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외교 ‘소년 책사’ 김태효 결국 낙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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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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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보협정 파문 8일만에 사의… 靑 “총리-장관까지 책임질 일은 아니다”

‘MB의 소년 책사(策士)’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현 정부의 외교 실세인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사진)이 한일 정보보호협정 ‘밀실 처리’ 파문의 책임을 지고 5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달 27일 협정이 국무회의(26일)에서 비공개 의결된 사실이 드러난 뒤 8일 만이다. 이 대통령은 김 기획관의 사의를 수용할 계획이다. 김 기획관과 함께 인책 대상으로 거론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겐 별도의 책임을 묻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보 5일자 A1·4면
“협정 밀실처리 외교라인 문책 불가피”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기획관이 오늘 오전 협정 논란과 관련해 사의를 표했다”며 “스스로 (파문의 책임을) 인정하고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절차상 문제가 있었지만 국무총리나 (김성환) 장관까지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기획관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협정 파문 등으로 더이상) 정치권과 연계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 기획관의 사의 표명으로 협정 파문이 진정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대통령기획관으로는 부족하다”는 분위기가 많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김 장관의 문책론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서 동시에 이번 협정 파문을 다루기로 했다.

지난 4년 5개월간 ‘MB 외교’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다 낙마한 김 기획관은 2004년부터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대표적 ‘외교 과외교사’ 출신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인 2004년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인 외교안보의 전문가를 찾았는데, 그중 한 명이 당시 성균관대 교수였던 김 기획관이었다.

이후 김 기획관은 2007년 대선 경선 캠프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MB맨’의 길을 걸었다. 그해 이 대통령은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김성한 외교부 2차관, 남성욱 민주평통 사무처장, 남주홍 국가정보원 1차장, 김 기획관 등 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외교안보팀을 구성했다. ‘5인회’로도 불린 이 모임의 막내였던 김 기획관은 여기에서 나온 정책 아이디어를 정리해 보고서로 만들었다. 이 대통령은 “실력이 출중하고 일처리가 거침없다”며 그를 총애했다. 여기서 나온 게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인 ‘비핵·개방·3000’이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1급)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그는 본격적으로 대북 강경노선과 한미일 동맹 강화를 주도했다. ‘그랜드 바겐(북핵 일괄 타결)’ 아이디어에도 깊이 관여했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였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해체하는 대신에 그 기능을 김 기획관에게 줬고, 그는 1급으로선 유일하게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그를 놓고 외교부는 물론이고 청와대에서도 견제가 적지 않았고 그의 대북 정책이 남북관계 경색을 유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올해 1월 차관급인 대외전략기획관으로 승진하며 ‘MB의 외교 아바타’로 자리 잡았다.

김 기획관의 경질을 놓고 이날 청와대에서는 “이 대통령이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검찰 조사로 상심이 클 텐데, 또 한 명의 최측근이 곁을 떠나게 돼 더욱 깊은 상실감에 빠질 것”이라는 말이 들렸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태효#한일정보협정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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