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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강조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그린란드 방어 훈련 참가를 위해 병력을 파견한 유럽 8개국에 다음 달부터 10%, 6월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7일(현지 시간) 밝혔다. 20일 재집권 1년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동맹에 다시 한번 관세 폭탄을 투하하며 재집권 2년 차의 문을 연 것이다. 1949년 설립 후 77년간 북미와 유럽의 집단 안보를 책임졌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체제 역시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가 알 수 없는 목적으로 그린란드에 접근했다”며 “이들 나라는 2월 1일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10%의 관세를 부과받고, 6월 1일에는 관세가 25%로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그린란드 병합 필요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 8개국이 그린란드 방어를 위한 ‘북극의 인내’ 작전에 병력을 파견하자 관세로 보복 및 경고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전 세계의 안보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이 신성한 땅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며 “이 위험한 상황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종식시키기 위해 (관세라는) 강력한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관세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완전히 ‘매입(purchase)’하는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은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맞은 8개국은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관세 위협은 대서양 관계를 훼손하고 위험한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린란드 훈련에 대해선 “나토 회원국으로서 동맹국들이 사전에 협의한 훈련이며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올해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보이콧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국 정계에서도 초당적 우려가 쏟아졌다. 집권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이번 관세는) 미국, 미국 기업, 미국 동맹국에 모두 나쁘다”며 “나토 분열을 원하는 중국, 러시아 등 적대 세력에만 좋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그린란드인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동맹국의 영토를 그 의사에 반해 강탈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라며 “수십 년 만의 가장 큰 대서양 갈등으로 이어져 나토 방위 동맹의 근본적 균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은행이 왜 음식 배달 사업을 하지?’ 신한은행이 2022년 1월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 공공 배달 앱 ‘땡겨요’를 선보이며 뛰어들자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은행을 예·적금 관리와 대출 업무를 수행하는 곳으로만 인식해 온 대중에게, 은행의 배달 시장 진출은 생소한 행보였기 때문이다. 은행이 고유 업무가 아닌 영역에 진출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금융당국은 신한은행의 배달 앱은 허용해 줬다. 민간 배달 앱 수수료율(7.8%)에 비해 2%의 낮은 수수료율을 제공해 자영업자와 상생한다는 취지나 음식점 주문 데이터 등으로 자영업자 신용을 평가해 대출하는 혁신성을 의미 있게 본 것이다. 배달 앱은 지난해 11월 배달 앱 시장 점유율 7.7%까지 성장했지만, 신한은행은 고민이 많다. 앱의 사업 규모가 커져 분사해서 사업을 더 키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분사시키려면 은행법에 따라 은행은 지분의 15%까지만 가질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거대 민간 자본이 지분 대부분을 가져가면 배달 앱의 공공성이 희석되기 쉽다”며 “우리 앱처럼 공공성이 있는 플랫폼은 분사할 때 은행 지분을 높일 수 있게 규제를 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가 혁신 금융 성장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금융권 자금을 과열된 부동산과 손쉬운 대출에서 혁신 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틀기 위해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회사들은 획기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시도되는 다양한 혁신 금융을 벤치마킹하고 싶어도, 규제 탓에 못 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 금융지주 출자 규제 완화안, 9개월째 제자리금융위원회는 지난해 4월 핀테크에 대한 금융지주회사의 출자 제한을 5%에서 15%로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지주가 혁신 서비스를 운영하는 핀테크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법 등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그룹들은 출자 제한 비중과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출자 제한을 10%포인트 늘린다고 재무적(FI) 투자자가 하는 수준 이상으로 협업을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출자 제한 범위를 핀테크 산업에 한정하는 것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웹3.0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출자 범위를 핀테크 외 다른 분야로 넓혀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해당 개정안은 9개월이 지나도록 국회에 제출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5대 금융이 생산적 금융에 441조 원을 투입하기로 한 가운데 ‘생산적 금융’ 분야로 분류되는 74.7%(331조 원)를 차지하는 대출에 대한 세부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데이터센터를 짓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면 생산적 금융 대출로 볼 수 있을지 모호하다. 이 사람이 데이터센터를 지은 뒤 센터에서 임대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출이 아닌 혁신 산업에 대출하자는 생산적 금융의 취지를 고려하면 이런 경우는 생산적 금융으로 분류할지 애매하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금융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했다가 나중에 생산적 금융 여신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금융 당국에서 큰 틀에서의 지침을 제공해야 속도와 실행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적 금융 투입 자금 중 50조 원이 배당된 정책 펀드(국민성장펀드)가 잘 굴러가도록 주식의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기준을 더 완화해 달라는 의견도 있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RWA를 산정할 때 기업 대출, 주식 등 비교적 모험적인 투자에는 가계대출보다 높은 위험 가중치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건전성을 양호하게 관리하기 위해 모험 투자를 꺼리는 편이다. 은행들이 정책 펀드 투자를 꺼리지 않게끔 건전성 기준을 낮춰 달라는 의미다. ● 보험사들 “건전성 규제 부담 덜어줘야” 보험사들은 비상장 주식에 해당하는 정책 펀드에 투자할 때 요구 자본을 계산할 경우 충격 수준 또는 위험계수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요구 자본은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반드시 적립해야 하는 최소한의 자본을 말한다. 지금 규제에 따르면 비상장 주식 충격 수준은 49% 정도인데, 유럽 등 선진시장의 상장 주식이나 장기 보유 주식(25∼35%)에 비해 높다는 얘기다. 당국이 요구하는 충격 수준이나 위험계수가 높으면 보험사들은 자본을 많이 쌓아둬야 해 부담이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충격 수준이 높으면 펀드 투자에 대한 장부가액이 하락해 자본과 순자산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요구 자본 증가로 이어진다”며 “당국이 충격 수준을 완화하면 건전성 규제를 맞추는 부담을 덜어 투자가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금융업계에서는 신기술금융사가 투자 목적회사(SPC)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외부 자금 차입을 허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신기술금융사가 신기술 투자조합을 만들어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형태다. 그런데 재원이 한정돼 투자 규모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차원에서 생산적 금융의 실행을 위한 고환율 등 복합적인 거시 위험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 확대는 해외·투자은행(IB) 부문의 헤지 비용과 이익 변동성을 키우고, 재정 확대·기업 조달 비용 증가로 시장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업금융·인프라 금융의 조달 비용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돈 안 되는 초기 단계, 정부가 총대 메야” 마중물 전략 강조中 빅펀드, 금융지원 추가 확보 기여테마섹 모델, 국가 전략산업 육성성공한국판 생산적 금융이 성공하려면 정부는 정책 금융으로 연구개발(R&D)과 초기 사업단계 자금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높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아 민간 금융이 투자하기 어려운 단계에선 정부의 자금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생산적 금융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초혁신경제 선도를 위한 한국 금융의 생산적 지원 역할 강화 전략’ 자료에 따르면 정책 금융은 혁신 산업 생태계 기반 조성을 목표로 하고 초기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있다. 첨단 제조와 신산업의 경우, 민간 금융으로선 지출하는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긴 데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서 단독으로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중국이 눈에 띄는 사례로 꼽힌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 발표한 산업정책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 정책을 내놨다. 첨단·신흥산업으로 장기 자금이 집중될 수 있도록 국영은행을 중심으로 저리 대출을 지원했다. 정부 자금이 투입된 사모펀드(GGF)는 적극적인 대내외 투자에 나섰다. 국가 반도체 산업투자 펀드(빅펀드)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국가 재정을 투입해 2014년 1기, 2019년 2기, 2024년 3기 빅펀드를 출범시켰다. 3개 국영 펀드의 자본금 규모 합계는 6868억5000만 위안(약 145조3031억 원)에 이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빅펀드 투자는 대상 기업이 은행 대출 등 여타 금융 지원까지 추가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며 “빅펀드가 투자한 기업은 금융회사에 정책 정합성, 투자 적격성 신호로 인식되고 대외 신용도도 높아져 중장기 설비 대출·회사채 발행이 용이해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도 국가 전략산업을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데 성공한 모델로 꼽힌다. KDI는 “항공·통신·금융 등 기간산업 기반 구축에서 시작해 인공지능(AI)·바이오·첨단 제조까지 전략기술 투자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짚었다. 민간 금융은 글로벌 확장을 목표로 대규모 양산, 해외 확장 단계에서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KDI는 설명했다. 예컨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세쿼이아 캐피털, GGV 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미국·유럽 진출에 필요한 마케팅·인프라 비용을 지원받았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도 소프트뱅크와 야후의 투자를 받아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1년을 나흘 앞둔 16일(현지 시간). 그의 트루스소셜에는 두 장의 흑백 사진이 연달아 올라왔다. ‘결단의 책상’으로 불리는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 내 책상 위에 양 주먹을 짚고 선 그가 정면을 응시하는 흑백 사진이었다. 사진 위에는 ‘관세 왕(The Tariff King)’, ‘미스터 관세(Mister Tariff)’란 글씨가 적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 194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설립 후 미국의 오랜 동맹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럽 8개국에 다음 달부터 10%, 6월부터 25%의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병합을 추진하는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공동 방어하려는 ‘매우 위험한 게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최근 1년간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투하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경제가 아닌 안보 사안에서 동맹에까지 관세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함께 싸운 ‘혈맹’ 영국과 프랑스에도 그린란드에 파병을 이유로 보복성 관세를 부과한 건 나토와 동맹의 특수성을 무시한 조치란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세계 평화 위해 그린란드 가져야”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8개국이 최근 그린란드 방어 목적의 ‘북극의 인내’ 작전에 가담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지구의 안전, 안보, 생존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8개국이 “감당할 수 없거나 유지 불가능한 수준의 위험을 초래했다”고도 했다. 지난해 관세 협상을 통해 미국은 영국산 수입품에 10%, 유럽연합(EU)산 수입품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여기에 10%의 관세를 더할 뜻을 밝힌 것이다. 그린란드 병합의 정당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수년 동안 관세나 어떤 형태의 대가도 청구하지 않음으로써 덴마크와 모든 EU 국가들,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수 세기가 지난 지금 덴마크는 (미국에) 보답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세계 평화를 위해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해야 한다는 논리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를 원하고 있다”며 “덴마크가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이들이 현재 가진 건 개썰매 두 대뿐”이라고 했다.● 유럽 국가들 거세게 반발 유럽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에 “관세 위협을 용납할 수 없고 지금 상황에 맞지도 않는다. 유럽인들은 단합해 조율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나토 동맹국들이 집단 안보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동맹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고 동조했다. 그린란드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폴리티코 유럽 등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은 미국산 무기 수입 중단, 유럽 주둔 미군 지원 중단, 유럽 내 미군기지 통제권 회수 등도 거론하고 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그린란드와 무역협정 의회 승인을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의회는 당초 26, 27일 미국과 무역협정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었으나 그린란드 갈등이 불거지면서 승인을 보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EU가 27개국으로 구성된 단일 무역 체제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그린란드 파병 국가 대상 관세 부과가 큰 혼란을 야기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허언’에 그칠 가능성을 제기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위협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美-유럽 집단안보 체제 위기 이번 사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나토를 중심으로 이어져 온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가 근본적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영국 BBC는 “미국과 영국의 ‘특수 관계’가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두 나라는 1, 2차 세계대전과 냉전,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같은 편에서 싸웠다. 또 나토를 통해 긴밀히 협력해 왔다. 미국 내 반대 여론도 높다. 최근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에 따르면 미국인의 73%는 “군사력을 통한 그린란드 점령에 반대한다”고 답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수출용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반도체 전반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또다시 반도체 협상 국면이 열릴 수 있다고 보고 기업들도 긴장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합중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및 그 파생 제품의 수입 조정’이란 제목의 포고문을 내고 “해외 공급망 의존은 중대한 경제적 국가 안보적 위험”이라며 광범위한 반도체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또 미 상무장관과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해외 국가들과 협상에 나서라고 지시하며 “90일 내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하라”고 했다. 4월 14일까지 한국을 포함한 반도체 수출국이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당시 15%의 상호관세에 합의했지만 반도체와 관련해선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만 명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만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을 조건으로 한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도 비슷한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포고문에 담긴 또 다른 조치는 해외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다시 중국 등 해외로 수출되는 반도체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는 엔비디아의 AI 칩인 ‘H200’ 등의 중국 수출길을 터주는 대신 미국에 세금을 내라고 요구한 것이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영국이 아닌 다른 유럽 나라에 있었다면 우리의 아이디어는 아직 머릿속에서만 존재했을지 모른다.” 영국 친환경 냉동운송 시스템 스타트업인 선스왑의 공동 창업자 앤드루 스시스 최고경영책임자(COO)는 지난해 12월 15일 영국 수도 런던 인근 서리의 연구개발(R&D)센터를 아시아 언론 최초로 동아일보에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선스왑이 2020년 창업 후 5년 만에 트럭 냉동운송계의 ‘게임 체인저’로 성장한 비결은 영국의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털(VC)에 있다는 얘기다. 그는 “기후테크 VC들은 아이디어의 싹을 틔우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시작으로 실제 사업성을 갖춰 주는 액셀러레이팅까지 한다”고 말했다. ● 탈탄소 냉동 트럭으로 운송비 81% 감소 선스왑은 디젤 기반 냉동 시스템이 30년 이상 독주하던 트레일러 업계에서 ‘신성’으로 평가받는다. 전기와 태양광으로만 운영되는 ‘탈탄소 냉동 시스템’을 개발해 급성장하고 있다. 트레일러 상부와 측면에 고효율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를 설치하면 운행 중에도 자체적으로 충전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트럭 1대당 이산화탄소 배출을 연간 12t 줄일 수 있다. 냉동 트레일러 운영 비용도 디젤 차량 대비 최대 81%까지 줄었다. 선스왑은 앤드루 등 공동 창업자 3명이 시작한 작은 회사였다. 사업이 아이디어 단계에 불과했던 2020년 기후테크 전문 VC ‘서스테이너블 벤처스’가 전격적으로 15만 파운드(약 3억 원)를 투자하면서 연구개발의 기반이 마련됐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단순 자금 투자뿐 아니라 사무공간을 제공했다. 1년간 재무, 마케팅, 영업, 웹사이트 디자인 등 실무를 돕고, 다양한 교육을 지원했다. 축적된 기후테크 컨설팅 노하우를 살려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유통망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했다. ● 기후테크 VC의 전문성, 성공의 밑거름 사업이 물꼬를 트자 추가 투자가 이어졌다. 영국 유력 바클리 은행, 정부 기후펀드 ‘클린 그로스 펀드’, ‘브리티시 그로스 펀드’ 등이 투자를 결정했다. 셸벤처스의 투자는 선스왑이 유럽 전역의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투자는 ‘기술 혁신’으로 이어졌다. 투자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자체적인 시험 데이터가 쌓이면서 ‘데이터 기반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갖추게 됐다. 인공지능(AI) 데이터 기술을 도입해 시간이 지나면서 배터리 기능을 최적화시키는 시스템까지 마련했다. 선스왑 관계자는 “기존 디젤 기반 냉동 운송 체계는 성능이 떨어지고 고장이 나도 왜 그런지 알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배터리와 냉동 수준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3명이 창업을 꿈꿨던 회사는 현재 직원 100명인 중견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사무실 규모도 6배로 확장했다. VC가 스타트업을 직접 인수하며 기술 혁신이 가속화된 사례도 있다. 영국 노팅엄에 본사를 둔 풍력발전기 예측 정비기업 오닉스는 2024년 세계적인 금융그룹 맥쿼리가 지분을 100% 확보하며 기술 혁신이 속도를 냈다.오닉스는 사전에 고장 가능성을 예측하기 힘들고, 한 번 고장 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풍력발전 터빈을 실시간 점검하는 회사다. 기존에는 풍력발전의 고장 탐지와 진단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맥쿼리의 인수 뒤 감속 운전 여부, 수리 시점, 자원 투입 계획까지 AI로 운영되는 솔루션으로 진화했다. 단순 경보 시스템을 넘어 풍력발전소의 총운영비까지 줄이는 시스템으로 발전한 것이다. 알렉시스 그레논 오닉스 최고경영자(CEO)는 “맥쿼리의 투자로 자원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인재들이 합류하면서 개발 역량이 급속도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VC의 투자 손실 지원하는 영국 정부유럽 지역에서 영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혁신 금융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SEIS 제도가 대표적이다. 영국 정부는 SEIS를 통해 개인투자자가 소규모 기업에 투자하면 최대 50%까지 소득세를 공제해 준다. 투자 주식을 3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고, 투자에 실패해도 손실을 부분적으로 보전해 투자 리스크를 낮춰 준다. 스타트업 컨설팅 전문 기업 도헤 글로벌의 율리아나 이사는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영국의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한 건 리스크가 낮기 때문”이라며 “아이디어 단계에서도 민간 VC들이 망설임 없이 투자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을 키우는 제도들도 영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영국 정부의 연구개발 보조금 지원 제도인 ‘이노베이트 UK’는 초기 개발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지만, 지분을 취득하지 않는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실제 투자에 적용하는 셈이다. 영국 정부가 기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안정적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비결이다. 오닉스 관계자는 “미국은 정권에 따라 기후 정책이 달라지는데, 영국은 5년 단위 탄소 감축 예산이 법으로 이미 규정돼 있어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기후 스타트업 160여 개 품은 英 벤처캐피털창업가 500여 명 자유롭게 드나들어고액 투자자들의 방 별도로 마련“회사 맞아? 카페 아닌가?”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명물 런던아이 인근. 100년 넘은 바로크풍 흰색 벽돌 건물 5층에 들어선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털 ‘서스테이너블 벤처스’ 사옥의 첫인상은 이랬다. 회사 외부는 영국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를 연상케 했지만, 실내로 들어서자 파티룸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입구 바로 앞 카페에선 직원들이 다양한 종류의 음료와 디저트를 30% 할인가로 즐기며 자유로운 토론을 진행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1인용 방에 누워 생각에 빠진 이들도 있었다. 회사 사무실이라곤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이 건물은 1900년대 초부터 런던의 행정기관으로 사용되다 최근 37년간 제대로 된 쓰임새를 찾지 못하고 방치돼 왔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3년 전 런던 중심부의 건물을 ‘기후 테크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공간의 벽과 바닥은 100년 넘은 기존 자재를 그대로 유지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다만 가구, 파티션 등 사무실 인테리어는 모두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공간이 사고를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간을 추구한 것이다. 앤드루 워즈워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 최고경영자(CEO)는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영감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160여 개의 기후 테크 스타트업이 입주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출퇴근 시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이색적인 건 이 공간에 고액 자산가 투자자들의 방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초기 단계부터 교류하며 투자할 회사들을 모색한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투자하고 수익을 거두는 전형적인 VC를 넘어 유망한 기업을 아이디어 단계부터 발굴해 사업 모델을 함께 성장시켜 나가 ‘기후테크 생태계’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워즈워스 CEO는 “우리는 투자자가 아니라 가상의 공동 창업자에 가깝다”며 “기후테크 기업들의 어려움을 초기 단계부터 맞춤형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미국이 반도체 관세 협상을 개시하겠다며 관세 부과 시동을 걸자 정부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포고문이 발표된 15일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포고문의 내용과 영향을 파악하느라 오전부터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방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귀국 일정을 늦추며 현지 상황 파악에 나섰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상호관세 위법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전격적으로 반도체 품목 관세를 꺼낸 것”이라며 “새 반도체 협상을 통해서 미국 내 신규 투자를 포함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 확대 등 다양한 요구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엔 또 반도체 협상”… 긴급회의 나선 정부-기업지난해 10월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당시 한미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관세를 각각 2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를 하며 반도체 관세는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정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자국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파급 우려 때문에 상무부에 안보 영향 조사만 지시한 상태였다. 현재 반도체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간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무관세다.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고율관세 예고와 협상 타임라인을 제시하자 정부와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포고문에서 “상무장관과 미 무역대표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외국과 협상을 할 것을 지시한다”며 “이 선언일로부터 90일 이내에 해당 협상의 진행 상황을 나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이날 오전 김정관 장관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포고문 발표에 따른 대응 방향을 점검했다. 김 장관은 “한국 측의 대응 활동을 점검하고 상황을 지속 관찰하면서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부는 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피에스케이, 동진쎄미켐, LX세미콘 등 반도체 주요 기업과 대책 회의를 열었다. 특히 이번 포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조사한 한 보고서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반도체 업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소비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필요분의 10%만을 완전히 생산하고 있어 해외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관세 부과와 더불어 특정 반도체 공급망 부문에 투자하는 기업이 우대 관세를 받을 수 있도록 ‘관세 상계 프로그램(tariff offset program)’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망은 미 행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미국 내로 가져오고 싶어 했던 것”이라며 “상호관세를 낮추며 350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약속했지만, 반도체 관세에 한해서는 또 다른 요구가 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대만은 TSMC가 신규 공장 5개 약속할 듯” 미국에 수출하는 주요 반도체 생산국은 한국, 대만, 일본 정도다. 반도체 관세에 대해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다른 어떤 국가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을 약속받았다. 한국은 ‘미국과 반도체 교역량이 한국보다 많은 국가(사실상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기로 팩트시트에 명시했다. 한국이 미-대만 관세 협상을 주시하는 이유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 무역 관료들이 15일경 미국에 도착해 조만간 무역 합의를 마무리 지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여 본부장이 귀국 일정을 늦춰 미-대만 합의를 파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대만은 TSMC가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5개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것을 관세 합의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전문가들은 결국 미국이 한국에도 반도체 생산기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포고문은 미국에 생산시설을 더 많이, 더 빨리 지으라는 미 행정부의 압박”이라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 생산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이 반도체 관세 협상을 개시하겠다며 관세 부과 시동을 걸자 정부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포고문이 발표된 15일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포고문의 내용과 영향을 파악하느라 오전부터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방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귀국 일정을 늦추며 현지상황 파악에 나섰다.재계 고위 관계자는 “상호관세 위법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전격적으로 반도체 품목 관세를 꺼낸 것”이라며 “새 반도체 협상을 통해서 미국 내 신규 투자를 포함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 확대 등 다양한 요구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엔 또 반도체 협상”…긴급회의 나선 정부-기업지난해 10월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당시 한미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관세를 각각 2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를 하며 반도체 관세는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정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자국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파급 우려 때문에 상무부에 안보 영향 조사만 지시한 상태였다. 현재 반도체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간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무관세다.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고율관세 예고와 협상 타임라인을 제시하자 정부와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포고문에서 “상무장관과 미 무역대표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외국과 협상을 할 것을 지시한다”며 “이 선언일로부터 90일 이내에 해당 협상의 진행 상황을 나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산업부는 이날 오전 김정관 장관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포고문 발표에 따른 대응 방향을 점검했다. 김 장관은 “한국 측의 대응 활동을 점검하고 상황을 지속 관찰하면서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부는 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피에스케이, 동진쎄미켐, LX세미콘 등 반도체 주요 기업과 대책 회의를 열었다.특히 이번 포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조사한 한 보고서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반도체 업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소비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필요분의 10%만을 완전히 생산하고 있어 해외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관세 부과와 더불어 특정 반도체 공급망 부문에 투자하는 기업이 우대 관세를 받을 수 있도록 ‘관세 상계 프로그램(tariff offset program)’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망은 미 행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미국 내로 가져오고 싶어 했던 것”이라며 “상호관세를 낮추며 350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약속했지만, 반도체 관세에 한해서는 또 다른 요구가 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대만은 TSMC가 신규 공장 5개 약속할 듯”미국에 수출하는 주요 반도체 생산국은 한국, 대만, 일본 정도다. 반도체 관세에 대해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다른 어떤 국가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을 약속 받았다. 한국은 ‘미국과 반도체 교역량이 한국보다 많은 국가(사실상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기로 팩트시트에 명시했다. 한국이 미-대만 관세 협상을 주시하는 이유다.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 무역 관료들이 15일경 미국에 도착해 조만간 무역 합의를 마무리 지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여 본부장이 귀국 일정을 늦춰 미-대만 합의를 파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대만은 TSMC가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5개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것을 관세 합의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전문가들은 결국 미국이 한국에도 반도체 생산기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포고문은 미국에 생산시설을 더 많이, 더 빨리 지으라는 미 행정부의 압박”이라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 생산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수출용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반도체 전반에 대한 관세 부과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90일 내 각국과 협상을 개시해야한다는 타임라인도 제시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또다시 새로운 반도체 협상에 시동이 걸렸다고 보고 긴장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합중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 반도체 제조 장비 및 그 파생제품의 수입 조정’이란 제목의 포고문을 내고 “해외 공급망 의존은 중대한 경제적 국가안보적 위험”이라며 반도체 관세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밝혔다. 포고문에는 미 상무장관이 보고한 2단계(phase) 권고 조치가 담겼다. 1단계는 해외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다시 중국 등 해외로 수출되는 반도체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는 엔비디아의 AI칩인 ‘H200’, AMD ‘MI325X’의 중국 수출길을 터주는 대신, 미국에 세금을 낼 것을 요구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에 대해 환영을 표하는 성명을 냈다. 문제는 2단계다. 포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장관은 관세율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는 보다 광범위한 반도체 관세를 부과할 것을 권고했다”며 상무장관과 무역대표부에 “90일 이내에 반도체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하라”고 했다. 이는 올 4월 14일까지 미국과 반도체 관세 협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한국은 지난해 10월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당시 15%의 상호관세에 합의했지만 반도체와 관련해선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만 명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만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을 조건으로한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도 비슷한 요구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백인 여성 사살 사건과 관련해 “미네소타는 트럼프의 땅”이라고 13일 밝혔다. ICE의 사살 사건이 큰 반발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는 (지난 대선 당시 미네소타의) 87개 카운티 중 78개 카운티에서 승리했다”며 “(그럼에도 주 전체 집계에서 진 것은) 역겨운 (소말리아계 연방 하원의원) 일한 오마가 대표하는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주변의 부패한 카운티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네소타주 유권자 다수가 자신을 지지했음에도 이민자가 몰려 있는 진보 성향 대도시 유권자들 때문에 패배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멍청한 팀 월즈(주지사)는 미네소타주가 미국 납세자들의 돈을 훔치고 우리의 관대함을 악용하는 소말리아 사기꾼들에게 장악되도록 방치했다”며 “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에게 돈의 흐름을 추적해 미네소타주 및 전국의 악습을 완전히 근절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말 미네소타주에서 드러난 대규모 급식 보조금 횡령 의혹을 뜻하는 것으로, 당시 기소된 이들 대부분이 소말리아계 이민자였다. 이 사건은 현재 미네소타주에서 대규모로 진행 중인 ICE 단속의 근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가진 연설에서도 미네소타주에 대한 공세를 이어 갔다. 그는 “만약 당신이 미국인들을 털어먹으려고 미국에 왔다면 우리는 당신을 감옥에 집어넣고 당신이 왔던 곳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2월 1일부터 (이민자를 보호하는)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나 이런 도시를 보유한 주에는 어떤 (보조금) 지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미국 시민을 희생시키면서 범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걸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이민자 보호에 적극적이었던 뉴욕, 시카고,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들이 다음 달부터 트럼프 행정부와 각종 보조금을 놓고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이날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연방검찰청의 2인자를 비롯해 6명의 검사가 백인 여성 총격 사건 수사에 반발해 사임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는 검찰에 지속적으로 피해자의 파트너를 조사하라고 압박했다”며 “검사들은 지역기관을 수사에서 배제시킨 결정에도 실망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늘도 미니애폴리스에선 군사 점령이나 다름없는 ICE 요원들의 단속이 이뤄졌다”며 “이들의 강압적인 체포 작전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며 주민들의 좌절감과 두려움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 공장을 방문하는 도중 자신에게 “소아성애자 보호자(pedophile protector)”라고 외친 노동자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펴며 욕설을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자료를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백인 여성 사살 사건과 관련해 “미네소타는 트럼프의 땅”이라고 13일 밝혔다. ICE의 사살 사건이 큰 반발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는 (지난 대선 당시 미네소타의) 87개 카운티 중 78개 카운티에서 승리했다”며 “(그럼에도 주 전체 집계에서 진 것은) 역겨운 (소말리아계 연방 하원의원) 일한 오마르가 대표하는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주변의 부패한 카운티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네소타주 유권자 다수가 자신을 지지했음에도 이민자가 몰려있는 진보 성향 대도시 유권자들 때문에 패배했다고 강조한 것이다.그는 “멍청한 팀 월즈(주지사)는 미네소타주가 미국 납세자들의 돈을 훔치고 우리의 관대함을 악용하는 소말리아 사기꾼들에게 장악되도록 방치했다”며 “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에게 돈의 흐름을 추적해 미네소타주 및 전국의 악습을 완전히 근절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말 미네소타주에서 드러난 대규모 급식 보조금 횡령 의혹을 뜻하는 것으로, 당시 기소된 이들 대부분이 소말리아계 이민자였다. 이 사건은 현재 미네소타주에서 대규모로 진행 중인 ICE 단속의 근거가 됐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가진 연설에서도 미네소타주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만약 당신이 미국인들을 털어먹으려고 미국에 왔다면 우리는 당신을 감옥에 집어넣고 당신이 왔던 곳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2월 1일부터 (이민자를 보호하는)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나 이런 도시를 보유한 주에는 어떤 (보조금) 지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미국 시민을 희생시키면서 범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걸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이민자 보호에 적극적이었던 뉴욕, 시카고, 보스톤, 로스엔젤레스 같은 대도시들이 다음 달부터 트럼프 행정부와 각종 보조금을 놓고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이날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연방검찰청의 2인자를 비롯해 6명의 검사가 백인 여성 총격 사건 수사에 반발해 사임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는 검찰에 지속적으로 피해자의 미망인을 조사하라고 압박했다”며 “검사들은 지역기관을 수사에서 배제시킨 결정에도 실망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늘도 미니애폴리스에선 군사 점령이나 다름없는 ICE 요원들의 단속이 이뤄졌다”며 “이들의 강압적인 체포 작전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며 주민들의 좌절감과 두려움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 공장을 방문하는 도중 자신에게 “소아성애자 보호자(pedophile protector)”라고 외친 노동자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펴며 욕설을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자료를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의 시빅센터. 이 구역은 뉴욕시청을 중심으로 뉴욕시 경찰청(NYPD), 남부연방법원 등 행정·사법기관들이 집중돼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얼핏 보면 잘 눈에 띄지 않는,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거대한 갈색 건물 하나가 있다. 낡아서 부서질 것 같은 유리창, 녹슨 쇠창살, 난간에 설치된 거대 철조망 등이 눈에 띄는 이곳은 바로 2021년 폐쇄된 뒤 방치되고 있는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MCC)다. 최근 뉴욕에서 이 MCC가 다시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달 3일 미국으로 잡혀 온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비슷한 용도의 시설인 브루클린 메트로폴리탄 구금센터(MDC)에 수감됐기 때문이다.》‘뉴욕의 관타나모’로 불렸던 MCC는 폐쇄됐지만, ‘지상의 지옥(Hell on Earth)’이라 불리는 MDC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한동안 잊혀 있던 미국 교도소의 인권 실태 및 열악한 교정시설을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유명 인사들 수감되며 논란된 美 교정시설 환경MCC는 2019년 이곳에 수감돼 있던 제프리 엡스타인이 숨지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미국의 억만장자 금융인이었던 엡스타인은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성착취하고 이들을 정·재계 유력 인사들에게 연결해 준 혐의로 수감돼 있던 중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졌다. 이를 계기로 미국 교정시설의 형편없는 수감자 관리 실태와 열악한 환경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미 법무부의 조사를 통해 드러난 MCC의 상황은 심각했다. 1975년 개소 때만 해도 ‘깔끔한 도시형 교정시설’을 지향했던 곳이지만, 과밀 수용과 예산 부족이 이어지면서 수감자들의 침대에 쥐와 바퀴벌레가 들끓었다. 또 화장실이 부족해 샤워 시설에서 용변을 봐야 하는 실태도 드러났다. 천장 일부가 무너져 내리는가 하면 냉난방 역시 열악했고, 의료 지원도 사실상 없었다. 교도관 부족으로 수감자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논란이 계속되자 2021년 당시 미 법무부 차관이 이곳을 찾았는데, 그는 단 한 번의 방문 후 곧바로 시설 폐쇄를 명령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수감된 브루클린 MDC는 맨해튼의 MCC가 폐쇄되면서 사실상 뉴욕시 인근의 유일한 구치소가 됐다. MDC는 MCC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MCC 수감자가 대거 MDC로 이송됐고, 뉴욕시 관련 범죄자들이 모두 이쪽으로 쏠리면서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현재 MDC에는 1300여 명의 수감자가 수용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법조계에 따르면 많은 판사들이 ‘MDC의 수감 상황이 너무 열악해 피고인을 보내지 않겠다’며 경범죄자에게 보석 결정을 내릴 정도다. 미국 법원의 판결문에서 드러난 묘사에 따르면 MDC에는 마약부터 휴대전화까지 금지 물품이 널리 퍼져 있고, 감자칩 봉지에 무기를 숨겨 반입하는 등 관리 부실이 만연한 상태다. 수감자 인원에 비해 교도관이 턱없이 부족하고, 관리 의지도 약하다. 지난 3년간 최소 4명의 수감자가 자살했고, 수감자가 다른 수감자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거듭되는가 하면, 의료 지원도 거의 되지 않고 있다. 한 판결문은 “천장 환기구에서는 쥐의 배설물이 떨어지고 벽과 천장에는 육안으로 보이는 곰팡이가 있다”며 “오염된 식수와 음식물, 샤워실의 바퀴벌레와 파리도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폭풍이 닥쳤을 때에는 ‘폭포 아래서 자는 것 같다’는 증언이 나올 만큼 누수도 심각하다. 다만, 독방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진 마두로 대통령의 경우 다른 수감자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여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법무 당국에 엡스타인 이후 또 다른 유명 인사가 교도소 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관리 소홀로 부상 등을 당하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로 여겨진다.● 불법 이민 단속 강화로 트럼프-민간 교정산업 유착 관계도 부각 미국 교정시설의 열악한 환경과 인권 침해 논란은 비단 뉴욕만의 문제는 아니다. 무엇보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국가나 주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 교정시설 외에도 이른바 ‘교정산업’이라고 불리는 민간 구치소나 교도소가 많은데, 이러한 영리 목적의 교정시설들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에는 현재 ‘지오(GEO)그룹’이라는 기업과 ‘코어시빅(CoreCivic)’이라는 두 거대 기업이 민간 교정산업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2기를 시작하며 역대 가장 강력한 불법 이민자 단속을 천명했는데, 이는 수감자의 폭증을 의미하는 만큼 이들 교정기업에 큰 기회가 됐다. 실제 체포된 이민자들의 대부분이 이들 기업의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이들 기업의 주가가 30% 이상 폭등할 정도였다.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와 민간 교정기업의 유착은 2024년 미 대선 때부터 논란이 됐다. 지오그룹과 코어시빅은 대선 전부터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에 막대한 선거자금을 후원했고, 이 같은 로비가 불법 이민자 체포, 구금 관련 예산 확대 등 교정산업의 ‘호황’을 누릴 수 있는 정책으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연일 수천 명 규모의 이민자 체포가 이어지면서 이들 기업 매출에서 이민세관집행국(ICE) 관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성장했다. 연방정부와의 거래 규모가 연간 수십억 달러로 커지면서, 전체 매출의 거의 절반이 이민자 구금 및 운송에서 발생하는 상황이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코어시빅 측은 “회사 창립 42년 역사상 지금처럼 서비스에 대한 활동과 수요가 많았던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민간 교정시설들이 돈을 목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공공시설에 비해 수감 환경과 수감자 처우가 더 열악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시설들은 연방정부로부터 ‘수감자 1인당 일일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운영된다고 지적한다. 더 많은 이들을, 더 오래, 더 적은 비용으로 구금할수록 이윤이 생기는 구조다. 지난해 9월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구금됐던 시설 역시 지오그룹의 구치소였다. 당시 구금됐던 근로자들도 시설의 열악한 환경과 비인도적 대우에 울분을 토로했다.● 인권단체들, “더 이상 구금 예산 증액 하지 말라” 트럼프 행정부와 교정산업의 공생 관계를 분석한 뉴욕대 로스쿨의 브레넌 정의센터는 “약 1700억 달러에 달하는 이민 단속 집행 예산이 민영 교정기업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한번 구축되면 해체하기 어려운 ‘추방 산업 인프라’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통과된 미 예산안에서는 ICE의 구금 관련 예산이 기존의 3배로 증액된 바 있다. 7일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9개 인권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더 이상 관련 예산을 증액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미 지난 한 해 공격적인 이민 단속으로 영주권자, 어린이, 심지어 미국 시민까지 구금되는 위험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구금 예산을 늘리는 건 이미 막대한 정부 자금으로 이익을 얻고 있는 민간 업체들에 매일 더 많은 사람을 납치하고 추방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최근 이 같은 이민자 구금 민간 교정시설에서는 성적 학대, 과밀 수용, 식량 부족 등에 대한 고발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공공시설과 달리 민간 교정시설에는 수감 환경 감시 및 평가를 위한 외부 전문가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민간 교정시설에는 역대 최고 수치인 6만8000명 이상이 구금돼 있는데,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만 시설 내에서 6명이 사망했다.임우선 뉴욕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형사 기소를 전제로 한 수사를 통보받았다고 11일 밝혔다. 그동안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를 따르지 않는다며 파월 의장을 강하게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의장 지명을 앞두고 이른바 ‘반대파 찍어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미국 대통령 등 정치에서 독립돼 금리를 결정해야 시장 왜곡 없이 물가 및 고용 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 의장에 대한 수사까지 진행하면서 향후 시장에서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월, 수척한 모습으로 이례적 ‘작심 발언’ 이날 파월 의장은 오후 늦게 연준 홈페이지에 게시한 영상을 통해 “금요일(9일) 법무부가 연준에 대배심 소환장을 발부했다”며 “지난해 6월 내가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연준 건물 개보수 공사에 대해 증언한 내용과 관련해 (거짓 여부에 따라) 형사 기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한 파월 의장을 해임하고 싶다고 압박하다가 지난해 여름부터는 연준 건물 개보수 공사를 타깃으로 공세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공사가 당초 예산을 약 7억 달러 초과했다고 비판했고, 직접 공사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새로운 위협은 지난해 6월 내 증언이나 연준 건물 개보수 공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그저 구실일 뿐”이라며 “(진짜 이유는)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지 않고 공익에 근거한 판단에 따라 금리를 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례 없는 이번 조치는 행정부의 위협과 지속적인 압력이라는 더 큰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연준의 통화 정책이 정치적 압력이나 협박에 의해 좌우될지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또 “공직 생활은 때때로 위협에 굳건히 맞설 것을 요구한다. 맡은 바 임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미국 국민을 위해 헌신할 것”이라며 임기를 마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올 5월 만료되며, 그의 연준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까지다. 이날 영상 속 파월 의장은 평소와 달리 안경을 벗은 다소 수척한 모습이었다. 그가 공개적으로 작심 발언을 쏟아낸 건 이례적이다. 그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공격에도 말을 아끼며 반응을 자제해 왔다.● 트럼프 “난 몰라”… 공화당조차 비판 가세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파월 의장 수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자신과의 관련성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은 연준 운영에도, 건물 건설에도 능숙하지 않았다”며 “그가 압박을 받아야 할 부분은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톰 틸리스 공화당 의원은 “이제 연준은 물론이고 미 법무부의 독립성과 신뢰성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연준 이사회에서 완전히 몰아내고 꼭두각시를 앉혀 미국의 중앙은행을 부패하게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사 시작과 기소할 수 있는 수준의 혐의를 입증하는 건 별개 문제”라며 이번 수사가 정치적 시도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신청 과정에서 사기 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리사 쿡 연준 이사의 해임을 결정했지만, 법원 소송이 진행돼 1, 2심에서 쿡 이사가 승소한 상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NYT 인터뷰에서 “연준 의장의 후임자를 이미 결정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등 측근의 연준 지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형사 기소를 전제로 한 수사를 통보받았다고 11일 밝혔다. 그동안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를 따르지 않는다며 파월 의장을 강하게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의장 지명을 앞두고 이른바 ‘반대파 찍어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전문가들은 연준이 미국 대통령 등 정치에서 독립돼 금리를 결정해야 시장 왜곡 없이 물가 및 고용 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 의장에 대한 수사까지 진행하면서 향후 시장에서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월, 수척한 모습으로 이례적 ‘작심 발언’이날 파월 의장은 오후 늦게 연준 홈페이지에 게시한 영상을 통해 “금요일(9일) 법무부가 연준에 대배심 소환장을 발부했다”며 “지난해 6월 내가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연준 건물 개보수 공사에 대해 증언한 내용과 관련해 (거짓 여부에 따라) 형사 기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한 파월 의장을 해임하고 싶다고 압박하다가 지난해 여름부터는 연준 건물 개보수 공사를 타깃으로 공세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공사가 당초 예산을 약 7억 달러 초과했다고 비판했고, 직접 공사장을 방문하기도 했다.파월 의장은 “이번 새로운 위협은 지난해 6월 내 증언이나 연준 건물 개보수 공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그저 구실일 뿐”이라며 “(진짜 이유는)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지 않고 공익에 근거한 판단에 따라 금리를 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례 없는 이번 조치는 행정부의 위협과 지속적인 압력이라는 더 큰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연준의 통화 정책이 정치적 압력이나 협박에 의해 좌우될지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또 “공직 생활은 때때로 위협에 맞서 굳건히 맞설 것을 요구한다. 맡은 바 임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미국 국민을 위해 헌신할 것”이라며 임기를 마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올 5월 만료되며, 그의 연준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까지다.이날 영상 속 파월 의장은 평소와 달리 안경을 벗은 다소 수척한 모습이었다. 그가 공개적으로 작심 발언을 쏟아낸 건 이례적이다. 그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공격에도 말을 아끼며 반응을 자제해 왔다.● 트럼프 “난 몰라”… 공화당조차 비판 가세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파월 의장 수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자신과의 관련성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은 연준 운영에도, 건물 건설에도 능숙하지 않았다”며 “그가 압박을 받아야 할 부분은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이라고 했다.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톰 틸리스 공화당 의원은 “이제 연준은 물론이고 미 법무부의 독립성과 신뢰성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연준 이사회에서 완전히 몰아내고 꼭두각시를 앉혀 미국의 중앙은행을 부패하게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뉴욕타임스(NYT)는 “수사 시작과 기소할 수 있는 수준의 혐의를 입증하는 건 별개 문제”라며 이번 수사가 정치적 시도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신청 과정에서 사기 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을 결정했지만, 법원 소송이 진행돼 1, 2심에서 쿡 이사가 승소한 상태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NYT 인터뷰에서 “연준 의장의 후임자를 이미 결정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케빈 헤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등 측근의 연준 지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지난해 12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서머빌시. ‘미국 바이오산업의 실리콘 밸리’, ‘지구에서 가장 혁신적인 1제곱 마일’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케임브리지시 켄들 스퀘어와 함께 바이오산업 혁신 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이곳에 ‘아프리오리 바이오(Apriori Bio·이하 아프리오리)’사가 있었다. 아프리오리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으로 바이러스의 미래 변이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효과적 백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 벤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를 탄생시켜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서 유명한 벤처캐피털(VC)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Flagship Pioneering·이하 플래그십)’이 창업을 이끌었다.이날 찾은 아프리오리 입주 건물에서는 뜻밖에도 아프리오리 외에 플래그십이 창업시킨 바이오 벤처 회사 5곳을 한 층에서 볼 수 있었다. 이곳은 플래그십이 유망한 신생 기업들을 모아 무럭무럭 키우는 거대한 인큐베이터인 셈이었다. 첨단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는 ‘혁신 금융’ 플래그십은 씨앗 기업들을 집적해 창업 시너지를 배가시키고 있었다.● 대형 VC가 마련한 바이오 창업 단지기업들은 넓은 한 층 공간을 각각 구역을 나눠 쓰고 있었다. 가벽 하나 세워져 있지 않은 개방된 공간이라 겉보기에는 마치 한 회사의 거대한 연구실처럼 보였다.연구실에서 만난 아프리오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직원이 20여 명이라 딱 스타트업 규모지만 우리가 누리는 자원은 일반 스타트업은 누릴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래그십이 투자한 여러 분야 바이오 벤처가 한 공간에서 협업하고 자원을 공유하기 때문에 AI 전문가부터 계산 생물학, 데이터 분석, 실험 연구자 등 전문 인재가 풍부하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첨단 장비를 쓸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이날 돌아본 플래그십 창업 벤처 연구 공간에는 세포 배양과 분석부터 차세대 유전자를 읽는 기술 딥 시퀀싱에 이르기까지 직원 수십 명이 수일, 수십 일 동안 해도 해내지 못할 연구를 하루나 몇 시간 만에 처리하는 첨단 장비가 가득했다. 바이러스 시료 수십 종을 자동판매기처럼 자동으로 보관하고 출고해 주는 장비도 있었다. 아프리오리 관계자는 “이런 투자와 장비 덕분에 우리는 그 시간에 더 좋은 논문을 읽고 더 지적인 질문들을 할 수 있다”며 “플래그십 안에서 이뤄지는 투자, 협업을 통해 우리는 과학 기술 최전선에서 최대한 혁신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VC가 투자뿐 아니라 창업 과정에 참여연구 현장에서 만난 플래그십 출신 크레이그 윌리엄스 아프리오리 최고경영자(CEO)는 “이 모든 건 플래그십만의 독특한 벤처 투자 프로세스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플래그십은 단순히 유망 벤처에 투자하고 이익을 얻는 일반 VC들과 달리 고유한 ‘창업(origination)’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플래그십은 매년 사내 전담 조직을 통해 100여 개의 ‘만약 ∼라면(What if?)’이라는 질문을 도출한다. 그런 뒤 사내 200여 명의 과학자들이 가능성 없는 질문을 제거해 나간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술 하나에서 여러 방향의 혁신 기회가 나올 수 있는가’이다. 이 과정을 통해 플래그십이 정말 투자를 통해 회사로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 3∼4개의 최종 질문을 찾아낸다. 윌리엄스 CEO는 “플래그십은 아무도 모르는, 그래서 진짜 혁신이 나올 수 있는 ‘불확실성(uncertainty)의 영역’에 투자하길 원한다”며 “하지만 리스크는 줄여야 하므로 끝까지 살아남은, 검증된 아이디어에 대해 투자를 진행하는 이런 방식이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플래그십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바로 회사가 되는 건 아니다. 처음엔 회사 이름 없이 프로젝트 숫자만 부여된다. 윌리엄스 CEO는 “아프리오리도 처음엔 그저 ‘FL(Flagship Lab) 77’이었다”며 “질문에 대한 플랫폼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게 입증되기 전에는 회사라는 생각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자유롭게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덕분에 플래그십이 투자하고 창업을 이끈 바이오 회사는 각 전문 분야에서 빠르고 혁신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윌리엄스 CEO는 “플래그십은 화이자, 노보 노디스크, GSK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일종의 빅파마(대형 제약사) 연구개발(R&D)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며 “투자자로서는 이 같은 혁신 ‘원천’에 가까워질수록 훨씬 더 큰 수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플래그십 투자 열기가 뜨거울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플래그십, 25년간 118곳 창업 지원플래그십은 3년마다 글로벌 펀드를 조성해 바이오 벤처 투자를 진행한다. 가장 최근 펀드 규모는 36억 달러(약 5조2000억 원), 그 전 펀드는 33억 달러 규모였다. 모더나부터 아프리오리까지 이런 방식으로 플래그십이 창업을 이끈 기업은 25년간 118개에 달한다. 플래그십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 고문인 안드레 안도니안 아태 지역 의장은 “플래그십은 VC가 아니라 기업 창조자(company creater)”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만들고, 창업가를 키우고, 자금을 대고, 회사를 운영하고 확장하는 모든 것을 한 지붕 아래에서 한다”며 “켄들 스퀘어 연구실 면적의 25%가 플래그십과 관련돼 있고 이를 통해 1만 명의 고용을 창출해 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안도니안 의장은 “혁신 측면에서 VC와 스타트업은 아주 큰 역할을 한다”며 “우리가 ‘파일럿’이 아니라 미지의 영역으로 갈 ‘우주 비행사’에게 투자하길 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반도체보다 큰 1000조 시장… 韓 스타트업, 큰 시장에 나와야”빅5 병원 데이터-우수 인력 강점보스턴 큰손 플래그십도 韓 개척“반도체가 400조 원 규모라고 하면 신약시장은 1000조 원이 넘습니다. 연간 성장률도 12%에 달하니 바이오에 베팅을 안 할 수가 없죠.”(이성환 SV인베스트먼트 이사)미국 바이오 산업 메카인 보스턴과 케임브리지에서 만난 한국 벤처캐피털(VC)들은 입을 모아 더 많은 한국의 VC와 바이오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2014년 보스턴에 진출해 올해로 현지 바이오 벤처 투자 13년 차를 맞는 솔라스타벤처스 윤동민 대표는 “바이오 투자야말로 현지에 나와 실시간으로 동향을 느끼고 중요 기업인과 네트워킹하며 독점 개발 정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글로벌 빅파마 연구개발(R&D) 헤드와 바이오 벤처 수백 개가 모인 이곳은 벤치마킹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 굉장히 많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이 이사는 “한국에서는 바이오벤처가 초기 투자를 받은 뒤 상장하지 않으면 중간에 가치를 인정받을 길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미국에서는 중간에 빅파마와 손을 잡거나 라이선스를 팔거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엑시트할 다양한 기회가 있고, 많은 경우 한국보다 4∼5배 높은 가치 평가를 받는다”고 강조했다.한국 VC 가운데 보스턴 현지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 진출한 곳은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 이사는 “한국에서 나오는 정책자금만 운용하거나 코스닥에만 상장시켜도 VC들이 먹고사는 데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며 “한국 VC와 기업이 자꾸 더 큰 시장에 나오고 한미 산업의 가교 역할을 하며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야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역설했다.한편 이들은 “2, 3년 전부터 보스턴 VC 사이에서 한국 바이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라며 “한국의 우수한 인력, 세계 어디서도 찾기 힘든 빅5 병원 환자 규모와 데이터, 시장 자금력 등 여러 면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실제로 미국 대표 바이오 VC인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도 2년 전 싱가포르에 지사를 내 한국과 일본 등 3개국 시장을 개척 중이다. 안드레 안도니안 플래그십 아태지역 의장은 “아시아는 혁신 원천이자 가장 큰 시장”이라며 “기회가 너무 많아 어디에 시간과 노력의 우선순위를 둘지가 가장 큰 고민일 정도”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우리에게도 눈이 있다.”요즘 미국에서는 연초부터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일(현지 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에서 발생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백인 여성 사살 사건 때문이다. 이 여성은 동네에 나타난 ICE가 싫어서 차로 길을 막았다가 머리 등에 총 세 발을 맞고 목숨을 잃었다. 사건의 잔혹성도 충격적이지만, 시민들이 더 크게 분노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 때문이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트럼프 대통령 이하 관련 부처들은 일제히 ‘여성이 사망한 건 본인 잘못 때문이고, ICE 요원은 아무 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정부에 대한 분노 키운 미네소타 사건사람은 언제 가장 화가 날까. 심리학자들이 꼽는 건 크게 세 가지다.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 억울할 때, 그리고 국가나 친한 친구처럼 믿었던 대상으로부터 배신을 당했을 때다.그런 면에서 이번 일은 분노의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여성이 차로 일부러 ICE 요원을 쳤기 때문에 요원은 정당방위”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공개된 영상자료가 거의 없는 다른 ICE 총격 사건과 달랐다. 밝은 아침 주택가 한복판에서 일어났고, ICE 등장에 이미 여러 주민들이 촬영을 하고 있었던 탓에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영상이 존재했다.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국내 테러 행위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밝힌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여러 언론의 영상 분석을 통해 여성의 차가 ICE 요원을 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오히려 여성은 요원이 강제로 차 문을 열려고 하자 차를 빼 피하려 했고, 사고 전 요원에게 “당신(개인) 때문에 (차를 막고) 화가 난 건 아니에요”라고 말한 정황도 확인됐다.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가 ‘테러 행위에 대한 정당방위’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자 전국적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는 모양새다. 갈수록 낯설어지는 미국사실 미네소타주 주민들은 이번 사건이 있기 전부터 살얼음판을 걸어왔다. 미네소타주는 지난 미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팀 월즈 주지사가 이끄는 대표적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몹시 못마땅해하는 소말리아 난민 출신 이민자들의 집단 거주지가 있다. 이에 따라 ICE의 서슬 퍼런 단속이 집중돼 왔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미네소타주 주민들은 평소 호루라기를 걸고 다니며 ICE 요원들이 보이면 짧게 두 번, 누군가를 잡아가면 길게 한 번 불어 주변 이웃들에게 경고를 보내 왔다. 수백 개의 오픈 채팅을 통해 단속 정보와 사진을 공유하고, 학부모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인간 사슬’을 만들어 학교를 지켜왔다고 한다.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ICE 요원의 과잉 대응 논란이 한창인 중에도 계속되고 있다. 9일 미국 농무부는 미네소타주의 저소득층 식비 지원(SNAP) 등에 쓰였던 약 2000억 원의 연방 지원금을 끊겠다고 밝혔다. 미네소타주에서 최근 확인된 연방정부 지원금 횡령 사건에 대한 대응 조치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미국 국민 8명 중 1명이 SNAP에 기대 살아가는 현실에서, 없는 이들을 사지로 모는 대응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국민들의 공분을 낳을 수밖에 없다.독재국가가 아닌 미국에서, 이런 분노에 찬 이야기가 이어지는 건 혼란스러운 일이다. 한때 세계 민주주의와 번영의 상징이었던 미국은 점점 낯선 곳으로 변해 가고 있다.임우선 뉴욕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앙숙’ 뉴욕타임스(NYT)와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장장 2시간에 걸쳐 파격적인 인터뷰를 했다. ‘결단의 책상’을 사이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 주위를 NYT의 정치, 외교안보 분야 베테랑 기자 네 명이 둘러앉아 날 선 질문을 쏟아낸 것. 인터뷰 중간에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의 전화가 걸려 와 기자들이 실시간으로 정상 간 통화를 듣는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앞서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은 NYT가 자신을 부당하게 비판했다는 이유로 15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작전 성공으로 자신감이 커지면서 자신을 줄기차게 비판해 온 주류 진보 언론에도 성과를 과시하려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 대선 때도 NYT를 “망해 가는 회사”라고 비난하다가 그해 당선인 신분으로 NYT 본사를 방문해 “NYT는 미국의 보석이자 세계의 보석”이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국제법 위에 나 자신의 도덕성” 8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외교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당신의 세계적 영향력에 제한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를 막을 수 있는 건 나 자신의 도덕성(my own morality)뿐”이라고 했다. 이어 “국제법은 필요 없다. 난 사람들을 해치려는 게 아니다”라며 “(국제법을 준수해야겠지만) 국제법에 대한 정의는 당신의 생각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 외교 행보가 더 이상 국제법 원칙에 얽매이지 않을 것임을 선포한 것이다. 최근 마두로 축출 후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통치할 거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그 기간이 얼마나 되겠냐는 질문에는 “(1년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9일 트루스소셜에 “베네수엘라는 석유·가스 인프라를 더 크고 좋게 재건하는 일에 잘 협력하고 있다”며 “이런 협력 덕분에 나는 앞서 예상됐던 두 번째 공격을 취소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 인터뷰에서 유럽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그린란드 영토 점령 발언에 대해 “소유권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성공을 위해서는 심리적으로 소유가 필요하다”며 “소유권은 임대나 조약으로는 얻을 수 없는 무언가를 준다”고 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해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결정할 일이라며 방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시진핑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여기며, (대만 침공에 대해) 무엇을 할지는 그가 결정할 일(that‘s up to him)”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바뀐 뒤에는 그럴(대만을 침공할) 수도 있지만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 도중 스피커폰으로 걸려 온 페트로 대통령의 전화를 비보도 전제로 기자들이 들을 수 있도록 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등에 업은 세계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콜라 버튼’ 누르고, 레이저 포인터로 그림 설명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백인 여성 사살 사건과 관련해 기자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보좌관을 불러 컴퓨터로 사건 현장 영상을 틀게 한 뒤 “그녀가 요원을 차로 치며 끔찍하게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직접 백악관 곳곳을 안내하며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고 NYT가 전했다. 집무실 책상 위 ‘콜라 버튼’을 눌러 물과 콜라를 가져오게 하고, 레이저 포인터로 백악관 내 수백 년 된 그림들을 일일이 가리키며 소개했다고 한다. 또 연회장 미니어처를 가져와 진행 중인 백악관 리모델링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를 마치며 “케이티, 난 오늘 2시간 정도 걸렸지만 9시간도 인터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자신의 노화 징후를 보도한 백악관 출입기자(케이티 로저스)를 호명해 뼈 있는 농담을 건넨 것.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로저스를 “삼류 기자”라며 인신공격성 비판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6월 만 80세가 된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앙숙’ 뉴욕타임스(NYT)와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장장 2시간에 걸쳐 파격적인 인터뷰를 가졌다. ‘결단의 책상’을 사이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 주위를 NYT의 정치, 외교안보 분야 베테랑 기자 네 명이 둘러앉아 날 선 질문을 쏟아낸 것. 인터뷰 중간에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의 전화가 걸려와 기자들이 실시간으로 정상 간 통화를 듣는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졌다.앞서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은 NYT가 자신을 부당하게 비판했다는 이유로 15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작전 성공으로 자신감이 커지면서 자신을 줄기차게 비판해 온 주류 진보 언론에도 성과를 과시하려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 대선 때도 NYT를 “망해 가는 회사”라고 비난하다가 그해 당선인 신분으로 NYT 본사를 방문해 “NYT는 미국의 보석이자 세계의 보석”이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국제법 위에 나 자신의 도덕성”8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외교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당신의 세계적 영향력에 제한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를 막을 수 있는 건 나 자신의 도덕성(my own morality)뿐”이라고 했다. 이어 “국제법은 필요 없다. 난 사람들을 해치려는 게 아니다”라며 “(국제법을 준수해야겠지만) 국제법에 대한 정의는 당신의 생각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 외교 행보가 더 이상 국제법 원칙에 얽매이지 않을 것임을 선포한 것이다.최근 마두로 축출 후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통치할 거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그 기간이 얼마나 되겠냐는 질문에는 “(1년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9일 트루스소셜에 “베네수엘라는 석유·가스 인프라를 더 크고 좋게 재건하는 일에 잘 협력하고 있다”며 “이런 협력 덕분에 나는 앞서 예상됐던 두번째 공격을 취소했다”고 썼다.유럽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그린란드 영토 점령 발언에 대해선 “소유권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성공을 위해서는 심리적으로 소유가 필요하다”며 “소유권은 임대나 조약으로는 얻을 수 없는 무언가를 준다”고 했다.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해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결정할 일이라며 방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시진핑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여기며, (대만 침공에 대해) 무엇을 할지는 그가 결정할 일(that‘s up to him)”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바뀐 뒤에는 그럴(대만을 침공할) 수도 있지만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 도중 스피커폰으로 걸려온 페트로 대통령의 전화를 비보도 전제로 기자들이 들을 수 있도록 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등에 업은 세계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콜라 버튼’ 누르고, 레이저 포인터로 그림 설명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백인 여성 사살 사건과 관련해 기자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보좌관을 불러 컴퓨터로 사건 현장 영상을 틀게 한 뒤 “그녀가 요원을 차로 치며 끔찍하게 행동했다”고 주장했다.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직접 백악관 곳곳을 안내하며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고 NYT가 전했다. 집무실 책상 위 ‘콜라 버튼’을 눌러 물과 콜라를 가져오게 하고, 레이저 포인터로 백악관 내 수백 년 된 그림들을 일일이 가리키며 소개했다고 한다. 또 연회장 미니어처를 가져와 진행 중인 백악관 리모델링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를 마치며 “케이티, 난 오늘 2시간 정도 걸렸지만 9시간도 인터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자신의 노화 징후를 보도한 백악관 출입기자(케이티 로저스)를 호명해 뼈 있는 농담을 건넨 것.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케이티 로저스를 “삼류 기자”라며 인신공격성 비판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6월 만 80세가 된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 중부의 대표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불법 이민자 단속을 강화해 온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7일 백인 여성 러네이 니콜 굿(37·사진)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맞아 숨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세 자녀의 어머니이고 비무장 상태였던 터라 사건의 후폭풍이 엄청나다.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인 2020년 5월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는 역시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관의 목조르기로 숨졌다. 이 여파로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는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총격 장소는 플로이드가 숨진 곳에서 불과 1.6km 거리다.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굿의 사망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올 11월 중간선거를 뒤흔드는 ‘제2의 플로이드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좌파의 공격에 대한 정당방위”라며 ICE를 두둔했다.● 조용한 주택가에서 비무장 여성 사살굿은 이날 오전 9시 반경 미니애폴리스 남부 주택가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을 나온 ICE 요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그는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를 촬영하던 일종의 자원봉사자였다.굿은 자신의 혼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탄 상태에서 집 앞 도로를 막고 ICE 진입에 반발했다. 또 운전석에 탄 상태에서 창문을 내리고 ICE 요원과 대치했다. 이때 ICE 요원 여러 명이 다가왔고, 이 중 한 명이 운전석 문을 열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굿은 차를 천천히 후진한 뒤 현장을 벗어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앞에 있던 한 ICE 요원이 굿을 향해 최소 3발의 총격을 가했다.총알은 앞 유리를 관통해 굿의 머리를 맞혔다. 그가 탄 SUV는 이내 주차돼 있던 다른 차를 들이받았다. 사건 현장 사진 속 차의 내부는 에어백이 터졌고 운전석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총격을 목격한 의사 겸 주민이 굿을 살펴보려 했지만 ICE 요원들이 “구급대가 올 것”이라며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뒤늦게 병원으로 이송됐고 그곳에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해당 영상과 사진이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미네소타주는 물론이고 미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뉴욕에서는 “ICE는 트럼프의 ‘게슈타포’(나치의 비밀경찰)”라는 항의 팻말을 든 시위대가 등장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부터 미네소타와 불화미네소타주는 1972년 이후 50년 넘게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는 민주당의 초강세 지역이다. 2019년 1월부터 이곳을 이끌고 있는 팀 월즈 주지사 또한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다. 그는 2024년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와 함께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에게 패했다.역시 2019년 1월부터 미네소타주 연방 하원의원으로 재직 중인 소말리아계 여성 일한 오마르 또한 유명한 반트럼프 정치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적대적인 오마르 의원을 향해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쫓겨나야 한다”고 공격했다.미네소타주에는 최대 10만 명의 소말리아계가 거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중 일부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연방정부 지원금을 횡령했다는 이유로도 공격을 가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는 오마르 의원의 지역구에 속한다.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굿이 ICE 요원을 고의적으로 차로 들이받았다”며 “요원이 총을 쏜 건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ICE를 관할하는 국토안보부의 크리스티 놈 장관 역시 굿의 행동이 ICE 요원을 상대로 한 ‘테러’라고 주장했다.반면 제이컵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 등은 “정당방위 주장은 거짓이며, ICE는 우리 도시에서 꺼지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로빈 켈리 민주당 하원의원은 “놈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워싱턴포스트(WP)는 “영상으로는 치명적인 무력 사용을 정당화할 만한 상황이 보이지 않는다. 굿이 차로 ICE 요원을 들이받으려고 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CNN 또한 목격자를 인용해 굿이 “공격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3, 2, 1! 자, 배가 물 위로 올라갑니다! 배 뒤에 생기던 파도가 사라졌어요.” 지난해 12월 17일(현지 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동부 항구지역인 프리함넨 인근 해역. 전기 수중익(水中翼·선체 밑에 설치된 날개) 선박을 운항하는 ‘칸델라’ 직원 토드 링엔홀 씨가 이같이 외쳤다. 2014년 설립한 스웨덴 스타트업 칸델라는 세계 최초로 전기 수중익 선박을 개발하고 상용화한 기업이다. 기자가 칸델라가 개발한 2세대 전기 수중익 선박 ‘C-8’의 데모 버전에서 ‘수중익’ 기어를 위로 올리자 선체 앞부분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체 뒤로 10m가량 길게 퍼지던 파도는 수중익 모드로 전환한 지 10초도 안 돼 잠잠해졌다. 스톡홀름에서는 2024년 칸델라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전기 수중익 여객선 ‘P-12 노바(Nova)’ 운항을 시작했다. 100% 전기로 움직여 ‘조선업의 테슬라’라고 불린다. 노바의 최대 장점은 속도다. 노바는 파도를 만들지 않아 기존 선박보다 약 2배로 빠른 시속 46km로 달린다. 노바 이용객이기도 한 링엔홀 씨는 “50분 이상 걸리던 출퇴근이 30분 가까이로 줄었다”며 웃었다. 혁신 기업이 시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서 환경 오염도 방지하고 있는 셈이다. 칸델라의 전기 수중익선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호주 등으로 수출을 앞두고 있다.● 인구 감소한 스웨덴, 수출 키워줄 ‘혁신 산업’ 키운다스웨덴은 시민들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혁신 기업을 성장시켜 수출 엔진을 키우고 있다. 한국에 앞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를 절감하며 사업 초기부터 내수가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 강소기업이 늘어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톡홀름의 무인(無人) 전기 운반 트럭 ‘엔라이드’도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무인 전기 트럭은 레이저로 주변 장애물을 감지하고 위험 정도를 판단해 대응할 수 있다. 엔라이드는 세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아이온큐와 자율주행·물류 최적화 영역에서 3년간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시도한 세계 최초 사례다. 지난해 엔라이드가 아이온큐를 포함해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은 약 1억 달러(약 1452억 원)에 달한다.이들 기업 창업자는 모두 스웨덴의 민간 벤처캐피털(VC)이 성장하는 힘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구스타브 하셀스코그 칸델라 대표는 “(칸델라와 같은) 하드웨어 기업은 창업 이후 제품을 실제 판매하기까지 ‘죽음의 계곡’ 시간이 치명적”이라며 “이큐티(EQT) 벤처와 같은 스웨덴 대형 민간 VC가 우리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자 이를 신뢰의 증표로 본 다른 자본들도 유치됐다”고 설명했다. 로베르트 팔크 엔라이드 대표도 “스웨덴 VC 시장은 추후 글로벌 자본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허브”라며 “글로벌 자본을 향한 개방성이 성공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창업 선배가 VC로 활약하는 ‘인재 선순환’스웨덴의 스타트업 생태계 핵심은 민간 주도 혁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웨덴 국내총생산(GDP) 대비 VC 투자 비율은 0.11%로 추정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0.05%)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다. 1인당 VC 투자액은 2020∼2024년 누적액 기준 EU 회원국 중 1위다. 인구 100만 명당 2400유로로 추정된다.스웨덴 내 스타트업 VC 관계자들은 혁신의 키워드로 ‘선순환’을 꼽았다. 과거 스타트업의 성공을 이끌었던 창업자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의 에인절 투자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전환의 핵심에는 민간 VC가 있다.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자를 VC 내부 파트너로 영입하거나 미래 세대 스타트업 이사회 핵심 멤버로 연결하는 플랫폼 기능을 한다. 스웨덴 스타트업의 신화로 꼽히는 스포티파이와 유럽 최대 사모펀드 EQT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스포티파이 기업공개(IPO) 이후 초기 임원진 다수가 에인절 투자자 또는 VC 파트너로 영입됐다. 이들은 이후 엔라이드, 클라르나 등 자국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자로 활동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포티파이가 스톡홀름 테크 생태계에 ‘재능·자본 재활용 기계’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스웨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파일럿 소비자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웨덴 내 혁신조달 제도를 통해 정부나 지자체가 파일럿 사업의 형태로 스타트업의 고객이 된다.● AI가 ‘숨은 챔피언’을 찾아낸다 벤처 투자자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미래의 혁신 기업을 찾아내는 데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EQT 벤처는 AI에 기반한 마더브레인 시스템을 통해 지난 10년간 투자처를 발굴했다. 마더브레인은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잠재력이 높은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식별한다. 매출,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지표가 아니라 기업의 채용 속도, 기술 활동, 창업 생태계 내 참여도, 초기 고객 수요, 창업자의 위기 대응 능력 등 맨파워를 따져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을 선별한다. 빅토르 엥레손 EQT 파트너 겸 초기 단계 기술 부문 총괄은 “투자처를 선정할 때 핵심은 창업자의 야망과 문제에 대한 통찰력 및 위기 회복력”이라고 설명했다. 韓 은행들 혁신기업 찾는 ‘AI 헤드헌터’ 도입… “기술력은 갈 길 멀어”국내 은행, 올해 AI로 우량기업 선별AI가 은행의 대출 심사 기간 줄여줄 듯“AI의 기업대출 기능, 아직은 보조적”인공지능(AI)으로 혁신 기업을 선별해 자원을 집중하려는 시도는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혁신 기업을 발굴해 내기 위해 AI를 기업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올해부터 AI가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연내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예측모델을 AI 기반 기업대출 자동심사 시스템 ‘빅스(Bics)’에 반영할 계획이다. 빅스는 AI가 각종 정보를 분석해 상대적으로 신용 위험이 낮은 대출에 대한 판정 결과를 기업대출 심사 담당자에게 제공한다. 신속한 심사를 도울 뿐 아니라 우량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선별할 수 있다. AI가 심사관뿐 아니라 일종의 헤드헌터 역할도 맡게 되는 것이다. 신한은행 역시 심사 업무를 돕는 자체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심사의견서 작성에 필요한 재무 분석, 사업 역량, 기술 경쟁력, 업종 분석 등을 포함한 참고 자료를 제공한다. 이르면 3월 도입될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이달부터 AI가 기업대출 심사보고서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자동심사 지원 시스템을 통해 우량기업을 선별하고, 재무 정보와 산업 전망 등을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우리은행도 기업대출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심사 지원, 서류 진위 및 정보 검수, 대출 사후 관리 등 기업대출 과정 전반에 AI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다. 통상 소득과 신용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기업 재무제표와 사업 역량, 업황 등 검토 요소가 많아 심사가 더 오래 걸린다. AI가 먼저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참고 자료를 제공하면 은행 담당자가 심사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주도적으로 기업대출 심사와 혁신 기업 선별을 맡기에는 기술력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AI에 심사를 맡기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며 “우선 심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미국 중부의 대표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불법 이민자 단속을 강화해 온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7일 백인 여성 르네 니콜 굿(37)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맞아 숨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세 자녀를 둔 어머니이고 비무장 상태였던 터라 사건의 후폭풍이 엄청나다.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인 2020년 5월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는 역시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관의 목조르기로 숨졌다. 이 여파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는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총격 장소는 플로이드가 숨진 곳에서 불과 1.6km 거리다.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굿의 사망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올 11월 중간선거를 뒤흔드는 ‘제2 플로이드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좌파의 공격에 대한 정당방위”라며 ICE를 두둔했다.● 조용한 주택가-가족 앞에서 비무장 여성 사살굿은 이날 오전 9시 반경 미니애폴리스 남부 주택가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을 나온 ICE 요원들과 굿이 실랑이를 벌였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그는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를 촬영하던 일종의 자원 봉사자였다.굿은 자신의 혼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탄 상태에서 집 앞 도로를 막고 ICE 진입에 반발했다. 또 운전석에 탄 상태에서 창문을 내리고 ICE 요원과 대치했다. 이때 ICE 요원 여러 명이 다가왔고, 이 중 한 명이 운전석 문을 열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굿은 차를 천천히 후진한 뒤 현장을 벗어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앞에 있던 한 ICE 요원이 굿을 향해 최소 3발의 총격을 가했다.총알은 앞 유리를 관통해 굿의 머리를 맞혔다. 그가 탄 SUV는 이내 주차돼 있던 다른 차를 들이받았다. 사건 현장 사진 속 그의 내부는 에어백이 터졌고 운전석 또한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총격을 목격한 의사 겸 주민이 굿을 살펴보려 했지만 ICE 요원들이 “구급대가 올 것이라며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뒤늦게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곳에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해당 영상과 사진이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미네소타주는 물론 미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뉴욕에서는 “ICE는 트럼프의 ‘게슈타포(나치의 비밀 경찰)’”이라는 항의 팻말을 든 시위대가 등장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부터 미네소타와 불화미네소타주는 1972년 이후 50년 넘게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는 민주당의 초강세 지역이다. 2019년 1월부터 이 곳을 이끌고 있는 팀 월즈 주지사 또한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다. 그는 2024년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와 함께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에 패했다.역시 2019년 1월부터 미네소타주 연방 하원의원으로 재직 중인 소말리아계 여성 일한 오마르 또한 유명한 반트럼프 정치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적대적인 오마르 의원을 향해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쫓겨나야 한다”고 공격했다.미네소타주에는 최대 10만 명의 소말리아계가 거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중 일부가 코로나19 기간에 연방정부 지원금을 횡령했다는 이유로도 공격을 가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는 오마르 의원의 지역구에 속한다.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굿이 ICE 요원을 고의적으로 차로 들이받았다”며 “요원이 총을 쏜 건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ICE를 관할하는 국토안보부의 크리스티 놈 장관 역시 굿의 행동이 ICE 요원을 상대로 한 ‘테러’라고 주장했다.반면 제이컵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 등은 “정당방위 주장은 거짓이며 ICE가 우리 도시에서 꺼지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로빈 켈리 민주당 하원의원은 “놈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워싱턴포스트(WP)는 “영상으로는 치명적인 무력 사용을 정당화할 만한 상황이 보이지 않는다. 굿이 차로 ICE 요원을 들이받으려고 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CNN 또한 목격자를 인용해 굿이 “공격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