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쑤신 靑 “참모 비리연루 6번째… 다음 차례는 누구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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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중 금품수수’ 파장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잇따라 저축은행 게이트에 휘말리자 청와대는 걷잡을 수 없는 충격과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미 사의를 밝힌 김희중 대통령제1부속실장이 본인 해명과는 달리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 원 안팎의 돈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주말 내내 청와대 내에선 “이상득 전 의원과 김 실장에 이어 다음 차례는 누구냐?”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누구누구가 임 회장이랑 관련이 있다’는 식의 루머까지 흘러나온다.

청와대는 김 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사흘째인 15일까지 김 실장 관련 의혹에 대해 속 시원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가 13일 “김 실장은 휴가 중”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이미 사실상 직무정지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서도 누구 하나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대통령의 최측근과 관련된 의혹인 만큼 보다 신중한 조사와 접근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만 말했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 따라 김 실장은 비서관급 및 팀장급 이상 청와대 참모 가운데 비리 의혹에 연루된 여섯 번째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수석비서관급 중에선 김두우 전 홍보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이 각각 저축은행 비리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옷을 벗었다. 비서관 중에서는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과 추부길 전 홍보기획비서관이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배건기 전 감찰팀장은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비리로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가 이번에 다시 저축은행 게이트로 벌집을 들쑤신 듯한 상황에 처하자 곳곳에선 자성론과 함께 민정라인에 대한 책임론도 비등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참모들을 만나면 “김두우 수석처럼 하면(로비를 받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9월 27일 국무회의에선 “가진 사람들의 비리를 아주 신속하고 완벽하게 조사해 달라. 측근일수록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며 친인척 및 측근 비리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민정라인이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관리에서 유독 허점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정권과 명운을 함께할 최측근 참모보다는 유력 법조인을 민정수석으로 잇따라 택한 데 따른 ‘자충수’가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온갖 측근 비리에 시달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민정수석만큼은 문재인, 이호철 등 핵심 측근을 잇달아 배치했다.

이 대통령의 민정수석은 지금까지 모두 4명이었다. 초대 이종찬 수석은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이 대통령의 법률자문을 맡았지만 정통 ‘MB맨’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2대 정동기 수석은 법무부 차관을 지낸 전문 법조인이었고, 3대 권재진 수석(현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집안끼리 잘 아는 사이여서 그나마 이 대통령과 가까운 그룹으로 분류됐다. 현 정진영 수석도 전문 법조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역대 정권에서 대대로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가 맡았던 민정수석을 외부 전문가들이 맡다 보니 측근 비리에 대한 감시 활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이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을 대거 개편해야 하는 등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자 이 대통령의 측근 그룹에선 “민정수석만큼은 이 정권과 끝까지 갈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따라 몇몇 후보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관철되지 못하고 전문 법조인들이 계속 민정수석 자리를 이었다.

이런 민정수석들은 자리를 마치고 정치적 도약을 노렸다. 이종찬 전 수석은 4·11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경남 사천-남해-하동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낙천했다. 정동기 전 수석은 감사원장 후보로 내정됐으나 각종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뒤 역시 4·11총선에서 서울 강남을에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다가 떨어졌다. 권재진 전 수석은 현 법무부 장관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청와대#김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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