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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은 고달프다. 생활비는커녕 학비 내기도 빠듯한 현실. 학자금 대출 비율은 몇 년 새 눈에 띄게 늘었다. 그래서 더욱 붐비는 곳이 있다. 바로 영어학원이다. 청년들이 영어 공부에 매달리는 이유? 간단하다.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려면 직종을 막론하고 영어는 기본이다. 영어는 이제 스펙 축에도 못 낀다는 얘기는 바꿔 말하면 영어를 못하면 최소한의 경쟁력도 갖추기 쉽지 않단 의미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토익 점수만 높이면 영어 공부가 끝일까. 그렇지 않다. 직종별로, 또 회사마다 요구하는 영어 능력은 분명히 다르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취업에 목마른 청년들을 위해 YBM과 함께 ‘직종별 맞춤형 영어 공부하기’ 시리즈를 준비했다.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 있다. 나이 많은 지원자에게도 관대하다. 토익 점수, 학점 등 이른바 ‘스펙’도 거의 보지 않는다. 그런데 경쟁률은 보통 100 대 1을 훌쩍 넘긴다. 항공사 승무원 이야기다. 최근 30여 명의 한국인 승무원을 뽑은 한 중동계 항공사에는 4000여 명에 이르는 지원자가 몰렸다. 나이도 스펙도 안 본다는데 대체 이 많은 지원자들의 당락은 어떻게 결정될까. 답은 영어 면접에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영어 면접. 인도네시아의 가루다항공 관계자는 “영어 면접을 통해 업무에서의 상황별 대응력, 팀워크, 융화력, 인성과 자세 등까지 본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YBM어학원 신촌센터 토익스피킹 대표 ‘코치K’(본명 권혁재) 강사와 외국계 항공사 객실 승무원을 꿈꾸는 오현아(25), 홍규리 씨(22)를 만났다. 코치K 강사는 승무원 준비생 전문반에서 강의 중이다. 이들의 입을 통해 외국계 항공사 영어 면접에 어떻게 대비할지, 또 준비 노하우는 무엇인지 등을 알아봤다. “외국계 항공사들은 다른 직종의 외국계 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영어 능력을 요구합니다.” 발음이 현지인처럼 유창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자신이 생각하는 내용을 포장할 수준의 실력은 갖춰야 한다는 게 코치K 강사의 설명이다. 그는 영어 면접에서 지원자를 평가하는 영역을 크게 △묘사하기 △설명하기 △주장하기 △스토리텔링의 4가지로 나눴다. 영어 면접은 보통 몇 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앞 단계의 면접은 지원자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홍 씨는 “지원자의 기본적인 영어 구사 능력은 물론이고 가치관, 인성, 경험 등을 검증하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홍 씨는 한 외국계 항공사가 교내에서 주최한 캠퍼스 리크루팅 행사에 우연히 참가한 뒤 승무원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면접 분위기에서 학벌, 성적 등에 상관없이 사람 자체를 보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런 회사라면 내 마음을 주고, 또 회사와 같이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죠.” 기본 면접을 통과하면 심화 면접이 기다린다. 사진, 그림을 묘사하라거나 단어를 주고 개인의 경험과 결부시켜 설명하라는 식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의 경우 심화 면접을 위해 현지 면접단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찬반 토론, 일대일 심층 면접 등을 진행한다. 오 씨는 어떤 형식의 면접이든 개인적인 경험과 결부시켜 설명하면 콘텐츠가 풍부해진다고 귀띔했다. “일단 내 경험을 바탕으로 스토리 줄기를 10개 정도 준비한 뒤 그걸 적용시켜 설명을 해봤더니 내용도 차별화되고 듣는 사람의 집중도도 높아졌습니다.” 영어 말하기 능력이 대학생 평균 수준인 A 학생과 상위 10% 안에 해당하는 B 학생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들이 한 달이란 시간을 가지고 외국계 항공사 영어 면접 준비를 집중적으로 하려면 어떤 과정을 밟는 게 효과적일까. 코치K 강사는 “A 학생의 경우 일단 일주일에 10문장 이상 암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어떤 질문에도 적용 가능한 유용한 문장들 위주로 일주일 단위로 끊어 난도를 높여 외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일주일은 오디션 단계로 문장 표현에 어색함이 없도록 집중 모의 면접을 치르는 기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각을 표현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기본적인 노하우도 제시했다. 그는 “무조건 두괄식으로 핵심부터 전달해야 한다. 그러고선 퍼스트(first), 세컨드(second), 라스틀리(lastly) 등을 붙여 부연 설명을 하면 본인 호흡 유지에 좋고 말도 늘어지지 않아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B 학생의 경우에는 어떨까. 우선 표현 방법을 가다듬고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코치K 강사는 “외국계 항공사의 중요 키워드는 ‘고급’과 ‘서비스’다. 그런 만큼 굿(good) 대신 어섬(awesome)을 쓰는 등 같은 의미라도 세련된 어휘로 표현하면 가점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양한 형용사나 하우에버(however) 등 접속어를 많이 사용하고, 되도록 복문을 만들어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면접관의 눈을 잡아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적인 부분에 대해 세심한 고려도 놓쳐선 안 될 부분으로 꼽혔다. A항공사의 경우 빨간색을 좋아하니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게 좋다는 식이다. 홍 씨는 “귀걸이의 크기, 모양 등까지 그 항공사의 성향에 맞춰 선택하면 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정보가 필요한데 쓸 만한 정보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드는 시대라지만 역설적으로 유용한 정보가 어디 있는지 찾기는 더 힘들어진 시대다. 또 그 정보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가려내기는 더더욱 어렵다. ‘제2회 정부3.0 문화데이터 활용 경진대회’는 정부가 개방한 문화데이터를 청년들이 적절하게 활용하게끔 유도해 궁극적으로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문화체육관광부,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문화정보센터가 주관한 이번 대회에는 329개 팀이 접수를 마쳤다. 접수는 7월 30일 시작해 10월 31일까지 약 3개월 동안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문화포털 홈페이지(www.culture.go.kr)’에서 문체부가 보유한 약 1120만 건의 문화 분야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대회에 참여했다. 문화데이터 활용 경진대회는 문체부 소속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데이터를 민간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2회째다. 공모 범위는 문화데이터를 활용한 온라인(웹) 및 이동통신(앱) 서비스뿐 아니라 오프라인 서비스까지 포함한 모든 서비스. 문화데이터와 연계한 타 정보 융·복합 서비스도 응모가 가능했다. 문체부는 공공정보를 7개 분야(문화예술, 문화유산, 문화산업, 도서, 관광, 체육, 정책홍보)로 나누고 있다. 이번에 응모한 출품작에는 내·외부 전문가들이 △창의성 △실용성 △활용성 △창업의지 등을 평가 기준으로 적용해 세 차례에 걸쳐 심사한다. 최종 수상작은 11월 17일에 발표할 예정이다. 경진대회에 제출된 우수 제품 및 아이디어에는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기관 및 기업을 통한 창업 지원 컨설팅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분야별(제품 개발, 아이디어) 대상 수상자들은 문체부 장관상을 받는다. 지난해 개최한 1회 대회에서는 279건의 아이디어가 제출됐다. 대상에는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및 카드 형태의 예매 및 입장 시스템인 ‘서울 트래블패스’가 선정됐다. 여행 앱으로는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관광지 입장권 등 매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켓플랫폼이라는 측면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센터의 최경호 소장은 “정부가 공공데이터를 개방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이용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해보다 참여자가 늘었다”며 “국민이 체감하고 원하는 문화데이터를 활용한 기획 및 창업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정부3.0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3D프린팅은 ‘21세기 산업혁명’이라 부를 만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창조경제의 대표 성장동력으로 지목했을 만큼 대표적인 미래 유망 기술로 볼 수 있죠.”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시청일자리센터의 대회의실. 이날 열린 ‘제2회 설명회’는 참여 열기로 뜨거웠다. 주최 측은 당초 50여 명을 예상했으나 70명가량이 몰려들어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3D프린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설명회는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이어졌다. 국내 3D프린터 제조업체인 TPC와 미국 업체인 스트라타시스의 한국 공식 파트너사인 티모스 소속 전문 강사 2명이 강연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고양시내 중고교의 교직원과 학생, 3D프린팅에 관심 있는 일반인 등이었다. 참석자들은 설명회 시작 전부터 3D프린팅 장비와 출력되는 샘플들을 보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 일산고 이영주 교사(52)는 “말로만 듣던 3D프린팅 장비를 보고 강연까지 들으니 예상보다 3D프린팅 시대가 성큼 다가와 있는 것 같아 놀랍다”고 말했다. 두원공과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박상준 씨(26)는 “이곳에 오기 전엔 3D프린터가 말 그대로 ‘고화질의 복사기’인 줄로만 알았다”며 “오늘 설명회를 계기로 3D프린팅이 제작과 유통, 소비의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신산업의 원동력이 될 것이란 확신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티모스의 백상흠 대표이사는 “그동안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맞춤형 도구가 없어 고전해온 예비 창업자들에게 3D프린팅 기술은 창업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먼저 연락을 해서 물어보세요. ‘힘든 일 없냐’고.” 좋은 멘토가 되는 법을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다소 의외였다. 그는 “멘토는 한번 듣기 좋은 말을 해주고 떠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항상 곁에 있는 것처럼 편하게 느껴지고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좋은 멘토”라고 말했다.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45)을 29일 오후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주최한 또래멘토 위촉장 수여식이 끝난 뒤 만났다. 앞서 청년드림센터와 청년위원회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일하는 노하우를 함께 나눌 20, 30대 직장인, 대학생, 창업가 등으로 구성된 또래멘토 19명을 선발했다. 신 위원장은 이날 “개성과 열정을 무기로 자기 분야에서 길을 개척한 이번 또래멘토들과의 만남만으로도 다른 젊은이들이 느끼는 게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 위원장의 입에선 눈높이와 열정이란 단어가 반복됐다. 눈높이에 맞지 않고 열정이 식은 멘토는 청년들에게 지속적인 자극을 주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그는 이달 초 제2기 청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신임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청년위원회는 청년과의 소통, 일자리 등 청년 관련 정책 및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지난해 7월 설치된 대통령직속 자문위원회. 투자회사인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이기도 한 그는 제1기 청년위원회에서 수석 분과위원장을 맡아 정부 부처들과 함께 청년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만들었다. 청년버스 운행, 스펙초월 채용설명회 개최 등 각종 활동을 주도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이번에 장관급인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아직 40대 중반임에도 신 위원장의 삶에는 굵직한 변곡점이 많았다. 그는 홀어머니 밑에서 5남매의 장남이었던 유년 시절 실질적인 가장이란 짐을 어깨에 짊어졌다. 이후 독하게 땀을 흘려 30대 중반에 중견기업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를 만큼 잘나갔지만 이후 그가 세운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길바닥에 나앉을 위기에까지 몰렸다. 신 위원장은 “인생이 송두리째 뽑힐 상황에서 사업가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게 만든 무기는 어린 시절 가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얻은 경험과 인내심”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을 세우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그는 항상 멘토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청년위원회 모토를 ‘청년 현장에 (청년)위원 있다’고 정한 이유도 그래서다. 신 위원장은 “제2기 청년위원회는 청년 일자리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복지 등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영역에서 바로 곁에서 현실성 있는 조언을 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1층은 카페다. 은은한 커피 향을 만끽하며 젊은 감수성이 묻어나는 제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2층은 대충 봐선 정체를 알기 힘들다. 홍성재 대표(33)는 “인근 주민들의 쉼터이자 세미나 장소, 직원들의 회의 공간으로도 사용되는 복합 공간”이라며 웃었다.○ 공감을 꿈꾸던 청년들, 창신동을 만나다 1, 2층이 전부인 이 작은 회사의 외관은 얼핏 보면 홍익대나 이태원 거리에서 봄 직한 건물 같다.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내부가 꾸며져 있다. 1층 전시장에 진열된 제품들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 젊음을 담아낸다. 직원들도 모두 젊다. 공동대표인 홍 씨와 신윤예 씨(29·여)를 포함해 8명의 직원이 모두 20, 30대다. 그런데 특이하다. 건물이 위치한 곳은 홍대나 강남역, 이태원이 아니다. 바로 서울 종로구 창신동이다. 인근 동대문 의류시장의 배후기지 역할을 하는, 작은 봉제공장 1000여 곳이 오밀조밀 밀집해 있는 곳. 언제나 ‘드르르’ 재봉틀 작업 소리가 멈추지 않는 곳. 골목길 사이로 의류 원단을 나르는 오토바이 소리도 끊이지 않는 곳. 바로 그곳, 창신동에 신 씨와 홍 씨가 만들고 꾸민 사회적 기업이 있다. 회사 건물에는 ‘000간’이란 간판이 붙어 있다. 신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숫자 0은 비어 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채워 넣기를 희망한다는 표현이다. 개별적으로 3개의 0은 차례대로 ‘공감, 공유, 공생’을 뜻한다. 0 뒤에 붙은 ‘간’은 사이, 참여로 해석된다. 쉽게 말해 ‘000간’은 주민과 함께하는 공간, 지역의 공공성을 재발견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간판부터 심상치 않은 이곳은 물건을 만들어 팔고 돈을 벌지만 일반 회사와는 다르다. 신 씨는 “단순히 영리만 추구하는 다른 회사들과는 태생부터 달라요. 지역 주민들의 꿈을 기획하고 가공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홍 씨와 신 씨는 학교는 달라도 모두 명문대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했다. 유학을 가고, 대기업에 입사하는 등 소위 ‘코스’를 밟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을 터. 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이들에겐 불편하게 느껴졌다.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할 때도 ‘예술에서 소외된 사람들도 내 작품을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이란 생각을 하곤 했다. 사회와 호흡하고 살아 숨쉬는 예술을 하고 싶었다. 2008년의 어느 날, 미디어 아티스트인 한 스승의 작품에 우연히 모델로 참여한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서로를 알게 됐다. 같은 생각과 철학을 공유해서일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감정이 싹텄고,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봉제마을, 살아 있는 예술 공간으로 숨쉬다 ‘미술관 밖으로 나가자. 거리와 사람을 느껴 보자.’ 연인이 된 두 사람의 공감은 2011년 1월, 그들을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창신동 거리로 이끌었다. 처음엔 회사 대표가 아닌 지역아동센터의 미술 교사 자격이었다. 소외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또 창신동에 대한 애정도 커졌다. 처음엔 기업 후원을 바탕으로 지역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었다. 아이들을 위한 무용, 체육, 미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마을이 배움터’도 시작했다. 현재 ‘000간’은 창신동만의 고유한 색깔과 무기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셔츠’가 대표적이다. 인근 봉제공장들에서 나온 자투리 천에 독특한 디자인을 입혀 셔츠를 만들었다. 셔츠 디자인 구상에는 봉제공장 사장님들도 함께 참여했다. 이 셔츠들은 입소문을 타고 홍대, 이태원 등의 가게로 퍼졌다. 처음 제작한 수백 벌이 순식간에 동났다. 기세를 몰아 지금은 방석, 앞치마, 가방 등으로까지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000간’이 받은 투자금과 벌어들인 수익은 직원들 지갑 속으로만 들어가지 않는다. 각종 지역 봉사 프로그램, 교육으로 환원된다. ‘H빌리지’라는 문화예술 지역 재생 프로젝트, 지역 청년들에게 직업 멘토링을 해주는 ‘청년활동가 육성 프로그램’도 그렇게 시작됐다. 홍 씨와 신 씨가 바라는 10년 뒤 창신동은 어떤 모습일까. 낡은 봉제공장들이 모여 있는 추억의 장소? 과거의 향수를 팔아 발길을 모으는 관광 명소? 아니다. 창신동만의 개성을 경쟁력으로 24시간 살아 움직이는 공동체가 바로 이상향이다. 그리고 그 꿈의 한가운데 ‘000간’이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젊은이들 사이에 취업 스펙 쌓기 전쟁이 한창입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제대로 출사표를 내보기도 전에 현실과 타협했다고. 하지만 여기 과감하게 도전장을 낸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무기는 돈도 학벌도 아닌, 꿈틀거리는 열정과 과감한 개척자 정신입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이러한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년들을 소개합니다. 》훤칠한 키에 탄탄한 몸매, 다부진 인상. 역기를 들거나 야구공을 쥐고 있을 것만 같은 청년의 손에는 작은 쿠키가 있다. 그는 이 쿠키에 인생을 걸었다고 했다. 허투루 하는 소리가 아니다. “한 달, 일 년, 십 년 단위의 계획까지 머리에 입력돼 있어요. 나는 젊고, 목표가 분명하고, 에너지까지 차고 넘치니 걱정할 게 없죠.”○ 곤충 식품으로 세계구호식품 시장 진출 야심 대체 쿠키가 무엇이기에 청년은 인생을 걸었을까. 겉보기엔 제과점에서 흔히 볼 법한 모양. 맛을 보니 담백하고 달달하긴 해도 그리 튀거나 특별하진 않다. 그런데 이 쿠키에는 국내, 아니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재료가 숨어 있다. 정답은 메뚜기. 산이나 들에서 흔하게 봄직한 메뚜기가 쿠키의 재료로 쓰였다는 얘기다.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발상을 현실에서 구현해 낸 주인공은 김재학 씨(27). 전북대 고고인류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일단 쿠키 재료로 메뚜기를 쓴 이유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올해 초 우연히 읽게 된 한 보고서가 계기가 됐다”고 했다. “유엔에서 쓴 미래식량보고서였어요. 글을 읽는데 활자가 점점 커지면서 내용이 머릿속을 탁 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보고서는 식량 부족에 시달릴 미래 인류에게 곤충은 최고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적었다. 곤충이 돼지고기 쇠고기보다 더 위생적이고 영양가가 높지만 사육비용은 훨씬 적게 든다는 게 핵심. 김 씨는 곤충 식품을 만들어 세계 구호식품 시장에 진출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 길로 달려가 며칠 동안 관련 서적을 꼼꼼히 뒤졌다. 곤충전문가와 식품전문가 등도 만났다. 그 결과 메뚜기가 정답이란 판단을 내렸다. 그는 “국내 메뚜기는 대부분 식용으로 쓸 수 있다. 메뚜기의 단백질 함량은 100g 기준 쇠고기보다 3배 이상 많다. 동일한 사료로 나오는 생산량 역시 돼지고기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도 장점”이라며 예찬론을 펼쳤다. 사육을 위해 필요한 물이 적게 들고, 사육 공간 자체도 친환경적이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런데 단순히 돈벌이 목적으로 메뚜기 식량에 빠져든 건 아니다. 수익 창출이란 과제 앞엔 ‘남을 돕고 싶다’는 대전제가 붙어 있다. 어릴 적 개척교회 목사인 부모님을 둔 그의 유년 시절은 넉넉하지 못했다. 보통은 더 잘 먹고 잘사는 친구들을 부러워할 법한데 그의 생각은 좀 달랐다. ‘내가 크면 꼭 지금의 나처럼 부족한 사람들을 도와야지.’ 그래서일까. 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언제나 같았다.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사람.’ 이런 결심은 지난해 네팔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이후 더욱 단단해졌다. 화장실에 간이소변기를 만들어 줬을 뿐인데 고마워하고 감격해하던 현지 주민들. 그 뿌듯한 느낌을 평생 느끼며 살고 싶었다. “앞으로 30년 뒤면 세계 인구가 크게 증가해 식량 공급이 어려워진다고 해요. 특히 육류는 사치품이 된다고 합니다. 공짜로라도 좋아요. 제가 만든 메뚜기 식품이 세계 어디서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배를 채워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단순 돈벌이로 생각했다면 진작 접었을 것” ‘메뚜기 청년’의 꿈은 조금씩 영글고 있다. 최근 그는 ‘SOL(Save One's Life)’이란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메뚜기 쿠키 시제품도 만들어 직접 홍보에 나서고 있다. 재료로 사용한 메뚜기는 대부분 국내에서 조달했지만 최근 중국에서 더 싼값에 수입하는 활로도 개척했다. 이렇게 오기까지 과정이 쉽진 않았다. 메뚜기로 구호식품을 만들겠다는 청년의 당찬 포부에 돌아오는 반응은 대부분 냉담했다. 정부, 학교 등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나 경진대회에 아이디어를 내도 모두 탈락. 짧은 시간 안에 수익 창출이 힘들어 보인다는 게 이유였다. 낙담한 김 씨를 일으켜준 힘은 남을 돕겠다는 변하지 않는 목표. 김 씨는 “메뚜기 식품의 성공만이 그 목표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며 “단순히 돈벌이로 생각했다면 진작 접었을 것”이라고 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자금이다. 메뚜기 사육, 제품 가공, 대량생산에 이르기까지 일관생산체제를 갖추는 게 목표지만 확보한 자금은 아직 크게 부족한 게 사실. 김 씨는 “세계 구호시장 규모는 연간 100억 달러가 넘는다”며 “쿠키뿐만 아니라 전투식량, 에너지바 등으로도 활용 가능한 메뚜기 식품은 10년 안에 구호식품의 선두주자로 나설 매력과 잠재력이 넘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최근 전북 생물산업진흥원에 메뚜기 식품에 대한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쿠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과기능사 자격증 공부에도 한창이다. 가공이나 제조는 중국에서 하면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조언을 들은 직후 중국 시장 정보수집 및 중국어 공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내 도전에는 걱정하고 고민할 겨를도 없다”며 웃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동아일보는 올해 수습기자 공채 서류전형 과정에서 4개의 자기소개서 문항을 제시했다. 분량은 항목당 800자라 만만치 않았지만 언론사라는 특성상 응시자의 글 솜씨까지 들여다본다는 취지가 곁들여져 있었다. 문항들은 단순히 입사지원서만 봐서는 알기 힘든 개인적인 경험이나 역량을 들여다보는 데 중점을 뒀다. ‘가장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성취한 경험은 무엇이고 어떻게 성취했는지’,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과의 팀워크를 통해 소속 조직이나 단체의 발전에 기여했던 경험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답변은 기대와 달리 형식과 내용에서 천편일률적인 사례가 많았다. △언론사 인턴 △해외 봉사활동 △어학연수 경험 등을 자기 자랑하듯 늘어놓는 답변의 비중이 높았다. 입사지원서에 적은 ‘스펙’을 무미건조하게 부연 설명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자기소개서는 자기를 솔직하고 담백하고 개성 있게 풀어내는 공간이다. 입사지원서만으론 표현하기 힘든 자신의 역량을 개성 있는 문체로 전달하는 기회의 장이다. 자기소개서에 넣을 콘텐츠 선정에서부터 풀어내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좀 더 넓고 유연한 사고로 대처한다면 채점자의 눈을 붙잡아 둘 가능성이 크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청년들은 얘기한다. 일은 하고 싶은데 갈 곳이 없다고. 실제 국내에서 청년 고용률은 50%에도 못 미치는 실정. 여러 직종에서 청년들을 고용할 여력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해외 일자리 진출이 청년 실업 문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일자리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도 높다. 지난해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의뢰해 취업·창업을 준비하는 20, 3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 해외 진출 기초실태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73.4%가 “해외 진출에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정부 연수 프로그램, 상담 센터 등 꼼꼼히 확인 정부 차원에서도 해외 일자리 관련 지원을 대폭 늘리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해 청년 해외 진출 관련 지원에 15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올해도 △해외취업(306억 원) △해외인턴(226억 원) △해외봉사(1003억 원) △해외창업(103억 원) 등에 연말까지 1638억 원을 쏟아 붓는다. 그렇다고 정보도 없이 일단 나가고 보자는 심정으로 덤비면 낭패를 보기 십상. 실제 최근 해외로 나가는 청년들만큼 조기 귀국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제대로 해외 일자리를 찾아보고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일단 해외 일자리 진출 관련 정부 지원 시스템이나 각종 인턴 프로그램 등부터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다. ‘청년 해외 진출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열린 8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 박화진 고용노동부 인력수급정책국장, 배성근 교육부 대학지원관 등은 “청년들이 해외 취업, 창업, 봉사활동 등을 지원하는 정부 프로그램에 너무 관심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배 지원관은 “교육부는 미국에서 취업으로 연계되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면서 “미국으로 가는 10명 중 9명은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청년들은 정보 부족을 토로한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최소한의 국가, 업종별 해외 지원 자료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청년 해외 진출 기초실태 조사’에서 정부 해외인턴 경험자들을 조사한 결과 인턴 경험을 전후로 현지 취업 의사 비중은 11%, 현지 창업 의사 비중은 70%까지 높아졌다. 김상희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정책단장은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일자리를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정부 지원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최근엔 국내 상담센터 설치, 정부 취업 연수 프로그램 확대 개편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활용을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상담 창구 확대를 주요 과제로 확정짓고 추진 중이다. 국내 취업의 경우 고용 센터 등에서 취업 정보를 제공하지만 해외 취업과 관련해선 조언을 해줄 공간이 없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멘토링 콘텐츠 강화도 역점을 기울이는 부분. 분야별 전문가 멘토링 그룹을 만들어 청년들에게 해외 취업 정보 제공부터 지원서 작성까지 전 과정 컨설팅을 해주겠다는 목표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실장은 “해외 취업에 관심이 있다면 특히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지원 프로젝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펙보다 언어능력이 3배 이상 중요 그동안 해외 취업을 희망하던 청년들은 주로 영미권 특정 국가들만 선호하는 경향이 컸다. 하지만 최근 베트남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카타르 홍콩 등 국가들은 진출 분야와 업종 등에 따라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해외 진출을 고려할 때 ‘맞춤형’ 국가 선정을 얼마나 잘했느냐가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됐다. 전문가들은 우선 해당 국가의 시장 규모, 성장성, 진입용이성, 국내 인력에 대한 수요 등을 종합해 도전할 국가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국가의 △국내총생산 △국가경쟁력 지수 △유학생 수 △국내총생산 대비 국내교역량 등 거시 지표는 물론이고 △비자 여건 △언어 역량 요구 정도 △신규 해외 법인 수 △현지 법인의 국내 인력 수요 등 미시 지표까지 꼼꼼히 따져 보란 설명이다. 박지운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과장은 “국가마다, 국가 안에서도 도시나 지역마다 취업시장으로서 매력과 개성이 뚜렷하게 갈리고 특징이 나뉜다”며 “자신의 취업 희망 분야 및 전공, 능력 등을 우선 파악한 뒤 어떤 국가와 궁합이 맞는지 파악하는 데 최소한 3개월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어 능력도 해외 일자리 진출 시 여전히 중요하다. ‘청년 해외 진출 기초실태 조사’ 결과 해외 진출 기업들은 청년 채용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외국어 능력(49%)을 꼽았다. 한 대기업 해외 법인의 인사 담당자는 “일단 외국으로 나가면 학벌, 경력 등 스펙보다 언어 구사 능력 비중이 3배 이상 커진다”고 말했다. 또 “진출하는 지역은 다양해지는 추세지만 아직 현지어 구사 능력이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영어는 기본으로 하고 본인의 관심 지역의 언어만 유창하게 구사해도 채용 조건의 70%는 채운 셈”이라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그들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아니, 철저한 분석과 조사를 바탕으로 실제 내가 그들 중 한 명이 됐다는 경지에까지 올라야 ‘조금 준비가 됐다’고 말할 수 있다.” 김민수 메타브랜딩 사장의 설명은 ‘달콤한 유혹’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현지 분위기가 만만치 않음을 피부로 와 닿게 해주는 ‘살벌한 말’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그를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눈은 반짝거렸다. 한 대학생 참석자는 “오히려 기대감만 부풀게 만드는 수식어들은 듣고 나면 잊는다. 강사 분들이 있는 그대로 설명해 주고, 상세한 사례까지 덧붙여 주니 도움이 많이 됐다. 도전하고 싶은 의지도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 “시장-소비자 조사하는 데 1년 걸려” 14억 명의 거대한 인구, 끝없이 펼쳐진 땅, 무한한 자원을 가진 거대한 대륙. 전 세계 기업인들의 눈이 쏠려 있는 곳, 중국이다. 한국 청년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기회의 땅이지만 준비 없이 덤벼들었다가는 좌절하기 십상. 현지 시장 흐름과 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건 필수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KOTRA 중국지역본부가 공동 주최하고 우리은행 중국유한공사가 후원하는 ‘청년드림 중국 창업세미나 2014 상하이’가 16일(현지 시간) 오후 중국 상하이(上海) 룽즈멍(龍之夢)호텔 5층 사이프레스룸에서 열렸다. 이에 앞서 청년드림센터는 지난해 12월 중국에서의 첫 번째 창업세미나를 베이징(北京)에서 개최한 바 있다. 이번 세미나는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기존 창업자들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각종 창업 관련 살아 있는 정보들을 제공하자는 게 목적이다. 이민호 KOTRA 상하이무역관장은 “창업을 통해 청년 해외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국내 서비스 산업의 해외 진출 활로를 개척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중국에서 창업을 꿈꾸는 한국 청년들은 그들에게 제대로 조언을 해줄 만한 멘토들이 주위에 없다는 아쉬움을 자주 토로한다”며 “이번 행사를 창업의 꿈을 실현하는 첫걸음으로 활용해 달라”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중국 창업 선배들은 모두 4명. 저마다 중국이라는 낯선 ‘맨땅’에서 두려움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도전해 성공을 거둔 인물들이다. 첫 번째로 연단에 오른 박상윤 상해상윤무역 대표는 중국에서 창업 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주제로 입을 열었다. 그는 “과욕과 게으름이 경계해야 할 두 가지 요소”라고 했다. 또 “중국에선 지독, 중독, 고독의 삼독이 창업 성공의 필수 요소”라면서 “지독하게 중독돼 고독한 길을 걷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1993년 브랜드 네이밍 전문 기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브랜드 컨설팅, 디자인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 메타브랜딩의 김 사장은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현지 실정을 꼼꼼하게 파악하는 게 역설적이지만 성공의 지름길”이라며 “우리 회사도 시장 및 소비자 조사를 하는 데만 1년 넘게 쏟아 부었다. 그 덕분에 중국으로 진출하는 국내 기업에 브랜드 네이밍을 해줄 만한 충분한 역량을 기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름을 만들었다고 끝난 게 아니다. 혹시 그 이름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지는 않는지 등 검증하는 과정에도 엄청난 시간을 투입한다. 그만큼 현장 반응을 체크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로 창업 가이드라인 얻어 만족” 김준형 믹스앤라이스 대표는 비빔밥 등 우리 음식을 개량해 중국에서 성공을 거뒀다. 그는 “일단 창업 전에 발품부터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한다. 주변에서 아무리 괜찮다는 상권이라도 최소 일주일 이상 답사를 해 본인 마음에 확신이 생겼을 때 움직이는 게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실제 사업계획서 작성에서부터 임차료 지급 방법, 계약 체결 방식 등에 이르기까지 생생한 조언을 참석자들에게 건넸다. 마지막으로 강연자로 나선 강민구 화동미디어 대표는 “성공하는 삶보다 성장하는 삶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중국 최초로 스마트폰 잠금 해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강 대표는 최근 현지에서도 화제가 된 사업가다. 지난해 상하이 시내 허름한 아파트를 작업실로 빌려 3명의 동업자들과 함께 일을 시작한 그는 지금은 월평균 2억 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이런 그도 사실 많은 실패를 거쳤다. 중국에서 대학을 다닐 당시 실패한 창업만 5개가 넘는다. 강 대표는 “시간 날 때마다 여행을 다녀라. 스펙보다는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면서 “눈앞의 돈보다 가치를 추구하는 데 젊음을 투자하면 10년 뒤 정말 성공한 장사꾼이 돼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70여 명의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몰렸다. 주최 측은 행사장 외부에 이동 창업컨설팅 데스크를 마련해 청년들에게 맞춤형 창업 상담까지 지원해줬다. 상하이에서 대학을 다니는 정혜진 씨는 “창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막상 도전하려니 두려움이 많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창업을 위해 어떻게 접근할지, 또 무엇부터 알아봐야 할지 가이드라인을 얻어 만족한다”며 “앞으로 이런 행사를 접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상하이=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0대 중반으로 보기에는 다소 앳된 얼굴, 선한 눈매와 구김살 없어 보이는 인상이 눈에 띄는 청년은 손님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즉시 냉장고에서 반죽을 꺼내 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탄생한 피자 반죽(도)은 뜨거운 화덕을 거쳐 고르곤졸라 피자로 완성된다. 두 사람은 족히 먹을 수 있는 사이즈, 아낌없이 들어간 풍성한 치즈. 피자 가격은 단돈 9000원이다. 웬만한 프랜차이즈 피자의 반값도 하지 않는 ‘착한’ 가격이다. 당연히 가게를 찾은 손님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피자의 종류도 풍성하다. 고르곤졸라, 마르게리타 등 대표적인 피자들에 강화 특산물인 고구마를 넣은 고구마 피자까지. 인삼 약쑥 밴댕이 등 강화 특산물이 들어간 피자들도 곧 선보일 계획이라고 가게를 운영하는 김토일 씨(26)는 말했다. 화덕피자 전문점인 ‘화덕식당’ 얘기다.○ 전통시장과 피자가게의 만남 올해 1월 개업한 화덕식당은 김 씨와 조성현 씨(28), 신희승 씨(26) 등 청년 3명이 공동 운영하고 있다. 화덕식당은 인천 강화군 강화읍 갑곳리의 강화풍물시장 내에 있다. 여느 피자가게들과는 달리 전통시장 안에 있는 게 독특하다. 강화풍물시장의 깊은 고민 끝에 이 식당은 문을 열었다. 풍물시장은 대형마트의 공습으로 인한 상권 위축이라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움츠려만 있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특색 있는 아이템으로 시장 장사에 도전할 청년들을 공개 모집했다. 이렇게 선발된 청년들에겐 외부 전문가들까지 초빙해 장사 관련 교육은 물론이고 협동조합 교육까지 무료로 시켰다. 또 최대 100만 원의 종잣돈에 5주 동안 임차료도 무상으로 지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청년들이 풍물시장에서 장사하며 함께 사업 방향까지 모색하는 청년 상인회인 청풍상회가 구성됐다. 화덕식당은 청풍상회의 1호 가게다. 전통시장과 피자가게. 어울려 보이지 않는 이 조합은 성공했을까. 본인을 ‘강화도 토박이’로 소개한 김 씨는 “어울리지 않아 보여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 시작했다”며 웃었다. 어울리지 않아 보여 남들이 개업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새롭게 개척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역발상인 것이다. 20일 찾은 이 가게에는 젊은 감각이 살아 있었다. 테이블은 오픈 바 형태로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기가 편하게 배치돼 있었다. 가게 인테리어 소품 하나하나에 젊은 감각을 최대한 살렸다. 심지어 청년 사장들의 유니폼에도 각자의 별명을 새기는 등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사실 개업 후 몇 달 동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재료 손질부터 간 맞추기, 피자 굽기 등 어렵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수요 예측도 힘들어 연휴 때는 주문이 밀리고, 어떤 때는 재료가 남아돌았다. 신 씨는 “한동안 매출이 기대치의 절반도 되지 않았을 땐 불안해 잠도 오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위기 때마다 청풍상회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전통시장에 있는 맛있는 피자집’이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손님도 눈에 띄게 불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이 의미 있는 도전을 한다”며 응원해준 손님들의 한마디도 큰 힘이 됐다. 김 씨는 “지금은 선주문도 있을 만큼 손님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전통시장은 무한한 가능성이 숨쉬는 현장 청년사장들은 전통시장을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현장으로 주목했다. 조 씨는 “일단 전통시장은 문턱이 낮다.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창업이란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불고 있는 ‘복고’에 대한 관심도 이들이 꼽는 전통시장의 가능성이다. ‘깔끔하고 독특하고 잘 정돈된’ 전통시장은 그 자체로 볼거리이자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아 손님들을 얼마든지 유혹할 수 있다는 소리다. 실제로 강화풍물시장은 전통시장의 이런 가능성을 현실화한 대표적인 장소다. 2007년 개설돼 점포 수만 217개에 이르는 이 시장은 인천에서 유일하게 5일장이 열린다. 다양하고 특색 있게 구성된 점포들에다 200대 이상 동시 주차가 가능한 넓은 주차장, 시장 전역에서 사용 가능한 무선 통신망 등 기반시설들도 자랑거리다. 문화체험 장소인 ‘풍물명물’ 등도 시장에서 운영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강화풍물시장은 지난해 문화관광형 시장 전국 평가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강화풍물시장은 올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시장 옥상에서 이색 캠핑 체험을 할 수 있는 ‘옥상 달빛 캠핑’, 시장 상인들이 DJ가 돼 직접 시장 소식 및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풍짝짝 풍물라디오’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이다. 농기구 등을 판매하는 ‘만물상회’를 시장에서 대를 이어 운영하는 이제훈 씨는 “전통시장은 손님들을 그냥 손님으로 보질 않는다. 가족이자 친구로 본다. 그렇게 손님들과 함께 호흡하며 웃고 즐기면서 돈까지 벌 수 있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라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인천=송대현 청년드림통신원(경북대 경제통상학부 4학년)}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드는 시대다. 특히 공공데이터가 개방되면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가 데이터 자체보다도 중요한 시대가 됐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격언이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제2회 정부 3.0 문화데이터 활용 경진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 데이터를 민간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자는 게 취지다. 또 우수 아이디어와 제품에 대해선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해 민간이 문화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문체부는 공공정보를 7개 분야(문화예술, 문화유산, 문화산업, 도서, 관광, 체육, 정책홍보)로 나누고 있다. 문체부와 동아일보,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문화정보센터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지난달 30일 시작해 10월 31일까지 약 3개월 동안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문화포털 홈페이지(www.culture.go.kr)에서 문체부가 보유한 약 1120만 건의 문화 분야 공공데이터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개최한 1회 대회에서는 279건의 아이디어가 제출돼 대상에 ‘서울 트래블 패스’가 선정됐다. 서울 트래블 패스는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및 카드 형태의 예매·입장 시스템. 여행 애플리케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관광지 입장권 등 티켓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켓플랫폼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및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수상팀에는 정부기관 및 기업을 통한 다양한 창업 지원 컨설팅 혜택을 준다. 한국문화정보센터 측은 “문화 관련 공공기관이 보유한 문화 데이터는 6000만 건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문화 데이터 활용 경진대회 규모 역시 해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회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culture.go.kr/contest)에서 확인할 수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어르신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열정이 없다고. 그래서일까.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산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삼포세대’란 단어도 이젠 낯설지 않다. 기업 인사채용담당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일단 해보겠다는 의지와 열정만 보여준다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A기업 채용담당자는 “몇 년 전까지는 그래도 열정으로 스펙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하는 친구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의지조차 없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다”고 했다. 젊은이들의 가슴이 차갑게 식은 것일까. 하고 싶은 말도 못할 만큼 입이 굳게 닫혔을까. 여기 그런 답답함을 뻥 뚫어줄 14명의 대학생이 있다. 얼핏 보기엔 특별한 공통점이 보이질 않는다. 외모도 학벌도 성격도 제각각. 그런데 확실히 통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타오르고 남을 만큼 넘치는 열정이다. 임소정 씨(경희대)는 인생을 두 번 살았다고 했다. 첫 번째 인생은 유달리 통통했던 유년 시절. 임 씨는 “길거리에서 커피 마실 때조차 눈치 보며 살았다”며 “뚱뚱한 사람이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의 두 번째 인생은? 다이어트 이후의 삶? 아니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워진 삶이 두 번째 인생이다. 조금 뚱뚱한 게 ‘나를 규정짓는 특징’이 아닌 지금 입은 옷처럼 ‘보이는 그대로의 상태’라는 인식으로의 전환. 이 생각의 전환이 소극적이고 낯가림이 심했던 그를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열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그는 “상황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며 “스펙이 좀 부족해도 열정과 의지만 있으면 취업의 좁은 문도 뚫을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다”며 웃었다. 대학생 김채은 씨(노스웨스턴대)는 말했다 “포기하지 말지 말자”고. “포기하지 말자”를 잘못 외친 걸까. 그렇지 않다. 김 씨는 “‘쿨’ 하게 포기하는 게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보다 갑절의 용기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감한 포기를 통해 의외의 수확이 생길 때도 많죠. 그 대신 포기로 그치는 게 아니고 다른 무언가를 찾을 열정이 있을 때만 그렇습니다.” 김 씨는 어릴 때 발레리나를 꿈꿨다. 그러다 포기한 뒤 미술사를 전공했고, 이후 또 포기한 뒤 다른 공부에 빠져 있다. 포기에 후회는 없다. 포기를 통해 넓은 시야를 갖게 됐고, 도전과 경쟁에서 오는 강박관념에서도 자연스럽게 벗어났기 때문. 특히 그는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때마다 점차 커지게 된 열정과 의지를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임 씨와 김 씨를 포함해 14명의 대학생이 23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중앙대 R&D센터 3층 대강당에 모인다. 각자 7분 동안 500명 이상의 청중을 상대로 강연을 한다. 독립광고회사인 TBWA코리아가 6개월 동안 개별 멘토링을 통해 이 젊은이들의 생각을 다듬고 키워줬다. 또 ‘망치2’란 이름으로 이번 강연 기회까지 제공해줬다. TBWA 박웅현 수석 크리에이티브디렉터는 “세상에 던지고 싶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구성된 이들의 얘기는 공부와 취업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열정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학교 수업, 취업 준비, 구직 정보 확인까지…. 대학생들은 바쁘다. 취업 준비에 쏟아야 할 시간은 점점 늘어가지만 취업이란 키워드는 날이 갈수록 손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 이처럼 답답한 현실 속에서 ‘찾아가는’ 취업 서비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바쁜 구직자들에게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서울시와 함께 ‘찾아가는 청년드림캠프’를 진행 중이다. 구직자들이 모여 있는 서울 지역 대학을 직접 찾아가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취업 멘토링까지 해주는 게 핵심. 기업 실무자들이 직접 와서 맞춤형 직무 강의를 해주고, 전문 직업상담사들은 학생들에게 즉석으로 취업 컨설팅을 해준다. 5월 21일 덕성여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5개 대학에서 진행됐다. 10월까지 5개 대학에서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찾아가는 청년드림캠프를 경험한 구직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직업 길라잡이’와 ‘일대일 멘토링’으로 나눠 학교당 2시간씩 진행되는 일정에 학생들이 크게 몰려 평균 1시간 이상 연장 운영됐다. 5월 숭실대 캠프에 참여했던 학생은 “기존에 학교에서 열리던 기업 설명회와 달리 맞춤형 상담에 생생한 취업 노하우까지 전달해 주니 크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청년드림캠프 사업 담당자인 고일권 팀장(엑스퍼트컨설팅)은 “각 행사 일정이 학교 및 학생들의 특성과 눈높이를 고려해 짜여졌다. 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취업 도우미 역할을 하다 보니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직속인 청년위원회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청년버스’도 지역 구직자들로부터 호응이 좋다. 20, 30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진로·일자리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청년버스는 3월 경남 진주 경상대를 시작으로 8월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5개월여 동안 전국 20개 지역에서 청년 1만9000여 명을 만났다. 지역 대학 캠퍼스는 물론이고 문화축제, 일자리박람회 등 청년들이 모인 현장이면 어디든 청년버스가 달려갔다. 5개월 동안 청년버스에서 일자리와 관련해 전문가들로부터 심층 상담을 받은 청년들은 2800여 명. 이들은 진로와 일자리에 대한 고민은 물론이고 해외 취업 기회,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 국가 지원 프로그램에 관련된 각종 질문을 쏟아냈다. 그렇게 해서 정부 부처에 전달된 의견만 3000여 건에 달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5일 서울 강남역에 위치한 이베이코리아 온라인해외수출 교육장. 젊은 소상공인, 대학생 등 100여 명이 이곳에 모였다. 이베이코리아가 청년사업가를 발굴하는 ‘청년드림 이베이 수출스타’ 대회 설명회를 듣기 위해서다. 창업을 꿈꾸는 예비사업가들은 이베이코리아의 실무자들이 전해주는 수출 지원 프로그램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1회 대회에서 대학생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민걸 씨(27)가 온라인 수출 경험담 및 판매 노하우를 소개할 땐 질문이 쏟아지는 등 관심이 집중됐다. 평소 야구 카드 수집이 취미였던 이 씨는 이에 아이디어를 얻어 인기 연예인 카드를 이베이를 통해 해외에 팔아 성공을 거뒀다. 그는 설명회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잘 아는 상품을 과감하게 수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참가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김종헌 씨는 “국내 시장은 온라인까지 이미 포화상태”라며 “최근 해외 주문량이 늘어 판로를 물색하던 차에 이번 대회를 알게 돼 좋은 기회라 생각해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년드림 이베이 수출스타는 청년부터 창업을 꿈꾸는 예비 사업가 등을 대상으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국내 제품을 해외 무대에서 판매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2011년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이베이 판매왕’이란 이름으로 행사를 진행하다 올해부터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공동 주최하면서 명칭을 ‘수출스타’로 바꿨다. 후원은 한국무역협회와 우정사업본부가 맡았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 옥션 등 온라인 오픈마켓을 운영한다. 따라서 참가자들에겐 200여 개국에서 2억 명 이상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이베이(www.ebay.com)를 통해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이번 수출스타 대회는 어느 해보다 참가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신청 마감인 이달 31일까지 2주 넘게 남았지만 접수 한 달여 만인 14일 현재 이미 10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지난해 이맘때의 신청자 600여 명을 훌쩍 넘는 수치다. 현재까지 집계된 신청자들의 평균연령은 28.3세. 20대가 68%로 가장 많았는데 오랜 불황과 취업난으로 인해 대학생 신청자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밖에 30대(17.8%), 40대(10%), 50대(2.8%), 10대(1.1%), 60대(0.3%) 순. 참가자들의 직업은 이전에 판매 경험이 전혀 없는 학생이 59.3%로 가장 많았다. 창업 준비(12.5%), 온라인 셀러(12.1%) 등이 뒤를 이었다. 수출스타는 11월 15일까지 이베이 해외 사이트에서 판매한 수량과 누적 판매금액, 구매 만족도, 등록 상품 수 등을 근거로 12월 중순에 결정된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하루 전까지만 해도 적막함만이 감돌던 인천 부평시장 로터리 지하상가에 흥겨운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명나는 악단의 몸짓에 어르신들이 몸을 들썩였다. 상가 복도에는 알록달록한 풍선을 하나씩 집어든 꼬마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몰려든 손님들로 시끌벅적한 상가에서 정신없이 바쁜 청년들이 눈에 띄었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그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창업의 꿈에 도전하는 ‘청년드림가게 사장님’들이었다. 5일 오후 인천 부평구의 부평시장 로터리 지하상가에서는 청년창업허브조성사업 개소식이 열렸다. 3월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인천 부평구가 선정한 청년 사장들은 창업교육 등 4개월여 준비를 마치고 이날 이곳에서 청년드림가게 16곳을 열었다. 청년 사장의 가게는 톡톡 튀었다. 댄서, 디자이너, 마술사 등 다양한 경력의 청년들이 자신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독특한 아이디어 상품들을 판매했다. 남성 의류를 파는 권구홍 씨(26)도 그중 한 명. 권 씨는 고객들이 구입한 의류에 자수를 놓아준다. 군 복무 시절 군복에 이름과 부대 마크를 새기던 경험에 착안해 준비한 창업 아이디어다. 이른 새벽 동대문 시장에서 옷감을 가져오고 아침부터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면서도 저녁에는 컴퓨터 자수 프로그램을 배웠다. 권 씨는 이런 노력으로 자수 전문가라는 말을 들으며 창업까지 할 수 있게 됐다. 권다솜 씨(26·여)는 지하상가에서 작은 영화관을 차렸다. 부족한 경험과 자금,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고 “나만의 영화관 주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 그는 “청년들의 재치와 예술성이 담긴 독립영화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지하상가에는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부평구에 사는 김혜은 씨(23·여)는 “친구들과 상가를 지나다 예쁜 장식을 한 가게에 끌려 들렀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음침한 지하상가였는데 이렇게 독특한 가게들이 생겨 정말 좋다”고 말했다. 상가에 모처럼 활력이 넘치자 기존 상인들도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33년째 이곳을 지켜온 로터리 지하상가 부회장 권유선 씨(57)는 “이곳에 이렇게 활기가 도는 건 몇 년 만의 일”이라며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청년들이 대견하다. 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에 자극도 받았다”고 했다. 개소식에 참석한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청년창업허브가 청년들의 꿈을 실현하고 부평 로터리 지하상가, 나아가 부평구 지역경제까지 꽃피우는 허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인천=김예윤 청년드림통신원 고려대 역사교육·정치외교학과 4학년}

송광용 신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61)이 서울교대 총장 재임 시절 학교 부설 기관으로부터 1400만 원의 불법 수당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제자가 쓴 논문을 자신의 연구 결과인 것처럼 학술지에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상당액의 불법 수당 수령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송 수석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이 18일 박홍근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로부터 입수한 교육부 감사관실 자료에 따르면 송 수석 등 서울교대 및 평생교육원 관계자 17명은 송 수석이 서울교대 총장 재임 기간인 2007년 8월부터 4년 동안 평생교육원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4980만 원을 수당 형식으로 나눠 지급받았다. 이 가운데 송 수석이 가장 많은 1400만 원을, 당시 평생교육원장이 1320만 원을 챙겼고 A 팀장 1145만 원, B 총무과장 550만 원, C 총무과장이 170만 원을 가졌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다른 12명이 10만∼50만 원씩 나눠 가졌다. 이들은 평생교육원의 예산 일부를 ‘방과후자격검정시험 관리수당’ 등의 형태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교육원은 지역 주민과 직장인에게 자기 발전을 위한 평생학습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1995년 서울교대 부설 사회교육원으로 출발한 기관이다. 원장은 서울교대 보직교수가 맡으며 총장이 임명한다. 교육부는 송 수석이 총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인 2012년 이 건과 관련해 감사를 해서 17명 전원에게 불법으로 챙긴 수당 전액에 대한 환수 명령을 내렸다. 송 수석을 포함해 액수가 많은 5명에게는 경고 조치도 함께 내렸다. 당시 교육부의 조치가 내려진 뒤 송 수석 측은 “평생교육원의 초과 수입 증대를 위해 특별히 노력한 게 있어 보상적 경비로 지급받았다”며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수당 수령자들이 초과 수입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송 수석 측은 교육부의 감사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심판까지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7명 가운데 송 수석을 포함한 12명이 전액을 반납했고, 나머지는 올해 안에 반납할 계획이다. ▼ “수강료 나눠먹기… 도덕적 해이 정점” ▼수당 부정 지급 문제는 교육부의 감사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사안이다. 일부 대학은 입시생에게서 받은 대입 전형료를 입시 업무를 하지 않은 직원을 위한 수당으로 지급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 A국립대 교수는 “예산에 없는 수당 명목을 만들어 ‘셀프 수당’을 챙기다 걸리면 교육계에선 설 자리를 잃는 게 관행”이라며 “송 수석은 교육계 수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도덕적 비리의 정점을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B사립대 교수는 “송 수석이 자리를 유지하더라도 앞으로 불법 수당 문제 등을 지적할 자격이 되겠느냐”며 “사람들에게 인문, 예술, 건강·생활스포츠 등 평생 교육을 해주는 게 목적인 평생교육원의 설립 취지를 고려하면 이번 비리가 더욱 부적절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한국대학평생교육원협의회 관계자는 “일반 시민이 낸 수강료로 거둔 수입을 수당 명목으로 학교 구성원 개개인에게 나눠준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박홍근 의원은 “제자 논문 가로채기, 논문 중복 게재에 이어 불법으로 수당까지 챙긴 인물이 교육계를 이끌 자격이 있느냐”며 “지금이라도 송 수석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송 수석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신진우 niceshin@donga.com·박훈상 기자}

가정을 하나 해보자. 나는 학생이고, 지도교수는 학교에서도 이른바 ‘실세’ 교수다. 학위 통과 여부는 물론이고 논문 제출 시기까지 그가 좌우한다. 석사 논문이 통과되고 몇 달 뒤 교수가 내 논문을 발췌한 수준의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한다. 제목, 구성, 내용까지 거의 일치하는 사실상의 요약본을, 그것도 본인이 제1저자로.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이게 정상인가. 그런데 ‘그분들’은 일종의 관행이라고 치부했다. 일단 학생들이 흔쾌히 동의했다고 했다. 또 학생 단독으로는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싣기가 쉽지 않으니 학생 입장에서도 이득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분들은 바로 교육계를 이끌 두 수장(首長)인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송광용 신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다. 제자들의 논문을 ‘가로챈’ 이들은 모두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생을 위해서였다”고 떳떳하게 밝혔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점 하나. 학생을 위한다는 핑계라면 왜 굳이 본인 이름을 앞세웠을까. 결국 이 ‘당당한’ 표절의 접점은 연구 실적 쌓기와 맞닿아 있다. 제1, 제2저자의 신분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제1저자가 논문 한 편당 100%의 실적을 인정받는 반면에 제2저자의 경우 그 비율이 50% 이하로 뚝 떨어진다”고 했다. 학교에서 200%의 연구 실적을 요구할 경우 제1저자일 때에는 논문 2편만 필요하다는 얘기다. 동아일보의 보도 이후 학계에선 반응이 뜨거웠다. 대체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면죄부를 주자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논문 연구 과정에서 도와준 게 사실이고, 학생 동의 없이 학술지에 실은 것도 아닌데 지금의 비난은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견해다. 지도교수가 제자의 논문을 지도해주는 건 당연한 의무다. 기자와 친분이 있는 미국의 한 사립대 교수는 “그럼 학생 10명을 지도하면 제1저자로 쓸 수 있는 논문 10편은 기본적으로 확보하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또 “그렇게 발표한 논문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그 책임까지 제1저자인 교수가 지겠느냐”고 했다. 사실 학생에게도 잘못은 있다. 국내 대학원 생태계에서 교수가 절대자로 군림한다는 사실은 백번 이해해도, 적어도 상아탑에선 그렇게 무책임하게 지식재산권을 포기해선 안 된다. 안전 불감증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번 개각 인사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학계의 ‘윤리 불감증’은 그에 못지않게 심각하고, 또 부끄럽게 느껴진다.신진우·정책사회부 niceshin@donga.com}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66·사진)가 제자가 쓴 논문을 자신의 연구 결과인 것처럼 학술지에 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광용 신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61)에 이어 김 후보자까지 교육계의 두 수장(首長)이 동시에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교육계는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동아일보가 16일 박홍근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한국교원대 교수 재직 시절인 2002년 6월 ‘자율적 학급경영방침 설정이 아동의 학급생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본보 특별취재팀이 논문 표절 검색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한 결과, 이 논문은 같은 해 2월 정모 씨(교육행정학과)가 석사논문으로 제출했던 논문과 제목은 물론 구성과 내용이 거의 동일했다. 전체 210개 문장 중 동일문장 또는 표절의심문장에 해당되는 문장은 208개에 달했다. 김 후보자의 논문에는 김 후보자가 제1저자, 정 씨가 제2저자로 등재돼 있다. 정 씨가 석사논문을 쓸 당시 김 후보자는 지도교수였다. 송 교육문화수석이 제자가 쓴 논문을 자신의 연구 결과인 것처럼 제1저자로 표기한 것과 비슷한 사례다. 특히 김 후보자의 경우 정 씨에게 먼저 논문 제출 의향을 물어봤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정 씨는 16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교수님(김 후보자)께서 먼저 내 논문을 학술지(한국교원대 교수논총)에 게재하고 싶다고 물어봤다”며 “제1저자, 제2저자가 누군지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았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그 논문이 대학원에서 우수상을 받은 논문이라 이 친구(제자) 키워줘야겠다 해서 그걸 학술지에 실어준 것”이라며 “내 이름을 뒤로 넣으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유사한 내용의 본인 논문 2건을 인용 표시없이 각기 다른 학술지에 발표해 이중 게재 의혹이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송 교육문화수석의 표절 논란과 관련한 논평을 통해 “대학 행정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위치에 있는 송 수석이 제자의 논문을 표절하고 가로챈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고 밝혔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신광영·황승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