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뒷전, 영수회담 집착’ 여론에 부담 느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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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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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 국회등원 결정

“조건없이 등원”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3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수회담은 거부하고 국회에는 조건 없이 등원해 민생현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조건없이 등원”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3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수회담은 거부하고 국회에는 조건 없이 등원해 민생현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민주당이 13일 영수회담을 거부하고 등원을 결정한 것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영수회담에 목을 매고 있는 듯 비치는 모습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 원내대표 간 등원 합의를 민주당이 깬 모양새가 된 데다 민주당이 민생대책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국회 정상화를 거부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등원을 결정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8일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 이후 장외투쟁을 주도해 온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등원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한 명쾌한 합의 없이 6일 여야 원내대표가 ‘14일 등원’에 합의하자 손 대표는 “국회의장 사과나 받자고 거적때기 깔고 두 달 동안 장외투쟁한 것은 아니다”면서 등원에 제동을 걸었다. 등원을 하려면 14일 이전에 영수회담을 열어 국회에 들어갈 명분을 줘야 할 것 아니냐는 얘기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대통령 사과 불가, 등원 이후 영수회담’을 고수했다.

영수회담과 등원 문제가 모두 지지부진하자 ‘국회를 여는 것보다 영수회담이 중요하냐’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입지가 좁아진 손 대표 측은 10일 “손 대표는 (대통령 사과 같은) 영수회담의 전제조건에 대해 어떤 말도 한 적이 없다”고 톤을 낮췄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12일 밤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청와대에 진정성이 없다”며 영수회담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진정성을 갖고 손 대표 측에 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타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 연장선에서 이 대통령이 1일 방송좌담회에서 손 대표와의 회동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재화의 길로 들어선 이명박 정권이 아무리 민주주의와 국회를 우롱해도 민생을 위해 국회를 열겠다”며 “솔로몬 판결에 등장하는 (자식을 살리기 위한) 어머니의 심정으로 국회를 다시 열어 보겠다”고 등원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손 대표는 평행선으로 끝난 영수회담과 관련해선 “민주주의를 다시 공부하라”며 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직공(直攻)했다.

손 대표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존심을 중시했다. 한 측근은 13일 “손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절대 화내지 말고 화난 표정도 짓지 말자’고 다짐했다”며 “기자들로서는 재미가 없더라도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 ‘영수회담을 못 해 안달난 사람’처럼 보일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그토록 원했던 명분(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을 얻지 못한 채 등원을 결정함으로써 리더십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됐다. 벌써 당내 ‘강경파’들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런 식으로 등원하는 것은 민주당이 논리도, 원칙도, 전략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영수회담이 무산됨에 따라 ‘권한을 넘어 영수회담 문제에 개입해 오히려 영수회담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손학규 , “국민은 국정목표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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