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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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미술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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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근 유족 “미국 전시 중인 위작 논란 작품, 내려달라”

    박수근의 유족이자 저작재산권자인 박수근연구소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전시 중인 박수근의 작품에 위작 논란이 일자 “진품으로 확인되기 전까지 전시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화랑협회(회장 황달성)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식 질의서를 마이클 고반 LACMA 미술관장, 스티븐 리틀 아시아 미술 큐레이터 앞으로 다음 주 초 보낼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문제가 되는 작품은 LACMA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한국의 보물들; 체스터와 카메론 장 컬렉션’에 출품된 이중섭의 ‘황소를 타는 소년’, ‘기어오르는 아이’와 박수근의 ‘세 명의 여성과 어린이’, ‘와이키키’ 등이다.앞서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022년 LACMA에서 열린 ‘사이의 공간’ 전시 개막식에 참여했을 때, 미술관 요청으로 수장고에서 해당 작품들을 보고 위작이라는 의견서를 써주었으나 미술관이 전시를 강행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LACMA는 스티븐 리틀 큐레이터가 전시 준비 과정에서 3년간 모든 작품을 상세히 조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작품을 직접 본 윤 전 관장의 의견을 중심으로 감정운영위원회, 박수근연구소(대표 박진흥)가 논의를 거친 결과 전시 경위와 진품을 판단하는 근거에 대해 답변을 요청하는 질의서를 전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질의서에는 “이중섭의 ‘황소를 타는 소년’은 작가 특유의 화풍과 큰 차이가 있고 ‘기어오르는 아이’처럼 타일에 작업한 사례도 없다”, “박수근의 ‘세 명의 여성과 어린이’는 박수근 특유의 질감과 구성 혹은 선묘와 무관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박수근연구소는 “저작권자로서 박수근의 작품임을 인정할 수 없어 출품작에 대한 한국미술 전문가들의 감정과 정확한 근거 자료에 의해 진품으로 확인되기 전까지 전시를 중단해달라”고 썼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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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름진 입술… 주근깨… 숨기고픈 치부, 예술이 되다

    주름진 입술 위 빨간 립스틱과 그 사이로 보이는 금박을 씌운 치아. 손가락에는 입술과 같은 새빨간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다. 미국의 예술가 마릴린 민터(사진)가 그린 작품 속 주인공은 바로 미셸 라미(80). 프랑스의 디자이너, 퍼포머, 사업가로 짙은 화장과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프랑스 문화계 유명 인사다. 최근 서울 용산구 리만머핀 갤러리에서 만난 민터는 “성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이 든 얼굴을 찾고 싶어 그녀를 모델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민터가 여성의 입술을 클로즈업해 묘사한 신작 회화 ‘도금 시대(Gilded Age·2023년)’를 비롯해 주요 작품을 선보이는 개인전이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서는 6점의 회화를 볼 수 있는데 라미를 모델로 한 작품은 ‘미셸 라미’(2014년), ‘스위트 투스(Sweet Tooth·2023년)’ 등 3점이다. 다른 신작 ‘흰 연꽃(White Lotus)’은 필리핀 출신 20대 여성의 주근깨를 도드라지게 그렸다. 민터는 “주근깨가 아름다워 그림에 넣었는데, 그림 속 여자가 뷰티 모델 일을 하며 주근깨를 다 지워버렸다”며 웃었다. 민터는 피부의 주름이나 주근깨처럼 보통의 사람들이 숨기고 싶은 몸의 부분을 크고 자세하게 묘사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아름답게 표현한다는 점이다. 전시장에서 그림을 직접 보면 물에 젖은 듯 촉촉한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이는 민터가 작업하는 고유의 방식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민터는 모델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다음 그 앞에 물을 뿌리거나 습기로 가득 찬 유리를 댄다. 그리고 이 유리 너머로 보이는 모델의 모습을 그린다. 여기에 라미의 초상 같은 작품은 투명한 젤을 거침없이 발라 유리 위로 물을 끼얹은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독특한 것은 대부분의 그림을 캔버스가 아닌 알루미늄 패널 위에 그렸다는 점이다. 금속판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묻자 민터는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1980년대에 캔버스 위에 에나멜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시간이 지나고 부서지는 것을 봤다”며 “내 그림은 그렇게 되지 않고 영원히 보존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민터의 회화들은 겉모습은 촉촉하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그 배경은 금속처럼 단단하고 영원히 박제될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지금은 없어진 그림 속 여성의 주근깨가 그림 속에선 물감으로 영원히 간직되는 것처럼 말이다. 손엠마 리만머핀 서울 디렉터는 “민터의 회화는 실제로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4월 27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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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꺾이지 않은 여성의 불심… 금빛 불교미술을 이끌다

    11세에 왕이 된 아들 명종(1534∼1567) 대신 수렴청정했던 문정왕후(1501∼1565)는 1565년 아들의 건강과 후손 탄생을 기원하며 전국 사찰에 불화 400점을 나눠 준다. 조선 초기 문정왕후뿐 아니라 많은 왕실 여성이 불사에 나서자 사관과 유생들은 “암탉이 새벽에 울면 집안이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왕실 여성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가족의 건강과 평온을 바라며 불교를 후원했고, 이는 수준 높은 불교 미술품을 낳았다. 불교 미술의 역사에 빠질 수 없는 후원자이자 소비자였던 여성의 역할을 조명한 전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이 지난달 27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했다. 문정왕후가 1565년 나누어 준 불화 400점 중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은 총 6점이다. 이 중 ‘석가여래삼존도’(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와 ‘약사여래삼존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가 전시됐다. 특히 ‘약사여래삼존도’는 금빛 물감으로 그렸는데, 16세기 이러한 순금화를 민간에서 따라 해 노란 선으로 그린 불화가 유행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이승혜 큐레이터는 “왕실 여성이 한 시대의 불화 양식을 선도한 독보적인 후원자였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고려시대 1345년 검은 감지에 금니(금 물감)로 쓴 법화경 7권인 ‘감지금니 묘법연화경’(리움미술관 소장)의 후원자도 여성이다. 7권이 모두 남아 있는 ‘감지금니…’는 막대한 재원과 뛰어난 장인이 투입돼 제작된 고려 사경의 걸작으로 꼽히는데 일반에는 처음으로 공개됐다. 전시가 조명하는 것은 발원문이다. 여기에는 조성자인 ‘진한국대부인 김씨’가 “이전 겁의 불행으로 여자의 몸을 받았으니 참으로 한탄스러워 은 글자로 쓴 화엄경 1부와 금 글자로 쓴 법화경 1부를 만드는 정성스러운 소원을 간절히 내어 일을 끝마치었다”고 적었다. 고위층이었던 김씨가 여성임을 한탄한 이유는 불교에서 남성만이 성불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들은 포기하지 않고 경전을 만들거나 불상 조성에 참여하며 성불을 꿈꿨다. 전시에선 약사여래에게 “남성이 되게 해달라”고 한 고려 금산군부인 전씨 여동생의 발원문, 아미타여래와 극락으로 향하길 바란 마음을 담은 불화들, 또 자신과 가족의 극락왕생을 빌며 머리카락을 넣어 수놓은 불화 등을 볼 수 있다. 전시의 2부 ‘여성의 행원’에선 불교미술품의 후원자와 제작자로 활약하며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나려 했던 여성들의 역할을 조명한다. 1부 전시 ‘다시 나타나는 여성’은 불화나 조각상에서 여성이 어떻게 재현됐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관음보살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95년 만에 국내에 전시돼 화제가 된 7세기 백제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젊은 청년으로 묘사된 관음보살이다. 이는 무릎에 아이를 안은 어머니의 모습(송자관음보살도), 반투명한 베일로 머리를 가린 채 선재동자를 바라보는 어머니와 같은 모습(수월관음보살도) 등으로 변주된다. 6월 16일까지. 1만4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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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성동실험실에 목련 작품 5점이 피었습니다

    찌푸린 듯한 표정 속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오만상(五萬相)의 얼굴로 유명한 권순철 작가(80)는 선팅도 안 돼 속이 훤히 보이는 낡은 승용차를 탄다. 어떤 사람에게 차는 자신을 드러내는 척도지만 권 작가에겐 화구를 싣고 작업실과 집을 오가는 운송 수단일 뿐이다. 그런 그의 차가 봄이 되면 집도 작업실도 아닌 장소에 잠시 멈추는데, 바로 동네 곳곳 목련이 핀 곳이다. 권 작가는 “1년 중 목련은 (봄철) 아주 잠깐 피기에 그때마다 차를 끌고 가 창밖으로 꽃을 보고 그린다”고 했다. 권 작가는 사람은 기차역과 병원, 거리에서 보고 그리고, 산은 밝은 낮부터 어두운 밤까지 오랜 시간 관찰하며 그린다. 아름다운 꽃 역시 자연 속에 피었을 때 눈으로 보고 그리는 것이다. 그러니 봄이 되면 그의 낡은 차는 간이 작업실이 된다. 그렇게 그린 목련 작품 5점(사진)을 서울 종로구 창성동실험실에서 볼 수 있다. 창성동실험실은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가 낡은 한옥을 고쳐 운영하는 문화공간이다. 이 교수가 권 작가에게 개인전을 제안했는데, 권 작가가 다른 작가를 초청하며 그룹전 ‘이매진’이 됐다. 이 교수가 동아일보 칼럼을 통해 선보이기도 한 로봇 그림 작품을 비롯해 이순려 하전남 안성진 정혜나 등의 작품 50여 점을 볼 수 있다. 4월 7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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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0년이 지나도 감동을 주는 그림 속 아기의 손짓[영감 한 스푼]

    오늘 뉴스레터는 ‘프란스 할스’ 회고전 큐레이터 인터뷰 마지막편입니다. 프리소 라메르처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달라고 했을 때 그는 위의 어린 아기가 그려진 그림을 이야기했습니다.그러면서 우리가 그림에서 기대하는 감동은 무엇인지, 또 수백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대화까지 나누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어 지난 2주간 자세한 내용을 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그럼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초상화처럼 공들인 할스의 풍속화할스는 거리의 인물을 깊이 끌어당겨서 초상화처럼 그려요. 이 때문에 우리는 그림 속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공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작게 그리면 감정을 알기 어렵잖아요. 그러니 할스가 소년 어부 같은 아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애정과 관심을 가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술 취한 사람, 물고기 잡는 어부처럼 평범한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그린 프란스 할스의 장르화가 인상파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풍속화는 네덜란드 그림에 꽤 오래된 전통이기도 합니다.- 풍속화 같은 일상의 장면, 그러니까 ‘장르화’라고 하죠. 그런 주제는 네덜란드 황금기 회화의 특징이기도 하잖아요. 할스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맞아요. 장르화는 16세기 네덜란드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스는 이런 장르화를 일종의 초상화처럼 그립니다. 이 장르화들은 주문 받은 게 아님에도 초상화처럼 공들여 그려요. 거기서 알 수 있는 건 ‘할스가 이런 평범한 사람들도 아주 진지하게 보고 있다’하는 점입니다.약간 우스꽝스럽게 그리는 뉘앙스는 있지만 그것이 캐리커처의 수준까지 내려가진 않아요. 그러면서 인물들을 아주 깊이 끌어당겨서 초상화처럼 그리죠. 이 때문에 우리는 그림 속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공감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작게 그리면 감정을 알기 어렵잖아요. 그러니 할스가 소년 어부 같은 아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애정과 관심을 가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럼 할스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그런 감각이 있어요. 소년 어부뿐 아니라 다른 그림에서도요. 하지만 21세기 관점에서 따뜻한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말레 바베’(할스가 살던 지역에서 유명했던 알콜중독자 혹은 정신이상자를 그린 그림)를 보면 할스는 그녀를 정말로 아름답게 그리지만, 어깨에 부엉이를 놓았어요. 이 부엉이는 그녀가 ‘바보’(fool)임을 상징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이런 표현은 용납되지 않죠.그러니까 할스는 17세기 사람이었고, 이 시대에 바보는 바보라고 놀림 받았음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 시대의 맥락에서 있는 따스한 감성은 느낄 수 있죠.‘북치는 남자’(the Rommel-Pot Player)의 주인공도 정신 장애가 있는 인물이거든요. 그를 둘러싼 아이들은 즐겁게 웃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바보를 에워싸고 놀리고 있는 거기도 해요. 그러니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죠.- 그러니까 장애인을 향한 짓궂은 농담도 담겨 있는 거군요.그렇죠. 그럼에도 인물들의 얼굴은 매우 아름답게, 공을 들여 그렸어요. 21세기의 관점을 할스가 알 수는 없었겠죠. 그럼에도 시대를 뛰어 넘는 가치나 휴머니티, 이런 것을 할스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오래 전 그림 앞에 서면 그것이 가진 수백 년 수천 년의 세월에 내가 작아지는 걸 느껴요.그런데 동시에 (아주 사소한 아기의 손짓처럼) 인간이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지켜온 무언가가 있고, 나도 그걸 갖고 있으며, 내 뒤로도 그게 이어질 것임을 알면 다시 내가 큰 존재임을 깨닫게 됩니다.미술사가 아름다운 이유는 이것이죠.- 전시된 모든 작품이 각자의 매력이 있겠지만, 그래도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저한테 가장 감동을 준 작품은 ‘유모와 함께 있는 카타리나 호프트’에요. 할스가 아주 감각적인 사람임을 보여주는 그림이거든요. 또 인간적이고 친밀한 감성이 드러나는데, 결국 이런 것이 제 취향엔 맞는 것 같아요. 전시된 작품 중 하나를 집에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면 이 작품을 선택할 거에요.”- 아기가 입고 있는 옷의 디테일 표현이 인상적이었어요.그것도 있지만, 아기의 부드러운 미소와 손의 움직임이 인상적이에요. 아이와 유모가 서로 친하고 가까운 관계임을 알 수 있지만, 한편으로 아기는 유모를 손으로 밀어내고 있어요. 실제로 어린 아기들은 이런 행동을 하거든요.그러니까 아기가 입은 화려한 옷이나 장신구는 17세기의 것이지만, 두 사람의 눈길과 손짓은 인간이라면 수백 년이 지나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 감동적이죠.”- 맞아요. 아주 인간적인 모습이에요.“네 아주 인간적인. 이런 인간적인 모습들이 드러나기에 수백 년 전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아요.미술사가 아름다운 이유는 이것이죠.오래 전 그림 앞에 서면 그것이 가진 수백 년 수천 년의 세월에 내가 작아지는 걸 느껴요.그런데 동시에 인간이 오랜 시간 동안 변하지 않고 지켜온 무언가가 있고, 나도 그걸 갖고 있으며, 이것이 내 뒤로도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면 내가 다시 커지는 걸 느끼니까요.결국엔 그런 인간적인 것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초상화들이 권력이나 부를 과시하려 노력했는데 결국 남는 건 소박해 보이는 인간성이라는 점이 흥미로워요. 이것이 결국 인상파를 넘어 현대미술의 문을 열어 주었잖아요.“그것이 바로 우리가 할스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에요.할스는 왕이나 도시의 평범한 사람들이나 동등하게 바라보고 그렸어요. 왕이 얼마나 권력이 있는지를 과시하는 데 할스는 분명 관심이 없었고, 다른 무언가를 찾으려 했죠.그런 노력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그의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또 감동까지 주고 있습니다.”- 2024년의 관객이 이 전시를 보고 무엇을 느꼈으면 하나요?“인류의 전통이요. 결국 우리 모두는 인간이잖아요. 전시장에 걸린 그림들은 결국 그림이다. 인간이 만든 것이다라는 걸 봤으면 좋겠어요.”- 그림들의 느슨한 붓터치는 ‘결국 나는 캔버스 위에 물감으로 그린 그림에 불과해’라고 주장하는데, 그것이 인간의 감정과 마음을 담고 있고, 그런데 결국 그림은 그림일 뿐이고….“할스가 이런 역설을 즐긴다고 봐요. 예술의 핵심은 언제나 무언가 만들고 그것으로 감정을 촉발하는 거잖아요.느슨한 붓터치 때문에 우리는 이게 회화임을 알 수 있죠. 결국 그림은 사람이 만든 거예요. 그런데 그 안의 내용은 아주 인간적인 것들이고, 이것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와요.현대미술은 캔버스 말고도 엄청나게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결국 그 작품들이 하고 싶은 것도 인간에 대해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는 것이듯…제가 미술사를 공부하며 갖게 된 관점이 있어요. 과학에서 누군가 연구로 새로운 변화를 만들 듯, 예술이라는 분야도 사람이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에요.이 전시에 깔린 저의 믿음은, ‘사람의 가능성이 얼마나 무한한가’입니다. 400년이 지나도 그림 속 사람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는 것처럼이요.“🔖프란스 할스 인터뷰 시리즈 다시보기※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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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은 부서져도… 당신 있기에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이어라

    전시장 한가운데 낡은 나무 문들이 벽처럼 나란히 줄지어 웅크리고 있다. 성인 한 명만 들어갈 정도로 열린 틈으로 다가서면 누군가가 누워 있었던 것 같은 침대가 쓸쓸히 놓여 있다. 그 옆으로는 유리병과 의료 도구가 수북이 쌓여 있어 침대의 주인이 아픈 사람이었음을 짐작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가 1991년에 만든 ‘밀실 1’이다. 부르주아가 어린 시절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 있었던 엄마에 대한 기억을 담은 작품 ‘밀실 1’이 제주도를 찾았다. 20일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에서 개막한 기획전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은 부르주아와 로버트 테리엔, 시오타 지하루, 정연두, 강서경, 민예은 등 국내외 작가 10개 팀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장 속 작품 대부분은 기억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미국 사진가 셰릴 세인트 온지의 ‘새들을 집으로 부르며’ 연작은 인지저하증으로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기록한 사진들이다. 따스한 햇볕 아래 엄마의 흰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모습, 농장의 말과 머리를 맞댄 모습 등 평화로운 일상을 담았다. 20일 미술관에서 만난 작가는 “처음엔 아픈 엄마의 사진을 찍어도 되나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며 “미국에서는 제 작품이 너무 어둡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행복과 기쁨이 드러나 좋았다”고 말했다. 민예은 작가의 설치 작품 ‘기억이 어떤 형태를 이룰 때’는 오래된 방이 산산조각 나 흩어진 것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민 작가는 “각 조각들을 유심히 보면 아시겠지만, 천장과 벽으로만 이뤄지고 바닥이 없다”며 “조각을 합쳐도 닫히지 않는 직육면체가 되는데 이를 통해 완전히 잡히지 않는 부유하는 기억을 다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민 작가의 작품 옆에는 거대한 방 안에 탬버린만 덩그러니 놓인 로버트 테리엔의 설치 작품 ‘무제(패널 룸)’가 함께 놓여 대조를 이룬다. 기억과 인지력이 서서히 사라지는 과정을 음악으로 담은 ‘더 케어테이커’는 화가 이반 실과 함께 오디오 설치 작품 ‘텅 빈 환희의 끝 어디에나’를 전시했다. 11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43분 분량의 음악 앨범과, 이 음악을 토대로 이반 실이 그린 회화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다. 데이비스 벅스의 ‘재구성된 풍경’ 연작은 건축 현장에서 주운 나무 합판 위에 풍경을 그린 다음 합판을 부숴서 조각냈다. 부서진 조각을 다시 퍼즐을 맞추듯 모아서 벽에 걸었다. 작가는 “기억이 과거에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지금 우리의 마음속에서 재해석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오타 지하루의 신작 ‘끝없는 선’은 책상이 있는 공간 위로 알파벳이 달린 검은 실이 끝없이 늘어져 기억을 구성하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밖에 정연두의 ‘수공기억’, 천경우의 ‘가장 아름다운’과 포도뮤지엄이 기획한 테마공간 ‘Forget Me Not’ 등을 볼 수 있다. 내년 3월 20일까지. 1만 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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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소리처럼… 누구나 경계없이 목소리 내는 판 펼치겠다”

    “저는 항상 일반 대중을 위해서 전시를 합니다. 제가 (2005년) 리옹 비엔날레 감독을 맡았을 때 50만 명이 방문했는데, 이들은 미술계 사람이 아니었어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은 니콜라 부리오가 26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리오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엔날레 참여 작가 명단을 발표했다.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라는 주제로 9월 7일 개막하는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30개국 73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부리오는 관객 참여로 완성되는 예술 작품을 전면에 내세워 여러 전시를 흥행시킨 스타 큐레이터다. 지난해 그가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선임됐을 때 국내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부리오는 “시각 언어는 문자를 몰라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보편적이고 파급 효과가 크다”며 “좋은 예술 작품을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전시를 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 부리오는 이번 전시를 한 편의 오페라 혹은 영화처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주제 ‘라르센 효과’, ‘폴리포니’, ‘원초적인 소리’로 이뤄진다. 라르센 효과는 두 음향기기 사이가 너무 가까울 때 기괴한 소리가 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말처럼 첫 번째 전시장은 좁은 공간 안에 많은 작품이 붐비는 형태로 조성된다. 이는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의 발달로 지구 속에 너무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이 공간을 지나가면 다음에는 다양한 곳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어우러지는 ‘폴리포니’, 그리고 미시적인 분자부터 광활한 우주까지 표현하는 ‘원초적인 소리’로 이어진다. 즉 좁은 공간에서 점점 넓은 영역으로 나아가는 구성이다. 부리오는 “이 전시를 영화 장르로 비유한다면 프랑스 영화감독 크리스 마르케르의 ‘시적 다큐멘터리’와 같을 것”이라고 했다. 부리오는 “비엔날레는 미술관 전시와 달리 지금의 현대미술을 보여 줘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생존 작가로만 구성했다”고 말했다. 참여 작가 중에는 필리프 파레노처럼 유명 예술가도 있지만, 1980∼1990년대에 출생한 신진 작가도 많다. 부리오는 “내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갖고 있는지, 단순히 예쁜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요소를 가졌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작가가 43명으로 절반 이상인데, 일부러 성비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현대미술에서 그만큼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의 과거 전시는 미술관에서 요리를 해 음식을 나눠 먹는 등 관객 참여 프로그램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번에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앞 카페 마당에서 프랑스인 셰프가 광주의 전통 음식을 재해석해 관객이 먹어 볼 수 있는 예술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또 전시장 근처 양림동의 폐가나 버려진 파출소, 예술가의 작업실 등에 예술 작품을 설치할 예정이다. 그는 “판소리는 북과 사람의 목소리로만 이뤄지는 최소한의 오페라라는 점, 그리고 누구나 경계 없이 감상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 되었다”며 “소리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간의 의미가 무엇인지 탐구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리오는 1998년 비평서 ‘관계의 미학’을 출간하고 세계적 주목을 받은 뒤 1999년 프랑스 파리의 현대미술관 팔레 드 도쿄를 공동 설립하고 2006년까지 공동 디렉터를 맡았다. 또 영국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 큐레이터, 프랑스 몽펠리에 현대미술관장 등을 지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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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 때마다 달라지는 게 재즈의 매력… 다 해보자 싶어 여러 시도하고 있죠”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재즈 디바’ 나윤선(사진)은 1월 새 정규앨범 12집 ‘Elles’를 전 세계에 동시 발매했다. 에디트 피아프부터 비외르크까지…. 자신의 음악 인생에 영향을 준 여성 음악가들의 10곡을 재해석했다. 발매 직후 ‘Elles’는 아이튠스 프랑스 앨범 차트 종합 3위, 독일 재즈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1, 2월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룩셈부르크 등 유럽 투어를 마친 그가 한국을 찾았다. 다음 달 17일에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도 연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나윤선은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하고 등장했다. “팬데믹 이후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 확 바꾸자는 생각이 들었고 친구의 조언으로 한 스타일”이라며 “처음엔 굉장히 어색했지만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앨범에는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 로버타 플랙의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에디트 피아프의 ‘La Foule’ 등이 수록됐다. “좋아하는 음악 300곡을 고르고 추리다 보니 전설 같은 여성 가수들의 노래가 남았다”는 설명이다. 6번 트랙에 실린 빌리 홀리데이의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는 2일 별세한 부친 나영수 한양대 성악과 명예교수가 합창곡으로 편곡할 때 처음 들은 음악이다. 나윤선은 “아버지는 가장 존경하는 스승이자 나의 열렬한 팬”이라고 회고했다. “앨범을 내는 건 공연을 하기 위해서”라고 말한 나윤선은 무언가를 기록하고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재즈라는 음악이 할 때마다 달라지는 것”이기에 그는 늘 무대와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소감에 대해 물었을 때도 그는 “숫자에 민감하지 않아 (올해) 30주년이 된 지도 몰랐다”며 “이렇게 음악에만 전념해서 살 수 있었다는 게 행운”이라고 했다. 오직 노래하는 순간에만 집중하려는 그에게 스타일을 바꾸고, 앨범 표지를 화려하게 꾸미는 등 무언가를 포장하는 일은 어색해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겸손한 말과 달리 새 앨범은 ‘재즈 가창의 세계에서 독보적인 정교함과 섬세함’(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 ‘엄밀함, 마력, 친밀감으로 세대와 성별을 초월한다’(영국 ‘더 재즈 맨’) 등의 찬사를 받았다. 나윤선은 다음 달 열리는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새 앨범 전곡과 자신의 대표곡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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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의 성경과 아들의 소설책[영감 한 스푼]

    노랗게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해바라기와 귀를 자르는 기행, 그리고 평생 한 점의 작품밖에 팔지 못했던 비운의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를 생각할 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러나 고흐의 작품 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를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랑받게 하는 것은 광기와 좌절 같은 극적인 스토리만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오늘은 고흐가 그린 정물화 두 점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 두 정물은 유명한 해바라기도, 아름다운 꽃도 아닌 바로 책을 그린 작품입니다. 하나는 고흐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직후 그린 ‘성경이 있는 정물’(1885년), 또 하나는 ‘프랑스 소설책 더미’(1887년)입니다.묵직한 성경책과 노란 소설책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흐의 작품을 소장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그의 대표작들이 걸린 전시장에서 ‘성경이 있는 정물’을 만났습니다. 두꺼운 책이 테이블 한가운데에 사다리꼴 모양으로 펼쳐져 묵직한 무게감을 뽐내고 있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이 무거운 책 오른쪽 아래를 가벼운 노란 책이 경쾌하게 받치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끕니다. 고흐는 이 그림에 대해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갈색빛 배경 위에 가죽 장정을 한 성경책이 펼쳐져 있고, 레몬빛 노란색이 들어간 정물화를 보낸다. 이 그림은 하루 만에, 단숨에 완성한 거야.” 편지 내용을 보면 고흐는 어두운 배경, 펼쳐진 성경책의 흰색, 그리고 작은 책의 노란빛까지 색채의 조합에 집중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림 속 책들이 무엇인지 자세히 보면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펼쳐진 책은 이 그림이 완성되기 직전 세상을 떠난 고흐의 아버지가 갖고 있던 성경책입니다. 아버지가 동생 테오에게 주라고 했던 책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 책보다 작지만 색채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책은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의 ‘삶의 기쁨’입니다. 고흐가 즐겨 읽었던 책입니다. 성경책 옆에는 촛불 꺼진 촛대가 그려져 있어 마치 죽음과 삶을 대비시키는 것 같습니다. 고흐는 어떤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요?“아버지는 이 시대를 이해 못 한다” 고흐는 집을 떠났다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이 무렵 부모님 집으로 돌아와 그림에 몰두했습니다. 이때 불편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편지에서 “모든 것이 갖춰진 집보다 저 먼 습지에 있는 것이 덜 외로울 것 같다”거나 “아버지는 나의 자유를 향한 갈망, 벌거벗은 진실을 향한 갈망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괴로움을 토로했죠. 여기서 고흐가 언급한 ‘벌거벗은 진실을 향한 갈망’은 그가 그린 또 다른 정물 ‘프랑스 소설책 더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정물화에는 졸라, 기 드 모파상 등 당대 지식인들이 즐겨 읽었던 프랑스 자연주의 소설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색채가 아주 밝고 경쾌한 톤으로 표현된 것이 인상 깊죠. 고흐는 이 프랑스 문학가들이 “우리가 느끼는 있는 그대로의 삶을 진실하게 그린다”고 칭찬했습니다. 즉, 성경책과 졸라 소설의 대비는 종교와 관념이 지배했던 과거의 사상과 개개인이 느끼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인정하는 새로운 예술과 문학을 교차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목사였던 고흐의 아버지는 졸라를 비롯한 당대 문학이 신을 부정한다고 생각해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고흐는 “아버지가 이 시대를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며 답답하게 여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불 꺼진 촛대 옆 성경은 저물어가는 시대를, 레몬빛 작은 ‘삶의 기쁨’은 밝아오는 새 시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고전이 열어주는 마음의 세계 그렇다고 고흐가 이 그림에서 성경이나 아버지를 부정한 것으로 보기는 힘듭니다. 엑스레이로 그림을 보면 성경책을 더 반듯한 사각형으로 고쳐 그린 흔적이 나타나는데, 이는 성경을 더 크고 비중 있게 그리려고 했던 의도입니다. 또 펼쳐진 구절은 예수가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희생과 수난을 겪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이사야 53장’으로 고흐가 평소 좋아했던 구절입니다. 오히려 그림에서는 ‘벌거벗은 진실’을 갈망한다는 말처럼, 과거든 현재든 자신이 마주한 삶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으려고 했던 태도가 보입니다. 고흐는 성경 속 구절을 실천하려 선교사 시절 교회에서 내준 집을 노숙자에게 주었다가 쫓겨나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뒤에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전기를 읽고 감동받아 시골 농부와 가난한 사람들을 그렸죠. 또 고흐가 평생 쓴 편지에는 저자 150명, 책 800여 권이 등장합니다. 그만큼 많은 책을 읽고 가까운 이들에게 추천했고, 말년 정신적 괴로움에 시달릴 때도 ‘엉클 톰스 캐빈’과 찰스 디킨스를 읽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습니다. 프랑스 문학뿐 아니라 토머스 칼라일의 철학서, 셰익스피어와 디킨스의 문학도 즐겨 읽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고흐는 “책과 현실과 예술은 나에게 모두 같은 것”이라는 말도 남겼습니다. 사회와 타협을 거부하고 불안정한 삶을 살았던 그를 버티게 해준 한 가지는 바로 세상을 깊고 넓은 눈으로 담은 고전 문학임을, 두 그림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발송됩니다. QR 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을 하시면 e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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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 감시 아닌 소통도구” 백남준이 그린 미래는 왔는가?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를 통해 암울한 감시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던 1984년 1월 1일.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를 인공위성으로 실시간 연결한 생방송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전파를 타고 미국, 프랑스, 독일, 한국의 텔레비전으로 방송됐다. 비디오 아트 선구자 백남준(1932∼2006)이 기획해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는 시대를 낙관한 ‘굿모닝…’은 전 세계 2500만 명이 실시간으로 시청했고 그의 대표작이 됐다. ‘굿모닝…’ 4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일어나 2024년이야!’가 경기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21일 개막했다.● 케이지부터 몽탕까지, 화려한 출연진 ‘굿모닝…’은 유명한 작품이지만 1시간 가까운 분량의 영상 전체를 큰 화면에서 감상할 기회는 흔치 않다. 전시장에 가면 이 작품 전체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총 22개 시퀀스 중 8개 시퀀스를 작은 모니터를 통해 골라 볼 수 있다. 동료 예술가 샬럿 무어먼의 ‘TV 첼로’ 연주 장면을 비롯해 존 케이지의 사운드 퍼포먼스와 현대미술 거장 요제프 보이스의 ‘오웰의 다리-21세기를 위한 바지’ 퍼포먼스가 교차 상영되는 시퀀스, 머스 커닝햄이 ‘스페이스 요들’ 춤을 추는 장면 등이 전시됐다. 전시장 입구 터치스크린을 통해 장면별 설명과 등장인물 소개도 볼 수 있다. 케이지, 보이스, 커닝햄 등 당대 예술을 이끌었던 아티스트들과 함께 이브 몽탕, 오잉고 보잉고, 사포 등 대중 음악가들의 영상이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백남준이 유럽, 미국, 아시아 등 대륙은 물론 순수 예술과 대중문화 간 경계를 허물고 연결하고자 했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백남준이 ‘굿모닝…’ 제작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앨런 긴즈버그, 케이지, 보이스와 함께 만들었던 판화도 전시됐다. 김윤서 학예연구사는 “백남준은 1984년이 오는 것을 대비해 1983년 초부터 시나리오를 만들고 방송국 관계자를 만나 기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했다”며 “그가 시대 흐름을 읽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예술가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오웰에게 보내는 긍정의 새해 인사 백남준은 왜 ‘굿모닝…’을 기획했을까? 그는 1993년 9월 26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TV를 통해 재미만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부처의 모습과 달, 물고기, 컴퓨터 그래픽을 넣어 재미를 방해했다”면서도 “매스미디어가 독재자의 수중에 장악돼 민중의 눈을 가려 세상이 망하게 될 것이라는 오웰의 생각에 도전장을 냈다”고 썼다. 즉 ‘TV 부처’ 같은 작품이 사람들의 집중력을 빼앗고 세뇌하는 매스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다룬 것이라면, ‘굿모닝…’은 그 기술을 잘 활용해 세계를 연결하고 소통하는 미디어의 긍정적인 면모를 부각한 것이다. 백남준은 이어 “미디어는 정보를 전달해주는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이며 정보 단절의 시대에 대중의 눈을 일깨우는 이른바 ‘전자 고속도로’라며 그런 의미에서 ‘굿모닝…’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1984년 정월에 방영된 이 프로는 망하지 않고 건강하게 생존했던 우리들이 오웰에게 보내는 새해 인사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기술이 새로운 소통과 평화를 열어줄 것이라 믿었던 백남준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김 학예연구사는 “1984년 이후 기술은 더욱 극적으로 발전했지만 우리는 그만한 세계 평화에 도달했는지 전시를 통해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년 2월 23일까지. 무료. 용인=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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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 고흐와 휘슬러를 매료시킨 일상과 붓터치[영감 한 스푼]

    오늘 뉴스레터는 지난주에 이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레익스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란스 할스’ 회고전 큐레이터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지난주 뉴스레터가 할스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엔 한국의 관객에게 익숙한 페르메이르와 비교해 할스는 어떤 작가인지, 또 그가 제임스 휘슬러, 빈센트 반 고흐 등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인상파 화가들에게 미친 영향을 다룹니다.고요함의 페르메이르, 움직임의 할스사실 레익스미술관은 렘브란트의 ‘야경’과 페르메이르의 작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 라메르처에게 한국인에게 익숙한 페르메이르와 비교해 할스의 특징에 대해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할스와 페르메이르를 비교한다면 어떻게 다른가요?“페르메이르의 그림에서는 벽이 사람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예요. 또 그림 속 인물들은 아주 이상적인, 고요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죠. 그리고 그림 속 모든 것이 얼어붙어서 순식간에 멈춘 듯한 느낌. 이런 미학이 지금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할스의 그림은 이와는 정반대로 큰 움직임과 반응을 그리려고 해요. 할스가 만든 기적은 카메라가 발명되기 200년 전에 일종의 ‘스냅숏’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그림 속 어떤 사람은 완전히 측면으로 관객을 보지 않게 묘사되어 있는데, 1초 뒤엔 꼭 나를 쳐다볼 것처럼 표현되어 있어요.이런 것들은 요즘에는 사진이나 영화 같은 매체가 흔해서 새로워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생동감 있는 표현을 매일 신문이나 광고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할스의 새로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합니다.인상파, 반 고흐, 우키요에 같은 종류의 미학이 지금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고 페르메이르의 작품도 같은 결에 놓여 있죠. 여러 가지 요소를 결합하면 이런 인기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거예요.그런데 저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레익스미술관장을 맡았던 슈미트 데헤너의 말을 인용하고 싶어요. 데헤너는 페르메이르가 “2급 작가 중에서는 가장 잘 그린다”고 했거든요. 불과 80년 전에 말이에요! 아주 흥미롭죠? 지금은 누구도 그렇게 말할 수 없잖아요.”- 놀랍네요. 지금은 어쩌면 렘브란트보다도 더 인기가 있잖아요.“슈미트 데헤너는 미술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어요. 그는 고야, 엘 그레코, 렘브란트처럼 사람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예술가를 거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페르메이르는 최고의 화가는 아닐 수 있죠.페르메이르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미학적 관점을 갖고 있는 것이고 이것은 또 변할 수도 있어요. 우리가 무언가를 좋아할 때 그것을 왜 좋아하는지, 무엇이 나의 취향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우리 모두는 세계의 일부분이고, 전 세계가 비슷한 취향을 갖고 있다는 것도 특별하고 재밌는 현상이죠.”반 고흐, 휘슬러가 반한 일상과 붓 터치- 그런 가운데 왜 지금 미술관에서 할스를 보여주고 싶었나요?“물론 네덜란드에서는 19세기부터 렘브란트, 할스, 페르메이르가 17세기 예술의 3대 거장이었어요. 렘브란트는 항상 유명한 화가였고, 페르메이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사랑받기 시작했죠.이에 반해 할스는 조금씩 기억에서 잊혀져 가고 있었어요. 특히 해외에서 그랬어요. 네덜란드에서도 할스를 아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 길거리에 나가 ‘할스를 아느냐’고 젊은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화가가 아니라 “길 이름에서 들어봤다”고 할 거에요.그러니까 취향이 변하면서 인기는 예전만 못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매우 독창적인 화가이자 중요한 예술가이기 때문에 조명할 필요가 있죠. 할스가 받아 마땅한 관심을 사람들이 갖게 해주자. 그의 독창성을 최대한 널리 알리자는 생각에서 이 전시를 베를린과 런던에서도 개최합니다.”- 그의 독창성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느슨한 붓터치죠. 이러한 붓터치는 인상파 덕분에 현대인에게는 아주 익숙한 것이지만, 당대에는 혁신적인 것이었어요.”- 인상파 화가들이 할스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을 전시에서도 느낄 수 있었어요. 제가 궁금했던 건 할스의 페인팅 스타일이 영향을 미쳤는지, 아니면 평범한 일상의 장면 같은 주제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였습니다.“둘 다예요. 이것도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예요.(할스를 발굴한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겸 기자였던) 테오필 토레뷔르거나 구스타브 쿠르베는 프랑스가 17세기 네덜란드 공화국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아주 강하게 주장했어요. 또 빈센트 반 고흐는 할스가 ‘길거리의 사람들을 이상화하거나 종교적으로 만들지 않고 본 그대로 그리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고 쓴 기록이 있습니다. 할스는 무엇을 더 꾸미고 과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죠.다른 포인트는 느슨한 붓터치에요. 휘슬러가 할스의 그림을 보기 위해 할렘에 가서, 펜스를 넘어 그림을 직접 만져봤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할스가 어떻게 그림을 그렸는지를 아주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 거예요. 휘슬러는 그림이 만들어내는 환영이 아니라 붓터치를 어떻게 했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던 거죠.”(다음 뉴스레터로 이어집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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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만에 다시 꺼낸 여성 작가 3인의 ‘풍경’

    중견 작가들의 초기 작품을 다시 꺼내 재조명하는 프로젝트 ‘에디션R’을 갤러리현대가 선보인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13일 개막한 ‘풍경’전은 김민정(62), 도윤희(63), 정주영(55) 등 세 작가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자연과 우리가 맺는 관계를 형상화한 김민정, 내면의 풍경을 담은 도윤희, 풍경화라는 개념에 도전하는 정주영의 예술 작품이 형성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김민정의 작품은 작가가 이탈리아에 머물며 완성한 것들이다. 한지를 재료로 수채 물감과 먹이 서로를 밀어내는 성질을 활용하거나, 끝을 불로 태운 한지를 재료로 사용하는 등 여러 실험 과정이 드러난다. 도윤희의 작품은 흑연으로 드로잉을 한 뒤 그 위에 바니시(광택제)를 칠해 번지는 효과를 활용했다. 화려한 색채를 드러내는 최근 작품들에 비해 극도로 절제된 색조가 보인다. ‘산의 작가’로 불리는 정주영은 1990년대 작품에서 김홍도와 정선의 회화 일부를 확대해 대형 캔버스에 그렸다. 작가는 “풍경화란 눈으로 본 장면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심리가 개입해 창조하는 세계임을 이 과정을 통해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세 작가의 다른 ‘풍경’들은 각자 다른 길로 펼쳐지게 되는 예술 세계의 시작점을 보여준다. 4월 14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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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의 숨결과 근육을 느끼다, 아흔 조각가의 전성기

    “제 평생 이렇게 많은 기자와 만난 것이 처음이에요. 처음이면서 끝일 수도 있습니다. 90년 가까이 살며 화랑과 계약을 하고 이런 시간을 갖는 것도 처음이라 얼떨떨합니다.” 지난해 서울 관악구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던 김윤신 작가(89)의 말이다. 국내에서 조각가로 활동하다 1983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남미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그는 지난해 국내 국공립미술관 첫 개인전 이후 국제갤러리, 리만머핀갤러리와 공동 전속 계약을 맺고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도 초청받았다. 베니스비엔날레를 약 한 달 앞둔 19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김윤신의 개인전이 개막했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 평소 즐겨 입던 항공 점퍼와 청바지 대신 검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나타난 그는 수십 년간 가족처럼 함께해 온 제자 김란 김윤신미술관장(아르헨티나)의 도움을 받아 차분하게 작품 설명을 이어갔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연작 ‘합이합일 분이분일’과 초기 작품 ‘기원 쌓기’부터 최근 제작한 회화 작품까지 51점을 선보인다. K1 전시장에서는 알가로보, 라파초, 올리브 등 다양한 나무의 속성을 활용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나무는 말없이 서 있으니 사람이 잘 모르지만, 나무는 살아 있다”며 “나무를 좋아하면 나무가 풍기는 향, 근육의 질, 나무가 숨을 쉬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나무와 우리는 형태만 다른 것이지 결국 존재하는 생명이라는 점은 같다”는 말에서 생명으로서 나무에 감정을 이입하며 그 형태를 드러내려는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K2 전시장에서는 지난해 미술관 개인전에서 볼 수 없었던 회화 작품을 대거 만날 수 있다. ‘진동’, ‘내 영혼의 노래’, ‘원초적 생명력’ 등 제목의 작품들은 나이프로 물감을 긁거나 물감을 묻힌 나무 조각을 찍어내는 기법을 활용해 제작했다. 이 때문에 직선의 강렬한 에너지가 두드러지는데, 여기에 국내 작가와는 사뭇 다른 색채를 활용해 한국적이지만 이국적인 감성을 자아낸다. 작가는 멕시코 여행을 계기로 아스테카 문명에서 영감을 받거나, 파타고니아 원주민 마푸체족의 예술에서 한국의 전통 오방색과 유사한 부분을 차용했다. 일부 조각 작품에는 못이 박혀 있는데 이에 대해 작가는 “솔직히 말하면 내 힘으로 뽑을 수 없어 채색만 했다”며 “내 힘으로 뭔가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자연의 재료를 작가 개인의 의지대로 가공하거나 억지로 변형하기보다 그 결을 살리고자 하는 태도가 드러났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도 참석해 작가가 발언할 때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는 등 애정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남서울미술관 전시 소식을 언론을 통해 보았고, 1세대 여성 예술가인데도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직접 전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술관을 찾아가 작가님과도 만나고 그때부터 전시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국제갤러리 K3관에서는 강서경의 개인전 ‘마치’가 개막했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창안한 악보 ‘정간보’의 기호를 토대로 한 ‘정’ 연작과 회화 속에 시간을 담고자 한 회화 연작 ‘모라’ 등을 선보인다. 브론즈를 구부리고 표면을 두드려 제작한 새로운 조각 연작 ‘산’도 볼 수 있다. 두 전시는 모두 4월 28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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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의 화가’ 오용길은 왜… 벌써 해바라기를 그렸나

    ‘봄의 화가’ 오용길 화백(78·이화여대 명예교수)이 해바라기 가득한 풍경을 선보인다. 서울 강남구 청작화랑은 수묵담채 화가 오 화백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장에는 벚꽃, 산수유, 진달래 등 봄꽃이 곳곳에 피어 있는 기존 스타일의 풍경화도 있지만 늦여름 해바라기가 만발한 풍경화처럼 새롭게 시도한 작품도 있다. 오 화백은 “2년 전 경기 안성시 팜랜드에 나들이를 갔다가 해바라기가 가득한 풍경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해 두었다가 화면에 맞게 재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에선 해바라기가 가까운 곳에 아주 크게 그려진 가운데 갑자기 먼 풍경이 펼쳐지는 구도를 볼 수 있다. 김윤섭 숙명여대 겸임교수는 “세필(細筆)로 짧은 터치와 선묘를 무수히 반복한 후 수채화 물감으로 담채 처리해 동서양의 회화 정신을 효과적으로 혼합했다”며 “해바라기를 초근경에 구륵법(윤곽을 선으로 그린 후 채색하는 것)으로 그린 그림에서 대담한 필치가 보인다”고 했다. 1973년 스물일곱 살에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받은 오 화백은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선미술상 등을 수상하며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이화여대 동양화과 교수에서 은퇴한 후 예술의전당 아카데미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동양화 수업을 하고 있다. 전시는 20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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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너는 어느 편이냐’란 물음에 ‘공적 이성’이 답하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한국 최초 여성 대법관 김영란의 ‘판결’ 시리즈 세 번째 책이 출간됐다. 전작 ‘판결과 정의’,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평하며 우리 사회의 쟁점을 짚어 왔다. 이번 책 역시 판결 비평이라는 결은 유지한 가운데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를 그 해석의 토대로 삼는다. 책은 이청준의 소설 ‘소문의 벽’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소설에서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전짓불’(손전등의 불빛)을 들이대며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는 광경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저자는 본다. 특히 뉴 미디어의 시대가 온 지금 “모든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은 누구 편이냐?’며 전짓불을 들이대는 것 같다”면서 말이다. 우리 사회는 유교 등 전통적 사상을 토대로 하는 공동체적 관념이 강하게 남아 ‘전짓불’의 공포가 그대로 있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다원사회이니 자기의 목소리를 내라는 시대적 요구도 강해지고 있다고 저자는 본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도구로 저자는 (유교 사상과 같은) 철학적·도덕적 견해와 독립된 상태에서 사회가 구축한 ‘공적 이성’을 통해 ‘중첩적 합의’에 이르는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를 답으로 제시한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서론에서는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에 대한 해설을, 1·2부는 각각 롤스의 ‘중첩적 합의’와 ‘기본적 자유의 우선성’을 테마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분석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양심적 병역거부, 성전환자 성별 정정, 미성년자 상속 등 우리 사회의 첨예한 쟁점이 된 사건들이 사례로 제시된다. 이를 통해 저자는 법원이 ‘중첩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책은 말미에서 ‘땅콩 회항’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사건을 예로 들면서, 사법 제도 역시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 아니며 사회와 함께 끊임없이 발전하고 공백을 메워 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법관이 ‘법을 말하는 입’에 불과하다는 수동적 위치에 머물 것이 아니라 ‘실패하지 않는 법원’으로 남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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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 귀걸이’ 페르메이르에 이어 뜨거운 관심 받는 ‘이 작가’ [영감 한 스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레익스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이 미술관은 지난해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회고전을 열어 전 세계 미술 애호가를 설레게 만들었던 곳인데요. 이번엔 렘브란트, 페르메이르와 함께 ‘네덜란드 미술 3대 거장’으로 불리는 프란스 할스 회고전이 열립니다. 전시 개막 2주 만에 14만 명이 관람하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저 역시 할스는 프랑스 루브르나 영국 내셔널갤러리에서 지나치듯 보고 ‘흥미롭다’고 생각은 했지만 자세히 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술에 취한 사람, 활짝 웃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처럼 익살스럽고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을 인간적으로 묘사한다는 점이었는데요.전시장에서 그런 그림들을 만나며, 권위와 허세를 내려 놓은 아주 인간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기분에 묘한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전시의 큐레이터인 프리소 라메르처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할스는 어떤 예술가였는지, 또 그의 작품이 왜 중요한지 그와 나눈 이야기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친근하고 호탕한 할스의 사람들어떤 초상화들은 그것을 의뢰한 사람의 부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근엄하고 진지한 모습을 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할스의 초상에서는 플랑드르 지역 특유의 현실주의와 섬세함이 돋보였습니다.자신의 가장 멋진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포즈도 취하고 환하게 웃는 그림 속 사람들을 보며… 할스가 비록 수백년 전 인물이지만 ‘실제로 만나면 어떤 사람이었을까?’가 가장 먼저 궁금했습니다.- 큐레이터님은 그의 작품과 자료를 거의 다 보셨잖아요. 그걸 토대로 볼 때 ‘인간 할스’는 어떤 사람이었을 것 같나요?“사실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아요. 할스의 첫 전기는 그가 죽고 50년이 지난 뒤에야 나오거든요. 그렇지만 할스가 성격 좋은 애주가였다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다만 당대 사람들은 할스의 느슨한 붓터치를 보고, 그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붓도 휘갈긴다고 했는데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할스는 인간적으론 친근했지만 예술가로서는 야망이 넘치는 사람이었어요. 17세기 초반 네덜란드가 아니라 전유럽의 레벨에서 그림의 다른 방식을 찾으려 했던 극소수의 예술가 중 한 명이죠.이 때 이전 그림이 아주 깔끔하고 붓터치가 보이지 않는 매끈한 그림이 주를 이뤘다면, 안토니 반 다이크, 벨라스케스, 렘브란트가 다른 시도를 했고 할스도 이들과 같은 결에 있어요. 아주 빠른 시기에 느슨한 붓터치를 급격하게 밀고 나갔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작가입니다.”- 할스의 느슨한 붓터치를 전시에서도 강조했어요. 유럽 미술사의 맥락에서 이러한 붓터치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느슨한 붓터치는 회화가 결국엔 물감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물질성을 완전히 드러내거든요. 지금도 화가의 손짓이 그대로 드러나기에 이런 그림들은 모던하게 느껴집니다. 할스도 자신이 캔버스에 유화 물감으로 그렸다는 걸 숨기지 않아요.옷의 단추 하나하나가 다 보이지도 않고 디테일을 다 그리지도 않지만 그림 속 사람들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죠. 이렇게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은 붓터치에 의해서 일어나는 일인데, 그 붓터치가 ‘그림은 그림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 점이 아주 흥미롭고, 할스도 이런 생각을 했을 거라고 봅니다.”- 할스의 이런 스타일을 그의 주문자나 후원자들이 새롭고 신선한 것으로 받아들여 좋아했나요? 아니면 할스에게는 리스크가 있는 비즈니스였나요?“1620~30년대 할스는 아주 인기 작가였어요. 그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붓터치를 밀고 나갔기 보다는 상대방에 따라 스타일을 바꿨음을 감안해야 합니다. 한 가지 제가 추측하는 건 할스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그릴 때는 좀 더 느슨한 붓터치를 과감하게 시도했다는 점이에요.예를 들어 마사르 부부의 초상을 보면 초기에 그린 것임에도 과감한 붓터치를 볼 수가 있어요. 그리고 마사르 부부와 할스가 친한 사이였다는 것은 확인되는 사실입니다.요즘도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예술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를 과감함으로 드러내려 하잖아요. 마사르 부부 역시 이런 관점에서 할스의 아방가르드한 붓터치를 받아들이고 시도해보려 했을 수 있어요.그게 아니라 그냥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얻고만 싶은 사람에게는 이러한 스타일이 나타나지 않아요. 할스는 두 고객 층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었던 사람이에요.”- 할스가 술에 취해서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겠지만, 붓터치에서 흥겨운 성격이 어느 정도 보이는 것은 아닌가요?“맞아요. 그의 그림에는 아주 과감한 무언가가 있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성격도 작용했을 거에요. 할스는 절대 소심한 사람은 아니었을 겁니다. 이렇게 그릴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자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하죠.그러나 할스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아 확신하기는 어려워요. 물론 동시대 사람이나 화가들이 할스에 대해 뭐라고 얘기했는지 약간의 기록이 남아 있긴 합니다. 거기서 할스가 밖으로 다니기를 좋아하고 외향적인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는 나와요.또 이렇게 그림을 그려 놓고 정작 자기가 할 말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기도 어렵죠. 그가 그리는 인물들 역시 호탕하게 웃거나 활발한 모습이니. 그런 점이 할스 성격의 일부임은 틀림없습니다.”(다음 뉴스레터로 이어집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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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 한류팬 2억명 넘어, 11년새 24배로… 中 최다

    전 세계 한류 팬(한국문화 동호회 가입자) 수가 2억 명을 넘어섰다고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밝혔다. KF는 외교부와 함께 발간한 ‘2023 지구촌 한류 현황’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14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세계 한류 동호회(온·오프라인) 수는 1748개로 회원 수는 2억2500만 명이다. ‘지구촌 한류 현황’이 처음 발간된 2012년 926만 명보다 약 24배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에 비해선 25.8%(4600만 명) 늘었다. 한류 동호회 규모가 큰 지역은 아시아·대양주로 이 중 중국(1억 명)의 회원 수가 가장 많았고, 동호회 수 기준으로는 태국(123개)이 가장 많았다. 동호회원 수 증가율이 높았던 곳은 미주 지역(80%)이었다. 한류 동호회 중 약 68%는 K팝, 10%는 K드라마 동호회인 것으로 조사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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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잡한 세상 잊고… 드로잉에서 시작한 ‘정돈된 낙서’

    일상에서 떠오르는 감각을 선으로 옮긴다는 점에서는 그라피티와 비슷하다. 그렇지만 거리에서 실시간으로 그려지는 그라피티 특유의 날것의 감각보다는 다소 깔끔하고 정돈된 색과 선이다. 또 정치·사회적 이슈를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최전선의 현대미술 작품들과 달리 불편한 문제를 피해 보기에 가볍고 경쾌하다. 미술 시장에서 사랑받은 미국 작가 에디 마티네즈(47)의 개인전이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서울’에서 14일 개막했다. 2005년부터 최근 작품까지 시기·주제별 작품 3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의 제목은 ‘투 비 컨티뉴드(To Be Continued)’. 마티네즈 작품의 중심이 되는 드로잉과 ‘만다라’ ‘화이트아웃’ 등의 주요 시리즈를 소개한다. 본격적인 전시를 관람하기 전 매표소와 카페가 있는 공간 벽면에 마티네즈의 드로잉이 장식된 것을 볼 수 있다. 작가는 항상 펜과 종이를 들고 다니며 드로잉을 하는데, 이 드로잉에서 일부나 전체를 차용해 회화를 제작한다. 이 때문에 작품의 출발점이 되는 드로잉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장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나비 꽃병 테니스공 등 일상에서 작가의 관심을 사로잡은 여러 형태가 변형된 대형 회화 작품들이 보인다. 드로잉에서와 마찬가지로 선이 중심이 되는데,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작인 ‘이엠아트유한회사 No.4’(2023년) 같은 작품은 작은 드로잉을 확대해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한 다음 색칠 공부를 하듯 채색했다. 높이 3m, 폭 6.7m로 가장 큰 작품인 ‘은하계 같은 풍경―로지아(Loggia)에서 바라보다’(2023년)는 그림을 그린 뒤 흰색을 덧칠한 ‘화이트아웃’ 연작의 하나다. 13일 한국을 찾은 작가는 ‘화이트아웃’ 연작에 대해 “처음에는 그렸던 그림을 지우고 새로 그리기 위해 흰색을 칠했다”며 “그러다 선 위에 흰색이 칠해졌을 때 색다른 효과가 난다는 걸 발견하고 시작된 시리즈”라고 설명했다. ‘만다라’ 연작은 3∼4주 동안 모래로 만다라를 만든 다음 완성되면 지워 버리는 티베트 불교 수행 방식에 흥미를 느껴 그 도상을 차용한 작품이다. 작가는 그러나 만다라의 상징이나 의미보다는 그 형태만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탁자나 나비 시리즈처럼 만다라도 일종의 수단”이라며 “여러 가지 모양과 색을 넣을 수 있는 구조물 같은 형태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이 밖에 카드놀이 테니스공 등이 등장하는 ‘더 딜(The Deal)’ 시리즈와 드로잉을 만날 수 있다. 6월 16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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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보이그룹’ 세븐틴, 日 골드디스크 대상 6관왕

    보이 그룹 세븐틴이 일본 골드디스크 대상에서 6관왕에 올랐다. 13일 일본 레코드협회가 발표한 ‘제38회 일본 골드디스크 대상’에 따르면 세븐틴은 ‘베스트 아티스트’ 아시아 부문상을 수상했다. 또한 미니 10집 ‘FML’과 일본 베스트 앨범 ‘올웨이스 유어스(ALWAYS YOURS)’, 미니 11집 ‘세븐틴스 헤븐(SEVENTEENTH HEAVEN)’으로 각각 아시아 부문 ‘베스트 3앨범’을 차지했다. ‘FML’은 아시아 부문 ‘앨범 오브 더 이어’에도 올랐다. 세븐틴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세븐틴 월드 투어 비 더 선 저팬’은 아시아 부문 ‘뮤직비디오 오브 더 이어’를 받았다. 소속사 플레디스는 “아시아 부문 ‘베스트 3앨범’을 한 아티스트가 독식한 건 골드디스크 시상식 역사상 처음”이라고 밝혔다. 일본 골드디스크 대상은 1987년부터 일본 레코드협회가 개최했으며 1년 동안 발매된 음반, 비디오 판매 실적에 따라 수상자를 정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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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피티 연금술사’ 시릴 콩고, 국내서 첫 개인전… 내일 개막

    프랑스 파리에서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주목받은 뒤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하며 활동 영역을 넓힌 작가 시릴 콩고(54)의 국내 첫 개인전 ‘그래피티의 연금술사, 시릴 콩고’가 14일 서울 성북구 뮤지엄웨이브에서 개막한다. 3개 층에서 선보이는 전시는 작가의 영상, 회화, 조각, 네온아트, 협업 작품 등 45점을 선보인다. 우선 작가의 거리 활동상은 1층 전시실에서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거리의 작업을 캔버스로 옮긴 회화 작업이 전시되는데 앤디 워홀, 구사마 야요이 등 유명 예술가들의 초상화도 그렸다. 3층에서는 샤넬·에르메스 등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한 스카프, 가방, 옷 등을 선보인다. 프랑스인 어머니와 베트남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는 1986년 처음 그라피티 작업을 시작한 뒤 프랑스 파리, 중국 홍콩, 멕시코 과달루페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했다. 홍콩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다 에르메스 관계자의 눈에 띄어 2011년 에르메스와 협업해 실크 스카프를 만들었다. 이후 시계 브랜드 리처드 밀, 샤넬 등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과도 협업했다. 작가는 프랑스 바뇰레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그라피티 축제인 ‘코스모폴리트(Kosmopolite)’의 창립자로 세계 그라피티 아트의 주요 인물이기도 하다. 6월 1일까지. 6000∼1만5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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