 성직자가 전 세계 사제 및 부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건 교황청 역사상 처음이다. 유흥식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연 깊어 유흥식 대주교(71)의 추기경 임명은 교황청 장관으로 임명된 지 약 11개월 만에 이뤄졌다. 고 김수환, 정진석 염수정 추기경에 이어 한국 천주교 역사상 네 번째 추기경이 나온 것이다. 지난해 6월 유 대주교가 전 세계 사제들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고 주교들을 지원하는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됐을 때부터 그의 추기경 서임 가능성이 제기됐다. 교황청 행정기구인 9개 성(省) 장관은 관례상 추기경 직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성직자성은 가톨릭 신학교들에 대한 관리 권한도 갖고 있다. 유 대주교의 교황청 장관 임명은 역대 한국인 성직자 중 처음으로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사례였다. 유 대주교는 1979년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교의신학과를 졸업하고 사제 서품도 이탈리아 현지에서 받았다. 이탈리아어에 능통한데다 교황청 인맥이 두터운 이유다. 이런 배경은 그가 아시아 출신으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전격 발탁된 배경이 됐다. 특히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도 인연이 깊다. 두 사람은 2013년 7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서 처음 만났다. 그곳은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후 처음 나선 해외 방문지였다. 유 대주교가 이탈리아어로 “한국에서 왔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레아?”라고 물었다. 유 대주교가 “350명 한국 젊은이들과 함께 왔습니다”라고 말하자 교황은 뒤를 돌아보며 “한국 교회는 강합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도 그가 이끌어냈다. 유 대주교가 교구장으로 있던 대전교구의 ‘아시아청년대회’에 교황이 참석한 것. 교황 방한을 앞두고 바티칸에서 열린 요한 23세 및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시성식에서도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40분간 단독 면담을 가졌다. 유 대주교는 단독 면담 후 한복을 입은 성모상을 교황에게 선물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성모님!”이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유 대주교는 올 4월에도 바티칸에서 교황을 알현해 ‘땀의 순교자’로 불리는 최양업 신부 시복 문제와 한반도 평화 이슈를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성직자성 장관 임명 사실을 교황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유 대주교는 “사제의 쇄신 없이 교회의 쇄신도 없다는 말은 항상 맞다”며 “교황님의 교황청 쇄신 노력을 힘껏 돕겠다”고 밝혔다. 교계 일각에선 유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을 계기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을 보좌하는 최측근이자 최고위 성직자다. 추기경이 되기 위한 특별한 자격은 없다. 한국 가톨릭은 “사제 서품을 받은 이 가운데 신심과 학식, 품행을 갖추고 업무 처리 역량이 특출한 이를 교황이 자유로이 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교황의 뜻에 따라 대주교나 주교가 아닌 일반 신부도 임명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교황이 후보자를 거명하면 추기경단이 토론하고 동의하는 절차가 있었지만, 현재는 형식적인 절차로 남아 있다. 실질적으로는 교황에게 임명에 대한 전권이 부여돼 있다. 추기경은 출신 국가에 관계없이 바티칸 시민권을 갖게 되며, 국제 의전상 최고 예우를 받는다. 추기경의 신분상 직위는 종신직이나 80세가 되면 법률상의 직무는 사실상 종료된다. 추기경의 가장 큰 권한은 교황 선출이다. 80세 미만의 추기경들이 로마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콘클라베를 통해 새로운 교황을 뽑게 된다. 교황청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추기경은 215명이며 이 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이 93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65명은 베네딕토 16세 때, 나머지 57명은 요한 바오로 2세 때 각각 서임됐다. 유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식은 올 8월 27일 로마 바티칸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한 번 같이 (작업)해야죠. 13년 전 ‘박쥐’ 이후로 꽤 오래됐어요. 하하.”(송강호) “(캐스팅을) 거절만 하지 말아주세요.”(박찬욱) 제75회 칸 영화제를 빛낸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28일(현지 시간) 시상식 직후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친밀함과 끈끈한 ‘케미’를 발산했다. 박찬욱은 “같은 영화로 왔다면 같이 (상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따로 왔으니 같이 받게 된 것 같아 더 재밌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수상자로 호명돼) 제가 일어났을 때 감독님이 뛰어오시면서 포옹하는데 감동적이었다”며 “감독님 눈빛을 보는 순간 너무 좋아하시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였다. 박찬욱을 흥행감독 반열에 오르게 한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조선 인민군 육군 중사 오경필을 연기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사이에 둔 남북 군인들 사이에 벌어진 비극을 다룬 영화로, 590만여 명이 관람하며 흥행에 성공한다. 박 감독은 바로 다음 작품에서 또 송강호를 선택했다. 흥행으로 입지가 탄탄해진 박 감독이 자신의 기호를 유감없이 발휘한 첫 작품인 ‘복수는 나의 것’(2002년)에 캐스팅한 것. 송강호는 딸을 죽게 만든 유괴범을 쫓으며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아버지 동진 역을 연기해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복수는 나의 것’은 ‘올드보이’(2004년), ‘친절한 금자씨’(2005년)와 함께 박찬욱의 ‘복수 3부작’으로 불리게 된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건 7년 만인 2009년 영화 ‘박쥐’에서다. ‘박쥐’는 박찬욱이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을 각색한 작품으로, 송강호는 육체적 욕망과 투철한 신앙심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을 연기했다. ‘박쥐’는 2009년 제62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아 두 사람이 나란히 칸 레드카펫을 밟게 해준 첫 작품이 됐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자기만의 감각으로 인물의 삶을 재현해 내는 배우.” 배우 황순미(42)가 올 초 연극 ‘홍평국전’으로 제58회 동아연극상 연기상 수상자로 결정될 당시 심사위원들이 남긴 심사평이다. 성별이 특정되지 않은 영웅 캐릭터 홍평국을 탁월하게 소화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그가 선택한 차기작은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오아시스’. 2017년부터 연극 ‘초인종’ ‘홍평국전’ 등을 함께 작업해온 설유진 연출가와 다시 한 번 뭉쳤다. 18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연극 ‘오아시스’는 차가운 디스토피아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면서도 여전히 마음에 사랑과 불꽃을 간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황순미는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인물 11명 중 지정신이란 이름의 과학자 캐릭터를 연기한다. 하지만 설 연출가의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각본상 배역의 성별은 특정되지 않았다. “성별이 주는 편견을 심어주고 싶지 않은 연출가의 의도라고 생각해요. 지정신을 연기하면서 저 나름대로는 어떤 남성 과학자를 떠올려보긴 했지만요. 관객들은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극중 인물의 대사로만 사유했으면 합니다.” 그는 대학 새내기치곤 비교적 늦은 스물넷에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했다. 원래 의상 전공자였던 그는 “오페라, 연극 등 무대 의상 작업을 하면서 뒤늦게 연기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고 전하며 웃었다. “연습실에서 배우들이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연기하는 모습을 봤어요. 날것의 거친 모습들이 제겐 마냥 예쁘게 보이더라고요. 의상 일을 좋아해서 직업을 바꾸는 것에 대해 고민하긴 했지만 배우가 된 후로 다른 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극단 인혁의 연극 ‘수상한 동양화’(2006년)로 데뷔한 그는 올해로 16년 차 무대 경력의 배우다. “처음 극단 생활을 할 때 연극을 잘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연극부터 잘하자’고 생각했어요(웃음). 이젠 시간이 좀 지났으니 무대가 아닌 곳에서 새로운 도전도 해보고 싶습니다.” 6월 3∼12일, 전석 4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이주노동자에 관한 많은 기사가 나온다. 열악한 노동 환경, 갖은 범죄에 노출된 처지,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 당위적으로는 이주노동자의 삶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주장에 고개는 끄덕일지언정 마음이 움직이긴 쉽지 않다. 인간은 본래 자신이 연루된 고통에 반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주자 인권 활동가인 저자는 ‘관찰’이 아닌 ‘참여’를 택했다. 1500일간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일한다는 농촌의 노동자로 취업한다. 이주노동자 문제라는 거시 담론을 이야기하기 위해 캄보디아에서 온 씸낭, 보파, 쓰레이응 등의 실존 인물을 내세운다. 저자에겐 동료인 그들이 독자에겐 농·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창(窓)이 된다. 한국은 더 이상 젊은 사람들이 농어촌에서 일하지 않는 나라가 됐다. 그 결과 농어촌에서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4명이 이주노동자라고 한다. 특히 집약적 노동이 요구되는 채소·과일 재배 농가에선 이주노동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저자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깻잎, 고추, 토마토, 딸기 등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지는 그들의 삶은 처참하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건 기본이고 몇 달 치 임금이 체불되는 사례도 허다했다. 재래식 화장실도 딸려 있지 않은 비닐하우스나 간이 컨테이너에서 살아야 하지만 월세는 75만 원이 넘는다. 2020년 기준 임금 체불을 당한 이주노동자는 3만 명이 넘었다. 사장이 가하는 성폭력을 피해 미등록 노동자가 되는 여성 노동자도 상당수다. 저자는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 조항이 이주노동자가 불합리한 대우를 당해도 직장을 쉽게 옮길 수 없게 악용된다고 지적한다. 매일같이 농촌에서 생산하는 채소와 과일을 먹고 살아가는 한국인 중 그들의 고통에 연관되지 않은 이는 한 명도 없다. 소설가 최은영은 추천사에 “나의 무감한 공모를 깨닫게 되었고 마음이 아팠다”며 “이 책이 잔인함에 이토록 관대한 이 사회를 변화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무대와 영상 매체를 넘나드는 전국향(59)은 다작(多作)으로 유명한 배우다. 데뷔한 지 올해로 39년을 맞은 베테랑 배우로 한 해 평균 4편 정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선다. 드라마는 올해에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tvN ‘빈센조’ ‘킬힐’ 등에 출연했다. 다만 주인공 어머니나 할머니 역이 대부분이었다. 1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후배들이 작품 하자고 하면 ‘내가 꼭 필요하겠거니’ 싶어 배역 안 따지고 이것저것 많이 하게 됐다”며 “사정이 어려우니까 날 부르지, 안 그럼 다른 큰 배우랑 하지 않겠냐”며 웃었다. 이번엔 주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19일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7분’에서 섬유회사의 노동자 대변인 블랑세 역을 맡게 된 것. 연극 ‘7분’은 다국적 기업에 매각된 섬유회사에서 해고의 두려움을 느끼는 노동자들의 불안을 다룬다. 구조조정 여부를 밝히지 않은 다국적 기업이 제시하는 조건은 의미심장하다. 모든 노동자의 휴게 시간을 15분에서 8분으로 단축하라는 것. 7분만 양보하면 노동자들은 무사히 고용 승계될 거란 희망에 사로잡힌다. “개개인에게 7분은 짧지만 전체 노동자는 200명이 넘으니 조건을 받아들이면 한 명이 7분을 포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죠. 공장주에겐 막대한 이익을 안기지만 노동자에겐 무엇이 남을까요. 더 많은 걸 내어주게 되지 않을까요? ‘7분’에 담긴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성을 말하는 연극입니다.” 배역이 주어지면 매체를 가리지 않는다는 그는 독립 장편영화 ‘욕창’(2020년), ‘혜옥이’(2021년)에선 주연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기획사에 들어간 이후 드라마에도 자주 얼굴을 비치지만 그는 여전히 “무대가 제일 좋다”고 말하는 천생 연극인이다. “대본과는 달리 희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어요. 배우로서 인물을 구축하기에 훨씬 좋죠.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볼 새도 없는 드라마와 달리 연극은 앙상블 작업이에요. 우리끼리 얘기하고 피 터지게 싸웠다가 울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찾아오는 것들이 아직은 훨씬 값지게 느껴집니다.” 19∼28일, 전석 3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무대와 영상을 넘나드는 전국향(59)은 다작(多作)으로 유명한 배우다. 올해로 데뷔 39년을 맞은 그는 한 해 평균 4편 가량의 연극 무대에 꾸준히 선다. 드라마는 올해에만 ‘소년심판’ ‘빈센조’ ‘기상청 사람들’ ‘킬힐’에 출연했다. 다만 그가 맡은 배역은 주인공 어머니나 할머니가 대부분이다. 1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후배들이 작품 하자고 하면 주·조연 따지지 않고 ‘내가 꼭 필요하겠거니’ 하다보니 이것저것 많이 하게 됐다”며 “저들도 사정이 어려우니까 날 부르지, 안 그럼 다른 큰 배우랑 하지 않겠냐”며 웃었다. 이번엔 주연으로 무대에 선다. 19일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7분’에서 섬유회사의 노동자 대변인 블랑세 역을 맡게 된 것. 연극 ‘7분’은 다국적 기업에 매각된 섬유회사 다니는 노동자들의 불안을 다루는 작품이다. 구조조정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다국적 기업이 해고 두려움을 느끼는 노동자들에게 제시하는 조건은 의미심장하다. 모든 노동자의 하루 휴게시간을 15분에서 8분으로, 7분을 단축하라는 것. 7분만 양보하면 노동자들은 모두가 무사히 고용승계될 수 있을 거란 희망에 사로잡힌다. “개개인에게 7분은 짧지만 전체 노동자는 200명이 넘으니 모두의 7분은 한 명이 7분을 포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죠. 공장주에겐 막대한 이익을 안기지만 노동자에겐 무엇이 남을까요.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내어주게 되지 않을까요? 저희 작품은 ‘7분’에 담긴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성을 말하는 연극입니다.” 연극 ‘7분’은 한국 연극 최초로 배우 11명 모두에 각각 수어통역사가 붙는다. 1명의 수어통역사가 모든 배우의 대사를 전달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 단계 나아간 것이다. “대사를 하면 옆에 선 통역사가 수어로 연기해요. 수어가 그토록 아름다운지 몰랐어요. 굉장한 감동이 오더라고요. 연습할 때 넋 놓고 수어를 보다 대사를 놓친 적도 많아요.(웃음)” 1983년 서울예대 재학생이었던 그는 대학로 연극판에 데뷔한다. 이후 39년 간 1년 이상 무대를 떠난 적이 없다. 남편도 학교 선배이자 연극무대에 같이 서온 배우 신현종이다. “난 처음에 그랬어요. 내 삶에서 제일 먼저는 연극이고 그 다음이 가족이었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벌이가 안정된 건 아니었지만 감사하게 누구에게 빚지거나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없으면 없는 대로. 나는 대신 좋아하는 거 하며 살잖아? 이런 마음으로 살았어요. 우리 남편도 그랬을 거고요.” 배역이 주어지면 매체를 가리지 않는다는 그는 독립 장편영화 ‘욕창’(2020년), ‘혜옥이’(2021년)의 주연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소속사가 생긴 이후 드라마에도 자주 얼굴을 비추지만 여전히 “무대가 제일 좋다”고 말하는 천생 연극인이다. “회사에선 연극 너무 많이 한다고 불평해요.(웃음) 작품이 들어와도 너무 연극을 많이 하니까 다른 건 못한다고요. 근데 나는 아직까지도 연극이 훨씬 좋아요. 대본과는 달리 희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어요. 배우로서 인물을 구축하기에 훨씬 좋죠. 촬영 일정이 빡빡해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볼 새도 없는 드라마와 달리 연극은 앙상블 작업이죠. 우리끼리 서로 얘기하고 피터지게 싸웠다가 울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찾아오는 것들이 아직은 훨씬 값지게 느껴지네요.”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17세기 영국, 입이 양옆으로 찢긴 괴기한 용모를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웃는 남자’가 다음 달 10일 막이 오른다. 3년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나는 이번 공연뿐 아니라 초연(2018년), 재연(2019년)에서 주인공 그윈플렌에 연달아 낙점된 유일한 배우가 있다.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아주 아름다운 방식으로 그냥 그윈플렌 자체가 되어 버린다”고 극찬한 배우 박강현(33)이다. 12일 서울 강남구의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웃는 남자’ 초·재연에서 공연이 끝날 때마다 탈진할 정도로 힘들어서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초연부터 함께해와 그런지 그윈플렌은 마치 직접 낳은 자식 같은 느낌이라, 세 번째 시즌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을 때 안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웃는 남자’ 이번 시즌은 캐스팅도 화려하다. 박강현을 포함해 뮤지컬계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박효신, 연기력과 가창력을 모두 갖춘 박은태까지. 쟁쟁한 배우들이 그윈플렌으로 낙점됐다. “(박효신, EXO 멤버 수호와 했던) 초연 때도 솔직히 부담감은 없었거든요. 제 기준에선 두 분 다 너무 스타잖아요. 비교할 것도 없이 나만 잘하면 되겠다 싶었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형들을 보고 많이 배워야 되겠다는 생각뿐 부담은 느끼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윈플렌은 누군가에게 버려진 후 어른들의 탐욕에 의해 입이 찢긴 인물이다. 유랑극단에서 괴상한 용모를 희화화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광대가 되지만 이면엔 슬픔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누구보다 순수한 그윈플렌을 깊어지게 만드는 건 결핍이라고 생각해요. 전 결핍이 주는 아픔을 무대에서 표현하는 게 좋아요. 결핍은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게 드러나잖아요. 별것도 아닌 일에 너무 아파할 수도 있고 큰일에는 오히려 별로 안 아플 수도 있고요. 결핍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는 복 받은 거죠.” 2015년 뮤지컬 ‘라이어 타임’의 안단테 역으로 데뷔한 그는 뮤지컬 ‘광화문 연가’ ‘킹키부츠’ ‘모차르트!’ ‘엘리자벳’ ‘엑스칼리버’ 등 주로 대작에 출연해왔다. 지난해엔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오르페우스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상 받은 후 첫 무대가 ‘웃는 남자’라 솔직히 어깨가 무겁긴 해요. 부담될까 봐 일부러 상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잊으려 노력해요.” 데뷔 7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보여주는 게 목표다. “어렸을 때 만들기를 좋아했는데 남들과 똑같은 걸 만드는 건 싫어했어요. 저는 다른 사람이 해놓은 걸 따라하기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 같아요. 어떤 작품이든 초연 무대에 서고 싶어요. 다른 배우가 만들어놓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어가는 게 좋거든요.” 6월 10일∼8월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6만∼15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어느 순간부터 ‘이 무대가 마지막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고 있습니다.” 데뷔 25주년을 맞은 발레리나 김주원(45)의 고백은 솔직했다. 17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공연기획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발레리나로서 신체의 노화를 말하는 건 쉽진 않지만 나이 듦을 인정하고 매일 3시간 넘게 운동하며 열심히 단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15년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약한 김주원이 예술감독이자 무용수로서 발레 ‘레베랑스’를 선보인다. 다음 달 9~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이 작품은 김주원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다. 공연시간 70분 동안 관객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발레리나 김주원’의 작품을 망라한다. 국립발레단 데뷔작(1998년)으로 그에게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라 당스’를 안겨준 ‘해적’ 2막의 침실 파드되를 비롯해 ‘지젤’의 2막 아다지오, 안무가 이정윤의 ‘빈사의 백조’가 포함됐다. 창작 안무로는 ‘발꿈치로 걷는 발레리나’가 있다. 그는 “발레리나는 주로 발 앞쪽을 사용하지만 오랜 기간 춤을 추다 보니 자연스레 발꿈치를 사용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담았다”며 “35년간 춤을 추며 느꼈던 단상을 녹여냈다”고 말했다. 과거 이미자, 김상희 등과 앨범을 낸 적이 있는 아버지 김택모 씨(사업가)가 부른 곡에 맞춰 김주원이 춤을 추는 무대도 있다. ‘한번만 만나볼까’ ‘가랑잎처럼’이다. 그는 “5, 6세 때부터 아버지가 노래하신 곡에 맞춰 춤을 췄던 기억이 있다”며 “작품을 준비하면서 뿌리, 중심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떠올렸다”고 했다. 2만5000~4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17세기 영국, 입이 양옆으로 찢긴 괴기한 용모를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웃는 남자’가 다음달 10일 막이 오른다. 3년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나는 이번 공연뿐 아니라 초연(2018년), 재연(2019년)에서 주인공 그윈플렌에 연달아 낙점된 유일한 배우가 있다.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아주 아름다운 방식으로 그냥 그윈플렌 자체가 되어 버린다”고 극찬한 배우 박강현(33)이 그 주인공이다. 12일 서울 강남구의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웃는 남자’ 초·재연에서 공연이 끝날 때마다 탈진할 정도로 힘들어서 더 이상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초연부터 함께해와 그런지 그윈플렌은 마치 직접 낳은 자식 같은 느낌이라, 세 번째 시즌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을 때 안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웃는 남자’ 이번 시즌은 캐스팅부터 화려하다. 박강현을 포함해 뮤지컬계 흥행보증수표 ‘박효신’, 연기력과 가창력을 모두 갖춘 박은태까지…. 이른바 ‘3박’으로 불리는 쟁쟁한 배우들이 모두 그윈플렌으로 낙점됐다. “(박효신, EXO 멤버 수호와 했던) 초연 때도 솔직히 부담감은 없었거든요. 제 기준에선 두 분 다 너무 스타잖아요. 비교할 것도 없이 나만 잘하면 되겠다 싶었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형들을 보고 많이 배워야 되겠다는 생각뿐 부담은 느끼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가 연기하는 그윈플렌은 누군가에게 버려진 후 어른들의 탐욕에 의해 입이 찢긴 인물이다. 유랑극단에서 괴상한 용모를 희화화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광대가 되지만 이면엔 슬픔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누구보다 순수한 그윈플렌을 깊어지게 만드는 건 ‘결핍’이라고 생각해요. 전 결핍이 주는 아픔을 무대에서 표현하는 게 좋아요. 결핍은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게 드러나잖아요. 별 것도 아닌 일에 너무 아파할 수도 있고 큰일에는 오히려 별로 안 아플 수도 있고요. 배우가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직업이라면 결핍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는 복 받은 거죠.” 2015년 뮤지컬 ‘라이어 타임’의 안단테 역으로 데뷔한 그는 뮤지컬 ‘광화문 연가’ ‘킹키부츠’ ‘모차르트!’ ‘엘리자벳’ ‘엑스칼리버’ ‘그레이트 코멧’ 등 주로 대작에 출연해왔다. 지난해엔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오르페우스를 완벽하게 소화해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상 받고 첫 무대가 ‘웃는 남자’라 솔직히 어깨가 무겁긴 해요. 근데 부담될까봐 일부러 상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까먹으려 노력해요. 물론 상은 집에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어느 덧 데뷔 7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보여주는 게 목표다. “어렸을 때 ‘만들기’를 좋아했는데 남들과 똑같은 걸 만드는 건 싫어했어요. 저는 다른 사람이 해놓은 걸 따라하기 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 같아요. 그래서 어떤 작품이든 ‘초연’ 무대에 서고 싶어요. 다른 배우가 만들어놓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어가는 게 좋아요.” 6월 10일~8월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6만~15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지난해 6월 10일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극장에서 열린 파리오페라발레단(BOP)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커튼콜 무대에 오른 오렐리 뒤퐁 BOP 예술감독이 2011년 한국 발레리나 최초로 BOP에 입단한 박세은을 ‘에투알(´etoile·별)’로 지명했다. 351년 역사를 지닌 세계 최정상의 발레단 BOP에서 동양인 최초 수석무용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박세은은 외국인 단원 비중이 5%에 불과한 BOP에서 새 역사를 쓴 인물이 됐다. 에투알 승급 1년을 맞는 박세은(33)을 15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파리에서 전화를 받은 그는 “에투알은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고백했다. “프르미에르 당쇠즈(제1무용수) 땐 주연은 물론이고 군무도 맡아서 공연 횟수가 많았는데 이젠 제가 주연인 무대에만 서거든요. 한 작품을 20회 공연할 경우 이전에는 16∼20회 무대에 올랐다면 이젠 4회 정도 될까요? 연습량이 많은 데 비해 무대에 설 기회는 얼마 없는 거죠. 다음 시즌엔 주인공이 아닌 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지난 1년간 ‘에투알 박세은’은 단연 BOP의 주역으로 빛났다. ‘한여름 밤의 꿈’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에 이어 7월 2일부터 공연하는 ‘지젤’까지…. 특히 그가 ‘지젤’ 무대에 오르는 건 처음이다. “‘지젤’은 너무나 유명해서 데뷔라고 하면 다들 놀라시더라고요(웃음). 많은 발레리나들이 지젤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천진난만한 소녀가 심장이 아픈 탓에 불편한 몸이 되고, 첫사랑에 빠졌다 이내 배신감을 느끼고 미쳐 가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감정이 빠르게 바뀌면서 증폭돼 가요.” 박세은은 7월 지젤 무대를 마친 후 28일부터 이틀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도로테 질베르, 발랑틴 콜라상트, 제르맹 루베, 폴 마르크 등 동료 에투알 무용수들과 함께 ‘2022 에투알 갈라쇼’를 선보인다. 에투알 승급 후 첫 국내 무대다. BOP 무용수들이 한꺼번에 한국을 찾는 것은 1993년 이후 29년 만이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에투알로 지명된 날 췄던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되(2인무)와 미하일 포킨이 안무한 ‘빈사의 백조’를 선보인다. “제가 추는 줄리엣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보다는 천방지축 같다고 할까요? 이 발레의 안무를 짠 루돌프 누레예프가 그런 모습을 원했다고 배웠어요. 전막 발레를 출 땐 안무가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그걸 객석에 전달하는 게 제 의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태자 루돌프의 비극을 다룬 ‘마이얼링’으로 그는 9월 에투알로서 두 번째 시즌을 연다. 영국 로열발레단의 전막 발레 ‘마이얼링’은 BOP에선 처음 선보이는 작품. 그는 루돌프와 함께 세상을 떠난 연인 마리 페체라를 연기한다. “에투알로 무대에 서는 것에 엄청난 부담감이 있어요. 예전엔 관객만 보고 춤을 췄다면 이젠 단원들을 생각하게 돼요. 단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 그는 6월과 7월 은퇴 공연을 각각 앞둔 두 명의 에투알을 보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은퇴하는 게 대부분인데 이번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데뷔작으로 떠나는 에투알이 있어요. ‘이 사람은 마지막까지 배우고 성장하는구나’ 싶었어요. 리스크도 있겠지만 전 그게 참 재밌고 멋있고 특별해 보여요. ‘난 무슨 작품으로 떠나게 될까’ 생각도 해봤어요. 앞으로 10년은 더 고민하겠지만요(웃음).” 6만∼25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2016년 초연부터 흥행 가도를 걸었던 뮤지컬 ‘마타하리’가 5년 만에 돌아온다. 새로운 캐릭터와 넘버를 추가하고, 주인공 마타하리의 내면을 부각시키며 이야기의 밀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와 독일의 이중 첩자로 알려진 무희(舞姬) 마타하리. 매혹적인 외모와 춤 실력을 이용해 돈과 명예를 추구한 악녀로 알려져 있지만, 작품 속 마타하리는 파리에서 자유를 좇은 예술가이자 사랑을 갈구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이중첩자 마타하리’에 초점을 맞춘 초·재연과 달리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28일 개막하는 이번 시즌에선 ‘인간 마타하리’를 세밀하게 부각한다. 이를 위해 마타하리(옥주현, 솔라)의 전사(前史)가 대폭 추가됐다. 각본·연출을 맡은 권은아 연출가는 “‘그녀가 왜 마타하리가 되어야 했나’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마타하리가 되기 전 그녀의 과거를 제대로 전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은 마가레타. 마타하리의 본명을 따서 만든 캐릭터로, 극 중에서 마타하리 내면의 자아를 상징한다. 마가레타는 대사 없이 오직 춤만 춘다. 권 연출가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겪은 여성이 이름을 바꾸고 명성을 얻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될 순 없다”며 “마타하리 이전의 모습이 마음으로 남아 있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마가레타는 넘버나 대사 없이 춤으로만 연기한다”고 했다. 마가레타 역은 현대무용가 김지혜와 최진이 맡았다. 화려한 장식에 강렬한 원색의 마타하리 의상과 달리 마가레타는 장식을 최소화한 무채색 옷을 주로 입는다. 마가레타가 그녀의 내면을 상징하는 만큼 옷의 색상으로 심적 변화를 표현한 것. 의상을 맡은 한정임 디자이너는 “마타하리가 외면, 마가레타가 내면이라고 했을 때 외면은 태양처럼 강렬하고 빛나는 이미지이고 내면은 그 반대라 생각해 무채색을 활용했다”며 “행복한 어린 시절에선 따뜻한 아이보리, 암울했던 시기엔 차가운 회색, 다시 사랑을 느꼈을 때는 파스텔 톤의 분홍색으로 제작했다”고 했다. 처형장 장면에서 마타하리가 입는 의상은 죽음의 순간까지 당당했던 그녀를 은유한다. 한 디자이너는 “마타하리의 처형장 의상은 이전보다 더욱 과감한 노출 디자인으로 제작된 붉은 시스루 드레스”라며 “죽는 순간에도 당당하고 아름답게 반짝였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마타하리와 대척점에 선 인물도 추가된다. 실존 인물인 프랑스 국방부 장관 팽 르베로 마타하리를 파국으로 몰아 넣는 캐릭터다. 팽 르베(홍경수, 육현욱)가 부르는 ‘선택권’ 등 넘버 4곡도 새롭게 추가됐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추가된 4곡 외에도 대부분의 넘버가 재배치, 편곡, 수정 과정을 거쳐 이전 작품과 완전히 달라진 느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28일∼8월 15일, 7만∼15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작곡가는 왜 마지막 음을 더 올렸을까요? 에너지도 다 써버렸는데….”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채널A ‘뮤지컬스타’ 촬영 현장. 뮤지컬 ‘마리 퀴리’ ‘킹 아더’의 신은경 음악감독이 뮤지컬 ‘데스노트’ 중 주인공 라이토의 넘버(노래) 시연을 막 끝낸 참가자에게 물었다. “점점 고조되는 주인공의 감정을 다음 장면에서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 같습니다.” 참가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자 신은경 감독은 그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목소리는 충분히 완성도가 있는데…. 넘버의 음악적 구조를 본인 생각으로 분석한 게 아니라 남의 것을 카피한 느낌이라 아쉽네요. 다시 불러볼까요?” 이날 촬영에선 ‘뮤지컬스타’ 참가자 18명이 뮤지컬 연출가와 음악감독의 멘토링을 받았다. ‘뮤지컬스타’는 2015년부터 8년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개최해 온 뮤지컬 배우 발굴 프로젝트로, 채널A가 2019년부터 매년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다. 네 번째 시즌인 올해 ‘뮤지컬스타’는 10일 오후 11시 10분 첫 회가 방송된다. 멘토링 프로그램에는 뮤지컬 ‘베르테르’를 연출한 조광화와 연극, 뮤지컬에서 활약 중인 김태형 연출가, 신은경 이경화 음악감독이 멘토로 참여한다. 참가자들을 향한 조광화 연출가의 연기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넘버 속에서 분위기가 바뀌면 배우의 행동도 바뀌어야 하는데…. 가사 분석이 하나도 안 돼 있는 것 같아.” 멘토의 날카로운 지적에 참가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멜로디에 숨지 말고 본인의 말을 따라가라.” “상황을 구체적으로 해석하라.” “강약 조절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이날 멘토링을 받은 참가자 18명은 전체 지원자 728명 가운데 3월부터 두 달간 이어진 경연을 통과한 이들이다. 오디션 참가 요건을 ‘만 24세 이하’로 두고 있는 만큼 지원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다수다. 박정숙 DIMF 사무국장은 “경연대회 외에도 멘토링 프로그램을 따로 두는 이유는 뮤지컬스타가 단순히 우승자만을 뽑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실력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는 더욱 엄격해진 경연 룰로 긴장감을 더한다. 심사위원 5명 중 4명에게만 선택을 받으면 합격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 시즌부턴 심사위원 전원에게 선택을 받아야 한다. 만장일치 선택을 받지 못한 참가자는 그 자리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된다. 심사는 뮤지컬 배우 정영주, 마이클 리, 민우혁, 켄 그리고 장소영 음악감독이 맡는다. 각양각색 사연을 지닌 참가자들의 드라마도 주요 볼거리다. 올해로 4년째 도전하는 뮤지컬스타 ‘4수생’부터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공장 2교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지망생, 한쪽 청각은 잃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 청년, 낮엔 회사 저녁엔 연습실을 오가는 직장인까지…. ‘뮤지컬스타’ 연출을 맡은 전경남 PD는 “여러 사연을 지닌 참가자들이 기존의 뮤지컬 넘버를 어떻게 본인 이야기로 재해석하고 어떤 메시지를 담아 노래하는지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귀 기울이면 방송을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MC는 뮤지컬 ‘알타보이즈’(2016년)에서 주인공 매튜를 연기한 배우 이이경이 맡았다. 이이경은 “참가자들이 각자의 개성과 강점을 살리려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받은 순간이 정말 많았다”며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분들이 절대 포기하지 않길 응원한다”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