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얼마 전 프랑스 파리의 택시 운전사에게 오래도록 잊고 있던 이름을 들었다. 그는 기자가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고 반갑다는 듯 “예전에 ‘대우컴퓨터’를 사서 너무나도 잘 썼다”고 말문을 열었다. 삼성도 LG도 아닌 26년 전 무너진 대우를 프랑스인이 언급하는 게 신기했다. 컴퓨터에 얽힌 추억을 한참 풀어 놓던 그는 대우그룹이 너무 쉽게 망했다며 “회사는 제품만큼 튼튼하질 못했다”고 말을 맺었다. 대우그룹의 흥망성쇠까지 꿰고 있던 ‘길 위의 경제학자’의 말이 잘 잊혀지질 않는다. 제품만큼 튼튼하지 못한 한국의 기업들 소식이 많아져서다. 또 ‘국가가 한국산 제품만큼 튼튼하지 못하다’는 소리까지 나올 법한 위기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韓 ‘저성장 미래’, 유럽이 예고 한국 경제가 올해와 내년 모두 1%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저성장에 빠져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막연한 저성장 미래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곳이 유럽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은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4번 정도를 제외하면 성장률이 줄곧 1%대 이하에 머물렀다. 한국으로선 ‘저성장 선배’ 국가인 셈이다. 유럽 증시는 동학개미들을 울리는 국내 증시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뿐 아니라 유럽 토박이 기업들마저 유럽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 이달 5일(현지 시간) 프랑스에선 시가총액 ‘톱5’에 드는 에너지 대기업 토탈에너지스가 미국 뉴욕에서 상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증시 상장을 폐지하거나 본국 본사를 이전하는 것은 아니라며 놀란 여론을 다독였지만 먼 미래에는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미 독일 화학 대기업 린데는 아예 프랑크푸르트 증시를 떠났다. 토탈에너지스 사례엔 유럽 저성장의 원인이 압축돼 있다. 토탈에너지스가 뉴욕으로 눈을 돌리는 건 기본적으로 유럽 증시에 워낙 활력이 없는 탓이 크다. 복잡한 상장 절차, 금융 상품 규제가 금융시장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정부의 지나친 환경 규제도 한몫했을 수 있다. 유럽 소비자들이 워낙 지갑을 잘 열지 않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2분기(4∼6월) 유럽의 저축률은 15.7%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번지기 전인 안정기엔 약 12%였다. 저축률 상승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니 지출과 투자를 미루고 은행에 돈을 쌓아두게 된다.경제 백년대계를 실행할 힘 절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올해도 1.5%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 그야말로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는 분위기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절감한 EU는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게 해법을 마련해 달라고 숙제를 맡겼다. ‘마리오 드라기 보고서’가 내놓은 구체적 해법을 남의 답안 엿보는 심정으로 살펴봤다. 내용은 의외로 너무 뻔했다. 산업 정책 강화, 규제 완화, 자본 시장 강화, 기술 혁신 지원 등이다. 한국에서도 질리도록 보고 듣던 대책들이다. 대책 면면을 보면 모두 긴 호흡으로 꾸준하게 공을 들여야 하는 일들이다. 한국 정부든, 기업이든 이토록 뻔한 대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건 단기 성과에 급급한 풍토 때문이라고 본다. 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혼란스러운 요즘 다소 공허하게 들릴 수 있지만 우리에겐 이런 백년대계를 실행할 힘이 절실하다. 어수선한 시국에서 더욱 놓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뻔하지만 실행은 어려운 이 정책들을 서두르지 않으면 한국 경제사에 대우그룹처럼 잊혀진 이름은 더 많아질 수 있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어제의 ‘이단아’였던 우리가 이제 ‘주류’가 됐다.”‘헝가리의 트럼프’로 불리는 유럽의 대표 극우 정치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8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 극우 정치 모임에서 한 말이다.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오르반 총리와 아바스칼 대표 외에도 안드레 벤츄라 포르투갈 극우 정당 ‘체가’ 대표,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전 대표 겸 하원 원내대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안드레이 바비시 전 체코 총리 등 약 각국 극우 정치인이 대거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맞춰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를 이날 행사의 구호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을 계기로 유럽에서도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 등의 이념을 확산시키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유럽 전체 차원의 국경 방어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르펜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각국에서 극우 정당이 더 힘을 얻을 것이라며 “우리는 진정한 전환점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들 같은 극우 정치인들 뿐이라고도 강조했다. 오르반 총리는 EU 차원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판하며 “희망없는 전쟁에서 돈만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빌더르스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성 트랜스젠더의 여성 스포츠경기 출전 금지 등 각종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폐지’ 정책을 지지한다며 “좌파의 극단주의적 의제에 무릎을 꿇는 것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바비시 전 총리 또한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한 EU의 ‘그린딜 정책’이 에너지값 상승만 부추긴다고 비판했다.아바스칼 대표는 현재 유럽의회의 극우성향 교섭단체 ‘유럽을 위한 애국자’ 회장도 맡고 있다.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 후 오르반 총리에 의해 결성됐고 현재 유럽 의회에서 세번째로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23일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약진하고 있다. 7일 ZDF방송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1야당인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지지율 30%로 1위를, AfD가 20%로 2위를 차지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스웨덴 중부 외레브로시의 이민자 대상 교육시설에서 4일 점심시간 직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1명이 숨졌다. 스웨덴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총기 사고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은 일단 반(反)이민 범죄나 테러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범죄 동기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웨덴 경찰은 이날 낮 12시 반경 수도 스톡홀름에서 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중부 외레브로시의 ‘캠퍼스 리스베리스카’ 성인 교육센터에서 총격이 발생해 1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또 성인 6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이 교육시설은 정규 교육을 마치지 않았거나 정규 교육 뒤 고등 교육을 원하는 성인을 위한 학교다. 구직에 필요한 기초 교육과 스웨덴어를 배우려는 이민자들이 많이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건물 안에 어린이 학교도 함께 있다.경찰은 용의자 역시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을 소지한 자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테러 동기가 있다고 의심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많은 것들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용의자에 대해서도 정확한 신상 정보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은 충격에 빠졌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스웨덴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라며 “오늘 일어난 일의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군나르 스트뢰머 법무부 장관은 “우리 사회 전체를 뿌리까지 흔드는 사건”이라고 말했다.그간 스웨덴은 유럽에서 치안이 좋은 나라로 인식돼 왔지만 2020년경부터 갱단 범죄가 급증하며 총기 난사와 폭탄 테러 등이 수차례 발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웨덴은 최근 몇 년간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1인당 총기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 국가로 꼽혔다.하지만 학교 총격 사고는 드물었다. 스웨덴 범죄 예방위원회에 따르면 2010∼2022년 학교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은 7건으로 이로 인해 10명이 숨졌다. 대표적으로 2015년 극우 성향의 한 남성이 가면을 쓰고 예테보리의 한 학교에 난입해 칼부림을 하는 바람에 2명이 숨졌다. 그는 인종차별적 동기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현지 전문가들은 스웨덴에서 갱단 범죄가 급증한 원인 중 하나로 이민자가 증가한 것을 꼽고 있다. 스웨덴 말뫼대 범죄학 교수 마네 게렐은 월스트리트저널(WJS)에 “이민자들의 사회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서 범죄 문제가 비롯됐다”며 “정부와 경찰, 정치인의 부족한 대응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이끌었던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나토 사무총장(66·사진) 겸 전 노르웨이 총리가 4일(현지 시간) 고국의 재무장관으로 정계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전했다. 그는 나토 수장으로 재직할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나토 차원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고, 중립국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또한 이끌어냈다. 그의 재무장관 복귀는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 주도 연정에 참여했던 중앙당의 연정 탈퇴로 이뤄졌다. 중앙당 대표인 트뤼그베 슬락스볼 베둠 전 재무장관은 청정에너지를 중시하는 스퇴레 총리의 노선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며 연정을 떠났다. 스톨텐베르그 전 총장은 이날 “장관직을 맡아 달라는 스퇴레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매우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재무장관으로서 그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은 물론 나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에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반(反)이민 등을 외치는 영국의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이 2018년 창당 후 처음으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23일 총선을 앞둔 독일에선 반이민, 유로화 폐기 후 마르크화 재도입 등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지지율 2위 정당으로 부상했다. 두 정당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유럽 주요 극우 지도자와 밀착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공동수장의 지지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더타임스와 스카이뉴스가 여론조사 기업 유고브에 의뢰해 3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개혁당의 지지율은 25%였다. 집권 노동당은 24%, 제1야당 보수당은 21%에 그쳤다. 영국 안팎에선 영국개혁당이 5월 지방선거 등에서 지지 기반을 더 넓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머스크는 지난해 6월 X에서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가 올린 영상에 “왜 언론은 계속 당신을 극우라고 부르나요”라고 물으며 관심을 드러냈다. 이에 패라지 대표는 “우리는 가족, 국가, 강력한 국경을 믿기 때문이다. 전화를 달라”며 화답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도 회동했다. 머스크는 최근 영국 정치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며 내정 간섭 논란까지 일으켰다. 그는 키어 스타머 총리가 검찰총장 시절 인종차별 논란을 피하기 위해 파키스탄계 갱단이 벌인 미성년자 성착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재 수감 중인 반이민·반이슬람 극우단체 ‘영국수호리그(EDL)’ 수장 토미 로빈슨의 석방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9일 머스크와 온라인 생중계 대담을 실시하며 큰 주목을 받은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 대표도 외교 저변을 넓히며 지도자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다. 바이델 대표는 조만간 헝가리를 찾아 역시 극우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회동하기로 했다. 이달 1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최근 미 워싱턴 민주주의 연구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AfD의 지지율은 25%로 중도 우파이며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27%) 다음으로 높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가 유럽연합(EU)산 상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3일(현지 시간)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관세 폭탄을 우려한 EU는 관세와 관련해 미국과 “빨리 협의하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협상을 제안했다. EU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부터 일찍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는 등 미국에 대한 유화책과 함께 미국산 제품에 5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강경책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발(發) 무역 전쟁에 치밀하게 대응 카드를 비축해둔 것이다.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이 신문에 “아직 폭넓은 합의는 없지만, 일부는 EU에 10% 관세를 매기기를 원한다”며 “모든 EU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EU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이에 EU 주요국 정상들은 무역 전쟁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협상 필요성을 강조했다.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는 EU산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맞서 EU는 위스키, 오토바이, 청바지 등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적용했다.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위협에 EU는 대화를 서두르고 있다.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원회 무역담당 위원은 4일 회의에서 “무역 관련 논의에 일찍이 참여하길 원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상무장관으로 지명한 금융가 하워드 루트닉의 임명이 확정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이날 연설에서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우리는 항상 우리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했다. EU는 사실 일찍이 올해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무역 압박에 대응할 방안을 다각도로 준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당국자들이 지난해 여름부터 트럼프발 무역 전쟁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계획엔 EU가 LNG 등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여주는 협상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일부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요구하는 대로 ‘국내총생산(GDP)의 5%’를 방위비로 지출하는 안도 고려됐다. 유화책과 함께 강경책으로 EU 경제를 보호하는 방안도 있었다. 유화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 EU가 50%의 보복 관세로 맞대응 하는 방법이 그 중 하나다. EU 집행위는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미국산 수입품 목록을 검토하는 데 수개월을 보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 내용을 철저한 비밀에 부쳤다고 FT는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014년 3월~지난해 9월까지 약 10년 반 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이끌었던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나토 사무총장(66) 겸 전 노르웨이 총리가 4일(현지 시간) 고국의 재무장관으로 정계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전했다. 그는 나토 수장으로 재직할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나토 차원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고, 중립국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또한 이끌어냈다.그의 재무장관 복귀는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 주도의 연정에 참여했던 중앙당의 연정 탈퇴로 이뤄졌다. 중앙당 대표인 트리그베 슬래그스볼드 베둠 전 재무장관은 청정 에너지를 중시하는 스퇴레 총리의 노선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며 연정을 떠났다.스톨텐베르그 전 총장은 이날 “장관직을 맡아달라는 스퇴레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매우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재무장관으로서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은 물론 나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에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 “나토를 탈퇴하겠다”고 위협했을 때 이를 다독인 공로로 ‘트럼프의 속삭임꾼’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시리아 과도정부를 이끄는 아흐마드 알 샤라 임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다. 2일 사우디 측이 제공한 제트기를 타고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도착한 그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나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샤라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와의 회동 후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시리아를 지원하려는 사우디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공개했다. 또 중동 전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시리아 경제 또한 개선시키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샤라 대통령은 취임 직후 사우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리야드에서 태어나 7세까지 거주한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사우디는 시리아의 미래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막대한 투자 기회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그가 첫 방문지로 사우디를 택한 것은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밀착했던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에 속한 아사드 전 대통령은 독재 정권 유지를 위해 내내 이란, 러시아 등과 밀착했다. 샤라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 당시 수니파 무장단체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을 이끌며 아사드 정권과 맞섰다. 최근 여성에게 히잡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등 ‘정상 정부’의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다. 다만 그가 사우디, 카타르 등 부유한 수니파 국가와의 유대를 꾀하더라도 시리아에 대한 이란, 러시아, 시리아 북부와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 등의 영향력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의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시리아의 특성상 이 국가들이 시리아에서 발을 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연합(EU)은 정말 선을 넘었다(out of line). 그들(EU)은 우리를 정말로 이용해 왔다.”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헬기 탑승에 앞서 기자들을 보더니 먼저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이어 EU에 대한 고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통상전쟁’ 확전을 본격화한 것이다. 미국과 EU의 상품·서비스 교역액은 2023년 기준 1조5000억 유로(약 2300조 원)로, 전 세계 교역 규모의 30%를 차지한다. EU는 트럼프발 관세 폭탄 예고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보복 관세’ 등 맞대응 조치를 시사했다.● EU 겨냥 “흉악하다” 표현까지 동원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EU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에 대해선 “특별한 시간표(timeline)가 있진 않다”라면서도 “아주 곧(pretty soon)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EU에 대한 무역적자 규모가 3500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그들(EU)은 우리의 자동차나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는다. 거의 아무것도 수입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U를 겨냥해 “흉악하다(atrocity)”는 표현까지 썼다. 관세를 무기로 고강도 압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앞서 지난달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은 EU를 관세 부과 대상으로 여러 차례 지목했었다. 취임 하루 만인 지난달 2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EU는 아주아주 나쁘다”고 했고, 그 나흘 뒤에는 EU와의 무역 불균형을 거론하며 “뭔가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구글, 애플,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규제에 나선 EU를 겨냥해 ‘세금’을 무기화하는 방안에도 착수했다.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를 통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국가의 기업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트럼프 대통령의 EU 고관세 부과 발언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직전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무역 측면에서 공격을 받는다면 유럽은 진정한 강대국으로서 스스로를 지켜야 하며, 따라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동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EU는 강력한 경제권이며 자체적인 대응 옵션이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에 부과한 관세는 한 달 유예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ripped off)당해 왔다”며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멕시코, 캐나다, 중국의 고관세 부과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약류인 펜타닐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거쳐 중국에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이를 중단시키지 못하면 관세가 훨씬 세질 것”이라고 압박한 것.다만, 미국과 멕시코 정부는 당초 4일부터 미국이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조처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3일 오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오늘 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일련의 합의에 도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멕시코 국경에 마약 밀매와 불법이민 단속을 위해 군인 1만 명을 배치하기로 한 사실을 밝히며 한 달 간 관세를 유예하기로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그는 3일 오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혀 극적인 타협 가능성을 열어 둔 바 있다.한편 미 백악관은 이날 배포한 설명 자료에서 관세 부과 필요성을 강조하며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을 거론했다. 백악관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멕시코 내 건조기 생산시설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유럽연합(EU)은 정말 선을 넘었다(out of line). 그들(EU)은 우리를 정말로 이용해 왔다.”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헬기 탑승에 앞서 기자들을 보더니 먼저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이어 EU에 대한 고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통상전쟁’ 확전을 본격화한 것이다. 미국과 EU의 상품·서비스 교역액은 2023년 기준 1조5000억 유로(약 2300조 원)로, 전 세계 교역 규모의 30%를 차지한다. EU는 트럼프발 관세 폭탄 예고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보복 관세’ 등 맞대응 조치를 시사했다.● 멕시코에 부과한 관세는 한 달 유예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ripped off)당해 왔다”며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캐나다 등의 고관세 부과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약류인 펜타닐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거쳐 중국에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이를 중단시키지 못하면 관세가 훨씬 세질 것”이라고 압박한 것.다만, 미국과 멕시코 정부는 당초 4일부터 미국이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조처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3일 오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오늘 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일련의 합의에 도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멕시코 국경에 마약 밀매와 불법이민 단속을 위해 군인 1만 명을 배치하기로 한 사실을 밝히며 한 달 간 관세를 유예하기로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그는 3일 오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혀 극적인 타협 가능성을 열어 둔 바 있다. ● EU 겨냥 “흉악하다” 표현까지 동원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EU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에 대해선 “특별한 시간표(timeline)가 있진 않다”라면서도 “아주 곧(pretty soon)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EU에 대한 무역적자 규모가 3500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그들(EU)은 우리의 자동차나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는다. 거의 아무것도 수입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U를 겨냥해 “흉악하다(atrocity)”는 표현까지 썼다. 관세를 무기로 고강도 압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앞서 지난달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은 EU를 관세 부과 대상으로 여러 차례 지목했었다. 취임 하루 만인 지난달 2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EU는 아주아주 나쁘다”고 했고, 그 나흘 뒤에는 EU와의 무역 불균형을 거론하며 “뭔가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구글, 애플,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규제에 나선 EU를 겨냥해 ‘세금’을 무기화하는 방안에도 착수했다.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를 통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국가의 기업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트럼프 대통령의 EU 고관세 부과 발언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직전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무역 측면에서 공격을 받는다면 유럽은 진정한 강대국으로서 스스로를 지켜야 하며, 따라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동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EU는 강력한 경제권이며 자체적인 대응 옵션이 있다”고 말했다.한편 미 백악관은 이날 배포한 설명 자료에서 관세 부과 필요성을 강조하며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을 거론했다. 백악관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멕시코 내 건조기 생산시설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의 동아프리카 소말리아 은신처를 공격해 테러범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공격 명령이다. IS 잔존 세력 퇴치는 물론이고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최근 이 지역에서 세를 확장하는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IS의 고위급 공격 기획자와 다른 테러범에 대한 정밀 군사 공습을 명령했다”며 “공습으로 테러범들이 사는 동굴이 파괴됐고 민간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은 채 많은 테러범을 죽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IS를 포함해 미국인을 공격하려는 모든 이에게 주는 메시지는 ‘우리는 당신을 찾아낼 것이고 죽일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IS 공격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지난해 서아프리카의 니제르와 차드에서 주둔하던 미군을 철수시켰다. 과거 서아프리카 주요국을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도 최근 이 지역에 주둔하던 자국군을 대거 철수시켰다. 이 여파로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남쪽 지역을 뜻하는 사헬 지역에서 미국과 서방의 대(對)테러 전략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반면 중국은 ‘차이나머니’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주요국에 대한 원조를 부쩍 늘리고 있다. 러시아 역시 내전, 쿠데타 등으로 혼란한 서아프리카 말리 등에서 정부군이나 유력 군벌에 군사 지원을 하는 대가로 광물 채굴권 등 각종 이권을 챙겼다. 영국 BBC방송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적대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아프리카 영향력 확대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아프리카에 더 많이 관여할 것으로 내다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영올드’의 부상에 발맞춰 국내 금융시장도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9일 국민 노후 대비를 위해 ‘노후지원 보험 5종 세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령층의 노후 자금 마련을 돕는 차원에서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 요양시설 입주권 등으로 유동화(현금화)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료 납입을 마치고 유동화 여력이 되는 종신보험 계약 건수는 360만 건 정도”라며 “고령층은 금융자산이 적고 부동산과 종신보험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험도 주택연금처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마련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정책이 도입되면 종신보험의 보험료 납입이 완료됐으며,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한 경우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미리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이 3억 원이고 50%를 연금으로 받기로 할 경우 1억5000만 원을 연금으로 다달이 수령하고, 나머지 1억5000만 원은 사망 시 유족이 받는 식이다. 정부는 또 세제 혜택이 풍부해 ‘만능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및 연금 계좌에 ‘의료 저축 계좌’의 기능도 부여한다. ISA의 경우 의료비 목적으로 돈을 인출할 때 납입한도를 복원해주기로 했다. 사망보험금을 유가족들을 위해 미리 맞춤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험금 청구권 신탁’도 지난해 11월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판매된 신탁 상품은 부동산, 퇴직연금, 펀드 등이 대상으로 보험성 자산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법령 개정을 거쳐 보험금을 신탁 재산에 추가하면서 금융사가 고객을 대신해 사망보험금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사망보험금 3000만 원 이상이면 보험금 청구권 신탁에 가입해 사망보험금의 지급방식, 금액, 시기 등의 세부사항을 계획해 놓을 수 있다. 정모 씨(41)는 3년 전 이혼한 뒤 올해 여덟 살 된 외동딸을 키우고 있다. 정 씨는 최근 은행 상담을 거쳐 3억 원의 ‘보험금 청구권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딸의 대학 입학 후 졸업까지 매년 2000만 원씩 학자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돈은 딸의 졸업 이후 한꺼번에 지급하는 조건이다. 정 씨는 “아이가 미성년자일 때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딸이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이라 안심”이라고 전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귀여운 애완동물도 천수(타고난 수명)를 누리게 해드립니다.’ 지난해 말 방문한 아시아 최대 신탁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도쿄 본사에서 받아든 ‘오히토리사마신탁’(1인 가구 신탁) 금융상품 안내서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일본 최초로 신탁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다양한 고령층 대상 금융 서비스에 더해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상품까지 내놓았다. 금융회사가 노인이 숨질 경우 부고를 주변인들에게 알리고, 유품 정리, 장례까지 책임져 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PC, 노트북을 수거해 데이터를 삭제해 주고, 반려동물을 정해진 사람에게 인도해 주는 일까지 도맡는다. 다니구치 요시미쓰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특별이사는 “각각의 서비스를 개별 업체에 맡기려면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제대로 이행됐는지 등을 담보할 수 없다. 은행의 ‘신뢰도’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고 역할을 맡기는 것”이라며 “해당 상품은 고객 수요가 많아 꾸준히 가입 건수가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급부상하면서 고령자들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산업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대거 등장하고, 일상생활에서부터 건강관리 등을 지원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로봇과 같은 최첨단 기술, ‘에이징 테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은행들, 앞다퉈 신탁 비즈니스로… ‘에이징 테크’도 급부상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아오조라은행 등 일본 금융회사들은 고령화에 따른 고객의 요구에 맞춰 유언 신탁과 유산 정리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유언서 작성과 보관, 유언 집행까지 은행이 도맡아 해주고 유산 분할 협의서 작성, 상속 재산의 인도까지 아우른다. 평생 일군 재산을 ‘내 뜻대로’ 정확하게 상속되길 원하는 똑똑한 영올드가 늘어남에 따라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급증세다. 한국 금융회사들도 최근 신탁 비즈니스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치매가 발생하면 운용 자금을 병원, 간병, 생활비 등으로 지원해 주는 치매 신탁(후견 지원 신탁), 사망 시 장례비를 준비해 두는 상조 신탁, 손주 등의 대학 입학이나 결혼 등 행사 발생 시 일정 금액을 상속하거나 증여해 주는 이벤트형 신탁 등이 대표적이다. 신탁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하나금융그룹은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과 업무 제휴를 맺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 등 최신 기술에 상대적으로 친숙한 영올드를 겨냥한 각종 테크놀로지, 일명 ‘에이징 테크’도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카사나’는 건강 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스마트 변기 커버를 개발했다. 변기 커버에 센서를 달아 심박수, 혈중 산소 수치, 심박수 변화도, 화장실 사용 빈도 등을 측정해 클라우드에 자료화한다. 이를 기반으로 고령자와 케어 담당자가 실시간으로 만성질환 관리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도와준다. 미국 ‘마이티헬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나이와 건강 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운동과 영양 계획을 제안해 주고 나섰다. 수면의 질 개선, 스트레스 지수 저하, 폐경 관리 등에 대한 전문 강좌도 제공한다.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 손보저팬보험이 만든 요양 사업자 ‘손보케어’는 2019년 ‘퓨처 케어 랩 인 저팬’을 설립하면서 요양 기술을 개발해 왔다. 대표적인 게 돌봄용 입욕 장치. 휠체어에 탄 채로 오르고 내릴 필요 없이 씻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로 2021년 9월 개발해 200여 대를 보급했다. 손보저팬보험 관계자는 “낙상 위험 등을 사전에 감지해 주는 수면 측정기도 1만9000여 대를 도입하는 등 요양 산업에 혁신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리빙’ 시장도 확대 고령 친화적인 주거공간과 돌봄 서비스 등을 결합한 시니어 리빙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시니어 리빙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실버산업 규모는 2020년 72조 원에서 2030년 168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운동 시설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갖춘 호주의 ‘BUPA(부파)’ 은퇴자 마을에서 만난 린 씨(78)는 “집을 팔아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이경자 팀장은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5060세대가 곧 고령층에 진입함에 따라 시니어 하우징 수요층이 세분화되며 확장될 것”이라며 “향후 10년이 성장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을 이웃 이슬람 국가 이집트와 요르단으로 보내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에 두 나라가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나라가 자신의 제안에 동의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집트와 요르단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29일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의 추방 및 이주는 ‘불의’”라며 이집트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서라도 이들의 이주를 허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같은 날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성명을 통해 1993년 ‘오슬로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의 영토에서 거주하는 ‘두 국가 해법’이 유효하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이 자기 땅에 머물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약 15개월간 전쟁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양측 모두를 강하게 압박해 6주간의 휴전을 성사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27일 “시시 대통령과 압둘라 2세 국왕과 통화했다. 두 사람이 나의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제안에 동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동의 대다수 국가는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가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중동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고 있고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원조 수혜국이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다음 달 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가자지구 주민 이주, 이란의 핵 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을 이웃 이슬람 국가 이집트와 요르단으로 보내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에 두 나라가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나라가 자신의 제안에 동의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집트와 요르단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29일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의 추방 및 이주는 ‘불의’”라며 이집트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서라도 이들의 이주를 허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같은 날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성명을 통해 1993년 ‘오슬로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의 영토에서 거주하는 ‘두 국가 해법’이 유효하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이 자기 땅에 머물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밝혔다.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약 15개월간 전쟁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양측 모두를 강하게 압박해 6주간의 휴전을 성사시켰다고 주장하거 있다. 또 27일 “시시 대통령과 압둘라 2세 국왕과 통화했다. 두 사람이 나의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제안에 동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 중동의 대다수 국가는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가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중동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고 있고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원조 수혜국이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AP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다음 달 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가자지구 주민 이주, 이란의 핵 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제 무대인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미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계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WEF 화상 연설에서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라. 그러면 우리는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낮은 세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여러분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면 다양한 금액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경우에만 15%로 낮추겠다고도 했다. ‘고율 관세’와 함께 ‘낮은 법인세’로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유인책을 내놓은 것.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유럽연합(EU)과의 교역에서 수천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에 대해 뭔가를 할 것”이라며 EU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경고했다. 이와 함께 EU의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빅테크에 대한 과징금을 언급하며 “이들은 미국 기업이고, EU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보기에는 일종의 세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를 내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유가를 끌어내려야 한다. 그러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도 했다. 또한 “유가가 떨어지면 난 금리를 즉시 내리라고 요구하겠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유가 인하 발언에 시장은 호응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0.82달러(1.09%) 하락한 배럴당 74.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 뉴욕 증시에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전장 대비 32.34포인트(0.53%) 오른 6,118.71에 마감했다. 2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85% 상승한 2,536.80, 코스닥은 0.65% 오른 728.74로 각각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0원 내린 1431.3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마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WEF 연설에서 러시아, 중국과의 핵 군축 협상에 대해 “우리는 비핵화를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데, 나는 그것이 매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전략 핵무기 규모를 서로 제한하는 ‘핵 군축’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제무대인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미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계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유럽연합(EU)과 교역에서 무역적자가 심각하다며 EU에 대한 고관세 부과를 시사하고, EU의 미국 빅테크에 대한 과징금을 강력히 비판했다. 세계적으로 금리와 유가 인하를 유도할 뜻도 드러내 실제 국제유가가 떨어졌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는 전장 대비 0.53% 올라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최고가로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WEF 화상 연설에서 “전 세계 기업들에 대한 내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다.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어라. 그러면 우리는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낮은 세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여러분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면 다양한 금액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관세는 우리의 경제를 강화하고 채무를 갚는 데 필요한 수천억 달러, 심지어 수조 달러를 우리 재정에 보탤 것”이라며 “일자리를 만들고, 공장을 세우고, 기업을 키우기에 미국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관세를 더 거둬들여 자국 재정적자를 해결하고 관세 협박으로 자국으로 제조업 투자를 유도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겠다면서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경우에만 15%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율 관세’와 함께 ‘저율 법인세’로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유인책을 내놓은 것.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대미(對美) 무역적자가 수천억 달러라면서 “우리는 이에 대해 뭔가를 할 것”이라며 EU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와 함께 EU의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빅테크에 대한 과징금을 언급하며 “여러분이 이들 기업을 좋아하든 말든 이들은 미국 기업이고, EU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보기에는 일종의 세금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난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를 내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유가를 끌어내려야 한다. 그러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유가를 인하시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인 에너지 수출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가가 떨어지면서 난 금리를 즉시 내리라고 요구하겠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금리가 내려야 한다. 우리를 따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가 하락하면 물가나 경제 불안 심리가 진정될 수 있으니 금리를 내려 경제에 활력을 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시장도 호응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장중 1% 안팎 하락했다.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32.34포인트(0.53%) 오른 6,118.71에 마감했다.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0억 달러(약 720조 원)에 달하는 인공지능(AI)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각국의 AI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 올림픽’으로도 통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선 AI 규제와 혁신이 화두로 떠올랐다.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올해 WEF에선 정·재계 리더들이 AI의 규제와 혁신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특별연설을 통해 AI의 부작용을 막을 ‘글로벌 규범 체계’를 세우자고 제안했다. 그는 AI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걸 인정하면서도 “AI가 통제되지 않으면 속임수의 도구가 될 수 있고, 노동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거나 전쟁터에 냉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압둘라 알스와하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정보기술부 장관은 AI 시대에 더욱 심화할 디지털 격차에 주목했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 벌어진 정보 격차가 AI 기술이 확산되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계 인구 중 26억 명은 디지털 정보 접근성에서 뒤처져 있고, AI에 접근할 수 있는 인구는 7억∼10억 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AI 산업계에선 국제 사회의 규제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럽판 챗GPT’를 만든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의 아르튀르 멘슈 최고경영자(CEO)는 “미스트랄은 더 분산화된 AI 접근 방식을 장려한다. 이용자가 자신만의 AI에 접근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런 오픈소스 모델은 실제로 유해한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의 양대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도 AI 산업 진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엘리제궁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엘리제 조약 62주년’ 기념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에 비해 뒤처진 유럽의 AI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AI는 유럽이 선도해야 하는 핵심 분야 중 하나”라며 향후 양국이 AI 산업 성장에 힘을 쏟자고 했다. 프랑스는 유럽의 AI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다음 달 10, 11일 ‘AI 국제 정상회의’를 연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0억 달러(약 720조 원)에 달하는 인공지능(AI)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각국의 AI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 올림픽’으로도 통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선 AI 규제와 혁신이 화두로 떠올랐다.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올해 WEF에선 정재계 리더들이 AI의 규제와 혁신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특별연설을 통해 AI의 부작용을 막을 ‘글로벌 규범 체계’를 세우자고 제안했다. 그는 AI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걸 인정하면서도 “AI가 통제되지 않으면 속임수의 도구가 될 수 있고, 노동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거나 전쟁터에 냉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압둘라 알스와하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정보기술부 장관은 AI 시대에 더욱 심화할 디지털 격차에 주목했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 벌어진 정보 격차가 AI 기술이 확산되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계인구 중 26억 명은 디지털 정보 접근성에서 뒤처져 있고, AI에 접근할 수 있는 인구는 7억~10억 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AI 산업계에선 국제 사회의 규제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럽판 챗GPT’를 만든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의 아르튀르 멘슈 최고경영자(CEO)는 “미스트랄은 더 분산화된 AI 접근 방식을 장려한다. 이용자가 자신 만의 AI에 접근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런 오픈소스 모델은 실제로 유해한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밝혔다.유럽연합(EU)의 양대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도 AI 산업 진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엘리제궁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엘리제 조약 62주년’ 기념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에 비해 뒤처진 유럽의 AI 개발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AI는 유럽이 선도해야 하는 핵심 분야 중 하나”라며 향후 양국이 AI 산업 성장에 힘을 쏟자고 했다. 프랑스는 유럽의 AI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다음달 10, 11일 ‘AI 국제 정상회의’를 연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거부하면 러시아를 추가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그가 취임 직후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을 압박해 그간 강조해 온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추진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2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협상장에 나오지 않으면 러시아를 제재할 것인가’란 질문에 “그럴 것 같다(Sounds likely)”고 답했다. 그는 전날에도 “그(푸틴 대통령)가 합의를 하지 않아 러시아를 파괴하고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 대해 했던 발언 중 가장 비판적”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날인 19일 발효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6주 휴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휴전을 이끌어 내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살펴볼 것”이라면서 “젤렌스키와 대화하고 있으며, 푸틴과도 곧(very soon)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여부에 모호한 답을 내놔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협조적이지 않으면 지원을 중단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언제 어디에서 볼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모른다”면서 “젤렌스키는 평화를 강력하게 원하지만, 탱고를 추려면 2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먼저 만난 뒤 상황을 보고 푸틴 대통령과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고 버티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밝힌 셈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유럽이 지금 지불하는 것보다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며 “미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수준을 5%(현재 2%)로 올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