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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최근 경제위기와 관련해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와 ‘귀족 노조’의 파업을 비판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신규순환출자 규제 등 대기업 개혁을 공약한 상황이어서 정치권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기업에 대한 지나친 제재는 기업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이 활기를 띠고 사기충천해 잘해 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의지를 갖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경제 민주화’와 대기업 제재에 나선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또 “온 세계가 당면한 어려운 (경제위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현대자동차 노조 같은 금속노조와 금융노조 등 고소득 노조의 파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말 어려운 계층은 파업도 못한다. 고소득 노조가 파업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도 했다. 국내 최대 규모(조합원 4만5000여 명)인 현대자동차 노조를 포함한 금속노조는 20일 2차 총파업에 들어가고, 금융노조는 30일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 대통령이 오랜만에 경제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낸 것은 남은 임기 동안 경제위기 해법 마련에 전념하겠다는 판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비록 이 대통령이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한 측근들의 잇단 비리 연루로 상심이 큰 상황이지만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임기 시작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고 임기 말에도 경제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을 흔들림 없이 제시하는 게 이 정부의 임무다’라는 취지의 말을 종종 한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시기이다. 한국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연하게 대처하자”고 당부한 것도 이런 취지로 읽힌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이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도 임기를 정리하는 메시지보다는 경제위기 해법을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얘기들이 들린다. 한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과는 별개로 경제위기의 실체를 진단하고 차기 정부가 승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을 박력 있게 제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청와대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를 예정대로 임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국회에서 아직 현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를 보내지 않았지만 현재 지명을 철회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 후보자가 직무 수행에 결정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장은 국회 임명동의를 받지 않기 때문에 국회가 현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청문경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보내지 않으면, 대통령은 그 다음 날부터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하고 그래도 보내지 않으면 바로 임명할 수 있다. 2011년 권재진 법무부 장관도 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이 임명한 경우다. 청와대가 ‘현병철 철회 불가’를 시사한 것은 측근 비리 의혹 등으로 가뜩이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 사안만큼은 밀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이 “임기 말이지만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일은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편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는 여야 대치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18일 김 후보자를 비롯한 대법관 후보자 4명을 모두 본회의에서 자유투표하자며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요청했지만 민주통합당은 김 후보자는 대법관 자격이 없다며 보고서 채택 불가론을 폈다. 새누리당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이견으로 다른 3명의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도 채택하지 않아 사법부 공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자유투표를 하는 조건으로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4명의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를 채택해 본회의에 회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자유투표를 한다고 해놓고 내부적으로는 찬성으로 정리한 뒤 투표하면 김 후보자는 대법관이 된다”며 일축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내수 활성화를 비롯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끝장 토론’을 벌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유럽발 경제위기가 미국 중국 등에까지 번지고 우리나라 실물경제에도 이미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위기 우려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는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에는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관뿐만 아니라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 주요 경제기관장이 대거 참석한다. 또 부동산시장이 급랭하고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면서 건설산업연구원, 대한건설협회 관계자와 민간 연구기관의 전문가들도 다수 참석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오후 3시부터 시작해 마치는 시간을 정하지 않은 채 ‘끝장 토론’ 형식으로 토론을 벌일 계획이다. 그만큼 정부가 현재 경제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근데 (요즘 같아서는 사람들이) 청와대에 지원하려나 모르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열린고용 채용박람회’를 참관하던 중 던진 말이다. 학생들의 모의 면접 장면을 지켜보던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도 (학생들을) 뽑으시죠”라는 사회자의 말에 “(학생들이) 지원하면 합격할 텐데”라며 이같이 말한 것. 이 대통령은 “나보다 (면접을 더) 잘하는 것 같다. 내가 저런 면접 봤으면 합격 못했을 거다”라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상득 전 의원의 구속에 이어 김희중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이 저축은행 비리 의혹으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는 등 주변이 텅 빈 상황을 은연중에 표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학생들에게 손으로 ‘V’자를 그리고 한 남학생의 넥타이를 손수 매주는 등 오랜만에 웃음을 보였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북한이 18일 오전 11시경 “12시에 중대보도를 하겠다”고 밝힌 직후부터 청와대와 통일부, 외교통상부, 국방부 당국자들은 크게 술렁거렸다.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전격 경질된 직후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이 매우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중대보도’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긴장 속에 북한의 발표를 예의주시했다. 하지만 막상 나온 발표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원수 칭호를 부여했다는 다소 맥 빠지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북한은 ‘중대보도’ ‘중대방송’ ‘특별방송’ 등을 예고해 외부의 관심을 끌어 모은 뒤 일방적인 메시지를 발표하는 수법을 되풀이해 왔다. 북한은 1992년 4월 김일성 대원수 추대, 김정일 원수 추대도 ‘중대방송’을 통해 발표했다. 김일성 사망 4개월 이후인 1994년 11월에는 김정일의 다리·동굴 건설 지시 내용을 ‘중대방송’으로 내보내 당국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북한이 이번에 이영호 해임과 현영철 차수 승진에 이어 김정은 원수 칭호 부여를 하루 간격으로 발표하는 것도 전형적인 북한식 보도 기법이다. 협상에서도 조건을 살라미 소시지 자르듯 잘게 쪼개는 것으로 악명 높은 북한이 발표도 하나씩 내놓으며 외부의 관심을 유지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영호 해임 이후 북한의 내부 움직임과 향후 급변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한 것은 4월 13일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국내 벤처기업이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를 개발하고도 국내 기업 간 분쟁 등에 휘말려 수익을 내기는커녕 3조 원의 특허권료(로열티)를 날렸다는 정부 분석이 나왔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지재위)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식재산분쟁에 따른 우수기술의 사업화 실패사례 분석 연구’를 발표했다. 지재위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인 디지털캐스트는 1997년 세계 최초의 MP3플레이어인 ‘엠피맨’을 개발했다. 하지만 제품 출시 후 국내 다른 기업들이 유사 제품을 출시하면서 특허무효 소송을 내는 바람에 디지털캐스트는 엠피맨의 특허를 유지하기 위한 특허료를 제때 내지 못해 국내 특허를 잃었다. 여기에 엠피맨의 해외 특허도 미국 업체인 ‘Texas MP3 Technologies’가 모두 사들여 지금은 오히려 국내 기업들이 MP3플레이어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재위 측은 밝혔다.}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라고 만든 정권은 아닌데….”이상득 전 의원, 김희중 대통령제1부속실장 등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저축은행 게이트에 잇달아 휘말리는 모습을 복잡한 심정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과 함께 이명박 정권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원조 MB맨’들이다. 대선을 거쳐 주로 2008∼2009년 청와대에서 일했던 최측근 인사들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초대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 ‘MB 노믹스’의 설계자 중 한 명인 곽승준 대통령미래기획위원장(사진)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상황에 대해 “나도 황망하다. 이런 모습을 보려고 만든 정권은 아니지 않으냐”며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대선 다음 날부터 조심했어야 했는데 530만 표 차의 대승에 취해 너무 자만했던 것 같다”며 “스스로 더 엄격했어야 했는데 측근들이 ‘남이 하면 스캔들, 자신이 하면 로맨스’라는 생각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도 했다.경선 캠프를 거쳐 임기 초 청와대 핵심 보직에서 선임행정관(2급)을 지낸 A 씨는 16일 새벽 기자에게 저축은행 게이트와 관련해 장문의 e메일을 보냈다. 그는 김 실장과는 연배도 비슷해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A 씨는 “연일 터지는 BH(청와대) 금품 수수 보도에 처참한 심정이다. 어떻게 대통령을 모시면서 돈의 유혹에 그렇게 쉽게 무너져 버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이어 “BH에서 일한다는 사실 자체를 돈보다 가치 있고 영예롭게 생각해야 하는데, (이들과) 같이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가슴이 무너지고 답답하다”며 “경제위기를 극복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리 의혹으로 정권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넋두리를 할 수밖에 없다. 나만이라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야겠다”고 덧붙였다.역시 임기 초 대통령비서관을 지낸 B 씨는 최근의 저축은행 게이트에 대해 “MB 청와대가 너무 일 중심으로 운용되다 보니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살리기도 좋지만 국정 운영은 역시 공공의 영역이라는 점을 인식했어야 했는데 그런 사람이 많지 않았다”며 “임기 초에 도덕 재무장 운동이라도 했어야 했다. 그 점이 참 뼈아프다”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16일 김 실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형님의 구속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한 관계자는 “15년간 자신을 보좌한 최측근의 비리 연루에 이 대통령이 누구보다 착잡하겠지만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한 언급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사표가 수리된 만큼 김 실장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지 않을 계획이다. 청와대가 이미 물러난 김 실장을 불러 조사할 경우 오히려 김 실장에게 법률적 힌트를 제공하거나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그러나 이와 별개로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여부에 대해서는 갈수록 ‘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아직 사과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박 대변인)는 게 청와대의 공식 태도지만 한 핵심 관계자는 “그냥 지나치고 넘어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참모들 사이에서도 친인척 및 측근 비리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유감 표명은 필요하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사과의 시기, 수위 등을 결정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대국민 사과 시기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좀 더 기다리자는 의견도 있지만 “너무 늦어지면 실기한다”는 주장이 더 많다.사과 수위는 형님과 최측근이 연루된 만큼 이전보다 강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 대통령은 2월 22일 취임 4주년 특별회견에서 측근 비리 의혹과 내곡동 사저 터 논란과 관련해 “내 주위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나올 때마다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 국민께 할 말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사과 방식은 대국민 담화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기자회견은 다른 이슈가 끼어들어 사과의 뜻을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게 청와대 내부 의견이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잇따라 저축은행 게이트에 휘말리자 청와대는 걷잡을 수 없는 충격과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미 사의를 밝힌 김희중 대통령제1부속실장이 본인 해명과는 달리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 원 안팎의 돈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주말 내내 청와대 내에선 “이상득 전 의원과 김 실장에 이어 다음 차례는 누구냐?”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누구누구가 임 회장이랑 관련이 있다’는 식의 루머까지 흘러나온다. 청와대는 김 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사흘째인 15일까지 김 실장 관련 의혹에 대해 속 시원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가 13일 “김 실장은 휴가 중”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이미 사실상 직무정지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서도 누구 하나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대통령의 최측근과 관련된 의혹인 만큼 보다 신중한 조사와 접근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만 말했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 따라 김 실장은 비서관급 및 팀장급 이상 청와대 참모 가운데 비리 의혹에 연루된 여섯 번째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수석비서관급 중에선 김두우 전 홍보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이 각각 저축은행 비리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옷을 벗었다. 비서관 중에서는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과 추부길 전 홍보기획비서관이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배건기 전 감찰팀장은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비리로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가 이번에 다시 저축은행 게이트로 벌집을 들쑤신 듯한 상황에 처하자 곳곳에선 자성론과 함께 민정라인에 대한 책임론도 비등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참모들을 만나면 “김두우 수석처럼 하면(로비를 받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9월 27일 국무회의에선 “가진 사람들의 비리를 아주 신속하고 완벽하게 조사해 달라. 측근일수록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며 친인척 및 측근 비리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민정라인이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관리에서 유독 허점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정권과 명운을 함께할 최측근 참모보다는 유력 법조인을 민정수석으로 잇따라 택한 데 따른 ‘자충수’가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온갖 측근 비리에 시달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민정수석만큼은 문재인, 이호철 등 핵심 측근을 잇달아 배치했다. 이 대통령의 민정수석은 지금까지 모두 4명이었다. 초대 이종찬 수석은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이 대통령의 법률자문을 맡았지만 정통 ‘MB맨’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2대 정동기 수석은 법무부 차관을 지낸 전문 법조인이었고, 3대 권재진 수석(현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집안끼리 잘 아는 사이여서 그나마 이 대통령과 가까운 그룹으로 분류됐다. 현 정진영 수석도 전문 법조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역대 정권에서 대대로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가 맡았던 민정수석을 외부 전문가들이 맡다 보니 측근 비리에 대한 감시 활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이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을 대거 개편해야 하는 등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자 이 대통령의 측근 그룹에선 “민정수석만큼은 이 정권과 끝까지 갈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따라 몇몇 후보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관철되지 못하고 전문 법조인들이 계속 민정수석 자리를 이었다. 이런 민정수석들은 자리를 마치고 정치적 도약을 노렸다. 이종찬 전 수석은 4·11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경남 사천-남해-하동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낙천했다. 정동기 전 수석은 감사원장 후보로 내정됐으나 각종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뒤 역시 4·11총선에서 서울 강남을에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다가 떨어졌다. 권재진 전 수석은 현 법무부 장관이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더니 이젠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발목을 잡는구나.” 체포동의안 부결로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여권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다. 이 대통령을 만든 개국공신이었지만 이내 반이(반이명박)로 돌아섰고, 이제는 자신이 5년 전 좌초시킨 박 전 위원장의 대선 가도에 찬물을 끼얹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어쩌다 5년 사이에 권력과 잇따라 충돌하게 됐을까. 공무원(행정고시 24회) 출신인 그는 처음부터 ‘반골’은 아니었다. 16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좌절감에 앓아누워 아내로부터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남자냐”는 핀잔까지 들었던 그는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밑에서 정무부시장을 맡으며 재기를 노렸다.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이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기여해 성공 가도를 밟는 듯했다. 그런데 정작 그 후가 문제였다. 10년 만의 정권교체로 주변엔 한자리를 바라는 인사 수요가 넘쳐났지만 이상득 전 의원 등이 이미 핵심을 차지해버린 것이다. 화가 난 정 의원은 2008년 1월 어느 날 밤 당선인 신분이던 이 대통령을 사무실로 찾아가 “이럴 수 있느냐”고 호소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싸우지 말고 알아서 잘하라”는 것이었다. 이후 정 의원은 냉소적으로 변했고 서서히 이 대통령과 멀어져 여당 쇄신파의 좌장이 됐다. 반이로 돌아섰지만 정 의원은 보수주의자였다. 박 전 위원장을 비판했지만 정권 재창출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 정 의원이 박 전 위원장에게 결정적 반감을 갖게 된 계기는 또다시 인사 문제였다. 올해 4·11총선에서 친박(친박근혜)계가 주도한 공천을 지켜보던 정 의원은 “2008년 친이(친이명박)가 공천 학살을 했다면 이번엔 말살 수준”이라며 치를 떨었다. 이후 정 의원은 박 전 위원장과 그 주변의 한계를 수시로 지적했고, 이번에 다시 한 번 박 전 위원장의 앞길을 막아서고 있다. 결국 정권 내내 계속된 친이-친박 갈등과 권력투쟁이 얽혀 정 의원을 이명박 정권 최대의 정치 풍운아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1회 인구의 날 기념식 참석 일정을 갑자기 취소했다. 국가 위기사태 등 돌발 변수가 아니고서 이 대통령이 미리 잡힌 대외 공식 일정을 임박해 취소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종현 청와대 춘추관장은 “이 대통령이 기념식에서 딱히 전할 메시지가 없고 인구의 날 관련 토론에 나설 준비도 덜 됐다”며 “(이 전 의원 구속 전인) 10일 저녁 참석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평소 인구 문제에 큰 관심을 보여 온 만큼 이 전 의원의 구속에 따른 충격으로 행사 불참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주로 집무실에 머물며 대국민 사과 여부 등을 놓고 참모들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이 전 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이후부터 이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말수도 줄었다고 한다. 상당수 참모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 전 의원 구속 사태에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이런 의견을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도 이 대통령의 사과 요구가 나오는 등 주변의 압박도 가중되는 시점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의원 구속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뭔가 위로의 말씀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위로의 말씀에) 대국민 사과의 의미가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당연히 그런 뜻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사과 시점과 방식이다. 아직까지는 이 전 의원이 기소 단계는 아닌 만큼 당장 유감을 표명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더 많다. 한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현 시점에서 이 대통령이 이 전 의원 구속에 대한 생각을 밝히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전 의원의 기소 등을 지켜보며 사과 기자회견 시점을 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검찰 수사 등으로 어느 때보다 심난한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새롭게 몰두하고 있는 과제가 하나 있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셰일가스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에너지 분야에 남은 임기를 다걸기(올인)하겠다는 자세인 듯하다”고 말했다. 셰일가스는 모래와 진흙이 굳어진 암석(셰일) 안에 갇힌 가스로 10년 전 경제성을 인정받아 최근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천연가스의 일종이다. 전 세계 매장량은 187조 m³로 인류가 60년간 사용할 수 있는 분량. 무엇보다 값이 싸다. 현재 중동산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m³당 17달러이지만 셰일가스는 m³당 12달러 안팎이다. 이 대통령은 셰일가스가 조만간 에너지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고 셰일가스 수입과 이에 따른 에너지정책 마련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지난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과 김대기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비롯해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들과 청와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셰일가스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멕시코에서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만나 셰일가스 수입 등을 위한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에서 “셰일가스 생산이 본격화되면 전 세계 가스 값이 급락할 것이므로 에너지 수급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세계 최대 셰일가스 매장국 중 하나인 미국이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 미국 내 제조업이 살아나 국내 관련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만큼 그 대책도 함께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미국은 자국과의 FTA 체결국엔 에너지원 수출을 허용하고 있어 한국가스공사는 이미 2017년부터 20년간 연 350만 t의 미국산 셰일가스를 도입하기로 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9일 “여름휴가 때는 국내 여행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전국 4대강 인근 명승지를 휴가지로 추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연설에서 “세계 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지만 내수까지 위축돼서는 안 된다”며 “우리 국민의 연평균 여행 일수는 7일인데, 하루만 더 국내 여행을 하면 (이에 따른 내수) 수요는 2조5000억 원이 늘고 일자리도 5만 개나 창출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휴가지로 △한강에선 임진마을, 율곡리 화석정, 영월 한반도마을 △금강에선 옥천 도리뱅뱅, 진안 원촌마을 △낙동강에선 영주 무섬마을, 함양 개평마을 △섬진강에선 임실 구담마을, 무안 하늘백련마을, 여수 백도, 신안 가거도 등을 꼽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최근 내수 위축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 객관적인 자료를 분석해 점검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나 한일 정보보호협정 파문 등 현안에 대해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가 대선자금 수사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2007년 이명박 대통령 캠프의 대선자금 마련 과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 경선비용으로 21억8098만 원, 대선 비용으로 372억4900만 원을 썼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법정 상한인 465억9300만 원에 못 미친다. 선관위는 이 대통령 측의 회계보고서를 검토해 각종 오류를 잡아 348억 원을 선거비용으로 인정해 국고로 보전해 줬다. 이 대통령은 당시 참모들에게 “법적 한계 내에서 돈을 쓰라”고 수시로 지시했다고 한다.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받은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참모들은 전한다. 경선 비용은 후원회 모금액(18억888만 원)과 맏형 상은 씨에게 빌린 돈(3억4200만 원) 등으로 충당했다. 본선 비용으론 112억 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았고, 제2금융권에서 250억 원 등을 차입했다가 선거 후 국고 보전을 받아 갚았다. 국고보조금 등 합법적 자금으로만 선거를 치른 것으로 되어 있는 셈이다. 이 자금의 관리는 이 대통령의 오랜 ‘금고지기’인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이 전담했다. 이 대통령 캠프에 있었던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공식자금 외의 ‘대선 자금’은 구경도 못해봤다. 캠프 직원들 밥도 주로 내 돈으로 샀고, 특별한 날 돼지갈비에 소주 정도 한 게 고작이었다”고 회고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구속)은 2009년 5월 미국 방문 중 특파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완벽하게 합법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대 어느 대선보다 돈 적게 드는 선거운동을 했다고는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선을 치르려면 공식 자금 외에 수많은 비공식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무실에서 마시는 생수부터 각종 긴급 지출 등 공식 자금으로 정산하기 어려운 용처가 적지 않다. 이런 돈은 주로 최 전 위원장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이 대통령의 측근 원로 그룹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정치권 일각에선 이 과정에서 비합법적으로 조성된 자금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청와대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 문제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는 매각을 추진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주요 과제를 국회와 의논해 마무리해야 한다”며 인천공항 지분 매각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다음 정부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반대론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8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인천공항 지분 매각은 이 대통령 임기 내에 가시적인 조치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마디로 연내 지분 매각 추진은 어렵다”고 전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주요 국정과제는 난이도에 따라 사안별로 대처해야 한다”(7일 박정하 대변인 브리핑)며 원론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돼야 하는데 올해 정기국회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대형 정책 이슈가 제대로 논의될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보유한 인천공항 지분 49%를 매각하기 위해서는 기업공개(IPO)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박 장관이 강한 추진 의지를 밝혔음에도 청와대가 ‘임기 내 추진 포기’로 가닥을 잡은 것은 그만큼 정치권의 비협조로 인천공항 지분 매각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기 때문이다. 특히 황우여 대표를 비롯해 진영 정책위의장, 윤상현 의원 등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 핵심들이 연이어 지분 매각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인천공항 지분을 팔려 한다면 야당에 ‘매국노’ 등 네거티브 선거전의 소재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 청와대와 정부는 여당의 기류에 어느 때보다 민감하다. 최근 새누리당이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국무회의 비공개 처리에 반발하자 정부가 협정 서명을 돌연 취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곽승준 대통령미래기획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주요 국정과제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는 평가하지만 정부 일에도 때가 있다. 임기 초에 추진했어야 할 과제를 임기 말에 하려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청와대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포기하는 대신 공공기관 선진화 차원에서 지분 매각의 필요성은 계속 강조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분 매각에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여론 청취부터 시작해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밀실 처리’ 논란을 낳은 국무회의 비공개 의결은 청와대와 외교통상부의 공동 책임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청와대가 6일 밝혔다. 대통령민정수석실은 2∼5일 진상조사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박 대변인은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6월 중에 협정에 서명하고 양국 내 절차가 끝나는 시점까지 비공개로 하자’는 한일 간 실무합의에 따라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실과 외교부가 수차례 협의를 거쳐 차관회의를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 즉석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밝혔다. 비공개 추진 결정의 주체를 놓고 청와대와 외교부가 책임 공방을 벌였지만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지 못한 채 ‘쌍방 과실’로 결론을 낸 셈이다. 박 대변인은 “일본 측의 문안 검토, 법제처의 심의가 늦어져 국무회의 전에 거쳐야 할 차관회의 상정이 불가능했다면 일본을 설득해 다음 차관회의 때 하는 게 바람직했다”며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국회 설득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는 등 정무적 판단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비공개 추진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지 여부에 대해선 “이 대통령은 물론이고 주무인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도 몰랐다”는 기존 해명을 재확인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따라 이 대통령은 협정의 국무회의 비공개 처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으며, 김 기획관 외에 청와대 관계자 중에선 추가 문책은 없을 것이라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외교부는 조세영 동북아국장에게 사실상 보직 해임인 본부발령 조치를 내렸다. 조 국장은 안호영 1차관에게 비공개 추진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고, 국무총리실에도 사전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청와대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안 차관과 실무과장인 최봉규 동북아1과장에겐 장관 명의의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에 외교부 내에선 당장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간부는 “조 국장이나 최 과장은 청와대 방침에 따라 열심히 일한 죄밖에 더 있겠느냐. 이런 식으로 하면 누가 책임 있게 업무를 하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조 국장에 대한 외교부의 본부발령이나 안 차관 등에 대한 경고 조치는 공무원법상의 징계가 아니어서 청와대 진상조사에 따른 구색 맞추기 문책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요즘 이명박 대통령은 부쩍 노여움을 자주 드러낸다고 한다. 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선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밀실 처리’ 논란과 관련해 20여 분간 참모들을 쉬지 않고 질책해 아무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올해 2월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비판한 이후 이렇게 참모들을 심하게 야단치는 것은 처음 봤다”고 전했다.이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최근 청와대 사정과 무관치 않다.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이어 한일 정보보호협정 파문으로 핵심 측근인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도 자신을 떠난 상황에서 점점 의지할 데가 사라지는 데 대한 답답함과 괴로움에서 비롯됐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사석에서 이 대통령을 ‘홀로 남은 뒤 잔뜩 웅크린 채 상처를 핥는 사자’에 비유하기도 했다.실제로 요즘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권부(權府)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무기력증이 감지되고 있다. 자신을 ‘MB맨’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집권 첫해인 2008년과 비교했을 때 청와대 내에 고위직 중 MB맨은 거의 사라졌다.집권 초 청와대에는 류우익 대통령실장(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곽승준 국정기획수석비서관(현 대통령미래기획위원장), 이동관 대변인, 박재완 정무수석비서관(현 기획재정부 장관),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등 이 대통령이 수시로 불러 국정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고위직 측근들이 즐비했다.당시 류 실장은 1주일에 두세 번씩 이 대통령과 식사를 했다. 곽 수석은 퇴근 후 대통령관저로 쳐들어가는 경우도 잦았다. 곽 전 수석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 해법을 놓고 관저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목소리를 높여 직언도 드리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일이 별로 없다더라”고 전했다.지금 청와대의 고위직은 대부분 직업 공무원이거나 전직 언론인 등 ‘관리형’으로 이 대통령과 깊은 정치적 인연이 없는 인사들이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이 대통령은 집권 초기와 달리 저녁에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주로 관저에 머물며 김윤옥 여사와 식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측근은 “현재 이 대통령과 그나마 대화를 나누거나 직언을 할 수 있는 청와대 인사는 장다사로 총무기획관, 김상협 녹색성장기획관 등 몇 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 청와대와 비교해도 쓸쓸함이 더하다는 게 중론이다. 당시 노무현 청와대는 문재인 비서실장, 이호철 민정수석비서관 등 친노(친노무현) 핵심들이 건재했다.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 등도 자리를 지켰다.하지만 지금의 청와대에는 이른바 ‘MB식 가치’를 지키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내곡동 사저 터 논란에 대한 특검 등을 앞두고 청와대 직원들 사이에선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는커녕 주로 한숨소리가 들린다. 한 관계자는 “농담조로 ‘이제라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주의를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이 대통령을 오래 보좌한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친 ‘정치 결사체’여야 하는데 MB 청와대는 대선을 앞두고 급조된 ‘이해관계 결사체’적인 측면이 있다”며 “현재의 무기력증은 거기서 기인한 것”이라고 자평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MB의 소년 책사(策士)’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현 정부의 외교 실세인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사진)이 한일 정보보호협정 ‘밀실 처리’ 파문의 책임을 지고 5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달 27일 협정이 국무회의(26일)에서 비공개 의결된 사실이 드러난 뒤 8일 만이다. 이 대통령은 김 기획관의 사의를 수용할 계획이다. 김 기획관과 함께 인책 대상으로 거론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겐 별도의 책임을 묻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기획관이 오늘 오전 협정 논란과 관련해 사의를 표했다”며 “스스로 (파문의 책임을) 인정하고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절차상 문제가 있었지만 국무총리나 (김성환) 장관까지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기획관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협정 파문 등으로 더이상) 정치권과 연계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 기획관의 사의 표명으로 협정 파문이 진정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대통령기획관으로는 부족하다”는 분위기가 많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김 장관의 문책론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서 동시에 이번 협정 파문을 다루기로 했다. 지난 4년 5개월간 ‘MB 외교’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다 낙마한 김 기획관은 2004년부터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대표적 ‘외교 과외교사’ 출신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인 2004년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인 외교안보의 전문가를 찾았는데, 그중 한 명이 당시 성균관대 교수였던 김 기획관이었다. 이후 김 기획관은 2007년 대선 경선 캠프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MB맨’의 길을 걸었다. 그해 이 대통령은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김성한 외교부 2차관, 남성욱 민주평통 사무처장, 남주홍 국가정보원 1차장, 김 기획관 등 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외교안보팀을 구성했다. ‘5인회’로도 불린 이 모임의 막내였던 김 기획관은 여기에서 나온 정책 아이디어를 정리해 보고서로 만들었다. 이 대통령은 “실력이 출중하고 일처리가 거침없다”며 그를 총애했다. 여기서 나온 게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인 ‘비핵·개방·3000’이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1급)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그는 본격적으로 대북 강경노선과 한미일 동맹 강화를 주도했다. ‘그랜드 바겐(북핵 일괄 타결)’ 아이디어에도 깊이 관여했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였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해체하는 대신에 그 기능을 김 기획관에게 줬고, 그는 1급으로선 유일하게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그를 놓고 외교부는 물론이고 청와대에서도 견제가 적지 않았고 그의 대북 정책이 남북관계 경색을 유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올해 1월 차관급인 대외전략기획관으로 승진하며 ‘MB의 외교 아바타’로 자리 잡았다. 김 기획관의 경질을 놓고 이날 청와대에서는 “이 대통령이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검찰 조사로 상심이 클 텐데, 또 한 명의 최측근이 곁을 떠나게 돼 더욱 깊은 상실감에 빠질 것”이라는 말이 들렸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재추진하기 위해선 국무회의 비공개 처리로 ‘은폐’ 논란을 초래한 정부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조속한 문책이 불가피하다고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책 대상으로는 이미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고 밝힌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협정 실무를 총괄한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과 함께 정부 고위 관계자 1, 2명이 추가로 거론되고 있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협정의 비공개 처리에 따른 파문을 가라앉히고 추후 이를 다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 핵심 인사에 대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형성됐고 대통령도 이에 공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장관과 김 기획관 등 누가 인책 대상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상징적인 인사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큰 이견은 없다”고 덧붙였다.청와대는 2일 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도대체 긴급 안건 상정은 누구의 발상이냐”고 질책한 직후부터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 등 내부 조직과 인사에 대한 진상조사를 해 왔다. 청와대는 이르면 6, 7일경 조사 결과와 함께 관련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다.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앞으로 2, 3일 후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고 인사 조치 등 그에 따른 조치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정치권의 이 대통령 사과 요구에 대해선 “이미 국무총리가 하지 않았느냐. 그건 정치공세다”라고 잘라 말했다.외교부와 국방부도 각각 자체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번 파문과 관련해 ‘청와대 책임론’을 주장한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오후 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가 받아들여지면 이번 사태로 인책되는 첫 고위 당국자가 된다. 조 대변인은 1일 기자들과 만나 “협정 국무회의 비공개 처리는 청와대 의중이었다”고 말해 ‘책임 떠넘기기’ 논란을 빚었다.청와대가 ‘인책 불가피’로 방향을 잡은 것은 그만큼 한일 정보보호협정 파문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1일부터 민정수석비서관실 등을 통해 이번 파문에 대한 각계 여론을 광범위하게 들은 결과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부정론이 압도적이었다. 별도의 보고서를 쓸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일방적이었다”고 전했다.여기에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협정에 부정적이어서 국회를 설득하려면 책임자 문책을 통한 최소한의 ‘명분’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협정 무산땐 레임덕 수렁… 靑 ‘읍참마속’으로 與 설득 나설듯 ▼특히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상황에서 국익 차원에서 추진한 이 협정마저 무산될 경우 이명박 정부는 더욱 깊은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의 수렁에 빠져들 게 뻔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대통령이 진상조사 후 구체적으로 누구를 문책할지를 놓고 깊이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번 사태의 키 플레이어인 김 장관과 김 기획관은 명실 공히 ‘MB 외교’의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이다.김 기획관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소년 책사’로 통하며 MB의 외교 과외를 맡은 ‘창업공신’으로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대외정책을 주도해 왔다. 김 장관도 이 대통령의 깊은 신임 아래 현 정부 내내 승승장구해 왔다. 2008년 외교안보수석비서관으로 이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을 수행한 김 장관이 격무 끝에 아랫입술이 짓물러 터지자 이를 본 이 대통령이 “몸 좀 챙겨 가면서 일하라”고 격려하기도 했다.책임론에 직면한 김 장관은 뒤늦게 사태 수습에 부심하고 있다. 김 장관은 4일 오전 국회를 찾아 이병석, 박병석 국회부의장에게 협정 처리 과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그는 박 부의장의 호된 질책을 받고 “절차적인 문제에서 잘못됐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국민의 이해를 얻고 더이상의 잘못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김 장관은 외교부로 돌아오는 길에 기자와 만나 “국회와의 협의를 계속하겠다”며 “다음 주쯤 국회 상임위원회가 열리면 거기서도 내가 설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9∼12일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참석을 해야 하는데, 국회 협의 문제 때문에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ARF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일정이 겹칠 경우 캄보디아행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측근들은 전했다.김 장관의 이런 행보에는 청와대가 외교부 실무자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책임을 물으려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사기 문제와 내부적 혼란 수습의 필요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일부 언론은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국무회의에서 협정을 비공개 처리한 것은 외교부 조세영 동북아국장의 아이디어”라며 조 국장을 지목했다. 그러나 조 국장은 “제 책임이라고 한 것은 개인적으로나 조직 차원에서 변명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지, (비공개 처리를) 적극적으로 주도한 죄가 있다고 인정했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부인했다.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히는 조 국장은 협정의 국무회의 처리를 앞두고 내부회의 과정에서 오히려 “이런 일을 비밀리에 처리하면 큰일 난다”고 지적했다고 한 당국자는 전했다.당장 외교부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부처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당국자는 “결국 외교부가 책임을 지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 이런 식이면 앞으로 누가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일하려 하겠느냐”라고 말했다.한편 정부는 5월 말 열린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6월 말까지 협정 서명’ 방침을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회의는 김 장관이 주재했으며 김 기획관도 이 회의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6월 말로 서명 시한을 정해 놓고 그에 맞춰 국내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시간에 쫓기다가 무리수를 둔 셈이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지난달 21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정책위 의장에게 이 사안을 설명하면서 6월 말 서명 방침은 언급하지 않았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앞으로 각 부처가 정책을 발표할 때 정무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은 사전에 국무총리실과 면밀히 협의해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좋은 정책도 충분한 검토 없이 불쑥 내놓으면 오해받을 수 있다”며 “정책 발표 전에 관련 부처와 협의해 총리실과 사전 조율을 거치고 어떤 방법으로 할지도 면밀히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특정 정책을 지칭하진 않았지만 비공개 처리 및 돌연 체결 연기 사태를 빚은 한일 정보보호협정 파문을 염두에 둔 언급이라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은 임기 중에 처리할 주요 정책이 적지 않은데 열심히 일해 놓고 사후 미숙한 처리로 인한 혼란을 줄여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책 발표 전 정무적 판단은 행정의 기본인데 이 대통령이 뒤늦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같은 주문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폐기를 겨냥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선 일방적인 정치공세라며 반박에 나섰다. 국방부 관계자는 “야당이 다른 나라와 맺은 군사정보협정에도 포함된 일반적인 표현을 독소조항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민주통합당 임내현 의원 등이 협정문에 담긴 ‘국가안보 이익상 보호가 필요한 방위와 관련된 모든 정보’라는 표현을 두고 “국회 동의가 필요한 협정인데도 ‘초보적 수준의 정보교환’으로 포장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법제처는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국회 동의 필요에 대해 국무회의 통과 나흘 전인 지난달 22일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회신했다고 밝혔다. 국가 안전보장과 직결되지 않고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지 않아 이같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신경수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육군 준장)과 오노 게이이치 일본 외무성 북동아과장이 4월 23일 협상대표 자격으로 도쿄에서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가서명했다고 밝혔다. ‘가서명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비공개로 추진하려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국방부 관계자는 “가서명은 문안의 초안에 합의했을 때 이뤄지는 실무협의 과정으로 일일이 국회에 보고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래 정부가 한일 정보보호협정과 함께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려 했던 만큼 군수지원협정도 가서명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임관빈 국방부 정책실장은 “군수지원협정은 실무 협의 단계에서 중단돼 가서명 절차까지 밟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이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대해 아무 소리도 하지 않다가 국회에서 논의되고 연기되니 ‘절차와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며 “다 된 밥상에 수저를 놓는 태도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꼬았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이상득(SD) 전 새누리당 의원의 3일 검찰 소환 조사로 2008년 2월 시작된 이명박 대통령(MB)과 이 전 의원의 ‘형제 정치’는 4년 5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 기간에 MB-SD 형제는 ‘2인 3각’이었다. 정치적으로 서로 뗄 수 없는 한 몸이었다.동생이 대통령이었지만 형은 여전히 형이었다. 그것도 특별한 형이었다. MB는 자서전 등을 통해 어릴 적부터 형 SD를 어려워하며 심지어 존경했다고 밝혔다. MB는 대통령후보 시절은 물론이고 대통령이 되고서도 형의 말을 경청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한 MB는 미묘한 사안에 대해 참모들이 의견을 구하면 “그건 이 (국회)부의장과 상의하라”고 말하곤 했다.SD는 동생이 대통령에 취임한 후로는 상대적으로 정무감각이 떨어지는 동생을 보좌하고 이끈 ‘정치적 스승’이었다. 2008년 6월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MB 주변 측근들의 권력 독점을 비난하고 나섰다. 아무도 MB에게 쓴소리를 못할 때였다. 당시 이른 새벽 청와대로 찾아가 권력의 핵심이었던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박영준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의 경질을 제안한 사람도 다름 아닌 SD였다.하지만 유독 형을 어려워했던 MB의 이런 태도가 결과적으로 SD를 ‘만사형통(萬事兄通)의 상왕’ ‘영일대군’으로 만든 정치적 토양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년 5개월간 SD는 ‘대통령마저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그래서 2008년 18대 총선 때 MB가 SD의 불출마를 설득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SD는 자신의 총선 출마에 대해 “명박이는 명박이고, 나는 나다” “지역구 주민이 나를 원한다”며 불출마를 종용하는 주변을 야속해했다.이후 SD는 2009년 6월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의 권력 사유화 비판을 받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치 관여 중단을 선언하며 대통령특사로 자원외교에 주력했다. 하지만 그가 정치를 떠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날 현직 대통령의 형님은 결국 검찰에 갔다.SD가 소환 조사를 받은 이날 청와대는 잔뜩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오전 10시 TV로 생중계된 SD의 검찰 출두 장면도 가급적 외면했고 아예 TV를 꺼둔 곳도 있었다. MB는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별다른 표정 없이 형의 소환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청와대에 남아있는 일부 ‘SD맨’도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오랫동안 SD를 보좌했던 장다사로 대통령총무기획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슴 아픈 일만 남았다”며 씁쓸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권력의 말로가 참 야속하다”고 말했다.이날 오후 갑자기 천둥벼락을 동반한 소나기가 내리자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선 “대통령 심정이 저렇지 않겠느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