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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전혀 편성되지 않은 서울 경기 광주 전남 등 4개 시도의 보육대란이 현실이 됐다. 교육청의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 마감 시한(20일)을 하루 앞둔 19일까지 4곳 모두 교육청이 유치원에 돈을 보내지 않았다. 유치원장들은 개인 대출까지 읍소했지만 교육청은 이마저 외면했다. 시도교육청과 야당이 장악한 시도의회, 교육부가 얽힌 예산 대결로 학부모와 유치원 관계자 등이 피해를 보게 됐다. 당장 누리과정 파행을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4개 시도의 유치원들은 25일에 교사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없게 됐다. 유치원들은 운영비의 80% 정도를 누리과정 지원금으로 충당하는데, 지원금의 70∼80%가 교사 인건비로 나간다. 나머지 지원금과 학부모들이 낸 원비를 합쳐 교재비와 급식비, 간식비 등 운영비로 쓴다. 학부모들은 원비를 한 달 전에 결제하기 때문에 유치원들은 12월에 받은 원비로 1월 운영비를 충당해 왔다. 유치원 대부분이 원비를 거의 쓴 상황이라 20일에 지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잔액은 바닥난다. 일부 유치원은 벌써 간식을 줄이거나 싼 급식 재료로 바꾸고 있다. 유치원장들이 불법 대출을 받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교육부는 19일 준예산 상황인 경기를 제외한 서울, 광주, 전남교육청에 “일단 내부유보금을 활용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유보금의 용도를 바꾸려면 시도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20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교사, 학부모 대표 등이 모여 보육대란을 방치한 교육청과 예산을 삭감한 시의회를 상대로 항의집회를 열기로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지역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진도 격차가 학교별로 큰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종로학원하늘교육과 2015학년도 서울지역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상·하위권 일반고 10곳씩의 수학 커리큘럼을 분석한 결과 인문계열 기준 상위권 학교는 90%가 2학년까지 수능 출제과목(수학Ⅱ,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을 모두 이수하는 것으로 18일 분석됐다. 그러나 하위권 고교 10곳 중 2학년까지 수능 출제과목 이수를 완료하는 곳은 1곳뿐이었다. 하위권 학교 학생이 오직 학교에서만 공부한다면 상위권 학교 학생보다 수능 준비가 훨씬 부족한 셈이다.○ 두 번 볼 때 간신히 한 번 이번 분석은 2015학년도 수능에서 국어 수학 영어의 평균 2등급 이내 비율이 높은 학교와 낮은 학교(일반고) 중 학교정보공시 홈페이지인 학교알리미에 3개년 커리큘럼을 모두 공시한 곳을 대상으로 했다. 커리큘럼은 2014년 입학한 학생을 기준으로 했다. 각 학교는 과목당 기본 단위만 이수하면 몇 학년에 어느 과목을 배울지를 자율적으로 정하고 교육청의 컨설팅을 받는다. 기본 단위는 5이지만 2∼8단위 내에서 운영이 가능하다. 1단위는 한 학기 동안 수업을 17회(50분 기준) 하는 것을 뜻한다.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인문계열 학생은 수학Ⅱ를 1학년 2학기 때 배우고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를 각각 2학년 1학기와 2학기에 마친다. 3학년 1학기와 2학기에는 각각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를 다시 배운다. 그러나 비강남권 A고는 1학년 2학기에 수학Ⅱ를 한 뒤 2학년에는 미적분Ⅰ만 배우며 확률과 통계는 3학년에 시작한다. A고와 숙명여고가 미적분Ⅰ과 확률과 통계에 할애하는 총 시간은 각 7단위로 같다. 그러나 숙명여고는 두 과목을 2학년 때 한 번 마치고 3학년에 반복해 학습하는 반면 A고는 2학년과 3학년에 각 한 과목을 한 번씩만 배운다. 하위권 10곳 중 9곳은 2학년까지 수능 출제과목을 마치지 못하는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2곳은 2학년 때 미적분Ⅰ뿐만 아니라 확률과 통계도 가르치긴 하는데 2단위밖에 하지 않아 범위를 마칠 수 없다. 상위권 자연계열은 80%(8곳)가 2학년까지 수능 출제과목 중 미적분Ⅱ와 확률과 통계를 3단위 이상 배우고 3학년 때는 기하와 벡터 외 미적분Ⅱ나 확률과 통계를 복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계열은 출제과목을 배우기 전에 기본적으로 다뤄야 하는 과목이 많아 2학년까지 출제과목을 완료하기는 어렵다. 반면 하위권은 20%(2곳)만 2학년까지 미적분Ⅱ와 함께 확률과 통계나 기하와 벡터를 마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8곳은 2학년까지 미적분Ⅱ만 하거나 확률과 통계를 하더라도 2단위밖에 편성하지 않았다. 학교의 커리큘럼 차이는 지역 간 학력 격차로도 이어졌다. 상위권 학교는 모두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였고 하위권 학교는 동대문 금천 중랑구 등 비강남권이었다.○ 학력 떨어지는 학생 탓? 하위권 학교들은 학생 실력 때문에 진도를 빨리 나갈 수 없다고 말한다. 한 학교 교장은 “학생들 학력이 떨어져 기초부터 차근차근 하다 보면 진도를 빨리 나가고 싶어도 안 된다”며 “우리 학교 상위권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거의 가지 못해 진도를 빨리 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각 학교는 3년간 과목당 기본 단위는 모두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과목을 늦게 마치거나 반복 학습을 안 한다고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학교에서 충실히 가르쳐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과 학교 공부만으로는 수능 대비가 잘되지 않는 것에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수능 하위권 학교라고 수업 수준을 무조건 낮추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전 한양대 입학처장 배영찬 교수는 “강남 학생은 반복해 보는데 비강남권은 그렇지 않다면 출발부터 다른 것”이라며 “학생 능력별로 맞춤형 수업을 해야 하위권 학교의 공부 잘하는 학생이 사교육을 안 받아도 된다”고 말했다. 맞춤형 수업이 잘되면 좋은 교육을 받으려고 굳이 강남으로 이사하는 학생도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재수효과는 비강남권이 높아 학교의 성실한 학생 관리가 성적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비강남권 학생의 ‘재수효과’가 강남권보다 더 높다는 조사 결과로도 입증된다. 재수효과는 고교 재학 때보다 재수 성적이 얼마나 올랐는지 측정한 내용이다. 본보는 종로학원하늘교육과 2015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3등급 이내에 든 비율의 재수생과 재학생(일반고 기준) 간 격차를 서울 25개 자치구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인문계열 기준 1위는 강동구(23.15%포인트)였다. 다음은 노원구(21.40%포인트) 중구(21.30%포인트) 영등포구(21.29%포인트) 등 모두 비강남권이었다. 그러나 강남구는 재수생과 재학생 간 격차가 15.37%포인트에 불과해 24위, 서초구(16.84%포인트)는 20위, 송파구(19.62%포인트)는 10위였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비강남권이 재수효과가 난다는 건 역설적으로 이 지역 일반고가 상위권 학생을 제대로 집중 관리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재수학원에서 집중적으로 맞춤형 교육을 받은 덕분에 성적이 오르는 것”이라며 “맞춤교육을 받으면 비강남권 재학생도 성적이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시교육청의 2015년 5급 승진 임용시험에서 일부 응시 공무원이 업무실적을 조작하는가 하면, 고위직에게 특정 수험생을 봐달라는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서일노)과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서울교육청지부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노조는 수사도 의뢰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전국 교육청 중 꼴찌였다. 서일노에 따르면 시교육청이 지난해 9∼11월 1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1월 16일 합격자(43명)를 발표한 2015년도 5급 승진 임용시험에서 일부가 부정하게 합격했다는 제보가 다수 있었다. A 주무관은 업무실적평가(반영 비율 30%)에 자신이 담당했던 업무가 아닌 내용을 기재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수험생들은 10월 시교육청 총무과 담당자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담당자는 “자칫 시험 경쟁자 간 음해로 비칠 소지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또 “수험생별 관리번호(수험번호)가 업무실적평가 심층면접 전 미리 공개돼 평가자가 특정 수험생의 편의를 봐줄 수 있었다”며 “관리번호가 사전에 알려진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점희 서일노 위원장은 “총무과 관계자에게 ‘왜 이렇게 부정 개입 말이 많이 나오느냐’고 묻자 ‘고위직들이 그렇게 하는 걸…. 정치권, 개인적으로…’라고 답한 녹취록을 갖고 있다”며 “인사에 관한 부정행위를 금지한 지방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외부 평가위원으로 위촉된 한 지방 교육청 사무관이 “시교육청 내부 심사평가위원이 특정 수험생 관리번호를 알려주며 ‘잘 부탁한다’고 청탁했다”고 증언했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합격한 B 주무관은 한 서울시의원의 고교 후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심사는 공정했다. 감사로 검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유치원들이 “은행에서 대출이라도 받게 해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매달 20일을 전후로 나왔던 누리과정 지원금이 끊길 처지에 놓인 서울 경기 광주 전남 지역 유치원들이 “25일에 교사 인건비를 줘야 하는데 단기차입을 받을 수 있게 교육청이 허용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와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서울지회 회장단은 13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나 “학부모들에게 추가 부담을 요구하긴 어려우니 당장 1개월 치라도 단기차입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은 법인이 차입하는 것만 허용하고 있어 대부분 개인 소유인 유치원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조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시의회가 전액 삭감했지만) 교육청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던 예산안에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2521억 원)은 전액 편성됐었으니 동요하지 말라. 다만 재의 요구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 1월에는 (지원금을) 못 맞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연합회는 “어차피 예산이 지원될 거라면 일단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교사 인건비를 해결하고 나중에 메울 수 있게 해달라”며 “교육청이 허락만 해주면 대출해 주겠다는 은행도 있다”고 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광주지회도 15일 광주시교육청과 광주시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20일까지 누리과정 지원금이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교육청이 단기차입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치원 운영자들이 시중은행에서 운영비나 교사 인건비 등을 빌리면 교육청이 이자 등 재정 지원을 해달라는 뜻으로 분석된다. 전남지회는 농협과 신용대출 특약을 협의하고 있을 정도다. 사정이 절박하지만 예산 편성 열쇠를 쥐고 있는 전남도의회 의원 50여 명은 12일부터 유럽과 남미로 해외 연수를 떠나 임시회 개최가 당분간 불가능하다. 서울과 광주 경기교육청 모두 유치원의 대출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준예산 상황인 경기도를 제외하고 서울 광주 전남교육청은 해당 의회에서 삭감당한 유치원 누리과정 12개월분 예산이 모두 유보금 항목으로 편성돼 있다. 유보금은 추경 예산을 편성하거나 시도의회에서 이용계획승인을 받아 교육감이 쓸 수 있다. 이용계획승인은 교육청이 의회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승인만 받으면 곧바로 쓸 수 있다. 이에 교육부는 해당 교육청들이 이용계획승인을 통해 유치원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8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과 조 교육감 등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임원진을 만나 누리과정 예산 지원 중단에 따른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최예나 yena@donga.com /수원=남경현 /광주=이형주 기자}
이번 사건이 밝혀진 것은 ‘인천 초등학생 A 양 학대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가 추진한 장기결석 학생 추적 절차에 따른 결과물이다. 지난해 12월 A 양이 2년 넘게 결석한 상태에서 학대받은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부는 장기결석 학생 관리 대책을 마련했다. 교육부는 이달 초 전국 초중고교에 공문을 보내 장기결석 학생이 있으면 담임교사와 학교가 먼저 소재 파악에 나서고,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도록 지시했다. 교육부가 매년 집계하는 학업중단 학생 통계로는 아동 학대 등으로 인한 결석이나 학업중단 등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이번에 시신으로 발견된 어린이가 다니던 부천의 초등학교와 담당 장학사가 이 학생의 소재 파악에 나섰고, 수차례 연락을 시도한 끝에 13일 어머니와 통화가 이뤄졌다. 어머니는 “아이가 없어져 어디 있는지 모른다”면서도 실종 신고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학교 측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바뀐 주소지를 추적한 끝에 아버지를 검거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이 이번에도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장기결석 학생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학생이 정당한 사유 없이 7일 이상 결석하면 학생의 거주지 읍·면·동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교육장은 이를 다시 교육감에게 보고하고 교육감은 해당 학생이 학교에 다시 다니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담임교사에게는 실종 신고 권한이 없어 가정을 방문해도 손쓸 도리가 없다는 점이다. 실종 신고는 사회복지사나 친권자만 할 수 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는 “힘없는 아이가 아빠를 잘못 만나 저런 끔찍한 일을 당하다니 너무 불쌍하다” “2012년부터 학교를 안 나갔다는데 교사나 친구들은 연락 한번 안 했던 걸까. 너무 소름 끼친다”는 등의 의견이 줄을 이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3개월 이상 결석해 2015년 장기결석자로 새로 등록된 106명을 포함해 학년이 바뀌도록 계속 장기결석 상태인 200명이 넘는 학생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각 학교와 교육청은 아동 학대 등 문제가 확인되면 곧바로 교육부에 보고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27일까지 조사 결과를 취합해 보고해야 한다. 최예나 yena@donga.com·김희균 기자}
학생 수 감소와 대학 구조개혁에 따라 늘어나는 각 대학의 빈 공간을 산업체가 쓸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학설립·운영규정’ 일부 개정안을 이달 중 입법예고하고 이르면 4월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산업체가 쓸 수 있는 대학 내 건물 총면적은 현 295만6333m²에서 4배(1218만7697m²)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은 실무 중심 교육을 강화하고 기업은 연구개발 성과를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에는 산업체가 쓸 수 있는 면적을 학생 수 기준으로 산정하게 돼 있어 학생 수가 줄어들면 그에 따라 사용 가능 면적도 감소되는 문제가 있었다. 대학설립·운영규정 제2조는 ‘산업체 등이 이용할 수 있는 대학 내 건물 연면적은 학교 기준면적의 10%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준면적은 계열별 학생 1인당 면적에 계열별 학생 수를 곱해 산출하기 때문에 학생 수가 감소하면 기준면적이 함께 줄어들어 산업체가 쓸 수 있는 공간도 동시에 축소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학 입학정원을 2023년까지 2013년(56만 명) 대비 16만 명 줄이는 구조조정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학생 수가 줄며 대학에 여유 공간이 생기는데도 산업체 이용이 제한돼 있는 규제를 개혁하겠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난해 11월 이 방안을 보고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371개 대학은 총 3879만4693m²의 건물 총면적을 보유 중인데 이 중 기준면적은 2956만3329m²다. 산업체는 지금까지 기준면적의 10%인 295만6333m²밖에 쓸 수 없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관련 조항에 ‘다만 기준면적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산업체 등이 이용할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할 방침이다. 전체 보유 면적 중 기준면적을 초과하는 면적(923만1364m²)을 산업체가 더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부경대(9.5%) 충북도립대(8.8%) 포스텍(6.3%) 등 산학협력이 활발한 대학의 산업체 사용 면적이 기준면적의 10%에 근접해 산학협력 촉진을 위한 추가 시설 설치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2017학년도에 주요 대학 자연계열과 의학계열 선발 인원이 늘어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 포스텍 자연계열과 전체 의학계열(의예과 치의예과 한의예과) 선발 인원이 9374명으로 2016학년도(9161명)나 2015학년도(9193명)보다 많다. 이는 의학전문대학원과 의예과를 병행하던 대학이 의대로 전환하며 의대 선발 인원이 늘어나서다. 예상 수능 응시 인원을 기준으로 최상위권 대학 자연계열이나 의학계열에 합격하려면 수학‘가’형 응시자 15만9144명 중 5.9%, 과학탐구(과탐) 응시자 23만1082명 중 4.1% 안에 들어야 한다. 대학별 입시전형을 잘 알고 대비해야 원하는 곳에 합격할 수 있다.○ 의대 선발 인원 170명 이상 증가 2017학년도 의대 정원은 2016학년도(2300명)보다 170명이나 증가한 2470명이다. 한양대 34명, 고려대 32명, 중앙대 26명, 영남대 23명, 성균관대 12명 등 의대로 전환한 11개교 중 8곳의 정원이 늘었다. 서울대와 연세대는 학사편입학을 1년 더 유지하기로 결정해 선발 인원에 변동이 없다. 전남대까지 학사 신입학 선발을 확정하면 전체 의대 선발 인원은 전년보다 207명 늘어난다. 의학계열은 수시로 2044명(54.5%), 정시로 1705명(45.5%)을 선발한다. 치의예과는 2016학년도에는 정시로 더 많은 수를 뽑았지만 2017학년도에는 수시 선발 인원(281명·50.8%)이 정시(272명·49.2%)보다 더 많다. 한의예과는 수시 선발 인원을 지난해보다 20명 늘렸지만 아직 정시 선발 비율(51.9%·377명)이 더 높다. 최상위권 5개 대학 자연계열은 2017학년도에 모두 6009명을 뽑는다. 수시 4750명(79.0%), 정시 1259명(21.0%)이다. 수시 대부분은 학생부 종합전형이다. 전체 선발 인원의 38.1%(2292명)다. 다음은 수능 전형(1259명·21.0%), 학생부 교과 전형(950명·15.8%), 논술 전형(847명·14.1%), 실기 전형(661명·11.0%)이다.○ 자연계 최상위권은 과탐을 노려라 최상위권 대학 자연계열 수시를 노린다면 수능 4개 영역 등급의 합을 8 이내로 받아야 한다. 서울대는 학교장추천 전형인 지역균형선발 전형만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있지만 연세대와 고려대는 실기(특기) 전형을 제외하고 모두 최저학력 기준이 있다. 서울대는 수능 3개 영역이 2등급 이내여야 한다. 연세대 논술전형은 4개 영역 등급 합이 8 이내면서 수학 ‘가’형과 과탐(1과목)의 등급 합이 4 이내여야 해 까다롭다. 고려대는 수능 2개 영역이 2등급 이내거나 등급 합이 5 이내여야 한다. 의학계열은 대학마다 최저학력 기준이 다양하지만 보통 3개 영역 등급 합이 4 이내다. 자연계열 최상위권과 의학계열 변별력의 핵심은 과탐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국어와 수학 변별력이 낮아 1등급 컷이 높아지면 높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 특히 의학계열을 희망한다면 과탐 2과목 모두 1등급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탐은 최상위권 학생도 2과목 모두 좋은 점수를 받기가 쉽지 않다. 메가스터디에 따르면 2012학년도 수능을 기준으로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 중 과탐 만점을 받은 학생은 26명밖에 없었다. 수능 막바지에 가서 바짝 공부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연세대와 일부 의학계열에서는 과탐 반영 조건이 있다. 서울대는 서로 다른 분야의 Ⅰ+Ⅱ 또는 Ⅱ+Ⅱ 조합으로 지정하고 정시에서는 Ⅱ+Ⅱ 조합에 가산점을 준다. 연세대는 Ⅰ, Ⅱ 구분 없이 서로 다른 두 과목을 응시해야 한다. 단국대(천안)와 한양대는 응시 과목 제한은 없지만 Ⅱ과목에 가산점을 준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 등의 말이 유행하면서 최근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는 “내 자식은 무조건 이과를 보낸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과 선호 현상은 최근 특수목적고 경쟁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때 입시 열풍의 주역이었던 외국어고(31곳)는 2015학년도 2.31 대 1이던 경쟁률이 2016학년도에 1.93 대 1로 떨어졌다. 대원외고 등 서울지역 외고 6곳도 모두 경쟁률이 하락했다. 그러나 과학고(20곳) 경쟁률은 2014학년도 2.94 대 1, 2015학년도 3.70 대 1, 2016학년도 3.73 대 1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가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뀌어 대입에서 영어 변별력이 약화돼 외고 진학에 매력을 못 느끼는 것”이라며 “과고는 내신이 불리해도 수학·과학 특기자전형으로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이 넓고 최근의 이공계 선호 현상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는 조기 수학·과학교육이 성행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A학원 겨울방학 특강반은 영어는 2개인 반면 수학은 10개가 넘게 개설됐다. 이 학원 실장은 “문과는 연고대를 나와도 답이 없다며 이과를 보내겠다는 중학생 학부모가 많다”고 했다. 같은 지역의 B과학학원은 “자녀가 수학·과학에 소질 있는 것과 관계없이 이과를 보내고 싶다며 찾아오는 중학생 학부모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문과를 선호했던 여고도 이과를 늘리는 추세다. 본보와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수능 수학과 탐구과목 응시자를 기준으로 이과 비율을 따져 보니 세화여고는 2013년 30.7%에서 지난해 41.6%로, 혜원여고는 36.6%에서 40.2%로 늘렸다. 취업을 고려해 교차지원이 되는 자연계열에 지원하는 문과 학생도 많다. 이러한 모집단위의 인문계 학생 경쟁률은 2015학년도 7.09 대 1에서 2016학년도 7.89 대 1로 올랐다. 숙명여대 통계학과는 인문계 할당 인원이 6명인데 271명이 몰렸다. 인하대 공간정보공학과는 인문계 4명을 뽑는 데 105명이 지원했다. 문과 학생들은 취업난과 열악한 처우를 호소한다. 고려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은 “백분율 점수가 같은 이과 친구는 ‘SKY’에 합격했는데 나는 떨어져 재수하느라 1년을 허비했다. 삼성전자 마케팅부에 취업한 문과 친구가 ‘행사 때 인형탈을 쓰고 호객 행위를 한다’는 말을 듣고 어떤 직업을 택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다니는 여학생은 “이과는 석사 학위만 있어도 현대자동차에 고액 연봉을 받고 취직하는데 문과는 석·박사 학위가 있어도 취업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문·이과 졸업생 간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4∼2024년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인문계열은 10만1000명, 사회계열은 21만7000명의 인력이 초과 공급된다. 그러나 공학계열은 21만5000명이 부족하다.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문·이과 미스매치를 해결하고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가 2021학년도 수능부터 문·이과 통합형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학은 문과형과 이과형으로 나뉘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 일선 고교에서 분반 수업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예나 yena@donga.com·강성휘·한기재 기자 }

교육부가 10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7개 시도교육청의 올해 예산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교육청의 자체 재원과 국가 지원을 더하면 7곳 모두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고도 돈이 남는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모두 편성하지 않은 서울, 광주, 경기, 전남 교육청 및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세종, 강원, 전북 교육청의 2016년 예산을 점검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7개 교육청이 재정난을 이유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했기 때문에 예산 자료와 교육청 담당자 면담을 통해 재정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예산 점검 결과 2015년에는 세수 부족에 따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삭감으로 교육청 재정이 어려웠지만 올해는 교부금과 지방세가 모두 늘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교육부는 “7개 교육청 모두 순세계잉여금(전년도 세입·세출을 결산한 결과 남은 돈)을 올해 예산에 상당 부분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특히 각 교육청이 퇴직자의 인건비까지 편성하거나, 학교 시설비를 과다 편성하는 등 예산을 과다 편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교원 1832명이 정년 또는 명예 퇴직함에 따라 줄어드는 인건비 610억 원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고, 내년에 지을 학교 3곳의 건설비를 올해 앞당겨 편성했다는 것이다. 교원 퇴직에 따른 인건비 절감액을 예산에 반영하지 않은 규모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 이어 경기 530억 원, 전남 171억 원, 강원 157억 원, 광주 53억 원 순이다. 정부는 최근 몇 년간 교원 명예퇴직이 급증하자 교부금과 지방채 등으로 명퇴 수당을 지급해 왔다. 지난해 명퇴 수당으로 1조1000억 원을 각 교육청에 보낸 데 이어 올해도 각 교육청이 신청한 명퇴 희망 실수요자(5670명)를 바탕으로 교부금 7343억 원을 편성했다. 일부 교육청은 명퇴 수당을 신청해 놓고도 정작 인건비에서는 퇴직자를 제하지 않은 것이다. 교육청들은 “인건비는 각종 수당 개정이나 복직 등 변동 요인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잡아둬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퇴직 교사와 신규 교사의 임금 차액에 따른 인건비 절감액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교육청이 인건비를 과다 편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교육부가 산정한 서울시교육청의 활용 가능 재원은 △순세계잉여금 1407억 원 △인건비 절감분 610억 원 △학교 신설비 과다 편성 314억 원 △국고 예비비 495억 원 △지방세 추가 전입 전망액 1950억 원 △학교 용지 부담금 처분액 104억 원을 합쳐 4880억 원이다. 자체 재원으로 7개월분, 정부 지원금과 지자체 전입금으로 5개월분을 편성하고도 여유가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계산이다. 교육부는 누리과정 우회 지원을 위한 목적예비비 3000억 원을 빨리 집행하기 위해 관련 부처가 협의하고 있는 만큼 교육청도 누리과정 추경 예산 편성을 서두르라고 촉구했다. 해당 교육청들은 일제히 반발하며 추경예산 편성을 거부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남는 인건비와 국고 지원을 더하면 약 3, 4개월분은 마련할 수 있지만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모두 책임질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최예나 기자}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광주시 강원도 전북도 교육감들은 6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할 경우 감사 청구, 검찰 고발까지 불사하겠다는 정부의 압박을 일축하고 국회, 정부, 교육청이 참여하는 토론회 및 연석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정부의 잘못된 세수 추계 탓”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어제 담화문에서 교육감을 겁박해 교육청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며 “누리과정 예산 파행은 정부가 세수 추계를 잘못한 탓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교육감들은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2015년 49조4000억 원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는 39조4000억 원에 불과했다”며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등을 충당하느라 부채가 2012년 9조 원에서 지난해 17조 원으로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감들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어린이집 예산은 교육감 관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한 증언과 녹취록이 있다고 말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국회의원이 저 정도로 법률을 못 읽으면 난독증이다. 직무 유기로 교육감을 고발해야 한다면 나부터 먼저 하라”고 최 부총리를 비난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보육 대란을 막기 위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연석회의를 통해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시도교육청이 참가하는 토론회를 10일 이전에 개최해 달라”고 제안했다. 또 “15일 이전에 여야 당 대표, 기재부와 교육부 장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이 참여하는 긴급회의를 개최하자”고 촉구했다.○ 뿔난 학부모와 유치원 학부모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아가 35만 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지역 상황이 심각하다. 경기 용인시의 주모 씨(35)는 “다른 선심성 예산은 그대로 두면서 왜 보육 예산만 가지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돈 없는 사람들은 아이 교육도 시키지 말라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남편 월수입이 200만 원이 조금 넘는다는 주부 김모 씨(39·서울 강서구)는 “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데 지원이 중단되면 보육료와 특별활동비 등으로 1명당 최소 40만 원을 더 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광주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이모 씨(45·여)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라며 “당장 지원이 끊기면 교사 인건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이라도 내야 할 판”이라고 걱정했다. 전남 목포의 어린이집 원장 윤모 씨(49)는 “지원이 끊기면 급식비, 교사 월급, 교재비 등을 학부모가 내야 한다”며 “이 경우 원아들이 어린이집을 그만둬 어린이집의 생존도 위협받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6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했다.최예나 yena@donga.com·조영달 / 광주=이형주 기자}
서울지역 221개 고교(자율형사립고 23곳, 일반고 198곳) 중 일반고는 문과 비중이 63.9%로 이과보다 훨씬 높은 반면 자사고는 이과 비중이 5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아일보가 5일 종로학원하늘교육과 공동으로 수능 수학과 과학탐구·사회탐구 과목 응시자 수를 기준으로 분석 집계한 것이다. 서울지역 고교의 문·이과 비중이 수치로 집계된 건 처음이다. 교육부가 4월부터 프라임(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 사업을 추진하는 등 대학 이공계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반고에서는 오히려 문과 비중이 늘고 있어 문과생들은 입시부터 취업까지 불리한 구조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대학 입학 정원도 이과 계열이 문과보다 많지만 2013∼2015년 일반고 문과 비율은 62.6%, 63.8%, 63.9%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이 틀린 말이 아닌 셈이다. 게다가 일반고에선 이과를 희망해도 수학, 과학 교사를 배치하지 못하면서 문과 선택을 강요하는 현상까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는 발 빠르게 이과 비중을 높여 지난해에는 55.8%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과 비중이 높은 10개 고교 중 8곳이 자사고인 반면 문과 비중이 높은 10개 고교는 모두 일반고로 드러났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지방 일반고 3학년 A 양은 2학년 때 이과를 희망했지만 어쩔 수 없이 문과를 선택해야 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수요도 조사하지 않고 문과와 이과반 수를 정해뒀다. 총 4개 반인 남학생은 문과 2개와 이과 2개 반으로, 6개 반인 여학생은 문과 4개와 이과 2개 반. 수요조사 결과 이과를 원하는 여학생이 더 많았지만 학교는 수학 과학 사회의 과목별 교사 수가 정해져 있다는 이유로 이과 반을 늘리지 않았다. 일부 교사는 이과에 가고 싶다는 여학생에게 “공부도 못하는데 왜 이과에 가려고 하느냐”며 문과를 강요했다. 올해 2학년 후배들도 같은 일을 겪는 걸 본 A 양은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와 대학은 이공계 모집 인원과 특혜를 늘리고, 문과는 취업이 잘되지 않아 ‘문송하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억지로 문과에 집어넣는 게 말이 되나요?” 본보 조사 결과 문·이과 비중은 자율형사립고와 일반고 간 차이가 심했다. 서울에서 이과 비중이 높은 10개 고교 중 8곳이 자사고였다. 1위는 양정고로 이과 비중이 67.8%였다. 반면 문과 비중이 높은 10개 고교는 모두 일반고였다. 금옥여고는 이과 비중이 17.5%에 불과하고 문과 비중이 82.5%였다. 이과 비중이 높은 상위 10개교는 모두 남고였다. 문과 비중이 높은 10개교는 도봉고를 제외한 9곳이 모두 여고였다. 전문가들은 자사고와 일반고의 문·이과 비중 차가 대입 실적과 지역별 학력 격차로까지 연결된다고 지적한다. 수능 응시자 수는 문과가 이과보다 훨씬 많은데 대학 입학 정원은 이과가 더 많아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대학 입학 정원은 자연과학계열(14만7028명·44.8%)이 인문사회계열(13만9437명·42.5%)보다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수능 응시자 수(수학 기준)는 문과(39만1430명)가 이과(15만6702명)의 2.5배에 달했다. 그러나 일선 고교에서는 여전히 ‘여학생이거나 공부를 못하면 문과에 가라’는 식으로 진학 지도를 한다. 교원 정원이 법령에 정해져 있어 각 학교가 교사 수급을 조정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고교 교사 1명당 학생 수는 14.1명이다. 현행 교육과정은 문과와 이과를 기계적으로 나누지 않는 게 기본 방향이다. 하지만 대부분 학교는 수업을 일률적으로 진행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문·이과로 나눠 학생들을 가르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자사고와 일반고 간 교육 격차와 양극화 문제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성권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는 “정부는 학교가 교사 정원에 융통성을 발휘하게 하고, 각 학교는 학생들에게 문·이과 선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의회에 누리과정 예산 재의를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누리과정에 들어가는 유치원 비용을 전액 편성해 달라는 뜻이다. 조 교육감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의 요청 기한인) 11일까지 서울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어린이집을 제외하고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2525억 원을 전액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지만 시의회가 전액 삭감했다. 조 교육감은 “혁신교육정책을 추구하는 교육감이라는 이미지를 많이 갖고 있었는데 1년 반 정도 되니 거대한 행정 조직을 잘 이끄는 것도 제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누리과정 예산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 주요 현안을 두고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조 교육감은 “누리과정 이슈가 정치적 쟁점인 만큼 여야 간 대타협이 필요하고 지방채 발행 확대와 상환 연기 등의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원철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부채가 늘고 있고 근본적 대안도 없는데 재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교육청은 이날 시의회에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598억 원) 전액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 조 교육감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교조 교사를 징계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서울 지역 시국선언 참가자 4635명 중 18명에 대한 중징계 또는 경징계 의결을 28일까지 요구했다. 조 교육감은 “파면이나 해직은 피하는 방향에서의 중징계도 있다”고 말했다. 징계에 아예 부정적인 다른 진보교육감들과는 결이 다른 견해다. 조 교육감의 이런 변화에 대해 선거법 위반 사건의 대법원 선고를 앞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 촉구 담화문’을 발표하고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재량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률상 의무”라며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은 “엄연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최 부총리는 “시도 교육감들이 조속히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도록 조기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예산의 이용(移用) 또는 전용(轉用)을 요청하겠다”며 “계속 예산 편성을 거부할 경우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 고발을 포함한 법적, 행정적, 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강력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기재부 장관이 직무유기 하고 있다. 정부가 고발하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서울 경기 광주 강원 전북 교육감은 6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를 열고 입장을 발표한다.최예나 yena@donga.com·손영일·조영달 기자}
서울시교육청은 영양사 학부모상담사 등 교육공무직원 중 주당 근무시간이 40시간 미만인 단시간 근로자 2201명에게 처음으로 생활임금제를 지급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의 ‘서울시교육청 생활임금 조례’를 입법예고했다고 5일 밝혔다. 교육공무직원은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로 올해부터 학교가 아닌 서울시교육감이 직접 고용한다. 이들 중 단시간 근로자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약 6000원에 불과해 시교육청이 보조해주는 것이다. 보조액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서울시 생활임금액인 7145원 정도로 맞출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14억2000만 원을 올해 본예산에 편성했다. 시교육청은 또 교육공무직원의 처우 개선과 학교 업무 정상화를 위해 방학 때 근무하지 않았던 교육실무사의 방학 중 근무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본예산에 82억9000만 원을 편성했다.최예나기자 yena@donga.com}
교육부가 이르면 6일 광주시교육감, 12일 서울시교육감 등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계속 거부하는 교육감들을 대법원에 제소하는 동시에 해당 교육청의 예산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누리과정 예산 갈등으로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경기도가 최초로 준예산 상황에 접어든 가운데 교육부가 소송을 내 예산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시도교육청의 예산 집행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4일 “서울과 광주 교육감이 교육부의 예산 재의 요구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올해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서울, 광주, 전남 교육청의 교육감에게 “누리과정 경비를 넣어 예산안을 다시 심사하도록 시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하라”고 명령했다. 전남도교육감은 이를 받아들여 4일 전남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지방자치법 제172조에 따르면 지방의회에서 의결한 예산안이 법에 어긋나면 해당 부처 장관은 대법원에 예산집행정지 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교육청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한 날로부터 20일 이내(광주 5일, 서울 11일)에 교육감이 시도의회에 재의 요구를 하지 않으면 교육부 장관은 그 다음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예산집행정지 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교육부는 집행정지를 신청해도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린다는 점 때문에 가처분신청을 함께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이은택 nabi@donga.com·최예나 기자}
서울 동작구의 A대입학원은 지난해 12월 28일 재수선행반을 개강하면서 예년보다 3개 반이 적은 7개 반으로 시작했다. 이곳은 한 반당 40∼50명인 대규모로 매년 등록 경쟁이 치열해 대기자가 끊이지 않던 학원이다. 하지만 올해는 정원을 채우지 못해 개강 이후에도 수강생을 계속 모집하고 있다. 예년과 반대로 대입 학원가가 ‘썰렁한 입학 시즌’을 맞고 있다. 본보가 서울 시내 주요 대입 학원들을 취재한 결과 대부분 “재수선행반에 등록한 학생 수가 지난해의 70% 정도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성학원 관계자는 “최상위권 수험생 위주로 운영되는 강남대성학원만 일찍 등록을 마감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은 지난해보다 20∼30% 적게 채워졌다”고 말했다. 종로학원 관계자도 “4일까지 재수선행반을 모집하는데 지난해보다 지원 문의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례적으로 어렵게 출제되면서 재수에 나서는 학생이 줄어드는 분위기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수능의 변별력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이 대체로 정시모집에 하향 지원을 했고, 이에 따라 정시모집 추가합격 결과까지 지켜보려는 수험생이 많아지면서 재수 행렬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년(2013∼2015학년도 수능) 동안 ‘물수능’, ‘로또수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쉽게 출제되면서 수능 성적표가 나오기도 전에 수험생이 줄지어 학원에 등록할 정도로 ‘재수 열풍’이 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처럼 재수 경향이 수능 난이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갑자기 어려워지면 수험생들이 일단 정시모집에서 하향 지원할 뿐 아니라 추가합격까지도 촉각을 곤두세운다”면서 “특히 ‘수능이 어려워질 테니 다시 봐도 나아질 것이 없다’는 심리로 재수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불수능’ 때문에 최상위권 대학의 정시 경쟁률 하락 현상도 두드러졌다. 변별력이 높아져 고득점자가 줄면서 소신 안정 지원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의 경쟁률은 2015학년도 3.93 대 1에서 2016학년도 3.74 대 1로, 연세대는 5.62 대 1에서 4.8 대 1로, 고려대는 4.64 대 1에서 4.0 대 1로 각각 떨어졌다. 재수 기피 분위기는 ‘오르비’나 ‘수만휘’ 등 수험생이 몰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확인된다. 수능이 쉬운 해에는 수능 당일 저녁부터 재수 관련 문의가 줄을 이었다. ‘언제 재수를 결심했느냐’는 글이 올라오면 ‘국어 영역(수능 1교시) 끝나고 실수한 걸 확인했을 때’라는 답변이 뒤따를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는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다 끝나고 해가 바뀌도록 재수에 대한 언급이 많지 않다. B대입학원 관계자는 “중소형 학원들은 재수선행반 등록자가 예년의 반 수준으로 떨어져서 수강생 수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라며 “2월 중순에 개강하는 재수종합반은 수강생이 어느 정도 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임현석 lhs@donga.com·최예나 기자}
한화의 자산 총액 기준 재계 순위(공기업 제외)는 올해 10위에서 내년에 8위로 뛴다. 미래에셋은 올해 29위에서 내년 19위로 상승한다. 올해 대기업이 활발하게 인수합병(M&A)을 하면서 내년 재계 순위가 크게 바뀌는 것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49개 대기업의 올해 자산 변동을 기준으로 내년도 재계 순위를 예측한 결과 32곳(65.3%)의 순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30일 밝혔다. 재계 순위가 이처럼 바뀌는 건 2008년 금융위기 때(82.5%) 이후 처음이다. 재계 순위가 오르는 그룹은 19곳이다. 최근 KDB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자가 된 미래에셋은 인수 완료 시 자산이 14조6340억 원에 달해 재계 순위가 29위에서 19위로 10계단 상승한다. 삼성으로부터 석유화학과 방위사업 계열사들을 인수한 한화는 자산을 17조4920억 원 불리며 재계 10위에서 8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는 49개 그룹 중 올 한 해 자산을 가장 크게 늘렸다. KT&G(35위→29위), 교보생명보험(38위→33위), 한국타이어(34위→31위)도 순위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단행한 팀장 인사에서 공채 출신 여성을 처음 발탁하고 전체 팀장의 약 20%를 교체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3개 자회사에 글로벌 사업 전담 조직도 만들었다. 대표이사 2년 차를 맞는 정철길 부회장(사진)의 내년 키워드는 ‘쇄신’인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18일 실시한 팀장 인사에서 전체 330여 명 중 60명을 바꿨다. 여기에는 공채 출신 첫 여성 팀장도 포함됐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송모 부장(39)이다. SK이노베이션은 1999년부터 여성 공채를 시작했으며 송 부장은 공채 2기다. 이번에 발탁된 여성 팀장은 송 부장을 포함해 3명이다. 자회사인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에는 글로벌 사업 전담 조직(글로벌 사업개발실, 글로벌성장추진실, 코퍼레이트 밸류업 추진실)을 신설했다. SK이노베이션이 여성과 젊은 세대를 대거 발탁하며 조직 분위기를 바꾼 건 내년에 글로벌 사업 확장과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으로 37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비핵심자산 매각과 원가절감 등 뼈를 깎는 노력을 계속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3분기까지 1조673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올해 역대 2번째로 좋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올해 우리는 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키워 냈다”며 “올해 비축한 체력으로 내년에 인수합병(M&A),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 등으로 달려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사업 확장은 8월 경영에 복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역점 분야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아무리 자체 기술력을 가진 최고 기업이라도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며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SK이노베이션의 윤활기유·윤활유 전문 자회사 SK루브리컨츠는 독자 개발한 고급 윤활기유 유베이스(YUBASE)를 바탕으로 전 세계 고급 윤활기유 시장을 50% 점유하고 있다. 50여 개국에 유베이스를 수출하고 있고, 전체 판매 중 85%가 해외에서 이뤄진다. 유베이스는 최대 구매처가 스페인 렙솔과 일본 JX에너지일 정도로 품질이 입증된 제품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유업계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SK루브리컨츠가 탄탄한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도 윤활기유 덕분이다. 윤활기유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만든 뒤 남은 미전환유를 한 번 더 정제해 만드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최근 선진국의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고급 윤활기유 수요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윤활기유 사업에서 2조8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SK루브리컨츠는 1000번이 넘는 실패 끝에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그룹3의 고급 윤활기유를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이전까지 윤활기유 시장은 그룹1·2 중심이었다. 그룹1·2는 저·중급 엔진용이나 산업유, 선박유 등에 주로 사용되고 그룹3는 고급 자동차용으로 쓰인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10월에 렙솔과 합작 건설한 스페인 윤활기유 공장의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현재 울산 인도네시아 스페인 등 3개 공장에서 매일 윤활기유를 7만800배럴(연간 350만 t) 생산 중이다. SK루브리컨츠는 전 세계 윤활기유 시장에서 엑손모빌과 셸에 이어 3위고, 고급 윤활기유 시장에서는 1위 제조업체로 입지를 굳혔다. 윤활유 완제품 브랜드 지크(ZIC)를 앞세워 공격적 마케팅도 하고 있다. 지크의 장점은 유베이스를 이용하면 자동차 유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 올해는 출시 20주년을 기념해 성능을 향상시킨 ‘뉴 지크’를 선보였다. 이기화 SK루브리컨츠 사장은 “지크는 17년 연속 브랜드 파워 1위로 선정되는 등 국내 윤활유의 대명사”라며 “세계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해 2025년 글로벌 톱 10 윤활유 전문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지크는 러시아 중국 파키스탄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 중이며 2011년 해외시장 판매량이 내수를 앞서기 시작했다. 한편 SK루브리컨츠는 최근 중국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중국 톈진을 시작으로 상하이, 선양, 시안 등 25개 도시에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기존 윤활유사업본부 산하에 있던 중국RHQ(Regional Headquarter)를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중국사업본부로 이관하는 등 중국 관련 사업전략을 신속히 수립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중국 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마케팅을 강화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의 고급 윤활유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SK이노베이션은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예상되는 내년에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 손실로 37년 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저유가가 장기화되며 원유 수요가 확대되고 중국과 중동의 정제설비 증설이 지연되면서 실적이 빠르게 회복됐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에도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글로벌 합작, 인수합병(M&A) 등에 2조 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와 올해는 경영 악화로 시설 유지를 위한 기본 투자만 진행했다. 국내 정유업체 4사는 올해 약 5조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7조2079억 원)을 냈던 2011년 이후 최대치다. 이들 업체에는 “내년이 저유가를 등에 업고 호황을 누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공감대가 퍼져 있다. 정유업계에서 내년에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둔 GS에너지의 상장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 “유가 더 떨어진다” 국제유가는 21일(현지 시간)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31.98달러까지 떨어져 2004년 6월(31.67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 등 증권가는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합의에 실패했고, 이외에도 석유 공급 과잉을 유발할 상황이 많은 데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도 예고됐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3일(현지 시간) “내년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5∼15달러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를 열고 국제 석유시장 동향과 영향을 긴급 점검한 결과 “내년 국제유가는 올해와 비슷한 배럴당 40∼50달러 수준에서 형성되겠지만 더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고 이날 밝혔다. 정유업체들은 내년에도 정제마진이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달할 수 있는 원유가 더 많아지면서 추가 가격 인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서 나온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 운임 등을 제외한 이익이다. 우선 이란이 핵 개발 의혹에서 벗어나며 경제 제재 조치가 풀릴 예정이다. 전 세계 원유 매장량 4위인 이란의 원유 수출이 확대된다는 뜻이다. 비잔 남다르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최근 “제재 해제 시 즉시 하루 50만 배럴, 내년 말에는 100만 배럴을 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2011년에는 하루 370만 배럴을 생산했지만 제재 시작(2012년 7월) 뒤인 2013년에는 260만 배럴까지 감소했다. 이란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타 유종 대비 가격 할인 폭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자연스럽게 다른 중동산 원유의 가격 경쟁도 심화될 수 있다. 사우디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을 제외한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약 5∼10%인 이란산 원유 비중을 더 늘릴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실무진에서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미국은 40년 만에 원유 수출에 나선다. 미국은 1975년 석유 파동을 겪으며 안보 차원에서 원유 수출을 금지해왔다. 셰일가스 붐으로 원유 공급이 넘쳐났지만 판매가 제한된 탓에 정유업체들은 최대한 생산을 억제해왔다. 골드만삭스는 수출 재개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2030년에 지금(하루 938만 배럴)보다 평균 120만 배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유 수출 자율화로 국내 정유 4사의 정제마진이 배럴당 1달러 개선되면 연간 영업이익이 1조2000억 원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체 “곧 끝날 즐거움” 그러나 정유업체들은 저유가를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든가 “웃을 날은 길어봐야 내년까지”라는 말이 나온다. 저유가가 장기화하면서 세계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 등 대부분 국가의 물가가 하락하고 있어 가계와 기업의 경제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저유가 장기화가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올해 금액 기준으로 한국의 수출은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석유화학 업종의 수출 단가는 떨어지고 산유국의 조선 건설 철강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가격 하락으로 일시적으로 원유 수요가 늘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은 상황에서 벌어진 게 아니라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수요는 갑자기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최예나 yena@donga.com·김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