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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대정부질문이 있던 24일. 국회 본청 3층의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짙은 갈색의 커다란 선글라스를 낀 한 노신사가 본회의장(2층)을 뚫어지게 내려다봤다. 오전 10시부터 50분간 꼿꼿하게 상체를 바로세우고 앉은 채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 대정부질문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선 한나라당 권성동 의원의 질의와 김황식 국무총리의 답변을 경청했다. 왼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이따금씩 미간을 찡그렸다. 한마디의 말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불편한 다리를 끌면서 다소 힘겹게 본회의장 방청석 계단을 천천히 걸어나온 그는 “북에서 천덕꾸러기였던 내가 대한민국 국회에 와보다니…. 영광입네다”라고 말하면서 방청석에 들어가기 전 맡겨놓았던 중절모와 지팡이를 잡았다. 9일 61년 만에 남한의 가족과 재결합한 탈북 국군포로 김모 씨(85). ▶본보 2월 10일자 A1·4면 참조 김 씨는 “국회의원과 총리가 묻고 답하는 것을 보니까 뭐랄까, ‘이런 게 민주주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북한에서는 이런 일은 생각도 못하잖습니까”라고 했다. 지난해 4월 북한을 탈출해 8개월이나 제3국에 있을 때부터 그에게 ‘대한민국 국회’는 꼭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다. 김 씨의 이 같은 희망은 그의 귀환을 도운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본회의 방청에 앞서 15분간 이뤄진 선진당 이회창 대표와의 면담에서도 김 씨는 “이렇게 호강을 하니 죽어도 한이 없다”며 “소원이었던 대한민국 국회 본회 참관을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연세에 비해 굉장히 건강하시다”고 덕담을 건네자 김 씨는 “대한민국에 와서 건강해졌다”고 했다. 이 대표가 “지난해 가을, 편지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하자 김 씨는 “겪은 고생을 다 말하지 못했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김 씨는 탈북한 뒤 제3국 재외공관에 머물 때인 지난해 9월 18일 박 의원에게 “고향땅을 밟게 해 달라”며 A4 용지 21쪽에 걸쳐 쓴 장문의 편지를 전달했다. 이 편지는 동아일보에 소개됐다. ▶본보 2010년 9월 25일자 A1·10면 참조 그는 이 대표에게 “바쁘지 않으면 오늘 점심은 내가 낼 테니 함께 합시다. 나, 대한민국이 준 돈(정착금) 있어요”라고 지갑을 꺼내보였다. 김 씨는 “북한에서 신문을 보면서 이 선생님(이 대표)이 아주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자 이 대표는 말없이 웃었다. 김 씨가 자리에 배석한 임영호 대표 비서실장에게 “누구시냐”고 묻자 임 실장은 “북한으로 치면 인민대의원”이라고 농담을 건네 웃음꽃이 피었다. 김 씨는 오전 9시 10분 도착했을 때부터 두 시간 뒤 나갈 때까지 얼굴의 3분의 1을 가리는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 그는 “혹시라도 (얼굴이 노출돼)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북한에 (가족이) 29명이나 있다. 다 데려와야 하는데…”라며 답답해했다. “제발 남북이 싸우지 말아야 하는데, (제3국에 있을 때) TV를 통해 연평도에서 (북한 포격으로) 남한 주민 두 명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북에 남아 있는 손주 중엔 군인도 있는데…. 걔가 남한 사람들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해야 할 텐데 이래 가지고는….” 국회를 떠나면서 그는 “의원들에게 ‘통일하자’란 연설을 하고 싶었는데 못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MBC 사장 출신인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4·27 재·보선 최대 격전 지역으로 꼽히는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강원지사 선거가 전직 MBC 사장 간 대결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이낙연 사무총장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 의원이 고심 끝에 강원도와 민주당을 위해 어려운 결심을 내렸다”며 “최 의원은 25일 어머니가 살고 있는 춘천으로 주민등록을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의 경우 경선 실시 여부 등 후보자 확정을 위한 최종 절차가 남아있지만 민주당 후보로 유력하다. 공직선거법상 광역단체장 후보는 선거일 60일 이전(4·27 재·보선의 경우 2월 25일)까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로 주소를 옮겨야 한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교회는 정치권을 협박하지 마라.”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사진)가 23일 이슬람채권법안을 막기 위해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개신교계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일부 개신교계 대표들이 이슬람채권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경고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언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반대의사 표명의 수준을 넘어서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타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헌법이 정한 정교분리의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선거법에도 저촉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 법을 처리하지 않기로 했고, 민주당은 이 법에 반대하고 있음을 상기한 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권력화된 교회의 힘 앞에 (정치권이)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정치권과 개신교계를 동시에 비판했다. 이 대표가 종교계를 정면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천주교 신자인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13일 열린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는 4대강 사업과 남북관계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던 천주교계를 거침없이 비판했다. 그는 “정진석 추기경이 ‘4대강 사업의 타당성 여부는 결과를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한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구사)이 비난성명을 발표한 것은 극히 비교회적이고 사제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또 정구사가 정 추기경을 ‘골수 반공주의자’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서는 “사제들이 정말로 하느님 말씀과 정의를 위해 순교할 용기가 있다면 그곳(북한)이 바로 순교할 자리”라고 일침을 놨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사진)가 22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고성이 오가고 연설이 중단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먼저 “이 대통령은 집권 3년 만에 국가 기본을 5공 유신시절로 후퇴시켰다”고 포문을 연 뒤 “영일(포항)대군, 만사형통으로 불리며 대부 역할을 하는 사람이 누구였나”라고 이 의원을 겨냥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아픔을 참고 형님을 정계에서 은퇴시켜 주기 바란다. 형님도 스스로 용퇴해 주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원내대표는 줄곧 ‘형님’이란 말을 사용하면서 한나라당을 자극했다.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특정 의원에게 정계은퇴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경북 포항 출신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이 “조용히 해”라고 소리쳤고, 강석호 이은재 의원 등이 “이게 대표연설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라며 반발했다. 장제원 의원은 삿대질을 하며 항의하다 도중에 퇴장했다. 소란이 계속되자 박 원내대표는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진정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박 의장은 “경청해 달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을 제지했고, 연설이 끝난 뒤 한나라당 의석을 향해 “관례에 없는 행위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을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응을 보니) 권력서열 1위가 누구인지 알겠다”고 비꼬았다. 이상득 의원은 박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을 미리 건네받은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의 권유를 받아들여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보좌진으로부터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전해 듣고 “매번 되풀이하는 헛소리이자 공치 공세”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이(친이명박) 직계인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은 이날 박 원내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신에서 “박지원이란 이름은 국민 뇌리에 호가호위의 대명사로 기억돼 있다. ‘소통령’으로 불리며 (박 원내대표가 관련됐던) 불명예스러운 사건들을 생각하면 함부로 할 수 없는 말을 많이 했다”고 비판했다.한편 박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개헌은 실기했고 한나라당 내부의 통일된 안도 없다”며 “18대 국회에서 개헌이 논의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는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며 4대강 사업 축소, 부자감세 철회 등으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국회가 하루 빨리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민주화위원회와 자유북한방송 등 25개 탈북자단체는 2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북한인권법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동안 2400만 북한 주민의 굶주림과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18일에는 14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190명이 북한인권법 제정 지지 서명을 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의 가결에 필요한 의석수(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 과반수 찬성)를 훌쩍 넘어서는 숫자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은 여야가 합의한 2월 임시국회 의제에 끼지도 못했다. 민주당의 반대 때문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지난해 2월 11일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2008년 7월 황우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포함해 북한인권 관련 법안 4개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주된 내용은 △대북 민간단체 지원 확대 △투명한 방식의 대북 인도적 지원 △북한 인권대사 신설 △북한인권재단 및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립 등이다. 법안을 넘겨받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4월 11일 딱 한 번 이 법안을 논의한 뒤 손을 놓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의 실효성이 없고 북한 정권을 자극해 인권 개선을 지연시킬 것”이라며 반대했다.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북한인권법 같은 민감한 법을 단독 처리할 수는 없다. 민주당을 계속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법안이 언제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로 넘어갈지 기약이 없다. 법안 통과 지연으로 민간 대북단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민간 대북단체 지원금액은 현재 연간 수천만 원에 불과하다. 미국 국무부가 해마다 북한 민주화와 인권 증진에 250만∼350만 달러(약 28억∼39억 원)를 지원하는 것이 대북단체들의 주 수입원이다. 그나마 미 정부 예산감축으로 내년에는 전액 삭감됐다.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면 북한인권재단에 연 100억 원 정도 예산이 배정되고, 이 중 일부를 민간단체에 지원할 근거가 생긴다. 법 통과가 미뤄지면서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립도 구상에 그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북한 정권에 대해 반인도적 인권범죄를 줄이도록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인권대사가 임명되면 국제기구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된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18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통령 책임론’ 발언(16일)에 대해 “좋게 말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 발언이고 나쁘게 보면 국민을 우습게 보는 말의 희롱처럼 들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5역 회의에서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라는 뜻으로도, 동시에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도 들리게 했다. 모호한 표현으로 쓸데없는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박 전 대표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의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서 민생대책, 남북관계 등 5개 분야 특별위원회 구성안이 통과된 데 대해 “특위는 혈세를 빨아먹는 하마”라고 비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16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개헌을 발의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발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사회자의 말에 “그렇다. 대통령이 개헌을 바람직하다고 얘기했는데, 대통령이 나서서 주도적으로 해야 (개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지금까지 9차례 개헌 중 2차례만 의회에서 발의했고 나머지는 대통령이 했다”고 설명한 뒤 “이 대통령은 ‘개헌은 의회가 맡아 해봐라, 해봐서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라는 태도인데 그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개헌 논의 시점에 대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며 국회 차원의 개헌특위 구성을 촉구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여야가 2, 3월 임시국회를 잇달아 열어 직권상정 및 국회폭력 방지 대책에 대한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8일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로 파행을 겪었던 국회가 두 달여 만에 정상화됐다. 한나라당 이군현, 민주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15일 국회에서 회담을 열고 1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임시국회를 열어 국회에 계류 중인 38개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또한 △민생대책특위 △정치개혁특위 △공항·발전소·액화천연가스주변대책특위 △남북관계특위 △연금개선특위 등 5개 특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2월 국회 설치를 추진해온 개헌특위는 민주당이 반대 의사를 밝힌 데다 한나라당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의제로 다뤄지지도 못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견 때문에 자체 개헌 논의기구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2, 3월 국회에서 개헌은 공식 논의가 물 건너갔다. 야당이 요구한 민생대책특위는 20명으로 구성하되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맡고 위원은 여야 동수(한나라당 10명, 민주당 7명, 비교섭단체 3명)로 하기로 했다. 남북관계특위는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되 위원 수는 각 당의 의석 비율에 따르기로 했다. 민주당이 요구했던 구제역 국정조사는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여야는 이날 직권상정, 국회폭력 방지대책 등 국회 제도개선 관련사항을 운영위에서 집중 논의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여야의 동상이몽으로 이 같은 제도 개선이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하다. 한나라당은 “회의장 점거를 비롯해 야당의 불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막아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둔 반면, 민주당은 “다수의 힘을 악용한 날치기 강행처리를 차단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야는 또 4대강 주변지역 개발을 허용하는 친수구역특별법 등 지난해 말 강행 처리된 6개 법안에 대해 민주당이 제출한 개정·폐기안과 한나라당이 요구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사립학교 법안 등 5개 법안을 2월 국회에서 상임위에 상정하기로 했다. 3월 임시국회는 다음 달 3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민주당이 영수회담은 거부하되 국회에는 등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문을 닫았던 국회가 두 달여 만에 열리게 됐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외면하는 국회에 과연 등원해야 하는지 여전히 의구심을 못 버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민생을 지키기 위해 등원하겠다”고 밝혔다. 영수회담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에게 진정성을 기대할 수 없어 연연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민주당이 대통령 사과 조건을 걸어 회동 무산으로 이어졌다. (손 대표가) 논의의 진전을 스스로 가로막은 것”이라고 반박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민주당이 13일 영수회담을 거부하고 등원을 결정한 것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영수회담에 목을 매고 있는 듯 비치는 모습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 원내대표 간 등원 합의를 민주당이 깬 모양새가 된 데다 민주당이 민생대책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국회 정상화를 거부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등원을 결정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8일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 이후 장외투쟁을 주도해 온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등원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한 명쾌한 합의 없이 6일 여야 원내대표가 ‘14일 등원’에 합의하자 손 대표는 “국회의장 사과나 받자고 거적때기 깔고 두 달 동안 장외투쟁한 것은 아니다”면서 등원에 제동을 걸었다. 등원을 하려면 14일 이전에 영수회담을 열어 국회에 들어갈 명분을 줘야 할 것 아니냐는 얘기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대통령 사과 불가, 등원 이후 영수회담’을 고수했다. 영수회담과 등원 문제가 모두 지지부진하자 ‘국회를 여는 것보다 영수회담이 중요하냐’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입지가 좁아진 손 대표 측은 10일 “손 대표는 (대통령 사과 같은) 영수회담의 전제조건에 대해 어떤 말도 한 적이 없다”고 톤을 낮췄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12일 밤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청와대에 진정성이 없다”며 영수회담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진정성을 갖고 손 대표 측에 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타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 연장선에서 이 대통령이 1일 방송좌담회에서 손 대표와의 회동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재화의 길로 들어선 이명박 정권이 아무리 민주주의와 국회를 우롱해도 민생을 위해 국회를 열겠다”며 “솔로몬 판결에 등장하는 (자식을 살리기 위한) 어머니의 심정으로 국회를 다시 열어 보겠다”고 등원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손 대표는 평행선으로 끝난 영수회담과 관련해선 “민주주의를 다시 공부하라”며 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직공(直攻)했다. 손 대표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존심을 중시했다. 한 측근은 13일 “손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절대 화내지 말고 화난 표정도 짓지 말자’고 다짐했다”며 “기자들로서는 재미가 없더라도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 ‘영수회담을 못 해 안달난 사람’처럼 보일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그토록 원했던 명분(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을 얻지 못한 채 등원을 결정함으로써 리더십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됐다. 벌써 당내 ‘강경파’들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런 식으로 등원하는 것은 민주당이 논리도, 원칙도, 전략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영수회담이 무산됨에 따라 ‘권한을 넘어 영수회담 문제에 개입해 오히려 영수회담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이유종 기자 pen@donga.com▲손학규 , “국민은 국정목표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올해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위협으로 등장한 ‘인플레이션 돌풍’이 여의도에도 몰아치고 있다. 개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지역이슈를 놓고 격돌하는 정치권에 인플레이션이라는 ‘제3의 전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물가 및 전월세 문제는 중산층과 서민이 민감하게 느끼는 체감이슈여서 여야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민주당은 물가급등과 전세난을, 대기업 위주 정책을 편 ‘MB 노믹스’의 실패로 몰고 가면서 기선 제압에 나섰다. 민주당은 임차인에게 전월세 계약을 한 차례 갱신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재계약 시 인상률을 연 5%로 제한하는 대책을 제시했다. 민주당 원혜영 전월세대책특위 위원장은 10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고 나서 주택정책을 분양 중심으로 바꿨기 때문에 전월세 문제의 심각성이 급격하게 대두된 것”이라고 공격했다. 물가 급등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호재를 잡았다며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먼저 유가와 공공요금 인상을 잡기 위해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론 경제 운용방향의 중심을 대기업·고성장에서 물가안정으로 바꾸고 환율과 금리를 조정할 것을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답답해하는 눈치다. 물가는 글로벌 경제의 수요공급 변수가 좌우하는 이슈인 데다 전세난도 현실적으로 내놓을 만한 정책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민심과 민주당의 공세를 감안하면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안상수 대표는 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세대란·물가대책과 관련해 왜 당이 자체 안도 만들지 못하느냐”고 질타했고, 김무성 원내대표는 “전세대책을 보면 이 정부는 정말 무책임한 정부”라며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은 11일 물가·전월세 인상 대책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정책위 산하에 물가, 전월세, 일자리 문제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민주당의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지원에 참여해 활동을 재개하게 됐다. 민주당은 9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 차원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돕기 위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특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김영근 부대변인은 “이 전 지사가 최종원 의원과 함께 추진단장 등의 직책을 맡아 활동하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특위를 구성하고 이 전 지사를 합류시킨 것은 4월 강원도지사 재·보선을 앞두고 강원도의 표심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손학규 대표는 직접 특위 위원장을 맡으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손 대표는 “이 전 지사가 물러나면서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이뤄놨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피력했다”며 “당 차원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을 꼭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 있었다”고 말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6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사항은 2월 임시국회 14일 개회와 이명박 대통령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 간 청와대 회동이었다. 등원 조건에 대한 민주당 일각의 반발로 두 가지 합의사항은 합의 반나절 만에 어그러졌다. 임시국회가 열릴 가능성은 다시 높아졌지만 날짜는 잡지 못했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회동은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7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손 대표 간 청와대 회동과 국회등원을 연계하지 않기로 했다. 의총에서 대다수 의원들은 물가폭등, 구제역 등 현안을 고려할 때 국회 등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다만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대통령과 여당의 성의 표시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최종 결정은 지도부에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2월 임시국회는 열되 당초 여야 원내대표가 14일로 합의했던 개원 시기는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전현희 원내 대변인은 “일주일 정도 지켜보자. 등원 시기는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실무적인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며 “되도록 등원 전에 영수회담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수회담을 서두르고 대통령이 유감표명을 해야 꼬인 정국을 해결할 수 있다”며 청와대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손 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을 통해 “영수회담이 내 무덤을 파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등원하려고 영수회담도 고려했었다”며 “그러나 최소한 정치인의 자존심은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유감표명 없이 국회의장 사과 선에서 덜컥 등원에 합의한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서운함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전날 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국회의장 사과나 받자고 거적때기 깔고 두 달 동안 장외 투쟁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발언에 나선 의원 16명 중 상당수도 국회 정상화 필요성은 인정하되 이를 영수회담과 연계시킨 박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강봉균 의원은 “원숭이가 타서는 안 될 나무(영수회담)를 타려다 떨어졌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당이 단합해도 어려울 때 이런 모습을 보인 데는 저의 불찰도 있다”면서도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면 안 된다. 단합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 내로 영수회담 날짜를 잡도록 노력하겠다. 회담은 빠른 시간 내에 하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다문화정책은 2000년 여성부가 성폭력·성매매 피해 외국인을 지원하면서 시작됐다. 2008년엔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면서 다문화가족에 대한 서비스가 양적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8개 부처에서 30여 개 사업을 시행했다. 지자체를 합치면 3000여 개가 넘는다. 부처별로 제각각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중복 사업→예산 낭비 사례가 숱하다. 다문화정책의 비효율성은 이런 상황과 연관이 깊다. 다문화가족 자녀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자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 언어발달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생 멘터링-다문화가족 언어교육을, 보건복지부는 아동인지능력향상서비스를 다문화가족으로 확대했다. 이름은 다르지만 내용은 거의 같다. 다문화가족을 직접 찾아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대상자는 당연히 중복된다. 취학 전이면 여성부와 복지부 서비스를, 학교에 다니면 여성부와 교과부 서비스를 모두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지자체의 사업과 민간 프로그램을 합치면 유사 또는 중복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앙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에서 정책의 방향을 수립하고 예산을 책정하고, 지자체와 민간단체가 이를 집행하는 ‘협치(協治)’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문화가족정책위 10개월 공전 정부는 2009년 국무총리실 산하에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를 만들었다. 다문화정책을 총괄 조정하기 위해서다. 9개 부처가 참여해 ‘다문화가족지원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의 중복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이 위원회는 지난해 5월 이후 지금까지 회의를 열지 않았다. 국무총리 훈령에 근거한 조직이라 부처별 이해를 조정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위원회의 논의 내용이 강제력을 가지려면 ‘다문화가족지원법’에 역할과 일정을 명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위원회의 설립 규정을 법으로 명시한 다문화가족지원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여성가족정책과 사무관 1명이 다문화업무를 전담하고 있고 아무래도 위원회로는 한계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이민청 같은 별도 조직을 만드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다문화가족정책연구포럼 대표인 김혜성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2018년이 되면 다문화인구가 400만 명이 넘어간다. 서비스 전달체계를 정비하고 다문화 전담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장기적으로 이민청이나 다문화청 설립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총리실 산하에 ‘다문화가족처’를 두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민청이나 다문화가족청은 부처 산하에 있어 조직 이기주의를 뛰어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문화지원 서비스의 ‘부익부 빈익빈’ 조선족인 손태풍 씨(45)는 3년 전 결혼해 두 살 된 아들이 있다. 지난해 8월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서울 마포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았다. 이후 부모 교육을 받고 배냇저고리와 한복 만들기 수업을 듣는 중이다. 아이는 자원봉사자가 돌봐준다. 손 씨는 “센터를 찾기 전에는 아무 서비스도 받지 못했다. 진작 알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기관 간 협력과 연계가 잘되지 않으니 다문화지원사업 쇼핑족이 생길 정도. C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최근 한 결혼이주여성이 이곳 외에도 다른 2개의 복지관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이 센터는 중복 수강을 금지하지만 일일이 찾아내기는 힘들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민간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정부의 보육비 지원을 받으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자체의 경우 다문화사업을 유행처럼 추진하지만 전담조직을 갖춘 곳은 절반이 되지 않는다. 신명옥 무지개청소년센터 소장은 “지역사회 단위로 다문화서비스가 이뤄지는 만큼 지자체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되지만 전담부서가 없는 곳에서는 업무 핑퐁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부가 모든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지역사회 민관협력체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절반가량인 7곳만 다문화 전담부서를 만들었다. 나머지는 복지나 여성 관련 부서에서 담당한다. ○ 현장 중심의 큰 그림 그려야 경기도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김모 씨는 지난해 10월에 주말을 모두 반납했다. 사정은 이렇다. 시는 ‘세계인의 날’ 행사를, 여성부는 ‘다문화가족지원네트워크대회’를 열었다. 또 경기도는 북부지역과 남부지역이 다문화가족 한마당 축제를 각각 개최했다. 몸은 하나인데 이 행사, 저 행사 모두 참석하느라 김 씨는 주말을 쉬지 못했다. 그는 “부처별, 지자체별로 일회성 행사를 각각 열다 보니 현장의 혼란은 극심하다. 도는 다문화사업 수립과 예산 분배를 맡고 시군구는 현장 위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효율성 못지않게 장기적인 다문화정책 추진에 소홀한 점이 더 큰 문제. 정부 내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다보니 다문화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큰 그림’을 그려내기가 쉽지 않다. 용어만 해도 그렇다. 여성부는 다문화가족, 교과부는 다문화가정, 법무부는 외국인가정이라고 부른다. 정책 대상자의 범위도 다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이 갑자기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우왕좌왕하는 상태”라며 “가족 복지 이민정책의 복합적 성격을 가지므로 이를 통합하는 큰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고건 前사회통합위원장 “다문화 대안학교 ‘다솜학교’ 설립 험난” ▼4개부처+지자체+교육청 업무 얽혀있어…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국제다솜학교’가 내년 3월에 개교한다. 그런데 설립에 합의하기까지 6개월이 걸리는 등 그 과정은 험난했다. 다솜학교 설립 논의 과정은 다문화정책 컨트롤타워가 없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2009년 말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한 사회통합위원회(사통위)는 10개 프로젝트를 선정했는데 그중 하나가 ‘외국인·결혼이민자와의 동행’이었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안으로 추진한 것이 다솜학교 설립이었다. 이는 본보가 2009년 연중기획으로 게재한 ‘달라도 다 함께-글로벌 코리아, 다문화가 힘이다’ 시리즈가 계기가 됐다. 초대 사회통합위원장을 지내며 다솜학교 설립을 추진했던 고건 전 국무총리(사진)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아일보 다문화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숙독하면서 다문화 정책과 관련된 문제점을 찾아냈다”면서 “그중 하나가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없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언어와 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학교에 다니는 것을 포기한 다문화가정 자녀는 전체 취학연령대 4만2676명 중 7360명(17.2%)에 이른다. 특히 고등학생 연령 자녀가 약 2000명에 달해 이들이 ‘사회 부적응자’로 전락할 경우 해결하기 힘든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됐다. 이에 사통위는 지난해 7월 6일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등 관계 부처와 지자체가 참여한 가운데 다솜학교 추진기획단 1차 회의를 열고 본격적으로 다솜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다솜학교의 필요성 자체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참석자가 많았다. 컨트롤타워가 없어 학교에서 벗어나 있는 청소년들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대법원 행안부 법무부의 협조를 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고 전 총리가 직접 추진기획단 회의를 10차례 주재하며 다솜학교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나갔다. 학교 용지 선정은 가장 큰 난관이었다. 당초 가장 유력한 장소는 한국폴리텍대 강서캠퍼스였다. 하지만 이 캠퍼스 일부 터가 공원용지로 묶여 있었다. 이 때문에 다솜학교에 맞도록 증·개축을 하는 데 제약이 많아서 결국 포기했다. 이에 고 전 총리와 사통위 관계자들이 직접 발로 뛰면서 학교 용지를 찾았고, 지난해 말 사통위 교과부 서울시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흥인동 성동공고에 내년 3월 다솜학교를 개교하기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고교 학년별로 2개 학급씩 모두 6개 학급에 정원은 120명이고, 전기전자 기계 패션 컴퓨터 조리 등을 가르친다. 졸업을 하면 고교졸업 학력이 인정되며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사통위는 경기도에 추가로 다솜학교를 개교하는 것과 전국 단위의 다솜학교를 설립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학교를 포기한 다문화가정 청소년은 자칫 마약에 빠지거나 폭력조직에 들어갈 수 있다. 다솜학교 설립은 시급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에 대해서는 “총리실의 다문화정책 관련 기능을 강화해 정책을 집행하고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여야가 6일 원내대표회담에서 14일부터 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2월 8일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찬회동을 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회담도 이르면 이번 주에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손 대표 등 민주당 일각에서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요구해온 예산안 파동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표명이 빠진 데 크게 반발하고 있어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회담과 국회 정상화가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4일부터 임시국회를 열고 여야 영수회담을 조속히 개최하기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야가 2월 국회 정상화에 일단 합의한 데는 이 대통령이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연초도 되고 했으니 손학규 대표와 한번 만나겠다”고 밝힌 데다 설 민심이 국회 공전에 상당히 비판적이었던 게 돌파구가 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손 대표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사과가 핵심인 등원 조건을 보고받고 “그런 것이라면 이번 합의를 재고해야 한다”며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와 가까운 이춘석 대변인은 양당 원내대표의 기자회견 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영수회담을 통해서든 어떤 형태든 간에 예산안 날치기에 대해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게 손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 측은 2개월 가까운 장외투쟁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 없이 등 떠밀려 들어가는 모양새로 비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이날 오후 10시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원내대표 합의 사항을 포함한 국회 정상화 전반에 대한 지도부의 의견을 수렴했다. 7일엔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자신의 소신인 등원 투쟁을 관철하기 위해 무리하게 협상을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수회담 일정만 해도 대통령실과 당 대표 비서실이 조율할 문제지만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주에 반드시 영수회담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손 대표 측 관계자는 “원내대표가 당 대표를 함부로 대하는 것 같다”고 못마땅해했다. 국회 관계자는 “누구 책임인지 모르겠지만 여야 원내대표 합의도 현실화되기 어려운 게 한국 국회와 정당의 수준”이라고 꼬집었다.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여야 원내대표가 6일 만나 2월 임시국회 개회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냉각된 여야 관계가 해빙 무드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몇 차례 만나 국회 정상화 문제를 논의했다”며 “민주당 의원들도 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필요성 자체에는 동의하고 있어 6일 이야기가 잘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여야 영수회담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도 국회 정상화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정치권은 기대하고 있다.}
“개헌 문제는 먼 나라 얘기 아니냐는 반응이었다.”(한나라당의 한 수도권 의원) “복지, 그것 좋기는 한데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느냐고 하더라.”(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 설 연휴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에서 마주한 바닥민심은 정치권의 관심사와는 딴판이었다. 의원들은 개헌이니, 무상복지니 하는 이슈에 대해 지역구민을 설득하려다가 ‘먹고살기도 힘든데 쓸데없는 문제로 시끄럽게 하지 말고 물가와 구제역 파동 같은 민생 문제나 제대로 잡아달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설 연휴 직전인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개헌은 늦지 않았고 (지금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설 연휴 이후 개헌 의원총회(8∼11일)를 비롯해 개헌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 “무상복지?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 박지원 “개헌관련 어떤 대화도 불응” ▼하지만 지역 민심은 개헌에 냉랭했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경남 마산갑)조차 “(개헌은) 국민의 큰 관심사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개헌 논의를 주도해온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공동대표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전남 목포)는 “개헌의 ‘개’자도 묻는 국민이 없었다”며 “집권여당이 개헌 문제를 계속 불쏘시개로 사용한다면 개헌특위 구성 등 어떤 대화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물가, 일자리,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전세난 등 4대 민생 대란의 종합판을 보는 설 연휴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무상복지에 대해서도 무관심과 냉소적 반응이 많았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서울 금천)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 민심”이라고 했고, 호남 출신의 같은 당 비례대표인 이정현 의원은 “우리가 언제 공짜를 바랐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서도 무상복지론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의원이 적지 않았다. “세금을 올리지 않고도 의료와 보육이 무상으로 가능하냐는 질문이 많았다”(전병헌 의원·서울 동작갑)거나 “무상시리즈로 역풍 맞는 것 아니냐”(강기정 의원·광주 북갑)는 걱정들이 많더라는 얘기다. 지역 간 이해가 엇갈리는 국책사업을 놓고는 지역 민심이 들끓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와 관련해 자유선진당 류근찬 최고위원(충남 보령-서천)은 “(연휴 직전 이명박 대통령의 ‘백지에서 선정’ 발언 때문에) 충청도 민심은 기름만 부으면 활활 타오를 정도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충청도는 하늘이 버린 땅이냐는 격한 말들이 나왔다”고 했다. 반면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대구 북을)은 “경북 경주와 포항 등 대구경북 지역으로 과학벨트를 가져와야 한다는 데 (지역에선) 이론이 없다”고 맞섰다.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놓고도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은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경남 밀양으로) 선정돼야 한다는 게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박민식 의원(부산 북-강서갑)은 “경제적 우위뿐 아니라 1990년대부터 부산이 신공항을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의리’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데 지역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상반된 민심을 전했다.최우열 기자 dnsp@donga.com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과정에서 생포한 해적을 국내에서 처벌하는 문제에 대해 백진현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사진)이 27일 “처벌은 가능하지만 산뜻하지는 않다”며 “특별법 제정 등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백 재판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국민에게 해를 끼친 해적을 처벌하는 것은 국가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해적을 국내로 압송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사법절차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도 많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형사소송법상 체포된 피의자는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하는데 해적들은 며칠째 최영함 격실에 구금돼 있어 논란이 될 수도 있다. 해적을 처벌할 때 적용할 특별법을 만든다면 이런 불필요한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엔에서는 회원국들에 해적 관련 입법을 하라고 권고해 왔고, 일본과 독일은 이미 법을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 감사원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27일 감사위원회를 열어 ‘4대강 살리기 세부계획 수립 및 이행실태’ 감사 결과를 의결했다. 지난해 1월 25일 감사에 착수한 지 1년 2일 만이다. 감사원은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문화재조사 등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 “법에 정해진 규정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 12건, 환경영향평가 82건, 문화재조사 148건을 이행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0일 현재 공사 진척률이 48.8%로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강바닥의 퇴적토 3억2000만 m³를 준설하는 등 과거보다 홍수에 더 안전하게 하천이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4대강 사업과 기존 하천사업의 연계 부족, 과다한 준설 계획 등으로 51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20개 사항에 대해 국토해양부에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국토부는 “10개 사항은 시정 조치를 완료했고, 나머지 10개 사항은 조치 중이거나 1∼2개월 안에 조치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과 관련된 하천사업들의 계획을 꼼꼼하게 점검하지 않아 거액의 예산을 낭비할 가능성이 있는 사례는 20개나 지적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조만간 준공할 예정인 낙동강 내성지구 하천개수공사 등 15건의 공사(총 계약금액 4283억 원)는 먼 곳에서 토사를 운반해 제방을 쌓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미 2009년부터 진행 중인 낙동강 살리기 사업 공사 중 준설(하천 등의 바닥에 쌓인 모래나 암석을 파내는 일)을 하면서 나온 토사로 제방을 쌓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면 1178억여 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국토부는 낙동강 하굿둑에서 함안보까지 75.7km 구간에 대해 준설작업을 하면서 적정수위보다 0.46m 낮게 기준수위를 정했다. 이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면 적정수위를 기준으로 했을 때에 비해 2443만 m³의 흙과 모래를 더 파내야 하고, 결국 1407억여 원의 사업비를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4대강 사업으로 홍수를 방어하는 능력이 높아졌는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기존 계획대로 하천공사를 진행한 사례도 적발됐다. 2004년부터 진행 중인 낙동강 해평지구 등 27개 하천개수공사(총 계약금액 7558억 원)의 경우 4대강 사업에 따라 새로 고시된 계획홍수위를 반영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홍수에 취약한 지역인데도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됨에 따라 추가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낙동강 사상제 등 61개 지구의 제방공사와 25개 지구의 호안(護岸) 공사는 4대강 사업에서 빠져 있는데 나중에 따로 정비사업을 시행할 경우 550억 원 이상의 사업비가 더 들어갈 것이라고 감사원은 분석했다.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지난해 여야 간 정쟁의 한 원인이 됐다. 야당은 지난해 1월 시작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자 10월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내년도 예산 심의를 피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또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 출신인 은진수 감사위원이 주심위원을 맡은 것에 대해 야당이 문제를 삼자 감사원은 결국 주심위원을 교체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내 대기업 공장의 건축면적 제한이 폐지돼 하이닉스반도체 같은 기업의 증설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27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2011년 규제개혁 추진계획 보고회의’를 열고 올해 규제개혁 과제 1156개를 확정했다. 이 중 파급 효과가 큰 100개 핵심과제는 총리실이 집중 관리하고,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는 50개 규제개혁 과제도 선정해 중점 개선키로 했다. 이런 규제개혁을 ‘5% 경제성장 달성’ 목표를 지원할 핵심 정책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연보전권역의 입지체계를 개선하고 역내 공장 증설 제한 규모를 폐지한 것. 지금까지는 폐수 발생량과 같은 규제 때문에 이 지역에서 공업용지 조성사업은 6만 m² 이내, 첨단공장은 1000m² 이내 면적에서만 가능했다. 정부가 이런 제한을 폐지함에 따라 폐수 처리 및 관리에 대한 인허가 기준만 충족한다면 대기업도 이 지역 내 공장을 신증설할 수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에 따라 오랫동안 허가를 받지 못했던 하이닉스 반도체의 공장 증설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를 포함해 현재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의 신증설을 원하는 92개 업체가 증설을 추진할 경우 최대 10조 원의 신규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관광 통과 상륙허가제를 도입해 크루즈 관광선의 외국인 승객에 대한 출입국심사를 간소화하고, 1∼3급 중저가 관광호텔의 교통유발부담금을 완화하기로 했다. 초음파 미용기기를 비롯해 의료기기가 아닌 미용기기의 미용업소 내 설치, 산업단지의 산업시설구역 내 대학 입주, 4층 이상 건물 내 직장보육시설 설치,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대기업의 양식어업 면허 등도 허용키로 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