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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대가로 우크라이나 희토류의 지분 50%를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이 거절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AP통신 인터뷰에서 이 제안이 미국의 이익만 반영하고 있다며 자신이 협상에 참여한 장관들에게 “서명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신속한 ‘종전 협상’을 강조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러시아의 입장만 중시한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NBC방송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희토류와 미국의 안보 보장을 교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NBC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희토류의 50%를 보장 받으면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그러나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이 광물 협정이 우크라이나의 안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존재할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만 내놨다고 FT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의 군사 지원 대가로 희토류를 요구했으며 미국의 안보 보장 약속은 없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전직 고위 관리 역시 미국의 이번 제안을 두고 “식민지 협정”이라고 반발했다.우크라이나 측은 희토류 채굴이 이뤄진 후 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 뉴욕 법원이 관할할 것이라는 점에도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FT에 “이것이 트럼프의 협상 방식”이라며 “힘들다”고 토로했다.프랑스24 등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인자인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또한 우크라이나에 빠른 종전을 압박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마을에 새로운 보안관(트럼프)이 나타났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뜻을 따르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15일 이 회의에서 키스 켈로그 백악관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종전 협상에 유럽 주요국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켈로그 특사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유럽 주요국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역시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군을 창설할 때가 왔다”며 유럽 주요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15일 AFP통신은 향후 며칠 안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3자 회동’이 열린다고 보도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가 불참한다고 전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참석 여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한편 친(親)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자동으로 가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섀힌 민주당 상원의원은 한국 비무장지대(DMZ)처럼 우크라이나에도 다국적군을 배치하자고 제안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24일(현지 시간) 발발 3주년을 맞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전화 통화를 갖고 ‘종전 협상’을 즉각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유럽 전역에서 군사 긴장을 고조시켰고, 북한군의 첫 해외 파병 등 국제 정세를 뒤흔들었던 이번 전쟁이 발발 3주년을 앞두고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푸틴과 상호 방문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양측(미국과 러시아) 협상팀이 (종전) 협상을 즉각 개시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통화했는데 그 역시 평화를 원한다”고 적었다. 현재 러시아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아 당분간 종전 협상은 미국이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 각각 협상한 뒤 양측을 중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즉각적인 종전’을 강조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양측과 협상하는 만큼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조만간 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취임 선서 행사에서 “아마도 (푸틴 대통령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는 미국, 러시아와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첫 회담 장소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왕세자(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사우디에서 1차 회담을 하고 2차 회담은 어찌 할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2차 회담 때 러시아, 우크라이나와의 3자 회담을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미국은 젤렌스키 대통령과는 14∼16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종전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회의에는 J 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미국 대표로 참석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지금까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엄청난 비용과 혼란뿐이다.” GM, 스텔란티스와 더불어 미국 자동차 업계 빅3로 꼽히는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관세 무기화’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통상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 포드 본사와 주요 공장이 있는 미시간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다. 이날 유명 헤지펀드인 시타델의 켄 그리핀 CEO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겨냥해 “협상을 끌어내려는 목적으로 그런 식의 수사(修辭)를 동원하는 건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뉴욕 월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 ‘트럼프발(發) 통상 전쟁’이 확대되면서 미국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전에는 언론 등에서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 등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결국 미국 산업계에도 부메랑처럼 돌아와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美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팔리 CEO는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씩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오히려 미국 자동차 기업의 가격을 높여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멕시코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가동 중인 회사 중 지난해 미국 수출 물량이 가장 많은 기업은 GM(71만2000대)과 포드(35만8000대)였다. 팔리 CEO는 “이런 조치(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한국, 일본,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에 자유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고도 말했다. GM, 포드에 비해 한국, 일본, 유럽 자동차 기업들의 멕시코 생산량이 적은 만큼,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매체인 CNBC에 따르면 그는 7일 진행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행사에선 도요타와 현대자동차를 언급하며 “수백만 대의 자동차가 관세 없이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리핀 CEO는 11일 미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외국 기업 CEO나 정책 입안자들에게 “미국이 신뢰할 만한 무역 파트너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수사로 인한 피해가 “이미 시작됐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단기적으로는 상대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장기적 자본 투자를 어렵게 만들어 미국에 손실을 줄 수 있다는 것.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산업계와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보낸 박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홍보전’에 나섰다. 필립 벨 미 철강제조업협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우리 일자리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물리쳤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보도 참고자료(fact sheet)를 통해 트럼프 1기 때 부과한 관세 정책 덕에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유치가 이뤄졌다며 “현대제철이 미국 내 철강 공장 건설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도 밝혔다.● EU·日, 美 정부와 ‘관세 면제’ 협상 한편 주요국들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반발하면서도 면제 조치를 받기 위해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나서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결정에 대해 성명을 내고 “심히 유감이다. EU에 대한 부당한 관세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J D 밴스 미 부통령과 회동 뒤 X에 “트럼프 대통령과 당신(밴스 부통령)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뮌헨 안보회의에서 또 만나자”고 썼다. 영국 총리실도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일본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를 미국에 요청하기로 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12일 “일본을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청했다”며 “관세 조치의 내용과 영향을 충분히 조사하고 필요한 대응을 확실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11일 러시아가 3년 넘게 억류했던 미국인을 석방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는 관계의 시작이길 바란다”며 대(對)러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영토 맞교환’을 제안하며 종전 논의에 의지를 드러냈다.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러시아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마크 포겔과 함께 러시아 영공을 벗어나고 있다고 발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위트코프 특사, 그리고 대통령의 고문들은 러시아의 선의의 표시이자,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하고 끔찍한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가 될 (억류자) 교환을 협상했다”며 석방에 의미를 부여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이날 포겔과 함께 러시아를 떠나 미국 백악관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포겔은 트럼프 대통령 옆에 서서 어깨에 미국 국기를 두른 채 “세상에서 가장 행운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러시아 미국대사관 직원으로 모스크바 미국 학교 교사였던 포겔은 2021년 8월 미국에서 러시아로 들어오던 중 짐에서 마약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다. 포겔은 마약이 의학적으로 처방된 마리화나라고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결국 14년 형을 받고 러시아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에게 이번 석방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수백만 명의 사람을 죽지 않게 하는 관계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리를 매우 친절하게 대했다”며 화해 분위기를 강조했다. 또 12일 추가 석방이 있을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한편, 러시아와 전쟁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한다면 “우리는 한 영토를 다른 영토와 바꿀 것”이라며 영토 맞교환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러시아와 물밑에서 종전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8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해 점령한 땅을 돌려주는 대가로 러시아 점령지 중 어떤 지역을 받을지를 묻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영토가 중요해 우선순위는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스푸트니크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는 정통성이 없어 (그의 영토 교환에 대한 발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편집증적 망상”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을 만나 “주변국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그동안 트럼프의 가자지구 구상에 반발하던 요르단은 팔레스타인 어린이 2000명을 수용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압둘라 2세 국왕은 트럼프의 압박에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으며 “이집트의 계획을 먼저 지켜보겠다”면서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이집트는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또 요르단처럼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인들의 수용 압박을 받아 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이날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암에 걸리거나 매우 아픈 가자지구의 아이 2000명을 요르단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집트와 아랍 국가들이 계획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이집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어떤 계획을 내놓고 협력할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르단의 팔레스타인 어린이 일부 수용 방침에 대해 “매우 아름다운 제스처”라고 화답했다. 이어 “나머지는 이집트와 함께 협력할 예정이고 여러분들은 위대한 진전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겠다”고 밝히자 요르단은 이에 반발했다. 자국민 중 이미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팔레스타인계 주민을 추가로 받아들이면 정치적 혼란이 커지고, 치안도 불안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요르단은 인구 1100만 명 중 최대 절반가량이 팔레스타인계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경제 사정이 어려워 추가적인 팔레스타인 주민 수용은 심각한 내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날 요르단 국왕이 유화적 태도를 보인 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외면하면 미국의 원조가 끊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요르단은 2022년 10월∼2023년 9월 미국으로부터 17억 달러(약 2조5000억 원)를 지원받았다. 다만, 압둘라 2세 국왕은 전면적인 팔레스타인 주민 수용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회담 후 자신의 X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또 이것이 아랍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썼다. 한편 가자지구엔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총리실 영상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토요일(15일) 정오까지 인질을 석방하지 않는다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패배할 때까지 전투를 재개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전달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15일 15개월에 걸친 가자전쟁을 멈추고, 양측 인질 석방 등을 조건으로 ‘6주간 휴전’(지난달 19일 발효)에 합의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10일 이스라엘이 일부 구호품 전달을 차단하고, 가자 주민 귀환을 막는 등 합의를 깼다는 이유로 인질 석방을 보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소유 및 개발과 주민 영구 이전 발언도 하마스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지금까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엄청난 비용과 혼란뿐이다.”GM, 스텔란티스와 더불어 미국 자동차 업계 빅3로 꼽히는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관세 무기화’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통상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 포드 본사와 주요 공장이 있는 미시간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다.이날 유명 헤지펀드인 시타델의 켄 그리핀 CEO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겨냥해 “협상을 끌어내려는 목적으로 그런 식의 수사(修辭)를 동원하는 건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뉴욕 월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트럼프발(發) 통상 전쟁’이 확대되면서 미국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전에는 언론 등에서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 등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결국 미국 산업계에도 부메랑처럼 돌아와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美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팔리 CEO는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씩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오히려 미국 자동차 기업의 가격을 높여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멕시코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가동 중인 회사 중 지난해 미국 수출 물량이 가장 많은 기업은 GM(71만2000대)과 포드(35만8000대)였다.필리 CEO는 “이런 조치(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한국, 일본,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에 자유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고도 말했다. GM, 포드에 비해 한국, 일본, 유럽 자동차 기업들의 멕시코 생산량이 적은 만큼,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매체인 CNBC에 따르면 그는 7일 진행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행사에선 도요타와 현대자동차를 언급하며 “수백만대의 자동차가 관세 없이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리핀 CEO는 11일 미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외국 기업 CEO나 정책 입안자들에게 “미국이 신뢰할 만한 무역 파트너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수사로 인한 피해가 “이미 시작됐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단기적으로는 상대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장기적 자본 투자를 어렵게 만들어 미국에 손실을 줄 수 있다는 것.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산업계와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보낸 박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홍보전’에 나섰다. 필립 벨 미 철강제조업협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우리 일자리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물리쳤다”고 주장했다.백악관은 보도 참고자료(fact sheet)를 통해 트럼프 1기 때 부과한 관세 정책 덕에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유치가 이뤄졌다며 “현대제철이 미국 내 철강 공장 건설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도 밝혔다.● EU·日, 美 정부와 ‘관세 면제’ 협상한편 주요국들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반발하면서도 면제 조치를 받기 위해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나서고 있다.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결정에 대해 성명을 내고 “심히 유감이다. EU에 대한 부당한 관세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J D 밴스 미 부통령과 회동 뒤 X에 “트럼프 대통령과 당신(밴스 부통령)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뮌헨 안보회의에서 또 만나자”고 썼다. 영국 총리실도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최근 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일본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를 미국에 요청하기로 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12일 “일본을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청했다”며 “관세 조치의 내용과 영향을 충분히 조사하고 필요한 대응을 확실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인질 석방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될 것이다.”(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토요일(15일) 정오까지 모든 인질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지옥이 열릴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해 지난달 19일부터 발효 중인 ‘6주간의 가자전쟁 휴전’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마스가 15일 예정됐던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10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이스라엘은 군에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하는 등 군사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휴전 협정 미준수를 석방 연기 이유로 꼽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소유 및 주민 이주 계획에 대한 반감을 나타내려는 의도가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지구로 돌아갈 권리가 없다”고 말해 다시 한번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을 자극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도 “하마스가 인질 일부가 아닌 전부를 석방하지 않으면 휴전 협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가자전쟁 종식을 위한 휴전 협정이 결렬되고, 다시 한번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마스 “이, 휴전 위반” vs 이 “최고 경계 태세 지시”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인질 석방을 연기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에서 “지난 3주 동안 적(이스라엘)의 (휴전 협정) 위반 사항을 면밀히 살펴봤다”며 “(이스라엘은) 난민들의 가자지구 북부 귀환을 지연시키고, 가자지구의 여러 지역에서 포격과 총격으로 난민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합의된 대로 모든 형태의 인도적 지원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인질 석방 5일 전에 이 같은 성명을 낸 이유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이 의무를 이행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시간”이라며 이스라엘이 휴전 협정을 이행할 경우 인질 석방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하마스의 발표에 대해 “휴전 협정을 완전히 위반한 것”이라며 “가자지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이스라엘 남부 지역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하마스의 인질 석방 연기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가자지구 소유와 개발, 주민 이주 계획을 밝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인질 석방 연기 이유는 이스라엘보다 트럼프 대통령이란 평가도 있다. 실제로 하젬 까셈 하마스 대변인은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방송 알하다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팔레스타인 정부와 가자지구 행정에 대한 논의에는 열려 있지만 추방에는 열려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하마스는 8일 진행된 인질 석방을 앞두고도 “가자지구를 소유하려는 트럼프의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휴전 취소 압박에 제2의 ‘나크바’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한 아랍권의 우려와 반발도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이주가 본격화될 경우 이들을 수용해야 할 나라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집트는 바드르 압델라티 외교장관을 미국에 급파하며 외교전에 나섰다. 압델라티 장관은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한 뒤 “아랍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이집트 관계자들은 10일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으로 인해 미국이 휴전을 보장하지 못하게 됐고, 협상도 연기한다”고 말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도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11일 정상회담을 가지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아랍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소유와 주민 이주가 실제 추진될 경우 이스라엘 건국이 선포된 다음 날인 1948년 5월 15일 7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쫓겨난 사건을 뜻하는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가 또 한번 초래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도 나온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시니어를 위한 금융교육은 물론이고 금융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또한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령화와 더불어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미국, 일본처럼 고령자의 금융 피해를 막을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일찌감치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관련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미국 연방의회는 2018년 ‘경제 성장, 규제 완화 및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며 제303조에 고령자 대상 금융착취가 의심될 경우 금융기관 직원이 관계 당국에 적극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금융정보 공개가 이뤄지더라도 민사상·행정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은 2013년 일본증권업협회(JSDA)에서 “금융회사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에 대해 투자 권유를 할 때 보다 신중한 대응을 통해 적절한 투자 권유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고령소비자 판매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80세 이상 초고령자의 경우 투자 권유를 한 다음 날 거래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와 판매가 보다 더 신중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고령자의 금융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고령층의 금융피해 사전 예방과 사후 대처에 초점을 둔 개정안들도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22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금융소비자법(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금융소비자법과 노인복지법은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법 개정안은 고령 금융소비자와 금융피해의 정의를 명시하고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의 금융피해 의심 사안을 법 집행기관, 금융감독기관에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피해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것이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노인학대 관련 범죄에 사기·횡령·배임 등을 추가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제적 착취 등 노인학대 의심사례 발견, 피해 노인 보호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금융기관 등이 협력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이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금융에 눈을 뜨며 삶이 변화했다.” 영국의 금융교육 및 자문 단체 ‘머니 A+E’의 프레데릭 림바야 금융교육 책임자 겸 비상임 이사는 10여 년 전 우연히 머니 A+E의 금융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아예 이곳을 일터로 삼게 됐다. 그는 금융교육 덕분에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예산을 세우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을 이해하면서 빚이 줄고 저축이 늘었다. 또 재정이 안정되면서 스트레스가 줄었고, 자연스레 투자를 통해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게 됐다. 지난해 만난 림바야 이사는 “재정적인 어려움은 한 사람의 웰빙(well-being)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털어놨다.● 英-日 “금융교육이 국가 경제 살린다” 주요 선진국은 개인의 재정 안정이 더 나아가 경제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금융 웰빙’을 위한 교육에 한창이다. 영국의 경우 아예 노동연금부(DWP) 산하 공공기관 자금연금청(MaPS·Money and Pensions Service)에서 2020년 금융교육 장기 로드맵 성격의 ‘금융 웰빙을 위한 영국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200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의미 있는 금융교육 제공 △부채 문제 상담자 200만 명 증가 △노후 계획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행하는 사람 500만 명 증가 등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금융교육이나 상담만으로 재정 상태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 런던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캐시(가명·54) 씨는 건강 문제로 대학을 그만둔 딸과 함께 사는 데다 보조금 성격의 개인자립수당(PIP)을 신청했다가 거부돼 재정적, 심리적 부담이 커진 상태였다. 머니 A+E는 상담을 통해 그에게 통신비를 줄이고 지방세(council tax)를 10개월에서 12개월로 분할 납부할 것을 제안했다. 캐시 씨는 “통신 요금제 변경과 지방세 납부 기간 조정으로 각각 월 15파운드(약 2만7000원), 20파운드(약 3만6000원)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예산을 영양제와 치료 비용에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을 표했다. 일본은 지난해 4월 정부와 일본은행, 은행협회, 증권업협회 등 민관이 함께 출자해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J-FLEC)’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8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금융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산발적인 운영으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통합 추진체를 갖춘 것이다. J-FLEC는 연 1만 회 강사 파견으로 75만 명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령별 교육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까지 200회의 고령자 대상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러한 금융교육이 투자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것이 J-FLEC의 설명이다. 이와부치 히토시 J-FLEC 경영전략부 경영기획과장은 “예금, 저축에 쏠려 있는 자금을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융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한 ‘연금 강국’ 호주도 가입자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대부분의 연금 펀드에서 교육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웹사이트 ‘머니스마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금융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노인단체연방협의체(BAGSO)를 중심으로 노인의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활발한 금융교육 등의 성과로 선진국 영올드는 금융에 밝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70대 로버트 키예단 씨는 지금도 투자 자산의 일부는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는 “10%는 예금 형태로 관리하고, 나머지는 주식시장, 뮤추얼 펀드, 채권 등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상 완충장치를 설정한다”고 전했다.● 부족한 금융교육, 고령층 금융범죄로 이어져 반면 한국의 고령층은 낮은 금융이해력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60대와 7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각각 64.4점, 61.1점으로, 성인 전체 금융이해력(66.5점)을 밑돌았다. 금융범죄에도 노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60대 이상(36.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위험 금융상품 손실에도 취약하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당시에도 60대 이상이 개인투자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 개인투자자 5명 중 1명 역시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였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금융교육은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7월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서울 및 수도권, 6대 광역시 등에 거주하는 18∼6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3년 내 금융교육을 받은 경우는 16.2%에 불과했다. ‘향후 금융교육을 받고 싶다’는 응답자는 86.3%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금융 소외를 막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직장인 시기부터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애주기별 의사결정과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설정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직장인 대상 금융교육을 의무화하고 금융교육을 전담하는 공적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인 관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손주뻘 되는 대학생들이 혼자 사는 고령자의 ‘짝꿍’이 되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주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심리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못토 메이트’ 서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좋은 파트너’라는 의미의 해당 서비스는 ‘시니어 세대의 웰빙을 실현하는 손주 세대 짝꿍’이라는 콘셉트로 2020년부터 일본에서 운영돼왔다. 이를 운영하는 회사 ‘에이지웰저팬’은 “금전적인 여유와는 별개로 외로워하는 고령자들이 많다”며 “시니어 세대의 고독감과 고립감을 해소하고 자립심과 존엄심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서비스의 회원이 되면 짝꿍이 된 대학생이 정기적으로 집으로 찾아와 스마트폰이나 가전 사용법 등을 가르쳐준다. 고령자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외출 시 동반하기도 한다. ‘대학생 짝꿍’은 고령자를 방문할 때마다 고객 진료기록 카드를 휴대해 약 150개의 질문지 중 3, 4개 문항씩 답변을 함께 채워 나간다. 예컨대 고령자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묻고 그 학교를 구글 맵으로 검색해 유튜브로 교가를 찾아 보는 등 친숙한 것들로부터 디지털을 습득하는 방식이다. 정기적인 대화, 서로의 개별적 고민을 들어주면서 기존의 가사 대행이나 간병 서비스 사이의 공백지대를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비슷한 세대보단 차라리 한 세대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서로를 편하게 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한다.‘대학생 짝꿍’은 엄격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면접에서는 ‘누구를, 왜 존경하고 있는가’ 등 심층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와 소통해야 하는 만큼 상대방에게 감사하고 존경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이다. 합격 후엔 고령자와의 밀착형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도록 교육받는다. 특히 행동지침에 대한 연수, 상대방의 요구를 어떻게 발굴해 어떻게 요구에 응할 것인가에 대한 호스피탤리티 연수 등을 거치며 수준에 따라 시급도 달라진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6일 오후 찾은 부산 남구 동명대 정문 앞. 대학가답게 맥도널드, 스타벅스를 비롯해 각종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했다. 차량으로 5분만 이동하면 부산 최대 상권 중 하나인 경성대, 부경대 번화가에 닿을 수 있는 이곳에 이제 3년여 뒤면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이 청년과 호흡하며 경험을 공유하는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가 조성된다. 동명대에서 만난 강승한 캠퍼스혁신팀장은 “이 일대에 2027년까지 1000여 명이 거주하는 기숙사가 건립되고, 바로 옆에 UBRC가 조성될 것”이라며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은퇴자들로 북적일 것”이라고 했다.예전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면서 학력 수준도 높은 영올드가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서도 UBRC의 도입이 본격화됐다. 노년기를 제2의 자아실현 기회로 여기는 영올드들로서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평생 교육 기회도 누릴 수 있는 UBRC가 매력적인 주거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도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 ● 동명대, 국내 첫 UBRC 조성 채비 10일 동명대에 따르면 대학은 현재 UBRC의 건축, 운영을 위한 기초 계획을 수립 중이다. 전호환 총장은 “공사가 끝나고 거주 시설이 완공되면 UBRC의 운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UBRC란 대학 캠퍼스 안에 지어지는 은퇴자 주거 단지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에 생긴 ‘메도우드 은퇴자 커뮤니티’가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교육 수준이 높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은퇴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UBRC의 인기는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거주자는 강의실, 피트니스센터 등 대학 시설을 이용하는 동시에 다양한 강좌를 수강하고, 대학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동명대는 국내에서 UBRC에 도전하는 첫 대학이다. 반려동물학과, 언어청각재활학과, 간호학과 등 은퇴자의 관심도가 높은 전공을 운영 중인 만큼 ‘인생 2막’을 꿈꾸는 이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사업자에 주거단지를 빌려 주는 방식으로 연간 200억 원 정도의 임대료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저출산 장기화로 인해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하기 힘든 상황에서 UBRC를 통해 ‘수익 다각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 팀장은 “(UBRC가 구축되면) 자연스레 시니어 맞춤형 미용 및 건강 관리를 위한 회사들이 생겨나 이 일대가 부산의 ‘노인 복지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美, 2032년까지 UBRC 400개로 증가” 은퇴자 주거 단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미국에는 현재 이미 100개 이상의 UBRC가 조성돼 있다. 미국은퇴자협회는 영올드의 부상에 힘입어 2032년까지 UBRC가 400여 개까지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UBRC가 대학뿐 아니라 호기심 넘치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영올드 은퇴자에게도 유익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의 시니어 타운과 달리 UBRC는 대학이라는 공간을 통해 거주자 교육, 입주민 간의 교감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며 “국내 지방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로 잉여 시설 문제가 큰데, UBRC를 활용해 이 같은 자원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UBRC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플로리다주립대의 ‘오크 해먹’과 스탠퍼드대의 ‘클래식 레지던스’가 꼽힌다. 지난해 100세를 맞이한 거주자 로니 톰프슨 씨는 3일 오크 해먹과의 인터뷰에서 “입주한 지 올해로 16년째가 됐으며 그동안 이곳에서 좋은 서비스와 인간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노인만 모여 있는 단지를 만들면 폐쇄적인 데다 고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젊은 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속해서 학습할 능력을 배양시켜 준다는 점에서 UBRC는 유의미한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선진국, 대학-시니어 교류 활발 지난해 11월 본보가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본관의 강의실들은 흰머리이거나 머리숱이 적은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세 곳의 강의실에서 문학, 인도 경제, 천문학 수업 등을 듣는 고령층 수강생만 100명에 육박했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의 대학들도 고령화에 발맞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길 희망하는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도서관을 개방하거나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주요 대학 5곳이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을 운영 중이다. 스페인도 고령층의 평생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주립 노인대학 프로그램 협회’를 별도로 꾸리고 있다. 지난해 말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만난 카롤리언 판 베르헌 HOVO 프로그램 디렉터는 “많은 고령자들이 3∼4일 정도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면서 각자의 흥미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찾아온다”며 “(고령자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UBRC란?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로, 고령자가 대학 캠퍼스 또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평생 교육, 건강관리, 사회참여 활동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한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중국이 미국의 10% 추가 보편 관세 부과에 맞서 10∼1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10일 정식 발효했다.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15%, 원유 농기계 대형자동차 등에 10%의 관세가 각각 추가로 부과된다. 양국이 관세 때리기를 주고받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1기에 이어 미중 간 2차 통상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정식 관세 부과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수차례 관세 부과 의지를 보인 유럽연합(EU)도 비상이 걸렸다. 이에 대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적극 대응할 방침을 시사했다. 하지만 EU에 기반을 둔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검토하는 등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中, ‘맞불 보복 관세’와 美 기업 대상 반독점법 위반 조사 검토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4일 대미(對美) 보복 관세 조치를 발표하며 시행 시기를 엿새 뒤인 10일로 정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가 곧 성사돼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까지 두 정상 간 통화는 없었고, 실무 협상에도 진전이 없어 중국의 보복 관세가 예정대로 시행됐다. 이에 대해 중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달리 ‘선(先) 관세, 후(後) 협상’의 트럼프식 압박 전략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쫓기듯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보다는 맞대응을 통해 시간을 벌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 차단 외에 틱톡 지분을 미국 기업에 넘기는 방안 등 여러 요구를 쏟아내 미중 간 관세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양국 간 협상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대로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수년째 경기 침체로 내수가 위축돼 수출로 버티고 있는 중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웨카이증권은 미국의 대중 관세율이 10%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3%포인트 낮아지며, 관세율이 60%로 올라가면 GDP 증가율이 1.4%포인트 떨어질 거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중국산 수입품에 20%의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의 GDP 증가율이 0.7%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맞불 관세 외에 무역 보복의 도구로 이용할 만한 미국 기업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도 9일 나왔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이미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시작한 엔비디아와 구글 외에도 애플, 브로드컴, 시놉시스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기업들, 美 생산 확대 검토 숄츠 총리는 전날 총선 TV토론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한 EU 차원의 대책과 관련해 “우리는 1시간 안에 조치할 수 있다”며 강경한 대응 의지를 나타냈다. 마크롱 대통령도 CNN 인터뷰에서 “EU는 우리 자신을 위해 미국의 움직임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FT는 유럽에 거점을 둔 글로벌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독일 에너지 기업인 RWE의 마르쿠스 크레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관세 위협 탓에 미국 내 풍력 및 태양광 발전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발전 시설을 지을 때 배터리 등 중간재를 미국으로 수입해야 하는데 고관세가 부과될 수 있어서다. 짐 로언 볼보 CEO는 “미국이 EU에 요구하는 관세율이 2.5∼10% 수준을 넘어서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의 생산량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명품업체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와 석유회사 셸 등도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이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계획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천명한 데 이어 프랑스도 AI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중국의 딥시크가 저비용 고효율 AI ‘R1’ 공개 이후, AI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오일 머니’ 등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려는 글로벌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스타게이트 대항마 띄운 佛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개최되는 ‘파리 AI 정상회의’를 앞두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I 분야에 총 1090억 유로(약 163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투자사인 브룩필드에서 200억 유로,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최대 500억 유로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투자금의 상당 부분은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사용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AI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는 미국이 스타게이트를 발표한 것에 대한 프랑스의 대응”이라며 “유럽과 프랑스는 투자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은 오픈AI, 소프트뱅크그룹, 오라클 등의 기업들이 향후 4년간 데이터 센터 등 AI 인프라에 5000억 달러(약 725조 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프랑스의 갑작스러운 대규모 AI 투자 발표는 중국발 딥시크 쇼크로 인한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딥시크가 범용인공지능(AGI)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추론 기능’까지 구현해내며 미국뿐 아니라 중국까지 AGI 개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AGI는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AI로, 산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다. 임화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공지능연구단장은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AGI 개발에 완전히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대규모 자본 투입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8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 기고를 통해 “AI 규제법 시행을 위해 노력하는 유럽 규제 당국은 남들이 전진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결정이 미래 기회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유럽의 지나친 규제 환경이 AI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도 20개가 넘는 EU의 주요 연구 기관, 회사가 모여 유럽의 자체 AI 모델 개발을 위한 ‘오픈유로LLM’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EU의 지원과 더불어 민간 투자를 통해 총 5200만 유로(약 778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中, 딥시크 AI 이동통신-자동차-로봇으로 확대 딥시크를 통해 가능성을 본 중국은 각 산업군에서 자국 AI 활용을 확대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중국 3대 이동통신사 및 중국 글로벌 IT 기업인 레노버 그룹이 딥시크의 AI 모델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레노버 그룹은 자체 개발한 ‘샤오티안 AI’ 어시스턴트에 딥시크 AI를 통합하고, 태블릿과 스마트폰 등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중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도 딥시크 도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국 기술 수출 제한이 더 강화될 수 있지만, 이는 오히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더 확대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보도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얼마 전 프랑스 파리의 택시 운전사에게 오래도록 잊고 있던 이름을 들었다. 그는 기자가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고 반갑다는 듯 “예전에 ‘대우컴퓨터’를 사서 너무나도 잘 썼다”고 말문을 열었다. 삼성도 LG도 아닌 26년 전 무너진 대우를 프랑스인이 언급하는 게 신기했다. 컴퓨터에 얽힌 추억을 한참 풀어 놓던 그는 대우그룹이 너무 쉽게 망했다며 “회사는 제품만큼 튼튼하질 못했다”고 말을 맺었다. 대우그룹의 흥망성쇠까지 꿰고 있던 ‘길 위의 경제학자’의 말이 잘 잊혀지질 않는다. 제품만큼 튼튼하지 못한 한국의 기업들 소식이 많아져서다. 또 ‘국가가 한국산 제품만큼 튼튼하지 못하다’는 소리까지 나올 법한 위기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韓 ‘저성장 미래’, 유럽이 예고 한국 경제가 올해와 내년 모두 1%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저성장에 빠져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막연한 저성장 미래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곳이 유럽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은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4번 정도를 제외하면 성장률이 줄곧 1%대 이하에 머물렀다. 한국으로선 ‘저성장 선배’ 국가인 셈이다. 유럽 증시는 동학개미들을 울리는 국내 증시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뿐 아니라 유럽 토박이 기업들마저 유럽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 이달 5일(현지 시간) 프랑스에선 시가총액 ‘톱5’에 드는 에너지 대기업 토탈에너지스가 미국 뉴욕에서 상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증시 상장을 폐지하거나 본국 본사를 이전하는 것은 아니라며 놀란 여론을 다독였지만 먼 미래에는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미 독일 화학 대기업 린데는 아예 프랑크푸르트 증시를 떠났다. 토탈에너지스 사례엔 유럽 저성장의 원인이 압축돼 있다. 토탈에너지스가 뉴욕으로 눈을 돌리는 건 기본적으로 유럽 증시에 워낙 활력이 없는 탓이 크다. 복잡한 상장 절차, 금융 상품 규제가 금융시장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정부의 지나친 환경 규제도 한몫했을 수 있다. 유럽 소비자들이 워낙 지갑을 잘 열지 않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2분기(4∼6월) 유럽의 저축률은 15.7%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번지기 전인 안정기엔 약 12%였다. 저축률 상승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니 지출과 투자를 미루고 은행에 돈을 쌓아두게 된다.경제 백년대계를 실행할 힘 절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올해도 1.5%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 그야말로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는 분위기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절감한 EU는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게 해법을 마련해 달라고 숙제를 맡겼다. ‘마리오 드라기 보고서’가 내놓은 구체적 해법을 남의 답안 엿보는 심정으로 살펴봤다. 내용은 의외로 너무 뻔했다. 산업 정책 강화, 규제 완화, 자본 시장 강화, 기술 혁신 지원 등이다. 한국에서도 질리도록 보고 듣던 대책들이다. 대책 면면을 보면 모두 긴 호흡으로 꾸준하게 공을 들여야 하는 일들이다. 한국 정부든, 기업이든 이토록 뻔한 대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건 단기 성과에 급급한 풍토 때문이라고 본다. 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혼란스러운 요즘 다소 공허하게 들릴 수 있지만 우리에겐 이런 백년대계를 실행할 힘이 절실하다. 어수선한 시국에서 더욱 놓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뻔하지만 실행은 어려운 이 정책들을 서두르지 않으면 한국 경제사에 대우그룹처럼 잊혀진 이름은 더 많아질 수 있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어제의 ‘이단아’였던 우리가 이제 ‘주류’가 됐다.”‘헝가리의 트럼프’로 불리는 유럽의 대표 극우 정치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8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 극우 정치 모임에서 한 말이다.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오르반 총리와 아바스칼 대표 외에도 안드레 벤츄라 포르투갈 극우 정당 ‘체가’ 대표,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전 대표 겸 하원 원내대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안드레이 바비시 전 체코 총리 등 약 각국 극우 정치인이 대거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맞춰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를 이날 행사의 구호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을 계기로 유럽에서도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 등의 이념을 확산시키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유럽 전체 차원의 국경 방어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르펜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각국에서 극우 정당이 더 힘을 얻을 것이라며 “우리는 진정한 전환점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들 같은 극우 정치인들 뿐이라고도 강조했다. 오르반 총리는 EU 차원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판하며 “희망없는 전쟁에서 돈만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빌더르스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성 트랜스젠더의 여성 스포츠경기 출전 금지 등 각종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폐지’ 정책을 지지한다며 “좌파의 극단주의적 의제에 무릎을 꿇는 것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바비시 전 총리 또한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한 EU의 ‘그린딜 정책’이 에너지값 상승만 부추긴다고 비판했다.아바스칼 대표는 현재 유럽의회의 극우성향 교섭단체 ‘유럽을 위한 애국자’ 회장도 맡고 있다.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 후 오르반 총리에 의해 결성됐고 현재 유럽 의회에서 세번째로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23일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약진하고 있다. 7일 ZDF방송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1야당인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지지율 30%로 1위를, AfD가 20%로 2위를 차지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스웨덴 중부 외레브로시의 이민자 대상 교육시설에서 4일 점심시간 직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1명이 숨졌다. 스웨덴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총기 사고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은 일단 반(反)이민 범죄나 테러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범죄 동기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웨덴 경찰은 이날 낮 12시 반경 수도 스톡홀름에서 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중부 외레브로시의 ‘캠퍼스 리스베리스카’ 성인 교육센터에서 총격이 발생해 1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또 성인 6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이 교육시설은 정규 교육을 마치지 않았거나 정규 교육 뒤 고등 교육을 원하는 성인을 위한 학교다. 구직에 필요한 기초 교육과 스웨덴어를 배우려는 이민자들이 많이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건물 안에 어린이 학교도 함께 있다.경찰은 용의자 역시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을 소지한 자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테러 동기가 있다고 의심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많은 것들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용의자에 대해서도 정확한 신상 정보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은 충격에 빠졌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스웨덴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라며 “오늘 일어난 일의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군나르 스트뢰머 법무부 장관은 “우리 사회 전체를 뿌리까지 흔드는 사건”이라고 말했다.그간 스웨덴은 유럽에서 치안이 좋은 나라로 인식돼 왔지만 2020년경부터 갱단 범죄가 급증하며 총기 난사와 폭탄 테러 등이 수차례 발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웨덴은 최근 몇 년간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1인당 총기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 국가로 꼽혔다.하지만 학교 총격 사고는 드물었다. 스웨덴 범죄 예방위원회에 따르면 2010∼2022년 학교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은 7건으로 이로 인해 10명이 숨졌다. 대표적으로 2015년 극우 성향의 한 남성이 가면을 쓰고 예테보리의 한 학교에 난입해 칼부림을 하는 바람에 2명이 숨졌다. 그는 인종차별적 동기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현지 전문가들은 스웨덴에서 갱단 범죄가 급증한 원인 중 하나로 이민자가 증가한 것을 꼽고 있다. 스웨덴 말뫼대 범죄학 교수 마네 게렐은 월스트리트저널(WJS)에 “이민자들의 사회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서 범죄 문제가 비롯됐다”며 “정부와 경찰, 정치인의 부족한 대응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이끌었던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나토 사무총장(66·사진) 겸 전 노르웨이 총리가 4일(현지 시간) 고국의 재무장관으로 정계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전했다. 그는 나토 수장으로 재직할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나토 차원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고, 중립국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또한 이끌어냈다. 그의 재무장관 복귀는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 주도 연정에 참여했던 중앙당의 연정 탈퇴로 이뤄졌다. 중앙당 대표인 트뤼그베 슬락스볼 베둠 전 재무장관은 청정에너지를 중시하는 스퇴레 총리의 노선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며 연정을 떠났다. 스톨텐베르그 전 총장은 이날 “장관직을 맡아 달라는 스퇴레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매우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재무장관으로서 그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은 물론 나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에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반(反)이민 등을 외치는 영국의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이 2018년 창당 후 처음으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23일 총선을 앞둔 독일에선 반이민, 유로화 폐기 후 마르크화 재도입 등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지지율 2위 정당으로 부상했다. 두 정당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유럽 주요 극우 지도자와 밀착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공동수장의 지지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더타임스와 스카이뉴스가 여론조사 기업 유고브에 의뢰해 3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개혁당의 지지율은 25%였다. 집권 노동당은 24%, 제1야당 보수당은 21%에 그쳤다. 영국 안팎에선 영국개혁당이 5월 지방선거 등에서 지지 기반을 더 넓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머스크는 지난해 6월 X에서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가 올린 영상에 “왜 언론은 계속 당신을 극우라고 부르나요”라고 물으며 관심을 드러냈다. 이에 패라지 대표는 “우리는 가족, 국가, 강력한 국경을 믿기 때문이다. 전화를 달라”며 화답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도 회동했다. 머스크는 최근 영국 정치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며 내정 간섭 논란까지 일으켰다. 그는 키어 스타머 총리가 검찰총장 시절 인종차별 논란을 피하기 위해 파키스탄계 갱단이 벌인 미성년자 성착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재 수감 중인 반이민·반이슬람 극우단체 ‘영국수호리그(EDL)’ 수장 토미 로빈슨의 석방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9일 머스크와 온라인 생중계 대담을 실시하며 큰 주목을 받은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 대표도 외교 저변을 넓히며 지도자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다. 바이델 대표는 조만간 헝가리를 찾아 역시 극우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회동하기로 했다. 이달 1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최근 미 워싱턴 민주주의 연구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AfD의 지지율은 25%로 중도 우파이며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27%) 다음으로 높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가 유럽연합(EU)산 상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3일(현지 시간)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관세 폭탄을 우려한 EU는 관세와 관련해 미국과 “빨리 협의하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협상을 제안했다. EU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부터 일찍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는 등 미국에 대한 유화책과 함께 미국산 제품에 5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강경책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발(發) 무역 전쟁에 치밀하게 대응 카드를 비축해둔 것이다.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이 신문에 “아직 폭넓은 합의는 없지만, 일부는 EU에 10% 관세를 매기기를 원한다”며 “모든 EU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EU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이에 EU 주요국 정상들은 무역 전쟁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협상 필요성을 강조했다.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는 EU산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맞서 EU는 위스키, 오토바이, 청바지 등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적용했다.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위협에 EU는 대화를 서두르고 있다.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원회 무역담당 위원은 4일 회의에서 “무역 관련 논의에 일찍이 참여하길 원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상무장관으로 지명한 금융가 하워드 루트닉의 임명이 확정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이날 연설에서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우리는 항상 우리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했다. EU는 사실 일찍이 올해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무역 압박에 대응할 방안을 다각도로 준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당국자들이 지난해 여름부터 트럼프발 무역 전쟁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계획엔 EU가 LNG 등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여주는 협상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일부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요구하는 대로 ‘국내총생산(GDP)의 5%’를 방위비로 지출하는 안도 고려됐다. 유화책과 함께 강경책으로 EU 경제를 보호하는 방안도 있었다. 유화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 EU가 50%의 보복 관세로 맞대응 하는 방법이 그 중 하나다. EU 집행위는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미국산 수입품 목록을 검토하는 데 수개월을 보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 내용을 철저한 비밀에 부쳤다고 FT는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014년 3월~지난해 9월까지 약 10년 반 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이끌었던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나토 사무총장(66) 겸 전 노르웨이 총리가 4일(현지 시간) 고국의 재무장관으로 정계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전했다. 그는 나토 수장으로 재직할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나토 차원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고, 중립국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또한 이끌어냈다.그의 재무장관 복귀는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 주도의 연정에 참여했던 중앙당의 연정 탈퇴로 이뤄졌다. 중앙당 대표인 트리그베 슬래그스볼드 베둠 전 재무장관은 청정 에너지를 중시하는 스퇴레 총리의 노선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며 연정을 떠났다.스톨텐베르그 전 총장은 이날 “장관직을 맡아달라는 스퇴레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매우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재무장관으로서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은 물론 나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에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 “나토를 탈퇴하겠다”고 위협했을 때 이를 다독인 공로로 ‘트럼프의 속삭임꾼’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