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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이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발표한 ‘2026년 세계 최고 전문병원’ 순위에서 암 분야 세계 3위에 올랐다. 뉴스위크가 10일(현지 시각) 공개한 순위에서 삼성서울병원은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와 MD 앤더슨 암센터에 이어 아시아 병원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첫 방문 안내센터, 환자 두려움 덜어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의 전체 암 환자 5년 생존율은 75%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폐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63.6%로, 미국(28.1%)과 국내 평균(40.6%)을 크게 웃돌았다. 병원은 매년 ‘아웃컴북’을 발간해 암 치료 성적과 의료 질 지표를 공개하고 있다. 올해 다섯 번째로 발간된 아웃컴북에는 진단, 치료, 치료 후 관리 등 임상 지표가 담겼다.삼성서울병원은 암 진단을 받고 처음 병원을 찾는 환자를 위해 ‘첫 방문 안내센터’를 운영한다. 이곳에는 30년 이상 경력을 지닌 간호사들이 상주하며 환자와 보호자를 맞이한다.이길호 간호사는 “남편과 사별한 뒤 어린 두 자녀를 키우던 30대 중반 여성 환자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혼자 병원에 왔다”며 “두려움에 한참을 울었고, 사정을 교수에게 전달해 맞춤 상담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안내센터는 환자의 사연을 듣고 문진 시트를 기반으로 맞춤 상담을 지원해 첫 진료의 부담을 줄인다.암 교육센터, 치료 넘어 사회 복귀 지원암병원은 2008년 ‘암 교육센터’를 개설해 치료 이후 환자의 삶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당시 의료 현장이 암 제거에만 집중하던 분위기와 달리, 환자의 심리·사회적 회복을 중시한 점에서 새로운 시도였다. 암 교육센터는 암에 대한 두려움과 낙인을 줄이는 교육, 외모 관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환자들의 자존감 회복을 도왔다. 조주희 암 교육센터장은 “환자가 자신의 병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유방암 생존자는 “외모 변화로 사람을 만나기 두려웠지만 센터 교육으로 다시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센터는 국내 최초로 직장 복귀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 환자의 사회 복귀를 도왔다. 이후 통증·영양·정신건강·가족 돌봄을 아우르는 암 치유센터로 발전했고 2024년에는 암 환자 삶의 질 연구소를 설립해 환자보고결과에 기반한 지원 모델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상담 챗봇과 독일 샤리테와의 협력으로 활동을 넓히고 있다.치료 성적과 삶의 질, 두 축 함께 강화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미국의 유수 암병원과 경쟁해 세계 3위에 오른 것은 큰 성과”라며 “저렴한 의료비에도 세계적 치료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진 모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삼성서울병원은 다학제 진료와 패스트트랙을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 고령·심혈관 질환 동반 암 환자 진료 등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CAR-T 세포치료, 정밀 의료, 양성자 치료 등 첨단 치료법을 도입해 성과를 높였다.국내 암 임상시험 건수 1위, 글로벌 인증 임상시험 기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 주요 병원과의 협력으로 치료 성적을 강화하고 있다. 병원은 앞으로도 국제 학계와 의료기관과의 네트워크를 넓혀 세계적 암센터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국립암센터 한지연 박사(치료내성연구과), 김선신 박사·박찬이 박사(표적치료연구과) 연구팀이 난치성 폐암 환자 유래 암세포를 활용해 유전체 변화와 약물 반응성을 추적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치료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폐암은 우리나라에서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특히 동아시아를 포함한 우리나라에서는 상피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 돌연변이 빈도가 높아 이를 표적으로 한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치료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초기 치료 반응률은 높지만 대부분의 환자에서 치료 시작 후 1∼2년 내 약물내성이 발생해 새로운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난치성 폐암 환자 34명으로부터 치료 과정 중 폐암의 재발 시점마다 채취한 총 73개의 종양 표본을 확보해 종양의 유전적 변화를 시간 흐름에 따라 추적 분석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이 운영하는 약물 반응성 예측용 ‘약물 유전체 플랫폼’을 활용했다. 연구진은 EGFR과 TP53 돌연변이를 중심으로 종양의 진화 유형을 분류하고 유형별로 치료 저항성 기전과 효과적인 약물 조합이 달라짐을 규명했다. 특히 EGFR 변이가 소실되면서 내성이 발생한 환자군에서는 EMT(상피-중간엽 전이) 활성화로 기존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에 대한 저항성이 나타남을 확인했다. 이어 단일 세포 전사체 분석을 통해 두 가지 저항성 세포 유형을 명확히 구분했으며 그중 치료와 무관하게 남아 있는 세포군을 재발 위험 인자로 확인하고 폐암 전이 및 예후 악화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연구진의 폐암 환자 세포를 활용한 약물 유전체 플랫폼은 실제 환자의 종양 반응과 높은 유사성을 보여 향후 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모델을 개발해 맞춤형 치료 전략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공익적 암 연구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 연구자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세계적 생명과학 저널이자 생화학 분자생물학회 공식 학술지인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지방대 출신이라서 한계를 가질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그들이 선택한 길은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었다.” 조선대 의대·치대 출신 의사 3명이 의료계의 편견과 냉소 속에서도 새로운 치료법을 개척해 성공을 일궈냈다. 그들은 업계에서 ‘무모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환자를 위한 길이라면 멈추지 않았다. 지금은 환자와 동료 의사들의 신뢰를 얻으며 대한민국 의료계의 혁신을 상징하는 인물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히딩크 무릎 살린 지방대 출신 의사송준섭 원장의 집념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은 1969년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의대를 졸업했다. 송 원장은 한때 이름 없는 월급 의사였다. 그러나 그는 지금 국내를 넘어 해외 환자들이 찾는 무릎 줄기세포 치료의 권위자로 불린다. 송 원장을 널리 알린 계기는 2014년 1월 한국 축구의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의 무릎 수술이었다. 당시 무릎 퇴행성관절염의 표준 치료는 인공관절 수술이었다. 그러나 인공관절 수술을 원치 않았던 히딩크 감독은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 수소문 끝에 송 원장을 만났다. 막 국내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은 의료계에서도 낯선 기술이었다. 경험도, 선례도 없는 수술을 앞두고 송 원장은 히딩크 감독에게 ‘해본 적 없는 시도’임을 솔직히 밝혔다. 그러나 환자의 의지와 의사의 신념은 결국 도전으로 이어졌다. 수술을 준비하며 그는 6개월간 카티스템 설명서를 파고들었지만 여전히 ‘처음’이라는 불안은 남아 있었다. 척추마취로 진행한 수술에서 히딩크 감독은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로 수술 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무릎뼈를 두드릴 때마다 그는 “대한민국”을 외치며 긴장된 분위기를 깨뜨렸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1년 뒤 재방문한 히딩크 감독의 무릎에는 연골이 재생된 모습이 확인됐다. 히딩크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인 무릎 건강을 송준섭 박사에게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의료계는 “국가 영웅을 상대로 위험한 시도를 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연골 재생은 진짜 의학이 아니라 마술 같은 속임수”라며 ‘유리겔라의 마술’에 빗댄 냉소 섞인 시선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송 원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2016년부터 줄기세포 연골 재생 수술의 효과를 논문으로 입증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며 그의 연구는 인용되고 신뢰를 얻게 됐다. 비판은 점차 줄었고 지금은 전국을 넘어 해외 환자들이 송 원장을 찾는다. 송 원장은 여전히 매 수술이 시험과 같다고 말한다. 내시경 화면에 새하얀 연골이 보일 때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측은지심’이라고 표현한다. 환자가 의사의 한마디에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알기에 수술 실력만큼이나 환자를 안심시키는 말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질타를 감내한 20년척추 내시경 세계 선두에 선 김현성 원장 송 원장과 조선대 의대 88학번 동기이자 신경외과 전문의인 김현성 청담해리슨병원 원장은 척추 수술의 새로운 길을 연 인물로 꼽힌다. 그가 수련받던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척추 수술은 절개형 수술이 주류였다. 난도가 높았고 합병증도 잦았다. 김 원장은 “환자에게 덜 침습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며 일찌감치 최소 침습 척추 수술과 척추 내시경 수술에 주목했다. 그러나 당시 이 분야는 걸음마 단계였다. 초창기 척추 내시경 수술은 “배우기도 어렵고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학계에서 거센 질타를 받았다. 학회 발표장에서는 냉소 섞인 질문이 쏟아졌고 많은 의사가 도전을 포기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질타와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는 그의 회상은 당시의 고난을 보여준다. 20여 년간의 개발과 연구 끝에 상황은 바뀌었다. 대한민국은 지금 척추 내시경 수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수많은 외국 의사가 한국을 찾아와 배우고 있으며 척추 치료의 패러다임은 절개에서 최소 침습으로 이동했다. 김 원장이 걸어온 길은 그 변화의 한 축이었다. 그의 꿈은 명확하다. 첫째, 척추 내시경 수술을 척추 치료의 주류로 올려놓는 것. 둘째, 이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것이다. 김 원장은 “건강한 100세 시대를 위해 척추와 관절 건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최소 침습 척추 수술로 환자의 삶의 질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의학을 발전시키는 것이 인류를 위한 진정한 봉사라는 신념과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의지로 환자를 만난다. 그는 인류를 위한 의학 발전은 지속될 것이고 척추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이 그 흐름을 이끌어야 한다는 포부를 이어가고 있다.가족에게 권할 수 없는 치료는 하지 않는다미니쉬로 치과 패러다임 바꾼 강정호 원장“크라운은 치아를 크게 깎아내야 해서 가족에게 권할 수 없는 치료였습니다.” 강정호 미니쉬치과병원 원장은 기존 심미 치료의 한계를 넘어선 ‘미니쉬’를 개발한 치과의사로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치과계는 심미성과 속도를 앞세운 래미네이트와 급속 교정 열풍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무분별한 치아 삭제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재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속출했다. 강 원장은 “예뻐지기 위해 건강한 치아를 깎아내는 것이 맞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품었다. ‘가족에게 권할 수 없는 치료는 하지 않는다’는 철학은 새로운 대안을 찾게 했다. 2009년부터 그는 치아 삭제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복법 연구에 돌입했다. 핵심은 ‘수복물을 최대한 얇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기공 기술로는 두꺼운 보철물밖에 제작할 수 없어 치아 삭제가 불가피했다. 강 원장은 고가의 CAD·CAM 밀링머신 도입, 숙련 기공사 양성 등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다. 수십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얇고 정밀한 세라믹 수복물을 구현했고 깨지지 않으면서도 자연 치아와 같은 접착 기술까지 완성했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싸늘했다. “래미네이트와 다를 바 없다” “얇은 세라믹은 금방 깨진다”는 악평에 심지어 ‘사기꾼’이라는 비난까지 뒤따랐다. 그러나 환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아프지 않고 치아를 덜 깎고 자연스러운 심미성까지 살린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병원은 환자들로 북적였다. 돌파구는 학회 무대였다. 정밀가공 기술, 접착 프로토콜, 생체 모방 이론을 바탕으로 한 임상 사례가 공개되자 “치과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한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반신반의하던 동료 의사들이 강 원장의 철학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미니쉬 코스’를 통해 전문 의료진 양성이 본격화됐다. 2025년 8월 현재 미니쉬 코스를 수료한 치과 전문의는 290명이며 한국·일본·미국·캐나다 등 전 세계 75개 병원에서 미니쉬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임상 건수는 18만5000건을 넘어섰다. 강 원장은 미니쉬를 단순한 시술이 아니라 ‘자연 치아의 물성과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는 철학’으로 설명한다. 미니쉬는 초정밀 가공으로 치아 외면과 수복물이 화학적으로 한 덩어리가 된다. 재료 역시 자연 치아와 물성이 가장 가까운 장석류 세라믹을 택해 맞은편 치아 손상을 줄였다. 그는 2021년 ‘미니쉬테크놀로지’ 회사를 설립해 전 세계 확산을 준비 중이다. 독일 비타(VITA)사와 협력해 ‘미니쉬 블록’을 독점 공급받으며 치료에 최적화된 장비·재료·IT 솔루션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강 원장은 “과잉 진료하지 않고, 치아에 해 끼치지 않고, 아프지 않게 치료하는 것이 철학”이라며 “미니쉬를 통해 ‘내 치아 평생 쓰기’라는 목표를 세계적으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준섭·김현성·강정호 원장의 길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꼬리표, 업계의 냉소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환자 중심 철학이 이끈 도전과 성공. 새로운 길을 열겠다는 그들의 집념은 결국 우리나라 의학 발전과 환자의 이익으로 이어졌다. 그들의 발자취는 후배 의사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전한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 환자를 위한 길은 결국 인정받는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일교차가 커지고 몸이 쉽게 지치는 계절, 가을은 중년 여성에게 더욱 민감하게 다가온다. 난데없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거나 밤에 땀을 흘리며 뒤척이는 경험은 단순한 컨디션 저하가 아니라 갱년기의 신호일 수 있다. 갱년기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격히 줄면서 나타나는 신체·정신적 변화다. 평균 50세 전후로 찾아오며 안면홍조·발한·불면·우울감·피로·관절통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실제로 국내 45∼55세 여성의 절반 이상이 갱년기 증상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보고됐다. 갱년기 신체적 증상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불안과 우울증 등 정서적, 심리적 영향은 종종 제대로 인식되지 않은 채 더 커질 수 있다. 갱년기 여성은 불면증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2024년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갱년기 증상 경험자 47.8%가 불면증을 겪었다. 이 중 64.9%는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정도로 심한 불편을 호소했다. 불면증이 생기는 이유는 단순히 마음가짐이나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다. 갱년기에 접어들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체온조절, 심박수, 수면 리듬을 관장하는 자율신경계가 불안정해진다. 밤이면 몸을 각성하는 교감신경 활성이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과도하게 활성화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려 잠들기 어려워진다. 갱년기 우울증도 급격한 호르몬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로토닌, 도파민 등 주요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감정 조절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좌절감과 불안감이 심화하며 심할 경우 자살 충동까지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나이 탓’으로 치부되기 쉽다는 점이다. 증상을 방치하면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우울증 등 만성질환 위험이 커지고 회복도 어려워진다. 갱년기는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관리에 따라 노후 건강의 질이 달라진다. 치료의 핵심은 호르몬 보충 요법(HRT)과 생활 습관 개선이다. HRT는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해 증상을 완화하고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다만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전문의 상담이 필수다. 또한 균형 잡힌 식단, 규칙적인 운동, 금주·금연, 스트레스 관리가 갱년기 극복에 큰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콩 아이소플라본, 오메가3 지방산 등 건강기능식품이나 명상·요가 등 심신 안정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갱년기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며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건강한 노년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평소 정기검진을 통해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등을 미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 첨단세포치료사업단 김기표 교수(의생명과학교실) 연구팀이 진행하는 ‘알츠하이머병 대상 뇌 질환에서의 갑상선호르몬 대사 및 탈수초 공동기전 공략 Fist-in-class 치료제 개발’ 과제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글로벌 공동연구 지원사업(국가 간 연구 협력 지원) 신규 과제로 선정됐다. 이 연구는 향후 3년간 매년 5억 원씩 총 15억 원의 연구비가 지원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이번 국책 연구과제에서 유전성과 산발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로부터 유래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한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피부나 혈액세포를 되돌려 만들어낸 줄기세포로 이 세포를 뇌의 희소돌기아교세포(수초를 만드는 세포)로 분화시켜 실험에 사용한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환자 세포가 보이는 특징적인 변화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또한 갑상선호르몬을 기반으로 한 신약 후보 물질(갑상선호르몬 유사체)의 치료 효능을 평가한다. 세포 수준에서 어떤 기전을 통해 작동하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알츠하이머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기억을 잃고 일상생활이 점점 힘들어지는 병이다. 지금까지는 뇌 속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때문에 신경세포가 망가진다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또 다른 요인이 밝혀지고 있다. 뇌 속에서 콜레스테롤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탈수초’라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막(수초)이 손상되는 과정이다. 이렇게 되면 뇌의 백질(신경세포 연결망)이 망가지고 결국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빠르게 떨어진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 병리 기전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김 교수팀이 주목하는 연구 도구는 ‘수초 오르가노이드(myelin organoid)’이다. 오르가노이드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작은 장기 모형으로 실험실에서 인체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모사할 수 있다. 수초 오르가노이드는 신경세포의 축삭을 감싸 보호하는 수초 구조를 본떠 만든 뇌 모형으로 이를 통해 수초의 발생 과정을 연구하고 약물 스크리닝 및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국내외 유수 연구진과의 협력으로 진행된다.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융합의과학과 이재영 교수와 호주 모나시대 스티브 페트라토스 교수가 함께 참여한다. 이 교수는 갑상선호르몬 대사의 결함이 알츠하이머병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밝히고 동물실험을 통해 치료 가능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페트라토스 교수는 갑상선호르몬 유사체의 안정성 및 독성을 평가하고 신약 후보 물질의 화학적 특성, 제조 공정, 품질관리 체계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글로벌 공동연구는 호주 모나시대와의 지속적인 협력으로 국제적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구진 간 지식 및 기술 교류를 촉진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난치성 뇌 질환 문제 해결의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의 치료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며 “개인 맞춤형 알츠하이머병 치료법을 제시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노년 환자는 입원 후 섬망, 낙상, 합병증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백지연 교수, 장건영 전문의는 65세 이상 노년 환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위험 가능성을 평가하는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를 국내 처음 개발했다.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는 고위험군 노년 환자를 신속하게 식별하고 예후와 악화 가능성까지 평가해 환자 집중 관리와 치료 성과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산병원은 입원 환자의 약 40%가 65세 이상이며 노년 환자 비율은 매년 1.5% 내외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특성상 중증 노년 환자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병원은 고위험군 노년 환자를 조기 선별하기 위해 임상 허약 척도를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해 사용해 왔다. 그러나 주로 환자의 이동 능력 평가에 치중돼 있어 다양한 임상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평가자 주관에 따른 오류 가능성도 남아 있어 예측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연구팀은 섬망, 낙상, 욕창, 병원 내 사망 등 노년 환자의 주요 위험 요인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기존에 활용하던 임상 허약 척도와 추가 임상 데이터를 통합한 검사 도구 개발을 추진했다. 2021년 5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65세 이상 노년 환자 2만1757명의 진료 데이터를 기계 학습 기법으로 분석해 입원 첫날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서 확보되는 18개의 변수를 검토했다. 임상 허약 척도, 혈청 알부민 수치(영양·면역력), CRP 수치(염증 반응), 혈색소(빈혈 여부), 입원 전 복용 약물 수 등 총 5가지 지표를 가장 강력한 예측 요인으로 도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를 개발하고 기존 평가 도구인 임상 허약 척도, 나이와 비교해 예측 성능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는 노년 환자 위험 요인 예측 정확도 83.7%를 보이며 우수한 성능을 나타냈다. 기존에 활용하던 임상 허약 척도의 예측 정확도는 79.8%, 나이를 통한 예측 정확도는 63%에 그쳤다.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는 동일한 임상 허약 척도 점수를 가진 환자군 내에서도 위험도를 세분화해 점수를 매긴다. 같은 ‘허약’ 판정을 받은 환자 중에서도 어떤 환자가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를 정밀하게 가려낸다. 또한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 점수가 높을수록 퇴원 후 30일 내 재입원이나 응급실 재방문, 입원 기간 연장, 신속대응팀 호출 등 다양한 위험 발생 또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은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를 의료정보시스템에 내재화해 실제 환자 진료에 적용하고 있다. 각 진료과 의료진은 실시간으로 내용을 확인하고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대응이 더욱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이은주 교수는 “노년 환자들은 질병과 나이만으로 고위험군 환자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는 노년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를 세분화해 환자를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은 집중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빠르게 판별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지연 교수는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는 복잡한 검사나 장비 없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며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가 국내 노년 환자 진료의 새로운 기준이 돼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받고 합병증 없이 건강을 회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의료관리자협회 저널’ 최신 호에 게재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경희대학교(총장 김진상)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 연구팀(김소은·김현진 연구원, 우세린 연구교수, 고려대 강지승 교수)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수집한 102개국의 사망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 30여 년간의 자살 사망률 변화를 분석하고 2050년까지의 예측 전망을 내놨다.연구팀은 1990년부터 2021년까지의 자살 사망률을 추적 분석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약 30%의 감소가 있었다고 밝혔다. 1990년 인구 10만 명당 10.3명이었던 자살 사망률은 2021년에 7.2명으로 줄었다. 남녀 모두 감소했는데 남성은 이전과 같게 여성보다 약 3.5배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지역별 차이도 뚜렷했다. 유럽과 아시아 일부 국가는 정책과 사회적 노력으로 자살률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미주 일부 국가는 오히려 자살률이 높아졌다. 이는 자살 문제가 단순히 보편적 요인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각 지역의 사회·문화적 맥락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향후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베이지안 기반 미래 예측 모델링’을 적용했다. 이 방법은 사전 정보와 새로운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사건이나 미지의 확률을 추론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현재와 같은 감소세가 유지되면 2050년에는 전 세계 평균 자살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6.5명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세부 분석에서는 청년층, 특히 25세 미만의 젊은 세대가 가장 높은 위험에 놓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업 스트레스, 취업난, 경제적 불안정성 등 세대 특유의 부담이 자살 위험에 깊이 작용함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은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춘 정책 전환’을 강조했다. 김소은 연구원은 “국가·성별·나이별 차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장기적 예측까지 제시한 최초의 연구”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우세린 연구교수는 “자살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청년층과 특정 지역은 여전히 위태롭다”라며 맞춤형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연동건 교수는 “국제 협력을 통해 자살 증가세는 멈출 수 있었지만 여전히 취약계층과 사회적 보호망이 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개인 맞춤형 국가 전략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연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학술적 성과를 넘어 앞으로 어떤 계층과 지역이 더 큰 위험에 놓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연구는 경희대를 중심으로 고려대, 하버드 의과대학 등 다국가 공동 연구진이 협력해 이룬 성과다. 전 세계 102개국의 데이터를 장기간 추적하고 미래까지 예측한 이번 연구는 각국 정부가 정신 건강 정책을 수립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 자료로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자살 문제는 단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렵다. 사회나 문화적 배경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국제적 연대와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가 학술적 발표를 넘어 실제 정책과 제도로 이어져 세계적인 자살 예방 노력에 이바지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정신 건강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정신 건강’에 게재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암 치료 방법은 일반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 뒤 필요에 따라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하며 보완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수술 전에 먼저 항암제나 표적치료제, 항호르몬제를 투여해 종양 크기를 줄이고 전이 위험을 막는 ‘수술 전 통합 치료(Total Neoadjuvant Therapy·TNT)’가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직장암 치료에 TNT가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비뇨생식기능 보존이 중요한 직장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는 TNT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항암제 투약해 종양 사라지면 수술 안 하기도직장암은 좁은 골반에 위치해 수술하기 어렵다. 또 방광, 자궁, 전립샘(전립선) 등 주요 장기와 가까워 암이 진행되면 전이될 가능성이 크고 국소 재발률도 높다. 수술 이전에 TNT를 진행하면 종양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수술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 유승범 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TNT를 진행한 뒤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환자가 있었다”며 “2, 3년 이후엔 직장암은 대부분 TNT 방식으로 치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주요 국가에서는 TNT 관련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국제 의료계 지침은 이미 만들어졌고, 국내에서도 TNT 관련 지침이 추진되고 있다. 대한대장항문학회(회장 이우용·이사장 정순섭)는 29일 직장암에 관한 국내 TNT 치료 지침을 발표한다. 수술을 진행하기 전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먼저 받는 방식이 낯선 것은 아니다. 이미 다른 암 치료에서도 종양 크기를 줄여 수술을 쉽게 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전이를 조기에 억제하기 위해 활용됐다. 다만 TNT는 선행 항암치료를 다소 확장시킨 개념이다. 과거 선행 항암치료는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중 일부만 수술 전에 진행하고 나머지는 수술 뒤에 실시했다. 반면 TNT는 할 수 있는 모든 요법을 수술 전에 실시해 전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막고 수술 이후 환자의 체력이 떨어져 항암제를 투약하지 못하는 문제도 줄일 수 있다. 수술을 받지 않고 종양이 사라지면 정기적인 추적이나 관찰만 할 수도 있다.● 직장암 넘어 방광암-폐암 등 적용 가능성 TNT는 국내에선 주로 직장암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방광암 폐암 위암 췌장암 등에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면역 체계를 깨워 암을 공격하는 면역항암제와 암세포의 특정 신호만 차단하는 표적치료제를 TNT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방광암의 경우 TNT와 보조 면역치료를 결합한 전략이 무병 생존율(재발이 발생하지 않는 기간)을 끌어올렸다. 김재헌 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항암제 효과가 좋아지면서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활용해 방광을 떼지 않고도 암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며 “방광을 떼지 않아 삶의 질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폐암에 면역항암제를 TNT로 적용한 결과 치료 후 암이 영상검사나 조직검사에서 사라진 환자 비율인 ‘병리학적 완전관해율’과 무병 생존율이 높아졌다. 위암과 췌장암에서도 TNT 개념을 적용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환자에겐 선택지가 늘었다. TNT 적용 여부에 따라 삶의 질과 장기 보존, 재발 가능성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새로운 암 치료의 흐름이 이제 막 열린 것”이라며 “외과, 내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가 모여 치료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다학제 협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계는 임상 결과가 쌓이고 다학제 협력이 강화되면 TNT가 암 치료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암마다 특성이 제각기 달라서 치료 순서 최적화, 장기 데이터 축적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며 “방사선 치료 기간과 항암제 투여 순서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최근 연구에서 지적됐다”고 말했다.홍은심 헬스동아 기자 hongeunsim@donga.com}

암 치료 방법은 일반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 뒤 필요에 따라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하며 보완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수술 전에 먼저 항암제나 표적치료제, 항호르몬제를 투여해 종양 크기를 줄이고 전이 위험을 막는 ‘수술전 통합 치료(Total Neoadjuvant Therapy·TNT)’가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직장암 치료에 TNT가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비뇨생식기능 보존이 중요한 직장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는 TNT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항암제 투약해 종양 사라지면 수술 안 하기도직장암은 좁은 골반에 위치해 수술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방광, 자궁, 전립선 등 주요 장기와 가까워 암이 진행되면 전이될 가능성이 크고 국소 재발률도 높다. 수술 이전에 TNT를 진행하면 종양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수술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 유승범 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TNT를 진행한 뒤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환자가 있었다”며 “2, 3년 이후엔 직장암은 대부분 TNT 방식으로 치료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과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주요 국가에서는 TNT 관련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국제 의료계 지침은 이미 만들어졌고 국내에서도 TNT 관련 지침이 추진되고 있다. 대한대장항문학회(회장 이우용·이사장 정순섭)는 29일 직장암에 관한 국내 TNT 치료 지침을 발표한다.사실 수술을 진행하기 전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먼저 받는 방식이 낯선 것은 아니다. 이미 다른 암 치료에서도 종양 크기를 줄여 수술을 쉽게 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전이를 조기에 억제하기 위해 활용됐다.다만 TNT는 선행 항암치료를 다소 확장시킨 개념이다. 과거 선행 항암치료는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중 일부만 수술 전에 진행하고 나머지는 수술 뒤에 실시했다. 반면 TNT는 할 수 있는 모든 요법을 수술 전에 실시해 전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막고 수술 이후 환자의 체력이 떨어져 항암제를 투약하지 못하는 문제도 줄일 수 있다. 수술을 받지 않고 종양이 사라지면 정기적인 추적이나 관찰만 할 수도 있다.● 직장암 넘어 방광암-폐암 등 적용 가능성TNT는 국내에서 주로 직장암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방광암 폐암 위암 췌장암 등에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특히 면역체계를 깨워 암을 공격하는 면역항암제와 암 세포의 특정 신호만 차단하는 표적치료제를 TNT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방광암의 경우 TNT와 보조 면역치료를 결합한 전략은 무병 생존율(재발이 발생하지 않는 기간)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김재헌 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항암제 효과가 좋아지면서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활용해 방광을 떼지 않고도 암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며 “방광을 떼지 않아 삶의 질이 좋아진다”고 말했다.폐암에 면역항암제를 TNT로 적용한 결과 치료 후 암이 영상검사나 조직검사에서 사라진 환자 비율인 ‘병리학적 완전관해율’과 무병 생존율이 높아졌다. 위암과 췌장암에서도 TNT 개념을 적용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환자에겐 선택지가 늘었다. TNT 적용 여부에 따라 삶의 질과 장기 보존, 재발 가능성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새로운 암 치료의 흐름이 이제 막 열린 것”이라며 “외과와 내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가 모여 치료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다학제 협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국내 의료계는 임상 결과가 쌓이고 다학제 협력이 강화되면 TNT가 암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암마다 특성이 제각기 달라서 치료 순서 최적화, 장기 데이터 축적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며 “방사선 치료 기간과 항암제 투여 순서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최근 연구에서 지적됐다”고 말했다.홍은심 헬스동아 기자 hongeunsim@donga.com}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온몸에 혈액을 보내는 심장 판막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이렇게 심장 출구가 막히면 호흡곤란, 가슴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장판막 질환은 7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3명에서 발견될 만큼 흔한 질환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심장질환은 지난 10년간 암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2위로 꼽혀왔다. 그러나 암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기 전까지 별다른 자각이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중희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만나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진단과 최신 치료법, 중증 심혈관질환 치료에서 지역 거점병원의 역할까지 자세히 알아봤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어떤 질환인가.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심장판막이 퇴화하고 석회화되면서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못하게 되는 질환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에 따른 퇴행성 변화다. 류머티즘성 판막 질환이나 과거 염증성 질환의 후유증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 발현 후 2년 내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의 약 50%가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될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다. 돌연사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응급의학적으로 ‘응급’은 치료를 지연할 경우 1∼2일 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는 즉각적인 응급 처치는 필요하지 않지만 무증상 환자라도 갑작스럽게 심부전이나 쇼크가 발생한다면 응급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증상이 있더라도 전신 상태가 안정적이라면 정해진 치료 시점에 따라 계획적으로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대부분은 호흡곤란, 가슴 통증, 실신 등 세 가지 주요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진단된다.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 검사 중에 우연히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 심장 초음파 검사가 주된 진단 방법으로 활용된다. 판막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적 이상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검사다. 숙련된 의료진의 판독으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판막 면적이 1.0㎠ 미만, 평균 압력 차가 40㎜Hg 이상, 최대 혈류 속도가 4.0m/s 이상, 이 중 하나라도 나타나면 중증으로 진단한다.” ―중증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나. “무증상 중증 환자는 3∼6개월 간격으로, 중등증 이하 환자는 6개월∼1년 간격으로 정기적인 초음파 추적 관찰이 권고된다. 증상이 동반된다면 판막 치환술이 필요하다. 치료는 환자의 나이, 전신 상태, 수술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외과적 수술 또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 중 적절한 방식을 선택한다.” ―TAVI 시술은 어떤 것인가. “TAVI는 흉부를 절개하지 않고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 기구를 삽입해 좁아진 판막 안에 새로운 인공 판막을 위치시키는 방법이다. 판막이 심장에 도달하면 정확한 위치에서 서서히 펴지며 기존 판막을 옆으로 밀어내고 자리를 잡는다. 새 판막은 스텐트 구조로 고정되며 정상적인 혈액 흐름을 유지한다. 이 과정은 엑스레이 영상 유도하에 정밀하게 이뤄진다. 기존 수술과 비교했을 때 신체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특히 고령 환자나 고위험군 환자에게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공판막은 시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하나. “TAVI에 사용되는 판막은 생체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석회화나 혈전 형성 등으로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기존 판막을 외과적으로 제거하고 새 판막을 삽입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고령 환자가 많다는 점에서 수술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서는 기존 판막 안에 새로운 판막을 삽입하는 ‘판막 내 판막 시술’이 활용되고 있다.” ―TAVI 시술의 효과는 어떤가. “국내는 아직 10년 이상의 장기 추적 데이터를 전국 단위로 확보하진 못했다. 하지만 주요 기관별로는 중장기적인 임상 결과가 있다. 해외는 10년 이상 추적한 다수의 임상 연구를 발표했다. 대표적인 게 ‘NOTION trial’로 수술 치료와 자가 확장형 판막을 사용한 TAVI 시술을 받은 저위험 환자를 10년간 추적 관찰한 임상 연구다. 비교 결과 전체 사망률과 심부전으로 인한 재입원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혈류 역학 지표(심장 초음파로 측정한 압력 차 등)는 TAVI가 수술보다 더 우수한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 저위험군 환자에 대한 자가 확장형 판막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5년 차 데이터가 공개됐는데 압력 차 지표에서 TAVI가 수술 대비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술 후 합병증도 있나. “대표적인 합병증은 시술 부위 출혈과 전도 장애(방실 차단)가 있다. 출혈은 대퇴동맥 삽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시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발생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일반적으로는 1%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도 장애는 인공판막이 심장의 전기신호 전달 부위를 자극할 경우 발생하며 일부 환자(5∼10%)는 박동기 삽입이 필요할 수 있다. 드물지만 치명적인 합병증으로는 대동맥 파열이 있으며 시술 전 컴퓨터단층촬영(CT) 평가를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TAVI는 모든 병원에서 시술 가능한가. “TAVI 시술은 고난도 중재 시술로 분류된다. 심장내과뿐만 아니라 흉부외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등 다학제적 협진이 필수다. 일정 건수 이상의 시술 경험과 기반이 요구되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는 대부분 3차 의료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다. 다만 심장 특화 역량이 있는 일부 2차 병원에서는 예외적으로 시행되는 사례도 있다.” ―강원 지역 환자의 특징이나 치료 접근성은 어떤가. “강원도는 고령 인구 비율이 높고 지역이 넓어 병원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증상이 있음에도 치료 시기를 놓치고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 내원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지역 환자가 더욱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협진 시스템과 진료 연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 많은 환자가 장거리 이동 없이 양질의 시술을 받고 있다. 우리 병원은 지역 내 유일하게 TAVI의 독립 시술 여건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 3차 의료기관이다. 1·2차 의료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강원 지역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 총 75개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은 공공 의료 네트워크의 핵심축이다. 진료 의뢰·회송, 공동 진료, 기술 자문과 교육을 통해 강원 지역 내 의료 전달 체계를 강화하고 지역 보건의료 시스템의 안정성 제고에 이바지한다.” ―마지막으로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나 보호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예후가 좋은 질환이다. 최근에는 시술 방법이 다양화되고 고위험군뿐 아니라 비교적 건강한 고령 환자에게도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졌으니 증상이 의심되면 미루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길 권한다. 증상이 있다면 조기에 병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도권까지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더라도 본원에서 충분히 고난도 치료가 가능하므로 하루빨리 내원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라고 말씀드리고 싶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암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폐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고 진단이 됐을 때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폐암은 폐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폐의 기관지나 세기관지, 폐포를 덮고 있는 상피세포에서 비정상적인 세포가 무절제하게 증식하면서 생긴다. 최근 폐암 치료제의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임상 현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안진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서 폐암 치료의 동향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건강검진으로 폐암 조기 발견이 가능하지 않나.“국내 폐암 환자의 진단은 양극화된 양상을 보인다. 과거에는 4기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건강검진과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조기에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1기와 4기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고 중간 단계인 2기·3기 환자는 적은 편이다.”―최근 새로운 폐암 치료제 개발도 활발하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현재 폐암 치료에는 10개가 넘는 약제가 사용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진 것이 긍정적이지만 연구자 입장에서는 각 약제의 효과와 부작용을 모두 숙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레이저티닙처럼 자주 사용하는 약제는 익숙하지만 1년에 한두 명 정도밖에 없는 희귀 변이 환자에게 쓰이는 약제는 다시 확인이 필요할 때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맞는 표적 변이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다. 특정 약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에도 변이를 발견하지 못하면 치료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차세대 염기 서열 분석을 통한 정밀 진단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병기에 따라 치료법도 차이가 있을 텐데….“폐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병기다. 전체 폐암 환자의 약 80∼85%는 비소세포폐암이며 나머지 15%는 소세포폐암이다. 일반적으로 폐암이라고 하면 대부분 비소세포폐암을 의미한다. 비소세포폐암은 1기부터 3기 초반까지는 수술이 기본 치료법이고 수술이 어려운 일부 3기 환자는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가 병행된다. 4기부터 전신 치료가 시행된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가 2∼3기 환자에서 선행 요법으로 효과를 보이면서 수술 전 항암·면역 치료를 시행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4기는 여전히 표적항암제가 핵심이다. 특히 작년 1월부터 레이저티닙과 오시머티닙 표적항암제가 급여가 적용되면서 3세대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단독요법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6월에는 병용요법도 부분 급여가 인정돼 치료 옵션이 확대됐다.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는 면역항암제 단독 또는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하는 치료가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병용요법 임상시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3세대 TKI가 1차 요법으로 급여 적용되면서 실제 진료 현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환자의 약 90%는 3세대 약제로 치료를 시작하고 있다. 초기에는 오시머티닙이 주로 사용됐지만 레이저티닙이 등장한 이후 현재는 두 약제가 거의 비슷한 비율로 사용된다. 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의 임상 데이터가 발표되면서 현장에서 레이저티닙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일부 형성됐다. 레이저티닙은 국내 제약사와 학계가 함께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허가·급여가 이뤄진 첫 항암 신약이라는 점에서 국내 연구자들의 애정이 크다. 유한양행은 급여 적용 전 6개월 동안 무상 지원 프로그램(EAP)을 운영하며 환자 치료 기회를 확대하기도 했다. 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은 오시머티닙 대비 1년 이상의 전체 생존 기간 연장 효과가 확인됐다. 그러나 아직 비용 부담과 부작용 증가가 과제로 남아 있다. 또 하나의 과제는 1차 치료에서 3세대 TKI 사용 후 실패했을 때의 후속 옵션이다. 현재는 항암화학요법이 표준이지만 상피 간엽 이행(MET) 증폭 환자에게 표적 약제를 병용하는 연구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임상 단계에 머물고 있으나 향후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될 것이다.”―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효과는 어떠한가. 급여가 부분 적용되면 실제 진료에서는 어떻게 사용하는가.“효과 측면에서는 병용요법이 단독요법보다 우수하다. 무진행 생존 기간(PFS)과 전체 생존 기간(OS) 모두 개선된 것이 입증됐다. 다만 부작용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에 고령 환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젊은 환자에게 권유하는 경향이 있다. 환자가 경제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우면 급여가 적용되는 레이저티닙만 단독요법으로 사용한다. 일부 환자는 비용을 감수하고 병용요법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그 비중이 크지 않다.”―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장인데 연구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3월부터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 회장직을 맡고 있다. 연구회의 정회원은 대부분 종양내과 전문의다. 연구회의 가장 큰 목표는 임상 연구를 통해 암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 대상 암 관련 홍보와 연구자·종양학 의료진에 대한 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연구회가 주도하는 임상은 대부분 연구자 주도 임상 연구다. 이는 제약사가 직접 설계·진행하는 임상과 달리 연구자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제약사와 협의해 약제나 연구비를 지원받아 진행한다. 상업적 수익성이 큰 분야보다는 상대적으로 제약사들의 관심이 적은 영역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기존 약제의 비교 연구, 희귀질환 연구 혹은 의학적으로 의미가 크지만 상업적 이익이 적은 주제를 중심으로 한다. 또한 해외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국제 협력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연구회의 목표와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한다.“과거에는 연구자의 의견이 임상 연구 설계에 적극 반영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약사 주도의 연구가 많아지면서 연구자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제약사의 관심이 부족한 영역에서 연구자 주도 임상이 위축된다는 점이 안타깝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글로벌 임상 연구 환경이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교적 보수적으로 심사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연구는 국내에서 진행되지 못하거나 특정 환자군이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임상에서 한국의 참여 기회가 줄어드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은 그동안 글로벌 임상 연구에 중요한 이바지를 해왔으나 최근 다소 실험적 성격이 강한 임상 연구에서는 국내 허가 절차 과정에서 제약을 받기도 한다. 의정 갈등 사태 이후 필수 의료과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혈액종양내과는 내과 중에서도 대표적인 기피 과로 당장은 드러나지 않지만 향후 10∼20년 내 큰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회 차원에서는 필수 의료과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고 공익적 목적의 임상 연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의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혀 심장근육이 죽는 질환이다. 이른 시간 안에 관상동맥을 열어주는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 후 혈관이 다시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데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한 환자는 항혈소판제 복용량을 줄이는 것이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 중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 이중 항혈소판 요법 감량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항혈소판 요법은 심장이나 뇌혈관 시술 후 혈관이 다시 막히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과 P2Y12 억제제를 함께 사용해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치료법이다.만성 신장질환 환자는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발생 시 허혈성 사건과 출혈 합병증 모두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치료의 어려움이 있다. 일반인 대비 심혈관 사망률도 2∼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번 연구는 2021년 국제 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임상시험의 후속 연구로 2014년 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국내 32개 주요 심장센터에서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한 급성 심근경색 환자 3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대부분 3단계 만성 신장질환자로 해당 연구 대상자는 중재술을 받은 다음 1개월간 티카그렐러 기반 이중 항혈소판 요법을 안전하게 유지한 이후 11개월 동안 동일 약제를 유지하는 대조군(145명)과 클로피도그렐로 항혈소판제를 감량하는 실험군(160명)으로 무작위 배정됐다.연구 결과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서 항혈소판제를 감량하는 전략은 출혈 위험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출혈 위험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혈관 재협착에 따른 허혈성 사건의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혈관 관련 사망,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으로 구성된 주요 허혈성 사건 발생률은 감량군 4.4%(7명), 대조군 5.5%(8명)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심혈관 관련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출혈 역시 감량군 6.2%(10명), 대조군 13.1%(19명)로 감량군에서 55.0% 낮은 위험도를 보였다. 이는 감량 전략이 전반적인 임상 결과 개선에 이바지함을 의미한다.이번 연구는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한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서 항혈소판제 감량 전략을 평가한 첫 연구로 평가된다. 기존 연구가 주로 전체 환자군을 대상으로 하거나 안정형 협심증 환자를 포함한 것과 달리 급성 심근경색 환자 중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한 고위험군에 특화된 결과를 제시했다.지금까지 치료 지침에서는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게 티카그렐러나 프라수그렐 같은 강력한 항혈소판제를 클로피도그렐보다 우선 권고해 왔지만 만성 신장질환과 같은 고출혈 위험군에서는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방식은 급성·고위험 시기에는 강력한 항혈소판 효과를 유지하면서 이후 안정화 시기에는 출혈 위험을 줄이는 균형 잡힌 접근법으로 평가된다.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만성 신장질환 환자는 출혈과 허혈성 사건 위험이 모두 커 치료 전략 수립이 어려웠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저널 최근 호에 게재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간(肝)이식은 총 1642건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생체 간이식이 1200건 이상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간이식은 말기 간질환 환자에게 남은 유일한 치료법으로 꼽힌다. 기능을 상실한 간을 대신해 건강한 간 일부를 이식하는 방식이다. 간은 재생 능력이 뛰어나 기증자가 일부를 내주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간이식, 9시간의 고난도 수술… 국내 성공률 높아간이식은 망가진 간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간을 넣는 방식으로 간경화와 간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외과 분야에서도 수술 시간이 9시간가량 걸릴 정도로 고난도 수술로 통한다. 수많은 혈관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 간이식 성공률은 100%에 가깝다. 세계 의학계도 한국 의료진의 간이식을 1위로 꼽는다.간이식 방법은 크게 뇌사자 간을 통째로 옮기는 ‘뇌사자 전 간이식’과 건강한 사람의 간을 일부 절제해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으로 구분된다. 국내는 뇌사자 장기 기증이 충분치 않아 주로 가족이 기증하는 생체 간이식이 시행되고 있다.간 이식을 준비하려면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정밀검사를 거친다. 혈액형 적합성, 간 기능 평가, 간염·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등 감염 여부 확인이 기본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간의 구조와 용적을 확인하고 혈관·담관이 안전하게 절제 가능한지 살핀다.기증자는 지방간 여부, 전신 질환 유무를 따져야 하며 남겨질 간이 충분히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평가한다. 심장·폐·신장 기능까지 종합 검진이 이뤄진다. 수혜자는 수술을 견딜 체력과 다른 장기 상태를 확인하고 간암의 경우 전이가 없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기증자는 간 자체가 건강하지 않거나 혈관·담관 구조가 복잡해 안전한 절제가 어렵다면 수술이 허용되지 않는다. 남는 간의 크기가 부족해 생존에 위협이 될 경우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심장질환이나 신부전이 있는 경우 역시 기증이 불가능하다. 수혜자도 제한이 있다. 간암이 이미 간 밖으로 퍼졌거나 전신 감염이 심하면 이식 대상에서 제외된다. 교정이 불가능한 심장·폐 질환이 동반돼 있거나 수술 후 생존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판단될 때도 이식이 어렵다.기증자 안전이 최우선… 생체 간이식의 조건생체 간이식은 기증자의 간 일부를 떼어 환자에게 옮겨 심는 고난도 수술이다. 성인 환자에게는 보통 간의 오른쪽 절반(우엽)을, 소아 환자에게는 간의 왼쪽 일부(좌외측 구역)를 사용한다. 환자의 체중과 간 기능에 따라 필요한 용적이 다르기 때문에 수술 전 영상 검사를 통해 정밀 계산이 이뤄진다.성인 환자는 기증자의 간 오른쪽 절반 이상을 떼어 이식한다. 간의 우엽은 전체의 60∼70%를 차지해 성인에게 필요한 용적을 충족시킨다. 소아 환자는 체구가 작아 기증자의 간 왼쪽 일부, 이른바 좌외측 구역만으로도 충분하다.간은 혈관이 복잡하고 출혈 위험이 크다. 수술에서 정밀한 혈관과 담관 연결은 핵심이다. 혈관이 발달해 있어 작은 실수도 대량 출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기증자의 간을 절제할 때는 혈관과 담관을 세밀하게 구분해 절개해야 하고 이식 과정에서는 간문맥·간정맥·간동맥·담관을 정확하게 이어야 한다. 그래야 이식한 간이 정상 기능을 회복한다. 연결이 조금만 어긋나도 혈전이나 담즙 누출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재근 교수(이식외과)는 “기증자의 간은 통상 30% 이상 남아 있어야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며 “남은 간이 이보다 적으면 기증자 본인의 간부전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의료진은 기증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동시에 수혜자에게 새로운 간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간 크기·체중 차이 넘어… 세브란스, 고난도 간 이식 성공세브란스병원은 국내에서 간이식 성공률이 높은 병원 중 하나로 꼽힌다. 병원 측에 따르면 생체 간이식의 1년 생존율은 95% 이상, 5년 생존율은 80%에 이른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손꼽히는 성과다.특히 다른 병원에서 간의 크기가 맞지 않아 이식이 어렵다고 판정받은 환자도 세브란스에서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수술할 수 있다. 기증자의 간이 작다면, 오른쪽 간을 나누는 전통적인 방식 외에 다른 방법을 활용하거나 간 혈류를 조정하는 수술 기법을 적용해 수혜자에게 필요한 용적을 확보한다.5년 전 간경화 진단을 받은 김 씨(남·43)는 4번의 결찰술(혈관이나 조직을 실로 묶어 차단하는 수술)을 받고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에 간이식을 준비했다. 유일하게 공여가 가능한 가족은 그의 아내. 하지만 김 씨의 몸무게는 90㎏, 아내는 50㎏으로 너무 큰 체중 차이가 문제였다. 이식 적합 검사 결과 아내의 담도와 혈관 기형에 간의 크기도 작아 결론적으로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김 씨와 아내는 당시의 절망감은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부부는 병원을 수소문하던 끝에 세브란스병원 이재근 교수를 알게 됐다. 이 교수는 상당히 까다로운 사례였다고 회상했다. 수술이 조금만 잘못돼도 평생 투석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장기이식센터 다학제 회의를 거쳐 수혜자인 남편에게 체중 감량을 약속받고 수술하기로 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현재 두 사람은 건강하게 회복 중이다.이 교수는 “간의 크기나 해부학적 구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진단받은 환자도 다학제 협진과 정밀 수술 계획을 통해 이식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간 용적이 작아 타 병원에서 수술이 어렵다고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세브란스에서 이식받고 회복한 사례가 적지 않다.이 교수는 “간이식은 단순한 수술이 아니다”며 “기증자의 희생과 의료진의 기술, 환자의 회복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생명을 이어주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우리나라 연구팀이 국제 공동 연구로 두경부암 오르가노이드에 담긴 단일세포 전사체를 분석, 두경부암 치료에 저항하는 기전과 핵심 조절 인자를 규명했다. 이는 세계 최초다.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박영민 교수팀은 미국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두경부센터 Dechen Lin 교수 등과 국제 공동 연구팀을 꾸려 두경부암 오르가노이드 생성을 통한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시행했다.연구팀은 구강과 인·후두를 덮고 있는 상피세포에서 기원한 악성 종양인 두경부 편평상피 세모 암종이 수술, 화학 약물, 방사선 치료 같은 병합 치료를 시행해도 사망률이 높다는 점과 최근 타 암종은 면역항암제 개발로 치료 결과가 개선됐음에도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이 더디다는 점을 개선하고자 했다.두경부암 환자 31명의 종양 세포를 채취해 세계 최초로 환자 유래 종양 오르가노이드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두경부암 환자 유래 종양 오르가노이드가 실제 환자 종양과 유전적 특성은 물론, 조직학적 형태를 매우 유사하게 보유함을 확인했다. 장기간 배양을 거듭해도 동일 특징을 보유해 실제 종양을 잘 대표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모델임을 확인했다.또한 배양한 오르가노이드에 두경부암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 항암제인 ‘시스플라틴’을 적용한 결과, 반응 정도가 실제 환자 치료 결과와 일치해 치료 반응 예측 도구가 될 수 있음도 밝혀냈다.연구팀은 전체 RNA와 단일세포 RNA 분석을 통해 오르가노이드 내에 존재하는 분자 아형과 종양 내부 유전자 발현의 다양성(전사적 이질성)을 확인했다. 이는 두경부암 환자 종양에서도 관찰되는 특징이다. 두경부암 오르가노이드가 치료 전 환자 반응성을 예측하고 최적의 약제를 선택함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보고 했다.두경부암 세포가 상피세포와 간엽세포 특징을 동시에 지닌 혼합형 상피-간질엽 전이 상태를 보이면 항암제 시스플라틴 저항성을 일으켜 반응도가 낮아짐도 밝혔다. 암세포 내부 AREG(암피레귤린) 단백질 발현이 혼합형 상피-간질엽 전이 발현에 핵심 조절 인자로 작용하는 것도 확인했다.연구를 주도한 박영민 교수는 “세계 최초로 두경부암 환자 종양 조직을 이용해 두경부암 오르가노이드를 생성하고 치료 저항성 기전을 밝혔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둘 수 있다”라며 “치료 저항성 극복 전략을 동물 모델 실험을 통해 제시했다는 점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논문은 미국암연구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Cancer Research 최신 호에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의 정밀 치료를 위한 환자 유래 종양 오르가노이드의 유전체 및 단일세포 분석 결과’라는 제목으로 수록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14일 연세대 치과대가 최근 미국 하버드대 치과대와 학술과 교육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하버드 치과대가 국내 대학과 업무협약을 맺은 첫 사례이자, 아시아권 대학 중에선 두 번째다. 연세대 치과대 정영수 학장과 치주과학 교실 차재국 교수는 협약에 앞서 지난달 15일 미국 하버드대에서 하버드대 William V.Giannobile 치과대 학장과 Sang J.Lee 교수와 함께 두 기관의 상호발전을 위한 협력 방향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학생과 연구 인력 교류, 치의학 교육과정 공동 개발, 공동 연구 활성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를 약속했다. 양 기관은 학부·대학원생 간 교류 확대를 위한 연수 교육 프로그램, 연구 분야 협력 심포지엄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구강 마이크로바이옴, 치과 생체재료 등 치의학 분야의 공통 연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연구자 간 직접 연계를 지원한다. 또한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치과의사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고 운영할 계획이다. 하버드 치과대는 1867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대학교 부설 치과대학으로 2025년 QS 세계대학평가에서 치의학 분야 세계 10위, 미국 내 3위를 기록했으며 기초와 임상 연구 역량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정영수 치과대학장은 “이번 협약으로 연세대 치과대의 글로벌 역량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앞으로도 치과대학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연세대 치과대는 2025년 QS 세계대학평가에서 치의학 분야 국내 1위, 세계 31위를 기록했으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UCLA, 워싱턴대, 터프츠대 등 글로벌 주요 치과 대학들과도 전략적 동반관계를 체결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이대목동병원이 혈액암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혈액암병원을 지난 3월 열었다. 혈액암은 인체에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혈액세포에 발생하는 암이다.백혈병은 혈액이나 골수 속 백혈구를 포함한 혈액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대표적인 혈액암 중 하나다. 만성적으로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급성인 경우 상대적으로 예후가 치명적이다. 그중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ALL)은 질환의 진행이 매우 공격적이다. 골수, 말초 혈액, 기타 장기에서 미성숙한 림프구 세포가 증식하는 악성 혈액질환으로 연간 국내 전체 암 발생 건수의 0.4% 미만에 불과한 희귀 혈액암이다.이석 이대목동병원 이대혈액암병원 백혈병센터장을 만나 혈액암병원 개설 배경과 백혈병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이대목동병원 혈액암 병원이 신설됐다.“백혈병을 비롯한 혈액암은 질환의 진행이 빨라 치료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초 급작스럽게 불거진 의료 현장 문제로 많은 혈액암 환자가 이른바 ‘빅5’라고 일컬어지는 대형 종합병원 혹은 지역 거점병원에서 진료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급성백혈병은 빠른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전문 센터가 중요하다. 이런 배경에서 이대혈액암병원이 만들어졌다.”―최근 급성백혈병 환자 수가 늘고 있는 것 같다.“평균수명이 증가하다 보니 백혈병의 발생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보통 백혈병은 60세 이상 고령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80대까지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백혈병 진단 비율도 늘고 있다.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바이러스성 질환이 백혈병을 비롯한 혈액암 발생 비율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지나며 백혈병 환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급성백혈병은 만성 백혈병과 무엇이 다른가.“급성백혈병은 뚜렷한 전조 증상 없이 3개월 전부터 갑자기 빈혈 관련 증상(두통, 호흡곤란, 전신 쇠약감, 피로감 등)과 백혈구 기능 이상 증상(발열, 감염 등)이 발생한다. 혈소판 감소 증상(코피, 잇몸 출혈, 멍 등)이 발생해 응급실이나 외래를 방문해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는 특이한 증상 없이 건강검진 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수치 이상이 확인돼 추가 골수 검사에서 급성백혈병이 발견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급성백혈병을 진단받은 환자 중 약 5%는 본격적인 1차 치료가 시행되기 전에 급격한 감염이나 출혈로 사망하게 된다. 나머지 95%는 골수 검사를 거치고 입원해서 치료받는데 급성백혈병은 만성 백혈병과는 다르게 강도 높은 반복적인 항암 요법 혹은 조혈모세포 이식과 같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급성백혈병 기준 완치율은 보통 60% 정도에 이른다. 반면 만성 백혈병은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천천히 진행된다. 2000년 이후 다양한 표적항암제가 도입돼 치료 강도가 급성백혈병에 비해 훨씬 수월하며 생존율도 급성백혈병에 비해 월등히 높다.”―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어떠한 질환인가.“급성백혈병은 면역 표현형과 분자 유전학적 특성에 따라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과 급성골수성백혈병(AML)으로 나눈다. 둘 다 골수 검사를 통해 진단된다. 특히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한 해 암 발생 건수의 0.4% 미만을 차지하는 희귀암이다. 급성골수성백혈병에 비해 재발이 잦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고 투여하는 치료제도 다르다.”―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의 재발률이 특히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다른 혈액암에 비해 유난히 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갖게 돼 재발을 잘 일으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환자의 절반가량은 반복적인 항암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을 경험하고 있다.”―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의 치료 단계가 궁금하다.“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환자는 여러 항암 요법 단계를 거치게 된다. 첫 단계를 ‘관해 유도 요법’이라고 부른다. 완전 관해를 유도하기 위한 치료다. 완전 관해는 백혈병 세포가 모두 사멸된 상태를 말한다. 완전 관해에 성공하면 그다음은 공고 요법에 돌입한다. 관해 상태를 지속해서 유지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단계다. 재발 위험이 표준 정도면 반복적으로 공고 요법을 진행한다. 재발 고위험군이라면 조혈모세포 이식과 같은 강도 높은 치료를 권고한다. 재발성·불응성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과 미세잔존질환(관해 유도 요법을 거치고도 미세하게 남아 있는 암세포) 양성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치료에 처방되고 있던 블리나투모맙이 최근 미세잔존질환 음성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환자의 공고 요법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됐다. 기존에 쓰이던 치료 단계보다 더 앞선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세잔존질환 수치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미세잔존질환 양성으로 판정이 된다.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기존 항암화학요법만으로는 재발률이 높았다.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미세잔존질환이 많이 발견되면 재발률이 더 높아지므로 더욱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필요했다. 특히 기존 항암화학요법은 높은 독성 때문에 미세잔존질환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할 경우 치료 반응률과 생존율이 낮게 나타났는데 블리나투모맙은 기존 화학요법 대비 안전성과 우수한 치료 효과를 동시에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블리나투모맙은 2020년에 미세잔존질환 양성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식약처 승인을 얻었다. 공고 요법 이후에는 관해가 풀리지 않도록 유지해 주는 유지 요법을 시행하게 된다. 유지 요법 단계는 보통 3∼5년 정도 저용량의 항암제를 지속해서 사용한다. 유지 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급성골수성백혈병과 차이가 있다.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급성골수성백혈병과 달리 중추신경계까지 암세포가 침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중추신경계 예방 요법이 추가로 시행된다.”―마지막으로 환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희귀 혈액암이지만 임상 측면에서의 발전 속도도 빠르고 블리나투모맙과 같은 약제들이 지속해서 개발 중이다. 치료 과정이 어렵고 고되지만 질환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의료진을 믿고 끝까지 치료 과정을 완주해 주시길 바란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최근 방영 중인 SBS 금토 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에서 스타 럭비 선수였지만 은퇴 후 잠적했던 주인공 주가람(윤계상·사진)이 중증근무력증을 앓았던 사실이 밝혀졌다. 극 중에서 가람은 중증근무력증으로 인해 팔과 다리의 운동 능력 저하가 나타나다가 호흡근 마비까지 겪는 모습이 그려진다. 중증근무력증은 몸의 신경과 근육 사이에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숨을 쉬거나 음식을 삼키고 걷는 등의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근육이 약해지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중증근무력증의 영문 질환명 ‘Myasthenia Gravis’도 심각한 근육 약화를 의미하는 라틴어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중증근무력증은 신체 여러 부위에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 1인당 평균 16가지의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처음에는 눈꺼풀이 처지거나 물체가 두 개로 나뉘어 보이는 등 눈 주변 근육이 약해지는 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와 다른 피로감이 느껴지거나, 목소리가 변하고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지거나, 팔다리 힘이 빠져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리기 어려워지는 것을 느낀다면 중증근무력증의 신호일 수 있다. 실제로 성인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85%가 눈 주변은 물론 입 주위와 팔다리 근육까지 약해지는 전신 중증근무력증으로 진행된다. 전신 중증근무력증은 나이에 상관없이 걸릴 수 있지만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일찍 나타나고 항아세틸콜린 수용체(AchR) 항체 양성 환자보다 항근육 특이 티로신 키나제(MuSK) 항체 양성 환자의 질환 진행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윤호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신경과 교수는 “중증근무력증으로 인한 근육 약화 증상이 심해지면 호흡근 마비로 이어지는 심각한 합병증인 ‘중증근무력증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삽관, 기계 호흡이 필요한 응급 상황을 겪거나 생명을 잃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중증근무력증은 하루에도 증상이 여러 번 변화한다는 특징이 있다. 어떤 때는 걷거나 팔을 들기 힘들 정도로 힘이 약해지다가 휴식을 취하면 다시 나아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보통 아침보다 오후에 더 힘이 더 빠지고 피곤할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중증근무력증 환자 대부분은 장 보기, 요리, 세수, 옷 입기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원치 않게 직장을 그만두거나 직업을 바꿔야 하는 상황을 겪기도 한다. 일상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족과 주변인의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증근무력증으로 인한 부담은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증근무력증이 의심된다면 혈액검사로 AchR 또는 MuSK 항체 양성 여부를 확인해 진단할 수 있다. 과거에는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스테로이드, 비스테로이드성 면역억제제 등으로 치료해 왔으나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소요돼 즉각적으로 증상을 개선하기 어려웠고 그마저도 효과가 제한적이라 증상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었다. 최근에는 중증근무력증을 일으키는 원인과 연관된 병원성 자가항체의 활동을 직접적으로 차단하는 로자놀릭시주맙 등 새로운 기전의 신생아 Fc 수용체 억제제가 등장해 AchR 항체 양성 환자와 MuSK 항체 양성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 방법이 되고 있다. 홍 교수는 “중증근무력증은 여전히 치료적 미충족 수요가 높은 희귀질환이지만 최근까지 지속해서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며 발전하고 있는 영역인 만큼 환자도 희망을 잃지 않고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서울특별시 서남병원(병원장 표창해) 재활의학팀은 뇌중풍(뇌졸중) 환자의 개별적인 신체 치수를 반영한 ‘최대 보폭 설정 착용형 로봇보조보행훈련’이 환자의 호흡 기능, 균형과 보행 능력 향상에 효과적임을 입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로봇보조보행훈련은 1994년 로코맷 개발 이후 다양하게 발전해 최근에는 뇌졸중 환자 재활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뇌졸중으로 인한 마비측 감각 저하, 근력 약화, 관절 가동 범위 제한으로 나타나는 비대칭 보행을 기계적으로 교정하고 반복적인 대칭 보행 학습을 유도한다. 환자의 다리 길이 비대칭으로 인한 보행 패턴 변화를 조절할 수 있으며 독립 보행이 어려운 환자에게 안전한 환경에서 지속적인 유산소운동을 제공하고 호흡 능력 향상에 기여해 뇌졸중 초기 단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 훈련법이다. 기존 연구는 환자의 기능 수준에 따른 로봇보조보행훈련 프로그램을 적용해 왔지만 환자 개인의 사지 길이를 반영한 최적화된 전략에 관한 연구는 미미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서남병원 재활의학팀은 뇌졸중 환자의 허벅지 길이와 종아리 길이를 바탕으로 최대 보폭을 설정한 개인별 맞춤형 로봇보조보행훈련을 통해 향후 로봇 재활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서남병원 재활의학팀은 뇌졸중 편마비 환자 총 36명을 대상으로 최대 보폭 설정 착용형 로봇보조보행훈련을 4주간 받은 연구군과 전통적인 트레드밀 보행 훈련을 받은 대조군을 비교해 복횡근 강화를 통한 호흡 기능 개선, 복횡근 강화로 인한 체간 안정성 확보, 보행 패턴 개선, 지구력 향상에 유의미한 결과를 입증했다. 교신저자인 이주영 과장은 “뇌졸중 환자 개인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로봇보조보행훈련이 다방면의 기능 회복에 매우 효과적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라며 “앞으로 뇌졸중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성공적인 재활을 위해 환자 맞춤형 로봇 재활 치료의 임상적 적용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대장암은 2022년 기준 국내 전체 암 발생률 2위 암이다. 특히 50세 미만 젊은 층의 대장암 발생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대장암이 진단되는 속도라면 2040년까지 대장암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는 4000~7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국내는 2004년 국가 암 검진사업에 대장암이 포함된 이후 약 70% 이상의 높은 검진 수검률을 보인다.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높은 생존율이다. 하지만 초기에 증상이 없어 적절한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김승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전이성 대장암과 국내 치료 현황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국내 대장암 환자가 증가하는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특히 젊은 층 대장암 환자가 늘고 있다는데 이유가 무엇인가?“국내외를 막론하고 대장암 유병률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 국내는 위암과 자궁경부암이 주요 암종이었고 대장암과 유방암은 상대적으로 발생 비중이 작았다. 그러나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대장암과 유방암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장암은 기름진 음식, 육류,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섭취 증가 등 식이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젊은 세대는 어릴 때부터 서구식 식습관과 생활 환경에 노출돼 있었다는 것도 발병 증가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는 내시경 기반의 국가 암 검진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조기 진단율이 높은 편이다. 젊은 층에서 진단율이 높은 이유도 내시경 검사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장암, 직장암, 대장암 용어는 어떻게 구분하는가?“대장암은 일반적으로 결장암과 직장암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용어다. 해외는 결장암과 직장암을 명확히 구분해 사용하지만, 우리나라는 한자어 표현의 영향으로 세 용어가 혼용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결장(結腸)은 영어로 colon, 직장(直腸)은 rectum에 해당하며 이 두 부위를 통칭해 대장암(大腸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의료진 사이에서도 용어 사용에 차이가 있다. 일부는 전체를 포괄해 대장암이라고 지칭하는 반면, 결장암과 직장암을 구분해 설명하기도 한다. 특히 결장암이라는 용어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에 대중적으로는 대장암이라는 표현이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최근 대장암 치료에도 변화가 있나? “과거에는 대부분 수술을 먼저 시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다양한 임상 연구 결과가 축적되면서 특히 직장암 환자를 중심으로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 외과 중심의 치료에서 벗어나 항암 치료를 먼저 시행한 후 수술을 진행하거나, 일부 환자는 아예 수술 없이 경과를 관찰하는 접근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항문 보존과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환자층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실제로 국내 주요 학회와 의료기관에서도 관련 치료법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다만 치료 전략은 여전히 환자의 상태, 담당 의료진의 치료 성향, 진료과 특성, 병원 정책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대장암을 면역항암제로 치료하면 다른 암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효과가 낮다고 들었다. 이유는?“대장암은 면역학적 특성, 즉 면역원성이 낮은 편에 속한다. 면역항암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암 조직이 강한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장암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연구에 따르면, 면역항암제에 잘 반응하는 대장암 환자군은 전체 전이성 환자의 약 1%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대장암은 분자적 이질성이 큰 암종 중 하나다. 특정 표적 하나를 차단하더라도 암세포가 다른 신호 경로로 성장할 수 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회적으로 성장 신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단일 표적을 겨냥한 치료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최근 암 치료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대장암은 세툭시맙 성분의 표적치료제가 20년째 표준 치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유가 있나?“다양한 대장암 치료제가 지속해서 개발됐지만, 현재까지도 세툭시맙과 베바시주맙이 대표적인 치료제로 자리하고 있다. 이 두 약제 외에도 다른 치료제가 존재하지만, 효과나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 사용은 제한적이다. 일반적으로 대장암 진단 후 시행되는 1차 치료는 세툭시맙 또는 베바시주맙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하고 질병이 진행되면 다른 약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치료 전략이 구성된다. 세툭시맙을 포함한 표적치료제는 주로 4기 진행성 대장암 환자에게 사용된다. 세툭시맙은 RAS 유전자(세포 성장·분화·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호전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변이가 없는 환자에게서만 효과가 있으며 이는 전체 대장암 환자의 약 45%에 해당한다. 현재 세툭시맙은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RAS 변이가 없더라도 이상 반응 가능성과 환자의 생활 방식 등을 고려해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대장암 환자 사례가 있다면?“특히 4기 대장암 환자들과의 경험이 인상 깊게 남는다. 일반적으로 4기 대장암은 말기, 시한부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실제로 암 절제가 가능한 4기 환자는 약 20~30%가 완치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러한 치료 성과는 종양 축소 효과가 뛰어난 표적치료제를 활용해 종양 크기를 줄인 뒤, 수술로 병변을 절제하는 다학제적 치료 전략이 가능해지면서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간에 3~4개의 전이 병소가 있는 환자는 과거 수술 대상이 아니었다. 항암 치료만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항암제 반응이 좋으면 병소를 줄여서 간까지 절제 수술을 시행하는 전략이 적용되고 있다. 환자의 병기나 전이 범위와 관계없이 적극적인 치료 접근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4기 환자가 늘고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28일 자생한방병원(병원장 이진호)이 동아시아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미국 평생 의학교육인증원(ACCME)으로부터 보수교육 기관 재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ACCME는 미국 의사협회(AMA), 미국 의과대학 협회(AAMC), 미국병원협회(AHA) 등 미국 내 의료 관련 7개 협회가 공동 설립한 기관이다. 의사 보수교육 프로그램을 인증·관리·감독하는 비영리단체다. 자생한방병원은 이번 재인증을 통해 2029년까지 전 세계 31개 국가 의료진을 대상으로 의사면허 갱신에 필요한 통합의학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은 “자생한방병원의 통합의학 교육 시스템이 세계 기준에 부합한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의학의 세계화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ACCME 정식 인증은 현재 전 세계 15개국 21개 기관이 보유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의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된 의료진은 1900여 명이다. 자생한방병원은 2019년 7월 ACCME의 임시 인증을 취득한 이래 교육 제공 초기부터 온라인 교육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와 기반 강화에 나섰다. 이후 2021년 정식 인증을 받았고 이번 재인증으로 총 10년간의 인증을 유지하게 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