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조은아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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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은퇴재테크 서적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펴냈습니다.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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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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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조은아]佛에서 ‘가짜 빈대 퇴치법’을 퇴치하는 법

    지난주 프랑스 파리 도심에 있는 방역업체를 방문했다. 2시간가량 머물며 취재하는 도중 이 업체 사장에게 10분에 한 번꼴로 문의 전화가 왔다. 모두 빈대 퇴치에 관한 전화였다. 빈대가 실제 생긴 집 말고도 빈대 예방을 위한 문의가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빈대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가 있는데 소독할 수 있나’ 같은 질문에서 불안과 공포가 느껴졌다. 우려가 큰 만큼 주택 소독 건수도 급증했다. 프랑스 소독해충방제연합(CS3D)에 따르면 여름휴가를 전후해 유동인구가 늘면서 빈대가 퍼진 올 6∼8월 방역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뛰었다. 한국보다 먼저 빈대 사태가 닥친 파리에서는 빈대뿐만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빈대 퇴치법이 소셜미디어에 난무한다. 대표적인 허위 퇴치법은 폭약 제조에 쓰이는 규조토(硅藻土)가 빈대를 쫓는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7일 쇼트폼(short form)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오른 ‘빈대의 유일한 해결책은 규조토’란 영상은 닷새 만에 조회 수가 2만2600회를 넘었다. 오일 농축액이나 라벤더가 살충제보다 더 건강한 자연 퇴치법이란 영상 콘텐츠도 돌고 있다. 이에 편승해 검증되지도 않은 빈대 퇴치 약품을 판매한다는 광고도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퇴치법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예컨대 규조토는 광물질 화합물 실리카가 포함돼 폐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라벤더도 퇴치 효과가 없고 오일 농축액은 사용자 호흡기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고 한다. 파리시(市)는 결국 이런 가짜 퇴치법에 혹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권장 퇴치법을 소개했다. 빈대 방지법의 기본은 빨래를 섭씨 최소 60도 물로 세탁하거나 영하 20도에서 72시간 이상 얼리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가짜 퇴치법은 수그러들 줄 모른다. 빈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으로 보인다. 빈대 전문가 장미셸 베랑제르 씨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10년간 빈대를 연구했지만 사람들이 빈대에게 물린 적도 없고, 여행한 적도 없는데 집에 빈대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전화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편집증적 현상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빈대 공포는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더욱 커진 측면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처럼 빈대 때문에 일상이 마비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빈대 공포가 정부에 대한 불만을 키우는 계기가 될 조짐도 보인다. 빈대 퇴치는 초기 대응이 관건인데 “프랑스의 ‘밀푀유(겹겹이 층을 쌓아 만든 디저트) 정부’ 탓에 대책이 늦게 나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의사결정 구조가 겹겹이 쌓인 관료주의 탓에 정부가 퇴치 대책을 신속하게 내놓지 못했다는 얘기다. 프랑스에서 탐지견을 활용한 방역 업체를 운영하는 전문가는 NYT에 ‘노란 조끼’ 시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정부의 정년 연장 강행, 물가 상승같이 지난 3년간 해결되지 못한 사회적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빈대 사태로 집단 분출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산적한 위기에 또 하나의 위기를 정부가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프랑스에 이어 빈데믹(빈대+팬데믹) 위기에 처할 수도 있는 한국으로선 참고할 바가 많다. 프랑스 정부는 비판을 받고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다양한 방역 대책을 내놨다. 특히 방역 업체 전문성을 정부가 인증해 방역 협회 홈페이지에 공개해 사실상 ‘빈대 플랫폼’처럼 만드는 것은 우리 정부가 벤치마킹할 만하다. 빈대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빈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여러 채널로 효과적으로 알려야 한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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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우크라에 포탄 100만발 지원, 약속 기한 못 지킬수도”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포탄 100만 발을 지원하려던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러시아가 북한과 불법 무기 거래를 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은 오히려 줄 수 있어 전력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4일 27개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탄약의 약속 기한인) 내년 3월까지 100만 발을 지원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U 외교수장 격인 보렐 대표가 탄약 지원 목표 미달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통신은 “미군의 우산 아래 숨어 있던 EU가 (전쟁) 물품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EU가 ‘올 3월 우크라이나에 155mm 포탄 100만 발을 내년 3월까지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군수업계와 전문가들은 “반세기가 넘도록 큰 전쟁이 발발하지 않으면서 유럽의 군수 산업 생산량이 크게 줄어 해당 수요를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30여 만 발의 포탄도 재고분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에서도 목표 자체가 무리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기자들에게 “애초 100만 발이 실현 가능한 목표였는지가 더 적절한 질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리스 스프루츠 라트비아 국방장관도 “100만 발은 상징적인 숫자”라면서 “(도우려는) 열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노 페브쿠르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할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 탄약 수급은 중차대한 문제다. EU가 약속한 155mm 포탄은 전선에서 매일 6000∼7000발이 사용될 정도로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EU의 지원 약속이 실행돼야 우크라이나가 최소 반년은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4일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가 공격을 강화하고 있고, 에너지 인프라 공습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서방 국가에 무기 지원을 호소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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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막탄에 ‘영하 40도’ 냉각살충제… 佛 ‘빈대와의 전쟁’

    “아이나 임산부가 있으면 화학적 살충제를 권하지 않습니다.” 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15구에 있는 방역 업체 앙티페스트에서 만난 빅토르 크리에프 사장은 인터뷰 도중 10분에 한 번꼴로 걸려오는 빈대에 대한 문의 전화마다 이렇게 안내했다. 아이나 임산부가 있으면 비(非)화학적 살충을, 그렇지 않거나 감염이 심각하면 강도가 높은 화학적 살충을 권했다. 업체도 소비자도 살충제 유해성에 민감하다. 국내에서 비상이 걸린 빈대 사태의 시초 격으로 볼 수 있는 프랑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빈대와 싸우고 있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보건안전청(ANSES)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2년) 프랑스 전체 가구의 11%가 빈대 피해를 입었을 정도다. 특히 올 여름휴가 기간을 전후해 유동인구가 늘면서 빈대 확산세가 심해졌다. 프랑스 소독해충방제연합(CS3D)에 따르면 올 6∼8월 소독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5% 뛰었다. 방역 업체에서 판매하는 살충제 종류는 다양하다. 소비자 유형이나 감염 정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쓸 수 있다. 대표적인 비화학적 살충제로는 냉각 스프레이가 꼽힌다. 섭씨 영하 40도 액체를 뿌려 빈대를 얼려 죽인다. 다른 방역 업체 파탈 엑스페르의 유세프 마슬라 사장은 “최근에는 빈대가 인간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미리 뿌려 놓는 스프레이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독성이 있는 연막탄은 강도 높은 화학적 살충제다. 불을 피우면 나오는 고온 증기로 많은 빈대를 한꺼번에 박멸한다. 독성이 강해 방역 업체 전문가들이 방독면을 쓰고 집을 거의 비운 채로 소독해야 한다. 프랑스 정부는 빈대를 잡기 위해 보건부, 생태전환부, 주택부위원회 중심으로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빈대퇴치운영위원회를 꾸려 정기적으로 필수적인 정책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전문성을 인증하고 마크를 부여한 방역 업체 명단과 주소를 공개해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CS3D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부 인증 방역업체는 480여 개사다. 빈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각종 살충제나 퇴치 상품 구입 등에 상당한 돈이 들기 때문에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비용 부담을 놓고 분쟁이 뒤따른다. ANSES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프랑스 전체 가구의 연평균 빈대 방역 비용은 약 2억3000만 유로(약 3300억 원)다. 이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빈대 전용 홈페이지에 집주인이 세입자 방역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분쟁이 생겼을 때 상담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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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머런 前 영국총리, 외교장관으로 ‘깜짝 복귀’

    영국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57)가 리시 수낵 현 총리 내각 외교장관으로 복귀했다. 새 외교장관으로 지명된 캐머런 전 총리는 일성으로 우방국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또 친(親)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대한 비난으로 논란이 된 수엘라 브래버먼 내무장관은 해임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 노동당에 지지율이 크게 뒤지고 있는 수낵 총리가 보수당 재건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 수낵 총리가 신임 외교장관으로 캐머런 전 총리를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은 이날 캐머런 전 총리를 상원의원에 임명하는 안을 수낵 총리가 찰스 3세 국왕에게 요청해 수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국은 의원내각제로 총리가 장관을 임명한다. 캐머런 전 총리는 보수당을 이끌고 2010년 총선에서 승리한 뒤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노동당 13년 집권을 끝내고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유럽연합(EU) 잔류를 원하던 그는 2016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했고 그 결과 찬성이 52.6%로 절반을 넘자 즉시 총리직을 사임한 뒤 정계에서 은퇴했다. 전직 총리가 정치 일선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관례는 50여 년 만에 깨졌다. 앞서 1964년 총리에서 물러난 알렉산더 더글러스흄이 1970년 외교장관을 맡은 적이 있다. 캐머런 전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동맹을 지원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노동당은 “비참한 총리였던 캐머런 전 총리의 외교장관 임명은 (보수당의) 절박한 행위다. 재능도 아이디어도 없는 (수낵) 정부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캐머런 전 총리 입각은 극우보다는 중도 보수의 길을 택한 수낵 총리의 의도를 드러낸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런던에서 일어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가리켜 “친팔레스타인 폭도들”이라고 표현해 물의를 빚은 브래버먼 내무장관은 해임되고 제임스 클레벌리 외교장관이 이어받았다. 브래버먼 전 장관은 지난달 보수당 연례 전당대회 기조연설에서 “이주민 수백만 명이 영국 해안에 다다르는 허리케인이 오고 있다”고 말하는 등 반(反)이민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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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파리가 빈대와 싸우는 방법

    “아이나 임산부가 있으면 화학적 살충제를 권하지 않습니다.”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15구에 있는 방역 업체 앙티페스트에서 만난 빅토르 크리에프 사장은 인터뷰 도중 10분에 한 번꼴로 걸려오는 빈대에 대한 문의 전화마다 이렇게 안내했다. 아이나 임산부가 있으면 비(非)화학적 살충을, 그렇지 않거나 감염이 심각하면 강도가 높은 화학적 살충을 권했다. 업체도 소비자도 살충제 유해성에 민감하다.국내에서 비상이 걸린 빈대 사태의 시초 격으로 볼 수 있는 프랑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빈대와 싸우고 있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보건안전청(ANSES)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2년) 프랑스 전체 가구의 11%가 빈대 피해를 입었을 정도다. 특히 올여름 휴가 기간을 전후해 유동인구가 늘면서 빈대 확산세가 심해졌다. 프랑스 소독해충방제연합(CS3D)에 따르면 올 6~8월 소독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5% 뛰었다.●‘냉각 스프레이’로 자연 살충방역 업체에서 판매하는 살충제 종류는 다양하다. 소비자 유형이나 빈대 피해 정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쓸 수 있다. 대표적인 비화학적 살충제로는 냉각 스프레이가 꼽힌다. 섭씨 영하 40도 액체를 뿌려 빈대를 얼려 죽인다.다른 방역 업체 파탈 엑스페르의 유세프 마슬라 사장은 “최근에는 빈대가 인간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미리 뿌려 놓는 스프레이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침대 매트리스에 빈대가 달라붙지 않도록 씌우는 빈대 방지 커버도 다양한 사이즈가 있다.독성이 있는 연막탄은 강도 높은 화학적 살충제다. 불을 피우면 나오는 고온 증기로 많은 빈대를 한꺼번에 박멸한다. 독성이 강해 방역 업체 전문가들이 방독면을 쓰고 집을 거의 비운 채로 소독해야 한다. 빈대가 많이 퍼졌을 때는 연막탄을 두 번에 걸쳐 뿌린다. 연막탄은 부화하지 않은 유충에는 효력이 없는데 이후 부화한 빈대를 잡기 위해서다.● 정부가 안전한 방역업체 인증프랑스 정부는 빈대를 잡기 위해 보건부, 생태전환부, 주택부위원회 중심으로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빈대퇴치운영위원회를 꾸려 정기적으로 필수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문성을 인증하고 마크를 부여한 방역 업체 명단과 주소를 공개해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CS3D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부 인증 방역업체는 480여 개사다. 특수 살충제는 정부 인증 업체만 사용할 수 있다. 크리에프 사장은 “정부가 5년마다 제품 안전성을 확인하고 독성 있는 것을 사용하는지, 표준화된 사용법을 지키는지 검사한다”고 말했다. 방역 업체들은 빈대 피해가 심각할 경우에만 안전규칙을 준수하며 화학적 방역을 해야 한다.빈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각종 살충제나 퇴치 상품 구입 등에 상당한 돈이 들기 때문에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비용 부담을 놓고 분쟁이 뒤따른다. ANSES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프랑스 전체 가구의 연평균 빈대 방역 비용은 약 2억3000만 유로(약 3300억 원)다. 이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빈대 전용 홈페이지에 집주인이 세입자 방역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분쟁이 생겼을 때 상담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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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외교장관으로 깜짝 복귀

    영국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57)가 리시 수낵 현 총리 내각 외교장관으로 복귀했다. 새 외교장관으로 지명된 캐머런 전 총리는 일성으로 우방국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또 친(親)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대한 비난으로 논란이 된 수엘라 브래버먼 내무장관은 해임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 노동당에 지지율이 크게 뒤지고 있는 수낵 총리가 보수당 재건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 수낵 총리가 신임 외교장관으로 캐머런 전 총리를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은 이날 캐머런 전 총리를 상원의원에 임명하는 안을 수낵 총리가 찰스3세 국왕에게 요청해 수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국은 의원내각제로 총리가 장관을 임명한다.캐머런 전 총리는 보수당을 이끌고 2010년 총선에서 승리한 뒤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노동당 13년 집권을 끝내고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유럽연합(EU) 잔류를 원하던 그는 2016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했고 그 결과 찬성이 52.6%로 과반을 넘자 즉시 총리 직을 사임한 뒤 정계에서 은퇴했다. 전직 총리가 정치 일선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관례는 50여 년 만에 깨졌다. 앞서 1964년 총리에서 물러난 알렉산더 더글러스 흄이 1970년 외교장관을 맡은 적이 있다. 캐머런 전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동맹을 지원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노동당은 “비참한 총리였던 캐머런 전 총리의 외교장관 임명은 (보수당의) 절박한 행위다. 재능도 아이디어도 없는 (수낵) 정부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캐머런 전 총리 입각은 극우보다는 중도 보수의 길을 택한 수낵 총리의 의도를 드러낸다는 해석이 나온다.최근 런던에서 일어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가리켜 “친팔레스타인 폭도들”이라고 표현해 물의를 빚은 브래버먼 내무장관은 해임되고 제임스 클레벌리 외교장관이 이어받았다. 브래버먼 전 장관은 지난달 보수당 연례 전당대회 기조연설에서 “이주민 수백만 명이 영국 해안에 다다르는 허리케인이 오고 있다”고 말하는 등 반(反)이민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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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 아픔과 작별 않길… 이젠 봄 얘기 쓰고싶어”

    “‘작별하지 않는 마음’을 느껴주시면 좋겠어요. 이 소설은 정말로 헤어지지 않는다는 마음, 끝까지 애도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공쿠르상 등과 함께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메디시스 외국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 씨(53·사진)가 9일(현지 시간) 밝힌 소감이다. 이 작품 프랑스어판을 낸 파리 그라세출판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한 씨는 “눈, 눈송이 질감, 촛불, 벽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라든지 가볍고 부드러운 것에 대해 많이 묘사했다”며 “(제가) 어떤 방식으로 사건에 다가가고 있는지 감각으로 느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1년 펴낸 이 작품은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무거운 한국 현대사를 다뤘는데도 프랑스 문단의 호평을 받은 데 대해 한 씨는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라며 “설령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고 해도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것이 있어서 당연히 누구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을 배경으로 한 ‘겨울 3부작’을 집필 중인 한 씨는 “한국 현대사에 대해선 그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제 소설엔 겨울 이야기가 많은데 지금 준비하는 건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이야기일 것 같다”며 “바라건대 다음에는 봄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고 했다. 조아킴 슈네르프 편집자는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독자들이 열광했고 많은 비평가가 최고 평점을 줬다”고 전했다. 초판 5000부를 찍은 그라세출판사는 이날 1만5000부를 더 찍기로 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받은 한 씨는 2019년 제33회 인촌상을 수상(언론·문화부문)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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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비로 30년간 헤이그 이준기념관 지킨 송창주 관장, 국민훈장 목련장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약 30년간 이준 열사를 알린 송창주 이준열사기념관장(84)이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9일(현지 시간) 주네덜란드 한국대사관은 7일 오후 헤이그 한국대사관에서 최형찬 대사가 훈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남편 이기항(88) 이준아카데미 원장이 1993년 목련장을 수상해 국민훈장 부부 동반 수상자가 됐다.송 관장은 남편인 이 원장과 함께 1993년 사재를 털어 이준 열사가 순국한 옛 호텔 건물을 매입해 1995년 이준열사기념관을 열었다. 당시 대기업 주재원으로 네덜란드를 찾은 뒤 정착한 송 관장 부부는 신문에서 이준 열사가 순국한 드용 호텔이 재개발로 매각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이후 헤이그 시를 설득해 철거를 막고 20만 달러(약 2억6400만 원)를 들여 호텔을 인수한 뒤 사재를 추가로 들이고 옛 전국경제인연합회 도움을 받아 이준열사기념관을 열었다.이준 이상설 이위종 ‘헤이그 특사’ 3인은 1907년 을사늑약 부당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려 했지만, 일본의 방해로 결국 입장하질 못했다. 이준 열사는 장외 외교투쟁을 벌이던 중 그해 7월 14일 당시 머물던 드용 호텔에서 순국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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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드러운 것’으로 묘사한 애도의 감정… ‘인간 공통의 본성’ 다루자 메디치상이 왔다

    “‘작별하지 않는 마음’을 느껴주시면 좋겠어요. 이 소설은 정말로 헤어지지 않는다는 마음, 끝까지 애도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한강 소설가(53)가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9일(현지 시간) 수상한 뒤 소설의 불어판을 낸 그라세 출판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이 같이 소감을 밝혔다. 메디치상은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힌다.이 소설은 한 작가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수상한 이후 5년 만인 2021년 펴냈다.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는 “눈, 눈송이의 질감, 촛불, 벽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라든지 가볍고 부드러운 것들에 대해 많이 묘사 했다”며 “이것이 (제가) 어떤 방식으로 사건에 다가가고 있는지 감각으로 느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무거운 한국 역사를 다뤘음에도 프랑스 문단의 좋은 평가를 받은 데 대해 한 작가는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라며 “(한국과 프랑스가) 설령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고 해도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것이 있어서 당연히 누구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한 작가는 이 작품을 쓰면서 대부분 사건 관련자를 직접 만나기보다 기존에 연구된 자료를 활용하고, 제주도에도 자주 가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소설을 쓴다는 이유로 그분들(제주 4·3 관련자)의 상처를 다시 열고 싶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그는 서울을 배경으로 한 ‘겨울 3부작’을 집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현대사에 대해선 그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제 소설엔 겨울 이야기가 많은데 지금 준비하는 건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이야기일 것 같다”며 “바라건대 다음엔 좀 봄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라세 출판사는 작품의 초판에 5000부를 인쇄했지만 이날 메디치 수상 뒤 1만5000부를 새로 찍기로 했다. 출판사의 조하킴 슈네프 편집자는 “책이 처음 발간됐을 때부터 독자들이 열광했고, 많은 비평가가 최고 평점을 줬다”고 전했다. 또 “프랑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제주 4·3 사건을 알게 됐다”며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포함한 역사에 대한 이해를 더 하게 됐다”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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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 선물 받은 英 찰스3세…“내 머리가 터지려나” 농담

    영국 찰스3세 국왕의 첫 런던 한인타운 방문에 현지 주요 언론들이 “찰스3세 국왕이 K팝과 한국 음식을 배웠다”며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가 현장에서 예상보다 오랜 시간을 머무는 등 한인사회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8일(현지 시간) 찰스3세 국왕이 영국 국왕으로서 처음 런던 남서부의 뉴몰든 한인타운을 방문하자 “찰스3세 국왕은 이달 말 한국 대통령 국빈 방문에 앞서 K팝과 한국 문화, 음식을 배웠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달 14일 생일을 앞두고 행사장인 뉴몰든 감리교회에서 보자기에 싼 ‘김치 선물’을 받고 “(매운 맛에) 내 머리가 터지려나”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행사장에는 미역국, 구절판 등 한식 생일상도 차려졌다. 영국 BBC는 “찰스3세 국왕은 영국의 비전을 ‘공동체들의 공동체’라고 표현하곤 했기에 한인 2만 명이 모여 사는 한인타운 방문을 정말 즐기는 듯 보였다”고 했다. 공식 인사 뒤 산책에 즉흥적으로 나섰고, 예정보다 더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고 BBC는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그가 이날 1시간여 뉴몰든에 머물렀다. 찰스3세 국왕은 이 과정에서 탈북민들과도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어떻게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갔는지 등을 질문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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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찰스 3세, 尹대통령 국빈방문 앞두고 한인타운 찾아

    찰스 3세 영국 국왕(사진)이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8일(현지 시간) 유럽 최대 한인타운인 뉴몰든을 방문했다. 국왕은 물론이고, 영국 왕실 고위 인사가 뉴몰든을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찰스 3세 국왕은 이날 한인사회 대표와 청년을 만나고 한국 음식 발표회, 한인 문화공연, 한영 수교 140주년 기념 전시 등에 참여했다. 11일 영국 현충일을 앞두고 뉴몰든 전쟁기념관도 방문하고 윤여철 주영 한국대사와 킹스턴어폰템스 왕립 자치구(킹스턴구) 시장, 지방의회 대표들과도 만난다고 킹스턴 지역 언론은 전했다. 런던 남서부 킹스턴구에 있는 뉴몰든은 영국뿐 아니라 유럽에서 한인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한인타운이다. 1970년대부터 한인들이 모여들며 형성된 뉴몰든은 한인 식당과 병원 등이 밀집해 ‘유럽 속 작은 한국’으로 알려져 있다. 킹스턴구는 올해 유럽에서 처음으로 김치의 날(11월 22일)을 지정하기도 했다. 이에 영국 로열라이프매거진은 “한인 사회가 영국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찰스 3세 국왕은 올 5월 대관식 이후 초청하는 첫 국빈으로 이달 윤 대통령을 맞을 예정이다. 그는 윤 대통령 부부 국빈 방문을 계기로 뉴몰든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찰스 3세 국왕은 전날 즉위 후 의회 개회식에서 진행된 첫 ‘킹스 스피치’에서 “이달 국빈 방문하는 한국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맞이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대외 관계를 넓히며 한국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달 초 제1회 인공지능(AI) 안전 정상회의를 열면서 내년 5월 중간 점검 회의를 한국과 공동 개최하기로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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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이어 美, 무기감축 조약 탈퇴… 신냉전 우려 커져

    미국과 러시아가 잇달아 핵무기와 재래식무기 관련 군축 합의에서 이탈하고 있다. 중국까지 군비 경쟁에 가세하고 있어 신(新)냉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에서 탈퇴하고 CFE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이 계속되면서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면서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12월 7일부터 CFE에 따른 의무 이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시 이날 비슷한 성명을 발표했다. CFE란 냉전 말기인 1990년 나토와 옛 소련 주도 바르샤바조약기구가 각자 재래식 무기 보유 목록과 수량을 제한하기 위해 체결한 군축 조약이다. 미국과 나토의 발표는 러시아 정부가 CFE 공식 탈퇴를 선언한 직후 나왔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CFE 탈퇴 절차가 11월 7일 0시를 기해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군축 합의 파기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미국이 먼저 이탈한 사례도 있다. 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양국 군비 경쟁을 제한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참여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올 2월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중단을 선언했다. 이달 2일에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대해 러시아가 비준 철회를 발표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각종 군축 조약에서 이탈하며 냉전 종식 30여 년 만에 지정학적 위기 속에 다시 주요국이 군비 경쟁을 벌이는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까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기 들어 군축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1990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가 재래식 무기 보유 목록과 수량을 제한하기 위해 체결한 군축 조약.중거리핵전력조약(INF)1987년 미국과 러시아 간 체결된 냉전 종식의 첫걸음이 된 군축 조약. 사거리 500∼5500km 탄도·순항미사일의 실험, 보유, 배치를 금지.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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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러, 내년 3월 대선… 젤렌스키 “미뤄야”, 푸틴은 출마 결심

    지난해 2월부터 20개월 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나란히 ‘내년 3월 대선’을 앞뒀지만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선은 민주주의의 상징임에도 “민주국가를 지켜달라”고 세계에 호소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45)은 ‘전시 대선 불가’ 방침을 공식화했다. 선거를 치르려면 계엄령 해제 등이 필요한데 이것이 러시아에 대한 반격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반대파와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는 권위주의 통치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1)은 오히려 대선을 반기고 있다. ‘외부의 적’으로 시선을 돌려 장기 집권에 대한 비판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만큼 서둘러 대선을 치러 종신 집권의 길을 공고히 하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선거할 때 아냐” 6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동영상 연설을 통해 “나는 지금 선거가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시 상황인 지금 경솔하게 선거 의제를 다루는 것이 무책임하다며 “모두가 국방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 국가기관이 다른 어떤 일에 에너지나 힘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3월 31일 임기 5년의 대통령에 당선됐고 같은 해 5월 취임했다. 헌법상 대선일은 현 대통령의 임기 5년 차 3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즉, 이에 해당하는 내년 3월 31일에는 대선을 치러야 하지만 미루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후 계엄령을 발동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실시하려면 총선 때는 일시적 계엄령 해제가, 대선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게다가 러시아가 허위정보, 해킹 등으로 여론 조작에 나서 우크라이나 사회 내부에 분열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곳곳의 투표소를 노릴 경우 민간인이 희생될 우려도 있다. 최전선에 배치된 군인 수만 명은 투표를 하기 쉽지 않고, 개전 후 적지 않은 국민이 유럽연합(EU) 등 세계 곳곳으로 피란을 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돈과 무기를 지원해 온 미국 등 서방은 선거를 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 절차를 지키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치 능력을 입증해야 독재자 이미지가 강한 푸틴 대통령과의 명분 싸움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논리다.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우크라이나에 회원국 가입 조건으로 ‘민주주의 관련 개혁’을 요구했다. ● 푸틴, 2030년까지 집권 노릴 듯 같은 날 로이터통신 등은 푸틴 대통령이 내년 3월 24일로 예정된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보도했다. 내년 대선에 출마하면 5번째 도전이 된다. 이미 푸틴의 최측근들이 선거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 또한 잇따른다. 푸틴 대통령에게 선거는 요식 행위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가 러시아 사회 전반을 철저하게 장악하고 있는 데다 그에게 맞설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그의 지지율이 80%에 육박해 내년 대선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푸틴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에서 높은 지지율로 재집권에 성공하면 77세가 되는 2030년까지 6년을 더 권좌에서 보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쟁 장기화, 장기 집권, 반대파 탄압 등에 대한 국내외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자신의 입지와 영향력 또한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정보당국은 그가 종신 집권의 길을 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처음 권좌에 올랐다.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에게 2008∼2012년 대통령직을 넘기고 총리로 물러났으나 2012년 복귀 후 집권을 이어 오고 있다. 그는 1922∼1952년 집권한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두 번째로 러시아를 오래 통치한 지도자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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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 ‘부산엑스포 버스’ 2030대 佛 파리 달린다…막판 유치전

    LG가 다음달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여부를 결정짓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부산엑스포 버스’를 운영하며 막판 유치전을 펼친다.LG는 6일(현지 시간) 파리 에펠탑 인근 센강 선상 카페에서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과 LG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엑스포 버스’를 공개했다. 이날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선보인 부산엑스포 버스는 2층 대형 버스로, 부산의 매력을 소개하는 랜드마크와 함께 엑스포 유치 염원을 보여주는 래핑광고를 선보였다.LG는 이번 래핑버스 2대와 함께 파리 시내버스 2028대의 측면이나 전면에 부산엑스포 기원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게재했다. 2030년 부산엑스포 개최를 기원하는 취지로 2030대의 부산엑스포 버스가 운행되는 것이다. LG가 운영하는 부산엑스포 버스 2030대는 다양한 노선으로 구성돼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샹젤리제 거리 등 파리의 대표적 명소 주변을 누빈다.이날 장 미래전략기획관은 “2030 부산엑스포 버스는 세계를 향한 글로벌 항구도시 부산, 자유의 마지막 보루였던 부산의 역사적 스토리를 세계인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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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대 은행의 발상지 伊, ‘은행 횡재세’ 논란[조은아의 유로노믹스]

    최근 국내에서 은행에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은행들이 이자 수익을 많이 벌었으니 세금을 더 걷자는 얘기다. 같은 주장이 이미 3개월 전 이탈리아에서도 나와 한바탕 혼란을 겪었다. 사실 이탈리아의 횡재세 도입 방침이 이례적인 건 아니었다. 유럽연합(EU) 국가 중 체코, 리투아니아, 스페인이 이미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열에 이탈리아가 합류하겠다고 나서자 시장이 바짝 긴장했다. 이탈리아는 세계 10위 경제 규모를 점하고 있는 데다, 국가 부채 문제도 심각해 유럽연합(EU)의 우려를 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탈리아는 14세기 메디치가문의 은행 등 근대적 은행을 태동시킨 곳이라 더 주목을 끌었다. 근대 은행의 발상지에서 ‘반(反)은행’ 정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멜로니 총리 “은행에 40% 횡재세”횡재세(windfall tax)란 일정 수준 이상의 초과 이익을 거둔 기업에 추가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기업 자체의 역량이 아닌 에너지 가격 급등, 고금리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이익에 부과된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주로 시행하고 있다. 고물가로 민생은 어려운데 오히려 일부 기업들은 이익을 불려 불만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고물가와 경기 침체의 고통을 분담시키는 취지가 있다. 또 횡재세는 재정 적자가 심각한 정부의 세수(稅收)를 늘리는 역할도 한다. 원래 유가, 천연가스 값 등 에너지 값이 뛰자 주로 에너지 기업에 부과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금리 장기화로 금융권으로도 횡재세가 번지는 분위기다.이탈리아 정부는 8월 각료회의에서 올해 한시적으로 시중은행에 횡재세를 도입하는 특별법을 승인하며 횡재세 논란이 점화됐다. 법안은 고금리에 따라 막대한 추가 이익을 거둔 은행들에 초과 이익의 40%를 세금으로 물리겠다는 내용이었다. 부과 대상은 순이자이익이 2년 전 대비 10% 넘게 늘어난 시중은행.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현지 주요 일간지 공동 인터뷰에서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빠르게 인상했지만 예금 금리는 올리지 않아 왜곡이 발생했다”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은행을 징벌할 의도가 전혀 없다”며 반발하는 은행을 다독이려 애썼다.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상당했다. 이탈리아 정부의 횡재세 도입 방침이 공개된 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은행주 지수는 7.3% 급락했다. 유로존 은행지수(SX7E)는 3.7% 하락하며 이탈리아발(發) 금융 불안이 유럽 금융권으로 전이됐다. 횡재세가 부과되면 이탈리아 은행들의 재정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힘 빠진 횡재세, “은행의 승리”시장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멜로니 정권은 ‘횡재세 부과액에 일정 상한을 두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초과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순이자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겠단 얘기였다. 하지만 이런 ‘한발 후퇴’도 역부족이었다. 이탈리아 안팎에선 비판이 터져 나왔다. 멜로니 정부의 연정 파트너인 우파 전진이탈리아당(포르자 이탈리아)은 횡재세 법안을 무력화할 ‘맞불 법안’을 내놓는 등 반대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장녀인 마리나 베를루스코니는 “초과 이익의 정의가 여러 가지 의심과 비판에 노출될 수 있고 매우 선동적”이라며 “은행 횡재세가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횡재세 도입 발표 다음달인 9월 유럽중앙은행(ECB)마저 횡재세 도입에 우려를 표하며 멜로니 정부는 더욱 난감해졌다. ECB는 당시 은행이 경기 침체 여파에 더 취약해질 가능성을 지적하며 과세 여파를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ECB와 이탈리아 간의 긴장관계가 커졌다고 풀이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ECB에 ‘재정 개혁’ 성과를 평가받고 그 성적에 따라 재정 지원 여부를 통보받던 참이다. 이에 멜로니 정부는 횡재세 법안을 대폭 뜯어고쳐 완화했다. 법 수정안에 따르면 은행이 납부해야 할 세금의 2.5배를 준비금으로 쌓으면 횡재세를 피할 수 있다. 횡재세 상한선은 당초 ‘은행 총자산의 0.1%’로 예상됐으나 이번에 ‘위험가중자산’의 0.26%로 수정됐다. 정부가 상한선을 대폭 낮춘 셈이다.횡재세 완화로 멜로니 정부는 소란만 키운 채 실리는 챙기질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현금이 풍부한 경제 부문을 (횡재세 부과로) 기회주의적으로 공습함으로써 국가 재정 적자를 줄이려던 멜로니 총리의 희망이 좌절됐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의 한 은행 임원은 폴리티코에 익명을 요청하며 “법 전체가 바뀌었다”며 “은행이 승리했다”고 말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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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핵잠 중동 급파해 확전 억제에도… 이 “가자 시가전 초읽기”

    미국이 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략핵추진잠수함을 급파했다. 수에즈 운하에서 이집트 카이로 북동쪽 알살람 다리 아래를 지나가는 해당 핵잠수함의 사진도 공개했다. 미국이 미 해군 최대 규모인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위치를 공개하는 것은 “매우 드문(incredibly rare) 일”이라고 외신은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일시적 전투 중단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이스라엘은 이날 오전 “(하마스 본거지이자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완전히 포위했다”고 말했다. 가자시티 안으로 군대가 진입해 하마스와 본격 시가전을 벌일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은 이스라엘군 발표 직후 “48시간 내 시가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중동 우방은 달래고, 이란에는 경고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이 중동에 배치됐다고 밝히며 알살람 다리 인근에서 수면 위로 부상한 잠수함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다만 잠수함의 이름과 탄도미사일 또는 순항미사일 탑재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 CNN 방송은 “미군은 잠수함 함대의 움직임이나 작전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면서 “중동 지역 적대 세력을 겨냥한 억제의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 이어 이날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중동에 급파됐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번스 국장은 가자지구 내 인질이 억류돼 있는 위치 등을 이스라엘 정부와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번스 국장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도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를 이유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한 압둘라 2세는 번스 국장과 즉위 이전부터 친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부터 중동 순방 중인 블링컨 장관은 5일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이라크를 깜짝 방문했고,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있는 튀르키예도 찾았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무함마드 시아 알 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만나 병력 2500여 명이 주둔한 이라크 미군기지에 대한 이란 지원을 받은 이라크 민병대의 공격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란의 중동전쟁 개입에 대한 경고 차원이다. 블링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도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미국 국민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CNN은 블링컨 장관의 이번 강행군을 ‘소용돌이(whirlwind) 순방’이라고 표현했다. 중동전쟁 확전을 억제하려고 동분서주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영국 BBC 방송은 “블링컨 장관이 불을 하나 끄면 다른 곳에 불이 나는 형국”이라며 미국의 행보가 가시밭길이라고 평가했다.● 이 “오늘부터 北가자-南가자로 끊겨” 이스라엘은 미국의 확전 억제 노력에도 가자지구 공세를 더 강화하고 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가자시티를 완전히 포위했다”며 “오늘로 북(北)가자와 남(南)가자가 생겼다”고 말했다. 가자시티가 고립돼 가자지구가 사실상 둘로 갈라졌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는 “(이스라엘군 발표 이후) 48시간 안에 가자시티 시가전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스라엘 북쪽 레바논 국경 지역에서도 총성은 계속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레바논 남부에서 자동차가 공격당해 10대 초반 소녀 3명과 할머니가 사망했다고 레바논 당국이 밝혔다.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민간인 공격을 용납하지 않겠다. 대응은 확고하고 강력할 것”이라며 이스라엘 북부 키르야트슈모나 마을에 ‘그라트 로켓’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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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전쟁 한달, ‘親이 vs 親팔’ 쪼개진 세계

    “이스라엘이 하마스 제거를 위해 (가자지구를) 공격한다는데, 지금껏 죽은 아이들이 하마스와 무슨 상관인가요?” 4일(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 시내의 한 식당. 입구에는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식당을 찾은 이집트인 노하 씨(45)는 격화되고 있는 중동전쟁에 대해 이같이 반문하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대원들을 얼마든지 공격해도 좋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일방적인 ‘인종청소’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당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함께 분노하고, 찾는 손님들도 비극을 생각해보고 연대하자는 취지로 팔레스타인 국기를 내걸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럽, 미국 등에선 주말 동안 ‘반(反)유대주의에 반대한다’며 하마스에 민간인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휴전을 위해선 하마스가 볼모로 잡고 있는 인질부터 먼저 석방하는 게 맞다”며 이스라엘 정부의 방침을 지지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6일로 한 달을 맞았다. 전쟁 발발 직후 하마스의 잔인한 민간인 학살 사례가 알려지며 국제사회에는 이스라엘의 보복을 지지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으로 전쟁이 격화되며 확전 우려와 민간인 피해가 커지자 세계는 친(親)이스라엘과 반이스라엘 여론으로 쪼개졌다. 일시적 교전 중단(pause)이나 휴전(ceasefire)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전쟁 이후 세 번째 중동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하마스 테러를 끝내면서도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언급하며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일시적 교전 중단을 설득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 없는 교전 중단을 거부한다”며 퇴짜를 놨다. 같은 날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 최고지도자가 연설에서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도 아직은 제한적 참전에 무게를 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강경한 방침으로 중동전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민간인 희생 늘며 갈등 커져… 아랍권 ‘反유대 불매운동’ 최고조 ‘친이 vs 친팔’ 쪼개진 세계과거 이-팔과 교류했던 아랍국가들맥도널드 등 이 관련 기업 보이콧美-유럽 등 “인질 석방” 집회 이어… “당장 휴전” 이 규탄 시위 잇따라 4일(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만난 시민들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를 꺼렸다. 이스라엘군과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양측의 전력이 비슷하지도 않은 데다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민간인 거주지에도 이스라엘군의 일방적 폭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념품 상점을 운영하는 한 이집트인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죽인 하마스도 잘못했지만 더 많은 민간인이 다칠 것을 알면서 폭탄을 쏟아내는 이스라엘은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집트에는 과거 이스라엘과 대규모 중동전쟁을 벌인 탓에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있기는 하지만 가자지구 및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양쪽 모두와 비교적 교류가 잦았다. 그런 이집트인들이 “다른 중동국가 사람들 생각도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방송을 통해 연일 전해지는 민간인 피해 소식과 확전 위협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살피고 있었다.● 아랍권에 퍼진 反이스라엘 불매 운동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면서 이스라엘과 아랍권 사이 지지하는 세력에 따른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카이로에선 잇따른 반이스라엘,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자주 열리고 있다. 긴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4일 카이로 시내에 있는 이스라엘대사관과 팔레스타인대사관 앞에는 각각 대규모 무장 경찰이 주둔하며 혹시 모를 테러 위협에도 대비하고 있었다. 이집트 당국은 허가되지 않은 집회 관련 참가자 100여 명을 구금하는 등 최근 강경 대응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즉각 이스라엘은 휴전하라”거나 “이스라엘은 없어져야 한다”며 규탄했다. 이 밖에도 상점, 주택가, 차량 등에도 연대 취지로 팔레스타인 국기를 걸어 놓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은 “최근 수년간 중동권에서 벌어진 반이스라엘 보이콧 움직임 중 역대 최대이자 가장 영향력이 막대한 수준”이라고 3일 전했다. 특히 이스라엘 맥도널드가 이스라엘군에 무료 음식을 제공한다고 밝히자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이스라엘에 후원을 했거나 이스라엘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스타벅스, 코카콜라, 네슬레, 넷플릭스 등의 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관련 기업의 광고를 찍었던 유명 배우들도 소셜미디어에서 ‘댓글 공격’을 당하자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이들은 “불매운동이 팔레스타인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연대는 보여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불매운동이 무차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누리꾼은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이 업체가 이집트 브랜드인가, 외국 브랜드인가”라고 반문했다. 심지어 외국인들에게도 “요즘 맥도널드를 배달시켜 먹으면 안 된다”며 훈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세계 곳곳서 “휴전하라” 시위 봇물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선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도심에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공모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7일 개전 이후 프랑스 당국이 허가한 합법 시위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선 시위대가 길을 막고 앉았다. 이들은 “지금 당장 휴전하라” “우리는 모두 팔레스타인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이스라엘 집회도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3일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전날 ‘반유대주의에 반대한다’며 하마스의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에 약 2만 명이 참가했다. 4일 캐나다 퀘벡 맥길대에서 열린 집회에선 일부 극우 성향 참가자들의 “더 많은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죽이라”는 과격 구호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대학가와 언론계에서도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미 코넬대는 학내 갈등 격화로 긴급 휴교 방침을 내렸다. 미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대량학살 시도라고 비판하는 성명에 서명했다가 NYT의 정책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사임했다. 해당 성명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조건부 지지한 NYT 사설도 비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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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전쟁에 난감한 젤렌스키… “美-EU, 평화협상안 논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중동전쟁이 격화하면서 20개월 넘게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난감해졌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스라엘까지 ‘2개의 전쟁’을 지원하게 된 미국 등 서방이 전쟁 장기화에 피로감을 드러내며 평화협상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어서다. 내년에 대선을 치르라는 압박까지 받고 있다. 미 NBC방송은 4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평화협상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양보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현재 (평화)협상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정부는 3일 4억2500만 달러(약 560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군사 지원책을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서방) 우리 파트너 중 누구도 러시아와 대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무언가를 주라고 압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의 침공 후) 시간이 지났고 사람들은 지쳤지만 이는 교착 상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 6월 대반격을 개시한 이래 전선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로서는 미국과 서방이 평화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 자체가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발레리 잘루지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이제 전쟁은 정적이고 소모적으로 싸우는 진지전 단계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전쟁도 우크라이나에는 악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로부터 (세계의) 관심을 빼앗아 가고 있다”며 “이것이 러시아의 목표”라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서방이 내년 3월 31일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을 그대로 실시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3일 브리핑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년 봄 대선을 보류할 때의 장단점을 모두 숙고하는 중”이라며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가 대선을 치르려면 현재 내려진 계엄령을 해제하고 관련 법 등을 개정해야 하는 등 전쟁 중인 국가로서는 치명적인 내부 갈등이나 분열이 드러날 수 있다. 특히 러시아가 투표소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퍼붓거나 심리전 등을 활용해 선거에 개입할 우려도 제기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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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로아티아 외교, 獨 女장관에 ‘볼 키스’… 하루뒤 사과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외교장관 회의에서 고르단 그를리치라드만 크로아티아 외교장관(65)이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43)에게 기습 ‘볼 키스’를 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하루 뒤 사과했지만 한때 유럽에서 일반적이었던 ‘볼 키스’ 등 키스 관련 논쟁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최근 루이스 루비알레스 전 스페인 축구협회장도 여성 선수에게 강제로 입을 맞췄다가 고조된 비판으로 사임하고 3년 자격정지까지 당했다. 4일 독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그를리치라드만 장관은 이날 현지 언론에 “(나의 키스가) 어색한 순간이었을 수도 있다”며 “(이를) 누군가 나쁜 의미로 받아들였다면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사과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뭐가 문제였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항상 서로 따뜻하게 인사한다”고도 주장했다. 자신의 키스는 동료 외교장관에 대한 따뜻한 인간적 교류라는 것이다. 온라인에 퍼진 영상을 보면 그를리치라드만 장관은 당시 단체사진 촬영을 하다가 옆에 선 베어보크 장관에게 악수한 뒤 앞으로 몸을 기울여 볼에 입을 맞췄다. 베어보크 장관은 당황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반대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크로아티아 여성단체들은 그를리치라드만 장관의 행동에 대해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2009∼2011년 크로아티아의 첫 여성 총리를 지낸 야드란카 코소르 전 총리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여성에게 강제로 키스하는 것도 폭력”이라고 성토했다. 한 현지 매체는 “외교 수장의 외교력이 품위가 없다”며 그를리치라드만 장관을 질타했다. 보통 볼 키스나 악수는 여성이 먼저 청하는 것이 예의인데 일국의 장관이 기본 예의조차 모른다는 취지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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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인 희생 늘며 갈등 커져…아랍권, 역대 최대 ‘反이스라엘 불매운동’

    4일(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만난 시민들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를 꺼렸다. 이스라엘군과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양측의 전력이 비슷하지도 않은 데다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민간인 거주지에도 이스라엘군의 일방적 폭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념품 상점을 운영하는 한 이집트인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죽인 하마스도 잘못했지만 더 많은 민간인이 다칠 것을 알면서 폭탄을 쏟아내는 이스라엘은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집트에는 과거 이스라엘과 대규모 중동전쟁을 벌인 탓에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있기는 하지만 가자지구 및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양쪽 모두에 비교적 교류가 잦았다. 그런 이집트인들이 “다른 중동국가 사람들 생각도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방송을 통해 연일 전해지는 민간인 피해 소식과 확전 위협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살피고 있었다.● 아랍권에 퍼진 反이스라엘 불매 운동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면서 이스라엘과 아랍권 사이 지지하는 세력에 따른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카이로에선 잇따른 반(反)이스라엘,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자주 열리고 있다. 긴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4일 카이로 시내에 있는 이스라엘대사관과 팔레스타인대사관 앞에는 각각 대규모 무장 경찰 병력이 주둔하며 혹시 모를 테러 위협에도 대비하고 있었다.이집트 당국은 허가되지 않은 집회 관련 참가자 100여 명을 구금하는 등 최근 강경 대응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즉각 이스라엘은 휴전하라”거나 “이스라엘은 없어져야 한다”며 규탄했다. 이밖에도 상점, 주택가, 차량 등에도 연대 취지로 팔레스타인 국기를 걸어놓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은 ”최근 수년간 중동권에서 벌어진 반(反)이스라엘 보이콧 움직임 중 역대 최대이자 가장 영향력이 막대한 수준“이라고 3일 전했다. 특히 이스라엘 맥도날드가 이스라엘군에 무료 음식을 제공한다고 밝히자 불매운동은 들불처럼 번졌다. 이스라엘에 후원을 했거나 이스라엘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스타벅스, 코카콜라, 네슬레, 넷플릭스 등 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관련 기업의 광고를 찍었던 유명 배우들도 소셜미디어에서 ‘댓글 공격’을 당하자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이들은 “불매운동이 팔레스타인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연대는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다만 이 같은 불매운동이 무차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네티즌은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이 업체가 이집트 브랜드인가, 외국 브랜드인가”라고 반문했다. 심지어 외국인들에게도 “요즘 맥도날드를 배달시켜 먹으면 안 된다”며 훈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세계 곳곳서 “휴전하라” 시위 봇물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선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도심에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공모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7일 개전 이후 프랑스 당국이 허가한 합법 시위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선 시위대가 길을 막고 앉았다. 이들은 “지금 당장 휴전하라” “우리는 모두 팔레스타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親)이스라엘 집회도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3일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전날 ‘반유대주의에 반대한다’며 하마스의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에 약 2만 명이 참가했다. 4일 캐나다 퀘백 맥길대에서 열린 집회에선 일부 극우 성향 참가자들이 “더 많은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죽이라”는 과격 구호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미 대학가와 언론계에서도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미 코넬대는 학내 갈등 격화로 긴급 휴교 방침을 내렸다. 미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대량학살 시도라고 비판하는 성명에 서명했다가 NYT의 정책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사임했다. 해당 성명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조건부 지지한 NYT 사설도 비판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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