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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3년도 예산안을 두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사이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여야는 각자 대선후보의 공약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박근혜표 예산’과 ‘문재인표 예산’ 사이의 간극이 커 협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복지 분야 증액 요구에 정부가 ‘복지사업은 한번 시작하면 없애기 힘들다’며 버티는 것도 예산안 협의의 난관이다. ‘솔로몬의 해법’이 나오지 않는 이상 여야가 합의한 기한(11월 22일) 내 국회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야 모두 “공약사업 예산에 반영해야”, 항목은 제각각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342조5000억 원)에 대해 여야는 모두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예산을 얼마나 늘려야 할지에 대한 의견은 사뭇 다르다. 최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발표한 10대 중점 증액사업 중 일치하는 항목은 △0∼2세 보육수당 전 계층 지원 △0∼5세 양육수당 전 계층 지원 △대학등록금 부담 경감 및 대출이자 인하 정도다. 새누리당은 그 밖에도 △중소기업 취업을 전제로 장학금을 주는 희망사다리 장학금 도입 △사병월급 인상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경로당 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 등을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사업은 4·11총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직접 밝힌 공약으로, 대선 공약의 바탕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협의를 거쳐 관련 예산을 1조6000억 원가량 늘릴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예산을 5조 원 늘리는 것을 포함해 △친환경 무상급식 국고 지원 △기초노령연금 인상 △남북평화·공존 관련 사업 확대 등을 중점 증액 대상으로 꼽고 있다. 대부분 문 후보의 공약과 일치한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사업을 모두 반영할 경우 필요한 예산은 12조 원에 이른다. 민주당은 기존 예산에서 시급하지 않거나 효과가 적은 사업을 9조 원가량 삭감하고, 부자감세를 철회해 나머지 3조 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야 모두 증액 사업이 대선후보의 공약이기 때문에 양보도 쉽지 않다. 특히 예산안 통과의 키를 쥔 여당은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박 후보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증액 사업을 통과시켜야 하는 처지다.○ 정부와의 줄다리기도 관건 여야 합의도 중요하지만 정부를 설득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헌법 57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예산을 증액할 수 없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복지제도의 무분별한 확대는 곤란하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책질의 첫날 “복지 예산은 한 번 반영하면 항구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부자감세를 철회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박 장관은 “상위 1%가 소득세의 46%를 내고 있는데 이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중한 것”이라며 “넓은 세원, 낮은 세율 기조를 벗어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여야는 대선 일정을 감안해 이번 주에 부처별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고, 다음 주 예산안조정소위원회(계수조정소위) 심사를 거친 뒤 22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킨다는 일정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대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4일 “내년부터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1월 30일까지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7일 전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대선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7년 대선 때에도 예산안 통과가 선거 이후로 미뤄진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예산안 법정처리기한(12월 2일)을 넘기는 것에 대한 비판을 각오해야 한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이번 예산안의 경우 정부의 세입 규모 추정에도 문제가 있고, 여야 간 쟁점도 많아 지뢰가 곳곳에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비교적 잘 진행된 만큼 가급적 22일에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대선후보 3인은 2일에도 각개약진을 계속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무역인들과 만나 ‘경제위기 현장에서 답을 찾다’ 시리즈를 이어갔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주거복지 대책을 발표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이날 제주 방문을 끝으로 40여 일에 걸친 1차 전국 순회를 마무리했다. ○ 박근혜, 개헌 공약 시사 박 후보는 이르면 4일 개헌을 포함한 정치쇄신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정치쇄신안에 대해서 제가 곧 발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쇄신안에 개헌 내용이 포함되느냐”는 물음에는 “여러 가지 쇄신에 관한 모든 것을…”이라고 말해 개헌이 포함될 것임을 시사했다. 정치쇄신특위는 4년 중임제와 지방분권이 포함된 개헌안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통령제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한광옥 당 국민대통합위원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 중임제와 동시에 정·부통령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 후보 진영 일각에서는 4년 중임제에 따른 임기 단축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어 개헌이 대형 이슈로 번질지 주목된다. 이재오 의원은 개헌 토론회에서 “경제민주화보다 권력민주화가 더 급하다”며 “대선후보들이 개헌을 놓고 개인의 유불리를 따져 결정하면 안 된다”고 박 후보를 압박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인과의 만남에서 수출금융 지원 확대와 지역전문가 양성 지원 의사를 밝혔다. 또 박 후보는 부산, 마산 지역구 의원 19명과 함께 부마민주항쟁의 진상규명과 관련자 및 유족의 보상과 예우를 추진하는 재단 설립을 골자로 한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다.○ 문재인 측, 안철수에 정책협의 제안 문 후보 캠프는 안 후보 측에 단일화 방식에 앞서 정책을 조율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공동 국가비전을 만들기 위한 두 후보 간 대화를 시작할 것을 공식 제안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두 후보가 발표한 일자리혁명, 재벌개혁, 복지국가, 새로운 정치, 남북 경제연합 구성 등은 작은 차이가 있지만 충분한 공통분모가 있고 논의를 통해 공동비전을 합의할 수 있다”면서 공동 국가비전을 합의한 뒤 그 기반 위에서 단일후보 선출 및 세력통합 방안을 합의하자는 구상을 밝혔다. 단일화 논의에 대한 안 후보의 부담을 우려한 듯 ‘단일후보 선출방안과 관련 없이’라는 단어를 달았지만 사실상 단일화 협상을 시작하자는 제안이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강원 원주혁신도시를 방문하고 오후에는 서울로 이동해 성북구 장수마을 경로당에서 주거복지 정책을 발표했다. △세입자에게 1회에 한해 계약갱신 청구권 부여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도입 △빈곤층에 임차료 일부를 지원하는 주택바우처제 실시 등이 포함됐다. ○ 제주에서 눈물 흘린 안철수 안 후보는 이날 제주에서 제주4·3사건 희생자들의 위령비를 둘러보며 눈물을 흘렸다. 안 후보는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의 자’라고 적힌, 태어나 이름도 짓기 전에 희생된 아이의 표석을 보고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났다. 전쟁이 아닌 상황에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만 명의 국민을 희생시킨 것에 대한 아픔 때문이었다”고 말했다고 동행한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이 전했다. 이어 안 후보는 강정마을, 올레길, 서귀포 감귤 유통센터, 스마트그리드 단지 등을 방문했다. 안 후보는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3제주희망콘서트에선 4·11총선 결과와 관련해 “계파를 만들어 계파 이익에 집착하다가 총선을 그르친 그분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겨냥해 인적 쇄신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안 후보 측은 이날 정부의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 계층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특정 이익집단에만 영리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영리병원 허용 조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말기에 슬그머니 규칙을 제정한 것은 시기와 방법 모두 꼼수”라고 주장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법 처리를 조건으로 새누리당이 제안한 일명 ‘먹튀 방지법’을 수용하겠다고 밝히자 진보 진영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후보가 중도사퇴하면 정당에 지급된 선거보조금을 환수하는 ‘먹튀 방지법안’이 통과될 경우 진보 측 후보들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은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보조금은 선거를 준비하는 정당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법안이 통과되면 진보정당과 소수정당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도 전날 대변인 논평에서 “금권정치를 막기 위해 도입한 국고보조금 제도의 취지를 돌아보기 바란다”며 “정략적 계산으로 앞뒤 안 가리고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진보 진영의 이런 태도는 법안이 통과되면 대선 국면에서 단일화의 대가로 차기 정권의 지분도 얻고 선거보조금도 가질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먹튀 방지법이 통과되면, 두 당이 후보를 낸 다음 단일화를 명분으로 사퇴할 경우 19억7000만 원(진보정의당), 25억9000만 원(통합진보당)씩 받는 선거보조금을 돌려줘야 한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투표시간 연장법과 먹튀 방지법뿐 아니라 결선투표제법까지 법안 3개를 동시에 통과시키자고 주장했다. 통진당도 “결선투표제 도입이 4·11총선 야권연대 정책합의 사항이었음을 상기시키고자 한다”며 가세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는 지난달 초 대선자금을 펀드 방식으로 모으겠다는 내부 방침을 확정하고도 아직까지 펀드 출시일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의욕과는 달리 펀드를 통한 대선자금 마련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캠프 안팎에서 나온다. 이번 대선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559억7700만 원. 하지만 현재까지 후원금은 3억 원 남짓에 불과하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550억 원 이상을 펀드로 모으든지, 안 후보 개인 돈의 출연 또는 차입으로 마련해야 한다. 펀드와 관련해 안 캠프의 최대 고민은 돈이 원활하게 모일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안 후보의 주요 지지층은 대학생과 20, 30대 직장인이다. 펀드에 투자한 돈을 나중에 돌려받는다고 해도 한꺼번에 수십만 원을 내기가 부담스러운 계층이다. 최근 200억 원을 모은 ‘문재인 펀드’의 경우 100만, 1000만 원씩 낸 40대 직장인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1인당 평균 입금액은 57만 원이며, 민주당의 일부 의원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1억 원을 넣기도 했다. 안 후보가 수천억 원의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라는 점도 펀드 모금에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기 돈으로 하면 될 일을 왜 남에게 손을 벌리느냐는 심리가 발동할 수도 있는 셈이다. 후보등록 후 안 후보의 재산규모가 공개되면 모금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펀드로 41억 원을 모은 유시민 진보정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당시 재산이 4억3300만 원이었다. 지난해 보궐선거 때 38억8500만 원을 모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마이너스 3억7200만 원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1일 “문 후보는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보니 재산을 모으지 못해 국민에게 선거비용을 빌리는 것이란 설명이 공감을 얻었다”며 “안 후보는 ‘왜 우리가 부자에게 돈을 빌려줘야 하느냐’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일화를 두고 경쟁 중인 문 후보가 56시간 만에 200억 원 목표액을 달성한 것도 부담이다. 펀드를 내놨다가 자칫 목표액을 못 모으고 지지부진할 경우 단일화 협상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캠프 관계자는 “예비후보가 쓰는 선거자금은 대부분 국고 보전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안 후보 개인 자금으로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며 “펀드를 출시하면 목표한 금액을 모으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지만 그 대신 후원금이 더 안 들어올까 걱정”이라고 밝혔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31일 “첫 번째 복지국가 대통령이 되겠다”며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 등을 뼈대로 하는 복지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세부 공약에 드는 비용과 재원 조달 방법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문 후보는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열린 ‘복지비전 발표’에서 “복지로 소득은 높이고 민생 지출은 줄이고 일자리는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을 2017년까지 지금의 2배인 18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연간 5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한 공약이다. 또 국민연금의 국가지급 책임을 법률로 명문화하기로 했다. 여성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1인 1연금제’ 기반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고용보험 가입 이력이 없는 20대 청년 구직자에게 월 30만 원씩 최장 2년간 지급하는 취업준비금 제도도 약속했다. 하지만 보유 자산에 대한 조사 없이 일률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허점으로 꼽힌다. ‘직업이 없는 수억 원대 자산가’도 이를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폐업 자영업자 등 실직자에게는 월 50만 원씩 구직촉진급여를 제공하기로 했다. 12세 미만의 아동이 있는 가정에는 월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문 후보는 이를 다자녀가구 및 빈곤가구 아동에서 일반가정 아동으로 점차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는 △초중고교 12년 무상교육과 무상보육 시행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방과후 학교 전면 확대 구상도 밝혔다. 어떤 질병에 걸리더라도 본인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연간 1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하는 ‘본인 부담 의료비 연간 100만 원 상한제’와 장애인연금의 2배 인상도 약속했다. 문 후보 측은 이 같은 공약이 실현되는 2017년 한 해 20조 원이 추가로 들 것으로 추산했다. 재원으로는 부자 감세 철회와 재정 지출 구조 개선으로 연간 40조 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문 후보 측 복지국가위원회 소속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는 “2012년 19.2%인 조세부담률을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시기(2007년)의 21.6%로 높이면 30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지출 구조 개선을 통해 10조 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양대 경영학과 서창진 교수는 “‘본인 부담 의료비 연간 100만 원 상한제’의 경우 환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유발해 국가부담 의료비가 연간 4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 실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장애인연금 인상은 납득이 가지만 청년 취업준비금 제도나 아동수당은 소득 수준에 대한 고려 없이 지원돼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언론사 주최 행사는 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던 문 후보가 30일 ‘한국 팟캐스트 1인 미디어 연합 발족식’에 나 홀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3개 신문사가 잇달아 주최한 행사에는 문 후보가 언론사 행사임을 이유로 불참해 새누리당 박근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2자 조우’를 했다. 일각에선 지지층 결속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 팟캐스트 1인 미디어 연합’에는 ‘나는 꼼수다’ 등 야권 성향의 1인 미디어가 많다. ‘나꼼수’의 주요 청취자인 정봉주 전 의원 팬클럽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 후보를 공개 지지한 바 있다.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10월 중순 정치쇄신 방안을 함께 논의하자는 제안을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던졌지만 거절당했다. 비슷한 시기에 경제민주화 논의를 함께 하자고도 했지만 역시 거부당했다. 이후 문 후보 측은 정책 공조를 하루 빨리 시작하자며 거의 매일 안 후보 측에 각종 제안을 던지고 있다. 협상이론에서 문 후보 측의 행동은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업사원이 즐겨 사용하는 이 방법은 처음에는 작은 요청이나 합의로 시작해 점점 요구 수준을 올려가는 협상 기법이다. 협상전문가들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이미 막이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양쪽 모두 본격적인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각종 협상 테크닉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 ‘BATNA’ 약한 문 후보가 더 절실 왜 문 후보는 끊임없이 안 후보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려 할까. 협상이론에서는 결렬될 경우의 차선책, 즉 ‘BATNA’에 따라 협상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BATNA가 좋거나 견딜 만할 경우 그렇지 않은 쪽에 비해 협상의 절실함이 덜하다. 단일화 협상의 BATNA는 협상이 결렬되고 3자 대결로 가는 것이다. 문 후보의 경우 협상이 결렬되고 3자 대결로 치러지는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정당 전체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반면 안 후보는 그렇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까지 안 후보의 지지율이 문 후보보다 높기 때문에 3자 대결 시 승산도 안 후보가 다소 높다.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31일 “문 후보가 제안하는 단일화, 연대, 연합은 결국 넓은 의미에서 보면 단일화와 같은 의미”라며 “문 후보 측이 단일화에 더 절실하고 급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가 사용하는 협상 기법은 또 있다. 문 후보 측은 최근 후보등록일(11월 25, 26일) 일주일 전까지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이번 주 안에 실무협상 테이블이 꾸려져야 한다는 일정을 제안했다. 또 ‘단일화 4원칙’을 제시하며 협상의 틀을 내놨다. 이런 행동은 상대보다 먼저 내놓은 제안이 협상의 기준이 되는 ‘앵커링(닻 내리기)’ 효과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 있다. 다만 최근 문 후보 측이 다소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후보의 입당처럼 예민한 사안을 단일화 원칙 중 하나로 넣은 것은 상대의 거부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최철규 HSG휴먼솔루션그룹 대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은 이슈부터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서두르다 보니 처음부터 지나치게 무거운 이슈를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제안에 대해 ‘국민이 동의하는 민주당 쇄신이 먼저’라는 모호한 조건을 내세우면서 거리를 두고 있다. 이는 상대방에게 높은 기준을 제시하고 나중에 조금씩 깎아주면서 협상에 임하는 ‘에임 하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안철수, 최후통첩으로 속전속결 단일화 노려 그럼 앞으로 단일화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까. 전문가들은 데드라인(마감시한)에 대한 각 후보의 태도에 주목한다. 마감시한이 임박한 쪽이 협상에서 불리하다는 것은 협상이론의 상식이다. 문 후보가 마감시한을 후보등록일로 정한 것에 대해 안 후보가 ‘넘겨도 좋다’고 생각하는 순간 협상에서 안 후보가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문 후보는 경선을 거쳐 선출된 정당의 후보인 만큼 양보할 경우 타격이 엄청나지만 안 후보는 그렇지 않다”며 “상대적으로 잃을 게 적은 안 후보로선 마감시한을 후보등록일 이후로 잡더라도 괜찮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 측은 내부적으로 설정한 마감시한에 임박한 시점에 원하는 단일화 방안을 ‘최후통첩’ 방식으로 던질 가능성도 있다. 최후통첩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협상이 결렬되는 극단적인 협상 방식이다.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는 “안 후보는 시간을 끌다가 막판에 한꺼번에 모든 카드를 공개하면서 속전속결로 단일화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문 후보는 시간이 갈수록 불리한 만큼 안 후보가 출마의 명분으로 내세운 국민의 뜻을 내세워 하루빨리 안 후보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자위권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응하겠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 줘야 한다.”(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이명박 정부는 연평도 포격 도발에 우왕좌왕하는 안보 무능을 보였다. 북한이 도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확고한 대북 억지력을 확보할 것이다.”(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비례성의 원칙(대등한 무기체계로 공격 받은 만큼 대응)과 확전 방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안철수 무소속 후보) 세 대선후보는 ‘당선된 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유사한 일이 발생한다면 어떤 지침을 내릴 것이냐’는 질문에 각자 다른 대응책을 내놨다. 동아일보는 30일 외교·안보, 경제 분야에서 집권 후 예상되는 상황 10개를 설정해 세 후보에게 묻고 답변을 받는 방식으로 ‘빅3 지상(紙上) 청문회’를 열었다. ‘연평도 유사 상황 재발 시 대응책’에 대해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대응” 의사를 밝힌 박 후보가 가장 강경했다. 문 후보는 “확고한 대북 억지력 확보”를 강조했고, 안 후보는 “더 중요한 건 평화 정착을 통해 충돌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관련한 남북대화’ 질문에선 세 후보 모두 “대화를 하겠다”고 했으나 박 후보는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조치’를,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우선 대화’를 강조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이슈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박 후보는 재협상에 부정적이지만, 문 후보는 “독소 조항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폐해가 발생한다면’이란 전제를 달면서 개정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세 후보는 △제주 해군기지 후속 조치 △‘통큰치킨’ 문제 등 영세상인 생존권 대책 △남북정상회담의 전제조건 △유럽발 경제위기 대응 방안 △하우스푸어 등 가계부채 대책 등 집권 후 실제로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은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국정 운영 구상을 밝혔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국제 투기성 자금(핫머니)의 유출입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주식, 파생상품 등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稅)’ 도입 논의가 정치권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 3명의 캠프 모두 토빈세 도입에 긍정적인 태도다. 하지만 외환시장 관계자와 학자들 사이에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 여야 모두 투기자금 규제 한목소리 최근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이정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캠프 경제민주화위원장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토빈세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29일 “이번 주 중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역시 자신의 저서에서 토빈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새누리당 대선 공약으로 거론되는 만큼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도 공동발의를 적극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빈세는 198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토빈 전 예일대 교수(2002년 사망)가 1972년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국제 외환거래에 1%씩 세금을 부과하자”고 주장하면서 등장했다. 토빈 교수는 장기투자자들에게는 부담이 크지 않지만 단기성 투기자금에게는 큰 부담이 돼 외환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봤다. 민 의원이 제안한 ‘외환거래세법 제정안’은 이른바 ‘2단계 토빈세’다. 평소에는 거래액의 0.02%만 외환거래세로 내도록 하되 환율 변동폭이 전일 대비 3%를 넘는 경우에는 거래액의 30%를 내게 해 단기자금의 유출입을 막자는 것이다. 토빈세는 국제적으로도 투기자금을 규제하는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달 9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독일 프랑스 등 11개국이 토빈세의 일종인 금융거래세 도입에 합의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브라질은 장기성장 전망이 밝기 때문에 토빈세율이 높은데도 국제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며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장기성 투자자금은 토빈세가 있어도 브라질처럼 계속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울 수도” 정부는 토빈세 도입에 다소 신중한 편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취지는 좋지만 외국자본 유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기업에 부담이 돌아가게 된다”며 “현재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자본투자 비(非)과세 폐지, 거시건전성 부담금 도입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가 있는 만큼 토빈세의 실효성 등은 좀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토빈세가 EU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금융산업 비중이 높은 영국 스웨덴 아일랜드 등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웨덴은 1996년 금융거래세를 도입했다가 자본이 영국으로 빠져나가는 부작용도 겪었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도 토빈세에는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모든 국가가 같이 시행해야 효과가 있는 토빈세를 한국이 먼저 시행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자본’을 잡으려다 일자리를 만드는 ‘외국 자본’의 유입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토빈세의 효과가 정말로 크다면 선진국들이 이미 다 도입했을 것”이라며 “자본의 이동은 규제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26일 경남 창원시 국립3·15민주묘지를 방문한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방명록에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새로운 미래를 열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다운 글이라는 반응이 많다. 안 후보는 그동안 방명록에 ‘마음’ ‘진심’ ‘사랑’ 등 감성적 용어를 즐겨 썼다. 지난달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는 ‘사람을 사랑하셨습니다. 진심 어린 마음가짐 잊지 않겠습니다’(사진 [3])라고 썼다. 대선후보가 방명록에 남기는 문구는 정책과 비전을 압축해 표현한다는 점에서 ‘방명록 정치’로도 불린다.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들의 방명록 정치는 ‘3인 3색’이다. 안 후보는 감성적 문구 외에 변화와 새로움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달 현충원에서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26일 서울 효창공원 애국지사 묘역 방명록에 ‘역사를 기억하고 배우겠습니다’(사진 [2])라고 썼다. 그날 과거사를 사과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 후보의 방명록 메시지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편이다. 과거사 논란이 일던 지난달 28일엔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역사 바로세우겠습니다’라고 썼다. 일자리 행보 직후인 20일 서울 국립4·19민주묘지에서는 ‘이제 4·19 정신은 일자리입니다’라고 써 적잖은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4·19 영령들도 그런 세상을 바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무리한 연결’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박 후보의 방명록에는 주로 ‘국민통합’ 메시지가 담겨 있다. 21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선 ‘국민대통합의 완결은 통일입니다.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사진 [1])라고 썼다. 16일에는 4·19묘지 방명록에 ‘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통합과 미래로 나아가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8월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현충원에선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국민대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습니다’고 쓰는 등 방명록 정치를 통해 ‘통합’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의 설립자 고 김지태 씨가 재산을 헌납한 과정에서 군사정권의 강압성이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민사5부(윤인태 부장판사)는 “김 씨 유족이 정부와 부산일보를 상대로 2010년 6월 제기한 ‘진정명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 이전등기 등’ 청구 소송에서 원심대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군사혁명정부의 다소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중앙정보부가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하지 않으면 김 씨나 가족 등의 신체와 재산에 어떤 해악을 가할 것처럼 위협하는 위법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김 씨의 증여 의사표시는 대한민국 측의 강박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김 씨가 강박으로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헌납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증여 의사표시를 무효로 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증여 의사표시를 취소하기에도 이미 시효(10년)가 지났다고 설명했다. 김 씨 유족은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유족은 김 씨가 1962년 국가에 헌납한 땅 1만5735m²(약 4700평)를 돌려 달라며 2010년 소송을 제기했다. 이 땅의 소유권은 1962년 7월 정수장학회(당시 5·16장학회)로 넘어갔다가 이듬해 7월 정부로 귀속돼 현재 대부분 도로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유족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이 2월 내린 결론과 유사하다.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민주통합당은 다시 한 번 재산 헌납 과정에서 군사정권의 강압성이 입증된 만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했다. 문재인 후보 캠프의 진성준 대변인은 “국가의 강요와 강박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정수장학회에 얽힌 역사적 사실이 법원에 의해서도 분명하게 인정되고 있는 만큼 박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다시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반면 최근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가 강압성을 부정하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번복해 홍역을 치른 새누리당은 논란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하고 존중한다”면서도 “민주당은 이를 더이상 정치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동아일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의 장하성 국민정책본부장에게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구상을 물었다. 세 경제정책 수장은 세제, 순환출자 해소, 계열분리 명령제 등에 대해 상이한 해법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서면 인터뷰 요청에 직접 설명하겠다고 밝혀 대면 인터뷰를 했으며, 이 위원장과 장 본부장은 서면 인터뷰에 응했다. ―다른 후보의 경제민주화 및 재벌개혁 방안을 어떻게 생각하나. ▽김종인=생각만 신선하다고 되는 게 아니다. 파급 효과의 책임성도 느끼며 해야 한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재벌 개혁을 하겠다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고려하지 않고 막연한 얘기를 하고 있다. ▽이정우=박 후보의 정책은 발표되지 않아 논평하기 곤란하지만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안 후보 정책의 기조는 우리와 동일하지만 문 후보가 과거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점에서 한발 앞서 있다. ▽장하성=박 후보의 경우 구체적 공약이 나오지 않아 평가할 게 없다. (문 후보의 경우) 정책이 없어 세상을 못 바꾼 게 아니다. 문제는 실천력이다. 정책 집행력 확보와 일관성 유지를 위해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위원회를 설치할 것이다. ―재벌개혁과 관련해 기존에 형성된 순환출자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기존 순환출자 해소는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정치인이라도 무책임한 짓을 하면 안 된다. 그 대신 우리는 기존 순환출자 지분의 의결권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또 순환출자로 만든 계열사에 한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적용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기업에) 시간을 주면 충분히 해소할 여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 때문에 투자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과도한 사업 확장을 억제하고 자신 있는 업종에 특화하면 장기적으로 대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장=재벌 스스로 변할 기회를 먼저 주자는 것이 우리 정책의 기본이다. ―안 후보의 공약인 계열분리명령제를 어떻게 생각하나. ▽김=말은 근사하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회의적이다. 평상시 명령을 발동한다는 게 쉽지가 않다. 또 무엇을, 어떻게 계열분리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이=재벌 개혁의 최후수단이다. 미국에서 몇십 년에 한 번 발동된다.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출총제 등을 도입한 뒤에도 해결되지 않으면 고려할 장기 검토과제다. 현재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 ▽장=미국의 경우 금융시스템에 중대한 위협이 생겨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행위 규제 등 모든 조치를 취하고 그래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계열분리명령을 내린다. 금융회사 계열분리명령제를 즉시 도입하고 일반 기업은 스스로 변하지 않을 경우 도입할 계획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를 함께 추진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증세가 필요한가. 어느 분야의 세금을 올려야 하나. ▽김=지금 증세를 얘기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세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세수 확보를 위해선 큰 몫을 차지하는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체제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증세는 불가피하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를 해소할 부자증세가 필요하다. (분야로는) 소득세와 법인세가 고려 대상이다. ▽장=불요불급한 사업을 과감하게 줄여 확보한 예산을 노인복지, 보육 등 시급한 사업에 우선 사용할 것이다. 증세는 재정 지출 수요 증가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고려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에게 솔직히 말하고 동의를 반드시 구할 것이다. ―법인세 인상, 고소득자 세율구간 신설, 주식 양도차익 과세, 종합부동산세 인상 또는 폐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각국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제 경쟁을 하고 있는데 법인세 인상을 얘기하는 나라는 없다. 고소득자 세율구간 신설은 상징성은 있지만 세수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종부세는 투기를 세금으로 해결한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다. ▽이=민주당 당론대로 법인세는 최고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환원하고,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은 3억 원 이상에서 1억5000만 원 이상으로 조정해야 한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원칙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종부세는 우수한 세금인 만큼 취지를 살리는 대신 나쁜 세금인 취득세, 등록세를 감면해야 한다. ▽장=세수 증대 방안은 검토 중이다. 재벌 조세 감면의 경제적 효과를 재검토하고 부동산 과세의 공평성 제고, 고소득자의 근로소득공제 축소, 상속·증여세 회피 방지 등을 통해 세수를 확대할 것이다. ―내년 경기가 경제민주화 공약 시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경제민주화가 실현되면 어떤 성과가 있나. ▽김=미국 뉴딜정책은 대공황 시기 실업자가 2000만 명일 때 단행한 것이다. 어려울 때 더 해야 한다. 재벌의 ‘이익 사유화, 손실 사회화’를 막는 게 경제민주화다. 중소·중견기업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경제에 활력을 일으킬 수 있다. ▽이=세계 불황은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렇다고 개혁을 미룰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경제민주화는 내수 확대, 포용적 성장을 통해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장=대외여건이 어려워도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게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복원된 경제 생태계가 잠재 성장률을 올려 경제 체질을 튼튼하게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률을 내릴 것이다.● 朴캠프 김종인△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독일 뮌스터대 경제학 박사 △11, 12, 14, 17대 의원 △보건사회부 장관(노태우 정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文캠프 이정우△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노무현 정부) △대통령정책특별보좌관(〃) △현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安캠프 장하성△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 박사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현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장 겸 경영대학장 △현 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공세와 관련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영남지역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NLL에 관한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주장을 보면서 국정을 맡겨서는 안 될, 정말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세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0·4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공동어로구역은 NLL을 그대로 두고 NLL을 기선으로 등거리 또는 등면적의 일정 수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만들자는 것”이라며 “NLL 지키기와 평화, 경제적 이익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정말 훌륭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 후보는 “박 후보에게 묻고 싶다”며 “NLL을 평화적으로 지키는 데 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정보다 더 나은 방안이 있다면 제시해 보라”고 말했다. 문 캠프의 진성준 대변인은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으로 역풍이 불고 어려움에 빠지자 ‘NLL 공세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직접 당 지도부에 내렸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영토선 부정 발언’ 의혹을 다시 제기하며 대화록 열람에 동의해줄 것을 거듭 민주당에 요청했다. 또 새누리당은 내부적으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 쪽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국회 정보위에서의 여야 합의’ 또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따라 대화록을 열람하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여야 합의로 노 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한 진실을 밝힐 수 있지만 민주당의 동의를 받아내기 힘들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공방만 벌이다 정보위 의결이나 본회의 상정을 못하고 결국 흐지부지되는 시나리오로 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NLL 공방이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면 문 후보가 피해를 보면서 결국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만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 상황을 고려해 공세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NLL 의혹을 대선 정국의 주요 이슈로 만들어놓고 무책임하게 발을 뺄 수도 없다는 고민이 있다. 대화록 열람을 위한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하고 야당의 불참 또는 반대로 부결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대화록을 직접 공개하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국가 보안기록물인 문건을 세상에 알릴 경우 진위와 함께 입수 경위 등에 대한 역풍이 불면서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국가정보원이 정보위에서 대화록을 갖고 있는지 여부만이라도 확인해주는 차원에서 NLL 의혹 공방을 정리하는 방안도 나온다. 이날 국감에서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봤느냐’는 질문에 “국정원에 보관된 대화록을 열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천 수석은 열람 시점에 대해서는 “수석으로 부임해 얼마 안 된 시점으로 2년 전”이라고 말했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이어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기록관과 별도로 국정원에 최근까지 정상회담 대화록이 보관돼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금열 대통령실장은 ‘국정원에 보관된 대화록은 여야 합의하에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새누리당 김기현 의원의 질의에 “여야가 합의하면 법에 따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

“선거에서 네거티브 공세는 로데오 경기와 같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24일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후보)라도 계속 흔들어대면 언젠가는 말에서 떨어진다는 얘기다. 18대 대선도 이미 네거티브 공방이 절정에 올랐다. 특히 올 대선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과거’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각 후보 진영은 상대방을 흠집 내고 표를 얻기 위해 네거티브 전략을 쓰고 있지만 정작 많은 국민은 ‘과거에 묻힌 대선’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 ‘과거사 네거티브’ 공방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추석 연휴 전 유신과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과거사에 대한 역사인식 문제로 곤욕을 치르다 결국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과거사 논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추석 연휴 이후 약 한 달 동안 정수장학회 문제에 시달린 것. 박 후보는 2005년 정수장학회 이사장에서 물러났다. 야권은 박 후보가 ‘장물’인 정수장학회의 실질적인 소유주로 측근인 최필립 이사장을 통해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박 후보는 여러 차례 ‘정수장학회와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최근 정수장학회가 MBC와 부산일보 지분 매각을 추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장물을 팔아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여론의 악화 속에 최 이사장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지만 장학회 관련 판결문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오히려 궁지에 몰린 처지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 후보가 사퇴를 요구했지만 최 이사장이 물러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박 후보가 실질적인 소유주라면 어떻게 버틸 수 있겠느냐.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라고 토로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겐 2007년 아들 준용 씨가 한국고용정보원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시절 금융감독원에 청탁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 등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문 후보와 관련된 가장 큰 이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비서관을 지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NLL 포기 발언 의혹은 비공개 대화록이 공개되지 않아 여전히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채 논란만 확산되는 상황이다. 결국 민주당은 박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고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 문 후보를 공격하는 ‘과거 대 과거’ 대결이 대선 정국을 달궈온 셈이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박, 문 후보 간의 과거사 네거티브 공방에선 비켜서 있다. 하지만 공직 경험이 없고 제대로 된 검증을 받은 적이 없는 상태에서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안 후보는 부인 김미경 씨 명의로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지적에 대해 시인한 뒤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이후에도 △부인 김 씨의 서울대 의대 특혜 채용 의혹 △논문 표절 의혹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 남은 대선 네거티브 더 활개? 우리나라의 정치구조 때문에 대선후보들이 ‘정치의 마약’이라 불리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태규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본보 13일자 시론(‘네거티브 선거가 먹히는 이유’)에서 “단임제라는 정치구조 때문에 현직 대통령이 후보가 될 수 없다. 정책 업적과 기록에 관한 공방을 벌일 후보가 없는 셈이다.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정책을 서로 따지는 것은 공허하기 쉽다. 대선후보들이 각자 내세울 업적이 없는 만큼 상대에게 부정의 이미지를 덧칠하는 것이 절실해진다”고 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으로 네거티브 선거전이 남은 대선 기간에 더욱 활개를 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체 검열 기능을 갖추지 못한 ‘1인 미디어’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유언비어를 유포할 경우 반나절 만에 전국에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일에 임박해서나 투표 당일 치고 빠지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불붙을 경우 유권자들만 우롱당할 수 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시민캠프의 문용식 공동대표 겸 대변인(사진)이 ‘좌충우돌’ 언행으로 당 안팎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나우콤’ 대표 출신인 문 대변인은 22일 자신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에서 “새누리당은 수구 꼴통 짓을 하니까, 정말 없어져야 될 당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비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께 출연한 김민영 선거대책위원장이 “일부 과격한 표현은 적절하게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문 대변인은 이후에도 ‘수구 꼴통 친일파적’이라며 새누리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앞서 그는 16일 인터넷 방송에서 “(이북도민 체육대회에서) 몰지각한 분들이 물병을 던졌지만 문 후보는 꿋꿋이 돌며 악수하는 의연한 모습을 연출했다”며 “한 바퀴 다 돌고 떠날 때는 환호 박수 속에서 떠나 대통령의 품격을 보였다”고 칭송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야유 삿대질을 하자 익숙하지 않은 안 후보는 계면쩍어 일정보다 빨리 떠났다”고 했다. 당초 예정된 점심식사를 취소하고 떠난 이는 문 후보였다. 그가 22일 10시간 만에 40억 원의 문재인 펀드를 모금했다고 발표한 것도 논란이 됐다. 펀드 담당 관계자는 “정확한 집계가 완료된 후 다음 날 언론에 공개하려고 했는데 상의도 없이 먼저 말해버려 김이 빠졌다”고 말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여야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및 대통령 기록물 폐기 의혹과 관련해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이날 전북 전주에서 열린 택시운전사 간담회에 참석한 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대통령 기록물 목록을 폐기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에 대해 “저도 놀랐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도 “기록물 삭제를 지시할 때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도 함께 상의했다고 하는데 무엇이 무서워 역사를 감추려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종반대책회의에서 “민주통합당은 국정조사, 정보위원회 공개열람, 원내대표 간 공개토론을 거부하고 있다”며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질의 개최를 제안했다. 반면 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제기한 (노 전 대통령 발언) 문제는 사실이 아니고 더는 국론분열이 없도록 상임위 차원에서 이 문제가 수습돼야 한다”며 정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우상호 의원도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쇠고기 문제를 굴욕적으로 양보했다는 의혹,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를 양보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그것도 다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노무현재단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한 언론이 제기한 노 전 대통령의 기록물 삭제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며 완전한 날조”라고 일축했다. 재단은 “보도에 나온 2007년 5월 22일 노 대통령의 발언(“인계할 때 제목까지 없애버리고 넘겨줄 거냐”)은 목록까지 공개해서는 안 되는 지정기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말이었다”고 설명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3일 경선 과정에서 경쟁했던 정세균 의원과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그리고 손학규 상임고문을 잇달아 만났다. 당초 단일화 국면을 앞두고 ‘4자회동’을 통해 단합을 과시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일정 조율’이 매끄럽지 않아 오전에는 정 의원, 김 전 지사와 만난 뒤 손 고문과는 별도로 오찬 회동을 했다. 이에 앞서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21일 ‘주간 일정’을 발표하면서 ‘23일 4자 회동’을 공지했다. 그러나 23일 오전 7시 54분 문 후보 측은 ‘오전 9시 3자 회동’이란 문자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냈다. 문 후보는 3자 회동에서 “손 고문도 모시려 했는데 연락을 못해서 다음에…”라며 겸연쩍어했다. 노영민 후보비서실장이 이날 새벽 손 고문의 경기 성남시 분당 자택을 찾아 참석을 요청했지만 손 고문은 불참했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사전 조율도 없이 일정을 발표할 수 있나”라며 “9월 22일에도 문 후보는 손 고문과의 조찬회동에서 ‘내가 후보가 된 건 시대정신’이라고 해 상처를 줬다. 왜 자꾸 등을 돌리게 하나”라고 비판했다. 손 고문과의 회동 불발에 따른 논란이 확산되자 문 후보 측은 급히 오찬 회동을 성사시켰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 소식을 알리며 “당내 단합의 결정판”이라고 했지만 당 안팎에선 문 후보 측의 ‘불통(不通)’ 사례라는 비판이 나왔다. 1시간 40분간의 회동 뒤 우 단장은 “손 고문이 ‘적극적으로 돕겠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의연하게, 여유를 갖고 대처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손 고문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선 “스스로 정치역량에 맞게 활동할 것”이라고만 했다. 문 후보가 강원·충청을 맡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손 고문은 답을 주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손 고문 측 관계자는 “문 후보를 돕긴 하겠지만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전 3자 회동에서 김 전 지사는 부산·울산·경남을, 정 의원은 전북 등 호남을 맡기로 했다. 그러나 김 전 지사도 “여건상 문 후보를 돕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인 28일엔 전북 전주, 광주, 전남을 방문하기로 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호남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며 “앞으로는 자주 호남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권력기관 바로 세우기’ 정책간담회를 열고 검사의 청와대 파견근무 금지 등을 골자로 한 ‘검경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문 후보는 “한국 사회는 검찰이 지배하는 단계”라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 개혁 방안’으로는 검사의 청와대 파견 근무를 금지해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를 공개적인 관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시절에도 윤대진 대검 중수2과장 등이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으로 일했다. 또 정부 파견 검사제(현재 20여 명)도 전면 재검토해 법률 수요가 있는 곳에는 민간 법률전문가가 일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파견 검사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검사로 하여금 수사와 기소에 책임을 지는 인사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무죄 선고 시 인사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뜻이다. 문 후보는 “정치적 목적의 부당한 수사나 기소, 봐주기식 수사에 대해 진실과 원인을 규명하겠다”며 인적 쇄신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기존 공약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직접수사 기능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도 포함됐다. ‘경찰 개혁 방안’으로는 “일선 경찰서 정보조직(정보과)을 폐지하고 그 인력을 민생치안 분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는 요즘 이해찬 대표(사진) 때문에 속을 앓고 있다. 권한을 모두 문 후보에게 넘기고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난 이 대표가 언론에 계속 등장하면서 지지율을 깎아 먹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이 대표는 최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불가능하다”며 안철수 후보를 자극했고 안 후보 측이 반발하면서 양측이 갈등하는 모양새가 됐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22일 “지금은 단일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 대표가 자제해야 하는데, 말릴 사람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문 후보 캠프가 삼고초려해서 영입한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에 대해서도 ‘스스로 왔다’는 취지로 말해 문 후보와 윤 위원장 모두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지난주 당원 교육에서는 “경희대 전 총장과 식사를 했는데 경희대 출신이 (대통령이) 된다더라”고 말했다가 당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경희대 출신인 문 후보를 위해 한 말이지만 당대표가 근거도 없이 뜬금없는 말을 했다는 것. 문 후보 캠프가 18∼20일 개최한 ‘정치쇄신 대토론회’에서도 참여한 시민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인적쇄신 얘기가 나오는데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고 이미지만 깎아 먹는다”, “의원총회를 소집해서라도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얘기가 쏟아졌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22일 지역구 국회의원 수는 대폭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은 늘리는 등 ‘기득권 포기’를 키워드로 하는 정치쇄신안을 발표했다. ‘정치쇄신’을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고강도 혁신카드로 화답한 것이다. 하지만 “취지는 좋지만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열린 ‘새로운 정치위원회’ 1차 회의에서 “우리 정치가 움켜쥔 기득권의 핵심은 고질적 지역주의”라며 “(기득권 포기를 위해) 적어도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의석 배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에서 300석 가운데 지역구는 246석, 비례대표는 54석으로 이 구상에 따르면 지역구를 최소 46석 줄여야 하는 셈이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당 안팎에서 도전에 직면할 것”(캠프 핵심 관계자), “정치학자들 사이에 공감대는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반응이 나왔다. 문 후보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도 제안했다. 정당의 전국 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수를 정하는 현행 제도와 달리 권역별 득표율로 ‘권역 비례대표’를 뽑자는 것이다. 문 후보는 “헌법에 따라 책임총리와 권한을 나누겠다”며 책임총리제 도입에 따른 권력분점 구상을 재확인했다. 단일화 파트너인 안 후보를 의식한 발언이다. 이어 정당개혁의 일환으로 △지역주의가 해소될 때까지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 △국민이 비례대표를 포함한 공직후보 공천권 행사 등을 제안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기 위해 국민경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데 동원선거 등 부작용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안 후보는 17일 세종대 강연에서 “최소한 시군구 의원의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쇄신안에는 국회의원 징계가 ‘제 식구 감싸기’에 그치지 않도록 국회윤리특위에 시민을 절반 이상 참여시키고 일정한 시한 내에 본회의에서 처리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5대 부패(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와 5대 비리(정치자금법 위반, 선거법 위반, 부동산 투기, 탈세, 병역비리) 행위자는 고위 공직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는 고강도 대책도 내놓았다. 문 후보는 “정치개혁 과제에 대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동의한다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함께 입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치쇄신 경쟁의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이다. 문 후보 측은 이날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와 23일 만나 당의 혁신과 단합을 의논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저녁 늦게 “일정 조율이 안 됐다”며 취소했다. 경선 후 4명은 아직 한 번도 한자리에 모인 적이 없다. 한편 문 후보 측은 이날 자체 인터넷 방송을 통해 “펀드가 이날 오전 출시된 후 10시간 만에 4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펀드’는 47시간 만에 목표금액 38억8500만 원을 채웠다.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7월 강원 홍천군에서 열린 ‘2012 여성정치캠프’에 참석해 ‘대통령이 되면 임기 중 국공립 보육시설을 시설 기준으로 20%, 이용 아동 기준으로 40%까지 늘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이달 14일 임산부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는 “시설 기준으로 30%, 이용 아동 기준으로 5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목표를 10%포인트씩 올린 것. 캠프 관계자는 “미래캠프 내 복지국가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며 “다만 기존 목표는 2017년까지인 반면 새로운 목표는 202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차별화를 위해 목표치를 올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 후보는 이용 아동 기준으로 30%까지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문 후보가 발표하는 정책 중에는 이처럼 기존 공약이나 민주당 당론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공약이 적지 않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충이라는 총론에서 세 후보 간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여론조사 3등인 문 후보가 좌클릭을 통한 선명성 부각에 나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약이 급진적일수록 실현 가능성은 줄어든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문 후보는 16일 가계부채 대책 간담회에서는 “이자제한법을 개정해 이자율 상한을 연 25%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금융회사와 등록 대부업체들은 연 39%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14%포인트 내리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의 공약은 이자율 상한을 연 30%까지 내리겠다는 기존 민주당 당론보다 강경한 것이다. 하지만 공약을 이행할 경우 적지 않은 부작용도 우려된다. 대부업체는 조달금리가 높은 데다 돈을 떼이는 사례도 많아 이자율 상한을 연 25%로 낮출 경우 상당수 대부업체가 문을 닫거나 지하로 숨어들 것이란 지적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당장 돈 빌릴 곳이 없어지면 불법 사금융시장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2010년과 2011년 이자율 상한을 5%포인트씩 내린 것을 감안하면 이번 공약이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민주당은 4·11총선 때 육아휴직 급여를 현재 통상임금의 40%에서 50%로 올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반면 문 후보는 통상임금의 70%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에 대해서도 급여를 급격하게 인상할 경우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대통령 선거가 58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이 재원 마련 대책 없이 ‘조’ 단위 공약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정치권에서 0∼2세 무상보육을 결정했다가 재원이 바닥나 중단 직전까지 갔음에도 대선후보들이 여전히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것. 이 중 상당수는 매년 예산이 투입되는 복지 공약이어서 실제로 시행할 경우 두고두고 국가 재정을 갉아먹는 주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14일 임신부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0∼5세 무상보육 공약에 대해 “7조5000억 원이 든다. 많은 돈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정적으로 감당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산은 해마다 들어가기 때문에 5년간 합치면 37조5000억 원이 필요하다. 이 돈을 마련하려면 경제활동인구(약 2500만 명) 1인당 평균 15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문 후보는 7월 제주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반값등록금을 위해 드는 비용이 6조 원이 채 안 된다”며 “부자감세가 82조 원, 4대강 사업 공식 재정이 22조 원이나 되는데 그에 비하면 적고 충분히 가능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매년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연간 5조6000억 원(문 후보 측 추산)을 투입할 경우 총 소요 예산은 5년간 28조 원으로 4대강보다 많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무상 의무교육을 고등학교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여기에는 매년 2조4000억 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 박 후보는 또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도 “부담을 반드시 반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세부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수조 원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수혜자를 2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혜택을 줄이지 않고 대상을 확대할 경우 매년 3조 원가량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내년 외교 부문에 책정된 예산(2조8000억 원)보다 많은 액수다. 안 후보는 21일엔 영세 사업체의 저임금 일자리를 개선하기 위해 2조∼3조 원 규모의 사회통합 일자리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고령화 진행되면 현재 복지수준 유지도 벅찬데…” ▼기초노령연금 확대는 ‘어르신 표’를 잡기 위한 안 후보와 문 후보의 공통 공약이다. 이들의 공약대로 현재 최대 9만4600원인 연금을 18만 원(안 후보)이나 20만 원(문 후보)으로 인상할 경우 연간 5조 원가량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초노령연금 인상은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하고도 이행하지 못했던 공약이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만 해도 고령화에 따라 투입 예산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인상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번 대선에선 한반도대운하 같은 대규모 건설 공약은 줄었지만 지역공약 중에서도 조 단위 예산 투입이 필요한 사업이 적지 않다. 박 후보와 문 후보가 공약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경우 약 10조 원이 필요하다. 박 후보가 약속한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에는 3조∼4조 원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후보들은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당분간 세수(稅收)가 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세율을 높이거나 국가 채무를 늘려야 하지만 어느 쪽이나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경우 현 정부의 부자감세를 철회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사실상 증세를 공약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주장대로 연간 20조 원을 추가로 확보한다고 해도 0∼5세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기초노령연금 인상 공약 등을 이행하려면 20조 원이 훨씬 넘게 든다.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최근 “공약 이행을 위해 19%인 조세부담률을 21% 수준까지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지금 당장 증세 계획은 없다”며 발을 빼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대규모 예산 투입 사업을 공약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은 21일 “과거 사례를 보면 정치권에서 내놓은 복지공약의 경우 예산을 과소 추계한 경우가 적지 않아 실제 이행할 때는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인구 구조의 변화를 감안하면 현재 수준의 복지를 유지할 경우에도 갈수록 재정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복지제도 신설은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