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학교폭력의 민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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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MBC ‘앵그리 맘’ ‘여자를 울려’이어 KBS ‘후아유-학교 2015’도 가세

학교 폭력을 다룬 최근 드라마들. ‘후아유-학교 2015’(KBS)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은비(김소현)가 밀가루 세례를 받는 장면(위쪽 사진). ‘여자를 울려’(MBC)에서 아들을 잃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덕인(김정은)은 건달도 저리 가라 할 싸움 실력으로 아이들을 돕는다. KBS MBC 화면 캡처
학교 폭력을 다룬 최근 드라마들. ‘후아유-학교 2015’(KBS)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은비(김소현)가 밀가루 세례를 받는 장면(위쪽 사진). ‘여자를 울려’(MBC)에서 아들을 잃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덕인(김정은)은 건달도 저리 가라 할 싸움 실력으로 아이들을 돕는다. KBS MBC 화면 캡처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 맘’에 이어 방영 중인 MBC ‘여자를 울려’ 역시 주말극임에도 학교 폭력이 극 초반에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1999년부터 만들어진 ‘학교’ 시리즈의 6번째 시즌인 KBS의 월화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도 학교 폭력을 소재로 방영 중이다.

‘학교’ 시리즈는 체벌, 왕따를 비롯해 여고생의 술집 아르바이트 등 청소년의 현실을 가감 없이 다뤄 호평을 받았고 시즌마다 장혁 이종석 등 수많은 청춘스타를 배출했다.

‘후아유-학교 2015’는 ‘출생의 비밀’과 ‘기억상실’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설정은 ‘왕자와 거지’류와 유사하다. 고교생 이은비와 고은별(김소현 1인 2역)은 쌍둥이인데, 은별은 서울 강남의 중산층 가정에 입양돼 자랐고, 은비는 지방의 한 보육원에서 자랐다. 은비는 학교폭력으로 자살을 시도했다가 기억을 잃고, 은비를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은 은별 대신 은별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드라마는 극적으로 달라진 은비의 처지를 대비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은비가 과거 학교 폭력 피해의 경험을 통해 다른 피해자를 이해하게 되는 모습을 그린다. 급우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서영은(김보라)은 다른 친구들의 유흥비를 대는 ‘지갑’ 노릇을 한다. 영은은 자신과 사물함이 바뀐 것을 알지 못하는 은별(사실은 은비)을 도둑으로 몬다. 과거 은별이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은비는 자신이 당한 학교 폭력을 떠올리고 “모든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고 느끼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징계위에서 영은을 감싼다.

‘후아유-학교 2015’도 지난 ‘학교’ 시리즈처럼 교육 현장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린다. 영은은 “일진요? 요즘 고등학교에 그런 게 있나…. ‘셔틀’ ‘삥’ 이런 것도 없을걸요. 서로 신경도 안 써요. 각자 자기 공부하느라고 바빠서”라고 말한다. 자기 자식이 조금이라도 피해 보는 것을 참지 못하는 이기적인 학부모부터 아이를 훈계한 교사에게 되레 사과를 요구하는 어머니 등 오늘날 한국 교육의 자화상이 담겼다. 백상훈 PD는 “강남의 일반 고교에서 여고생들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관계와 소통을 다룰 것”이라며 “과도한 설정보다는 현실적인 열여덟 살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겠다”고 말했다.

‘후아유-학교 2015’를 비롯해 최근 학교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은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 등 모정을 강조하는 게 특징이다. ‘후아유-학교 2015’에서 송미경(전미선)은 딸 은별을 잃고 난 뒤 은비를 딸로 키우게 되는데 과거 학교 시리즈를 통틀어 극 중 어머니 비중이 가장 높다.

‘여자를 울려’에서 전직 형사인 정덕인(김정은)은 과거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픔을 감추고 산다. 덕인은 학교 앞 분식점 주인으로 일하면서 학교 폭력 피해자나 도둑 누명을 쓴 전 가해자 등을 돕는다.

‘앵그리 맘’의 조강자(김희선)도 딸을 지키기 위해 여고생으로 변장하고 딸의 학교로 잠입하기까지 한다. 덕인과 강자는 ‘주먹’으로 학교 폭력에 맞선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학교 폭력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른(엄마)이 직접 현장에 뛰어드는 설정의 드라마는 세월호 참사가 촉발한 학생들에 대한 부채감과 어른들의 책임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며 “교육이 무너지는 이면에 잘못된 시스템이 있다고 바라보는 것도 유사하다”고 말했다.

정석희 문화평론가는 “학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학교 폭력을 조명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선정성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며 “청소년다운 우정을 다루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학교폭력#앵그리 맘#후아유-학교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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