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왔어 가!” “아~ 중동 가라?” 말장난 ‘정치풍자’ 인기,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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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의하게 하지 마시고…” (유민상)

“무성? 김무성 대표를 말하는 겁니까?” (박영진)

KBS 인기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정치풍자 코너 ‘민상토론’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9일 처음 선보인 뒤 이달 3일까지 5번 방영됐는데 이 코너 평균 시청률이 16.7%로 개콘 전체 평균 시청률 (12.5%)보다 높다.

‘민상토론’의 구성은 단순한 편이다. 얼떨결에 정치 토론 프로그램의 토론자로 불려나온 유민상은 정치적 이슈나 정치인에 관한 언급을 회피하려 한다. 사회자 박영진은 그의 말을 어떻게든 곡해해 정치 관련 답변으로 해석한다.

“아니야….”라고 하면 “‘야’당이 잘못했다?”고 받아들이고, “인사드리고 가겠습니다”는 “‘인사’ 검증 시스템이 잘못됐다?”로 해석하는 식이다.

이게 전부다. 정치 풍자라기엔 본격적인 사안에 대한 풍자나 비틀기는 찾기 어렵다. 그간 지상파 코미디에선 보기 힘들었던 정치인 실명을 거론한 점은 신선하다. 하지만 “문제가…”에 “문재인?” 하고 반응하거나 이완구 총리 이름을 장난감 완구(toy)에 빗대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와 연결짓는 말장난에 그치는 정도다. 손병우 충남대 교수는 “시청자들은 자유롭게 정치적인 발언을 하기 어려운 사회분위기를 표현한 ‘민상토론’을 정치풍자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LTE 뉴스’코너도 크게 다르진 않다. 역시 정치 이슈를 다루긴 하지만 비튼다기보다 직설적이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해 개그맨 강성범이 “대체 그 큰 돈을 어떻게 주고 받았을까요?”라고 묻으면 옆 자리의 임준혁이 ‘비타500’ 박스를 건네는 식이다.

개콘 제작진은 당분간 지금 수준의 수위와 색깔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개콘 연출팀장인 이재우 PD는 “‘민상토론’은 정치 풍자 의도보다는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생각은 있지만 표현을 잘 못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것에서 출발했다”며 “정치 이슈에 대해 더 강하게 들어가거나 직설적인 풍자를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TV에서 정치 풍자를 보기 어려운 것은 우리 사회가 풍자를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등 풍자를 용인하는 폭이 좁은 탓도 있다. 이재우 PD는 “비판은 누군가의 주관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대편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 있고, 심하면 코너의 존립에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TV에서 강한 풍자 코미디를 했던 개그맨이 한동안 행사 섭외가 끊겼다는 얘기도 있다. 한 예능 PD는 “개그맨들도 센 풍자를 두려워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 때 정치 풍자 코미디로 인기를 끌었던 tvN의 ‘SNL라이브-여의도 텔레토비’ 코너가 지속되지 못한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돈다.

반면 미국에서는 공인에 대한 풍자를 폭넓게 용인한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달 미 ABC방송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의 ‘못된 트윗’(Mean Tweets) 코너에 출연해 자신에게 비판적인 트윗을 직접 읽고 농담으로 응수하기도 했다.

정치 풍자의 성공 비결은 신랄함이다. 지금까지 방영된 ‘민상토론’ 중 시청률 가장 높았던 날은 4월 19일(18.4%). 가장 ‘쎈’ 수위의 풍자가 등장한 날이다.

“너네들 왜왔어 가!”(유민상) “아~ 중동으로 가라?”(박영진)

“내가 외국으로 나가든지 해야지.” “외국이요? 지금 이 시기에 꼭 외국 나가셔야 되겠습니까?”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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