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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트닉이 ‘도끼’라면 베선트는 ‘검’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협상 ‘투톱’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두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이 두 사람을 각각 ‘도끼’와 ‘검’에 비유했다. 러트닉 장관의 협상 방식은 도끼로 내려찍듯 거칠고 묵직하고, 베선트 장관은 정교하고 날카로운 성향이라는 의미다. 두 장관은 다음 달 1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장관을 설득하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 또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월가 출신답게 투자, 재정, 수익 등에 대한 관심과 감각이 남다르단 평가가 많다. 또 협상 스타일은 다르지만, 관세 부과를 미국 경제에 꼭 필요한 정책으로 인식하며 숫자를 중심으로 상대를 압박한다는 점에선 유사하단 분석도 많다.● ‘리틀 트럼프’ 러트닉… 베선트는 협상 과정서 존재감러트닉 장관은 최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장소를 바꿔가며 네 차례나 만났다. 그는 24∼28일(현지 시간)에는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을 미국 수도 워싱턴, 뉴욕주 자택,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했던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각각 만났다. 또 29일에는 두 사람에다 워싱턴으로 급파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더해 약 2시간의 협상을 진행했다. 구 부총리는 31일 베선트 장관과도 워싱턴에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과의 무역합의 성사 여부를 가늠하는 ‘최후의 담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황금 같은 마지막 협상 기회를 러트닉 장관과 베센트 장관에게 집중하는 이유는 그만큼 ‘트럼프표 관세 정책’에서 두 사람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두 장관의 성향, 협상 방식 등을 고려해 준비하고 점검했다”고 전했다. 러트닉 장관은 최근 한국 정부 인사들에게 ‘리틀 트럼프’로 통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큰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펼치고 감정 또한 여과 없이 드러낼 때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또 한 가지 의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기보다 여러 의제를 넘나드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점으로 꼽힌다. 러트닉 장관과 수차례 만난 또 다른 소식통은 “말이 많은 편이고 숫자를 좋아하며 직관적인 성향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닮았다”고 평했다. 이런 스타일 때문에 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 인사는 그를 두고 “매끄러운 협상가는 아니다”라고 평했다.베선트 장관은 최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협상 과정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올 4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 유예를 ‘깜짝’ 결정한 배경에 미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한 베선트 장관의 강한 설득이 있었다는 주요 언론의 보도가 잇따랐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거칠고 위압적인 행동과 발언으로 일관하고 때론 월권까지 일삼는 러트닉 장관의 행보를 우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침착하고 유화적인 베선트 장관에게 주요 교역국인 일본과의 관세 협상을 맡겼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온건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협상장에서 상대 측 발언을 귀담아듣고 논리적인 성향이란 평가도 있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상대적으로 베선트 장관이 젠틀하다는 뜻이지 큰 틀에서 관세 부과를 압박하는 건 마찬가지”라며 “꼼꼼한 디테일을 앞세워 압박하는 베선트 장관을 상대하는 게 때론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월가 CEO 출신’ 공통점… 재무장관직 두고 경쟁도 두 장관은 모두 월가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을 오래전부터 후원했고 정치적 야심도 남다르다는 평이다. 과거 한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서 주로 상대했던 워싱턴의 정통 관료 출신 인사들과 결이 다르다는 의미다. 러트닉 장관은 뉴욕주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10대 시절 부모를 모두 병으로 잃었다. 펜실베이니아주 해버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1983년 월가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에 입사했다. 말단 직원에서 8년 만에 CEO에 올랐다. 2001년 9·11테러 당시 캔터 본사는 맨해튼 세계무역센터에 있었다. 이 여파로 러트닉 장관의 동생 게리를 포함한 캔터 직원 660여 명이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한 자선행사에서 만났고 ‘뉴욕 출신 기업인’이라는 공통점으로 의기투합했다. 러트닉 장관은 2008년 당시 부동산 사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하던 방송 ‘어프렌티스’에 심사위원으로도 참가했을 만큼 쇼맨십도 강하다. 지난해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그라운드제로(0)’에서 열린 9·11테러 23주년 추모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반면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베선트 장관은 대학 시절 월가 유명 투자자 짐 로저스의 인턴으로 일했다. 졸업 뒤엔 ‘헤지펀드 전설’ 조지 소로스가 세운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에 입사해 최고투자책임자(CIO)까지 지냈다. 2015년 키스퀘어그룹이라는 헤지펀드를 직접 설립했다. 공화당과 소속 정치인 등에게 최소 1500만 달러(약 208억 원)를 기부했다. 두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전 재무장관직을 두고 경합했다. NYT는 베선트 장관이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막대한 정부 부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불공정한 무역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한 게 경제 수장으로 발탁된 주요 배경이라고 평가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한미 관세협상 담판을 앞두고 미국이 ‘최선의 최종(best and final) 협상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8월 1일은 (관세 협상의) 마감일”이라며 더 이상의 관세 연장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조선업과 반도체, 미국산 무기 구매에 이어 2차전지, 바이오 주력 등 전략산업 투자가 포함된 최종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조만간 한미 관세협상 타결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정부 관계자는 “기존 제안보다 진전된 최종 제안을 미국에 전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한국의 제안이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오늘(미국 시간 30일) 한국의 제안에 대한 회의가 있을 것”이라며 “최종 결정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고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단을 앞두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에선 상호관세 발효 전인 30, 31일 중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협상에서 한국에 “최선이자 최종적인 협상안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고 요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만난 러트닉 장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종 협상안을 제시할 땐 “모든 걸 가져와야 한다(bring it all)”고 했다고 WSJ는 전했다. 한국이 제안한 대미 투자액 등을 증액해야 한다고 압박한 셈이다. 한국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류진 한국경제인연합회 회장(풍산 회장) 등이 미국을 방문해 관세협상을 지원하는 등 총력전 체제에 들어갔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간기업이 그동안 구축한 미국 네트워크가 상당하다. 정부가 협상하는 큰 틀에 대해 필요한 경우 공유하고 있다”며 “민간에서도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도 많이 만날 수 있다. 거기서 들은 얘기를 전달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구 부총리 등 미국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주요 장관들과 화상회의를 갖고 “당당한 자세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전했다. 구 부총리는 관세 발효 하루 전인 31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면담할 계획이다. 미국이 4000억 달러(약 557조 원) 투자를 요구해 온 가운데 정부는 2000억 달러(약 274조 원) ‘플러스알파(+α)’의 투자액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대미 투자 패키지에 대해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러트닉이 ‘도끼’라면 베선트는 ‘검’이다.”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협상 ‘투톱’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두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이 두 사람을 각각 ‘도끼’와 ‘검’에 비유했다. 러트닉 장관의 협상 방식은 도끼로 내려찍듯 거칠고 묵직하고, 베선트 장관은 정교하고 날카로운 성향이라는 의미다.두 장관은 다음 달 1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장관을 설득하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 또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월가 출신답게 투자, 재정, 수익 등에 대한 관심과 감각이 남다르단 평가가 많다. 또 협상 스타일은 다르지만, 관세 부과를 미국 경제에 꼭 필요한 정책으로 인식하며 숫자를 중심으로 상대를 압박한다는 점에선 유사하단 분석도 많다.● ‘리틀 트럼프’ 러트닉…베선트는 협상 과정서 존재감러트닉 장관은 최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장소를 바꿔가며 네 차례나 만났다. 그는 24~28일(현지시간)에는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을 미국 수도 워싱턴, 뉴욕주 자택,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했던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각각 만났다. 또 29일에는 두 사람에다 워싱턴으로 급파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더해 약 2시간의 협상을 진행했다.구 부총리는 31일 베선트 장관과도 워싱턴에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과의 무역합의 성사 여부를 가늠하는 ‘최후의 담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정부가 황금 같은 마지막 협상 기회를 러트닉 장관과 베센트 장관에게 집중하는 이유는 그만큼 ‘트럼프표 관세 정책’에서 두 사람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두 장관의 성향, 협상 방식 등을 고려해 준비하고 점검했다”고 전했다.러트닉 장관은 최근 한국 정부 인사들에게 ‘리틀 트럼프’로 통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큰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펼치고 감정 또한 여과 없이 드러낼 때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또 한 가지 의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기보다 여러 의제를 넘나드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점으로 꼽힌다.러트닉 장관과 수차례 만난 또 다른 소식통은 “말이 많은 편이고 숫자를 좋아하며 직관적인 성향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닮았다”고 평했다. 이런 스타일 때문에 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 인사는 그를 두고 “매끄러운 협상가는 아니다”라고 평했다.베선트 장관은 최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협상 과정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올 4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 유예를 ‘깜짝’ 결정한 배경에 미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한 베선트 장관의 강한 설득이 있었다는 주요 언론의 보도가 잇따랐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거칠고 위압적인 행동과 발언으로 일관하고 때론 월권까지 일삼는 러트닉 장관의 행보를 우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침착하고 유화적인 베선트 장관에게 주요 교역국인 일본과의 관세 협상을 맡겼다고 진단했다.이처럼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온건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협상장에서 상대측 발언을 귀담아듣고 논리적인 편이란 평가도 있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상대적으로 베선트 장관이 젠틀하다는 뜻이지 큰 틀에서 관세 부과를 압박하는 건 마찬가지”라며 “꼼꼼한 디테일을 앞세워 압박하는 베선트 장관을 상대하는 게 때론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월가 CEO 출신’ 공통점…재무장관직 두고 경쟁도두 장관은 모두 월가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을 오래전부터 후원했고 정치적 야심도 남다르다는 평이다. 과거 한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서 주로 상대했던 워싱턴의 정통 관료 출신 인사들과 결이 다르다는 의미다.러트닉 장관은 뉴욕주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10대 시절 부모를 모두 병으로 잃었다. 펜실베이니아주 해버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1983년 월가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에 입사했다. 말단 직원에서 8년 만에 CEO에 올랐다.2001년 9·11테러 당시 캔터 본사는 맨해튼 세계무역센터에 있었다. 이 여파로 러트닉 장관의 동생 게리를 포함한 캔터 직원 660여 명이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한 자선행사에서 만났고 ‘뉴욕 출신 기업인’이라는 공통점으로 의기투합했다.러트닉 장관은 2008년 당시 부동산 사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하던 방송 ‘어프렌티스’에 심사위원으로도 참가했을 만큼 쇼맨십도 강하다. 지난해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그라운드제로(0)’에서 열린 9·11테러 23주년 추모식에 나란히 참석했다.반면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베선트 장관은 대학 시절 월가 유명 투자자 짐 로저스의 인턴으로 일했다. 졸업 뒤엔 ‘헤지펀드 전설’ 조지 소로스가 세운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에 입사해 최고투자책임자(CIO)까지 지냈다. 2015년 키스퀘어그룹이라는 헤지펀드를 직접 설립했다. 공화당과 소속 정치인 등에 최소 1500만 달러(약 208억 원)를 기부했다.두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전 재무장관직을 두고 경합했다. NYT는 베선트 장관이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막대한 정부 부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불공정한 무역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한 게 경제 수장으로 발탁된 주요 배경이라고 평가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9일 “북-미 정상 관계는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전날(28일) 공개된 대(對)남 담화에선 한국엔 “마주 앉을 일 없다”고 선을 그은 반면 미국을 향해선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 미국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며 비핵화를 조건으로 한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한미의 대화 제의에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이틀 연속 담화문을 낸 데 대해 대통령실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 김여정 “비핵화 논의는 우롱”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 목적과 한 선상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우롱”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그 능력에 있어서 또한 지정학적 환경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인정은 앞으로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사고해 보는 데서 전제돼야 할 것”이라며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면서도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수령을 거부해 온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향해 이틀 연속 담화를 낸 것을 두고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 우정)’ 재개 의지를 밝힌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핵보유국 인정 등을 끌어내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에서 대화를 원하고 있는 상황을 미끼로 활용하면서 궁극적으로 얻고 싶은 ‘핵보유국 지위’라는 맥시멈 대화 조건을 요구한 것”이라며 “다만 이런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북한이 나올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으로부터 (대북 유화책으로) 받을 건 다 받아먹고, 대화 상대는 미국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두 담화를 종합하면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를 중단하고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 군축 협상하자는, 트럼프 2기 출범 후 나온 담화 중 가장 명료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 백악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대화 가능” 북한의 담화에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정상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도 북한 비핵화 목표는 유지하고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 당국자는 28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fully denuclearised)’를 위해 김 위원장과의 관여(engaging)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표현하며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강조해 왔다. 4월엔 “(김 위원장과) 소통이 있다.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북한을 ‘거대한 핵 능력 보유국’이라고 했다. 올 1월 취임식 당일에도 “그(김 위원장)는 핵 능력이 있다. 그 역시 나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며 “우리는 잘 지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북-미 대화 가능성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김 부부장이 이틀 연속 입장을 낸 것이 굉장히 이례적인 것 아닌가”라며 “북한 고위당국자의 담화에 대해 굉장히 유의하고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며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 북-미 회담 재개를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시점(8월 1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민관이 총력 대응에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미국과의 막판 협상에 힘을 보태기 위해 29일 오후 워싱턴으로 출발했다. 전날 워싱턴으로 향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한국 정부가 조선업 협력을 위해 미국에 제안한 조선업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서 협상단을 지원할 예정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31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담판을 위해 이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의 협상을 위해 유럽으로 떠났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워싱턴으로 복귀해 막바지 점검 작업을 진행 중이다.● 31일 관세 최종 담판2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50분쯤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 도착해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이 회장은 방미 목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녕하세요”라고만 답한 뒤 출국장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투자액 370억 달러(약 51조5000억 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전날 테슬라에 공급하기로 발표한 23조 원 규모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인 테슬라 ‘AI6’ 칩을 이곳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이 회장이 대미 반도체 투자 확대 및 AI 반도체 기술 협력 등을 한국 정부의 협상 카드로 제안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 이미 제안한 조선 협력 프로그램 외에 더 큰 ‘한 방’이 필요하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이 회장이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 산업 재건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만큼 한미 기술 협력 확대를 논의하는 데 이 회장이 확실한 지원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김동관 부회장이 워싱턴으로 향했다. 한화그룹은 올 초 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추가 투자 및 현지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등을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같은 날 구 부총리는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조선업과 한미 간 중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잘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그간 미국과 조율해 온 한미 관세 협상의 세부적인 틀을 바탕으로 31일 베선트 장관과의 회담에서 최종 담판에 나설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깜짝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역시 협상 타결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재무장관 회담은 협상을 위한 자리라기보다는 그간 한미 양국이 협의해 온 내용에 도장을 찍는 자리”라며 “회담 전까지 미국과 큰 틀에서의 협의가 완료돼야 협상 타결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축산물 카드 활용도 불가피” 정부가 재계까지 동원한 것은 그만큼 우리 정부가 다급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앞서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러트닉 장관과 회동한 후 25일엔 러트닉 장관의 뉴욕 자택까지 찾아가 협상을 이어갔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자택까지 가서 만났다는 건 협상에선 통상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면서도 “미국의 느긋함과 한국의 다급함이 그대로 묻어난 장면이기도 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시간에 쫓기는 한국을 의도적으로 더 압박하고, 무역 합의의 분수령이 될 31일에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를 계속 보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러트닉 장관 역시 28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한 일본을 부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크게 웃으며 “한국인들은 스코틀랜드까지 날아왔다. 그들은 정말 정말 (무역) 협상을 타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과 여당 내에서 농축산물 개방에 대한 반대 기류를 감안해 정부가 기업 투자 확대로 미국을 설득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주요 지지층인 미국 농업계의 요구에 맞춰 주요 무역 대상국에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정부는 미국산 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지지만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국가별로 배정된 쿼터를 바꿔야 해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렵다. 미국산 소고기 30개월 월령 제한 규제 폐지는 여당 내 반대가 거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미 투자 규모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에 본인의 업적을 홍보할 수단”이라며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같은 비관세 장벽 철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과의 무역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실질적인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시점(8월 1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민관이 총력 대응에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과의 막판 협상에 힘을 보태기 위해 29일 오후 워싱턴으로 출발했다. 전날 워싱턴으로 향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한국 정부가 조선업 협력을 위해 미국에 제안한 조선업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서 협상단을 지원할 예정이다.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31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담판을 위해 이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의 협상을 위해 유럽으로 떠났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워싱턴으로 복귀해 막바지 점검 작업을 진행 중이다.● 31일 관세 최종 담판2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50분쯤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 도착해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이 회장은 방미 목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녕하세요”라고만 답한 뒤 출국장에 들어갔다.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투자액 370억 달러(약 51조5000억 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전날 테슬라에 공급하기로 발표한 23조 원 규모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인 테슬라 ‘AI6’ 칩을 이곳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이 회장이 대미 반도체 투자 확대 및 AI 반도체 기술 협력 등을 한국 정부의 협상 카드로 제안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 이미 제안한 조선 협력 프로그램 외에 더 큰 ‘한 방’이 필요하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이 회장이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 산업 재건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만큼 한미 기술 협력 확대를 논의하는 데 이 회장이 확실한 지원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김동관 부회장이 워싱턴으로 향했다. 한화그룹은 올 초 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추가 투자 및 현지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등을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같은 날 구 부총리는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조선업과 한미 간 중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잘 협의하겠다”고 밝혔다.구 부총리는 그간 미국과 조율해 온 한미 관세 협상의 세부적인 틀을 바탕으로 31일 베선트 장관과의 회담에서 최종 담판에 나설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깜짝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역시 협상 타결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재무장관 회담은 협상을 위한 자리라기보다는 그간 한미 양국이 협의해 온 내용에 도장을 찍는 자리”라며 “회담 전까지 미국과 큰 틀에서의 협의가 완료돼야 협상 타결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축산물 카드 활용도 불가피”정부가 재계까지 동원한 것은 그만큼 우리 정부가 다급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앞서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러트닉 장관과 회동한 후 25일엔 러트닉 장관의 뉴욕 자택까지 찾아가 협상을 이어갔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자택까지 가서 만났다는 건 협상에선 통상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면서도 “미국의 느긋함과 한국의 다급함이 그대로 묻어난 장면이기도 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시간에 쫓기는 한국을 의도적으로 더 압박하고, 무역 합의의 분수령이 될 31일에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를 계속 보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러트닉 장관 역시 28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한 일본을 부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크게 웃으며 “한국인들은 스코틀랜드까지 날아왔다. 그들은 정말 정말 (무역) 협상을 타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과 여당 내에서 농축산물 개방에 대한 반대 기류를 감안해 정부가 기업 투자 확대로 미국을 설득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주요 지지층인 미국 농업계의 요구에 맞춰 주요 무역 대상국에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정부는 미국산 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지지만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국가별로 배정된 쿼터를 바꿔야 해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렵다. 미국산 소고기 30개월 월령 제한 규제 폐지는 여당 내 반대가 거세다.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미 투자 규모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에 본인의 업적을 홍보할 수단”이라며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같은 비관세 장벽 철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과의 무역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실질적인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25전쟁 정전협정 72주년 기념일을 맞아 28일(현지 시간) ‘대통령 메시지’를 내고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란 외교정책에 따라 우리는 한반도의 안보를 지키고 안정과 번영, 평화라는 숭고한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굳게 다짐한다”고 밝혔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날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으로 알려진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북한 인민군이 38선을 넘어 전면적인 남침을 감행하면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응해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공산주의 침략을 저지하고, 미국의 국익을 방어하며, 서방세계에서 공산주의의 가장 강력한 적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파병했다”며 “마침내 1953년 7월 27일 휴전이 성립됐고, 공산주의 운동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게 됐다”고 설명했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한국 비무장지대(DMZ) 방문 사실을 언급하며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선 최초로 비무장지대를 넘어 북한으로 들어간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1기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 협상, 미국인 인질 석방, 미군 유해 송환을 추진하기 위해 북한에 대해 최대 압박 정책을 시행하고 제재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또 “오늘날에도 공산주의의 악은 아시아에 잔존하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의 군대는 강력한 동맹 아래 단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7년 한국전쟁 정전협정 64주년을 기념해 7월 27일을 ‘한국전쟁 참전용사 정전기념일’로 지정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리’, 유럽연합(EU)의 ‘굴욕’으로 끝났다.” 27일(현지 시간) 미국과 EU가 무역 협상을 타결한 직후 영국 텔레그래프가 내놓은 논평이다. EU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30%보다는 낮은 15% 상호관세율을 얻어냈지만, 이번 합의로 유럽의 자동차, 명품, 제약 산업 등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EU 1, 2위 경제 대국이지만 이미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의 재정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후 가장 큰 정치적,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를 내렸다.● NYT “트럼프 재집권 후 최대 성과”EU는 미국이 앞서 협상을 타결한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체급’, ‘중요도’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9조4128억 달러(약 2경6781조 원)에 이르며, 미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다. 그런 만큼, 전반적으로 미국에 유리한 결과란 평가가 나오는 이번 미-EU 합의는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겐 상당한 치적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회담 뒤 들고나온 문서에는 EU의 대(對)미국 투자 금액이 5000억 달러에서 6000억 달러로 수정돼 있었다. 앞서 22일 일본과의 합의 당시 4000억 달러로 표시된 문서를 5500억 달러로 늘린 것과 유사하다. 또 EU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비용도 6000억 달러에서 7500억 달러로 수정돼 있었다. EU는 향후 막대한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도 구매할 예정이다. 이처럼 EU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건 최악의 무역전쟁을 일단 피하자는 의도가 크게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비중이 높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미국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를 통해 미국은 EU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4월부터 부과된 25%에서 절반인 12.5%로 인하했다. 이에 EU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기존 2.5%의 관세를 더해 총 15%가 됐다.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조정된 것이다. 반면 EU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고 NYT가 EU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자동차에서도 사실상 미국이 더 유리한 결과를 얻은 것. EU는 대다수 미국산 기계류 제품에도 무관세를 적용키로 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군사 위협을 막기 위해선 미국과의 안보, 군사 협력이 절실한 점도 이번 협상 과정에서 EU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반영됐을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미국이 유럽산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역시 기존 50%로 유지하기로 한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과 EU는 모든 항공기 및 관련 부품, 반도체 장비, 특정 복제약, 특정 화학 제품, 특정 농산물 및 천연자원과 핵심 원자재 등 전략적 품목에는 상호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합의 직후 佛과 伊에서 불만 터져 나와 상호관세율과 자동차 관세율을 낮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EU에서 적잖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28일 “의약품과 자동차 등 민감한 분야의 여러 요소가 빠져 있고, 농산물 일부 품목 면세 여부, 에너지 구매 조건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로랑 생마르탱 대외무역 담당 장관도 “(이번 합의는) 불균형하다. 특히 서비스 부문에서 ‘균형 회복’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추가 협상 가능성도 제기한다. EU 측이 대미(對美) 투자가 정확히 언제, 어떤 분야에서 이뤄질지 확정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향후 세부 협상에서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EU 실무진은 28일 양국 정상회담 후에도 일부 세부 사항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BBC방송도 “투자 관련 큰 숫자들이 거론됐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을 수 있다”며 협정 수정 가능성을 열어뒀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한미 간 핵심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가동이 지연되면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핵 고도화 대응에 초점을 맞춘 NCG가 향후 미국의 중국 견제 집중과 동맹의 방위 분담 확대 요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여권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NCG를 중국 견제로 확장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NCG는 ‘워싱턴 선언’에 따라 미국의 확장억제 기획·운용에 한국을 참여시켜 핵우산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2023년 7월 출범한 협의체다. 이후 매년 두 차례씩 열렸으며 한미는 비상계엄 직후인 올 1월 열린 4차 회의에서 올 상반기 중 5차 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미국 측과 7월 개최를 목표로 NCG 5차 회의 개최를 협의했으나 일정 조율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르면 9월 개최를 염두에 두고 미국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NCG 개최가 지연되고 있는 것을 두고 미국이 확장억제를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분담 확대와 연계시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9월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의 중국 견제 역할 확대 방향 등을 담은 새 국방전략(NDS)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NCG와 관련해 “한반도에서의 연합 전력 태세가 중국과 북한에 대한 억제에 신뢰성 있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한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확장억제 등 한미 연합 전력 태세의 ‘억제’에 중국이 포함됨을 분명히 한 것. 실제로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외교·국방 당국자가 참가하는 정례 협의체인 확장억제 대화(EDD) 계기로 열린 미일 간 도상 연습에선 중국과의 충돌 등 ‘동아시아’에서 위기가 발생해 핵무기를 사용하게 되는 시나리오가 상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가운데 확장억제 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미국은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이 포함된 ‘작전 지원’ 항목 신설을 요구한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 조야에선) 확장억제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한국의 경제 규모가 (일본보다) 작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한국)“한국의 대(對)미국 무역흑자 규모가 중요하다.”(미국) 다음 달 1일(현지 시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국과 미국이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교역 상대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중요한 협상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경제 규모가 훨씬 작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 측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 시간)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은 한국의 경제 규모와 대미 무역적자 규모를 두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는 각각 660억 달러(약 91조800억 원·세계 8위), 685억 달러(약 94조5300억 원·세계 7위)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지난해 일본의 경제 규모는 한국의 약 2.15배(일본과 한국의 명목 GDP는 각각 4조262억 달러, 1조8697억 달러)로 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5500억 달러 투자 등을 우리가 비슷한 규모로 추진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이에 정부는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의 협의 때도 이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미국에 2000억 달러(약 274조 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 제안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이 금액도 한일 간 현실적인 경제 규모 격차 등을 기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의 무역적자(한국의 무역흑자) 규모를 이유로 한국에도 일본 수준의 양보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미국 알래스카주 액화천연가스(LNG) 합작 사업 참여, 대규모 항공기 구매 등 일본과 합의한 내용을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하려 들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이 미국산 소고기, 쌀 등을 얼마나 수입하는지와 같은 시장 개방과 비(非)관세 장벽 해소도 협상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미국이 가장 중시하는 부분 중 하나는 ‘무역 불균형 해소’”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막판 협상 총력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최종 담판을 벌이기 전 협상 세부 내용을 대부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에 머물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협상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25∼29일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고위급 인사들의 스코틀랜드 방문 일정에 맞춰 유럽으로 이동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정부가 다음 달 1일(현지 시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이달 말 사실상 마지막 담판을 벌인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관세 및 통상 담당 장관들이 유럽연합(EU), 중국 등과 협상에 나서면서 한미 고위 당국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최종 조율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이 짧으면 하루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정부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2일 일본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전격 타결해 무역 합의에 대한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협상 시간에서도 쫓기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시간에 쫓기다 자칫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대거 수용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러트닉 “결정은 결국 트럼프 몫” 방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주말에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협상을 이어갔다. 특히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의 뉴욕 관저로도 찾아가 협상을 진행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26일 “큰 쟁점에서 서로 합의가 이뤄진 자리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며 “결국 협상은 끝까지 가봐야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도 한국의 ‘비관세 장벽’ 등을 포함해 다양한 이슈에서 ‘백화점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그는 또 “결정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각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을 고려할 때 그의 까다로운 눈높이에 맞출 협상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한국에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막판 협상’ 韓, 시간 쫓겨 부담감 커져상호관세가 부과되는 다음 달 1일까지 불과 나흘가량 남았지만 한미 고위급 회담은 주말 회동을 끝으로 잠시 멈춤에 들어간다. 미 측 핵심 인사들이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비우기 때문이다. 영국 스코틀랜드 방문을 위해 이미 출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까지 현지에 머물며 EU와의 통상협상 등에 집중한다. 27일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관세 담판에 나선다.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 역시 EU와의 협상을 위해 스코틀랜드를 방문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들은 28, 29일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되는 3차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관세 실무 사령탑’으로 통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중국과의 협상을 위해 같은 기간 스톡홀름에 머문다. 베선트 장관은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를 갖기로 했지만, 구 부총리의 출국을 불과 1시간 앞두고 회담 취소를 통보한 바 있다. 연기된 양국 재무장관 회동은 베선트 장관이 워싱턴에 돌아오는 대로 열릴 예정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31일 방미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통상협상에 힘을 보탠다. 결국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무역 상대국들 가운데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협상을 위해 한국에 주어진 시간은 사실상 30일과 31일, 단 이틀밖에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당장은 중국과의 협상에 거의 올인하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무역협상에선 사실상 31일 하루에 많은 게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편 백악관은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된 언론 질의에 “미국 기업들을 위한 시장 접근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과 계속해서 생산적인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정부가 다음 달 1일(현지 시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이달 말 사실상 마지막 담판을 벌인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관세 및 통상 담당 장관들이 유럽연합(EU), 중국 등과 협상에 나서면서 한미 고위 당국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최종 조율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이 짧으면 하루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정부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2일 일본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전격 타결해 무역 합의에 대한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협상 시간에서도 쫓기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시간에 쫓기다 자칫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대거 수용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러트닉 “결정은 결국 트럼프 몫”방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주말에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협상을 이어갔다. 특히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의 뉴욕 관저로도 찾아가 협상을 진행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26일 “큰 쟁점에서 서로 합의가 이뤄진 자리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며 “결국 협상은 끝까지 가봐야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러트닉 장관은 이날도 한국의 ‘비관세 장벽’ 등을 포함해 다양한 이슈에서 ‘백화점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그는 또 “결정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각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을 고려할 때 그의 까다로운 눈높이에 맞출 협상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한국에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막판 협상’ 韓, 시간 쫓겨 부담감 커져상호관세가 부과되는 다음 달 1일까지 불과 닷새가량 남았지만, 한미 고위급 회담은 주말 회동을 끝으로 잠시 멈춤에 들어간다. 미 측 핵심 인사들이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비우기 때문이다. 영국 스코틀랜트 방문을 위해 이미 출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까지 현지에 머물며 EU와의 통상협상 등에 집중한다. 27일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관세 담판에 나선다.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 역시 EU와의 협상을 위해 스코틀랜드를 방문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들은 28~29일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되는 3차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관세 실무 사령탑’으로 통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중국과의 협상을 위해 같은 기간 스톡홀름에 머문다. 베선트 장관은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를 갖기로 했지만, 구 부총리의 출국을 불과 1시간 앞두고 회담 취소를 통보한 바 있다.연기된 양국 재무장관 회동은 베선트 장관이 워싱턴에 돌아오는 대로 열릴 예정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31일 방미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통상협상에 힘을 보탠다.결국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무역 상대국들 가운데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협상을 위해 한국에 주어진 시간은 사실상 30일과 31일, 단 이틀밖에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당장은 중국과의 협상에 거의 올인하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무역협상에선 사실상 31일 하루에 많은 게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편 백악관은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한 언론 질의에 “미국 기업들을 위한 시장 접근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과 계속해서 생산적인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EU산 수입품에 1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양측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하루 전 일본에 책정한 25%의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는데, 또 다른 핵심 교역국인 EU에도 ‘15%’ 적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역시 미국과 협상을 체결한다면 15% 상호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BBC는 15% 상호관세율이 ‘글로벌 하한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미국과 EU가 서로의 항공기, 주류, 의료기기 등 일부 품목별 관세도 면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 또한 25%에서 12.5%(기존 자동차에 적용돼온 2.5% 관세 포함 시 15%)로 낮췄다. 이에 미국이 한국에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부과된 품목별 관세를 일부 낮춰줄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철강은 예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일본산 철강과 마찬가지로 EU산 철강에도 50%의 품목별 관세를 고수할 것이라고 점쳤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15%의 상호관세율을 얻어내려면 상당한 양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장 개방에 동의하는 나라에만 관세를 내리고, 그렇지 않으면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그는 워싱턴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일부 국가에 대해선 15∼50%의 단순한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며 관세율을 낮추려면 시장을 활짝 열라고 압박했다. EU와 협상 중인 사실도 공개하며 “관세가 매우 중요하지만, 다른 나라의 시장을 개방하는 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15% 관세가 하한선이냐’는 질문에 “작은 국가에는 (그보다 더 낮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지만, 큰 국가들은 쉽지 않다”고 했다. 미국에 많은 무역적자를 안기는 주요 교역국에 대해선 15%보다 상호관세를 더 낮춰주긴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한미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이 미국을 방문 중인 가운데, 일부 의원들이 6·25전쟁 종전선언 등을 주장해온 인사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방문의 주목적이 ‘한미 통상 협상 지원’임을 고려할 때 결이 맞지 않는 행사에 참석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서영교 김영배 의원은 23일(현지 시간)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이 주최한 ‘한반도 평화 포럼’에 참석했다. 조 의원은 이날 행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자리에 함께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셔먼 의원은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촉구하는 ‘한반도 평화 법안’을 117대 의회인 2021년부터 올해까지 3차례 연속 발의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집권 공화당 의원 중에는 “북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셔먼 의원은 미 민주당에서도 반트럼프 성향이 강한 인사로 꼽힌다. 한편 방미단 내 국민의힘 의원들은 같은 날 백악관과 의회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정부가 대(對)중국 견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취하는지 감시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여야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 통상 협상 중인 정부를 지원해야 하는 시점에 굳이 자국 정부를 감시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이 적절한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미단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 등을 만나 “자동차, 철강 등 품목별 관세를 최소화하는 게 한국에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 등을 전달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EU산 수입품에 1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양측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하루 전 일본에 책정한 25%의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는데, 또 다른 핵심 교역국인 EU에도 ‘15%’ 적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역시 미국과 협상을 체결한다면 15% 상호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BBC는 15% 상호관세율이 ‘글로벌 하한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미국과 EU가 서로의 항공기, 주류, 의료기기 등 일부 품목별 관세도 면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 또한 25%에서 12.5%(기존 자동차에 적용되온 2.5% 관세 포함시 15%)로 낮췄다. 이에 미국이 한국에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부과된 품목별 관세를 일부 낮춰줄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철강은 예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일본산 철강과 마찬가지로 EU산 철강에도 50%의 품목별 관세를 고수할 것이라고 점쳤다.하지만 미국으로부터 15%의 상호관세율을 얻어내려면 상당한 양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장 개방에 동의하는 나라에만 관세를 내리고, 그렇지 않으면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그는 워싱턴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일부 국가에 대해선15~50% 사이의 단순한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며 관세율을 낮추려면 시장을 활짝 열라고 압박했다. EU와 협상 중인 사실도 공개하며 “관세가 매우 중요하지만, 다른 나라의 시장을 개방하는 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15% 관세가 하한선이냐’는 질문에 “작은 국가에는 (그보다 더 낮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지만, 큰 국가들은 쉽지 않다”고 했다. 미국에 많은 무역적자를 안기는 주요 교역국에 대해선 15%보다 상호관세를 더 낮춰주긴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한미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이 미국을 방문 중인 가운데, 일부 의원들이 한국전쟁 종전선언 등을 주장해온 인사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방문의 주 목적이 ‘한미 통상 협상 지원’임을 고려할 때 결이 맞지 않는 행사에 참석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서영교·김영배 의원은 23일(현지 시간)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이 주최한 ‘한반도 평화 포럼’에 참석했다. 조 의원은 이날 행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자리에 함께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셔먼 의원은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촉구하는 ‘한반도 평화 법안’을 117대 의회인 2021년부터 올해까지 3차례 연속 발의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집권 공화당 의원 중에는 “북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셔먼 의원은 미 민주당에서도 반트럼프 성향이 강한 인사로 꼽힌다.한편 방미단 내 국민의힘 의원들은 같은 날 백악관과 의회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정부가 대(對)중국 견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취하는지 감시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여야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 통상 협상 중인 정부를 지원해야 하는 시점에 굳이 자국 정부를 감시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이 적절한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방미단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 등을 만나 “자동차, 철강 등 품목별 관세를 최소화하는 게 한국에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 등을 전달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에서 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행을 지낸 스티븐 본 전 대행이 한국이 대(對)미국 투자를 늘린다고 해도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와 철강 등에 부과하려는 관세를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자동차 관세 인하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두고 미국 측과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를 도출해 내긴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본 전 대행은 22일 워싱턴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자동차, 철강 등에 대한 관세를 국가안보 조치로 인식하고 있다”며 “(미국의) 철강 및 자동차 산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엄청난 정치적 압력 또한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결코 이 두 산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철강과 자동차 관세를 피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한국) 사람들이 있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미국은 훌륭한 농업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산) 쌀과 소고기를 더 팔고 싶어 하는 게 확실하다”며 한국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단 주장을 폈다. 한국이 무역 협상을 통해 기존에 책정된 25%(기본관세 10%와 국가별 관세 15%를 합친 수치)의 상호관세율을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해 본 전 대행은 “미국이 영국과 맺은 합의(10%)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저 수준”이라면서 이에 근접한 관세율을 얻어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 경제에 이득이라고 믿는다. 그가 관세를 없애기를 바란다면 더 나은 무언가를 줘야 한다”고 했다. 통상 전문 변호사 출신인 본 전 대행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을 설계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와 함께 일했다. 당시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의 의회 인준이 미뤄지고 있을 때 대표 대행을 지냈다. 그는 한국이 추진 중인 대미 투자 확대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그다지 매력적인 카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인에게 ‘미국에 더 투자하고 싶다’는 건 양보가 아니다. 어차피 (한국이) 하려던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이 방위비 지출을 확대하는 방안 또한 통상 협상에서 큰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본 전 대행은 “유럽 주요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따라 방위비를 증액하기로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30% 관세를 부과했다”며 “방위비 증액이 미국인들이 원하는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했다. 또한 최근 미국 경제가 좋은 편이어서 무역 협상을 진행할수록 트럼프 행정부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합의를 일찍 해야 더 나은 합의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미국과 중국이 28, 29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제3차 고위급 무역 협상을 갖는다. 앞서 올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의 1차 협상, 한 달 후 영국 런던에서의 2차 협상에 이어 세 번째로 양국 고위 관계자들이 얼굴을 맞대는 것이다. 양국이 제네바에서 합의한 ‘90일간 상호관세 115%포인트 인하’의 기간이 다음 달 12일로 종료되는 가운데 이를 연장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만간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방중 시점 또한 “머지않은 미래”라고 강조했다. 중국 또한 같은 날 미국 대형 화학회사 듀폰에 대한 반(反)독점 조사를 중단한다고 밝히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다만 미국은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 의제가 3차 협상에서 논의된다면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베선트, 관세 인하 기간 연장 기대감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사진)은 22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다음 주 월요일과 화요일(28, 29일) 중국 측 대화 상대와 스톡홀름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도 23일 “허리펑(何立峰) 국무원 부총리가 27일부터 30일까지 스웨덴을 방문해 미국과 경제무역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베선트 장관은 인터뷰에서 관세 인하 기간 연장에 기대감을 드러내며 “‘연장될 것으로 보이는 것’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제네바에서 미국은 중국에 부과했던 145%의 관세를 30%로 낮췄고, 중국 또한 미국에 부과한 125%의 관세를 10%로 낮췄다. 다음 달 12일로 만료되는 이 관세 인하를 반드시 연장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셈이다. 또한 베선트 장관은 “중국과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양국) 무역이 어느 정도 안정됐고 더 많은 (통상 협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또한 같은 날 웹사이트에 “듀폰차이나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듀폰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분야에서 중국 내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올 4월 4일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듀폰의 독점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EDA) 기업 시놉시스와 또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 앤시스의 인수합병(M&A) 또한 조건부로 승인했다. 다만 베선트 장관은 이번 협상에서 중국이 러시아·이란산 석유 수입으로 이들 국가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뜻을 내비쳤다. 중국은 즉각 러시아산 석유 수입이 3차 무역 협상의 의제가 되는 것을 경계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3일 “미국이 무역 협상을 지정학적 도구로 사용한다면 새로 구축된 양국의 무역협상 메커니즘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中 방문할 수도”… 習·푸틴과 3자 회동?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취재진에게 “조만간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나를 초대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중국과 매우 잘 지내고 있고 시 주석과도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9월 3일 수도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80년 열병식에 각국 지도자를 초청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참석을 확정했는데 이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 시 주석, 푸틴 대통령의 3자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미국과 일본이 22일(현지 시간) 무역 협상을 전격 타결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는 앞서 일본에 책정한 25%의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췄다. 특히 양보하지 않을 듯 보였던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앞서 4월부터 부과된 25%에서 절반인 12.5%로 인하했다. 이에 일본산 자동차의 관세는 기존 2.5%의 관세를 더해 총 15%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본이 처음으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라며 “자동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럭 그리고 항상 안 된다고 하던 농산물과 쌀도 개방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은 수십억 달러 상당의 군사 장비와 기타 장비를 구매하고, 5500억 달러(약 758조 원)를 투자하며 이 중 90% 이상을 (미국에 수익으로) 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방식은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 개방에 동의할 경우에만 관세를 인하하겠다. 그렇지 않다면 훨씬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22일 집권 공화당 의원들과 가진 행사에선 일본이 미국 알래스카주의 액화천연가스(LNG) 합작 사업에 나서기로 한 사실도 밝혔다. 미국은 알래스카주에 1300km의 가스관을 건설하는 이 사업에 한국도 참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또 블룸버그통신은 23일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이 △보잉 항공기 100대 구매 △미국산 쌀 구매 75% 늘리기 △미국산 농산물 및 기타 제품 80억 달러어치 구입 등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방산 기업과의 계약도 기존 연간 140억 달러 규모에서 170억 달러로 30억 달러 늘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이날 일본이 얻어낸 15%의 상호관세율에 대해 “대미(對美) 무역흑자 국가 중에선 지금까지 가장 낮은 숫자”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합의에서 일본 농업을 희생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산 쌀의 경우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최소 시장 접근(MMA)’ 물량 안에서 일단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입을 확대해 나갈 방침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에 보내는 관세 서한을 앞서 7일 가장 먼저 공개하는 등 그동안 한국과 일본 모두를 강도 높게 압박해 왔다. 하지만 22일 일본과의 합의를 먼저 발표하면서, 한국이 느끼는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25일 예정된 ‘한미 2+2 재무·통상 고위급 협의’에서 쌀·소고기 시장 개방,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 등은 일단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협력과 미국산 에너지 수입 등을 앞세우고 민감한 쟁점 사안은 전략 카드로 삼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번 합의가 한국에 긍정적인 시사점을 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자동차 관세율 인하를 얻어냈고, 농산물 수입도 어느 정도 방어한 건 한국에도 나쁜 소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에서 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행을 지낸 스티븐 본 전 대행(사진)이 한국이 대(對)미국 투자를 늘린다 해도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과 철강 등에 부과하려는 관세를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자동차 관세 인하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두고 미국 측과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를 도출해 내긴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본 대행은 22일 워싱턴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자동차, 철강 등에 대한 관세를 국가안보 조치로 인식하고 있다”며 “(미국의) 철강 및 자동차 산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엄청난 정치적 압력 또한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결코 이 두 산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철강과 자동차 관세를 피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한국) 사람들이 있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특히 그는 “미국은 훌륭한 농업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산) 쌀과 소고기를 더 팔고 싶어 하는 게 확실하다”며 한국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단 주장을 폈다.한국이 무역 협상을 통해 기존에 책정된 25%(기본관세 10%와 국가별 관세 15%를 합친 수치)의 상호관세율을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해 본 대행은 “미국이 영국과 맺은 합의(10%)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저 수준”이라면서 이에 근접한 관세율을 얻어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 경제에 이득이라고 믿는다. 그가 관세를 없애기를 바란다면 더 나은 무언가를 줘야 한다”고 했다.통상 전문 변호사 출신인 본 대행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을 설계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와 함께 일했다. 당시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의 의회 인준이 미뤄지고 있을 때 대표 대행을 지냈다.그는 한국이 추진 중인 대미 투자 확대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카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인에게 ‘미국에 더 투자하고 싶다’는 건 양보가 아니다. 어차피 (한국이) 하려던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이 방위비 지출을 확대하는 방안 또한 통상 협상에서 큰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본 대행은 “유럽 주요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따라 방위비를 증액하기로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EU에 30% 관세를 부과했다”며 “방위비 증액이 미국인들이 원하는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했다. 또한 최근 미국 경제가 좋은 편이어서 무역 협상을 진행할 수록 트럼프 행정부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합의를 일찍해야 더 나은 합의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