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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경기 용인시의 한 실외골프연습장에서 조촐하지만 의미있는 후원 협약식이 열렸다. 바로 크루즈 전문 컨설팅 기업인 ‘로이스크루즈’가 박남신(62), 박성준(35) 프로에 대한 후원 계약을 체결한 것. 올 시즌 두 선수는 로이스크루즈 로고를 모자에 새기고 경기에 나선다. 현역 시절 ‘아이언의 달인’으로 불렸던 박남신 프로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만 20승을 따내는 등 총 24차례 우승을 차지한 레전드 골퍼다. 한국, 일본 무대를 거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해 2015년 휴매나 챌린지에서 깜짝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박성준 프로는 부상 재활 후 올해 일본에서 다시 재기에 나선다. 통상 투어 정상급 선수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들을 주로 후원하는 것을 생각하면 낯선 풍경인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국내에서도 보다 인기가 높은 여자 프로 선수들보다 남자 프로 선수들이 보다 열악한 환경과 맞서야 했다. 국내 투어만 하더라도 대회 자체가 줄어든 것은 물론 후원 계약도 여의치 않아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로이스크루즈가 시니어 선수와 재기 선수를 후원 모델로 택한 건 강성복 회장(54)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강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선수들은 물론 기업들도 어렵지만 과거 골프 팬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레전드 선수와 재기에 도전하는 선수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관심을 받는 선수보다는 도움이 절실한 선수들을 돕자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출국을 준비하고 있는 박성준 프로도 “첫 후원모델로 선정됐다는 것이 뜻 깊다. 좋은 후원 받은 만큼 꼭 반드시 재기에 성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7만7000t급 크루즈 선박 출항을 준비 중인 로이스크루즈는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고 관광이 활성화되면 국내, 일본 등을 연결하는 다양한 골프투어 상품도 추진할 계획이다. 사전 수요 조사 결과 수용 가능한 인원을 넘어설 정도로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선수는 물론 대회 후원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강 회장은 “내년에는 아마추어 전국 대회를 개최하고 2023년부터는 프로 대회도 열겠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의미있는 동행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2일 경기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플레이오프(PO) 2차전은 접전 끝에 IBK기업은행의 3-1 승리로 끝났다. 이날 유일하게 듀스가 나온 승부처 4세트에 희비를 가른 숨은 명장면이 있다. 바로 2장의 교체카드다. 공교롭게도 이 카드는 각 팀의 2년차 레프트 IBK기업은행 육서영(20), 흥국생명 박현주(20)와 연관돼 있다. 두 선수는 지난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 1순위로 각각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상황은 이렇다.24-24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은 서브를 넣으러 엔드라인으로 향하던 육서영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앞서 21-23에서 표승주를 대신해 투입된 육서영은 23-24에서 과감한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듀스로 몰고 갔다. 좋은 기세를 이어갈 수도 있던 상황. 반면 표승주는 무릎 통증에 이날 목적타 서브를 받으면서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다시 표승주를 코트 위로 올려보냈다. 결과적으로 표승주는 24-24에서 흥국생명 브루나의 오픈 공격을 두 차례 받아내며 김희진의 이동공격 득점이 이뤄지는 데 다리를 놓았다.25-25 김미연의 오픈 공격으로 다시 듀스를 만든 흥국생명.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브루나 대신 박현주를 투입했다. 이날 결정적인 상황에서 여러 차례 맥이 빠지는 범실을 기록했던 브루나를 대신해 서브에 강점이 있는 박현주를 택한 것. 그러나 승부처가 주는 부담감이 생각보다 컸다. 박현주의 서브가 라인을 벗어나면서 다시 IBK기업은행에 리드를 내줬다. 박현주도 코트 위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망연자실해했다. 결과적으로 이후 IBK김주향의 퀵 오픈이 성공하면서 27-25. 경기는 IBK기업은행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경기 뒤 두 팀 사령탑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서영이는 신인 급 선수다. 과감하게 하는 스타일이지만 아직 조절이 잘 안 된다. 점수 상황이 중요한 만큼 서브 범실로 가느니 목적타를 때려놓고 승부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려고 했다. 서영이가 서브를 잘 때리면 물론 좋지만 범실이 나온다고 하면 아무래도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의 말이다.“승부처 타이밍에 맡기는 게 현주에게 부담이 크긴 한데 워낙 브루나가 1,2차전 중요할 때 서브가 잘 안됐다. 그래서 그 부분을 커버하려고 했다. 현주가 서브를 잘 넣어서 반대의 상황이 됐을 수도 있다. 결과가 좋으면 이래도 저래도 좋고 반대로 결과가 안 좋으면 바꾼 게 잘못이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의 말이다.박 감독의 말처럼 모든 건 결과론적이다. 만약 교체카드가 통했더라면 결과는 또 뒤바뀌었을 수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돌이킬 수 없기에 이 교체카드는 누군가에겐 아쉬움을, 누군가에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한다. 결과적으로는 2차전 승부처에서는 ‘모험’ 대신 ‘안정’을 택한 IBK기업은행의 선택이 통한 셈이다. 다가오는 3차전에서는 또 어떤 카드가 승부의 물줄기를 바꿀까. 최종 3차전은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다. 1차전 승리 팀 흥국생명은 100%, 2차전 승리 팀 IBK기업은행은 0%의 확률에 도전한다. 역대 15번의 여자부 PO 중 1차전 승리 팀이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한 적은 한 번도 없다.화성=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IBK기업은행이 22일 경기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2020∼2021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3-1(25-6, 25-14, 20-25, 27-25)로 승리했다. 20일 1차전에서 당한 1-3 패배를 설욕하며 시리즈 전적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기사회생한 IBK기업은행은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 0% 확률에 도전한다. 역대 15차례 여자부 PO에서 1차전 패배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은 이날 세터 교체라는 모험을 감행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주전 세터 조송화(28)를 대신해 제2세터인 김하경(25·사진)을 선발로 투입한 것. 이날 패하면 시즌이 끝날 수 있었지만 김 감독은 “(하경이가) 연습을 꾸준히 해온 만큼 본인 스스로를 믿으라고 했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2016∼2017시즌 뒤 IBK기업은행에서 방출돼 실업팀(대구시청)에서 뛰었던 김하경은 2019∼2020시즌을 앞두고 김 감독의 요청을 받고 프로 무대로 돌아왔다. IBK기업은행은 이날 1, 2세트를 손쉽게 따내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특히 1세트에는 흥국생명의 리베로 도수빈, 레프트 김미연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며 상대를 6득점으로 묶었다. 6득점은 여자부 정규리그, 포스트시즌 통틀어 한 세트 최소 득점(5세트 제외) 불명예 기록이다. 흥국생명은 6-13에서 무려 12연속 실점을 하며 불과 17분 만에 상대에 첫 세트를 내줬다. 물론 흥국생명도 만만치 않았다. 김연경, 브루나의 컨디션이 되살아나며 3세트를 따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뒤 4세트에도 23-21로 앞서며 세트 스코어 2-2를 만드는 듯했다. 그러나 22-23에서 세터 김하경이 흥국생명 김미연의 공격을 블로킹하며 IBK기업은행은 극적인 동점을 이뤘다. 흥국생명은 이어진 25-25 듀스 상황에서 박현주의 서브가 너무 길어 라인을 벗어난 것이 뼈아팠다. 이후 IBK기업은행 김주향의 퀵 오픈 공격이 득점으로 연결되면서 1시간 42분의 경기가 마무리됐다. IBK기업은행의 외국인 선수 라자레바가 양 팀 최다인 31득점(공격성공률 46.66%)으로 펄펄 날았다. 1차전 5득점에 리시브 효율 18.19%로 부진했던 IBK기업은행 표승주는 이날 16득점에 리시브 효율 24.14%로 버텼다. 이날도 66개의 팀 리시브 중 29개를 혼자 받아낸 표승주는 경기 뒤 “(리시브 부담은) 내가 이겨내야 하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 어렵게 PO에 올라온 만큼 후회 없이 하고 나오려 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20득점, 브루나가 15득점을 했다.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팀 리시브 효율에서는 IBK기업은행이 25.76%를 기록해 흥국생명(23.4%)에 우위를 보였다. 남자부 KB손해보험은 현대캐피탈에 3-1(25-20, 25-23, 19-25, 25-22)로 이겨 올 시즌 상대 전적 6전 전승을 기록했다. 화성=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20~2021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정규시즌이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치열한 팀 순위 경쟁만큼 개인 기록 경쟁도 뜨겁다. 그 중 최고의 공격수를 가리는 공격종합 부문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21일 현재 1위 대한항공 정지석(26·공격성공률 56.11%)과 2위 KB손해보험 김정호(24·성공률 55.65%)가 최고 공격수 자리를 다투고 있다. 두 선수는 시즌 내내 부문 1위 자리를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는 상황. 둘 중 하나가 2017~2018시즌 삼성화재 박철우(현 한국전력) 이후 3시즌 만에 토종 선수로서 타이틀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소수점 경쟁 중인 두 선수지만 프로 데뷔 후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다. 2013~2014시즌 송림고 졸업 뒤 프로무대로 직행한 정지석은 이내 주전 기회를 잡으며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레프트로 성장했다. 2018~2019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했고 베스트7에도 두 차례 선정됐다. 반면 경희대 2학년이던 2017~2018시즌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 삼성화재에 입단한 김정호는 두 번째 시즌 KB손해보험으로 트레이드 되면서 조금씩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빠른 스윙 등이 강점으로 꼽히지만 아직까진 베스트7, 라운드 MVP 등 개인상과 인연이 없다. 팀 분위기도 대조적이다. 선두 대한항공은 최근 3연승을 달리며 정규리그 1위 확정을 눈 앞에 두고 있다. 3위 KB손해보험은 최근 3연패에서 탈출하긴 했지만 이상열 감독이 시즌 도중 자진 사퇴하면서 여전히 어수선하다. 4위 한국전력이 바짝 쫓고 있다. 공격종합 외에 정지석은 서브 2위(세트 당 0.549개), 수비 4위(세트 당 3.947개)에 김정호는 서브 6위(세트 당 0.333개) 등에 올라있다. 시즌 중반 김정호를 제치고 공격종합 1위에 오른 정지석은 최근 들어 매 경기마다 자신의 공격성공률을 점검하며 순위 방어에 애쓰고 있다. 김정호도 세터 황택의(25) 등 팀 동료들의 집중 응원을 받고 있다. 공격종합 1위를 따내면 생애 첫 베스트 7에도 가까워질 수 있다. 최후의 순간 누가 웃을까.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우렁찬 출발 기적을 울리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추추트레인’ SSG의 추신수(39)가 시범경기를 통해 KBO리그 첫 실전 무대를 밟았다. 21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지난해 한국시리즈 챔피언 NC와의 시즌 첫 시범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2001년 부산고 졸업 후 미국 무대로 직행한 전직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첫 KBO리그 공식 경기 출전이다. 2주간의 자가 격리 뒤 11일 선수단에 합류한 추신수는 그동안 연습경기 대신 훈련에 집중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려 왔다. 기대를 모았던 첫 안타 신고는 없었다. 이날 예정대로 세 타석을 소화한 추신수는 NC 선발 파슨스를 상대로 1회초, 3회초 각각 루킹 삼진, 헛스윙 삼진으로, 5회초에는 두 번째 투수 송명기에게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헛스윙 삼진 뒤에는 멋쩍은 듯 살짝 미소를 짓기도 했다. 경기 전 최대한 많은 공을 보겠다고 말했던 추신수는 이날 세 타석에서 총 10개의 공을 상대했다. 경기 뒤 추신수는 “타이밍을 점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몸이 못 따라왔고 마지막에는 몸이 조금 빨랐다. 투수의 공을 보면서 타이밍을 잡아가겠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MLB)와는 다른 KBO리그 스트라이크존 적응도 숙제다. 이날 첫 타석 루킹삼진 뒤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던 추신수는 “공이 (스트라이크존에서) 한두 개 정도 빠지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리포트를 보니 존에 정확히 걸쳤다. 내가 빨리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추신수는 다른 선수들과 나란히 더그아웃 앞에 서서 국민의례로 경기를 시작했다. 눈을 감고 타격 헬멧에 손을 얹은 채 애국가를 들은 추신수는 경기 뒤 “미국에서 애국가를 들으려면 국제 대회에 나가지 않고서야 쉽지 않다. 한국 선수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진다는 게 특별했다. 떨리기보단 좋은 기대감이 많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날에는 시범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NC 나성범의 창원 집에 초대를 받아 저녁식사를 하기도 했다. 나성범의 아내가 준비한 저녁을 함께 먹으며 나성범의 미국 진출 도전 이야기 등을 나눴다. 올 시즌 전 포스팅 시스템으로 MLB 진출을 노렸다가 불발된 나성범은 평소 추신수를 롤모델로 꼽아 왔다. 이날 경기는 NC가 SSG에 11-3으로 대승을 거뒀다. NC는 1회말에만 박민우의 1점, 권희동의 2점 홈런 등으로 5점을 몰아내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대전에서는 한화가 9회말 1사 후 나온 박정현의 끝내기 1점 홈런에 힘입어 LG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한화 첫 외국인 사령탑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공식 데뷔전에서 짜릿한 첫 승을 신고했다. 한화 선발 카펜터는 3과 3분의 2이닝 동안 14타자를 1피안타 2볼넷 무실점 호투했다. 아웃카운트 11개 중 8개를 탈삼진으로 따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버텨야 이긴다.’ 22일 경기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리는 여자부 플레이오프(PO) 2차전에 임하는 흥국생명 김미연(28), IBK기업은행 표승주(29)의 각오다. 팀의 ‘살림꾼’ 역할을 도맡아하는 두 선수가 얼마나 안정적인 리시브를 해주느냐에 따라 챔피언결정전 티켓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흥국생명이 3-1로 이긴 1차전도 승패를 가른 건 리시브 효율이었다. IBK기업은행의 리시브 효율은 17.98%로 흥국생명 30.26%에 미치지 못했다. 흥국생명 역시 정규리그 평균(34.50%)에 비해서는 리시브에 어려움을 겪었다. 두 팀의 주전 세터인 흥국생명 김다솔(24), IBK기업은행 조송화(28) 모두 세터로서 빠른 발보다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장점이 있는 만큼 얼마나 리시브에서 받쳐주느냐가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김미연, 표승주는 각 팀의 리시브 중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실제로 김미연은 1차전 흥국생명의 리시브 76개 중 절반이 넘는 40개를 받았다. 그중 15개를 리시브 정확으로 연결하고, 범실은 단 1개만 기록하면서 35%의 효율을 기록했다. 블로킹, 서브도 각각 2개씩 성공해 총 9득점(공격성공률 21.73%)했다. 반면 표승주는 팀의 리시브 89개 중 절반에 가까운 44개를 받아냈지만 효율은 18.19%에 그쳤다. 특히 이날 길고 짧은 서브를 번갈아 구사한 흥국생명 센터 김채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IBK기업은행은 표승주가 흔들리자 3세트에 육서영을 대신 내보냈지만 분위기를 바꾸진 못했다. 집요한 목적타 서브로 표승주는 이날 5득점(성공률 13.79%)에 그쳤다. 2차전에서도 두 선수의 역할은 똑같다. 역대 15차례 여자부 PO에서 1차전 승리 팀이 모두 챔프전에 진출한 가운데 100% 확률을 거머쥔 흥국생명, 0% 기적을 바라는 IBK기업은행의 운명이 두 선수에게 달려 있다. 한편 21일 남자부 선두 대한항공은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최하위 삼성화재에 3-0(25-23, 25-23, 25-16)으로 이기며 3연승했다. 승점 67인 대한항공은 2위 우리카드(승점 58)와 차이를 9로 벌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KT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시원한 한 방이었다. 지난 시즌 창단 첫 가을야구의 꿈을 이룬 KBO리그 막내 구단 KT의 고민거리는 외국인 타자다. 데스파이네와 쿠에바스 등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에 신인왕 소형준까지 팀의 강점인 선발 마운드를 고스란히 지켰지만 지난해 타격 4관왕에 오르며 최우수선수(MVP)상을 차지한 타자 로하스가 일본 한신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로하스를 대신해 마법사 유니폼을 입은 새 외국인 타자 조일로 알몬테(32·사진)가 연습경기 첫 안타를 화끈한 홈런으로 신고했다. 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스프링캠프 마지막 연습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알몬테는 6회말 자신의 세 번째 타석에서 KIA 김유신의 시속 132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1점 홈런을 쳤다. 1-1 균형을 무너뜨리는 역전 홈런이었다. 전날 키움과의 연습경기에서 첫선을 보였던 알몬테가 다섯 타석 만에 마수걸이 안타이자 홈런을 때린 것. 이날 경기는 3-1로 KT가 이겼다. 미국, 멕시코 등을 거친 알몬테는 2018년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 입단해 3시즌 동안 타율 0.316, 31홈런, 131타점 등을 기록했다. 이날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던 알몬테는 시원한 한방으로 이강철 KT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알몬테는 경기 뒤 “준비 과정이라 완벽하진 않다. 그래도 점차 좋은 감각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KT 역시 로하스만큼은 아니더라도 득점권에서 정교한 타격을 기대하고 있다. 20일 시작하는 시범경기부터는 외야 수비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알몬테에게 좌익수나 우익수 중 한 자리를 맡긴 뒤 베테랑 유한준을 지명타자로 활용하는 것이 KT로서는 최선의 시나리오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흥국생명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해) 빨리 휴식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IBK기업은행 김수지) “IBK기업은행은 분위기가 안 좋은 것 같아요. 침체된 느낌이라 안타깝네요.”(흥국생명 김연경) 절친의 입담 대결은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기 전부터 뜨거웠다. 오랜 시간 서로를 가장 가까이서 봐온 사이였기에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장외 설전이었다. 2020∼2021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포스트시즌이 20일 막을 올린다. 2위 흥국생명(승점 56)과 3위 IBK기업은행(승점 42)이 3전 2선승제로 맞붙는 플레이오프(PO)는 안산서초, 원곡중, 한일전산여고 동창인 레프트 김연경(33)과 센터 김수지(34)의 창과 방패 싸움이 최고 흥행 카드로 불린다. 두 선수가 포스트시즌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건 프로 2년 차이던 2006∼2007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이어 14년 만이다. 당시 김연경의 흥국생명이 김수지의 현대건설을 3승 1패로 꺾고 왕좌에 올랐다. 18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김수지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나오는 서로의 습관을 묻는 질문에 “연경이는 경기가 풀리면 풀리는 대로 안 풀리면 안 풀리는 대로 강하게 파이팅을 하려는 습관이 있다. 이도저도 못하게 열심히 하겠다”고 선공을 날렸다. 이에 김연경은 “수지는 (경기가 안 풀리면) 말수가 줄어들고 인상을 쓴다”고 운을 뗀 뒤 “더 이상 말을 아끼겠다. 잘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도 행사 도중 틈이 날 때마다 서로에게 장난을 쳤다. 김수지의 아버지인 김동열 전 원곡중 감독에게 중학교 시절 나란히 배구를 배웠던 두 선수는 지금도 패션 등 운동 외적으로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다. 정규리그 1위 GS칼텍스가 선착해 있는 챔프전에 올라갈 수 있는 건 한 팀뿐. 특히 흥국생명과 1년 계약을 맺은 김연경은 “앞으로 한국에서 배구를 더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이 기회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최근 우리 팀 경기력이 가장 좋지 않지만 단기전인 만큼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 팀의 PO는 공격종합(성공률 45.92%), 서브(세트당 0.277개) 1위인 김연경과 득점(867점) 2위 IBK기업은행 라자레바(24)의 주포 싸움도 관심을 모은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그 밖에 경계 대상으로 레프트 표승주를,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은 라이트 브루나, 레프트 김미연을 꼽았다. 올 시즌 맞대결은 흥국생명이 4승 2패로 우위지만 최근 5, 6라운드는 IBK기업은행이 모두 가져갔다. GS칼텍스(승점 58) 차상현 감독은 누가 이기든 치열한 PO를 기대했다. 힘을 빼고 올라와야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2년 전 (챔프전에 직행했던)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께서 PO 3차전까지 모두 5세트씩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15세트 말고 14세트만 하고 올라오길 바랍니다.” GS칼텍스는 2018∼2019시즌 당시 한국도로공사와의 PO에서 3차전 모두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1승 2패로 패해 챔프전 진출에 실패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매일 더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겠다.” 지난달 차량 전복 사고로 수술대에 올랐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사진)가 약 3주 만에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다. 우즈는 17일 자신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집에 돌아와 회복을 이어가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 기쁘다. (사고 이후) 몇 주 동안 받은 지지와 격려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자신을 치료해준 하버-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메디컬센터 및 시더스-사이나이 메디컬센터 의료진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우즈는 지난달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도로에서 차량 전복 사고로 다리, 발목 등에 대한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후 회복 기간 동안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 등에 출전한 저스틴 토머스, 브라이슨 디섐보 등과 안부 문자를 주고받으며 필드 복귀 의지를 다졌다. 우즈의 집은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아일랜드 지역에 있다. 퇴원에 앞서 글로벌 게임업체인 2K와 장기 독점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골프 비디오 게임 ‘PGA투어 2K’의 배포사인 2K가 이날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회사는 자사 게임에 우즈의 이름과 이미지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갖는다. 우즈 또한 전무이사 겸 컨설턴트로서 활발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에 앞서 계약을 체결했던 우즈는 “이 같은 기회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다. 골프 비디오 게임의 미래를 함께 구축하며 전문지식과 통찰력을 공유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K는 우즈와의 계약과 동시에 이 게임 개발사인 HB스튜디오도 인수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전해지지 않았다. PGA투어 2K는 PGA투어 실제 코스와 출전 선수를 구현해 낸 비디오 게임이다. 최신작인 ‘PGA투어 2K 21’은 전 세계적으로 2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만점짜리 모의고사였다. 메이저리그(MLB) 토론토의 에이스 류현진(34·사진)이 자신의 두 번째 시범경기에서 선발승을 따내며 정규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류현진은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클랜드 퍼블릭스 필드 앳 조커 머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트로이트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사사구 없이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호투하며 시범경기 첫 승리를 수확했다. 경기는 토론토가 4-0으로 이겼다. 무엇보다 패스트볼의 구위가 만족스러웠다. 류현진은 이날 평균 구속 시속 90.4마일(약 145km)로 힘 있는 패스트볼을 뿌렸다. 최고 구속은 92.2마일(약 148km)까지 나왔다. 컷패스트볼(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류현진의 장점이 살아나기 위해선 빠른 공이 뒷받침돼야 한다. 앞서 지난해 미 디애슬레틱은 “류현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2019시즌 90.6마일(약 146km)에서 2020년 89.6마일(약 144km)로 떨어졌다. 구속이 떨어진 경기에선 난타를 당했다”며 구속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구속을 장착한 류현진은 이날 1회와 3회 2개씩 총 4개의 탈삼진을 따내며 순조롭게 경기를 풀었다. 3회 연속 안타로 맞은 무사 1, 2루 위기에서는 뜬공에 이어 연속 탈삼진으로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 2사 후 제이머 칸델라리오에게 시속 91.7마일(약 148km)의 패스트공을 몸쪽으로 찌른 뒤 낙차 큰 78.1마일(약 126km)짜리 체인지업을 던지는 특유의 완급 조절로 삼진을 솎아냈다. 1, 2, 4이닝을 모두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이날 4이닝 동안 최대 60개의 공을 던질 계획이었던 류현진은 공 49개로 등판을 마무리했다. 이후 불펜에서 공 15개를 마저 던지며 목표 투구 수를 채웠다. 경기 뒤 류현진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투구 수와 이닝을 늘려가고 있다. 개막까지 2, 3주가 남았는데 그 안에 몸이 다 만들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엠엘비닷컴도 “그의 투구는 개막에 맞춰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체인지업이 날카로웠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적 첫해였던 지난해 개막 후 2경기에서 겪은 부진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류현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7월 개막한 지난해 첫 2경기에서 9이닝 평균자책점 8.00으로 부진하며 1패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초반 몇 경기가 힘들었는데 다시 비슷한 일을 겪고 싶은 생각은 없다. 첫 경기부터 준비된 상태에서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정규시즌 개막전인 4월 2일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LA 다저스 소속이던 2019시즌부터 3년 연속 개막전 등판을 노린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패스트볼에 힘이 있고 변화구도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개막전 선발 등판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개막까지) 2주 반이나 남았다”며 말을 아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저스틴 토머스(28·미국)는 새해 들어 연이은 역경의 시간을 보냈다. 1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대회 도중 홧김에 내뱉은 동성애자 비하 욕설이 TV 중계를 타면서 비난을 샀다. 세계적인 의류 기업 ‘랄프로렌’은 후원 중단을 발표했다. 지난달 할아버지 폴 토머스가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토머스를 골프에 입문시킨 첫 스승이었다. 평소 절친이었던 타이거 우즈가 차량 전복 사고로 수술대에 오르는 충격적인 소식까지 접했다. 토머스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컷 탈락하는 등 3개 대회 연속 톱10에 진입하지 못하는 슬럼프를 겪었다. 스스로 “지난 몇 달간 형편없었다(crappy)”고 설명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토머스는 다시 일어났다.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통산 1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TPC 소그래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상금 270만 달러(약 31억 원)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8월 페덱스 세인트 주드 인비테이셔널 이후 7개월 만의 우승이다. 2위 리 웨스트우드(48·잉글랜드)와 1타 차다. 대회 초반 컷 탈락 위기에 몰렸던 토머스는 3라운드에 8언더파를 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선두 웨스트우드에 3타 뒤진 공동 3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해 9, 10번홀 연속 버디에 이어 11번 홀(파5)에서는 5.8m 이글 퍼팅에 성공하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이어 12번홀도 버디를 따냈다. 14번홀에서는 약 40cm 거리 파 퍼팅 실패로 보기를 기록해 추격의 빌미를 내줬으나 16번홀 버디에 이어 마지막 두 홀을 파로 마무리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특히 18번홀에서는 5번 우드 티샷이 아슬아슬하게 호수에 빠지지 않고 페어웨이에 안착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토머스는 이날 그린적중률만 94.44%를 기록했다. 대회 뒤 토머스는 “티에서 그린까지 내 인생 최고의 라운드였다. 과거에 TV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오늘 내가 그쪽에 서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남겼다. 토머스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3위에서 2위로 도약했다. 베테랑 웨스트우드는 지난주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2주 연속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맞이하고도 연달아 준우승에 머물렀다. 2연승을 노린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공동 3위(12언더파 276타)로 마쳤다. 국내 선수 중에는 김시우(26)가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9위에 올랐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프로야구 두산은 KBO리그의 대표적인 ‘되는 집안’이다. 그런 두산에도 고민이 있다. 바로 마무리 투수다. 2018년 함덕주, 2019년 이형범 등 팀의 주전 마무리는 매년 새로 정해야 했다. 지난해에도 적임자를 찾지 못하면서 함덕주(10세이브), 이영하(6세이브) 등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가 7명이나 됐다. 같은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던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올 시즌을 책임질 새 마무리를 찾았다. 지난해 SK(현 SSG)와의 2 대 2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오른손 투수 이승진(26)이다. 애초 김강률, 홍건희, 박치국까지 총 4명의 후보를 저울질하던 김 감독은 네 선수 중 유일하게 정규시즌 세이브 기록이 없는 이승진을 마무리로 낙점했다. 올해로 프로 4년차를 맞는 이승진은 통산 84경기에서 2승 5패 6홀드, 평균자책점 5.64를 기록 중이다. 김 감독이 이승진을 택한 건 공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최고 시속 140km대 후반 패스트볼을 던지던 이승진은 지난해 트레이드 직후 2군에서 투구 밸런스를 가다듬으면서 구속을 150km대로 끌어올렸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부진했던 주전 이영하를 대신해 5경기 6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며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큰 경기에서도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강점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시즌 4700만 원에서 올해 1억 원으로 연봉이 대폭 상승한 것도 좋은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 캠프 때부터 최고 구속 149km를 찍었다. 남은 준비 기간에는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가다듬을 계획이다. 후한 처우에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세뱃돈 받을 때처럼 큰절을 할 뻔했다”는 이승진은 내년에도 웃는 얼굴로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까. 통산 7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꿈꾸는 두산 팬들의 시선이 그의 손끝을 향하고 있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안병훈(30·CJ대한통운)에겐 악몽 같은 하루였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첫날 ‘마의 17번홀(파3)’에서만 네 번이나 공을 물에 빠뜨린 끝에 11타 만에 홀을 마무리하는 참사를 일으켰다. 안병훈은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TPC소그래스 스타디움코스(파72)에서 열린 1라운드 17번홀에서 옥튜플(octuple·8배) 보기(8오버파)를 기록하는 등 중간합계 11오버파로 공동 150위를 했다. 그보다 더 나쁜 스코어는 헨리크 스텐손(13오버파)뿐이다. 16번홀(파5) 버디로 중간합계 1오버파로 선전했던 안병훈은 17번홀에서 대형사고를 냈다. 이날 143야드로 세팅된 이 홀은 그린이 물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그린’이다. 전장은 길지 않지만 주변 나무숲에서 강하고 변화가 심한 바람이 불어 클럽 선택을 어렵게 하는 등 까다롭기로 소문났다. 대회뿐 아니라 일반 내장객 라운드를 포함해 연간 약 12만 개의 공이 호수에 빠진다. 공을 줍기 위해 한 해 네 차례 다이버를 동원한다. 안병훈의 티샷은 그린에 미치지 못하고 물에 빠졌다. 이후 그도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1벌타를 받고 드롭 존으로 자리를 옮겼다. 3, 5번째 샷은 그린에 튄 뒤 ‘입수’했다. 7번째 샷은 그린에 안착하는 듯했지만 백스핀이 걸려 다시 물에 빠졌다. 9번째 만에 온그린했지만 퍼팅마저 홀을 지나쳤다. 2퍼팅으로 홀아웃하면서 그의 스코어카드에는 ‘11’이 새겨졌다. 이 대회 17번홀 사상 역대 두 번째로 나쁜 스코어다. 최악의 기록은 2005년 밥 트웨이(미국)가 3라운드에서 네 차례 공을 물에 빠뜨린 뒤 3퍼팅 끝에 홀아웃하며 기록한 12타다. 안병훈은 트위터에 “누구에게나 나쁜 날이 있고 우리는 이것을 넘어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17번홀 티샷은 끔찍했다”는 글을 올렸다. 자신의 17번홀 영상과 함께 ‘17번홀에서 11타를 칠 것 같은 친구를 태그해 달라’는 골프채널 글에 자신의 이름을 해시태그했다. 이날 재미교포 케빈 나도 세 차례 공을 물에 빠뜨리면서 퀸튜플 보기(5오버파)를 기록하는 등 총 35개의 공이 물에 빠졌다. 2007년 1라운드(50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케빈 나는 허리 통증 등으로 기권했다. 누군가에게는 황홀한 홀이 되기도 한다. 2019년 이 대회에서 라이언 무어(미국) 등 9명이 홀인원했다. 1997년 4라운드에서 홀인원한 프레드 커플스(미국)는 2년 뒤인 1999년 1라운드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린 뒤 1벌타를 받고 티박스에서 한 번에 공을 홀 안에 넣어 진기한 ‘해저드 파’를 기록했다. 2008년 이 대회 우승자인 세르히오 가르시아(41·스페인)가 이글 2개를 포함해 7언더파 65타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가르시아는 17번홀에서 파를 기록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09년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박철우(36·한국전력)를 폭행해 물의를 일으켰던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56)이 12일 자진사퇴했다. 이 감독은 이날 구단을 통해 “다시 한 번 12년 전 본인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박철우 선수와 배구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자숙의 시간을 갖기 위해 사임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KB손해보험은 이 감독의 사의를 수용하고 이번 시즌 끝날 때까지 이경수 코치에게 감독 대행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보다 더한 금의환향이 있을까. 11일 오후 3시경 부산 사직구장. 프로야구 SSG 추신수(39)가 등장하자 기다리고 있던 수십 명의 팬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날 정오를 기점으로 경남 창원에서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추신수는 곧바로 롯데와의 연습경기가 열린 사직구장으로 향했다. 2001년 부산고 졸업 뒤 20년 만에 KBO리그에서 뛰게 된 추신수는 이날 처음으로 SSG 선수단과 공식 상견례를 가졌다. 사직구장에는 40여 개 매체 7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경기 전 김원형 SSG 감독은 “설렌다. ‘슈퍼스타’가 우리 팀에 와서 정식으로 생활하게 되는 첫날이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후 김 감독에게 인사한 뒤 3루 측 더그아웃 앞에서 선수단과 마주한 추신수는 “선후배 모두 계신데 아직 부족한 만큼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요청드릴 것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경험을 쌓으려고 온 것이 아니라 이 팀에서 모든 선수들과 한마음이 돼 이기려고 왔다. 우승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기려고 왔다”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인사말을 마친 추신수는 갑자기 투수 이태양(31)을 호명했다. 이태양에게 추신수는 직접 준비한 스위스 고급 브랜드 ‘로저드뷔’사의 시계를 선물했다. 학창 시절부터 줄곧 달았던 등 번호(17번)를 자신에게 양보해준 이태양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추신수가 좋아하는 빨간색으로 고른 이 시계는 2000만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추신수는 “세상에 당연한 건 없더라. 받으면 항상 감사함을 표현해야 한다. 야구선수 추신수에게 17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번호인데 먼저 양보해줘서 고맙다. 미국에서부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추신수는 SSG 선수단에 명품 시계보다 훨씬 값진 선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신수는 기자회견에서 “자가 격리 중 경기도 보고 선수들 개개인의 장단점을 많이 들었다. 선수들을 하루 빨리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도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평균 볼 스피드가 시속 2∼3km 떨어진다는 것 외에는 (미국과) 큰 차이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승에 대한 목표도 명확히 했다. 추신수는 “SSG가 우승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그래서 쉽게 (국내행을) 결정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야구하면서 팬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에 월드시리즈 우승보다 한국에서 우승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SG도 추신수와 함께 지난해 9위에 머문 아쉬움을 풀겠다는 각오다. 메이저리그(MLB)에서 16시즌을 뛰면서 클럽하우스 리더로 인정받았던 그는 “내가 하는 모든 게 맞다는 생각은 안 한다. 하지만 바른 예를 보이면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따라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구단은 안방 인천 행복드림구장 클럽하우스 내 라커룸 배치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추신수의 라커룸을 동갑내기 친구 김강민의 옆자리에 배치한 것. 고참들이 많이 쓰는 입구 대각선 반대 자리다. 둘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함께 금메달을 땄다. 추신수의 라커룸 오른쪽 옆자리에는 일명 ‘2군 선수 자리’를 배치했다. SSG는 정규시즌에 2군 선수 한 명씩을 불러 1군 선수단과 동행할 기회를 준다. 추신수는 16, 17일 대구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연습경기에 출전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 감독은 그를 좌익수 겸 2번 타자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시즌 손목 부상 등으로 고전했던 추신수는 “몸 상태는 너무 좋다. 다만 실내에 있을 때와 운동장에 나왔을 때 상태가 다른 만큼 하루 이틀 보고 감독님과 상의해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해야 할 일을 묻자 “선수들 얼굴, 이름부터 익혀야겠다”며 새 출발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한편 7월 도쿄 올림픽 대표팀 합류에 대해서는 “건강하고 팀에 도움이 되는 게 먼저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님께도 ‘성적이 된다면 뽑아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했다. 부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가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약 2만3000명의 관중을 입장시키기로 했다. ESPN은 10일(한국 시간)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오리올스 볼파크와 같은 대형 경기장 관중 입장 허용 수준을 50%까지 늘린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양성률이 지난달 5.3%에서 이달 3.9%로 한풀 꺾인 데 따른 조치다. 다음 달 2일 막을 올리는 MLB는 구단별로 각 지역 방역당국의 기준에 따라 관중 입장 허용 수준을 정하도록 했다. 콜로라도 역시 주정부가 입장 인원을 수용 규모의 최대 42.6%까지 허용하면서 최대 2만1363명의 관중을 받기로 했다. 김광현의 소속팀인 세인트루이스는 수용 인원의 32%인 약 1만4600명을, 류현진의 토론토는 15%인 약 1275명을 받기로 했다. 캐나다 토론토를 연고로 하는 토론토는 스프링캠프지로 활용하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를 임시 안방구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밖에 다른 구단들은 수용 인원의 10∼20%를 입장시킬 계획이다. MLB 30개 구단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최대 30억 달러(약 3조4245억 원) 적자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브라이슨 룰.’ 골프채널, ESPN 등 미국 현지 매체들은 10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투어 측에서 11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TPC소그래스에서 시작되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8번홀(파4) 안에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을 설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개막을 앞두고 코스 운영 방식이 바뀐 건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사진) 때문이다. 462야드(약 422m) 길이의 18번홀(파4)은 호수를 끼고 있는 까다로운 홀이다. 드라이버가 떨어지는 IP 지점의 페어웨이 폭은 35야드에 불과한 데다 좌측으로는 호수가, 오른쪽에는 벙커, 러프 등이 있어 공략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투어 드라이브 비거리 1위(323.5야드)인 디섐보는 아예 호수를 넘겨 왼쪽에 있는 9번홀 페어웨이를 노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310야드 이상 캐리 거리가 나오면 호수를 넘길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 디섐보는 “물에 빠지지 않게 친다면 세컨드 샷이 더 쉬워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디섐보는 지난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베이힐클럽 클럽&로지에서 열린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3, 4라운드 6번홀(파5)에서 370야드(약 338m)가 넘는 드라이버로 호수를 넘겨 갤러리의 환호를 자아낸 바 있다. 화끈한 대포쇼를 앞세워 디섐보는 이 대회에서 통산 8승째를 수확했다. 투어 측은 “관중과 자원봉사자, 기타 인력 등의 안전을 위해 18번홀 호수 왼쪽에 OB 구역을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직접적으로 디섐보의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다분히 그의 플레이를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관련 소식을 전하며 ‘PGA투어가 대담한 전략을 세운 디섐보에게 수갑을 채웠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OB구역 설정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지만 디섐보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더 멋진 일이다. 이런 것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할 것임을 예고했다.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올해 ‘황금빛 축제’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성대한 무대를 예고했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 2라운드를 앞두고 중도 취소해야 했던 아쉬움을 풀겠다는 각오다. 출전자 수도 평소 144명에서 154명으로 늘렸다. 2019년 대회 우승자인 로리 매킬로이(32)가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면 1974년 대회 출범 이후 첫 2연패의 주인공이 된다. 한국 선수와도 인연이 깊다. 2011년 최경주가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했고 김시우가 2017년 우승할 때 세운 대회 최연소 챔피언 기록(만 21세 11개월)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김시우는 “최연소 우승 기록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 기록이 깨지지 않고 계속 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정규리그 우승의 꿈은 멀어져 가는가. 여자부 선두 흥국생명이 최하위 현대건설에 발목을 잡혔다. 현대건설은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3-1(22-25, 25-12, 25-11, 29-27)로 이겼다. 승점을 추가하지 못한 흥국생명(승점 56)은 한 경기 덜 치른 2위 GS칼텍스(승점 55)에 1위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했다.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1경기, GS칼텍스는 2경기가 남았다. 흥국생명은 1세트에서만 8득점한 김연경을 앞세워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2세트부터 현대건설의 서브가 살아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흥국생명은 2세트에만 리시브 효율 4.76%를 기록하는 등 이날 총 28.74%로 리시브가 부진했다. 상대 수비 라인을 흔든 현대건설은 블로킹으로만 13득점했다. 흥국생명은 4세트 27-26 리드 상황에서 김연경의 후위 공격이 현대건설 센터 정지윤에 가로막히며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가지 못했다.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루소가 양 팀 최다인 24득점(공격성공률 47.5%)을 기록했다. 센터 정지윤(17득점), 양효진(14득점)도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 뒤 양효진은 “시즌 막판 좋은 경기력이 나오다 보니 유독 시즌이 끝나가는 게 더 아쉽다”고 말했다. 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단독 선두였던 마지막 18번홀(파4) 파 퍼트를 남겨두고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는 돌연 자세를 풀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1분 가까이 퍼팅 라인을 살피던 그는 침착하게 퍼팅을 했다. 1.6m를 굴러간 공이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간 순간 디섐보는 두 손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앞서 6번홀(파5·565야드)에서 호수를 가로지르는 비거리 377야드(약 345m) 드라이버를 날렸을 때를 연상시켰다. 드라이버도 퍼팅도 스코어카드 위에선 모두 같은 1타라는 골프의 묘미를 보여주는 듯했다. 디섐보가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이었다. ‘헐크’ 디섐보가 8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베이힐클럽&로지(파72)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정상에 섰다. 1타 차 공동 2위로 맞이한 4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1개로 1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노장 리 웨스트우드(48)에 1타 차 역전 우승을 거뒀다. 지난해 9월 US오픈 우승 이후 6개월 만에 통산 8번째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우승 상금은 약 19억 원. 이날도 초미의 관심사는 6번홀이었다. 전날 호수를 가로지르는 370야드 드라이버 티샷으로 갤러리들의 환호를 받았던 디섐보는 이날도 페어웨이를 노리는 우회 전략 대신 정면승부를 택했다. 다시 드라이버를 꺼내 든 그는 그린 방향으로 직접 공략에 나섰다. 드로가 걸린 샷은 호수를 훌쩍 넘어 페어웨이에 떨어진 뒤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졌다. 캐리 거리는 320야드로 전날 344야드에 미치지 못했지만 굴러간 거리를 합한 총 거리는 373야드로 전날에 앞섰다. 디섐보는 세컨드샷 미스로 투 온에 실패했지만 세 번째 샷을 홀 1m에 붙여 버디를 낚았다. 갤러리들은 그의 드라이버샷에 열광했지만 우승 원동력은 퍼팅이었다. 4번홀(파5)에서 약 11m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공동 선두에 오른 데 이어 11번홀(파4)에서는 무려 15m 파 퍼트를 성공하며 1타 차 선두를 유지했다. 시즌 평균 퍼팅 이득 타수 0.342로 전체 65위인 디섐보는 이날은 2.235를 기록했다. 이날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퍼팅으로 2타 이상 이득을 봤다는 의미다. 골프 격언에서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고 했던가. 디섐보는 볼거리와 상금, 두 토끼를 모두 잡았다. 우승 후 디섐보는 지난달 차량 전복 사고로 수술대에 오른 타이거 우즈(46)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날 아침 우즈의 응원 문자를 받았다는 디섐보는 “힘든 시간에 처한 우즈가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게 놀라웠다. 우리는 얼마나 넘어지느냐가 아닌 몇 번을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호수 앞에 서서 바람의 방향을 읽던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사진)가 캐디백에서 드라이버를 꺼내자 수백 명의 갤러리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 차례 숨을 내쉬고는 있는 힘껏 드라이버를 돌렸다. 공이 채 떨어지기 전 호수를 넘겼음을 확신한다는 듯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환한 미소를 지은 디섐보는 캐디 팀 터커에게 단백질 셰이크를 건네받았다. 한 갤러리는 “공이 깨지지 않는 게 신기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괴력의 장타자’ 디섐보가 파5 홀에서 드라이버 원 온을 시도했다. 7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베이힐클럽&로지(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3라운드 6번홀(파5)에서 드라이버 티샷으로 무려 370야드(약 338m)를 날려 보냈다. 캐리 거리 344야드(약 315m)에 볼 스피드는 시속 196마일(약 315km), 클럽헤드 스피드는 137마일(약 220km)에 이르렀다. 디섐보는 올 시즌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323.9야드(약 296m)로 투어 전체 1위다. 비록 공은 원 온에 실패해 핀에서 70야드 떨어진 그린 앞 오른쪽 러프에 빠졌지만 괴력의 장타를 과시했다는 찬사가 나왔다. 555야드인 6번홀은 이날 531야드로 세팅됐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물을 끼고 있는 왼쪽 도그레그 홀이다. 호수를 가로질러 넘길 경우 340야드 이상이면 직접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 라운드 뒤 디섐보는 “우승한 기분이 들었다. 공이 물에 빠지지 않은 걸 확인할 때 소름이 돋았다. 팬들이 원하는 장면을 보여준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앞서 7번홀에서 경기를 하고 있던 조던 스피스(미국)도 호수 반대편에서 디섐보의 공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홀에서 원 온을 시도한 것은 디섐보가 처음은 아니다. 존 댈리가 1998년 이 대회 6번홀에서 디섐보와 똑같은 시도를 했지만 6차례나 연속 실패하는 등 이 홀에서만 무려 18타를 기록했다. 6번홀을 가볍게 버디로 마무리한 디섐보는 버디 6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해 48세 노장인 선두 리 웨스트우드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