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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16일 인촌 60주기 추모식에서 ‘민족의 자립자강에 힘쓴 작은 거인’이라는 주제로 기념 강연을 했다. 2008년 제22회 인촌상 언론출판 부문 수상자인 정 교수는 “민족의 먼 장래를 내다본 인촌 선생의 깊은 뜻은 서거 후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연면히 이어 내려오고 있다. 국내외 여건에 난제가 중첩한 오늘날, 일제강점기와 광복 후 국난의 시기에 민족과 나라를 이끌었던 선생의 지도력이 더욱 그리워진다”고 했다. 다음은 강연 요지. 1919년 3·1운동 때 인촌 선생이 교주(校主)였던 중앙학교의 숙직실은 항일운동 방략을 논의하던 책원지(策源地)였다. 교장 송진우와 교사 현상윤은 3·1운동 민족대표 48인에 포함돼 투옥됐다. 인촌 선생의 교육 목표는 큰 꿈을 품고 용기와 체력을 겸비한, 인간다움의 기초적 품성을 지닌 성실하고 믿음직한 청년을 길러내는 것이었다. 선생이 30세 때 창립한 동아일보의 경영과 편집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총독부의 탄압이었다. 지면 압수, 발행 정지, 정간 처분이 연일 뒤따랐다. 일제강점기 국내에서 민족의 역량을 기르는 사업에 헌신한 이들은 국외의 무장 항일과 다른 길을 걸었다. 교육과 문화 운동을 통해 장래를 기약하는 현실적 방안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의 항일은 국외의 항일에 비해 소홀한 평가를 받고 있어 아쉽다. 인촌 선생은 언론과 교육 기관을 동시에 운영한 유일한 민족지도자였다. 동아일보와 보성전문학교에 몸담았던 인재들은 광복 후 정계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진출해 건국의 중추세력이 됐고 민주화 산업화의 일꾼이 됐다. 선생은 한민족이 일제 식민지의 굴레를 벗어나 자주 독립할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언론과 교육을 통해 민족의 역량을 배양하고 경제적 자립을 이뤄야 한다는 사상을 실천한 선각자였다. ▼ 추모식 참석자 명단 ▼◇정·관·재계 이명박 전 대통령, 권영민 전 태영건설 상무, 김병국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김선휘 삼양염업 고문,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김학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안병영 전 교육부 장관, 양재룡 전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 오명 동부그룹 회장, 오정소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이사장,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 이중홍 경방 회장, 장성원 전 국회의원,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조강환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주선회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홍성훈 수당재단 사무국장◇학계 권대봉 고려대 교수, 권순달 수원대 교수,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 김상봉 고려대 사무처장, 김상식 고려대 산학협력단장, 김성중 중앙중 교장, 김우경 고려대 의료원장, 김은준 KAIST 교수, 김정배 전 고려대 총장, 김종택 한글학회장, 김종필 중앙고 교장,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 김흔 중앙고 전 행정실장, 도성재 고려대 교무부총장, 명순구 고려대 교무처장,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박동원 고려중앙학원 사무국장, 박명식 고려중앙학원 본부장, 박천호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장, 방병선 고려대 교수, 송진원 고려대 연구교학처장, 신영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염재호 고려대 교수, 유병현 고려대 기획예산처장, 윤성택 고려대 연구처장,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 이윤석 전 고려대 부총장, 이종호 고려대 입학처장, 이주현 고대부중 교장, 이진호 고려중앙학원 팀장, 이철의 고려대 이과대학장, 이충렬 고려대 교수,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광준 고려대교우회 사무총장, 전명식 고려대 미래전략실장, 정규언 고려대 기획처장, 정순영 고려대 도서관장, 정원주 고려대 정보전산처장, 조도현 전 아주대 교수, 진정일 전 고려대 부총장, 최덕 명지대 교수, 한상복 서울대 명예교수, 현인택 고려대 교수, 홍창수 고려대 입학홍보처장, 황운재 고려대 교학처장◇언론·사회계 및 동아일보 금동화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권이상 전 경방 감사, 김경동 KAIST 초빙교수, 김광희 전 동우회장, 김달수 울산김씨대종회장, 김동철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김명하 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 감사, 김병건 동아꿈나무재단 이사장, 김병호 현대성우오토모티브코리아 부사장, 김병휘 인촌기념회 이사, 김복수 전 동아일보 관리부국장, 김상준 울산김씨대종회 상근부회장, 김영 코나딥코리아 대표이사, 김은 인촌기념회 이사, 김인호 전 동아일보 광고국장, 김정태 동아꿈나무재단 이사, 김종완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 김준하 전 대한언론인회 이사,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회장, 김태령 일민미술관 관장, 김태선 동우회장, 문명호 대한언론인회 주필, 박기정 이북5도위원회 함경북도지사, 박문두 경일상사 대표, 박진오 동아일보 감사, 안평선 한국방송인회 상임부회장, 어경택 화정평화재단 감사, 오명철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윤양중 일민문화재단 이사장, 이대훈 전 동아일보 이사,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이종상 일민문화재단 이사, 이종세 대한체육회 홍보위원장, 이현락 전 경기일보 사장, 임연철 전 국립중앙극장장, 전만길 전 대한매일신보 사장,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 정출도 전 전국문화원연합회 사무총장, 제재형 대한언론인회 고문, 조병조 전 프레컴 대표, 최명우 안전신문 주필, 한돈희 인촌기념회 감사,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

동아일보와 고려대, 중앙중고교를 세우고 제2대 부통령을 지낸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60주기 추모식이 16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고인의 유택 앞에서 거행됐다. 추모식에는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 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을 비롯한 유족과 이명박 전 대통령, 이용훈 인촌기념회 이사장, 김학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병철 고려대 총장 등 각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은 추모 화환을 보내왔다. 인촌의 기일은 18일이지만 당일이 공휴일이어서 앞당겨 열렸다. 이날 행사는 추모 묵념에 이어 고인 약력 보고, 추모사, 소강연, 고인의 육성 청취, 광복 70주년 심포지엄 ‘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 자료집 봉헌, 헌화와 분향의 순서로 빗속에서도 경건하게 치러졌다. 앞서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 채널A, 고려대는 올 1, 2월 공공성 등 4개 분야에 걸쳐 광복 70주년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료집은 고인의 증손인 김재호 이사장이 봉헌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방명록에 ‘크게 기립니다’라고 적은 뒤 “인촌은 시대를 이끌었던 대단한 분이셨다”고 추모했다.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은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고 하지만 인촌 선생과 같은 큰 인물, 존경받는 큰 어른이 없다”며 “선생이 돌아가신 지 60년이 지났지만 선생의 존재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용훈 이사장은 추모사에서 “인촌 선생은 일제의 학정과 해방 후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국의 광복과 건국을 위해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힘든 역할을 해냈다”며 “인촌 선생의 좌우명이었던 공선사후(公先私後)와 신의일관(信義一貫)의 정신은 돌아가신 지 60년이 된 지금도 우리의 사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촌 서거 당시 갓 스무 살로 고려대에 입학한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은 “인촌 선생은 얼마든지 세속적 안락을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험난한 구국의 길을 택했다”고 추모했다. 언론사 연구 권위자인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소강연을 통해 인촌 선생이 언론과 교육, 기업 등 다방면의 왕성한 활동을 통해 독립국이라면 정부가 수행했어야 할 공적 역할을 대신 감당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정 명예교수는 “민족기업 경성방직주식회사를 육성해 식민지 치하 조선의 경제발전에도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 해외 항일투쟁에 비해 소홀한 평가를 받고 있는 국내 교육·문화운동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 교수는 “동아일보와 보성전문은 민족진영 인사들의 활동무대이자 은신할 수 있는 둥지였다”고 덧붙였다.남양주=김상운 sukim@donga.com·조종엽 기자}
한국잡지협회(회장 김기원)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지상파에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경영 위기에 처해 있는 잡지계는 고사하고 말 것”이라며 “정부는 광고총량제 도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또 “매체 간 균형발전을 추진해야 할 정부가 지상파 위주로 광고규제를 완화해 독과점적 사업자인 지상파의 지위를 오히려 강화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는 잡지, 신문, 중소·영세 방송사업자의 생존 기반을 초토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정부는 비대칭 광고 규제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매체별 위상에 맞는 차별화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딸아, 네가 누구의 아내이든 누구의 엄마가 돼든 너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거라, 이 애비의 소중한 딸이라는 것을 잊지 말거라.”(14일 KBS2 주말 연속극 ‘가족끼리 왜 이래’, 차순봉이 딸 강심의 결혼식에서) 시청률이 8일 43.3%를 기록하는 등 40%를 넘나들며 사랑을 받은 주말 연속극 ‘가족끼리 왜 이래’가 15일 53회로 종영했다. 자극적인 상황이나 대사가 거의 없는 ‘착한 드라마’로 올린 시청률이어서 더욱 빛나는 성적표다. 드라마의 인기는 가족을 위해 묵묵하게 헌신해 온 이 시대 아버지들의 내면을 담담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지금의 아버지 세대는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부정적으로 평가받거나, 직장이나 집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된 경우가 많았다”며 “드라마가 현실에서 소외된 아버지들의 상실감을 달래줬다”고 말했다.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 요인과도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문화콘텐츠 속에서 모성(母性)에 비해 조명을 덜 받아온 부성(父性)의 긍정적인 모습을 이 드라마가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정석희 문화평론가는 “기존 드라마에는 권력지향적이거나 탐욕스러운 아버지, 또는 드라마 ‘미생’의 ‘안영이’ 아버지처럼 자식에게 부담을 지우는 아버지 캐릭터가 많았다”며 “이 드라마는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은영 문화평론가는 “2008년 인기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등 어머니를 조명한 드라마가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아를 찾아나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는 반면, 이 드라마는 끝까지 자신을 누르고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 흥미롭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인기는 최근의 경기 침체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정리해고와 명예퇴직 등으로 아버지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부성애를 다룬 콘텐츠가 인기를 모았다. ‘가족끼리 왜 이래’의 차순봉(유동근)처럼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40대 후반 가장의 가족 사랑을 담은 소설 ‘아버지’(김정현)는 1998년 베스트셀러가 됐다.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몸 일부를 팔겠다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소설 ‘가시고기’(2000년)도 큰 인기를 모았다. 김은영 문화평론가는 “투병 등 극적 장치를 통해 아버지의 고독함을 강조하는 한편 나약한 인간이면서도 가족의 기둥이 되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조명하는 콘텐츠가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자식 세대의 감성을 자극한 것도 주효했다. 일만 아는 큰딸 강심(김현주)은 순봉에게 “우리도 밖에서 얼마나 힘들고 피곤한지 아세요? 매일 매일이 독립운동이고 전쟁이에요, 우리한테는”이라고 하소연한다. 이기적인 면모를 보였던 아들 강재도 “나는 출세한 아버지도 없고 ‘빽’ 좋은 집안도 없으니까. 어떻게든 내 존재를 증명받기 위해 매순간 날 추스르고 채찍질해가면서 그렇게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고요”라며 힘겨웠던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 같은 대사가 젊은층의 공감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KBS 드라마국 정성효 CP는 “부모와 자식 세대가 함께 드라마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도록 안배했다”고 말했다. ‘가족끼리 왜 이래’ 후속으로는 ‘파랑새의 집’이 21일 오후 7시 55분 첫 방영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딸아, 네가 누구의 아내이든 누구의 엄마가 되든 너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거라, 이 애비의 소중한 딸이라는 것을 잊지 말거라.”(14일 KBS2 주말연속극 ‘가족끼리 왜 이래’, 차순봉이 딸 강심의 결혼식에서) 시청률이 8일 43.3%를 기록하는 등 40%를 넘나들며 사랑을 받은 주말연속극 ‘가족끼리 왜 이래’가 15일 53회로 종영했다. 자극적인 상황이나 대사가 거의 없는 ‘착한 드라마’로 올린 시청률이어서 더욱 빛나는 성적표다. 드라마의 인기는 가족을 위해 묵묵하게 헌신해 온 이 시대 아버지들의 내면을 담담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지금의 아버지 세대는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부정적으로 평가받거나, 직장이나 집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된 경우가 많았다”며 “드라마가 현실에서 소외된 아버지들의 상실감을 달래줬다”고 말했다.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 요인과도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문화콘텐츠 속에서 모성(母性)에 비해 덜 조명 받아온 부성(父性)의 긍정적인 모습을 이 드라마가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정석희 문화평론가는 “기존 드라마에는 권력지향적이거나 탐욕스러운 아버지, 또는 드라마 ‘미생’의 ‘안영이’ 아버지 캐릭터처럼 자식에게 부담을 지우는 아버지 캐릭터가 많았다”며 “이번 드라마가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은영 문화평론가는 “2008년 인기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등 어머니를 조명한 드라마가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아를 찾아나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는 반면, 이 드라마는 끝까지 자신을 누르고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 흥미롭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인기는 최근의 경기 침체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정리해고와 명예퇴직 등으로 아버지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부성애를 다룬 콘텐츠가 인기를 모았다. ‘가족끼리 왜 이래’의 차순봉(유동근)처럼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40대 후반 가장의 가족 사랑을 담은 소설 ‘아버지’(김정현)는 1998년 베스트셀러가 됐다.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몸 일부를 팔겠다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가시고기’(2000년)도 큰 인기를 모았다. 김은영 문화평론가는 “투병 등 극적 장치를 통해 아버지의 고독함을 강조하는 한편 나약한 인간이면서도 가족의 기둥이 되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조명하는 콘텐츠가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자식 세대의 감성을 자극한 것도 주효했다. 일만 아는 큰딸 강심(김현주)은 순봉에게 “우리도 밖에서 얼마나 힘들고 피곤한지 아세요? 매일 매일이 독립운동이고 전쟁이에요, 우리한테는”이라고 하소연한다. 이기적인 면모를 보였던 아들 강재도 “나는 출세한 아버지도 없고 ‘빽’ 좋은 집안도 없으니까. 어떻게든 내 존재를 증명 받기 위해 매순간 날 추스르고 채찍질해가면서 그렇게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고요”라며 힘겨웠던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같은 대사가 젊은 층의 공감을 얻었다는 평가다. KBS 드라마국 정성효 CP는 “부모와 자식 세대가 함께 드라마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도록 안배했다”고 말했다. ‘가족끼리 왜 이래’ 후속으로는 ‘파랑새의 집’이 21일 오후 7시55분 첫 방영된다.조종엽기자 jjj@donga.com}

문장은 평범해도 독자가 밤을 새워 읽고야 말게 만드는 책. 미문(美文)이지만 읽기를 잠시 미뤄 두게 만드는 책. 두 책의 차이는 뭘까. 미국 출판사 W W 노턴의 수석 편집자로 일했던 저자에 따르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싶어 하는 두뇌의 강력한 욕망을 자극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간이 이야기의 형태로 미래를 사고하기 때문에 책은 첫 문장부터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독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뇌가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 내기 때문에 이야기 속 모든 내용은 독자가 알 필요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인과관계의 궤적을 따라야 한다. 뇌의 주 목표가 인과관계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통과하기 어려운 시험을 겪는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뇌가 이야기를 통해 미래에 닥칠 어려운 일을 미리 경험해 보기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 등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각색을 돕는 ‘스토리 컨설턴트’로 일한 저자의 이력대로 실험적이거나 독자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한 평가는 가혹하다. 저자는 “실험적인 문학이야말로 고급 예술이고 전통적인 일반 소설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잘못된 믿음”이라고 말한다. 읽기 힘든 소설은 실제로 독자들이 외면한다는 것이다. 또 “감각적 디테일들이 이야기를 살아있게 만든다”는 믿음도 잘못됐다고 말한다. 필요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면 세부적인 묘사는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것. 디테일로만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는 실험적 걸작 ‘인생 사용법’(조르주 페렉) 같은 소설은 저자의 손에 들어갔다면 아마 태어나지 못했으리라. 그럼에도 ‘잘 읽히도록’ 구성하는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면서 영화와 드라마 등 요즘 대중서사의 많은 사례를 든다는 점에서 흥미롭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문장은 평범해도 독자가 밤을 새워 읽고야 말게 만드는 책. 미문(美文)이지만 읽기를 잠시 미뤄두게 만드는 책. 두 책의 차이는 뭘까. 미국 출판사 W.W. 노튼의 수석 편집자로 일했던 저자에 따르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싶어하는 두뇌의 강력한 욕망을 자극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간이 이야기의 형태로 미래를 사고하기 때문에 책은 첫 문장부터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독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뇌가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기 때문에 이야기 속 모든 내용은 독자가 알 필요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인과관계의 궤적을 따라야 한다. 뇌의 주 목표가 인과관계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통과하기 어려운 시험을 겪는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뇌가 이야기를 통해 미래에 닥칠 어려운 일을 미리 경험해보기 때문이다. 워너브라더스 등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각색을 돕는 ‘스토리 컨설턴트’로 일한 저자의 이력대로 실험적이거나 독자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한 평가는 가혹하다. 저자는 “실험적인 문학이야말로 고급 예술이고 전통적인 일반 소설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잘못된 믿음”이라고 말한다. 읽기 힘든 소설은 실제로 독자들이 외면한다는 것이다. 또 “감각적 디테일들이 이야기를 살아있게 만든다”는 믿음도 잘못됐다고 말한다. 필요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면 세부적인 묘사는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것. 디테일로만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는 실험적 걸작 ‘인생 사용법’(조르주 페렉) 같은 소설은 저자의 손에 들어갔다면 아마 태어나지 못했으리라. 그럼에도 ‘잘 읽히도록’ 구성하는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면서 영화와 드라마 등 요즘 대중서사의 많은 사례를 든다는 점에서 흥미롭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KBS 다큐멘터리 ‘광복 70주년 특집-뿌리 깊은 미래’를 둘러싸고 KBS 내부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 11일 서울 여의도 KBS 본사에서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서는 이 다큐를 둘러싸고 이사들 간에 공방이 오갔다. 이인호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이 다큐를 본 사람들로부터 ‘내용이 편향됐다’는 항의 전화를 사방에서 받았다”며 “이런 식이면 KBS 수신료를 어떻게 인상하겠느냐는 항의도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야당 추천 이사들이 “이사장의 발언은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며 프로그램 관련 내용은 시청자위원회 등에서 심의하면 된다”고 반발했다는 것. 이 이사장은 “이사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것으로 제작진이 사실을 잘못 알거나 한쪽에 경도됐을 경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KBS PD협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이 다큐는 민초의 시각으로 구성돼 해방공간의 정치·국제 관계 등 거시적 평가를 시도하지 않았는데도 이 이사장이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이사장이 우매하고 부족한 제작진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여론을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의 한 관계자는 “이사장의 발언은 ‘예를 들어 제작진이 우매할 경우 의견 제시를 할 수 있다’는 일반적 의미였고 특정 제작진을 지칭한 것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KBS 공영노조는 11일 이 다큐의 편향성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뿌리 깊은 미래’ 1편은 해방공간과 6·25전쟁 당시 민초들의 생활상을 보여준다는 기획 취지를 내세웠으나 대한민국과 미군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공산군에 의한 피해를 누락하는 등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KBS가 7일 방영한 다큐멘터리 ‘광복 70주년 특집: 뿌리 깊은 미래―1편’이 광복과 6·25전쟁을 다루면서 대한민국 정부와 미군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공산군에 의한 피해는 누락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다큐가 6·25전쟁의 발발 책임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프로그램은 전쟁 발발에 대해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허동현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는 “6·25전쟁이 소련과 중공의 후원을 받은 북한의 기습 남침이라는 것을 누락했다”며 “‘총격전은 38선 부근에선 으레 있던 일이었다’는 다큐의 표현도 북한의 전쟁 책임을 희석하고 6·25전쟁을 (쌍방에 책임 있는) 내전으로 보려는 수정주의 사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연출자인 김형석 PD는 “전쟁이 북한의 책임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기 때문에 굳이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1950년 9·28 서울 수복 과정에서 부역 혐의자에 대한 남북의 대응을 서술하면서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수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산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과 납북에 대해선 ‘쫓긴 자들은 분노와 증오의 흔적을 남기고 북쪽으로 넘어갔다’고 한 줄만 언급한 반면 수복 후 정부의 부역자 처벌에 대해선 길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편파적”이라고 말했다. 흥남 철수에 대한 묘사도 논란을 빚었다. 다큐는 “미군은 떠나면서 부두를 폭파시키기로 결정했다. (중략) 흥남에 남은 민간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는 내레이션에 이어 부두 폭파 영상을 내보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마치 민간인의 죽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군이 폭파한 것 같은 오해를 사게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KBS공영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다큐가 우리 역사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내용 일변도이고 (광복 후) 고통의 원인이 미군과 남한 단독선거로 정권을 잡은 당시 정치인들에게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고 주장했다. KBS도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당시 일반 국민들의 생활과 관련된 밀접한 부분과 국난 극복의 의지를 담고자 하는 기획의도에 충실했을 뿐 국내외 정치 상황은 별개의 프로그램에서 다룰 문제라고 봤다”고 밝혔다. 14일 오후 8시 방영하는 2편은 1951∼1959년 대한민국 재건 과정과 교육열을 다룰 예정이다.조종엽 jjj@donga.com·서정보 기자}
EBS가 새 지상파 채널 EBS2를 11일 개국한다. 그러나 동아일보 분석 결과 EBS2에서만 방영되는 새로운 프로그램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콘텐츠 개발 노력 없이 채널 늘리기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새로 개국하는 EBS2는 지상파 다채널서비스(MMS)의 첫 사례다. 영상 압축 효율을 높여 생겨난 주파수 여분에서 새로운 채널을 운영하는 서비스다. 채널을 쉽게 늘릴 수 있기 때문에 EBS 외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도 방송통신위원회에 MMS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지상파 채널이 더 늘어날 경우 콘텐츠 부실이 우려되고, 지상파로 광고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면서 지난해 교육목적 채널인 EBS에만 MMS를 허용했다. 광고도 공익광고만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콘텐츠 부실 현상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EBS2는 오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매주 7980분 동안 전파를 송출할 계획이다. 그런데 전체 방송 시간의 43.9%(3505분)가 과거 EBS 계열 채널이 방영했던 프로그램의 재방송이다. 나머지 시간 역시 EBS플러스 등 계열 채널에서 함께 방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월∼금요일 오전 8시 20분에 방영하는 ‘영어동요 Pop Pop’은 영어 교육 채널인 EBS ENGLISH가 이미 방영했던 프로그램이다. 초중고교 교육 프로그램인 국어·수학·사회·과학 3-1이나 ‘이야기 한국사’ 등의 프로그램도 EBS플러스1, 2에서 이미 방영했던 것이다. EBS2의 독자 프로그램은 없는 셈이다. EBS2 개국에 앞서 신용섭 사장이 기자들과 만나 “다양하고 풍성한 교육 콘텐츠를 편성했다”고 밝힌 것과는 사뭇 다르다. EBS 관계자는 “신규 프로그램을 준비할 예산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직접 수신율이 7% 안팎에 불과한 지상파에 MMS를 허용하는 것이 정책 목표로 적절한지부터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일자리 통일 국가안전 등 공익적 목적에 맞추어 가급적 광고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허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조종엽 jjj@donga.com·김기용 기자}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는 9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언론 협박 진실 밝혀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기자에 대한 권위주의적인 협박과 회유로 언론을 통제하려는 모습을 드러낸 이 국무총리 후보자의 잘못된 행태와 비뚤어진 언론관을 강도 높게 규탄한다”며 “총리 후보자가 자신의 말 한마디로 언론사 내부의 인사권까지 전횡을 휘두를 수 있는 것처럼 말한 것은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송희영)와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는 2일 “이슬람국가(IS)가 일본인 기자 고토 겐지 씨를 살해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이고 언론에 대한 테러”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두 협회는 “IS의 끔찍하고 잔인한 살인 행위는 인류의 양심과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비열한 만행”이라며 “야만적인 폭력과 테러는 불굴의 기자 정신을 꺾을 수 없다. 고토 씨의 용기 있는 기자 정신을 기린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이 위험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언론인들에 대한 안전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송희영)와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는 2일 “이슬람국가(IS)가 일본인 기자 고토 겐지 씨를 살해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이고 언론에 대한 테러”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두 협회는 “IS의 끔찍하고 잔인한 살인 행위는 인류의 양심과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비열한 만행”이라며 “야만적인 폭력과 테러는 불굴의 기자 정신을 꺾을 수 없다. 고토 씨의 용기 있는 기자정신을 기린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이 위험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언론인들에 대한 안전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조종엽기자 jjj@donga.com}
광고총량제 도입 등 지상파로의 광고 쏠림 현상이 우려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가 2일 만료됐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입법예고 기간인 지난달 중순 메인뉴스와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광고 규제 완화와 한류를 연결시킨 기획 보도를 잇달아 내보냈다. 한류의 주역인 지상파가 흔들리고 있어 광고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는 아전인수식의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상파, 한류 수출 80% 차지? 지상파가 방송 콘텐츠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한류의 주역이라는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방송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지상파의 프로그램 수출액은 1억9140만 달러(약 2105억 원). 이 중 89.4%(1억7115만 달러·약 1883억 원)가 드라마인데 대부분 외주제작사가 만든다. 기획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는 주중 미니시리즈(월화·수목 드라마)를 놓고 보면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지상파가 방영한 미니시리즈 34개 중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SBS) ‘앙큼한 돌싱녀’(MBC) 등 23개 드라마는 외주제작사가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두를 작업했다. 나머지는 외주제작사와 지상파가 함께 제작한 것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수출 통계에서 이 드라마들은 모두 지상파의 수출로 잡힌다. 지상파가 저작권을 갖기 때문에 제작사가 직접 해외 업체와 협상을 마쳐도 계약서는 지상파 자회사 명의로 쓴다. KBS 월화드라마 ‘힐러’를 제작한 김종학프로덕션 관계자는 “중국 동영상 업체와 직접 조건을 협상했지만 해외 유통권을 갖고 있는 KBS미디어의 명의로 계약했다”며 “해외 판매 수익을 나눠준다는 이유로 제작비가 깎였는데, 판매 수수료마저 KBS미디어에 지급했다”고 말했다. ‘지상파가 한류의 주역’이라는 주장은 저작권을 독점하는 지상파의 우월적 지위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지적이다.○ 내가 하면 ‘진출’, 남이 하면 ‘유출’? 지상파는 중국 자본이 한국의 스타 PD와 작가들을 스카우트하고 드라마 제작사까지 사들이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대만처럼 제작 인력과 노하우를 중국에 빼앗겨 중국의 콘텐츠 하청기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역시 과장됐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대만 인력의 중국 유출은 중국과 동일한 언어를 쓰고 지리·문화적으로 이동이 쉬운 이유가 크다”며 “한국은 내수 시장이 대만보다 커서 같은 상황이라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완성된 프로그램뿐 아니라 포맷 수입도 하기 때문에 국내 제작의 노하우가 중국으로 이전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사실 제작 노하우를 가장 많이 ‘유출’하는 것은 지상파다. 지상파는 2013년 포맷 1622편을 판매해 309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포맷이 판매되면 제작 노하우를 담은 ‘포맷 바이블’을 넘길 뿐 아니라 제작진을 현지 방송사에 파견해 출연자 섭외부터 카메라 앵글까지 세세하게 알려준다. 중국의 한국 프로그램 포맷 선호가 급증하면서 “중국에는 더 이상 팔 포맷도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프리랜서 PD 등의 중국 진출은 ‘제작 노하우 유출’이고, 지상파의 포맷 판매는 ‘진출’이라는 논리는 이율배반이라는 것이다. ○ 중국에 맞서려면 지상파 키워야? “중국 자본과 맞서야 하니 지상파를 더욱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시대착오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지상파의 과점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국내의 다양한 콘텐츠 생산자를 희생시키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는 지상파가 아닌 인터넷 기반 동영상 사업자 등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콘텐츠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동영상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등이 드라마를 자체 제작해 골든글로브 상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2013년 외주제작사의 콘텐츠 직접 수출액이 2164만 달러(약 238억 원)로 전년보다 28.6%,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수출액도 4803만 달러(약 528억 원)로 전년 대비 83.3% 늘었다.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다양한 콘텐츠 생산자들이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게 최근의 시장 흐름”이라며 “지상파도 경영 시스템을 개선하고 전체 콘텐츠 업계와의 공생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했을 때 방송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측한 정부 용역 보고서가 ‘지상파 방송 편들기’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분석 대상을 광고가 모두 판매되는 인기 방송 프로그램으로만 한정하는 등 지상파 광고 매출 증가 효과를 일부러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이런 비난을 예상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으려 했지만 여론에 밀려 뒤늦게 공개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30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의뢰를 받은 ‘지상파TV 방송광고 편성규제 변화로 인한 방송광고비 변동 효과 분석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앞서 26일 한국신문협회는 ‘최성준 방통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공개행정 원칙을 지키라”며 이 보고서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만 광고총량제 효과 KISDI는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프로그램 편성 시간당 평균 9분(100분의 15), 최대 11분(100분의 18)까지 광고 허용시간이 증가하면 지상파 광고 매출 증대 효과는 최대 638억 원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1000억 원, 방송학회는 2750억 원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KISDI 수치가 다른 조사 결과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은 조사 대상 방송 프로그램을 광고가 모두 판매되는 이른바 ‘완판(완전판매) 프로그램’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MBC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KBS ‘개그콘서트’ 등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를 의도적으로 줄이려는 지상파 방송사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 분석을 위해 구성된 방통위 산하 방송광고산업 활성화 전문위원회 소속 한 교수는 “KISDI의 조사 방식은 지나치게 비약적인 가정 때문에 첫 공개 당시에도 논란이 컸다”며 “유료 방송의 반발을 의식해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를 의도적으로 줄이기 위해 짜 맞춘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 의뢰를 받은 KISDI는 완판 프로그램에만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지만 방송 시장에서는 다르게 보고 있다. 광고총량제가 도입돼 프로그램 광고 시간이 늘어나면 2, 3개 광고를 묶어 파는 ‘패키지 판매’가 대폭 증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광고 상품군이 다양해지면서 인기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광고가 더 잘 팔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른 매체에는 타격 전문가들은 전체 광고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 광고가 증가하면 신문이나 유료 방송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특히 광고의 지상파 쏠림이 더욱 가속화돼 방송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분석과 함께 이뤄진 ‘총량제 도입 효과에 대한 광고주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주요 광고주들은 지상파 광고를 더 많이 집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설문은 국내 400대 광고주 중 지상파 광고 경험이 있는 135개 광고주가 대상이다. 설문에 따르면 광고시간 제한으로 광고를 구매하지 못한 경험을 가진 광고주들은 전체의 69%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광고를 구매하지 못한 경험이 ‘자주 있음’이라고 답한 광고주도 10%였다. 지상파 광고비를 증액하겠다고 밝힌 광고주 가운데 5명 중 4명(81.7%)은 다른 매체 광고비를 줄여 지상파 광고비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광고 예산을 신규로 증액하겠다는 광고주는 18.3%에 불과했다.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지상파 광고가 1000억 원 늘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광고주들이 새롭게 광고비를 집행하는 비용은 183억 원에 불과한 것이다. 나머지 817억 원은 신문 등 다른 매체 광고에서 이전하는 광고비라는 얘기다.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은 종합편성채널, 유료 방송, 신문 등의 광고를 빼앗아 지상파 방송을 살찌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특히 신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도 “광고총량제는 황금 시간대 프로그램의 시청률 경쟁을 심화시켜 공익적인 프로그램은 새벽이나 심야 시간대로 밀려날 것”이라며 “시청자를 외면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김기용 kky@donga.com·조종엽 기자·한정훈 채널A 기자}

“더듬거리는 영어로 ‘지금 당신이 사용하는 말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던 것이 프랑스어와의 첫 인연을 만들었죠.” 한국 최초의 국제회의 통역사인 최정화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60·사진)가 삶의 이야기와 명사와의 만남을 다룬 에세이집 ‘내 삶을 디자인하는 습관 10C’를 냈다. 21일 만난 최 교수는 “중학교 2학년 때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아름다운 말이 들려와 참을 수가 없었다”며 “그 호기심이 내가 원하는 일을 찾게 해줬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1900회 이상의 국제회의에서 통역을 했고 2003년 한국인 여성 최초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같은 해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을 설립해 민간 외교사절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미지상을 만들어 매년 한국을 알리는 데 공로가 컸던 인물에게 상을 주는데 올해엔 중국 여배우 탕웨이 등이 수상했다. 최 교수는 집중(Con-centration) 배려(Care) 도전(Challenge) 등 알파벳 ‘C’로 시작하는 10가지 긍정적인 습관을 책에 담았다. 그가 2007년 만난 피아니스트 김선욱 씨는 커다란 가방에 거장들의 공연 DVD를 가득 채워 갖고 다니며 연주가 없을 때는 듣고 또 들었다. 최 교수는 “일가를 이룬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다걸기(올인)’ 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이제 유료방송은 어떻게 하나요….” 케이블채널 CNTV의 박성호 대표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2002년 역사극 전문 채널인 CNTV를 설립한 그는 대기업 계열이 아닌 개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로선 드물게 자체 드라마를 제작해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다. 케이블업계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그가 깊은 한숨을 쉰 건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 중인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등 규제 완화 때문이다. 박 대표는 “방통위가 지상파뿐만 아니라 유료방송의 규제도 완화한다고 하지만 중소 PP가 광고총량제 혜택을 보거나 가상·간접광고가 붙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는 무척 어렵다”며 “광고총량제로 그나마 있던 광고마저 지상파에 뺏기면 중소 PP들은 이제 말라죽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24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지상파뿐 아니라 유료방송에 대한 광고 규제를 대폭 완화해 방송시장의 균형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방통위가 중소 PP 대표의 얘기를 제대로 들었다면 광고 규제 완화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방송업계에선 방통위의 규제 완화와 관련해 감나무와 감의 비유를 들기도 한다. 방통위는 규제 완화로 감나무(방송 광고시장)에 감(광고)이 많이 열릴 테니 마음껏 따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상파는 긴 장대를, 유료방송과 신문 등은 짧은 장대를 갖고 있다. 또 감은 높은 가지에 집중적으로 열린다. 결국 지상파만 맘대로 감을 딸 수 있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이번 광고규제 완화에서 지상파보다 유료방송을 우대하는 ‘비대칭 규제’를 유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광고 시장에서 광고총량제 등을 도입하면 아직까지 우월한 지위에 있는 지상파에 광고 몰아주기 같은 효과가 나고 유료방송 신문 등은 더욱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광고 시장은 ‘풍선 효과’처럼 한쪽을 부풀리면 한쪽이 눌리게 돼 있다”며 “방통위가 광고 규제 완화가 미디어업계에 미칠 전체적 영향을 고려하면서 당사자들의 이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신문협회의 대다수 회원사가 26일 최성준 방통위원장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공개 질의까지 하며 방통위의 일방통행을 질타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신문, 유료방송 업계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방통위에서 광고총량제 등을 추진해온 김영관 방송기반국장은 23일 휴직하고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강의를 맡게 됐다. 광고총량제처럼 미디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다루던 책임자를 중간에 바꾸는 건 방통위가 그만큼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는 방증처럼 보인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통편집도 유행?’ 23일 방영된 tvN ‘삼시세끼-어촌편’에서 배우 장근석의 출연 분량이 모두 잘린 채 방송된 데 이어 MBC ‘나는 가수다 3’의 첫 경연에 참여한 가수 이수의 녹화분도 ‘통편집’될 것으로 보인다. 이수는 ‘나는 가수다 3’에 출연키로 하고 21일 녹화에 참여했지만 MBC는 22일 “시청자 의견을 존중해 가수 이수를 출연시키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2009년 미성년자 성매수 전력이 다시 문제가 된 것. 누리꾼 사이에서는 “청중 평가단으로 참여했는데 이수가 노래를 잘했다. 방송에서 못 듣게 돼 아쉽다” 등의 의견과 “통편집은 당연한 조치”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해당 프로그램은 30일 방영될 예정이다. 한편 tvN은 23일 ‘삼시세끼-어촌편’ 첫 회에서 소속사의 탈세 논란에 휘말린 배우 장근석이 등장하는 장면을 모두 잘라낸 채 방영했다. 장근석은 모습이 보이지 않은 채 가끔 웃음소리 등이 나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간접광고에서 해당 상품만의 특정 기능 시현을 허용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사실상 지상파에 편향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상품의 일반 기능 시현만 가능했다. 하지만 방통위가 다음 달 2일까지 입법예고 중인 개정안은 허위, 과장만 아니면 일반 기능뿐만 아니라 특정 기능 시현까지 가능하게 된다. 13일 방영된 KBS 월화드라마 ‘힐러’는 극중 형사가 차량용 블루투스 리시버를 통해 주인공이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음성으로 반복해 듣는 장면을 방송했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규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같은 특정 기능 시현도 전면 허용된다. 그러나 방통위가 지상파와 유료방송을 가리지 않고 간접광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사실상 ‘지상파 편들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은 간접광고가 가능한 시간을 지상파와 그 계열 케이블채널(PP)은 5%, 유료방송은 7%로 규정했다. 60분 프로그램 기준으로 유료방송이 지상파보다 1분 12초 길다. 하지만 지상파 드라마에 지금도 간접광고가 넘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제품의 특정 기능 시현이 허용되면 지상파에 간접광고가 더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간접광고 시간만 보면 지상파보다 유료방송에 유리한 ‘비대칭 규제’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규제 완화로 늘어나는 파이의 대부분을 지상파가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규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유료방송부터 부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그 결과를 지켜본 뒤 차차 지상파로 확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도 시행령 개정안에 반발하고 있다. 장낙인 방통심의위 위원은 “개정안은 간접광고의 내용에 대해 정부기관인 방통위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며 “방송 내용에 대해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기구인 방통심의위에 맡긴다는 방송법 취지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방통위는 광고 형식(분량)을 심의하던 것을 넘어 내용까지 심의하려는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고발 프로그램인 채널A ‘먹거리 X파일’에 “간접광고를 했는데 관련 고지를 하지 않았다”며 제작진에 소명을 요구했다. ‘먹거리 X파일’은 지난해 10월 10일 ‘수은참치 편’에서 참치의 수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다루며 ‘생선 섭취로 인한 수은의 위해성 홍보가 절실’ 등의 자막과 함께 진행자 옆에 참치 통조림을 쌓아 놓은 장면을 방영했다. 공익적 문제 제기를 위해 상표를 노출하는 것도 간접광고라는 방통위의 논리대로라면 기업이나 상품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뉴스와 프로그램도 적발 대상이 되는 셈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내가 내 친구 영국(박상원)이 만나서 같이 밥 먹고 같이 자전거 타고, 걔 힘든 거 같아서 도시락 싸주고 위로해 준 게… 그래, 나 영국이 마음속으로 좋아했어. 그런데 그게 죽을죄를 지은 거니?” 24일 MBC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의 주인공 정시내(이미숙)의 대사다. 남편과 사별한 시내는 어릴 적 친구인 영국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처음에는 영국이 유부남인 것도, 대기업 회장이라는 것도 몰랐지만, 이미 끌리는 마음을 돌이키기는 어렵다. 둘의 관계는 극을 끌어가는 가장 큰 모티브. 이날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21.2%(닐슨코리아)로 자체 최고를 기록했다. 중장년층의 로맨스가 지상파 주말극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장미빛 연인들’에서 시내와 영국의 극중 나이는 배우의 실제 나이와 비슷한 50대 중반 정도. 연출자인 윤재문 PD는 “중장년도 가슴 설레면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종영된 SBS 주말드라마 ‘기분 좋은 날’도 50대인 남궁영(손창민)과 한송정(김미숙)의 사랑을 비중 있게 다뤘다. 부모 세대의 사랑이 극을 끌어가면서 갈등 구조도 일부 변했다. 통상 주말극에서 두 연인과 부모 세대의 관계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자식들의 사랑과 결혼을 가로막는 장애로 등장해왔다. 하지만 ‘장미빛 연인들’에서는 반대로 자식 문제가 부모 세대의 사랑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24일 방영분에서 시내는 아들 박차돌(이장우)이 영국의 회사로부터 받은 투자 계약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자 영국의 아내인 고연화(장미희)에게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며 무릎을 꿇고 빌었다. 중장년 로맨스가 드라마의 주요 모티브는 아니지만 감초처럼 등장해 극의 재미를 살리는 것도 여전하다. MBC 주말극 ‘전설의 마녀’에서는 40대 중반인 탁월한(이종원)과 손풍금(오현경)이 ‘썸을 타고’ 있다. 삼각관계인 박이문(박인환) 심복녀(고두심) 김영옥(김수미)의 비중은 회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KBS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도 문대오(김용건)와 백설희(나영희)의 재혼을 다루며 부모 세대의 로맨스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중장년인 극중 주인공들은 배우자와의 사별이나 이혼을 겪은 경우가 많다. 결혼 생활을 유지한 상태에서 불륜과 경계를 오가기도 한다. 결혼 생활의 실제를 겪은 사람들의 로맨스지만 이들의 사랑은 여전히 순수하다. 최근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에서 보이듯 순수한 사랑에 대한 판타지는 연령과 세대를 따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중장년 로맨스의 부각이 시청층의 고령화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시청자를 따라 로맨스도 나이가 들었다는 얘기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최근 2, 3년 사이 지상파 드라마에서 중장년층 이상의 로맨스 비중이 높아졌다”며 “50, 60대 이상 세대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회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